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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잘못을 저지른 학생을 바로잡아 건전한 시민으로 육성하려는 노력은 세계 어느 나라든 공통된 관심사다. 위법행위에 대한 다양한 징계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궁극적인 것은 재교육을 통해 이들이 사회에 잘 적응토록 하는 것이다. 한국청소년개발원이 교육부 의뢰를 받아 정책 연구과제로 작성한 학생징계 및 재입학제도 개선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선진국들은 각자 나름의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때로는 엄격하게, 때로는 인격적이 고 신중하게 징계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의무교육 대상자에 대한 징계제도는 그 기본 이념이 우리나라와 거의 유사하다. 즉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초·중학생에 대해서는 퇴학처분을 하지 않는다. 의무교육 대상자 중에서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생들은 장기 결석으로 처리하는데, 그 기준은 연간 30일 이상이다. 독일은 주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의무교육기간은 대체로 9~10년이다. 학생 징계에 대한 법률적 근거를 주별로 마련하고 있는데, 규정상으로는 타교 전학이나 퇴학뿐 아니라 각 주정부 교육부 산하 모든 학교로부터의 퇴학 같은 매우 강력한 조치도 존재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렵고 그보다는 철저한 유급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은 주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의무교육기간은 대체로 16세까지이다. 학생이 폭행, 파괴, 술·담배, 무기 소지 등의 행위를 하면 교장은 지역 교육위원회에 정학이나 퇴학을 상신할 수 있고, 위원회에서는 청문회를 거쳐 결정한다. 공립학교에서 퇴학될 경우는 공립학교에 다니는 것이 영구적으로 거부되는 것이나, 사립학교의 경우는 퇴학 후 1년이 지나면 재입학을 진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국은 학생징계 때 인격적 모욕을 주지 않는 데 중점을 둔다. 정학과 퇴학처분을 할 때도 엄격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고, 특히 퇴학처분의 경우 철저한 대안 교육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와 징계제도 유사한 일본… 심각한 학력 부진도 퇴학 사유 구체적으로 보면 일본의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므로 징계로서의 퇴학 제도는 없다. 따라서 심각한 잘못을 저지른 경우는 장기 결석으로 처리하고 있다. 장기 결석은 연간 30일 이상의 결석을 말한다. 다만 고등학교에서는 출석정지와 퇴학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후쿠오카시립고등학교 규칙에 의하면 고등학생의 징계는 훈계, 정학 및 퇴학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퇴학처분을 하는 경우는 즉시 관할 교육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출석정지에 대해서는 ‘학교장은 전염병이나 전염시킬 가능성이 있는 학생, 혹은 성행이 불량한 학생이 있는 경우에는 교육에 지장을 줄 경우가 있으므로 보호자에게 학생 본인의 출석정지를 명할 수 있다’는 내용의 근거 규정을 두고 시행하고 있다. 또 퇴학처분 기준은 ▲성행이 불량하고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자 ▲학력이 부진해 진보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인정되는 자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을 하지 않는 자 ▲학교질서를 문란하게 하며 그 외 학생으로서 신분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자 등으로 범위를 설정해 놓고 있다. 심각한 학력 부진을 퇴학 사유로 꼽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독일, 문제행동보다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으로 징계 결정 독일은 철저한 교육자치제를 운용하기 때문에 주마다 관련 법규가 다르다. 교육 기관 운영의 독자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때문에 동일한 기준을 찾기는 어렵다. 다만 각 주의 공통적인 부분만 살펴본다면 우선 학생징계는 개인의 문제행동 자체 보다는 타인에게 피해가 되거나 집단생활에 얼마나 지장을 주는가를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개인에 대한 징계처분은 주로 교육적 선도방안의 일환으로 이뤄지며 관련 통계도 개인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집계하지 않는다. 철저한 비공개가 원칙이다. 체벌도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다. 또 학생징계는 원칙적으로 교내 생활에 국한하고 있으며 모든 교육적 제재 조치는 학교장 책임 아래 학교 급별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독일 바이에른 주의 학생징계는 구두 경고부터 퇴학까지 10단계로 구성돼 있다. 담임교사 견책 → 학교장 견책 → 학급 이동 → 교과수업 격리 → 단기 정학 → 장기 정학 → 타교 전학 → 퇴학 경고 → 퇴학의 순이다.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는 담임교사의 서면 견책이다. 담임교사는 문제를 일으킨 학생에게 견책 사실을 통보하고 문서화된 공문을 해당 학부모에게 발송한다. 다음 단계는 학교장의 서면 견책으로 담임교사의 징계가 효과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한단계 강도를 높여 교장이 나서는 것이다. 견책 다음으로는 학급 이동이 있다. 주로 학생들 간 문제를 야기하면 학교장이 문제를 일으킨 학생을 타 학급으로 이동조치 시킨다. 이어 특정 교과목 수업을 일정 기간 듣지 못하게 하는 교과목 격리와 그 다음으로 우리의 유기정학에 해당하는 3~6일간 수업 금지 징계 조치가 내려진다. 수업 금지 단계 이후에는 2주에서 4주간의 정학 처분이라는 중징계가 따른다. 다만 정학 처분은 교사회의 의결을 거쳐 신중하게 처리되며 10학년 이상에게만 적용된다. 9학년까지는 정학 처분이 없다. 정학 처분 이후에도 개전의 정이 보이지 않는 다면 다음 단계는 타교 전학으로서 우리의 강제전학과 유사한 개념이다. 가장 무거운 징계인 퇴학은 직전에 ‘퇴학 경고’라는 단계를 거친다. 무작정 퇴학시키기보 다는 한 차례 경고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같은 교육부 산하에 모든 학교에 다닐 수 없도록 하는 퇴학 조치다. 퇴학처분을 받은 학생은 재활기 관이나 소년원으로 가게 된다. 미국, 마약· 무기 소지엔 중징계… 학생 청문절차 중시 방어권 보호 미국에서는 무기 소지와 마약 등 약물복용 사실이 적발되면 무거운 징계가 내려진다. 주마다 조금씩 기준은 다르지만 대체로 공통된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버지니아 주 교육청의 규정을 살펴보면 학생들이 징계를 받는 행위는 단순 폭행부터 무기 소지까지 다양하다. 가장 가벼운 처분은 담임교사의 훈계 및 상담이다. 그 다음 단계는 방과 후에 학교에 남도록 하는 벌이다. 이때는 반드시 사전에 학생과 학부모에게 알려야 한다. 잘못을 저지른 학생에게 일정 기간 스포츠 클럽 등 모든 학생활동을 정지하는 벌도 있다. 위법 행위 정도가 심하면 교장이 학부모와 상담을 통해 학생을 일정 기간 근신시키는 처분을 내릴 수도 있다. 면학분위기를 저해하거나 파괴적인 행위를 한 경우에는 교사가 그 학생을 교실로부터 추방하는 징계를 한다. 대체수업이란 벌도 있다. 학생을 일정 기간 정규수업에서 제외시켜 제한된 감독 아래 수업 받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외에 미국에서는 학교에 신고하지 않고 무단으로 학교에 들어갔다면 일반인은 물론 학생도 불법침입자로 간주돼 처벌을 받는다. 정학이나 퇴학과 같은 중징계는 어떻게 이뤄질까? 우선 다른 학생에게 폭행, 희롱 또는 부당한 행위로 신체적 부상을 입힌 학생은 10일의 정학을 받게 되며 퇴학 이 상신된다. 파괴적 또는 부당한 행위도 징계 대상이다. 수업을 방해하거나 불순종, 반항, 또는 교직원의 권위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행위 등은 교장의 지시에 따라 징계를 받는다. 술, 담배, 마약과 같은 금지된 물질을 소지하거나 흡입한 경우에도 무거운 처벌이 따른다. 술이나 알코올 맥주를 마신 경우 5~10일간 정학 처분이 취해진다. 이 기간 동안 학생은 일체의 교육활동에 참여할 수 없으며 학부모도 학생과 함께 예방교육을 받아야 한다. 사후 조치 결과가 만족스럽다고 판단되면 학교 측은 학생에 대한 처벌을 정학 대신 ‘유고 결석’으로 처리하고 보충 과제를 제공, 학업 결손을 보완 할 수 있게 해준다. 흡연은 적발 횟수에 따라 징계처분이 단계적이다. 처음 적발되면 금연 교육 프로그램 이수를 받게 한다. 그럼에도 또 흡연으로 적발되면 경찰에 신고한 뒤 시민법 위반 사실을 통보한다. 흡연으로 세 번 이상 규칙을 위반하면 정학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마리화나를 포함한 통제 물질을 학교에 가져오면 교장은 10일간의 정학 처분을 내리고 교육위원회에 퇴학을 상신한다. 한 가지 특징이 있다면 정학 처분 및 퇴학 상신과 관련해서는 교육위원회에 청문회를 열어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를 거친다는 점이다. 학교 재산을 파손하거나 이를 유발하려는 행위도 징계 대상이 된다. 이 경우 학교 측은 해당 학생을 경찰에 신고하고 학부모에게는 파손된 부분의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무기를 가지고 학교에 온 학생이 적발되면 1년 이상의 퇴학처분을 받는다. 그러나 이 역시 교육위원회가 청문절차를 거쳐 징계 수위를 낮추거나 퇴학 기간을 조정할 수 있다. 정학 이상의 중징계처분에서는 공정하고 신중한 심리 절차를 중시하는 미국 사회의 특징을 보여주는 사례다. 영국, 퇴학생 보호에 적극… 한 번 실수로는 정학· 퇴학 금지 영국의 학생징계는 굴욕감을 주거나 체면을 잃게 하는 처벌을 금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징계의 종류도 ▲교실에서 나가기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동참 시키지 않기 ▲방과 후 학교에 남기 ▲운동경기나 학교 나들이 제외 ▲특정 수업 및 동료 그룹 제외 ▲추가 숙제 내주기 ▲학교에 유용한 일 수행하기 등이 있다. 무거운 처벌인 정학에 대해서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예컨대 학생이 학교 규율을 위반하는 심각한 행동을 했을 때, 학교 징계 벌들을 다 시도했는데도 효과가 없을 때, 그리고 문제 학생을 학교에 남겨두었을 때 동료 학생에게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됐을 때로 국한하고 있다. 정학 결정은 학교장만이 할 수 있으며 최장 45일까지 가능하다. 다만 교육당국은 정학 기간이 길수록 학생들의 학교 적응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고 기간을 최소화해 줄 것을 권장하고 있다. 아울러 영국은 단 한 번의 실수로 학생이 정학이나 퇴학을 당하지 않도록 금지하고 있다. 교육당국이 퇴학당한 학생의 보호에 더 적극성을 띠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국은 퇴학생을 받아주는 학교에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해, 학교교육에서 이들을 지속적으로 보호하고 지도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무엇보다 다시 입학한 학생이 또다시 퇴학당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학생 여건에 맞는 전일제 수업 등 다양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일제 수업은 정상적인 교육과정과 달리 상담이나 시민교육 등 학생들의 나쁜 행동을 교정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문제 학생들에게 파트타임 교육을 실시하면 오히려 학생들에 대한 감독 시간이 줄어 청소년 범죄가 늘어난다는 판단에 따라 전일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자녀가 갑자기 고열을 동반한 감기에 걸렸다. 당신이 부모라면 어떻게 할까? 대부분의 부모는 우선 아이를 업고 병원에 갈 것이며, 병원에서 의사의 처방을 받아 바이러스로부터 아이를 보호할 수 있는 주사나 약을 처방받아 감기를 다스릴 것이다. 꼭 필요한 시기의 적당한 주사와 약은 아이의 열이 내리고 상태를 호전시킨다. 아픈 아이의 몸이 더 이상 상하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그러나 지나친 주사와 약의 남용은 오히려 내성을 생기게 해 다음에는 더욱 독한 처방을 해야만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렇기에 꼭 필요한 곳에 신중하게 사용해야 하고 무엇보다 앞으로 감기 바이러스가 침범 하지 않도록 몸을 건강하게 만들고 면역력을 높이는것이 근본적 대책이 돼야 한다. 해열제보다 면역력 높이는 학생징계 방안 강구를 현재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적용되는 징계 조치 중 학교폭력에 대한 가해학생 조치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가해학생을 선도하기 위한 조치는 9가지(의무교육과정인 초·중학교는 8가지)이다. 학교폭력은 피해학 생들에게 큰 고통을 주는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징계 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처벌 대상이 학생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사안의 경중이나 그 성격에 따라 처벌의 방법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하고 교육적인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학교폭력에 대한 대책은 2012년을 기점으로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진다. 2004년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이 제정되었지만 실제 법률이 만들어진 시기에는 의식을 깨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지금처럼 쉽게 언급되는 법은 아니었다. 하지만 2011년 겨울 대구 중학생의 안타까운 죽음과 함께 수면 아래에 있던 학교폭력의 심각성이 알려지면서 더이상은 학교의 자정능력을 믿고 맡길 수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 2012년 2월 정부 차원의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 발표와 함께 학교폭력예방법이 대폭 개정됐다. 개정된 흐름은 학교폭력의 범위 확대,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 강화, 부모와 교원에 대한 책무성 강화 등 여러 내 용이 있었지만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가 처벌 중심으로 변화 했다는 것이고 또한 그 수위가 상당히 높아졌다는 점이다. 처벌 위주의 학교폭력예방대책의 변화에 대한 찬반 의견이 분분하지만 학생, 학부모, 교사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임을 인식하게 하고, 더 나아가 학교폭력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감기에 걸린 아이에게 즉각적으로 필요한 응급조치를 적절히 내린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하지만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는 것처럼, 최근 들어 강한 징계 중심의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는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학교폭력의 개념이 넓은 상태에서 모든 사안에 대해 일률적으로 사안 처리를 하다 보니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건전한 사회 구성원을 육성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학교폭력예방법이 학생과 학생, 학생과 교사, 학부모와 교사 사이의 분쟁을 야기하며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니 학교 현장에서는 “학교가 사법기관인지 교육기관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은 모든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개최하도록 되어있으며, 학교폭력 사안으로 인정되면 가해학생은 선도 조치를 받아야 한다. 학교에서 흔히 일어나는 상호 간의 가벼운 말다툼에 대해서도 학교에서는 무조건적으로 학교폭력 사안으로 간주하여 의무적으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야 하며, 이 경우 양쪽 모두 가해자이면서 피해자가 되어 아무리 경미한 다툼이었다 하더라도 학교폭력에 대한 조치가 내려지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 조치는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 지침에 따라 세 개의 영역(학적 특기사항, 출결 특기사항, 행동 특성 및 종합의견)에 입력되어 학생의 학교생활과 인성 정도를 판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척도인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다. 학교는 사법기관이 아닌 교육기관이고 학교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들은 궁극적으로 교육적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 성장기 학생이 한번 저지른 실수가 더군다나 그것이 경미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결정적 자료가 되어 향후 인생의 진로에 불이익을 받게 한다면, 이것은 낙인효과 이상의 가혹한 제재가 될 것이다. 학생에 대 한 조치는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며 처벌에 목적이 아닌 가해 학생의 반성과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학교폭력예방법 17조에 가해학생 조치에 대해 좀 더 상세히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가해학생 조치 중 1호인 서면사과 처분은 다른 조치와 달리 불이행시 강제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규정이 없으며, 헌법에서 명시된 개인의 양심의 자유에 의해 거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관련 판례를 살펴보면 “서면사과 처분은 다른 처분들과 달리 불이행시 강제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본인의 판단에 따라 서면사과를 거부함으로써 자신의 양심을 유지·보존할 수 있으므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즉,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유명무실한 조치라는 점이다. 둘째, 가해학생 조치 중 2호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6호 출석정지, 7호 학급교체, 8호 전학 조치의 공통점은 대표적인 피해학생 보호를 위한 가해학생을 피해학생으로부터 격리하는 조치이다. 학교폭력예방법의 최우선 목표 중 하나가 ‘피해학생 보호’이기 때문에 꼭 필요한 조치임에는 분명하지만 학교폭력의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도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무조건적으로 격리시켜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에 대한 미안함이나 반성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하고 있다. 셋째, 가해학생 조치 3호 학교 내 봉사와 4호 사회봉사 처분은 봉사를 통해 본인의 행동을 반성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교육적인 접근임에는 분명하다. 활동을 하는 동안 자신에 대해 되돌아보고 생각해 볼 수 있다면 더없이 금상첨화다. 그러나 이 조치는 피해학생에 대한 반성 부분이 빠져있다. 가해학생 입장에서는 본인의 잘 못에 대한 벌을 받았기 때문에 이제는 끝났다는 보상 심리가 작용하고, 그에 반해 피해학생은 여전히 사과를 받거나 관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사건이 종결되어 버린다. 가장 중요한 과정인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의 입장이 되어보고 그 안에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면서 피해학생의 정서적 상처 회복을 돕고 재발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제공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이전에 발생한 학교폭력에 대한 피해학생의 후유증을 얼마만큼 치유할 수 있으며, 또한 예방적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많은 의문점을 남기며 법안이 만들어진 취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따라서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에 대한 학교 현장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었으면 한다. 가해학생의 모든 조치를 기록하는 것에 대해 학교 현장에 자율성을 인정해주는 것이 궁극적인 바람이지만, 자칫 학교폭력예방법의 취지 자체를 무색케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경미한 조치로 볼 수 있는 피해학생 에 대한 서면사과,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협박 및 보복행위 금지, 학교에서의 봉사 처분만이라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의무를 없애기를 바란다. 기재 의무를 없애는 것은 무조건적으로 기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위의 조치를 받은 가해학생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피해학생의 상처 회복을 위해 지속적으 로 노력하는 경우 기재하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해학생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학생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뿐만 아니라 학부모의 재심이나 불복절차 역시 많이 감소할 것으로 판단된다. 경미한 사안에 대해 담임종결 또는 학교장종결 필요 각각의 학교에서 비슷한 사안을 전혀 다른 조치로 내리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학교폭력 사안을 몇 개의 방법으로 통일시켜야 한다는 발상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형평성을 강조한 강한 처벌만으로는 학교폭력을 없앨 수 없으므로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상황에 알맞은 조치를 내리는 것이 필 요하다. 그 조치를 내리는 과정 역시 밖으로 보이는 사안의 성격에 따라 똑같이 진행하기보다는 학교에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당사자들 간의 ‘대화’를 통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피해학생의 신체적 상처뿐 아니라 정신적인 상처까지 치유하고, 가해학생 역시 피해 학생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 폭력행위 재발을 막는 근본적인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학교 폭력사안이 발생했을 때 학생들 사이의 관계나 사안을 잘 알고 있는 담임교사에게 조정 권한을 법적으로 부여해야 한다. 법적으로는 보장되지는 않았지만 2012년 학교폭력예방법이 개정된 직후 ‘담임종결 사안처리’라는 것이 존재했다. 담임이 종결할 수 있는 사안과 없는 사안의 구분과 담임종결 사안 처리 에 대한 매뉴얼 등이 교육부에서 연수나 자료를 통해 공식화됐다.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매우 강화된 시기에도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학교폭력 사안을 처벌의 관점에서만 처리할 수 없음을 알고 그 대안을 제시했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 내에 단 2곳(38쪽, 52쪽)에 담임교사 또는 학교장 자체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이름으로 담겨 있을 뿐 어떠한 지침이나 처리 방법이 제공되고 있지 않다. 그렇다 보니 현재는 담임교사 또는 학교장 자체 해결할 수 있는 사안 처리는 이름만 있을 뿐 실제로 처리할 수 없는 방법이며, 만약 자 체해결로 처리했을 경우 모든 책임은 학교장이나 담임교사 또는 업무 담당자가 짊어져야 하는 입장이다. 과연 학생들 사이의 크고 작은 모든 분쟁을 학교폭력으로 간주하고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정말로 믿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학교 현장에서 담임이 종결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 처리하는 매뉴얼 등을 제공해서 경미한 사안에 대해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폭력의 가해학생에게 강한 벌을 통해 학교폭력을 없앨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본인의 잘못을 일깨워주고 상처를 준 피해학생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줘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선도조치가 개선돼야만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된다.
인사란 쉬운 것 같지만 쉽지 않다. 아니, 세상에 인사처럼 어려운 것도 없다. 살아가며 경우에 맞게 인사를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만약 내가 인사를 하고 상대가 내 인사를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였는지, 상대방 마음을 들여다보는 기계가 있다면 우리들 모두는 놀랄 것이다. 아니, 나는 그런 뜻이 아닌 인사였는데, 그걸 저 사람은 저렇게 기분 나쁘게 받아들 였단 말이야. 아니, 내 인사가 저렇게 건방진 느낌을 주었다는 거야. 아니, 나는 진정을 담아서 말했는데 저 친구에게는 시큰둥 하게 들렸단 말이야. 등등 이렇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스스로 검증해 볼 수도 있다. 근자에 모임에서 받았던 인사 중에 완벽하게 만족스러웠던 인사가 얼마나 되는지를 헤아려 보라. 나라는 존재가 진정으로 미덥게 존중받으면서, 동시에 상대의 인간적 덕성이 자연스럽게 와닿는 그런 인사를 얼마나 받았었는가. 아마도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인사는 이게 문제이고, 저 인사는 저게 문제이고 등등 인사 흠을 잡으려면 한도 끝도 없음을 바로 나 자신의 경험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인사를 하고도 인사의 효과는커녕 오히려 욕을 먹는 사람이 많다. 하나마나한 인사를 해서 ‘영혼이 없는 인사’라는 핀잔을 듣는다. 인사하는 속내가 너무 뻔히 비쳐 보여서 얄미울 때도 있다. 인사를 너무 이익 추구 전략으로 하면 인사말만 번지레하기 쉽다. 상대도 금방 간파한다. 나를 인성 나쁜 사람으로 파악한다. 내가 약은 만큼 상대도 약다. 인사에 안해도 좋을 말을 해서 다시 사과 인사를 하는 경우는 안타깝다. 상황과 맥락에 맞지 않는 인사를 해서 상대는 물론이고 주위를 민망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인사 능력은 그 사람의 ‘사회화(socialization) 능력’과 비례한다. 인사를 잘하면 이미 그는 ‘사회화’의 능력과 수준이 경지에 달한 것이다. 누가 어느 정도 ‘사회화’되었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이 지금까지 ‘교육받은 능력’을 대변하는 것이라 하지 않는가. 인사 능력으로 어린이들과 청소년의 사회화 지표 같은 것을 개발해 볼 수도 있을 것 이다. 인사는 상대가 나의 사람됨을 테스트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와도 같은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며 갑자기 인사가 조심스러워지고 부담스러워진다면 응당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찍이 20여 년 전에 국립국어연구원과 조선일보사가 공동으로 펴낸 우리말의 예절 : 화법의 실제와 표준은 총 430여 페이지 분량의 책인데, 인사말 화법에 관한 것이 거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이 책을 읽어보면 인사 제대로 잘 하기가 정말 쉽지 않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인사를 할 때, 이런 경우는 이런 인사말, 저런 경우는 저런 인사말을 쓴다는 것을 안다고 인사를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인사말에는 그 인사말을 쓰는 사회의 오묘하고 그윽한 문화의 결(texture)이 알게 모르게 다 스며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좋은 인사의 본질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인사말을 듣는 상대방이 기분 좋아야 한다. 그런데 이것도 쉽지 않다. 그냥 비행기를 태우고 아첨의 인사를 해서 기분 좋게 하는 것은 삼류의 인사이다. 상대는 그 자리에서는 잠시 기분 좋아할 수 있겠지만, 그런 인사를 들은 상대는 집에 가서 비판한다. “그 사람 너무 가벼워서 못 쓰겠어. 미더운 데가 없어.” 이렇게 되면 인사는 내 인격만 손상된 채, 안 하니만 못한 인사가 된다. 인사는 인사하는 쪽의 인간적 덕성도 함께 묻어 난다. 그러니 쉽지 않다. 물론 인사 받는 사람의 덕성이 자연스럽게 환기될 수 있으면 그것은 좋은 인사이다. 이런 데에 신경 쓰지 않고, 무난하게 쓸 수 있는 인사말이 있다. 이 인사말은 구태여 내 쪽에서 먼저 하지 않아도 된다. 상대가 무어라고 내게 안부를 묻거나 하면, 그 대답이 되는 말씀의 앞머리에 살짝 얹어서 말을 하면 된다. 그것은 ‘덕분에’라는 말이다. ‘덕분에’는 어떤 인사말에 사용해도 조금도 손해 볼 일이 없는 말이다.인사나 대화에 도움이 되면 되었지 손해가 되지 않는 말이다. 그간에 이 말을 그저 습관적인 상투어처럼 쓰게 되어서, 이 말의 깊은 속뜻을 음미해 볼 여지가 없었다. 정말 괜찮은 말이라면 그 뜻을 다시 살펴보아 좀 더 진정성 있는 말로 재탄생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냥 상투어로 방치하지 말고 말이다. 나를 괜찮은 인간 존재로 만들어 주는 말의 힘이, 바로 이 ‘덕분에’라는 말에 깊이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말 ‘덕분에’의 힘에 애착을 가지고, 이 말을 각성하여 쓰다 보면, 우리의 덕성(德性)도 고양되리라 생각한다. 아니, 그게 바로 이 말의 힘이다. ‘덕분에’는 ‘덕분(德分)’이라는 한자어에 보조사 ‘에’가 붙어서 된 말이다. 실제로 ‘덕분’이라는 말은 홀로 쓰이기보다는 ‘에’가 붙어서, 즉 ‘덕분에’라는 말로 한 덩어리를 이루어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어에서는 거의 그렇다. ‘덕분’이라는 말의 사전적인 뜻은 ‘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을 일컫는다. 그러므로 ‘덕분에’라는 말은 ‘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 때문에’라는 뜻이 되는 것이다. ‘덕분’이라는 말의 동의어는 ‘혜택’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혜택’이라는 말은 그 의미가 구체적으로 다가오는 데 비해서 ‘덕분’이라는 말은 왠지 막연하고 덜 구체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혜택’은 눈에 보이게 구체적으로 도움받은 내용이 있어야 쓰는 말처럼 인식된다. 반면에 ‘덕분’은 눈에 안 보이는 도움이나 은혜까지도 모두 포함이 되는 것처럼 인식된다. 스승이나 선배로부터 받은 인격적 영향이나, 도덕적 가르침 같은 것은 혜택이라기보다는 덕분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러니까 차원으로 보면 ‘덕분’이 ‘혜택’보다는 한 차원 더 높은 경지에 있는 은혜라 할 수 있다. ‘덕분에’는 인사 대화에서 많이 쓰인다. 이를테면 이런 경우이다. “그 동안 공부 잘하고 건강하게 지냈는가?”라고 윗사람이 안부를 물었을 때, “덕분에요”라고 하거나, “네, 선생님 덕분이에요”라고 대답하는 것 이다. 친구 사이라도 마찬가지이다. “방학 때 여행 간다더니 잘 다녀왔어?” “응, 덕분에 잘 다녀왔어.”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도움을 받은 일이 없더라도 “덕분에”라고 답하는 데에 이 말의 숨은 덕성이 있다. 평상시 상대가 내게 보여주는 일반적인 관심과 배려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되고 은혜가 된다는 인식을 보여 주는 것이니, 어디에나 감사가 충만한 심성을 잘 드러내는 것이다. 내가 너에게 해 준 것이 없는데 무슨 ‘내 덕분에’란 말이야. 만약 누가 이렇게 따진다면 그는 참으로 인간관계의 핵심을, 눈에 보이는 이익과 손해의 관계로만 파악하는 사람이다. 내 형편과 처지에 그냥 일반적인 관심을 가져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너의 은혜를 느끼고 너의 고마움을 느낀다. 이런 마음을 담아내는 인사가 바로 ‘덕분에’인 것이다. ‘덕분에’에 들어 있는 ‘덕(德)’의 가치를 모르는 것이다. 우리의 전통적인 인사법에서 상대가 지닌 덕을 예찬하고, 그 덕이 나에게까지 미쳐서 나를 이롭게 한다는 인식(‘덕분에’ 인식)은 아름답다. ‘덕의 이념’이 우리 일상의 생활문화로 와 있음을 이 말이 입증한다. 맹자가 양나라 혜왕을 만났을 때, 왕이 맹자에게 묻는다. 그대여 어찌하면 ‘이익 (利)’을 구할 수 있겠는가. 맹자가 대답한다. 왕이시여, 어찌하여 하필이면 ‘이익(利)’을 말하십니까. 이는 사서(四書)의 하나인 ‘맹자(孟子)’ 첫 페이지 첫 구절에 나오는 내용이다. 맹자는 나라 다스리는 근본 이치를 이(利)에서 찾는 왕을 설득한다. 나라 다스리는 중심이 이(利)가 아니고 덕(德)에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 맹자의 철학이다. ‘덕분에’도 이런 덕의 철학에서부터 발효된 우리의 인간관계 인식론이고, 인간관계에서 덕을 중시하는 우리의 대화철학이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 크리스마스카드와 연하장을 주고 받는다. SNS(소셜 미디어)로 진화된 수많은 종류의 카드와 연하장이 오간다. 그 안에는 각기 구체적인 인사의 내용이 적히겠지만, 상대의 복을 빌어주고, 상대 덕분에 나도 잘 지낸다는 뜻을 전하도록 하자. ‘너로 인해 내가 행복하다’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자. ‘덕분에’를 마음껏 말하고 전하자. 사실 우리 모두는 상호 ‘덕분에’의 관계로 산다. 누구의 덕으로 사는 것 같아 보이지 않지만, 우리 모두는 모르는 그 누군가의 덕분으로 산다. 만물의 살아가는 원리와 구조도 다 ‘덕분에’의 관계와 구조로 되어 있다. 생태주의 섭리가 이런 것 아니겠는가.
우리의 세계 여행은 점점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갔다. 옐로우나이프, 누구나 죽기 전 한 번은 마주하고 싶은 오로라가 존재하는 곳이다. 인생의 버킷 리스트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하는 오로라를 직접 볼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여행 시작 후 1년을 넘게 줄곧 따뜻한 나라로만 전전하던 우리는 기꺼이 영하 40도의 얼음 나라에 뛰어들기로 작정한다. 하지만 오로라 찬양에 앞서 캘거리에서 옐로우나이프로 가는 1,800km, 왕복 3,600km에 대한 웃음기 싹 뺀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다. 당시 우리에게는 돈보다 시간이 많았다. 캘거리에서 옐로우나이프로 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단 2시간이면 도착하는 비행기에 오르는 것이었지만 우리는 당연하다는 듯 렌터카를 선택했다. 캘거리 공항에서 차량을 렌트한 후 에드먼튼까지 반나절, 도로 옆 하얀 눈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보며 역시 차로 이동하길 잘했다고 우쭐대는 남편과 함께 희희낙락 거리며 도시를 빠져나가는 길이었다. 그날 따라 유독 자주 눈에 띄던 자동차 사고. 두 세 대씩 추돌한 사고는 예사 4중, 6중, 8중 추돌은 물론이고 거꾸로 뒤집힌 자동차도 여럿이었다. ‘아니, 캐나다가 이렇게 사고가 많은 나라였나?’ 고개를 갸웃거리는 찰나 남편이 소리쳤다. “도로가 이상해! 차가 이상한가? 아니 도로가 이상해!” 블랙 아이스(Black Ice). 눈과 습기가 도로 표면의 틈새로 스며들었다가 기온이 갑자기 떨어질 경우 생기는 얇은 얼음막을 가리키는 용어다. 두껍게 얼면 흔히 볼 수 있는 반짝반짝 빛이 나는 빙판길이 되겠지 만 표면만 살짝 언 블랙 아이스는 육안으로는 도저히 구분할 수가 없다. 즉, 속도를 줄일 새도 없이 빙판길을 주행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당황해서 브레이크를 살짝이라도 밟게 되면 자동차는 이미 통제할 수 없이 휘돌아버린다. 문제는 방금 전까지 멀쩡했던 도로가 단시간에 이런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남의 일인 양 스쳐 지난 그 사고들이 지금 당장 내가 겪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렌터카는 스노타이어 차량도 아니었고, 미처 스노체인도 빌리지 못한 상황이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우리는 옐로우나이프로 가는 도중 렌터카 회사 찾아 스노체인을 빌릴 생각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시라 부를 수 있을 크기의 마을은 만날 수 없었다. 결국 캘거리에서 옐로우나이프를 잇는 1,800km의 거리를 3박 4일간 시속 40km로 기어서 이동했다. 그리고 그중 두 밤을 차에서 보냈다. 잠을 잘 수 있는 숙소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뛰어가는 게 차라리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천천히, 안전을 먼저 생각하여 이동했다. 뭐라도 사 먹을 데가 보이면 시간에 상관없이 끼니를 때웠고, 해가 진 후엔 최대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쉼터에 차를 세우고 잠을 청했다. 한국으로 떠나는 비행기 표를 미리 예매해 뒀기 때문에 마음이 급했다. 그렇지만 언제 어느 순간 나타날지 모를 블랙 아이스 때문 에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이동 첫날밤, 숙소를 찾지 못한 우리는 차에서 밤을 지새웠다. 설상가상으로 기름도 넉넉지 않았다. 이러다 얼어 죽겠다 싶을 시점에 딱 한 번 히터를 틀었을 뿐이었다. 극한 체험이란 게 이런 걸까? 이틀째 되는 밤, 운 좋게 이 한겨울에 운영중인 모텔을 발견했고 그 밤은 따뜻했다. 하지만 다음날 우리는 경악했다. 자동차 트렁크에 있던 1.5리터짜리 물 10병이 모두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얼어 있었기 때문이다. 영 하 40도의 위엄이었다. 결국 세 번째 밤도 차에서 잠을 잤다. 여행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천천히 돌아가는 여행이 늘 옳지만은 않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생사를 위협하는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긴 후 도착한 옐로우나이프. 도시 내 전광판에 적힌 숫자는 영하 26도를 가리켰지만 눈에 보이는 숫자 따위는 중요치 않았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도시의 불빛들이 그렇게 따뜻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성냥팔이 소녀가 넘겨다 본 창문 너머 세상이 이랬을까 생각하며 인포메이션 센터 앞에 차를 멈추었다. 다시 돌아갈 길을 생각하면 옐로우나이프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3일 정도.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3일 밤낮의 계획을 세웠다. 첫날은 오로라 빌리지 투어를 다녀왔다. 호텔 앞으로 찾아온 픽업 버스가 어둠의 통로를 지나 동화같이 아름다운 오로라 빌리지 내부에 사람들을 풀어놓았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 람들의 뒷모습이 마치 작은 눈의 요정들처럼 나풀거렸다. 오로라 관측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이 빌리지 내부에는 원주민들의 원뿔형 전통 천막인 ‘티피’가 여러 개 있 었다. 티피 내부에는 난로, 테이블과 의자, 다과와 차 등이 마련되어 있어 오로라의 출현을 기다리며 이겨내야 하는 극지방의 추위를 비교적 쉽게 맞설 수 있었다. 티피 안에서 몸을 녹이고 있는데, 밖에서 들리는 사람들의 환호성에 오로라가 나타났음을 알 수 있었다. 오로라 빌리지는 그야말로 생에 꼭 한 번은 들러야 할 멋진 곳으로 손꼽을 수 있지만 일일 경비가 1인 10만 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두 번 이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둘째 날, 우리는 직접 렌터카를 타고 오로라가 출현하는 지역을 찾아 나섰다. 옐로우나이프의 지리를 잘 모르거나 오로라 관측 지수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도 실패할 확률이 높아 추천 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자리 잡은 곳 옆에 마침 오로라 헌팅 차량이 있어서 자신 있었다. 오늘 밤, 오로라를 볼 수 있겠구나! 다행히도 사서 고생하며 도착한 옐로우 나이프 곳곳에서 3일 내내 오로라를 마주 할 수 있었다. 밤하늘의 신과 같은 오로라너무도 자유분방했고, 한없이 경이로웠다. 언제, 어느 순간, 어디에서 나타날지 인간은 알 수 없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예정된 것도, 예측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그저 신의 마음가는 대로 나타났다 사라지기 때문에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그 기다림이 아주 짧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조금 길 수도 있다. 분명한 건 오로라를 보는 순간 신기하게도 모든 것이 괜찮아진다는 사실이다. 꽁꽁 언 손과 발도, 기다림에 지친 마음도 눈 녹듯 사라진다. 희미하게 시작된 오로라가 차디차고 쓸쓸한 거대한 밤하늘을 순식간에 뒤덮는다. 녹색, 보라색, 핑크색 등이 혼합된 거대한 커튼이 되어 찬란하게 휘날린다. 어느 순간 휙 사라지는가 싶더니 반대편 하늘에서 다시 소생한다. 신의 영혼, 마법같은 대자연을 마주하며 그 위대함 앞에서 나는 그저 너무도 어린, 작은 생명임을 깨달았다. 인생에서 ‘만약에 다시 돌아가는 것’이 가능하다면 생각해봐야 할 조건이 있다. 현재의 기억을 갖고 돌아갈 수 있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 하는 조건이다. 다시 옐로우나이프로 향하는 출발점에 서게 됐을 때, 전자라면 당연히 비행기를 택할 테지만 후자라면 우리는 지난 여행과 똑같은 길을 걸어갈 것 같다. 그래서 그 끝이 더 찬란하게 빛이 났음을 나는 안다. 세 단어로 알아보는 캐나다 1. 옐로우나이프 오로라는 북극과 남극에서 모두 볼 수 있지만, 북위 60~80도 사이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일년 내내 오로라를 볼 수 있는 60~70도 지 역을 오발(oval)이라고 하는데, 옐로우나이프가 딱 북위 62도에 해당한다. 옐로우나이프는 오발 지역에 속하는 지역 중 정기 항공을 운행하는 거의 유일한 곳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옐로우나이프에서는 오로라 관측 외에 개썰매, 설피, 스노모빌 등도 체험할 수 있다. 2. 오로라 오로라는 ‘새벽’이라는 뜻의 라틴어로, 1621년 프랑스의 과학자 피에르 가센디가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여명의 신 아우로라(Aurora, 그리스 신화의 에오스)의 이름을 딴 것이다. 옐로우나이프에서 겨울 오로라를 보기에 적합한 시기는 11월에서 4월까지다. 이때 옐로우나이프에 사흘을 머물면 오로라를 볼 수 있는 확률은 95%에 이른다. 3. 가는 길 인천에서 옐로우나이프로 가는 직항 편은 없다. 밴쿠버에서 캐나다 국내선을 이용하여 캘거리 또는 에드먼튼을 경유하여 옐로우나이프로 이동해야 한다. 에어캐나다는 인천에서 밴쿠버 구간을 매일 직항으로 연결(9시간 50분 소요)하며, 한국에서 출발해 최종 목적지인 옐로우나이프까지는 대기 시간을 표함해 16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아이들은 왜 그렇게 동물 이야기를 좋아할까? 옛이야기, 전래동화에는 왜 그렇게 동물 이야기가 많이 등장할까? 우선 동물은 사람이 아니면서 살아있는 존재다. 사람처럼 생명을 가졌고 움직이고 때로는 감정과 정서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존재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동물은 아이들의 연령에 따라 받아들이는 감수성의 정도가 다른데 어릴수록 정서적 동일시의 폭이 더 깊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동화 속 동물의 등장에 아이들이 진짜 환호하며 반짝이는 두 눈으로 몰입할 수 있는 진짜 큰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동물은 동물이기 때문이다. 사 람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존재지만 결코 사람일 수 없다. 즉, 언제든 적당한 거리 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아이들이 동화 속 동물을 좋아하는 진짜 이유인 것이다. 특히 동화에 깊이 빠지는 나이 때의 아이들이 가지는 심리적 불안감, 죄책감을 대신할 수 있는 존재가 동물이라는 것이 흥미로운데 이는 본격적인 오이디푸스기에 들어가는 3세부터의 아이들이 드디어 동화의 재미를 알게 되는 것과 관련이 깊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때로는 엄마를 죽이고 싶다거나 아빠를 사라지게 했으면 하는 무의식적 욕망을 품게 된다. 물론 그것은 입 밖으로 뱉어지지 못하고 의식의 물 위로 올라오지도 못한다. 동생이나 손위 형을 둔 아이들 역시 매우 치열한 동기 간의 갈등을 느끼는 시기가 이때인 데 이 문제 역시 본격적으로 의식 위에 올리기에는 두려운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바로 이때의 훌륭한 도피처가 동화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동화 속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동물들은 자신을 대신해 계모를(그러나 사실은 자신의 친모를) 혼내주기도 하고 또 때로 는 아무것도 못하는 주인공을(그러나 사실은 자신을) 필요할 때마다 나타나 도와준다. 뿐만 아니라 산속의 왕으로 군림하는 호랑이를(사실은 자신의 아버지를) 성장한 주인공이 죽이는 역할을 대신해 주기도 하니 이보다 안전한 ‘복수’의 현장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전래동화 속의 동물들은 이것 외에도 상당히 많은 상징적 의미들을 갖게 되는 데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의 ‘호랑이’는 특히 매우 다양한 의미로 읽히는 대표적 이야기 소재다. 먼저 ‘호랑이’는 맹수로서의 무서운 호랑이 모습도 있지만 보통 위험에 처한 인간을 도와주고 곤란을 해결해 주는 신격화된 모습부터 아예 인간처럼 욕심을 부리고 질투하고 남의 것을 뺏는 모습까지 나타내기도 한다. 국내의 융(Carl Gustav Jung) 연구자들은 호랑이 상징이 이 모든 것들을 담고 있다고 말하는데, 대표적으로 ‘새로운 성장, 어머니, 시작, 창조와 파괴, 우주, 성장, 보살핌, 모성, 피난처, 태양, 신성성’ 등이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모성, 보살핌’ 부분인데 이는 신격화된 호랑이의 모습을 ‘도움, 양육, 생명력’ 등으로 이해하는 것으로 무서운 맹수로 심판하고 징치하는 신의 모습 보다는 좀 더 자애로운 보살핌의 신으로 호랑이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사람들이 ‘요구하는’ 신의 모습이 무서운 존재에서 점차 따뜻하고 품어주는 존재, 의지하고 싶은 존재로 바뀌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우리 옛이야기 속에는 이렇게 보살피고 도움을 주는 호랑이 이야기가 아주 많다. 잠깐 들여다보자. 혼자가 된 시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며느리가 있었다. 그런데 이 며느리도 전쟁에 나간 남편의 소식이 끊겨 과부로 살고 있는 형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며느리는 다시 시집을 가라는 친정의 부추김에 솔깃해 시집을 갔다. 그러나 시집 간 날 밤 며느리는 예전 시아버지 걱정에 안절부절 못하는데 그때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그 호랑이를 타고 다시 돌아온 며느리는 어느 날 시아버지의 저녁상을 차리는데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나 나가보니 밖에는 전사한 줄 알았던 남편이 있는 것이었다. 호랑이가 남편을 업어 온 것이다. 이외도 호랑이가 어느 효자를 등에 태워 다니며 그의 거동과 시묘살이를 도와주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팥죽할멈과 호랑이’,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등에서 나타난 호랑이는 약탈, 강탈, 욕심, 죽임, 잔인, 교활 등으로 부정적 의미의 호랑이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사회학적 관점에서는 당시의 지배자, 탐관오리 등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정신분석적 측면에서는 일부, 강함, 지배, 절대자 등의 의미로 법과 질서를 대변하는 ‘부성(父性)’으로 읽히기도 한다. 또 주목해 볼 부분은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에서의 호랑이다. 이 호랑이는 지금 아이들이 자주 접하는 전래동화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지만 1927년부터 ‘신민(新民)’이라는 저널에 ‘조선민족설화의 연구’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채집 설화들을 소개한 손진태에 의하면,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를 넘어서서 치마, 저고리, 바지, 속적삼 순으로 모두 뺏기고 나신으로 남은 어머니가 결국 팔과 다리까지 차례대로 잡아먹히는 장면이 나온다(日 月傳說). 이것은 성적 착취자인 호랑이를 표현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신체 분해’라는 과정을 통해 힘겨운 자신의 상황을 벗어나 환상 속으로 도피하는 어머니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설명도 있다. 다시 말해 어린 네 아이를 키우는 간난신고의 삶 속에서 자신을 옭아매던 현실을 벗어나 또 다른 자신으로 태어나고 싶은 어머니의 소망이 담긴 것이 바로 호랑이라는 이야기다. 동화 속에서 어머니를 죽이고 아이들을 찾아와 어머니 흉 내를 내는 호랑이를 아이들이 계속 ‘어머니’라고 부르는 장면이나, 실제 아궁이 앞에 앉아 밥을 하는 호랑이를 계속 ‘어머니’로 지칭하는 동화 속 화자를 보면 이 부분에 대한 나름의 이해가 가능하다. 전래동화에 자주 등장하는 또 다른 동물은 소다. 특히 아이들이 거의 모두 알고 있는 신데렐라나 콩쥐팥쥐에도 소가 등장한다. 여기게 등장하는 소는 특히 ‘암소’로, 주인공인 신데렐라나 콩쥐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나타나 밭일을 돕는 등 곤란을 이겨내는 도움과 힘을 주는 존재다. 보통 전래동화 속 ‘소’는 우직함, 성실함, 신뢰, 평화, 제례의식 등의 상 징으로 사용되는데 특히 주목할 것은 ‘암소’라는 부분이다. 콩쥐팥쥐에서도 보이지만 이 암소는 보통 죽은 어머니의 환생적 존재로 얘기되고 실제로도 옛이야기에 등장하는 ‘소’ 또는 ‘암소’는 모성, 생산력, 어머니 등으로 직접 상징되기도 한다. 또한 융의 분석심리학에서는 특별히 ‘태모’로서 더 근원적이고 원형적인 의미로 소 상징을 바라보고 있다. 무엇보다 전래동화 속 ‘소’는 여자아이들의 발달단계를 돕는 존재로도 많이 나타나는 데 신데렐라나 콩쥐가 새엄마에 의해 강요받는 ‘노동’들이 보통 밭을 갈고, 콩이나 잡곡을 골라내고, 물을 기르는 등 전래로 여성의 노동을 표현하고 있다는 데서 알 수 있다. 동화 속 주인공들 중 남자아이들의 성장이 보통 집을 떠나 갖은 모험과 위험을 이기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결론지어지는 데 반해 여자 주인공들은 콩쥐, 신데렐라의 경우처 럼 힘겨운 가사 노동을 하나하나 이겨내는 줄거리들로 채워져 있다. 실제로 그림동화 중 ‘홀레 아주머니’ 속 주인공이나 우리나라의 바리데기 이야기에도 대부분의 여주인공들은 빵을 굽고, 빨래하고 물을 기르는 노동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때문에 이런 과정을 돕는 존재로 태고 때부터 생산력과 모성의 존재로 상징되는 ‘소’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전래동화는 물론 신화, 민담 등에는 이 외에도 매우 많은 종류의 동물들이 등장한다. 여기서 다루지 못한 물고기는 우리나라에서 ‘수신(水神)’으로 얘기되는 용을 다룰 때 다시 한 번 살펴보자.
마음이 곧 이치다. 마음이 이치라고 말한 사상가가 있습니다. 그의 철학을 심학(心學)이라고 부릅니다. 세상의 이치가 이미 나에게 갖추어져 있다지요. 그러니 마음을 살피면 누구든 도덕적 행위를 할 수 있고 윤리적 인간으로 살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그가 바로 왕양명입니다. 그는 심즉리(心卽理)를 말했습니다. 마음이 곧 이치이자 진리, 마음을 통해 답을 찾을 수 있고 마음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했습니 다. 왕양명은 심즉리를 말하면서 주희가 말한 성즉리(性卽理)를 부정했습니다. 외재적인 진리, 타율적 도덕을 거부하고 내재적인 진리 즉, 자율적인 도덕을 주장했는데 사상사의 지각변동을 일으킨 인물이지요. 살아 있는 인간 마음 안에서 진리를 찾을 수 있고 모든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다하면 군자와 성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 왕양명은 구름 위의 진리가 아니라 땅 위의 진리, 성인만의 진리가 아니라 모두의 진리, 사람 밖의 진리가 아니라 사람 안의 진리를 말한 사람입니다. 그의 심즉리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하기 전에 주희의 성즉리 이야기를 좀 해보지요. 주희는 인간의 마음을 성(性)과 정(情)으 로 나누어 보았는데요. 인간의 마음과 활동은 대부분 정(情)으로만 드러난다고 했 지요. 정은 말 그대로 감정입니다. 희노애 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과 같은 칠정의 모습으로 드러나는 데 악하게 드러날 여지도 많고, 제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욕심과 함께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요. 인간의 마음 중, 정(情)이란 게 그렇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에는 성(性)도 있습니다. 성은 인간의 마음 안에 있는 순수한 본 성으로 태어날 때 하늘에게서 선사받은 것이죠. 또 여기저기 우주 안의 다른 사물 안에서도 내재되어 있다고 주희는 말했습니 다. 순결한 이치가 담겨 있고 순선한 것으 로서 인간의 마음 중에 이 본성으로서의 마 음이 중한 것이고 어떻게든 잘 지키고 마주 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것이 상당히 어렵다고 했어요. 보통의 인간은 정으로서 드러나기 쉽고 칠정에 휩싸인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든 성을 봐야 하고 성을 부여잡아야 하는데도 말이죠. 성과 정에 대해 비유를 들어 설명해보지요. 쟁반 위에 물이 있고 물 안에 구슬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물이 흐려서 구슬이 잘 안 보입니다. 하지만 수양의 경지가 높은 사람은 물이 맑아 영롱한 구슬이 잘 보이는데 그 영롱한 구슬이 바로 성이라는 것이죠. 탁한 물은 인간의 욕심과 감정이고요. 영롱한 구슬과 같은 성은 마음의 순수한 본체이고 그것이 바로 이치이고 진리입니다. 그 성을 잘 찾아야 하는데 내 마음을 보고 바로 그 성을 직시하기가 쉽지 않으니 밖으로 인식의 창을 열어서 사물 하나하나의 이치를 궁구해보면 어느 순간 내 마음의 순선한 본체이자 우주적 진리인 그 성이란 게 보인답니다. 주희가 만든 성즉리의 성리학이 이렇게 진리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은데 왕양명의 심즉리는 간단합니다. 그냥 마음이 곧 리(理)입니다. 왕양명은 마음을 성과 정으로 분리해서 보지 않습니다. 마음 안에 깊숙한 곳에 있는 어떤 것이 바로 리가 아니라 그때그때 사물과 사태를 접할 때 드러나는 마음 안에 있는 것이 바로 이치라는 것이죠. 주희에 비해 진리에 다가가는 진입 장벽이 정말 낮은데요. 안 그래도 왕양명의 철학은 사대부만이 아니라 상공인을 비롯한 사회 하층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지요. 엘리트주의와 거리가 멀고 교육과 문화의 수혜자들이 아닌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요. 마음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제자 서애가 물었습니다. “부모를 섬기는 효도, 임금을 섬기는 충성, 벗과 사귀는 믿음, 백성을 다스리는 어짊 등 그 사이에는 수많은 이치가 있으니 그런 이치들을 반드시 알고 숙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스승 왕양명이 탄식하며 말했습니다. “그러한 학설의 폐단이 오래되었으니 어찌 한마디 말로 깨우칠 수 있겠는가. 우선 그대가 질문한 것에 나아가 말해보자. 가령 부모를 섬기는 경우 부모에게서 효도의 이치를 구할 수 없고 임금을 섬기는 경우 임금에게 서 충성의 이치를 구할 수 없으며 벗과 사귀고 백성을 다스리는 경우도 벗과 백성에게서 믿음과 어짊의 이치를 구할 수 없다. 모두가 다만 이 마음에 있을 뿐이니 마음이 곧 리( 理 )다. 이 마음이 사욕에 가려지지 않은 것 이 바로 천리( 天理 )이니 밖에서 조금이라도 가져와 보탤 필요가 없다. 이 순수한 천리의 마음이 부모를 섬기는 장에서 드러난 것이 바로 효도고 임금을 섬기는 장에서 드러난 것이 바로 충성이며 벗과 사귀고 백성을 다스리는 장에서 드러난 것이 바로 믿음과 어짊이다. 다만 이 마음에서 인욕을 제거하고 천리를 보존하는 데 힘쓰기만 하면 된다.” 부모를 모실 때는 효, 임금을 섬길 때는 충, 벗과 사귈 때는 믿음, 백성들을 다스리고 할 때 어짊 등 그때그때 지켜야 할 도덕 원리들이 있습니다. 추상적인 도덕원리 말고도 세부적인 절목과 구체적인 규범들도 있을 것인데 왕양명은 그다지 그런 원리와 규범들 하나하나에 집착하지 않았습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고 했습니다. 내 마음만 다하면 됩니다. 모두 마음일 뿐입니 다. 인(仁)이고 충성이고 신의고 어짊이고 효이고 모두 그때그때 사욕에 물들지 않은 마음이 발현되어 나온 것뿐이니 세부적인 절목에 집착하거나 얽매이면서 스트레스 받을 것 없습니다. 사적 욕망을 물리치고 내 본연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매사에 비추어내면 절로 효와 충, 신과 인을 구현할 수 있으며 예의범절 에 어긋나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가령 여름에는 저절로 시원하게 해드릴 방법을 찾을 것이며 겨울에는 저절로 따듯하게 해 드릴 도리를 다하는 것입니다. 내 마음에 충실하기만 하면 그럴 수 있습니다. 심외무사(心外無事) 즉, 마음 밖에 일 없고 심외무리(心外無理) 즉, 마음 밖에 다른 진리 없습니다. 오직 내 마음 안에서 구하면 됩니다. 양능(良能)과 양지(良知) 맹자는 성선을 말했지요. 즉 인간 본성은 선하다고 했습니다. 맹자는 인간에게 배우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양능(良能)과 생각하지 않고도 알 수 있는 양지(良知)란 게 있다고 한 것입니다. 각각 선천적인 도덕 원동력과 선천적인 도덕 인식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왕양명은 이 둘을 합쳐서 양지(良知)라고 했습니다. 마음은 자율적으 로 시비(是非), 호오(好惡) 판단을 할 수 있고 이치를 드러낼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양지인 것이죠. 마음이 양지이고 인간은 모두 마음이란 게 있는데 그 양지란 것은 누구든 다 가지고 있습니다. 그 마음을 다하면 신분과 학력 수준에 상관없이 누구든 도덕적 주체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인데 성선을 말하며 인간의 긍정성을 말한 맹자 의 입장을 더 크게 밀고 나간 것이죠. 그래 서 맹자를 계승해 강한 도덕주체, 거대자 아를 확립한 사람입니다. 그런데요 전 맹자보다는 공자를 우선 이야기하고 싶네요. “어짊이란 게 멀리 있느냐. 내가 하고자 한다면 곧 인은 이르는 것이다.” _술이편 30장 “사람이 도를 넓히는 것이지 도가 사람을 넓히는 게 아니다.” _위령공편 29장 긍정성을 가장 먼저 말한 사람, 누구든 할 수 있다고 말한 사람, 모두가 군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 사람, 호학과 위기지학을 말하면서 대상화되지 않는 공부, 수단에 한 정하지 않고 삶 그 자체이며 즐거운 일상이 되는 학문을 말한 사람이 공자입니다. 왕양명을 말할 때는 바로 공자를 먼저 말해야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순히 인간 마음만을 긍정한 사람이라고 하면서 맹자와만 연관 짓는 것은 왕양명의 문제의식을 너무도 좁게 이해하는 것인데 맹자보다는 공자와 더 많이 연관되고 공자적 문제의식을 밀고 나간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공자와 왕양명은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공자 이전에 덕(德)이란 것은 주로 지배계 층이 쌓아야 할 것이었고 학문은 가문 내에서 비전(祕傳)의 형태로 많이 전수되었으며 군자라는 것은 철저히 신분, 혈통적인 의미였지요. 군(君)의 자(子)는 말 그대로 임금의 아들들, 요샛말로 하면 금수저, 통치계층이란 의미였는데 그것을 공자는 도덕 수양의 맥락으로 재해석하면서 누구 든 열심히 공부를 하면 군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공자는 유교무류(有教無類)라고 하면서 배움의 문을 누구에게든 활짝 열어놓았는데요. 사실 왕양명의 심즉리와 양지라는 것도 사실 어쩌면 공자적 문제의식의 부활이며 계승일지도 모릅니다. 길거리의 모든 사람이 성인이다. 주희는 진리에 진입장벽을 높게 쳐놓았습니다. 그가 말하는 성즉리는 진리를 저위 구름 위에 올려놓았고 다분히 신분 차 별적 요소가 있으며 그가 말했던 규범은 당위로서만 제시되고 타율 도덕적인 성격이 강했습니다. 왕양명은 주희가 구름 위로 올려놓은 진리를 땅 위로 가지고 내려와 누구든 접근이 가능하고 지킬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놓았지요. 왕양명은 모든 인간의 마음 안에 리가 있다고 했고, 저잣거리의 모든 사람이 요순이라고 했는데 주희로 인해 공자적 전통에서 다소 벗어난 유교의 가르침을 다시 공자에게로 돌려놓은 셈이라 할 수 있지요. 누구에게나 학문의 문호를 열어놓았고 누구든 군자가 될 수 있다고 공자는 말했는데 왕양명은 누구든 요순이라고 했습니다. 전 그래서 왕양명을 논하고 이야기할 때 공자의 제자임을 우선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의 텍스 트 전습록을 보면 더욱 공자와 비슷한 점이 보입니다. 논어와 전습록 “자하가 말했다. 널리 배우고 뜻을 독실하게 하고 절실히 물으며 가까이에서 생각을 벼린다 (子夏曰:「博學而篤志, 切問而近思, 仁在其中矣).” 주희의 텍스트 근사록(近思錄)이 바로 자장편 6장의 말에서 나왔다면 왕양명의 텍스트 전습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하루에 세 가지 사항으로 날 반성하 는데 다른 사람을 대할 때 마음을 다했는가? 벗과 사귈 때 믿음이 있었는가? 스승이 전해준 것을 충분히 익히지 않았는가? (曾子曰:「吾 日三省吾, 為人謀而不忠乎?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 전수받은 것을 익히지 않았는가(傳不習 乎)? 여기서 바로 전습록이란 텍스트의 이름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학이편 3장이 증 자에 말에서 기원한 것인데 전습록의 주인 공은 왕양명이지만 전습록의 저자는 왕양명이 아닙니다. 그 책에 조연으로 등장하는 제자들과의 공동 저작이지요. 전(傳), 전해주려 애쓰는 스승과 역시나 습(習), 익 히려 애쓰는 제자들 간에 쌍방향 커뮤니케 이션 어록집이 바로 왕양명의 전습록인데 논어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논어(論語)는 논(論)하고 어(語)한 것 아닙니까. 어(語)는 단순히 말하다가 아니라 답하다. 즉, 끊임없이 묻고 답하고 논하고 그랬던 공자학 단 학문공동체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 드러난 게 논어지요. 논어라는 공동저작물 의 원조는 요샛말로 하면 리얼리티쇼라고 할 정도로 독보적인 사실성이 보이는 고전인데요, 전습록도 마찬가지입니다. 각각의 장면이 웹툰의 한 컷 같기도 하고 무대의 한 장면 같기도 합니다. 논어를 보면 공자와 말들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제자들이 단순히 제자가 아니라 등장인물 같고 정해진 역할과 부여받은 캐릭터가 있는 배우들 같은데 전습록도 그러합니다. 전습록도 보면 제자들의 존재감이 대단하지요. 주희 같은 경우 근사록과 주자어류(朱子語類)를 보면 제자들과 주거니 받거니 했지만 주자의 권위가 너무 강하다 보니 제자들의 색과 개성이 안 보입니다. 제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스승에게 이것저 것 중구난방식으로 묻기도 하는 그런 인간적인 모습이 없고 사람 냄새가 안 나는데, 전습록은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선생과 학생이 계속해서 말을 주고받습니다. 그렇 게 해서 만들어진 공동체의 어록집이 전습록입니다. 그러니 자연히 선생과 교육자로 서의 모습이 진하게 드러날 수밖에요. 공자께서 곡을 하신 날에는 왜 노래를 부르지 않으셨나요? 맹자의 중(中)을 잡되 헤아림이 없다면 한 가지를 고집하는 것과 같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요? 도는 하나일 뿐이지만 옛사람이 도를 논한 것은 종종 같지 않습니다. 도를 구하는 데도 어떤 요점이 있나요? 어떤 사람이 밤에 귀신을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지적이고 철학적인 토론, 역사적 주요인 물에 대한 논평, 무거운 학문적 주제. 공인 된 유가경전(儒家經傳) 자구에 대한 질문 만이 아니라 일상의 이야기, 개인적인 고민, 삶의 현장성이 보이는데 정말 별걸 다 묻고 별걸 다 대답하지요. 그 장면을 하나 하나 뽑아보노라면 왕양명의 눈에 띄는 면모가 있습니다. 바로 상담가로서의 면모입 니다. 상담가로서의 역할은 교육자에게 중요한 것이 아닐수 없습니다. 다음 시간엔 그와 제자들 간의 문답을 보면서 상담가 왕양명 이야기 본격적으로 해보겠습니다.
라오스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메콩강이다. 중국 청해성에서 발원해 운남성을 지나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지나는 4,180km의 세계 12번째인 메콩강은 라오스 서쪽 지역의 북부부터 남부 끝까지 흐르면서 중국,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와 국경선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백두산에서 발원한 압록강이 신의주까지 와 서해 해안선을 따라 남포, 해주, 인천, 고창을 거쳐 내륙으로 들어가 보성 앞바다로 흘러가는 모양이다. 이 강을 따라 평야가 발달하고 도시와 인구가 밀집해 있기 때문에 메콩강은 라오스의 젖줄과도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필자가 13번 국도를 따라 라오스 중부의 수도 비엔티엔에서 서남단의 참파섹 주까지 700여 km를 가면서 바라본 메콩강은 모든 강의 어머니라는 뜻처럼 한없이 자애로웠다. 11월이 건기임에도 풍부한 수량으로 때로는 도도히, 때로는 유유히 흘러가는 모습은 가난한 나라에서 탈출하겠다는 라오스의 비장한 각오와 절박함과는 대조적으로 여유롭고 포근해 보였다. 라오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 정식 명칭인 사회주의국가 라오스의 제1과제는 세계 최빈국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사회주의국가의 상징인 계획통제경제는 이미 시장경제에 자리를 내 주었다. 그래서인지 조그만 마을에도 활력이 넘쳤다. 하나라도 더 팔려는 아낙네들의 끈질김과 간절함은 마치 우리의 70~80년대를 보는 것 같았다.불도 꺼지고 인적도 거의 없는 늦은 밤에도 거리의 한켠에서는 장사를 하고 있어 이들이 오히려 자본주의의 치열함을 실천하는 듯이 보이기도 했다. 49개의 민족으로 구성된 인구 약 710만 명의 동남아시아 내륙국가인 라오스는 그들의 50%가 20세 이하이며 33%는 15세 아래로 추정되는 젊은 나라이다. 사회주의 국가가 자본주의를 실험하고 있는 이 나라에서 교육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가 궁금해진다. 지구촌 다른 한편의 교육공동체가 품고 있는 교육에 대한 고민과 희망은 라오스의 오늘과 내일을 바라보는 창이며 또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도 크다. 교육은 라오스 경제발전의 또 다른 초석 학교 방문과 교사, 교육관료 등을 만나면서 느낀 것은 라오스가 국가발전 전략에서 교육의 역할을 매우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경제발전에 가장 절실한 것이 외부세계로부터의 원조와 투자 유치이지만 이를 내부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것은 인적자원이라는 인식을 깔고 있었다.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의 시대를 이끌어 나갈 재능 있는 인재와 그들이 만든 미래사회에서 자신은 물론 국가를 위해서도 기여하는 지식과 기술을 가진 평범한 인재 육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었다. 수월성과 평준화 교육을 적절히 혼용한 것이다. 초등학교부터 정기적인 시험을 통해 학업 우수학생을 찾아내고 이들을 주 단위에서 한 번 더 걸러낸 뒤 전국적 시험에 내보내 시상하고 격려하는 한편, 이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전자의 예라면 초등에서 읽고 쓰기 교육을 강화하면서 점차 중·고등학교 진학률을 높여가는 정책은 후자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각종 지표상으로 볼 때 라오스의 교육은 서서히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정부는 2015년에는 공식적으로 ‘초등교육의 전국적 균질실행 계획’이 완료되었다고 선언했다. 학교가 위치한 지역에 관계없이 라오스 초등학생이라면 누구나 질적 차이가 없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 마련을 완료했다는 뜻이다. UN이 2015년까지 달성을 제시한 새천년개발목표(MDG)의 초등 취학률 90%도 이미 2012년 달성했고 현재는 지속가능한발전 목표(SDG)와 연계, 교육의 내용 개선을 통해 라오스 국민을 보다 더 질 높은 전문가로 육성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의무교육인 초등학교 취학율의 100% 달성을 넘어 중학교까지의 의무교육도 추진하고 있다. 라오스 교육의 난제 - 49개 민족, 3분의 2가 시골 거주 라오스 교육당국의 선언과 발표는 통계 자료상이나 큰 틀에서 볼 때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육시설과 같은 학교 인프라는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남아 있었다. 필자가 방문한 호아이라(houayla)초등학교는 수도 비엔티엔에서 버스로 1시간 떨어진 시골마을에 있었다. 5개 교실과 교무실을 갖춘 단층의 이 학교는 민간단체인 한국-라오스 친선협회가 2년여의 준비과정과 공사를 거쳐 새로 지어 넘겨준 것이다. 교장선생님과 교사의 안내로 교실과 교무실을 둘러보았다. 가지런한 책상과 의자, 책가방, 칠판 좌우에 붙은 시간표와 아이들의 그림으로 장식한 교실은 ICT 장비와 에어컨만 있다면 우리의 교실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학교 사정은 달랐다. 학교기증을 위해 이 학교에 온 한국-라오스친선협회 오명환 회장은 “이전의 학교는 멀리 떨어져 있었고 시설도 매우 낡아 불편했지만 재정적 한계로 개축이나 신축을 할 수 없어 우리에게 원조를 요청해 왔다”면서 “이 학교를 라오스에서 으뜸가는 학교로 발전시키기 위해 앞으로도 도서관, 진입도로, 운동장, 놀이터, 우물설치를 지원하고 장학금 지원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오스 교육당국도 부족한 학교 인프라의 확충을 위해 학교를 지어주거나 물품을 원조 받는 것에 대해 적극적이었다. 이 학교의 기증식에도 교원, 학생은 물론 교육청 담당자, 지역의 주요인사, 학부모들이 나와 행사에 참여하고 좀 더 좋은 환경의 학교를 가지 게 되었다는 데 매우 만족해하고 고마워했다. 라오스 교육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49개 민족’과 ‘인구 2/3의 시골거주’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49개 민족의 존재는 라오스가 인종적, 문화적, 언어적으로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도 되지만 농촌 등 시골지역 거주 인구가 많다는 것과 맞물려 교육당국이 풀어야 할 난제이기도 하다. 즉, 수많은 자연부락에 흩어져 살고 있지만 인종적으로 서로 다른 국민들을 어떻게 교육하느냐가 봉착한 문제인 셈이다. 라오스가 학교에서의 공용어를 다수 민족이 쓰고 있는 라오어로 하고 있지만 통계에 따르면 47%의 학생은 집에서는 이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 공용어가 80여 개의 언어 중 하나이기 때문인데 라오스 학생의 반이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교육당국도 이의 해결을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쓰고 있는데, 읽고 쓰기 프로그램(literacy program)을 강조하는 것도 그 중의 하나다. 이를 통해 학생들 이 공식 언어인 라오어에 자신감이 붙으면 학습에 대한 흥미와 열의도 같이 높아져 간다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또 하나가 소그룹학습을 장려하는 것인데, 이것은 학습단위를 작은 모둠으로 나누면 학생들간 접촉 기회가 많아질 뿐만 아니라 상호 협력도 일어나 소수 민족 출신도 수업에 적극적이 되어 언어문제도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학교시설 개선의 여력이 없는 것도 시골 인구가 많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83만여명 의 초등학생이 전국의 8,800여개 학교에 흩어져 있고 그 중 2,700여개 학교는 교사 1, 2명이 배치될 정도로 소규모이며 길도 변변치 않는 오지에 있다. 교육당국이 초등교육의 전국적 균질화를 추구한 이면에는 이러한 민족적 지역적 교육격차를 없애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학생중심수업, 그러나 상명하달(TOP-DOWN) 방식의 교육 거버넌스 한 나라의 교육은 교사의 수준을 넘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개혁과 개방이라는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는 라오스에서 교육자의 일상을 엿보는 것은 라오스의 교육을 이해하는 데 유용했다. 라오스는 “스승은 또 다른 부모다”는 말을 쓸 정도로 전통적으로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깊은 나라다. 교사를 학위와 경력, 업적에 따라 대우하기 때문에 우수한 학생의 교직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한다. 호아이라초등학교 방문 때 필자가 만난 20대 후반의 여교사도 매우 친절하면서 품위와 절도가 있어 보였다. 아이들은 물론 지역주민과도 잘 어울렸고 그들도 여교사의 지시에 잘 따르는 것을 보고 교사가 존경받는 직업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연구결과에 따르면 열정과 사명감이 넘치는 교사도 정부정책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라오스는 1999년의 교육개혁을 통해 교사는 학생중심의 활동이 가능하도록 수업의 매니저이자 촉진자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시스템은 여전히 여러 단계의 위계질서로 돌아가기 때문에 의사결정은 여전히 탑다운 방식이다. 교사가 교육개혁의 방침대로 교사중심, 암기위주의 수업을 버리고 학생활동을 지원· 조장하는 역할을 하고 싶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가 정해 준 수업계획서에 따라 수업하고 성과에 대해 평가받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학생중심보다 교사중심의 수업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전통적 위계질서가 오히려 교사의 자율과 교육개혁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라오스 아이들 - 교실에 피는 희망의 꽃 라오스는 초등학교도 졸업시험을 치르고 있는데, 통과하면 지역단위에서 인증서를 준다. 유급제도도 있다. 시험이 학생 자신의 지식과 창의성을 보여주는 기회도 되며 장래성있는 학생을 격려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학교가 재능있는 학생을 위한 특별학급 운영도 할 수 있으며 전국최 우수학생선발시험도 있어 지역단위와 주단위에서 학년 초에 선발하여 참여시킨다. 교육의 질 향상을 추구하면서 민간 부문의 투자를 장려하자 사립학교도 우후죽순처럼 늘어 나고 있다. 이런 것이 가능한 것은 정부차원에서 인적자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수준에 접근하는 교육을 추구하면서 경쟁상대도 아세안(ASEAN·동남아 시아국가연합) 국가로 높였다. 대내적으로는 사회경제 발전에 따라 요구되는 인력을 양성하지만 대외적으로는 시장을 두고 장차 외국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자는 것이다. 이래저래 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 것이며 정부가 교육제일주의의 깃발을 들고 앞장서 가고 있는 것이다. 남부 볼라벤 고원에 있는 KM5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도 학교를 가득 채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정부의 열정, 교사의 열의, 학생의 열심이 한데 모아져 뿜어 나오는 에너지였다. 교실과 운동장을 가득 채운 아이들의 맑은 눈과 밝은 웃음 너머로 라오스의 미래가 희망의 꽃으로 다가 왔다.
피톤치드 과정중심평가연구회를 만난 것은 순전히 착각 때문이었다. ‘피톤치드’라는 말에 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찾아다니는 교사 힐링 모임으로 알았다. 그런데 뒤에 따라 붙은 과정중심평가연구회라는 단어를 보면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뭘 하는 곳이지? “가끔 헷갈려 하는 분들이 있어요. 피톤치드는 Feedback your ton Cheer up your dream이라는 영문의 머리글을 조합한 약자입니다. 교과별 성취 수준(your ton)에 맞는 피드백(Feedback)을 통해 학생들이 성취 수준에 쉽게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Cheer up your dream) 학생참여형 과정중심평가 방법을 연구하는 모임이라는 의미죠.” 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울산 녹수초 신동철 교사는 지난 2015년 3월 서열 중심의 학생 평가 방법을 바꾸어 보자는 취지에서 교사들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단순한 지식만을 넣어주는 전달자가 아니라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처럼 뭔가 살아있는 교육을 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들끓는 열정도 잠시, 막상 평가 방법을 개선해 보자고는 했지만 과정중심평가를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했다. 뭔가 롤모델이 필요했다. 연구회 교사들은 과정중심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학교들을 수소문했다. 경기도 일대를 뒤진 끝에 몇몇 학교를 찾아냈고 틈나는 대로 현장을 방문,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험했다. 어떻게 하면 수시평가, 상시평가 등 새로운 방법이 학생들에게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을 길러줄 수 있을까? 교사들은 다시 머리를 맞댔다. 우선 학년 부장들이 나섰다. 그리고 이들을 중심으로 교사 연수를 시작하고 평가지를 만들어 새로운 평가 방법을 모색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전체 교사들이 참여하는 연구회가 탄생했다. 연구회 활동 방향은 크게 두 가지. 우선 전문성 향상이다. 교사들은 주제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다양한 과정중심평가 전문가를 초빙해 자발적인 연수를 진행했다. 또 집단지성을 통한 연구회 활동에 중점을 뒀다. 학년별로 관찰법, 체크리스트, 산출물 평가, 서술형평가, 수행평가 등 다양한 평가를 적용해 보고 장단점을 분석한 뒤 개선 방 안을 찾아나갔다. 신 교사는 “각 교과별로 유기적인 연계가 중요한 만큼 교사들의 자발 적인 협력이 필요했다”며 “전체 교사가 하나의 학습공동체를 이룬 것이 무엇보다 큰 의 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은 협동학습, 하브루타 학습을 중심으로 교실수업 개선을 위한 수업 협의를 수시로 진행하고 수업 공감day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연구 활동을 전개했다. 수업 공감day란 매주 금요일마다 학년별로 한 주간의 과정중심 교육과정 운영을 스스로 평가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일종의 동료평가다. 교사 상호 간 수업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교육과정 재구성과 평가 방법에 대한 공감을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연구회는 또 기능중심, 협력중심, 산출물형 평가 등 수행평가를 학년별로 적용해보고 평가기준안과 평가 자료 개발 및 보완에도 힘을 쏟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의 수업태도가 이전과는 확연히 달려졌다. 우선 지필고사를 보지 않아 학생들의 시험 부담이 줄어들었다. 대신 수업 과정 하나하나에 대한 관심과 집중력은 더 높아졌다. 연구회에 참여한 한 교사는 “시험이 없어서인지 학생들의 부담감이 확실히 줄어든 모습이고 과정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아이들끼리 토론도 하고 소통도 할 수 있어 좋아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제중심의 달라진 수업방식도 아이들에겐 흥미롭다. 예컨대 배려라는 주제를 정해놓고 도덕, 국어, 미술 수업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운영된다. 도덕 시간에 배려의 의미와 가치를 설명하면 국어 시간에는 이를 주제로 학생들이 토론하고 느끼는 바를 적는 글쓰기 과정이 진행된다. 이어 미술 시간에는 배려를 주제로 그림 그리기를 해보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과목 수업이 토론과 프로젝트 학습 등 학생참여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수업 에 흥미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발표하는 학생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교사들도 평가 방식이 바뀌면서 교사 중심 수업에서 학생 중심 수업으로 전환돼 다양한 프로젝트 활동을 할 수 있어 좋다는 반응들을 내놨다. 사실 처음 과정중심평가를 한다고 했을 때 학력 저하를 걱정하는 학부모들의 우려가 있었다. 자녀의 성적표를 받아들면 점수와 석차부터 확인하는 것에 익숙해 있던 터라 성과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던 학부모들이 이제는 “공부는 결과보다 과정 하나하나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집에서는 몰랐던 자녀의 잠재력을 파악할 수 있게 돼 고맙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고 교사들은 귀띔했다. 다만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계였다. 교재연구와 수업준비, 생활지도, 쏟아지는 공문들을 처리하고서야 짬을 내 연구 활동을 하다 보니 늘 시간이 부족했다. 밤늦은 시간까지 회의하기 일쑤였고 때로는 휴일도 반납해야 했다. 그래도 교사들은 자신들의 희생과 노력이 우리의 교육에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잃 지 않았다. 신 교사는 “수업활동에서 학생들의 기능과 태도를 평가하고 수준에 맞는 피드백을 수시로 실시, 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높인 것이 큰 성과”라며 “안내자로서 또는 조력자로서의 교사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새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들어가며 담임교사로서 늘 독서교육을 강조해왔다. 독서보다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는 활동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다양한 분야의 책 읽기를 강조하면서 학생들에 게 다양한 독서활동을 전개해 왔다. 고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는 책을 읽고 독후감 쓰기, 주인공이나 등장인물 또는 작가에게 편지 쓰기, 책 내용을 생각하며 시 쓰기, 뒷이야기 꾸며 쓰기, 한 줄 느낌 쓰기와 같은 쓰기 활동의 독후 활동을 했다. 그러다 저학년을 담임 하면서는 책을 읽고 한 장면 그리기, 주인공 그리기, 팝업북 만들기 등 회화적 표현활동을 하도록 했다. 그 후에 만난 것이 책놀이였다. 책을 읽고 주인공이 하는 놀이를 해보거나 글 속에 나타난 낱말을 이용하여 말놀이를 하는 것이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이 ‘하루 15분 책(그림책) 읽어주기의 힘’이었다. 혼자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군가 책을 읽어줄 때 청자는 읽어주는 이의 사랑을 느낀다는 것이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책을 보여줄 수도 있다. 하지만 감정을 넣어 직접 읽어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말에 학생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게 되었다. 내가 먼저 그림책을 찾아 읽고 감동적이거나 교과서의 주제에 맞는 그림책을 선정하여 읽어주는 수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나는 하브루타를 만났다.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도 읽어주고 대화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림책과 하브루타의 만남 1. 읽기 중심 하브루타 수업 사례 하브루타에서 중요한 것은 책을 읽고 대화하는 것이다. 수업시간에는 교과서를 지명독(한 학생이 일어나 소리 내어 읽고 나머지 학생들은 눈으로 읽는 것)하거나, 교독(교사가 읽으면 학생이 읽고 교사와 학생이 번갈아가며 읽는 것)을 많이 한다. 그런데 읽기 중심 하브루타는 책을 읽을 때부터 혼자 읽지 않고 짝과 소리 내어 읽도록 권장한다. 읽으면서도 짝과 바로 소통을 할 수 있고 기다릴 필요 없이 학생 개인의 낭독할 시간과 양이 많아지니 효과적이다. 이때 한 문장씩 번갈아가며 읽게 하니 딴짓도 못하고 집중하며 읽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브루타 읽기를 시작하기 전에 한 문장의 온점, 느낌표, 물음표는 문장이 끝나는 곳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고, 큰따옴표 안에 있는 글을 읽을 때 실감나게 말하듯이 읽으라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더니 더욱 효과적으로 글을 읽었다. 다음은 3학년 도덕 수업을 ‘크릭터’라는 그림책을 활용하여 읽기 중심 하브루타 수업으로 진행한 사례이다. [PART VIEW] - 이 수업을 할 때, 반 학생이 10명 이하일 경우에는 학생들과 교실 바닥에 1회용 돗자리를 깔고 교사와 학생이 둥그렇게 앉아서 활동을 하고 시간이 남으면 짝과 책을 찾아 읽는 하브루타를 하도록 하면 효과적이다. - 학생 수가 많으면 책을 읽어줄 때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고 집중도 안 되고 대화는 더욱 어렵다. 위에 있는 수업안대로 반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활동을 진행하면 좋다. - 도서실에서 진행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학생들이 넓은 장소에서 자신들이 앉고 싶은 곳에 가서 짝하고 앉아 큰소리로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 학생들과 수업시간에 가까이 앉아서 책을 읽어주고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을 해보니 의자에 앉아서 할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 이 수업을 관찰한 한 선생님이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다. “짝 지어 책을 읽는 두 학생을 집중하여 관찰해 보았더니 한 학생은 글을 실감나게 잘 읽는데 한 학생은 글을 읽기는 하는데 실감나게 잘 읽지 못했다. 그런데 읽어갈수록 읽는 실력이 다소 부족했던 학생이 실감나게 잘 읽는 학생을 따라 점점 책을 잘 읽는 것을 볼 수 있었다.” 2. 질문 중심 하브루타 수업 사례 수업에서 흔히 교사는 어떤 발문을 할까 고민을 한다. 질문도 마찬가지다. 늘 교사는 책 속에 이미 제시되어 있는 질문을 하고 학생들은 답만을 찾아왔다. 그런데 질문 중심 하브루타는 학생들이 직접 질문을 만들어보도록 한다. 질문을 만들 때 학생들은 생각을 하며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에 대한 답까지 생각하게 된다. 교사가 질문을 하면 답이 틀리기라도 할까 봐 망설이고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던 학생도 질문을 하라고 하면 곧잘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질문에 좋은 질문, 나쁜 질문은 없다. 질문을 만드는 것 자체로 우리는 훌륭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을 학생들에게 해주면 학생들은 질문을 더욱 잘 만들 것이다. 이번 학기에는 ‘행복한 미술관’이라는 한 권의 그림책을 읽어주며 다양한 학생 활동 중심 수업을 전개했다. 현재 13차시 진행 중이다. 이제야 돌이켜 보니 이것이 프로젝트 수업이고 온 작품 읽기(슬로리딩) 수업이었다. 책을 읽어주고 질문을 말로 해보게도 하고, 활동지에 써보게도 했다. 여기에서는 보드게임을 하기 위하여 책의 내용을 생각하며 학생들이 한 종이에 한 질문을 써서 그것으로 보드게임을 한 수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3. 논쟁 중심 하브루타 수업 사례 2학년 학생들에게 논쟁을 시킨다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아 ‘행복한 미술관’에서 논제가 될 수 있는 질문을 찾아 교사인 내가 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 그리고 근거를 들어 대답하도록 했다. “만약에 여러분이 ‘행복한 미술관’에 나오는 형 로빈이라면 미술관에 갈 것인가요?” “생각해 보세요.” “먼저 짝끼리 묻고 대답해 보세요.” “짝하고 이야기한 학생은 일어나서 발표해 보세요.” “만약 내가 로빈이라면 미술관에 갈 것이다(혹은 안 갈 것이다). 왜냐하면 ~하기 때문이다.” ● 토론으로 깊어지는 배움 - 간다는 입장도 안 간다는 입장도 이유가 있었다. 이유를 들어보니 학생들이 이토록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오며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그림책을 활용한 다양한 독서활동을 하며 학생들과 사이가 좋아졌다. 내가 지나가면 학생들이 “수석 선생님!”, “OOO 선생님!”이라 외치곤 하며 가까이 다가와 하이파이브를 하자고 손을 내밀기도 한다. 내가 욕심을 버리고 슬로 리딩을 실천한 까닭이다. 학생들을 생각하며 책을 읽어주고 쓰기 위주의 독후 활동에서 벗어나 말하기, 놀이 위주로 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학생들이 재미있을 만한 활동만을 골라서 했다. 앞으로도 한 시간에 책 1권 읽어주고 뭔가 끝내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천천히 그리고 재미있으면서도 의미 있게 다가가 학생들이 책의 재미에 푹 빠져 깊고 넓게 책을 만나게 하고 싶다. 하브루타 독서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짝을 지어 소리 내어 책을 읽고, 읽은 내용을 가지고 짝과 질문을 만들어 대화하고 토론하며 논쟁하는 것이다. 또한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실천할 것을 강조한다. 이제부터 교실이나 도서실에서 혼자서 조용히 책을 읽게 두지 말고, 짝과 한 문장씩 돌아가며 소리 내어 읽고 질문하며 대화할 수 있도록 하자. 또 활동지를 하더라도 되도록이면 둘이서 모둠을 이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자. 함께하면 21세기에 필요한 협업능력, 의사소통능력, 문제해결력, 비판적 사고력도 생길 것이다.
하브루타 질문 수업은 친구와 함께 공부하면서 생각하고 자신의 견해를 말하고 새로운 내용을 배우는 학습법으로, 학생들이 짝을 지어 얼굴을 맞대고 앉거나 혹은 마주서서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토론식 수업 방식이다. 보통 두 명씩 짝을 이루어 본문을 읽고 질문을 만들거나, 사진이나 관련 정보를 찾아 학생들의 생활과 관련지어 생각해보는 활동 을 주로 한다. 하브루타는 원래 토론을 함께 하는 짝(하베르) 즉, 파트너 자체를 일컫는 말이었다. 그러던 것이 짝을 지어 질문하고 토론하는 교육 방법을 일컫는 말로 확대된 것이다. 하브루타는 토론하는 상대방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고, 짝을 지어 토론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하브루타 학습에서는 답변 자체보다 질문을 중요하게 여긴다. 즉, 교사가 학생들에게 정답을 말해주는 것보다 질문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정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특히 수업 마무리 단계에서 교사가 질문을 중심으로 마무리하는 ‘쉬우르’를 통해 핵심 내용을 요약하고 학생들이 그 해답을 찾아가도록 유도한다. 사전적 정의는 ‘모르거나 의심나는 점을 물어 답을 구함’이다. 즉, 질문이란 학생이 수업에서 교사에게 답을 구하기 위해 물어보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교사도 학생에게 끊임없이 발문하고 질문한다. 그것도 답을 유도하는 질문을 하는데 그렇다면 교사의 질문과 ‘질문이 있는 교실’에서의 질문은 어떻게 다른 것인가? 더구나 교사의 질문이 답을 유도하는 질문이라면, 지금이야말로 질문에 대해 재고할 시점 이다. 교사는 정해진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거나, 서로 토론하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역할을 하며 답에 접근하면서도 방향을 잡지 못하는 학생을 보며 답답하더라도 기다려주고, 스스로 길을 찾도록 돕는 안내자가 돼야 한다. 이것이 교육에서 교사가 맡은 중요한 역할이다. “왜 질문 수업이 필요할까?” “질문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질문이 살아있는 수업을 위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이런 고민이 생겼다면 이미 선생님들의 마음에 하브루타가 시작된 것이다. 처음에는 낯선 질문 수업으로 의문과 다소 불안한 마음이 들 수도 있겠지만 질문이 가지는 힘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행복수업을 위하여 교실 속 질문 수업에 도전해보자. 하브루타의 효과 왼쪽 그림은 미국의 MIT 대학의 사회심리학자 Lewin이 세운 응용행동과학연구소인 National Training Lab(미국행동과학연구소)에서 발표한 학습 피라미드로 외부정보가 우리의 두뇌에 기억되는 비율을 학습 활동별로 정리한 것이다. 학습 피라미드는 다양한 방법으로 공부한 다음에 24시간 후에 남아 있는 비율을 나타낸다. 강의 듣기는 5%, 읽기는 10%, 시청각 수업은 20%, 시범이나 현장견학은 30%의 효율성을 갖는다. 그런데 집단토론은 50%, 직접 해보는 것은 75%,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것은 90%의 효율성을 갖는다. 친구와 토론하고 직접 체험하는 소통의 공부가 바로 하브루타이다. 하브루타는 90%의 효율성을 가진 친구와 토론하면서 서로를 가 르치고 서로에게 배우는 최고의 공부 방법인 것이다. 하브루타는 • 뭔가를 외우고 알게 하는 것보다 아이의 뇌를 자극해 사고력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 질문과 토론, 논쟁으로 무엇보다도 뇌를 격동시키는 교육이다. • 다양한 견해, 다양한 관점, 다양한 시각을 갖게 한다. • 의사소통능력, 경청하는 능력, 설득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가장 효과적이다. • 사회성을 높여 평생지기 친구들을 만들어 준다. • 토론하기 위해 스스로 준비를 하기 때문에 자기주도적 학습이 저절로 된다. • 배움에 소외되지 않고 모든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으며 아이들이 이야기하면서 즐겁게 공부할 수 있다. [PART VIEW] 하브루타 기본 과정 하브루타의 기본 과정은 도입 →사실(이해) → 상상 → 적용 → 종합 순서로 이루어지며 수업에 활용할 때는 보통 다음의 다섯 단계를 거친다. 첫째는 도입 하브루타로 뇌를 깨우는 과정이며 동기 하브루타라고도 한다. 재미있는 놀이나 게임, 이야기 등을 통해 뇌에 자극을 주고 워밍업을 하는 단계이다. 둘째는 내용 하브루타로 수업할 내용의 텍스트를 읽고 사실적 내용을 이해하는 과정이며 사실(이해) 하브루타라고도 한다. 본문의 내용을 충실하게 제대로 이해하는 과정으로 정답이 있는 질문들이 주로 이루어진다. 셋째는 심화 하브루타로 상상을 자극하는 질문을 통해 학생들이 마음껏 상상하여 하브루타를 하는 과정이며 상상 하브루타라고도 한다. 넷째는 적용 하브루타로 본문의 내용과 관련된 것들을 직접 실생활에서 실천하고 적용하기 위한 하브루타이며 실천 하브루타라고도 한다. 다섯째는 메타 하브루타로 지금까지 나눈 것을 바탕으로 종합하고 정리하는 종합 하브루타이며, 선생님이 되어 정리해 가르치거나 사고를 확장하는 하브루타이다. 자료를 활용한 하브루타 질문 수업 예시 자료 ▶ 텍스트를 활용한 하브루타 수업 본 수업은 6학년 도덕과 6단원 공정한 생활(3/4차시) 교과서 텍스트 자료를 활용하여 하브루타 수업을 적용한 예이다. 다문화 사회 속에서 느끼는 불공정한 모습을 통해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개인적 노력과 사회적 노력을 생각하면서 생활 속에서 실천하려는 의지를 갖게 하고자 했다. 학생들은 예시의 질문처럼 각자가 배움공책에 질문을 적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과정을 통하여 일상생활 속에서 공정한 행동의 깊은 내면화를 유도하고자 했다. ▶ 명화를 활용한 하브루타 수업 6학년 1학기 사회과 1-(3) 서민문화의 발달(26쪽) 자료로 김홍도의 씨름 그림이 교과서에 나와 있다. 조선 후기에 나타난 사회, 경제적인 변화와 새롭게 발달한 서민문화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그림을 활용한 하브루타 질문 수업중 아이들이 직접 작성한 질문 만들기의 예시이다. 질문 예시 • 누가 이겼을까? • 어느 계절일까? • 부채가 있는 것으로 보아 여름인 것 같은데 옷은 여름이 아닌 것 같다, 왜 그럴까? • 여자들이 한 명도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 엿장수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 씨름을 하고 있는 장소는 어디일까? • 머리에 갓을 쓴 사람과 쓰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조선시대에도 지금과 같은 씨름 기술이 있었을까? •심판이 없는데 판정은 어떻게 하였을까? •김홍도는 직접 보면서 그림을 그렸을까? 서로 질문 만들기를 통하여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조선 후기의 문화는 서민이 주체가 되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문화를 즐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풍속도를 통해 서민들의 생활이 재미있고 현실감 있게 표현되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더불어 계절과 관련된 우리 민족 고유의 세시풍속인 단오에 대하여 조사하여 새롭게 배경 지식을 쌓아가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 그림책을 활용한 하브루타 수업 수업중 활용한 그림책을 중심으로 작성한 학습지 예시이다. 그림책을 읽고 교육연극기법인 핫시팅(뜨거운 의자 체험)을 적용하여 주인공과 질문 나누기를 하며 생명존중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으며 그림책의 일부를 적용하여 질문을 만들어 보게 했다. 혼자 읽고 쓰는 공부는 서로 소통하고 대화할 시간이 없으며 공감능력을 떨어뜨리고 친구를 경쟁상대로 생각하기 쉽다. 학생들에게 경쟁이 아닌 서로 협동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주고 싶었다. 질문 수업은 짝과의 수업대화를 통하여 서로 소통하고 경청하며, 존중과 타협을 함으로써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는 가장 효율적인 교육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배움중심수업의 학생의 참여와 협력이 있는 수업으로 학생들이 수업의 주체가 되어 배우고 질문과 대화를 통해 교사와 학생이 또 함께 배우게 된다. 하브루타 수업으로 행복한 교실 문화를 조성하고 또 행복한 교실 안에서의 수업으로 모두가 행복하기를 기대해 본다.
권력의 통제와 지배 1984년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30여 년이 훌쩍 지난 과거의 시간으로 추억한다. 조지 오웰은 1949년에 35년 후의 미래를 소설로 만들어냈다. 작은 군소 국가들이 사라지고 거대 대륙 국가들이 서로 경쟁하는 상황, 개인의 자유는 사라지고 모든 것을 국가 권력이 통제한다. ‘텔레스크린’이라는 장치가 곳곳에 설치되어 개인의 행동은 물론 말까지 철저히 감시한다. 국가 권력의 정점에 있는 ‘빅 브라더’에 의한 통치는 모든 범위에서 강력한 힘으로 작용한다. 소설의 내용처럼 되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여러 면에서 ‘1984’를 연상케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뉴스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몰래카메라’와 관련된 사건들이다. 개인의 허락을 받지 않고 촬영된 영상이 불법적인 경로로 유통되어 개인의 고통은 물론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우리의 삶은 사실 누군가의 시선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하루의 일과만 떠올려 봐도 얼마나 많은 감시의 시선이 있는지 알 수 있다. 문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곳곳을 바라보고 있는 CCTV. 엘리베이터 안, 길거리, 버스의 내부 등 셀 수 없이 많은 눈이 우릴 지켜보고 있으며, 작은 물건 하나를 살 때, 교통카드를 이용할 때, 전화 통화를 하는 순간 우리의 위치와 정보는 고스란히 노출된다. 얼마 전 이탈리아에서 스마트폰 앱을 통한 개인 감시가 있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가정용 CCTV를 해킹하여 몰래 촬영하는 중국 업체의 이야기도 많은 충격을 주었다. 정보통신이 발달함에 따라 이러한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국가의 통제와 개인의 자유에 대한 고전인 1984를 다시 읽으며 느낀 것은 지금의 모습과 많은 부분이 닮아 있다는 점이다. 자유로운 삶이 보장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권력기관에 의해 이뤄졌던 감시와 통제에 관한 소식들은 빅브라더의 존재를 의심케 한다. 아이들과 무거운 주제지만 깊은 고민을 함께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1984 줄거리 살펴보기 『동물농장』과 함께 조지 오웰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전제주의라는 거대한 지배 시스템 앞에 놓인 한 개인이 어떻게 저항하다가 어떻게 파멸해 가는지, 그 과정과 양상, 그리고 배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작 품의 무대인 오세아니아는 전체주의의 극한적인 양상을 띠고 있는 나라. 오세아니아의 정치 통제 기구인 당은 허구적 인물인 빅 브라더를 내세워 독재 권력 의 극대화를 꾀하는 한편, 정치 체제를 항구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텔레스크린, 사상경찰, 마이크로폰, 헬리콥터 등을 이용하여 당원들의 사생활을 철저하게 감시한다. 당의 정당성을 획득하는 것과 동시에 당원들의 사상적인 통제를 위해 과거의 사실을 끊임없이 날조하고, 새로운 언어인 신어를 창조하여 생각과 행동을 속박한다. [예스 24 제공] 깊이 들춰보기 ▶ 권력에 의한 감시와 통제 누군가에 의한 감시로 개인적인 자유를 느낄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어떨까? 주인공 윈스턴은 마치 감옥에 있는 것처럼 통제된 삶을 산다. 비어있는 노트에 빅 브라더에 대 한 반감을 표하고, 사회를 변혁할 수 있는 길을 꿈꾼다. 사랑에 빠지면서 윈스턴의 자유 의지는 더욱 커진다. 아군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감시와 통제가 훨씬 강력해지고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빅 브라더는 과연 존재하는 대상인가? 불멸의 상징 체제인가? 그 모호함 속으로 빠져든다. ▶ 디스토피아의 세계 미래에 대한 희망적 상상을 하기는 어려운 것일까?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로 암울하게 미래를 그리고 있는 조지 오웰의 생각은 인간의 자유에 대한 갈망을 반증하고 있다. 현실에서 지켜지지 못하기 때문에 미래를 낙관할 수 없는 것이다. 자유를 상실한 채 살아가는 인물들은 미래의 모습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세계 대전의 혼란을 겪고 혼돈에 빠진 작가의 내면을 어둡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현재에도 진행형인 이야기 이 작품이 무겁게 울림을 주는 이유는 여전히 우리의 삶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니 더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개인의 삶과 자유는 너무도 쉽게 무시당하고 만다. 이러한 모든 것이 누군가의 통제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음모론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분명 우리의 삶은 모두 밝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수업 속으로 기계적으로 통제받는 삶의 모습을 그린 작품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고전 영화인 ‘모던 타임즈’를 활용하여 논의할 수도 있으며, ‘네트’,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같은 작품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최근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몰래카메라의 문제와 연결한다면 개인의 삶을 침해하고 있는 여러 상황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토론으로 확장하기 개인의 자유와 사회 전체의 이익 중 어느 것이 우선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쟁점이다. 이와 관련한 쟁점을 작품의 내용과 연결하여 제시하여 활발한 토론을 유도한다. 쟁점 윈스턴이 살고 있는 1984년은 개인의 삶이 철저히 통제된 곳이다. 오세아니아의 전체 이익을 위해 개인의 모든 행동과 생각은 통제된다. 이러한 사회의 통제는 불가피한 결정이지만 모두가 따라야 한다. 찬성 반대 사회가 안정되지 못하면 결국 개인의 삶도 보장받을 수 없다. 개인의 희생을 통해 전체 사회가 유지된다. 개인의 자유는 어떤 이유로도 통제할 수 없다. 사회의 존재 이유도 개인의 자유로운 삶을 지켜주기 위한 것이므로, 주객이 전도 되어서는 안 된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첨예한 문제로 깊이 있는 토론이 가능하다. 사회적 안정을 내세워 개인의 자유를 통제할 수 있다는 찬성 측 입장에서는 안보, 사회질서, 강력한 법규 등의 차원에서 논리를 펼 수 있다. 테러방지법과 같은 자료들을 근거로 삼아 의견을 강화할 수 있다. 반대 측 입장에서는 국가와 사회의 존재 이유에 대한 질문을 먼저 할 수 있다. 그리고 헌법에 명기되어 있는 개인의 자유를 들어 통제의 부당함을 지적할 수 있 다. 찬반의 형식으로 진행되지만 토론의 과정을 통해 적정 수준의 통제와 자유가 공존해 야 함을 아이들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게 된다. 논술문항지 다음 제시문을 읽고 논제에 맞게 논술하시오. “제11판이 결정판이지. 지금 신어를 마지막으로 손질하고 있는데, 이 일이 다 끝나면 다른 말은 쓰지 않아도 될 걸세. 대신 자네 같은 사람들은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만 하네. 자네는 우리의 주된 임무가 새로운 낱말을 만들어내는 거라고 생각하겠 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네. 우리는 매일 수십, 수백 개의 낱말을 없애고 있지. 말하자면 우리는 말을 뼈만 남도록 잘라내고 있 는 셈일세. 제11판에는 2050년 이전에 쓸모가 없게 될 낱말들은 단 한 개도 수록되지 않았다네.” 사임은 허기진 듯 빵을 덥석 베어 물고 몇 번 씹지도 않은 채 꿀꺽 삼켰다. 그러고는 현학적인 말들을 계속해서 열심히 늘어놓았다. 가무잡잡하니 야윈 그의 얼굴은 생기를 띠었고, 조소하는 기색이 말끔히 가신 눈은 꿈꾸는 듯 빛났다. “낱말을 없애는 건 대단히 매력적인 일이지. 물론 가장 쓸모없는 낱말은 동사와 형용사에 많지만, 없애야 할 명사도 수백 개나 있네. 그리고 동의어뿐만 아니라 반의어도 없애야 하지. 도대체 한 낱말이 단순히 다른 낱말의 반대만을 뜻한다면 굳이 있어야 할 필요가 뭐 있겠나? 한 낱말에는 이미 그 자체에 반대로 말할 수 있는 요소가 포함돼 있네. 그래서 ‘좋은(good)’이라 는 낱말을 예로 든다면, 그 반대말은 ‘안 좋은(ungood)’이라고 하면 되지. 철자도 생판 다른 ‘나쁜(bad)’이란 말이 뭣 때문에 따로 필요하겠나? ‘안 좋은’이란 말이면 충분하네. 모양은 비슷하지만 오히려 이게 다른 말보다 더 정확한 반대말이지. ‘좋은’ 이란 말의 뜻을 더욱 강조하고 싶을 때도 마찬가지네. ‘탁월한(excellent)’이니 ‘훌륭한(splendid)’ 같은 모호하면서 쓸모도 없 는 말들이 수두룩하게 있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더 좋은(plusgood)’이라는 말이면 충분하고, 이걸 더욱 강조하고 싶 으면 ‘더욱더 좋은(doubleplusgood)’이라고 하면 될 것이네. 물론 이런 형태의 낱말들이 이미 사용되고는 있지만, 신어의 최 종판에는 이 낱말들만 수록될 걸세. 그러니까 좋고 나쁘다는 전체적인 개념은 여섯 개의 낱말로 표현할 수 있다는 얘기지. 어 때, 멋지지 않나, 윈스턴? 물론 이건 원래 빅 브라더의 아이디어였다네.” (중략) “자네는 신어를 만든 목적이 사고의 폭을 좁히는 데 있다는 걸 모르나? 결국 우리는 사상죄를 범하는 것도 철저히 불가능 하게 만들 걸세. 그건 사상에 관련된 말 자체를 없애버리면 되니까 간단하네. 앞으로 필요한 모든 개념은 정확히 한 낱말로 표현될 것이고, 그 뜻은 엄격하게 제한되며 다른 보조적인 뜻은 제거되어 잊히게 될 걸세. 이미 우리는 제11판에서 그런 것에 주안점을 두었네. 하지만 그 과정은 자네나 내가 죽고 난 뒤에도 오랫동안 계속될 걸세. 세월이 흐를수록 낱말 수는 줄어들고, 그에 따라 의식의 폭도 좁아지게 되는 거지. 물론 지금도 사상죄를 범한 것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이유나 구실을 댈 수는 없네. 그것은 단지 자기 수양이나 현실 통제를 못한 탓이지. 하지만 결국 그렇게 하는 것조차 필요 없게 될 걸세. 언어가 완성 될 때 혁명도 완수될 것이네. 신어는 ‘영사’고, ‘영사’는 신어일세.” (p73-76) ● 논제 사고의 자유와 언어의 관계에 대하여 제시문의 내용을 활용하여 논술하시오. Tip 1984의 한 부분으로 주인공인 ‘윈스턴’과 새로운 언어를 만드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사임’ 사이의 대화를 다루고 있는 부분이다. 언어를 단순화함으로써 사고와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는 ‘사임’의 입장을 통해 인간의 사고는 언 어의 통제를 받는다는 사실을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의견을 보강하기 위해 나쁜 언어를 썼을 때 나쁜 의식이 생 기고, 좋은 언어를 사용하면 좋은 의식이 생긴다는 사례들을 근거로 제시할 수 있다. 이러한 입장과는 달리 언어와 사고의 관계를 대응 관계가 아닌 개별적 관계로 설명할 수도 있다.
문제 다음은 A 중학교 학생들의 학업 특성 조사 결과에 관해 두 교사가 나눈 대화중 일부이다. 대화의 내용은 (1) 교육과정, (2) 수업, (3) 평가, (4) 장학에 관한 것이다. (1)~(4)를 활용하여 ‘학생의 다양한 특성을 고려하는 교육’이라는 주제로 논하시오. 【총 20점】 [ 제시문 ] 박 교사 : 선생님, 우리 학교 학생의 학업 특성을 보면 학습 흥미와 수업 참여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아요. 그리고 학업성취, 학습 흥미, 수업 참여의 개인차가 크다는 것이 눈에 띄네요. 김 교사 : 학생의 개인별 특성이 그만큼 다양하다는 것을 의미하겠죠. 우리 학교 교육과정도 이를 반영해야 하지 않을까요? 박 교사 : 그렇습니다. 그런데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학생의 개인별 특성을 중시하는 의견과 교과를 중시하는 의견 간에 차이가 있습니다. 이를 조율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적절한 논쟁을 거쳐 합의에 이르는 심사숙고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김 교사 : 네, 그렇다면 학생의 다양한 특성을 반영하기 위한 수업 방법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요? 박 교사 : 우리 학교 학생에게는 학습 흥미와 수업 참여를 높이는 수업이 필요할 것 같아요. 제가 지난번 연구수업에서 문제를 활용한 수업을 했는데, 수업중에 학생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았어요. 게다가 제가 문제를 잘 구성하지 못했는지 별로 흥미를 보이지 않더라고요. 문제를 활용하는 수업에서는 학생의 역할을 안내하고 좋은 문제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김 교사 : 그렇군요. 이처럼 수업이 학생의 다양한 특성을 반영하게 되면 평가의 방향도 달라질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의 평가에서는 학생의 능력, 적성, 흥미에 적합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따라 수업과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박 교사 : 동의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가 결과를 해석하고 판단하는 기준도 달라질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학생의 상대적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판단하기보다는 미리 설정한 학습목표에 도달했는지를 중시하는 평가 유형이 적합해 보입니다. 김 교사 :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유형 외에 능력참조평가와 성장참조평가도 제안할 수 있겠네요. 박 교사 : 좋은 생각입니다. 김 교사 : 그런데 저 혼자서 학생의 다양한 특성을 고려해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수업을 설계하고 평가하는 것은 힘들어요. 선생님과 저에게 이 문제가 공동 관심사이니, 여러 선생님과 경험을 공유하고 협력해서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이 좋겠어요. ◦ 논술의 내용 [총 15점] - 박 교사가 제안하는 워커(D. F. Walker)의 교육과정 개발 모형의 명칭과 이 모형을 교육과정 개발에 적용하는 이유 3가지 [4점] - 박 교사가 언급하는 PBL(문제중심학습)에서 학습자의 역할 2가지. PBL에 적합한 문제의 특성과 그 특성이 주는 학습 효과 1가지 [4점] - 박 교사가 제안하는 평가 유형의 명칭과 이 유형에서 개인차에 대한 교육적 해석 1가지. 김 교사가 제안하는 2가지 평가 유형의 개념 [4점] - 김 교사가 언급하는 교내장학 유형의 명칭과 개념과 활성화 방안 2가지 [3점] ◦ 논술의 구성과 표현 [총 5점] - 논술은 서론, 본론, 결론으로 구성하고 [1점], 주어진 주제와 연계할 것 [2점] - 표현이 적절할 것 [2점] [PART VIEW] 2018학년도 교육학 논술 채점기준표와 총평 1. 서론 교사가 학생의 차이를 낳는다. 교사가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 문제기반학습이나 준거 및 성장지향평가를 할 때 개인의 성장과 발달을 촉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교육은 아직도 획일화된 교과서와 지식 중심의 교육과정과 평가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의 성장발달을 위한 교육과정 운영과 수업 그리고 평가능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2. 본론 논점 1) 제시문의 워커 모형은 실제적(자연주의, 역동적, 과정 지향적) 교육과정 개발 모 형이다. 이 모형을 교육과정 개발에 적용하는 이유는 첫째, 교육과정 개발에 참여한 사 람들의 의견이 타협되고 조정되는 과정과 적절한 논쟁을 거쳐 합의에 이르는 심사숙고 의 과정이 중시되기 때문이다. 둘째, 학습자의 흥미, 요구, 관심사를 중요시하여 학생의 다양한 특성을 반영한 수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셋째, 수업 내용과 방법, 수업 절차 등 을 현장에 맞게 진술하고 정련시키기 때문에 현장에 적절한 교육과정 개발이 가능하다. 넷째, 현실적이고 창의적인 교육과정 개발이 가능하고, 융통성이 있으므로 교육과정 구 성요소의 어느 시점에서도 시작할 수 있다. 다섯째, 이 모형은 타일러의 직선형 모형과 달리 토대 다지기, 숙의, 설계 단계로 이루어진다. 논점 2) PBL(문제중심학습)이란 학생들이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실제적인 문제를 해결 해 가는 과정을 통해 나름대로의 인지적 틀을 형성할 수 있도록 고안된 학습법이다. 박 교사가 언급하는 문제중심학습에서 학습자의 역할은 첫째, 학습자의 자기주도적 학습능 력과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학습에 있어서 사회적 상호작용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므로, 학습자들의 협동학습이 강조된다. PBL에 적합한 문제의 특성은 지식이 제공되는 맥락이 복잡하고, 비구조화되며 실제적인 과제여야 한다. 또 그 과제 특성이 주는 학습 효과는 문제상황에 대한 이해와 정보를 회상하는 능력, 문제해결 과정에 대한 초인지적 감지 능력, 문제해결에서 경험하는 사고력을 촉진시킨다. 논점 3) 박 교사가 제안하는 평가 유형의 명칭은 준거지향평가(목표지향평가)이고, 이는 주어진 교육목표를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 달성하였는가 즉, 교육목표의 달성도에 의 하여 평가하는 방법이다. 이 평가의 개인차에 대한 해석은 누구나 교육환경을 통해 목 표 달성이 가능하고, 적절한 과제를 제시한다면 완전학습이 가능하다는 발달적 교육관 에 기초하고 있다. 김 교사가 제안하는 2가지 평가 유형은 첫째, 성장지향평가는 일련의 교육과정을 거치면서 학생이 어떻게 얼마만큼 성장·변화하였는가, 그리고 초기능력 수 준에 비추어 얼마만큼 능력이 향상되었는가를 기준으로 사전능력 수준과 현재능력 수 준 간의 차이를 참조하여 평가한다. 이 평가는 학생들에게 학업증진의 기회를 부여하고, 평가의 개별화를 강조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둘째, 능력참조평가는 학생이 지니고 있는 능력에 비추어 얼마나 최선을 다하였는가에 초점을 두는 평가이다. 이 평가는 각 학생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개별적으로 평가되고, 개인을 위주로 각자의 고유한 기준을 참조함 으로써 학생 개개인에게 보다 의미 있는 개별화된 평가가 가능하다. 논점 4) 김 교사가 언급하는 교내장학 유형의 명칭은 동료장학이며, 동료장학은 소집단 의 교사들이 자신들의 성장을 위하여 서로 함께 협동하는 동료적 과정으로 상호 간에 수 업을 관찰하고 분석하여 피드백하고, 공통적인 관심사에 대하여 토의하는 방법이다. 동 료장학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첫째, 비전이나 가치의 공유 : 학습공동체 구성원이 공동체 에서 추구하는 목표와 비전, 가치를 수립하고 이를 공유해야 한다. 둘째, 협력적인 학습 중시 : 단위학교의 수업과 교육과정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혁신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 하므로 협력이 필요하고, 셋째, 교육실천에 대한 비판적인 성찰 : 구성원들이 협력하여 생성한 교육과정 재구성 및 수업개선 방안을 실제 적용해 보고, 그 결과에 대해 비판적으 로 성찰해야 한다. 3. 결론 학생은 교사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교사의 교육과정 편성과 수업 및 평가능력에 따라 학생의 성장발달을 좌우하는 만큼 교사는 학생의 수준과 흥미를 고려한 현장중심의 교 육과정을 개발, 운영하고 흥미를 고려한 문제기반학습과 성장이나 능력지향평가를 통해 학습동기를 높여야 할 것이다. 1. 워커의 실제적(자연주의) 교육과정 개발 모형 [신태식 교수 쌍끌이(145쪽)] 1) 교육과정 진행 순서의 융통성 : 합리적 교육과정 개발 모형이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 확산되었고, 순환적 모형은 주로 영국을 중심으로 발전되었다. 이 두 모형은 교육과정 개 발에 있어서 직선형이며, 계열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Decker Walker(1971) 는 교육과정 개발은 어떤 교육과정 요소로도 시작할 수 있고, 어떤 순서로 진행되어도 무 방하다고 주장했다. 2) 교육과정 요소 : 교육과정은 강령(platform), 숙의(deliberation), 설계(design)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첫째, 출발점/토대 다지기(강령, platform)는 개발자들이 품고 있는 신념과 가치체계, 교육과정에 대한 생각들이 토론과 합의 과정에서 기초·토대 가 되는 것을 말한다. 둘째, 숙의(deliberation) 단계는 토대에 근거해서 대안을 상의하고, 대안이 가져올 결과를 가늠하고 선택하는데, 참여 인사들 간 의견이 일치되면 설계로 진 입한다. 셋째, 설계(design)단계는 교육 프로그램의 상세한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이다. 3) 과정 지향적 성격 : Walker의 모형은 숙의과정으로서, 교육과정 개발에 참여한 사람 들의 의견이 타협되고 조정되는 과정을 강조한 점이 특징이다. 즉, Walker는 결과보다는 의사결정 과정이나 절차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자연주의적(naturalistic) 또는 과정 지향적(process-oriented)인 성격을 지닌다. 4) 학습자의 흥미 등 중시 : 특히 교육과정 개발의 출발점이 교육과정 개발을 위한 교육자의 신념체계나 집단 구성원들의 신념, 태도, 아이디어, 이상, 희망 등으로 교육과정 계획 에 있어서, 획득해야 할 것으로 미리 결정된 정보보다는 학습자의 흥미, 요구, 관심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5) 현장에 적절한 모형 : 수업 내용과 방법, 수업 절차 등을 보다 현장에 맞게 진술하고 정련시키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때문에 보다 현장에 적절한 교육과정을 개발할 수 있다. 6) 장점과 한계점 : Walker 등의 자연주의 교육과정 개발 모형의 장점으로는 첫째, 보다 현실적이고 창의적인 교육과정을 개발할 수 있다. 둘째, 교육과정 구성요소의 어느 시점 에서도 시작할 수 있으므로 융통성을 갖는다. 셋째, 교육과정 개발의 과정에서 실제로 일 어나는 것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목표를 구체화할 것인가, 어떤 교육내용을 선정 할 것인가, 어떤 방법을 활용할 것인가 등과 같은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오히려 Tyler 모형을 더 확장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Posner, 1988). 2. 문제중심학습(문제기반학습) [쌍끌이(262~263쪽)] 1) 의미 : 문제중심학습이란 학생들이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실제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 가는 과정을 통해 나름대로의 인지적 틀을 형성할 수 있도록 고안된 학습법이다. 배로우즈 (H. Barrows)의 문제중심학습의 이론적 배경에는 구성주의적 관점이 반영되어 있다. 따라 서 실제와 유사한 학습의 상황을 가정하며, 학습기법으로 자기주도학습과 협동학습을 기 반으로 한다. 문제중심학습 혹은 문제기반학습은 학습자로 하여금 실생활 문제를 해결하 도록 하는 수업 방법이다. 의학교육과 경영교육 분야에 근원을 두고 있는 문제중심학습은 원래 구성주의와 관련이 없이 독자적으로 창안된 교육 방법이지만, 구성주의에 접목되어 최근 다양한 분야와 학교교육에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다. 최근 영남대 의대 의학교육 학교 실 방재범 박사는 “PBL은 실제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과 특징에 적합한 능력을 갖추게 하 는데 주목하는 교육 방식”이라면서 “문제에서 출발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서 요구되 는 지식과 정보를 추론하고 탐구해 판단하고, 해결방안을 제안해 검증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라고 밝혔다. 방 박사는 “의학교육에서 6~10명의 그룹으로 이뤄지는 PBL은 자기주도 적 학습능력과 토론을 통해 논의하고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2) 특징 : 첫째, 학습자 중심의 자기주도적 학습을 지향한다. 문제중심학습에서 학습자 는 학습과정에서 주인의식(혹은 주도권)을 갖고 학습활동을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주도 해야 한다. 학습자는 학습목표를 설정하고, 학습속도를 조절하며, 학습이 제대로 되고 있 는지를 수시로 점검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둘째, 학습과제는 실제적이고 비구조화 된 성격을 갖고 있다. 실제적 문제(authentic problem)란 현실 생활과 긴밀하게 관련된 문 제를, 비구조화된 문제(ill- structured problem)란 문제의 요소가 제대로 정의되지 않고 문 제해결에 필요한 정보가 부족해서 다양한 해결책이 가능한 문제를 말한다. 이러한 문제는 학습동기를 높이고 고차적 사고능력과 비판적 사고능력을 기르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셋째, 문제중심학습의 목적은 유연한 지식, 효과적인 문제해결 능력, 자기주 도학습, 효과적인 협업능력, 내재적 동기를 학생들이 계발하도록 돕는 데 있다. 3) 문제중심학습환경의 특징 : 첫째, 관련 분야에 실재하는 복잡하고 비구조적인 문제들 을 풀어 나간다. 비구조화된 문제란 모든 상황에 있어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문제이다. 둘째, 학습방법은 자기주도학습(self-direct learning)과 협동학습 과정으로 이루어지며, 조별 활동을 통한 협동학습 환경을 강조한다. 셋째, 일반적 절차는 일종의 탐구학습의 하나 로서 그 일반적인 절차는 “문제 설정 → 가설 설정 → 자기주도학습 → 문제의 재검토 → 요약(협동학습) → 성찰과 반성”으로 이루어진다. 넷째, 학습의 기본적인 원리는 사전 지 식의 활성화, 학습 전이를 위한 조건 준비, 정교화 기회의 제공 등이다. 4) 교사의 역할 : 첫째, 교사는 복잡하고 비구조적이며 특정 상황에 기반을 둔 문제를 만 들어 제시한다. 둘째, 문제해결을 위해 학생들로 하여금 팀을 구성하도록 한다. 셋째, 다양 한 학습자료를 수집하여 제공하고, 학습자원을 활용 및 탐색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 넷째, 교사는 학생들이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학습할 수 있는 능력과 기술을 익히도록 자기성찰적 사고와 활동을 적극 권장하고 지도하는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 다섯째, 학습자들에게 과제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여섯째, 문제해결 학습과정의 촉진자(교사)는 메타인지 수준에서 학습자들과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3. 성장지향, 준거지향, 규준지향, 능력지향평가 [쌍끌이(287~289쪽)] 1) 준거지향평가(목표지향평가)는 주어진 교육목표를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 달성하였는가를 보는 즉, 교육목표의 달성도에 의하여 평가하는 방법이다. 평가 기준이 되는 구체 적인 교육목표가 사전에 반드시 설정되어야 한다. 이 평가는 학생들에게 성공감과 성취감 을 맛보게 하고, 학습 장면에서 학생들 간의 경쟁보다는 협동을 강조하여 협동학습을 촉 진시킬 수 있어 교수-학습활동의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으나 개인차 변별이 어렵고, 학습 활동에 대한 외발적인 동기유발이 어렵다. 2) 규준지향평가(상대평가)는 학생을 그가 속해 있는 집단 구성원들의 점수 결과에 비 추어 상대적 서열(序列)로 나타내는 방법을 말한다. 따라서 상대평가에서는 주어진 교육 목표의 달성도와는 상관없이 각 학생이 다른 학생보다 점수가 높은가, 낮은가에 따라서 그의 위치(서열·석차)를 결정하게 되므로 평가 기준은 집단의 내부에서 결정된다. 이 평가 는 학생들의 개인차의 변별이 용이하고 교사의 편견을 배제할 수 있으나, 참다운 학력평 가보다 지적 계급주의를 유발하고, 학생들 간의 경쟁의식을 지나치게 조장할 우려가 있어 학생의 정신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3) 성장지향평가는 학생에게 학업증진의 기회 부여와 개별화를 강조하는 장점이 있으나 현재 성적과 과거 성적의 상관이 높고, 성취도 검사의 신뢰도가 낮기 때문에 차이점수 의 신뢰도가 낮은 경향이 있다. 4) 능력지향평가(ability-referenced evaluation)는 점수를 학습자의 능력 수준에 비추어 해석하는 방식이다. ‘이 학습자는 최선을 다했다’ 혹은 ‘시간만 더 준다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해석하는 것이 이 평가 방식이다. 능력지향평가를 할 경우 능력이 낮은 학 생이 최선을 다하고, 능력이 높은 학생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경우 능력이 낮은 학생이 성취가 낮더라도 더 높은 성적을 받게 된다. 즉, 능력참조평가는 학생이 지니고 있는 능력 에 비추어 얼마나 최선을 다하였는가에 초점을 두는 평가다. 예를 들어, 90점의 능력을 가 진 학생과 70점의 능력을 가진 학생 모두 70점을 받았을 경우 두 학생을 동일하게 평가하지 않고 각자의 능력에 비추어 보다 최선을 다한 후자의 학생에게 더 좋은 평가 결과를 부 여하는 것이다. 교육평가는 교수-학습을 극대화하며 학생들이 긍정적 자아개념을 갖도록 해야 하므로, 후자에게 교육적 관점에서 보다 좋은 평가 결과를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론이다. 능력지향평가는 각 학생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개별적으로 평가되고, 개 인을 위주로 각자의 고유한 기준을 참조함으로써 학생 개개인에게 보다 의미 있는 개별화 된 평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4. 교내자율장학의 방법 [쌍끌이(368쪽)] 교내자율장학은 학교에서 교장을 중심으로 교육과정 운영과 교수-학습과정,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교사를 지도·조언하는 장학이다. 교내에서 이루어지는 장학 중 첫째, 임상장학은 장학담당자와 교사가 일 대 일의 대면적인 관계 속에서 ‘수업관찰 계획 수립 ⇨ 수업관찰 ⇨ 관찰 결과에 대한 협의’의 과정을 거쳐 교사의 교수문제를 해결하고 수업기술 향상을 도모하는 체계적인 지도·조언 과정이다. 둘째, 동료장학은 소집단의 교 사들이 자신들의 성장을 위하여 서로 함께 협동하는 동료적 과정으로 상호 간에 수업을 관찰하고 분석하여 피드백하고, 공통적인 관심사에 대하여 토의하는 방법이다. 셋째, 자기장학은 외부의 지도에 의해서라기보다는 교사 자신이 전문적 성장을 위하여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나가는 자율장학이다. 넷째, 약식장학은 단위학교의 교장이나 교 감이 간헐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학급 순시나 수업참관을 통하여 교사들의 수업 및 학급 경영 활동을 관찰하고, 이에 대해 교사들에게 지도하고 조언하는 장학이다. 5. 학습공동체의 운영원리 교사들이 공동체 단위로 수업을 연구 실천하고 반성하면서 교사전문성을 개발하고 수업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원리가 필요하다. (1) 비전이나 가치의 공유 : 학습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공동체에서 추구하는 목표와 비전, 가치를 수립하고 이를 공유해야 한다. (2) 협력적인 학습 중시 : 단위학교의 수업과 교육과정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혁신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므로 공동체 구성원들이 수업혁신에 대해 협력적으로 학습하여 함께 교육혁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3) 교육 실천에 대한 비판적인 성찰 : 구성원들이 협력하여 생성한 교육과정 재구성 및 수업개선 방안을 실제 적용해 보고, 그 결과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문제 ○ 우리는 오랜 기간 동안 분단의 고통 속에 통일된 국가를 이루지 못하고 살아왔다. 분단의 고통 속에서도 우리나라는 놀라운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룩함으로써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적 으로 달성한 국가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있다. ○ 그러나 북한은 2006년 제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2013년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최근까지 여러 차례의 핵실험을 계속하고 있으며,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안전할 수 없는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는 우리 민족의 분단 상황이 더욱 오래갈 수밖에 없고 민족의 통일을 위한 노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함을 반증하는 것이다. ☞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통일의 필요성과 통일국가의 모습 및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 지에 대하여 논술하시오. 1. 서론 한반도 분단 상황의 지속은 불필요한 국력 낭비와 이산가족의 고통 등 여러 측면에서의 폐해를 낳고 이로 인해 민족의 발전과 번영을 저해하고 있다. 분단의 장기화는 남북 간 이질화, 경제 격차 등의 심화로 민족의 정체성을 훼손시키고 통일에 대해서도 부정적 인 인식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21세기 국제사회는 자국의 실리를 추구하기 위해 무한 경쟁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서 통일은 우리 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시대적 과제로써 분단의 고통과 폐해를 극복 하고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달성해야 할 과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통일의 필요성과 통일국가의 모습 및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하여 논술하고자 한다. 2. 통일의 의미 통일은 분단 극복을 의미하지만 단순히 분단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통일은 국토를 분단 이전의 상태로 회복하는 동시에 서로 다른 두 체제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반 위에 하나로 통합해 새로운 민족공동체를 건설하자는 것이다. 결국 통일은 미래를 향한 새로운 역사의 창조 작업을 의미하는 것이다. 첫째, 우리 민족의 통일은 국토의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 국토가 통일되어야 통일국가 건설의 물리적 기반을 제공하게 된다. 우리 민족은 오랫동안 한반도라는 지리적 공간 속에서 하나의 생활권을 이루면서 살아왔기에 국토의 통일은 구성원 모두가 한반도 내의 어느 곳이든 자유롭게 왕래하고 거주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우리 민족의 통일은 정치적 통일을 이루어 체제의 단일화를 이룩하는 것이다. 통일은 남북한에 세워진 두 개의 정치체제를 통합해 하나의 국가로 만드는 것이다. 통일은 단일 헌법, 단일 정부, 단일 국가를 수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남북 간에 단일한 정치체제 를 만드는 것은 분단 극복을 위한 핵심요소이며 통일의 중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우리 민족의 통일은 경제적 측면에서의 통일을 통하여 서로 다른 두 개의 경제권 을 통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남과 북은 분단과 함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와 사회주의 계획경제체제로 나누어졌고, 경제생활권 또한 남북으로 단절되었다. 국가간 경제 통합이 진행되고 있는 오늘날 국제적 상황에 비추어볼 때, 보다 풍요로운 복지국가를 건 설하기 위해서는 시장경제체제로의 민족경제 통합이 매우 시급하다. 넷째, 우리 민족의 통일은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민족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는 통일 이어야 한다. 우리 민족은 동일한 언어와 문화, 생활방식을 공유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분단이 장기화되면서 남북 간 이질화가 심화되어 같은 민족으로서의 일체감이 매우 약 해져 있다. 이질화되어 있는 남북 주민들의 내적인 의식과 가치관, 생활방식 등 사회문화적인 측면이 통합되어야 진정한 의미의 통일이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PART VIEW] 3. 통일의 필요성 첫째, 우리 민족의 통일은 민족사적 당위론적 관점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남북한 주민이 같은 민족이라는 정체성을 기초로 하나의 민족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왔 다. 남과 북이 언어, 문화, 역사 등을 공유한 하나의 민족공동체를 이뤄왔다는 사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처럼 우리 민족은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으나, 70여 년 동안의 분단은 민족의 역사적 정체성을 약화시켰다. 이는 민족의 역량을 분열시키고 가족과 고향을 찾아가지 못하는 고통을 안겨주었다. 통일은 분단으로 인해 굴절된 역사를 바로잡아 민족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민족공동체를 건설하고, 역사적 정체성 을 회복하기 위해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우리 민족의 통일은 보편적 가치의 관점에서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분단은 전쟁의 위협에 대한 불안감을 높이고 이로 인한 군비경쟁은 전쟁의 위험성을 높이는 악순환을 야기하고 있다. 통일은 전쟁의 공포를 없애고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 키는 지름길이다. 또한 한반도의 통일은 동북아시아 지역은 물론 세계 평화에도 크게 기 여하게 된다. 북한 주민들은 억압적인 정치체제와 사회구조 안에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당한 채 빈곤과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통일은 남북한이 평화롭고 자유로운 세상에 서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분단은 이산가족에게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하는 아픔과 실향민에게 고향을 찾아가지 못하는 고통을 주고 있다. 통일은 이산가족과 실향민의 아픔과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셋째, 우리 민족의 통일은 실용적 가치의 관점에서 편익을 누리기 위해서도 반드시이 루어져야 한다. 통일은 우리에게 항구적인 평화, 이념적 대립의 종결로 사회 통합과 국 론결집, 국가 신용등급과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여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를 코리아 프리미엄(Korea premium)으로 전환시킬 것이다. 우선, 정치적 측면에서는 현재 군사적 대결 상태의 남북이 하나로 통합된다면 한반도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는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정치적 안정과 평 화를 얻을 수 있다. 전쟁 위협이 사라지면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다음으로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한반도의 분단비용을 아껴 사회 발전을 위한 다른 영 역에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남한의 선진기술과 북한의 풍부한 자원이 결합되어 통일 한 국의 국가 경쟁력을 한층 높일 것이다. 시장 규모가 커진 한반도 경제는 다양한 일자리 를 창출하고 생산성을 높여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남한과 북한의 지리적 통합은 인적·물적 교류를 활발하게 하고, 활발 해진 교류는 우리 사회가 보다 다양한 가치와 삶의 방식을 존중할 수 있게 할 것이다. 통 일은 분단이 빚어낸 이념, 지역, 세대 간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화적 차원에서도 통일이 되면 우리 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발전시킬 수 있어 우리의 문화유산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PART VIEW] ▶ 통일의 필요성(2017 통일문제의 이해, 통일교육원, p.15) 4. 통일국가의 모습 첫째, 통일국가의 정치체제는 국민의 선거에 의해 선출되는 의회와 복수정당제를 갖춘 대의제 민주주의가 되어야 한다. 통일 직후 남북한 주민들 사이에는 정치적 이념의 차이, 경제력의 격차, 사회·문화적 가치 및 관습의 차이 등 다양한 차이가 존재하게 된다. 통일국가에서는 이러한 격차로 인한 갈등을 해소하고, 남북 주민의 자발적 참여의식을제고하며, 국민의 다양한 이익을 반영하고, 정치세력 간의 이견과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대의제 민주주의 정치제도와 지방자치제, 복수정당제 등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둘째, 통일국가의 경제체제는 고도의 경제성장을 통해 국민복지 증진에 상대적으로 우월한 체제임이 입증된 시장경제체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사유재산 제도와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보장된 시장경제체제는 국가를 부강하게 하고 국민을 잘 살게 하는 제도임이 입증되었다. 통일국가의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자유경제, 개방경제를 지향하며, 이를 통해 번영과 복지를 실현하여 국민 모두가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도록 보장하는 국가이 어야 한다. 셋째, 통일국가의 사회체제는 정치, 경제체제와 같이 민주적이고 개방적이며 인간 중심적인 체제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인간 중심적인 사회체제란 인간 존엄성을 최고의 중심 가치로 삼아 모든 제도와 정책의 중점을 인간 존중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두는 체제이다. 이에 따라 통일국가의 사회는 민주적이고 개방적이며 자유, 인권, 평등, 복지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사회이어야 한다. 넷째, 통일국가의 문화는 인간의 가치를 존중하는 문화 즉, 인본주의로서 민족의 전통 문화에 뿌리를 두는 것이어야 한다. 통일국가는 전통문화 속에서 민족의 동질성을 추구하면서 민족문화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또한 통일국가의 문화는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다섯째, 대외적으로 통일국가는 인류 보편적인 가치와 원칙을 존중하고 준수하며 평화를 지향하는 국가이어야 한다. 통일국가는 한반도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 정착을 통해 동북아 평화공동체 건설에 기여하며 세계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해의 균형점과 조화를 모색해야 한다. 강화된 국가역량으로 평화 생산자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때, 통일국가는 국제 평화와 인권 등의 보편적 가치 수호에 적극 기여하는 국가로서의 이미지를 제고시킬 수 있을 것이다. 5. 통일을 위한 노력 첫째, 우리 민족이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북한에 대해 균형 잡힌 가치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은 분단 이후 우리에게 많은 군사적 도발을 감행해 왔지만, 한편으로는 같은 민족으로서 서로 이해하고 협력해 나가야 할 동반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북한은 우리에게 경계의 대상임과 동시에 화해·협력의 대상이다. 둘째,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통일에 대한 관심과 열린 마음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통일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중요하다. 통일은 언제라도 나의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통일 과정에서 많은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남북한 주민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열린 마음을 지녀야 할 것이다. 셋째, 남북 간 교류 협력을 활성화하고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통일을 위해서는 남북한의 경제적 교류 협력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 제조업, 철도, 물류, 에너지,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 간 경제협력을 통해 경제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은 북한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고 우리 기업은 새로운 생산 및 수출 활로를 개척하게 해준다. 또한 수십 년간 달라진 우리 민족의 통합을 위해서는 역사·문화예술·스포츠 등의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교류가 중요한 이유는 통일 과정에서의 사회·문화적인 통합이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도 독일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동·서독이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하였고, 정치적 논쟁은 줄이면서 민족문화유산의 보존을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통일을 이룩할 수 있었다. 넷째, 체계적인 통일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통일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 보고,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는 체계적인 통일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남북한 교류 협력을 통해 남북한 경제력 격차를 줄여 나가고, 한국전쟁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해 나가야 한다. 또한 주변 국가들에게 통일이 동북아시아 및 세계 평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설득하여 통일에 필요한 국제적인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다섯째, 먼저 온 미래,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을 위한 지원을 더욱 적극적이고 현실에 적합하도록 실시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정착해 살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은 약 3만 명 정도이고 계속 증가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은 우리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 우리 사회의 편견, 새로운 생활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 등을 겪는가 하면, 시장경제에 대한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또한 통제사회에서 살아온 만큼 자유민주주의와 개방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기도 하고, 남북한의 언어가 달라 혼란을 겪기도 한다. 우리는 북한이탈주민들이 우리와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먼저, 우리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같은 민족, 같이 살아가야 할 이웃으로 생각하고 대해야 한다. 이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이해하고 우리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하고,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구성원으로서 바로 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국가에서는 북한이탈주민이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 우리 정부는 관련 법률을 제정하여 경제적 자립 및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이 우리 사회에서 자립하고 조화롭게 살아간다면 통일 과정에서 남북한 통합에 큰 힘이 될 것이다. 6. 결론 “평화와 자유를 누리고 산다는 것은 돈으로 계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010년 한국을 방문한 호르스트 쾰러(Horst Köhler) 독일 전(前) 대통령은 “독일인은 통일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이유가 있다”며 독일 통일이 평화와 안정적인 민주국가의 삶을 가져다 준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통일비용을 문제로 다른 결정적인 것을 보지 못해서는 안된다”면서 “유럽 심장부에서 평화와 자유를 누리고 산다는 것은 돈으로 계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통일은 21세기 한민족의 새로운 비상과 행복한 통일국가로의 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통일을 위해 우리 민족은 훼손된 민족 정체성을 회복하고 분단의 고통을 극복함으로써 정신적·물질적으로 행복한 삶이 보장되는 민족공동체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1. 들어가는 말 교육부에서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하여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추구하는 4개의 인재상과 6개의 핵심 역량을 제시하여 미래의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초·중·고 교육현장에서 교원들 다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학교 시험과 같은 평가가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려는 배움을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육부에서 논의중이거나 추진중인 대학입학 전형의 단순화나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절대 평가 방안, 고교학점제 등을 통해 학생 평가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다. 학생 평가가 수업을 방해하는 주된 이유는 최상위 학생들의 변별을 위해 수업과는 연계되지 않고 매우 어려우며 학습할 내용이 많아 역량 평가가 되지 않고 속도 평가가 되어 다음 수업에서 선순환을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평가의 목적은 학생의 교육 목표 도달 정도를 확인하고 교수-학습의 질을 개선하는 데 있다. 학교에서는 학생에게 평가 결과에 대한 적절한 정보 제공과 추수 지도를 통해 학생이 자신의 학습을 지적으로 성찰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수업의 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학습의 결과뿐만 아니라 학습의 과정을 평가하여 모든 학생이 교육 목표에 성공적으로 도달할 수 있도록 인지적·정의적·심동적 영역에서 교육과정과 수업에서 연계하여 일관되게 연속적으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못하고 변별도에 의한 서열 위주의 평가에 치우쳐 공교육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또한 교육활동에서 안전을 교조적으로 적용하여 교육활동이 위축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교육적인 체험활동에서 학생들이 시행착오를 겪고 이를 통해 배움을 실현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하는 것이다. 역기능적 가정도 학생들의 공동체 의식 함양과 성장에 장애가 된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학생의 성장을 돕는 수업과 수업밀착형 평가를 통해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이바지하게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실천하는데 정성을 다하고자 한다. 2.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돕는 학생 평가 추진 방안 1. 추진 근거 가. 초·중등교육법 제25조(학교생활기록) 나. 시·도교육청 초·중등 학업성적관리 시행지침 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교육부) 라. 학생 평가 장학자료(한국교육과정평가원) 2. 목적 가. 학생의 성장을 돕는 평가로 참된 학력 신장 나. 수업시간 내에 이루어지는 과정 중심의 배움을 돕는 평가 다. 인지적·정의적·심동적 영역의 균형 있는 전인적 성장을 돕는 평가 3. 추진 방침 가. 개인별 성장 촉진과 성취기준에 절대적 도달 여부 평가 나. 교육과정 재구성과 학생중심 수업 성장을 돕는 평가의 연계 및 일관성 유지 다. 학생들의 질문과 생각이 만들어지는 참된 학력 신장을 돕는 평가 방법의 다양화 라. 교사의 평가 역량 전문화에 기반을 둔 평가권 강화 마. 학생 성장 중심 평가 체제 구축 바. 학생 성장 중심의 정기고사 및 수행평가 내실화 사. 학생의 시험 부담 줄이기 아. 학업성적 평가 및 관리의 객관성·공정성·투명성·신뢰성에 기반을 둔 학생중심의 평가 정착[PART VIEW] 4. 학생중심 수업 추진 체제 및 역할 가. 추진 체제 나. 추진 체제별 주요 역할 5. 세부 추진 계획 (실천 방안 및 예시(안)은 2월호에 게재함) 6. 추진 일정 7. 기대 효과 가. 평가를 통해 개인의 적성과 소질을 계발하고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도움 제공 나. 학생의 교수-학습의 질 개선과 고등 사고능력을 배양하여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 다. 성장을 돕는 평가로서 앎과 삶의 일치와 미래사회의 핵심 역량 배양 라. 학생이 자신의 배움을 지속적으로 성찰하고 개선함으로써 학생 성장 촉진 3. 나가는 말 학교 현장에서 학생의 성장을 돕는 평가를 위해 교사의 전문적 역량을 바탕으로 평가권 강화와 수업밀착형 수행평가의 내실화에 의한 일제식 정기고사의 축소, 성취평가제 등의 절대평가제의 정착, 정의적 능력 평가, 교과별 핵심 성취기준에 따른 형성평가, 자기성찰평가 등을 통해 수업과 평가가 선순환 되도록 하고자 하는 많은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개인의 성장을 돕는 평가로 참된 학력 신장을 위해서 평가는 성취기준에 근거하여 교육과정을 창의적으로 재구성하고, 학생참여형 수업(배움 중심 수업 등)으로 성취목표에 도달하게 하고, 이를 수업밀착형 평가로 내용과 기능을 평가하여 교육활동 및 수업에서 연계되어 일관되게 연속성을 유지하며, 학생의 교수-학습 피드백에 도움이 되는 선순환 과정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성취기준과 핵심 역량을 고려하여 전인적으로 균형 있게 평가하고, 모든 학생에게 발달 단계에 맞게 학습 기회를 제공하며, 자신의 성장을 스스로 확인하고 성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수업의 모든 수행 과정에서 피드백할 수 있는 다양한 평가를 실시한다. 학생의 토론, 발표, 프로젝트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이 평가와 연계되어 형성평가, 지필평가, 수행평가 등을 실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학생의 강점과 약점, 잠재력, 교육적 요구를 확 인하고 향후 학습을 위한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하여 학생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 학생의 잠재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실생활에서 적용 가능한 실천적 능력을 평가하며 정량적 평가와 함께 정성적 평가를 보완하여 인지적·정의적·심동적 영역의 균형 있는 평가로 학생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이 가능하도록 한다.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촉진하여 미래 핵심 역량을 갖추도록 한다. 인지적 영역,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는 인성, 문화·예술적 감수성과 자연에 대한 생태적 감정, 서로의 권리를 존중하고 협력하는 민주적 공동체의식, 인권 및 평화 감수성 그리고 건강과 안전 등의 정의적 영역과 심동적 영역까지 균형 있게 평가해야 한다. 또한, 문제 해결 과정에서 서로 협력적으로 해결하도록 한다. 결국 교육과정, 수업, 평가(기록)를 일체화하여 학생의 배움을 돕고 인간다운 인간이 되도록 전인적 성장과 참된 학력 신장을 돕도록 한다. 학생들이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학생들의 앎과 삶을 연결하여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 ‘학생 평가지원 포털’ 및 ‘시도교육청 사례’ 등을 통해 평가 설계 실습을 하기 바란다.
달라진 아이들 힘들지만 그게 교사 성장의 자극제 역할수업, 생활지도 전문성 높인다면 교권 회복되리라 믿어정부는 정책 조급증 버리고 현장과 교감, 지원정책 펴길‘2030’은 소통·화합의 장…교총 넘어 교육에 긍정에너지 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학교는 방학 중이지만 신학년 준비에 교원들의 마음은 늘 분주하다. 특히 올해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들이 본격화되고 6월에는 교육감 선거도 있어 큰 변화가 예고된다. 이는 학교와 교원이 진정한 개혁의 주체로 나서 중심을 잘 잡아야 함을 의미한다. 그 가운데 지난해 ‘젊은 교총’을 표방하며 결성된 ‘교총 2030청년위원회’ 교사들은 신년 좌담에서 "올해가 교육을 바로 잡을 골든타임"이라며 호기롭게 밝혔다. 혼란스런 정책, 먹먹한 교실 붕괴를 체감하면서도 결국 교사로서, 수업이라는 무기로 교육을 살려내겠다는 이들의 각오와 계획, 희망을 들어봤다. - 2030청년위가 입소문을 타고 있다. 남다른 의미도 있다던데. 김정미 부회장 = 제36대 회장단이 가장 먼저 고려했던 부분이 ‘젊은 교총’이에요. 젊은 선생님들의 참여 확대는 교총 발전의 밑바탕이라고 생각해 조직한 겁니다. 2030청년위원회가 기획해 지난해 처음 진행한 캠프는 호응이 대단했습니다. 교원단체 본연의 목적을 살리면서 젊은 교사들의 참여를 높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죠. 앞으로도 2030교육위원회, 2030기자단, 이사회로의 활동 등 참여폭이 더 넓어지도록 할 계획입니다. 박정현 교사 = 2030청년위원회 활동을 통해 교총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기대하게 됐어요. 지난해 여름 영월, 가을 군산에서 진행한 연수는 젊은 감각에 맞춰 준비돼 성황을 이뤘어요. 젊은 세대가 교총의 테두리 안에서 우리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죠. 이런 노력들은 교총을 넘어 우리 교육 전체에 긍정적인 에너지 역할을 하리라 확신합니다. 올해는 인천교총에서도 청년위원회를 조직해 특화된 활동을 펼칠 계획이에요. 주우철 교사 = 교총이 관리자 단체라는 오명은 최초 가입 경로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해요. 수동적으로 가입하다 보니 탈퇴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하지만 2030청년위원회가 기획한 영월, 군산 연수는 젊은 교사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며 입소문을 타고 있습니다. 젊은 교사들이 정책, 복지 등의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기회의 폭을 넓히고, 교총의 이 같은 변화를 홍보하는 데 노력할 생각입니다. 오준영 교사 = 신규교사나 저경력교사들은 교원단체 가입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않아요. 그런데 올해는 2030연수에 대해 설명하면서 교총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가입한 회원들이 점점 교총의 정책적 영향력과 성과들을 알아간다면 필요성도 알게 되겠죠. 2030청년위원회가 젊은 교총을 만드는 교두보가 되도록 올해 더 힘쓸 겁니다. - 갈수록 교권이 흔들리고 아이들 지도가 어렵다고 합니다. 젊은 교사들은 좀 덜하지 않나요. 오준영 교사 = 빠른 변화에 발맞추기 어려워하는 기성세대에 대해 학생들이 무시하는 풍토가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학생 인권은 존중하면서 교사 인권에 대해서는 별 관심과 지원이 없는 게 문제예요. 교권 보호를 위한 법·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하림 교사 = 학생 인권으로 기울어진 균형대 위해서 학생과 교사가 마주보고 대화하기란 어려워요. 교실의 주인은 교사와 학생이므로 서로 존중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또 학생들과의 소통을 높이기 위해 개별 상담뿐만 아니라 학급이나 소집단 상담 등을 확대할 필요도 있어요. 김정미 부회장 = 얼마 전 학교 교육과정 수립을 위한 학부모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동료 교사가 욕설이 섞인 종이를 들고 와 한탄을 하더라구요. ‘학교가 한 게 있어야 쓸게 있지’라고 적혀 있더군요. 교육활동은 교사, 학생, 학부모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인데 모든 것을 학교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세요. 여기에 교사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교사만 변하면 된다는 식의 교육법, 정책이 맞물려 교권을 추락시켰다고 생각합니다. 교원지위법 개정이 시급한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박정현 교사 = 그래도 교실에 절망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전에 비해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하는 아이들 모습에서 새로운 교육의 가능성과 방향을 생각하게 되거든요. 결국 교실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길은 교사의 노력에서 시작된다고 믿어요. 아이들이 듣고 싶고, 삶에 생기를 줄 수 있는 수업을 만들며 끊임없이 교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죠. 물론 교원들이 수업에 전념하도록 정책을 펴고 교권을 존중하는 일이 바탕이 돼야 합니다. 정회록 교사 = 교권 침해에 대해 엄정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교원지위법이 조속히 개정돼야 합니다. 동시에 교사 스스로 교육의 질을 높여 권위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더 나은 교육을 위해 고민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교사가 희망을 이야기하고 가능성을 믿을 때 교육에도 변화가 올 테죠. - 결국 수업 전문가로서 교사의 역할에 따라 교실이 살아날 수 있다는 말씀이네요. 올해 성장을 위한 좋은 계획, 다짐이 있으신지요. 김정미 부회장 =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한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늘 자신감을 갖고 다양한 것에 도전하고 삶을 즐길 수 있는 교사가 되려고 해요. 이를 통해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과정을 만들고 싶어요. 또 저경력 교사들과 동아리를 만들어 주제 통합 프로젝트 학습과 학급 생활지도에 대한 고민을 깊이 나눠볼 생각입니다. 주우철 교사 = 평소 수학 교수학습자료 개발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지난해 전국교육자료전에 도전했고 수학용 보드게임을 개발해 출시했습니다. 올해도 더 연구하고 다듬어 교구나 학습 프로그램 개발을 지속할 계획이에요. 직접 개발한 자료로 수업할 때의 보람은 무엇보다 크거든요. 오하림 교사 = 지난해 교육대학원을 마무리 할 수 있었어요. 올해는 교재·교구 연구와 학생들 생활지도를 위해 더 노력할 계획이에요. 논문을 쓰다보니 사회분석통계에도 관심을 갖게 돼 자격증을 따볼 생각도 있고요. - 교사들의 노력을 정부도 정책으로 지원하고 응원해야 할 텐데요. 새해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박정현 교사 = 정권이 바뀌면 교육정책도 바뀌는 일이 이제는 놀랍지도 않아요. 물론 어떤 정책이든 분명 교육적 가치를 갖고 있죠. 하지만 그 가치가 자리 잡고 아이들의 삶에 긍정적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교육정책은 너무 급해 보여요. 임기 내에 성과를 내겠다는 정치적 생각에 조급한 것은 아닌지 냉정히 돌아봤으면 합니다. 교육 주체들과 끊임없는 대화 속에서 접점을 찾아가며 연착륙시키는 지혜를 기대합니다. 정회록 교사 = 교육정책의 남발이 교사와 학교와 교육에 대한 신뢰를 얼마나 추락시켰는지 이번 정부가 잘 알았으면 합니다. 교육정책을 바꿔 표를 얻으려는 교육의 정치화, 정권의 철학과 정치색을 교육에 접목시키려는 교육의 이데올로기화가 새 정부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이번이야말로 정권의 그늘에서 교육을 독립시킬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번 정권이 그 기반을 세운다면 백년대계를 외치는 한국교육에 큰 업적을 남겼던 정부로 평가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정미 부회장 = 무자격 공모교장제 등 현재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정책들을 긍정적인 부분만 생각하고 밀어붙인다면 반쪽짜리 정책에 그칠 겁니다. 깊이 생각하고 멀리 내다볼 수 있는 교육정책을 펼치는 정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Q. 중학교에 입학하는 아이와 초등 고학년 아이를 둔 교사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다보니 처음 결심과는 다르게 가계부 쓰기나 돈 관리도 어영부영 지나버린 것 같네요. 올해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보려는데,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돈 관리 방법이나 팁을 알고 싶습니다. 가족 간에 특히 자녀에게는 잘 하지 않는 얘기가 ‘돈’에 관한 것이다. 형편이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아이들의 기가 죽을까봐, 여유가 있으면 너무 낭비하거나 절제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자랄까 싶어 가급적 아이들에겐 ‘돈’에 대해, 경제적 상황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초등학교만 들어가도 누구 집은 우리집보다 크네, 누구네 집 차는 뭐네 하며 비교하기 일쑤다. 입는 것, 쓰는 것, 사는 곳의 가격표가 공공연하게 드러나는 현실에선 가난도 풍요로움도 감추기가 어렵다.아이들이 가정형편에 대해 묻거나 다른 집과 비교하는 말을 할 때 부모들은 어떻게 대할까? 어른들의 일이라며 무시하든지 태연히 ‘그래?’하며 무심한 척 관심을 돌리거나, 또는 아이가 상처받지 않았을까 안절부절 하지는 않는가? 집이 여유롭든 형편이 어렵든 자녀에 대한 부모의 마음은 모두 똑같을 것이다. 자녀가 행복한 인생을 살길 바란다. 경제적으로 어려움 없이 안정되기를, 그렇다고 해서 돈만 아는 수전노가 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제 몫의 삶을 책임지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길 바란다. 그런 삶을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돈’일 뿐이다. 돈 자체가 행복일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결국 우리는 돈에서 자유로운 ‘행복한 부자’가 되길 바란다.‘행복한 부자’는 큰돈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돈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 사람이다. 큰돈을 가져야만 돈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재벌 순위처럼 행복의 순위가 매겨질 수 있을 것이다. 재산 때문에 가족 간 불화가 생기기도 하지만 가족과 소박하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도 많다. 돈을 잘 통제하고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만 쓰며 산다면, 돈의 크기와 상관없이 누구나 행복한 부자가 될 수 있다. 사례자의 연간 현금흐름을 분석해보면, 평균적으로 30만 원 가량 돈이 남아 저축이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적자가 심하게 나고 저축도 불가능하다고 여긴다. 왜 그럴까? 답은 매달 매달의 현금흐름에 있다. 매월 평균적으로 30만 원 가량의 돈이 남기 때문에 1년이면 400여 만 원이 남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다음 달 카드 값을 내고 나면 통장 잔고가 그만큼 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누락된 지출이 많다는 뜻이다. 이렇게 1월부터 12월까지 비정기적인 수입과 지출을 감안해 연간 현금흐름을 뽑아보면, 월별 편차가 매우 큼을 알 수 있다. 비정기 수입이 있는 달은 돈이 남지만, 자동차 보험료를 내거나 겨울옷 장만처럼 비정기적 지출이 있거나 보너스가 없는 달은 적자가 크다. 월별로 소득과 지출을 정리해놓고 보면, 필요한 만큼의 돈을 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무 스트레스가 큰 원인을 알 수 있다. 돈이 남는 달에는 공돈처럼 생각돼 흐지부지 써버리기 일쑤다. 계획에 없던 지출이나 소비로 다음 달 카드 값이 크게 느는 것이다. 비정기 수입이 없는 달에 미리 써버린 카드 값이 빠져나가버리면 가뜩이나 부족한 잔고가 더 쪼들리고, 결국 생활비는 카드로 긁을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반복인 것이다.때문에 미리 따져보고 계획하는 것이 필요하다. 써야 할 돈과 쓰고 싶은 돈을 언제 어느 정도로 지출할지 준비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계획하다보면, 남는 돈은 공돈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 써야 할 소중한 자원이 된다. 명절 휴가비를 모아 가족의 첫 해외여행을 갈 수도 있고, 보너스를 남겨뒀다가 결혼 15주년을 기념하는 이벤트를 할 수도 있다. 계획을 세울 때는 자녀와 함께 하는 것이 좋다. 행복은 꿈이 이뤄지는 순간보다 꿈을 계획하고 차근차근 이뤄가는 과정에서 훨씬 크게 느낄 수 있다. 자녀와 함께, 우리가족이 무엇을 하며 어떻게 1년을 보낼지 계획해보고, 사소하거나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목표한 금액을 모으고, 하나하나 계획을 이뤄가는 것이야 말로 살아있는 경제교육이고, 계획적이며 합리적인 소비습관을 교육하는 좋은 방법이 된다. 사례자의 경우, 매달 100만원 가까이 나가던 보험료를 필수 보장 위주로 리모델링해 고정 지출을 줄이고, 사소한 외식과 대형마트 쇼핑을 줄여 중학생 자녀의 교육비로 좀 더 지출하기로 했다. 매달 비상금 마련을 위한 최소한의 저축을 하고, 비정기 소득은 모아서 가족 이벤트에 쓰도록 했다. 가족 각자가 하고 싶은 일들을 얘기해보고 어느 정도 돈이 필요할지,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얼마나 될지, 무엇을 꼭 해야 하고 어떤 것은 포기해도 좋을지 이야기를 나눈 끝에, ‘해외여행’, ‘결혼기념 이벤트’, ‘캠핑’, ‘스키장’으로 의견을 모았다. 남은 카드 대금은 연초의 비정기 소득으로 정리하고, 앞으로는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정해진 생활비 내에서만 사용하기로 했다. 아이들도 여름휴가와 캠핑, 스키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평소 소소한 선물이나 자질구레한 물건을 사달라고 조르는 것은 참기로 약속했다. 이렇게 하면 오히려 전년보다 가족의 행복을 위한 지출은 더 쓰고도 저축이 가능해진다. 연말에 남는 240여 만 원은 두 자녀의 대학교육비로 따로 저축하기로 했다.자녀에게 가장 좋은 교육은 평소 부모가 돈을 계획해서 합리적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녀는 자연스레 ‘돈’은 통제‧관리하는 대상임을 알게 된다. 목표한 것을 이루기 위해 잠시 인내하는 것은 고통스럽기보다는 성취에 대한 기대감이 될 수 있다. 스키장에서 놀기 위해 장난감을 포기하는 것, 갖고 싶은 물건을 어린이날이나 생일까지 잠시 참는 것을 통해 아이는 욕구를 통제하고 인내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더불어, 갖고 싶다고 느끼는 감정이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거짓말처럼 사그라진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또 어떤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갖고 싶어지기도 할 것이다. 오랫동안 소망하고 기다렸던 것을 비로소 갖게 될 때, 그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특별할지 충분히 알 수 있다. 가짜 욕구와 진짜 욕구를 구별할 수 있게 가르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목표를 위해 사소한 것은 포기해야 하고, 생각지 못했던 일로 계획을 수정하기도 한다. 돈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것은 그 자체가 아이에게 가장 좋은 자기관리습관과 문제해결력을 길러 줄 수 있는 기회다. 새해에는 자녀와 함께 우리 집의 재무계획을 함께 세워보고 실천해보자.
우리는 또 다시 들판으로 나섰다. 날마다 이 들판 저 들판으로 다니면서 모내기를 하였다. 어떤 논에는 아직 물이 들어가지 않아서 모를 낼 수가 없어서, 호미를 들고 가서 모를 호미를 일일이 심기까지 하였다. 이렇게 힘든 일을 하여도 우리는 기뻤다. 못자리에서 모가 타들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들판을 지나는 시냇가에서 물을 퍼 나르던 때를 생각하면 모내기를 항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절로 났다. 우리는 일주일을 날마다 논으로 나가서 모내기를 돕는 일을 하였다. 물론 우리는 모내기를 해주면서도 조금씩 돈을 받아서 우리들의 수학여행비를 마련하는데 보탬이 되게 모았다. 모내기 일주일 동안에 우린 매일 6,000원씩을 벌어 들였다. 모내기는 한 마지기에 300원씩을 주셨다. 보리 베기와는 달리 모내기는 우리가 조금만 잘못하면 농사를 망칠 수 있으니까, 일을 많이 하기보다는 정신을 쏟아서 모를 잘 심는 것이 더 중요하였기 때문에 우리는 정성껏 모를 심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심는다고 농사 망친다고 안 된다고 했더니, 어찌나 꼼꼼하게 심었는지, 어른들이 심은 것보다 더 잘 심었어 !” 하는 칭찬을 들었을 때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우선 우리가 모두 농촌에서 자랐고, 농사를 짓는 집의 아이들이니까 남의 농사를 망쳤다는 얘기를 들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남의 농사를 망친 것은 내 농사를 망친 것이나 다름이 없는 일이 아닌가?’ 다들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모내기를 정성껏 하였고 다행히 잘 심었다고 칭찬을 듣게 된 것이었다. 우리는 모내기를 일주일 하는 동안에 36,000원을 더 벌어서 모두 100,000원을 모았다. 우리 한 사람 몫으로 2200원이 넘는 돈이었다. 이 정도면 한 사람이 1,000원 정도씩만 내면 수학여행을 갈 수 있게 되었으니,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우리가 모은 돈에 희망을 걸고 11월에 수학여행을 갈 때까지 무엇을 해서 돈을 더 모으나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름 방학을 며칠 앞둔 7월 초순에 들어서 학교에서는 학교공원화사업을 추진하시던 교장선생님은 학교 화단에다가 세종대왕상과 이순신장군상, 신사임당, 반공소년 이승복상, 효자 정재수의 상, 그리고 동물상으로 호랑이, 사자, 기린, 꽃사슴, 등을 세우기로 하면서 학부형들의 도움을 요청하였고, 학부형들의 기부금이 모자라자 학교 안의 모든 돈을 쓸어 모으게 되었다. 이 때 학교에서는 6학년 어린이들의 수학여행비로 모은 돈을 학교 공원화 사업비로 내어놓으라는 것이었다. “김선생, 지금 학교에서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다는 것은 직접 찾아다니면서 기부금을 모아 봤으니 더 잘 알 것이네. 그래서 말인데. 6학년이 모아둔 돈을 좀 내어놓을 수 없겠나?” 교장 선생님은 이렇게 선생님께 요구하였다. 그러자 우리 선생님은 “무슨 말씀입니까? 그 돈은 절대로 안 됩니다. 그것은 아이들이 자기들의 수학여행비로 모으기 위해서 여름 내내 땀을 흘리면서 보리 베기하고 모내기하여서 모은 돈입니다. 학교에서도 그렇게 하라고 하셨고,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을 하여서 모은 돈입니다. 그걸 내 놓으라면 안 될 말입니다.” 하고, 분명하게 거절을 하셨다. 그러자, 학교 경리를 책임지고 있던 강 선생은 우리 담임선생님께 폭언을 하면서 “교장선생님이 하라면 하는 것이지 뭐여? 안 된다고? 학교 안에서 교장의 말을 안 듣고 대들겠단 말이여?” 하고 협박을 하였다. 그러나 담임선생님은 그런 협박이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아무리 그래도, 우리 반의 아이들이 자신들이 의견을 모아서 한 일이고, 그 아이들이 일을 해서 모은 돈이니까, 그건 아이들의 돈이지 내 돈이 아닙니다. 내가 마음대로 할 수도 없는 일이거니와, 아이들에게 무어라고 말을 합니까? 담임이 아이들을 속이고 일을 시켜 먹고 그 돈을 빼앗아야 한단 말입니까? 난 그런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하고 끝까지 반대를 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버렸다. 이 일로 해서 학교 안은 한창 소란이 일어났다. 교장선생님과 경리 담당 강선생님은 ‘돈을 내어놓아서 학교 일에 보태야 한다.’ 는 생각이었고, 대부분의 젊은 선생님들은 이와 반대로 ‘무슨 소리야, 아이들이 어떻게 모은 돈인데 그걸 내놓으라니 말도 안 돼! 교장선생님도 참 그게 뭐 그리 중요하다고 기어이 지금 세워야 하나?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인 돈인데 그걸 내놓으라면 담임은 아이들에게 뭐라고 하란 말이야?“ 하면서 반대를 하였다. 결국 선생님들까지 두 파로 나뉘어서 의견이 달랐다. 이렇게 학교 안에서도 야단이 났지만, 아직 우리들에게는 이야기를 해주지 않아서 우린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서 이번에는 교장선생님이 담임선생님을 불러서 “이미 주문을 해 놓았으니 그리 알게. 내가 쓰겠다는 것도 아니고 자네가 맡은 일이 아닌가? 학교 공원화 사업을 하려면 어쩌겠나?” 하면서 ‘이미 주문을 해놨으니 그리 알아라.’ 고 일방적으로 다그쳤다. 그러나 우리 선생님은 “전 못합니다. 제가 아이들과 약속을 한 일입니다. 그럼 제가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해서 일을 부려먹었다는 말을 들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자기들의 수학여행비를 번다는 생각으로 그 어린것들이 코피를 흘려 가면서 번 돈입니다. 그런데 그 돈을 내놓으라고 어떻게 말을 하란 말입니까? 제 입으로는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못 합니다.” 하고, 끝까지 반대를 하고 나섰단다. 이렇게 되자 교장선생님이라도 어쩔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김선생은 빠지시오. 우리가 아이들에게 이해를 시키겠소.” 교장선생님은 이렇게 말을 하면서 직접 아이들을 설득시키겠다는 것이었다. “ 정말 교장선생님이 아이들을 설득시키시겠단 말씀입니까? 강제로 하지 않고 아이들이 스스로 그렇게 하겠다고 하도록 만드시겠단 말씀입니까? ‘손들어’라고 하지 말고, 찬반 비밀 투표를 해서 결정을 하시겠다면 저도 따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빤히 쳐다보면서 ‘반대하는 사람 손들어’ 식으로 결정을 한다면 저는 인정 못합니다. 아무리 교장이시고 이 학교의 책임자 이시지만, 이번 일만은 순수하게 어린이들이 자기들의 결정에 의하여 자신들의 손으로 마련한 거금입니다. 아직 판단력이 부족하다고 억지로 빼앗아서는 안 됩니다.” “김선생 ! 그게 무슨 말이야? 억지로 빼앗다니? 지금 우리가 아이들의 돈을 빼앗아 먹겠다고 하는 건가? 학교를 위해서 협조를 하자는 것이 아닌가?” “만약 아이들이 그 돈을 마련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하실 작정이셨습니까? 그 돈이 없었다면 그 사업 중에 한두 개를 덜 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왜 아무 준비도 없이 주문을 하시고선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시려고 하시는 겁니까?” 담임선생님이 너무나도 강하게 반대를 하시니까 교장 선생님도 함부로 할 수가 없다고 생각을 했는지 잠시 생각을 해보시는 눈치이셨다. 그 때 학교 회계사무를 맡은 강선생이 문을 박차고 들어오면서 “김선생 ! 자네 뭔가? 나이 드신 교장선생님께 그렇게 대드는 게 도리라고 생각하는 거여?” 하고 소릴 지르는 것이었다. 담임선생님은 어이없다는 듯이 강선생님을 바라보면서 “제가 뭘 잘 못했습니까? 제가 제 욕심 채우자고 그러는 겁니까 ? 아이들이 피 땀 흘려 마련한 그 돈을 억지로 내놓으라니까 그러지요.” “그럼 교장선생님이 욕심을 채우려고 그 돈을 달라고 하는 거란 말인가? 학교 사업을 하자고 하다 보니까 모자라서 좀 돕자는데 그게 잘 못 됐다는 말이여 !” 금방 치고 말겠다는 듯이 협박적이었다. 이 강선생님은 우리 담임선생님의 형님과 동창생이어서 마치 동생을 대하듯이 함부로 하는 편이었다. 더구나 덩치도 크고 면내에서는 깡패란 말을 들을 만큼 자기 멋대로 하고 다니는 그런 분이었다. 그러나 담임선생님은 그런 강선생님에게 지지 않고 “그건 아니지요. 만약 그 돈을 준비하지 않았으면 지금처럼 주문을 해놓고 어찌하려고 했는지 여쭤 보는 거예요. 아무런 대책도 없이 주문을 해놓지는 않았을 거 아니예요?” 이렇게 따지자, 강선생님은 “그거야 우리가 마을에 다니면서 협조를 받아 왔지 않아. 그런데 돈이 너무 모자라니까 그러는 거 다 알면서 왜 그래?” “그래서 처음부터 돈이 준비 된 만큼만 주문을 하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무슨 재주로 학부모님들의 호주머니를 뒤져서 빼앗아 올 수 있다고 억지로 일을 벌여 놓고서 이제는 아이들에게 피해를 입히려고 하니까 하는 말입니다.” “야 ! 너 말 다했어? 정말 이렇게 협조하지 않고 대들 거야? 형을 봐서 참아 왔더니 아주 못 쓰겠구만....” “강선생님 ! 형님의 동기동창이시라고 저도 형님 대우하면서 살아 왔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제 큰 형님의 담임 이셨다는 것도 알고 살아 왔구요. 그러나 이번 일을 그런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잘 못 한 것은 잘 못이지 형님의 친구라고 그것으로 억지를 부리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담임선생님의 말씀에 이론적으로 부족함을 느낀 것인지, 아니면 성질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인지 강선생님은 담임선생님을 향하여 재떨이를 내던졌다. 다행히 피해서 다치지는 않았지만 큰 일이 날 뻔하였다. 이렇게 소란이 일어나는 동안에 교무실에 선생님들은 점차 험악해져 가는 분위기를 느끼고 하나 둘 교장실로 다가오다가 이 광경을 보게 되었다. 선생님들은 우르르 몰려들어서 담임선생님과 강선생님을 뜯어말리고 억지로 껴안고 밖으로 끌어내었다. 결국 모든 선생님들이 모여서 의논을 하여 결정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건 또 무슨 경우인가? 아이들이 마련한 돈을 쓰는데 아이들의 의견이 아니라 선생님들이 결정을 한다니....’ 무엇인가 잘 못 되어 가고 있었지만, 담임선생님의 혼자 힘으로 이렇게 학교 전체와 맞서 싸울 수는 없었다. 일단은 선생님들의 의견을 따르기로 하고, 교무실에 모두 모였다. 한 시간 가량이나 의논을 계속한 결과는 일단 교장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이해를 시키고, 아이들의 동의를 얻어서 집행하기로 하였다. 담임선생님은 “아무리 그래도 저는 동의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도저히 제 양심으로는 아이들에게 협조를 해달라는 이야기를 할 수 없으니,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께서 해주십시오. 그리고 아이들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억지로 그렇게 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하면 안 됩니다. 저는 제가 어린이들에게 한 약속이 있기 때문에 도저히 제나 나서지는 못하겠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절대 반대입니다. 아이들에게도 이 말만은 해주셔야 합니다.” 하고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으셨다. 이렇게 의논이 분분하던 일은 선생님들의 의견을 따라 일단 교장선생님이 교실에 들어 가셔서 아이들의 동의를 구하기로 하였다. “6학년 어린이 여러분 ! 이미 여러분도 잘 알고 있을 줄로 압니다. 학교 화단에 지금 여러 가지 동상모형을 설치하고 있는데, 여러분 아버지 어머니가 돈을 거두어 주셔서 많이 도움이 되었지만, 아직 돈이 조금 모자랍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수학여행을 가려고 모아둔 돈을 학교 사업에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의논을 하였으나 담임선생님은 여러분과의 약속 때문에 절대로 안 된다고 반대를 하여서 며칠 동안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저렇게 주문을 하여서 설치는 해놓았는데, 돈이 모자라서 못 보내고 있습니다. 여러분 ! 여러분이 모은 돈으로 학교 화단에 멋진 동상모형을 하나 만들어 두자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애써 모은 돈이고 피땀을 흘린 돈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여러분의 의견을 듣기로 한 것입니다. 협조해 주실 거지요?” 교장선생님의 말씀에 우리들은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교장선생님이 자기 아버지, 어머니의 담임선생님이었던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얼굴을 보일까봐 고개들을 푹 숙이고 있었다. 교장선생님의 10여분에 걸친 이야기를 듣고서도 누구도 ‘좋다’ ‘싫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 정도로만 이야기를 해 놓고 교장선생님은 나가버리셨다. 교장선생님은 이 정도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했으면 되었다고 생각을 한 것이었다. 그러나, 담임선생님은 그런 정도에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도 동의를 해주지 않으므로 하는 수 없이 교감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교감선생님은 아주 얌전하신 선비 같은 분이셨다.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무리한 이야기를 하게 되어서 대단히 미안하다. 그렇지만, 이것도 학교를 위한 일이 아니겠느냐? 너희 담임선생님은 너희들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기 위해서 교장선생님께 대들기까지 하셨고, 선생님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기까지 하였다. 이제 너희 담임선생님은 너희들과의 약속을 어길 수 없기 때문에 끝까지 그만큼 애를 쓰셨다. 이제는 너희들이 결정을 해야 할 때이다. 너희들이 양보를 하면 담임선생님이 학교에서나 여러 선생님들 사이에 좋은 분이 될 수 있겠지만 너희들이 끝까지 반대를 한다면 너희 선생님까지 욕을 먹게 되는 거다. 너희들을 위해서 그만큼 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나는 지금 너희 담임선생님 댁에서 하숙을 하고 있지 않니? 그런데 담임선생님이 여러 선생님들에게 비난을 받는 모습을 볼 수는 없을 것 같구나. 그래서 내가 너희들에게 이렇게 부탁을 하려고 한다. 어쩔 테냐? 너희들의 돈을 지킬 테냐, 아니면 담임선생님을 욕먹지 않게 해드릴 테냐?” 교감선생님의 말씀을 들은 우리들은 술렁이기 시작하였다. 이런 우리들을 보면서 교감 선생님은 천천히 우리들에게 이야기 하셨다. “너희들이 그 돈을 벌기 위해 얼마나 피땀을 흘렸는지 내가 다 안다. 날마다 선생님에게 들었고, 너희 선생님이 녹초가 되어서 저녁을 먹자마자 떨어져 잠들곤 했으니까, 너희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만 하였지. 그런데 너희들이 잘 해주지 않으면 너희 선생님이 곤란해질 것 같구나. 너희 선생님이 끝까지 반대를 하고 있는데, 너희들까지 반대를 하면 그 돈을 쓰지는 못하겠지. 그러나 선생님은 우리 학교에서 좋아할 사람이 없게 되어서 따돌림을 받게 될 거야. 너희 선생님은 오직 너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저렇게 다른 선생님과 싸움까지 하였는데, 이제 어떻게 하겠니? 너희들이 양보를 한다면 문제는 쉽게 해결이 될 수 있는 거야.” 하시면서 우리들에게 양보하고 선생님의 입장을 이해해 줄 것을 요구 하셨다. 이 말씀을 들은 우리는 정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런데 교감 선생님은 ‘억지로 빼앗을 수는 없으니 너희들이 결정을 해라’고 우리들의 의견을 물었기 때문에 우리들은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교감선생님, 죄송하지만 이제 저희들끼리 의논을 할 수 있도록 해주시면 인될까요?” 반장 경수가 말씀 드렸고, 다른 아이들도 좋겠다고 찬성을 보였으므로 교감 선생님은 “그러면 너희들끼리 의논을 하여서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여 가지고 알려 줄 수 있겠지?” 하시자 우리들은 모두 좋다고 하였다. 교감선생님이 나가시고 반장인 경수가 앞으로 나와서 학급 회의를 열었다. “이제 더 설명하지 않아도 알겠지? 우리 선생님은 끝까지 양보를 할 수 없다고 버티시고, 교장 선생님이나 다른 선생님들은 양보를 하였으면 하는 모양인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하자, 영호가 손을 번쩍 들고서 일어섰다 “우리 선생님의 말씀이 맞는 거지. 왜 우리가 그렇게 땀 흘려 번 돈인데, 무조건 학교에서 내놓으라면 말이 되냐?” 하자 다른 아이들도 몇몇이 옳다고 찬성을 하였다. 그 때 문식이가 일어서서 “당연히 우리 선생님의 말씀이 맞아. 그리고 우리 돈을 우리에게 억지로 내 놓으라면 안 되는 것이 맞는 이야기야. 그렇지만, 지금 우리를 지켜 주려다가 선생님이 곤란해지신 것 같은데 그것은 어떻게 해야 옳은가 생각을 해봐야지.” 하면서 좀 어른스러운 이야기를 하였다. 우리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런 모습을 보고 경수가 다시 이야기를 하였다. “너희들도 잘 알잖아. 우리 선생님이 한 번 우리하고 약속을 하였기 때문에 우리가 그러자고 하지 않은 한 절대로 양보를 하지 않으실 거야. 그러니까 우리가 바른 결정을 해야 돼. 교감선생님이 저렇게 이야기하시는 걸 보면, 우리 선생님이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고 교장선생님한테도 대들고 끝까지 반대를 하신 모양인데 우리는 어떻게 해야 좋겠니?” 이 말을 들은 아이들이 모두 가만히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늘 빈충 맞은 이야기를 잘하는 준태가 손을 번쩍 들더니 “우리 선생님이 안 된다면 안 되는 거 아냐? 우리는 우리 선생님의 의견만 따르면 되지 않아?” 하고, 말을 하자 문식이가 “ 그걸 몰라서 그래? 우리가 지금 생각하자는 것은 우리 선생님이 우리를 지키려고 다른 선생님들에게 미움을 받게 되었다는 게 문제가 아니야. 우리만 좋자고 선생님이 그렇게 되어도 좋다는 말이야?” 하자 다른 아이들도 모두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준태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괜히 나에게만 그래. 난 내 생각도 말하면 안 되나?” 하고 궁시렁거렸다. 다시 문식이가 일어서서 “금방도 말했지만, 우리 선생님이 어려운 입장이 되시게 놔 둘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가 번 돈 아깝고 섭섭하지만 양보하고 차라리 우리가 번 돈으로 만든 것이니까, 동상에 우리 반이 번 돈으로 만든 것이라고 적어 넣어 달라고 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이 말을 들은 아이들은 점점 밝은 얼굴이 되어서 옆 사람과 의견을 나누는 등 수군거리기 시작하였다. “자, 이제 우리 결정을 할 때가 된 것 같다. 여러분의 의견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우리 돈을 끝까지 지키자는 준태 의견과 선생님의 입장을 생각해서 우리가 양보를 하자는 문식이 의견이 있는데 이제 의견을 표결에 붙여보면 어떻겠니? 다른 의견이 있으면 얘기하고....” 우리는 서로 눈치만 보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 잠시 후 경수는 “자, 그럼 더 이상 의견이 없는 것으로 보고 표결에 붙이겠습니다. 나중에 나온 의견인 문식이의 말대로 양보를 하고 우리 반의 기증이라는 표지를 해달라고 하자는 의견과 준태의 의견대로 끝까지 양보를 하지 말자는 의견 중에 먼저 양보하자는 의견에 찬성을 하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우리들은 모두 다른 사람들의 손드는 모양을 살펴보면서 망설이고 있었다. 의견을 낸 문식이가 번쩍 손을 들었고, 여자들 중에서도 경아, 은자 등이 손을 들자 아이들은 하나 둘 손을 들기 시작하였다. 경수가 둘러보고서는 “자 그럼 숫자를 헤아려 보겠습니다.” 하고, 창문 쪽에서부터 세기 시작하자 나도 손을 들고 말았다. 경수는 “모두 36명이니까 다음 의견은 손을 들어 볼 필요도 없이 결정되었습니다. 그럼 교감선생님께 가서 그렇게 말씀드리고 오겠습니다. 괜찮겠죠?” 하자 아이들은 모두 다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하여 일주일 이상 끌어오던 문제는 마지막 단계에서 양보를 하는 것으로 우리학급 아이들이 동의를 해버린 것이었다. 그렇지만 우리들의 마음 한 구석에는 자신들의 돈을 빼앗겼다는 서운한 마음을 버릴 수는 없었다. “너희들이 왜 그걸 양보한다고 결정을 했니? 누구 맘대로 그걸 내놓겠다고 해? 얼마나 힘들게 마련 돈인데 그걸 왜 내놓기로 하느냔 말이야?” 선생님은 몹시 화가 나셨지만, 사실은 우리들의 결정을 더 이상 나무랄 입장이 아니셨다. “너희들이 이번에 양보를 한 것은 이 선생님을 위해서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난 너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을 할 수가 없다. 마지막까지 지켜 주지 못한 내 책임이기 때문이다. 미안하다. 너희들에게 미안하다. 너희들에게 약속한 것을 못 지킨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내 책임이니까.” 선생님은 눈가에 맺힌 이슬 같은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고개를 들고 멀리 존재산을 바라 보고 계셨다. 아마도 가슴속에서는 부글부글 불이 타고 있으실 것이다.
'공부 의지가 생겼고, 습관도 잡혔으니 어디에 가도 잘 할 것' '선생님 수업에도 집중하니 수학에도 자신감' 세상에는 여러 가지 가치관이 존재한다. 모두가 학교에서 공부하지만 공부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공부도 스포츠와 같은 하나의 재능이다. 타고난 재능도 갈고 닦아야 빛이 나는 것처럼 공부도 최선을 다하여 노력하면 목표에 근접할 수 있다. 때문에 학교는 학생들이학교를 다닐 때 무엇보다도 공부에 대한 올바른 개념을 가지도록 가르치는 것이 정도이다. 잘못된 믿음을 가지면 믿음이 허공을 헤메게 된다. 학생이 선생님을 잘 믿고 선생님이 잘 가르치면 1등이다. 공부에 대한 믿음도 바른 믿음이 있고, 틀린 믿음이 있을 수 있다. 모두 다 맞을 수도 있고, 또 일부는 틀릴 수도 있다. 자신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읽으면서 자신이 실행하고자 하는 것을 선택하여 실천하는 것이 올바른 배움의 자세이다. 2학기 마무리 무렵 학부모님들과 함께 선진학교 시찰을 하기 위해 시골의 조그만 중학교를 방문하였다. 그때 마침 한 학생이 전교생이 모인 가운데 자기 자신이 이 중학교에 와서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발표하는 시간이 있어서 내용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듣고보니 참으로 대단한 학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저 나이에 공부가 무엇인가를 확실히 깨달을 수가 있을까 나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그 학생을 만나 학생의 공부하는 방법을 소개하려고 하니 내용을 보내 주어서 이렇게 글로 정리한 것이다. 이 학생은 한마디로 세상 사람들이 상식으로 갖지 않은 것을 자기의 지식으로 갖고 있었다. 다름 아닌 '사람은 3의 배수 시간(3시간, 6시간, 9시간)으로 자는 것이 좋다'는 믿음이었다. 이렇게 과학적이 아닌 사실도 믿음으로 받아들인 사실 앞에는 아무리 다른 논리로 설득을 해도 불가능한 것이다. 지금도 많은 학생들이, 부모가 자녀 공부 때문에 고민하고 방황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소개하기로 한다. 공부를 하게된 계기 "나는 초등학교 때에 공부를 하지 않아도 점수가 잘 나왔었다. 용정중학교를 오기 전에 1년간 광주 00중학교를 다녔는데 그때, 원래 친했던 아이들이 점점 나쁘게 변해 갔다. 그렇게 계속 놀기만 하고 수행평가를 관리를 하지 않으니 계속 성적이 떨어졌다. 시험을 보면 점수는 잘나오지만 수행평가와 합산이 되니 항상 성적이 낮게 나왔다. 시험은 90점을 맞는데 수행을 합치면 70점대로 떨어지는 정도였으니까. 부모님께서는 나를 가만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셔서 용정중학교에 전학을 보내주셨다. 용정중학교는 광주 oo중학교와 달랐다. 아이들이 모두 수업을 듣고 밤에 자습을 해도 불만하지 않고 모두 열심히 했다. 신기했었다. 나는 처음에는 용정에서도 예전 학교에서 처럼 조금만 공부해도 성적이 나올 줄 알았었다. 그래서 공부를 하지 않았는데 성적이 바닥을 기었다. 2학년 때는 거의 공부를 하지 않았었다. 그래도 조규선 선생님의 지도하에 나는 조금씩 생활습관을 고쳐 나갔다. 그러면서 2학년이 끝났다. 나는 3학년에 올라와서 박경선 선생님 반이 되었다. 3학년 1학기때 나는 담임 선생님께 ‘말과 행동을 생각하고 해라’ 라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나는 선생님께 혼나지 않고 더 잘 생활에 보려고 생활을 바꾸려고 노력했었다. 2학기에 올라와서 나는 이제 고등학교 선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고등학교를 조사하면서 나는 ‘마이스터고’ 라는 종류의 고등학교를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부터 전문교육을 받아서 일찍 취직을 할 수 있는 학교였다. 나는 다짐을 했다. 내가 이번에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마이스터고에 가겠다고. 나는 새벽까지 밤을 새가면서 공부를 했다. 그 시험 성적이 나왔는데 그때 나는 반에서 1등을 했다. 나는 희망과 자신감을 얻고 계속 열심히 공부를 했다. 이번 기말고사도 생각만큼은 아니지만 잘 나온 편이다. 나는 공부하는 이번 한 학기동안 공부하는 습관과 방법, 그리고 흥미를 얻었다. 공부를 할 때는 자신이 취약한 과목부터 먼저 나는 지금까지 영어에는 정말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공부를 시작할 때 영어를 위주로 공부했었다. 우선 나는 영어 단어장을 사서 외웠다. 원래부터 영어는 알던 것이 없었기에 영어 독해를 할 때마다 항상 새로 외운 단어들이 나왔다. 기분이 좋았었다. 계속 내가 공부 한만큼 성과가 나오니 영어에도 흥미를 붙이게 되었다. 밤새도록 영어공부를 해도 지루하지도 않았다. 나는 영어에 흥미를 가져서 영어 공부를 했다. 이제 영어가 조금 괜찮아지니 나는 수학공부를 했다. 예전에는 수학시간에 딴 생각하고 문제도 하나도 안 풀고 시험을 봤었는데, 이번엔 문제도 많이 풀고 선생님 수업에도 집중하니 수학에도 자신감이 붙었다. 수학을 풀다가 안 되면 영어 공부를 하고 영어공부를 하다가 집중이 안 되면 수학공부를 하면서 집중도를 높이면서 항상 2시 30분까지 공부를 했다. 국어, 사회, 과학과 과목들은 아침자습시간과 수업을 듣고 평소에 시간이 남을 때에 했었다. 공부는 일단 흥미를 가지기 시작하면 그에 보답을 해주는 것 같다. 공부를 한 후에 느낀 점 이제껏 나는 공부가 어려운 것인지 알았었다. 하지만 나는 공부가 그렇게 어렵지 않고 내가 공부한 만큼 보답해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내가 공부하기에 늦은 것이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은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시기였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공부는 한번 자신감이 붙으면 계속 발전 할 수 있다. 공부를 하다보면 자신이 무엇에 흥미가 있고 무엇을 잘하는지를 알게 된다. 나는 이번에 공부를 하면서 내가 과학에 흥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과학자의 꿈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 고등학교에 가게 된다. 이제는 꿈을 정했으니 꿈을 이루기 위한 활동들을 많이 해야겠다. 나는 고등학교에 가서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내가 생각하는 공부를 하는 방법 1.나는 공부를 할 때 먼저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처음 내가 공부할 때 나는 1시 이후로 공부를 하면 졸음이 쏟아졌다. 예전에 사람은 3의 배수 시간(3시간, 6시간, 9시간)으로 자는 것이 좋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학교 기상시간이 6시이니 일부러 나는 3시까지 깨어 있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3시까지 깨어있 게 몸이 적응되었다. 습관이 드니 늦게까지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2.나는 공부를 할 때 하기 싫어도 일단 공부방에 들어가서 의자에 앉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일단 공부방에 들어와서 의자에 앉아 마음을 정리하면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3.공부를 할 때는 눈으로 하는 공부보다는 쓰면서 하는 공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보통 아이들은 손으로 쓰기보다는 눈으로 외우고 개념이 잘 안 잡힌 상태로 공부를 한다. 들은 말이지만 계속 문제를 풀어보는 방법보다는 개념을 모두 이해를 하고 몇 문제를 푸는 것이 더 좋다고 했다. 나는 그래서 모든 개념을 쓰면서 이해하고 공부했다. 나는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서 공부했을 때보다 혼자 쓰면서 자습을 했을 때가 더 속도도 빠르고 공부도 잘되고 효율도 높았던 것 같다. 4.공부를 할 때 시간이 없다고 문제만 풀고 채점을 안 하는 아이들이 정말 많았다. 이것은 헛 공부를 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틀린 개념은 답지를 보든지 선생님께 여쭈어 보든지 해서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채점을 하지 않으면 자신이 틀린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시험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5.나는 공부를 할 때 경쟁 상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별로 좋은 방법은 아니라 생각되지만 나는 친구 중 한명을 목표를 잡고 그 아이를 이겨야겠다고 생각하고 공부했다. 그러면 계속해서 의지가 생기고 공부할 마음이 생겼었다. 모두 이기고 싶은 친구 한명 쯤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용정에 와서 많이 변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용정중은 내 삶의 가치관을 바꾸어 주고 나의 적성이 무엇이고 흥미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었다. 그리고 많은 친구를 사귀게 해주었고 많은 후배를 알게 해주었다. 나는 내가 하려는 공부의지도 중요하지만 공부 환경과 주위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동생들은 빨리 공부의 중요성을 깨닫고 흥미를 가졌으면 좋겠다. 내가 1학년 때부터 용정에 다녔었다면 어떻게 변했었을까? 아쉽지만 1년 늦게나마 들어와서 이렇게 발전했으니 정말 다행이고 용정에 고맙다. 선생님께서는 내게 이제 너는 공부하는 의지가 생겼고 습관도 잡혔으니 어디에 가도 잘 할 것이라는 용기를 주셨다. 이제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해 사회에 나가게 될 것이다. 나는 그때쯤이면 나의 삶을 바꾸어 준 용정에게 감사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달 22일 정부가 합동으로 발표한 ‘학교 안팎 청소년 폭력 예방대책’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온다. 교총의 요구를 받아들여 단순·경미한 학교폭력은 학교장이 교육적 차원에서 종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의 학부모 위원 비중을 줄이고 외부 전문가를 늘리기로 한 것, 학폭위를 외부기관이나 교육지원청으로 옮기는 방안이 전혀 언급되지 않은 점은 학교의 현실을 외면한 것이다. 실제로 학폭위 심의건수는 2016년 2만 3673건으로 전년(1만9968건)에 비해 3705건이나 증가했다. 비교적 일반적인 학폭인 폭행이 1만 3068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감금(67건), 협박(1326건), 금품갈취(512건), 약취·유인(457건) 등 학교에서 처리하기 힘든 수준의 강력범죄도 빈발하는 추세다. 이런 학폭 사건이 발생하면 학교는 그야말로 곤혹을 치른다. 담당교사는 형사사건에 준하는 절차와 처리에 몇 개월을 시달려야 한다. 작은 실수라도 하면 가·피해학생과 학부모 모두 문제 삼아 결국 교원과 학교가 징계, 소송을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미 단위학교 학폭위는 한계를 노출하고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의사, 변호사, 경찰 등 전문성을 갖춘 인사는 위촉과 참석이 어렵다고 한다. 과반수가 학부모 위원이다보니 전문성과 공신력이 논란을 빚는 데다 결국 학폭위 결정에 대한 불복이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유사한 학폭 사안에 대해 학교 별로 심의결과에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아 형평성 논란을 더 부추기고 있다. 학교는 사법기관이 아니다. 학폭위는 학교가 아닌 교육지원청 등 외부기관으로 이관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리고 전문성과 권한을 가진 인사들로 위원회를 구성해 관할지역 내 학폭 사안에 대해서는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국회는 법률 개정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
56( ), 72( ), 99( ) 괄호 안에 들어갈 공통된 말은 무엇일까? 2000년대 중후반 학창시절 혹은 직장생활을 했다면 눈치 챌 단어다. 다름아닌 ‘드림 카카오’다. 문제에 있던 숫자는 제품 속 카카오 함량이다. 2006년 고교 1학년이던 내게 이 초콜릿은 호기심의 대상이었고 친구들과의 놀잇감이었다. 특히 99% 카카오가 들어있는 제품은 아스팔트 맛으로 통용됐고 다양한 내기의 벌칙도구로도 이용됐다. 항상 달달한 존재로만 인식됐던 초콜릿의 배신이었다. 교직이 아니라 내가 ‘쓴’ 사람이었다 사실 초콜릿이 달콤한 이유는 주재료인 카카오가 아니라 추가로 들어가는 재료들이 달기 때문이다. 지금은 초콜릿처럼 달달한 교직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2013년 처음 발령받았던 때를 생각하면 99% 카카오 못지않은 씁쓸함의 연속이었다. 교대를 막 졸업하고 발령받은 신규 교사가 학교 현실을 직시하는 데는 하루면 충분했다. 본교에 새로 부임한 교사 소개를 마치고 교실로 올라와 마주한 학생들은 임용고시 면접관보다 더 커 보였다. 학생들은 새롭게 같은 반이 된 친구들과 이야기하기 바빴고 6학년 학생들에게 담임교사는 별 관심사가 아니었다. 준비해왔던 인사말을 꺼내기 전에 "자리에 앉으세요", "조용히 하세요" 같은 지시어부터 시작됐다. 예비교사 때부터 소통하는 교사가 되고 싶었던 나는 바람과는 달리 2013년 내내 불통 교사가 됐다. 여학생들은 선생님과 벽을 쌓았고 남학생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제멋대로였다. 그러면서 나는 대화할 기회조차 없다고 학생들을 원망하고 있었다. 학생과의 불편한 관계는 학부모와의 관계로도 이어졌다. 학부모의 부당한 요구 혹은 부적절한 언행에 기분이 매우 불쾌했고 그에 대한 반응을 거침없이 표현했다. 사실 사소한 요구였지만 한껏 예민해져 있던 내게 그 말들은 송곳처럼 뾰족했고 스스로 나를 지키려고만 했던 것 같다. 관계 맺음에 어려움을 겪던 일상이 변하게 된 건 학교 구성원들과 항상 좋은 관계를 맺고 즐겁게 생활하는 동료 선생님 때문이었다. 그 분은 문제 상황 혹은 자신이 기분이 상한 순간에도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하며 말씀하셨다. 그러다보니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됐고 관계는 더욱 좋아지는 것이었다. 그 분과 친해지고 싶어 교실에 자주 방문해 대화도 나누고 관계 맺는 방법에 대해 배우기도 했다. 배려와 공감이 달달한 생활의 비결 그 분의 비결은 관계란 주고받는 것이기 때문에 먼저 상대를 배려할 때 배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관계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학교생활이 쓴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쓴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후부터 쓴 사람이었던 나는 달콤한 교사가 되기 위해 추가 재료를 넣기 시작했다. 학생들에게는 먼저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선생님들께는 먼저 공감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노력은 조금씩 결실을 맺었고 학교생활은 점차 초콜릿처럼 달콤해져 갔다. 물론 아직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새해 첫 날, 앞으로도 선생님과 나눈 이야기를 마음에 늘 간직하며 교직 생활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