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24,576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문학이라는 말은 항상 나를 살짝 의기소침하게 만든다. 어쩌다가 소설가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지만, 정식으로 문학교육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대부분 그렇듯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치약이나 약 상자에 씌어 있는 사용법에서부터 광고 문구에 이르기까지 글자로 씌어 있는 모든 것을 허겁지겁 읽었으며, 특히 소설책이나 시집은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매일은 아니지만, 지속해서 일기 비슷한 것을 썼다. 내가 문학교육이라는 걸 받았다고 우기자면 아마도 이것이 전부일 것이다. ‘무엇이든 읽기’ 그리고 ‘생각나는 대로 쓰기’. 무엇이든 읽기 무슨 책이든 다 재미있다고 말했던가? 당연히 거짓말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그랬다. 책이든 포장지든 가게 앞에 붙어 있는 간판이든, 글자로 씌여 있는 모든 것이 재밌었다. 처음으로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책은 아마도 교과서일 것이다. 수업시간 내내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서 들여다봐야 하고, 선생님이 읽으라는 부분을 읽어야 하고, 읽으면서 외워야 하고, 외운 것을 시험까지 봐야 하니까.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특히 독서는 자발적이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다. 물론 기계적으로 글자를 읽어 내려가는 일은 가능하다. 하지만 재미나 그밖에 아무런 보상도 없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흡수하기는 힘들다. 문학적 독서는 더더욱 그렇다. 학문을 연구하고 익히기 위한 독서는 아마도 체계적으로 그리고 누군가의 지도를 받아서 읽는 게 더 효과적이고 유익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이나 시를 읽는 방식은 순간적인 흥미나 직관, 혹은 우연을 따라가야 한다. 그게 더 좋은 방식이라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소설이나 시가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다가오지 않는다니 무슨 말인가? 오래전 카피캣(1995, 존 아미엘 감독)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영화 장면 대부분을 잊었지만, 오직 한 장면은 또렷이 기억한다. 주인공이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현관문 밖으로 단 한 발자국을 내딛지 못해 괴로워하는 장면이다. 그녀는 범죄심리학자이며 자신이 분석한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는 중이고, 실제로 피습을 당한 경험도 있다. 그래서 일종의 광장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어느 날 자신을 협박하고 있는 범인의 정체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서류를 검토하고 있는데, 마침 열려 있던 현관문 밖으로 서류가 날아가 버린다. 그녀는 서류를 쫓아가다가 문 앞에서 멈춰 선다. 한 발자국만 나가면 그 서류를 주울 수 있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두려움 때문에 문밖으로 나갈 수 없다. 문턱을 잡고 몸을 구부려 손을 최대한으로 뻗어 보지만 복도에 떨어져 있는 서류에 닿을락 말락 할 뿐이다. 마침내 서류는 바람에 날아가 버리고, 그녀는 무기력하게 그것을 바라본다. 앞뒤 상황을 훤히 이해할 수 있는 영화 속에서가 아니라 현실에서 그 장면을 보았다면, 나는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저 단 한 발자국을 내딛지 못하는 그녀를 의지 박약한 무능력자, 패배자라고 불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현관문 밖으로 한 발자국 내딛으려고 할 때 마주하는 어려움은 보통 사람이 4~5m쯤 되는 벽을 기어 올라가서 뛰어내려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막막함일지도 모른다. 사람의 의지가 아무 소용도 없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광장공포증 같은 비합리적 두려움이 있는 사람이 현관문 밖으로 나가려면, 보통 사람이 현관 밖으로 나가고자 할 때 필요한 의지보다 수십, 수백 배 정도 강해야 가능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영화의 한 장면이기는 하지만,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문학이나 예술이 우리 ‘인식의 지평’을 넓혀준다는 의미를 이해했다. 말은 어렵지만 의미는 단순하다. 내가 아닌 남이 되어 보도록 하는 것. 내가 경험한 세상 말고 다른 세상이 있음을 알게 하는 것. 그것을 근거로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든 것은, 현실에서는 ‘나의 입장과 상황’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친밀해진 관계, 그래서 너와 내가 구분하기 힘들 정도인 사이가 아니라면 우리는 쉽게 타인의 입장이 되지 못한다. 타인이 ‘되어보려 하기’보다는 재빨리 어떤 범주 속으로 집어넣어 타인을 ‘파악하려 하기’ 마련이다. 문학이나 예술은 나에게 타인이 되어 보는 경험, 낯선 존재가 되어 보는 경험을 허락한다. 소설이나 시가 나에게 다가온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음악이나 미술, 영화 같은 형식은 시각이나 청각 같은 감각적 도구를 사용해서 더 직접적이고, 문학은 언어라는 지적인 도구를 사용하므로 더 간접적일 수 있다. 그 대신 언어는 매우 일상적인 것이라서 접근하기 쉬운 도구이기도 하다. [PART VIEW]생각나는 대로 쓰기 요즘처럼 볕과 바람이 좋은 때는 늘 창문을 열어 놓고 지낸다. 내 방 창문 바로 옆에는 느티나무가 한 그루 서 있는데, 동네 할머니들이 자주 나무 그늘 아래 모여서 이야기를 나눈다. 화제는 다양하고 날마다 만나도 할 말은 늘 많다. 서로 남의 말을 가로막으면서 자기 이야기 하기 바쁘다. 특별히 중요한 이야기도 아니다. 주로 이웃의 흉을 보거나, 그마저도 바닥나면 어제 저녁에는 뭘 먹었고, 오늘은 뭘 먹을 예정이며, 그것은 어떻게 해 먹어야 맛있다는 이야기만으로도 몇 시간이 흘러간다. 그런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보면, 사람은 늘 하고 싶은 말로 가득 차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문학은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쓰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무엇인가를 쓰려고 하면 머릿속에 가득 차 있던 말랑말랑하고 동그랗기도 하고 길쭉하기도 하고 끈적끈적하기도 한 이야기들이 단단하고 네모진 형태로 위축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결국 튀어나오는 것은 언젠가 어디선가 보았던 그럴듯하지만 밋밋한 글이다. 생각나는 대로 쓰는 게 아니라 정해진 대로 쓰게 된다. 불타는 사랑에 바쳐지는 것은 언제나 붉은 장미이고, 세상을 등진 순수한 영혼은 늘 하얀 나비로 날아간다. 언어 자체가 보편성을 표상하는 도구이기에 어쩔 수 없는 면도 있다. 문학은 보편적인 도구로 개별적이고 특별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숙명을 갖고 있다. 그래서 어렵기도 하고, 쉽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다. 어쨌든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 누구나 다 경험하는 이야기 그래서 하나 마나 한 이야기는 별로 문학적이지 않다. 나만의 경험, 나만의 생각, 나만의 감정, 나만의 감각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이 아마도 문학에 가까운 작업일 것이다. 궁극적으로 내가 아닌 타인을 경험하도록 만드는 것, 내가 경험한 세상 말고 다른 세상이 있음을 알게 하는 것이 문학의 목적이라면, ‘나에게서 비롯된 나만의 이야기’ 외에는 굳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도 된다는 과격한 결론도 가능하다. 나에게서 비롯된 이야기란 무엇일까? 다른 사람들의 기준은 다를 수 있겠지만, 나의 기준에서 가장 재밌는 글은 몰래 훔쳐보는 남의 일기이다. 요즘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과 공유하는 인터넷 게시판이나 소셜네트워크에 너무 사적인 이야기를 쓰면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비난의 말을 듣게 된다. 그렇다고 해도 가장 독창적인 글쓰기는 내밀한 사유와 감정을 고백하는 부분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글을 쓰려면 자유롭게 느끼고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이 가장 필요하다. 모순된 이야기 같지만, 느끼고 생각하고 말하는 자유가 억압당할 때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가 가장 커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가끔 앞뒤가 맞지 않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삶이 문학이 되어 버리면, 문학은 이미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라는.
교실 안에 괴물이 있다. 학생의 모습으로 아이들 속에 앉아 있다. 아이들도, 선생님도 눈치를 본다. 아이가 언제 괴물의 본색을 드러내고 교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과장된 이야기 같지만 과장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어떤 아이는 분명 괴물처럼 보인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으로 뭇사람을 괴롭히고 상처 입히곤 한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처음부터 그랬을까? 아닐 것이다. 그 아이들의 처음 또한 다른 아이들과 다름없이, 누구보다 소중한 한 가정의 아이였을 것이다. 해맑은 미소로 엄마와 아빠를 행복하게 했던 평범하고 귀여운 아이였을 것이다. 어떻게 된 걸까. 그 귀엽던 아이가 왜 지금과 같은 괴물로 변할 걸까. 아무도 모르게, 아이가 괴물이 되기까지 승민(가명)이 아버지는 매우 엄격한 교육철학을 지니고 있었다. 아이가 자신의 방식대로 모든 걸 해내길 원했다. 아버지는 언제나 승민이에게 숙제를 내주었고, 퇴근 후에는 검사하는 일을 거르지 않았다. 술에 취해 새벽에 귀한 날에도 어김이 없었다. 승민이는 숙제 검사를 통과해야만 잠을 잘 수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기준에 맞게 숙제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버지의 성에 차지 않는 승민이의 숙제는 무자비한 폭행으로 이어졌다. 승민이는 노력했다. 아버지의 기준에 맞춰 잘 해보려고. 아버지의 폭력에서 벗어나려고. 그러나 아이의 노력은 번번이 허사였다. 그럴싸한 거짓말도 방어막이 되지 못했다. 그렇게 아버지에게 두들겨 맞은 아이는 갈비뼈가 부러지고 턱뼈가 부러졌다. 폭력 앞에서 아이는 몸을 웅크리는 거 외에 달리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아이의 몸은 자랐고, 6학년이 된 승민이의 덩치는 아주 커졌다. 승민이의 가출이 시작된 건 그때부터다. 하지만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가출한 승민이에게는 더 심한 폭력이 가해졌고, 그 폭력을 피하기 위한 승민이의 가출 또한 더욱 잦아졌다. 그렇게 거리로 나온 승민이는 더 이상 앳된 모습의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분노로 가득 찬 학교폭력의 주범, 악의 축이 되어 있었다. 집과 학교 대신 경찰서와 법원을 드나들기 시작했고, 다니던 학교에서는 강제전학이 되는 등 언론에서 보도하는 괴물 같은 청소년으로 자라 있었다. 현태(가명)가 어릴 적, 엄마는 집을 나갔다. 술에 절어 허구한 날 주먹을 휘두르는 아빠를 견디다 못해 나갔다. 그렇게 집에는 아빠와 누나, 어린 현태가 남았다. 엄마가 집을 나간 후, 아버지의 폭력은 점점 더 심해졌다. 그래서 현태도 집을 나갔다. 초등학교 때부터 가출을 했고, 자연스레 비행청소년 형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중학교 1학년 때 소년원에 가게 됐다. 남의 집 옥상에서 자다가 너무 추운 나머지 빨랫줄에 걸려 있는 옷을 태워 불을 쬐었고, 현태는 방화범이 되었다. 어린 현태는 그게 그리도 큰 죄라고 생각지 않았다. 아이들과 노는 데 정신이 팔려 재판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런 현태의 재판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현태는 자신이 재판을 받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그래서 재판정에서조차 평소대로 막말을 하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모습을 본 법원은 현태의 행동을 정신적인 문제로 인한 방화로 판단했고, 현태는 결국 치료감호 소년원에 최연소 위탁생으로 보내졌다. 소년원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아는 동네 형들이 이미 들어와 있었고, 형들로부터 보호도 받았다. 하지만 현태의 마음속에는 억울함이 차올랐다. ‘엄마는 왜 나를 버리고 도망갔는가?’, ‘아빠는 왜 술을 먹고 누나와 자신을 그리도 때렸는가?’ 현태는 분노로 똘똘 뭉친 아이가 되어 소년원을 나왔다. 눈에 거슬리면 애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싸웠다. 억울함이 느껴지는 상황에선 더욱더 잔인하게 주먹을 휘둘렀다. 또 한 명의 아이가, 아무도 모르는 사이, 괴물이 되어갔다. 부모에게 학대받았다고 해서 모든 아이가 괴물이 되는 건 아니다. 모든 비행청소년과 위기의 아이들이 직접적인 폭력으로 인해 괴물이 된 것 역시 아니다. 그러나 태어날 때부터 괴물인 아이는 없다. 단 한 명도 원래 ‘그런’ 아이는 없다. 괴물이 된 아이들의 삶 속에는 아이를 괴물로 만든 환경이 자리해 있고, 아이는 다만 처해질 뿐 스스로 선택하고 바꾸어갈 만한 힘을 지니지 못했다. 그 힘이 어른인 우리에게 있다. 괴물의 죄를 묻고, 그리된 아이를 탓하며, 괴물이라 낙인찍고 묶어두는 대신 괴물이 되기까지의 시간을 묻고, 상처를 다독이며, 아이가 잃어버린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도록, 우리가 도울 수 있다. 할 수 있는 일의 시작, 어떻게 이 아이들을 바라볼 것인가 ● 나쁜 아이 VS 아픈 아이 이 아이들을 나쁜 아이로 바라본다면 버릇을 고치려 하거나 다른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격리 혹은 추방(?) 조치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아이들을 아프고 상처받은 아이라고 생각한다면 치료와 회복의 방법을 찾을 것이다. 아픔과 상처 속에서 몸부림치며, 그 표현을 비행으로 하는 거라고 여기며 아이를 보듬어 안을 것이다. [PART VIEW]● 가출한 것인가? VS 탈출한 것인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보금자리는 가정이어야 한다. 부모의 무한한 사랑을 받으며 정서적인 안정과 더불어 인성 대부분이 형성되는 토대가 바로 가정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아이들에게 가장 안전한 곳인가? 쉼과 평안을 주는 곳인가? 지지와 격려, 미래를 위한 지원이 있는 곳인가? 학교는 또 어떠한가? 아이들의 가치를 발견하고 키워갈 수 있는 곳인가? 꿈과 희망이 자라는 터전이 되고 있는가? 아이들의 시행착오를 끝까지 기다려주고 인내해주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곧 이유다. 수많은 아이가 거리로 뛰쳐나오는 오늘의 이유. 편한 집 놔두고 생고생한다는 말이 무색하게 아이들에게 집은 편안한 곳도 안전한 곳도 아니다. 고통과 아픔과 상처로 가득한 지옥일 수 있다는 말이다. ● 쓰레기 VS 자원 쓰레기는 치워야 하고 자원은 개발해야 한다. 위기청소년들을 쓰레기로 바라보면 할 수 있는 건 눈앞에서 깨끗이 치우는 것, 격리시키는 일이다. 그러나 이 아이들을 존귀한 가치와 가능성이 있는 자원이라고, 그저 지금은 일그러진 모습에 가려져 있는 것뿐이라고 믿는다면 아이들을 돌보고 자원을 개발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 변하지 않는다 VS 이 또한 지나가리라 비행이 습관화된 아이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는가? 이 아이는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가? 아니면 지금의 힘겨운 시기를 이겨내면, 그렇게 혼돈과 방황을 잘 겪어내면 멋진 어른으로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변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면 ‘네가 그렇지’라고 포기해 버릴 것이고, 변하지 않는 건 아이의 과거이지 그 아이가 아니라고 믿는다면 끝까지 기다려 주고 잡은 손을 놓지 않을 것이다. 바라보기의 다음, 한 걸음 다가서기 마이 페어 레이디(1964)라는 오래된 영화 속의 대사가 위기의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를 잘 보여준다. 언어학자인 헨리 히긴스 교수는 절친한 친구인 피커링 대령과 묘한 내기를 한다. 거리에서 방황하는 하층계급 여인을 한 명 데려와 정해진 기간 안에 그녀를 교육시켜 우아하고 세련된 귀부인으로 만드는 내기다. 이 내기의 대상으로 선택된 여인은 빈민가 출신의 꽃 파는 부랑녀 일라이자 토리틀이다. 그녀는 히긴스 교수의 끈질긴 교육으로 이상적인 여인상이 되고, 그 과정에서 둘은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놀라운 귀부인의 매너와 품위를 보이는 그녀가 유독 자신을 교육시킨 히긴스 교수 앞에서는 막돼먹은 여자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히긴스 교수가 이유를 묻자 일라이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숙녀와 길거리의 꽃 파는 여자와의 차이점이 무엇인 줄 아십니까? 그것은 어떤 대접을 받느냐의 차이입니다. 당신의 친구 피커링 대령은 나를 숙녀로 대해주지만 당신은 나를 언제나 꽃 파는 무식한 소녀로만 바라보고 있지요.” 위기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그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청소년은 이 땅의 미래라고 한다. 그렇게 보고 아이를 대한다. 그런데 위기청소년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위기청소년도 이 땅의 청소년이다. 인생의 한때, 위기의 시기를 건너고 있는 이 땅의 미래다. 바라보는 이의 생각과 시선과 태도에 아이들은 반응할 것이고, 그렇게 아이들이 변할 것이다. 비록 많은 시간을 들여 느리게 변할지라도. 그렇기에 ‘위기청소년’이라 불리는 아이들의 진짜 호칭은 ‘더 따뜻한 손길이 필요하고 더 많이 기다려주어야 할 아이들’인 것이다. 아이들이 가장 미워 보일 때가 가장 사랑이 필요한 때이다.
‘4초 마다 한명이 자살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는 더 이상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비전과 장기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알려준다. 정신건강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살예방’이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학교’를 중심으로 자살예방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아마도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 전달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 기반 자살예방교육은 ‘자살 공중보건 모델(public health model)’의 위험 단계별 전략에 해당하는 보편적(universal)·선택적(selective)·지시적(indicative) 예방 전략에 근거한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학교의 보편적 예방 프로그램은 선별검사?게이트키퍼(gatekeeper) 교육, 커리큘럼 기반 교육, 보호 인자 증진교육 등이 있다. 이 중에서 학교 문화에 가장 적합한 교육은 교육과정과 접목할 수 있는 ‘생명존중 자살예방교육’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생명존중 자살예방교육은 윤리 교과과정에 포함되어 있었다.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2012년)이 시행된 이후부터는 정규 교육과정과 특별활동 시간에 학생 자살예방교육을 하도록 의무사항이 되었다. 하지만 예방교육의 핵심 내용과 전달 체계 등에 대한 일정한 기준은 없는 상태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학생 자살예방교육의 해외 사례 현황을 살펴봄으로써 국내 자살예방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 미국 미국은 자살예방사업과 관련 연구가 활발한 대표적인 국가이다. 자살예방사업은 1960년대 캘리포니아 주에 자살예방센터 설립과 국가정신건강기구(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 내에 자살예방연구센터 활동으로 본격화됐다. 학교에서의 자살예방교육은 1980년대 후반 캘리포니아 주 교육법에 자살인식 프로그램을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하여, 옐로우 리본 자살예방 프로그램 등 학생과 학부모 대상 자살예방인식 증진 교육이 개발되면서 시작됐다. 현재의 학교 기반 자살예방체계는 2000년대 초 약물방지와 정신건강 서비스를 관장하는 연방행정기구(The federal substance abuse and mental health service, SAMHSA)와 각 주정부 단위에서 학교 자살예방교육을 위한 법률제정 등 기반이 마련되면서, 학교와 체계적인 협력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미국의 학교 자살예방교육은 주로 자살에 대한 정확한 인식·자살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도움 청하기 같은 자살에 초점을 둔 실천적인 행동 대처방법 제시와 문제해결 능력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학교심리학자, 보건교사, 상담교사, 학교 사회복지사 등 보건 전문가들에 의해 개별적인 시간을 배정하거나, 주간 보건 수업에서 교사가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적용 여부는 주정부와 학교 환경에 따라 일정하지 않다. 위스콘신 주의 자살예방교육은 중·고등학생에게는 자살초점 교육을 적용하고, 초등학생은 집단괴롭힘 예방, 학교 및 교실환경 적응, 생활 기술(life skill) 등의 문제해결능력 강화와 정신건강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교육을 권고하고 있다. 잘 알려진 교육 프로그램으로 자살징후와 위험요소 교육(Adolescent Suicide Awareness Program), 우울과 자살선별검사, 징후 및 대처방법 교육(Sign of Suicide)과 라이프라인(Lifelines), 미국 청소년 자살예방 프로그램(Washington’s Youth Suicide Prevention Program) 및 보호 요인 증진 프로그램인 자살위험 대처 및 교육지원 프로그램(Coping and Support Training Program, CAST) 등이 있다. ● 유럽 및 호주 호주의 학생 자살예방사업은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된 학교와 지역사회 기반의 포괄적 청소년 정신건강 프로젝트 ‘마음 문제(Mind Matters)’로 잘 알려져 있다. 마인드매터스 프로그램은 긍정적 학교환경 강화 프로그램의 일종으로 국가와 지역사회, 외부 전문가 및 학교 교사가 연계한 통합적인 사업수행을 지향하고 있다. 이중 정신건강에 관련한 교육 프로그램은 삶의 교육(Educating for life), 탄력성, 괴롭힘, 상실과 애도, 정신질환의 이해 등의 내용으로 구성된 자료집을 기반으로 교육하고 있다. 학생 자살예방교육은 삶의 교육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으며, 주로 자살에 대한 오해, 인식증진 등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2000년 이후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청소년이 자살위기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도록 돕는 전략으로 학교 기반 청소년 자살예방 인식증진 프로그램인 SEYLE(Saving and Empowering Young Lives in Europe)를 공동 개발하였다. 프랑스, 독일 등 10개 유럽연합 국가들이 청소년에게 적용한 결과를 보면, 이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는 정신건강 증진 교육(Youth Aware Mental Health Program, YAM) 모듈은 교실 단위로 학생들에게 정신건강·우울증·스트레스·친구 돕기 및 도움 청하기 등 자살과 관련된 위험 및 보호 요인들에 대한 인식향상을 목표로 한다. 예를 들어 자료집과 역할극을 활용하여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부정적인 생각을 줄이고, 스트레스 관리와 대처기술 증진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표준화된 매뉴얼을 활용함으로써 학교에 확산·적용하기가 쉽다는 장점이 있어 학교기반 프로그램의 효과적인 전략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 일본과 대만 일본은 높은 자살률을 해결하기 위하여 자살대책기본법(2006년)과 ‘자살종합대책대강(2007년)’을 통하여 자살정책에 대한 국가 주도의 사회적 인식 증진과 자살예방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한국의 교육부에 해당하는 문부과학성은 학생 교육과정 지침인 ‘학습 지도요령’을 통해 학교 자살예방교육을 제시하면서,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존중하는 교육과 도덕교육 종합 지원 사업을 강화하였다. 일본의 자살예방교육은 자살 위험성에 직접 초점을 두거나 이에 관한 교육시간을 따로 배정하지 않고 있다. 대신 생명과 삶의 소중함·안전 및 인권의 포괄적인 주제를 정하여 도덕·국어 등 정규 교과목 수업과 체험활동 연계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지바현의 경우 초·중·고등학교의 생명존중 프로그램으로 생명·인권·이지메와 폭력 방지·자신을 감싸기·생명의 소중함·배려하기·학교 사회 및 지역과 융합·사회공헌·지역봉사 등 교육내용을 제시하고, 교사가 수업을 통하여 적용 가능한 활동과 각각 교과목에 해당하는 부분을 교육하고 있다. [PART VIEW]대만은 청소년 자살 및 자해에 대한 근본적 예방정책으로 ‘생명 교육(life education)’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학교에서 생명 교육을 교과과정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중·고등학교의 9년 동안 교육과정에 생명교육을 포함시키고 자아·타인·자연환경과 인간·사회와 인간·우주와 인간이라는 5가지 영역으로 교육내용을 구성하였다. 또한 2006년부터 고등학교에 공개강좌로 생명교육관련 8개 교과목(생명 교육·생명과 철학·생명과 종교·죽음교육·도덕 성찰·성과 결혼 윤리학·생명과학 윤리학·인성 발달)을 교육하고, 초·중등학교는 다른 교과목을 통해 이러한 내용을 통합적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동양권은 인성교육으로 자살예방 나서 학교기반 자살예방 교육에 관한 외국 사례를 본 바와 같이, 미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학생 자살예방에 외부 전문가와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적용하면서 실제적인 자살 위기 대처와 정신건강 증진 전략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학생의 자살대응역량 강화와 학교의 정신건강 친화적인 분위기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대만과 일본 등 아시아권 국가들은 학교 교과 교육과정을 통해 생명과 삶·사회적응·윤리 등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어 지역 국가별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국가마다 여러 학교 기반 자살예방교육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어떠한 교육내용과 전달 방식이 궁극적으로 학생 자살을 줄이는 데 효과적인지에 대한 일치된 근거는 부족한 상태이다. 따라서 향후 국내 학교환경에 맞는 전략을 도출하기 위한 다학제적인 연계와 노력이 필요하다.
교과전문성으로 교육현장에 새로운 활력소 올해로 교직 3년 차인 A 교사, 누구나 선망하는 선생님이 됐지만 마음 한구석 회의감을 느낄 때가 많다. 수직적 학교 문화 속에 학부모에 치이고 학생들에게 시달리다 보니 임용 시험 때의 패기와 열정은 오간데 없이 무력감에 빠져있다. 교과 수업은 갈수록 어렵고, 각종 교수법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어떤 것이 우리 반 아이들에게 효과적인 것인지 알 길이 없어 답답할 뿐이다. A 교사처럼 수업의 전문성을 높이고 학교생활에 새로운 활력을 찾고 싶은 교사들이 ‘광주 초등수석교사회’로 몰려들고 있다. 창의적인 수업방법과 다양한 수업기술, 그리고 교직생활의 어려움을 함께 풀어나갈 멘토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이들은 새내기부터 40대 후반의 고경력 교사까지 다양하다. 회장을 맡고 있는 송미나 수석교사(광주 수문초)는 “교직생활의 새로운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전문성 향상을 통해 보람과 만족을 찾고 싶은 마음에서 수석교사들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 4월 광주초등수석교사회 주최로 열린 수업혁신 위크숍에서 그대로 그러났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광주지역 초등교사 2백여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이날 행사는 ‘역량 중심 2015 교육과정 개정 설명’부터 ‘하브루타를 적용한 초등영어수업’, ‘아카펠라를 활용한 음악수업’, ‘액션리서치로 수업 전문가 되기’, ‘사회 이슈를 활용한 배움 중심 도덕수업’ 등 요즘 각광받는 수업기법들이 소개돼 주목을 끌었다. 이뿐 아니다. 6월에는 수석교사와 일반 평교사가 멘토와 멘티 관계를 맺고 함께 수업 개선을 모색하는 멘토링 사업을 실시하고 이어 목요연수회, 요청수업, 수업나눔 행사 등이 줄줄이 예약돼 있다. 특히 ‘수석교사 멘토링’은 올해 역점 사업 중 하나다. 수석교사가 영어나 수학 등 멘토 과목을 공개하면 일반 교사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분야를 수강 신청하는 방식이다. 수업내용은 교과 수업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학급 경영과 교직생활 전반까지 폭넓게 다룬다. 일회성에 그치는 컨설팅 장학의 한계를 극복하고 폐쇄적인 학교 문화에 ‘소통’이라는 활력소를 불어 넣기 위해 마련됐다. 그래서일까? 멘토링 신청서에는 ‘올해 교과전담을 처음 맡았는데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두려움이 앞선다는 교사부터 수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연구활동을 하고 싶다는 교사, 새로 옮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걱정이라는 교사들까지’ 속 깊은 사연들이 담겨있다. 김동군 수석교사(광주 치평초)는 “교과 전문성 뿐 아니라 학생지도와 학부모 응대법 등 학교생활의 모든 영역을 조언하게 된다”며 “쉽게 드러내기 힘든 교사들만의 고충을 함께 해결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교별로 선후배 교사들 간 멘토링 시스템이 있기는 하지만 서로가 부담을 느끼는 탓에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는데 착안했다면서 “직접 면담은 물론 전화나 문자로 피드백을 해주다 보니 교사들이 더 선호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탄탄한 실력으로 최고 전문가 집단 자리매김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마다 일반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목요연수회’도 흥미롭다. 처음에는 수석교사들의 자기역량강화를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유익한 정보를 우리끼리만 공유하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에서 일반교사들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요청수업’은 광주초등수석교사회의 위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교사들이 원하면 수석교사들이 학교를 방문,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방식이다. 경우에 따라 전체 교사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거나 담당교사와 팀티칭도 하는 일종의 ‘출장 수업’인 셈이다.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아 신청이 늘어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처럼 수석교사가 일선 교사들로부터 환영을 받는 데는 ‘실력’이라는 확실한 보증수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뛰어난 교과 전문성과 풍부한 교직 경험을 바탕으로 세미나와 공개수업, 문제 해결 리서치 등 끊임없는 자기계발에 힘쓰고 있다. 실제로 광주초등수석교사회 구성원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공부하기 좋아하는 선생님들의 모임이라는 점이다. 교재연구하고 학생들 가르치는 것이 좋아 수석교사가 됐다는 정유경 수석교사(광주 하백초)는 “후배 교사들에게 유익한 ‘수업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수석교사가 교직사회의 새로운 도전과 희망이 되고 있다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얼마 전만 해도 교장, 교감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뒤처진다는 인식이 교직사회에 팽배했지만 이제는 수업 전문가로서 열심히 아이들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대우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는 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송 수석교사는 “관리 직렬과 교수 직렬이 학교에서 서로 윈윈하며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우리 교육현장이 열린사회로 가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강조했다. “수석교사 절대 부족”… 정부가 정원 확보 나서야 ‘선생님의 선생님’으로 불리는 수석교사들. 이들은 요즘 우리 실정에 맞는 수업기법을 개발하는 데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 외국의 교육이론들을 무비판적으로 사용하다 ‘열린교육’ 열풍처럼 한순간에 사라져 버릴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이다. 특히 ‘좋은 수업’이란 본질적인 고민은 뒤로 한 채 각론만 쫓아다니는 ‘연수 쇼핑’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긍지와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수석교사들이지만 정부의 지원정책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수석교사들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정원 문제를 꼽았다. 현행 제도상 교감과는 달리 수석교사는 정원을 정확히 명시하지 않은 데다 시·도교육청의 재량에 따라 선발토록 해 놓다 보니 정책의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 특히 부족한 수석교사 정원은 이들의 역할 수행을 어렵게 하고 있다. 광주지역의 경우 초등학교는 154개이지만 수석교사는 22명에 불과하다. 송 수석교사는 “직급은 있는데 정원은 없는 기형적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학교 교육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수석교사 정원 확보가 가장 시급한 선결과제”라고 호소했다. 수석교사제는 유·초·중·고교의 교사가 교감이나 교장 등 관리직으로 승진하지 않고도 일정한 대우를 받고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지난 2008년부터 4년간 시범 운영을 거쳐 2012년 법제화됐다.
친구들과 어울려 딱지치기를 하거나, 함께 몸을 부대끼고 뒹굴며 놀던 ‘놀이 문화’가 사라진 지 오래다. 하지만 서울가동초등학교의 점심시간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했다. 학교 공간마다 아이들의 건강한 호흡과 티 없는 웃음소리로 온 학교가 들썩거린다. 이 아이들을 웃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여럿이 함께 신나게 뛰어노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 서울가동초등학교의 가장 대표적인 감성교육프로그램은 ‘즐겁게 함께 놀기’이다. ‘우리’라는 말보다 ‘나’라는 말이 익숙한 학생들에게 올바른 심성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여럿이 함께 신나게 뛰어노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는 생각에서다. 서울가동초 학생들은 중간놀이 시간이나 점심시간이면 교실에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전통놀이를 하며 옛 멋을 즐기는가 하면 짓궂은 남자아이들은 야구·농구·축구·배드민턴 등 다양한 스포츠클럽 활동에 구슬땀을 흘린다. 그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운동장 걷기’이다. 땀 흘리기 싫어하는 여학생들은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산책하듯 운동장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역시 풍요롭고 따뜻한 감성은 ‘좋은 친구와 어울려 놀 때’ 가장 왕성하게 싹튼다. 36.5℃ 따스한 감성으로 ‘365일 행복한 감성 학교’ 서울가동초등학교의 교육목표는 ‘365일 행복한 감성 학교’이다. 조병래 교장은 학생을 행복하게 하는 힘은 ‘감성 교육’이라고 믿는다. 어려서부터 문학·음악·미술·바둑·운동 등 예술적 감성을 익히면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게 된다. 또 풍부한 상상력을 비롯해 자유자재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창의력을 길러주며, 자신의 삶을 탐구할 수 있는 바탕이 만들어 진다. 그래서 ‘감성 교육’은 사는 동안 누구나 한 번쯤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자신을 위로해주며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는 휴식처 역할을 해준다. 조 교장이 ‘감성 교육’을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이유이다. 방과후학교 역시 감성프로그램으로 진행 중이다. 마술·논술·요리·주산암산·큐브·바둑·체스·건축교실·창의과학 등 창의영역, 우쿨렐레·플룻·클라리넷·첼로·방송댄스·음악줄넘기·농구·디자인미술 등 예술영역은 물론 해법수학·한자급수·생명과학 등 교과영역까지 70여 개의 부서가 운영 중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되다보니 학생들의 참여율은 무려 92.3%. 전교생 953명 중 880명이 참여하고 있다. ‘즐기고 체험하는 수학’으로 학업성취도 ‘쑥쑥’ 서울가동초등학교의 복도와 운동장에는 ‘양감(量感) 체험코너’가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수학적 안목을 높이고 수학에 대한 가치와 필요성을 인식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올해부터 2018년까지 교육부 지정 수학교육 연구학교로 운영되고 있는 이 학교의 수학교육 목표역시 ‘즐기는 수학’이다. 학생들은 수학 학습에 성공 경험을 제공하는 수학클리닉, 수학 이론을 실생활에 활용하는 수학 동아리, 방학 동안 열리는 수학캠프 등 수학을 테마로 한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수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는 물론 수학에 대한 자신감마저 끌어 올리고 있다. 학부모들의 반응은 어떨까? 억지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즐기고 체험하는 과정중심교육을 하다 보니 학업성과가 오르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행복해하니 당연히 만족도와 신뢰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마련한 ‘가동 가족사랑 음악회’, ‘가동 가족 걷기대회’, ‘가동 가족 산행대회’ 등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지지를 표현하고 있다. ‘마시멜로 실험’의 교훈, 진정 필요한 교육은 무엇인가 ‘감성지수(EQ : Emotional Quotient)’를 연구한 미국 스탠퍼드대학 윌터 미셀(Walter Mischel) 교수의 이른바 ‘마시멜로 실험*’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줄 아는 아이가 성장 후에도 학업성취도는 물론 삶을 통제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감성지수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학습을 통해 얼마든지 계발할 수 있다. 다만 일찍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 시절의 습관이 커서도 지속되기 때문이다. 꽉 짜인 일정에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아가기 힘든 우리 아이들이 가장 행복할 때가 언제인지,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할 때이다. 그리고 긴 고민 끝에 ‘36.5℃ 따스한 감성으로 365일 행복한 교육’을 실천하는 서울가동초등학교는 우리 교육의 해법을 찾는 첨병(尖兵)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던 ‘모순 행정’ 13 대 4. 지난 2014년 6월 4일 지방선거는 소위 진보 성향 교육감 13명에게 화려한(?) 시대를 열어줬다. 유창한 언변으로 포장된 그들의 교육혁신 공약이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틀 안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半信半疑)의 심정으로 지켜본 지 2년이 흘렀다. “학교자율성을 확대하고, 학교 내 갈등을 해소하며, 교육환경개선을 위해 교육재정을 확대하겠다”는 그들의 약속은 처음엔 환영받았다. 하지만 교육현장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공정한 교원정책과 학교자율성에 대한 이중성 진보 교육감들은 선거에서 투명한 교원인사와 교육비리척결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교육비리에 불관용 원칙을 세우고 인사제도개혁을 부르짖었다. 하지만 지난 3월 1일 자 서울·경기 등 일부 진보 교육감들이 보여준 교원인사는 ‘낙하산 보은(報恩) 인사’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이를 두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진보 교육감들이 비서, 보좌관을 공모교장에 임명하고 승진시키는 등 측근 중심 파격 인사를 단행해 교육공무원임용령 및 교육청 인사 관리 원칙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무원칙한 보은 인사는 또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학교혁신특위 집행위원장 출신 평교사를 서울시교육연구원 연구관으로 2단계 승진시켰고, 광주시교육청은 교육감 핵심 측근을 교육국장에 임명했으며, 경기도교육청과 충청북도교육청 역시 교육감 비서와 보좌관을 공모교장으로 임명했다. 겉으로는 인사 비리 척결을 주장하면서 안으로는 무원칙·불공정 인사의 전형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교직문화 개선과 학교 내 갈등 해소에 대한 문제점 두 번째 모순 행정은 ‘모든 교원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직문화를 개선하고 학교 내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공약이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오히려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호소한다. 지난 4월 경기도교육감과 현직 교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간담회를 열었다. ‘2016 학교장과 함께하는 현장 교육’이라는 이름하에 진행된 이 날 간담회는 현장 교원들의 허심탄회한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는 학교 문화 정책은 현실과 괴리감이 크고 학교 내 갈등을 오히려 증폭시키고 있다’며 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H 초등학교장은 “도교육청이 행정실무사 인원을 줄여버리는 바람에 오히려 일선 교원들의 행정업무가 많이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행정실무사 감축으로 교사 본연의 업무인 교재 연구에 집중하지 못한 채 공문 처리 및 잡무에 시달리는 교사들이 많다는 것이다. 교원과 교육공무직 간 업무 배정을 둘러싼 갈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J 초등학교장은 “학교 구성원 간 업무 분장은 학교장의 고유 권한임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이 교육공무직원의 역할을 노조와의 단체 협약 등으로 결정하는 바람에, 학교장의 재량권은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교직원 간 충돌이 빈발하는 등 학교 내 갈등이 감소하기는커녕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행정 인력이 부족한 소규모학교에서는 아직도 외부 손님이 오면 교사들이 차 심부름을 해야하는 고충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소규모학교가 겪는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농어촌학교는 지역사회의 문화 및 평생교육의 중심지로 그 존재가 단순한 학교의 범주를 넘어서는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교육청은 교육의 효율성이 낮고, 인력지원에 어려움이 많다는 이유를 들어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추진하는 등 교육을 경제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 약자(弱者) 우선 정책을 강조하는 진보 교육감의 철학과 정면 배치되는 행정에 농어촌지역 학부모와 교원들이 상당한 충격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학교 문화의 피폐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B 초등학교장은 학교 민주주의 정도를 평가한다면서 교육청이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이는데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도교육청은 설문조사 결과, 점수가 낮게 나온 학교는 중점 컨설팅을 실시하고 감사 대상 학교로 지정할 계획이다. 학교는 지역 여건이나 및 교직원 구성 등에 따라 다양한 문화가 존재한다. 설문으로 민주주의 지수를 평가하고 이를 근거로 감사를 시행한다는 것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라는 지적이 많다. 자칫 인기투표로 흐를 가능성이 있는 데다 학교장의 정당한 권한 행사가 왜곡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교직원이 자신의 직무에 태만의 모습을 보였다면 학교장은 초·중등교육법에 입각해 엄격하게 문책해야 한다. 그런데 이처럼 공무원 행동 강령에 따라 원칙대로 교직원을 관리한다면 민주주의 점수는어떻게 나올까? 결국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야 민주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계산이 나온다. 학교 민주주의 평가가 학교장에 대한 인기투표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PART VIEW]교육환경개선과 교육재정확충에 대한 허울 진보 교육감의 교육정책 중 빠질 수 없는 공약 중 하나가 교육환경개선과 교육재정확충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허울 좋은 미사여구에 불과하다는 것이 소규모학교의 무상급식 정책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상당수 소규모학교는 부족한 무상급식 예산 때문에 식재료비 60%대의 질 낮은 급식이 운영되고 있다. 조리실무사 인건비를 학교가 책임지다 보니 매년 5% 이상의 학교기본운영비가 지출되고, 이 때문에 정상적인 학교 살림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현행처럼 무상급식비를 식재료비, 운영비, 인건비를 구분하지 않고 총액 교부한다면 ‘모든 학생에게 무상으로 양질의 급식을 제공한다’는 무상급식의 기본 취지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급식 인원이 적은 소규모학교일수록 매년 조리실무사 인건비 보전으로 학교기본운영비 부담액이 증가, 학교 규모에 따른 ‘급식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C 초등학교 교장은 “학교 현장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교육 당국에 수차례 시정을 호소했지만 묵살당하기 일쑤였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대통령을 향해 유치원 누리과정에 예산 편성은 정부책임이라며 1인 시위를 펼친 경기도교육감이 정작 자신이 책임져야 할 조리실무사 인건비는 학교에 떠넘기는 처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또 경기도교육감은 ‘세월호 교육감’이다. 세월호의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할 준엄한 책무를 띄고 있다. 하지만 학교안전에 대한 재정지원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학교는 수많은 외부인이 드나드는 장소로서 언제든 범죄자로 인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곳이다. 각별한 관심과 철저한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지만 경기도교육청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1주일에 15시간 미만 근무하는 배움터지킴이를 학교에 배치한 것이 고작이다. 부족한 인력은 ‘학부모 어머니 폴리스’ 등 자체 봉사 인력을 구성하여 운영하라는 것이다. 학급수가 적고 맞벌이 가정이 대부분인 학교는 학부모에게 자원봉사를 구걸해야 할 판이다. 이뿐 아니다. 교육 당국이 무상급식 등 포퓰리즘 사업에 예산을 쏟아붓다 보니 정작 학교의 교육환경개선은 지방자치단체 등 외부기관에 손을 벌려야 할 형편이 됐다. 그런데 여기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지자체의 예산지원은 이미 혁신교육이라는 미명아래 이미 그 지원의 테두리가 한정되어 있고 그 틀에서 벗어난 학교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 결국 경기도 지역 상당수 학교가 지자체의 입맛에 맞는 계획서를 제출하고 지원을 받아 교수·학습 환경개선에 나서고 있는 형편이다. 학교가 어쩌다 지자체의 입맛과 눈치를 살피게 됐는지 개탄스러울 뿐이다. 물론 진보 교육감들의 모든 행정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정하고 투명하고 교육을 위한 행정을 해 달라는 마음에서 아쉬운 점을 지적한 것이다. 교육감의 성향이 보수든 진보든 중요하지 않다. 누가 얼마나 교육을 위해 희생하고 열과 성을 다하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남은 2년,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교육감이 되기를 바라면서 대오각성을 촉구해 본다.
얼마 전 ‘선생님…. 저 생리대 살 돈이 없어요’(스브스뉴스, 2016.05.28.)라는 기사를 읽으며,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이 엄청난 사실 앞에서 너무 혼란스러웠다. 생리대 하나만 빌려달라는 아이들의 부탁을 너무 매몰차게 거절한 건 아닌지, 내가 거절했던 아이 중에 이런 아이가 속해있었던 것은 아닌지 미안했다. “가장 안타까웠던 건 생리대를 자주 갈지 못해서 주위 아이들로부터 냄새난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아이였어요”라는 어느 자원봉사자의 한마디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리고 우리 학교 아이들의 얼굴이 하나둘 떠올랐다. ‘혹시나’하는 마음과 함께. 유난히 냄새가 나는 아이들이 있다. 적어도 한 반에 1~2명은 있다. 더운 날 밖에서 운동을 해서 나는 땀 냄새가 아니다. 머리를 안 감고, 잘 씻지 않고, 옷을 자주 빨아 입지 않아서 나는 냄새이다. 교복은 꼬질꼬질하고, 거친 손과 얼굴엔 각질이 피어올라 와 있다. 1평 남짓의 개인상담실 문을 열자마자 ‘불편한 냄새’가 확 풍겨왔다. “어휴, 선생님이 갱년기인가. 왜 이렇게 덥다니. 문 좀 열고 하자”며 창문을 열어야만 상담에 집중할 수 있을 정도이다. ‘냄새 난다’는 말을 하자니 아이가 상처받을 것 같고, 말을 안 하고 넘어가자니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마음이 찜찜했다. 좀 더 세련되게 아이가 직접 자기위생관리를 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방법은 없을까? 자기위생관리가 안 되는 학생을 지도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그저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고 있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저소득층이며, 왕따이고, 부모로부터 폭행 혹은 방치 등의 아동학대를 받는다. 또한 우울하다기보다 무기력과 패배의식이 몸에 배어있다. 그저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고 있는 중이다. 슬픈 사실은 이런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막대한 예산의 복지비가 정말 쓰일 곳에 쓰이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아이들은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더러운 냄새가 난다’…유치원 때부터 왕따 올해 학교에 입학한 민지(가명)는 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아버지는 매일 소주 3병 정도를 마시는 심각한 알코올 중독(alcoholic)이고, 집안 살림은 어렸을 때부터 민지가 했다. 그 작은 손으로 살림을 했으면 얼마나 했을까. 씻으라는 사람도, 씻겨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늘 지저분한 모습으로 어린이집에 갔다. 그때부터였다, 왕따가 시작된 것이. 자기 주변엔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했다. 처음엔 잘 몰랐는데, 초등학교 때 아이들이 ‘더러운 냄새가 난다’고 했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민지는 고등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입 냄새가 심했고, 몸에서 나는 체취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감은 높았지만, ‘진로계획’만큼은 똑 부러졌다. 늘 취해있는 아버지 옆에서 민지가 할 수 있는 것은 혼자서 그림을 그리며 노는 것이었고, 웹툰 작가가 되고 싶어 특성화고에 진학했다. 한 번도 정식으로 그림을 배워본 적은 없고, 자신의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 적도 없다고 했다. “나도 웹툰을 좋아하니까 기회가 되면 보여 달라”고 하자 단칼에 싫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학교와 와 보니 그림 잘 그리는 아이들이 많더라고요. 아마 제 그림은 웃음거리밖에 안 될 거에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PART VIEW]● 상담전략 _ 머리부터 단정하게, 교복은 깔끔하게 3~4차례 만남이 이루어진 후, 헤어지면서 “민지야, 머리 안 답답해? 앞머리만 이렇게 다듬어도 훨씬 귀여울 것 같아”라는 말을 건넸다. 다음 상담시간에 민지는 앞머리를 눈썹 위까지 자르고 왔다. 민지가 마음을 열었구나 싶어 이번엔 교복에 도전했다. “빨래도 민지가 하니?”라고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교복 상의 안에 늘 같은 티셔츠를 입고 있어서 “민지는 이 옷 엄청 좋아하나봐?” 물었더니, “입을 만한 반팔 티셔츠는 이것 밖에 없다”고 했다. 세탁물이 많지 않고 귀찮기도 해서 한 달에 1~2번 정도 밖에 빨지 않는다고 했다. 꽃에 향기가 있는 것처럼 사람에게도 특유의 체취가 있으며, 음식을 오래 두면 상하는 것처럼 매일 입는 옷은 더러운 것이 묻지 않았어도 일주일 이상 되면 퀴퀴한 냄새가 난다고, 그러니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세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건 교사에게 부탁하여 양치하는 요령도 교육했다. 민지는 항상 혼자만 생활해서 친구 관계 맺는 것이 서툴렀다. 어떻게 말을 이어나가야 할지도 몰라 했다. 개인상담보다는 집단상담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방과 후에 진행하는 집단상담에 민지를 포함시켰다. 3~4차례의 집단상담이 진행된 후, “민지가 웹툰을 잘 그리니까 집단상담에서 나온 우리들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면 어때?”라고 제안했다. 처음엔 자신의 그림을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겠다고 했던 민지는 흔쾌히 승낙했다. 물론 다른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학교 급식이 유일한 끼니인 지선이 올해 2학년인 지선(가명)이는 부모님과 한집에서 살 뿐이다. 어머니는 살림은 물론 아이들 양육에 전혀 관심이 없고, 방에서 잘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아버지는 법적으로 양육을 책임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보호하지는 않는 듯 했다. 지선이는 얼굴엔 늘 각질이 가득하고, 머리는 언제 감았는지 모를 정도로 기름져 있다. 교복엔 곰팡이 핀 자국이 선명하고, 빨아 입기는 하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묵은 때가 찌들어 변색까지 되어 있다. 지선이네 집에서 살림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선이의 유일한 끼니는 학교 급식이었고, 집에 가면 그냥 누워서 스마트폰만 한다고 했다. 최근엔 주먹을 휘두르는 아버지에게 대들었다가 “그딴 식으로 할 거면 이 집에서 나가라”는 말과 함께 내쫓기기도 했다. 지선이는 지금까지 뭔가를 배워본 적이 없다. 그래서 자신이 뭘 잘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학교에 왔다가 간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어려워하고, 대답도 한두 박자 느리며, 논점에서 어긋나 있을 때가 많았다. ● 상담전략 _ ‘방임’이 의심된다면 아동보호센터와 연계 지선이의 경우 아동학대 중 ‘방임’이 의심되었다. 아동보호센터와 연계하여 가정방문을 했더니,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가벼운 지적장애가 있었다. 일단 아동보호센터에서 사회복지사를 연결해줬고, 경제적·정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줬다. 민지와 마찬가지로 자기위생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지속적인 지도와 상담이 진행되고 있다. 작년과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을 보인 착실했던 세라 3학년이 된 세라(가명)는 직장에 다니는 엄마 대신 지적장애 오빠를 돌보는 학생이다. 물론 집안일도 도맡아서 한다. 부모화가 많이 진행된 상태지만, 공부도 열심히 하며 착실하게 취업준비를 하던 학생이다. 하지만 올해 세라는 작년과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2학년 때까지는 깔끔했던 학생이었는데 복장이나 외모가 점점 지저분해져 갔다. 학업성적도 떨어졌고, 대화 도중 간간히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말을 했으며, 멍하니 있는 경우도 많았다. 학급 친구들이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나쁜 일을 ‘자기 탓’으로 돌리면서 ‘자신의 험담’을 하고 다닌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질문에 “1학년 때 있었던 일이다”라고 대답했다. 이상하다 싶어 이런저런 질문을 해보면 “몰라요. 생각이 안 나요”라는 말만 반복했다. ● 상담전략 _ 갑자기 생활 모습이 변했다면 병원과 연계 몇 번의 설득 끝에 학부모 동의를 얻어 의료지원서비스를 받았다. 세라는 조현증(schizophrenia) 초기 증상이었다. 다행히 빨리 발견하여 꾸준히 치료할 경우 완치도 가능하다고 했다. 세라는 현재 대인관계에서 조금 어려움을 느낄 뿐 큰 문제없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물론 학교관리자, 보건교사, 담임교사, 상담교사 이외에는 세라의 상태에 대해서 모른다. 혹시 갑자기 상태가 나빠질 경우를 대비하여 ‘상태 악화 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는다’는 학부모 서면 약속도 받아 놓았다.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 돕기 언젠가부터 내 책상엔 핸드크림이 2~3개씩 놓여 있다. 보건실도 아닌데 캐릭터 밴드도 책상 서랍에 수북하다. 아이들과 이야기하다가 손이 거칠면 핸드크림을 발라주고, 손톱을 물어뜯거나 쥐어뜯어 피가 맺혀있으면 밴드를 붙여준다. “손은 또 다른 얼굴이야. 손이 예뻐야 자신감도 더 생긴단다” 하면서. 올해는 꼬리빗과 헤어밴드도 사다 놓았다. 단정하고 깔끔한 외모는 ‘머리스타일’부터 시작하니까. 간혹 담임교사가 걱정스러운 듯 물어볼 때가 있다. “아이들에게 냄새난다고 말하면 상처가 될까 봐서…. 말을 해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정답은 없다. 어떤 아이는 이야기를 해줘서 개선이 되는 경우가 있고, 어떤 아이는 화를 내면서 사이가 멀어지는 경우도 있다. 어떤 아이는 ‘병’ 때문에 그럴 수도 있고, 어떤 아이는 부모의 ‘방임’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그래서 관심을 갖고 아이와 속사정 이야기를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다음과 같은 대화가 학생의 감정을 다치지 않게 할 수 있다. ● “이번 주에 교복 못 빨았어? 때가 그대로네. 바빴어?” ● “얼굴이랑 손에 로션 꼭 발라야 해. 늙어서 주름 생긴단 말이야. 로션 다 썼어?” ● “여기 왜 이래? 화장이 들떴나? 아니면 다쳤니?” ● “너 오늘 머리 안 감았구나. 늦잠 잤어? 사춘기 때는 호르몬 때문에 하루만 안 감아도 기름이 좔좔 흐른다니까. 나처럼 아줌마가 되면 머리에 기름도 안 생겨. 매일 머리 감기 귀찮지?” 그다음의 대화는 아이들이 이끌어 줄 것이다. 민지처럼 “바쁜 게 아니라, 제가 빨아야 하는데 귀찮아서…. 한 달에 한두 번밖에 안 빨아요”라는 답변을 할 수도 있고, 세라처럼 “로션을 발라본 적이 없어요”라는 대답을 들을 수도 있다. 어린 시절부터 가정에서 보호를 받지 못해 자기위생관리가 안 되는 아이들을 돕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쟤는 왜 저렇게 자기위생관리가 안 되지?”라는 질문을 따뜻한 관심으로 바꾸면 된다. 또한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 배웠어야 할 자기위생관리를 지금이라도 교사가 하나씩 알려주면 된다. 학생의 상처를 치유하는 ‘상처받은 치유자’, 교사 상담을 하다 보면 어떤 학생은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가 하면 어떤 학생은 도움 따위는 필요 없다고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찬찬히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중심에는 늘 담임교사가 있다. 학교를 다니는 중 한번이라도 담임교사가 적절하게 도움을 주거나, 지지를 보낸 경우 아이는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면서 자신을 발전시켜 나간다. 하지만 좌절을 경험한 아이는 말해봤자 소용없고, 모두 다 똑같다는 생각을 하며 성장을 멈춘다. 심리학 용어에 ‘상처받은 치유자(woundedhealer)’라는 말이 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마(半人半馬)의 키론(Khiron)이 영원히 치유하지 못할 상처와 고통을 안고 살아가면서도 뛰어난 의술로 다른 사람을 치료하고 제자들을 키워낸 일화에서 유래되었다. ‘상처받은 치유자’라는 개념을 도입한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칼 융(Carl Gustav Jung)은 ‘산다는 것 자체가 늘 상처와 함께하는 일’이라고 했다. 교사 역시 상처를 안고 다른 아이의 상처를 치유하는 자가 아닐까? 아이의 ‘성장’ 없는 교사의 ‘성공’은 없으니까 말이다.
‘구교육’, 혹은 ‘헌교육’에 대한 ‘새교육의 반란’은 미군정과 함께 시작되었다. 3년간 지속되었던 ‘새교육의 반란’을 진압하고 ‘구교육의 복원’을 꾀하려 했던 최초의 인물은 정부수립과 함께 초대 문교부 장관에 임명된 안호상이었다. 그는 백과사전에서 민족사학자, 철학자, 대종교인, 정치가, 그리고 파시스트라는 다양한 명칭을 부여할 만큼 경력이 화려했다. 그는 1920년대 초에 일본에서 영어학교를 졸업한 후 중국을 거쳐 독일에서 유학하였다. 독일 예나대학교에서 철학과 법학을 공부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이 1929년이었다. 이후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일본 교토제국대학교, 독일 훔볼트대학교, 경성제국대학교에서 연구생으로 경력을 쌓은 후 1933년에 보성전문학교(현 고려대학교)의 교수가 되었다. 이듬해에 이광수의 소개로 시인 모윤숙과 결혼하였으나 후일 헤어졌다. 1942년 조선어학회사건으로 조사를 받기도 하였다. 해방과 함께 민족주의 계열의 다양한 학술단체, 문화단체에 가입하여 활동하던 중 이승만 정부가 들어서자 초대 문교부 장관이 되었다. 초대 문교부 장관 안호상의 일민주의 안호상은 단군을 숭상하는 민족종교 ‘대종교(大倧敎)’의 열렬한 신도였다. 단군의 피를 이어받은 ‘하나의 백성’이란 의미의 ‘일민주의’를 이론화하여 제시함으로써 이승만이 외치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정치 구호를 학술적으로 공고히했으며, 교육을 정치적 도구로 삼기 시작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안호상은 민주주의 출발점이 서양이 아니라 우리나라라는 파격적 주장을 함으로써 새교육에 대한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정부 수립 직후 행한 한 연설에서 “민주주의는 신라식 민주주의요, 신라에서 발달한 것이 구라파로 넘어가 이것이 또다시 우리나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고 주장하였다. 신라의 화랑도 이야기에 나오는 화백회의를 민주주의의 기원으로 해석한 것이 분명하다. 안호상을 따라 많은 교육자가 새교육에 대한 비판에 참여하였다. 예컨대 서울청계공립국민학교장 최윤수는 새교육의 정신적 지주인 듀이가 한국인이 아니고 미국인이기에 개인주의에 기초한 교육이론을 발전시켰고, 우리나라는 미군정 3년 동안 이를 학습하였는데 이는 흡사 ‘유아에게 철학을 강의하는 꼴’이라고 비유하였다. 결국 새교육은 엄청난 피해를 이 강산, 이 민족에게 입혔다는 점에서 이것은 ‘민주주의 교육’이 아니고 ‘미친주의 교육’이었다고 평가절하 했다.(새교육 2권 2·3호) 민족주의 진영의 새교육 비판은 미국 유학파 출신 백낙준 2대 문교부 장관의 등장으로 중단되었다. 그리고 전쟁으로 잠시 주춤했던 새교육 운동은 이른바 커리큘럼 개조운동의 형태로 전쟁 중이던 1951년에 부활한다. 이후 1955년 8월 1일 제1차 국가교육과정의 공포에 이르기까지 현장 교사 중심의 커리큘럼 개조운동은 아동중심, 생활중심, 그리고 경험중심 철학을 배경으로 우리나라 교육이 봉건적 색채에서 벗어나기 위한 힘든 노력을 기울인다(이 시기 커리큘럼 개조운동의 교육사적 의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요청된다). 국가교육과정 공포가 주는 의미 1955년 8월 1일의 국가교육과정 공포는 한국 교육의 발전 과정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국가권력에 의한 교육독점의 제도화 선언이었다는 의미가 있다. 이후 국가권력에 밀착된 지식인들이 교육을 지배하고 현장교사들은 국가의 교육 아젠다(agenda)를 맥없이 실천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전락하기 시작하였다. 교육자치제, 학원의 자유 등 1950년대에 추진되고 있던 교육의 민주화를 위한 현장의 다양한 시도들이 하나둘씩 소멸되는 신호탄이었다. 이후 새교육은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하였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서 새교육에 대한 체계적이고 이론적인 비판, 그리고 새교육 이후의 미래 교육에 대한 탐색을 주도한 것은 다름 아닌 잡지 새교육이었다. 그 시작은 미국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진보주의 교육의 퇴조에 대한 관심과 소개였다. 새교육은 1957년 6월호에서 ‘3R로 돌아갈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에 게재되었던 기사 ‘Back to the 3Rs : Change in the Schools’를 번역 소개하였다. 이는 진보주의 교육의 퇴조를 가져온 스푸트니크 쇼크(Sputnik Shock) 4개월 전이었다. 이 기사는 미국의 공립학교들이 진보적 관념에서 벗어나 기초적인 교과 과정으로 돌아가려는 경향, 그리고 훈육을 강조하는 경향을 조사한 일종의 보고서였다. 학력에 대한 관심의 부활, 숙련된 과학자와 기술자 부족에 대한 국가 차원의 우려, 그리고 학생들의 풍기문란에 대한 학부모들의 걱정이 점차 확대되면서 읽기·쓰기·셈하기 등의 중요성이 다시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약간의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PART VIEW]195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새교육은 다시 위기를 맞았다. 새교육 실천의 대표적 인물이었던 부산사범부속국민학교장 김두성의 말처럼 1950년대 후반에 이르자 새교육의 상징이었던 생활커리큘럼·경험커리큘럼·코어커리큘럼 등의 용어들이 사라져 버리는 안타까운 상황이 되었다. 미군정기 후반부터 시작된 비판은 1950년대 후반에 이르자 극에 달하였다. 대표적인 존 듀이(John Dewey) 비판가였던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이해남은 “미국에서는 이미 1938년경부터 듀이즘(Deweysm)은 철학도 아니요, 교육도 아니다”는 주장과 함께 듀이즘을 미국 사상의 왕좌 자리에서 몰아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듀이즘이 끝났다고 선언하였다. 이해남은 듀이즘이 과거 10년간 우리나라에서 새교육을 지도하는 중요한 역사적 사명을 이미 다하였고 이제는 우리의 자연·지리적 배경과 사회적 유산을 고려하면서 세계 문화의 주류 위에 우리식 교육이론을 세울 때임을 주장하였다(새교육, 1958년 11월호). 듀이즘에 대한 비판과 새교육의 고민 이러한 의식은 새교육의 가치와 한계에 대한 종합적 검토, 그리고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교육의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고민을 이끈 것 또한 새교육이었다. 새교육은 새로운 10년, 1960년대의 시작을 앞둔 1959년 9월호에서 ‘새교육 운동의 반성’을 특집으로 구성하였다. 이 특집은 다른 어떤 분야와도 달리 우리나라 교육계가 정부수립 이후 10년간의 교육경험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비판, 그리고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우리식 교육의 방향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1950년대의 새교육 운동이 그랬듯이 1960년대의 교육운동 또한 서구식 교육이론의 무비판적·맹목적 모방에 그칠 수 없다는 우리 교육자들의 자의식이 매우 철저하고 진지하였음을 보여준다. ‘무엇이 소위 새교육이었나? 새교육의 본질과 이제까지의 새교육’이란 글에서 김두성은 “많은 비판과 저항에도 불구하고 새교육 운동을 통해 우리나라 교육이 민주주의 교육을 향해 비약적인 변화를 이루었고, 비록 열기는 사라졌지만 그 정신이나 생명은 살아 있으며, 새교육의 매력은 잊혀진 것이 아니다”고 보았다(새교육, 1959년 9월호). 새교육 운동은 첫째, 학력 또는 실력 저하에 대한 우려, 둘째, 입학시험이 요구하는 것과의 상충, 셋째, 도덕적 성장에 대한 관심의 미흡, 넷째, 정서 또는 기능 교과의 불철저 등으로 인해 암초를 만나게 된 것으로 김두성은 해석하였다.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새교육의 잘못으로는 첫째, 우리나라의 역사·사회적 현실의 무시, 둘째, 경험과 문화의 균형 유지 실패, 셋째, 교사들의 능력 부족과 시설 환경의 미흡, 넷째, 학습에서 차지하는 계통성과 연습의 중요성 간과, 다섯째, 전인교육의 어려움, 마지막으로 학교 교육에 대한 국가·사회적 지원의 결여 등을 언급하였다. 결론적으로 새교육 주장자들이 보여주었던 경험주의의 과잉의식이나 보수주의 교육자들이 드러낸 아동 경험에 대한 과소평가 모두 한국 교육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았다. 이들은 1960년대 한국 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면서 “교과 형식과 경험 형식은 빙탄불용(氷炭不容)하는 모순관계가 아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것을 주문하였다. 이화여자대학교의 안인희 교수는 중등교육 분야에서 새교육의 영향을 다루었다. 그는 1950년대 후반의 새교육을 “뿌리가 잘린 꽃처럼 아름다우나 불안스런 느낌”으로 표현하였다. 안 교수는 새교육이 비록 “새것인 동시에 남의 것”이었지만 큰 효과를 거두었다고 보았다. 특히 과학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가져온 것이 가장 큰 공적이라고 해석하였다. 반면 새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도의교육의 실패를 꼽았다. 그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서 도의 과목의 신설을 주장했지만 일제강점기 수신(修身) 교육을 회상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장기적 안목에서 과학적이고 민주주의적인 교육을 실시하여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대안이 제시됐다. 진보교육의 퇴조와 본질주의 교육 등장 이와 관련 창덕여자고등학교 교사 심재형은 ‘교육학자에게 드리는 글’에서 해방 10년 만에 권태기를 맞이한 우리 교육이 과거의 지식중심교육으로 환원하지 않고 다시 활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가의 교육계획을 주도하는 교육학자들이 책이나 이론에 그치지 말고 현장의 다양한 모습에 관심을 가질 것을 당부하였다(새교육, 1959년 9월호). 서울 충무국민학교 교사 심경석은 ‘교장을 위한 학교냐, 아동을 위한 학교냐’라는 글을 통해 “새교육은 복잡한 그 무엇이 아니고 시대사조에 따라 교육의 계획, 조직, 내용, 방법, 시설 등을 개선해 나가는 움직임이며 이런 성과가 부진한 것은 교육학자, 교육행정가, 교사 등이 공동으로 져야 하지만 특히 학교행정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심 교사는 특히 교장의 민주적 학교경영을 촉구하였다. 이 특집에서 1950년대 새교육의 경험과 의미를 정리하고, 1960년대 한국 교육의 바람직한 방향을 가장 설득력 있게 제시한 것은 수원 매산초등학교 교장 황기익이었다. 황기익은 진보주의에 바탕을 두고 전개되어 온 새교육의 장점과 한계, 그리고 1930년대 후반에 미국에서 새롭게 등장한 본질주의(문화유산의 전승을 중시하는) 교육의 장점을 통합하는 방향에서 당시 우리나라 교육이 지향해야 할 지점을 아래와 같이 제시하였다. “개인의 욕구를 중요시하되 이기적 방향에 떨어지지 않도록 사회적 욕구로 방호해야 하며, 교육과정에는 반드시 인간의 문화적 전통 중에서 인간생활에 기여하는 근본적인 것은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그 요소를 자세히 분석해보면 진보주의 교육의 결함을 보충하여 개인과 사회를 같이 중요시하며 자유와 통제, 흥미와 노력을 강조하고, 기본 지식과 이해를 동등한 자리에 놓도록 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오늘날 교육계의 지배적인 생각입니다” (새교육, 1959년 9월호) 지금의 시점에서도 매우 설득력 있는 주장이었다. 황기익은 새교육을 비방하는 사람들이 제기하는 “새교육으로 인해 기초 학력의 저하됐다”는 지적에 이의를 제기하며 새교육에는 거기에 맞는 새로운 학력관이 확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학력관은 “주지주의에서 벗어나 태도, 습관, 기능 등의 정의적 방면에도 중점을 둬 하나의 완전한 전인적 인격체를 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새교육에 의한 새교육 비판, 그리고 새로운 학력관이 제안된 지 어언 57년, 그 동안 우리 교육은 여전히 낡은 학력관의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신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본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종종 도덕적 딜레마에 빠질 때가 있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갈등상황을 겪기도 한다. 이러한 도덕적인 문제 상황을 판단하고 선택하고 결정할 때우리는 일반적으로 ‘도덕 원칙’을 중요한 근거로 활용한다. 원칙이란 일관되게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이다. 따라서 도덕 원칙은 도덕 규칙이나 도덕 법칙과 유사하게 이해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규칙과 법칙, 원칙의 의미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다음에서 초등학교 교육활동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규칙과의 비교를 통해 원칙과 도덕 원칙의 특징을 탐구해 보고자 한다. 원칙은 규칙보다 중요하다 초등학교의 경우 교과수업을 포함한 다양한 교육활동 속에서 가장 많이 다루어지는 것은 학교나 학급에서 지켜야 할 규칙에 관한 것이다. ‘복도에서 뛰지 않기’, ‘수업시간에 장난치지 않기’, ‘줄 서서 걸어가기’ 등의 규칙들은 대부분 무엇인가를 하지 말라는 규제나 통제와 관련된다. 물론 이러한 규칙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에서 꼭 필요한 것이며, 그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도덕 교과의 경우에는 규칙의 의미와 규칙의 토대가 되는 원칙을 좀 더 구체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사람은 규칙(rule)으로 옳고 그름을 결정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의 규칙은 항상 따르게 되어 있는 명령(command)과 같은 것으로 깨질 수 없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라’, ‘도둑질 하지 마라’, ‘뛰지 마라’, ‘숙제해라’, ‘식탁에 팔꿈치 올리지 마라’, ‘교실에서 떠들지 마라’, ‘관계자 외 출입금지’, ‘수영금지’ 등과 같은 규칙들은 특별한 생각이 필요하지 않다. 일단 명령이 떨어지면 그 이유를 묻지 않고 복종해야 하듯이 규칙 역시 ‘왜?’라는 질문을 거부하고 무조건 따를 것을 요구한다. 반면에 원칙(principle)은 규칙과 달리 명령이 아닌 하나의 생각(idea)이다. 우리에게 ‘이래라 저래라’ 지시를 내리거나 규제하지 않는다. 대신에 원칙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거나 결론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다. 예를 들면 친구와 싸우는 상황에 부딪혔을 때, ‘싸우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야’라는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싸우지 말라는 규칙이 아니라 원칙이다. 초등학교에서 규칙과 원칙을 구별하여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 중요한 여러 원칙을 통해서 필요한 규칙을 제시하고 그것에 맞게 생활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러나 원칙은 규칙보다 중요하다. 규칙은 부모나 교사, 직장 상사, 혹은 왕이나 정부처럼 어느 집단을 이끄는 지휘권자들이 만든 것이다. 국가에서 만든 규칙은 법(law)에 해당하며, 종교가 만든 규칙은 계율(commandment)이라고 부른다. 규칙을 따를 때는 대체로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냥 복종하기만 하면 된다. 반면에 원칙은 신중하게 생각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좋은 원칙, 올바른 규칙 만든다 우리가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규칙을 잘 준수하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올바른 행동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규칙은 좋은 원칙을 토대로 하고 있을 때만 올바른 규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 이유나 근거 없이 우리의 행동을 규제하거나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명령하는 규칙은 따를 수 없다. 우리에게 많은 규칙과 법이 있지만 원칙으로 설명될 수 없다면 그 규칙과 법은 나쁜 것이거나, 불필요한 것에 불과하다. 또한 규칙이 아닌 원칙에 따라 행동할 경우 스스로가 원하지 않는 일도 할 수 있다. 하기 싫은 일인데도 그것을 하는 이유는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옳다고 스스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규칙과 원칙에 관한 논의를 정리해보자. 규칙은 절대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명령과 같은 것으로, 법이나 계율과 같이 강제성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원칙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거나 결론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하나의 아이디어이다. 따라서 실제로 행동을 하게끔 하는 가장 근본적인 것에 해당하며, 규칙의 토대가 된다. 결국 원칙은 좋은 삶의 원리처럼 도덕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으며, 규칙은 원칙이 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도록 하는 행위 지침이 된다. 따라서 규칙은 좋은 원칙을 토대로 할 때만 준수될 수 있다. 도덕 원칙 적용 방법 이처럼 도덕 원칙은 도덕적인 문제 상황을 결정하고자 할 때 사고나 행동의 근거로 작용하는 중요한 요소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도덕적인 문제는 복잡하며,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또한 그것을 판단하고 어떤 선택을 할지 결정하기까지는 고려해야 할 사항도 많다. 따라서 도덕 원칙을 교육활동에서 실제로 적용할 때는 몇 가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대부분의 어려움은 학생들이 도덕 원칙을 끌어내고 구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어려움은 서로 다른 도덕 원칙들이 갈등하는 상황에서 하나의 원칙만을 선택해야 할 때, 최선의 결정을 어떻게 내릴 수 있는지와 관련된다. 다음의 구체적인 상황에서 도덕 원칙을 적용하는 방법을 모색해 본다. [PART VIEW] [상황 A] 대한(가명)이는 마음씨가 곱고 생각이 깊은 친구입니다. 요즘은 옳음과 그름의 차이를 배우고 있습니다. 대한이는 사람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고 배웠습니다. 대한이는 일부러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다치게 할 친구는 아니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도 종종 벌어집니다. 그럴 때는 누가 잘못했는지 따지기보다는 미안함을 느끼고 다친 곳은 없는지 묻습니다. 한번은 대한이가 친구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둘이 부딪혀 넘어집니다. 친구 : 눈을 어디에다 달고 다니는 거야? 대한 : 괜찮니? 대한이는 아프거나 다친 사람을 못 본 척 넘어가지 않습니다. 대한 : 미안해. 못 봤어. 이런 무릎을 다쳤구나. 밴드 좀 가져올까? 우리 집이 바로 길 아래 있어. 친구 : 너같이 멍청한 녀석은 혼 좀 나야 돼. 대한이는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지 도움을 주는지 먼저 생각해 본 뒤에 어떻게 행동하는 게 옳은지 결정하곤 합니다. 여러분도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누군가 시비를 걸거나 싸움을 걸어왔을 때, 어떻게 했나요? 친구 : 야, 덤벼! 너 나랑 싸우는 게 겁나냐? 대한 : 정말 괜찮니? 혹시 자전거는 망가진 데 없어? 대한이는 싸움의 결과를 생각해 봅니다. 싸우면 코피가 나거나 멍이 들거나 살갗이 찢어질지도 모릅니다. 기분이 풀리기는커녕 콧김을 씩씩거리며 분을 삭이지 못할 것이고, 어쩌면 평생토록 미워하는 사이가 될 수도 있지요. 아무것도 나아지는 게 없다고 판단한 대한이는 이런 싸움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대한이는 가장 용감하고 가장 좋은 행동은 싸움을 피하는 것이라고 결정합니다. 친구 : 어딜 도망가? 이 겁쟁아. 대한 : ‘싸움은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않아’ 위의 ‘상황 A’에 등장하는 대한이는 사람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원칙을 잘 알고 있으며,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신중하게 생각할 줄 아는 어린이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며 친절하게 행동한다. 이러한 대한이도 비겁하다고 놀리며 싸움을 걸어오는 친구의 말을 못 들은 척 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대한이는 싸움 이후에 벌어질 일들을 떠올려보며 이러한 상황에서 싸움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싸움을 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행동이며 그것이 가장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결론 내린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은 위와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대한이와 달리 친구와 싸우게 된다. 간혹 싸우지 않는 몇몇 학생들의 경우는, 싸움 이후의 결과를 신중하게 생각하기보다는 대부분 ‘싸우지 말라’는 규칙, 혹은 싸움 이후에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듣는 꾸지람 때문에 싸우지 않는다. 반면에 대한이는 신중하게 생각의 과정을 거쳐 가장 올바른 원칙을 끌어낸다. 처음에 대한이가 지닌 도덕 원칙은 ‘생명은 소중하다’는 것과 ‘친절하게 행동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친구의 시비와 놀림은 대한이에게 더 나은 원칙에 대한 탐구의 동기로 작용한다. 결국 대한이는 싸움을 피하는 것이 가장 용기 있고 올바른 행동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이처럼 도덕 원칙은 더 나은 원칙, 혹은 더욱 우선시되는 원칙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 [상황 B] 어느 날 아침에 길동(가명)이의 강아지가 자동차에 치여 크게 다쳤습니다. 길동이는 힘든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길동 : 의사 선생님, 강아지가 괜찮을까요? 수의사 : 안됐지만 힘들 것 같구나. 잘 버텨도 오늘을 넘기기는 어렵겠어. 지금 강아지는 아주 아프단다. 길동 : 죽기 전까지만이라도 강아지를 아프지 않게 해줄 수 없나요? 수의사 : 딱히 방법이 없단다. 강아지의 고통을 없애 주려면 약을 투여해서 자는 듯이 죽게 하는 방법밖에 없구나. 길동이는 ‘생명체를 고통받게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과 ‘생명체를 죽여서는 안 된다’는 원칙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두 가지 원칙을 모두 만족시킬 만한 답이 있다면 좋겠지만, 이 경우에는 하나를 포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수의사 : 내가 어떻게 해주면 좋겠니? 강아지가 힘들어하더라도 살 수 있을 때까지 그냥 둘까? 아니면 강아지가 더는 괴로워하지 않도록 깊이 잠들게 해줄까? 길동 : 강아지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렇다고 강아지를 죽게 해달라고 말할 수도 없잖아? 하나의 원칙은 생명을 빼앗으면 안 된다고 말하고, 또 다른 원칙은 고통을 덜어주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합니다. 둘 다 좋은 원칙이지만, 하나의 원칙을 따르기 위해서는 다른 원칙을 어겨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럴 때는 서둘러 결정을 내리기 전에 내가 알고 있는 사실들이 정확한지, 빠진 것은 없는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길동 : 강아지가 정말 나을 희망이 없는 건가요? 강아지의 고통을 멈출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나요? 수의사 : 안됐지만 그렇단다. 강아지에게 죽음은 그냥 잠처럼 느껴질 거야. 만족할 만한 해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불편한 마음으로 최종 결정을 내립니다. 강아지의 경우 살아날 가망이 없기 때문에 고통 없는 곳으로 보내주는 게 지금으로써는 최선의 판단이 될 수 있겠지요. 이럴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정해진 답이 있을까요? 그런 정답이나 규칙은 세상에 없습니다. 그래서 길동이는 스스로 생각해야만 합니다. 어떤 원칙이 가장 중요한지 결정해야 했고, 결정을 내리기 전에 모든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알고 있는 사실이 정확하지 않거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면 결정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위의 ‘상황 B’에 등장하는 길동이는 ‘생명은 소중하다’는 가장 상위의 원칙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길동이는 그것의 하위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생명체를 고통받게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과 ‘생명체를 죽여서는 안 된다’는 원칙 사이에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두 가지 원칙이 길동이에게 좋은 원칙임에도 모두를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결국 하나를 포기해야만 한다. 길동이는 어떤 원칙을 선택해야 할까? 최선의 원칙을 결정하기 위해 길동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들이 정확한지 혹은 다른 대안은 없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한다. 그리고 최종 결정을 내린다. 어떤 원칙을 결정하던 길동이의 마음은 편하지 않겠지만, 주어진 상황 속에서 자신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스스로 했기에 아쉬움은 적을 것이다. 우리는 길동이가 처한 선택의 상황과 유사한 딜레마 상황을 도덕교육에서 자주 경험하게 된다. 만약 위에서 제시된 길동이의 이야기처럼 가상의 이야기가 아닌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또한 그것이 나의 이야기일 수 있을 때, 딜레마 상황에서의 토론은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3월 ‘학교와 나’, 4월 ‘봄’, 5월 ‘가족’, 6월 ‘여름’의 통합교과를 운영한 후 7월이 되면, 수업 시간에 어떤 것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물론 월별 교과서 학습 기간을 조금씩 늘리거나, 필요한 부분을 그때마다 추가하여 여름방학 전까지 시간을 맞출 수도 있다. 하지만 방학 중 가정과 연계할 수 있는 안전교육이나 독서교육으로 재구성하여 운영하는 것도 좋다. 특히 초등학교 1·2학년은 2017년부터 안전교과가 도입·운영될 예정이기 때문에 교육부의 ‘학교안전교육 7대 표준안’에 제시된 내용과 통합교과에 제시된 ‘안전에 대한 차시’를 연계하여 재구성한 후 수업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통합교과와 학교안전교육 ≫ 학교안전교육 7대 표준안(1·2학년) 학교안전교육에서 제시하는 7대 표준안의 영역은 생활, 교통, 폭력·신변, 약물·사이버, 재난, 직업, 응급처치이다(표 1 참조). 학교안전교육과 관련된 많은 사이트 중 교육부의 ‘학교안전정보센터(www.schoolsafe.kr)’는 통합교과의 교육과정을 분석하여 수업 시간에 필수로 해야 할 내용과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하거나, 다른 교과와 재구성하여 수업할 수 있는 지도안을 참고로 제시하고 있어 손쉽게 학교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표 2 참조). 하브루타와 함께 하는 즐거운 독서활동 통합교과의 주제 교과서를 학생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교과서 안에 학생들이 즐겨보는 동화책이 들어 있고, 수업 내용과 차례를 학생들이 정할 수 있으며, 일상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재미있는 활동들이 수업으로 이어져 딱딱하게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 통합교과서 속에 동화책 내용이 들어가 있는 것은 학생들이 동화책을 자연스럽게 가까이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역할을 한다. 통합교과의 소주제와 관련된 교과서 외 다른 동화책은 인터넷 등으로 검색해보면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으며, 국어 시간이나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에 재구성하거나 통합교과의 추가활동으로 접목하여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 또한 ‘질문이 있는 교실’ 수업방법인 ‘하브루타’를 적용하면 학생들의 흥미를 더욱 고조시켜 독서활동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게 된다. [PART VIEW]≫ 1·2학년에게 적용할 수 있는 하브루타의 변형 하브루타는 짝을 지어 ‘질문하고, 대화하며, 토론하고, 논쟁하는 것’이다. 친구와 함께 공부하면서 ‘친구에게서 배우는가 하면 친구를 가르치기도 하는 방법’이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밝히고, 새로운 내용을 더 알아간다. 하브루타 수업모형은 질문 중심, 논쟁 중심, 비교 중심, 친구 가르치기, 문제 만들기 등이 있으나, 1·2학년 수준에 맞게 적용하면 된다. 1학년의 경우 동화책의 겉표지나 내용으로 질문을 만들어 보도록 한 후, 자기 생각을 짝이나 전체 앞에서 발표하는 방식을 취해도 매우 효율적인 수업을 해 나갈 수 있다. 한글을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는 2학년은 책표지나 내용 중 생각나는 질문을 공책에 쓰고, 짝과 이야기를 나누도록 한다. 이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질문을 발표하고, 전체 학생들이 그 질문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발표한다. 학교 도서관에서 같은 동화책을 여러 권 빌려서 짝끼리 읽은 후, 책에 대한 내용을 서로 설명하게 하는 것도 좋은 하브루타가 될 수 있다. 설명을 듣는 학생에게 질문할 것을 생각하면서 듣게 한다면 좋은 경청 훈련도 된다. 위와 같은 방법은 수업 전체에 적용할 수도 있고, 동기유발이나 활동의 하나로 활용할 수도 있다. ≫ 하브루타 적용 수업지도안 예시 ● 2학년 소주제 ‘나의 꿈’ 추가활동 (동화책 ‘숟가락’으로 하브루타 수업 진행)
[제시문] ·석민 : 선생님! 상담받고 싶어요. ·교사 : 무슨 일인데? ·석민 : 저는 부모님 사랑을 받고 싶은데, 부모님은 공부를 못하면 사람도 아니라며 자주 야단치세요. 매번 낮은 점수 때문에 시험 후 부모님께 성적표 가져가기가 두려워요.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다짐은 해 보지만, ㉠ 저 자신이 무능하고 무가치하다는 생각 때문에 아무 의욕이 생기지 않아요. 가끔은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교사 : 안타깝구나. 부모님께서 너의 입장을 이해해 주시면 좋을 텐데. ·석민 :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에요. 부모님은 동생을 더 예뻐해요. 초등학교에 다니는 여동생이 귀엽기는 하지만, 저보다 공부를 못해요. 하지만 부모님께서는 여학생은 공부를 못해도 상관없다며 저에게만 너무 많은 요구를 하세요. 어쩌다 동생과 말다툼이라도 하면, 동생이 잘못했어도 ‘너는 오빠잖아’라며 저에게 참으라고 하십니다. 너무 속상해요. · 교사 : 부모님께서 너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 무척 속상했겠구나. 그런데 공부는 언제부터 힘들어졌니? · 석민 : 초등학교 때까지는 저도 공부를 꽤 잘했어요. 그런데 중학교에 입학한 후 ㉡ 부모님께서는 제가 하고 싶어 하는 코미디나 연기자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공부만 강요하셨어요. 지금은 공부에 대한 흥미도 없고, 세상을 왜 사는지 고민하게 되었어요. · 교사 : 그렇구나. 부모님이 너의 입장을 이해하여 여러 가지 재능을 발휘해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셨다면 좋았을 텐데…. 선생님과 함께 너의 적성과 흥미 등을 알아보고, 해결방안을 고민해 보자꾸나. 수연이는 어떤 고민이 있니? · 수연 : 저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은데 예습이나 복습, 수업 중에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인지 공부하는 시간은 많은데 성적은 오르지 않아요. 시험 결과에 화가 나기도 하고, 저와 비슷한 시간 동안 공부한 친구가 저보다 성적이 좋을 때는 내 능력의 한계를 느끼곤 합니다. · 논술 체계 (총 5점) · 논술의 내용 (총 15점) - 생활지도 영역(조사, 정보, 정치) 설명 [3점] - ㉠과 같은 석민이 문제 해결에 적합한 상담이론의 특징과 상담절차 [3점] - 수연이 문제 해결에 적합한 상담이론의 특징과 상담절차 [3점] - 진로교육 단계(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의 특징 설명 [3점] - 인간중심 상담이론에 근거하여 ㉡의 문제 해결 상담방안 [3점] 1. 서론 생활지도는 자아실현을 돕는 것이다. 학생들의 선택, 자율적인 문제 해결, 새로운 장래의 설계, 학교생활에 대한 건전한 적응 등을 통해 자기완성을 이루도록 조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제시문과 같이 자신에 대한 불합리한 신념과 부모·자녀 간의 갈등 및 대화 부족 등으로 청소년 문제가 효과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교사는 생활지도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청소년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하게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조력해야 한다. 2. 본론 1) 생활지도 영역(조사, 정보, 정치) 설명 [3점] 생활지도 영역에는 조사, 정보, 상담, 정치, 추수지도 활동이 있다. 이 중 첫째, 조사활동은 생활지도 계획과 실천을 보다 과학적이고 정확하게 파악하거나 학생들의 자기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제공 활동이다. 일반적으로 표준화검사나 관찰 등 임상적 방법을 활용한다. 둘째, 정보활동은 학생의 문제행동 해결에 필요한 각종 정보 및 자료를 제공하여 그의 개인적 성장 발달과 사회적 적응을 돕는 활동이다. 셋째, 정치활동은 학생의 능력과 적성에 맞게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활동이다. 그밖에 상담활동이란 중핵적인 활동으로 학생들의 자율성과 문제 해결력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학생들의 적절한 감정 처리를 조력함으로써 적응을 돕는 활동이고, 추수활동은 지속적 관심과 추후 점검활동으로 졸업생과 중도 탈락생에 대한 지도 및 조언 등이 해당된다. 2) ㉠과 같은 석민이의 문제 해결에 적합한 상담이론의 특징과 상담절차 [3점] ㉠에서 석민이는 ‘성적이 낮다는 이유로 자신이 무능하고 무가치하다’는 불합리한 신념을 지니고 있다. 이에 적합한 상담이론은 엘리스(Albert Ellis)의 합리적·정의적·행동적 상담이론(REBT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사고 과정, 특히 ‘신념’은 인간 행동의 가장 큰 원동력이며, 인간의 심리적 고통은 대부분 ‘문제 상황을 바라보는 개인의 비합리적인 신념체계나 사고방식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엘리스는 비합리적 신념을 합리적 신념으로 수정하는 상담절차로 ABCDE 기법*을 사용한다. ABCDE 기법으로 석민이를 상담하면, ‘A(낮은 성적을 받는다) → B(나는 무능하고 무가치하다) → C(아무런 의욕이 생기지 않고 죽고 싶다) → D(성적이 낮다고 해서 무가치한 것은 아니다 등) → E(성적만으로 나를 평가할 수는 없다 등)’와 같은 절차를 거쳐 자기 수용적인 태도와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한다. [PART VIEW]3) 수연이 문제 해결에 적합한 상담이론의 특징과 상담절차 [3점] 수연이는 예습과 복습, 수업 등에 대한 인지전략이나 정보가 부족하다. 따라서 윌리엄슨(E. G. Williamson)의 지시적 상담이론을 적용한다. 이 상담이론에 의하면 부적응 행동의 근원은 내담자 자신이 미성숙하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사는 수연이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여 합리적으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상담절차는 첫째, 분석(分析) 단계에서 상담자는 피상담자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한다. 둘째, 종합(綜合) 단계에서는 분석에 의하여 얻어진 자료를 내담자의 장·단점과 적성 등 여러 특성과 관계를 명백히 밝히고, 정리·계통을 세워서 진단 단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종합한다. 셋째, 진단(診斷) 단계는 피상담자 문제의 성질과 원인에 대한 예진을 내리고, 문제가 장차 어떻게 진전되어 나갈 것인지를 예측해 본다. 셋째, 상담(相談) 단계는 피상담자 자신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1대 1 관계에서 도와주는 과정이다. 넷째, 추수(追隨)지도는 상담 결과를 재평가하고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다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4) 진로교육 단계(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의 특징 설명 [3점] 진로교육은 개인의 만족스러운 삶을 위해 진로에 대한 방향을 세우고 선택하는 것, 선택한 진로를 준비하는 것, 직업선택 후 계속적인 발달을 돕는 것 등을 모두 포함하는 즉, 진로에 관계되는 일체의 경험을 말한다. 첫째, 진로인식 단계는 초등학교 단계로서 직업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와 인식 등을 다루도록 한다. 둘째, 진로탐색 단계는 주로 중학교 수준에 해당하는 단계로 이 시기의 학생들에게 잠정적으로 진로계획을 발전시키고 선택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 주도록 해야 한다. 셋째, 진로준비(설계) 단계는 고등학교 수준에 해당하는 단계로, 구체적인 진로계획을 수립하고 직업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도가 계속되어야 한다. 넷째, 진로전문화 단계는 대학 단계로서 구체적인 직업 기술을 가르치고, 필요한 현직 교육과 승진을 위한 기술 훈련 과정을 제공하며, 직업인으로서의 긍지와 보람, 직업윤리와 가치관 정립을 확고히 하도록 노력한다. 5) 인간중심 상담이론에 근거하여 ㉡의 문제 해결 상담방안 [3점] 인간중심 상담이론에 의하면 인간은 누구나 적당한 환경이 주어지면 스스로 성장하여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때문에 상담자가 성장 촉진적 조건을 제공하면 내담자는 스스로 정서 장애, 부적응 행동을 극복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부적응은 외부적 기준과 내면적 욕구와의 괴리, 유기체적 욕구와 존중받고자 하는 욕구의 괴리와 갈등에서 비롯된다. 제시문의 석민이도 부모님의 공부 강요와 자신의 연기자 욕망 간의 괴리로 심리적 문제가 발생하였다. 따라서 내담자 자신이 심리적 부적응으로 고통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 이유를 찾아내도록 돕는 ‘통찰’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신뢰관계 형성을 바탕으로 진실성, 무조건적 존중, 정확한 공감적 이해를 통해 석민이가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3. 결론 청소년은 우리의 희망이다. 질풍노도 시기에 있는 청소년들이 제시문의 석민이와 같이 진로·성적·시험불안·부모와의 갈등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교사는 다양한 상담이론이나 인간 발달 특징을 이해하여 고민에 빠진 아이들에게 필요한 상담전략이나 기법으로 도움을 주어야 한다.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고민할 때이다. (1) 교육부의 제2차 진로교육 5개년 기본계획 발표(2016년) 교육부는 자유학기제와 연계해 학생들에게 꿈과 끼를 찾는 진로탐색 기회를 제공하고, 학교별로 체계적인 진로교육을 실시하기 위한 장기발전방안으로 ‘제2차 진로교육 5개년 기본계획(2016~2020)’을 발표했다. 이번 5개년 기본계획은 진로교육법 제정에 맞춰 국가 차원의 진로교육체계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관계기관과 학교 현장 의견수렴, 전문가 회의 등을 거쳐 마련된 것이다. 제1차 계획은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소질과 적성 중심의 진로선택을 위한 체험 위주의 진로교육 지원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제2차 계획은 진로교육법 시행과 더불어 체계적인 진로설계를 통한 맞춤형 진로개발 역량 신장과 국가진로교육센터 지정을 비롯한 범사회적 진로교육체계 구축 등 미래형 창의·융합인재 양성에 초점을 뒀다. 진로 교육과정 운영 정착을 위해 진로교육 집중학년·학기제를 자유학기제와 연계해 일반고 37개교에서 시범 실시한 후 초·중·고로 확산시킬 예정이며, 학생 발달단계와 진로개발 수준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공된다. 교원과 진로교육 지원 전문인력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중·고등학교에 2020년까지 진로전담교사를 100% 배치한다. 초등학교에는 2016년부터 우선 보직교사를 임명 배치하며 전문직업인, 학부모, 자원봉사자, 퇴직자 등 전문인력을 2020년까지 3,000명 이상 확보할 계획이다. 더불어 교원양성과정에서부터 상담과 동아리활동 지도 등 진로교육 관련 교과를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교·사대 교과목에 진로 관련 과목 신설을 검토한다. 학교관리자의 인식개선, 담임교사의 진로상담, 신규교원의 진로교육 이해와 지원 전문인력의 역량 강화를 위한 연수를 시행한다. 또한 대학생의 진로교육 지원을 위해 대학 1~2학년부터 진로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하도록 대학 재정사업과 연계해 유도하고, 인턴십(현장실습) 교육과정 운영을 확대할 예정이다. 초·중·고와 연계해 진로발달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자료를 개발하고, 진로상담과 멘토링 등에 활용하도록 권장하며, 학생의 진로설계와 맞춤형 진로교육을 위한 지도교수제와 교직원 연수를 시행한다. 또 대학 내 취업지원, 진로교육, 상담 기능을 연계·통합해 학생 중심의 취업·창업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양질의 내실 있는 진로체험처 확보를 위해 공공기관의 체험처 제공을 의무화하고, 대학·창조경제혁신센터와 경제 단체 등의 협력을 통해 범사회적인 진로체험처 제공 분위기를 조성하여 다양한 체험처를 확보할 계획이다. 또한 안전한 진로체험처 제공을 위해 활동단계별 안전점검 체계를 강화하고 진로체험기관 멘토의 안전사고 발생 시 보험 혜택을 부여한다. 교육 기부 진로체험기관 인증제를 도입하고, 진로체험기관 직원에 대한 온라인 연수과정을 신설해 진로체험의 질 관리를 강화한다. 진로체험 프로그램 확대를 위해 가상 창업·직업 체험, 인공지능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직업세계 체험, 우주·생명·기후변화 등 전문분야 체험, 글로벌 직업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한다. 특히 진로체험 기회가 부족한 농·산·어촌 학생들을 위해서 지역 특화 벨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찾아가는 진로체험버스·원격영상 진로멘토링 등을 확대한다. 또한 학생수요에 따른 소그룹 형태의 체험을 늘리고 ‘진로체험 이력관리제’를 도입해 개인별 진로체험활동 이력을 진로체험과 상담에 활용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등 진로체험을 내실화할 예정이다. 진로교육 지원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진로교육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국가와 지역진로교육센터를 운영하고, 관계기관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진로정보망 시스템 고도화와 콘텐츠 내실화를 통해 수요자 맞춤형 진로정보를 제공한다. 학생의 진로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학부모에 대한 진로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자녀 성장단계별로 학부모 진로교육 기본과정을 개발·운영한다. 다양한 온·오프라인 매체를 활용해 진로교육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학부모의 진로교육 콘텐츠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다. (2) 교육부 ‘고교 맞춤형 교육 활성화 계획’ 발표(2016년) 현재 30명 수준인 학급당 학생 수가 2022년에는 OECD 수준인 24명으로 떨어진다. 소질이나 적성을 고려한 학생 선발을 위해 고입 학생선발고사 폐지를 유도하는 한편 내신 성적 외에 면접 등 추가 전형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자기주도학습 전형’은 확대된다. 교육부는 지난 4월 시·도 부교육감회의를 열고 위와 같은 방안을 주요 내용으로 한 ‘고교 맞춤형 교육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과 2015 개정 교육과정 도입에 따라 고교 교육에도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추진되었다. 2018학년도 중 1, 고 1 학생을 대상으로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단계적으로 적용되고, 앞으로는 전국의 모든 중학생이 자유학기제를 경험한 후 고교에 진학하게 된다. 가장 실질적인 변화는 ‘일반고 학급당 학생 수는 줄이고,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학생 비중은 늘리는’ 고교 교육 여건의 개선이다. 교육부는 고교 학생 수가 6년 뒤인 2022년에는 지금보다 31%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고 ‘학령인구 감소’라는 위기를 고교 교육 여건 개선의 계기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협력·탐구중심 수업이 고교 현장에서도 적용될 수 있도록 학급당 학생 수를 개선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22년까지 개별 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24명으로 축소되고,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OECD 수준인 13.3명으로 감축된다. 하지만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 등 전문계고의 입학정원은 2022년까지 현 수준을 유지하도록 해 전문계고 학생 비중을 약 20% 수준에서 30%까지 끌어올린다. 이들 전문계고에서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 교육과정을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해 실무과목은 아예 NCS 학습모듈을 교과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보통교과도 실용국어, 실용영어, 실용수학 등 현장 직무와 연관성이 높은 내용을 중심으로 개편한다. 교육부는 이와 같은 조치를 통해 2022년 전문계고의 취업률을 65%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유학기제 성과를 고교 단계로 확산시키기 위해 고입 제도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고입 학생선발고사가 폐지되고, 자기주도학습 전형이 확대된다. 이는 내신이나 교과 중심의 선발 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기존 고입 제도가 진로 맞춤형 교육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현재 자체적으로 고입 선발시험을 시행하고 있는 경북, 울산, 전북, 제주, 충남 등의 시·도에는 고입 학생선발고사를 폐지하도록 유도하고, 고입의 주요 전형 요소인 내신 성적 산출 시에는 교과뿐 아니라 창의적체험활동, 봉사활동 등 비교과 영역을 균형적으로 반영하도록 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이에 덧붙여 한 학기 동안의 자유학기 활동을 내신에 반영하는 방안과 이를 자기주도학습 전형 시 면접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하반기까지 검토한다. 내신 성적 외에 면접 등을 반영해 학생의 다양한 면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자기주도학습 전형은 비평준화 지역 일반고와 자율형 공립고 등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고교 유형별 자기주도학습 전형 모델 개발을 12월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전형의 공정성 및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기주도학습 전형 시행 시 감독관을 파견하고 입학전형의 사교육이나 선행학습 유발 요인은 없는지 평가하는 입학전형 영향평가도 강화한다. 교육부는 이외에도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맞춤형 교육이 제공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병행한다. 과학 교과에 편중된 교과중점학교를 다양한 교과목으로 확대·운영하고 학교 수도 200개교에서 내년에는 300개교로 확대·운영한다. 직업교육을 필요로 하는 학생을 위해 특별교부금 또는 고용보험기금을 지원해 전문대학의 교육과정을 일반고 학생 수준에 맞춰 운영한다. 위탁교육 기회는 고교 2학년에게까지 확대하고 위탁교육학생에 대해 관련 기업으로의 연계 취업도 추진한다. 학생의 진로맞춤형 자기주도학습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교사가 수업에 필요한 자료를 미리 제공하는 온라인 사이트가 새롭게 구축된다. 또 농·산·어촌 고교에 전국 단위 모집을 일부 허용하는 등 학생 모집 자율성을 확대해주고 노후시설 개선과 교원 추가 배정 등을 통해 농·산·어촌 거점 우수고를 육성한다.
교육환경의 변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5 OECD 교육지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급당 학생 수(2013년)는 초등학교 24.0명으로 OECD 평균(21.2명)보다 높았고, 국·공립학교 15년 차 교사의 연간 법정 급여(2013년, 초등 $51,594)는 OECD 평균(초등 $41,245)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의 순 수업시간은 OECD 평균에 비해 적었다. 콩나물 교실과 2·3부제 수업, 분필과 ‘맨손 수업’ 등으로 대표되던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초등교사들은 주6일제 근무를 하면서, 교과전담교사 없이 32시간을 온전히 담임교사 업무를 담당했었다. 중학교 교사의 경우 주당 수업시수가 24시간을 넘는 일은 허다했다. 수업지도안 역시 철핀으로 기름종이를 긁어 만들었다. 이후 286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각종 문서를 컴퓨터로 작성하게 되었고, 교실수업에서는 멀티미디어 기자재를 활용한 ICT 수업이 전개되었다. 최근에는 인터넷이 연결된 전자칠판이 설치되어 신속하고 다양한 수업 전개가 가능하게 되었다. 교육환경이 급격히 변화되면서 선진국들은 경쟁적으로 지식기반사회에 적합한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의 교육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였고, 우리나라도 교육과정 변화와 함께 교원의 전문성 신장을 목적으로 하는 컨설팅 장학과 교원능력개발평가 등을 도입하게 되었다. 하지만 교육현장의 반응은 냉담하였다. 이에 교육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도 교원의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장학과 교원평가의 연계 방안에 대해 제시하고자 한다. 교직의 특성에 따른 교원의 전문성 교직은 미성숙한 인간을 대상으로 하고, 그 주요 활동 대상도 인간 그 자체라는 직업적 특수성이 있다. 이로 인해 교직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소명의식과 열정, 봉사, 진리 탐구 등의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교직에 종사하는 교원은 교과지도, 특별활동지도, 학급경영, 연구 및 연수, 행정사무관리, 학부모 및 지역사회 관계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이러한 교직의 특수성과 교원의 역할에 비추어 볼 때 교직은 교육관과 교사관에 따라 특성이 정리될 수 있다. 교직의 특성에 대한 본격적 논의는 1966년 유네스코(UNESCO)와 국제노동기구(ILO)가 공동으로 채택한 교원의 지위에 관한 권고에서 시작된다. 교직은 일반적으로 전문직으로 인식된다. 장기간의 교육을 통해 공인된 교사자격증을 취득해야 하고,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수업활동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이타적인 봉사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 학생 발달 수준에 맞는 교육활동을 전개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의 행동은 높은 책임성과 윤리성을 지녀야 하며, 스스로 권익과 책임을 통제·감당하는 특징을 가져야 한다는 조건들을 충족해야 한다. 교직의 전문성은 지식과 능력, 신념을 기반으로 구분하여 재구조화할 수 있다. 하지만 고도화된 지식과 기능에 대한 요구 증대, 전문적 직무 이외의 업무과다, 결과를 중시하는 비본질적인 교육활동 등으로 교직의 전문성은 지속적으로 도전받고 있다. 교직 생애발달과 직무수행 교직 생애발달은 교원이 입직하여 퇴직할 때까지 가치관과 신념, 지식과 기능, 행동 등이 변화되어 가는 일련의 과정으로 교원은 여러 가지 원인과 배경에 따라 다양한 유형으로 교직 생애를 살아간다. 교사의 직무는 일반적으로 수업, 학생지도, 학급경영, 연수, 학교 교육과정 운영, 행정사무, 학부모 관계를 포함한 대외관계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직무 수행 시간은 경력별, 직급별, 담임여부에 따라 다소 다르게 나타난다. 현재 담임의 경우 행정사무 관련 직무는 축소하고, 학생지도와 관련된 직무는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PART VIEW] 장학의 개념과 유형 장학의 개념은 행정적 측면과 교육과정 측면, 교수개선 측면, 인간관계 측면, 경영 측면, 지도성 측면 등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이를 정리해 보면 장학은 ‘교육 체제 속에서 학교 현장의 변화 촉진 및 교수·학습의 질 제고를 도모하기 위해 교사의 전문성 신장, 교육과정 운영 및 학교 경영의 합리화를 위해 제공되는 일련의 지도, 조언, 조정, 정보 제공, 봉사 등 전문적·기술적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교육활동 개선을 위해 학교와 교사에게 제공되는 지도·조언·봉사 활동’이다. 장학의 개념 변화 과거의 장학이 주로 지시, 감독, 평가의 관점에서 이루어졌다면, 현재의 장학은 교사의 교수·학습활동을 지원하고, 봉사하는 형태로 변화되어 왔다. 최근에는 교원의 전문성 개발을 위한 노력의 하나로 학교를 전문적 학습공동체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교사가 자신의 수업을 반성적으로 사고하면서 자발적으로 학습공동체를 형성하고 상호 협력한다면, 전문성 개발과 교육활동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전문적 실천가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장학의 유형 장학은 교육조직 수준에서 국가수준, 교육청 수준, 학교 수준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교육행정기관 중심의 장학 유형으로는 종합장학, 담임장학, 표집장학, 확인장학, 특별장학, 협동장학, 개별장학, 교과장학, 일반장학, 방문장학, 통신장학, 요청장학, 맞춤장학, 컨설팅장학, 사이버장학 등이 있고, 교내자율장학으로는 수업장학, 동료장학, 자기장학, 약식장학, 자체연수 등이 있다. 한편 장학 방법에 따라 수업장학, 관찰·지도장학, 동료장학, 자기장학, 선택적장학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선택적장학은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장학 방법 중에서 교사의 특성과 희망에 맞는 방법을 선택하여 시행하는 형태로 최근에 강조되고 있다. 장학의 기능 장학의 기능을 효과적인 교수·학습방법을 위한 지도·조언 활동 관점에서 본다면 교육과정과 교육자료 개발, 인사배치는 장학이 아니고 수업을 직접 관찰하고 지도·조언하는 것으로 제한하여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활동이 효과적으로 전개될 수 있도록 하려면 입안, 조직, 인사, 재무, 지휘, 감독, 평가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장학 기능에 해당되어야 한다. 또한 장학의 중요한 기능 중에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학교 경영 평가를 포함해야 한다. 교원의 전문성은 현직 교육을 통해서 신장되고, 학교경영 평가는 형성적 평가(formative evaluation)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원평가의 개념과 목적 교원평가는 교원의 태도·성격·적성 등을 판단하며, 교원의 직무수행상의 업적이나 성과들을 측정하고 교원의 능력 즉, 현재의 능력과 잠재능력을 동시에 개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교원평가는 교원을 승진시키거나 장기간 근속 또는 해고 등을 위한 의사결정에 사용되는 총괄평가 기능과 교원 자신의 역할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교수·학습기술 증진에 초점을 둔 형성평가 기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기능은 서로 분리되어 운영할 수도 있고, 상호 연결되어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운영될 수도 있다.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서는 교원평가체제가 발달적 기능과 행정 및 통제 기능을 균형 있게 수행하도록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원평가의 내용과 방법 학교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교사가 수행해야 할 역할은 교과지도자 역할, 생활 및 특별활동 지도자 역할, 학급경영관리자 역할, 연구 및 연수자 역할, 행정사무관리자 역할, 학부모 및 지역사회관계자 역할 등이다. 이에 대한 직무 수행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는 교사의 핵심적 업무인 수업의 질을 개선하고, 교직자로서의 자질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평가의 내용과 기준은 근본적으로 교원의 다양한 근무수행 방향을 명시해 줄 뿐만 아니라 교원의 성장과 발달을 촉진하고 학교 교육력 향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교육공동체 간의 상호협의를 통해 결정되어야 한다. 교원을 평가하는 방법은 절대적인 기준에 따라 개별적으로 측정하는 것과 다른 교원의 근무수행과 비교하여 집단으로 혹은 상대적으로 측정하는 것으로 구분될 수 있다. 절대적인 평가방법 도구에는 자유기술법, 도식평정척도, 행위평정법, 강제선택법, 중요사실기술법, 평정척도, 목표에 의한 관리, 자기신고법 등이 포함되고, 상대적인 평가방법에는 서열법, 등급분류법, 대조법, 강제할당법 등이 포함된다. 또한 일반적으로 평가방법의 유형은 관리자평가, 동료평가, 자기평가, 집단평가, 외부전문가 평가 등이 있다. 교원평가제도 개선 내용 ? 교원평가체제 간소화 방안 첫째, 교원평가를 간소화하고 학교성과급제를 폐지하였다. 현행 3개의 교원평가인 근무성적평정, 성과상여금평가, 교원능력개발평가 교원평가를 교원업적평가(성과평가)와 교원능력개발평가(전문성평가) 2개로 간소화·효율화하였다. 그중 교원업적평가(근무성적평정+다면평가)는 승진인사에 활용하고, 교원업적평가 중 다면평가는 별도로 개인성과급 지급에 활용한다. 또한 교원의 평가부담을 경감하고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학교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학교성과상여금평가를 폐지하고, 개인성과상여금평가만으로 성과평가를 하도록 개선하였다. 둘째, 교원업적 평가요소를 정비하고 비율을 변경하였다. 평가용어에서 교원의 학습지도와 생활지도 전문성을 강조하고, 추상적 평가영역에 대한 용어 변경 및 비율 축소로 평가의 신뢰성 제고하였다. ? 교원능력개발평가 개선 방안 첫째, 평가결과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던 초등학생 만족도 조사는 명칭 및 방법 등을 변경하되, 능력향상연수대상자 지명에는 활용하지 않고 교원의 자기성찰 자료로만 활용하게 하였다. 둘째, 평가결과 활용 맞춤형 연수는 장기심화 능력향상연수의 표준교육과정을 제공하여 연수의 질과 실효성을 담보하였고, 연수 선택 범위를 확대하여 지표별 연수뿐만 아니라 평가 영역별 연수체제도 인정하였다. 셋째, 평가요소 및 지표를 일괄 정비하고, 학습지도 및 생활지도 영역을 중점적으로 개선하였다. 교육에 대한 시대적·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고 학교 교육에 대한 만족도 및 교권 신장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교원들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성격과 방법 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교원의 전문성 신장을 위해 장학 활동과 교원평가를 연계하여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 첫째, 학교장으로서 장학 활동과 교원평가를 연계하여 운영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실천하려는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학교장은 교원의 전문성 신장을 위하여 개인적인 교육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장학 활동을 하려는 안이한 자세에서 벗어나 교원평가 결과와 같은 객관적인 자료들을 활용하여 장학 활동에 연계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둘째, 학교장부터 객관적인 교원평가 결과를 수용하고, 이를 자기 장학 활동에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 자기성찰에 기반을 둔 전문적 학습공동체 활성화에 앞장서야 한다. 최근 강조되는 변혁적 리더십 등에 요구되는 솔선수범의 자세를 통해 다른 교원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셋째, 다양한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고 객관적인 데이터가 제공되는 교원평가 결과를 SWOT 분석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교원의 전문성 신장을 위한 장학 방향 설정에 활용하여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부 구성원들은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집단이 속한 상황을 아전인수 격이나 감성적으로 인식하여 문제점이나 단점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가 다양한 구성원들의 의견을 받아 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보는 방법이다. 넷째, 교원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교직 생애발달을 위한 단위학교 차원의 장학과 연계한 연수지원 체제를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원은 전문가로서의 성장과 동시에 개인적인 성장도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적절한 교원평가 결과 피드백과 장학 차원의 교원연수시스템을 연계하여 운영하여야 한다. 학생을 지도하는 교원들에게 전문성 신장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평가 결과에 대한 처벌보다 연수 등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다섯째, 장학과 교원평가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교원의 자발성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운영 방식과 지원 대책을 수립하여 실시하여야 한다. 그동안 안주하던 관행과 맹목적인 비판 등을 극복하고 전문성 신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교원의 자발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대한 학교 운영과 다양한 지원 대책이 종합적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 [참고 문헌] ?고전 외(2016), 초등교육행정의 이론과 실제, 경기 : 양성원 ?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 2015년 OECD 교육지표 조사결과 발표 보도자료(2015.11.24.) ?서울중등장학발전연구회(2001), 장학체제 개선 및 장학 발전 방안연구, 학교 교육발전 연구보고서 ?서정화 외(2011), 교육인사행정론, 서울 : 교육과학사 ?이범웅·허숙(2014), 교직이론과 현장 실제의 만남 : 교사와 교직생활, 서울 : 지식과 감성 ?이윤식(2001), 장학론 : 유치원·초등·중등 자율장학론, 서울 : 교육과학사 ?전제상(2001), 교사평가의 준거 개발에 관한 연구, 홍익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조동섭(2006),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원정책의 현안 과제 ?UNESCO·ILO(1966.10.05), 교원의 지위에 관한 권고(Recommendation concerning the status of teachers).
전체 아동·청소년 인구의 14~22%는 하나 이상의 정서·행동문제를 갖고 있다. 10명 중 1~2명꼴인 셈이다. 그만큼 학생들의 정서·행동문제는 매우 흔한 현상이다. 이 중 학교폭력, 청소년자살, 품행장애 등 사회적 관심이 촉발되는 심한 형태의 아동·청소년기 정신장애는 전체 아동의 약 8~10% 정도를 차지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학생들의 정서·행동문제가 증가하는 이유는 뭘까? 예로부터 경제적 빈곤, 가정 해체, 부모의 양육방식, 부모의 술·약물 남용 등은 아동·청소년기의 정서·행동문제를 발생시키는 요인이었다. 최근에는 심각해진 학교폭력, 성폭력, 아동학대, 학업 스트레스, 게임중독 등이 더해지면서 아동·청소년의 정서·행동문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즉, 아동·청소년의 정서·행동문제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사회적 요인을 포괄하는 복합적이고, 다중적인 문제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해결책 또한 부모 혹은 교사들이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우리 사회 전체가 힘을 합쳐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어른으로 성장할 때까지 반복적 어려움에 노출 정서·행동문제는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정서·행동문제를 겪고 있는 아동·청소년의 70% 이상이 적절한 치료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성인이 된다.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이들의 정서·행동적 어려움은 어른으로 성장할 때까지 일생에 걸쳐서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개인과 학교·가정생활에 머무르던 어려움이 직업·사회적응 등으로 확장되고, 문제의 형태와 강도만 변형될 뿐이다. 아동·청소년기의 정서·행동문제는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및 학교·지역사회·국가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부모와 교사·친구·이웃 등 주변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심리적 고통은 물론 보건·교육·정신건강·사법체계에서 지급되는 반복적이고 장기적인 치료비용, 생산성 감소로 인한 인적·물적 손실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이들의 정서·행동문제를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은 개인은 물론 사회 전체를 위해 필수적인 요구라고 할 수 있다. 왜 학교가 학생 정신건강 관리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가? 현재 학교는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를 관리하는 중심 주체로 자리매김을 해나가고 있다. 학교보다 효과적인 심리회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도 없다. 왜냐하면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며, 다양한 경험과 인간관계를 맺고, 지역네트워크를 통해 풍부한 자원과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최적의 기관이기 때문이다. 또한 산업화·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전통적 의미의 마을 공동체가 축소되고, 가족이 해체되는 등 가정의 돌봄 기능이 현저히 약화되어 가는 사회적 변화도 학교가 학생들의 정신건강문제를 책임지는 주체로 자리매김하는데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학교는 필요한 지식의 습득 뿐만 아니라 동료들과의 관계 형성 및 또래집단 형성 경험을 통한 본격적인 사회화 과정이 이루어지는 곳이며, 학업성적 등에 따른 열등의식과 우월의식이 발달하고, 자의식이 발생하는 장소이다. 또한 교사라는 새로운 양육자와의 관계형성, 선·후배간의 위계적 교우관계와 이성관계가 이루어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처럼 학교는 학생들이 아동·청소년 시기의 발달 과제를 해결하는 주된 공간인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모든 서비스는 학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며, 특히 학생들의 생활현장인 교실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교실에 있는 학생 중에 정서적 어려움, 또래관계 어려움, 학습의 어려움, 자살 및 자해의 위험성, 학교폭력, 인터넷, 게임중독, 학교부적응 및 중도탈락 위기, 가정적 어려움 등 정서·행동문제를 겪고 있는 학생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야말로 학생 정신건강을 위해 우선되어야 할 일이다. [PART VIEW] 학교의 학생 정신건강 관리 시스템 매년 4월이 되면 각급 학교에서는 초등학교 1·4학년, 중·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를 실시한다. 검사결과에 따라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선별하고, 선별된 학생들에게 필요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 지역사회의 전문기관들과 연계하는 지역협력모델사업을 진행한다. 학생 정신건강문제를 파악하고 시의적절한 조기개입을 통해 학생 정서·행동문제를 관리하고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학부모가 동의하지 않아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정신건강전문가가 직접 학교를 방문, 해당 학생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신건강전문가 학교방문 지원사업단’이 운영된다.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의 추수상담활동까지도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여 ‘학교 학생 정신건강 관리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한 것이다. 요약하자면 현재 학교를 중심으로 학생 정신건강 문제를 관리하는 시스템은 정서·행동특성검사와 교사들의 관찰에 의해서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선별하고, 학부모의 동의를 얻어 지역사회에 있는 Wee 센터나 정신건강증진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병·의원 등과 연계체제를 갖춰 관리한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계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새롭게 문제가 발생하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정신건강전문가 학교방문 지원사업단’에 의뢰하면 직접 학교를 방문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이러한 시스템 운영에도 불구하고 학부모가 동의하지 않아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학생들의 경우, 학부모 동의 절차 없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률안 개정이 검토되고 있지만, 법적인 한계 때문에 그 결과는 불투명하다. 이처럼 현재 갖춰진 체계를 학교가 잘 활용한다면, 정서·행동문제를 보이는 학생들을 어느 정도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가 학생 정신건강문제를 관리하고 해결한다는 것은 관심군 학생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전체 학생들의 건전한 발달과 정신건강을 위한 각종 예방 교육 및 활동, 학교폭력·자살사건 등의 위기상황에 적절히 개입하여 추가적 피해를 방지하는 일, 학생들의 정서·사회성 발달에 필요한 생활지도를 하는 것 역시 학생 정신건강을 위해 학교가 해야 할 일이다. 학교가 이런 일들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사회 제반 기관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학생들과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내는 담임교사들은 학생들의 정상발달 및 정서·행동문제에 대한 지식과 식견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것이며, 정서·행동문제를 가진 학생들을 돕기 위해 담임교사와 보건교사, 상담교사, 교육복지사 선생님들의 긴밀한 협력과 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해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학생들의 자살 시도나 실제 자살 사건의 발생 등 위기상황이 생겼을 때, 학교의 위기관리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훈련되어 있어야 한다. 각종 연수교육 등을 활용하여, 단위학교가 위기상황에 잘 대처해나갈 수 있는 역량과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해당 교육지원청에서 사전에 도움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사건 발생에 대한 단위학교의 책임을 추궁하는 방식은 단위학교로 하여금 방어적이 되게 하고, 문제해결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게 한다. 결과적으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받게 된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도움의 손길, 학교가 적격이다 우리 학생들의 정서·행동문제를 학교가 주체가 되어 관리하고 해결해가는 것은 학생들의 정서·행동문제의 원인이 학교에 있어서가 아니라, 학교가 아니고서는 아이들에게 적절한 도움을 줄 만한 곳이 없기 때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 공방을 벌이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돕고 2차, 3차 피해를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수 있게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것을 학생들의 건강한 발달과 성장에 두고 생각하는 관점의 전환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때이다. 우리는 단시간에 학생 정신건강을 위해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였고, 앞으로 우리의 체계는 더욱 정교하게 발전해갈 것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 모든 체계가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발달을 위해 작동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체계를 운영하는 우리들의 마음 바탕에 아이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정서·행동문제를 보이는 학생들에 대한 차별, 처벌, 편견으로 표현되는 낙인 효과(stigma effect)를 우리 스스로 극복해 나가는 것이 우선이다.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낀 행복한 테마(수학)여행 담양금성초등학교(교장 이성준)는 지난 6월 23일부터 6월 24일까지 1박2일 동안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는 수학여행’ 이라는 주제로 테마(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준비 기간을 길게 하여 3학년~6학년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 다모임 활동을 고루 배정하였다. 3~6학년 35명 전체 학생이 문화체험학습을 비롯하여 총체적 학습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도 철저히 하였다. 출발 전부터 전교생이 강당에 모여서 안전교육도 실시하였다. 특히 교장 선생님은 테마(수학)여행의 의미를 알고 진지한 배움의 자세로 보고서까지 완벽하게 해줄 것을 당부하여 들뜨기 쉬운 분위기를 배움으로 이끌었다. 두레 별 담당 선생님들은 두 번의 사전답사 활동을 거치고 안전지도를 철저히 하였으며 14쪽에 이르는 수학여행 길잡이 책자까지 자체 제작하여 배움 중심 체험학습으로 준비하였다. 수학여행도 선생님이 아는 만큼, 학생들이 준비한 만큼 보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찾아갈 지역 지도를 놓고 코스를 정하는 사전두레 모임의 진지한 모습 두 달 전부터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였고 학생 다모임 4회, 교사 모임 3회, 학부모 모임 2회를 거쳐서 모든 과정을 철저히 준비하였다. 종래의 수학여행 방식을 떠나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이 함께 참여하여 모두가 주인의식으로 참여한 것이다. 테마 여행지 선정 설문 결과 광주권을 원하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각 두레 별로 협의를 거쳐 탐구 주제를 정하고 탐구 학습 계획을 세웠다. 제1두레는 예술, 2두레는 역사, 3두레는 동물, 과학, 4두레는 여가 생활 5두레는 경제 분야 주제를 가지고 체험 장소를 선정하고 이동 방법이나 여행 코스까지 학생들 스스로 틈나는 대로 토의하여 정하도록 하고 담당 선생님의 도움은 최소로 하였다. 광주 양동 시장 삶의 현장을 찾았어요 처음에는 학생 다모임에 참여한 학생 일부에서는 “선생님들이 해 주시면 안 돼요? 선생님들이 더 많이 아시잖아요.”라며 학생 다모임의 의견 수렴과정을 귀찮아하기도 했다.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는 테마(수학)여행’을 자기주도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은 시간이 걸리고 터덕거렸다. 그러나 사후학습 반성회를 통해 나타난 의견은 선생님과 학생들 모두 매우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준비한 여행 코스대로 따라다니는 수학여행보다 학생들이 더 적극적이고 추억에 남았다고 했다. 배움은 학생 각자가 ‘내가 주인’으로 참여할 때 의미와 재미를 느끼는 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미션 중인 멋진 남학생들 두레의 멋진 모습 코스마다 공통 미션 과제를 부여하여 생동감 넘치는 추억거리도 만들게 했다. 평화 소녀상에서 단체 사진 찍어 보내기, 발언 숲에서 1인 발언(학교 자랑)을 1분 이상 한 후 동영상 보내기, 전망대에서 광주 시내 전경을 찍어 보내기, 광주시청 도우미 선생님과 사진 찍어 보내기 등 스마트기기를 사용하여 교과 시간에 배운 내용을 적용하는 학습도 병행했다. 3학년 동생들을 데리고 많이 수고한 팀웍이 뛰어난 두레의 다정한 순간 특히 두레장이나 선배들이 후배들을 살뜰히 챙기고 돌보며 잘 이끄는 모습이 매우 좋았다고 평가했다. 배움과 협동, 배려와 존중이 함께 이루어져서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생활 현장에서 실천해 보는 인성교육과 감성 교육 시간이 되었다며 두레 담당 선생님들이 매우 흐뭇해했다. 학생들은 철저한 사전 준비로 우리 고장 광주의 예술과 역사를 비롯하여 과학, 여가 생활, 경제 발전의 모습을 직접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찾아다니며 선조들의 위대한 발자취가 숨 쉬는 문화와 예술의 고장, 민주주의의 성지, 따뜻한 인정이 넘치는 우리 고장 광주를 새롭게 배우며 좋아했다. 국립광주과학관, 광주광역시청, 국립광주박물과 광주민속박물관 광주시립박물관, 이마트, CGV, 광주디자인체험관, 광주비엔날레,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문화예술회관, 우치공원, 정일품 낚시터, 말바우 시장, 양동시장을 둘러보며 삶의 현장을 몸으로 배우며 실감나는 현장학습을 했다. 야구장도 우리 차지야! 첫날밤에는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야구 시합을 구경하며 여름밤의 추억 쌓기도 하였는데 원하는 학부모님들까지 함께 참여하도록 하여 학교 선생님들과 학부모, 학생들이 삼위일체가 되어 함성을 지르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시골 학교 학생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프로야구팀 경기도 보고 부모님,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간식도 먹으며 여름밤을 수놓은 아름다운 추억은 평생 꺼내먹을 수 있는 마시멜로가 되어 힘들고 지칠 때 위로가 되어 주리라. 보고 듣는 것으로 끝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한 책자로 준비학습을 하고 느끼고 배운 것을 날마다 메모하며 기록을 남기는 진지한 모습은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했다. 금성초는 학교 특색 사업으로 ‘삶을 가꾸는 인문학 글쓰기’를 교육과정 속에서 실천하고 있다. 여행을 다녀온 후기를 두레별로 모여서 다양한 보고서를 제작하고 일기장에도 써서 기록물도 전시할 계획이다. 공부한 결과를 자기 언어로 기록을 남기는 습관은 학습의 마무리 과정으로서 가장 소중한 일이다. 글쓰기는 학습한 내용을 복기하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하기 때문에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두레 별로 여행 코스와 경비, 체험학습내용 계획과 결과를기록한 보고서 친구들과 다정하게, 선후배들끼리 서로 아끼고 배려하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 일은 감성을 기르게 하는 인성 교육의 열매였다. 공중도덕을 지키고 질서를 지키는 일은 시민의식을 다지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사고력을 기르고, 친구들과 소통하고 배려하는 참다운 인성 교육을 실천하는 모습, 다모임 활동으로 배운 자치 활동의 덕목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모습은 미래핵심역량을 지닌 학생들임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내년에도 테마수학여행을 적극 추천합니다! 금성초 학생들은 배움 중심 테마(수학)여행으로 행복한 추억을 아로새긴 여행의 즐거움을 안고 더 열심히 공부하고 배우겠다는 다짐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장애를 가진 친구를 꼼꼼히 챙기고 배려하는 모습은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교육의 성공 여부는 실천하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단 한 명의 친구도 소외되지 않은 안전하고 알찬 즐거운 테마(수학)여행은 더 큰 세상을 향한 즐거운 탐색이 분명하다. 금성초가 내세운 “바로 지금 여기서 모두 다 행복한 학교” 의 모습은 진보를 거듭하고 있다.
관심·흥미 있는 분야 파악 후 전문성·특기 살릴 연수 선택 수강 후 ‘실천’이 가장 중요 “생애주기별 계획 세워볼 것” 여름방학이 다가왔다. 방학은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재충전의 기회, 도약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다음 학기가 달라지는 만큼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야 할 때다. 교직의 전문성 향상을 고민하는 교원은 자율 직무연수 선택 시 고려 사항과 신청할 만한 프로그램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직무연수가 시간 채우기에 머물지 않으려면 먼저 스스로를 돌아보고 분석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수석교사들은 강조한다. 관심 있는 분야와 부족함을 느꼈던 부분, 교육과정·정책의 변화 등을 살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옥영 충북 속리산중 수석교사는 “평소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느꼈던 갈증은 연수를 통해 해소해야 한다”며 “직무연수를 신청하기 전, 충분히 고민하고 생각해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연수 받고자 하는 내용을 수업에 어떻게 적용할지도 미리 계획해야 한다. 송준기 경북 장곡초 수석교사는 “연수의 목적은 수업의 질 향상, 학교 현장의 변화를 이끄는 데 있는 만큼 실천 계획도 반드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심 분야가 특별하게 없는 경우에는 교수 학습, 학생 평가, 교육과정, 생활 지도, 학교 경영 등 다양한 직무연수를 수강하면서 흥미 있는 주제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이원춘 경기 창곡중 수석교사는 “흥미 있는 분야를 발견한 후에는 주기별·단계별 연수 계획을 세워볼 것을 권한다”며 “단발성·일회성 직무연수로는 전문성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력 교사나 수석교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선배 교사들로부터 컨설팅을 받아 체계적인 ‘생애주기별 연수 계획서’를 만드는 것이다. 필요할 때마다 배운 내용을 찾아볼 수 있게 ‘나만의 연수 자료집’ 만들기도 추천한다. 이원춘 수석교사는 “연수를 받으면서 인상 깊었던 내용이나 학교 사례 등 관련 자료를 한 권에 정리해두면 자신만의 수업 브랜드를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교직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연수와 취미·특기를 살리는 연수를 적절히 배분해 신청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시간적 여유가 있는 방학에는 전문가(강사)를 만나 소통하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집합형’ 연수에 참여하는 게 좋다. 오명환 서울시교육연수원 초등교원연수부장은 “학사 일정으로 바쁜 학기 중에는 온라인 연수가 효과적이지만, 방학 때는 쌍방향 강의가 이뤄지는 집합형을 추천한다”고 했다. 학교별로 필요한 연수를 신청, 운영하는 ‘학교 맞춤형(공모형) 연수’와 연수원에 가지 않고도 인근 지역 학교에서 강의를 듣는 ‘연수협력학교 연수’ 등 지역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각종 제도도 활용할 만하다. 오명환 초등교원연수부장은 “개인의 상황과 학교 실정에 맞는 제도를 적극 활용하면 연수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가르침과 배움은 교사와 학생의 만남에서 비롯된다. 이들은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지식, 기술, 삶의 지혜를 나누고 함께 성장한다. 최근 학습에 초점을 맞춘 학생 중심 교수법이 각광을 받고 있다. 수업의 주도권이 학생에게 있어서 교사의 역할이 줄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또한 ‘무위 교수법’의 일종이다. 학생의 본능을 토대로 자연스럽게 수업을 이끌어 나가려면 가르치는 사람, 즉 교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본지는 이 같은 교육의 흐름 속에서 교사들이 지향해야 할 방향과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는 ‘박남기의 마음 나누는 교수학습법’을 연재한다. 영국 캠브리지 국제인명센터가 선정한 세계 100대 교육자,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가 필자로 나선다.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마음의 안쪽에만 달려있다"는 헤겔의 말이 있다. 이 비유는 자신의 닫힌 마음을 열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니 원망과 미움으로 마음의 빗장을 채우지 말고 스스로 용서라는 열쇠를 갖고 문을 열고 나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다른 한 편으로는 타인의 마음을 강제로 열 수 없다는 의미도 내포한다. 가르침은 만남이고 소통이다. 따라서 첫 시간, 첫 만남에서 뿐만 아니라 교수학습 활동 내내 늘 노력해야 하는 것은 학생들이 나를 스승으로 받아들여 마음의 문을 열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최고대학의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에게 존경하는 스승상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귀를 먼저 열어주시는 교수님, 애정을 갖고 학생들과 소통하는 교수님, 학생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교수님’이라는 답이 많았다. 유치원생부터 법학전문대학원생까지 스승에게 기대하는 바는 비슷하다. 선생님이 좋아서 혹은 싫어서 어떤 과목을 좋아하게 됐거나 아니면 흥미를 잃게 됐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이 또한 가르치는 사람이 학생들의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깨닫게 한다. 이런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고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이중창으로 꼭꼭 닫혀 있는 창문 밖에서 상대와 대화한다며 혼자 떠드는 것과 비슷하다. 학생들이 오래 기억하는 스승 중에는 신규교사가 많다. 기법은 뛰어나지 않지만 온 마음으로 학생들과 소통하려 노력하고 그 안에서 기쁨을 찾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학창 시절 다양한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우리 뇌는 좋은 기억보다는 좋지 않은 기억을 더 오래 간직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부정적 기억을 오래 간직해야 실수를 줄여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것이 진화심리학자들의 설명이다. 학생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선생님이 되자는 말 속에는 최소한 부정적으로 기억되는 선생님은 되지 말자는 뜻이 들어 있다. 혀는 예리한 칼날이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이를 거의 의식하지 못하며 그 칼날을 휘두른다. 그러다가 상대의 혀끝에서 나온 말이 가슴에 상처를 입힐 때에야 이를 깨닫는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자신의 혀끝이 상대방에게 입히는 상처를 육안으로 볼 수 없다보니 이야기를 할 때 다시 이를 망각하게 된다. 혀가 얼마나 예리한 칼날이기에 신은 강인한 이빨로도 부족해 입술까지 덮어 이중으로 칼집을 씌워 놓았을까! 가르침이라는 의사소통을 할 때 혀가 예리한 칼날이라는 사실만 기억해도 학생들에게 말로 상처를 주는 경우는 크게 줄일 수 있다. 15세 때 소년원에 들어갔던 탈주범 신창원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선생님께 상처받은 일을 말했었다. 당시 육성회비를 가져가지 못한 자신에게 "돈도 못 내면서 뭐 하러 학교에 와"라는 말을 들은 그날 이후로 괴물이 되어가는 자신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는 그 기억을 늘 가슴에 품고 살았던 것이다. 우리가 언어를 구사하는 것은 오랜 연습을 통해 익숙해진 일종의 ‘적응무의식’적 행위다. 선수들에게 폼이 중요한 이유는 적응무의식 상태에서 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언어도 적응무의식 상태에서 구사되기 때문에 기본 언어 습관이 중요하다. 한번 굳어버린 언어 습관을 바꾸는 것은 굳어버린 운동 폼을 고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 우리 교원들은 칼잡이가 칼질을 하듯 조심스럽게 혀를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기댈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며 다가오게 될 것이다.
‘EBS 초등 여름방학생활’이 출간됐다. TV 강의(EBS1, EBS플러스2)를 시청할 수 있는 방송학습과 최신 교육 흐름이 반영된 새 부록까지 풍성하게 채웠다. 특히 방송학습에는 현직 교사들이 엄선한 흥미로운 주제들을 담았다. 만화, 사진, 삽화 등 다양한 시각자료와 이야기하듯 친절한 설명이 더해져 방송과 함께 보면 더욱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방송은 EBS 지상파 채널과 EBS 플러스2를 통해 18일부터 8월 21일까지 일주일에 두 번 씩 시청할 수 있다. 방송을 시청할 수 없을 경우 EBS 초등 홈페이지(primary.ebs.co.kr)에서 다시 보기(VOD)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창의학습’, ‘기록장’ 등 부록에서는 앞서 배운 내용을 학생 스스로 확장‧심화하면서 자기주도적 학습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전면 개편된 ‘키움마당’에서는 최신 교육 흐름인 ‘안전’, ‘진로’, ‘인성’을 다뤘고 다음 학기 국어, 수학에서 배울 내용을 맛볼 수 있다. 학습 내용을 풀어보는 퀴즈 이벤트도 마련됐다. 9월 5일까지 책 속 엽서에 퀴즈 정답을 적어 보내면 문화상품권을 받을 수 있다. 교재는 가까운 서점과 문방구에서 구입 가능하다.
66년전 대한민국의 국토는 뜨거웠다. 태양열도 그랬지만 전쟁터가 되어버런 한반도는 쏟아지는 포탄과 포화의 연기로 달아올랐다. 내 삶도 이런 과정에서 부모님의 피난 길 속에서 이땅에 태어났다. 지금은 어린 학생들을 만나면서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라 이야기 하지만 나의 어린 시절은 꿈을 꾼다는 것이 사치스런 것이었다. 우선 먹을 것을 충분히 해결하지 못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나보다 더 어려운 형편에 처하였으며, 그 당시 국민학교를 졸업하고도 돈이 없어 진학하지 못한 친구들이 지금은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올 6월은 나에게도 뜨거운 달이었다. 나라사랑 강의를 위하여 주어진 강의를 하기 위하여 많은 날들을 달리고 또 달렸다. 어제도 한 초등학교를 방문하여 학생들 강의와 선생님들을 만나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이며, 지금 우리 교육에서 무엇이 부족한가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오늘은 그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좋은 강의도 듣고, 선생님의 열정이 존경스럽습니다."라는 문자 멧시지를 받았다. 내 강의를 들은 사람들은 가끔 “어떻게 그렇게 열정있는 강의를 하세요?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라고 묻기도 한다. "글쎄요, 저절로 잘 하는 것은 없습니다. 많이 보고, 듣고, 공부하고, 준비한다."는 말 외에 달리 답변할 말이 없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골든타임이라는 것이 있다. 골든타임은 마음에 품고 있던 꿈이나 계획이 현실과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는 시점이다. 가끔 역량의 크기가 얼마 되지 않는데도 세상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면서 일을 찔끔하다가 그만두는 사람들을 만난다. 대표적인 예가 보험사에서 근무하는 설계사들이다. 보험설계사들 가운데 60%가 1년 안에 회사를 그만두고 떨어져 나간다고 한다. 보험설계사라는 직업은 무척 유망한 직업이다.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1인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다른 어떤 직업에 비해 크다. 특히 여성에게 매우 적절한 직업이기도 하다. 발전 가능성이 많고, 더 다양한 분야로 성장할 수도 있는데 왜 설계사들 가운데 절반이 넘는 사람이 중도에 포기할까. 바로 자신에게 올 골든타임까지 기다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잘 아는 한 지성인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연세대학교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서울대가 아니고 연세대를 목표로 한 이유가 있다. 그는 분식집에서 본 텔레비전의 한 장면 때문이었다고 한다. 친구들과 어울려 매운 쫄면을 하하거리며 먹던 토요일 오후, 식당 텔레비전에서는 ‘연고전’을 중계하고 있었다. 그때는 대학생만 봐도 마음이 설렜는데 연대생들과 연대 응원단인 ‘아카라카’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은 자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그날 이후 연대생이 되겠다는 것이 자신의 번째 목표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목표를 갖고 피나는 노력을 쏟았기에 그 꿈을 이뤘고, 지금은 국내에서는 알려진 명강사가 되었다. 그녀는 고백을 한다. "인생이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고. 시골 출신에 그것도 여자로 태어나서 가난한 남자를 좋아하는 못 말리는 취향이 오히려 지금의자신을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그다지 좋지 않은 이런 조건들 때문에 더 노력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수명은 64~66세였다. 교장으로 퇴직하신 선배님들을 보아도 70을 전후로 돌아가신 분이 부지기수 이었다. 예순 살을 넘기기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예순한 살에 크게 환갑잔치를 했을까. 그런데 요즘은 평균수명이 남자는 75세, 여자는 82세로 늘어났다.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오래 산다는 것이 꼭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돈을 벌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복지시설도 그다지 좋지 않은 나라에서 오래 산다는 것이 어떤 때는 대책 없는 일이라 걱정이 들 정도다. 지금 30~40대의 평균수명은 90~100세 정도는 될 것 같다. 자칫 ‘실수’하면 그중 3% 정도는 110세까지 산다고 한다. 지금 100세까지 살 준비를 잘 하고 있는가. 흔히 ‘노후자금’이라고 하는데, 그 보다는 ‘노후생계비용’을 준비해야 한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삶을 유지해 주는 것은 많은 돈보다 미래를 향하여 나가는 꿈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같이 하는 아이들에게만 아니라 꿈은 지금의 나에게 소중한 것이다.
주암초등학교(교장 정동조)는 90여년의 오랜 전통을 가진 학교이다.주암호와 오봉산 자락의 품속에 안겨 남쪽으로 주암댐, 북쪽으로 보성강이 흐르는 아늑한 곳에 자리한 그림처럼 아름다운 학교다. 「밝은 슬기, 고운 마음, 튼튼한 몸」이라는 교훈아래 사랑을 실천하고 열성으로 수업을 하는 선생님, 착한 마음, 바른 행동, 열린 생각을 지닌 어린이, 신뢰하는 마음으로 학교 교육에 참여하는 학부모님들이 한마음이 되어 만들어 가는자랑스러운 학교다. 필자는 29일 11시부터 4,5,6학년을 대상으로 한 시간 가량 나라사랑 교육을 실시하였다. 강당에는 학생들이 의자를 준비하여 차분하게 앉아 있었다. '나라가 없으면 내가 존재할 수 없다. 공부도 할 수 없으며, 가족과 행복한 생활도 불가능한 일이다. 한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튼튼한 나라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문답식으로 진행하였다. 학생들의 밝은 모습과 바른 자세, 그리고 웃는 얼굴은 우리의 미래이다. 이러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학생들 앞에 어마어마한 존재이다. 평상시 나라사랑 교육을 실천하는 일은 우리에게 맡겨진 아이들을 소중히 여기면서, 격려하고 지원하는 일이다. 선생님들의 지속적인 국가 정체성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6월 21일, 청주행복산악회원들과 '35명산'을 자랑하는 괴산의 조령산과 신선암봉으로 산행을 다녀왔다. 이번 산행지였던 조령산(높이 1017m)은 백두대간 마루능선의 하나로 충북 괴산군 연풍면과 경북 문경시 문경읍과의 경계선상에 자리잡은 명산이다. 조령산(鳥嶺山)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산림이 울창하고 암벽지대가 많아 새가 쉬어가는 곳으로 남쪽에 이화령, 북쪽에 3관문이 위치한 문경새재가 있다. 신선암봉(높이 937m)은 남쪽으로는 조령산, 북쪽으로는 깃대봉과 연결되어 소백산맥의 줄기를 형성하는 바위산으로 정상 주변의 멋진 풍경 때문에 신선이 달밤에 놀았다는 신선봉, 마고 할머니가 놀았다는 할미봉이란 지명도 전해온다. 오가는 길에 수안보, 수옥폭포, 문경새재도립공원을 둘러보기에도 좋다. 아침 7시 집 옆에서 출발한 관광버스가 중간에 몇 번 정차해 회원들을 태우고 이화령으로 향한다. 서청주IC로 중부고속도로에 들어선 관광버스가 증평IC를 빠져나와 34번 국도를 달린다. 증평, 괴산, 칠성을 지나 연풍IC교차로 못미처의 시루봉휴게소에 들르며 부지런히 달리는 차안에서 달콤 회장님의 우천 예고에도 산행에 참여해준 회원들에 대한 감사인사, 젬마 고문님의 산행일정 안내가 이어진다. 9시경 동물이동통로가 막아서는 옛길의 이화령휴게소에 도착해 문경과 연풍을 연결하는 3번 국도와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지나는 연풍방향을 바라본 후 산행준비를 했다. 이화령휴게소가 충청북도 연풍면에 위치해 이곳에 청풍명월의 고장 충청북도 표석과 연풍면개발위원회에서 건립한 정은택시비가 있다. 이화령의 조령산 등산로는 2개로 오른쪽은 거리가 조금 더 길지만 산허리를 돌아가는 산책로이고 왼쪽은 백두대간으로 바로 올라서는 오르막 산길이다. 왼쪽의 충청북도와 괴산군의 관광안내도 옆 계단을 오르며 이화령에서 조령샘, 조령산 정상, 신선암봉, 공기돌바위, 절골로 이어지는 산행을 시작한다. 높이 529m의 이화령까지 차로 올라왔지만 초입부터 봉우리를 2개나 넘느라 힘이 든다. 이정표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길을 헤매며 고생한 회원도 있다. 땀을 흘리며 작은 언덕을 넘어서자 오른쪽 길과 만나는 안부삼거리다. 이곳부터는 등산로가 완만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여유를 누리며 천천히 걷는다. 조령샘에서 쉬고 있던 회원들을 만나 생수도 몇 모금 마셨다. 조림이 잘된 숲과 헬기장을 지나면 조령산 정상이다. 정상에는 이화령 2880m·신선암봉 1680m·3관문 4980m를 알리는 이정표, 새도 쉬어 가는 조령산 표석, 산악인 지현옥 추모비목이 서있다. 이곳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맥킨리, 에베레스트 등을 등정하고 안나푸르나에서 별이 된 여성 최고 산악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비목에 써있듯 들꽃처럼 산들 산들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영원한 자연의 품으로 떠났을 것이다. 조령산 정상은 잡목들이 조망을 가리지만 정상에서 신선암봉으로 가며 멋있는 풍경들을 자주 만난다. 조령산은 결코 만만한 산이 아니다. 신선암봉 방향으로는 유격훈련을 하듯 로프를 잡고 급경사를 오르내리는 구간이 계속 이어진다. 조령산은 충북 방향은 암벽이 발달하였고, 경북 방향은 주흘산과 마주한다. 암릉의 산들이 다 그러하듯 신선암봉도 정상을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 가파른 산허리를 오르내리고 가끔 사고가 난다는 위험구간을 로프에 의지해 조심스럽게 걷지만 깎아지른 절벽에서 스릴이 느껴져 산행이 아기자기하다. 정상이 가까워지며 기대했던 대로 멋진 조망이 눈앞에 펼쳐진다. 동쪽으로 주흘산, 북동쪽으로 월악산 방향의 봉우리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며 로프를 잡고 바위 틈으로 이뤄진 슬랩지대를 오른다. 예쁘게 꽃을 피운 돌양지를 카메라에 담고 멋진 바위와 소나무를 지나면 눈에 뛰지 않을 만큼 작아 그냥 지나치기 쉬운 신선암봉 정상 표석을 만난다. 표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는데 8년 전 아내와 괴산 35명산을 산행하며 다녀갔던 추억이 떠올랐다.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든 정상 끝에 조령산 1.6km, 깃대봉 3.6km, 한섬지기 3.6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 한섬지기 방향으로 내려서 비스듬히 얹힌 바위와 보는 방향에 따라 모양이 다른 공기돌바위를 지난다. 다시 만난 삼거리에서 신풍리(절골) 방향으로 가며 만나는 풍경들도 아름답다. 암자를 닮은 사찰 청암사를 나뭇가지 사이로 바라보고 물이 흐르지 않는 마당바위폭포를 지난다. 기암괴석과 노송이 어우러진 산속에서 맑은 공기를 실컷 마시고 2시 35분경 에바다기도원과 가까운 곳에 정차해 있던 관광버스에 오른다. 늦게 내려온 회원들을 기다리다 34번 국도를 달려 괴산읍내로 갔다. 홍범식고택과 괴산청결고추박물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우천생고기(043-832-2472)에서 짜글이찌개로 식사와 뒤풀이를 했다. 청주로 가는 차안에서는 임원진이 모두 나서 보리수, 비스킷, 캔디로 행복을 배달한다. 정녕 좋은 사람은 함께 있을 때 마음 편하게 해주고, 힘에 부칠 때 한쪽 어깨 내어주는 사람이다. 청주에 도착해 회원 몇이서 우천 예고로 불참자가 많아 마음 고생했을 임원진들을 위로하는 자리도 마련하며 행복 찾기를 한참동안 더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