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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1. 농삿군 아이들1987년 5월말쯤의 날씨는 유난히도 무덥고 몇 달 째 계속되는 가뭄에 마을 앞의 개울물이 말라붙어서 실낫 같은 물줄기를 붙잡기 위해서 여기저기 냇바닥을 파고 양수기를 쓰기도 하고 두레박으로 퍼서 물을 끌어올리고 있었습니다.못자리의 모가 자라서 모내기를 하여야 할 때가 넘어가고 있었지만, 바짝 마른 논바닥에 모를 낼 수가 없어서 날마다 하늘을 쳐다보면서 비가 오기를 바라는 비타령만 하고 있는 형편이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다 못한 나라에서는 초등학교 아이들까지 동원하여 못자리에 물주기를 하라고 시켰습니다. 냇물에서 못자리까지 100 m도 넘는 긴 줄을 두 줄 세우고 한 줄은 물을 담은 그릇이 가는 길이고, 다른 한 줄은 빈 그릇이 냇가로 가는 줄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이 귀한 물을 한 방울이라도 더 많이 못자리까지 가져 갈 수 있도록 조심조심 물그릇을 손에서 손으로 옮겨 주었습니다. 논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로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어도 바가지에 담겨 오는 물을 뒤집어쓰는 아이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마도 목이 타도 마시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한 시간쯤이나 작업을 하면 겨우 스무 평 남짓한 못자리에 물을 한 번 뿌려주는 정도였지만 이렇게라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것 이나마 서로 해달라고 야단이 나서 우선 가장 많이 타들어 가는 못자리부터 하기로 하고, 일손이 없는 집의 못자리부터 물을 뿌려주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며칠째 이렇게 물을 퍼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어서 이제 얼굴을 새까맣게 그을러 있었습니다.더위에 지치고 목이 타들어 가는 것을 참으면서 그래도 열심히 일을 하는 아이들은 이게 모두 남의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야, 조심해 ! 애써 퍼 올린 물이 다 엎질러지지 않아 !”여자들의 앙칼진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드는 남자아이들이었습니다.“에이, 더워 못살겠네.”“넌 저렇게 타들어 가는 모들은 얼마나 목이 타고 더위에 지쳤을까 생각을 해 봤니 ?”이런 핀잔에 아이들은 고개를 숙이며 잘못을 인정하기도 하였습니다.이렇게 힘 드는 작업을 하던 아이들은 이제 익어 가는 보리를 베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농촌 일손 돕기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명령은 아이들에게 낫을 들려서 보리 베는 일을 돕기로 하였습니다. 보리 한 마지기(여기 산골에서 300평)을 베면 삯으로 2,00원씩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어른들의 품삯의 1/4이나 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주인댁에서 새참으로 간단한 음식을 주기도 하고 시원한 음료수를 사다가 주는 집도 있었습니다. 영국이네 반의 아이들은모두 76명이나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많은 아이들이 한번 논바닥에 들어 갔다하면, 마치 누에가 뽕잎을 갉아먹듯이 순식간에 보리밭은 사라지곤 하였습니다. 농삿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요즘의 아이들과는 달리 이 무렵의 아이들은 일을 여간 잘 하는 것이 아니어서 이 반이 하루(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어떤 날은 어두워지기까지 일을 한 적도 있었음)에 7,000 여 평을 베기도 했습니다.“자 ! 이제부터 이 논의 보리를 베기 시작하는데, 너무 서두르지 말고 손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잘 베도록 합니다. 한 두둑씩 맡아서 베어 가고 옆 사람을 조심해야 합니다. 저쪽 논두렁에 먼저 간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일을 도와주어도 좋고 잠시 쉬어도 좋습니다.”날마다 작업을 시작 할 때는 주문처럼 외우시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벌써 저만치 베어 나가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옆의 친구와 내기를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자 ! 저기 논둑까지 누가 빨리 베어 가는지 시합이다. 시이 작 !”아이들은 그 일이 힘들고 지겨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즐겁고 신나는 일이었습니다. 더구나 이 돈은 모아서 올 가을에는 수학여행을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으니까, 조금만 애를 쓰면 부모님의 도움이 없이도 여행을 할 수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런 약속이 아이들에게 이 일이 한층 더 신나는 일로 여기게 만들었습니다.4,5,6학년의 아이들이 들판을 휘젓고 다니니까 불과 일주일 만에 그 넓은 들판(이 무렵엔 거의 모든 논에 보리를 심었음)이 보리 베기가 끝나고 말았습니다.따뜻한 남쪽, 지도에서는 금방 바다가 보일 듯한 고장인 이곳은 남쪽을 가로막은 존재산(해발 600 여m)이 있어서 이 고장에 들어서면 강원도 산골을 생각케 하리만치 깊은 산간 마을입니다. 빙 둘러선 산들이 오직 북쪽으로 빠끔히 문을 열어 시냇물이 흘러 나가고 있을 뿐 백록담이나 천지 같은 연못으로 보일 만큼 산으로 둘러 싸여 있는 대접처럼 생긴 고장입니다. 이 고장의 들판이란 오직 이 산에서 시내까지 이어지는 밋밋한 산기슭을 일구어 놓은 산비탈의 밭과 계단식으로 이루어진 논이 전부일 뿐이었습니다. 불과 20여 년 전에 있었던 6,25의 전쟁 중에는 이 고장은 가장 늦게까지 빨치산의 깃발아래서 온갖 고생을 다하던 그런 고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산기슭에 자리 잡은 마을들(감남골,갓바위,버드내,새끼미,한골,배골)은 모두 소개령(공산당이 발붙일 곳을 없애기 위해 마을을 없애라는 명령)으로 모두 불타고 오직 들판 한 가운데에 있는 기빠리 만이 겨우 옛 모습을 지니고 있을 뿐이었습니다.이 고장의 복판쯤에 자리 잡은 작은 학교는 아담한 모습과도 같이 아이들이 오순도순 모여들어 꿈을 키워가고 있는 곳입니다. 이 학교에 5학년 교실은 유난히 떠들썩한 소리로 조용한 학교에서 가장 활발한 공부시간이 되고 있습니다.“나는 이담에 큰 농장을 가진 부자가 되고 싶어요.”학급에서 가장 가난해서 끼니를 제대로 먹지 못하는 전영국이의 이 말은 학급아이들에게 모두 고개를 끄덕이게 하였습니다.이 고장에서는 가장 잘 사는 사람이 바로 땅(농토)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누구나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영국이네는 아버지가 남의 밤나무 밭을 관리 해주고, 그 댓가로 밤나무 밭에 딸린 밭을 일구어 겨우 끼니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봄이면 산나물을 뜯어서 나물죽을 끓여 먹고, 틈이 나는 대로 말려서 일년 내내 두고두고 식량을 아끼는 귀중한 먹거리로 쓰고 있었습니다. 여름이 오면 밤나무 밭에 많은 지네를 잡아서 수입을 올렸고, 산과 냇가에 흔한 뱀을 잡아서 뱀술을 담그는 것도 이 집에서는 큰 돈벌이가 되고 있었습니다. 가을이 오면 산과 들에서 딴 산열매(머루, 다래, 금정)들을 따 모아 술을 담그기도 하고 내다 팔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가난에 찌들은 영국이네의 살림을 보태기 위해서 이제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큰누나는 서울의 한 제약회사에서 제법 월급을 받아서 집으로 부쳐 주어 가난한 집안 살림을 돕고 있었습니다. 올해 졸업한 누나는 그런 큰누나의 덕택에 중학교에 가게 되었지만, 아무래도 졸업을 하게 될는지 걱정이 되곤 합니다. 그래서 영국이는 졸업을 하면 큰누나가 있는 서울로 올라갈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형편을 모르는 친구가 하나도 없으니 영국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가난한 것이 영국이네 만은 아니었습니다.이 고장의 대부분의 아이들도 이와 별로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점심을 굶은 학생이 반도 넘은 이 고장에서 가장 반가운 것이 학교에서 급식소를 차려서 아이들에게 점심을 굶지 않게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점심시간이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었고, 어떤 아이는 점심을 얻어먹는 단 한 가지 재미에 학교를 하루도 결석하지 않고 열심히 다닐 정도였습니다.“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자동차 운전사가 될 거야. 차도 실컷 타보고 돈도 벌고 얼마나 좋으냐 ?”승일의 말에 아이들은 “와아” 하고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승일이는 이런 아이들의 하는 짓에 무안하고 겸연쩍어 뒷통수를 긁적이며 얼굴이 붉어져서 제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되자 아이들은 제 생각을 스스로 잘 말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선생님이 차례로 시켜서야 겨우 말들을 하면서도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말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지 않을 것을 찾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난 장차 간호원이 되겠어요.”“난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난 군인이 될 거예요.”“나는 비닐하우스를 지어서 채소 농사로 부자가 되겠어요.”학급에서 가장 공부를 잘 못해서 아이들의 놀림을 받는 경태의 말에 입바른 명진이가 그냥 넘어가지 않았습니다.“누군 군인이 안 되냐 ? 다 군인에는 갔다 와야 하는디?”이 말에 또 한번 까르르 웃음이 터졌습니다. 선생님이 가로막으며“아니지, 그냥 군인이 아닌 계급이 높은 군인, 진짜 나라를 위해 몸 바칠 수 있는 훌륭한 군인이 되겠다는 게 뭐가 잘못 된 것은 아니지!”그 말씀에 아이들은 웃음을 그치고 조용해졌습니다.이렇게 꿈이 많던 아이들은 제각기 할 일을 일찌감치 결정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2.꿈을 안고 떠난 길이런 속에서 이 고장의 여름은 서서히 무더위를 몰아오고 있었습니다. 유난히 더운 이 고장의 기후는 아마도 대구와 비슷한 지형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동서남북이 산으로 둘러싸인 이 고장은 누가 보아도 완전한 분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딜 보아도 산이 아닌 곳이 없는 산 속의 마을 그곳은 유난히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게 했습니다. 더구나 가뭄이 계속 되자 날씨는 더욱 사람을 들볶아대고 있었습니다. 날씨가 더워도 시내에 나가 멱을 감을 곳도 없어진 이곳의 아이들은 비참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날마다 TV 에서는 동해안의 피서인파가 몇 십만이 모였으며, 서해안의 어느 해수욕장은 어떤지를 비춰주고 있었지만, 이곳의 어린이들은 말라붙은 시냇가에서 미꾸라지나 송사리 같은 물고기를 잡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말라붙은 시내의 바닥은 여기저기 파서 물줄기를 끌어다가 퍼 올리느라고 냇바닥마저 제대로 있는 곳이 없을 지경이니까 어디 물장구 한 번 쳐 볼 수 있는 곳도 없었습니다.온 들판은 목이 타서 여기저기서 바지작 거리는 소리가 나는 듯만 했습니다. 갈수록 산의 나무들마저도 시들해 가는 듯 색깔이 달라지고 있었고, 사람들은 지쳐서 이마의 땀방울도 말라 버린 것만 같았습니다. 날마다 쳐다보는 하늘은 이제 어쩌면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 잔뜩 찌프리기도 하고, 날마다 구름이 덩실거리고 가끔은 먹장구름이 몰려오기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옛말에 7년 가뭄에 비가 안 오는 날이 없다 는 말과 같이 거의 날마다 빗방울은 금방 쏟아 부을 듯하다가 땡볕으로 바뀌어버리곤 하였습니다. 이제 모내기를 해야 할 때가 너무 늦어져서 벌써 못자리에서 벼가 웃자라서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어느 못자리에서는 벼가 패었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옵니다. 결국 사람들은 모내기를 하는 게 아니라, 모심기를 시작했습니다. 말라붙은 논바닥에 간신히 물을 퍼 끼얹은 다음에 물이 젖은 논바닥에 호미로 모를 한 포기씩 심어 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작업을 하다보니 하루 종일 하는 일이란 게 보통 모내기의 십분의 일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더구나 땡볕으로 이글거리는 땅에서 내뿜는 열기는 모내기를 하는 사람들의 숨통을 틀어막을 듯이 확확 끼얹어서 숨을 헐떡거렸습니다.6월이 다 가고 7월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아직도 못자리에는 수많은 모들이 시집(모내기)도 못 가고 벌써 이른 벼들은 이삭을 내 놓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여름이 점점 다가오는 동안에도 날마다 하늘을 바라보는 농민들의 마음은 갈수록 무거워지기만 하였습니다. 이제 몇몇 집에서는 이런 속에서 살아갈 수가 없다는 생각이 퍼져 나가고 있는 듯 했습니다. 갓바위에 사는 진이 아버지는 이웃마을에 살던 친구들이 서울에서 살고 있는 것을 부러워하면서, 이제 이렇게 살기 어려운 환경에서 더 이상 있어 보아야 견딜 수가 없다는 쪽으로 마음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었습니다.장연이 보게날씨가 가물어서 날마다 타들어 가는 들판의 사진을 보면서 걱정이 앞서네. 며칠 전에 그곳의 친구에게 들으니, 한골의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어서 사람들이 물고기를 가마니로 잡았다는 얘기를 들었네. 얼마나 들 고생이 심한지 정말 걱정이라네. 난 이곳에서 비록 딱 잡아 뭐라고 할만한 직장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오라는 곳은 많아서 벌어먹고 살기는 별 걱정이 없다네. 아무리 생각을 해도 그곳에서 살 때보다는 편하면서 걱정도 훨씬 없는 것 같다네. 자네도 어지간하면 집안을 정리하여서 이곳으로 올라오게, 어떻게든지 내가 자네가 오면 일할 자리를 마련해 보도록 하겠네. 무엇을 하던지 할 일은 많아서 놀 시간은 없으니까 걱정을 하지 말고 올라오게. 아이들의 교육문제도 그렇고...... 잘 생각을 해보시기 바라네. 이곳 서울은 날씨가 가물던지 비가 오던지 그게 별 걱정거리가 안 되는 곳은 이곳인 것 같다네. 소식 주길 바라네. 친구 영식이 쓰네.이런 편지를 받은 진이 아버지는 곧장 답장을 보냈습니다.편지 잘 받았네. 나의 장래를 생각해주는 자네에게 감사드리네. 사실은 이곳의 생활이 말이 아니라네. 날마다 말라 가는 들판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내 피가 말라 가는 듯하다네. 자네 말대로 난 이곳에서 어서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네. 어디든지 내가 가면 일을 할 수 있는 곳을 좀 알아보아 주게. 자네의 편지가 오면 당장이라도 올라가겠네. 식구들은 내가 자리를 잡은 다음에 차차로 올라가기로 하고 말이네. 꼭 소식 주기 바라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올라가고 싶지만 아직 자신이 없어서 움직이지를 못하고 망설이고 있다네. 소식 기다리겠네. 친구 장연이가이런 편지가 오고가는 것을 알지 못하는 식구들은 날마다 한숨소리만 커져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중에 아버지는 벌써 서울로 떠나갈 준비를 차근차근 해가고 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준비를 하고 있던 진이네의 이야기는 결국 영식씨의 편지로 온 동네에 알려지고 말았다.“아니 진이네는 서울로 떠나기로 했다면서 ? 잘했다. 어쩜 그렇게........”“난 잘 몰라요. 애 아버지가 혼자 생각으로 준비를 했던 모양인데 이 많은 식구를 거느리고 타관에 가서 어떻게 벌어먹을 수나 있을는지 걱정 뿐이지라우.”“아무러면 산 입에 거미줄이야 치겠어? 벌써 서로 연락들을 했다면 가서 일 할 자리를 알아보고 가겠다고 한 거 아니겠어 ?”“글쎄요 ? 그렇다면 얼마나 좋겠오만 아직은 그런 것도 없이 무작정 가겠다고 나선 거 아닌가 몰라요.”이렇게 온 동네 사람들은 진이네의 이사를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고, 잘 생각을 하였다고 칭찬을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진이 어머니는 걱정이 태산 같았습니다.우선 아직까지 읍내를 벗어나 보지 못했던 진이어머니의 걱정은 낯선 곳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가 문제입니다. 시집을 와서도 석삼년은 친정집이 그리워서 잠을 못 이룬 적이 한두 번이 아닌 암뜬 성격이어서 첫째 걱정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더구나 「눈감으면 코 베어 간다」는 속담은 옛말이고 이제는 「눈뜨고 있어도 홀랑 당 한다」는 험한 곳이 서울이라지 않은가 ? 이렇게 서울에 가는 것을 겁먹고 있는 진이어머니에게“걱정하지 말고 차분히 준비나 해요. 나도 이 자식들을 굶길 것 같으면 가겠다는 생각을 했겠오. 영식이가 내 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니께 걱정은 마시오,”하고 안심을 시키시는 아버지도 속으로는 걱정이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6월이 지나가는 동안에 몇 장의 편지가 왔으나 아버지는 아직도 어두운 낯빛으로 편지를 힘없이 치우곤 하셨습니다. 이런 것을 보는 진이의 마음은 조마조마하기만 했습니다. 아버지의 일터가 잘 되어서 서울로 가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보다도 이 정든 고향을 떠난다는 것이 서운하고 정든 친구들과 헤어지기가 싫었던 것입니다.이제 진이네 반의 아이들까지 모두 진이가 서울로 떠나간다는 소식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진이와 별로 친하지 않던 아이들까지도 며칠 남지 않은 동안이라도 진이에게 잘해주겠다는 생각으로 모두들 친절하게 대해주고 무엇인가를 진이에게 주려고 들 하였습니다. 이런 친구들의 마음 씀씀이가 더욱 진이를 안타깝게 만들었습니다. 진이는 이젠 정말 이곳을 떠나기가 싫어서 차라리 아버지의 일터가 마련되지 말았으면 하고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특히 친한 친구 경란이와 헤어지는 것이 안타까워서 거의 날마다 붙어살다시피 하고 있었다. 진이는 경란이와 헤어질 것을 생각만 하여도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그래서 경란이와 함께 산에 올라서 이 고장을 눈 속에 몽땅 넣어 가지고 가려는 듯이 구석구석을 살피기도 하고, 경란이네 집에 가서 늦도록 둘이서 함께 숙제도 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달래고 있었습니다.7월도 며칠이 지나서 이제 여름방학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어느 날 저녁을 먹고 나서, 아버지는 식구들에게 조용히 말씀을 하시기 시작하였습니다.“이제 내가 먼저 떠나야 하겠오. 여기서 아무리 힘들여 일을 해보았자 우리 식구들이 입에 풀칠하기도 힘이 드니 어떻게 더 버텨볼 힘이 없어졌오. 그래서 모레 아침에 우선 내가 먼저 올라가서 일터를 마련하고 방한간이라도 얻어 놓아야 이 식구들이 몸을 붙일 수 있지 않겠소. 그래서 내가 우선 자리를 잡아보고 식구들이 올라오도록 합시다.”“그렇기는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올라갈 생각을 하셨어요. 미리 알려주어야 옷이라도 빨아서 준비를 할 게 아니겠어요?”“되었오. 내가 뭐 호강을 하러 가는 것도 아닌데 옷은 우선 입을 것 몇 벌이면 되겠지뭐 ?”“타관에 가서 옷도 손수 빨아 입어야 할 텐데.....”“그런 걱정은 하지 마시오. 내가 옷이야 어떻게 못해 입겠소. 그래도 여기 보다는 힘이 덜 든다고 하니까 무슨 일을 하던지 살수 있는 길은 있겠지 싶소.”이렇게 이야기하신 아버지는 이틀 후에 아침 일찍 집을 떠나셨습니다. 진이는 이제 정말 이곳을 떠나는구나 싶은 생각을 하니 학교에 가는 발걸음이 한없이 무거운 듯 힘이 없습니다. 터덜터덜 힘없이 학교를 향하는 진이의 모습을 발견한 경란이는 줄달음을 쳐서 진이를 따라 잡았습니다. 경란이의 달음질치는 소리도 못 들은 채 맥없이 걷고 있는 진이를 경란이는 어깨를 툭 치면서“진이야 !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하고 물었습니다. 이 소리에 놀란 진이는 펄쩍 뛸 듯이 놀라면서“아유 깜짝이야 ! 간 떨어지겠네.”하고 웃었습니다. 둘은 서로 얼굴을 바라보면서 깔깔거리고 웃음보따리를 풀어 놓았습니다. 그렇지만 경란이는 벌써 진이가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진이야, 무슨 일이 생겼구나? 무슨 일이니 ?”“으응, 아버지가 오늘 아침에 서울로 떠나셨어. 어쩜 곧 우리도 이사를 가야할는지 몰라.......”하며 울쌍을 지었습니다.“얘, 넌 좋겠다. 이제 서울 가시나가 되겠구나?”“뭐 ? 넌 내가 이사를 가는 것이 기다려지는가 보구나?”“뭐라고 ? 내가 기다린다고 ? 너 정말 그렇게 생각을 하니 ?”“아니. 난 지금 이사를 갈 것이 걱정인데 네가 그런 소릴 하니까 그러지 않아.”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학교에 가서도 진이는 하루 종일 기운이 없이 하루를 보냈습니다.
[한국교육신문 조성철 기자] “유·초·중·고·대학 회원들로 TF를 구성해 현장의 진솔한 소리를 바탕으로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설정하고 교총 혁신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제30대 제주교총 회장에 김진선(사진) 한림초 교장이 당선됐다.김 당선자는 지난달 부회장 후보자 4명과 러닝메이트로 단독 등록해 무투표 당선됐다. 동반 출마해 당선된 부회장은 이상훈 중문고 교장, 최태희 제주대 교수, 양가애 제주중앙초 교사, 황재홍 안덕초 교사다.김 당선자는 선거공약으로 △교권 보호 법률 자문위원 구성 △교원 전문성 신장을 위한 연구·연수활동 지원 △회원 복지 권익을 위한 행사 추진 △사무국 조직 개편 등을 내건 바 있다.그는 “교직 단계별로 꼭 필요한 연수, 화합을 도모할 수 있는 국·내외 연수를 활성화 해 복지향상은 물론 소속감 높이기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새롭고 힘 있는 교총을 만드는 데 신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제주교대, 한국교원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1983년 입직해 교사, 교감, 전문직을 거쳤으며 제주교총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임기는 내년 2월부터 2020년 1월까지 2년이다.
최근 교권 침해가 도를 넘고 있다.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단위학교 교육력이 약화되고 교사들의 사기가 저하될 것이다. 아니 이미 상다수의 교사가 무기력함을 느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교권침해는 교실 붕괴로 이어져 결국 고스란히 그 피해를 학생들이 입게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많은 교사들이 ‘그래도 제자니까 참아야지.’ 라는 선한 마음으로 참고 또 참지만 하루빨리 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까지 왔다. 교권침해로 명퇴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고 학창 시절 공부를 잘하고 모범생이었던 교사들이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하고 있다. 결코 이 문제를 좌시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구체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히 요청된다. 교권 침해의 원인을 자꾸 교사 탓으로 돌리는 것도 문제다. ‘교사가 잘 하면 되지 교사하기 달려있지.’라는 식의 발상은 교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걸림돌이 된다. 오랜 교직생활의 경험으로 비춰볼 때 대부분의 교사들은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해 무진장 노력을 하고 있다. 솔직히 인성이나 성실함 그리고 품위 유지를 위해서도 타의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아전인수식의 발상이라고 비난할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내가 겪은 경험에 대한 정직한 느낌이다. 오늘날 우리나라 교육이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교육 강국이 된 것도 분명 훌륭한 교사들의 헌신과 자질에 기인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오랜 교직 생활을 돌이켜보면 참으로 쉽지 않은 길이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야 그리 어려운 게 아니었지만 마음고생을 많이 한 것은 주로 학부모와의 관계였다.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도 교사의 권위에 도전하고 있다. 부모만큼 아이도 되는 것 같다. 가정에서의 올바른 가정교육이 정말 중요한데 요즈음 신세대 부모들은 훈육에 인색한 것 같다.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분명히 구분해주어야 하는데 상당수의 부모들이 마냥 사랑으로 감싸는 '익애(pampering)'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교사가 늘 학생에게 긍정적인 피드백만 해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다양한 교육현장 상황에서 그럴 수 없다. 때로는 훈계도 필요하고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런데 그것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지도하려면 문제를 삼는 학부모들이 있기에 단위학교에서 적극적인 생활지도를 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올바른 가정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올바른 행동을 한다. 새해에는 많은 학부모님들이 좀 더 자녀교육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인성 교육에 신경을 써주었으면 한다. 웃어른께 인사를 잘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할 것 이다. 가령 아파트에서 뛰는 행동, 지하철이나 식당 같은 공공장소에서 소란을 피우는 행동, 아무 곳에나 휴지를 버리는 행동 등 사소한 것 같지만 그런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꼭 알려주어야 한다. 교사, 학부모, 학생이 삼위일체가 되어 가르치며 배우는 그러한 아름다운 교육 현장이 됐으면 좋겠다.
충남 서산 서령고는 지난달 7일부터 9일까지 세미나실에서 제2차 SSR 전공캠프 PT 발표대회를 개최했다. 모두 73팀이 참여하여 전공발표-토론-계획서-보고서-PT발표대회-자기소개서-모의면접-소논문 발표순으로 진행됐다. 발표주제로는 인공지능을 뛰어넘는 거대한 기술 블로체인의 문제점 및 해결책, 탄산음료에 따른 기체 발생량 탐구실험, 컴퓨터 언어의 이해, 백두산 화산 폭발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공진 공명 현상에 대한 실험, 모국어 습득 단계를 변형한 새로운 외국어 학습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택됐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경기도 교사 10명 중 7~8명은 학생·학부모에 의해 ‘수업진행 방해’ 또는 ‘폭언 및 욕설’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적 피해 정도도 심각하지만 학생·학부모 신뢰 문제 때문에 혼자 끙끙 앓는 경우가 많아 한국교총이 추진하는 ‘교원지위법’ 개정과 같은 예방책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경기교육자치포럼(상임대표 배종수)은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진행한 ‘교권침해 실태와 교원업무 스트레스와의 관계’를 연구한 경기 교원 설문조사 결과를 4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교원 236명 중 74.6%가 최근 3년 이내 교권침해를 당했고, 그 정도에 대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77%에 달했다. 교권침해를 당한 교원 중 43%는 ‘3회 이상’이라고 답해 교권침해 교원의 절반 가까이가 연 1회 이상 교권침해를 겪는 것으로 분석됐다. 복수응답으로 진행된 교권침해 가해자 조사에서는 ‘학부모(69%)’와 ‘학생(52%)’이 대부분이었다. 교권침해 양상에 대해서도 ‘수업 진행 방해(51.7%)’, ‘폭언 및 욕설(47.2%)’ 등 학생, 학부모에 의해 일어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명예훼손도 27.8%로 적잖은 비율을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20대 교사가 91%로 가장 많은 침해를 겪고 있었고, 성별은 여성이 78.6%로 남성(68.8%)보다 높았다. 학교 급별로는 고교가 92.2%로 가장 빈번하게 발생했다. 더 큰 문제는 교권침해를 당한 후 심리적 불안감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는 것이다. 교권침해 경험자 178명중 49.4%는 ‘아직도 학생들의 부정적 평가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21.9%는 ‘현재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교권침해 피해교사 중 ‘적극적인 대처가 어려웠다’는 답변이 56.2%, ‘적극적으로 대처를 했으나, 충분한 해결을 보지 못했다’가 30.9%였다. ‘적극적으로 대처를 하고, 충분히 해결을 했다’는 교원은 12.9%에 불과했다. 적극적인 대처가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학부모 혹은 학생과의 신뢰관계 훼손에 대한 걱정’이 62.6%로 가장 많았다. ‘신분상 불안함(31%)’, ‘학교관리자 조정미흡(25.8%)’, ‘학교교권위원회 구속력 미흡(20.6%)’ 등이 뒤를 이었다. 현재 교권침해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89.8%가 ‘심각하다’고 했으며, 교육당국의 교권보호를 위한 정책이나 노력들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6.8%만 긍정적으로 답했다. 경기교육자치포럼 연구팀은 교권침해가 가져오는 직무 스트레스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정연홍 한국교원대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2016년) ‘교사의 심리적 소진 측정도구(Teacher Burnout Inventory, TBI)’를 활용했다. 그 결과 교권침해를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받게 되는 영향력은 12.6%였다. 심리학계에서 보통 2%만 돼도 높다고 인정하는 만큼 현재 교원들의 상태는 매우 위험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배종수 경기교육자치포럼 상임대표는 “최근 학생인권만 강조하면서 교사들이 스승으로서의 권위와 자존감을 상실한 채 학생지도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이번 조사가 보여주고 있다”며 “교총이 추진하고 있는 교원지위법 개정안 통과 등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교육신문 조성철 기자] 문재인 정부 대선공약인 만18세 선거연령 하향(정당 가입연령 제한 폐지 포함)과 관련해 교실의 정치·선거장화 차단 방안 등을 제시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먼저 형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달 30일 아동인권 보고대회 중 마련한 ‘아동청소년의 참정권’ 토론회에서 교총 김동석 정책본부장은 “학생들의 자기의사 결정권과 참정권 확대를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학교현장의 부작용을 예견하고 문제를 차단할 방안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고 토론했다. 이와 관련 김 본부장은 우선 “참정권 확대는 단순히 선거연령을 낮추는 것을 넘어 고3 학생들에게 선거운동 등 정치적 의사표현 보장을 의미한다”며 “특정정당과 후보에 대한 찬반 등 선거운동이 학교라는 공간으로 들어오는 것에 대해 어떤 대책이 있는지 답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공직선거법, 초중등교육법 등 관련법에 학교·교실 내 정치·선거활동 금지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선거법 위반 시 처벌 등 고교생 유권자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함을 강조했다. 학제 개편과 민법, 교육법 등 관련법 개정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만18세 선거권이 부여된 호주, 프랑스 등은 우리와 달리 해당 학생들이 고교 졸업자라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은 만18세 하향에 따라 법적 행위에 있어 연령 제한을 두고 있는 국적법, 아동복지법 등 관련 법령 348개에 대해 대비한 반면 우리는 실태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학생인권조례처럼 참정권 확대 논의가 권리 측면에만 치중되고 의무와 책임은 소홀히 다뤄지는 측면이 많다”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라는 헌법가치와 국민적 요구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에 앞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이창호 선임연구위원은 발제를 통해 전국 17개 학교 고교생 14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선거연령 하향(18세 이상)에 대해서는 찬성 65.9%, 반대 18.4%, 잘 모르겠다 15.7%로 나타났다. 또 교육감 선거연령 하향(16세 이상)에는 찬성 51.5%, 반대 29.6%, 잘 모르겠다 18.9%로 집계됐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정치참여 활성화 방안으로 민주시민교육 제도화(민주시민교육 지원법 제정 등), 사회탐구영역시간이나 창체활동 등을 통한 정치토론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정건희 청소년자치연구소 소장은 선거연령 하향에 반대하는 사회적 통념을 비판했다. 그는 ‘청소년은 미성숙하다’는 통념에 대해 “어른들도 성숙하지 않은 분들이 많다”며 “투표하는 데 성숙해야 한다면 운전면허 시험 보듯이 측정해야 할 것”이라며 “민주주의는 성숙도가 아닌 다수의 참여가 요체”라고 주장했다. ‘교육현장이 정치화 된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정치의 정의를 들며 반박했다. 정 소장은 “정치는 ‘가치의 권위적 배분’, ‘국가 운영 또는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 ‘모든 인간관계에 내재된 권력관계’로 정의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오히려 교육현장은 더 정치화 돼야 하지 않을까”라고 강조했다. 민법상 의무와 책임을 지는 성년기준이 만19세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만19세 선거법이 잘못됐기 때문에 바꾸자는 것인데 다른 법을 기준으로 연령 인하가 안 맞다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법은 바꾸면 된다”고 말했다.
[한국교육신문 조성철 기자] 앞으로 재해대책 특별교부금은 재해 ‘복구’ 뿐만 아니라 ‘예방’에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포항 지진으로 내진 보강이 발등의 불인 학교에 지원이 확대될 전망이다. 국회 교문위는 1일 전체회의를 열고 특별교부금 중 재해대책 수요예산을 ‘예방’ 차원에서도 쓸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 대안을 통과시켰다. 지금까지는 용처가 복구에 한정돼 예산의 20% 정도만 재해대책에 쓰이고 나머지는 시도교육청 인센티브로 지원되는 문제가 있었다. 현재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4%인 특별교부금은 국가시책사업(60%), 지역교육현안사업(30%) 분이 대부분이고 재해대책사업 분은 10%에 불과했는데 그마저도 제대로 사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법 개정으로 학교 내진 보강 등 시급한 사업에 예산 지원이 늘 것으로 보인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포항 지진 피해 학교와 관련해 “복구를 위해 특별교부금을 지원하고 내진 보강에 예산을 대폭 늘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교부금법 개정안 대안에는 교육부가 집행하는 특별교부금 비율을 현행 4%에서 3%로 축소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교육청이 운용하는 보통교부금 비율을 96%에서 97%로 늘려 가용 예산을 확대한다는 취지다. 이밖에 학교도서관진흥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교육부와 교육청에 학교도서관 진흥을 담당하는 전담부서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하던 것을 ‘둔다’로 의무화한 게 골자다. 또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의 시행 시기를 내년 1월 1일에서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입법 취지와는 달리 강사의 대량 해고를 불러온다는 우려가 높아서다. 교육부는 당초 법안 폐기를 논의키로 했으나 교문위는 1년간 유예하고 대안을 찾기로 했다.
마을공부방이 좋아요(1977) “새벽종이 울리네, 새아침이 밝았네..........” 아침 다섯 시가 되면 어김없이 학교 스피커가 큰 소리로 방송을 시작합니다. 각 마을에서도 마을 방송을 통해서 방송이 울려 퍼집니다. 아이들은 곤한 잠을 이기지 못해 눈을 비비지만 어른들은 어서 일어나 나가라고 독촉입니다. “경란아, 어서 나가야지. 어제도 지각을 했다면서 오늘은 지각을 안 하게 나가야지.” 아버지의 독촉에 경란이는 부시럭거리면서 일어나 옷을 챙겨 입습니다. 아침마다 마을 앞에 모여서 마을 안 길 청소도 하고 체조도 하면서 아침 늦잠을 자지 않도록 하는 애향단 활동의 하나이지만, 올해는 마을 공부방이 생겨서 마을 별로 활동 상황을 점수로 하여서 방학이 끝나면 상장을 주고 공부방에서 공부한 것을 시험을 봐서 표창을 하기로 되어 있으니까, 각 마을에서는 중, 고등 학교에 다니는 오빠, 언니들이 도와주기까지 합니다. 우리 학교는 멀리 남쪽 바닷가의 산골 마을입니다. 어찌나 교통이 불편한지 법적으로 벽지교통이 불편한 지역으로 지정 된 곳입니다. 그래서 이 고장의 학교에는 선생님들이 오래 계실 수도 없습니다. 너무 불편하여 오래 사시려고 하지도 않지만, 이 벽지를 오려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자주 바뀌는 곳입니다. 그런데 올 여름에 우리 학교에는 새로운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학교에서 가장 열심인 김영화 선생님이 이번 방학 동안에 우리 학교의 각 마을에 모두 마을 공부방을 만들어서 마을 별로 공부를 하는 운동을 벌인 것입니다. 각 마을의 마을 공부방 운영 계획서 각 마을의 이장님들은 이번 방학동안에 다음과 같이 마을공부방을 만들어 어린이들이 방학 동안에도 열심히 공부하고, 새마을 운동도 하여서 살기 좋은 마을, 열심히 공부하는 마을을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자기 마을의 어린이들은 20명 단위로 마을 공부방을 만들어 마을의 어린이들을 어른들마을 명예교사이 1개 공부방에 한 명씩 지도를 맡아주십시오. 이장님들이 지도위원이 되어서 어린이와 어른이 한 마음이 되어서 열심히 활동을 하여서 방학 중에 활동마을 청소, 체육활동, 마을 공부방의 출석율과 방학이 끝난 뒤에 실시하는 마을 공부방별 체육대회, 경시대회고장의 역사, 한자, 각 학년별 기초학력를 실시하여 종합 점수로 표창을 하고 영역별로도 표창을 하기로 하겠습니다. 다시 말해서 방학 중 활동, 체육대회, 경시대회 별로 1,2,3등을 표창하고 종합성적으로 1,2,3등을 표창하기로 하겠습니다. 0 방학 중 마을공부방에서 아침 활동은 5시 30부터 6시 30문까지 1시간이고, 낮에 공부하는 시간은 아침 8시부터 10시까지 2시간이며, 나머지 오전, 오후 시간은 자유 시간으로 개인별 방학과제를 하고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공부시간으로 합니다. 한자는 별도로 보내드리는 교재를 쓰시고 학년별로 수준을 정해 드렸으니, 그 분야만 공부 시키면 됩니다. 0 아울러 방학이 시작되기 전날인 7월 22일에 각 마을 공부방의 명예교사와 지도위원의 회의를 하여 방학 동안의 활동에 대한 설명을 드리겠으니 빠짐없이 참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와 같은 계획에 의하여 각 마을에서는 마을 공부방을 열심히 운영하였습니다. 우리 버드내 마을의 마을 공부방은 대학을 다니다가 잠시 쉬고 있는 우리 사촌 선영수 오빠가 지도해 주기로 하였습니다. 본래 우리 마을은 학생 수가 적어서 늘 마을별 운동이나 공부에서도 다른 마을보다 앞서 본 적이 없는 마을입니다. 그래서 마을 어른들도 이번 기회에 일등을 한 번 해보도록 지도를 해보라고 영수 오빠를 밀어 주었습니다. 모두들 밤늦게까지 아이들을 지도하는 날은 밤참을 해다 주기도 하고 아이들이 말을 안 들으면 그 댁의 어른들에게 주의를 주어서 열심히 하도록 타이르게도 하였습니다. “자, 오늘 밤은 그 동안 공부한 것을 시험을 봐서 우리 동네에서 가장 잘하는 어린이를 표창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빠는 오늘 낮 동안 마을에서 어딜 다녀온다고 나가더니 학교에 가서 시험지를 만들어 가지고 온 모양입니다. 30분 동안 한자 시험을 봐서 마을 이장님이 채점을 하여서 상장은 없지만 일등을 한 조경돈이에게 상품으로 공책을 두 권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이런 마을의 관심으로 더욱 열심히 공부를 하고 마을 청소도 아주 잘해서 여름이었지만 깨끗한 마을, 파리나 모기가 들끓지 않은 마을을 만들었습니다. 새마을 운동으로 마을 안길 청소를 하고 마을 안의 하수구를 청소하고 각 집의 화장실에 약을 뿌려서 파리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활동까지 빠짐없이 열심이었습니다. 김영화 선생님은 이런 우리 마을별 활동을 살펴보기 위하여 자전거를 타고 각 마을을 하루도 빠짐없이 돌아 다녔습니다.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면서 활동하는 모습을 일일이 촬영을 하기도 하고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들을 보면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어느 마을에서는 마을 정자나무 아래서 공부하는 모습을 찍었고, 어느 마을에서는 회관에서 칠판까지 갖추고 한자를 열심히 가르치는 모습을 찍었습니다. 우리 마을은 언제나 밤에도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자랑으로 여겼지만, 마을 안길 청소와 하수구 청소 화장실 소독 등의 활동까지 가장 많은 우수 사례를 찍어 가셨습니다. 오늘은 김영화 선생님이 발등을 다쳐서 붕대로 싸매고 오셨습니다. “아니 김선생님,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어디서 발을 다치신 거예요?” “예, 오늘 오전에 장수동에 가다가 쉬내 마을 앞에서 염소가 있길래 자전거를 내리려고 하는데 그만 염소란 놈이 놀라서 냅다 뛰는 바람에 고삐에 발등을 긁혔는데 그만 피부가 홀딱 벗겨졌네요.” 김선생님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씀을 하였지만, 붕대로 감은 발등에는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약을 바르고 치료를 해야 하는데 여름에 단 하루도 쉴 틈이 없는 선생님의 발등은 탈이 나서 방학이 끝날 때는 절뚝거리며 걷는 모습이 몹시 아프신 모양이었습니다. 그러나 방학 동안에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각 마을을 돌아다니신 분입니다. 방학이 끝난 다음 날에 우리 학교는 각 마을별로 시험을 보았습니다. 각 교실에서 시험을 보았지만, 학년 반과 자기 번호가 아닌 마을 이름을 쓰고 자기 이름을 쓰는 것이 달랐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채점을 하는 동안에 운동장에서는 마을별 체육대회가 열려서 이어 달리기가 진행 되었습니다. 마을 별로 방학 동안에 각 마을 별로 연습을 해온 것입니다. 각 마을별 활동 상황은 이미 김선생님이 일일이 각 마을을 돌면서 채점을 하였기 때문에 이미 등수가 정해져 있을 것입니다. 한자 시험과 각 학년별 기준 학력의 시험에서 어떤 점수를 얻느냐에 따라 부락별 등수가 결정 될 것 같습니다. 이튿날 아침 조회에서 교감 선생님은 각 영역별 등수와 종합 점수에서 입상한 부락을 불러 상장을 주었습니다. 우선 방학 동안 활동에서 1등은 우리 버드내가 2등은 한골, 3등은 배골이 차지하였습니다. 기준학력 시험에서는 1등에 기빠리, 2등은 쉬내, 3등은 우리 버드내에서 차지하였으며, 체육활동에서는 1등에 장수동, 2등에는 감나무골, 3등은 갓바위가 차지하여서 상장을 받았습니다. 종합 성적으로는 1등을 우리 버드내가 차지하였고, 2등은 기빠리가 3등은 배골이 차지하여 상을 받았습니다. 교감선생님은 “이번 시험 성적은 방학 동안이 아니라 계속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할 때와 같은 성적이며, 다른 해에 비교하여 평균 점수가 10점 이상 높은 좋은 결과를 나타냈습니다.” 고 칭찬을 하셨습니다. “이번 방학 동안에는 마을 공부방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여서 방학 동안에 집에서 공부를 하지 않아서 점수가 뚝 떨어지는 일이 없이 오히려 점수가 오른 결과를 나타 내어서 대단히 좋아진 것입니다. 이렇게 여러분이 열심히 공부만 하면 언제라도 더 좋은 성적을 나타낼 수 있는 것입니다.” 하시는 교장 선생님의 말씀은 모두 기분이 좋게 만들었습니다. 더구나 우리 마을은 마을이 생긴 뒤로 처음 전교에서 일등을 하여 자랑이라고 하는 이장님의 칭찬을 들으면서 마을 잔치가 열리기까지 하였습니다. 이렇게 마을 공부방을 만들어 공부한 것이 너무 좋은 결과를 얻어서 가장 모범적인 일이라고 해서 서울에서 발행 되는 선생님들의 월간 잡지 [새교실]의 아침자습 문제지를 모은 책의 표지에 우리 학교의 사진이 실렸습니다. 한골 마을의 아이들이 정자나무 그늘 아래에서 공부하고 있는 모습의 사진이었습니다. 동그라미 안에 김영화 선생님의 사진이 실려서 우리 학교의 자랑이 되었습니다. 방학 동안에 이렇게 열심히 공부한 우리 마을과 다른 마을의 아이들은 ‘방학 때마다 이렇게 열심히 공부를 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지난여름 방학이 얼마나 보람찬 것이었는지 그립기만 합니다.
평생 공부를 해야 하는 인간의 숙명 바야흐로 '공부'를 해야 살아남는 시대가 되었다. 평생학습 시대를 살고 있으나 역설적으로 독서력은 떨어지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풍조 또한예전과 다르다. 공부를 해야만 살아 남을 수 있었던 전 세대에 비해서 그렇다는 말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 비해 유난히 교육열이 높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어찌 보면 병적인 집착을 보일 정도로 교육열이 높다. 그것은 절망을 이기는 수단일 수도 있고, 신분 상승의 기회로 작용하는 유일한 통로가 교육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습관이 머리를 이긴다 이 책의 내용을 단 한 줄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SQ (Study Quotient)= IQ(Intelligence Quotient)+ EQ (Emotional Quotient) + α 공부지능 SQ (Study Quotient)는 저자가 만들어낸 용어이다. 즉 공부를 잘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요인들을 합한 것이다. 공부지능의 가장 중요한 것은 IQ다. IQ가 높다고 무조건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니며IQ가 나빠도 공부를 잘할 수 있지만, IQ가 높을수록 유리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암기력, 어휘력, 연산력, 공간지각력, 논리력, 추론력이 필요하고 처리속도도 빨라야 하는데, 이는 다 IQ와 관련이 있는 능력들이다. 전체 공부지능 중 IQ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70퍼센트일 정도로 IQ는 중요하다. (25쪽) 공부의 시작은 암기력에서 비롯됨을 보여주는 책이다. 우수한 성취를 보이는 학생들의 특징은 바로 암기력이라는 것. 한 때 주입식 교육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암기력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음을 필자는 학교 현장에서 날마다 경험하며 살고 있다. 시를 잘 외우는 아이가 수학도 잘한다. 수학 암산을 잘 하는 아이가 탐구수학 문제도 잘한다. 외우는 능력은 곧 처리속도임을 알 수 있다. 인간의 뇌는 최첨단의 컴퓨터이다. 자주 반복해서 외우면 뇌는 그 정보가 중요하다고 인식해서 장기기억에 보관할 가능성이 높다. 장기기억에 저장된 지식이 많아야 꺼내 쓸 수 있으니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그 정보량이 많다. 요즈음 필자는1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루 한 편 동시 외우기, 공부 시작 전 동화 한 권 낭독하기를 하며 암기력이 일취월장한 1학년 아이들을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아이들도 놀라고 나도 놀라는 중이다. 시 외우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동화 책 한 권 낭독하는 시간이 3월 초에 비해 1/10로 줄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틈만 나면 책을 들고 사는 귀여운 아이들 덕분에 혼자서 실실 웃는 시간이 많아졌다. 받아쓰기로 긴 문장을 쓰면서 띄어 쓰기까지 척척 해내는 모습을 보면 교사로서 수확하는 쏠쏠한 열매 앞에 동장군도 무섭지 않다. IQ와 더불어 공부지능을 이끄는 또 다른 요소는 EQ다. 이것은 자신과 타인의 정서를 처리하는 능력이다. 하기 싫어도 참고, 화가 나도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배려하는 것 모두 EQ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자기를 이해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자아를 잃지 않는 능력도 EQ에 의해 좌우된다. 공부지능에서 EQ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30퍼센트에 행당한다. (25쪽) 타고 난 지능은 좋은데 성취도가 낮은 아이들의 특징을 보면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거나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지 못하는 공감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다. 뿐만 아니라 자존감도 낮아서 쉽게 포기하고 좌절한다. 모두 EQ가 낮은 증거다. 친구들의 성취를 축하해 주지도 못하고 시샘하고 질투한다. 심지어 친구들을 따돌리거나 학교폭력의 중심에 서 있는 아이들이 보여주는 문제도 EQ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IQ와 EQ 외에 공부지능을 구성하는 또 다른 요소가 있다. 바로 '집중력'과 '창의력'이다. IQ와 EQ가 공부지능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소라면집중력과 창의력은 공부지능을 더욱 극대화하는 데 필요한 부가적인 요소다. (26쪽) 필자가 가르치는 1학년 학생 중에는 집중력이 매우 높은 학생이 있다. 공부하는 동안 해찰을 하거나 딴짓을 하는 경우를 볼 수조차 없는 학생이다. 5분 집중하기 어려은 1학년의 특성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진지해서 놀랍다. 경청하는 자세부터 질문하기, 메모하기도 고학년 못지 않다. 그림을 그리면 작품이 끝날 때까지 말도 하지 않고 몰입하며 스케치 부터 색칠에 이르기 까지 그 완성도가 높음에 매번 놀라곤 한다. 심지어 자기 책 만들기 작품이 80쪽을 넘겨서 금성초의 대표작이 되어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100인의 작가 키우기' 공모전에 출품될 정도다. 집중력이 높으니 창의력도 높다. 그 학생의 특징은 암기왕에 연습의 대가여서 우람한 나무로 자랄 것임을 예견하며 청출어람의 기쁨을 안겨준다. 능력별로 정점을 찍는 시기가 다르다 2014년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에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실린 적이 있다. 각 능력별로 정점을 찍는 시기를 조사한 것인데,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는 내용들이 제법 많았다. 공부지능 측면에서 IQ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외국어 학습은 7~8세, 뇌 인지능력은 18세에 정점을 찍고, EQ와 관련된 타인의 감정이해력은 40~50대, 갈등해소력은 60세 이후에 최고치에 달한다. 공부지능 중 창의력과 연결시킬 수 있는 과학적 대발견은 40세가 정점이다. (69쪽) 특히 인지능력은 태어날 때부터 시작해 초등학교 때 가장 활발하게 발달한다는 점에서 매우 시사적이다. 가정교육과 유치원, 초등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공부지능 개발의 적기는 초등학교 6년이라고 보면 된다. 조금 더 넓게 잡으면 3~4세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도 포함되지만, 적기를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기간이라 본다면 초등학교 6년이라 할 수 있다. (71쪽) 저자의 말대로라면 초등학교 교육이 한 사람의 공부 인생에 막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100퍼센트 맞는 말이다. 학교 공부를 지속할 수 없는 형편이었음에도 5, 6학년 때의 담임 선생님의 격려와 다독임 덕분에 졸업을 할 수 있었다. 그 후로 이어진 주경야독의 터널을 힘들어하면서도 빠져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초등학교 6년의 학교 교육 덕분이라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교육은 어린 나무를 심어 뿌리를 내려서 제대로 뻗을 수 있게 하는 최적의 시기라는 점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 책을 읽으며 초등교육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기며 우리 아이들에게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니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결코 단순한 직업이 아니다. 이 책은'교육의 수준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오래된 금언은 진리임을 생각하게 한다. 공교육에 몸을 담고 있는 필자이지만 솔직히 고백하면 오늘날 학교교육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을 통해서 만나는 그 많은 선생님들 가운데 교과서가 아닌 인생을, 삶을 가르쳐준 단 한 사람의 스승만 만나도 좌절을 딛고 일어설 수 있으니! 사랑으로 가르쳤는지, 정성을 다해 격려했는지, 정의를 몸으로 보여주었는지, 나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은 심리학과 뇌 과학을 넘나드는 다양한 연구자료 외에도 저자가 직접 가르치고 경험한 사례들을 빼곡히 담고 있어서 신뢰감을 준다. 이론서가 주는 헛헛함과 경험서가 주는 학문의 얕음을 모두 보충해준다. 충분히 검중된 이론을 바탕으로 가르침을 실천한 연구소의 다양한 사례들은 학교 현장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내용들이어서 적용하기 쉽다는 점이 이 책이 주는 최대의 장점이다. 혼수용품에 넣어야 할 책 이 책은 교육심리학서로도 매우 우수하다. 육아지침서로도 충분하다 . 예비신부에게도, 결혼을 하고 아기를 가진 초보 엄마에게도 매우 유익한 책이다. 유대인들이 교육에 성공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준비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결혼하기 전부터 육아서를 읽고 교육을 준비한다고 한다. 아기를 갖기 전부터 준비한다고 한다. 먼저 결혼하기 전에 준비하고, 자식을 갖기 전에 준비하고, 낳기 전에 준비한다. 정신을 가다듬고, 몸을 만드는 오랜 시간을 결혼과 교육에 투자하는 그들의 지혜 덕분에 육아에서도, 교육에서도 성공하는 것이리라. 준비 없이 결혼하지 않고 준비 없이 아기를 낳지 않으며 공부하지 않고는 어버이가 될 생각조차 품지 않는 유대인의 오래된 지혜를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자녀 교육에올인하는 대한민국 열혈 학부모들이 좋아할 책 공부지능 개발의 4단계 '발견-반복-강화-실현 : 공부의욕 스위치를 켜주라! 이 책에는 다양한 팁들이 실려 있다. 각 장마다공부지능을 이루는IQ, EQ,α를 강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실천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신선한 것들도 있어 주목을 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지금 당장 실천해 볼 수 있는 다양한 팁, 자녀의 모습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깊고 넓은 안목을 갖게하기에 결코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지면 상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없으니 일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은 2017년에 읽은 교육용 책 중에서 최상위에 두고 싶다. 결혼한 딸의 태교용 책으로도 좋다. 우리 학교 선생님들께 겨울방학 권장도서로 적극 추천할 생각이었는데, 책을 좋아하는 교장 선생님(최종호) 께 말씀드렸더니 성탄절 선물로 선생님들께 안겨주신다고 흔쾌히 약속하셨다. 학교장이 책을 즐겨 읽고 좋아하는 모습은 필자가 뽑는 최고의 관리자이기도 하다. 책은 교육의 시작과 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지 않는 관리자는 고집불통이거나 편협하거나 독단적임을 경험으로 배웠다. 집단사고조차 되지 않아서 권위적이거나 권한을 남용하거나 함부로 휘두르기까지 한다. 통찰력의 시작이 지적인 능력이고 그 능력을 채우는 데는 책보다 나은 선택이 없다. 그러니 책을 읽지 않거나 좋아하지 않는 관리자나 리더를 만나는 조직은 출발부터 불행하다. 그래서 인문학의 시작이 책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연한 사고력과 정의로운 판단력, 청렴함의 씨앗은 바로 인문학적 상상력을 불러오는 책이기 때문이다. 내 인생 최고의 선택, 무명교사로 살기 지금 우리 1학년 9명 아이들의 공부지능은 쑥쑥 자라는 중이다. 하나를 가르치면 두 개 이상은 성취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아이들의 놀라운 모습에서 우리 교육의 아름다운 미래를 확신하는 중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명교사로 살기를 참 잘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 교실에서 마지막까지 시간을 아끼며 아이들의 웃음 속에공부지능으로 똘똘 뭉쳐진 제자들을 기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시와 동화책을 읽어주는 순간에 빛나는 초롱한 눈동자를 보는 기쁨을 교직의 마지막 순간까지 누릴 수 있는 천운에 눈물나게 감사하는 중이다. 자신의 인생을 충실하게,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제자들로 자라기를 빌며 어린 나무의 밑둥을 다져주는 이 일에 온 마음을 다할 수 있는 교실에서 누리는 아름다운 기쁨에 감사하는 중이다. 더구나 인문영재반 5, 6학년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내용을 조금만 쉬운 언어로 가르쳐주면 신기해하며 알아듣는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 'E형 인간'을 읽고 쉽게 설명해 주었는데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까지 하는 아이도 있었다. 지식의 구조를 학문적으로 설명한 브루너의 선견지명에 다시금 탄복한다. 아무리 어려운 개념도 학생의 수준에 맞게 가르치면 된다는 그의 이론을 적용하며 나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곤 한다. 오히려 순수하기 때문에, 스펀지 같기 때문에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그만큼 받아들이는 속도와 깊이가 깊어서 쪼그만 1학년 아이들에게서 맹자의 삼락을 찾는 이 기쁨을 누가 알랴! 내일이나 모레쯤 우리 반 1학년 아이들에게 이 책의 내용을 쉽게 설명해 줄 생각이다. 그들의 뇌세포는 필자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에 용어의 선택만 쉽게 풀이해주면 다 알아듣는다. 요즈음 우리 반 아이들의 구호가 바뀌었다. 공감력이 높은 "E형 인간'으로 바뀌었다. 지난번 『E형 인간』 책을 읽고 설명을 해주었더니 자기들도 그렇게 되고 싶다며, 밥을 먹을 때에도 필자가 "1학년"하면 아이들은 "E형 인간"을 외치며 수저를 드는 풍경이라니!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다음 번 구호는 아마도 "공부지능"이 될 것 같은 행복한 예감이 든다. 이 책은 우리의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을 들여다보며 반성할 대목들이 많음을 보여준다. 성과주의에 매몰되어 결과에 집착하는 조급증을 반성케 한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선생님에게도꼭 필요한책이다. 어떻게 하면 공부를 좋아하게, 효율적으로 성취하게 만들 것인지 고민하는 것은 부모나 선생님의 공통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알고 실천에 옮기는 비율이 5퍼센트라고 한다. 좋은 책, 새로운 정보를 읽지 않으면 그 5퍼센트마저 건질 수 없다. 아니 마이너스 쪽으로 퇴보하여 내리막길을 내닫는 데는 가속도가 붙어 제어할 수도 없는 게 인생의 진리이다. 인간은 평생 공부지능을 가꾸고 사랑해야 할 운명이 아닐까. '습관이 운명을 만든다. ' 마거릿 대처 수상이 한 말이다. 책 읽는 습관, 공부지능을 살리는 습관이 교육의 질을 좌우한다. 삶의 질을 바꾸고도 남는다. 제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슬기롭게 넘을 수 있는최고의 무기는 공부지능이니 아날로그적 독서에 좋은 책이다. 다시 한 번 일독을 권하고 싶다.
교육부가 시범운영을 거쳐 2022년까지 고교학점제를 전면 도입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25학년도 대학입시도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이는 중학교의 자유학기제 등을 거치며 진로에 대한 방향을 설정한 후, 고교에 입학해 흥미나 적성에 따라 문·이과 구분 없이 수업을 듣게 함으로써 진로 선택에 도움이 되도록 하자는 취지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융합형 창의 인재 양성을 위해 더 이상 획일화된 학년제, 단위제 교육과정을 유지할 수 없다는 인식이 바탕이다. 또한 대입경쟁에 매몰된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고 공교육 정상화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의도도 담겨있다. 하지만 문제는 2022년까지 4년 남짓한 기간 동안 교육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만큼 준비가 가능하냐는 점이다. 실제로 고교학점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일부 학교는 교사수급이나 교육활동 공간 등 인프라 문제로 고충이 컸다고 한다. 또 대학입시에 유리한 과목으로의 쏠림현상과 내신 유불리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 일반 교육과정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나타났다. 고교학점제와 유사한 ‘교과 공동교육과정’을 시범 운영한 한 교육청이 교사수급 문제와 학생 이동, 번잡한 행정 업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유념해야 할 사례다. 고교학점제는 내신평가, 대학입시, 특목고 및 자사고 존폐, 도농격차 등과 맞물려 교육체계를 흔들 수 있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를 갖고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도농 간 교육격차로 인해 대도시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교육판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 사안을 두고 대통령 공약임을 내세워 임기 내에 가시적인 실적을 내야한다는 조급함은 금물이다. 그럴 경우 기대 효과가 반감되는 것은 물론이고 교육현장에 더 큰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해마다 이맘때면 학교는 맘이 편치 못하다. ‘11월의 괴담’이라 할 만큼 교사들을 긴장시키고 스트레스를 주는 ‘교원평가제’ 때문이다. 교원평가는 교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일단 취지는 좋다. 학생들의 학습욕구와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는 교사들부터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탐구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취지’가 애초의 설계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의 교원평가는 교사의 전문성을 향상시키기보다는 사기만 떨어뜨리고 있다. 욕설·인신공격 난무하는 교원평가 이번 11월에 실시된 교원평가도 여지없이 심각한 문제점이 노출됐다. 소위 자유서술식 평가 항목인 주관식 평가에 악플 수준의 욕설이 난무한 것이다. 물론 교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거나 수업의 개선점을 적은 학생들도 많다. 그러나 ‘익명’을 악용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적은 경우도 많다. 한 언론 기사에 공개된 "이 ○○○은 그냥 (학교에서) 나가야 함", "성형 너무 티가 나서 거슬려요" 등등은 인신공격에 가깝다. 교육부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늦게나마 파악하고 욕설이나 비속어 등을 ‘금칙어’로 설정해 결과지에 보이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욕설 중간에 띄어쓰기를 하거나 기호를 삽입해 이를 피한다. 결국 교육부의 조치도 탁상행정에 불과한 것이다. 교원평가는 ‘평가를 통한 전문성 향상’이라는 본래의 취지와 기능을 못하고 있다. 특히 교원평가에서 평균 2.5점 이하 점수를 받은 교사들에게 강제되는 ‘능력향상연수’는 치명적일 정도로 해당 교사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 왜냐하면 이 연수는 교육자로서 절차탁마했던 소중한 정체성을 뒤흔들어버리기 때문이다. 이 연수를 받아야 한다는 고통과 자괴감으로 30년 넘는 교단생활을 접은 교사도 있다. 게다가 이 문제는 학생지도부 소속 교사들의 품귀 현상을 초래하기도 한다. 벌점을 주거나 야단을 치는 교사들은 높은 점수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실력보다는 재미있는 교사, 엄격하게 지도하기보다는 느슨하게 지도하는 교사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 사정이 이러한데 과연 누가 이 ‘악역’을 도맡아 ‘능력향상연수’까지 받는 고통의 기관차를 타겠는가. 교단 황폐화, 더는 외면 말라 많은 선진국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평가는 수업 개선을 위한 참고사항이다. 대체로 수업을 참관한 뒤 해당 교사와 면담을 하고 교사의 지도방식에 대해 건의하는 정도다. 적어도 우리나라처럼 교원평가가 교사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게 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교원평가가 도입된 이래 이러한 상황은 반복되고 있으며 여기서 초래되는 폐단으로 교단은 점점 더 황폐해지고 있다. 현실이 이런데도 교육당국은 교원평가를 폐지하거나 적어도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교사들의 의견에 귀를 막고 있다. 참여율만 높이기 위해 급급할 뿐이다. 이제라도 교육당국은 기억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교원평가로는 교사들이 결코 행복할 수 없고, 그런 교사의 고통은 학생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11월의 괴담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한국교육신문 윤문영 기자]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이하 시도교육감협)가 학칙에 상벌, 두발복장, 휴대폰 사용 등의 내용을 담도록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조항의 삭제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일선에서는 학생인권조례와 충돌되는 법적 근거를 제거하려는 시도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도교육감협은 지난달 30일 전북교육청에서 가진 정기총회에서 학칙 기재사항을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조 중 제7항의 삭제를 안건으로 협의할 예정이었다. 제7항에는 ‘학생 포상·징계, 두발·복장 등 용모, 소지품 검사, 휴대전화 사용 등 학생의 학교생활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시도교육감협은 해당 조항이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 4에서 명시한 학생의 인권보장과 어긋난다고 제안 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날 총회에서는 여러 긴급사안이 올라와 해당안건이 논의되지 못했다. 시도교육감협 관계자는 "당초 안건으로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특성화고 현장 실습, 초등교실 어린이집 설치 등 긴급 안건들이 올라와 미뤄졌다"며 "실무협의회에서 부분합의 의견으로 총회에 올라온 안건들은 다음 총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음 총회는 2018년 1월 11일 광주에서 열릴 예정이다. 시도교육감협의 이같은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 일선 현장은 사실상 학생지도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며 반발한다. 서울 A고 김 모 교사는 "용모나 휴대전화 사용 제한 등을 학칙으로 정하는 것은 학생들을 억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많은 학생들의 교육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학칙마저 사실상 없애겠다는 것은 교육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은데 학교 현장을 너무 모르고 정책을 추진하려 한다"며 비판했다. 서울 B중 이 모 교사도 "학칙마저 없애면 생활지도 자체를 못하는 것"이라며 "기본이 무너진 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그럼에도 문제가 생기면 결국 교사가 모두 책임을 져야 할텐데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결국 이번 협의는 학생인권조례 반발의 가장 큰 빌미인 상위법과의 충돌 근거를 없애려는 의도로 지적되고 있다. 두발 규제 등은 학생인권조례에서는 금지하고 있지만 상위법인 시행령에서는 학교장이 이같은 사항을 반영한 학칙 개정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서울, 전북 등은 학생인권조례를 두고 교육부가 상위법 위반 등을 들어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해 논란을 낳은 바 있다. 또 경남, 강원, 충북 등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시도하는 지역에서도 여전히 이를 둘러싸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번 시도교육감협의 논의는 단위학교의 자율적 운영 자체를 가로막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동석 교총 정책본부장은 "시도 교육청에서 학생인권조례를 통해 학칙 사항을 제한하려는 것은 우려스럽다"며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확대해 학교 실정에 맞는 학칙을 제정해 운영하라는 당초 법의 취지를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시행령에서는 학교장이 학칙을 제·개정할 때 학생, 학부모, 교원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현재 시도의 학생인권조례에서 학칙 등 학교 규정을 정하도록 한 것과도 배치된다는 비판이다. 서울, 전북 등의 조례에는 두발, 용모 등에 대해 학칙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타인의 인권 침해시 학칙에 따른 책임을 지도록 했다. 서울의 경우, 학생의 의사에 반해 복장, 두발 등 용모에 대해 규제해서는 안되지만 복장에 대해 학칙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또 학생의 휴대폰을 비롯해 전자기기의 소지나 사용 자체를 금지해서는 안되지만 교육활동과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을 위해 학칙으로 전자기기 사용과 소지의 시간, 장소를 규제할 수 있다고 했다. 더 나아가 시도교육감협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교육자치의 최종 목표는 교육부에서 교육청으로, 교육청에서 학교로 이어지는 권한 배분을 통해 학교 자치와 학교 민주주의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경기 C고 교사는 "학교자치를 목표로 하면서 학칙을 부정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도교육감협은 이날 총회결과 5급 공무원에 대한 성과급적 연봉제를 제외하기 위해 지방공무원 보수규정 개정을 행정안전부에 제안하기로 했다. 또 지방자치단체장이 추천하는 교육공무직원도 정부 포상 대상자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정부포상업무지침의 개정도 제안하기로 했다.
지난 9월 13일 ‘일본군 성노예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가 1300회를 맞은 때만 해도 위안부 피해 할머니 수는 35명이었다. 두 달 넘게 지난 지금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33명으로 줄었다. 11월 1일과 11일 두 분 할머니가 세상을 달리 했기 때문이다. 올해에만 7명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지난 해 2월 24일 위안부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귀향’이 개봉했을 때만 해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생존자는 45명이었다. 358만 명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되었던 영화 ‘귀향’ 이후 1년 9개월 남짓 지나는 사이 10명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한많은 이 세상과 작별했다. 그렇게 일본군 만행의 확실한 증거라 할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속속 세상을 뜨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은 여전히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 지점에서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는 유의미한 영화로 다가온다. 9월 21일 개봉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큰데, 흥행 성공까지 했다. 손익분기점인 180만 명을 훌쩍 넘겨 327만 1862명을 극장으로 불러모은 것. ‘아이 캔 스피크’의 흥행 성공은 여느 상업영화들의 그것과 다른 의미가 있다. ‘귀향’이 그랬듯 일본군 만행과 함께 우리 민족의 비극적 역사를 각인시키거나 되돌아보게 하는 단초가 될 수 있어서다. 사실상 한국형 블록버스터 ‘남한산성’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킹스맨: 골든서클’, 뜻밖의 대박을 일군 ‘범죄도시’ 등 추석대목 영화대전에서 거둔 성적이라 각별해 보이기도 한다. ‘아이 캔 스피크’의 흥행 성공에는 또 다른 긍정적 의미가 있다. 추동력 확보가 그것이다. ‘아이 캔 스피크’의 흥행 성공이 앞으로도 위안부 소재의 상업영화 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마침 김해숙⋅김희애를 주연으로 한 민규동 감독의 ‘허스토리’ 제작이나 ‘군함도’ 제작사 외유내강의 ‘환향’ 기획 소식이 전해졌다. ‘아이 캔 스피크’의 시나리오는 CJ문화재단이 주관하고 여성가족부가 후원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시나리오공모전’ 당선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 캔 스피크’는 실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와 고(故) 김군자 할머니의 증언을 계기로 2007년 미하원에서 채택된 ‘일본군 위안부 사죄결의안’을 모티브 삼은 영화이기도 하다.영화의 시작은 단순하고 유쾌하다. 일삼아 민원을 넣는 나옥분(나문희) 할머니와 명진구청 9급 공무원 박민재(이제훈)가 티격태격하고 있어서다. 그 틈틈이 “하여튼 이 나라 공무원놈들…”이라커니 “공무원 신조 나대지 말자”나 “할머니 없으면 구청 직원들 할 일도 없어요” 같은 대사를 날리며 은근히 공직사회의 복지부동 따위를 까발리기도 한다. 전혀 어울릴 것같지 않은 두 캐릭터의 충돌은, 그러나 세상에 둘도 없는 환상적인 조합을 이루어낸다. 그 끈이 영어다. 영화시작 40분쯤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영어 가르치기와 배우기가 시작된다. 다름 아닌 “아버지가 술 드시고 실수하신” 덕에 세상과 만난 고딩 남동생을 옥분이 돌봐주는 걸 보고 내린 결정이다. 옥분이 영어를 배우는 것은 미국에 사는 남동생과 말하기 위해서이지만, 알고보니 그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다. 옥분은 자살하려던 자신을 구해준 친구 정심(손숙)과 다르게 나라에 등록하지 않고 과거도 숨긴 채 살아왔다. 남동생이 모르는 사람이라며 잡아뗀 것도 누나가 위안부였기 때문이다. 그 점은 어머니 산소에 찾아가 “불쌍한 내 새끼 욕봤다 한마디만 하지 왜 그러고 갔어”하며 우는 옥분의 모습에서도 확인된다. 그러니까 옥분은 가족에게조차 버림받은 위안부 할머니인 것이다. 할머니가 시장통에서 오지랖 떠는 것도 외로워서다. 미하원 청문회에서의 영어로 하는 증언이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은 그래서다. ‘아이 캔 스피크’(증언하겠습니다)는, 그러나 민재가 청문회 현장에 나타나서야 비로소 시작된다. 끝까지세상에 둘도 없는 환상적인 조합을 이루어낸 것이다. 영화는 “도대체 돈을 얼마나 요구하는거냐?” 따위 일본측 매도와 남매 상봉, 그리고 청문회 참가자들이 옥분에게 미안하다며 악수하는 장면 등 여러 곳에서 콧등을 시큰하게 만든다. 구청 직원과 시장 사람들이 보여주는 이웃의 격려와 성원도 훈훈하게 다가온다. 여느 위안부 소재 영화같지 않은 모습인데, ‘아이 캔 스피크’의 수확이라 할만하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튼실한 시나리오에 그것을 극적으로 잘 버무린 연출이다. 우회적 화법으로 정곡을 찌르면서도 따뜻한 시선이라 할까, ‘아이 캔 스피크’는 일본군 위안부를 단순히 피해 할머니들만의 상처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로 공감케하는 영화이다. 327만 1862명에 그친 관객 수가 오히려 아쉽게 생각될 정도이다. 만 76세 노배우 나문희 연기는 전혀 논란의 여지가 없지만, 그것과 별도로 옥분 대사에 표준어가 섞여 100% 매끄럽지 못한 점은 좀 아쉽다. 밀봉하지 않은 봉투에 현금(달러)을 넣어 문틈에 끼워 놓은 것 역시 마찬가지다. “당신의 미래를 위해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다”는 구청 동료 아영(정연주)의 고백도 사족으로 보인다.
올해 새 교장 선생님이 부임하셨다. 부임 첫 날부터 지인들의 방문이 거의 하루도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인품이 훌륭하신 분이란 것은 예전에 임시 교사로 같이 근무할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 면모를 확인하니 더욱더 감동이 밀려왔고 절로 존경의 마음까지 생겼다. 오랜 교직생활을 하면서 훌륭하신 분들을 많이 만나고 헤어졌지만 새로 부임하신 교장 선생님은 거의 최상급에 가까울 정도로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직원을 대하는 태도가 남다르다. 학생들에게는 늘 자애로운 분이다. 어느 날인가는 어디서 피자 냄새가 진동해서 출처를 알아보니 교장실이다. 교무부장이라 업무상 자주 뵙는데 그 날은 방송반 아이들을 격려하는 자리였다. 피자를 먹으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으로 좋아 보인다. 그 뿐이 아니다. 전교어린이회에서 결정된 모든 안건은 가급적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업무 수첩에 일일이 깨알같이 적고 곧바로 시행하신다. 아이들의 목소리는 다양하다. “축구골대 네트를 고쳐주세요. 연못에 물고기를 다양하게 넣어주세요. 정문이 위험하니 차량 출입을 통제해주세요.” 등 모두 아이들의 복지와 정서 그리고 안전에 연결된 현실적인 문제다. 며칠 전, 첫 눈이 왔다. 교정에도 하얀 눈이 수북이 쌓였다. 교장 선생님은 손수 빗자루를 들고 아이들이 등교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눈을 깔끔하게 치우셨다. 아이들과의 아침 맞이는 교장 선생님이 담당하신다. 새롭게 변한 학교 분위기가 처음에는 구성원들에게 어색했지만 이제는 점차 익숙해졌다. 관리자의 작은 배려와 봉사의 리더십이 학교 현장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교직 생활을 한지도 벌써 오랜 세월이 흘렀다. 속 모르는 사람들은 교직이 다른 직업에 비해 안정되어 있고 스트레스도 별로 없는 직업이라고 하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교직은 매우 힘들고 외로운 직업이다. 몇 해 전, 어느 교수님께서 쓰신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 라는 책을 읽어보니 교사들은 아이들과의 상호작용, 동료 교사와의 관계 그리고 관리자와의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한다는 보고를 본 적이 있다. 그러기에 동료 교사나 관리자와의 원만한 인간관계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작은 친절과 관심에 민감하고 그러한 것 때문에 힘이 생기고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칠 수 있다. 늘 존중과 배려로 교육 공동체를 대하는 우리 학교 교장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어떤 교장 선생님께서는 수업을 마치고 다시 한 번 글쓰기로 정리를 하도록 지도하신다. 이 글도 인성교육 소감으로 원우진 학생이 쓴 글이다. 지난 번 수요일에 전남 생명과학고에서 김광섭 선생님의 진로ㆍ인성교육 수업을 들으러 갔다. 김광섭 선생님께서는 일본으로 강연도 다니시고 책도 내신 의외로 대단하신 분이었다. 심지어 책은 1년에 한 권씩 내는 걸 목표로 계속 1년 마다 책을 출판하신다고 들었다. 김광섭 선생님께서는 우리에게 주로 '공부하는 법'을 알려주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말로는 하루에 단어를 100개를 외우면 다음 날이면 40개 밖에 기억에 남지 않지만, 하루에 단어를 10개씩 외우면 4일이나 걸린다고 단어를 최대한 많이 외우라고 하셨고, 공부는 엉덩이 싸움이라고 하셨다. 그 말의 의미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잘 하고의 문제는 누가 얼마나 오랫동안 꾹 참고 자리에 오래 앉아 있고, 또한 집중을 잘하느냐를 말씀하신 것 같다. 그리고 진로 인성교육인 만큼 진로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셨는데 그 중에서는 진빵 얘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반죽일 때는 어떤 모양으로도 만들 수 있지만 한 번 찐빵이 되버리면 다시 반죽으로 되돌아 올 수 없다고 하셨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진로는 후회없이 정말 잘 선택해야겠다고 생각함과 동시에 내 특기와 적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김광섭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일단 기본적인 공부가 돼야한다는 걸 느꼈고, 또 김광섭 선생님의 경험이나 또는 사연 같은 것을 듣고 성공하려면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고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과거 어느 시대나 사회에서에서도 그랬듯이, 특정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자기가 살았던 시대가 가장 어렵고 혹독한 시대라고 생각한다. 교육 분야도 예외가 아니어서 매 시대마다 교육의 위기가 거론되었다. 그래서 오늘날의 우리 학교 교육도 여전히 위기상황으로 회자되고 있다. 교육의 변화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실제로 우리 교육계 내외에서는 1990년을 전후하여 공교육에 대한 문제와 비판이 제기되다가, 90년대 말부터 공교육에 대한 우려와 자성이 본격화되면서 ‘교실이 무너지고 있다(교실붕괴)’, ‘교육은 없다’, ‘학교붕괴’ 등과 같은 과격한 표현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매스컴에서는 왕따, 학교폭력, 기초학력 저하, 교실붕괴 등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면서 공교육의 위기를 지적했다. 특히 학생들이 학교를 싫어하는 이유로는 첫째 수업이 재미없고, 둘째 지나치게 엄격하고 획일적인 틀 속에 학생들을 가두고 있으며, 셋째 성적으로 줄을 세워 차별하고, 넷째 가르치는 것에 속도감도 없고 참신함이 없으며, 다섯째 시대낙후적인 교육내용과 방법을 강요하고, 여섯째 배울 의욕이 없는 아이들조차 학교가 무리하게 붙들고 있기 때문인 것 등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교육은 여전히 변화에 둔감하다. 즉, 포스트모던한 청소년 세대들을 여전히 상당 부분, 근대적인 공교육 체제와 방식으로 지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90년대에 들어 등장한 이른바 신세대문화는 자신들의 자율적인 주권을 강도 높게 표출하고 기존의 질서를 해체시키면서 변화무쌍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오늘날 청소년들의 다양한 삶의 양식들은 그들의 복장·노래·언어·태도 등을 통해 자유롭게 분출되고 있다. 교사나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행태들이 상당 부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즉, 세상은 계속 변화하여 포스트모던한 사회로 이행하고 있는데, 학교와 학부모는 여전히 모더니즘적인 사유의 틀로 포스트모던한 청소년들의 행태를 판단하려고 드니 상호불신이 쌓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재미’가 없으면 행동하려 하지 않는 청소년 이처럼 오늘날 청소년들의 가치관은 근대 사회의 청소년들의 가치관과는 전적으로 다르다. 이것과 관련해 공교육을 반성해볼 하나의 예를 들어 보기로 한다. 요즘의 포스트모던 사회의 청소년들은 ‘재미’라고 하는 것에 크나큰 가치를 부여한다. 그러나 근대 사회의 청소년들은 ‘재미’라고 하는 것에 크나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다. 출세하고 잘 살기 위해서는 싫어도 노동하고 공부해야 하는 것이 그 시대의 삶의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청 소년들은 ‘재미’가 있는 것에는 철저하게 몰두하지만, 반면에 ‘재미’라고 하는 요소가 결여되면 그것이 무엇이든 철저하게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근대사회와 포스트모던 사회의 청소년들 간의 차이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를 무시한 채, 오늘날의 공교육은 여전히 입시위주의 재미없고 관심도 없는 지식주입 교육에 의존하는 등 근대적인 방식으로 자유분방한 학생들을 가르치려 하기 때문에 많은 학생이 학교 교육에 등을 돌리게 되고, 결국 이것이 학교붕괴 등과 같은 공교육의 위기로 연결된다. 시대착오적 교육방법에서 벗어나자 이렇게 보면, 우리의 공교육 현장은 교육시설, 교육내용과 방법, 교사의 학생지도방식 등에 있어서 상당 부분 여전히 시대착오적인 근대적 교육방식에 머물러 있어 그러한 교육체제에 코드가 맞지 않는 청소년들이 학교 교육에 등을 돌리는 것이 어쩌면 지극히 당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교육현장은 지능정보화 사회에 맞지 않는 근대적인 입시방식과, 그에 따른 교육방식이 여전히 주종을 이루고 있다. 청소년들은 이미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에 빠져들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현시점에서의 교육은 유비쿼터스·빅 데이터·클라우드·웹 플렛폼을 활용한 교육방법으로 시대변화에 대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앞서가는 청소년들의 코드에 맞추어야만 공교육이 활력을 찾을 것이다. 그래야 흥미를 느낄 것이 아닌가? 이처럼 시대변화에 걸맞은 획기적인 교육제도와 방식의 변화가 있어야만 공교육은 그 생명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성낙인 서울대총장은 지난 11월 9일 한국교총 70주년 교육대토론회 기조강연에서 ▲교원전문성 향상 ▲교권확립 ▲공공선 실현에 앞장서는 교원단체 ▲존경과 신뢰받는 교사상 정립 등을 교총의 미래비전으로 제시했다. 성 총장은 이날 “교총은 우리나라 교육역사를 써내려간 최대·최고의 교원단체로서 교육 발전에 긍정적 인 영향을 끼쳤다”며 지난 70년을 평가했다. 그러면서 “교총은 이제 100년의 미래를 내다보는 정체성 확립과 발전적인 미래상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대한민국이 교육입국을 실현할 수 있도록 교총이 앞장 서줄 것을 당부했다. 다음은 ‘한국교총 70주년 성찰과 미래 대한민국 교육 30년의 길’을 주제로 한 성 총장 의 기조강연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구국의 등불로 밝힌 한국교총 70년 한 나라의 미래를 알고자 한다면 그 나라 학생들이 어떤 교육을 받고 있는지 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인재를 길러내 한 나라의 미래를 창조하는 과업은 교육에서 시작해서 교육으로 완성된다는 자명한 진리를 일깨워주는 말이다. 모름지기 교육이란 그 어떤 요인보다도 교육자의 의지와 노력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근대교육의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새로운 교육의 씨앗을 뿌리고 구국의 등불 역할을 해온 교원들 의 헌신적인 자세와 노력으로 국가재건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1947년에 창립된 한국교총은 광복 이후 정부수립보다 앞서 창립되었으며 우리나라 교육역사를 써내려간 우리나라 최대·최고의 교원단체로서 교육발전에 이바지했다. 한국교총은 설립 이후 전문직주의를 표방하며 교직의 전문성 신장, 교원의 경제적 지위 향상, 복지 후생 확충뿐만 아니라 교권 신장 및 윤리 확립을 비롯한 교육 여건 개선 등을 위한 활동을 수행해 왔다. 한국교총은 설립 이후 일관성 있게 전문직주의를 표방하며 교직의 전문성 신장, 교원의 경제적 지위 향상, 복지 후생 확충뿐만 아니라 교권 신장 및 윤리 확립을 비롯한 교육제도 쇄신, 교육 여건 개선 등을 위한 활동을 수행해 왔다. 또한 연구활동과 국제 교류 강화를 통한 교직의 위상 제고 등을 위해서도 부단히 노력했다. 그 대표적인 활동으로 현장연구 대회, 원격교육연수원 설립, 교육세 도입을 통한 안정적 교육재정확보 기반 마련, 유·초·중등 단일호봉제 도입, 사립학교연금제도 신설, 교원윤리강령 제정, 단체교섭·협의 확보 등이 있다. 그러나 일부 국민에게는 교육권보다 ‘자기들의 이익 관철’이라는 모습으로 비춰져 낮은 신뢰의 눈길을 받기도 했다. 지나친 집단 이기주의나 편협한 주장 등으로 보여져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1999년 7월 교원노조 결성권이 합법화됨에 따라 한국교총은 유일한 합법적 교원단체로서의 활동을 마감하게 되고, 복수 교원단체 시대를 맞았다. 교원단체의 복수화로 단체별 성격과 역할이 다른 계층·단체 사이에 활동이 전개됨으로써 교육현안에 따라 혼란과 갈등이 심화되기도 했다. 이로 인하여 한국교총의 정치적·사회적 입지 또한 좁아졌다. 하지만 한국교총은 조직 강화와 다양한 회세 확장 활동 등을 벌이며 조직을 안정화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으며, 교육 본연의 활동을 강화하여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최근 10여 년 간 회원 수가 증가했으며, 사회적 영향력이 되었다. 한국교총은 여전히 최대·최고의 교원단체로서 교원정책과 한국 교육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뿌리조직인 12,000여 개의 학교분회와 190여 개의 시·군·구 교총, 17개 시·도 교총을 아우르는 중앙단체로서 교원이 전문직에 부합하는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가질 수 있도록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또한 ‘교원의 지위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 따라 중앙정부와 매년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 법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변화의 시대, 교육을 위한 자치 고민해야 그러나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이 법적으로 인정되고 이에 따라 전교조가 공식적인 법적 기구로 보호받는 상황이 되면서 건국 이래 지난 반세기에 걸쳐서 단일한 교원단체로서 누려왔던 한국교총의 위상도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처럼 변화하는 법과 제도에 비추어 한국교총도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할 책무를 가지게 됐다. 한국교총은 전교조와 그 탄생에서부터 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그 구성원이 다 같은 교원이라는 점에서 일정한 범위에서 협치도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그 탄생의 차이라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협치와 더불어 한국교총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방향이 무엇인지도 숙고할 시점이다. 새로운 시대적 변화는 교육자치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교육감은 주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따라 선출하게 됐다. 하지만 교육감직선제는 많은 문제점을 야기했다. 교육감직선제를 시행하면서도 교육감에 대한 정당공천제가 헌법상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이유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교육감직선제는 나름 타당성을 가지지만 지방자치 단체장 특히 광역단체장 선거에 매몰된 지방자치 선거에서 교육감 후보자가 누구인지 어떤 성향을 가진지도 모르는 깜깜이 선거가 진행되어 왔다. 이에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관련 법률을 개정하여 교육감 후보와 광역단체장 후보가 정책적으로 연대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교총도 이러한 일에 방관자적 자세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여야 할 것이다. 공공선에 근거한 교원단체 활동 패러다임 정립 개인적으로는 오늘날 한국 교육의 부정적인 모습들은 선(善)의지의 부족과 배타적 개인주의와 집단적 이기주의의 발로에서 시작한다고 본다. 우리 사회에서 선의지를 구현하기 위해 배타적 개인주의나 집단적 이기주의를 과감하게 떨쳐버리고, 모두가 다함께 발전 하는 선한 공동체주의를 배양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지나친 경쟁이 인간의 ‘선의지’를 침해하고 있다. 또한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현상은 사회 발전의 원동력 이었던 역동성과 다양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있다. 우리 헌법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인간상에 기초한 인간의 존엄을 최고의 가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기초하여 인성을 회복함으로써 인류에 대한 배려심과 이타심(altruism)을 복원시켜야 한다. 수많은 개인과 집단들이 서로 존중하고,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며, 인류에 대한 배려와 이타심을 복원하는 선의지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공동선을 확립해야 한다. 이러한 선의지의 확립은 대학에서의 교육보다는 유아교육, 초·중·고 교육에서의 인성 교육이 더욱 중요하다. 초·중등 교육을 통해서 한 사람의 인성과 품성의 기본이 형성되고 더불어 살아가는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기본 자질이 길러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의 주체인 일선학교 선생님들의 교육관, 교육방법, 역량, 자질 등이 중요하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고귀한 선의지를 확립하고 선한 인재로 자라날 수 있도록 하는 최일선 첨병이다. 앞으로 한국교총의 활동 또한 무엇보다도 이러한 공공선을 실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교육 문제에 관한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어서는 안된다. 이를 1991년에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으로 제정하고 2015년에는 ‘교원의 지위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으로 확대, 강화하는 등 교권보호를 위한 한국교총의 노력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또한 여러가지 교육 현안 과제들이나 쟁점들을 둘러싸고 집단이기주의적인 요구로 흐르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무엇보다도 학교교육의 질 향상(Quality School)을 통한 우수 인재양성이라는 공공선 실현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학교교육의 질을 거양할 수 있도록 교육여건 개선과 교원의 전문적 자질 향상, 그리고 교원의 사회적·경제적 지위향상에 보다 무게중심을 둬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한국교총은 이익단체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그들만의 이익을 대변하는’ 압력단체 수준을 넘어서서 공공선을 실현하는 주체로서 학생·학부모에게 신뢰와 지지를 받을 때 국민에게 희망과 꿈을 주고, 교육입국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교직의 전문직 주의의 확립과 교권 보호 아울러 교원의 전문성 향상과 교권보호는 가장 우선돼야 할 가치이다. 아시다시피 교직은 전문직이다. 전문직에게 부합하는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다. 교직의 성격을 규정짓는 본질적 사안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다는 1차적인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본질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어떠한 교육관련 구호도 논리와 설득력을 가지지 못할 것이다. 이와 같이 교원의 전문성과 자질은 질 높은 교육의 전제이자, 존경과 신뢰, 교권 존중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교총의 활동 또한 교원들이 이러한 본질적 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무엇보다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러한 전문직으로서의 교직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원들의 실제 학교교육에 있어 높은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학생들의 잠재력 개발과 소질 개발을 위해 최선을 다해 왔는지 겸허한 반성이 이루어져야 하며, 나의 행동 하나하나가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인지하며, 모범적인 선생님이 되도록 세심하게 유의해야 한다. 교원들이 스스로 큰 책임의식을 느끼고 개선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먼저 가져야만 전문성 또한 향상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뉴스를 보면 여교사에 대한 성희롱 발생, 폭력 행사 등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넘쳐난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아니한다’는 선생님에 대한 경외와 존경으로 상징되 는 말을 차치하고서라도 기본적인 관계마저 무너져버린 현실을 목도하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다원화되고 개인화되어가는 사회 속에서 일부 버릇없고 기본적 소양이 되지 않은 학생들에 의해 발생한 예외적인 사건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으나, 그렇게 단순히 넘어갈 수는 없다. 실제 교육현장의 교권 추락은 심각하다. 최근 3년 간 교육부에 접수된 폭행, 폭언·욕설, 성희롱, 수업방해,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사건은 1만 2천여 건이 훌쩍 넘어선다. 교권의 추락은 교원이 사명감과 긍지를 가지고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학교 교육력을 저하시키므로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그 피해는 교원뿐만 아니라 결국 학생들과 우리 사회에 되돌아온다. 교권 수호 대책이 필요하다. 교직을 천직으로 여길 수 있는, 교직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간 교육 당국이 이를 위해 수없이 많은 정책을 제시했으나 교권은 계속 추락해 왔다. 공교육 회생은 교사와 학생 간 신뢰가 회복되고 교권이 확립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교권이 무너진 교육현장에는 교육이 존재할 수 없다. 교원을 대표하는 단체로서 교단의 교육활동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상황에 대하여 학생의 학 습권과 교수권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대응을 해나가야 한다. 교권이 바로 설 때 비로소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다. 교권 확립을 위한 이면에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각종 교권침해 사례에서 교원들을 보호해 주고 이를 격려해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교총이 이들의 법적 보호를 위해 교권 옹호 기금을 마련하여 소송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교권 옹호를 위한 법률구조 서비스의 선진화라 할 수 있다. 교권 확립을 위해서는 교육 현장에서 교원들이 편안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본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첫째, 교원의 안정적 업무 수행을 위한 물적 기초가 마련돼야 한다. 교총의 노력으로 1972년에 대한교원공제회법이 제정된 것은 그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다. 더 나아가 1973년에는 사학교원연금법의 제정을 실현하는 데에도 교총의 노력이 결정적이었다.이는 오늘날과 같은 고령화 사회가 현실화된 시점에서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선구적인 일이다. 교직사회의 안정에는 사학교원연금법이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둘째, 학교에서 오늘날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교원 개인에게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한다. 바로 그런 점에서 교총이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독려한 끝에 ‘학교안전사고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것은 획기적인 일이다. 교원이 안전하게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법제는 앞으로도 계속 발전돼야 한다. 존경받고 신뢰받는 새로운 교사상 확립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 등 국내외 교육환경은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변화된 기대와 역할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학생, 학부모와 신뢰관계를 구축하면서 학교 밖 더 큰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 봉사하며 교육활동의 폭 또한 넓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와 가정, 교원과 학생, 학부모가 함께 협력하는 교육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학교현장과 교육 주체 사이의 원활한 소통 속에 신뢰는 자연스럽게 뿌리내린다. 이제는 교원 스스로도 새 로운 교원상을 정립하고, 교육과 교직의 본질적 가치를 지켜나감과 동시에, 교권과 교육 발전을 위해 일어나는 것이 필요하다. 스스로 도덕과 공동체의식, 세계시민의식을 만들어 가는 주체가 될 때 자연스럽게 교원의 자긍심은 세워지고 교권을 보호하겠다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과 문화형성이 가능하다. 이런 문화는 한 두 사람 교원의 노력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한국교총이 교육 구성원과 구성원을 연결하고 큰 흐름으로 이어가는 조력자가 돼 야 한다. 이런 문화가 형성될 수 있도록 교원단체의 활동이 절실하다.
교육 현장에 있는 교사라면 ‘무너진 학급’을 한 번쯤은 접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보통 학급이 무너졌다는 표현은 담임교사와 학생들의 관계가 악화되어 서로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모습을 보일 때 사용한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고학년 교실로 올라갈수록 더 심해진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생들에게 ‘판단 기준’과 ‘비교 대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단순히 다른 반과의 비교를 넘어 우리 반에 대한 실망이 반복되고 담임교사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 학급 붕괴로 이어진다. 붕괴의 조짐은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교사와 학생 간 신뢰관계에 한 번 금이 가기 시작하면 그 관계는 매우 빠른 속도로 무너진다. 미국 범죄학자 조지 켈링(George Kelling)과 정치학자인 제임스 윌슨(James Wilson)이 명명한 ‘깨진 유리창’ 이론은 학급 상황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학급 내 작은 문제를 교사가 해결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학생들은 허용치가 어디까지인지 두고 보자는 듯 점점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 깨진 유리창을 보고도 못 본 척하는 순간, 담임교사의 권위가 급속도로 하락하게 된다. 주위에서 목격한 사례들을 중심으로 ‘무너진 학급’의 단면을 들여다보고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1 _ 우리 선생님이 이상해요 다른 교사에게는 깍듯하고 예의 바른 아이들이 담임교사만 보면 얼굴을 구기며 돌아섰다. 왜 그렇게 행동을 하는지 묻자, “선생님이 우리 이야기를 안 들어주신다”는 것이다. 친구관계나 생활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담임교사에게 가면, 무조건 종이에 써오라고 지도하신다고 한다. 그리고 종이에 열심히 써 가봤자 그 어떤 공감도, 해결책도 얻을 수 없다. 이 종이는 학부모 상담용 종이이며, 그대로 학부모에게 공개되어 아이들은 더 이상 종이에 그 어떤 것도 적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 종이는 마치 치부책 같았고, 담임교사는 종이를 손에 쥐고 아이들의 약점을 잡은 것처럼 행동했다고 한다. #2 _ 적의 적은 나의 아군 소통의 부재로 담임교사와 아이들 간 신뢰관계가 깨진 상황 속에서 담임교사가 적이 되고 악의 축이 되어버리자, 담임교사와 반대편에 선 아이들이 힘과 권력을 얻게 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해당 아이들은 보통 학급에서는 혼나야 마땅한 행동 들을 마치 영웅이 된 것처럼 행동했다. 예를 들어 문제행동을 보이는 아이가 수업 시간에 갑자기 욕설을 하며 나가버려도, 다른 아이들은 ‘아, 담임이 또 ○○○를 열 받게 했구나’ 정도로만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이때 담임교사는 나가버린 아이를 잡으러 갈 수도, 남아있는 아이들을 지도할 수도 없는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3 _ 수업도 못하는 선생님 수업시간, 담임교사는 혼자 교과서 내용을 소리 내어 읽는다. 그러나 남학생들은 너나할것없이 일어나 공을 던지고 놀거나 춤을 추며 장난을 쳤다. 처음에는 담임교사에 대한 측은한 마음으로 얌전히 앉아 수업을 듣고 있던 여학생들이 “담임선생님 목소리가 전혀 안 들려서 수업을 할 수가 없고, 이제는 학급 관리를 안하시는 선생님이 미워질 지경이다”라고 표현하며 수업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2학기 중반 무렵, 8명의 여학생이 급식을 먹은 후 교실로 돌아오지 않았다. 남학생들과의 소통 부재로 힘들어하던 담임교사는 결국 여학생들과의 관계마저도 틀어져 버렸다. #4 _ 무너진 권위, 무너진 결속력 한 번 무너진 학급이 담임 교체 없이 정상 궤도로 돌아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담임교사가 권위를 잃은 순간, 학급에서 그 어떤 역할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날 아주 사소한 다툼이 일어났다. 그러나 담임교사는 중재자 역할을 하려 하지 않 았고 아이들 또한 담임교사를 중재자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다툼은 아주 집요하고 길게 이어졌다. 결국 이 다툼은 학급 내부 분열과 극심한 왕따라는 커다란 문제가 되어 돌아왔다. 이와 같이 교사의 권위 상실은 결국 학급 내 아이들 간의 결속력조차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같은 학년에서 이러한 경우가 발생하면, 동학년 교사들은 함께 긴장하게 되고 학년부장의 고민은 깊어진다. 이 경우 학년부장의 권한으로 어디까지 개입을 할 수 있을까? 만약 해당 학급 담임교사가 도움을 거부하면 학년부장이나 동학년 교사들은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무너져가는 학급에 심폐소생술을 하기 위해 학년 내 교환수업 실시, 상담수업 실시 등 다양한 방법이 거론됐다. 그러나 초등교육현장에서 갑작스레 실시하는 과목별 교환수업은 명분이 부족하고, 해당 학급 학생들에게 아무리 상담수업을 여러 차례 실시해도 담임교사가 함께 바뀌지 않는 이상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학급 붕괴를 다룬 신문 기사나 그에 달린 댓글을 보면 학급이 무너지는 원인을 체벌 금지, 학생인권의 지나친 존중, 그리고 교권이 추락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학급 붕괴의 근본적인 원인은 교사와 학생 간 소통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개인의 소서사(小敍事)를 중시하고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주 인공이 되라고 부추기는데, 교사들은 다양한 장르의 주인공들과 마주하게 되어 큰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결국 주류와 비주류를 나누지 않고 소통해야 하는데 평균 23.41명의 아이들과 빠짐없이 하루에 한마디라도 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전부인 상황에서 ‘주인공 대접’을 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십 대에게 어디서부터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까? 벌써 가슴이 답답해져온다. 세상살이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서로가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의 의견을 펼치고도 ‘상대가 끝까지 자신의 의견만을 고수할 때 느끼는 답답함’인데, 이 경우에는 그래도 좀 나은 편일 것이다. 왜냐하면 서로가 저마다 엇비슷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난 후에 느끼는 답답함이니까 말이다. 이 상황의 주인공을 학생과 교사로 설정하여 유추해보면 어떻게 될까? 서로가 엇 비슷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는 있을까? 수업은 학생과의 대화가 아니다 사실 ‘교사인 나’는 거의 학생과 대화하지 않는다. 아침 조회 시간에 교실에 들어가서 지각이나 결석을 챙기고, 바뀐 시간표를 알려주고, 학교생활의 소소한 상황들 을 얘기하는 것, 종례 시간에 교실에서 가정통신문을 배부하고 다음 날 챙겨야 할 것들을 알려주고 청소와 하교를 지도한다. 이런 일을 하는 교사가 틈틈이 학생과 나누는 대화는 대화가 아니다. 교과시간에 수업을 하는 것? 이것도 대화는 아니다. 그렇다면 교사는 언제 학생과 대화를 하는 걸까? 매년 신학기 초에 상담주간을 실시한다. 하지만 소수의 학교를 제외하면 이것도 허울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정규수업을 마치고 나면 학생들은 저마다 학원으로 바삐 가야 하고, 교사들은 수업에 우선순위가 밀린 갖가지 업무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상담’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수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여 상담할 시간을 마련하는 몇몇 학교가 있어서 단 10분이라도 전체 학급 학생들과 개별상담을 실시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때에도 ‘교사인 나’는 그들과 대화하지 않았다. 그저 그들의 가정환경 언저리와 공부 현황, 꿈, 진로 등에 관해 묻고 답을 듣는 정도인데 이것을 대화라고 할 수 있을까? 서로 담임과 학생으로 만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는 시간을 보내고 난 시점에서 서로 마주하고 나누는 질문과 답변일 뿐이다. 조·종례 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엎드려있는 아이를 보면 나는 늘 “어디 아프니?”라고 묻지만 이것이 ‘대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과 하루하루를 함께 하고 있지만 스스로 ‘교사인 나’를 찾아오는 아이를 제외하고 나면 내가 대화를 나누는 아이는 결단코 많지 않다. 대화는 믿음에 기반을 두고 있다 어른인 ‘나’는 누구와 대화를 할까? 친구나 맘이 맞는 동료와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때로는 영화를 함께 보며 나누는 이야기들, 그 소소한 일과 속에서 서로가 느낀 마음 단편들을 펼쳐놓으며 함께 감정을 공유하고 생각을 나누는 이런 것들이 대화가 아닐까? 마음을 나누는 직장상사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어떠 한 직장상사와는 대화가 잘 안 되는 걸까? 이사를 해야 해서 하루 연가를 쓰겠다는 교사에게 방학 때 이사하지 왜 학기 중에 이사를 하냐며 교장의 구두결재 먼저 받아오라는 교감과 나는 대화하지 않는다. 같은 질병이라 해도 석 달 전에 제출한 대학병원의 진단서로는 안 되니 진단서를 다시 제출해야 수능 감독을 면할 수 있다는 직장상사와도 나는 ‘대화’라는 것을 하고 싶지 않다. 만약 그가 “지병이고 장시간 서 있는 것이 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잘 알지만 행정상 최근 일자의 진단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면, “이사라는 게 선생님이 편한 시점에 할 수가 없으니… 이렇게 학기 중에 연가를 신청하는 선생님 마음도 불편하겠네요”라고 말문을 여는 직장상사라면 나는 그와 대화를 이어갔을 것이다. 대화라는 것은 믿음에 기반을 두고 있다. 내가 마음을 꺼내놓으면 상대가 그 마음을 도닥여줄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대화를 통해서 ‘마음’을 주고받을 때 우리는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고 든든해지는데 교사는 ‘대화’보다는 지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더 능숙한 것 같다. 교사는 학생이 무지의 상태라는 것을 전제하고 이해시키는 데 주력한다. 이러한 태도는 대화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교사는 아이의 문제점에 대해서 아이의 말을 듣기보다는 교사가 가진 정답을 얘기한다. 문제행동을 보이는 학생에게 왜 그랬는지를 묻기보다는 행위의 옳고 그름을 우선 논한다. 교사만 그 아이와 대화했을 뿐 아이는 대화하지 않았다 학교에 다니기 싫다며 무단으로 결석한 아이가 10일 만에 학교에 나타났을 때 ‘교사인 나’는 그 아이에게 많은 이야기를 했다. 왜 학교에 다녀야 하는지, 남들처럼 평범하게 학교 다니는 게 안전하다는 것, 앞으로 있을 학교의 다양한 행사들, 반 친구들이 너의 소식을 궁금해한다는 것, 하나를 얻으면 다른 것은 잃게 되는 게 세상 인데 검정고시를 치면 세상 사람들이 왜곡된 시선으로 너를 판단하게 된다는 것, 하루를 너 스스로 계획하며 공부하는 것이 엄청나게 힘든 일이라는 것, 네가 학교에 가지 않음으로 인해 너의 부모님이 느끼는 힘겨움, 공부야 어떻게든 해낼 수 있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많은 친구들과 지내면서 대인관계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데 학교를 오지 않으면 대인관계 능력을 기를 수 없다는 것 등등을 이야기했다. 30여 분 동안 이어진 대화 동안 그 아이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었다. “알겠어?”에 대한 “예”가 전부였다. 나를 비롯해 주변에 있던 어느 교사도 그 아이에게 학교에 오지 않는 시간 동안 어떤 것이 행복했는지 묻지 않았다. 학교 밖에서 지내는 동안 무엇이 아쉽고 힘들었는지, 외롭지는 않았는지, 그 아쉬움과 어려움은 어 떻게 달래고 지내왔는지, 긴 하루 동안 무엇을 하며 지내왔는지, 지금 아이의 생각은 어떤지를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교사만 그 아이와 대화했을 뿐 아이는 교사와 대화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는 그 아이와 ‘대화’했고 ‘상담’했다 고 굳게 믿고 있다. 왜냐하면 ‘교사인 나’는 그 아이가 학교에 와서 반가웠고, 안심했고, 진심으로 그 아이가 학교로 다시 돌아오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 아이는 ‘교사인 나’와의 대화 동안 어떤 감정을 가졌을까? 자신이 느꼈던 마음 단 한 조각도 드러내고 표현할 수 없었으니 답답했을 것이다. “이러니 내가 선생님하고는 대화를 안 하지” 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내 기억 속에 상처로 남은 대화 내 기억 속에 상처로 남은 상황은 또 있다. 아침 등교 시간에 화장한 여학생을 불러 세웠다. “너 화장했지?” “안 했는데요.” “안 하긴 뭘 안 해? 비비크림이랑 다 발랐는데! 화장한 것도 모자라서 거짓말까지 하니.” 이 대화는 교사의 지시에 불응해 벌점 5점을 받는 것으로 간단하게 끝났다. 하지만 그 아이는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분노가 시작되었을 뿐이다. 늦잠을 자다 화들짝 놀라 깨어 세수도 못하고 한걸음에 달려온 월요일 아침의 학교 교문이었다. 전날 밤에 숙제를 펼쳐놓고 잠이 들었고, 다음 날 아침 식사는 커녕 세수도 못하고 황급히 달려온 탓에 전날에 했던 화장기가 얼굴에 남아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그로부터 한참 후의 일이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입술에 틴트를 바른 여학생을 불러 세워 왜 틴트를 발랐냐고 물었다. 여학생은 끝까지 안 발랐다고 우겼다. “왜 발라놓고 안 발랐다고 해?” “진짜 안 발랐는데요.” “계속 우기네. 이게 안 바른 입술이야?” “진짜 오늘 안 발랐어요. 휴지로 닦아보세요.” “(틴트가 묻어나오지 않자)지금껏 한 번도 안 발랐어?” “지난 토요일에 친구 따라 ○○가서 테스터 발랐어요.” “발랐잖아. 다음부턴 벌점 준다!” 틴트를 발랐다는 오해를 받은 학생과 교사가 나눈 대화의 시작은 입술을 뜯는 버릇으로 인해서 입술에 핏기가 점점이 드러난 것을 교사가 오해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는 일방적으로 학생의 주장을 부정했고, 자신의 판 단이 틀렸음이 드러난 상황에 직면해서도 물귀신처럼 벌점만 운운할 뿐 오해한 상황에 대한 한마디의 사과도 없었다. 아이가 강력하게 부정할 때, 그 아이의 얼굴을 한 번 더 자세히 살펴보거나 자신이 그렇게 믿는 이유에 대한 상황설명이라도 주고받았다면 어땠을까? 나도 아프지 않게 대화하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감정의 동물이다. 하지만 십 대는 조금 다르다. 그들은 감정만의 동물이다. 어른도 욱하는 감정을 삭이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십 대들은 그렇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어른도 감정을 누르고 이성을 찾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십 대는 그렇게 하려면 엄청난 시간의 흐름이 필요하다. ‘교사인 나’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인데 홀로 무수히 많은 질풍노도의 십 대들 속에 존재한다. 그 십 대들은 마치 쓰나미처럼 엄청난 파도로 소리치며 달려오는데, 난 작은 보드 위에 올라 위험스레 파도를 넘으려는 서퍼와 같다. ‘교사인 나’는 넘어져 파도 속으로 잠겨도 다시 뚫고 일어서서 다시 파도를 넘고 싶다. 십 대들의 격한 감정을 타고 유유히 그들 속에서 그들과 함께 지내고 싶다. 지치지 않고, 쓰러져버리지 않고, 마음 다치지 않고서 그들 속에서 그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다. 이 마음은 나 혼자만의 갈망일까? 그들도 마음 다치지 않고서, 지치지 않고서, 쓰러져버리기 전에 ‘교사인 나’와 이야기 나누고 싶지 않을까?
2017 학교 풍경 ➊ 틈틈이 정감 있게 마주하기 어스름한 석양을 받고 한 교사가 한 학생과 복도에서 운동장 쪽을 보면서 뭔가 소곤거리고 있다. 소리는 들을 수 없지만 부장교사를 하다가 올해 다시 1학년 담임을 맡은 A 선생님이다. 그리고 학생은 바로 그 학급의 B라는 것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벌써 몇 번째 목격하는 장면이다. 담임교사와 학생 사이에 오고간 말들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이 장면은 내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환경이 어렵고,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그 학생을 포기하지 않는 그 교사의 진정성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B를 대하는 교사의 따뜻한 교육적 태도에 감동하게 된다. 지각이 잦으면 숫자로 누계하여 선도위원회에 회부해 버리고 수업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을 대화나 정성으로 변화시켜 보고자 하는 방법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 에서 보면 A 교사의 교육활동은 요새 보기 힘든 장면이기 때문이다. 등록금 미납 학생들의 가정환경을 이해하고 아이에게 정신적·물질적 힘을 주던 동료, 1·2·3등급 숫자가 아닌 척도로 공부의 의미와 인간의 삶 등을 소재 삼아 학생들과 대화하던 선배교사, 찾아온 학생들이 예뻐서 교무실에 옹기종기 앉혀 놓고 셀카가 없어도 훈훈한 사제의 냄새로 울고 웃던 장면을 연출하던 학년부 선생님들 등 예전에는 이런 장면들이 흔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고 그 관계형성의 매개에 SNS가 주요 수단이 되었다. 편리한 소통 도구라고는 하지만 교육적 관점에서는 불편한 도구로 느껴질 때도 많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학교 문화가 웬 말이냐 하겠지만 그래도 교육이 학생의 행동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라면 교사와 학생은 마주 보고 대화하는 아날로그 관계 맺기가 필요하다. 대화의 단절, 형식만 앞세우는 소통, 나와 타인 간 관계 맺기의 불편함 등이 어느 순간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되었다. 교육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소통이라는 단어는 가장 많이 회자되는 어휘가 되었다. 어떤 사람은 SNS의 장점을 들어가면서 굳이 얼굴 맞대고 얘기 안해도 관계는 맺을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그럴 수 있 다. 접근이 용이하고, 하고 싶은 말을 더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현상을 학교 내의 문제로 적용해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적어도 학교 에서는 정서적 교류나 따뜻한 보살핌 등 실제적 감각을 이용하여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형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교사와 교사, 학생과 교사, 학생과 학생 등 어떤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관계형성의 문제점이 교사와 학생 간의 대화 단절이나 피상적 관계 맺기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교사와 교사 간의 관계형성은 또 어떤가? 전자문서 결재 시스템의 등장으로 결재자와 기안자는 대면 없이도 일을 해결하는 시대이다. 규모가 좀 큰 학교는 같은 학교 교직원인데도 연중 몇 번 인사도 못 하면서 지내고 있는 경우도 많다. 시스템이 바꿔 놓은 풍경이라고 합리화하 기에는 좀 간지럽다. 교사끼리도 내적 관계형성이 되어 있어야 무엇이든지 서로 배우고 나눌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공문’에 입각한 ‘공문 처리’의 과정 속에서 기계의 부속품 한 조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사회는 협업의 시대라고 한다. 교사는 학생들 앞에서 너만 특별한 아이가 아니고, 모든 구성원이 소중하다는 ‘공동체’의 중요성을 이론적으로 강조하곤 한다. 그러나 지금 바로 2017 학교 풍경을 보자. 공동체를 지향하고, 같은 학교 구성 원끼리의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다행히 교직원 협의회 시간을 이용해 그런 문화를 바꿔 보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쉽지 않다는 말을 많이 보고 듣는다. 그런 자리 역시 삼삼오오 원래 친밀감 있는 교사들 끼리만 모이기 때문이다. 터무니없는 욕심이었구나 하는 자괴감만 남을 때도 있다. 또 하나 동일교과 교사끼리 서로 배우고 나누는 활동을 통해 교사들도 성장하 자는 취지와 이 활동을 통해 더욱 많은 사람이 더욱 많은 관계를 형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운영하는 학교 내 전문적학습공동체 시간이 있다. 그러나 이 활동 역시 한계는 있다. 특히 수업나눔활동은 동료끼리 수업을 서로 보면서 같이 성장하 자고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 활동 역시 내적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채 이루어지면 그 부작용의 깊이는 생각보다 깊다. “나는 그 학급의 수업이 유독 힘들어. 이유는 이것이야.” 이 대화 한 마디가 동료의 수업을 이해하게 되면서 서로 방법을 모색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수업의 기술을 탓하기에 앞서 근무하는 학교의 환경이나 수업하는 학급의 제반 환경을 바탕으로 한 내적인 이해가 전제되지 않으면 서로의 불편함만 남게 된다. 그래서 관계형성을 위한 교사간 대화는 중요하다. 2017 학교 풍경 ➋ 수업에서 대화로 관계 맺기 “깔깔깔, 호호호.” 평소에 다소 무기력하고 반응이 없던 한 학급에서 수업 중 나오는 반응이다. 한 학기에 교과서 내용을 사회문제와 연결해 4개의 주제로 토론하고 논술로 쓰는 시간이었다. “우리 사회는 대화의 단절로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있다. 특히 성인과 청소년들의 소통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두 세대의 언어불통에서 기인하는 것도 있다. 이 시간에는 여러분이 알고 있는 신조어를 조사해 보고, 그 신조어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토론해 보자”고 했다. 일단 수업은 성공적이었다. 근래에 이런 활기찬 분위기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찾아낸 신조어는 그야말로 별천지였다. 그 중 ‘김치녀’와 ‘한남충’은 남녀학생들 간의 불꽃 대결을 만들었다. 그러나 ‘급식충’과 ‘틀딱, 꼰대, 아재, 나일리지(나이+마일리지)’ 등의 신조어 부분에서는 교사인 내가 학생들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어쨌든 청소년이 어른을 바라보는 시선, 우리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사회 분위기에 대한 성찰 등 이 수업에서 얻은 수확은 생각보다 많았다. 무엇보다 인터넷 신조어가 언어를 파괴한다고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그 언어를 통해 사회의 부정적 현상을 고찰할 수 있고, 그것을 계기로 문제를 공론화시켜 문제해결을 하면 좋다는 학생의 발표도 있었다. 주제가 특별해 가능한 수업이었지만 너와 나의 생각, 기성인과 청소년의 사고 등을 비교해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서로에게 낯설게 하는 존재인가를 알게 해준 시간이었다. 바뀌는 수업문화 이제 고등학교도 수업이 많이 바뀌었고, 바뀌고 있다. 수능이라는 괴물이 살아 있지만 오지선다형의 국·영·수 실력 쌓기보다 ‘미래 역량’을 키워 성장시키는 교육이 학생들에게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업을 바꾸고, 평가를 다양하게 해서 아이 들에게 정말 필요한 역량을 키워주자는 의식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지식만 전달하고, 빨강펜으로 정답과 오답을 구별하는 평가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나와 다른 생각을 이해하고 수용하면서 성장하는 교육의 진정한 의미가 모든 학교 곳곳에 스며들기를 기대해 본다. 수업도 마찬가지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사제 간 만남이 있는 시간이면서 아이들 학교생활의 8할 이상을 차지 하는 수업이야말로 어찌 보면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관계형성을 좌우하는 시간인 것이다. 모든 타인과의 관계가 좋을 필요는 없다. 상대가 나의 적이 될까 봐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좋은 게 좋다’는 온정주의도 조직 발전에 도움만 주지 않는다. 학교 구성원들 사이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타인과의 관계형성을 위해 먼저 대화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나를 교사이게 하면서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게 하는 사람, 나를 불편하게 하지만 나를 늘 돌아보게 하는 사람, 서슴없이 거친 언어로 발언하지만 내게 힘을 주는 사람 등을 통해 나의 부족함을 채우고, 남의 베풂을 수용하면서 살아가는 학교 문화가 필요하다. 학생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자존감을 선물해 주는 학생이 있는 만큼 자괴감을 주는 학생도 있는 법이다. 어떤 식의 관계이든 우선 서로를 알아가는 ‘관심의 대화’가 필요하다. 대화가 사라지는 학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당연히 대화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제 고등학교도 학생들과 학교에서 마주할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와 교사가 역동적인 교육적 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상대를 알기 위한 만남이 필요하다. 그것도 정서와 배려가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오프라인에서의 관계 맺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맥락이 있는 생활지도나 질문이 있는 수업, 철학이 있는 학급경영 등 우리가 바라는 교육의 발전적 풍경을 마주하기 위해서는 눈을 마주하고 나누는 서로 간의 대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