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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전교생 46명뿐인 시골학교가 소프트웨어(SW)교육 프로젝트 학습을 통해 ‘미세먼지 신호등’을 만들고, 이를 인근 양로원 등에 나눔 활동까지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6일 경기 화성 장명초(교장 김선배)에서 직접 확인한 미세먼지 신호등은 아이들이 직접 만들었다고 믿기지 않을 만큼 정교한 모습을 자랑했다. 아두이노 회로와 3D프린터로 직접 만들었다고 했다. 꺼져있던 신호등을 전원에 연결하자마자 총 네 칸의 전구 중 왼쪽에서 두 번째 녹색 불이 켜졌다. 미세먼지 ‘보통’을 알리는 신호였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확인한 결과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이를 만든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명초 SW동아리 ‘소셜메이커스(Social Makers)’ 소속 9명의 아이들이다. 5학년 2명, 6학년 7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자신이 개발한 신호등을 여러 개 만들어 병설유치원, 인근 양로원 등에 설치하고 직접 사용법을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까지 연다. 아이들은 “양로원 어르신들이 가끔 학교에서 산책하시는데 미세먼지가 나쁜 날에도 나오시는 모습이 안타까워 꼭 설치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선생님들이 SW교육 과정에서 사회공헌을 강조해 더욱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들이 미세먼지 신호등을 개발한 프로젝트 학습 과정은 올해 한국과학창의재단 창의우수학습사례에도 이름을 올렸다. 2015년부터 SW 선진학교로 선정돼 전교생을 상대로 꾸준히 관련 교육을 진행한 학교는 이번 프로젝트 외에도 잇따라 수상소식을 전하고 있다. 전교생 50명이 채 되지 않는 시골학교에서 이 같은 결실을 맺은 데에는 방과 후, 주말도 반납한 선생님들의 열정 덕이었다. 신태섭(32) 연구부장이 이끄는 동아리는 올해 세 차례 프로젝트를 수행해 모두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화장실 청결 문제 해결을 다룬 1차 프로젝트는 SW교육 수기 공모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큐로학교와 화상 원격 회의 끝에 산악사고 문제를 드론으로 해결한 2차 프로젝트는 국제수업 교류 우수사례로 교육감상을 받았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아이들은 1, 2차 프로젝트의 시행착오를 보완해 보다 심도 있는 3차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 ‘미세먼지 신호등’을 만들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올해 초등교로는 유일하게 ‘삼성전자 주니어 SW 아카데미 미래교육 모델학교’에 선정돼 수천만 원의 지원금과 전문 컨설팅을 받는 행운도 누렸다. 신 부장은 “방과 후 거의 모든 아이들이 학원에 가는 대도시와 많이 다른 교육환경이다 보니 SW교육으로 역량을 키워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선도학교에 지원했다”며 “선정된 이후 다행히 반응이 좋아 아이들이 잘 따라줬고 그 결과 3년차에 수준 높은 프로젝트까지 진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신 부장은 3년 간 SW교육을 단계별로 진행하면서 거의 매일 싸우던 아이들이 서로 손을 먼저 내미는 인성을 기르게 되고, 미래 꿈을 갖게 된 것을 큰 성과로 봤다. 최다은(6학년) 양은 “우리의 프로젝트가 실생활에 도움이 될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이 보람찼다”고 했고, 최현서(6학년) 군은 “의사가 꿈이었지만 SW를 알게 된 후 로봇공학자의 꿈도 갖게 됐다. 어른이 되면 수술하는 로봇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김선배 교장의 관심과 지원도 한 몫 했다. 김 교장은 그동안 교장단 회의, 연수 등을 통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미래교육에 관심을 가져왔고, 신 부장 등 젊은 교사를 주축으로 시도한 SW교육 등 창의융합교육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김 교장은 “교사들의 열정 덕분에 좋은 모델을 만들게 됐고 앞으로도 아낌없이 지지할 것”이라면서 “보다 많은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서 꿈을 길렀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에 이어 이번에도 흥행실패 대작 이야기다. 이름하여 흥행실패 대작 2탄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이다.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흥행부진’이란 글에서 이미 말한 바 있듯 ‘남한산성’은 10월 3일 추석특선 영화로 개봉했다. 개봉 5일째까지만 해도 ‘역대 추석 연휴에 개봉한 영화중 가장 빠른 흥행 속도’였지만, 이후 ‘범죄도시’에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남한산성’의 최종 관객 수는 384만 8446명(12월 10일 기준)이다. 순제작비만 155억 원으로 알려졌으니 손익분기점은 대략 500만 명쯤이다. 관객 수와 손익분기점만 단순 비교하면 ‘군함도’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의 흥행실패라 할 수 있다. 이는 그 누구도 예측하지 않았던 결과이다. ‘군함도’가 여름 최고 기대작이었듯 ‘남한산성’이 추석 대목 최강자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물론 거기엔 그만한 까닭이 있다. 우선 ‘남한산성’이 대작 사극이란 점이다. 전통적으로 추석 대목 강자는 사극이란 통계가 작용했지 싶다. 다음은 감독과 배우들이다. 황동혁은 ‘도가니’(2011)⋅‘수상한 그녀’(2014)의 히트로 흥행감독의 반열에 든 감독이다. 배우는 이병헌(최명길 역)⋅김윤석(김상헌 역)⋅박해일(인조 역)⋅고수(서날쇠 역) 등 초호화 캐스팅이라 할 수 있다. 또 하나 70만 부 이상 판매된 김훈 소설가의 동명소설 ‘남한산성’이 원작인 점도 추가된다. 그 외 리뷰를 비롯한 이병헌⋅김윤석⋅황동혁⋅김훈의 배우⋅감독⋅원작자 인터뷰 등 신문의 ‘지원사격’도 여느 영화보다 많은 편이었다. 무엇보다도 개봉 초반 관객몰이가 의심의 여지를 없게 하는 분위기였다. 그것이 쭈욱 이어지는 일만 남은 셈이었다. 그러나 ‘5일천하’로 끝나고 말았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남한산성’은 1636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 30일까지 벌어진 치욕의 병자호란, 47일간의 혹독한 겨울을 그린 영화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비극적 역사를 정공법으로 보여준다. 팩션의 역사드라마가 아닌 정통 대하사극이라 할까. 단, 인물 중심의 대사가 주요 전개 수법이다.일단 설원(雪原)에 펼쳐진 어마어마한 청나라 군대라든가 군막사 등 스펙터클한 장면이 대작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서로 죽이고 죽는 전투장면의 리얼함이라든가 전장(戰場)에서 죽은 병사의 눈알을 쪼아먹는 까마귀떼, 그리고 모가지가 잘려나간 채 여기저기 내걸린 조선인 얼굴 등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비극적 역사의 무게감에 눌려 생겨난 가슴 먹먹함이다. 그 먹먹함은 나라가 멸망 위기에 처했을 때 최명길과 김상헌중 어느 길을 택해야 하는지 고민을 동반한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삼배구고두(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것)의 치욕을 당하기까지 도대체 임금이며 위정자들은 뭘했는지 반문하게 만든다. 이미 44년 전 임진왜란을 겪은 바 있는데도 그 모양이라서다. 영화는 ‘이게 나라냐?’ 하는 의문도 갖게 만든다. 일개 대장장이인 날쇠가 가마니 아이디어를 내고, 잘 맞지 않는 총 정비까지 맡아 할 정도의 나라이니 말이다. 특히 칠복(이다윗)을 통해서 ‘이게 나라냐?’ 하는 비판이 낭자하다. 가령 김상헌에게 “이 엄동설한에 싸우게 하실려면 얼어죽지는 않게 해줘야 하지 않냐”며 씹는 식이다. “봄에 씨를 뿌리고 가을에 거둬 겨울을 편히 날 수 있는 세상을 꿈꿀 뿐”인 날쇠는 목숨을 건 격서 전달에 나선다. 무능한 임금, 전쟁 와중에도 비난이나 반대만 일삼는 신하들 모습과 현란한 대비를 이룬다. 뭔가 찡한 울림을 주는 일반 백성의 모습이다. 오늘날 대통령 등 집권자나 위정자들이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게 해주는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다시 그 먹먹함은 콧등 시큰해짐으로 이어진다. 가령 “상헌을 버리지 말라”는 명길에게 “경도 나의 충신이다”는 인조의 모습에서 왜인지 콧등이 시큰해진다. 청황제에게 “조선의 백성들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는 명길의 화친을 위한 간절함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영화는 민족적 비극을 재현함으로써 역사의 교훈을 아로새기게 한다. 그러나 관객이 느낄 어떤 카타르시스와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실패한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하는데, 극적 재미없이 정공법으로 우직하게 밀어붙인 때문이지 싶다. 굳이 제11장으로 나눠 전개한 이야기도 그중 하나로 보인다. 이야기 흐름이 끊겨 긴밀한 인과적 구성을 포기한 옴니버스식 전개가 되고 말아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닮아가고 있는 한국영화의 너무 긴 상영시간도 문제다. 상영시간을 120분쯤으로 했더라면 정공법으로 인한 지루함을 느낄 짬 없이 몰입에 도움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설마 이것 때문 사람들 발길이 뚝 끊겼을 것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시작 화면 자막에서 ‘한양’이 아닌 “서울로 들이닥쳤다”가 주는 생소함도 빼놓을 수 없는 아쉬운 대목이다. 김상헌의 날쇠를 향한 큰 절도 좀 아니지 싶다. 자신이 죽인 뱃사공 손녀를 부탁하고, 피지배계층에 대한 위정자로서의 속죄의 뜻이 담긴 행동일지라도 그렇다. 척화를 주장한 김상헌 캐릭터와 충돌하고 있어서다. 김상헌은 명분에 집착하는 고지식한 선비 또는 사대부의 표상쯤 되는 캐릭터인데, 그렇듯 진일보한 행동을 할 수 있나 의문이 생겨서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통일교육 체험 장소가 거의 없는 지역이라 다른 수업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는데, 오히려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김나영 경남 진목초 교사는 통일부와 교육부가 공동주최하고 한국교총이 후원한 ‘제5회 학교통일교육 연구대회’에서 8일 교육부장관상(1등급)이 결정되자 이 같은 소감을 남겼다. 김 교사는 ‘분단과 국경을 넘는 세계시민, 4통8달 평화통일심성 함양 프로젝트’로 심사위원들을 사로잡았다. 통일교육 체험처가 거의 전무한 지역에서 일군 결과라 더욱 관심을 모았다. 그는 “수도권과 달리 거제는 통일교육을 할 수 있는 체험지가 거의 없는 불모지여서 여러 방면으로 더욱 노력하긴 했다”고 털어놨다. 김 교사는 통일교육도 결국 이질적인 문화권 사람과의 소통, 배려가 중요하다는 면에서 세계시민교육, 다문화교육의 일환으로 생각하고 보다 포괄적인 ‘마음교육’에 집중했다. 시리아 난민 희생자 ‘쿠르디’ 추모, 평화통일 사전 만들기, 평화 손길 지도 만들기 등을 진행했다. 그러면서 지역 자원을 최대한 활용,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 등을 탐방하기도 했다. 그의 연구명 중 ‘4통8달’은 ‘다름 인정하기’, ‘역사 속 통일 실마리 찾기’, ‘타산지석의 교훈 찾기’, ‘세계시민으로서의 심성’ 등 네 가지 주제를 8개월에 나눠 진행한다는 뜻이다. 또한 이 교육을 통해 사통팔달의 사전적 의미대로 평화를 사랑하고 지키려는 마음결로 북한이나 세계 곳곳을 심리적으로, 물리적으로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담고 있다. 김도형 경기 운정초 교사, 이경은 서울신당초 교사, 김주연 세종 두루중 교사도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이경은 교사는 ‘거꾸로 교실 「통일 채널(CHANNEL) 펼쳐라! 통일물꼬 트여라!」’로 교육효과를 입증했다. ‘채널(CHANNEL)’ 프로그램은 수업 전 교사가 제작한 디딤영상 접속(Contact), 디딤영상 접속 후 자신의 배움 목표 설정, 디딤영상 내용 정리(Homework), 교실에서 배움 목표 확인(Aim), 학습내용에서 남·북한 공통점·차이점 찾아 항해하기(Navigate North and South Korea), 배움 표현하기(Express), 통일에 대한 관심 생활화하기(Live together)로 구성됐다. 이 교사는 “우리 역사를 기억하고, 분단 현실을 극복하고, 미래 통일한국에서의 꿈을 설계하는 등 ‘살아가는 힘’을 갖추게 하는 것을 중요하게 보고 추진했다”고 말했다. 중등 부분 유일한 최우수상인 김주연 세종 두루중 교사는 ‘참여·체험형 「공감 통일한국 프로젝트」 완성’으로 입상했다. 도덕 교과 속 통일교육, 자유학기제 활동(소통, 마음체험, 토론, 비전나누기 등), 통일동아리 활동(탐구, 토론, 문화활동, 봉사, 나눔 등), 교내 체험행사(통일교육주간 및 통일문화주간 활동) 등 다차원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김 교사는 “통일교육에서 중요한 점은 우리 아이들이 남·북한 통일 문제가 자신의 삶과 무관하지 않고 당면한 문제임을 자연스럽게 인식하는 것”이라면서 “학생들이 평화통일에 공감하는 통일교육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에는 총 107편(초등 86, 중등 21)이 접수돼 지난달 두 차례 심사를 거쳐 입상작 21편(초등 17, 중등 4)이 최종 선정됐다. 2·3등급에게는 각각 통일교육원장상과 교총회장상이 시상됐으며, 수상자 전원에게 승진가점과 소정의 상금이 주어지게 된다. 입상작은 연구대회 네트워크(에듀넷·티-클리어, www.edunet.net)와 통일교육원 홈페이지(www.uniedu.go.kr)에 게시해 수업에 도움이 되도록 할 예정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학생 참여 중심의 통일교육 활성화를 위해 교사의 전문성 제고, 교수·학습 자료 개발·보급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교육부가 ‘교육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개정안은 입법예고를 통한 의견수렴을 거친 뒤 내년 1월 시행된다. 일찍이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초ㆍ중등교육을 시ㆍ도교육청으로 이관하고 교육부는 고등교육, 평생교육, 직업교육 등을 맡겠다고 역할 분담을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교육부의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초ㆍ중등교육의 등한시가 우려된다. 우선 초중등교육을 담당하던 학교정책실 직제가 현저히 축소된다. 교육부를 고등ㆍ평생ㆍ직업교육 중심으로 개편하고 교육혁신을 본격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 골격이다. 사실 초·중등 교육은 국가 교육의 근간인데, 단지 대선 공약이라는 미명 아래 이를 관장하는 학교정책실을 축소하기로 하고 그 역할을 시도교육청으로 이관하는 것은 국가백년지대계의 교육 정책과 배치되는 것이다. 특히 이번 예고된 교육부의 조직개편안은 국가교육과정 및 시·도별 교육여건 격차를 조율할 기구의 부재와 기능 약화가 명약관화해서 우려되고 있다.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학교정책실의 현행 학교정책관과 교육과정정책관, 학교복지정책관 등 3국 체제에서 2국으로 축소해 학교혁산정책관과 교육과정정책관으로 편제된다. 즉 학교혁신정책관이 학교제도와 고교체제개편 등 학교정책과 교원정책을 담당하고 교육과정정책관은 기존대로 교육과정에 대한 전반을 관장한다. 교육과정정책관 산하에는 민주시민교육과가 신설돼 학생자치와 학생인권, 인성교육 등을 담당한다. 학생지원국을 신설해 다문화교육, 탈북학생교육, 장애학생 지원, 학생상담과 학교폭력예방, 정신건강 관련 업무를 맡는다. 아울러 기존에 학교정책실 소속이었던 학생복지정책관은 독립된 교육복지정책국으로 격상돼 유아교육, 초등 돌봄교실 등과 연계한 정책을 담당한다. 다문화교육, 탈북학생교육, 장애학생 지원, 학생상담과 학교폭력예방 등을 강화하고 유아교육과 돌봄교실을 별도의 기구를 신설하여 관장하는 것은 이해되나, 이들 교육의 영역이 전적으로 유ㆍ초ㆍ중등교육의 하위 영역이라는 점을 전제하면 연계성 차원에서 조율과 조정이 원활하지 않을 우려가 없지 않다. 분명히 이들 영역의 교육과 교육정책이 각자도생식, 중구난방식으로 전개돼서는 안 될 것이다. 전적으로 체계적으로 교육정책이 입안되고 해당 교육이 전개돼야 할 것이다. 교육부는 기존 교육자치강화지원팀을 확대해 ‘지방교육자치강화추진단’이 3년 간 한시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이 추진단은 교육부가 관장하던 초중등교육의 시ㆍ도교육청 지방 이양(이관)을 위한 조직으로 시·도교육청과 단위학교 자율성 확대를 위한 과제 발굴, 법령 정비, 자치 역량 강화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대선 공약 이행의 관점에서 입법예고된 이번 개정안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여 시행과정에서 상당 부분을 현실에 맞게 다듬어져 시행돼야 할 것으로 사료되고 있다. 교육부에서 고등교육, 평생교육, 직업교육 등을 직접 관장하고 초ㆍ중등교육 등은 시ㆍ도교육청으로 이양한다는 것은 허울은 그럴듯하지만, 막상 본질적으로 분석해보면 초중등교육의 전국적 조율과 교육 격차 해소는 전적으로 교육부 차원에서 조율, 조정돼야 한다. 전국 17개 시ㆍ도교육청(지역)의 여건과 환경이 전혀 다르고 지방재정 자립도도 격차가 크다. 만약 교육부가 초중등교육을 전적으로 각 시ㆍ도교육청에 이양하고 위임한 사항에 대해서 관여를 하지 않으면 분명 초중등교육이 하향 평준화될 우려가 없지 않다. 교육부가 중앙에서 중심을 잡아주지 않으면 더욱 그렇다. 교육부의 이번 ‘교육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가 유·초·중등교육 관장 기능을 축소하고 고등교육과 평생 및 직업교육 정책 기능을 강화로 2분화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초ㆍ중등교육은 기초ㆍ기본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의 허브다. 부실한 초ㆍ중등교육에서 내실 있는 고등교육을 기대하는 것은 난망이다. 따라서 이번 교육의 개정안 입법예고가 초중등교육 홀대, 고등교육 강화로 이분법적으로 분리되기보다는 초ㆍ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이 함께 중시되고 강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또, 초중등교육은 시도교육청으로 이양되지만, 고교 직업교육은 직업교육정책관 밑으로는 특성화고를 담당하는 중등직업교육과와 전문대학정책과를 설치해 고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직업교육의 정책 간 연계하는 등의 미스매치에 따른 업무 조율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한편 교육부 2국 체제에서 기존 교육과정정책관과 함께 신설되는 학교혁신정책관의 명칭과 역할 재고(再考)가 요구되고 있다. 학교혁신정책관은 학교제도와 고교체제개편 등 학교정책과 교원정책을 담당하는데, 초ㆍ중학교 체제와 혁신 업무의 각 시ㆍ도교육청 업무 조율을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아울러, 학교혁신정책관의 ‘학교혁신’이 진보 성향 장관과 교육감들의 교육 이념적 접근으로 오해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교육과 학교를 보수와 혁신으로 양단할 수도 없거니와 혁신이라는 명칭을 쓰지 않았어도 꾸준히 변화와 개선을 지향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학교혁신, 교육혁신은 어느 한 정권이나 정부, 교육청(감) 등의 전유물이 아니다. 교육과 학교는 근본적으로 서서히 변화와 개선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교육부의 ‘교육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가 일방적인 교육부의 업무 재배치가 아니라, 이를 통해 교육자치를 기반으로 한 시ㆍ도교육청의 권한에 버금가도록 학교 권한이 강화되고 학교자율이 보장될 수 있도록 최종 시행과정에서 업무 관장이 재설정되기를 기대한다. 따라서 교육부는 입법예고와 의견수렴 기간 동안 각 교원(교직)단체의 의견뿐만 아니라, 전문가, 학부모, 학생 등을 포함한 전 국민의 의견을 종합하여 보다 바람직한 직제 개편과 업무 관장안이 마련되고 현장 친화적으로 시행되기를 기대한다.
마침 소멸기간이 임박한 영화 할인쿠폰이 하나 있어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았다. 그전부터 눈여겨보았던 ‘남한산성’을 보기 위해서였다. 남한산성은 황동혁 감독의 수작으로 1636년 12월 14일부터 1637년 1월 30일까지 47일 간의 항전기록을 담은 영화이다. 영상이 정갈하고 군더더기가 없는 깔끔한 편집이 대번 눈길을 사로잡았다. 러닝 타임 140분 동안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제1장 두 신하 영화의 서두는 주화파인 최명길과 척화파인 김상헌의 논쟁으로 시작된다. 청나라의 총사령관 용골대는 대명 제국과의 군신관계를 끊는다면 군사를 물리겠다고 한다. 이에 김상헌은 명분과 의리상 그렇게는 못한다고 단호히 말한다. 드디어 전쟁이 시작된다. 제2장 오직 싸움이 있을 뿐이다 김상헌이 인조께 아뢴다. 전하, 지금 군사들은 남한산성의 성채에서 매서운 북풍에 얼어 죽고 있사옵니다. 손은 터지고 발은 동상으로 썩어 들어가 창과 활시위를 당길 수가 없나이다. 하루 빨리 사대부들의 의관을 걷어 병사들에게 입히심이 옳을 줄로 아옵니다.이에 영의정 김류는 이렇게 말한다. 김상헌의 말은 지극히 옳으나 이는 불가한 줄로 아옵니다. 만약 사대부의 의관을 걷어 병사들에게 준다면 이는 사대부의 권위를 스스로 땅에 떨어뜨리는 일이 될 것이며 이렇게 되면 조선이란 나라는 없어지게 되옵니다. 하오니 김상헌의 말은 심히 망령되어 받아들일 수가 없나이다.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인데도 자신들의 권위와 기득권을 지키려는 사대부들의 사고방식에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제3장 서날쇠의 조총 칼은 무디고 창은 구부러졌다. 조총의 총신도 휘어져 방아쇠를 당겨도 총알이 발사되지 않았다. 이에 서날쇠는 김상헌에게 고장난 무기들을 수거해 자신의 대장간에서 벼를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청한다. 그러자 김상헌은 기꺼이 그의 부탁을 받아들여 무기들을 수리해준다. 무기를 수리한 후 첫 전투에서 우리 군은 대승을 거두게 된다. 현실을 외면한 채 온갖 말의 잔치만을 일삼던 관리자들에 대한 일침이었다. 제4장 나루터에서 태어난 아이 적의 길잡이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김상헌은 나루터에서 늙은 사공을 죽인다. 그 늙은 사공에게는 어린 손녀가 있었다. 유독 어린아이를 좋아했던 김상헌은 그걸 알면서도 오직 나라를 위해 늙은 사공을 죽였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중얼거린다. 그러다 어찌어찌하여 그 늙은 사공의 손녀는 남한산성으로 찾아들게 되고 그 어린아이가 사공의 딸임을 간파한 김상헌은 그 소녀를 거두어 자신의 딸처럼 보살핀다. 어린 소녀에게 떡국을 먹이기 위해 자신은 배가 부르다며 흰 떡국을 소녀에게 양보하는 김상헌을 보며 가슴이 먹먹했다. 제5장 가마니와 말고기 성채에서 얼어 죽어가는 병사들을 위해 가마니를 나누어주면 좋겠다는 서날쇠의 청에 말에게 먹일 사료가 부족하다고 반대하는 대신들을 보며 요즘 소위 말하는 “무엇이 중한디?”가 생각났다. 이에 김상헌은 말한다. 말은 없어도 싸울 수가 있지만 군사가 없으면 싸울 수 없다며 백성들에게서 가마니를 거두어 군사들에게 보온용으로 나누어주었다. 제6장 삼전도의 칸 삼전도의 칸은 청나라 황제인 청 태종을 가리킨다. 우리의 열 배가 넘는 13만 대군을 거느린 청 태종은 송파에 진을 치고 남한산성을 에워싼 채 느긋하게 고사 작전을 펼친다. 잘 훈련된 군대와 조직, 그리고 사기가 충천한 군대의 수장으로서 여유를 부리고 있다. 이런 사실을 간파한 최명길은 청 진영을 방문해 그들의 군비와 위엄을 사실대로 보고하며 절대 이길 수 없다고 한다. 그러자 사대부들은 최명길을 오히려 적의 첩자로 몰아 처단하려 한다. 진실을 말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제7장 북문 전투 서날쇠의 건의를 받아들인 김상헌이 그동안 무디고 고장난 병장기들을 모두 벼리고 수리한 뒤 새롭게 군을 정비한 뒤 무당에게 택일을 받는다. 그리고 나서 치른 첫 전투가 바로 북문 전투였다. 결과는 당연히 우리 군의 대승으로 끝났다. 관리들이 따뜻한 방안에 앉아서 입으로만 싸울 때 서날쇠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보았던 것이다. 그의 날카로운 현실 인식은 현장에서 병졸로 경험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그렇다. 위정자는 반드시 현실을 살피고 현장 경험을 해봐야 올바른 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제8장 적의 아가리 새해를 맞아 적 진영을 살펴보고자 각종 예물을 들고 청 태조를 찾아 하례를 올린다. 그러자 청 태종은 너희는 지금 식량이 떨어져 말까지 잡아먹는다고 들었다. 너희가 가져온 소와 양식은 다시 가져가 굶주린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거라.나라에 힘이 없으면 사신으로 간 사람들이 이렇듯 능욕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주는 것이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고 돌아오는 최명길의 눈가에 이슬이 맺히고 있었다. 제9장 보름달이 차는 날 인조가 주화파인 최명길의 청을 받아들여 항복 쪽으로 기울며 김상헌에게 항복문서 초안을 부탁하자 김상헌은 이렇게 말하며 오열한다. 전하, 오랑캐에게 삶을 구걸하느니 차라리 깨끗하게 죽겠나이다. 이에 최명길은 조선팔도에 어찌 문장가가 김상헌만 있겠나이까. 항복문서는 제가 기초하겠사오니 부디 김상헌의 존명은 지켜주소서.항복문서 쓰기를 거부하는 김상헌이나 스스로 항복문서 쓰기를 자청하는 최명길이나 어찌 이 나라의 충신이 아니랴. 항복문서를 찢는 사람이 있으면 그 조각을 주워 다시 맞추는 사람도 있어야하는 법. 제10장 살아서 죽을 것인가, 죽어서 살 것인가 청 태종이 남한산성을 둘러싸고 항복을 권유하자 인조가 신하들 앞에서 선언한다. 나는 살고자 한다. 이 말을 들은 김상헌은 오랑캐에게 구차하게 삶을 구걸하느니 차라리 죽겠나이다. 명분을 중요시하는 김상헌이 단호함이었다. 하지만 최명길은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결코 가볍지 않다고 항변한다. 최명길에게 있어 실리가 중요한 것이지 형식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런 사고방식은 그가 어려서부터 양명학을 수학한 때문이었다. 마지막 장 삶의 길 김상헌 : 자네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살려고 하는가?최명길 : 살아야만 임금과 백성이 함께하는 새로운 세상을 열 것이 아닙니까.김상헌 : 틀렸네. 새로운 세상이란 이 세상 모든 낡은 것이 사라진 뒤에야 열린다네. 심지어 우리가 세운 임금마저도 사라져야 되네. 마지막 김상헌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나와 김상헌의 생각이 너무나도 같았기 때문이었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는 날이었지만, 진이는 학교에 오지 않았습니다. 경란이는 진이의 책상을 바라보면서 섭섭한 마음을 달래고 있습니다. 진이네는 방학동안에 서울로 이사를 해버렸다는 소식을 갓바위 아이들에게서 들었지만 진이는 아직도 소식이 없습니다. 어떻게든지 편지라도 한 통 보내 줄줄 알았는데 너무 한다고 생각이든 경란이는 진이가 보고 싶으면서도 미운 생각이 들었습니다.이런 경란이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다는 듯이 며칠 안에 진이의 편지가 날아왔다. 경란이는 ‘역시 나의 친구 진이야‘ 하는 생각으러 편지를 뜯었다.경란이에게경란아, 난 이제 서울로 와서 여기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있지만, 그곳에서 너희들과 지내던 때가 생각이 나서 못 견디겠어. 여기 아이들은 나에게 잘 해준다고 하는 모양인데 도무지 정이 들지 않아. 모두들 왜 그렇게 잘들 사는지 우리 집만 가난뱅이 같고, 마치 아이들이 나에게 ’얘 이 거지야‘ 하는 것만 같아서 늘 자신이 없고 부끄러워. 그러니까 아이들은 더욱 나를 우습게 보는지 불쌍하게 여기는 것 같아. 난 지금도 그곳에서 잘해주던 너희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고 꿈에도 늘 그곳에서만 놀곤 한단다. 선생님께도 따로 편지 드리지 못해서 죄송하고 친구들에게도 소식이나 전해 주면 좋겠어. 아직 여기에 정이 들지 않아서 고생을 하고 있는가 봐. 우리 아버지는 여기저기서 일을 하시기 때문에 우선 먹고살기는 할 것 같은데, 너무 돈 쓸 곳이 많아서 힘이 드시는 것 같애. 경란아 답장 꼭 해 줘. 이 다음에 다시 쓸게. 안녕. 진이가경란이는 진이의 편지를 읽고 나니 더욱 진이가 보고 싶었습니다. 그 복잡한 서울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니 더 진이의 모습이 아른거립니다.진이네는 서울에 오자마자 홍제동 산동네에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서대문구 홍제동 산 1-100번지 산골짜기를 따라 산등성이까지 야금야금 먹어 가는 판자 집들이 이제 골짜기를 넘어가서 이웃동네까지 연결이 되어 버린 곳입니다. 어찌나 가파른지 아무래도 한번에 올라가기가 힘들만큼 험한 골목길을 요리조리 꼬불꼬불 올라가야 했습니다. 학교까지 가는데도 20분은 걸어가야 하는데 골목길을 걷자면 키가 닫을 듯한 지붕들을 타고 나오는 연탄 냄새와 화장실의 냄새가 코를 싸잡고 다녀야 할 만큼 심했습니다.진이 아버지는 이웃마을아저씨와 짝을 이루어 건축 일을 하시러 다녔습니다. 농촌에서 일을 하시던 분이라서 그리 힘들어하시지는 않지만 저녁에 돌아오실 때는 솜처럼 지친 몸에 술을 드시고 곤드레가 되어 돌아오시곤 했습니다. 하루 일당인 오천 원을 받아들면 온 식구가 먹고 살 쌀을 몇 되 살수 있었다. 농촌에서 일할 때보다는 훨씬 많은 돈이었습니다. 그러나 연탄을 사야하고 물 한 바가지라도 돈이 들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길을 가더라도 이제는 걸어서 다니는 것보다는 차를 타고 다녀야 하는 서울 생활이다 보니, 돈이 모이는 것이 없었습니다. 일년이 다 가도록 하루살이 같은 생활을 하다보니 이제 앞날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사 온지 일년이 지나자 집주인은 집세를 올려 달라고 독촉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진이 엄마, 아무리 어려운 줄을 안다지만 어쩔 수가 없어요. 동네에서 우리 집보다 싼 집은 없어요. 다른 집처럼 많은 돈을 달라고 하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아무래도 이십만 원은 올려 주어야겠어요. 그래도 다른 집보다는 삼십만 원은 싸게 드리는 것이에요. 그 많은 식구들을 데리고 다른 집에 가보세요. 누가 방을 주기나 하는지. 식구가 많고 아이들이 많으면 방을 주지 않는 게 서울사람들이에요.”이렇게 어마어마하게 많은 돈이었다. 적어도 두 달은 안 먹고 버텨야 할 만큼 많은 돈이었습니다.“여보,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요 ? 이 산동네도 이렇게 집값이 비싸니 더 싼 곳을 찾을 수도 없을 것이 아니겠어요.”“글쎄, 더 싼 곳을 찾아보아야지요. 어디든 가면 살 곳이 있겠지요.”“그런 곳을 어디서 찾는단 말이오. 이제는 서울을 떠나야 할 거 아니에요 ?”“어디로 떠나야 한다는 말이오. 여기보다 못한 곳이라면 이제 다시 시골로 돌아가자는 말이오?”“아니 ? 이제 와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소. 우리가 그 곳을 떠날 때 사람들은 얼마나 부러워들 했소. 그런데 이렇게 초라하게 돌아갈 수는 없지 않소. 우리 끝까지 버텨냅시다. 언젠가는 우리에게도 잘 살 날이 돌아오겠지. 그렇찮소?”아버지와 어머니는 며칠을 두고 이렇게 걱정을 하면서 보냈습니다. 그러나 뾰쪽한 수가 나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어쩔 수 없이 진이네는 저 변두리에 있는 진관내동이라는 서울의 끝동네로 이사를 했습니다. 이 동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있었습니다. 시골처럼 벼농사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모두들 채소와 꽃을 가꾸는 비닐하우스 재배를 하고들 있었습니다. 이제 먹고살기 위해서는 온 식구가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진이는 학교에 다녀오면 이웃 비닐하우스에서 꽃모종을 내는 일을 도와주고 용돈을 얻어 쓰는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진이의 어머니는 이미 비닐하우스 마을에서는 소문난 일군으로 사방에서 어서 오라고 손을 벌일 만큼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소문이 나있었습니다. 농촌에서 일을 하던 솜씨로 꼼꼼히 일을 해주게 때문에 서로 데려가려고 미리 돈을 가져다가 맡기기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살림은 크게 나아지는 게 없었습니다. 그것은 어머니가 절대로 돈이 생긴다고 해서 함부로 돈을 쓰거나, 돈이 생긴 것처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항상 나아지는 것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날마다 불어나는 저금통장의 금액을 보면서 몇 년 만 더 고생을 하면 우리도 비닐하우스를 얻어서 꽃 농사를 한 번 지어 보자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잘 하면 2,3년 후면 이제 조그만 비닐하우스를 하나 마련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이런 희망에 부풀은 진이네의 생활은 이제 조금씩 즐거운 가족의 분위기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아버지는 술타령을 하시지 않고, 돈이 생기는 일이라면 무엇이라도 나서서 하려고 하였습니다. 온 집안 식구들이 이렇게 나서서 무언가를 하고 또 아껴서 돈을 모아 가는데 살림이 불어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자 이제는 용돈도 벌어 쓰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날마다 학교에서 끝나는 시간도 더 늦어졌지만 이제 서울의 아이들에게 지지 않으려면 더 부지런히 공부를 하지 않으면 따라 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가 밖에 일을 하러 나가시고 없는 집안일을 알뜰히 해드리는 것이 집안일을 돕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진이는 용돈을 버는 일보다 집안일을 열심히 도와드리기로 결심을 하였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곧 바로 숙제를 하고 틈이 생기지 않도록 집안의 청소며, 부엌에 들어가서 식구들의 저녁 끼니를 준비하는 일까지 모두 어머니가 믿어 버리고 일을 할 수 있도록 말끔하게 처리해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진이의 집안일 돕기는 동네에서 소문이 나서 칭찬이 자자하였습니다. 누가 자랑을 해서가 아니라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두 진이의 부지런한 것을 부러워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니까 이제는 소문난 효녀로 불리게 되었습니다.“진이 엄마는 얼마나 좋을꼬, 저렇게 착하고 야무진 효녀를 두어서..... 집안일을 그렇게 깔끔하게 잘 한다면서요 ?”이런 칭찬을 들은 진이 어머니는 자신이 칭찬을 들은 것보다 몇 배 자랑스러웠습니다. 더구나 집안일을 그렇게 도와주니까 다른 사람보다 안심을 하고 일을 할 수가 있어서 다른 집에서 일을 할 때도 더 환영을 받았습니다. 더구나 돈을 살그머니 더 얹어 주는 집도 있었습니다. 열심히 해준 대가라고는 하지만 여간 고마운 사람들이라고 생각을 한 진이 어머니는 더 열심히 일을 해주었습니다.이렇게 온 동네에서 칭찬을 받으면서 공부를 잘하지 못하면 그렇게 창피한 일이 없다고 생각을 다진 진이는 공부도 밤을 새우듯 열심히 하여서 학교 성적도 점점 올라가서 우등권에 가까이 다가서고 있었습니다. 중2년이 되는 해(서울로 이사를 한지 4년째)에는 이제 진이네가 자신의 비닐하우스를 마련하기로 한 해였습니다.사실 그동안에 아끼고 모은 돈으로 처음 이곳에 왔을 때처럼만 되었다면 벌써 마련하고 남을 비닐하우스가 이렇게 늦어진 것은 해마다 돈을 모은 만큼 땅을 빌리는 값도 뛰어 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한 채에 100만원 안팎이던 하우스 사용료가 해마다 30,40만원씩이나 올라간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이곳의 농사가 수지가 맞아서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날마다 올라가는 부동산 값은 이제 서울 시내보다는 이렇게 변두리에서 더 많이 오르기 때문이었습니다. 앞으로 개발이 되면 이런 땅을 사두어야 한 몫을 잡는다고 생각한 서울시내 부자들의 자가용이 드나들면서 날마다 값을 올려놓고 있습니다. 땅값이 오르니까 비싼 땅을 싸게 빌려 주려고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농사를 하는 사람들만 더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미루다가는 이제 오르는 전세 값도 제대로 댈 수가 없겠다고 생각을 한 진이 부모님은 큰 결심을 하였습니다.4.꿈은 사라지고이제까지 모아온 돈이 조금 모자라기는 하지만 너무 착실한 진이네를 믿는 동네 사람들이 돈을 빌려 주겠다고 나섰기 때문에, 이제는 용기를 내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결심을 하신 것이었습니다.이곳의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보면 하우스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그것에서 일년 내내 꽃을 가꾸거나 채소를 가꾸어서 소득을 올리면 네다섯 식구가 매달려도 살아 갈만한 것이었습니다. 더구나 이곳은 하우스가 아주 많아서 일일이 생산한 것을 가지고 팔러 다닐 필요도 없이 장사꾼들이 모여들어 미리 돈을 주기까지 하니까 팔 곳에 대해서는 별로 걱정이 없는 곳이었습니다.이런 사정을 생각하여 기왕이면 이 마을에서 하우스를 구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마침 마을 변두리에 두 채의 하우스를 가진 사람이 농사를 짓는 게 싫어서 남에게 빌려 주고자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가 알까 봐서 얼른 계약을 하지 않으면 구하기 힘든 하우스를 당장 계약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이 사람과 마주 앉아 의논을 하였습니다.“그 하우스가 그렇게 쉽게 나온 것을 보면 별로 재미를 못 본 게 아닐까요?”아버지는 은근히 걱정이 되어서 물었습니다,“이 양반이? 하기 싫으면 관두시오. 지금 이 하우스가 나왔다는 말만 나오면 누가 먼저 계약을 하는지 모를 지경인데 당신에게 차지나 갈 것 같아서 그러오?”“아따 이 양반 성질은 ? 아, 묻지도 말라는 말이오?”“글쎄, 싫으면 관두라는 것 아니오. 아마 내일이면 다른 사람이 계약을 하고 말 것인데 그때는 후회하게 될 것이오.”소개를 하겠다는 사람은 어지간히 서두르고 주인이라는 사람은“여보시오. 복덕방을 하려면 이렇게 하는 거요? 바쁜 사람 나오 라 더니 이렇게 의심이나 받으란 말이오? 그만 두시오. 난 바빠서 가 보겠소. 이제 그만 갈 테니 내일이라도 당신이 임시 계약을 하고 연락을 하시오.”하고 자리를 뜨고 말았습니다. 복덕방아저씨는 죄송해서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겠다는 듯이 죄송해 하면서 전송을 해드리고 들어와서는“여보시오. 최씨 ! 나 당하는 꼴 보았소? 당신이란 사람 때문에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이오. 아직 터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게 안타까워서 도와주려고 했더니 망신만 당하지 않았소.”하고 신경질을 부리며 자리를 뜨려는 것을 아버지가 옷자락을 붙들고 사정을 하였습니다.“여보시오. 이러면 되오? 날 도와주려면 끝까지 좀 도와주시오. 시골에서 올라와 의지할 데가 없는 사람이라는 것 잘 알지 않소.”이렇게 사정을 하여 간신히 붙들어 앉히고 사정사정을 하여서 계약을 하게 된 것입니다.변두리에 위치하고 있어서 가장 값이 싸고 땅이 좋지 않은 편이었지만 얻기가 쉽지 않은 비닐하우스를 보증금 150만원에 연 30만원씩이나 주기로 하는 계약을 맺었을 때, 진이네 식구들은 돈이 조금 모자라기는 하지만 자기들의 하우스를 갖게 되었다는 기쁨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이제 우리도 스스로가 한만큼의 소득을 올릴 수가 있게 되었다. 아무리 힘이 들더라도 우리 모두 온 힘을 다해 보기로 하자.”아버지의 말씀은 온 가족에게 희망을 주고 기쁨이 한층 더한 것이었습니다. 뿌듯한 마음으로 가족들이 신바람이 나는 며칠을 보내고 나서, 이제 진이네가 장만한 비닐하우스를 찾아가서 비워줄 것을 부탁하기로 하였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기분이 좋아서 나란히 손을 마주 잡고서 부풀은 가슴을 억누를 길이 없는 듯, 발걸음도 가벼웠습니다. 비닐하우스에 다달아 문을 열고 들어서며“안녕 하세요 ? 주인님은 어디 계시죠 ?”“누구시죠 ?”“네에, 아직 연락을 받지 못하셨군요. 지난 15일에 하우스를 전세계약을 하였는데요. 혹시 주인이 알려 주시지 않으셨나요 ?”“무슨 소리예요 ? 누구에게 전세계약을 하셨다구요 ?”“주인이 강경식씨가 아니었나요 ?”“주인이요 ? 이건 우리 것인데요 ?”“아니 그럼 강경식씨가 아니란 말이에요 ?”“무얼 잘 못 알고 오셨나 보군요. 딴 곳에 가서 알아보십시오. 여긴 우리가 이렇게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데, 누가 전세를 내어주었단 말입니까 ?”“뭐라구요 ? 아니 그럼 우리가 돈을 준 것은......... ?”아버지는 그만 머리를 싸쥐고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여보 ! 여보 ! 정신 차리세요.”어머니는 그만 정신을 차리지 못하시는 아버지를 붙잡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간신히 정신을 차렸지만 아버지는 그 충격으로 며칠을 멍하니 먼 산만을 바라다보면서, 제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몇 달을 보내야 하였습니다.경찰서로 검찰청으로 찾아다니며 애원을 해봐도 어느 누구도 도와주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단지 형식적으로 문서나 접수 할 뿐이었습니다.그 동안에 진이네는 이제 꿈도 희망도 모두 사라져 버린 빈껍데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날마다 가족들의 먹거리를 마련하는 것만도 벅찰 지경인데, 돈을 빌려준 이웃들은 이제 돈을 받지 못 할 것을 염려하여 눈치코치 살펴주는 법이 없이 재촉이 불같았습니다. 그렇게도 믿고 다정했었던 이웃 사람들이건만 잘 못 되어서 돈을 떼이게 되었다고 하니까 도와주기는커녕 자신의 돈부터 달라고 야단들을 하는 것이 너무나 야속하기만 하였습니다. 이렇게 되자 아버지와 어머니는 가끔 불편한 마음을 달래지 못하시고 싸움을 하시게 되었습니다.5. 귀향의 길한달 가까이 사기를 치고 도망을 간 두 사람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여기저기 알아도 보았지만, 더 이상 그를 찾는 방법도 없거니와 찾는다고 하더라도 사기란 어지간히 지능범이라서 경찰에서도 쉽게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법률구조공단에서의 설명을 듣고서는 더 이상 버틸 힘마저 없어져 버렸습니다.그날 밤 어머니는 죽기로 결심을 하셨던지 농약을 마셔 버리셨습니다.자리에 들었다가 설풋이 잠이 들었는데 어머니가 신음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아버지! 아버지! 어머니가.....”진이의 다급한 목소리에 놀란 아버지는 아직 술이 덜 깬 목소리로“뭐어? 엄마가 어떻다고?”“아버지, 어머니가 이상해요. 갑자기 신음을 하시면서 쓰러지셨어요.”“뭐? 어디가 아픈 가부다.”아버지는 술기운을 못 이기겠다는 듯이 그냥 자리에 누우셨습니다. 진이가 불을 켜고 살피다가 방구석에 뒹구는 농약 병을 발견하였습니다.“아버지, 엄마가 농약을 마셨나 봐요. 어서요......”이 말에 아버지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어머니에게로 다가오셨습니다.“진이야. 어서 엄마를 등에 업혀라. 어서 병원으로 옮기지 않으면 안 된다. 어서.”이렇게 다급하게 집을 나섰는데 마침 응급실에 불이 켜진 동네 의원을 발견하였습니다. 다행히 얼른 발견이 되었기 때문에 가까운 동네 의원에서 위세척을 하는 등 응급 처치를 잘해서 큰 탈이 없이 3일 만에 퇴원을 하셨습니다. 집에 돌아온 어머니는 더 이상 이 지긋지긋한 서울에서 살고 싶지 않으셨던 모양입니다.밤이 깊어 잠자리에 들었는데 두 분의 이야기 소리가 도란도란 들려 왔습니다.“여보, 우리 고향으로 돌아갑시다. 이렇게 살아 보았자 우리 같은 촌뜨기들은 서울 사람들의 밥 노릇이나 하지 어디 이게 사람의 새끼들이 사는 곳입니까? 우리는 더 이상 여기서 살아갈 자신이 없지 않아요. 다시 내려갑시다.”어머니의 말씀에 이어 아버지는“당신의 마음을 알만하오. 나도 지금 생각을 해왔오. 이렇게 살아보았자 아무런 앞날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오. 그래서 차라리 고향에 내려가서 내가 어려서부터 몸에 익힌 농사를 짓는 게 제일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소, 다만 우리가 여기 와서 익힌 비닐하우스를 거기에 가서 한 번 해보면 어떨까 생각을 하고 있었소. 당신 생각은 어떻소?”“그래요. 우리 내려가서 거기에서 땅을 빌리면 싸게 빌린 것 아니겠소. 여기서 익힌 것이니 하우스를 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오. 3년 동안 배운 지식을 이용한다면 거기에서도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것이 아니겠소. 나도 이제는 제법 알게 되었으니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책임을 질 거예요.”두 분의 마음은 이미 서울을 떠나 고향 들판에서 비닐하우스를 짓고 계시는 것 같았습니다. 진이는 마음속으로 차라리 잘 됐지 뭐. 그렇게라도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기운을 차려서 열심히 하신다면 충분히 잘 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일주일 후 어느 날 밤에 진이네는 마을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이삿짐을 지고 나섰습니다. 물론 가까운 이웃들에게는 자신들이 가는 곳의 주소도 알리고 그 동안 진 빚은 방세를 빼어서 모두 갚았습니다. 다만 서울까지 왔다가 못살고 떠난다는 말을 듣기가 너무 서러워서 밤에 떠나기로 한 것입니다.고향에 도착을 한 진이네는 곧장 이웃 사람들에게 청하여 마을 앞 논을 몇 마지기 세를 얻었습니다. 비닐하우스를 짓지 않은 빈 땅이라지만 서울에서의 1/10도 안 되는 싼 땅 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어린 시절부터의 친구이기도 하지만 동네에서 가장 농토가 많은 부잣집이라서 농사철에 농사를 돕는다는 조건으로 몇 마지기는 그냥 보리를 심어 먹도록 주기도 하였습니다. 진이네 온 가족이 힘을 합쳐서 논에 보리를 심고 북을 주고 가꾸는데 전력을 하였습니다. 겨우내 남의 집 보리밭도 매고 남의 집이라면 달려가서 도와주고 나섰기 때문에 식구들이 굶주리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이듬해 봄에는 보리를 많이 거두어 보리밥이라도 먹고 살수 있게 되었고, 비닐하우스에 심은 채소는 겨울 동안 제법 돈벌이가 되어서 당장 하우스를 짓는데 들었던 비용은 갚아 나갔습니다. 이렇게 몇 년 만 고생을 하면 빚을 벗고 나설 수가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마을 사람들도 이제는 진이네가 하는 일이라면 서로 도와서 함께 살기를 바라는 마을 사람들의 고마운 마음에 더욱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한해를 보내고 나니 이제 지긋지긋한 서울은 완전히 머리에서 사라진 듯 모두들 이곳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졌습니다. 이웃들의 고마운 도움으로 먹고사는 문제는 간신히 해결이 되었습니다.그러나 이렇게 겨우 먹고사는 데만 매달려서는 도저히 앞날이 없을 것이라는 걱정에 무엇인가 좀더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없을까 이것저것 찾아도 보았고, 농촌지도소의 도움을 받기 위해 영농교육에도 찾아다니면서 아버지는 새로운 작목에 눈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산업체 현장실습 도중 사고로 숨진 이민호 군의 영결식이 6일 이 군의 모교에서 제주도교육청장으로 엄수됐다. 재발 방지책 마련을 요구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교육부는 사회관계장관 회의를 갖고 6개월이던 현장실습 시간을 1개월로 줄이고 노동이 아닌 학습 중심으로 개편하는 내용의 ‘현장실습생 사망사고 관련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현장실습 완전 폐지냐, 아니냐’를 둘러싼 논란과 찬반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산업체 현장실습 자체를 전면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본래 의미의 교육과정과 연계된 현장실습이 정착될 수 있도록 기존의 조기취업형태를 학습중심의 현장실습으로 전환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특성화고 학생, 교사의 반발과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문제가 있다고 폐지한다면 남아날 제도, 정책이 있겠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현장실습은 1973년 도입돼 40여년 지속돼 온 제도다. 물론 문제점도 있고, 개선이 시급하다. 학생의 안전과 생명이 가장 소중하다는 점에서 이번만은 반드시 악습을 끊어야 한다. 현장실습이 학생의 인권과 노동력 착취 수단으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제도가 40년 넘게 유지되는 데에는 그 이유가 있고 27만여 명에 달하는 특성화고 학생들의 미래와 학교의 고민도 충분히 경청할 필요가 있다. 당장 학교현장에서는 "기업체와의 연계 약화로 취업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현장실습을 중단해보니 취업률이 뚝 떨어진 과거 사례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졸 우대를 통한 고졸희망시대 실현’을 강조했다. 이는 바로 특성화고·마이스터고를 졸업한 우수한 고졸 인재들이 사회에서 제대로 대접받을 때 가능하다. 따라서 정부는 현장실습 폐지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학생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면서도 양질의 일자리를 어떻게 마련해 제공할 것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힘은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에 기반하고 있다. ‘촛불 시민’의 힘으로 퇴행적인 한국사 ‘국정화 시도’가 기적같이 중단되고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는 불가피하게 2015교육과정 적용 시기를 유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드디어 며칠 전 개정교육과정 시안이 얼굴을 드러냈다. 시안은 공청회를 거치면서 앞으로 다듬어지겠지만 학교 현장의 현실적 조건들을 고려해 적합한 완성품이 나올 수 있도록 더욱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시안에 나타난 계열성과 현장 적합성에 대해 몇 가지 고려가 필요한 것들이 있다.세계사 분리로 시수문제 해결 한계 이번 시안은 세계사와 한국사를 분리해 중 2때 세계사, 중 3때 한국사를 학습하도록 하고 있다. 또 세계사는 동서양 통사, 한국사는 전근대사 중심의 통사로 구성했다. 특히 고등학교는 3:7 정도의 비율로 근현대사가 중심이어서 예전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분위기가 배어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먼저 그간 중학교에서 세계사와 한국사를 통합해 2년에 걸쳐 역사1,역사2로 배우던 것을 학년별로 세계사와 한국사를 분리해 배우도록 편재한 것은 의미 있다. 지금까지 많은 학교가 세계사를 건너뛰고 한국사 중심의 수업을 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의 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면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나타난다. 그동안 중학교 역사 수업 시수를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됐지만 타 교과와의 관련 등으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결국 이번 시안에서 ‘세계사 먼저’라는 방안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고등학교에서 세계사가 선택과목으로 편재돼 있는 탓에 사실상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세계사 학습이 부실하다는 현실적 고민을 고려해 최소한의 세계사 학습 시수를 확보하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 그러나 기존 역사1 배정 시수가 대부분 2단위임을 고려한다면 ‘세계사 독립’이라는 조치로 근본적인 수업시수 해결을 이루었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더욱이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자유학년제로 점차 확대되면 중학교 2학년의 교과수업 시수가 축소될 수 있는데 ‘세계사 먼저’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보여지는 것이다.근·현대사 수업 파행 해소도 과제 그리고 2015 고등학교 세계사에서는 이미 소위 ‘주변부’에 해당되는 서아시아 일부,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역사 등이 배제된 반면 이번 중학교 시안은 북아프리카나 북아메리카까지 포함돼 있어 학습 부담 측면이나 계열성 부분에서 문제점이 없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더 큰 문제는 한국사를 중학교 3학년 때 배우도록 한다면 역설적으로 이번에는 한국사 수업의 파행이 충분히 예견될 수 있다. 특히 중학교도 고등학교 못지않게 상급학교 진학으로 인한 학사 일정 파행이 존재해 대부분 중학교가 중3 2학기 2차 지필을 11월에 끝내려 하고 있다. 이후의 교실은 파장(罷場) 분위기인데 마지막 단원인 ‘근·현대 사회의 전개’ 부분이 제대로 학습될 리는 만무하다. 이로 인한 고등학교 한국사와의 계열성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고 하겠다.
2011년부터 초등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2년 전에 5학년 아이들과 1년을 보낼 때의 일이다. 경인(가명)이는 참 밝고 친구들에게 친절한 아이였다. 하지만 수학 시간만 되면 기가 죽어 있었다. 흔히 얘기하는 ‘수포자’(수학포기자)였던 것이다. 교사로서 그 아이가 참 안타까웠다. 어느 날 수학 시간의 학습주제는 ‘삼각형 그리기’였다. 삼각형을 그릴 수 있는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날은 두 변과 끼인각을 알 때 삼각형을 그리는 시간이었다. 역시나 경인이는 시작조차 하지 못하도 있었다. 나는 그 아이가 하교한 후 교실에서 수많은 고민을 했다. ‘왜 똑같은 조건으로 가르쳤는데 경인이만 어려워하는 걸까?’경인이는 왜 수포자여야 했을까 하지만 그런 고민이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그날 밤 바둑 모임에서 깨달았다. 나보다 바둑을 잘 두시는 분과 함께 연습 바둑을 하는 날이었는데 그분보다 한참 하수였기 때문에 ‘접바둑’을 두게 됐다. 접바둑은 바둑을 두는 방식과 관련된 용어다. 바둑을 두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비슷한 실력끼리 돌 가리기를 통해 흑과 백이 번갈아 한 번씩 두는 호선바둑, 두 번째는 1치수(1단이나 1급) 차이가 나서 실력이 조금 부족한 사람이 흑을 두고 실력이 조금 높은 사람이 백을 두는 정선바둑이다. 그리고 세 번째가 바로 접바둑이다. 먼저 흑을 두 점 두고 시작하는 방식이다. 당연히 흑이 더 유리해진다. 하지만 실력 차이를 고려했을 때, 접바둑을 둬야 실력이 맞고 평등하다. 그날 나는 그 분과 ‘2점 접바둑’을 두게 됐다. 그렇게 바둑을 두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경인이가 떠올랐다. 지금까지 수학에 대한 흥미가 없고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한 경인이를 다른 아이와 똑같은 조건으로 가르치면서 그 아이가 못한다고 답답해했던 나를 되돌아보게 됐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경인이만을 위한 학습지를 따로 만들었다. 다른 아이들에게는 두 변의 길이와 그 사이의 끼인각을 알려줘 삼각형을 그리도록 했고, 경인이에게는 그 조건 말고 다른 변의 길이도 함께 알려주는 식으로 진행했다. 다행히 내 깨달음과 노력은 경인이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됐다. 수학학습에서 만큼은 경인이에게 ‘접바둑’의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차이 고려치 않는 교육은 불평등 바둑에서 ‘접바둑’은 전혀 불공평한 규칙이 아니다. 실력 차이가 있는데도 똑같은 조건에서 ‘호선’바둑을 두는 것이 오히려 불공평한 것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학습자의 수준을 알고 있음에도 그 수준에 맞춰 주지 않는 것은 불공평한 일이다. 교사의 역할은 학습자의 수준을 파악해 수업내용을 조절하는 것이며, 이것은 바둑에서의 ‘접바둑’과 같은 이치다. 지금까지 아이들의 경험과 역량을 고려하지 않은 불공평한 기준이나 규칙을 가지고 대해 온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일이다. 최근 특수학교의 건립·확장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일반 학생들과는 다른 조건을 가진 특수교육 대상 아이들에게는 그에 맞는 조건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실질적 평등일 것이다. 이 문제 또한 ‘접바둑’의 이치에 따라 양보하고 배려하는 자세에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과금형 휴대용 충전기'라는 용어는 무슨 말? '공문서 제목만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작성해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친환경 시대에 대비해 정부는 한국환경공단을 통해 전기자동차 보급 활성화를 위해 국고보조금 사업을 통해 전기자동차 완속충전기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통이 어려움을 실제로 경험한 것이다. 공문에서 중요한 것은 제목이다. 제목만으로도 공문의 목적을 읽을 수 있도록 언어가 잘 선택돼야 한다. 하지만 내가 받은 공문에는 이런 단어가 들어 있지 않다. 얼마 전부터 전기차 보급을 위해 아파트 단지에는 충전기가 이미 설치돼 그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개인에게 필요한 것은 개인이 차량에 싣고 다녀야 할휴대용 충전기다. 그렇다면 문제는 아주 단순하다. 하지만 공문을 보면 매우 복잡하게 작성돼 상담자와 통화를 해도 의문이 해결되지 않았다. 정보제공을 의무화 하는 항목은 더 가관이다. 맨 첫 항목은 '(개인정보 동의) 전기자동차 완속충전기 설치 신청자의 개인 정보는 전기자동자 및 충전기 제조사, 한국환경공단, 환경부에 제공함을 동의합니다.'에 확인을 요구하고 있다. 이 문장 안에는 '전기자동차 완속충전기 설치 신청자의 개인 정보는' 이라고 규정하면서 휴대용 충전기 구매를 하는 항목도 포함하고 있다고 우기는 담당자의 국어 실력은 도대체 어디에서 배운 국어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완속충전기 설치 신청자가 아닌 차량에 가지고 다닐 휴대용 충전기 신청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금형 휴대용 충전'기라는 용어는 풀이가 없다. 단지 맨 아랫줄에 계량, 통신기능이 있는 이동형충전기라는 표현이 적혀 있다. 이는 공급자의 해석을 들어보니 차량에 개인이 싣고 다니는 충전기라는 설명이었다. 더 어려운 해석은 '주차장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 '과금형 휴대용충전기 구매를 지원하며'로 조건적으로 한정돼 있다. 이처럼 전화로 다시 문의를 해야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가 있는 공문은 문제가 있다. 필자도 교육 행정기관에 근무할 때, 담당자가 일반적으로 용어를 알 수 없는 공문을 발송하게 되면 종일 교육현장에서 전화가 걸려와 업무에 온종일 업무 방해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할 전기자동차 보급 사업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려면 해당 부서의 공문서 작성부터 달라져야 한다. 특히, 온 국민과 소통을 해야 할 '전기차 보급 관련' 공문은 사전에 예비 설문 조사를 통해 무엇이 문제인가를 먼저 발견하고 유통하는 절차가 필요할 것 같다.
전남 순천동산여중(교장 조창영)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의거 2018학년도부터 ‘소프트웨어 교과’가 올바른 방향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2016~2017 SW교육 선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자유학기제 프로그램과 SW체험교실, 동아리 활동을 연계한 SW 교육’이라는 다양한 주제로 SW교육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학년 초에 교내 SW 자율 동아리 ‘ADA(최초의 여성프로그래머)’를 모집해 운영하고 있으며, 교내외 소프트웨어 경진대회 준비 및 학교 축제와 연계한 동아리 체험 마당, 삼성에서 주관하는 주니어소프트웨어 창작대회 등을 위한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는 시간들을 가졌다. 또한 지역대학인 순천대와 연계해 다양한 SW특강을 실시했고 2017. 학생정보화경시대회 스크래치 부문에서 은상(3년, 한지희)을 수상했다. ‘학부모와 함께하는 창의‧상상 SW 캠프’를 통해 스크래치, 아두이노, 드론, 3D 프린터 등 학생 및 학부모들이 소프트웨어를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함께 가짐으로써 미래사회에 소프트웨어 교육의 중요성을 알게 되고 소프트웨어를 통한 무한 상상력과 창의성을 기르게 되는 계기가 됐다. 1학년 학생들은 자유학기 주제 선택반에서 로봇반을 운영했다. 학생들은 로봇을 직접 제작해 보고 스마트 기기와 연동해 로봇을 제어하는 과정을 통해 창의력과 상상력을 길렀다. 꿈을 잇(IT)는 SW 창의체험 교실’을 통해서는 컴퓨터 코딩 능력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의 문제를 새로운 방향으로 생각해 수월하게 해결하고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 밖에 순천대와 연계한 SW 특강, 오조봇, 햄스터 로봇 특강, 3D 프린터 특강과 ‘교사, 학생, 학부모를 위한 SW 전문가특강’ 등을 통해 ‘우리 학생들이 미래사회에 대비하고 4차 산업혁명시대에 주역으로서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다’고 조창영 교장은 밝혔다.
[한국교육신문 백승호 기자] 강원도교육청이 단위학교 교원인사자문위원회의 구성·권한을 과도하고 규정하고 지난 1년간 운영현황을 조사해 보고하라는 공문을 보내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강원도 내 교장들은 강원도 교원인사자문위원회 구성 관련 규정이 다른 시도에 비해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는데다 최근 공문을 통해 구성과 운영현황에 대해 조사하는 것은 학교 자율운영권 침해라는 입장이다. 강원도교육청이 지난달 29일 지역교육지원청을 통해 시행한 ‘2017 단위학교 교원인사자문위원회 운영현황 제출’ 공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말까지 학교의 교원인사자문위원회 구성여부를 파악하고, 회의 개최건수, 의결안건과 반영안건, 반영비율을 요구했다. 또 교육지원청에는 학교에 교원인사자문위원회 컨설팅 운영실적 및 계획을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문제는 강원도의 경우 교원인사자문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의결사항에 대해서는 학교장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수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장의 학교자율 운영권을 침해하고 있는 셈이다. 교원인사자문위원회 설치와 운영을 자율로 적용하고 있는 다른 지역 교원들의 경우 이같은 강원도의 실정에 대해 의아해 하고 있다. 서울의 한 교감은 “말 그대로 자문위원회인 교원인사자문위원회는 표창, 담임이나 부장 결정 등을 위해 학교별로 여건에 맞게 운영하는 것인데 강원도의 경우 지나치게 옥죄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광주의 한 교장은 “학교 인사자문위원회와 관련해 올해 초 광주에서는 조례로 추진하던 것이 무효화 된 적이 있다”며 “내용이나 위상이 단순히 시도교육청의 규정으로 다루어질 정도가 아닌 수준인 것 같다”고 밝혔다. 올 1월 대법원은 비슷한 내용을 학교자치조례로 규정하려 했던 광주시교육청에 대해 상위법의 위임이 없는데다 내용이 학교장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조례효력을 무효로 판결한 바 있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 규정이 학교교원인사자문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이를 근거로 도교육청은 교육감이나 교육장이 설치와 관련된 사항을 규정하도록 했다”며 “규정과 위임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선 학교장들은 교원인사자문위원회의 강화를 통해 학교장의 권한을 약화시키려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강원도의 한 교장은 “특정 교원단체의 홍보물에 보면 교원인사자문위원회 설치와 위상강화 등을 치적으로 홍보하고 있다”며 “일련의 과정이 교육감과 코드가 맞는 특정 교원단체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장은 “교육부에서 학교에 ‘둘 수 있다’고 자율로 맡긴 규정을 교육청이 중간에서 불필요하게 명문화해 학교자율을 침해하고 있는 전형적인 케이스”라며 “교육청은 위임받은 교육자치를 가지고 학교를 압박하는데 사용할 것이 아니라 일선 학교에서 교육자치가 구현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육신문 백승호 기자] 교육부가 내년 2월 전국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에서 1, 2학년의 영어수업을 금지하기로 하면서 교육계에 논란이 일고 있다. 사교육 확대, 취약계층 교육소외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공교육정상화촉진및선행교육규제에관한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 위반, 아동의 모국어 습득에 대한 영향 등을 고려해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현행 교육과정 상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를 배우도록 규정하고 있어 1, 2학년에서 영어수업을 하는 것은 결국 공교육정상화법 위반이다. 2014년 공교육정상화법 시행 당시 정부는 갑작스런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과정 폐지에 대한 혼란을 우려해 경과규정을 통해 방과후학교에서는 2018년 2월 28일까지 한시적으로 허용 한 바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반대도 알고 있지만 정책의 신뢰성, 안정성 차원에서 계획대로 일몰을 결정하게 됐다”며 “3년 동안 법 적응 기간이 있었던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서울의 A초 교장도 “모국어를 배워야 할 시기에 영어에 몰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초등 저학년 시기에는 기초학력을 다지면서 교과보다는 체험, 활동 위주의 학습이 오히려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다. 도시지역의 학부모들은 사교육 팽창을 우려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의 초등 1학년 학부모 김세린 씨는 “초등 방과후과정에서 그나마 영어 수업을 해 저렴하게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는데 2학년이 되면 없어진다 하니 당황스럽다”며 “결국 영어 학원을 갈 수밖에 없는데 비용이나 아이의 적응이 걱정 된다”고 설명했다. 조원표 경기 소안초 교사는 “방과후 영어는 주 5일에 5~8만원 수준인데 학원은 2, 3회에 수 십 만원하는 경우도 있다”며 “학교운영위원회에서도 공교육정상화법이 실제로 사교육만 부추기는 셈이라고 성토했다”고 전했다. 농산어촌 지역이나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전남 B초 교장은 “사교육도 같이 규제해 출발선상을 같이 하면 모를까 학원도 없는 시골학생들은 어디서 영어를 배워야 하냐”며 비판했다. 이같은 일몰 반대 여론 동향은 청와대 국민청원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7일 현재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 일몰반대’ 청원은 7일 현재 1만604명으로 전체 청원 중 18번째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교총은 신중한 결정을 주문했다. 찬성과 반대 모두 타당성 있는 주장을 하고 있는 만큼 학교 현장과 학부모, 관계자들의 폭넓은 의견 수렴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석 교총 정책본부장은 “법적인 문제도 있지만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의 경우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조사에서도 찬성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만족도도 높았던 만큼 여러 의견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올해 선배들이 취업 나가는 걸 보면서 나도 열심히 해서 취업해야지 다짐했는데 갑자기 조기취업이 폐지된다고 해서 충격이었어요. 중학교 때부터 그 결심으로 온 건데, 이럴 거면 특성화고에 올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요?”(인천 A특성화고 2학년 B학생)교육부가 내년부터 특성화고의 조기 취업형 현장실습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1일 밝힌 가운데 현장에서는 ‘문제가 생겼다고 당장에 폐지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조기 취업을 원했던 학생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교육부는 당초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던 ‘현장실습 체제 개편안’을 최근 제주도 현장실습생 사망사건을 계기로 시행시기를 내년으로 앞당겼다.이에 대해 교사들은 “사고는 안타깝지만 개선해나가면 될 일이지 여론에 떠밀려 갑자기 결정을 바꾼 교육부에 대해 믿음이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인천 C특성화고 D교사는 “조기취업으로 경력을 쌓고 만족해하는 학생들도 많은데 안 좋은 면만 부각되면서 결국 폐지한다고 하니 어떻게든 취업 시키겠다는 사명감으로 일했던 교사로서는 힘 빠지고 억울하다”고 말했다.경기 E특성화고 F학생(2학년) 또한 “가정형편이 어려워 빨리 취업해 보탬이 되고자 들어왔는데 당황스럽다”며 “그동안은 선생님이 회사를 알아봐주고 취업 후에도 관리해주셨는데 이제는 졸업 후 알아서 하라는 것인지 막막하다”고 밝혔다.가장 우려하는 점은 취업처 감소다. 경기 G특성화고 H교사는 “사활을 걸고 일하는 업체 입장에서 한 달 동안 교육중심으로 진행되는 현장실습에 기꺼이 참여할 곳이 얼마나 될지, 안 한다는 데가 대부분일 것”이라며 “가뜩이나 취업처가 부족해 힘들었는데 중소기업들이 대거 빠지면서 기업체와 학교 모두 위축될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인천 I특성화고 J교사는 “벌써 학생들이 찾아와 ‘내년에 취업 못 나가는 거냐’고 걱정한다”며 “실무과목과 연계돼야 하기 때문에 원예, 프로그램 개발 등 수요가 많지 않은 업체들의 참여는 훨씬 저조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가정형편을 떠나 스스로 엔지니어, 테크니션 쪽으로 확고한 목표를 가진 학생들도 많은데 취업처가 줄어들면서 혹여나 꿈이 꺾일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교사들은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H교사는 “규정 등을 강화해 위험한 요소를 없애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과 기업체들을 관리하면서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1학기에 자격증을 따고 바로 실습과 연결되지 않을 경우 경력 단절 및 방향성 상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서울 K특성화고 L교사는 “제대로 대우도 못 받고 취업률 압박으로 직업교육에 뛰어들었던 전례들을 봤을 때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도 “당장 없애기보다 두 제도 모두 존치하면서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여러 기회를 보장해야지 너무 이분법적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폐지 방침을 찬성한다고 밝힌 충남 M특성화고 L교사는 “학교는 교육을 시키는 곳이지 인력공급 기관이 아니므로 졸업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교육하면 될 일”이라며 “1학기에는 자격증을 따고 2학기에는 프로젝트 실습, 자소서 연습 등을 하면서 소양을 길러주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도제학교, 중소기업맞춤형, 공기업 등 양질의 취업처는 6개월 이내의 현장실습이 가능하도록 예외로 했다”며 “교육청과 학교평가에 취업률 항목을 삭제해 학교 부담을 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정형편 때문에 조기취업을 한다는 것은 사회안전망과 복지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일이지 학교가 떠맡을 일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특성화고 진학 감소 등 당장의 진통은 있더라도 고교 3학년 과정을 마친 후 정식으로 취업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방향으로 근본적인 체제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내년부터 전국적으로 고교학점제가 시범 운영에 들어가는 가운데 시행을 놓고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엇박자를 내고 있어 논란이다.교육부는 오는 2022년 고교학점제 도입을 목표로 전국 17개 시‧도에 연구‧선도학교를 지정해 3년간 운영토록 했다. 이와 관련해 정책연구 추진과 종합계획을 2020년까지 마련하고 2022년까지 현장 의견을 거친다는 계획이다.이런 가운데 서울은 당초 정부 계획보다 3년 더 앞당겨 모든 일반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개방-연합형 선택 교육과정’을 운영한다고 4일 밝혔다. 시교육청은 이를 위해 내년에 교육지원청별 1~2교씩 20교 내외의 개방-연합형 선도학교를 운영하고 2019년에는 자율고를 포함한 모든 일반고에서 개방형 선택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선도학교는 교육청이 운영하고 3000만 원 내외의 예산을 지원하는 한편 연구학교 운영은 교육부에 맡긴다는 입장이다.반면 전북은 학교 이중업무 가중, 인프라 구축 미흡 등 부작용을 우려해 연구학교 운영을 거부하고 선도학교만 운영한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연구학교는 3년 단위에 각종 보고서도 형식에 맞춰야하지만 선도학교는 1년 단위인데다 교육청과 학교 자율성이 보장되는 편”이라며 “이미 인근학교 간 공동 교육과정, 진로 집중과정, 대학 연계 주말강좌 등 학점제와 맞물리는 사업이 많은 상황이라 이중 업무로 학교 부담이 가중된다”고 밝혔다. 또 “상대평가 제도 내에서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면 현장에 혼란을 줄 수 있어 평가제도에 대한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며 “추이를 지켜보고 2차 년도에 지정을 할지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이런 가운데 서울지역 고교 교사들은 성급한 추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 A고 교사는 “고교학점제의 내용과 운영 방식 등에 대해 파악조차 안 된 교사들이 대부분인데 타 시도에 비해 3년이나 앞당겨서 실시할 경우 무리가 따를 수 있다”며 “정부 안대로 준비해도 부족한데 서울만 앞당기는 것은 반대”라고 강조했다.서울 B고 교감은 “고교는 입시와 관계가 있기 때문에 학생 수에 따라 평가의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고 주 34시간 수업시수로 일과가 빡빡한데 타 학교 이동 수업 등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보완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성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C고 교장은 “내년은 20교 정도의 시범운영이지만 내후년부터 서울의 모든 고교가 운영할 수 있을 만큼 교원 및 강사 수급, 예산 확보 등이 충분히 마련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이와 관련해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는 “중학교 자유학기제는 그나마 대입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저항이 덜 했지만 내신 성적에 훨씬 민감한 고교의 경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교과교실제도 상당수의 학교들이 실시하고 있지만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 학교는 극소수인 만큼 입시 여건과 교원 수급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고교학점제도 실제 운영은 겉핥기식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개방-연합형 선택 교육과정은 고교학점제로 가기 위한 전 단계”라며 “평가방법 등에 한계가 있는 만큼 보완을 거쳐 완전한 고교학점제는 2022년은 돼야 구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산에 대해서는 “학생수, 학급수가 줄면서 교사 수업시수가 남는 경우도 있어 강사와 교사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부전공 연수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전면개방형의 경우 1년 강사비가 500만 원 정도로 크지 않은 학교도 있어 선도학교를 운영하면서 보다 정확한 규모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학교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기관이다. 이를 위해 선생님의 교육과정에 의한 수업이 주를 이루지만 가끔은 평소에 듣지 못한 강의를 개설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는 이같은 수업을 마친 후 거의 피드백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강진칠량중학교(교장 김현국)은 수업 전부터 메모를 할 수 있도록 준비를 시키고 수업이 끝난 후에는 다시 이를 글로 정리하는 과정을 매우 중요시 한다. 필자가 강의를 마친 후 학교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니 이같은 소감이 실려 있었다. '2017년 11월 22일 수요일 5,6교시에 나는 3개 학교가 모여 수업을 하러를 전남생명과학고등학교에 갔다.거기서 김광섭 선생님의 꿈과 관련한 인성교육 강의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선생님께서는 2시간 동안 학습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나의 꿈은 내 스스로 찾아 나서야 된다"는 것이었다. 김광섭 선생님께서 실제로 경험하신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자신의 수업을 듣고 공부를 못하던 학생이 노력끝에 성적을 높였다는 것이다. 그 학생은기쁜소식을 김광섭 선생님께감사하다는 등 장문의 많은 카톡을 보냈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나도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해서 성적이 오른 학생처럼 내 목표에 도달했을 때, 김광섭 선생님께 카톡을 보내서 나의 기쁨을 같이 하고 싶어졌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나에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더욱 지금 보다 더 열심히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 가짐이 생겼다. 또,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 중에 제일 공감이 갔던 부분은 시험기간 때 학원에서 가르쳐준 문제가 아닌 학교 선생님이 풀라는 문제를 풀고 그것만 열심히 하면 시험 무조건 100점 맞는다는 이야기였다. 학원에서 배운 내용을 죽도록 공부하지 말고 학교에서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문제를 열심히 풀라는 이야기를 하셨고 "그 누구보다 학교 선생님이 최고다" 라는 이야기를 해주셨을 때 정말 많이 공감이 갔다.' 다른 한 학생도 이렇게 적고 있다. "김광섭 선생님의 강연은 여러모로 정말 유익했다. 선생님은 우리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실제 사례도 보여주셨는데 그 사례를 보며 든 생각은 '나도 꾸준히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었다. 선생님께서 "공부를 하는 것에 있어서 선생님은 도와주실 뿐 결국에는 내가 하는 것이다. 내가 하지 않는 이상 남이 해줄 수 없다." 라고 말씀하셨을 때, 나는 지금까지 나의 공부 습관을 반성하게 되었다. 내가 책임감 있게 예습과 복습을 했더라면 '지금의 나'는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나는 선생님의 강연을 듣고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강연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선생님께서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 공부에 대한 상담과 코칭을 해주셨는데 그 상담을 받은 학생들의 성적이 월등하게 올랐다는 것이다. 그 학생들도 고마운 마음에 감사의 편지를 보낸 것 또한 인상 깊었다. 나는 '어떤 코칭을 받았길래 성적이 이렇게 오를까?' 하고 생각하던 중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성적에 목표를 맞추지 말고 목표에 성적을 맞춰라." 나는 이 말을 듣고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 말씀 그대로 맞추게 되면 난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 있는 사람이 되지 않겠는가?김광섭 선생님의 강연은 나에게 정말 유익하고 앞으로의 학교생활에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강연이었다. 이렇게 좋은 강연을 해주신 김광섭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 드리고 싶다." 평소에도 이같은 내용은 선생님들도 많이 강조하셨을텐데 단지 귀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인간은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을 듣는 습성을 벗어나기 어렵다는사실을 깨닫게 된다. 우리 교육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학부모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교육 전문가인 학교 교사를 믿고 따르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실이다. 공교육 신뢰 회복, 그리고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고 아이의 진로를 위해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학부모의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지금 학교는 이 일을 위해 과연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학부모 교육을 한다고 해도 거의 모이지 않는 불통의 교육 현장을 장학을 담당한 정책담당자들은 얼마나 알고나 있을까?
´초등학교 1학년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인생 수업 아빠는 내게꾹 참고 기다리는 게 중요하다고 알려 주셨어요. 엄마는 기다리는 게 늘 좋은 건아니라고 얘기해 주셨죠. 할머니는 늘 말씀하세요. "일분일초도 소중한 거야." 할아버지는 말씀하시곤 하죠. "느긋하고 편하게 사는 게 정말 좋은 거란다." 옆집 아주머니한테서는 다른 사람 얘기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웠어요. 고양이와 함께 있으면서는 말을 하지 않아도 좋을 때가 있다는 걸 알았지요. 삼촌은 규칙이라는 것은 그만한 까닭이 있어서 정한 것이라고 알려 주셨어요. 승부에서 지더라도 깨끗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도 삼촌한테서 배웠죠. 친구들과 축구를 하면서 자기 책임을 다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내가 이기는 걸 정말 좋아한다는 것도 축구를 하면서 알게 되었지요.. 이웃집 형을 보며 모험이 더는 두렵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모는 늘 이렇게 말하죠. "앞으로는 말썽 피우면 안 돼." 가게 아저씨에게서 주변의 작은 것들도 눈여겨보는 법을 배웠어요., 사촌형을 보면서 보기 흉한 것도 나름대로 재미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고모는 내가 언제나 원하는 대로만 할 수는 없다는 걸 가르쳐 주셨어요. 하지만 버스 기사 아저씨는 내게 이렇게 말씀하시곤 힜어요. "네가 정말로 원하는 게 있다면 절대 포기해선 안 된단다, 얘야." 형과 함께 언덕을 오르면서 힘들어도 참아 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내리막길을 정말 신나게 내려오는 법도 배웠죠. (손도 놓고, 발도 떼고, 엄청 빠르게 슝! 하고 말이에요.) 학교에서는 내가 그저 많은 아이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걸 깨달았죠. 그렇지만 우리 집에서는 나는 아빠가 말씀하시듯 '이 세상에 딱 하나뿐인 아주 특별한 아이'라는 것도 알고 있답니다. 나는 많은 걸 배웠어요. 사촌누나는 내게 틈만 나면 말해요. "네게 가르쳐 줄 게 정말 많아." 그래서 나는 모두에게 꼭 말하고 싶어요.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 말도 다른 사람들에게서 배운 거예요. -참 고마운 인생 수업 중에서 이 책은 담양금성초(교장 최종호) 1학년 학생들이 11월 내내 아침마다 낭독한 독서평가 책이랍니다. 금성초에서는 지난 3년 동안 매월 책 한 권을 꼼꼼히 읽게 한 후, 독서평가와 독서퀴즈 맞추기 행사를 실시합니다. 상품도 받고 상장까지 주니 학생들의 참여도는 매우 높습니다. 특히 학부모님들이 더 좋아하십니다. 거기다 전교생이 아침독서까지 열심히 하는 모습은 마치 고시생들 같아서 감동을 안겨준답니다. 100권을 읽은 학생은 멋진 독서메달도 받습니다.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도 '있어서 좋은 프로그램'으로 매년 상위 평가를 받아온 중점사업이기도 합니다. 다른 학교들이 학기 당 1권 '느리게 읽기'를 몇 년 앞서서, 더 많이 하고 있는 셈입니다. 미래핵심역량을 갖추는 최상의 방법이 독서력임을! 아침 공부 시작 전에 9명 아이들이 종알종알 5분 동안 낭송하는 책이었습니다. 책 내용을 거의 외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11월 독서평가에서 거의 모든 아이들이 상위 점수를 받았습니다. 그것도 객관식 문제는 하나도 없는 서술형 문제를 말입니다. 띄어 쓰기도 틀리지 않으려고 책을 읽을 때마다 책이 뚫어져라 보던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났던 책입니다. 내가 먼저 읽고 학교 도서관 책으로 신청했던 책이기도 합니다. 선생님들이 먼저 책을 읽는 모습이야말로 최상의 독서 교육 방법임을! 이 책은 인생을 살아가는 진리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쉽게 느낄 수 있도록 참신한 그림을 곁들인그림책입니다. 글자는 페이지마다 단 두 줄씩만 들어있어서 읽는 아이들도 부담없이 좋아했습니다. 이야기의 힘을, 그림책 한 편의 힘이 어느 수업 시간 못지않게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그림을 보면 이해할 수 있으니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고도 남습니다. 이 책은 미래를 살아갈 핵심역량을 다 담고 있어서 바른생활 교재로도 참 좋았습니다. 어려운 말로 표현히지 않으면서도 인생 수업에 필요한 역량들이, 공교육에서 추구하는 교과역량까지 담고 있습니다. 진리는 단순하고 짧고 명쾌해야 하며 1학년 학생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일 때 빛을 발합니다. 실감 나게 표현하는 모습, 주인공에 따라 다르게 표현하는 목소리까지 담아내고 있으니 국어과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거의 모든 성취수준을 완벽하게 거두고 있답니다. 금성초에서는 2018 학교 교육과정 수립을 위해 벌써 몇 차례의 교직원 다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학부모와 학생, 교사들로부터 2017 학교 교육에 대한 반성자료와 건의사항을 수렴하여 수치화하여분석하며 모든 구성원이 교육의 주인이 되어 올해보다 더 나은 2018 금성초 교육을 위한 자리를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개인적으로 학교의 비전과 핵심역량을 토의하며 느낀 것은 손에 잡히지 않는 추상적 개념과 정의가 교육의 본질을 제대로 꿰뚫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교육정책 입안자나 관리자를 비롯해 선생님들까지당해 학교의 교육비전에 맞는 삶을 살고 있는지, 추구하는 핵심역량을 지니고 살고 있는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 저부터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거의 모든 학교의 학교교육계획이 너무 높은 이상을 추구하는 교육 비전과 중점과제로 가득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미래핵심역량이니, 교과역량 등 새로운 개념들을 계속 들이대지만 결국은 똑같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과거보다 더 삭막하고 메마른 인성을 지닌 학생들이 더 많아졌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어른들이 보여준 잘못된 모습 때문임을 잊지 말아야 함에도 비전이나 목표를 달리 잡으면 교육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제가 추구하는 인간상(교육비전)딱 두 가지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날마다 말하곤 합니다. "착한 어린이와 좋은 책을 많이 읽는 어린이" . 좋은 책을 많이 읽는 아이들은 모두 다 착하고 공부를 좋아하고 친구를 사랑하며 부모님께 효도함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성실해서 충(忠)하니 숙제도 잘하니 미래핵심역량도 이미 갖추고 있습니다. 착하니까 친구를 배려하고 공감할 줄 알며 자기 반성이 습관이 되어 실천도 잘합니다. 공자의 핵심 사상인 忠과 恕(내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않음) 까지 가르쳐도 이해하고 받아들일 정도로 현명합니다. 필자가 가르치는 1학년 아이들은 요즈음 예쁜 언어들을 달고 산답니다. 책 속에서 읽었던 한 귀절을 발표할 때 인용하기도 하고 친구들끼리 대화를 할 때에도 은연중에 사용하는 걸 듣습니다. 예를 들어, 자기 짝이 공부 시간에 해찰이라도 하면, "00야, 일분일초도 소중한 거야!" 라고요. 선생님이 잔소리를 해야 할 상황에서도 아이들이 먼저 해결책을 말하곤 합니다. 1학년 아이들도 미래핵심역량인 자기관리능력을 완벽하게 추구하고 있음을 보면서 책의 위력에 놀랍니다. 11월 독서평가를 끝낸 이 책은 9명의 아이들 각자에게 선물로 주었습니다. 세상이 살기 좋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자기 집에 읽을 만한 책이 없는 아이들이 많으니까요.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만큼 생각할 게 많은 책이라서 부모님도 같이 읽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외식을 하거나 가족 나들이에는 선뜻 돈을 쓰면서도 유독 책에만은 인색한 것이 현실입니다. 필자는 늘 말합니다. 선물 중에 최고는 책이라고요. 할 수만 있으면 먹고 소비하는 선물보다 책 선물을 주고 받는 풍토가 되었으면 참 좋겠다고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은근히 압력을 넣기도 합니다. 생일 선물로 비싼 케잌이나 옷보다 책을 열 권쯤 사 주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리라고요. 지금 우리 반 아이들은 이 책을 다 외워서 친구들 앞에서 또 자랑삼아발표할 거랍니다. 시 대신에 그림책 한 권을 다 외워 구연동화를 하여 1000 포인트 칭찬 스티커를 받겠다며 틈만 나면 옹알댑니다. 그림책의 아름다운 언어들을 달고 사는 아이들이라면 나쁜 행동도 더 자제하고 참아낼 수 있으리라는 확신으로 잔소리 대신 책을 안겨주곤 합니다. 먼 후일 1학년 때 선생님의 이름은 잊어도 그 때 읽고 외웠던 아름다운 언어만은 뇌세포 깊숙히 살아남아 추억이 될 수 있기를! 평생 시를 좋아하고 책을 인생의 스승으로 삼아 아름답게 살아가기를!
전남 순천동산여중(교장 조창영) 최수빈(1년)학생이 최근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주최한 ‘2017 또래상담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한번만 더 노력하기’라는 제목의 수기로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또래상담자란 일정한 훈련을 받은 청소년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다른 또래를 지지하고 지원하는 과정을 통해 문제 해결을 돕는 활동이다. 최수빈 학생은 2017년 신규 또래상담자로써 또래상담자 기본교육을 통해 배운 상담 기법을 고민이 있는 친구와 상담할 때 적용하여 친구가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수빈 학생은 ‘친구의 고민을 알게 되었을 때 과연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또래상담자 기본교육을 통해 배운 상담기법들과 상담선생님의 격려로 상담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적극적으로 친구의 어려움을 도왔다.’고 말했다. 수빈양은 ‘앞으로도 또래상담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고민이 있거나 어려운 친구들을 도와주겠다’ 며 앞으로의 포부를 이야기했다. 한편, 순천동산여중 Wee클래스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솔리언 또래상담반을 운영하며 ‘생명존중켐페인’, ‘사과 Day’, ‘I love me Day’, ‘격려 Day’ 등 다양한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또래상담자의 건강한 성장 및 역량 강화를 위한 많은 노력을 하였다. 그 결과로 지난해와 올해 또래상담 우수사례 공모전 교육부장관상을 연속 수상(2016, 2017) 했으며, 도교육감상 우수상 (2017), 또래상담 공적조서 우수 청소년 원장상 표창(2016), 도지사상(2016), 교육감상 최우수상 (2015), 청소년미래재단 우수상 (2015) 등을 수상했다.
그동안 논란의 대상이던 교육부의 학교폭력 전국 일제 실태조사가 전면 개편된다. 현재의 연 2회 전수 조사에서 전수 조사와 심층 표본 조사 각 1회로 전환된다. 다만 컴퓨터 입력 방식은 그대로 유지돼 실효성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피해 학생 노출이 쉬운 집단 일제 조사 관행도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교육부는 현행 초등 4학년부터 고교 3학년까지 학기당 각 1회, 즉 연 2회에 실시하던 학교폭력 전수조사를 내년부터 1학기 전수조사와 2학기 표본조사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표본조사는 전체 학생의 3%인 10만명 가량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내년부터 전수조사는 4∼5월, 표본조사는 10∼11월에 매년 정기적으로 실행된다. 다만, 시행 첫해인 2018년에는 전수 조사를 6월에 시행하기로 했다.제1차 조사인 전수조사는 현행 21개 문항에서 최대 48개 문항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 문항도 현행 학교급별 동일 문항에서 초중등별 학교급별로 다르게 하기로 했다. 학교폭력의 목격, 피해, 가해, 신고 영역 등 최대 48개 문항을 둔다. 특히 초등학생용 전수 조사 설문 문항에는 예시나 그림을 넣어 의미를 이해하기 쉽도록 할 계획이다. 또 사이버폭력 증가 추세를 반영해 실제경험과 사이버상의 경험을 구분해 작성하는 문항도 새로 개발하기로 했다.제2차 조사인 표본조사에는 전수조사 문항과 연계한 세부문항과 심층 분석문항을 각각 두기로 했다. 가정환경 등 개인의 배경에 대한 문항, 각 시ㆍ도 지역 특성을 반영한 문항 등이 포함된다.특히 이번 교육부의 학폭 전수 조사에서 변경된 내용 중 특이한 사항은 실태 참여율을 각 시ㆍ도 교육청에 대한 평가지표로 활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 동안은 참여율이 80% 이상일 경우 ‘우수’ 등급으로 분류, 전국 교육청 평가에 반영해 왔는데 이 때문에 큰 논란이 가중돼 온 것이 사실이다. 실제 각 시ㆍ도 교육청별로 일선 학교에 응답 비율증가를 무언으로 압력을 가한 것도 사실이다. 은연 중에 상급 관청의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다가온 것이다.또 전수ㆍ표본조사는 앞으로도 컴퓨터로 작성해야 하는데 문제점이 있다, 학폭 전수 조사 응답은 익명이지만 학교 컴퓨터실에서 집단적으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학폭 전수 조사 기간에 응답 학생을 일제히 학교 컴퓨터실로 인소해서 응답토록 하는 관행이 개선되어야 하는데 이번 개선안도 이에 대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스마트폰모바일 조사 등 개인 비밀을 철저히 담보하는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교육부는 예산부족으로 당장 모바일 실태조사를 도입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최근 3년간 전체 학교폭력자치위원회 심의 건수는 크게 늘었지만,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답변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날 발표된 2017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학교폭력 피해응답자는 전체의 0.8%로 지난해 조사와 동일했다.이번 교육부의 전국 일제 학교폭력 전수 조사 개선안 발표는 시의적절하고 국민적 요구도 반영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그동안 논란과 갈등이던 제반 문제가 속 시원하게 일소되지 않았다.연 2회 전수 조사에서 1회 전수 조사, 1회 심층 표본 조사로 변경됐지만, 여전히 전수 조사가 상존하고 표본 조사의 문제점도 안고 있다. 심층 표본 조사의 규모도 3% 10만명으로 적지 않은 인원이다.우리가 그동안 논란 속에서 실행돼 온 교육부의 전국 초 4-고3 학생들의 학교폭력 전수 조사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많은 인ㆍ물적 자원을 토입하여 실행해 왔지만, 정작 학교폭력은 감소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학교 폭력 제로인 학교에서 학교 폭력으로 자살한사건도 비일비재한 것도 부인 못할 사실이다. 그만큼 이전 학교폭력 전수 조사가 정작 학교의 학교 폭력 근절에는 큰 공헌을 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분명히 학교 폭력 실태 조사의 궁극적 목적은 학폭의 일소이다. 관행적 전수 조사로 비율을 낮추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배움의 전당인 학교의 폭력을 해소하는 것이 근본적 지향점이란 점이다.따라서 교육부는 기존의 연 전수 조사 2회에서 1회 전수 조사, 1회 심층 표본 조사로 규모와 형태만 일부 조정한 것으로 만족해선 안 될 것이다. 실태 조사의 근본적 목적인 학교 폭력의 근절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조사를 위한 조사에 안주한다면 학교에서의 학교폭력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단정을 허투루 흘려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2016년 3월, 한국의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바둑대결이 있었습니다. 이 세기의 대결은 인공지능의 어마어마한 발전을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혹은 두려운 에피소드가됐습니다. 그러나 바둑애호가인 저의 마음은 한국 바둑계의 자존심이자 수 싸움의 대가인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에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참 가슴이 아팠던 것 같습니다. 세기의 대결은 시간이 지나면서 저를 포함한 바둑 애호가에게 기쁜 소식들도 들려줬습니다. 바둑의 장점들이 일반인들에게도 소개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중 두 가지만 소개해보겠습니다. 첫째, 바둑에는 수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바둑판은 가로와 세로 각각 19개줄로 이루어져 착수할 수 있는 점이 총 361개 있습니다. 게다가, 백과 흑이 서로 번갈아 두기 때문에 어떤 수가 나올지 예상할 수 없습니다. 바둑이 진행될수록 경우의 수는 더욱 무한정 커지는 것이지요. 저 역시바둑을 처음 둔 초등학교 때부터 수없이 많은 게임을 치렀지만 똑같기는커녕 서로 비슷한 바둑조차 없었던 것 같습니다. 둘째, 바둑은 평등한 스포츠라는 점입니다. 물론, 바둑이 스포츠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스포츠로 인정하는흐름인 듯합니다.전국소년체전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바둑으로 금메달을 따는 선수들이 생겼기 때문이지요. 본론으로 돌아가서, 바둑하는 사람들은 바둑을 두는 행위, 바둑이 끝난 후 복기하는 행위를 두고 '수담을 나눈다'고 표현합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고 시작하는 노래를 기억하시나요? 정말 바둑은 말이 필요 없습니다. 즉,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손과 돌만 있으면 서로 대화할 수 있는 것이지요. 바둑은 언어, 인종, 성별 등과는 아무 상관 없이 서로 한 번씩 번갈아 가면서 두는 평등한 스포츠입니다. 저는 2011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의 특성상 아이들과 거의 동고동락하면서 많은 추억을 만들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취미로 바둑을 공부하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교육에 대한 고민거리를 바둑에 비유해 생각해보면어렵던 문제들도술술 풀린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의 삶을 바둑이라는 메타포(은유)로 나타내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드라마 미생을 기억하시나요? 이 '미생(살아있지 못한 돌)'이란 말이 대표적이지요. 또, 고등학교 때 열심히 보셨던문제집 수학의 정석 기억하시나요? 정석이라는 말도 사실은 바둑 용어입니다. 이처럼, 바둑은 인간의 삶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사람의 생애에서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는 교육 역시 바둑을 통해 바라보면 훨씬 이해하고 설명하기가 쉬워집니다. 교육에도 '접바둑'이 필요하다 제가 2년 전에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과 1년을 보낼 때의 일입니다. 경인(가명)이라는 아이는 참 밝고 친구들에게 친절한 아이였지만, 수학 시간만 되면 기가 죽어 있었어요. 흔히 얘기하는 '수포자(수학포기자)'였습니다. 저는 그 아이가 참 안타까웠습니다. 그날 수학 시간의 학습주제는 '삼각형 그리기'였습니다. 삼각형을 그릴 수 있는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날은 두 변과 끼인각을알 때삼각형을 그리는 시간이었습니다. 역시나 경인이는 시작조차 하지 못하더라고요. 저는 그 아이가 하교한 후 교실에서 수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왜 똑같은 조건으로 가르쳤는데 경인이만 어려워하는 걸까?' 하지만 이 고민이 저의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것을 그날 밤 바둑 모임에서 깨달았습니다. 그 날은 바둑을 저보다 잘 두시는 분과 함께 연습 바둑을 하는 날이었는데요. 저는 그분보다 하수이기 때문에 '접바둑'을 두게 됐습니다. 접바둑은 바둑을 두는 방식과 관련된 용어입니다.바둑을 두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비슷한 실력끼리 돌 가리기를 통해 흑과 백이 번갈아 한 번씩 두는 호선바둑, 두 번째는 1치수(1단이나 1급) 차이가 나서 실력이 조금 부족한 사람이 흑을 두고 실력이 조금 높은 사람이 백을 두는 정선바둑입니다. 세 번째가 바로접바둑입니다. 저는 저보다 실력이 높은 분과 바둑을 두었기 때문에 '2점 접바둑'을 두었습니다. 먼저 흑을두 점 먼저 두고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당연히 흑이 더 유리하겠지요. 하지만 실력 차이를 고려했을 때 접바둑을 둬야 실력이 맞고 평등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바둑을 시작했을 때 갑자기 경인이가 떠올랐습니다. 지금까지 수학에 대한 흥미가 없고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한 경인이를 다른 아이와 똑같은 조건으로 가르치면서 그 아이가 못한다고 답답해했던 것입니다. 저는 그날 밤 집으로 돌아가 경인이만을 위한 학습지를 따로 만들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에게는 두 변의 길이와 그 사이의 끼인각을 알려줘 삼각형을 그리도록 했고, 경인이에게는 그 조건 말고도 다른 변의 길이도 함께 알려주는 것이지요. 다행히 저의 깨달음과 노력은 경인이에게 힘을 주었습니다. 경인이에게는 수학학습에서 만큼은 '접바둑'의 효과가 있었던 것입니다. 바둑에서의 '접바둑'은 전혀 불공평한 규칙이 아닙니다. 실력 차이가 있는데도 똑같은 조건에서 '호선'바둑을 두는 것이 오히려 불공평한 것이지요.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습자의 수준을 알고 있음에도 그 수준에 맞추어 주지 않는 것은 불공평한 일입니다. 교사의 역할은 학습자의 수준을 파악해 수업내용을 조절하는 것이며, 이것은 바둑에서의 '접바둑'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지금까지 상대방의 경험과 역량을 고려하지 않은 불공평한 규칙을 가지고 일을 진행하신 건 아닌지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최근 특수학교의 건립·확장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떠올랐습니다. 일반 학생들과는 다른 조건을 가진 특수교육 대상자 아동들에게는 그에 맞는 조건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실질적 평등일 것입니다. 이 문제 또한 '접바둑'의 이치에 따라양보하고 배려하는 자세에서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