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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한글을 가르친다는 일은 단순히 문자를 익히는 교육을 넘어, 아이들의 정체성과 자아를 형성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필자가 호주에 처음 도착한 것은 38년 전인 1987년 9월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호주 사람들에게 한국은 지구 어디쯤에 있는 나라인지도 모르는, 매우 낯선 나라였다. 특히 1988년 서울 올림픽 중계를 보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아나운서가 가짜 명품 시계를 가리키며 “한국 이태원에 가면 햄버거값으로 롤렉스를 살 수 있다”고 조롱하던 모습은 한국의 위상이 얼마나 낮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 시절에는 한국의 존재와 가치를 알리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K-문화의 확산과 함께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호주 현지 학생들까지 자발적으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글학교를 찾는 시대가 되었다. 해외 한글학교에서는 늘 동포 자녀들의 정체성 혼란과 아이덴티티 형성이라는 문제와 마주한다. 가정에서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거나, 한국 문화와 접할 기회가 제한적인 아이들은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혼란스러워하기 쉽다. 한글 수업은 이들에게 자신이 한국인임을 확인하고, 뿌리를 느끼며 자긍심을 심어주는 소중한 통로다. 글자를 배우고 문장을 읽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단순한 학습을 넘어,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조금씩 키워 간다. 뿌리를 다시 확인하게 해주는 소중한 터전 사실 나의 젊은 시절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대 초반, 머나먼 미지의 땅에 첫 발을 디딘 나는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툴렀다. 언어도, 문화도 달라 외롭고 힘들었던 그때,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작은 위로를 갈망하고 있었다. 그런 내 앞에 우연처럼 다가온 것이 바로 한글학교 교사 모집 광고였다. 집에서 1시간 반이나 걸리는 먼 거리였지만, 마음은 주저하지 않았다. 운전이 서툰 나를 대신해 남편이 매주 토요일마다 출퇴근을 도와주었고, 그조차도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낯선 땅에서의 이민 생활은 설렘과 두려움 속에서 시작되었다. 첫 출근을 앞두고는 며칠 밤을 고민하며 보냈다. 혹시 아이들이 한국어를 못 알아듣는다면 영어로 설명해야 하나,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한글학교를 재미있게 다닐까…. 수없이 시뮬레이션하며 준비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마침내 교실 문을 열던 순간, 나만 바라보던 아이들의 또렷한 눈망울 속에서 희망이 싹텄다. “아, 이 길을 통해 나도 무언가를 찾아갈 수 있겠구나.” 그렇게 시작된 나의 한글학교 교사생활은 단순한 봉사가 아니었다. 매주 주말이면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이 기다려졌다. 한국말로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는 교실은 아이들에게도, 또 낯선 땅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던 나에게도 특별한 안식처가 되었다. 아이들이 한글을 배우며 웃음을 터뜨리고, 집에서 들은 한국 이야기를 쏟아낼 때마다 나 역시 고향과 이어져 있다는 따뜻한 확신을 얻었다. 아이들에게는 배움의 장이었고, 나에게는 뿌리를 다시 확인하게 해주는 소중한 터전이었다. 그렇게 이민의 시작과 함께 열었던 교실은 어느새 내 삶의 중심이 되었고, 주말마다 아이들을 기다리는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선생님, 저 기억하시나요?” 몇 년 전, 한국에서 한 학생의 조부모님이 학교를 찾아와 “선생님 덕분에 손자와 한국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정말 감사합니다”라며 깊이 고개 숙여 인사하던 순간이 아직도 선명하다. 스승의 날이면 또박또박 쓴 감사 카드를 건네는 아이들, 졸업 후 자신의 아이를 한글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찾아오는 제자들을 볼 때마다, 37년간 걸어온 교사로서의 길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느낀다. 한글교육의 가장 큰 보람 중 하나는, 가르친 아이들이 성장하여 자신의 길을 찾아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어떤 아이는 나처럼 한글 선생님이 되어 동료로 만나고, 또 다른 아이는 자신의 분야에서 당당히 일하며 자신감을 가진 성인이 된다. 아이들의 작은 성취가 선생님에게는 큰 힘이 되고, 그들의 눈빛과 웃음 속에서 한글과 한국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2025년 5월, 멜버른 코리아 페스티벌은 한국을 알리는 축제의 날이었다. 많은 사람 속에서 뜻밖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선생님, 저 기억하시나요?” 하고 다가온 이는 다름 아닌 나의 제자였다. 우연히 길에서 제자들을 마주친 적은 많았지만, 경찰관 제자로부터 인사를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이 잘 가르쳐 주셔서 저도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어요.” 그 짧은 한마디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나의 여정도 아이들과 함께 자라왔다. 현재 교장으로 재직 중인 웨이블리 한글학교는 성당 교우 자녀들의 한글교육을 위해 멜버른 한인 성당 공동체에 의해 설립되었다. 처음에는 작은 봉사의 마음으로 교실에 들어섰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기존 토요 한글학교와 더불어 일요 성당 한글학교까지 맡게 되면서, 말 그대로 주말 없는 삶이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교재조차 마땅치 않았다. 멜버른에는 한국학 교수가 없었기에 시드니 교수님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직접 그림을 그리고 오려 붙이며 교재를 만들기도 했다. 단순한 수업 준비를 넘어, 해외 아이들에게 이중 언어 교육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했다. 때로는 남편이 옆에서 퉁명스럽게 “그만 좀 해라”라고 말했지만, 이미 내 마음속에는 한글 전도사로서의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기에 그 말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요즘은 교재가 넘쳐나고 인터넷이 발달해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시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들이 “수업 준비가 힘들다”는 불만을 토로할 때면, 나도 모르게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을 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자칫 꼰대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나는 오히려 교육의 흐름과 트렌드를 배우려 노력한다. 새로운 연수 기회가 있으면 빠짐없이 참여하고, 후배 교사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아이들에게 더 적합한 수업 방식을 고민한다. 한글을 보급하며 깨달은 또 하나의 사실은, 단순히 글자를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배움 속에 재미와 의미가 담겨야 아이들이 학교를 좋아하고, 또 선생님을 좋아해야 배움이 이어진다. 그런 고민 끝에 나는 음악 전공을 살려 어린이 합창반을 만들었다. 그 작은 시작은 이제 멜버른에서 10년째 이어지는 유일한 어린이 합창단으로 성장했다. 한국을 알리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럽게 공연으로 이어졌고, 나는 10년 전부터 ‘멜번한인음악인협회장’을 맡아 차세대 음악회를 열어 왔다. 그 무대에서 우리 웨이블리 어린이 합창단이 부르는 ‘아리랑’은 이제 호주인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노래가 되어, 함께 따라 부르는 장면이 펼쳐지곤 한다. 그렇게 성장한 아이들은 차세대 음악회, 코리아페스티벌 같은 행사 무대를 통해 호주 사회 속에서 한인 공동체와 현지인을 잇는 다리가 되고, 불우 이웃 돕기, 아픈 아이들을 위한 모금, 우크라이나 전쟁고아 지원, 한인회 발전기금 마련, 평화의 소녀상 프로젝트 등에도 참여하며 자긍심을 키워 간다. 특히 전쟁고아 돕기 음악회를 준비할 때,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도 자신들의 노래가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누구보다 진지하게 임했다. 한글날을 맞이하며 되돌아본 37년이라는 시간 아이들이 노래 가사로 전하는 울림은 그 어떤 한글교육보다도 진정성이 깊다. 아이들은 스스로 한글의 아름다움과 과학성을 느끼고,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한다. 어느새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세종대왕을 꼽거나, 한국어 가사를 외국 친구에게 설명하며 공유하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다. 한글을 배우며 얻은 자신감을 선한 영향력으로 확장하는 경험이 곧 합창단 활동의 가장 큰 의미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개인의 경험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매년 영사관·교육원·대학교 그리고 각 한글학 교사들이 모여 한글 보급을 주제로 포럼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케이팝과 드라마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K-컬처의 영향력을 한글교육과 어떻게 연결할지에 대해서도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 한글학교를 운영하며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학생들의 수준 차이, 학부모와의 소통은 늘 숙제였다. 요즘은 특히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한글 발달이 새로운 고민거리다. 일주일에 하루 수업만으로는 아이들이 충분히 성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학부모 성인반이다. 부모가 함께 한글을 배우고, 집에서 아이들과 오늘 배운 문장이나 단어를 함께 써보는 작은 실천이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된다. 부모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관심을 보여줄 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한글을 생활 속에서 사용하게 되고,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도 깊어진다. 올해 재외동포청에서 열린 한글학교 교사연수회에 참여하며, 다문화학교를 방문하고 다른 나라 교사들과 경험을 나눈 것도 큰 의미가 있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같은 고민을 공유하며, 한글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순수한 열정과 아이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수회에서 초청 교사 대표로 인사말을 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나는 말했다. “우리 교사들의 눈빛과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을 위해, 교사들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지 반드시 기억해 주십시오.” 한글날을 맞이하며, 37년이라는 시간을 돌이켜본다. 낯선 호주 땅에서 처음 한글을 가르치던 날의 설렘과 두려움, 아이들의 눈망울 속에서 느낀 작은 희망, 합창단 무대에서 처음으로 감정을 담아 노래하던 어린이들의 떨리는 목소리…. 모든 순간이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한글과 함께 살아온 나 자신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한글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열고, 생각을 전하게 하며, 한국과 연결되는 끈이 되어 주는 살아있는 힘, 내가 그 끈을 잡고 있는 동안, 아이들은 자신의 뿌리를 느끼고 세상 속에서 당당히 설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 함께 웃고 함께 감동하는 것이 바로 내가 한글을 사랑하며 살아온 이유다. 이제 나는 교사로서, 또 한글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렇게 다짐한다. 앞으로도 아이들 곁에서 한글을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가르치며, 그 힘을 함께 나누겠다. 한글이 심어준 작은 씨앗이 아이들의 마음에서 자라고, 언젠가 그들이 만드는 세상 속에서 더 큰 꽃으로 피어나길 바란다.
현대사회는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는 글로벌 무한 경쟁을 가속화시키고 있으며, 많은 국가는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기 위한 인재 양성 교육에 지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선진국들은 우수 인재 육성을 위하여 ‘수월성’ 제고를 토대로 하는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수월성 교육은 교육 수요자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계발함으로써 개인의 자아실현 욕구를 충족시키고, 국가는 이러한 교육으로 사회·문화·경제·복지 등의 다양한 혜택을 다수가 누릴 수 있게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독일의 ‘모든 학생을’ 지향하는 수월성 교육 사례인 ‘공동 프로젝트 ‘(학업)성취가 학교를 만든다’(Gemeinsame Initiative ‘Leistung Macht Schule’(이하 LemaS)’를 소개하고, 독일의 보편적 수월성 교육정책과 그 실천 사례가 우리나라 교육의 수월성 제고에 시사하는 바를 살펴보고자 한다. 독일의 보편적 수월성 제고 교육개혁 프로그램 독일은 2001년 수월성 교육의 방향을 영재 학생을 포함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기회균등의 원칙에 기초한 교육환경을 마련하고, 교육은 학생들의 소질과 능력을 최대한 발현시켜주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시한 바 있다(박성익, 2015, 61). 소수의 영재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평범하게 보이는 아동이라도 스스로의 노력과 외부의 지원 하에서 영재(소질 향상) 지원교육을 받을 수 있는 ‘포용 교육’이 독일교육의 철학이자 이념인 것이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독일의 16개 주의 문화부장관협의회(Kultusministerkonferenz, 이하 KMK로 약칭)와 독일연방교육·연구부(Bundesministerium für Bildung und Forschung, 이하 BMBF 약칭)는 2016년에 학업성취 육성계획인 LemaS를 최종 합의하였다(BMBF KMK, 2016). LemaS 프로젝트는 ‘모든 학생에게 최적의 학습환경과 교육적 성공을 보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보편적 수월성 제고 교육개혁 프로그램으로 초·중·고등학생(1학년~10학년)의 학업성취 향상을 위해 독일 정부가 대학 연구자들 및 학교 실무자들이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는 독일 연방 차원의 교육사업이다. 이 프로그램은 2018년도에 독일 전역 16개 주에서 총 10년 동안 5년 단위의 2단계 과정으로 시작되었으며, 2025년도 현재 2단계가 진행 중이다. Lemas 1단계(2018년~2023년 6월)에서는 ‘영재 학생’뿐만 아니라, ‘개별적 맞춤 지원을 통해 잠재 능력을 펼칠 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지원하는 방안을 대규모의 파일럿 프로그램 형식으로 연구하였다. 실질적으로 모든 학생이 개별적 진단을 통해 가장 최적의 맞춤형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모듈식 구조인 LemaS에는 ‘성취 향상 및 협력적 네트워크망 구축에 중점을 둔 학교 모형 개발’과 ‘정규수업에서 도전 및 지원’이라는 수업모형 개발 등 두 개의 필수 핵심 모듈이 주축을 이룬다. 1단계에 참여한 300개의 모든 학교가 이 두 핵심 모델에 필수적으로 참여하였다. 특히 ‘정규수업에서의 도전 및 지원’ 모듈은 교과목과 직접 연관성이 있는 연구과제로, 대상 교과목은 수학과 같은 자연 과학 등으로 이루어진 STEM 교과목 및 독일어(작문과 논증의 언어능력)와 외국어(영어)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에 더하여 사회·정서적 잠재력과 예술·창의적 잠재력, 체육 잠재력도 연구 대상 영역이다. 핵심 모듈 2 ‘정규수업에서의 도전 및 지원’의 구체적인 연구과제를 도표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Benölken et al. 2019, 오혜림. 2020, 재인용). 핵심 연구 모듈 2: 하위 연구과제 4 ~ 하위 연구과제 연구과제 4~6에서는 성취에 강한 학생 및 성취가 기대에 못 미치는 학생에게 자기주도적 학습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개별적 맞춤 진단과 지원 도구’의 개발이 이루어졌다. 특히 연구과제 4는 초등학생(1학년∼4학년)과 중학생(5학년∼8학년)의 흥미·소질·학습성취능력을 진단·검토하고 평가하였다. 그리고 교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개별 맞춤형 진단 도구를 개발하기 위하여 진단 영역과 학습주제를 구체적으로 검토하였으며, 검토 후 선택된 영역과 학습주제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일련의 평가과정이 포함된 결과를 문서화하였다. 연구과제 4에서 학생들의 개별적인 지원 필요를 확인하였다면, 연구과제 5는 이를 토대로 한 집중 훈련 활동 단계로 분류될 수 있다. 이 과제는 정규수업에 필수적인 학습자 동기부여 방식과 초인지 학습능력 촉진 전략을 개발하였다. 연구과제 6은 동기 결함, 자기조절, 신체 또는 정서적 문제, 이민자 배경 등의 이유로 사회적 제약을 받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위와 동일하게 진단 및 지원 전략을 검증하였다. 연구과제 21에서는 기존의 학내 멘토링시스템을 최적화하고 전문화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무엇보다도 특정 과목에 학업성취가 강한 영재들에게 전문가들이 집중 1:1 멘토링을 제공하였다. 이 과제에서도 일차적으로 집중 진단을 통해 개별 학생을 위한 학습 경로를 계획하여 실행하고, 전문가 집단이 적어도 1년 이상에 걸쳐 다각도로 조정을 하면서 이 과정에 관여하였다. 특히 ‘사이버멘토플러스 CyberMentor Plus’ 프로그램은 STEM 과목에서 우수한 학업성취를 보이는 여학생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5학년부터 12학년 여학생을 대상으로 학교 내에서 교사 지도하에 ‘STEM 방과후활동’과 더불어 STEM 분야(학계 혹은 경제활동)에서 현재 활동 중이거나, 이 분야에 재학 중인 여대생 멘토가 짝을 이루어 온라인 플랫폼에서 공동의 STEM 프로젝트 활동을 수행하였다. LemaS 2단계(2023년 7월~ 2027년)는 1단계의 결과를 학교 현장에 확산해서 적용하는 단계이며, 1단계에서 성공적 검증 및 평가가 이루어진 구상과 전략이 독일 전 연방에서 광범위하게 확산 적용 중이다. 특히 1단계에 참여하였던 학교 중 적어도 하나의 학교가 주축이 되어서 1단계에 참여하지 않은 최대 10개의 학교가 하나의 학교 네트워크망으로 구성되었다. 현재 100개의 학교네트워크망에 독일 전역에서 대략 850여 개의 초·중·고등학교가 2단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기관인 ‘LemaS 연구연합’은 다학제적 프로젝트 집단이다. 이 연구연합은 심리학 분야(심리학적 진단과 평가 연구, 중재, 연구 방법), 교과 교육 분야(수학·화학·생물·정보학 등의 교과 과목), 교육학 분야(인류학과 교육이론, 교육연구, 교육학적 진단, 학교 지도, 학교 발달, 학교 연계망 구성), 교육공학 분야(수업 연구 및 수업 개발, 학교 연구, 교육제도에서 능률 연구)의 교수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LemaS의 다양한 연구 과제는 각각 설정한 구체적 목표는 다를지라도 학교와 수업에서 (잠재적으로) 성취가 강한 학생을 육성하기 위한 적응 전략, 구상, 방안 및 자료(LemaS-산물)의 개발과 구현을 목표로 하면서 전반적으로 유사한 접근 방법을 취하였다. 우선 ‘Lemas 연구연합’은 개개 학교와의 만남과 교류를 통해 개개 학교의 출발 상황을 조사하고 현장의 요구를 정밀 분석하면서 개별 학교에 적합한 맞춤형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였다. 학교 현황의 파악 및 진단 후에는 전문가 집단의 투입과 지도를 통해 교사의 재교육과 전문화 교육을 수행하였다. 이어 진단 도구와 교수 자료를 개발하고 이를 검증하여 최적화 단계를 거치면서 그에 따른 성공 조건을 분석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도출된 인식에 기반한 전략풀과 자료풀은 학교 현장에 적용되고 교사의 재교육에 활용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방법론과 자료는 Lemas 2단계에 참여하게 된 학교들에 확산 및 전파되고 있다. 이때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학교의 기존 상황을 최대한 연계하여 각 프로젝트 참여 학교의 필요에 부합하는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학교의 현황을 면밀히 조사·검토하면서 학계와 학교 현장이 공동으로 협력하여 하위 연구 과제의 고유한 방향을 설정하고 그에 따라 콘셉트를 개발·테스트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최적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이러한 독일의 수월성 교육 사례를 통해 다음과 같은 우리나라 교육에의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먼저, 독일은 교육의 수월성과 형평성 가치 달성 정도에 기준한 교육체계의 이분법적인 구분보다는 교육의 형평성 원리에 입각한 ‘모두를 위한 수월성’ 교육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은 모든 학생을 중심으로 교육 대상의 범위를 확장하고, 나아가 심화교육을 정규교육과정에서 대폭 확대 실시하는 등 개별 맞춤식 교육을 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LemaS의 사이버멘토링 시스템을 벤치마킹해지역 단위별로 일반 중·고등학교를 클러스터화하고 이를 대학과 연계하여 일반 중·고등학교에서 성장하고 있는 우수한 지역 인재들을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안은 수도권과 지방의 교육격차를 일정 정도 해소하는 데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독일은 모두를 위한 수월성 교육에서 소외된 교육계층, 특히 이민 배경의 계층을 아우르면서 잠재적 능력을 지닌 대상을 포용하려는 파일럿 연구를 광범위하게 실시하고 있다. 독일은 초·중·고등학교의 아동과 청소년 모두에게 개인별 맞춤 교육이 성공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최적의 교육체계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맞물려 한국 사회에도 이민자가 급증하고 있으므로, 이민 배경 아동 청소년의 잠재 능력을 계발하고 신장시키는 것은 향후 중요한 국가 과제의 하나에 속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당면한 우리나라의 인력 양성 문제를 풀어낼 정책을 구성하는 하나의 축으로 초석을 다질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이름부터 도발적이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교육정책의 최전선이자 향후 5년간 교육 판도를 뒤흔들 핵심의제다. 대학입시와 대학 구조개혁은 물론 초·중등교육까지 연쇄적으로 변화를 예고한다. 지방대 몰락을 막고 수도권 쏠림을 완화하며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연구 중심 대학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과연 현장의 저항을 뚫고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여전히 물음표다. 어쨌든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단순한 선거용 구호에 그치지 않고 향후 5년간 교육정책의 중심축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대학 입시와 대학 개혁은 물론 초·중등교육에도 큰 파장을 예고하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이 구상의 밑그림을 그린 인물은 홍창남 부산대 교수다. 그는 국정기획위원회 사회2분과장을 맡아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 설계의 핵심 역할을 했다. 홍 교수는 “대학이 바뀌지 않으면 초·중등교육도 달라질 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역대 정부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수차례 개혁을 시도했지만, 결국 ‘대학 입시’라는 벽에 막혀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것이다. “대학이 변해야 초·중등도 변한다” 홍 교수는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이 정책의 핵심을 “교육정책의 무게중심을 고등교육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요약한다. 과거 정부들이 초·중등교육에 집중한 반면, 이번 정부는 대학 혁신을 선행조건으로 본다는 것이다. 실제 정책 아이디어는 김종영 경희대 교수로부터 나왔지만, 국정기획위에서 이를 구체적인 청사진으로 다듬었다. 그렇다고 모든 지방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만든다는 뜻은 아니다. 정책 설계 단계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분리해 지원하는 방식이 논의됐다. 학부과정은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전원 기숙사 제공이나 RC(레지덴셜 칼리지) 운영, 해외 교환학생 프로그램 지원 등을 통해 학생 경험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그러나 진짜 승부처는 대학원이다. 정부는 대학원 중심 특성화를 통해 연구 경쟁력을 키운다는 복안이다. 각 거점국립대는 반도체·인공지능 등 전략 분야 세 곳을 집중 육성하는 모델을 적용한다. 이 가운데 두 곳은 이공계, 나머지 한 곳은 인문·사회계로 배정해 균형을 맞춘다. 사회적 난제 해결이나 글로벌 이슈를 겨냥한 융합 연구가 대상이다. 이렇게 특성화된 대학원과 국책 연구기관을 연계하면 “적어도 특정 분야에서는 서울대 이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홍 교수의 설명이다. “지방대 죽이기 아닌 살리기” 정책 발표 직후 가장 많이 제기된 비판은 ‘지방대 죽이기’ 우려였다. 10개 대학에 예산을 몰아주면 나머지 100여 개 지방대는 도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홍 교수는 정반대라고 반박한다. 기존 고등교육 예산을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교육세 증세를 통해 별도의 재원을 마련하기 때문에 다른 대학의 몫은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거점국립대 9곳이 제외되면 남은 대학들에 돌아가는 예산 비중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재원 확보 방식도 관심사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전용을 우려했지만, 홍 교수는 “건드리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증세를 통해 마련한 새로운 재원으로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가 교부금 효율화를 강하게 주장했지만, 교육계 출신 위원들이 반대해 막아냈다. “인서울 열망, 단기간엔 안 바뀐다” 그렇다면 이 정책으로 학생들의 ‘인서울’ 열풍이 완화될까. 홍 교수는 “단기간엔 어렵다”고 인정했다. 오랜 문화적 관성이 하루아침에 바뀌긴 힘들다는 것이다. 다만 특정 분야 대학원이 서울보다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흐름이 서서히 바뀔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학부과정 역시 대학원 경쟁력이 강화되면 자연스럽게 파급 효과를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책 추진은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임기 초반부터 9개 거점국립대를 동시에 지원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초기에는 4~5개 대학을 중심으로 시범 운영이 예상된다. 성과에 따라 점차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대학도 혁신하지 않으면 생존 못 해” 홍 교수는 이번 정책이 대학에도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강조한다. 정부 지원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고 대학 스스로 혁신하지 않으면 ‘해운대 모래사장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 IT 기업조차 ‘학벌보다 실력’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기존처럼 학생을 받아 졸업시키는 역할에 머문 대학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구조조정도 병행된다. 최근 통과된 ‘사립대 구조개선 지원법’에 따라 한계 대학은 규모를 축소하거나 복지법인 전환 또는 폐교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 홍 교수는 “서울대 10개 정책과 구조개선은 병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로컬 대학 사업, “연착륙 필요”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글로컬 대학’ 사업은 연착륙을 추진한다. 현재 30개 대학이 지정돼 있지만, ‘서울대 10개 만들기’로 거점국립대 9곳이 빠지면 21곳이 남는다. 홍 교수는 “이들을 지역혁신형 대학 등으로 재편할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기존 사업을 무작정 폐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동안 투입된 예산이 실제 성과를 냈는지 점검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I 인재 양성도 현 정부 교육정책의 큰 축이다. 하지만 AI 디지털교과서를 단순 보조자료로 격하시킨 데 대해서는 “AI 시대 인재 양성과 교육에서 AI를 활용하는 것은 별개 문제”라고 설명했다. AI를 도구로 활용하는 방식보다 AI 시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우선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교위, “유명무실했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논의도 있었다. 홍 교수는 “지난 3년간 국교위는 유명무실했다”고 직격했다. 형식적 토론 몇 차례로 ‘국가교육 10년 계획’을 내놓았지만, 실질적 성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국정기획위 논의 과정에서 “폐지든 확대 개편이든 확실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결국 정부는 위원 수를 현행 48명에서 문재인 정부 원안인 104명으로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교육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 장관과 대통령실 교육비서관 인선이 늦어진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근거 없는 억측”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대통령은 교육에 대한 식견이 매우 높고 고민도 깊다. 훌륭한 적임자를 찾다 보니 시간이 걸린 것뿐”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단순히 대학 몇 곳을 키운다는 계획이 아니다. 대학 구조조정, 지역 혁신, AI 인재 양성 등과 맞물린 국가 교육 패러다임 전환 전략이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교육 브랜드가 공허한 구호에 그칠지 아니면 지방대 부흥과 국가경쟁력 강화의 전환점이 될지는 앞으로 5년간 교육현장의 가장 큰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어쩔수가없다에서 전 세계가 공감한 ‘해고’ 사태 9월 24일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열두 번째 장편영화 어쩔수가없다는 국내 개봉 이전부터 전 세계 영화제의 러브콜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먼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이자 칸국제영화제·베를린국제영화제와 함께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8.27~9.6)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다. 박찬욱 감독이 20년 전 원작소설(액스,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 저)을 읽고 영화로 만들 기획을 했다. 이번에 완성한 어쩔수가없다가 아쉽게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2005년 친절한 금자씨 이후 베니스를 꼭 20년 만에 다시 찾은 박찬욱 감독은 “내가 만든 어떤 영화보다 관객 반응이 좋아서 이미 큰 상을 받은 기분”이라고 담담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9월 4일부터 14일까지 열린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는 주목할 만한 화제작을 소개하는 부문인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됐고, 9월 26일부터 10월 13일까지 열리는 제63회 뉴욕영화제의 메인 슬레이트(Main Slate)에 초청됐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이 초청됐던 가장 주요한 부문이다. 9월 17일부터 26일까지 개최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개막작으로 선정돼 올해로 서른 돌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시작을 알렸다. 도대체 어떤 영화였길래 전 세계 영화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걸까? 외신의 평에서 공감대를 확인해 보자. BBC는 ‘황홀하게 재미있는 한국의 걸작은 올해의 ‘기생충’’이라는 제목의 리뷰에서 “경제적 불안을 다룬 ‘암울하면서도 웃긴’ 이 코미디 영화는 세계적으로 큰 히트작이 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영화 전문 매체 스크린데일리는 “이 영화는 극도로 재미있지만, 동시에 장기 실업자들의 절망과 기업 세계의 불필요한 잔혹성에 대한 가슴 아픈 탐구이기도 하다. 인공지능(AI)이 점점 더 노동시장의 큰 부분을 잠식해 감에 따라 우리 모두가 ‘만수’(주인공, 이병헌)가 될 수 있다”라고 평했다. 그렇다. 외신은 어쩔수가없다에서 만수가 갑자기 처한 상황으로부터 세계 각국의 다양한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하고 불편하며 불안한 ‘해고’ 사태라는 접점에 깊은 공감을 드러낸 것이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뤘다’는 생각이 들 만큼 삶에 만족하던 25년 경력의 제지 전문가 만수가 회사로부터 돌연 해고 통보를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회사도 입장은 있다. “미안합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온실 속 화초 같은 삶을 살아온 아름다운 아내 ‘미리’(손예진)와 두 아이, 반려견을 위해 만수는 3개월 안에 재취업하겠다고 다짐하지만, 1년 넘게 마트에서 일하며 면접장을 전전하고, 급기야 어렵게 장만한 집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무작정 제지 회사 ‘문제지’를 찾아가 필사적으로 이력서를 내밀지만, 반장 ‘선출’(박희순) 앞에서 굴욕만 당한다. 이 자리는 누구도 아닌 자신의 자리라고 확신한 만수는 면접자들을 하나하나 제거해 재취업에 성공하겠다는 무서운 계획을 세우게 되고 결국 실행에 옮긴다. 나지막이 “어쩔 수가 없다”라는 말을 내뱉으며. 박찬욱 감독은 베니스영화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화감독도 영화 한 편의 작업이 끝나면 잠재적 실직 상태에 들어가 몇 달이고 몇 년이고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다. 나 역시 오랫동안 그런 경험을 했던 사람이다. 내가 20년 동안 이 영화를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이 스토리에 대해 사람들에게 말하면 어느 시기에, 어떤 나라 사람에게 이야기했던 시의적절한 이야기라는 공통된 반응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꼭 만들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라고 설명해 전 세계적인 해고 사태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데뷔작·후속작 실패 딛고 ‘칸느박’이 되기까지… 지금처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박찬욱 감독의 시작은 여느 감독과 다르지 않았다. 1963년생인 박 감독은 서강대 철학과 졸업 후 1988년 깜동(감독 유영식)의 연출부 막내로 충무로에 발을 들였다. 곽재용 감독의 비 오는 날의 수채화(1989) 각본을 공동 집필하며 작가로서의 면모도 선보였다. 직접 시나리오를 쓴 첫 영화 달은 해가 꾸는 꿈(1992)은 인기 가수 이승철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해 감독으로 데뷔했지만, 흥행은 실패했다. 이후 각종 신문·방송 등에서 영화 정보를 전하고 영화평을 쓰면서 생계를 유지하며 두 번째 영화 삼인조(1997)를 찍었지만, 역시나 흥행에 실패했다. 김민종·이경영·정선경 등 당시 톱스타급 배우를 내세웠지만, 평론계의 반응마저 싸늘했다. 절치부심의 시간을 3년 더 보내고 나서 찍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가 관객 583만 명이라는 기록을 달성하고,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분에까지 초청받으며 대중성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드디어 성공했다. 박찬욱 감독은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영화를 만들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얼마나 오래 살아남을 것인가’가 기준이다. 당대 흥행이나 좋은 평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의 목표는 세월이 흐른 뒤에도 사람들이 찾아보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이미 25년간 사랑받았으니 단기 목표는 달성된 것 같아 흐뭇하다”라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후 이른바 ‘복수 3부작’의 첫 작품으로 각인된 하드보일드 영화 복수는 나의 것(2002)으로 박찬욱 감독 특유의 색채를 선보였다는 평을 받은 그는, 올드보이(2003)로 제57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감독 최초로 심사위원 대상을 받으며 국제적인 명성까지 거머쥐었다. 올드보이는 대종상 같은 국내 영화상과 시체스영화제 등의 해외 영화제를 휩쓸었다. 복수 3부작의 마지막 영화이며 “너나 잘하세요”라는 명대사를 남긴 친절한 금자씨(2005)로는 제6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젊은사자상’과 ‘베스트 이노베이티드상’을 받았다. 가히 박찬욱 감독 전성시대라 부를만했다. 이후 박찬욱 감독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자연주의 소설가 에밀 졸라의 소설 테레즈 라캥을 뱀파이어물로 각색한 영화 박쥐로 2009년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올드보이 이후 불과 6년 만에 칸을 찾은 그에게 ‘칸느박’이라는 별명이 붙게 된 이유다. 별명이 허명이 아님을 입증하듯 헤어질 결심(2022)으로 박 감독은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감독으로서는 점점 더 작가주의 색채를 드러낸 박 감독은 본업인 연출 외에 제작에도 힘을 쏟았는데,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2013), 오승욱 감독의 무뢰한(2015) 등의 제작에 참여했다. 신인 배우 김태리를 과감히 기용해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영화 아가씨(2016)는 연출을 하며 동시에 제작에도 참여했다. 박찬욱 감독이 말하는 좋은 영화란?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20년이 지나고 봐도 촌스럽지 않다. 미장센에 공을 들이는 건 익히 알려졌다. 아가씨를 찍을 때는 한국 배우들의 일본어 연기를 위해 현장에 5명의 일본인을 성별과 세대를 구분해 참석하게 했다는 일화는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박찬욱 감독의 집요함을 증명한다. 세월이 흘러도 그의 영화들이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영화 미학은 무엇일까? 베니스영화제 기자회견에서 박찬욱 감독이 한 말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에서 제가 추구하는 건 아름다움이 아니라 정확성입니다. 스토리와 캐릭터들의 감정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늘 고민하죠. 중요한 건 정확성과 철저함인데요. 어떤 것이든 정확하기 위해 철저히 노력하는 데 성공하면 결과적으로 아름다워지고 우아해진다고 믿어요. 설사 추하고 더럽고 역겨운 피사체라고 하더라도 이런 노력이 더해지면 궁극적으로 아름다운 이미지가 얻어집니다.” 누구에게나 인생 영화가 한 편쯤 있다. 오랫동안 기억되는 영화에는 뭔가 공통점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많은 사람의 감정을 건드린다는 점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이런 지점에서 전 세계인에게 소구하는 보편성을 띠고 있다. 그리고 한국을 넘어 아시아·북남미·유럽이라는 각각 문화권의 특별하고 구체적인 삶의 형태를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21세기를 살아가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이해되고, 나아가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 지구인이 시대와 지역을 뛰어넘어 공감할 박찬욱 감독의 차기작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사진 제공=CJ ENM
우리나라에서 내 집 마련의 의미 한국 사회에서의 ‘내 집 마련’은 단순히 거주 공간을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집은 일상을 이어가는 삶의 기반이자 자산을 축적하는 수단이며, 동시에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표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집은 실거주의 안정성을 보장한다. 전세나 월세로 거주할 때는 계약 만료라는 불확실성이 따라붙고, 아이 학군이나 생활권을 유지하는 데에도 늘 제약이 생긴다. 반대로 자기 집을 가진 순간, 최소한 거주만큼은 안정이 확보되고 삶의 흐름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 안정감은 가족의 생활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된다. 그러나 집은 단지 편안한 거주의 수단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한국에서 부동산은 전통적으로 가장 확실한 자산 축적의 수단으로 인식되어 왔다. 장기적으로는 가격이 오른다는 믿음이 강하게 작동하고, 실제로 부동산 보유 여부가 세대 간 자산 격차를 크게 갈라놓았다. 내 집을 갖는다는 것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노후와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투자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에 사회적 가치까지 덧붙여진다. 집을 가졌다는 사실은 사회적으로 안정된 사람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결혼을 앞둔 청년 세대에게는 중요한 선결 조건이 되기도 한다. 또한 집은 보여지는 자산으로서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상징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주거의 안정, 자산의 축적, 사회적 인정이라는 세 가지 의미가 겹치면서, 한국에서 내 집 마련은 인생의 중요한 과제가 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려 하고, 내 집을 마련한 순간 심리적 안도와 자부심을 동시에 느끼는 것이다. 교사라는 직업은 내 집 마련하는 데 있어 유리한가? 교사는 전통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으로 꼽힌다. 그래서 내 집 마련이라는 과제에 있어서 분명히 유리한 점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월급이 꾸준히 들어온다는 점이 크다. 경기가 침체해도 해고 위험이 적고, 매달 일정한 소득이 보장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상환 계획을 세우기에도 유리하다. 이런 특성은 내 집 마련 과정에서 ‘안정적인 기반’을 제공한다. 하지만 불리한 점도 분명하다. 교사의 급여 체계는 안정적이지만 빠르게 오르지 않는다. 치솟는 물가와 빠른 자산 가격의 상승 앞에서, 교사의 월급 인상 속도는 느리게만 느껴진다. 또한 겸업이 제한되어 부수입을 얻기가 쉽지 않다. 결국 교사의 장점인 ‘안정성’은 ‘자산 증식 속도의 한계’라는 약점이 되기도 한다. 특히 서울·수도권의 핵심지 집값을 생각해 보면 그런 약점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대출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교사는 안정적인 직업이지만, 소득만으로는 부동산 가격을 따라잡기 어렵다. 그래서 내 집 마련을 위해서는 대출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보통 첫 내 집 마련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점은 결혼을 앞둔 때인데, 나이로 보면 대체로 30대 초반 무렵이다. 그렇다면 부부 교사의 경우, 이 시기에 내 집 마련을 위한 자본금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을까? 특별한 지원이 없는 상황이라면 예비부부가 현실적으로 모을 수 있는 금액은 약 2억 원 내외이다. 연차와 소득 수준을 고려하면 교사 한 사람이 자력으로 모을 수 있는 금액은 약 1억 원 정도이고, 그것도 생활비를 절약하고 꾸준히 모았을 때 가능한 수치다. 결국 두 사람이 힘을 합쳐도 2억 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물론 2억 원이라는 금액이 결코 작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울·수도권에서 사람들이 사고 싶어 하는 아파트 가격은 훨씬 더 비싸다는 것이 문제다. 결국 ‘내가 가진 자산’과 ‘내가 원하는 집의 가격’ 사이에는 뚜렷한 간극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차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결국 대출을 활용하는 수밖에 없으며, 이는 교사뿐만 아니라 대부분 사람이 겪게 되는 현실이다. 대출은 ‘한도’가 아니라 ‘감당 가능성’이 핵심 대출은 흔히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는 것과 같다. 내 보폭보다 훨씬 더 큰 걸음을 내디딜 수 있고, 평생 도달하기 어려운 집값에 비교적 빠르게 다가갈 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높은 곳에서 떨어져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위험도 동시에 안고 있다. 즉 대출은 ‘받을 수 있다는 사실’과 그 대출을 ‘실제로 감당해 나가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은행이 정해주는 한도는 단순히 ‘빌릴 수 있는 최대치’일 뿐이고, 그것이 곧 나에게 적정한 수준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숫자로는 같은 금액이라 할지라도, 그 대출이 각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완전히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출 한도’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상환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월 원리금 상환액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따져보고, 그것이 내 생활비와 소비 구조 속에서 감당 가능한 수준인지 객관적으로 계산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작정 한도에 맞춰 대출을 끌어안는다면, 내 집은 자산이 아니라 짐이 될 수도 있다. 약 2억 원의 시드가 있다면 내 집 마련, 얼마까지 가능할까?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가 내 집 마련을 하려고 한다고 하자. 두 사람이 모은 자본금이 약 2억 원 수준이라면, 이 부부가 현실적으로 매수할 수 있는 집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먼저 소득을 가정해 보자. 30대 초반의 부부 교사라면, 합산 연 소득은 세전 9천만 원 정도 될 것이고, 실수령은 약 500만 원 정도 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월 실수령 500만 원은 연중 비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수당이나 상여금을 제외한 금액이다. 교사 소득의 특성상 상여금이나 수당이 몇 차례 들어오지만 1년 내내 크고 작은 목돈 지출이 반복되기 때문에, 이 금액은 예비비 성격으로서 제외하고 계산한다. 그럼 이 정도 소득 규모를 기준으로 대출 가능 금액을 계산해 보자. 금융권의 대출 규제 기준 DSR 40%1를 넘길 수 없으므로, 연간 원리금 상환 가능 금액의 한도는 약 3,600만 원이다. 이를 월 단위로 환산하면 대략 300만 원 수준이 된다. 즉 월 원리금 상환액이 300만 원이 되는 대출금이, 이 부부의 대출 한도라는 것이다. 숫자에서는 보이지 않는 대출 상환의 무게 다음에서 제시한 표는 ‘연이자 4%, 30년 만기, 원리금 균등상환 방식’의 대출을 실행했을 때의 대략적인 원리금에 대한 정보이다. 숫자만 보면 부부 교사의 월 소득 500만 원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대출 원리금으로 보인다. 그리고 6억 원을 빌려도 월 원리금 상환 금액이 300만 원을 넘지 않으니, 6억 원 모두 대출이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그러나 실제 삶은 숫자와 다르다. 예를 들어 3억 원을 대출했을 경우, 매달 약 143만 원을 갚아야 한다. 이는 실수령의 약 28% 수준으로, 생활비와 저축, 유동성 유지가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 이 정도 선에서는 재정적 균형을 유지할 수 있으며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대출이 4억 원을 넘어서는 순간 상황이 달라진다. 월 상환액은 200만 원에 육박하고, 실수령 대비 원리금 비율도 40%에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이 구간부터는 생활비를 일부 줄이거나 저축을 희생해야 하는 선택이 필요해진다. 일상에서 체감되는 재정 압박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대출금이 5억 원을 넘어가면 부담은 한층 더 가파르게 늘어난다. 월 상환액은 240만 원 수준까지 올라가고, 이는 부부 중 한 명의 월급이 대출 상환에 소진되는 구조다. 자녀 계획이나 비정기 지출(명절·병원비·경조사 등)을 고려하면 여유 자금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그러면 작은 돌발 변수 하나만으로도 가계가 흔들릴 수 있다. 6억 원 이상의 대출은 현실적으로 맞벌이가 아니면 유지하기 어렵다. 설령 가능하다 해도 임신·출산·육아를 생각하면 장기적으로 버텨내기 힘든 구조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대출을 ‘얼마나 빌릴 수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실제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갚아나갈 수 있느냐’이다. 숫자 속에 숨어 있는 부담의 무게를 냉정하게 따져보는 것이 내 집 마련의 출발점이다. ‘실수령 대비 원리금 30%’가 일반적인 기준 월 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이 몇 %가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그러나 보수적인 관점에서는 월 소득의 30% 내외에서 원리금 상환이 이뤄져야 안정적인 구조라고 말한다. 이 기준을 넘는 순간부터는 생활비에서 조정이 필요해지고, 40%를 넘어가면 소비 여력과 저축 가능성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만 월 소득 자체가 커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소득이 높은 가구라면 원리금 상환 비율이 40%를 넘더라도 남은 60%만으로 생활을 충분히 꾸려갈 수 있다. 생활 수준을 특별히 높게 잡지 않는 한, 소득이 늘어난다고 해서 기본적인 생활비까지 급격히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득이 1,000만 원인 가구가 500만 원을 원리금 상환에 쓰는 것과, 소득이 500만 원인 가구가 250만 원을 원리금 상환에 쓰는 상황을 비교해 보자. 산술적으로는 둘 다 소득의 50%로 생활을 해야 하지만, 남는 여유 자금의 절대 금액은 2배 차이가 난다. 따라서 ‘소득 대비 몇 %가 적정하다’라는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실제 소득 규모, 소비 패턴, 부부의 지출 성향 등 개별적인 요인을 고려해 자신만의 적정 상환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같은 소득이라도 달라지는 가격대의 범위 소득 수준이 같더라도 부부의 성향과 의지에 따라 감당할 수 있는 대출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대출 규모가 달라지면, 당연히 매수할 수 있는 집값의 범위도 달라진다. 앞에서 가정했던 부부 합산 소득 9천만 원, 월 실수령 500만 원인 상황을 기준으로 몇 가지 시나리오를 나눠보자. 먼저 보수적인 부부의 경우이다. ‘빚은 최소화하고 생활의 여유와 저축을 유지하고 싶다’라는 성향을 가진 부부는 무리한 대출보다는 안정감과 저축 여력을 더 중시한다. 이 경우 자본금 2억 원에 3억 원 정도를 대출하여 5억 원 내외의 주택에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중간 성향의 부부는 ‘입지와 상품성도 어느 정도 보되, 무리는 하지 않겠다’라는 태도를 가진다. 입지와 실거주 만족도를 고려하면서도 대출 부담이 일정 선 이상을 넘지 않도록 조절한다. 미래 자녀 계획, 출퇴근 거리, 생활 인프라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유형이다. 이 경우 자본금 2억 원에 4억 원의 대출을 활용해 6억 원 내외의 주택에 접근할 수 있다. 반면 공격적인 부부는 ‘입지가 최우선, 지금 아니면 못 들어간다’라는 태도를 보인다. 이들은 미래 자산 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다소 무리를 감수하더라도 상승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먼저 진입하려 한다. 따라서 자본금과 대출 규모 모두에서 보다 과감한 선택을 하게 된다. 이 경우 자본금 2억 원에 5억 원의 대출을 활용해 7억 원 내외의 주택에 접근할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서는 추가 자금을 더 끌어 쓰기도 한다. 결국 부부의 합의, 목표 의식, 재정 관리 능력, 그리고 부가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역량에 따라 매수 전략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동일한 소득 조건이라도 선택에 따라 다른 가격대의 아파트를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내 집 마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가? 절대적인 대출 금액으로 본다면, 연 소득 1억 원인 부부가 6억 원 이상의 대출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실제로 6억 원 이상의 대출을 받아 생활하는 부부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는 더 큰 대출을 버텨내고, 또 다른 누군가는 훨씬 적은 대출에도 불안함을 느낀다. 내 집 마련에 있어 정답은 없다는 뜻이다. 물론 내가 살 수 있는 아파트의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내가 가진 자본금의 크기’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무엇을 우선순위로 두느냐’이다. 같은 조건, 같은 자본금, 같은 연봉을 가진 부부라 하더라도 어떤 삶을 지향하는가에 따라 선택지는 완전히 달라진다. 어떤 부부는 넉넉하지 않아도 여유 있는 일상을 중시한다. 또 다른 부부는 다소 빠듯하더라도 입지와 자산 상승 가능성을 우선시한다. 어떤 부부는 당장 매수를 서두르기보다 청약을 기다리며 시간을 투자하는 전략을 택한다. 결국 ‘좋은 선택’은 남들과의 비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남들보다 더 큰 수익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본질적인 것은 스스로 감당 가능한 범위 안에서 스트레스 없이 유지할 수 있는 선택을 했는가이다. 따라서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은 어디까지일까?’를 자문하며, 그 선 안에서 현명한 내 집 마련을 하시길 바란다.
가을은 운동회의 계절이다. 학교 운동장에서는 단체 경기와 매스게임 등 운동회 연습이 한창이다. 많은 학부모는 학교 운동회를 통해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며, 자녀들이 운동장에서 뛰고 달리는 모습을 보며 함께 즐거워한다. 최근에는 운동회를 이벤트사에 맡기는 경우가 늘면서, 교육적 의미보다는 노는 것을 추구하는 이른바 ‘외주형 운동회’라는 비판과 함께 운동회의 본질적 의미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외주형 운동회에 대해 긴 시간의 준비 단계를 없애고 축제로 즐기려는 새로운 시도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그러나 교사와 학생 간 상호작용 시간이 줄고, 지나치게 흥미 위주라 교육적 효과가 떨어진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이제 운동회는 체육교육과 학교교육의 결과물이라기보다 단순한 명랑운동회가 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확산은 불가피하게 학교교육의 정체성과 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논란으로 비화될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운동회의 본래 의미를 되새기고, 학교의 상황과 여건들을 고려한 정합성이 있는 미래지향적 운동회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위탁형 운동회의 확산 배경과 문제점 ● 위탁형 운동회 확산의 배경 최근 위탁형 운동회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교사들이 운동회 준비와 진행을 큰 부담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대도시 초등 학교장들은 교직원의 특정 성 비율이 90%를 넘고 심지어 100%에 이르는 상황에서 운동회 진행이 어렵다고 말한다. 어떤 초등교사는 체육수업도 스포츠 강사가 하는 상황에서 누가 운동회를 반기겠느냐고 반문한다. 둘째, 학생 안전사고에 대한 학부모 민원 제기에 대한 부담이다. 과거에는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이해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으나, 지금은 학부모들이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들은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교육활동에 대해 방어적이고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셋째, 일부 학부모들의 과도한 사교육 의존으로 인한 공교육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다. 자녀를 특목고와 의대 준비 등 사교육 경쟁에 내몰면서, 학교에서는 편안한 시간을 보내길 원한다. 그 결과 학부모들은 정신적·신체적으로 힘든 운동회보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노는 운동회를 선호한다. ● 위탁형 운동회의 문제점 위탁형 운동회에 대한 평가는 상반된다. 학교 측은 수백만 원이 들더라도 색다른 프로그램으로 재미를 더해 교사와 학생의 반응이 좋다고 주장한다. 준비가 필요 없는 당일 이벤트로 진행되기 때문에 학생과 교사가 수업에 더 집중하게 되어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반면 교육적 의미보다는 편안함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제기하는 교사들도 있다. 외부 사람의 진행으로 교사와 학생 간 의미 있는 상호작용의 시간이 없어져 운동회 본래 의미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어떤 교사는 위탁형 운동회에서 학생의 선언문에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한다’라는 등의 비교육적인 문구가 들어가 있어 매우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또한 운동회가 지나치게 흥미 위주로 흘러 교육적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도 지적한다. 운동회의 의의 ● 교육적 의미 교육적 의미란 학생 시절에 배운 내용이 성인이 되어서도 삶에 영향을 미치는 가치를 말한다. 그렇다면 운동회의 교육적 의미는 무엇일까? 먼저 정의적·정서적인 면에서 운동회는 친구와 부모님과 함께하는 유대감과 즐거움·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노력을 통해 어려운 과업을 해냈다는 성취감도 얻을 수 있다. 또한 집단활동을 통해서 협력·협동의 가치를 배우고, 세계 시민의식 고취 등과 같은 인성 함양의 효과가 있다. 경쟁활동을 통해 승패를 경험하면서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기를 수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연습 과정에서의 피로감, 학생 간의 갈등, 승패에 대한 부담감 등과 같은 부정적인 경험도 하게 된다. 인지적 측면에서 학생들이 운동회의 기획과 평가 등에 직접 참여하며, 함께 고민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획력과 실행력 등을 기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신체활동을 통해 자신의 신체 능력을 평가하고, 집단활동을 통해 나와 타인의 공간을 인식하는 기회도 얻는다. 아울러 집단 경쟁 속에서 승리를 위한 전략과 전술을 익히며, 미래 사회생활에 필요한 예비 경험을 쌓게 된다. ● 학교공동체에 주는 의미 운동회가 학교공동체에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운동회는 학교공동체의 축제로서 학부모·학생·교직원은 물론 지역 주민이 모여 서로 협력하고 연대하는 기회의 장이 된다. 이 과정에서 각 집단이 학교공동체에 기여한 것과 앞으로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보를 나누고 확인할 수 있다. 둘째, 운동회는 학교공동체가 함께 노력한 총체적인 결과물로서, 바람직한 교육방향을 함께 논의하는 상호토론의 장이 된다. 셋째, 운동회는 학교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의 노고를 격려하며 친교를 나누는 장이다. 즉 운동회는 학교공동체 구성원 간의 만남과 연대, 협력과 소통을 실현하는 시간이자 공간이 된다. ● 가정에 주는 의미 학부모는 운동회를 통해 자녀와 함께 소통하고 어울리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를 통해 교실에서는 알기 어려운 자녀의 학교생활을 엿볼 수 있다. 운동장에서는 교실과 달리 신체활동을 통해 자녀가 자신의 감정과 끼를 본능적으로 표현하고 발산하기 때문이다. 물론 운동회가 갖는 부정적인 비교육적 요소들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학창 시절 운동회의 경험이 어른이 된 현재의 부모들에게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은, 학생 시절의 운동회 경험이 어른이 된 후의 삶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강력한 증거라 할 수 있다. 미래형 운동회 ● 기본 전제 이제 학교는 여러 가지 요인으로 교직원만으로는 운동회를 운영하기 어렵다. 따라서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여 프로그램 지도, 행사 진행·준비 등을 보조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 미래형 운동회① _ 여러 학교가 함께하는 연합형 운동회 전국적으로 소규모학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지방자치단체별로 인구소멸·지역소멸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학교가 폐교되면 지역공동체의 붕괴가 가속화되기에 지자체 차원에서 폐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의 소규모학교들은 교사 수와 학생 수가 너무 적어 체육활동조차 학교 자체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이미 다수의 지역에서는 ‘작은 학교들의 큰 운동회’, ‘작은 학교 어울림 운동회’ 등과 같은 연합 운동회를 실시하고 있다. 이런 연합 운동회는 현재까지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고, 교육적 효과도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 결과 ‘연대와 협력’의 가치를 담고 있는 연합형 운동회가 점차 확산이 되고 있으며, 이러한 형태의 운동회는 학교 간 연대감을 강화하고 농·어촌교육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미래형 운동회② _ 여러 학년이 함께하는 모둠형 운동회 이 운동회는 대도시의 대규모학교에 적합한 형태다. 대규모 초등학교에서는 운동회를 보통 3개 학년씩 오전·오후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이런 경우 학생들이 활동 후 다음 활동을 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 불편하다. 또한 전통형 운동회의 단점인 지나친 연습으로 인한 교사의 업무 가중과 학생들의 피로감 등의 문제도 필연적으로 남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평소 이루어지는 신체활동을 기반으로 힘과 지혜를 겨루는 활동에 초점을 둔다. 운영 방식은 학년당 단체 경기나 매스게임 중 1개와 개인달리기를 실시하되, 연습은 최소화한다. 그리고 3개 학년이 한 모둠을 이루어 학부모들이 진행요원으로 운영하는 부스를 방문하여 과제를 수행한다.5 이 경우 모둠별 활동은 긴 줄넘기나 큰 공 넘기기 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종목으로 구성하되, 별도의 연습 없이도 체육교육의 효과를 살리고 교사들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운영한다. 단, 청백 계주는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교사의 의견을 반영하여 실시 여부를 정한다. ● 미래형 운동회③ _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지역사회형 운동회 기성세대의 추억 속에 자리 잡은 운동회는 지역 주민들이 학생들의 활동을 함께 지켜보며 학교교육에 동참하고 후원을 하는 자리였다. 더 나아가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가 마음껏 즐기는 기회였으며, 마을 간 대항전을 통해 공동체의 단합을 도모하는 장이기도 했다. 이러한 마을과 지역이 함께하는 좋은 전통은 오늘날 다시 되살릴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지역 전래의 민속놀이와 같은 지역 전통문화를 운동회 프로그램에 접목한 새로운 형태가 필요하다. 어느 고장·지역마다 옛날부터 전해오는 전래 민속놀이를 학생들이 운동회에서 공연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의미를 지닌다. 특히 민속놀이를 지역 주민들이 방과후 자원봉사자로 지도한다면 그 효과는 더 클 것이다. 이는 학생들에게 마을 조상들의 전통을 이해시키고, 전통을 보존하려는 정신을 함양하는 데 큰 교육적 가치를 지닌다.
경기도 고양시에 자리한 백석고등학교는 1992년 개교했다. 일산 신도시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연 고등학교다. 2000년대 초반 ‘비평준화’ 체제 속에서 전국에서 손꼽히는 명문고로 꼽혔다. 한 반에 절반 이상이 소위 SKY 대학에 합격할 정도로 대학 입시 성적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한 일간지가 주관한 전국연합 학력경시대회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한 것은 지금도 회자되는 기록이다. 당시 백석고에서 평교사로 근무했던 김영인 교장은 그 시절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는 “교무실 앞에는 선생님에게 질문하기 위해 줄을 선 학생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희미한 복도 불빛에 의지해 책을 펴고 있었다”며 “특히 국어·영어·수학·과학 같은 주요 과목 질문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관계였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며 “지금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회상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백석고는 여전히 지역의 대표적인 명문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달 백석고는 전국에서 단 25개교만 선정된 자율형공립고 2.0(이하 자공고)에 이름을 올렸다. 자공고는 학교가 지자체·대학·기업 등과 협약을 맺고, 지역 자원을 활용해 자율적인 교육모델을 운영하는 제도다. 자공고 지정은 백석고가 단순히 ‘과거의 영광을 이어간다’는 차원을 넘어, 앞으로의 교육혁신을 이끌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실제 백석고는 자공고가 되면서 AI 교육에 특화된 학교로 탈바꿈한다. 교과수업은 물론, 동아리와 방과후활동까지 AI를 활용한 교육이 이뤄진다. 한국항공대, 경기 북부 AI 캠퍼스 등과 손잡고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AI 활용교육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고 교육과정을 운영함으로써 사실상 국내 유일의 ‘AI 특목고’나 다름없는 역할을 하게 된다. 김 교장은 “AI는 이미 학생들의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10년, 20년 뒤 사회는 지금과 전혀 다를 것”이라며 “공교육 안에서 AI 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AI는 특정 전공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도구로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백석고는 자공고에 선정되면서 인근 초·중·고교와 연계·협력을 통해 경기 서북부 지역의 AI 교육 거점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지역 내 학교들과 교육과정을 공유하고, 학생들이 서로 다른 학교의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개방할 계획이다. 나아가 학술제와 세미나를 공동 개최해 학생들이 함께 준비하며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김 교장은 “미래 사회의 핵심 역량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능력”이라며 “학생들이 프로젝트와 협업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삶을 경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학교는 학습터이자 삶터 … 지금이 행복해야 미래도 행복 지난 2020년 9월 백석고 교장으로 부임한 김 교장은 평교사 시절 고3 담임과 학년부장을 전담하다시피 한 진학전문가로 명성을 날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능 출제와 검토를 2005년부터 2009까지 5년 동안 했고, 경기도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 출제위원·컨설팅위원·출제팀장을 역임했다. EBS 교재 등 각종 학습서를 집필했으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전국 사회과 교사 평가 전문성 연수를 도맡다시피 했다. 아울러 교원임용고시 출제 및 채점, 교육전문직원 선발 평가위원, 교육장 평가위원, 경기도교육청 서·논술형 평가 출제위원, 경기도교육청 교사논술동아리 회장 등 수업과 평가 분야에서 독보적인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백석고 교장으로 부임한 직후 학교구성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만들고 싶은 학교상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뒤 협조를 구했다. 그가 제시한 새로운 학교상의 핵심은 네 가지였다. 첫째, ‘집보다 좋은 학교’다. 학교가 단순한 학습의 공간이 아니라 집처럼 편안하고 안전하며 친밀한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둘째, 교사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존재가 아니라 ‘학부모와 같은 교사’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심리와 정서까지 돌봐주는 역할을 포함해 교사는 학생 한 명 한 명을 내 자녀처럼 대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학부모는 단순히 자녀만 챙기는 존재가 아니라 ‘스승과 같은 학부모’로서 자녀가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보다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길 바랐다. 마지막으로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직접 시도하고 만들어 가는 방식으로 운영되길 원했다. 즉 학교는 학생들의 요구와 참여 속에서 진정한 학습이 이루어지는 장이 되어야 한다는 비전이었다. 김 교장은 이러한 철학을 교사뿐 아니라 행정실과 급식실 직원들에게도 동일하게 강조했다. “행정실 직원도 행정으로 아이들을 돕는 교사이며, 급식실 직원도 학생을 위해 헌신하는 교육자”라며, 학교구성원 모두가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공유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교사들에게는 학교가 단순히 학습공간으로만 국한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각별히 주문했다. “학교는 아이들의 학습터이면서 동시에 삶터이다. 아이들이 지금 행복을 경험해야 미래에도 행복을 만들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학생들에게는 학습과 삶이 공존하는 공간, 교사와 직원들에게는 삶과 배움이 함께 이루어지는 터전으로 학교가 기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악성 민원, 백석 하이패스로 해결 … 학부모 목소리 존중해야 그래서일까. 김 교장의 학교운영은 남다르다. 특히 교육현장의 최대 현안인 민원 대응 정책은 일품이다. 백석고는 지난 2020년부터 ‘백석 하이패스’라는 민원 대응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백석 하이패스’는 교장·교감·교무부장·행정실장 네 사람으로 구성된 민원 대응 전담팀을 일컫는다. 교사가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김 교장이 주도해 만들었다. 그는 “학생들이 안전하게 교육받으려면 교사가 안전해야 한다”며 “교사들이 긴장과 불안 없이 출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학교장의 책임”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백석 하이패스는 민원의 경중에 따라 처리 방식도 달리한다. 단순한 안내는 교무부장이나 행정실장이 맡고, 좀 더 복잡한 사안은 교감이 담당하며, 원한다면 교장에게 직접 말할 수 있도록 열어 두었다. 실제로 김 교장은 매년 수차례 학부모와 학생들의 민원을 직접 듣고 해결해 왔다. 악성 민원에 대해서는 학교 차원의 적극적이고 공정한 대응으로 문제를 풀어 나간다. 악성 민원이 발생하면 해당 교사는 민원 대응의 최전선에서 제외한다. 대신 학교에 구성된 관련 위원회에서 조사와 응대를 맡는다. 예를 들어 체험학습 관련 민원은 ‘현장체험학습 활성화 위원회’가 맡아 처리하고, 모든 과정은 사실 중심으로 기록해 교장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당사자가 불필요한 감정 소모에서 벗어나고, 편견과 억측 없이 객관적인 절차가 유지된다. 더 나아가 학교는 모든 민원 처리 과정을 문서화하고, 필요하면 학부모회 대표나 학생회 임원까지 참여시키며 공개적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교사의 교육 활동권을 철저히 보장하되 동시에 학부모의 목소리도 존중하는 균형을 통해 교육공동체가 신뢰하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학교가 안전하고 편안한 곳이 되기 위해서는 교직원 간의 문화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김 교장은 교사들에게 “곁의 동료가 힘들어하고 있지는 않은지 늘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함께 근무하는 동료의 고통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방치하는 학교문화가 아닌 서로 손을 잡아주고 곁을 내어주는 동료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백석고는 학생들도 남다르다. 이 학교는 2021년부터 ‘학생리더제’를 통해 학생 주도 프로젝트를 교육과정의 핵심으로 삼아 운영하고 있다. 보통은 각 교과별로 담당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수업하지만, 백석고에서는 학생이 선생님이 돼 교과주제를 정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생 주도형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수업을 하고자 하는 학생은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를 정해 교육과정부에 제안하고, 학습목표와 차시별 계획, 기대되는 학습효과까지 발표한다. 이후 담당교사의 심사를 거쳐 보완점을 반영하면 정규교과시간에 해당 내용으로 수업할 수 있다. 강좌를 개설한 학생은 홍보물을 직접 제작해 복도에 부착하고, 다른 학생들은 이를 보고 수업을 선택한다. 학년 구분이 없는 무학년제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 실제 1학년 학생이 교사가 돼 2·3학년 학생이 수업을 듣는 경우도 흔하다. 글쓰기· 낭독교육 활발 … 교사들 열정에 학부모들 감사의 눈물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함께 책 읽고, 함께 글쓰기’ 프로그램이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전쟁과 평화 또는 일리아드 오디세이 같은 장편 고전을 읽고 토론하며, 이후 글을 쓰는 과정을 정례화했다. 단순히 학생만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교장까지 함께 참여한다. 이렇게 집필된 글은 매년 두 권씩 책으로 묶여 ‘하얀섬돌’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고 있다. 시·소설·에세이 등 장르의 제약 없이 학생들이 자유롭게 창작한다. 글만 쓰는 게 아니라 낭독도 강조한다. 김 교장은 “생각은 말로 나오는 것이다. 듣는 아이로 만들지 말고, 말하는 아이들로 만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글쓰기와 낭독회·토론회를 통해 말하기와 사고를 강조하고,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학문적 성장을 돕는다. 백석고는 불이 꺼지지 않는 학교다. 지난 2021년부터 3학년의 경우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방과후 21시까지 도서관 자기주도학습을 운영하고 있다. 방학 중에도 원하는 학생들은 오전 9시부터 17시까지 자기주도학습을 하도록 도서관을 개방한다. 올해는 특히 오전 7시부터 8시 30분까지 얼리버드학습반도 운영하고 있다. 1~2학년 학생 100여 명이 매일 도서관에서 자기주도학습을 하는 등 향학열을 불태운다. 학교 측의 열정에 학부모들은 깊은 신뢰를 보낸다. 일부 학부모들은 눈물을 흘리며 교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한다. 백석고가 전통의 명문으로 불리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올해 5월 교육부에서 발표한 ‘2024학년도 교육활동 침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4학년도 전국 지역교권보호위원회의 개최 건수는 4,234건이었다. 2023학년도 5,050건에 비해 감소하였으나, 초등학교의 경우 오히려 늘어났다(2023학년도: 583건 → 704건). 이는 교육활동 침해의 저연령화, 특히 보호자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의 증가라는 추세를 의미한다. 필자 역시 서울 소재 학교들에 직접적인 법률 자문을 하며, 보호자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가 늘어나고 있음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최근에는 학교에 대한 보호자 민원에 ChatGPT 등 AI까지 동원되는 것을 보고 달라진 추세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렇게 현장은 엄청난 속도로 변화됨에 비하여 우리의 제도 개선은 너무 느리다. 사실 제도에 대한 비판은 쉽지만, 대안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보호자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제도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피해교원에 대한 심리적 지원과 같은 정책도 물론 필요하지만, 근절과 대책을 위한 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부디 관련 정책을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약간의 아이디어라도 될 수 있다면 좋겠다. 교육활동 침해 보호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필요 보호자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에 대해 교권보호위원회에서 할 수 있는 결정은 ‘서면사과 및 재발 방지 서약’과 ‘교육감이 정하는 기관에서의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 두 가지뿐이다(「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26조 제2항). 서면사과 및 재발 방지 서약은 이행하지 않더라도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고,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는 이행하지 않으면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과태료는 형사적인 제제가 아니어서 경제적 부담 외에 특별한 불이익이 없다. 특히 보호자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이므로 그 자녀인 학생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고, 따라서 교원은 해당 학생을 계속 지도해야 한다. 결국 교원은 교육활동을 침해한 보호자와 분리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교육활동 침해 보호자의 보복이 발생하는 일도 생긴다. 수업과 지도 방법에 관한 계속된 민원이나 상담의 요청, 극단적으로는 교원을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방식이다. 학교는 공공기관이므로 민원에 응해야 하며, 학생에 관한 상담이란 명분으로 요청하는 면담을 거부할 수도 없다.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교사는 설령 억울할지라도 경찰의 수사에 대응해야 한다. 아동학대 사건은 의무적으로 검찰로 송치되어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받기까지 적어도 수개월이 소요된다. 이는 첨단 무기를 들고 온 상대방에게 맨주먹으로 대응하는 셈이다. 이러한 보복의 우려는 교원들이 교육활동 침해 피해를 당했음에도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망설이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이다. 물론 현행법에서도 보호자의 교육활동 침해가 범죄까지 되는 행동이라면 피해자인 교원이 고소하는 등 법적인 절차에 나설 수 있다. 또 교원을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것에 대해 무고로 응수할 수도 있다. 그런데 법리적으로 쉽지 않다. 계속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행동이 범죄가 될 수 있을까? 「형법」에 따르면 공무집행방해죄나 업무방해죄가 고려될 수 있다. 그런데 「형법」의 공무집행방해죄 관련 규정을 들여다보면 공무집행방해의 방식을 ‘폭행 또는 협박’, ‘위계’로 한정하고 있다. 때리는 행동이나 위협하는 언행, 허위의 신고를 하는 등으로 매우 제한되는 것이다. 업무방해죄는 ‘위력’이 포함되어 공무집행방해보다 그 범위가 넓지만, 대법원은 공무원이 직무상 수행하는 공무를 방해하는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가 별도로 있으므로 업무방해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대법원 2009. 11. 19. 선고 2009도4166 참조). 따라서 공무원인 교원은 업무방해죄로 보호받을 수 없고, 공무집행방해죄의 인정 범위는 너무 좁다. 무고죄는 또 어떠한가? 흔히들 무고죄가 존재하는 이유는 억울하게 고소당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무고죄의 주된 목적은 국가의 형사사법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국가를 속이는 행동을 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이다. 개인이 부당하게 처벌받지 않게 하는 것은 부수적인 목적일 뿐이다. 또한 범죄 피해를 당한 사람의 관점에서 쉽게 무고죄를 인정하게 된다면 신고를 꺼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무고죄의 인정은 매우 엄격하게 판단한다. 보호자가 폭행이나 협박과 같이 드러나는 방법을 통해 교원을 괴롭히는 것은 드물다. 아동학대 신고의 경우에도 자녀인 학생이 피해를 주장하기에 고소하게 된 것이지 허위는 아니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보호자의 교육활동 침해가 현행의 법체계에서 범죄로 인정되기가 극도로 어려운 것이다. 그렇기에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필요하다. 보호자들도 자신들의 행동이 엄격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또 이를 통해서야 비로소 교원들도 교육활동의 보호가 충분히 이루어진다는 마음, 최소한 상대와의 무기가 대등해졌음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접근금지 등 학교에서의 배제를 위한 근거 필요 물론 형사처벌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생각이 있을 수도 있다. 자녀의 일로 어려움을 겪어 민원을 제기하다 보니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하여 과도한 언행을 할 수도 있다. 교원들도 이런 경우까지 무조건 보호자의 형사처벌을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같은 행동이 반복되거나 보복이 있지 않기를 바라는 게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처벌 외에도 법원을 통한 접근금지 등이 가능하게 구성하는 것이 어떨까?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검사는 아동학대 사안에서 행위자에게 형사처벌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생각될 때는 사건을 가정법원으로 송치하여 보호처분을 할 수 있게 규정한다. 그리고 이러한 보호처분의 종류 중에서는 행위자가 피해아동 또는 가정 구성원에게 접근하거나, 메시지를 보내지 못하게 하는 결정이 포함되어 있다. 비단 아동학대 사건뿐만 아니라 가정폭력범죄에 대해서도 유사한 규정이 확인된다. 아동학대·가정폭력 사건에 이런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는 취지에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으므로, 당장 처벌한다고 하더라도 다시금 재발할 우려가 크니 이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고려가 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보호자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는 학생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으니, 교원은 계속하여 해당 보호자의 자녀를 교육해야 한다. 이 때문에 가해자인 보호자와 피해자인 교원이 계속하여 만날 수밖에 없다. 아동학대나 가정폭력 사건과 유사한 지점이다. 이런 유사 법제를 고려하여 충분히 현실성이 있는 제도를 만들 수 있고, 입법 자체의 난이도가 몹시 어려워 보이지도 않는다. 특히 유럽이나 미국·캐나다 등 해외 각국에는 교원과 보호자를 분리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고, 보호자를 학교교육 참여에서 일부 배제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고려하면 세계적 표준에서 배치된다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산발적 민원 제기 방지를 위해 대한 통합적 처리 절차 필요 학교는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행정기관으로 해당 법에서 정한 절차와 규정에 따라 민원을 처리해야 한다. 또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는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교육감의 지도·감독의 대상이 되므로 교육청을 통하여 제기된 민원에 대한 처리 과정에 협조해야 하며 감사나 특별장학이 있는 경우 이에 응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교육청 외부 학생인권센터 등이 있는 시도에서는 이에 의한 조사가 별개로 진행되기도 한다. 그 외에 국민권익위원회·국가인권위원회 등 외부 기관에 민원이 제기되는 일도 많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는 각자 개별적인 법률에 근거하여 운영되고 있고, 그에 따른 조사 권한과 권고 등 의견 표명에 대한 권한이 있다. 학교로서는 이에 응해야 한다. 결국 학교는 한 명의 보호자가 학교로 직접 제기하는 민원, 교육청에 제기하는 민원, 학생인권센터로 제기하는 민원, 국가인권위원회 등 외부 기관에 제기하는 민원 등 다수 기관의 동시다발적인 민원에 각기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학교폭력 관련 민원이 가장 흔한 편이다. 학교폭력 사안을 축소하거나 은폐했다는 내용, 조사 과정에서 강압적이었다는 내용, 피해·가해학생의 분리가 부적절했다는 내용, 처리 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불만족, 예방을 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한 책임 추궁 등이 주를 이룬다. 문제는 이를 처리하는 기관마다 학교폭력에 관한 법령이나 절차 등에 대한 부분, 학교라는 기관의 특징이나 현장에 대한 이해도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구체적인 규정과 사실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 각 기관의 담당자들에게 설명하고 이를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학교의 민원 처리 담당자와 민원의 대상이 된 교원들의 고충이 극심하다.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답변서와 관련 자료를 매번 정리하는 일만 하더라도 행정력 낭비가 심하다. 일부 보호자들 역시 이를 알고 있기에 소위 ‘민원 폭탄’ 방식으로 악용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 민원에 대한 통로를 하나로 통합하여, 학교가 다수 기관의 민원 처리 요청에 시달리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기존 학교 내부 민원대응팀 구성이 한계가 있음을 고려하여 교육청 등 학교 외부에서 민원을 공정하고 전문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관을 두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현행 중복적이고 방만한 민원 처리 시스템을 정리한다면 필요한 인력이나 예산은 오히려 절감될 수도 있을 것이다.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 조치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토록 하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정성국 의원(국민의힘)은 학생이 교원을 폭행하는 등 중대한 교권 침해로 출석정지 이상의 조치를 받을 경우, 그 내용을 학생부에 기록하도록 하는 교원지위법 개정안을 1일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학생부 기록은 입시에 불이익을 주기보다는 학생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실효적으로 교권 침해를 예방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며 “교사·학교를 존중하는 문화가 조성돼야 학생 다수의 학습권을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국교총은 1일 “무너진 교실을 바로 세우고, 학교 현장에서 수년간 일관되게 요구해 온 과제가 발의된 것은 교권 보호를 위한 실질적 조치로서 의의가 있다”며 환영했다. 이어 “학생 간 학교폭력 가해 사실은 학생부에 반드시 기재되는 반면, 교사에 대한 폭행과 같은 중대한 교권 침해가 기록되지 않는 것은 법적 불균형이자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며 “학생에게 자신의 행동에 대한 명확한 책임감을 부여하고, 자신의 문제 행동이 기록으로 남는다는 인식을 통해 강력한 예방 효과를 발휘하는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총은 2023년부터 ‘교권 침해 학생부 기재’를 위해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전방위적 활동을 펼쳐왔다. 2023년 7월 교총이 실시한 교원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3만2951명 중 89.1%가 학생부 기재 찬성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교원 대상 학생의 폭행 사건은 심각한 수준이다. 교총이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 4월 충북의 한 고교생이 학교장과 교직원 등을 흉기로 공격하고, 5월에는 수업 중 학생이 야구방망이로 교사를 폭행해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수업일 기준 매일 2~3명의 교원이 폭행을 당하고 있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선생님이 폭행당하고 성희롱당해도 아무런 공식 기록이 남지 않는 현실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면서 “학생부 기재는 교권 보호의 마지막 보루이자 교실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회를 향해 “89%에 달하는 현장 교원들의 절박한 요구에 응답해야 할 것”이라며 “조속한 법안 심사와 통과에 적극 나서달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교실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들 가운데 가장 걱정되는 것이 학교폭력 문제입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몰라 늘 긴장되는데, 막상 사안이 터지면 해법을 찾느라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습니다. 학폭 사안에서 교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사안을 처리하되 안일하게 대처하거나 무관심한 태도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학폭 상황을 ‘단순한 장난’ 정도로 치부하거나 ‘아이들끼리 흔히 있는 일’이라고 여긴다면, 피해 학생에게는 또 다른 형태의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자칫 학부모와 교사, 또는 학교 사이의 새로운 갈등이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학생 행동 관찰하기 교사는 무엇보다 이런 사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평소 예방에 초점을 두고 꾸준히 지도해야 합니다. 피해 학생이 보이는 특유의 징후를 재빨리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해 학생들은 평상시와 달리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불안해 보입니다. 교과서나 필기구 같은 준비물을 챙겨오지 않아 야단을 맞기도 합니다. 교복이 젖어 있거나 찢겨 있어도 별일 아니라고 대답하고, 코피가 나거나 얼굴에 생채기가 있어도 괜찮다고 합니다.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 교무실로 와서 선생님과 어울리려 하고, 자기 교실보다는 다른 반을 떠돌아다닙니다. 자주 점심을 먹지 않거나 혼자 먹을 때가 많고, 학교 성적이 급격히 떨어지며 지각이나 무단결석을 하기도 합니다. 학폭이라 하기에는 애매해 사안 조사로 넘어가지 않았지만 학부모가 불편함을 호소할 경우에 각별히 주의해 대화하는 게 좋습니다. 교사가 직접 관찰한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정확한 정보 외에는 불필요한 말은 아예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꼭 해야 할 말만 추려서 메모한 후 필요시 그 내용만 전달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에 근거한 말만 해야 예를 들어 "이번 일은 수영이가 잘못한 부분이 큽니다. 수영이가 평소에 재욱이를 자주 놀려서 이 부분을 불편해했거든요. 이번 일은 수영이가 원인이라고 볼 수밖에 없겠네요"라고 교사의 판단과 견해를 이야기하면 안 됩니다. 대신 "수영이와 재욱이가 목요일 점심시간에 급식실 앞에서 다투었습니다. 수영이가 재욱이를 놀려서 싸움이 시작되었다고 당시 주변에 있었던 세 명의 학생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다른 학생들 진술도 있습니다"처럼 육하원칙에 근거해 객관적 사실과 구체적인 근거만 말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자칫 누구 한쪽의 편을 든다거나, 교사가 학부모의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또 다른 민원의 소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피해 의심 학생에 다가가기 담임교사는 사안을 인지하는 즉시 업무 담당교사와 관리자에게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학폭 사안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담당자의 안내에 따르면 됩니다. 학폭 사안 처리는 정해진 절차와 매뉴얼이 분명합니다. 담임교사의 직접적인 개입이나 면담, 또는 상담 등이 학폭 접수와 진행 등의 과정에선 배제돼 있습니다. 피해가 의심되는 학생에게는 "선생님이 요즘 네가 힘들어 보여서 걱정이 된다. 혹시 무슨 일이 있니?"라고 먼저 다가가야 합니다. 학생이 선뜻 말하지 못하더라도 "언제든 이야기하고 싶을 때 선생님을 찾아오렴. 너는 혼자가 아니야"라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학폭은 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 공동체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교사들이 과도한 부담감에 시달리지 않고 본연의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학생들에게도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교사들의 어깨에서 무거운 짐을 덜어주고, 실질적 지원을 보내는 것이 진정한 학교폭력 예방의 첫걸음입니다. 김성효 전북 군산동초 교감 상처받지 않으면서 나를 지키는 교사의 말 기술 저자
국회입법조사처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에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RISE 사업은 지방대학 생존과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하고자 지역과 대학이 협력해 지역에 필요한 인재가 취업·창업 및 정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2023년 대구, 부산, 충북, 전북, 전남, 경북, 경남 등 7개 지역에서 시범운영을 진행했으며, 2024년에 교육부 훈령 제정, 지역별 RISE 계획 수립 등을 통해 전국 시행의 기반을 다진 뒤, 올해 전국으로 확대됐다. 올해 RISE 사업 예산은 2조 원이었다. 그동안 RISE 사업과 관련해 지역 고등교육에 관한 관심과 역량의 차이로 지역 간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고, 추진 성과의 객관적 평가 체계에 대한 법적 규정이 미비하다는 의견도 제기돼 왔다. 또 지방자치단체가 RISE 추진을 위한 인력과 조직을 충분히 확보했는지 점검에 대한 요구도 있었던 만큼 이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ISE와 함께 교육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글로컬대학30 정책도 이슈가 될 수 있다. 글로컬대학30은 지역대학과 지역발전의 상생을 선도할 수 있는 대학을 육성하기 위해 과감한 혁신을 추진하는 대학에 파격적인 지원을 하는 정책이다. 2023년 10개 대학(군), 2024년 10개 대학(군)이 선정됐다. 선정된 대학(군)은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받고, 지방대학육성법에 근거해 특성화대학 등의 지원을 받는다. 이미 대학(군)별로 50억~230억 원이 예산이 지원됐다. 하지만 정책 추진단계부터 선정되지 못한 대학과의 격차 심화 우려, 단기 성과 위주의 예산집행, 산학협력을 위한 대학 교육과정 개편 부족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글로컬대학30에 선정되지 못한 대학의 지원방안과 사립대 대학구조개선 추진 여부, 선정 대학의 프로젝트 성과평가제도 개선과 성과 관리방안, 선정 대학을 대상으로 한 교육부의 컨설팅 효과성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국회입법조사처는 직업교육 관련 내용도 질의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 소재 직업계고의 신입생 감소 대책은 지역 소멸과도 관련있는 문제인 만큼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대한 관심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전남교육청과 경북교육청이 직업계고에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해 교육하고 있다. 전남에는 목포여자상업고 등 5개교에 베트남 유학생 등 5개국 77명이, 경북에는 의성유니텍고 등 8개교에 태국 등 4개국 113명이 재학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는 이에 대한 개선사항과 발전대책, 전국 확산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학교 악성 민원 방지가 필요하다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21일까지 진행되는 이 청원은 1일 현재 2만 5096명이 동의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홈페이지에서 30일 동안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해당 상임위원회에 회부되고, 회부된 청원은 상임위 소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청원인은 “최근 학부모에 의한 악성 민원으로 교사뿐만 아니라 다수의 학생이 고통을 받아도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다”며 “악성 민원에 대한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리고 학부모의 특별교육 및 심리치료 조치가 내려지고 있지만 이행하지 않아도 제재나 불이익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청 통합민원대응시스템, 학교민원대응시스템도 절차와 규정이 있지만 막무가내식 악성민원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라며 악성민원을 제지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청원 내용은 학교 교육활동을 불가능하게 하는 악성민원인에 대한 과태료 부과 등 제지 방안 법적 근거 마련, 체계적인 민원대응시스템 구축과 악성민원 처벌 강화, 심각한 교권침해 및 악성 민원에 대한 교육청 고발 의무화 등이다. 또 교원을 대상으로 한 무고성, 보복성 아동학대 신고 금지 법적 장치 마련, 서이초 사건과 제주 모 중학교 사건 등으로 촉발된 학교 악성 민원 문제 심각성 공유 및 해결을 요구했다. 이 밖에도 교권보호위원회 결과 조치 사항 미이행시 과태료를 현행 3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인상하고,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목적이 정당하지 않은 신고, 고소, 고발, 허위제보 및 손해배상 청구’를 추가할 것도 요청했다. 청원인은 “최근 서이초 책임자 진상규명 청원이 5일만에 5만 명을 달성하는 등 학교 악성 민원 문제 해결에 대한 교사들의 관심과 요구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이번 청원 결과가 교육 활동 보호를 위한 국회와 교육당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라 공립 중등교원을 1600명 정도 늘린다. 교육부가 1일 발표한 ‘2026학년도 공립 중등·특수(중등)·비교과 신규교사 임용시험 모집공고 현황’에 따르면 중등 교과 신규교사 선발 규모는 7147명이다. 이는 지난 8월 발표한 사전예고 인원 4797명에 비해 2350명, 2025학년도 모집공고 인원 5504명에 비해 1643명 증가한 수치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및 과밀학급 지원을 위한 추가 확보분 등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은 “고교학점제와 과밀학급 해소 등 시급한 교육 현안을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과거 교육부의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2026년 고교학점제 운영을 위한 추가교원 수요가 제도 도입 이전보다 17.4%(현 기준 약 2만2000명)에 달한다는 분석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이 교총의 설명이다. 실제 전국 중·고교 학급의 84% 이상이 학생 수 21명을 초과하는 과밀학급인 상황, 정규교원 감축 기조로 고교 교원 4명 중 1명(23.1%)이 기간제 교사인 불안정한 교육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7000명 정도의 증원 규모로는 현장 교사의 다 과목 지도 해결은 물론, 교육 선진국의 지표나 다름없는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실현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교총은 “이는 학생들에게 안정적인 교육 환경을 제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교직 사회의 불안정성을 심화시켜 교육의 질을 장기적으로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중등은 늘어나지만 특수(중등)·비교과 규모는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한다. 특수는 4명, 전문상담은 45명 늘어나고 나머지는 모두 줄어든다. 감소 규모는 보건이 49명, 영양이 13명, 사서가 3명이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지금이라도 근시안적인 교원 정원 정책으로 비정규직 교원을 양산하지 말고, 안정적인 정규교원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 도입을 위한 교원 산정 기준을 재수립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학교와 교사에게 행정 민원 처리를 맡기는 것은 정책적 오류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무단 촬영과 녹음, 합성 자체를 교육활동 침해로 명시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한국교총, 대한초등교사협회, 국회 조정훈 의원(국민의힘), 이준석 의원(개혁신당)은 3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교권보호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제도적 보완 방안을 모색했다. ‘교내 무단 녹음 전면 금지와 처벌’을 주제로 발제를 한 정영화 경기초등교사협회장은 “교사가 수업 중 학생을 지도하거나 대화를 나눌 때 무단 녹음, 촬영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법원이 해당 녹음물을 증거로 인정하는 판례가 나오고 있지만 녹음 자체가 교사의 수업권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실이 인간관계와 상호 소통의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무단 녹음이라는 기능이 개입되면서 본질이 훼손됐다”며 “교실이 선생님이 안심하고 아이들과 대화하고 교육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통신비밀보호법’과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을 통해 교육활동 중인 교원의 음성을 촬영, 녹음, 합성해 무단으로 배포하는 행위만을 교육활동 침해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촬영, 녹음, 합성 유포 자체를 교육활동 침해로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미나 한국교육정책연구소장은 ‘학교민원 제도화의 한계와 교육활동 보호 방안’을 발제하며 최근 신설된 초·중등교육법 제30조의 10(학교민원 처리)의 문제점을 심층 분석했다. 송 소장은 “해당 조항이 학교를 법적으로 ‘민원처리기관’으로 규정함으로써 교육기관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한 뒤 “교권침해의 상당 부분이 본질적으로 교육활동 침해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민원이라는 이름으로 포섭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법적 개념이 교권침해의 본질을 외면하고 학교와 교사를 행정 민원 처리의 최전선으로 내모는 정책적 오류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송 소장은 문제해법에 대해 행정민원은 교육청이 처리하고 학교와 교원은 본연의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학교를 행정기관화 하는 초·중등교육법 제30조의 10을 폐기 또는 전면수정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앞서 강주호 교총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일부 학부모가 자녀의 가방에 녹음기를 몰래 넣고 이를 근거로 교사를 고소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면서 교실을 신뢰와 소통이 아닌 의심과 감시의 공간으로 변질시키고 있다”며 “우리 교육 현장은 현재 극심한 혼란과 충격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겪는 교원의 진료 건수가 34만 건이 넘었다”며“교사가 혼자 맞서는 문화를 바꾸기 위해 국회가 법과 제도로서 교사의 삶과 교권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조정훈 의원도 “교권 침해의 문제가 몇몇 개인의 정서나 소통 부족으로 축소돼선 안 된다”며 “선생님과 아이들이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개혁신당은 토론회에서 최근 개발한 교권119 플랫폼을 발표하고 세부 기능을 시연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교권과 학습권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교실이 교육 공간이 된다”며 “이제는 선생님들이 교육 외 다른 문제로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경북 의성군 금성초(교장 신종훈)는 26일글담도서관에서 4~6학년을 대상으로 사이언스 매직 진로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과학 원리를 마술처럼 체험하며, 학생들이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이해하고 진로 탐색의 기초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운영했다.또한, 생활 속 과학 현상을 탐구하며 과학적 사고력과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함양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5학년 이○○ 학생은 “마술처럼 보이는 현상이 사실은 과학이라는 점이 신기했고, 친구들과 함께 참여해서 과학이 더 재미있었어요”라고 말했다. 6학년 김○○ 학생은 “사이언스 매직 진로교육을 통해 진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어요. 평소 학교에서 해보지 못한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어요”라고 말했다.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한 교사는 “이번 활동으로 학생들이 과학을 단순한 교과 지식이 아닌 직접 눈으로 보면서 탐구할 수 있게 되었고,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최근 4년간 교원 정신질환 증가세가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대식 의원(국민의힘)은 29일 교육부와 인사혁신처,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정신질환으로 공무상 요양을 청구한 교원 수는 2021년 145명에서 2024년 413명으로 184.8% 증가했으며, 승인 건수 역시 106명에서 311명으로 193.4% 급증했다. 특히 4년간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교원 수는 62.4% 늘었다. 초등교원의 경우 2021년 5637명에서 2024년 9446명으로 67.6%, 중등교원도 같은 기간 2891명에서 4404명으로 52.3% 증가했다. 불안장애 진료를 받은 초등교원도 2021년 5321명에서 2024년 7104명으로 33.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의원실은 시·도교육청별 질환교원심의위원회의 정보관리와 심의 부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교육부가교원의 정신·신체 건강이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정보를 보유·관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 최근 3년간 심의 결과도 2022년 직권휴직 2건, 2023년 직권휴직 1건, 2024년 교육감 자체처리 2건, 기타 1건 처리에 불과해 사실상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정신질환으로 인해 교원이 휴직과 복직을 반복하거나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상황이 발생해도 현행 제도는 이를 제대로 검증하거나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학생 학습권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인 만큼 법령과 자치법규에 따른 제도가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원의 정신질환은 개인 문제가 아니라 학교 공동체 전체의 안전 문제”라며 “정기 건강검진에 정신건강 항목을 의무적으로 포함하고 교원치유지원센터 기능을 강화해 교원의 정신건강을 지속적으로 관리·지원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화성시늘봄초(교장 임순하)가 경기도교육청이 주관하는 '2025년 AR 클라이밍 체육교실 설치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학생들에게 첨단 디지털 기술과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체육교육을 제공하게 되었다. 이번 사업은 우천, 폭염, 미세먼지 등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학생들이 안전하게 실내에서 체육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추진되었다. 늘봄초는 기존의 여유교실을 활용하여 AR(증강현실) 기술이 접목된 클라이밍 체육교실을 조성한다. 이곳에서는 빔프로젝터와 센서 기반의 스마트 장비를 통해 학생들이 가상 환경 속에서 실시간으로 클라이밍 활동을 체험하며,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아 자신의 체력과 운동 능력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기기에 친숙한 학생들이 보다 흥미롭게 체육 수업에 참여할 수 있어, 운동 부족과 체력 저하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노동암 교사는“학생들이 게임을 하듯 즐겁게 운동하며 자연스럽게 체력을 키우고 건강한 습관을 기를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AR 클라이밍 체육교실은 단순히 수업 공간을 넘어, 정규 체육수업과 방과후 활동, 늘봄학교 프로그램 등 다양한 교육활동과 연계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폭넓은 체육 경험을 제공하고, 학교 체육교육의 질적 수준을 한층 높인다. 또한 늘봄초는 지역 사회와 연계해 AR 클라이밍 시설을 인근 학교와 공유하며, 지역 체육 활성화 거점 역할도 수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학교 간 자원 공유와 교육 공동체 협력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늘봄초의 AR 클라이밍 체육교실은 스마트 체육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학생들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자기주도적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운동의 재미를 느끼며 체육활동에 적극 참여하게 된다. 임순하 교장은“이번 사업을 통해 학생들이 체육을 즐기며 배우는 경험을 확대하고, 미래형 체육교육의 선도 모델로 자리매김하겠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의 행복한 성장을 위해 학교 체육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AR 클라이밍 체육교실 구축으로 늘봄초는 학생들의 학습권과 체육활동 선택권을 확장하고, 미래 교육의 핵심 가치를 실현하는 중심 학교로 도약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사망한 故 인천 ○○초 특수교사에 대해 26일 인사혁신처가 순직 인정 결정을 내렸다. 이에 한국교총과 인천교총(회장 이대형)은 즉시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교총은 “고인의 헌신과 희생을 뒤늦게나마 국가가 인정한 마땅한 결정”이라며 “유족의 오랜 고통을 덜어주고 교직 사회에 큰 위로가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한 교사의 안타까운 비극이 아닌, 교육 당국의 무책임과 제도적 부실이 초래한 참사”라고 규정짓고 “이번 결정은 고인의 명예의 되찾는 동시에, 더 이상 교원이 과중한 업무와 열악한 환경 속에서 희생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경종”이라고 강조했다. 순직 인정 절차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경직적이고 교원 업무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 해결을 위해 ▲심사 기간 단축 ▲입증자료 요건 완화 ▲심의과정에 교원참여 보장 등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사건에 대해 심사 기간이 1년 가까이 걸렸으며 그 과정에서 근무기록 및 진술 확보,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공무원연금공단 심사, 재해보상심의회 심의, 인사혁신처 결정까지 수많은 과정을 유족이 직접 해야 했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시교육청에 대해서도 “고인이 평소 과중한 업무경감을 위해 학급 증설 등 개선을 요구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고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이제라도 진상조사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책임 있는 조치와 특수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제도적 보완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주호 회장은 “또 다른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특수학급 과밀 해소, 공격행동 장애학생 지원체계 구축, 전일제 해소, 통합학급 지원인력 확충, 특수학교 신·증설 확대 등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앞으로도 교총은 전국 교육현장에서 모든 교원이 존중받고 모든 학생의 학습권이 온전히 보장될 수 있도록 교육여건 개선과 교원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진상조사위 보고서에 따르면 고인은 학교 내 유일한 특수교사로 법정정원 6명을 초과한 8명의 특수교육 학생을 지도했으며, 완전통합 특수교육 대상까지 포함해 최대 12명의 학생을 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당 수업시수 최대 29시간, 수백여 건의 공문처리와 행정업무, 학부모 상담 및 자원봉사자 운영까지 책임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고인은 초과근무와 주말 업무가 반복되는 격무에 시달려, 건강 악화와 극심한 심리적 소진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심리 부검 결과로 드러났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에 따른정부 온라인 시스템들의 장애와 관련해 교육부는 28일 학교 현장의 업무에 필요한 시스템인 나이스(NEIS, 교육행정정보시스템)와 K-에듀파인(지방교육행·재정통합시스템)의 로그인 시스템 점검 결과 큰 문제 없이 이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K-에듀파인은 28일 오전 11시 기준 ‘정부24’와 연계되는 교육민원 제증명만 발급이 불가하며, 그 외의 서비스는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작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교육민원제증명 서비스는 시·도교육청 및 교육지원청, 각급학교를 통해 발급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교육기관에서 증명서 발급 시 전자문서진본확인 검증이 이뤄지지 못해 문서 출력 시 나타나는 ‘인증서 검증실패’ 문구는 출력되지 않도록 조치한다. 또한 지방교육행·재정통합시스템은 28일 13시 기준, 2개 교육청(울산, 강원)의 문서시스템 오류를 제외하고는 작동하고 있고, 조속히 관련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다만 두 시스템 모두 행정안전부 인증체계와 연동되므로 당분간 시스템 운영은 불안정할 수 있다. 이에 교육부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면서, 행정안전부 인증체계 연동 안정화에 시간이 소요될 경우를 대비해 교육부 자체 인증(교육부행정전자서명인증서비스, EPKI)을 통한 서비스 제공도 준비하고 있다. 당장 29일 월요일 수업 및 행정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교육부는 시·도부교육감들에게 대응체계 마련, 그리고 시·도교육청 전산실의 무정전 전원장치(UPS) 배터리 현황 및 화재 대응 방안 점검을 요청했다.
지난 16일, 교육부의 2025년 1차 학교폭력 실태 조사 결과 발표 이후 ‘피해 학생 2.5%로 역대 최대’라는 제목의 언론 보도가 넘쳐났다. 2013년부터 시작된 전수조사 시행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학생의 학교폭력 민감도가 높아진 점을 이유로 꼽았지만, 320만 명이나 되는 학생의 인지도가 단지 교육이나 언론 등을 통해서만 높아졌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학교폭력 증가에는 많은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2024년 학교폭력 사안 접수 건은 5만8502건에 달한다. 2023년 6만1445건, 2022년 5만7981건과 비교하면 다소간의 증감이 있다. 여기서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이 바로 학교장 종결제의 변화추세다. 학교장 종결제에 대해서는 학교폭력예방법 제13조의 2에 ‘경미한 학교폭력은 피해 학생 및 보호자가 심의위 개최를 원하지 아니할 경우 학교의 장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라고 규정돼 있다. 물론 경미한 사건의 요건도 엄격하다. ▲피해 학생이 2주 이상의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은 경우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즉시 복구 또는 복구 약속이 있는 경우 ▲지속적이지 않은 경우 ▲학교폭력에 대한 보복행위가 아닌 경우 ▲피해 학생과 보호자가 심의위 개최를 원하지 않을 경우다. 학교장 종결제는 학교폭력 심의 기능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지역교육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 이관되면서 2020년 3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안 접수 건 대비 학교장 종결제 비율이 2021년 64.7%(2만8791건), 2022년 62.8%(3만6416건), 2023년 61.6%(3만7866건) 대비 2024년 52.4%(3만067건)로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학교장 종결제 비율이 점차 감소하는 이유에 대해 면밀한 검토와 대책이 필요하다. 교육의 사법화 현상 심화 보여줘 방치하면 불신의 교실 더해질 것 원인 파악·대책 마련 즉시 나서야 우선 꼽히는 것이 화해, 관계 회복 등 교육적 해결보다는 법과 심의로 가져가는 ‘교육의 사법화 현상’ 심화다. 둘째로는 일단 신고나 접수부터 하는 현실의 문제다. ‘심의 결과 학교폭력 아님 결정’이 총 5246건으로 전체 사안 접수 건수 대비 8.96%에 달했다. 셋째, 학교폭력전담조사관제 시행의 연관성이다. 원만한 조정이나 해결보다는 매뉴얼에 따른 사안 조사 중심의 접근이 영향을 주었다는 현장의 평가도 있다. 넷째, 2026학년도부터 학교폭력 조치가 대입에 반영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학교폭력은 반드시 예방되고 사라져야 할 교육현장의 악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적 예방과 화해 없이는 근본적 처방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교육부 발표에 대한 반응을 보면 ‘언어폭력 비중 늘어’ ‘사이버폭력, 집단따돌림, 딥페이크 등 성폭력 증가세’ 등 매년 비슷한 분석과 결론만 반복하고 있다. 학교장 종결제의 비율이 점차 줄어드는 것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거나 무관심하기까지 하다. 관련 현상을 지금처럼 계속 방치한다면 오해나 장난으로 인한 경미한 사안이나 갈등 해결, 방어의 목적을 띤 사안까지 모두 심의로 이어지는 삭막한 학교, 불신의 교실이 될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학교폭력의 예방과 대응에 대한 새로운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실현할 의무가 있다. 이뿐만 아닐 점차 감소하는 학교장 종결제 비율의 이유를 파악하고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는 것에도 집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