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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고장(아사히카와)을 아름답게!도전하는 고교생 쌀가루 보급의 승부는 지금부터다 전남 위기의 농업이 가야 할 길 , 교육에서 찾아야 세상이 참 많이 변하고 있다. 무엇보다 산업구조의 변화이다. 이로 인하여 점차 그 위상을 잃어가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농업 분야이다. 농업 기계화와 품종 개량으로 국내 쌀 생산량이 늘고, 수입되는 쌀의 양도 많아지면서, 쌀이 남아도는 시대가 되었다. 게다가 매년 쌀 소비량은 줄어들고 쌀 개방화 협약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남아돌 것이다. 그 결과로 쌀값은 계속 떨어져서 이를 생산하는 농민들의 걱정도 많다. 한 해 동안 고생해서 농사를 지었지만 그만큼 소득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장차 식량주권이라는 과제가 있어 농업문제는 그냥 소홀하게 넘길 수만 없는 중대한 과제다. 쌀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벼농사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의견과 식량 주권을 지키기 위해 벼농사를 줄이면 안 된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남아도는 쌀, 벼농사를 줄여야 할까? 벼농사를 줄이는데 찬성한다. 그 이유로 한국인의 식습관이 변하고 있기에 농사도 그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요즘 사람들은 밥으로만 식사를 해결하지 않는다. 국수, 파스타 등 면으로 된 음식을 즐기는 사람도 많고, 심지어는 다이어트를 위해서 밥을 먹지 않기도 한다. 쌀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식습관이 변하면서 당연한 현상이 되었다. 시대가 변했는데도 벼농사를 고집한다면 농민들은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읽어내고 농업도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최근에 전남에서도 벼농사 대신에 다른 작물 재배를 심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넘쳐나는 쌀이 생계에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보다 먼저 이러한 도전을 받은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의 북부 홋카이도는 농업지역이다. 이곳의 중심부인아사히카와에 위치한 아사히카와농업고교는 아사히카와역에서 동쪽으로 2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학교이다. 이 학교는 농업과학과, 식품과학과, 산림과학과, 생활과학과로 470명의 학생이 배우고 있다. 이 가운데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식품과학과의 '쌀가루연구반'이다. 이런 도전은 2009년도에 시작되었다. 이무렵 1인당 쌀 소비가 감소하고, 한편으로 밀 가격이 폭등하면서 일본 농림수산성이 쌀가루 생산을 지원하지만 관심도는 아주 낮았다. 이때 아사히카와농고는 지역 산업과 연계하여 '쌀가루반'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같은 출발은 2010년 이 지역에서 생산한쌀가루를 사용한 '쌀케이크' 만들기에 성공으로 연결되었다. 이와 더불어 콩 생산자 단체로부터 의뢰를 받아 검은 콩의 재료를 이용한 케이크 만들기에 성공하였다. 쌀 가루 100%와 콩가루를 배합하고, 학교에서 생산한 우유를 사용하여 아사히카와 농산물 사용 비율을 확대하였다. 이곳 '쌀가루반'에서 배운 것의 좋은 점을 동생에게도 알려 동생도 이 학교를 진학하게 하였다. 이처럼 밀가루를 사용한 만두피 대신 쌀가루를 사용하고 부침개(일본어 지지미)도 쌀가루를 사용하여 제품을 생산한 것이다. 물론 성공에 이르기 까지는 여러번의 실패도 있었다. 이렇게 쌀가루로 만든 케익을 상품화 하여 팔자 순식간에 다 팔려 나간 것이다. 이 과정에는 지역 농협과 기업, 그리고 고등학교 간 협력이 매우 중요하였다. 이렇게 지역의 한 농업학교가 노력한 덕분에 지금은 가게에 밀가루 대신 쌀가루로 만든 빵이나 쌀가루 제품이 진열대에 놓이게 된 것이다.그러나 쌀가루 보급의 승부는 지금부터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쌀 농업은 아름다운 전원풍경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게 된다.위기의 전남 농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선진 기법을 적용한 농업교육을 통하여 지역사회의 발전과 연계시키는 일이다. 이러한 도전을 한 아사히카와농업고의 발전을 기대하면서우리 지역에서도 이같이 도전하는 학교가 나오기를 기대하여 본다.
길은 세상에 있다. 독서를 통하여 살아갈 길을 찾아야! 어느 지역 신문에서 '위기의 작은도서관'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운영이 힘들기에 현실적인 지원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상시 직원이 근무하면서 독서를 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 주된 과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실 이런 형편의 문제들은 우리 주변에 수없이 널려 있다. 결국에는 돈 문제가 걸려 있다. 하지만 재정 지원만이 정답은 아닌 것 같다. 문제는 더 근본으로 돌아가 가정에서부터 아이들의 독서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독서교육의 원점이다. 아직 충부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학교도서관이나 지역도서관의 시설도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다. 하지만 이곳의 운영상황을 보면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학교가 좀 더 도서관 운영에 관심을 기울이고, 가정에서 아이들의 책 읽기 습관을 기른다면 이같은 문제는 큰 문제가 아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독서습관이 안되어 있으니 주민들의 독서 참여가 거의 없고 아이들이 독서를 하지 않는 한지역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세상이 지식 중심 사회로 진화하는데 이같은 사회변화에 지식 없이는 적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잠 들기 전에 부모가 책 읽기를 하는 것이 지식사회를 살아 남는 생존법이다. 무조건 책을 많이 읽는 것은 답이 아니다. 책 읽기에 투자하는 것은 책을 읽기 전과 후가 달라져야 가치가 있다. 책이 자신을 변화시키는데 도움이 없었다면 읽을 가치가 없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책을 받아들여서 자신을 개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책속에 길이 있는 것이 아니라 길은 세상 가운데 있다. 책을 읽고 세상의 길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를 찾아야 의미가 있다. 이같은 독서의 의미를 알고 이를 실천한 부모와 이를 모르는 정보의 격차는 메울 수 없는 큰 강이 될지도 모른다.
2018 대한민국은 참담하다. 2017 대한민국의 참혹함의 연장선이다. 2017년의 참혹함이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에 의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라면, 2018년 참담함은 국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적폐청산에 이은 미투(# me too)운동의 흐름이다. 최근 문학인, 예술가, 교육자 등의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폭로에 이어 서울시장 예비후보, 현직 충남지사 등도 성폭력 가해자로 밝혀졌다. 유수의 유력한 인사들이 출국금지와 검찰 수상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8 대한민국의 사회적 흐름도 꽤 혼란스러운 가운데 성장통을 겪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세계여성의 날의 맞아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등의 인권이 유린, 훼손된 이 땅의 여성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드리는 바이다. 성의 구분을 불문하고 피해자들을 인권 보호를 위한 법적ㆍ제도적 대책 강구가 시급한 실정이다. 양성평등이라는 시대적 가치는 남녀평등을 엄어 여성 인권 신장이 기본이라는 점에서 이 또한 우리 사회의 남성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간단치 않다. 이런 와중에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고은 시인과 이윤택·오태석 연출가 등의 작품과 거명이 교과서에서 사라진다. 교육부는 검정교과서 출판사 및 집필진의 의견을 취합해 초중고교 교과서에 수록된 이들의 작품과 인물소개 40건을 모두 삭제하거나 다른 작품으로 대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이 곧고 바른 것을 가르치고 배우는 가치이며, 교과서는 교육과정을 담은 가장 중요한 자료라는 점에서 비윤리적인 인사들을 교과서에서 작품 수록, 인물 소개 등을 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본 것이다.잠정적 분석과 통계에 의하면 고은 시인의 시·수필 등 저작물은 중학교 국어와 고등학교 국어·문학·역사부도 교과서 등에 15건 게재돼 있다. 고은 시인의 인물소개도 11건이 게재됐다. 최근 여러 해 동안 노벨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한국 최고의 문인이라는 점에서 안타깝다. 또 이윤택·오태석 연출가 역시 젊은이들이 닮고 싶어 하는 유력 인사들이었다. 이들 역시 중학교 국어·미술, 고교 문학 교과서에 저작물 4건과 인물소개 10건이 실린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와 출판사 측은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 세 명을 교과서에 그대로 싣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저작물과 인물소개를 모두 삭제할 방침이다. 이달에 30여건을, 오는 4~5월에 나머지를 수정할 방침이다. 작품의 우수성에 앞서 우리 사회의 윤리성, 도덕성을 바로 세우고자 하는 한 과정이다. 현행 우리나라의 교과서 편찬 체제는 국정 교과서, 검정 교과서, 인정 교과서 등 세 종으로 나뉜다. 국정 교과서는 저작권을 교육부가 갖고 있으며 전국의 초중고교에서 공통으로 사용된다. 검정 교과서는 출판사·집필진 저작권을 갖고 교육부의 검정을 받아 단위 학교장의 채택으로 사용된다. 인정 교과서는 출판사·집필진 저작권을 갖고 각 시도교육감의 인정을 받아 단위 학교장의 채택으로 일선 학교에서 사용된다. 이중에서 교육부의 검정을 받고 일선 학교에서 채택해 사용되는 검정 교과서가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대부분의 교과서가 검정 교과서이기 때문이다.사실 검정교과서의 경우 국가가 저작권을 갖는 국정교과서와 달리 출판사·집필진에 저작권이 있다. 이에 교육부는 최근 검인정교과서협회에 공문을 보내 각 출판사가 관련 내용을 수정할 계획 여부를 취합한 바 있다. 교육부는 출판사집필진들에게 집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고, 출판사는 교육부에 교과서 수정을 요청할 수 있고, 교육부는 신청이 접수되면 이를 검토해 승인하는 체제다. 여하튼 고은 시인, 이윤택·오태석 연출가 등의 작품과 실명이 교과서에서 사라지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어쩌면 현재의 대한민국의 사회적 흐름(trend)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실정이다. 더 중요한 점은 앞으로 더 많은 문인, 예술가, 교육자(교수 등)이 이와 같은 이유로 교과서에 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2018 대한민국의 적폐청산, 미투 운동의 참담함의 함의를 되새겨야 한다. 나아가 교과서에서 많은 문인, 예술가, 교육자(교수 등)이 교과서에서 사라지는 진통 속에서 우리는 문학과 예술도 제도적 윤리성, 도덕성의 테두리 내에서 작품 활동이 이뤄지고 문학인, 예술인들의 윤리성, 도덕성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점이다. 교육과 교육과정을 담아내는 가장 핵심적 자료ㆍ교재인 교과서 역시 제도적 윤리성, 도덕성의 테두리 내에서 문인, 예술가, 교육자(교수 등), 학자들의 지적권과 예술 활동만을 담아야 한다는 사회 일반의 동의라는 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적폐청산과 미투 운동의 참담함 속에서 우리에게 희망과 비전을 주는 ‘2018 대한민국과 한국인의 성장통(成長痛)’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는 당사자들의 보수ㆍ진보 이념 성향 이전의 문제다. 2018 미투 운동이 대한민국 사회에 던지는 무언의 메시지는 ‘곧고 바름, 그리고 깨끗함’ 그리고 ‘여성 인권 존중’이다.
[한국교육신문 백승호 기자]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무자격 교장공모 전면 확대를 위한 교육공무원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이후 반대 투쟁을 이끌어온 한국교총이 국회를 통한 저지활동에 본격 돌입했다.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 동안 릴레이집회, 1인 시위, 청와대 국민청원 등으로 제도의 문제점과 학교 현장의 우려를 충분히 전달한 만큼 상위법인 교육공무원법 개정을 통해 보다 실효적이고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8일 교총은 “무자격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 저지를 위한 교총의 활동이 교육 현장과 국민에게 널리 알려졌고, 공감대가 확산됐다”며 “교육부의 입법예고 기간 동안 학교 현장의 부정적 의견이 충분히 전달됐다는 판단 하에 투쟁의 대상과 방법을 국회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총의 주장처럼 지난달 5일 만료된 입법예고 기간 전국 217개 학교가 공문으로 제출한 의견 중 반대의견이 199개교로 91.7%에 달했다. 교총은 그동안 시행령 저지를 위한 교육부 대상 활동에 국회 입법 활동을 더해 투쟁의 2라운드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여·야 각 당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과 정책간담회를 추진하고, 6·13 지방선거에서도 이 문제가 이슈화 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다. 또 의원 입법을 통해 무자격 교장공모 비율을 교육공무원법으로 명시해 제한함으로써 교육부가 추진 중인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을 무력화 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법안에는 교단안정화와 예측가능성 확보, 승진기회 보장 등을 위한 승진제와 공모제의 일정 비율 유지 등에 대한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운영과정에서 무자격 교장공모제가 특정 교원단체 출신의 코드인사, 보은인사로 활용된 부작용을 국회의원들이 공감하고 있는 만큼 법안 성안이나 발의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동석 교총 정책본부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이 이어졌고 교문위에서도 많은 의원들이 부작용에 공감하는 만큼 개정안을 발의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학교 현장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법안을 통해 교단을 안정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교총은 국회 활동과 함께 교육감 측근 내정 등 불공정 사례 발견 시 공무방해 형사고발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정 단체의 집단적, 조직적 개입을 차단하기위해서다. 또 무자격 교장공모제가 확대될 경우 학교 현장에서 보직 및 담임업무와 벽지 근무 기피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만큼 응모 자격에 부장, 담임교사 경력, 연수성적 등이 포함되도록 하는 등 자격 기준 강화도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 아울러 국회 입법 활동과 별개로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각 시·도 교육감 후보 공약에 무자격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 폐지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교총은 세종시 교육부 앞 릴레이 항의집회(12일 현재 68일째), 국회 정문 앞 릴레이 1인 시위(12일 현재 41일째)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특히 전면 확대 철회 촉구를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과 청와대 앞 기자회견, 국회정책토론회, 정부서울청사 앞 전국 교육자 궐기대회 등 전방위 활동을 통해 무자격 교장공모제의 폐단을 알려왔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2019년 3월 개교 예정이었던 서울 강서와 강남‧서초지역 특수학교 개교 시기가 돌연 연기돼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6월 선거를 의식해 착공을 미룬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강서구 공진초 부지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서진학교와 서초구 언남초 부지에 설립 예정인 나래학교 개교 시기가 3월보다 6개월 늦춰진 9월로 연기됐다.이에 학부모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6일에는 교육청 항의방문을 통해 당초 계획대로 공사 일정을 추진해 줄 것을 요구했다.강서지역 장애학생 학부모 A씨는 “지난해 공청회 때부터 조 교육감이 워낙 확고하게 특수학교 설립을 강조해왔던 터라 당초 계획대로 밀고 나갈 것이라 믿고 안심했었는데 갑작스러운 연기 소식에 배신감이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개교가 미뤄진 사실도 교육청이 먼저 알려온 것이 아니라 학부모들이 면담 차 교육청을 방문했다가 알게 됐다”며 “그 때 교육청에 가지 않았으면 지금도 몰랐을 수 있다”고 말했다.또 다른 학부모 B씨는 “개교가 미뤄져 아이들이 기존에 다니던 학교를 더 다니거나 다른 학교에 입학했다가 9월에 다시 전학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장애 아동들이라 적응 문제도 걱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조 교육감이 당장 눈앞에 선거를 의식해 착공 시기를 미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문제가 아니라면 늦어도 5월말에서 6월 초에는 첫 삽을 떠 학부모들의 오해를 불식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설명자료를 통해 “연면적 증가와 기존 교사동의 리모델링 및 내진보강 설계 등으로 공사 기간이 추가 소요되는 사유로 개교일정 변경이 불가피했다”며 “학부모들의 실망감을 알고 있으나, 무리한 공사일정 추진으로 부실공사 가능성, 졸속적인 진행을 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지 이외 다른 고려요인은 없다”고 일축했다.
어느새 지나가고 있는 가을이다. 불과 얼마 전, 주례를 한 졸업생 K는 긴 여름 끝에 온 가을처럼 불쑥 찾아왔다. 그래서 놀랐고 안부 인사 차 모교를 방문한 줄 알았는데, 별안간 결혼주례를 부탁하는 말을 하는 바람에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은 항상 정겹고 다정하게 제 이름을 불러준 유일한 선생님이었어요.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습관적으로 말을 심하게 많이 더듬어 친구들이 다들 저를 놀림감으로 삼았는데……, 그 흔한 학교폭력의 대상이었지요. 고2 때 선생님을 만나고 시와 소설을 재미나게 가르쳐주신 선생님은 수업시간 제 이름을 불러주시고 친구들 앞에서 시도 낭송하게 했습니다. 지금도 그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선생님 가르침 덕분입니다. 내가 우리 반 뿐만 아니라 수업하는 반마다 아이들의 이름을 열심히 불러준 것은 분명 맞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에 나오는 한 구절처럼 나름 아이들의 존재감을 일깨워주기 위해 수업하는 모든 반의 아이들 이름을 불러주기 위해 나름 애를 썼던 것이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특히 반에서 공부에 흥미를 잃고 수업 시간에 잠자고 소외되는 아이들 이름을 일부러 더 외워 발표도 시키고 질문도 많이 했다. 아마 이 친구도 그들 중의 한명일 터다. 결코 이 친구가 예뻐서 내가 그렇게 한 것이 아닌데, 이 친구는 당시 문학을 가르치면서 담임이었던 내게 그때의 고마움과 감사함의 표시로 졸업 후 다시 찾아와 결혼주례를 부탁한 것이다. 그날 처음 만나자마자 반가움의 표시로 손이 아플 만큼 너무나 세게 꽉 잡았던 K. 지금도 손에 그 힘이 전해온다. 그런데 오히려 내가 K에게 더 많이 부끄럽고 미안했다. 그리고 그 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K와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새삼 다시 내 눈앞을 스쳐간다. 올해로 교직 30년, 십오 년 전의 그해 담임은 2학년 문과 인문과정 반을 맡았다. 이른바 순둥이 들이 모인 이과 반에 비하면 그만큼 문과 반은 참 힘들었다. 흔히 말하는 잘 나가는 물건 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단지 경찰서에 드나들지 않고 그해를 마치는 것만으로도 문과 반 담임들은 학년말에 모여 행운과 축복의 한 해라고 자축했다. 그런데 그해는 개학 첫날부터 일이 터졌다. 교실 흡연자가 적발되었다는 생활지도부 담당 선생님 연락이었다. 그전에도 학교 화장실 등 교내 흡연자는 더러 적발되었지만 교실 흡연자는 그 당시로서도 결코 흔한 일이 아니었다. 교실 흡연은 장소가 장소인 만큼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그날부터 나와 K의 긴 여정이 시작됐다. '고등학교 2학년, 지금껏 2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부모님과 대화와 감정의 담을 쌓고 살았다.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아무리 봐도 도무지 내편은 없다. 내가 손에 잡고 있는 이 펜 속에 하고픈 말들이 숨어 있다. 그동안 한 번도 글로 쓰지 못한, 한 번도 말하지 못한 가슴 속의 말들이 숨은 채 내 방의 어둠 속에서 이 방안을 빙글빙글 맴돌면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 (……)올해 담임선생님, 죄송합니다.' 그때 K가 썼던 좀 특별하고 이상한 자기소개서 를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비록 긴 글의 거창한 자기소개서는 아니었지만 그렇게라도 써서 낸 K가 고마웠다. 그래서 희망이 있었다. 교실에서 흡연한 자신 때문에 교장실로, 생활지도부로 동분서주하는 담임을 보면서 무언가 느꼈는지 마지막에 죄송하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그것은 간절했던 내게는 희망고문이 됐다. 그 이후에도 수많은 일들이, 사건 사고가 꼬리를 물고 연이어 일어났다. 당시 나는 K의 자기소개서를 읽고 사랑과 관심만이 K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실제로 담임을 맡은 학급의 학생 중에서 그 흔한 문제아들은 적어도 내 관심과 정성에 달라지고 대부분 착한 아이로 돌아온 경험을 자랑처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K는 아니었다. 아예 달랐다. 너무나 달랐다. 내 앞에서는 당장 달라질 것 같았지만 그것은 내 착각이고 오산이었다. 3월부터 4월까지 지속적으로 돌아서고 나면 일이 터졌다. 옆 반 학생과의 싸움으로 코뼈와 치아를 부러뜨린 일, 수업시간 지도하는 교과 선생님께 거친 욕설을 하며 대든 일, 학교 인근 아파트 앞에 세워둔 고가의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절도범으로 몰려 관할 지구대에 잡혀 가는 등 그간의 교직생활 동안 겪을 일을 한 번에 모두 겪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선생님들이 흔히 하는 말로 이런 말이 있다. '문제 학생의 뒤에는 반드시 그 문제의 근원이 되는 원인이 있다.' 사실 이 말은 적어도 학교에 몸담고 있는 일정 교육경력이 있는 교사라면 어느 정도 수긍하는 말이다. 그래서 마음을 다친 학생, 상처 받은 학생 뒤에는 그 상처를 아직 해결하지 못한 부모님이든 선생님이든 누군가 있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우선 K의 부모였다. 도무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크는 아이들이 뭐 그럴 수도 있다는 무관심과 방관이었다. 이런 경우 이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사람은 의사도 아닌, 그 아이의 또 다른 제2의 부모인 바로 선생님들이다. 어느 날이었다. 그간 K가 지각은 밥 먹듯 자주 하지만 결석은 없었는데, 사건이 일어난 그날은 아프다는 이유로 결석을 했다. 사실 매일매일 긴장의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그날 하루는 적어도 아무 걱정이 없을 것 같았다. 왜? K가 결석을 했으니까. 그날도 올해 더위처럼 마치 여름이 이미 시작된 듯 오월말의 하오(下午)이지만 무더운 날씨였다. 계절로 보면 늦봄인데도 여름처럼 무더위가 매우 일찍 찾아왔었다. 강한 햇빛이 본관 3층 2학년 교실 창가에 축 늘어진 마로니에 나뭇잎을 따갑게 핥고 있었다. 누구나 수업에 열중하다 보면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저 K엄마예요. 선생님, 빨리 좀 도와주세요." K네 집에서 대소동이 일어나는 중이었다. 마음이 급했다. 나는 교감선생님께 상황 보고도 하지 못한 채 가까운 K의 집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다만 빨리 좀 도와주세요 라는 그 말만이 내 귓전에 메아리치고 있었다. 내가 K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때, 119 구급차가 도착해 있었다. 현관과 거실에는 깨진 유리 파편이 보였다. 나는 자책했다. 내가 조금만 더 노력했고 세심하게 K를 보살폈더라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자살을 시도한 학생이 나왔다는 그 자체만으로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아픔이었다. 참으로 아픈 순간이었다. 순간 나도 많이 흔들렸다. 그러나 또 그 순간 좌절과 절망도 내겐 과분한 사치였다. 모든 걸 떠나서 자칫하면 큰일이 날 뻔한 위험한 상황이었다. 더욱이 문제는 이 사실이 학교에 알려지면 그동 일어났던 일들과 함께 K는 더 이상 학교에 다니기 어려웠다. 소문이 나면 전교생의 시선이 K를 더 힘들게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이 사실을, 지금 생각하면 그 엄청난 일을 부득이 비밀로 했다. 학급에는 K가 급성맹장염 수술을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당시 다친 손의 치료를 겸해 K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매일 찾아갔다. 처음엔 나 자신도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할지 몰랐다. 당황스러웠다. 그저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내 수업 시간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외는 일절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K가 퇴원하기 전에 부모님부터 설득했다. 그러고 난 뒤 K에게 지금 집에 가면 부모님 뵙기도 그렇고 하니 얼마간 선생님 집에서 다니면 어떻겠냐고 제의를 했다. 처음에는 고개를 돌리고 들은 체 만 체 외면했다. 그래도 그간의 내 마음이 전달됐는지 K도 며칠 후 비로소 그렇게 해도 되느냐고 물어왔다. 우리 집에서 열흘을 함께 지냈다. 같이 등교하고 운동하고 대중탕도 같이 갔다. 함께 밥을 먹으며 부모님이 원하는 법학과나 경영학과 대신 국문학과를 가겠다고 고집부리다가 기어이 가출까지 감행한 일, 입시를 코앞에 두고 소설을 쓰다가 들킨 일 등 부모님 속을 엄청 썩인 내 고등학교 학창시절 이야기도 들려줬다. 나중에 알고 보니 K는 단순한 관심이 아닌 마음을 나눌 사람이 필요했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이유도 있었다. 중학교 때 요즘으로 말하면 학교 폭력으로 일 년을 쉬어 또래들보다 나이도 한 살 많았다.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야 하는데 나이가 많다 보니 자존심에 그러질 못했다. K의 어머니는 강남의 여느 부모들처럼 과외 시키고 고액학원 보내면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사업으로 바빠 아들과 단 5분의 시간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사춘기가 찾아와 감수성이 예민할 때로 예민했지만 작은 고민 하나 들어줄 사람이 없었다. 고통스런 감정의 억제는 K의 사고능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가지고 왔다. 또 억제된 마음의 고통은 정신적 고통과 방황의 원인이 됐던 것이다. K를 알고 나니 단순히 그저 문제아 정도로만 생각했던 내 자신이 정말 많이 부끄러웠다. 교사 초년병 시절에 정년퇴직을 앞둔 선배 교사가 내게 이런 말을 들려주었다."교직 생활 중에 나를 가장 아프게 했던 제자가 가장 큰 기쁨이 돼 찾아올 때 비로소 교사임을 느낀다고…. 그래서 아이들만 생각하고, 바라보고 가라고……. "교사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스스로도 그들에게 배워나가는 사람이다. 그들을 통해 인생을, 삶을 배운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이들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그때는 단순하게 어떤 경우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이제 적지 않은 교직경력이 점차 쌓이면서 아이들의 침묵과 반항은 상대가 알아주길 원하며, 받아줬을 때 마음의 치유가 이뤄지고 가능해짐도 배웠다. K는 이후 교직이 힘들 때마다 지금까지 잘 헤쳐 나갈 수 있는 큰 힘이 됐다. 아이들은 풀꽃이다. 이 풀꽃도 자세히 보면 예쁘고, 오래보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요즘 지인과의 만남, 현직보다 은퇴자가 많다. 학교나 교육청에서 불러 주지 않는 한 현직을 만날 일은 별로 없다. 또 은퇴 후 2년이 지났건만 교육계 소식은 밝은 소식보다 어두운 소식이 더 많다. 2월 퇴직자 소리를 들으니 교육계에서 나가는 것이 ‘매우 시원’하다고 한다. 과거엔 ‘시원 섭섭’했었는데…. 지금은 ‘섭섭’은 0%이고 ‘시원’이 100%라고 한다. 안타까운 이야기다. 이렇게 세상이 바뀐 것이다. 사람마다 퇴직자 모임이 몇 개 있다. 나 역시 5인회. 등산모임. 초석회, 삼락회 등 관여하는 모임이 있다. 5인회란 글자 그대로 5명 모임이다. 2001년 중등 교감 자격연수 동기 모임이다. 구성원을 보니 우연치 않게 모두 교육대학 출신이다. 그러니까 초등교사에서 중등으로 전직한 사람이 모인 것이다. 모두 중등 교장을 역임했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맞는가 보다. 이 친목모임은 2007년 결성되었다. 정기모임이 연 2회인데 승진이나 영전을 하면 작은 선물을 준비해 찾아가 축하한다. 방문객을 맞은 교장은 답례로 식사를 대접한다.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을 이용한 회식 모임에서는 그 동안 못 다한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교육에 관한 이야기가 주요 화제이고 인생 이야기도 펼쳐진다. 정겨운 대화 속에서 녹아 있는 인생 교훈을 듣기도 한다. 얼마 전 모임에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다. 5명 중 현직 한 명은 일이 있어 4명이 동행했다. 모임 여행을 떠나며 현직 때와 비교를 해 본다. 4명의 여행 떠나는 과정을 살펴본다. 약 한 달 전부터 단체 키톡방을 통해 장소를 추천 받는다. 전라남도 섬 여행 1박2일이 추천 들어 왔으나 댓글이 잠잠하다. 침묵의 의미를 읽어야 한다. 가까운 곳에 당일로 가자는 뜻. 날짜는 어떻게 정할까? 3개 정도로 날을 정해 택일할 수 있도록 한다. 그 전에 가능한 요일을 총무에게 얄려준다. 그러면 여행일을 쉽게 정할 수 있다. 일이 있어 부득이하게 빠지는 회원은 어쩔 수 없으나 다수가 갈 수 있도록 조정한다. 현직 때에는 자기가 갈 수 있는 날을 고집하고 여행지를 강력 추천하지만 퇴직 후에는 타인을 배려한다. 삶의 여유가 생긴 것일까? 아니면 경륜에서 나오는 삶의 지혜인가? 결국엔 날짜만 정하고 총무에게 일정을 일임한다. 총무가 정하는 여행 장소, 스케줄에 따르겠다는 것. 그것도 아무 군소리 없이. 그 대신 총무는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 등은 물론 인터넷 검색을 하여 여행 후기를 꼼꼼이 읽어 여행지를 심사숙고해 정한다. 자가용 여행이 아니라 대중교통 여행이다. 운전하는 사람의 피곤함을 생각한 것이다. 왕복 차비는 개인 신용카드로 각자 끊는다. 점심이나 택시비는 회비에서 지출한다. 얼마 전 평일을 이용해 원주의 소금산(343m)을 다녀왔다. 세 명은 수원시외버스터미널에서 승차하고 한 명은 안양에서 출발 원주터미널에서 합류했다. 소금산 출렁다리에 대한 한국관광공사 인터넷 정보는 카톡을 통해 이미 공유했다. 국내에서 최고(最高) 100m 높이, 길이 역시 최장(最長) 200m 산악보도교다. 지난 1월 11일 11시에 개장했다. 입장료는 무료. 이 출렁다리 개장 이후 주말에는 인파로 줄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소식이다. 그래서 평일을 정한 것이다. 총무는 원주시청에 신청, 관광 안내자료 7종을 우편으로 미리 받아 보았다. 원주여행 가이드 북, 원주 여행이다, 출렁다리와 함께하는 그뤠잇! 원주투어, 원주 투어버스, 미로 MAP,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원주맛집 등이다. 이 쟈료는 여행 코스 선정에 좋은 참고가 된다. 버스에서 자료를 나누어 보며 여행 정보를 공유한다. 다행이 총무는 지금 방송대 관광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누군가 말했다. 여행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행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행복이라고. 원주 터미널에서 목적지까지 이동이다. 시내버스 도착시간과 등산시간, 예정된 점심시간을 고려하니 택시 이동이 효율적이다. 갈현유원지에 도착하니 벌써 관광버스 여러 대가 도착해 있고 등산객이 줄지어 이동한다. 마침 하루 전날 눈이 내려 설경이 아름답고 포근하게 느껴진다. 등산로 입구 계단에 도착하니 오르는 사람과 내려오는 사람이 붐빈다. 줄지어 오르고 줄지어 내려온다. 평일인데도 입소문이 벌써 퍼져 인파가 많다. 드디어 오늘 여행의 하이라이트 출렁다리 도착! 고공 체험 전망대에서는 사진 촬영을 위해 10명 정도가 줄 서 있다. 출렁다리는 건너가는 사람 건너오는 사람들로 붐빈다. 사람마다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로 기록을 남긴다. 출렁다리 스릴을 느끼어 온 것이 아니라 다녀왔다는 기록 남기기에 바쁘다. 나는 내 사진보다 출렁다리와 인파 촬영하기에 바쁘다. 리포터 활동을 오래 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간식 시간, 각자 가져온 것을 꺼내고 동료에게 나누어 준다. 나는 찐고구마, 사과, 단감 등을 준비했다. 한 명은 사모님이 챙겨 주었다고 하는데 작은 비닐봉투에 과자, 사탕, 껌 등 등산하면서 꼭 필요한 간식이 담겨져 있다. 교원출신 사모님 정성이 가득 담겼다. 다른 분도 천혜향, 귤 등을 가져와 나누어 준다. 자기 먹을 것 이외에 동료 것도 챙겨온 것이다. ‘아, 이것이 젊은 현직 때와는 다르구나!’ 헉, 그런데 이게 웬 일? 출렁다리를 지나니 그 많던 등산객이 어디에 가고 보이지 않는다. 앞서가는 등산객이 가끔씩 보이는 정도다. 이제야 알았다. 소금산을 찾은 등산객 대부분은 등산이 목적이 아니라 출렁다리 체험과 사진 기록 남기기가 목적이라는 것을. 우리는 소금산 정상을 지나 정해진 코스를 일주하였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설경이라 그런지 우리가 작은 금강산속 속을 가고 있다는 착각이었다. 하산길 급경사에 놓인 404개의 칠계단을 내려오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맛집. 원주중앙시장의 소고기 골목을 찾았다. 시장 좁은 미로에 수 십 개의 소고기 음식점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미리 검색한 손님이 많은 집을 찾았다. 소고기 모둠구이 180g에 25,000원이다. 3인분을 주문해 숯불에 구워먹으니 고기가 부드러워 그런지 금방 바닥이 난다. 추가로 1인분을 주문한다. 2층 미로는 청년사업가들이 창업한 70여 개의 점포가 있다.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만이 아니라 맛과 멋, 아름다움, 재미가 있는 놀러가는 시장으로 만들어 전통시장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는 곳을 둘러보았다. 은퇴 후의 여행. 우선 여유가 있다. 급하게 서두르지 않는다. 힘들면 쉬어간다. 오늘 귀가하지 못하면 1박하고 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때론 여행 계획이 변경될 수도 있다. 그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남을 배려한다. 이 여행, 혼자만 즐기는 것이 아니다. 함께 움직인다. 여행으로 내가 행복해야 하지만 동료도 행복하게 해 주어야 한다. 자기의 주장을 고집하지 않고 다수 의견에 따른다. 자기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도 아무렇지도 않다. 여행 정보를 미리 공부한 사람의 의견을 존중한다. 우리는 4월 봄꽃맞이 여행에 의기투합했다.
"선생님! 어제 종민이가 또 일 쳤어요! 결국은 재호네 집까지 쫓아가서 소리 지르고 욕하고 난리 났었대요." 12월 어느 날 아침, 출근해서 교실에 들어가니 아이들이 쪼르륵 달려 나와 어제 생긴 일을 이실직고한다. 들을 때마다 아찔한 초등학교 5학년 우리 반 남학생들의 다툰 이야기다. 학교에서 다투면 내가 어떻게든 말리고 혼쭐을 내주지만 방과 후 시간에 집까지 쫓아가서 싸우고 오니, 야밤에 우리 학교 동네 순찰을 돌 수도 없는 일이고 참 난감하다. '화'가 많은 아이 종민이 우리 반 종민이(가명)는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이다. 잘 웃고 놀다가도 뭔가 본인 기분에 거슬리면 격한 분노를 표출한다. 어제도 그랬다. 체육 시간에 한 피구가 화근이었다. 홀수 팀과 짝수 팀을 나눠 3전 2선승제 게임으로 피구를 했다. 스코어 1:1에서 맞이한 최종 3라운드. 홀수 팀과 짝수 팀의 내야에는 단 한 명씩 남았는데, 그게 하필 종민이와 재호였다. 우리 반 대표 장난꾸러기 재호(가명)의 피구게임 주특기는 '메롱 하면서 공 피하기'다. 그 주특기는 어김없이 이번 피구게임에서도 등장했다. 종민이가 던진 공을 재호가 '메롱' 하면서 피했고 결국 종민이가 아웃 당하면서 게임이 끝났다. 수업 끝을 알리고 함께 교실에 가려는데 저쪽 멀리서 씩씩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종민이였다. "재호, 저 자식! 진짜 오늘은 못 참아! 내가 피구 할 때 그거 하지 말랬지?" 종민이가 폭발한 것이다. 나는 분노를 삭이지 못하는 종민이를 크게 꾸짖었다. "종민아! 게임에서 졌다고 친구에게 그렇게 화를 내면 어떡하니? 너 앞으로 또 그러면 다시는 피구 안 시킨다!" 교육학에서는 벌보다는 강화(칭찬)가 교육적 효과가 뛰어나다고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자꾸만 원하는 것을 못 하게 하는 '벌'로 아이들을 꾸짖게 된다. 아마도 나의 꾸짖음이 종민이를 더 자극했나 보다. 종례시간이 지나고 집에 갈 때까지 화를 삭이지 못하더니 결국은 재호의 집까지 찾아갔던 것이다. 나는 그날 밤 집에 가서 종민이와 어떻게 대화를 해 나갈지 한참을 고민했다. 사실, 3월 학기초부터 한 해가 저물어 가는 12월까지 나는 종민이의 가슴 속에 있는 '화'를 다독여주기 위해 정말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봤다. 크게 혼도 내보고, 따뜻한 위로도 해보고, 개인 상담도 여러 번 시도해보았다. 하지만 종민이는 나에게 마음을 열려고 하지 않았고, 자신의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 또한 지쳐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었다. 이제 얼마 후면 학년 말이 돼 종민이가 6학년이 될 것이고, 1년이 더 지나면 중학생이 될 것이다. 종민이를 또 이렇게 보내게 된다면,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습관이 지속돼서 본인도 괴롭고 친구들을 괴롭히는 일이 똑같이 반복될 것이다. 내가 함께 하고 있는 올해에 조금이라도 종민이의 가슴에 있는 화가 사그라지길 바랐다. 나는 지난여름에 '타로와 심리상담'이라는 연수를 들었는데, 그 방법을 이용해서 종민이와 상담해보기로 결정했다. "종민아, 학교 끝나고 선생님이랑 10분만 대화하고 갈 수 있겠니? 선생님이 종민이 미래에 대해서 타로점 봐줄게." "선생님 방학 때 했다고 말했던 그거요? 재밌겠다. 알겠어요." '타로'로 종민이의 마음을 열다 종민이와 상담실에서 가볍게 대화를 하고 본격적으로 타로 상담을 시작했다. 타로점을 보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지만 가장 간단하게 지금까지의 나의 모습, 미래의 나의 모습을 알아보는 2장 뽑기 방법을 사용했다. 종민이가 어떤 카드를 뽑을지 당연히 알 수는 없었지만, 전날 밤 나는 어떤 카드를 뽑든 종민이가 왜 화를 자주 내는지 알 수 있도록, 종민이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카드를 보며 열심히 준비했다. "종민아, 카드를 두 장 뽑아봐. 제일 먼저 뽑는 게 과거와 현재의 종민이 마음이고 두 번째로 뽑는 건 앞으로의 종민이 모습이야." 종민이는 아무 말 없이 두 장의 카드를 뽑아서 펼쳤다. 첫 번째 카드는 '지팡이의 7' 카드였다. 이 카드는 지팡이를 든 사람이 6개의 지팡이와 싸우는 그림이다. 종민이가 왜 화를 자주 내는지 물어보기에 아주 적합한 카드였다. 나는 종민이에게 물었다. "종민이가 옛날에 다른 사람들이랑 힘들게 싸운 적이 있나 보네? 그런 적이 많았어?" "우와 신기하다! 맞아요. 작년에 은호 때문에 맨날 싸웠고요. 집에선 엄마와도 맨날 싸웠어요." 종민이의 대답에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친구와 싸운 뒤에 아무리 다그치고 왜 싸웠는지 물어도 대답도 안 하던 아이가 자기 얘기를 자연스레 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제가 잘못할 때마다 아빠한테 바로 얘기해서 맨날 혼났어요. 그게 짜증 나서 엄마한테 얘기했는데도 계속 그래서 싸울 수밖에 없었어요. 또 요즘에는 재호가 장난칠 때마다 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자꾸 무시를 해서 싸운 거예요." 나의 짤막한 질문에도 종민이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대답을 술술 이어나갔고, 나는 종민이가 내는 '화'의 실체도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 종민이가 화를 내는 근본적인 원인은 종민이와 부모님의 관계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종민이의 어머니는 화를 내는 종민이를 감당할 수 있는 건 아버지뿐이라고 생각해서 아버지에게 종민이가 잘못할 때마다 얘기했고, 평소 회사생활로 바쁜 종민이의 아버지는 회사에서 돌아와 어머니의 말을 듣고 종민이를 힘으로 다스리는 경우가 허다했던 것이다. 아버지에게 혼이 난 종민이는 다시 '화'가 생겨나고 그걸 어머니에게 표현하는 악순환이 종민이가 화를 내는 씨앗이었다. "종민이가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럼 종민이 엄마가 아빠에게 종민이 잘못을 바로 얘기 안 하고, 엄마가 종민이 얘기를 천천히 잘 들어주시면 종민이는 엄마한테 화 안 내고 훨씬 잘 지낼 수 있는 거야?" "네. 당연하죠.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좋아. 알았어. 그럼 미래의 종민이는 어떤 모습인지 봐볼까?" 하늘이 도왔던 것일까? 종민이가 뽑은 두 번째 카드는 타로 중에 좋기로 손가락에 뽑히는 '능력자'카드였다. 제자의 긍정적인 변화, 가장 큰 보람 "이야! 종민아 가장 좋은 카드야. 아래에 쓰여 있는 영어는 마법사라는 뜻이고 이 카드를 능력자 카드라고 불러. 종민이가 세상을 밝게 비출 마법 같은 능력을 가진 것이란다!" "진짜요? 저 원래 잘 하는 거 많아요. 사람들이 저를 무시해서 몰라서 그렇지. 이거 믿어도 되는 거예요?" "그럼, 당연하지. 종민이가 뽑은 거잖아. 이 지팡이 6개랑 잘 싸워 이겨서 능력자가 되나 봐. 그런데 이 카드 잘 봐봐. 주변에 꽃들이 많지? 이건 종민이 주변에서 종민이를 아끼는 사람들이야. 활짝 피어 있는 걸 보면 종민이가 다른 사람들과 아주 잘 지내고 싸우지 않는가 보다. 이제 종민이가 친구들이랑도 안 싸우고 부모님과도 행복하게 잘 지낼 건가 봐." 종민이가 능력자 카드를 뽑으면서 상담 시간은 웃음으로 가득했고, 시계를 보니 벌써 상담 시간이 30분이 훌쩍 지났다. 항상 침묵으로 일관해서 5분 안에 끝나던 상담 시간이 아주 많이 길어진 것이었다. 상담을 끝내고 바로 나는 종민이 어머님께 전화를 드려서 종민이를 다독여주길 부탁드렸다. 종민이의 '화'를 풀어줄 사람은 학교의 교사와 친구도 있지만, 종민이의 어머니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종민이는 부모님을 평소에는 관심도 안 보이다가 혼날 일이 생기면 꾸짖기만 하는 존재로 여기고 있었고, 학교의 친구들과 선생님은 자기 말을 무시하기만 하는 호감이 가지 않는 사람들로 느끼고 있었다. 종민이에게 지금 필요한 건 집에서는 엄마·아빠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관심이었고, 학교에서는 선생님과 친구들의 사랑과 존중이었던 것이다. 타로 상담의 효과였을까? 종민이는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5학년을 마치는 한 달 정도의 기간에 친구들과 큰 다툼 없이 학교생활을 했다(물론 재호와 친하게 지낸 것은 아니다). 또, 낙서장이나 다름없던 수학책을 이제는 본래 목적인 수학 공부를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고, 나의 칭찬을 받기 위해 방과 후에 남아 모르는 수학 문제를 일부러 물어보기도 했다. 종민이가 귀여웠고, 뿌듯했다. 걱정했던 제자가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선생님으로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이다. 종민이가 지금처럼 건강하고 밝게 자라 세상을 밝게 비출 '능력자'가 되기를 항상 응원한다.
해 저무는 전남의 농촌, 입학생 없는 학교 증가 광양시, 넷째아 이상 출산시 2천만원 지원 신생아 출산, 대학 교육비 국가 부담하는 정책 필요 2018년 한국은 인구 절벽이 온다고 이미 2016년도에 보고서를 낸 자료들이 많다. 그 이유는 베이비붐 세대가 산업의 주역에서 물러나는 시점에 이르러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폭락을 예견하는 인구통계학적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인구 통계학적인소비 흐름 지표는 연도별 출생인구의 숫자를 가계 소비가 평균적으로 정점에 이르는 시점,즉, 출생 후 46년에 맞춰 연도를 조정하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일본 경제가 1989년에 붕괴되기 시작할 것이란 사실을 알았다. 이 지표를 보면 미국 경제가 2007년 말에 절정에 도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자료를 이용해서 미국, 유럽, 일본, 중국과 한국 등 주요 국가들의 인구 변화와 경제적 예측을 내놓는다. 주요 경제활동을 하는 베이붐 세대가 왕성하게 소비하는 시기가가장 경기가 좋은 버블경제 시기이고, 그들이 물러나는 시기에 이르면서 주식과 부동산은 내리막 길을 간다는 논리를, 주요국 들의 사례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2018년 한국은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을 하고, 급격하게 줄어드는 신세대가 사회에 나오는 시기가 된다. 당연히 소비는 줄어들고 부동산에 대한 수요는 줄어드는 상황이 된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이지만 여기서 말하는 수준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에 교육부는 수년 전부터 대학 정원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각 대학의 정상적인 경영상태를 유지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교육부의 이런 모습은 학생수의 급격한 감소 때문이다. 그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는 5년 후가 되면, 구직자 수가 급격히 줄어든다. 이같은 문제로 인하여 당연히 부동산에 대한 수요도 줄게 된다.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을 하기 시작하면서 대형 아파트 가격이 상대적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5년 후의 미래가 아니더라도 지금 우리는 이런 유사한 상황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는 지금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강남 아파트 문제가 국회에서 질문과정에 논란거리가 되면서 뉴스를 본 사람이라면 한국이 어떤 나라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모 장관이 소유한 아파트는 팔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가격을 높게 매기고 있으니 안 팔리는 것이 시장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민을 위한다는 정부가 인구를 늘리기 위한 정책을 수립해도 전혀 먹혀들지 않을 것 같아 아쉽다. 왜냐하면 정부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저지하겠다고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놓았지만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04년 이래 가장 많이 올랐다고 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지금까지 부동산은 사 놓기만 하면 값이 올라간다는 학습효과가 작용하여 대출을 받아 갭 투자를 노린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많은 사람들을 자극하여 너도나도 금융 대출을 받아 아파트 구입에 나선 것이다. 한마디로 순식간에 불로소득을 얻겠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이 불로소득에 대하여 정부가 세금 정책을 통하여 단호하게 대처하였다면 이같은 심리는 작동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경제 발전과정에서 버블 경제가 일어난 후 어김없이 버블이 터지는 시기가 있음을 지난 200년의 긴 시간을 관찰하면 알 수 있다. 정부의 과도한 부채를 떠앉는 정책으로 이어나가는 상황은 결국 뻔한 종말을 향해 달리는 무모한 정책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 나라에는 아파트 가격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집을 판 사람은 더 오를 것인데 괜히 팔지는 않았는가 생각하고, 집을 못산 사람은 더 오를 수 있는데 사지 못하였다는 후회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국민의 정신 건강에도 적신호로 다가오고 있다. 시골에서도 빚을 얻어 아파트를 샀는데 쉽게 해결할 길이 없어 이혼 문제가 발생하는 등 문제는 단순히 경제문제로만 그치지는 않을 것 같다.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1996년에서 2018년 사이에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이러한 일이 계속해서 확산될 것이란 점이다. 이미 일본이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먼저 대규모 인구 집단의 소비 정점을 경험하였다. 한국과의 차이는 20년이다. 이제 한국은 이 시기에 대규모 인구 집단이 소비 정점을 맞는 국가가 된다는것이다. 이제 출산 장려책은 물론이고 이민자에 대해서도 관대해져야 한다. 최근 광양시는 출산과 양육 외에도 젊은 청년층의 전입 및 정착 유도를 위해 청년지원, 여성 지원 등 시 차원에서 적극적인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출산 장려를 위해 첫째, 둘째 아동 출산시에 500만원, 셋째아는 1천만원, 그리고 넷째아 이상은 2천만원 등 전국 최고 수준의 신생아 양육비를 지원하고 있어서 전국적으로 최고 수준이다. 필자는 이제 국가는 지금부터 출산하는 아동에 대하여는 대학 진학시 학비 전액을 국가가 부담한다는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아 하지 않을까 제언하여 본다. 최소한 이 정도의 정책이 아니고는 간 밤에 내린 이슬이 해가 뜨면 말라버린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새 학기를 앞두고 학교현장이 담임·보직교사, 학폭 담당 등 격무·기피업무 배정에 홍역을 치렀다. 교장이 ‘간청’을 해도 지원자가 없어 일부 학교에서는 투표 등의 방식을 동원해 반강제로 떠넘겨야 했다고 한다. 교육청과 학교가 교원평가 최고 등급, 승진 가점, 수업 감축 등 당근책을 제시해도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이에 매년 반복되는 이 문제를 이제는 학교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정부 등이 나서 획기적인 해소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어렵고 힘든 업무에 대해서는 교사들의 희생과 헌신에 의존해 온 측면이 크다. 그러나 갈수록 이들 직무는 업무가 과중해지고 무한 책임만 덧씌우고 있어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빈발하는 교권침해, 소송의 주요 타깃이 돼 버린지도 오래다. 그럼에도 관련 수당은 금액이 적고 인상된 지도 너무 한참돼 현실성이 전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최근에는 ‘무자격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 정책까지 제시돼 그나마 승진을 준비하는 교사들의 ‘자원’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어 기피현상만 더 심화시킬 모양새다. 그런데도 사명감, 책임감 부족을 들먹이며 교사들만 힐난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그보다는 해당 교사들에게 강력한 보상책을 제시하고 교권 보호 정책을 마련해 기피업무가 아닌 ‘보람’, ‘자긍심’ 업무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교총이 격무·기피 직무를 맡은 교사들에게 특단의 수당을 신설해 지급해달라는 추가 교섭과제를 지난달 26일 교육부에 요구한 것은 매우 시의 적절하다. 교육부를 위시해 인사혁신처, 기획재정부 등 정부는 이 같은 교육현장의 고충과 현실을 다시 한번 엄중히 인식하고 교총의 추가 교섭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할 것이다.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은 학교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 이번 겨울방학 동안 석면 철거 공사를 실시한 학교는 전국 1227개교에 달한다. 아이들과 교직원, 학부모들의 건강을 위해 공사는 전문 업체가 맡아 안전하고 차질 없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석면 공사 때마다 학교는 심한 몸살을 앓는다. 안전 대책 마련과 공사에 따른 업무 공간 확보를 위한 이사는 기본이다. 공사과정에서 환경단체나 학부모의 민원 해결도 결국 학교의 몫이다. 특히 공사 중 돌봄교실 운영 여부에 대해서도 교육행정 당국은 학교에서 알아서 결정하라는 식이다. 최근 서울의 한 초교는 석면 공사 후 되레 백석면, 갈석면, 청석면 등 치명적인 발암물질이 검출돼 개학이 연기되는 등 곤혹스런 상황에 처했다. ‘공사를 중단하고 안전대책을 우선 마련하라’는 학부모·환경단체의 요구와 ‘계획된 기간 내에 공사완료’를 바라는 교육청 사이에서 학교는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관련 예산은 물론 공사 중단 및 재개에 대해 아무런 결정권도 없는 학교는 이런 난감한 상황에서 어떻게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개학 연기에 따른 학사일정 차질을 막을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방진복과 방진마스크로 무장한 채 해당 학교를 둘러봤다. 교육감 방문으로 학부모 우려와 현장 애환이 해소되기를 기대했지만 개학 연기와 TF구성 정도의 조치에 머물렀다. 교육감이 전신 방진복과 방진마스크를 착용했다는 것은 그만큼 학교 석면 공사 현장이 위험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모든 학교에 대해 전면 재조사를 진행하고 서둘러 안전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얘기다. 또 교육청은 발주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의 책임을 학교에만 전가하지 말고 앞장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학교의 ‘석면공포’를 해소하는 정부의 특단 대책이 절실하다.
"아! 어쩌다 ‘인성’이 저 지경까지…." 최근 몇 년간 발생한 사건들을 보며 사람들이 가장 많이 내뱉은 탄식이 아닐까. 세월호 사건 때 허둥지둥 먼저 도망치는 선원들을 보며, 또래 친구를 피범벅이 되도록 내리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힘이나 지위로 제자와 후배에게 ‘나쁜 손’을 휘두르는 ‘미투(Me Too)’ 가해자를 보며 최소한의 인성을 가진 사람들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륜 저버린 사건 이어져 한숨 인성교육은 그간 꾸준히 강조돼 왔다. 2009 개정교육과정은 ‘창의와 인성’을 강화했고, 2011년 대구 중학생의 학폭 자살 사건 이후에는 실천적 인성교육, 교원 양성과 연수 등 전반에서 인성교육이 강조됐다. 그럼에도 세월호 참사,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등 대형 인재(人災)가 이어졌고 인성교육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2015년 ‘인성교육진흥법’까지 제정하도록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후 우리 사회와 학교의 인성교육은 크게 활성화 되고 효과를 거뒀을까? 유감스럽지만 현장 교원으로서, 두 아이의 엄마로서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그 이유가 과연 학교의 인성교육 제도, 시스템의 문제 때문인 것인지, 우리 ‘학생’들만 제대로 인성교육을 못 받아서 그런 것인지 곱씹어 볼 일이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이 현실이 되고, 사고와 행동양식에도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과거와 같은 인성교육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미래도 오지 않을 것임을 말해준다. 여전히 ‘효와 규칙 준수, 조직에 대한 충성’이 가장 중요한 인성 요소인지 아니면 ‘공감, 배려’인지, 학교 울타리 안에서만 인성 덕목을 이해하고 실천해 보는 것으로 충분한지, 아이들만 인성을 잘 길러주면 되는 것인지, 이제는 자성이 필요한 때다. 10여 년 전 어느 날, 아이가 지갑에서 2천원을 꺼내 간 적이 있었다. 처음 겪는 일이라 내게는 큰 충격이었다. 나도 모르게 등을 한 대 세게 때리고 나중에야 이유를 알았다. "엄마가 길에서 장사하는 할머니께 시원한 음료수 한 병을 드리는 게 좋았어요. 근데 오늘은 더 더운데 난 돈이 없었어요…." 같이 책을 읽고, 도덕교과서 덕목을 말해주고, 바른 인성에 대해 설명했던 것보다 아이는 모델링 한 번에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었다. 게다가 삶에서는 ‘공경’이라는 하나의 인성 요소만 적용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 아님을 아이는 가르쳐 주고 있었다. 게다가 ‘내 인성’은? 나보다 어리거나 약한 사람과 ‘소통’과 ‘공감’을 제대로 할 수 있게 자기 성찰을 해 온 것인지, 엄마로서 지녀야 할 인성을 갖췄는지 자신도, 알 수도 없었다. 이론·설명보다 ‘모델링’ 한번이 중요 인성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나부터 갖춰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바른 인성’은 바로 ‘나’부터 시작된다는 의미다. 또 인성은 가르치기보다 실천하는 것이다. 취직, 결혼 등 변모하는 자신의 삶 속에서 평생 갈고 닦아야 하는 것이다. 이제 가정과 학교, 시민단체를 비롯한 지자체, 정부 모두가 하나로 연결돼 ‘너, 나’ 없이 인성교육에, 실천에 나서야 한다. 함께 할 인성교육 매뉴얼도 만들어 보급하고, 교사와 학생, 부모와 자녀 등이 인성 연수·실천체험에 같이 참여하자. 이를 위해 인성교육 예산 확보, 전문가 지원, 프로그램 개발, 체험처 제공 등에도 힘쓰자.
지식정보화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미래인재상이 새롭게 요구되면서 공교육 수업 패러다임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수업 본질로의 화려한 귀향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듯싶다. 수업혁신 견인할 전문가 부족 수업혁신은 단편지식 암기와 문제풀이 중심으로 이뤄진 비본질적 수업에서 벗어나 사고력 중심 수업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말이다. 시도교육청이 다양한 이름의 수업혁신 시스템 구축에 많은 예산을 쏟는 이유 또한 수업 본질 회복이 미래인재 양성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열쇠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예산을 쏟아붓고도 교실 수업의 질 개선을 위한 2차 포스트 수업혁신은 거의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된 원인으로 교단문화가 교원의 본질적 임무인 교수연구활동보다는 관리행정분야에 대한 관심으로 비대하게 고착화 된 점을 들 수 있겠다. 그러다보니 2차 포스트 수업혁신을 견인할 교수학습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해 변화를 이끌어갈 동력 자체가 부족한 것이다. 수업혁신을 위한 새로운 교원 자격으로 등장한 수석교사는 관리행정을 임무로 하는 교장·교감 직렬과는 다른 교수연구 직렬의 새로운 자격이다. 직접 수업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교사와 같다고 할 수 있으나 교사와 수석교사에게 수업의 성격과 결은 분명 다르다. 수업혁신은 일반적인 교사 수업의 문제점과 그에 따른 개선의 필요성이 분명하게 전제돼 있는 용어다. 수석교사는 바로 이러한 교사의 수업혁신을 위해 교수연구활동에 대한 질적 지원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교사가 운영하는 일반 수업은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배당받은 양적 차원의 수업 시수라면, 수석교사에게 있어 수업은 교사의 양적 수업에 대한 질적 개선을 위한 차원으로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현재 수업혁신 정책은 정책 내용은 있으나 이를 수행할 수석교사라는 인적자원은 활성화되지 않은 채 추진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현장에 뿌리내리지 못하는 앞뒤가 맞지 않는 엇박자 정책이 되는 것이다. 새로운 정책이 도입·실행될 때는 우선 이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우수한 인적자원부터 확보해야 한다. 제도 정착을 위한 진정성 보여야 그리고 제도적 정착에 필요한 행·재정적 지원 시스템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지금의 수업혁신을 주도할 동력인 수석교사의 선발 확대와 정원 확보 없이는 제 아무리 화려한 슬로건을 내세운다한들 정책에 대한 진정성을 얻기 어렵다. 모든 정책의 생명은 일관성과 진정성에 달려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은 수업 혁신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석교사의 정원과 선발을 확대해야 한다. 법으로 명시한 수석교사의 취지와 역할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라도 이를 서둘러야 한다. 그것이 정책의 진정성을 증명하는 길이다. 수석교사가 법률에서만 존재하고 현장에서는 자리를 잃어가는 일이 생겨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경기 안양 신안초(교장 배춘식)가 교사와 전문상담사의 공동수업으로 학생들 간 갈등을 줄여 눈길을 끌고 있다. 신안초는 지난해 5·6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어울림 프로그램에 담임교사와 상담사 2인이 함께 수업하는 ‘코티칭’을 활용해 좋은 성과를 냈다. 교사와 상담사의 협업은 학생지도에 이상적일 수 있지만 교육과정 여건상 쉽지 않은 게 사실. 신안초의 경우 상담학 박사인 윤소민(42) 인성생활부장을 중심으로 교사와 전문상담사가 힘을 합쳐 해결했다. 윤 부장은 초등교사이자 지난 2015년 경희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얻은 상담 전문가. 수업에 상담기법을 연결시킬 수 있는 연구가 가능했던 이유다. 그는 “교사는 상담기술이 부족한 반면 상담사는 수업을 잘 모른다”며 “이 둘의 장점을 잘 융합시키면 학생 갈등조정, 인성교육에서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고 밝혔다. 윤 부장은 학년 별로 주로 발생하는 학교폭력사안 다른 점에 주목했다. 토론과 조사과정을 거친 결과 1∼4학년은 자기존중감 향상, 5·6학년은 갈등해결 전략과 대인관계 만족도를 향상 시키는 게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1∼4학년은 자체 수업만으로도 가능하지만, 5·6학년은 전문상담사와의 코티칭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으리라 진단을 내렸다. 마침 주위에 상담 경험을 쌓고 싶어 하는 우수한 상담사들이 있어 이들 중 8명을 5·6학년 수업에 연결시키기로 했다. 연구부장, 학년부장, 담임교사, 교내 전문상담사 등과 협의 끝에 프로그램을 진행할 조직부터 구성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프로그램이라 가능한 모든 상황을 예측하고 대비해야 했다. 교육과정 재구성, 교육부 제공 어울림 프로그램 선별, 교사와 상담사 간 협의회, 돌발 상황 및 심화 상담 등 각자 역할을 나눠 철저히 준비했다. 특히 교사와 상담사 간 협의는 3월 중 사전 합동 협의를 거친 뒤 4월 프로그램 도입 후에도 두 차례 중간 협의를 가지며 수정·보완해나갔다. 담임교사가 수업을 하면 2명의 상담사는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래포 형성부터 전문 상담기술을 발휘해 원활한 진행을 도왔다. 때로는 직접 나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국어, 도덕, 사회, 창체 등을 통해 총 10차시(기본4차시+심화6차시)를 진행한 결과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만족할 만한 반응을 얻었다. 한 주 동안 생활 나눔, 워밍업 게임, 역할극, 미덕 빙고게임, 감정 초성게임, 활동카드 활용 갈등 해결, 평화심볼 만들기 등 활동중심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문제점을 살펴본 뒤 타인을 어떻게 배려해야 하는 지 몸소 깨달았다. 사후검사 결과 5·6학년은 친구, 교사, 부모와의 대인관계 만족도가 상승했다. 갈등해결 전략 중 부정적인 영역(회피, 지배) 등은 낮아지고 긍정적 영역(절충, 협력)은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 역시 5점 척도로 측정한 운영 만족도 및 소감에서 평균 4.86의 높은 점수를 부여한데 이어 올해 또 한 번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들은 좀 더 보완해 더 만족도 높은 수업을 하겠다며 벌써부터 열의를 보이고 있다. 윤 부장은 “40분 수업은 짧다는 의견에 따라 올해는 80분 블록수업으로 진행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외부 상담사의 학교 방문 부담은 덜어주고 집중도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배춘식 교장은 “열정을 갖고 연구하는 교사를 믿고 지원하는 게 내 역할”이라며 “올해도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 교사 모두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육신문 윤문영 기자] 무자격 교장공모제 확대를 골자로 하는 교육공무원 임용령 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해 일선 학교의 반대 의견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교육부에서 교장 공모제 전면 확대 내용을 담은 교육공무원 임용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결과, 반대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2월 5일자로 만료된 4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 동안 전국 217개 학교가 공문으로 의견을 제출한 가운데 반대 의견이 199개교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찬성은 5개교에 불과했고 나머지 13개교는 기타 의견으로 분류됐다. 또한 팩스로 182건의 의견이 제출됐는데 이중 146건이 반대 의견으로 나타났다. 찬성은 교사노조연맹, 사교육걱정없는 세상 등의 단체에서 36건이 접수됐다. 이 의원은 "그동안 교장공모제는 직선 교육감들의 코드·보은 인사, 전교조 출신 교사들의 독점 문제가 제기돼 왔다"며 "현장에서 수십년간 노력해온 교사들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해 반대 의견이 많은 만큼 교육부가 이번 입법예고 결과로 표출된 민심을 정확히 분석하고 무겁게 받아들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같은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무자격 교장공모제 확대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은 "교육정책이 포퓰리즘, 주먹구구식 날림이라는 비판이 높다"며 "교장을 하려면 25년 동안 교직 경력을 쌓아 전문성을 갖추고 근무 성적이나 연수·연구 실적 등 다양한 직무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15년 교사생활만으로 교장을 시킨다는 것은 현대판 교장 음서제라고 비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도 "2015~2017년 동안 교장공모 50명 중 80%인 40명이 전교조 출신"이라며 "시행령의 15% 기준을 없애 이미 정치화로 몸살을 앓는 학교를 전교조에 완전히 넘기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어 "강원도 모 고교에서는 공모 교장의 횡포와 억압 때문에 교사가 자살했고 다른 교사들에게도 강요와 협박, 비정상적인 언행을 일삼아 동료 교사 45명이 도교육청에 감사를 요청했다"며 "교장공모제의 문제를 알고 시정해야 하지 않냐. 공모 교장제도가 교사, 학생, 학부모에게 어떻게 기여했는지 분석한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상곤 교육부장관은 "이명박 정부때 교직문화, 학교문화를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해 교장공모제를 도입하게 된 것"이라며 "교장공모제가 학교 분위기를 바꾸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는 분들도 많아 내부형 교장공모제 제한을 완화시키겠다는 방향"이라고 밝혔다.
지난 설 대목 극장가 영화대전의 승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블랙팬서’였다. ‘블랙팬서’가 3월 1일 현재 동원한 관객 수는 493만 9127명이다. 2월 28일 ‘궁합’⋅‘리틀 포레스트’ 등 신작이 가세했지만, 500만 돌파에 이어 그 이상의 성적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한국영화 경쟁작들은 초라한 성적을 냈다. 그나마 한국영화로는 드물게 시리즈 3탄까지 제작⋅개봉한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이 242만 명을 넘기며 선전했지만, 손익분기점에도 미치지 못했다. 일본영화를 리메이크한 ‘골든 슬럼버’는 겨우 136만 명을 넘긴 수준이다. 지난 해 10월 교통사고로 요절한 김주혁의 유작 ‘흥부’는 41만 명에 그쳤다. 너무 싱거운 결과라 할까. 아예 맥을 못춘 한국영화부진이라 해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그런 가운데 설 대목을 노린 개봉(1월 17일)은 아니지만, 한 달 넘게 이어진 상영으로 관객몰이에 성공한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이 눈길을 끈다. 제작비 58억 원에 손익분기점이 210만 명쯤이니 대박은 아니어도 흥행성공작이라 할 수 있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2018년 신인감독의 입봉작이 일군 첫 흥행영화로 기록되었다. 2018년 1~2월 개봉작 전체로 봐도 제1호 흥행작이다. ‘그것만이 내 세상’의 흥행은, 그러나 좀 이례적인 일로 보인다. ‘1급기밀’에 대한 무관심처럼 대중의 영화를 고르는 탁월한 심리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 할까. 무엇보다도 ‘그것만이 내 세상’은 기시감이 있는 영화다. 새로울게 없는 영화라는 뜻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조정석⋅도경수 주연의 ‘형’(2016)이 떠올랐으니까. ‘그것만이 내 세상’은 미국 나이로 38세인 김조하(이병헌)가 17년 만에 어머니 주인숙(윤여정)을 만나 동생 오진태(박정민)와 사는 이야기다. 그런데 어머니는 시한부고, 아버지가 다른 동생은 서번트 증후군(자폐증과 천재성을 동시에 지닌 것)을 앓고 있다. 결국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고, 조하는 졸지에 진태의 보호자가 된다. 그런 조하의 기구한 삶에는 폭력 가장이 원흉으로 또아릴 틀고 있다. 그러니까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다 집을 나간 어머니 등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온 조하가 세상과 친해진 것이다. 감독이 방점을 둔 것은 폭력 가장이라는 사회문제가 아니라 그로 인해 절단난 가족의 복원이다. 쓸쓸하면서도 뭔가 훈훈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한가율(한지민)이 진태의 음악성을 알아보는 과정도 감동적이다. 특히 2층으로 올라가던 가율이 진태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내려와 그랑 나란히 앉아서 합주하는 모습이 그렇다. 교통사고 이후 끊었던 피아노 연주를 다시 시작할 만큼 가율이 진태의 음악성에 자신도 모르게 이끌린 장면이다. 피아노 연주 소리를 들으며 콧등이 시큰하기는 영화나 현실에서든 아마 처음이지 싶다. 사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너무 영화 같은 이야기에 픽 웃음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일상성을 토대로 하면서도 비현실적 결구가 펼쳐져서다. 가령 진태의 성대한 피아노 연주회가 그렇다. 경연대회에서 떨어진 진태의 음악성을 알아본 가율이 재력가인 할머니(문숙)를 움직여 성사된 것인데, 과연 그런 일이 현실에서 가능할까하는 의문을 안겨준다. 진태가 공연에 나선 과정도 의아하다. 엄마는 입원중이고 형도 출국하려 하는 등 그들 도움을 받지 못하는데, 멀쑥한 정장에 나비넥타이 차림으로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주인집 딸로 고교생인 수정(최리)이 추근대거나 질척할 정도로 진태와 함께 있는 것도 그렇다. 진태 뿌리에 대한 묘사가 전혀 없는 점도 아쉽다. 그럼에도 흥행의 일등공신은 배우들이 아닐까 싶다. 우선 ‘편도’란 말도 못알아듣는 퇴물 복서 조하 역의 이병헌이다. 가발로 보이는 헤어스타일인데, 어쩌면 그렇게 옷차림이나 언행과 잘 어울리는지 감탄스러울 지경이다. ‘내부자들’이나 ‘마스터’에서의 강한 모습이 사라지고 없는 이병헌이다. ‘남한산성’의 흥행실패 부담을 훌훌 털어냈을 법하다. 신인이나 다름없는 박정민도 만만치 않다. 박정민은 서번트 증후군의 진태를 그야말로 진태답게 보여준다. 특히 6개월간 하루 6시간씩 연습하여 대역이나 CG가 아닌 실제 피아노 연주로 영화촬영에 임했다니, 그 노력이 가상하다. 흑백영화 ‘동주’에서 행동하는 독립운동가로 오히려 윤동주를 돋보이게 한 송몽규를 잊게한 박정민의 실연(實演)이다.
새 학기가 시작된 3월이다. 겨우내 얼어있던 계곡물이 강으로 바다로 용솟음치며 격하게 흘러가듯 학교현장 이곳저곳에서도 활력이 넘친다. 하지만 교사나 학생의 마음 한편에는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교육정책에 대한 경계심도 감출 수가 없다. 교육부가 정책 변화를 이미 예고한 탓도 있지만 지난 수십 년간 정권이 바뀌면 교육정 책도 바뀌는 것을 경험해 왔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도 출범한지 10개월째 접어들었다. 그동안 추진한 정책들의 공과를 평가하기에는 다소 짧은 기간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의 진면목을 다 보여 준 것도 아니다. 그러나 새 학기를 기점으로 그동안 누군가의 손에서 담금질해왔던 교육 정책을 내놓고 학교현장과 국민을 대상으로 진검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의 기조는 무엇이며 또 추진할 대표적인 정책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에서 ‘교육의 국가 책임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당선 뒤 인수위원회를 대신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도 국정과제로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을 내걸었다. 단어의 배열위치만 다를 뿐이지 ‘국가가 교육을 책임지겠다’는 메시지가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공약은 이전 정부의 그것과 비교하면 매우이하다. ‘입시지옥 해소 인간중심 교육개혁(김영삼 정부)’ ‘지식혁명의 주도와 인성교 육을 바탕으로 한 전인교육(김대중 정부)’ ‘자율과 다양성을 통한 희망의 교육(노무현 정부)’ ‘학교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이명박 정부)’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 만들기(박근혜 정부)’와 같은 공약은 시대적 흐름을 압축한 핵심 키워드를 통해 비전을 제시하거나, 국민생활에 고통을 주는 교육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었다. 인간중심, 지식혁명 주도,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한 전인교육, 희망의 교육, 행복교육과 같은 것이 전자의 예라면 입시지옥 해소, 사교육 절반과 같은 것이 후자의 예에 속한다. 이것은 현 정부가 정신을 이어받았다고 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것과도 대비된다. 김대중 정부는 전인교육을, 노무현 정부는 희망의 교육을 내세웠기 때문에 듣기만 해도 지향점이 어디인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정부는 ‘○○교육’이라는 방향이나 비전을 제시하는 대신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이라는 블랙홀과 같은 거대한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것을 하겠다’ 또는 ‘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되지만 ‘그 모든 것을 무엇부터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에 봉착하면 불분명한, 다분히 선언적인 것이 되고 만다.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의 내용은 무엇인가 이런 점을 인식해서인지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2017.7)했다. 이들은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도 6개 분야로 구분, 30여 개의 세부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여기에 나열된 정책이나 사업은 그동안 현안으로 다루었던 거의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어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슬로건과 정책이 따로 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육부도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의 의미를 보다 명확하게 할 필요성을 느낀 듯하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8년 교육부 업무 계획(2018.1.31.)에 따르면 2018년도 업무를 5개의 항목(혁신·미래·도전·책임·소통)으로 나누면서 ‘책임’ 항목을 ‘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 확대’로 의미 부여를 했다. 이것은 대선공약과 인수위 에서 제시한 ‘교육의 국가책임 강화’와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과 의미상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교육부가 사실상 이 방향으로 국가책임의 범위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내용도 ‘유아부터 대학까지 교육비 국가부담 확대’ ‘대입 기회균형선발 의무화’ ‘기초학력 보장 종합 안전망 확충’ ‘저소득·취약계층 교육기회 적극 보장’ ‘평생교육 바우처 신설’ 등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부여에 무게를 두고 있어 좀 더 분명해졌다는 감을 준다. 그러나 의미를 명확화하는 과정에서 국가가 책임진다는 교육의 범위도 좁아진 것은 앞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학교현장과 함께하는 정책이어야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어린이집 누리과정 전액 국고지원, 외고·자사고 학생우선 선발제 폐지와 같이 현 정부가 야당이었을 때부터 주창해 왔던 것에는 주저함이 없었지만, 수능개편, 유치원·어린이집 영어교육 금지와 같은 것은 학부모 등의 여론에 떠밀려 후퇴한 바 있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교육부 장관은 2018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민 눈높이에서 교육정책을 추진하겠다”며 국민참여 정책숙려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의 눈높이도 각각 다르기 때문에 정책의 논의과정에서 부터 필연적으로 파열음이 생겨날 것이다. 또한 교육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교육전문가들의 의견을 우선해야지 국민을 참여시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무자격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 8월에 발표 예정인 대입제도 개편방안 등의 정책은 우리 교육 전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전문가 우선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출범 10개월을 넘긴 현 정부, 명칭이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이든 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 확대든 간에 제시한 교육정책 대부분이 2018년을 기점으로 표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교직사회 내부의 협력과 협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야만 교단의 안정과 국민 생활 전반에 주는 충격도 적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일반 輿論이 아닌 집권 여당의 與論, 어머니가 중심인 학부모의 女論에 끌려가지 않고 교육만을 중심에 놓고 순항하기를 바라는 것이 3월 신학기를 맞은 학교현장의 바람이고, 교원들의 바람이다.
새학기를 맞아 사람들은 저마다 계획을 세우고 각오를 다짐한다. 그런데 매번 맞이 하는 새학기이지만 올해는 과거와 다르게 더 분주해지고 걱정이 앞선다. 점점 예측하 기 어려워지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새로운 지식과 기술이 등장하고 사회가 변화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변화 속도가 점점 빨라 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현재보다 더 큰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 청소년 들에게 미래를 대비하여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키워주려면 어떤 역량을 가르쳐야 할까? 협력적 문제해결력과 우리나라 학생의 특성 OECD가 주관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인 PISA는 참여국의 만 15세 학생을 대상 으로 현대 사회의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기술활용능력을 평가한다. PISA가 측정하는 주요 핵심 평가영역은 읽기·수학·과학 영역이지만 그 밖에도 미래 사회를 적극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특정한 역량을 주기별로 평가하고 있다. 기술과 사회 전반의 급격한 변화가 지식과 정보의 양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있고 기존의 교육방식으로는 이러한 지식을 모두 전달해주기는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PISA 2003 은 첫 번째 혁신평가영역으로 문제해결력을 평가했다. 처음에는 학교 교육과정과 직접적으로 연결 짓기 어려운 내용과 관련한 실생활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개인의 역량을 평가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후 PISA 2012에서는 컴퓨터 기반 평가에 의한 문제해결력 평가가 시행되었는데 학생들의 응답 에 따라 컴퓨터가 적절하게 문제해결과 관련된 피드백을 주어 학생이 컴퓨터와 상호 작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평가하였다. 이후 PISA 2015에서는 21세기에 학 생들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역량 중 하나인 협동성과 의사소통역량을 강조한 협력적 문제해결력을 평가했다. PISA 2015 협력적 문제해결력의 결과는 2017년 11월 29일 발표되었는데, 우리나라 학생들의 협력적 문제해결력 점수는 538점으로 32개 OECD 참여국 중 2~5위, 기타 경제협력 파트너를 포함한 전체 51개 참여국 중 3~7위로 나타났다. 이는 PISA 2015의 과학·수학·읽기 점수를 바탕으로 예측한 기대 점수보다 오히려 20점이 높은 것이어서 우리나라 학생들이 협력을 통해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이 매우 뛰어남을 보여줬다. 다만 2003년과 2012년에 시행되었던 개인적 문제해결력에서는 우리나라가 OECD 참여국 중 1위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협력적 문제해결력의 순위는 한 단계 낮아졌다. PISA 2015에서는 협력적 문제해결력에 대한 인지적 평가 외에도 협동성과 관련된 개인의 정의적 특성을 자기보고식 설문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학생들은 다 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정도가 OECD 평균과 유사했으며 팀워크를 중시하는 정도는 OECD 평균보다 높았다. 협력적 문제해결력의 결과와 관련된 우리나라 학생 의 특성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협력적 문제해결력은 상대적으로 여학생이 잘한다 PISA 2015 협력적 문제해결력 척도에서는 학생들의 성취 수준을 5단계로 구분하는 데, 최저수준인 ‘1수준 미만’부터, 1수준, 2수준, 3수준, 4수준으로 구분한다. 이 중 1수준 미만과 1수준을 기초 수준에 이르지 못한 하위 수준으로 구분하는데 OECD 참여국 학 생의 28.1%가 이에 해당하지만 우리나라의 하위 수준 학생 비율은 12.9%로 OECD 평 균과 비교하여 매우 낮다(표 1 참조). 전체 참여국 중 우리나라 보다 하위수준의 학 생 비율이 적은 국가는 싱가포르(11.4%)와 일본(10.1%)뿐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최상위 수준에 해당하는 4수준 학생의 비율이 10.4%로 최상위 수 준의 비율을 기준으로 전체 참여국의 순위를 매기면 12위가 되어 우리나라 학생의 최상위 수준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우리나라보다 최상위 성취수준의 비율이 높은 국가는 싱가포르(21.4%), 뉴질랜드(15.8%), 캐나다(15.7%), 호주(15.3%) 등으로 주로 영 어를 상용어로 사용하는 국가가 많았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하위수준 비율이 적은 것 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최상위 수준의 비율이 낮은 것에 대해서는 원인을 살펴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여학생들의 협력적 문제해결력 평균점수는 556점으로 남학생의 523점 보다 33점이 높았다(표 2 참조). OECD 평균적으로도 여학생의 점수가 남학생보 다 29점이 높았는데 우리나라는 성별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차이 는 여학생들이 남학생보다 비언어적 신호를 더 잘 받아들이고 관계에 집중하는 경향 이 있어 상호작용이 필요한 협력적인 행동에 적합하다는 기존의 연구 결과(Hall and Matsumoto, 2004)로 설명할 수 있다. 남학생은 팀워크, 여학생은 타인과의 관계를 중시한다 PISA 2015 협력적 문제해결력과 관련하여 학생들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얼마 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와 팀워크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표 3. 우리나라 학생들의 95%는 자신이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으며 이는 설문 조사에 참여한 55개국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반면 ‘나는 반 친구 들이 성공하는 것을 보는 것이 즐겁다’고 답한 비율은 82%로 OECD 평균 88%보다 낮 게 나타나 우리나라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경쟁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녀 학생의 차이를 비교해 보면 남학생은 여학생보다 팀워크를 존중하며 여학생의 경우는 관계를 보다 존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OECD 평균에서도 동일하게 나타 나는 현상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반 친구들이 성공하는 것을 보는 것이 즐겁다’고 답 한 비율이 다른 나라에서는 여학생이 높게 나타난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남학생이 더 높게 응답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여학생들은 친구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면서도 한편 으로는 강한 경쟁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팀워크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학생들은 ‘혼자 하는 것보다 팀의 일원으로 일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답한 비율이 OECD 평균에 비해 크게 높았으며 특히,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팀으로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남의 말을 잘 들어주거나 팀의 일원으로 일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은 개인이 책임을 지고 홀로 나서기보다는 남의 말을 듣고 따라 하거나 큰 무리에 속해 있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나라의 문화적 특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개인의 문제를 혼자서 해결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공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능력은 더욱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국민 모두가 국정의 전 과정에 참여하고 공론과 합의에 기초하여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새 정부가 목표로 하는 시민의 자질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협력적 문제해결력이 높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다만 상위 수준에서의 협력적 문제해결력이 부족하고 남학생이 상대적으로 협력적 문제해결력이 낮은 부분에 대해서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최근 ‘스타들이 외국의 낯선 땅에서 식당을 개업한다’는 소재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본 적이 있다. 작년에 방영했을 때에도 보는 내내 가슴이 설레었던 기억이 있어, 올해도 빼놓지 않고 잘 챙겨 봤다. ‘나와 상관없는 삶에 이토록 열광할까’ 헛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출연진들의 모습에서 대리만족을 느꼈던 것 같다. 요리사도 아닌 연예인들이 잠시 운영하는 식당이니 서툴고 실수가 잦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하는 내내 마음이 편했다. 특히 스페인의 작고 예쁜 마을에서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을 볼 때는 심장이 크게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내가 늘 꿈꿔오던 삶의 한 장면 같았기 때문이다. 좋은 직장 다니면서 엄살떤다고? 20대부터 시작된 나의 교직생활. 수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여유로웠던 기억’은 거의 없다. 아침이면 직장인 누구나 겪는 출근전쟁을 치렀고, 하루 종일 수업 과 잡무로 화장실조차 갈 시간이 없을 때가 많았다. 일반 직장인이라면 여유롭게 즐길 점심시간도 교사에겐 ‘틈’이 없다. 음식냄새와 함께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아이들과 전쟁을 치르며 급식지도를 끝내고 나면 ‘인스턴트 커피 한잔의 여유’도 사치스럽다. 교사에게도 분명 ‘브레이크 타임’이 필요하건만, 쉬는 시간마저도 교무실을 점령한 아이들의 온갖 사연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특히 담임교사들은 학생들이 쏟아놓는 예기치 못한 크고 작은 사건에 나름대로 세워둔 계획과 일정이 차질을 빚기 일쑤다. 여학생들의 감정싸움은 끊이지 않고, 남학생들은 하루에도 몇 명씩 아프거나 다치고 싸워서 온다. 교무실을 안 방 드나들 듯하며 친구의 잘못을 이르는 아이들도 있다. 그럴 때는 귀를 열고 말을 잘 들어줘야 한다. 순간적인 센스를 발휘해서 모두가 상처받지 않도록, 중용을 지키는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한다. 다행히 쉬는 시간에 일이 마무리될 때도 있지만, 가끔은 종소리와 함께 서둘러 아이들을 돌려보 낼 때가 있다. 이럴 때는 넋이 나간 채로 수업에 들어가기도 한다. 몸은 교실에, 정신은 여전히 그 사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로 말이다. 아침 일찍 학교 안으로 들어가고 나면 퇴근할 때가 되어서야 바깥 공기를 쐬고 햇살이 가장 아름다운 봄과 가을이 어땠는지 느끼지도 못한 채 덥거나 추운 방학을 맞이한다. 친구들은 이런 나에게 “대충해! 교사는 일찍 끝나고 방학때 놀면서도 월급이 다 나오는데 왜 엄살이야”라는 말을 건네곤 한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온전히 맞는 말도 아니다. 신학기증후군, 교사라고 비껴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고 연륜이 쌓이면 여유있는 교직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취미생활을 즐기거나 자신을 돌보며, 은퇴한 선배교사처럼 아름답게 인생을 가꿀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시간이 흐를수록 삶은 더 여 유가 없게 느껴진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봄·가을의 햇살과 풍경이 어땠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 것은 바쁜 일상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여유가 없는 나의 마음 때문일지도 모른다. 특히 3월이 되면 잔뜩 밀린 숙제를 몰아서 하는 학생처럼 쉬는 날에도 마음이 무겁다. 뭔가에 쫓기는 기분이 들면서 불안한 마음에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직장인들이 일요일 저녁부터 받는 ‘출근 스트레스’를 교사는 3월 신학기에 한 번 더 크게 겪는 셈이다. 신학기가 되면 학생들을 찾아오는 ‘신학기증후군’은 교사라고 비껴가지 않는다. 많은 학생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3월이면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심하면 두통·복통·구토를 동반하는 신체적 증상까지 호소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을 교사는 신학기를 준비하는 2월부터 겪는다. 가벼운 스트레스로 오히려 즐길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하는 교사부터 정신과 약을 먹어야 하는 교사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분명 교사들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일부 교사는 울렁증을 호소하기도 하고 소화불량이나 두통을 달고 살기도 한다. 신학기에 맡을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와 무난한 학생과 학부모를 만났으면 좋겠다는 걱정스러운 바람 등이 결국 정신적·신체적 문제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트라우마로 다가오는 비상식적인 학부모와 부적응 학생 교사들의 신학기증후군은 업무나 새롭게 바뀐 환경에서 오기도 하고, 경험에서 나오는 트라우마 때문에 나타나기도 한다. 몇 년 전 담임을 맡았을 때의 일이다. 우리 반에 소위 말하는 기가 센 학생과 학부모가 모두 몰려 있었다. 게다가 학교생활에 전혀 흥미가 없는 학생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학생은 개학 첫날부터 등교를 거부하고 집을 나갔다. 나는 3월부터 경찰차를 타고 그 학생을 찾아다녀야 했다. 학부모는 아이를 찾을 의지가 없었다. 다만 자녀의 정보는 주고 싶었는지 간혹 늦은 시간이나 주말에 자녀가 어디에 있는지 전화로 알려주고는 했다. 학생은 SNS를 통해 ‘부모가 자신을 때린다’며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해왔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때마다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결국 자작 극으로 밝혀지면서 해프닝으로 끝이 났다. 학생을 찾기 위해 사진 한 장 달랑 들고 시내의 모든 PC방을 돌아다닌 적도 있었다. 극적인 추격전 끝에 찾아낸 학생에게 밥을 먹이고, 차비도 손에 쥐어 주었지만 그때뿐이었다. 그 학생은 출석일수를 계산하며 간헐적으로 등교를 하지 않았다. 학교 밖에서 일으킨 문제를 학 교까지 끌고 들어왔으며, 아이에게 관심이 없는 학부모는 이따금씩 “담임교사 때문에 그렇다”는 식으로 협박전화까지 일삼았다. 3월 학부모상담주간에는 네 명의 학부모가 아주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한 명은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고 앉아서 “면담은 앞으로 천천히 하죠”라며 위아래로 훑어보고 갔는데, 결국 1년 내내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그 학부모는 얼마 전 현재의 담임교사를 찾아와 교무실에서 욕설을 하고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렸다. 또 다른 학부모는 교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양해도 구하지 않고 학교관리 자와 전화통화를 아주 오랜 시간 동안 했다. “나 ○○선생님(관리자)하고 아주 친한데, 평교사하고는 별로 말 섞을 일은 없을 것 같네요”라는 말과 함께 자리에 서 일어났다. 그 학부모는 다른 교사에게 “선생님은 왜 나한테 인사를 똑바로 안 해요?”라며 아주 강한 인상을 남겨준 적도 있다고 한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한 학생이 교무실 앞에서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하자 담임교사가 이를 꾸짖었다. 그러자 그 학부모는 “담임교사 때문에 아이가 자살할 지경에 이르렀다”며 아이와 함께 번갈아 억지를 부리는 전화를 했다. “혹시 돈 을 달라는 뜻이라면 경찰서로 가자”는 말이 나오고서야 그 담임교사는 억지 전화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담임교사 면담을 와서는 “선생은 얼마 벌어요? 난 하루에 100만 원을 버는 사람인데. 내가 그걸 포기하고 여기와 있으니 얼마나 대단한 얘기를 하려는 건지 들어나 봅시다”라는 말을 던진 후, 마치 감시자와 같은 자세로 앉아 있다가 갔다. 강렬했던 이런 기억들은 결국 무난한 학생과 학부모를 만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어졌고, 걱정으로 다가왔다. 학기 초에는 가뜩이나 업무가 많은데 개성 넘치는 학생과 학부모들까지 교사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으니 우울증까지 호소하는 교사가 생겨날 정도이다. 모든 새로운 것에 익숙해져야 하는 3월 교사는 신학기가 되면 마라토너가 된다. 긴장된 마음으로 출발선에 섰을 때는 ‘장거리 달리기를 위해 체력 안배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여러 차례 난관에 부딪히면서 힘을 소진한다. 처음 세웠던 계획은 무산되고 에너지도 바닥났지만 마지막까지 있는 힘을 다해 전력질주를 해야 한다. 이렇게 마라톤 같은 한 학기를 보내고 나면 체력은 완전히 소진된다. 모든 교사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20년 전보다 지금이 신학기 스트레스가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손으로 잉크를 밀어 시험지를 찍어냈 던 시절보다 기계나 교구가 편리해졌고, 학생 수도 적어졌으며, 교육행정실무사도 도움을 주고 있지만 왜 교사에게는 여유가 생기지 않는 것인지. 방학이라고 계속 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연수도 들어야 하고 학교생활기록 부도 정독해야 한다. 학교에서 집으로 장소만 옮겨져 마치 재택근무를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도 있다. 교과 내용 재구성과 평가계획에 대한 생각, 자유학기제와 자유학년 운영계획에 대한 생각으로 마음이 편하지도 않다. 학교생활기록부나 평가에 문제가 생길 경우 징계를 피할 수 없고, 열정과 열심히 하는 자세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이 무겁다. 벌써 2018학년도 신학기가 되었다. 늘 그렇듯 책상 위에는 업무 관련 문서들이 늘어나고, 수업을 갔다 오면 그사이 수십 개의 부재중 메신저가 노트북 화면 전체를 장악한다. 마치 무대 위의 뮤지컬을 보듯 다양한 캐릭터의 학생과 학부 모도 등장한다. 불안하고 힘들지만 3월에는 모든 새로운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신학기증후군으로 힘들어하는 많은 교사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 그리고 스스로에게는 이 한마디를 건네 본다. 오늘이 있기에 은퇴 후 햇살 좋은 바닷가나 한적하고 예쁜 시골길도 걸을 수 있고, 여유롭게 차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시간이 더 아름답지 않을까?
2월은 한 해를 마무리 짓는 달이기도 하거니 와 동시에 전출입으로 어수선한 시기이다. 각 시·도교육청의 인사규정을 보면 한 학교의 근무주기는 대체로 4년 정도이다. 전보는 전보가 산점을 토대로 학교를 선정·지원하게 된다. 하지만 교사들이 선호하는 학교가 겹치는 경우가 많아서 ‘전보 희망’이 전적으로 반영되기는 어렵다. 그래서 자신이 희망한 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로 발령이 나는 경우도 많다. 새로운 학교로 옮겨간다는 것만으로도 여러가지 걱정이 앞서는데, 본인이 희망한 학교가 아니라면 그 스트레스는 상당히 커진다. 게다가 옮겨 간 학교의 문화와 잘 맞지 않는다면 ‘외딴 섬’처럼 소외감까지 밀려온다. 학교 부적응으로 스트레스 받는 전입교사들 전입교사들은 학교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때문에 전입 초기 학교생활이 다소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생소한 학교 환경에서 오는 예기치 않은 다양한 형태의 스트레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학생들과의 수업, 동료교사들과의 관계, 업무와 건강 등 학교생활 곳곳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흥미를 잃은 학교생활은 교사의 열정을 식히고, 식은 열정만큼 업무는 소홀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입교사들은 자기의 고충을 털어놓을 마땅한 곳이 없다. 특히 저경력 교사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전입 시 부적응으로 어떤 교사는 휴직을 하기도 하고, 또 어떤 교사는 수시로 병가와 함께 심리치료를 받는 경우도 봤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가된다. 모든게 서투른 전입교사들에게는 학교 구성원들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다음 사례를 통해 전입교사들의 흔히 겪을 수 있는 스트레스를 살펴보자. # 사례 1 _ 전보는 성적순? 전보 대상이 된 A 교사는 다음 근무지 학교를 선정하느라 고심하고 있었다. A 교사는 집 주변의 S 학교에 가고 싶었다. 그런데 주변의 말을 들어보니 S 학교는 많은 교사가 선호하는 학교였다. 교감은 A 교사에게 “그 학교는 경합지이니 다 른 학교를 지원하라”고 권했다. 교감이 추천한 학교들은 대체로 통근 거리가 먼 학교들이거나 개성이 강한 교 사들이 많은 학교였다. 동료교사들은 어디를 가도 학교는 다 마찬가지라며 결국은 자기 하기 나름 아니겠냐고 위로를 했다. A 교사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전보는 성적순’이었고, 별로 신뢰할 수 없는 근무성적 때문에 원하는 학교에 가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속이 상했다. 2월 중순쯤 인사발령이 났고, A 교사는 발령 난 학교로 부임인사를 갔다. 시 외곽의 오래된 학교였는데 그를 맞이하는 교사들 표정도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았다. A 교사는 근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어떻게 이 학교에서 4년을 근무해야 할지 아득한 생각이 들었다. # 사례 2 _ 내 허물만 보던 교장선생님 B 교사는 스스로를 매우 운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새로 발령 난 학교의 교장과는 전에 교감으로 함께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인연이 별로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교감은 B 교사의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에 안 든다고 늘 잔소리를 했었다. B 교사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 교감과 헤어져 근무했던 기간은 참으로 행복했었다. 그런데 새롭게 발령을 받은 학교가 하필이면 예전 그 교감이 공모교장으로 있는 학교였다. 부임 첫날부터 B 교사는 곱지 않은 시선을 느껴야 했다. B 교사는 새로운 학교에서 근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흥미를 잃었고, 급기야 그 결과는 엉뚱한 행동으로 표출됐다. 그때마다 교장의 질책은 더해졌다. 교장은 직원회의 석상에서 B 교사를 공개적으로 질책하기도 했고, 학부모들에게도 그의 허물을 이야기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학급담임을 맡을 수 없는 교사로 낙인 찍혔고, 마침내 부적격교사라는 불명예를 안고 강제 전출 당했다. B 교사는 그 학교에서의 근무를 ‘악몽’으로 표현했다. 그는 근무하는 내내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으며,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까지 생각했었다고 털어놨다. # 사례 3 _ 근무와 양육은 병행이 안 될까?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C 교사는 집과 멀리 떨어진 학교로 배정받았 다. 세 살이 된 딸아이를 매일 아침 출근길에 어린이집에 데려다줘야 하는 C 교사는 걱정이 앞섰다. 이번에 발령난 학교는 어린이집과 다소 먼 거리에 있었지만, 아이가 그동안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린이집을 바꾸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교통상황에 따라 출근시간이 다소 지체되는 경우가 생겼다. 그때마다 교문 앞에는 교감이 서 있었다. 게을러 보이는 C 교사가 달가울 리 없는 교감은 “아침마다 늦네요. 그 반 아이들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어떻게 할 겁니 까. 이제 막 전입을 해 오셔서 이 학교가 어떤 학교인지 잘 모르는 모양인데, 학부모들의 관심이 대단합니다”라며 자주 지적했다. 그때마다 딸아이를 데려다주고 오느라 늦었다는 말도 못한 채 혼자 마음을 졸였다. 동학년 교사들에게조차 눈치가 보였고, 교실에 들어서면 반 아이들에게 괜히 미안하기도 했다. 사실 1교시 전이라 수업에는 지장이 없으나, 심리적 부담은 피할 수 없었다. 업무상 교무실에 들어설 때는 괜히 교감 눈치를 살피게 돼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우리 반 아이들을 위해서 내 아이의 어린이 집을 바꿔야 하나’하는 자괴감에 빠져들기도 했다. ‘이러니 우리나라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들기도 했다. ‘왜 하필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발령을 냈을까’ 하며 인사담당자를 원망하기도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스트레스는 점차 쌓여 갔고 마침내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어 틈만 있으면 병가를 내거나 조퇴를 하게 됐다. # 사례 4 _ 내가 교사인가? 행정사무원인가? 전입교사는 학년이나 업무를 임의로 배정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기존 교사들의 배정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D 교사는 새 학교에서 고학년과 함께 업무량이 상당히 많은 일을 맡게 됐다. 하루 종일 수업 준비하랴 업무 챙기랴 정신이 없었다. 전임 학교 동료교사들을 만나면 하소연부터 늘어놓을 정도였다. 그런데 신기한 건 수업이 다소 부실해도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업무를 잘못 챙기거나 보고 시점을 놓치면 교무실에서 어김없이 질책이나 독촉이 왔다. D 교사는 그런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수업보다 업무가 우선이라니. 처음에는 그래도 내가 할 일이니까 열심히 해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으나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D 교사는 자기가 교사인지 행정사무원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참다못해 학교 측에 정식으로 항의했다. 업무배정에서 충분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해명을 들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D 교사는 업무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너무 급박할 때는 학생들에게 자습을 시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D 교사는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했고, 그 심리적 부담은 생각보다 컸다. 스스로 교사로서의 자질을 의심하기까지 했다. 전입교사들의 사정에 무신경한 학교가 야속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 사례 5 _ 모든 선생님의 요구를 들어줄 순 없어요 E 교사는 이번 학기에 새로운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3·4학년군을 대상으로 대학원 졸업 논문을 쓰기로 계획했다. 그래서 교감에게 학년 배정에서 이를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E 교사는 6학년에 배정됐다. 6학년 배정에 대해 사전에 이야기들은 바가 없어 난감했다. 대학원 논문을 위해 겨울방학 때부터 준비한 3·4학년군 교육과정 분석과 교육과정 재구성 자료들, 시안으로 작성해 놓은 수업안 등이 모두 무용지물이 됐다. 자신의 입장을 밝혔음에도 아무런 설명도 없이 다른 학년으로 배정한 학교가 야속했다. 게다가 E 교사는 작은 체구에 여린 성격이라서 주로 중학년을 위주로 담임을 맡았던 탓에 6학년은 처음이었다. 교내 인사 발표를 하던 날, 교감으로부터 인사 배경에 대한 설명이 있었지만 모든 교사의 희망을 수용하기는 불가능하다는 말이 전부였다. 개별 교사들에 대한 속 깊은 배려는 없었다. 그런데도 학교의 결정이니 잘 부 탁한다는 말은 빼놓지 않았다. ‘그럼 내 부탁은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탁’이라는 말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활용될 수도 있음에 화가 치밀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6학년은 기피 학년이라 기존 교사가 아무도 희망하지 않았고, 할 수 없이 전입교사에게 6학년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전에 원하지 않은 학년 배정에 대해 의사를 물어야 하지 않았을까? 논문을 어떻게 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했다. 실제로 수업안을 작성하고 수업을 해봐야 하는 논문의 속성상 도무지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E 교사는 학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대학원 논문과 6학년 교육과정 연구에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 둘이 서로 연계가 된다면 시너지 효과도 상당할 텐데' 하는 생각에 아쉬움과 서운함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