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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2월이 되면 교사들은 학년 마무리와 함께 여러 가지로 마음이 분주하다. 또 9월의 ‘마을’, 10월의 ‘가을’, 11월의 ‘나라’, 12월의 ‘겨울’의 주제 교과서를 모두 마쳤는데, 새롭게 무언가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려니 1·2학년 교사들은 난감하기만 하다. 2월의 통합교과 운영 주제 교과서는 1학기에 4권(학교·봄·가족·여름)을 3월~6월까지 한 달에 한 권씩 마치도록 구성되어 있다. 2학기도 마찬가지로 4권(마을·가을·나라·겨울)을 9~12월까지 한 달에 한 권씩 마치게 구성되어 있어, 7월과 2월에는 담임교사 재량으로 통합교과를 운영할 수 있다. 학교 일정이나 행사로 아예 통합교과 진도를 늦춰서 방학 전까지 운영할 수도 있고, 그달에 모두 끝내고 난 후 미진한 부분만 7월이나 2월에 다시 보충할 수도 있으며, 교과서에 나와 있지 않지만 더 다루고 싶은 주제를 대체활동이나 타 교과 연계 재구성으로 추가할 수도 있다. [PART VIEW] 독후 활동과 연계하여 재구성한 수업 예시 만약 대체활동이나 타 교과 연계 재구성으로 통합교과를 운영하고 싶다면, 주제가 맞는 독서활동과 연계하여 통합교과 수업을 해도 좋다. 주제가 같은 동화책으로 활동하면 학생들이 방학 동안 있었던 여러 가지 경험을 떠올리게 하여 흥미와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 다음은 주제 교과서 ‘겨울’의 추가활동으로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책과 연계하여 재구성한 수업이다. 국어·바른생활·슬기로운 생활 교과와 연계가 가능하다. ● 단원명 : 겨울 -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책을 읽고 ● 학습 목표 : 1) 그림을 보며 이야기의 내용을 말할 수 있다. 2) 설날에 먹는 음식은 어떤 것이 있는지 말할 수 있다. 3) 나눔의 의미를 알고 실천의 의지를 가질 수 있다. ● 교수·학습방법 2015 개정 통합교과 교육과정 살펴보기 2015년 9월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이 고시된 이후, 올해 3월부터 1·2학년 교과서가 바뀌게 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2015 개정 통합교과 교육과정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미리 살펴본다면 3월 새 1·2학년을 맞이할 때 훨씬 수월할 것이다. 2015 개정 통합교과 교육과정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교육부, 2015 개정 교육과정 교수·학습자료, 2016). ≫ 교과역량의 선정 및 반영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미래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 함양을 위해 핵심역량을 반영하며 교육과정을 개선하였는데, 공통핵심역량은 자기관리 역량·지식정보처리 역량·창의적 사고 역량·심미적 감성 역량·의사소통 역량·공동체 역량 등 여섯 가지를 교과별로 특성에 맞게 교과역량으로 제시하였다. 2015 개정 ‘바른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 교육과정에서의 교과역량 및 그 구체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 내용 체계의 제시 방식 개선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의 교과 내용 체계는 ‘영역’, ‘핵심 개념’, ‘일반화된 지식’, ‘내용 요소’, ‘기능’으로 나타내도록 하였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통합교과 교육과정에서는 주제 중심의 통합교과라는 고유한 특징을 보다 명확하게 제시하기 위해 ‘영역(대주제)’, ‘핵심개념(소주제)’으로 표현하였다. 통합교과의 핵심개념(소주제)을 중심으로 1~2학년 학생들이 배워야 할 교과 공통의 지식을 ‘일반화된 지식’에 제시하였다. ≫ 유치원 교육과정 및 3~4학년군 교육과정과의 연계성 강화 바른생활 _ 5세 누리과정의 사회관계, 신체 운동 건강 등의 내용 영역과 연계하여 지도하고, 3학년 도덕과 교육과정의 기본 방향과 연계하여 지도할 것 서술 슬기로운 생활 _ 5세 누리과정의 사회관계, 자연탐구 등의 내용 영역과 연계하여 지도할 것과 초등학교 3학년 사회과와 과학과 등의 내용 영역과 연계하여 지도할 것 서술 즐거운 생활 _ 5세 누리과정의 신체 운동, 건강, 예술 경험 등의 내용 영역과 연계하여 초등학교 3학년 체육과, 음악과, 미술과 등의 내용 영역과 연계하여 지도할 것 서술 ≫ 시간 배당 기준을 고려한 성취기준 적정화 및 제시 방법 개선 2009 개정 통합교과 교육과정과 2015 개정 통합교과 교육과정의 성취기준 개수가 조정되었다. 성취기준의 개수를 조정한 이유는 성취기준의 개수를 줄임으로써 학습량을 경감하자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 기능의 수정 및 보완 2015 개정 통합교과 교육과정에서는 내용 체계표에 기능을 명시하여 교과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수행하기를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명시하였다. ≫ 교수·학습 및 평가 방법의 개선 개정 초등 통합교과 교육과정에서는 학생 참여 수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활동 중심 수업 방법이 강조되었다. 또한 자기평가·관찰평가·형성평가 등을 적용하여 학습의 성취 정도를 수시로 환류하는 것의 지침을 제시하였다. 구체적인 평가의 방향은 실제로 수업 중에 평가 상황을 설정하여 평가하고, 평가의 과정이 수업의 촉진제로 작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도록 하였다. 포트폴리오·자기평가·상호평가·관찰평가·형성평가 등 학습 과정과 결과의 균형 있는 평가를 통해 학습 성취 정도를 수시로 피드백할 수 있도록 평가방법과 관찰의 정확성·탐구의 창의성·변화에 대한 민감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평가할 수 있도록 하였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다. 하지만 둘이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아프리카 속담도 있다. ‘나’보다는 ‘우리’가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광고문 역시 예전보다 더 많이 눈에 들어온다. 이 모두가 ‘함께하기’의 중요성과 이로움을 일깨워주는 문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일명 ‘혼족 문화’가 자연스럽게 우리 안에 자리 잡았다. 1인 여행객이 늘어나고, 영화관 1인 관객 수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통계청(2015) 자료에 따르면 ‘여가활동을 누구와 함께 하는가’라는 물음에 전국 15세 이상 남녀의 56.8%가 ‘혼자 즐긴다’고 대답했다. 이는 2007년과 비교했을 때 12.6%가 늘어난 것이며, 더욱 주목할 일은 ‘친구와 함께 즐긴다’가 34.5%에서 8.3%로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혼족 문화’ 부추기는 자기중심적 사고방식 ‘함께하는 지혜’를 일깨워 주는 속담과 주변의 광고 문안을 무색하게 하는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1948년부터 1954년까지 심리학자들은 1만 명이 넘는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에게 ‘자신을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는 질문을 던졌다. 그 결과 12%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그로부터 35년이 지난 1989년, 같은 질문을 받은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의 답은 어땠을까? 남학생은 80%가, 여학생은 72%가 ‘자신을 매우 중요한 사람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인간의 품격, 데이비드 브룩스, 2015). 물론 자신을 높게 평가한다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결과이다. 그러나 자존감을 넘어 지나친 자기중심적인 생각이 다른 사람과의 어울림보다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하는 ‘혼족 문화’를 부추기는 것은 아닐까?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는 다른 사람, 다른 문화와 더불어 사는 역량을 키워야만 한다. 질문이 있는 교실, 협력학습을 통해 친구와 함께 공부하는 것이 혼자 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성취도 또한 높아진다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한다. 그리고 나만큼 다른 사람도 소중하다는 것을 생활에서 실천하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협력학습 ‘릴레이 작문’ 수업 사례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글도 잘 읽어야 한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행해지는 글쓰기는 대부분 자기 생각을 글로 옮기는 혼자 하는 활동이다. 그렇다면 협력수업을 통해 글쓰기 능력도 향상하면서, 서로 소통하는 글쓰기 수업은 없는 것일까? [PART VIEW] 거듭된 고민 끝에 3학년 국어 단원 중 문학 영역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여 이어질 내용을 상상하고 표현하는 학습’에 ‘릴레이 작문’을 활용해 보았다. 우선 글을 잘 쓰도록 하기 위해서 학생들에게 제대로 읽는 방법을 지도했다. 글을 잘 읽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문장 하나하나를 잘 이해하면서 읽는 방법도 그중에 하나일 것이다(쓰는 힘은 읽는 힘, 스즈키 신이치, 위즈덤하우스(2015)). 릴레이 작문 기법은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여 원인과 결과에 따라 이어질 내용을 상상하고 표현하기에 적절한 학습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문장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읽는 경험을 통해 주어진 상황에서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힘과 상상력을 길러 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서 ‘릴레이 작문’ 협력학습 설계 방법을 살펴보자. ● 단원명 : 5. 내용을 간추려요 ● 학습 주제 : 일이 일어난 원인과 결과를 생각하며 이야기 꾸며 쓰기 ● 학습 목표 : 일이 일어난 원인과 결과를 생각하며 이야기를 꾸며 쓸 수 있다. ● 준비물 : 사진, 도화지, 사인펜, 포스트잇 ● 주의 사항 ? 마침표 하나를 찍으면 다음 학생에게 넘긴다. 단, 인용하거나 대화에서의 마침표는 두 개까지 인정한다. ? 자기 차례가 되기 전에는 글을 읽을 수 없다. ? 다른 사람과 의논해서는 안 된다. ? 제목을 붙이기 전까지는 대화하지 않는다. ● 활동 전 준비사항 ? 4인 1모둠을 구성하고 순서대로 모둠 번호를 정해준다. ? 모둠 번호대로 서로 다른 색도화지를 나누어준다. 예를 들어 1모둠은 흰색, 2모둠은 노란색, 3모둠은 분홍색, 4모둠은 파란색 등이다. ● 교수·학습활동 ? 칠판에 첫 문장을 제시한다. 각자 칠판에 적힌 첫 문장을 도화지에 쓴다. ? 첫 문장에 이어질 문장을 완성한 후, 다음 번호의 모둠원에게 건네준다. 예를 들어 ①번은 ②번에게, ②번은 ③번에게, ③번은 ④번에게, ④번은 ①번에게 건네주는 방식으로 돌려쓰기를 한다. ? 전달받은 도화지에 쓰인 문장과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새로운 문장을 완성한다. ? 자신의 도화지가 돌아올 때까지 계속 새로운 문장을 완성하여 전달한다. ? 자신의 것을 받으면 마무리 문장을 완성하고, 간단한 그림으로 꾸민 후 제목을 붙인다. ? 다 완성되면 친구와 돌려가며 읽으면서 느낌을 이야기한다. ? 모둠 활동이 끝나면 결과물을 게시하여 학급 전체 작품을 감상하고, 다음 차시 수업의 학습 자료로 활용한다. 친구들의 글을 읽은 후, 다음에 이어질 글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 어떤 모습보다도 사랑스럽다. 또한 친구의 생각에 내 생각이 더해지면서 ‘소통’이 자연스럽게 일어나 더욱 친밀한 친구관계가 형성되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첫 문장을 칠판에 써준 후, 학생들이 진지하게 글쓰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조언으로 분위기를 조성해 준다. “일단 앞사람들이 쓴 문장을 잘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문장들과의 연관성만을 생각하고 지금까지의 문장과 자연스럽게 연결한다는 것에만 집중하고 마음대로 쓰세요. 뒤의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는 생각하지 마세요. 그냥 앞 문장과 잘 연결되게 자유롭게 생각하고 쓰세요. 다음 문장은 다음 사람이 또 새롭게 만들어 갈 겁니다.”
말이 어려워 공부가 어렵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아이들은 사회·과학 공부가 어려운 이유로 외울 것도 많지만, 특히 말이 어렵다고 한다. 즉, 말이 쉬워야 이해하기 쉽고, 공부가 힘들지 않다. 이를 위해 2016년 추진된 정책 연구가 교과서 어휘의 우리말 순화 연구(고려대 이관규)와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표기 방안 연구(서울대 김동일)이다. 주요 학습 용어 이해 위한 것 이들 연구는 교육부의 교과서 어휘 사용 방향을 그대로 보여준다. 어려운 한자어와 외래어 중 쉽게 다듬을 수 있는 말은 가능한 한 다듬고, 다듬기 어려운 한자어는 그 한자의 음과 뜻을 풀어주어 이해를 돕고자 하는 것이다. 가령 초등학교 5학년 때 배우는 ‘태양계와 별’ 단원의 ‘항성’은 ‘항’과 ‘성’이 만났지만, 각 글자가 무슨 의미인지 아는 학생은 많지 않다. 그럴 때, ‘항상(恒, 항상 항) 같은 곳에서 빛나는 별(星, 별 성)’처럼 ‘(恒, 항상 항)’, ‘(星, 별 성)’으로 풀어주면 왜 이름이 항성인지, 각 글자가 무슨 의미로 만나 개념을 만드는지 이해하기 쉬워진다. 그러나 모든 한자어가 이처럼 각 한자의 뜻과 한자어의 뜻이 서로 가까운 것은 아니다. ‘우주’의 각 한자는 ‘집 우(宇)’와 ‘집/하늘 주(宙)’이지만, 이는 과학 시간에 배우는 ‘우주’의 뜻과는 거리가 있다. 이렇게 각 한자의 뜻이 개념 이해에 도움이 안 되는 경우는 굳이 한자를 써줄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의미 투명도가 높은 모든 한자어마다 한자를 쓰고 음과 뜻을 풀어주는가? 이 역시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방향과 맞지 않는다. 새 교육과정은 전이력이 높은 핵심개념 중심으로 학습량을 적정화하고, 학생이 활동하는 가운데 핵심개념에 대한 배움이 일어나도록 수업과 평가를 제대로 구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수년간 그러한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핵심역량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즉, 교과서에 한자어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면 학습 부담은 낮추면서 개념 이해는 높이는 방향이어야 하고, 그 대상은 단원의 주요 학습 용어(개념어)로 한정된다. 지적 호기심 충족 목적…평가 대상 아냐 정리하면 단원의 주요 학습 용어에 한하여 의미 투명도가 높은 경우(각 한자의 뜻이 학습 용어의 뜻과 가까운 경우)에 한자를 표기하게 된다. 이때 한자와 함께 음과 뜻을 설명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자만 있고 음과 뜻이 없다면, 한자를 모르는 아이들에게 한자는 그저 그림에 불과할 것이다. 학습에 있어 지적 자극을 주지 못하는 보조 장치는 한정된 지면에서 학습 효율을 극대화해야 하는 교과서의 목적상 불필요하다. 그러나 음과 뜻을 함께 풀어준다면 한자만 있는 것보다 개념 이해에 도움을 주고, 한자에 대한 선행지식이 없는 아이들도 스스로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혹자는 한자 없이 음과 뜻만, 예를 들면 ‘항상(항상 항) 같은 곳에서 빛나는 별(별 성)’처럼 풀어도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항’자에 ‘항구 항’, ‘막다 항’, ‘배 항’, ‘넓다 항’, ‘항복하다 항’, ‘건너다 항’, ‘거리 항’ 등 한자를 빼면 내용(의미)을 담는 변별력 있는 그릇(기호)이 모호해지는 셈이다. 또한 단어의 뜻은 맥락으로 짐작할 수 있지만, 풍부한 어휘력과 다양한 학습이 이루어진 경우 가능하고, 이 역시 일부는 막연한 해석에 그칠 수도 있다는 한계가 있다. 즉, 어른들에게는 ‘항성’이 쉬울 수 있어도, 교과 시간에 개념어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게는 ‘항성’이라는 말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교과서에 표기된 한자는 암기나 평가의 대상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초등 교과서에 표기된 한자는 의미를 드러내는 기호로서, 지적 호기심을 주고, 시각 정보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학생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한 것이다. 오히려 학습자의 개념 이해에 도움을 주는 것은 함께 제시하는 ‘음’과 ‘뜻’으로, 한자는 암기보다 친숙해지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교사용 지도서에 ‘교과서에 표기된 한자를 암기하게 하거나 평가하지 않는다’는 지도상의 유의점을 제시하고, 단위 학교의 교수·학습 평가 매뉴얼에도 관련 내용이 담길 것이다. 초 5~6 수준 적합 300자 범위 표기 기준 마련 현재 사용하는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한자를 병기하고 있다. 초·중등학교 교과용도서 편찬상의 유의점에는 ‘의미의 정확한 전달을 위하여 교육 목적상 필요한 경우 괄호 안에 한자나 외국문자를 병기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이 내용은 3차 교육과정 집필상의 유의점 문서에서도 확인된다. 그러나 이는 초·중등 교과용도서에 모두 해당하는 조항으로, 초등학교 수준에 맞는 세부 기준이 없어 무분별한 병기를 낳기도 했다. 예를 들면 ‘아(我)름답다’ 처럼 한자를 병기하여, 아름답다의 ‘아’는 ‘나’란 의미로 아름다움은 나다움을 뜻하기도 한다든가, ‘이름:나탐정, 진짜 탐정(探偵)과 한자가 다른 탐정(探訂)’에서 전자는 알아내는 직업의 탐정이겠으나, 후자의 탐(探)과 정(訂)은 뜻을 알려주지 않아 초등학생이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따라서 초등 5~6학년 수준에 적합한 한자 범위와 학습 부담은 낮추고 개념 이해를 돕는 표기 기준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이에 현행 초등학교 교과서와 2019년 교과서의 한자 표기를 비교하면 표 1과 같다. [PART VIEW]초등 교과서에 표기 가능한 한자 목록은 3단계에 걸쳐 선별되었다. 먼저 국어·도덕·사회·수학·과학 교과의 5~6학년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등장하는 개념어를 추출하고, 한자어 중에서 ‘얼마나 자주 쓰이는 한자인가’, ‘한문교육용기초한자의 중학교 900자에 속하는가’를 기준으로 370자를 선별한 후, 전문가 평정을 통해 5~6학년 수준에 적합한 최종 300자로 정선하였다. 이에 초등 5~6학년 수준에 적합하고 개념 이해에 도움이 되는 한자 표기가 가능해졌으며, 본문보다 밑단·옆단 표기를 통해 가독성을 높이고 학습 부담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표기 기준에 따라 교과서를 집필하면 한 단원에 표기되는 예상 건수는 0~3건이고, 개념 이해를 돕는 경우에만 한자의 음과 뜻을 함께 제시하므로, 학습효과는 높이고 부담은 낮추는 합리적인 표기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교육부는 초등학교 교과서의 어려운 한자어와 외래어를 다듬은 목록(약 600건)을 편수자료에 수록하여 교과서 집필 시 참고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우리가 단 한 가지 거듭 궁리해야 할 것이 있다면,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일 것이다. 이번 표기 기준이 우리 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주장을 모두 만족시키는 내용은 아닐 수 있으나,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표기 기준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자문한 결과이며, 앞으로 교과서 어휘 사용의 바른 방향을 위해 학교 현장 및 교육 관계 기관과의 소통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해마다 많은 수의 아이들이 학교를 그만둔다. 어떤 아이는 ‘학교의 의미’를 찾지 못하겠다며 떠나고, 어떤 아이는 ‘편하게 살고 싶다’며 학교 밖으로 나간다. 이제는 필수 코스가 된 학업중단숙려제를 시행하고, 프로그램에 참여시켜도 한번 결심한 아이들의 마음을 돌려놓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이런 아이들은 부모님조차 고개를 가로젓는 경우가 많고, 주변 친구들 대부분이 학교 밖 청소년이다보니 학업중단숙려제의 최소 상담 횟수 3번을 채우는 것도 힘들 때가 많다.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에 다른 학교의 노하우를 듣기 위해 각종 회의와 연수를 찾아다녀 보지만 들리는 것은 선생님들의 ‘한숨’이요, 보이는 것은 비슷한 수치의 학업중단율이다. 너무 쉽게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 도대체 아이들은 왜 학교를 그만두려고 할까? 가끔 선생님은 말한다. “학교 다니고 싶은 애들이 어디 있어, 다 참으면서 다니는 거지. 괜히 다니기 싫으니까 이런저런 핑계나 대고 말이야. 봐 주면 더 떼를 부린다니까.” 맞다. 이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기 싫어 온갖 핑계를 갖다 붙인다. 그렇다면 10명 중 9명이 다니기 싫은 학교를 꾹꾹 참으면서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왜 그중 1명은 참지 못하는 걸까? 학교를 그만두면 어떡하려고 그러는 걸까? 중단 이유_ 경제적 독립을 가능하게 하는 아르바이트 고등학생이 되면 아이들은 손쉽게 경제활동에 뛰어들 수 있게 된다. 지역과 환경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남학생의 경우 한 달에 230만 원까지 벌기도 하고, 여학생도 학교에 다니면서 오후에만 아르바이트할 경우 80여만 원, 학교를 빠지고 온종일 아르바이트에 전념하면 180만 원까지 번다. ‘먹고 살려면 고등학교 졸업장은 있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이 이해될 리 없다. 오히려 학교를 안 다니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어차피 공부도 못하고, 무단결석도 많은 자신은 번듯한 직장에 취업할 가능성이 적으니 졸업장이 있으나 없으나 별반 다를 것이 없지 않겠느냐며 반문한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은 오롯이 자신만을 위해 투자한다. 그래서 이 아이들의 돈 씀씀이는 교사보다 스케일이 크다. 먹고, 놀고, 쇼핑하고…. 그들은 아르바이트가 주는 경제적 풍요로움을 거부할 수 없다. 그리고 학교를 그만두고 더 많은 돈을 벌어서 더 신나게 먹고, 놀고, 쇼핑하고 싶어 한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할 수업을 듣기 위해 학교에 있는 시간이 그저 아깝고, 의미 없을 뿐이다. [PART VIEW] 중단 이유_ 적응하기 싫은 엄격한 규율과 빡빡한 학교 일정 학업중단율이 가장 높은 달은 5월과 9월이다. 겨우겨우 버티다 결국 포기한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가장 큰 불만은 “중학교 때는 학교에 나가기만 해도 선생님들이 맛있는 것 사주면서 칭찬해줬는데, 고등학교에서는 신경도 안 써준다”는 것이다. ‘아니, 세상에 학교에 온 것이 뭐가 그리 장한 일이라고….’ 한숨이 절로 나온다. 심지어 어떤 아이는 “출석 안 해도 했다고 하면 되지, 학교가 그렇게 융통성이 없냐. 출석 일수 모자라게 해서 나를 내쫓으려고 그러는 거 아니냐”며 항변하기도 한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교육 목적 자체가 다르다. 그래서 생활지도에서 교사들의 태도나 지도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다. 중학교에서는 아직 어리다는 생각과 함께 고등학교에 가서 철이 들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다독거리며 진급시키는 것에 초점을 둔다. 하지만 고등학교에서는 ‘이제 다 컸고’, ‘이제 곧 사회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보다 엄격한 규칙을 적용한다. 또한 학교 일정 역시 빡빡하게 돌아간다. 일반계고의 경우 진학을 위해서, 특성화고는 취업을 위해 방과후수업이나 야간자율학습을 하며 공부를 시킨다. 공부하기 싫고, 해도 알아줄 사람 없는 아이들은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시스템이 힘들기만 하다. 게다가 잔소리, 지적, 벌점, 한심해 보이는 자신 등 학교에 오면 짜증 나는 일 뿐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불확실한 미래를 위한 힘듦과 짜증남’에서 벗어나 ‘눈에 보이는 당장의 편안함’을 위해 학교를 그만둔다. 중단 이유 ? _ 대인관계를 어렵게 하는 왕따 경험과 ‘혼족’ 문화 고등학교에는 ‘왕따 경험’이 있는 학생이 많다. 초·중학교 9년을 거쳤으니 한 반에 5~6명 정도 찾기란 어렵지 않다. 20%에 달하는 숫자이다. 물론 이중 심하게 겪은 아이는 1~2명 정도이고, 나머지 아이들은 가벼운 수준이다. 고등학생이 되면 심하게 왕따를 당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아직 트라우마가 있는 학생들이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이들 대부분은 고등학교에 와서는 절대 ‘왕따’를 당하지 않으리라 결심한다. 그리곤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하지만 효율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치열하게 노력하다가 결국 실패하거나 더 큰 상처를 받는다. 아이들은 말한다. “여기서 이렇게 상처받느니 그냥 집에서 행복하게 있고 싶어요. 여긴 지옥인데, 아무도 없는 집은 너무 좋아요.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요. 시간 가는 줄 몰라요.” 대인관계로 상처받은 아이들에겐 가족들이 모두 출근·등교한 뒤, 아무도 없는 집에서 대인관계 부담 없이 온종일 누워서 스마트폰만 하고 있으면 지상낙원에 온 것 같으리라. 게다가 요즘엔 혼밥(혼자 밥 먹기), 혼영(혼자 영화 보기), 혼카(혼자 카페 가기), 혼쇼(혼자 쇼핑하기), 혼피(혼자 PC방 가기), 혼창(혼자 노래방 가기), 혼술(혼자 술 먹기)과 같이 혼자서 즐길 수 있는 ‘혼족 문화’가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꾸 숨으려고 한다. 대인관계에서 오는 불편감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말이다. 중단 이유 ? _ 확장된 학교 울타리, 적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문화 한동네에서 살면서 놀이터에서 함께 놀던 아이들은 이사를 하지 않는 한 같은 유치원, 같은 초등학교, 같은 중학교에 간다. 무려 10여 년을 함께 생활한 탓에 한 다리 건너면 모르는 아이가 없을 정도다. 나의 희로애락을 다 보며 살았기에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내 표정·행동·말투만 들어도 친구들은 내 마음을 훤히 알아준다. 그런데 고등학교는 다르다. 일반계고등학교를 제외하면 많게는 수십 개의 중학교 학생들이 섞여 있다. 학교 울타리가 확장된 것이다. 중학교가 다 거기서 거기 같지만 학교문화는 확연히 다르다. 아마 선생님들도 경험할 것이다. 적응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당황하고 머뭇거리는 동안 이미 학급은 공부하는 아이들 모임, 심하게 노는 아이들 모임,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아이들 모임 등으로 판이 짜인다. 내 감정을 알아차리는 친구도 없다. 그렇다고 하나하나 설명하는 것도 힘겹다. 자꾸 중학교 때가 그립다. 그러면 그럴수록 새로운 학교문화에 적응하기 어려워진다. 그리곤 결국 중학교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며 전학을 가거나 자퇴를 한다. 중단 이유 ? _ 특성화고는 학과 부적응도 큰 이유 특성화고등학교의 경우 학과 부적응도 자퇴를 부추기는 이유 중 하나이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제대로 된 진로 고민 없이 친구 따라서, 교복이 예뻐서, 재미있을 것 같아서, 드라마 주인공 직업이 멋져 보여서 등 즉흥적으로 학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학년 때까지는 성적이 좋고, 적응을 잘하던 아이들도 전공과목이 많아지고 심화되는 2학년이 되면 힘겨워한다. 전공수업은 수행평가만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아 아이들의 성적은 곤두박질치고, 아이들은 좌절하며 결국 포기하게 된다. 결국 필요한 것은 ‘잘 버티고 극복할 수 있는 힘’ 학업중단 위기에 있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가정환경이 열악하고, 대인관계는 원만하지 못하며, 문제해결력 역시 효율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버티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하다. 결과를 위해 거쳐야 할 힘든 과정을 건너뛰고 싶어 하고, 쉽게 포기하며, 별다른 대안 없이 성급하게 학교를 그만둔다. 상담할 때는 학교에 잘 다닐 거라고 손가락 걸고 다짐하지만, 저녁에 친구들과 놀다 보면 결심은 너무나 쉽게 무너져 내린다. 아이들의 마음을 다잡아줄 지지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학기 초 프로그램을 계획하면서, 이 많은 예산을 어떻게 써야 할지 난감했다(올해 우리 학교는 학업중단집중지원학교 790만 원, 학업중단예방지원 300만 원 총 1,090만 원의 학업중단예방 예산을 지원받았다). 고민 끝에 프로그램 방향을 세 가지로 잡았다. 첫째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즐거운 추억거리를 쌓도록 하자. 둘째는 아이들이 쉽게 포기하지 않고, 주변 지지세력 없이도 스스로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키워주자. 셋째는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찾아 주자. 많은 프로그램을 하기보다는 굵직굵직한 3~4개 프로그램에 집중하기로 했다. 우리 학교에서 실시한 대표적인 학업중단예방 프로그램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프로그램 ? _ ‘애썼다! 고맙다! 졸업하자!’ ‘특별한 일과’는 학교생활을 즐겁게 한다. 시험이 끝나는 날, 고생한 아이들을 위해 담임교사가 ‘삼겹살 회식’을 제안한다면, 학기가 끝나는 12월엔 “잘 버텨줘서 고맙다. 애쓴 너희들을 위해 오늘 선생님이 한턱 쏜다”고 한다면 아이들의 반응은 어떨까? 담임교사와 아이들이 굳이 뭘 하지 않고 그냥 ‘학교 생활하느라 고생하는 아이들’에게 한턱 쏠 수 있도록 ‘회식비’를 지원했다. 선생님들께 복잡한 계획서나 보고서도 받지 않았다. 그냥 아이들과 신나게 먹고 놀고 ‘영수증’만 꼭 챙겨 오시라고 주문했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 담임교사들이 건넨 말은 거의 비슷했다. “애들이 너무 행복해했어요. 그리고 저도.” 상담실에서 만난 아이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우리 담임선생님께서 고생했다고 삼겹살 사줬어요. 완전 멋있죠? 학교에 다닌 보람이 있네요.” 학생 상담은 때와 장소가 따로 없다. 교무실에서 이뤄지는 진지한 상담보다 생활밀착형일 때 효과가 배가 된다. 먹고 놀면서 슬쩍 건네는 “요즘 어때? 잘 버텨줘서 고맙다”라는 한 마디가 훨씬 가슴을 울릴 수 있다. 프로그램 ? _ ‘내면의 나와 만나다’ 통합예술치료 학업중단위기 학생 중 그나마 늦게라도, 혹은 간간이 학교에 나오는 아이들 14명을 모아서 통합예술치료를 했다. 총 2시간씩 16회기로 구성했으며 마지막 회기에는 발표회를 했다. 6월 초에 시작해서 11월 초에 마쳤으니 거의 반년 동안 운영된 셈이다. 효과적인 집단상담을 위해서는 적어도 10회기 이상이 필요하다. 특히 고등학생들은 초·중학생에 비해 자기개방 정도가 낮아 자신 내면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회기가 짧으면 오히려 집단상담이 ‘독’이 될 수 있다. 자신의 문제만 잔뜩 끄집어내놓고 문제해결방법은 찾지 못한 채 마무리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집단이 너무 커도 비효율적이다. 7~8명의 소집단으로 형성해야 효과가 크다. 우리 학교의 경우 7명씩 두 집단으로 구성했다. 하나의 집단은 ‘우울감’으로 인한 무기력으로 장기무단결석 중인 학생 집단, 다른 집단은 학교 규칙에 대한 불만이나 학교에 다니는 의미를 찾지 못해 자퇴를 생각하는 학생 집단으로 설계했다. 강사의 질 역시 매우 중요하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말처럼 ‘집단상담의 질은 강사의 질을 뛰어넘지 못한다.’ 여러 전문 업체를 만나 계획서를 받아보고, 얼마나 많은 경험이 있는지, 어떤 성과를 냈는지 꼼꼼하게 살펴본 후 선정해야 한다. 프로그램 운영은 학부모 동의서를 받아 3·4교시에 진행했다. 학업중단위기 학생들은 방과후에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참여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늦게라도 나와서 집단상담하고, 밥 먹고 조금 버티다가 집에 가자”는 나의 말을 아이들은 잘 따라줬다. 처음에는 귀찮아하던 아이들이 회기가 진행될수록 집단상담에 참여하기 위해 학교를 나오는 기특함을 보였다. 상담에 참여할 때 이미 무단결석일수가 40일 넘은 학생들이었지만 상담이 진행되면서 후반기에는 결석 없이 학교에 다녔다. 그리고 모두 3학년으로 진급했다. 집단상담의 최대 장점은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문제해결을 저렇게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저런 말과 행동이 좋게 혹은 안 좋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친구들의 모습을 통해 확인하면서, 스스로 ‘변해야겠다’는 자기 수정을 다짐할 수 있다. 집단상담 후 아이들은 교사의 잔소리를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아주 조금씩 긍정적인 마음을 갖기 시작했다. 프로그램 ? _ ‘또 다른 대안을 찾아주마’ 진로탐색프로그램 학교를 떠나려는 아이들을 상담하다 보면,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사는 게 재미없어요. 왜 사는지도 모르겠고…. 이렇게 사는 게 한심하다는 거, 저도 아는데, 뭐 하나 잘하는 것도 없고,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아직 본격적으로 해본 것이 없으니 뭘 잘하는지 알 수 없고, 누가 옆에서 차근차근 가르쳐준 적이 없으니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건 당연한 것 아닐까? 그나마 공부를 하는 아이들은 ‘공부를 하면 뭔가 길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학교생활을 버티지만, 공부라면 얼굴부터 찡그리는 이 아이들은 학교에서 잠자는 것 이외에 할 것이 없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없다 보니 무기력한 생활이 이어지고, 의미 없는 날들이 반복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무단결석이 많아지고, 결국 학교를 떠나게 된다. 그래서 다양한 진로체험을 통해 자신의 적성을 계발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청소년 수련관과 연계하여 총 16차시에 걸쳐 4개 영역의 직업체험을 하였다. 직업체험영역 선정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선호도를 조사한 후, 네일아트·피부관리·캘리그라피·건강관리사로 결정했다. 강사로는 자신의 가게를 운영하고 있거나, 현재 이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 전문가들로 위촉했다. 아이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서였다. 아이들은 수업하는 동안, 수업이 끝난 후 강사들에게 의욕적이고 적극적으로 직업에 관해 물어보는 관심을 보였다. 참여한 대부분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10명 중 3명의 학생이 학원 수강을 통해 계속해서 자기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프로그램 마무리는 봉사활동으로 진행되었다. 자기존중감이 낮은 아이들에게 뭔가 보람 있는 일을 통해 확실한 동기부여를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맨 마지막 직업체험이었던 건강마사지 시간에 어르신을 위한 손 마사지와 어깨·다리 마사지를 배운 후, 인근에 있는 석계 1동 노인정으로 봉사활동을 나갔다. 처음에 수줍어하고 하기 싫다고 투덜거렸지만 1시간 동안 어르신들의 손과 어깨를 주무르면서 말벗이 되어 준 아이들은 손녀딸처럼 반갑게 맞아주는 어르신들의 따뜻한 환대에 감동했다. 나중에 ‘프로그램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으로 봉사활동을 꼽기도 했다. 올해 학업중단예방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 27명은 무사히 학교에 다니고 있다. 어쩌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았어도 진급에 필요한 출석 일수는 아슬아슬하게 채우면서 다닐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달라졌다. 이런저런 정보를 묻기도 하고, 그건 어떻게 하면 되는 거냐고 절차를 궁금해 한다. 매일 ‘가부키 화장’을 하던 아이가 메이크업 자격증 시험에 도전하고, 선생님들에게도 욕을 하며 벌점이 180점에 육박하던 아이가 캘리그라피에 빠져 예쁜 글씨를 쓰고 있다. 봄에 씨앗 하나를 심었다고 다음날 열매가 맺어 있지는 않다. 땅속에서 여러 날 지난 후에야 비로소 싹이 트고, 비바람을 견뎌야 줄기가 굵어지고, 마침내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다. 지금 아이들은 씨앗 하나를 심었을 뿐이다. 비바람을 견뎌낼 수 있도록 옆에서 관심을 두고 지켜봐 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창의성 실종된 창의적 체험활동 어떤 것이 제대로 실천되기 위해선 본질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창의적 체험활동도 마찬가지이다. 창의적 체험활동을 편성·운영하는 교사가 여러 가지 구체적인 영역과 내용을 기억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창의적 체험활동을 어떻게 편성·운영해야 한다는 대전제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돼 있다면 어떤 영역을 운영하더라도 그 본질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현재 2015 개정 교육과정이 고시되어 미래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 중심의 교육활동을 강조하고 있으며,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해서도 총론과 마찬가지로 6가지 핵심 역량을 길러줄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핵심 역량 함양에 대한 교사들의 깊은 인식 전환 없이는 2009 개정 교육과정 시행 때와 다를 바 없이 분절적인 내용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따라서 창의적 체험활동이 제대로 된 기능과 역할을 다하는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창의적 체험활동의 도입 취지에 비추어 본질에 맞게 운영하는 것이 관건이다. [PART VIEW] 첫째, 창의적 체험활동은 ‘창의성’을 강조한다. 즉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해 창의성 교육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 학교 안팎의 다양한 교육 활동 과정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체험하는 활동을 실시해야 한다. 둘째, 창의적 체험활동은 말 그대로 ‘체험활동’을 통한 학습자의 수행능력을 강조한다. 학교에서의 체험을 바탕으로 실제 생활에서도 실천할 수 있는 수행능력을 갖추도록 운영해야 한다. 셋째, 창의적 체험활동은 학생들이 체험 중심의 실천 활동을 통해 배려와 나눔을 실천할 역량을 형성하도록 한다. 넷째, 창의적 체험활동은 학교 실정에 부합하는 특색 있는 학교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할 수 있도록 자율성과 융통성을 부여하였다. 다섯째, 창의적 체험활동은 학교 교육 활동 중에서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자율적으로 학습활동을 할 수 있는 활동 영역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창의적 체험활동은 체험 중심의 실천 활동으로 학생들이 주체가 되도록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해야 한다는 대 전제를 갖고 있다. 이와 같은 체험 중심의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창의성을 기르고, 일상생활에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역량을 갖게 되는 것이다. 창의적 체험활동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 부족 창의적 체험활동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이 필요하지만 교사의 인식 전환 및 마인드 제고를 도모할 수 있는 형태의 연수 및 워크숍 등이 부재한 실정이다. 매년 학교 교육과정 담당 부장 대상의 연수는 물론 교육연수원 연수 협력학교에서 개설한 교육과정 편성 연수도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창의적 체험활동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보다는 교육과정에 제시된 내용을 설명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어 연수에 참석한 교육과정 담당 부장 및 교사들은 창의적 체험활동에 대한 많은 내용을 학습했으나 자신의 것으로 내면화하지 못한 채 연수를 마치게 된다. 교육과정 담당 부장의 입장에서는 학교 교육과정 편성에 있어 챙겨야 할 일이 수없이 많다. 경위야 어찌됐든 학사일정 및 학교행사 등을 챙기다 보면 창의적 체험활동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아울러 학년부장이나 담임교사 대부분은 창의적 체험활동의 본질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보니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발생되고 있다. 첫째, 창의적 체험활동 편성방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창의성을 기르는 체험 중심 내용으로 편성하기보다는 범교과 학습 주제를 단편적, 나열식으로 편성하기 일쑤다. 또 창의적 체험활동 내용의 학년 간 연계 등 체계적인 관리가 미흡하고, 학교 밖 체험활동에 대한 절차의 복잡성 및 학생 안전사고를 우려, 소극적으로 창의적 체험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둘째, 일부 학교 교사들을 중심으로 학생이 주체가 되는 자치활동 운영을 시도하고, 그 사례를 만들어 내고 있으나 아직도 학생이 주체가 되는 창의적 체험활동 실시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은 미흡한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이 주체가 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보다는 일반 교과 수업과 유사한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 학생들의 창의성을 기르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도록 인적·물적 자원을 폭넓게 활용해야 하지만 지역사회 시설·프로그램 여건이 창의적 체험활동을 위한 학교의 교육수요를 감당하기에 부족한 실정이다. 또 학생들의 창의적 체험활동 지원을 희망하는 인적자원이 부족하여 학교에서는 학년·학급 단위의 현장체험학습이나 공문으로 안내되는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취사선택하여 활용하고 있다. 다양한 물적·인적 지원으로 창의 융합인재 육성해야 따라서 단위학교에서는 학습공동체를 운영하여 교원 간 활발한 토론으로 체험 중심의 창의적 체험활동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창의적 체험활동에 대한 이해 증진 및 인식개선으로 창의적 체험활동의 본질에 접근하는 운영이 되도록 해야 한다. 교육청 차원에서는 창의적 체험활동의 본질적인 접근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연수 및 워크숍을 기획·운영하여 연수를 받은 교사들이 창의적 체험활동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단위학교 차원에서는 학생들이 주체가 되는 체험 중심의 창의적 체험활동에 대한 이해 증진 및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또 교원 학습공동체 운영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여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함으로써 창의적 체험활동의 실질적인 수행 의지를 고양시킬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학교장의 교육과정 리터러시(literacy)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는 리더십이 발휘되도록 하며, 창의적 체험활동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이 체험 중심 운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전 학년 창의적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개발함으로써 학년 군, 학년 간 연계로 학생들이 폭넓은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둘째, 창의적 체험활동 연간 운영 절차에 따라 계획 수립→실행→평가 및 환류→차년도 기획 등의 과정이 체계적으로 진행되도록 하여 학생 중심의 창의적 체험활동 운영 방안을 강구한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학생이 주체가 되어 자율적으로 학습활동을 할 수 있는 영역임을 인식하고, 학생 중심의 창의적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창의적 체험활동 프로그램 구성 시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학생들에게 활동 방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하여 학생의 참여를 촉진하는 창의적 체험활동을 실시한다. 학생 참여를 촉진하는 창의적 체험활동 운영방법으로는 교과와 연계하여 노작 학습, 자원 인사 등 전문강사를 활용한 체험수업, 지역사회 및 유관기관을 활용한 체험학습, 토의·토론?탐구로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참여하는 프로젝트 학습 등이 있다. 학생 주도의 창의적 체험활동을 위한 효과적인 수업방법은 학생들이 직접 몸으로 경험하고 체험하는 것이므로 창의적 체험활동 수업 시 강의법이나 범 교과학습 주제의 해결을 위한 학습지 형태의 수업을 지양해야 한다. 창의적 체험활동에 환경교육 10시간 편성하였을 경우에 교사가 어떤 마인드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아주 다른 형태로 운영될 수 있다. 학생이 주체가 되는 체험 중심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학급의 경우 1차시에서 10차시까지 프로젝트 학습 형태로 운영한다. 1차시에는 학생들과 활동주제명을 정하고 어떻게 10차시를 운영해 갈지 함께 토의하고 결정하여 학생들이 주도하는 체험중심 활동으로 환경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 창의적 체험활동의 본질에 대한 인식이 미흡한 학급의 경우 ‘환이랑 경이랑’ 교재를 공부하거나 환경 동영상 시청 후 학습지를 푸는 형태로 10차시를 분절적으로 운영하는 잘못된 사례가 발생한다. 셋째, 지역사회와 연계해 인적·물적 자원 활용 방안을 강구한다. 지역사회 및 타 기관 시설을 조사하여 창의적 체험활동 시 활용할 수 있는 장소와 프로그램을 확보하여 체험활동 학습의 장을 구축한다. 또한 창의?인성 교육넷의 창의체험자원지도(CRM) 등을 적극 활용하도록 하며, 교육청에서는 MOU 체결을 맺은 유관기관 정보를 학교에 제공하여 창의적 체험활동 시 적극 활용하게 하고, 학부모, 전문기관 인사 등 인적자원 인프라를 구축, 활용하도록 예산을 지원한다. 이와 같이 학생들이 다양한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하여 체험활동을 함으로써 다양한 경험과 함께 전인적 성장을 하는 창의융합 인재로 자라게 될 것이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가는 시기는 생후 첫 18개월 이후 가장 많은 변화를 경험하는 시기이다. 발달상의 변화로 오는 신체적·정서적인 혼돈 속에서 학교에서의 생활 패턴이 달라진다. 학업 난이도가 상승하고, 학습량이 증가하며, 새로운 환경(교과별로 달라지는 교사·교과별로 이루어지는 수행평가·지필평가·교과교실제·자유학기제 등)에 대한 적응을 위해 에너지의 소모가 많아진다. 이 시기의 학생들을 만나서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물었다. “초등학교 때는 선생님이랑 관계가 좋았는데 지금은 좀 먼 거 같아요.” “공부가 걱정 돼요.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누군가 도와주면 좋겠어요.” “수학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는 (수학에) 영어는 없었잖아요. 올라오니 a, b, x, z, y와 같이 용어가 많아서 헷갈려요. 수학에 왜 영어가 있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돼요.” 보통 이러한 고민은 중학생이라면 모두가 겪고 지나가는 것이니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로 취급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시기에 도움을 받지 못해서 어려움이 지속된다면, 그리고 이 시기가 향후 중·고등학교에서의 학습에 대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시기라면 문제는 다시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막연한 두려움으로 시작되는 전환기 실제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가는 학생들을 따라가면서 시기별로 특성 변화를 분석해 보았다. 그림 1과 같이 학교급이 전환되는 시점에서 수학과 영어 교과에 대한 태도(교과에 대한 흥미·과제 가치감·학습의지) 및 학교행복감(교사관계와 학습활동에 대한 즐거움)이 낮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첫째, 한번 낮아진 교과태도와 학교행복감은 이후에도 크게 반등하지 않는다는 점과 둘째, 실제 중학교 생활을 접하기 이전(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 직후)부터 전환기 학생들의 특성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중학교에서의 첫 시험으로 ‘수포자?(수학을 포기하는 자), ‘영포자?(영어를 포기하는 자)가 결정된다고 해요”라고 했던 학생과 학부모들의 인터뷰 내용과 맥락을 같이 했으며, “중학교 가면 어렵다며? 시험도 본다며? 그걸 점수로 준다며? 발표를 한다며? 성적표가 온다며? 너 중학교 가면 어려워져. 이렇게 해선 안 돼”라는 이야기를 가족들한테 가장 많이 듣는다는 학생들의 하소연을 떠올리게 했다. 전환기 학생들은 이렇듯 실제 중학생이 되기 이전부터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환경에 놓여 있다. 누군가는 이 시기를 사교육 시장의 대목이라고까지 표현한다. 학습의 불안감을 조성하여 사교육을 시작하게 되면 향후 6년간의 고객이 된다는 것이다. 사교육 시장 통해 도움 받는 학생과 학부모 중학교 1학년을 막 경험하고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생들이 중학교 생활에 대해 도움을 받고 싶어 하는 첫 번째는 ‘시간 관리법’이었으며, 두 번째는 ‘교과목별 공부하는 방법’이었다. 학생들은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 달라지는 환경 속에서 헐떡이지 않고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와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싶어 했다. 하지만 아직 학생과 학부모는 사교육 기관을 통해 도움을 받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공교육 시스템이 어떻게 이 시기의 학생들을 충분히 지원하고 있는지, 반드시 점검해봐야 할 문제이다. 우선 초·중학교 학생들은 전환기를 겪지만, 초·중학교 교사에게는 전환기가 없다. 초등학교 교사들의 87.2%, 중학교 교사들의 82.9%가 상대방 학교급 교사와 교류할 기회가 전혀 없다고 응답하였다. 분수의 사칙연산은 초·중학교 수학 시간에 모두 다룸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분수의 사칙연산이 쉽지 않다. 초·중학교 교실 수업을 비교해 보니, ‘중학교에서도 또 배우게 되니까…’가 되고, 중학교에서는 ‘초등학교에서 다 배우고 왔지?’가 된다. 또한 교육과정은 연계되어 있지만, 교과서를 들여다보면 초·중학교의 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두 번째는 초·중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기관 자체가 구분되어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의 발달상의 차이를 전제로 학습의 단계에 대해 배우는 교대와 교과별 전문성이 강조되는 사대는 엄연히 다른 교사를 양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문제를 크게 생각하면 끝이 없다. 어쩌면 모든 교육 시스템을 뒤흔들어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아주 작은 실천에서 문제의 해결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미리 가 보는 중학교’라는 프로그램으로 초등학교 6학년 한 학급 아이들의 손을 잡고 인근 중학교를 방문했다. 수업시간에도 들어가 보고, 선배들을 만나 이야기도 해보았다. 반대로 ‘중학교 수업 맛보기’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중학교 선생님들을 초등학교에 모셔 와서 수업해달라고 부탁했다. 초등학생들의 질문이 빗발쳤다. 그리고 이 학생들이 실제 중학교 생활을 시작했을 때, 인터뷰를 시도했다. “그때 우리 학교에 오셨던 선생님을 보니 너무 반가웠어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중학교 선생님들은 “그때 초등학교에서 만났던 손 잘 들고 대답 잘했던 학생들을 다시 보니 기대가 크다”고 화답했다. 이들이 원하는 건 거창한 게 아니다 낯선 곳에 도착하여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숙소 주변의 식당 정보와 구경거리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는 자료, 그리고 언제든 나를 도와줄 것 같은 숙소 주인의 배려와 친절함이다. 전환기의 학생들이 원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낯선 장소에 첫발을 들인 학생들은 대부분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 주변 친구들은 어떻게 행동하는지 곁눈질하고, 자신의 행동이 너무 튀지는 않을지, 친구들은 많이 사귈 수 있을지, 매시간 바뀌는 선생님들에게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벌점이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벌점을 피할 수 있을지, 과목별로 수행평가가 많다는데 수행평가를 잘 받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이런 고민을 하게 되는 전환기 학생들은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선생님이 질문할 사람 손 들어보라고 해도 좀처럼 손을 들어 질문하기란 쉽지 않다. 어느 중학교 학생들과 인터뷰를 할 때의 일이다. 공부 잘하는 학생, 중간 수준의 학생, 못하는 학생 모두가 “영어 선생님이 좋아요”라고 입을 모았다. 이유를 물어보니 영어 선생님은 끝까지 가르쳐 주기 때문이란다. 무슨 의미일까? “끝까지 가르쳐 주는 게 뭔데?”라고 묻자, 학생이 답했다. “음…. 그러니까 제가 대충 알겠다고 해도 선생님은 ‘너, 사실 모르지? 이리로 와 봐. 다시 설명해 줄게’ 이러시거든요.” 전환기 학생 위한 자료, ‘중학교 생활’을 부탁해! 2년간 수행했던 연구 기간에 비해 초·중학교 전환기 학생들이 원하는 도움이 무엇인지 쉽게 찾아졌다. 그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바로 ‘긍정적인 경험’, ‘겁주지 않기’, ‘친절하게 안내해주기’, ‘끝까지 가르쳐주기’였다. 그래서 학생들의 원하는 자료를 개발한 것이 ‘중학교 생활’을 부탁해!이다. 이 자료는 초·중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의 걱정을 조사하고, 현직 초·중학교 교사들과의 협동 작업을 통해 전환기 학생들에게 작으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개발하였다.* 주요 내용은 표 1과 같다. 이 밖에도 중학교 생활을 부탁해!에는 수학과 영어 학습 지원 자료도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다(표 2 참조). 2016년 현재 세계 196개국이 지키기로 약속한 유엔아동권리협약*(1989년 11월 20일)에는 아동의 권리로 생존권·보호권·발달권·참여권을 제시하고 있다. 초·중학교 전환기 학생들을 관찰하면서 특히 이 학생들의 발달권 즉, 성장함에 있어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으며, 신체적·정신적·도덕적·사회적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모든 종류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또한 참여권 즉,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일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말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되고 있는가에 대해 살펴보는 어른들의 민감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적 학교 교육 제도와 역사를 같이 하는 교원전보는 현재 시·도교육청별 여건과 상황에 따라 교육감이나 교육감의 위임을 받은 교육장이 시행하고 있다. 임용권자는 지리적 요건과 문화시설 보급 등을 고려하여 매년 전보 발령 6개월 전에 새로운 전보기준을 만들어 공개하고 그에 따라 전보를 시행해야 한다. 「교육공무원법」과 「교육공무원 인사관리규정」에 따르면, 교원전보제도의 취지는 다음의 두 가지 측면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교원전보는 학교 교육력을 제고하자는 취지이다. 학교 교육력을 제고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교육주체인 교원들의 합리적이고 공정한 인사를 통한 교원의 질 관리는 가장 핵심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교원전보를 통해 교원들이 교육활동 시 장기 근무로 인한 매너리즘(mannerism)에 빠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고, 학교 간 교류로 학교문화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새로운 학교 환경과 교직원들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감으로 교원들의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게 하고, 학교는 체제를 일신하며 새 출발함으로써 학교 교육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교원전보는 교원들에게 안정적인 근무여건을 제공하자는 취지이다. 교원들이 가능하면 근거리 학교와 선호하는 학교에 근무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특성상 가정형편이나 거주지 이전 등의 새로운 전보 요인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와 농·산·어촌이 혼재된 시·도교육청의 경우 전보제도를 통한 순환근무제로 개별 교원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생활 안정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얼핏 ‘학교 교육력 제고’와 ‘교원에 대한 안정적 근무여건 제공’이라는 두 가지 전보제도의 취지는 서로 상충하는 측면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교원에 대한 안정적 근무여건 제공’은 사기진작과 생활 안정으로 이어지고, 결국 개별 교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평안함을 주어 학교 교육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측면에서 교원전보의 두 가지 취지는 양극단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신뢰와 공정, 인사원칙은 지켜지고 있는가? ‘학교 교육력 제고’와 ‘교원에 대한 안정적 근무여건 제공’이라는 두 가지 전보 취지가 서로 밀접한 연관성이 있긴 하지만, 둘 중 어느 것을 우선순위에 둘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교육제도의 존재 이유라는 측면에서 ‘학교 교육력 제고’가 좀 더 본질적인 취지라고 볼 수 있겠으나, 전보에 대한 대다수 교원의 반응 패턴은 ‘학교 교육력 제고’보다는 ‘교원에 대한 안정적 근무여건 제공’을 우선시하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 이렇듯 ‘학교 교육력 제고’와 ‘교원에 대한 안정적 근무여건 제공’에 대한 우선순위 다툼은 여전히 교원전보 관련 논쟁의 중심에 있다. 학교 현장의 교육구성원과 전문가들에게 제기되는 교원전보제도의 논쟁점은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PART VIEW] 첫째, 적시·적재·적소라는 인사의 세 가지 기본 원칙을 지키는 전보인가의 문제이다. 학교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이상적인 전보는 적절한 시기에 적합한 교원을 필요한 학교에 발령하는 것이다. 근래 교원전보는 출퇴근 편의를 고려한 근거리 배정 원칙이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인식되고 있고, 대부분의 교원도 이에 찬성하고 있다. 여건이 어려운 학교의 교육력 제고를 위하여 그 분야에 능력 있는 교원을 우선 배치하여 그 학교의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 적재·적소의 인사이다. 교원전보에서 ‘교원에 대한 안정적 근무여건 제공’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학교 교육력 제고’를 위한 능력 중심의 인사기준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주장이 있다. 전보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이유로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도입한 전산 전보가 적재·적소라는 인사의 기본원칙을 얼마나 충족시키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둘째, 학교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고려한 전보인가의 문제이다. 단위학교의 자율책임경영제를 지원하는 전보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교 경영상 필요한 초빙교원과 전입요청을 인위적으로 제한하여 단위학교가 책무성과 자율성을 가지고 학교를 운영하는데 애로점이 많다는 의견이 있다. 소규모 학교나 여건이 열악한 비선호 지역의 학교가 학교 발전을 위해 능력 있는 교원을 초빙 혹은 전입 요청하려고 해도 제한 규정 때문에 우수한 교원을 충원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순환근무 제도의 근간을 흔든다는 이유로 초빙교원과 전입요청의 비율이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전보기준이 공정성과 타당성을 확보한 전보인가의 문제이다. 여기서 언급한 공정성과 타당성은 교원, 학교뿐 아니라 학부모와 학생의 입장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교원 측면에서는 거주지·근무성적평정·교육경력·가산점 등이 공정하고 타당한지가 문제가 될 것이고, 학교 측면에서는 구역(급지) 구분, 교원 초빙이나 전입요청 등의 규정이 학교 간에 공정하고 타당한지가 문제가 된다. 예를 들면 서울시교육청* 초등 전보기준에는 본인의 희망·거주지 및 거주 기간·보직교사 경력·서울시 근무 경력 등이 있으나, 전산전보 배정에서는 ‘거주지 및 거주기간’이 전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와 달리 경기도교육청* 등 시·도교육청은 전보기준을 학교급지(특·갑·을·병)에 따라 점수화한 후 ‘희망지별 전보 순위 명부’에 따라 전보하며, 특구역 만기 근무자 전보는 근무성적평정점 순으로 희망지별 전보 순위 명부를 작성하여 전보하고 있다. 충청북도교육청**도 교사전보 시 최근 2년간의 근무성적평정점도 반영하고 있다. 이와 같이 대다수 시·도교육청은 개별 교사의 근무상황을 점수화하여 학교를 배정하는 방식으로 기본적으로 경쟁적 전보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학부모와 학생 측면에서는 수요자의 요구 반영이 공정하고 타당한지가 문제가 될 것이다. 현재의 전보기준은 교원과 학교의 입장은 고려하지만,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넷째, 학생 교육을 담당한 모든 교원에게 동등하게 개방된 전보인가의 문제이다. 학교는 설립 주체에 따라 국립·공립·사립의 3가지로 구별할 수 있다. 초등은 대부분이 국·공립학교이나, 중등의 경우 중학교는 20%가, 일반고등학교는 42%가 사립법인*이다. 공립과 똑같이 학생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이지만, 사립법인 소속 중등교원은 한 학교에서만 근무하고 정년을 맞이하고 있다. 현재 공립학교와 사립학교 간 교류가 제한되어 있고, 사립학교 간 전보는 불가능하다. 임용권자가 다른 공립과 사립의 교류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막혀 있다. 또한 다른 사립법인 소속의 사립학교 간 전보도 불가능하여, 법인이 소유한 학교가 한 곳뿐인 단설 중·고교는 자신의 전공이 아닌 과목까지 가르쳐야 하는 상치 교사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사립법인의 이러한 폐쇄적이고 제한적인 교원전보제도로 인하여 오랜 기간 학교를 떠나지 않은 일부 교사들이 타성에 젖어 자기계발에 소홀한 점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학교 교육력 우선하는 전보제도 마련을 현행 전보제도는 사회적·교육적 환경 변화를 상당 부분 반영하여 만들었고, ‘학교 교육력 제고’를 주목적으로 교사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감안한 전보 원칙을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보와 관련하여 개선의 목소리가 많다. 전보제도의 취지에 맞는 변화와 개선의 방향을 다음의 네 가지로 정리해 본다. 첫째, 무엇보다도 학교의 교육력을 제고하는 전보가 좀 더 강화되어야 한다. 다양한 교원전보 변인과 요구가 있지만, 시·도교육청이 전보 계획을 수립할 때는 반드시 전보의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한다. 교원전보에서 ‘교원에 대한 안정적 근무여건 제공’과 함께 ‘학교 교육력 제고’를 위한 능력 중심의 적재·적소 인사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근래 정상적인 학사운영과 교원 거주지 이전 등에 불편함이 없도록 매년 2월 초 이전에 전보를 실시하려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노력은 바람직해 보인다. 하지만 서울 초등 전보와 같이 교원 수의 증가에 따른 편의성 차원의 전산전보는 학교 교육력을 제고하는 기본에 충실한 전보라고 인정받기 어렵다. 개별 교원의 거주지 및 거주기간, 경력 등 단순한 몇 가지 변인으로 그야말로 ‘우연적인’ 전보를 시행하는 것은 학교에 대한 애정과 주인의식을 가질 수 없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불가피하게 전산 전보를 활용하더라도 각 학교 및 교원의 여건을 고려하여 적재·적소 배치의 원칙을 위한 수작업 전보를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각 학교의 교육 여건에 적합한 능력 있는 교원이 원하는 학교에 가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맞춤형 전보제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단위학교의 교원전보 관련 권한 및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교육의 다양화·분권화·자율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지금까지 학교교육활동과 관련하여 대다수 교원의 기대와 소망은 ‘최소한의 정부와 최대한의 학교’이다. 정부와 교육청의 지나친 간섭과 통제는 학교교육의 자양분을 마르게 하고, 결국 학교 교육력을 저하시킨다. 학교 교육의 질 개선과 신뢰 형성을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은 학교의 자율성과 책무성의 보장이다. 이런 관점에서 교원전보도 시·도교육청의 인위적 규제보다는 단위학교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스스로 책임지게 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어려운 학교뿐 아니라 일반 학교에서도 학교 운영상 필요한 경우, 학교 구성원과 협의하여 초빙과 전입요청을 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하고, 초빙과 전입요청으로 충원되는 교원에게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의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교감의 전보도 학교 구성원의 요청과 필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교육공동체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는 전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교원전보가 공정하고 타당하게 이루어지려면, 교육공동체인 교원·학부모·학생의 입장을 모두 고려한 전보가 시행되어야 한다. 교원들만의 필요와 요구를 반영하는 전보는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교원이 교육적으로나 인격적으로 학생들을 잘 지도할 때, 학부모는 자녀의 성장에 대한 안정감과 학교에 대한 신뢰성이 높아진다. 학생지도를 잘하는 교사가 전보 제도로 근무 학교를 옮기게 된다면, 학부모는 그 상실감과 아쉬움이 매우 클 수 있다. 이때 학부모나 학생이 원하면 우수한 교원은 본인의 의사를 확인한 후 전보유예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이런 교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도 함께 모색해야 할 것이다. 공모교장은 그러한 추세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으며, 최소한 교장·교감·일부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요자 요구 전보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넷째, 국·공립과 사립 간 전보와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교류를 통해 새로운 교원들을 중심으로 학교의 구태의연한 분위기를 일소하고, 새 바람을 일으켜 긍정적인 학교문화 조성에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사립학교에 특혜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국·공립학교와 사학 간 교류를 활성화한다면 공교육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사학법인도 교원 임용을 교육청에 위탁하여 선발하거나 사학법인 간 임용시험 공동관리 등을 통해 교원 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명백하게 확보해 주기 바란다. 또한 사학법인의 교원 교류가 이뤄지면 상치 교사 해소, 지방 소규모 학교 과원 교사 해소, 교원들의 전문성을 신장하기 위한 의도적인 다양한 경험 제공 등의 순기능이 있으므로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우선 교류를 위해 관련자의 의견수렴, 법적인 문제점 검토 등을 거쳐 부작용 예방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교원 교류 확대로 사립교원 공립 근무 허용해야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한다. 학교조직도 예외는 아니어서, 교원 인사가 학교교육의 모든 것을 좌우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대다수 교원의 인사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전보는 학교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학교 조직의 정상적인 운영과 학교 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서 교원전보제도의 문제점을 냉철하게 점검하고 보완·개선해 나가야 한다. 어렵지만 교원전보의 두 축인 ‘학교 교육력 제고’와 ‘교원에 대한 안정적 근무여건 제공’이라는 취지에 모두 부합하는 최선의 전보를 실시해야 한다. 또한 교원전보에서 교육공동체이자 교육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을 전보 대상자인 교원만큼 중요하게 고려하여야 한다. 교육수요자의 교원전보에 대한 참여는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이고, 이는 학교 교육력 제고라는 전보 취지와도 부합한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교사의 전보제도를 운용함에 있어 학교 안팎의 요구와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교원의 역량을 학교 교육에 마음껏 쏟아낼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교육 수요자의 만족도와 학교 교육력을 제고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 타당한 전보제도를 운용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지금은 초등학교라고 불리지만, 내가 처음 다녔던 학교는 국민학교였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입학식을 하러 갔던 날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다. 나는 남학생 여학생 통틀어 우리 반에서 키가 가장 큰 아이였다. 학부모들은 운동장 뒤쪽에 와글와글 모여 있었고, 키 순서대로 맨 뒤에 서 있던 나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낙서를 하거나 옆에 있는 친구와 장난을 치거나 뒤를 돌아보면서 제 어머니를 찾아 울먹이는 아이들이 좀 모자라고 우습게 보였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연년생인 바로 위 언니가 이미 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그 위로도 언니가 둘이나 더 있었다. 학교라는 곳이 어떤 곳이고, 선생님이란 어떤 존재이며, 학교에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언니들이 선생님이 되고 나는 하나뿐인 학생이 되어야 하는 ‘학교 놀이’를 통해, 한글도 떼고 덧셈 뺄셈도 웬만큼 배웠다. 나에게 학교는 전혀 새로울 게 없는 곳이었다. 키 큰 미운 오리 새끼 3학년으로 올라가면서 학교에 대한 나의 자신감은 산산이 부서졌다. 70년대 초,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에 힘입어 그 무렵 봉제공장을 경영하던 아버지의 사업이 급격하게 번창했다. 그 덕분에 나는 꽤 비싼 수업료를 내는 사립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처음 그 학교 교실로 쭈뼛거리며 들어갔을 때 문화적 충격을 잊지 못한다. 교실 바닥이 윤기 나는 돌로 된 현대식 건물과 반질반질한 책상들도 놀라웠지만, 아이들이 죄다 하얀 티셔츠에 짙은 감색 교복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있었다. 고동색 점퍼에 남색 체크무늬 바지를 입고 있던 나는 미운 오리 새끼가 된 기분이었다. 금테 안경을 낀 무뚝뚝해 보이는 담임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전학생인 나를 소개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교복을 입을지 말지를 학생 스스로 결정하도록 교칙이 바뀌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지금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선생님은 홀로 교복을 입지 않은 내가 당황하고 있음을 눈치채고 나름 배려하는 마음으로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자식이 더 나은 교육을 받기를 바라며 공립학교에서 사립학교로 전학을 보냈던 나의 어머니는, 굳이 입지 않아도 되는 교복까지 사 줄 생각은 없었다. 나는 서너 달 동안 그 교실에서 교복을 입지 않은 거의 유일한 학생으로 지내야 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교복을 입지 않고 등교하는 아이들이 점점 더 많아졌고, 나도 낯선 학교에 서서히 적응해 갔다. 반장 선거의 씁쓸한 기억 여름 방학이 끝난 뒤 2학기가 시작되고 며칠 지나고 나서 반장 선거를 했다. 담임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반장으로 적당한 사람을 후보로 추천해 보라고 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손을 들고 자기와 가장 친한 친구를 추천했다. 누군가가 자기 이름을 말하면, 그 보답이라도 하듯, 자기를 추천한 사람을 다시 추천하는 일도 벌어졌다. 나도 손을 들었다. 그리고 우리 반에서 가장 공부를 잘했던 여자애의 이름을 말했다. 나는 오래전부터 그 아이와 친해지고 싶었고 그래서 주의를 끌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아이가 다시 나를 추천했다. 나는 그 아이가 내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게 설레고 기뻤다. 예닐곱 명의 후보 이름을 칠판에 적은 뒤, 선생님이 투표용지를 나눠 주었다. 하얗고 네모난 쪽지에 그 아이의 이름을 적었다. 그 아이도 내 이름을 적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흐뭇했다. 개표가 시작되었다. 칠판에 쓰인 이름들 옆에 바를 정(正)자가 천천히 완성되고 있었다.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하려 애쓰며 내 이름을 바라보고 있었다. 워낙 후보가 많아서 표가 많이 몰리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남자아이가 반장이 되었다. 내가 추천했던 여자애가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었다. 내 이름 옆은 텅 비어 있었다. 나는 나를 찍지 않았고 나를 추천한 그 아이도 나를 찍지 않았으므로 나는 0표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얼굴이 불타는 것처럼 뜨거웠고, 천근만근 무거워진 고개를 들 수도 없었다. 그때 담임선생님의 조용하고도 안타까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이 아까 우리 반을 위해 일을 잘할 것 같은 사람을 추천하라고 했지? 자기가 추천한 사람을 찍지 않을 거면 처음부터 추천하지 말았어야지. 반장을 뽑는 일은 장난이 아니고, 자기가 누구랑 친한지 자랑하고 보여주는 일도 아니란 말이다.”
초등학교 교사 선발, 학과성적만이 만능일까?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최근에 대학입시 추세를 들여다 보았다. 어느 과에 지망하는 학생이 많은지, 어느 학과가 높은 점수를 유지하는지, 여학생이라면 여러 교육 계통과 간호학과를 들 수 있고, 남학생이면 의예과와 전자공학과를 외면할 수 없다. 그리고 남녀를 가리지 않고 선호하는 학과는 연극영화학과가 아닌지. 좀 더 구체적으로 평가내용을 살펴보면 사범대와 교육대에서도 여느 다른 대학의 학과와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특별한 봉사활동이 필요하다거나 교사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특별한 포트폴리오가 있어야 된다든가 하는 절대 조건도 없다. 아주 높은 점수에, 최상위에 가까운 등급을 획득해 면접을 통과하면 합격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사범대나 교육대학을 졸업한 우수한 재원들이 학교 현장에 임용되어 학생들을 가르치기 때문에 학부모로부터 존경받고 학생으로부터 사랑받는 엘리트 졸업생이라고 정평이 나 있는가? 선생님은 우수한데 학생들이 따르지 못하기에 학교 현장은 언론에 단골 메뉴처럼 보도 대상이 되고 있는가? 무엇이 문제일까? 답은 어디에 있을까? 어떤 요인이 충족되지 못했기에 오늘의 교사들이 핍박받는 신세가 됐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아우성치면서 사교육 기관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와 사교육 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답을 찾아야 하나? 아니면 의사를 찾아 곪아터진 부분을 잘라내도록 의뢰라도 해야만 할까? 정말 저 맑고 푸른 겨울 하늘을 쳐다보며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혹자는 말한다. 이 문제는 나라가 할 일이라고. 현장의 교사는 그냥 따라만 가면 된다고. 답을 찾을 수 없는 답답한 심정에서 나온 말이라 추리할 수도 있다. 우수한 교사가 현장에 투입되어 가르치고 이끌어 가는데 왜 오장풍 교사가 나와야 하고, 지성인으로 존경받아야 할 사람들이 청소년과 성문제로 교단을 들끓게 하는 것일까? 교사의 인성 부족이라고 매도해야 하나? 아니면 우수한 교사가 자신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에 대한 몸부림일까? 인터넷이 보편화된 오늘날 학생들은 수시로 사이버 공간에 자신의 소신을 피력하고 비판하기도 한다. 우수한 교사가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자구책을 누가 마련해 주어야 하나? 1차적으로는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다. 교사는 학생과 소통에 고통스럽지만 인내심으로 이끌어 가야 하고, 교사들은 서로 허심탄회하게 대화와 협력을 통해서, 관리자는 지시와 개입이 아닌 지원을 통해서 현실에 맞는 참다운 교육을 이끌어 가는 마인드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 나는 생각한다. 교육대학 학생 선발엔 사범대와 달릴 특별한 요구 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학과에 최우수 학생이 지원하고, 중고생을 가르치는 사범대에 지원하는 학생이 우수 학생이라면 무언가 아이러니하다. 초등학생을 가르치는데 그렇게 최우수 교사가 필요할까? 이들이 졸업 후 현장에서 겪는 만족감은 극에 달할까? 더 많은 정성, 더 많은 잔일, 만족하지 못하는 보수 등등이 이들의 마음에 내재되어 나타나는 결과는 무엇이겠는가? 티 없이 맑은 아이들, 생각 없이 마구 뛰는 아이들, 이성보다 감정에 의해 움직이는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재활원에 있는 아이를 돌보듯 자신을 희생하는 정성과 스스로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정신으로 가득한 교사를 선발해야 현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인성과 리더십 그리고 책임감으로 차가운 겨울을 동여맬 수 있는 그런 교사가 초등학교엔 필요하다. 성적만능으로 뽑는 교육대학 이제는 바꿔야 한다.
초등학교 교단의 여초 현상이 계속 심화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초등학교 교사의 여성 비율은 2011년 85.7%에서 지난해 87.42%로 5년 새 1.72% 포인트 더 늘었다. 여성 교사 비율은 2012년 86.08%, 2013년 86.17%, 2014년 86.94%에서 2015년 87.03%로 오르는 등 꾸준한 증가세다. 여교사의 증가 추세는 단지 요즘 일만은 아니다. 교사는 타 직업에 비해 남녀 차별이 적고 직업 특성상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 뿐만 아니라 공무원으로서 정년이 보장된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전통적으로 여성들이 선호하는 직업이다. 요즘과 같이 공무원의 인기가 치솥는 상황에서 교사의 인기는 이미 교대나 사대의 입학부터가 어렵고 졸업 후의 임용시험 또한 고시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여초 문제는 교대나 사대의 입학부터 성비가 불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남학생 입장에서는 과거처럼 군면제의 유인책도 없고, 교대에 입학할 정도의 수준이면 다른 좋은 대학도 넘쳐난다. 또한 신규 교사를 뽑는 교사 임용 시험에서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등에 근거해 성비 제한을 두지 않고 있고, 군생활 등으로 인해 여성보다 공부할 시간적 여유도 적어 합격에 불리하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지금으로서는 남교사 비율을 높일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이다. 초등 교사 10명 중 8.7명이 여성인 상황에서 초등학교 재학 6년 내내 여성 담임교사만 만나는 일도 비일비재해 학부모 민원도 쏟아진다. 그래서 한 학교 최소 한 남교사 이상 배치를 원칙으로 하지만 때론 남교사 부족으로 이 원칙을 못 지킬 때도 일어나고 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만큼 선생님을 보면서 성 역할을 배우는 경우가 많고 이해의 폭도 넓어질 것 같아 한 번쯤은 남교사를 경험해봤으면 한다. 특히 농산어촌보다 대도시의 여초 현상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교사의 성별 쏠림 현상은 건강한 학생교육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임에는 틀림없으나 당장 그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다. 이를 인위적으로 성비를 맞추려면 새로운 문제점이 다시 도출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남교사의 유인책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 저 하늘 저산아래 아득한 천리/ 언제나 외로워라 타향에서 우는 몸/ 꿈에 본 내 고향이 마냥 그리워// 고향을 떠나온 지 몇 몇 해 더냐/ 타관 땅 돌고 돌아 헤매는 이 몸/내 부모 내 형제를 그 언제나 만나리/ 꿈에 본 내 고향을 차마 못 잊어 이 노래는 우리의 선배들이 불렀던 ‘꿈에 본 내 고향’이란 가요의 가사다. 나의 고향은 수원인지라 또 지금 수원에 살고 있어 이 가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 노래는 결혼하고 나서 장인께서 즐겨 부르시던 노래다. 고향이 황해도인 장인은 술 한 잔 하시거나 기분이 좋아 노래를 부를 때면 으레 이 노래를 부르곤 하셨다. 1948년 스무 살 때 혈혈단신 사선을 넘어 남으로 오셨다. 남한에서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셨다. 자식으로 4남4녀를 두셨다. 첫째 딸은 대사관 직원, 둘째 딸은 통일부 공무원, 셋째와 넷째 딸은 교육공무원이다. 첫째 아들은 의사, 둘째 아들은 축산업, 셋째 아들은 운수업, 넷째는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고생을 하면서도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운 것이다. 장인께서는 작년 1월, 89세를 일기로 돌아가셨다. 이번 설을 맞이하여 자식들이 산소에 모였다. 선영은 경기도 파주의 동화경모공원이다. 여기에 세워진 비석에 태어나신 곳이 명시되어 있다. ‘황해도 봉산군 초와면 은파리 191번지’다. 비석에는 자식 이름은 물론 며느리와 사위, 손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 공원의 특징은 실향민들이 묻혀 있다는 것. 그러니까 고향이 황해도, 함경도, 평안도이거나 지금은 북한 땅이어서 갈 수 없는 경기도, 강원도 실향민들이 생을 마치고 이곳에서 영면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고향이 그리우면 죽어서까지 고향 가까이에 가고자 했겠는가? 실향민의 아픔과 고통은 아마도 당사자가 아니면 모를 것이다. 수원에서 이곳까지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자가용으로 두 시간 거리다. 아내는 제사에 올릴 음식 장만으로 바쁘게 지냈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아들과 딸들이 음식을 분담했다. 아내는 동태전, 호박전, 나물, 과일을 맡았다. 떡국을 맡은 딸도 있고 각종 떡을 맡은 아들도 있다. 내가 볼 때 심성이 착하고 효심이 남달라 정성껏 음식을 준비했다. 시간이 있어 공원을 잠시 둘러보았다. 실향민 가족이 얼마나 많은지 성묘객들이 타고 온 차량들이 줄지어 들어온다. 조화를 파는 상인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성묘객들은 산소 앞에 꽂아 두는 두 개의 꽃병에 정성을 담아 새로운 꽃을 꽂아 놓는다. 꽃을 파는 상인들은 그야말로 명절이 한 때다. 이곳 이 맘 때 자주 들렀던 사람은 임시로 세울 텐트를 준비한다. 바람이 불고 기온이 차가우니 잠시 머물 곳을 마련하는 것이다. 묘소를 살펴보니 크기가 크지 않다. 2.2평, 2.7평, 3.0평 규모다. 부부가 합장해 들어갈 수도 있다. 이북5도민들에게는 회원권제로 운영하고 있는데 회원권은 1000만 원이 넘는다. 실향민들은 본인이 살아 있을 때 미리 준비한다고 한다. 당시 북한에서 오신 분들은 생활력이 강하다고 한다. 그 부모에 그 자식이란 말도 있다. 그래서일까? 이곳을 찾는 후손들은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가족 단위로 성묘하는 인원 수가 대부대다. 오늘 우리가 찾은 장인 성묘 인원수만하여도 20명이 넘는다. 부모님을 생각하는 효심이 변치 않고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모가 자식들 손을 잡고 성묘를 한다는 것 자체가 교육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곳은 단순한 묘원이 아니다. 단순히 성묘를 하고 돌아가는 곳이 아니다. 평화통일을 갈망하는 이북도민들이 생전에 이루지 못한 망향의 한을 위로하는 곳이다. 후손들은 이곳을 방문하면서 조상들의 인고의 삶을 생각하면서 그들이 남긴 발자취와 정신적 유산이 무엇인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 세대들이 할 일이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예술교육활동에 대한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초등학생에게는 예술적 감수성과 창의성, 고등학생에게는 자신감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교육부는 25일 학교예술교육중앙지원단이 ‘2016년 학교예술교육 활성화 사업’에 참가한 초중고 학생과 교사, 학부모 1만11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예술교육에 참가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91.5으로 2015년 86.3보다 5.2점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초등학교 학부모(91.3)의 경우 고등학교 학부모(87.8)보다 더 만족하는 것으로 분석됐으며, 지난해 신규 지정한 예술드림학교(학생 96.8, 학부모 93.5)와 예술교육학교(학생 94.0, 학부모 93.3)의 만족도가 평균이상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학교예술교육의 선도적 모델 육성을 위한 예술교육거점학교 20개교와 소외지역의 예술교육을 위한 예술드림학교 34개교를 지정해, 지역예술교육협의체 연계, 악기지원사업 등 다양한 지원을 한 바 있다. 학교예술교육활성화 사업의 효과와 관련해서는 예술적 감수성 향상(91.5), 창의성 향상(91.0), 자신감 향상(90.4), 인성함양(90.0) 순으로 조사됐으며 전반적으로 2015년에 비해 만족도가 높아졌다. 선생님들이 인지하는 학교예술교육활동의 교육적 효과는 초등학생의 경우 예술적 감수성과 창의성 향상 측면에서 고등학생은 자신감 향상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교육부는 이처럼 학교예술활동 만족도가 높아짐에 따라 악기 지원사업 대상 학교를 지난해 1400교에서 올해 1640교으로 늘리고, 예술드림학교와 예술교육거점학교 지정도 올해 34개교 확대하는 등 사업 범위를 계속 넓혀나갈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예술에 대한 학교 현장 및 교육 수요자의 요구와 높은 호응을 반영해 학교에서 학생 누구나 예술활동을 즐겨 참여할 수 있도록 학교예술교육활성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활성화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사람, 사람, 사람이라고 답할 것이다. -마오리족 격언 인권이란 말 그대로 '인간답게 살 권리'를 말한다. 어느 날 우연히 손병희(동학의 3대 교주)는 다리 밑을 지나는 중에 거지꼴을 한 꾀죄죄한 아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어요. 교주는 그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가서 씻기고 먹을 것을 주었어요. 그 뒤로 아이는 교주와 함께 살면서 가르침을 받았어요. 아이는 잘 성장해서 교주의 신임을 얻었고 그의 딸과 결혼까지 했어요. 이분이 바로 어린이날을 만든 방정환 선생님이에요. (41쪽) 방정환 선생님은 그가 어릴 적에 손병희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인간적인 사랑과 가르침을 행동으로 실천한 분이다. 동학사상이 '인내천' 아닌가. '사람이 곧 하늘' 이라는 인간의 존엄성을 가장 잘 나타낸 사상이다. 방정환은 그가 받은 사랑을 잊지 않고 이 땅의 어린이들에게 인간답게 살 권리를 안겨주기 위해 행동으로 실천했다. 이 책은 초등학생이 읽기를 바라는 책이다. 그런데 내용을 보면 어른들과 선생님들이 먼저 읽어야 할 내용이 가득하다. 짧은 일화 속에 담긴 인권 사상, 인류애를 실천한 위대한 인물들의 실화가 감동적으로 소개돼 가슴 뭉클함을 선사한다. 이런 책을 일찍부터 읽고 자란 어린이라면 어른이 되어서도 남다른 생각을 하리라 확신하게 되리라. 히틀러의 유태인 말살 정책으로부터 덴마크에 거주하는 유태인을 구해낸 크리스티안 10세의 '노란 별' 이야기는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 같다. 한 사람의 위대한 생각이 얼마나 위대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노예 해방 운동을 가져온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 이 가져온 위대한 전쟁 이야기도 초등학생 수준에 맞게 소개돼 있어서 감동을 준다. 그 밖에도 흑인 인권 운동에 불을 지핀 로자 파크스 이야기, 평생을 흑인 인권 운동에 바친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이야기도 감동적으로 소개돼 있다. 소수자들의 이야기, 다문화 가정의 이야기, 소외된 채 인권의 사각 지대에 처한 사람들의 가슴 아픈 실화들이 소개돼 있다. 학교 현장에서, 교실 수업에서 몇 시간의 인권 교육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깨닫게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오히려 이 책 한 권을 필독서로 읽히고 토론하는 방법이 인권 교육 방법으로 더 바람직하리라는 생각이 들어서 소개해 올리는 바이다. 인권 교육은 빨리 시작될수록 그 효과가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순수하고 착한 어린아이의 마음 밭에 일찍부터 뿌려진 인권 교육은 성년이 된 후에 깨닫는 인권의 중요성보다 몇 배나 큰 열매를 가져올 것이다. 지금 이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의 행복지수는 매우 낮은 편이다. 먹지 못해서, 입지 못해서 불행한 것보다 공정하지 못해서, 억울해서 정의롭지 못함에서 오는 분노지수가 높은 탓이다. 오죽하면 새 정부에 바라는 1순위가 안보나 경제적 이슈가 아닌 '정의'라고 하지 않은가! 사람대우를 받는 나라, 인간의 존엄성이 최우선시 되는 나라를 위해 어려서부터 읽고 배우고 실천하는 교육이 선행되어야 하리라. 위대한 사상은 위대한 책을 읽어야 싹이 튼다. 이 책을 우리 어린 학생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 그 전에 선생님이 먼저 읽고 권했으면 더욱 좋으리라. 윤해윤 지음/ 나무처럼/10,000원
서울교육청이 2017학년도 국·공립 유치원, 초등학교, 특수학교 유치·초등 교사 임용시험 최종합격자 867명을 발표한 결과 초등학교 남성 비율이 상승했다. 24일 발표된 시교육청 최종 합격자 명단을 분석한 결과 초등학교 일반교사 합격자 성비는 남성 15.47%(123명), 여성 84.58%(672명)로 전년 13.4%(121명)보다 소폭 올랐다. 2015학년도 남성 비율은 11%, 2014학년도에는 14.3%를 각각 차지한 바 있다. 합격자 명단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교육청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1·2차 시험을 거쳐 선발된 최종 합격자는 유치원 36명(장애인 교사 2명 포함), 초등학교 814명(장애인 교사 19명 포함), 특수학교 17명(유치원 8명·초등 9명) 등이다. 합격자들은 다음달 6∼10일 직무연수를 받은 뒤 3월 1일 신규 교사로 임용된다. 초등학교 일반 교사 임용 시험의 경우 전체 795명 모집에 1770명이 지원해 2.23대 1의 경쟁률을 기록, 작년(2.27대 1)과 거의 비슷했다. 특수학교 유치·초등 장애인 교사는 각 1명씩 뽑을 예정이었지만 유치원의 경우 지원자가 없었고 초등은 1차 합격자가 없어 최종합격자를 내지 못했다. 중등교사 임용시험 최종 합격자는 다음달 3일 오전 10시 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유치원 통학버스에 인솔 교사가 동승했더라도 유아가 사망‧중상 등 피해가 큰 경우 유치원 폐쇄까지 명할 수 있도록 법령이 강화된다. 현행 교육부령에는 도로교통법상 보호자가 미동승 한 경우 유치원 운영정지나 폐쇄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교육부는 17일 “최근 유치원 어린이 통학버스 사고로 학부모 불안이 가중되고 있으나 도로교통법상 보호자가 미동승한 채 발생한 교통사고에 한해 유아가 사망 또는 교육부령으로 정하는 중상해를 입은 경우에만 유치원 폐쇄 또는 운영정지를 명할 수 있어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법 개정 취지를 밝혔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통학버스에 어린이나 영‧유아를 태울 때 보육교직원이나 유치원‧초등학교‧특수학교 교직원, 학원 강사 등의 보호자가 함께 타 안전한 승하차를 돕고, 운행 중에는 안전띠를 매도록 하는 등의 보호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보호자가 동승하고도 주의를 태만해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강력한 조치를 하기에 법적 근거가 부족해 민원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지난해 7월 광주에서는 운행을 마친 통학버스에 아동이 방치돼 의식불명에 빠지는 일이 발생했으며, 8월 전남 여수에서는 통학버스에서 내린 어린이집 원생이 후진하던 통학버스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유치원총연합회 관계자는 “개정안이 교육 현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 검토해 입법예고 기간 중에 대응여부를 검토하겠다”며 “주의 의무에 대해 명확하고 보다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교사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을 초 ‘생활지도’, 중 ‘학습지도’, 고 ‘진로지도’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해 15일 발간한 ‘2016 교육여론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학교급 별로 교사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을 묻는 질문에 초등은 49.0%가 생활지도라고 답했다. 이와 달리 중학 교사에 대해서는 35.0%가 학습지도를, 고교 교사에 대해서는 54.2%가 진로지도를 꼽았다. 초‧중‧고 교사들의 능력과 자질에 대해서는 과반(50.2%)이 보통이라고 응답했고 신뢰하지 못한다(27.8%)는 응답이 신뢰한다(22.1%)보다 높았다. 현재 초‧중‧고에 어떤 성적(A∼E등급)을 주겠느냐는 문항에는 잘하고 있다(A+B)가 12.2%에 불과한 반면 보통 45.2%, 못하고 있다 42.7%로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학교가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 해야 할 과제로는 학생 맞춤형 상담 및 학생지도(인성‧안전 활동)를 가장 많은 39.9%가 선택했다. 다음으로 수업내용과 방법의 질 개선(21.5%), 좋은 교육시설과 환경 제공(21.1%), 우수교사 확보 및 배치(10.3%) 순이었다. 현재보다 더 중시해야 할 교과는 사회(역사‧도덕 포함)라는 응답이 20.9%로 가장 많았고 교양(15.4%), 국어(14.4%), 체육(10.7%), 한국사(10.5%), 예술(7.5%)이 뒤를 이었다. 영어는 6.2%, 수학은 5.1%에 그쳤다. 현재보다 강화돼야 할 교육내용에 대해서는 초‧중학교에서는 인성교육(각각 47.1%, 39.0%)을, 고교에서는 진로교육(27.7%)을 가장 많이 주문했다. 초‧중‧고 학생들의 인성‧도덕성 수준에 대해서는 낮다는 의견이 55.3%, 보통 37.9%로 나타났다. 교육정책‧제도와 관련해서 교육벌은 찬성(75.7%)이 반대(14.1%)보다 훨씬 높았으며 고교 다양화도 찬성이 60.0%로 반대 24.9%보다 높았다. 대입 수시‧정시 모집인원 비율에 대해서는 수시 확대(31.5%) 의견이 정시 확대(29.9%)나 현재 비율 유지(22.6%)보다 높았다. 대학 서열화와 학벌주의에 대한 전망은 비관론이 우세했다. 대학 서열화는 큰 변화 없을 것이다(55.8%)와 심화될 것이다(23.8%)가 전체의 79.6%, 학벌주의는 큰 변화 없을 것이다(53.8%), 심화될 것이다(29.0%)가 전체의 82.8%에 달했다. 교육재정과 관련해 국가 재원을 가장 먼저 투자해야 할 분야로는 3∼5세 유아보육 및 교육 무상화(21.7%), 소외계층 교육지원(20.4%), 대학교 등록금 감면 또는 장학금 확대(12.8%), 초등학교 돌봄교실 운영 강화(10.6%) 순으로 많이 응답했다. 학생 수 감소와 교육재정 규모를 묻는 문항에는 교육여건을 높이기 위해 축소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현 수준을 유지하되 지금보다 교육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 사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35.1%, 교육 여건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시킨 후 중장기적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35.0%로 나타났다. 이번 교육여론조사는 교육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 성격으로 매년 실시하고 있으며 이번 조사가 11회째다.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모교는 바꿀 수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학연을 강조한다.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겨난 것일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합치면 학연의 범위는 넓어진다. 학연으로 인맥을 구성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학연을 모교 교육 발전을 비롯해 지역사회와 나라 발전에 이바지하면 좋은 것이다. 개교 8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경기 세류초등학교. 이 학교 동문들로 구성된 총동문회 회장 이·취임식 및 신년하례회가 1월 14일 저녁 6시, 수원월드컵경기장 내 웨딩홀에서 동문, 수원시내 초등학교 총동문회장 등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히 열렸다. 이 자리에서 새로 2년 임기를 시작하는 제11대 세류초등학교 총동문회 김광수(62) 회장은 제10대 총동문회장인 이승옥(63) 회장으로부터 총동문회기를 넘겨받았다. 이 행사는 제1부 식전 행사, 제2부 기념식, 제3부 만찬 및 여흥시간으로 이뤄졌다. 이임사에서 이승옥 회장은 “임기 시작과 함께 열심히 뛰어왔으나 지금 생각하니 아쉬움도 많았다”며 “신임 회장은 동문회가 지금보다 더 활발히 움직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김광수 신임 회장은 “동문회 활동에 동문참여율 높이기, 각종 체육행사 지원강화, 동문회 기금을 확보하겠다”며 “각 동문들의 기수별 모임을 활성화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2부 기념식은 총동문회 활동 경과보고, 공로패 및 자랑스러운 세류인상 전달, 전임 회장과 사무총장에 대한 감사패 전달, 내빈 축사, 감사 선출, 축하 떡 절단 및 건배 제의, 교가 제창의 순서로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신임 감사로 오계석, 한승윤, 홍성혁 동문이 선출되었다. 동문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패 수상자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 자랑스런 세류인상 수상자로는 석창인(33회 동문), 김명숙(33회), 이정민(39회), 박광희(40회) 동문이 선정돼 영예의 공로패를 수여 받았다. 한편 김 신임회장은 새로 구성된 제11대 임원진을 소개하고 임명장을 수여했다. 새로 구성된 임원진은 사무총장 김영만, 사무국장 고은주, 기획국장 장재필, 재무국장 박광희, 홍보국장 이효수, 체육국장 신동호, 미래개발국장 이영애, 행사기획국장 김상철 등이 맡았다. 작년도 총동문회 활동 내용을 보면 신년하례회 개최, 모교 졸업식 참석, 동문 산악회 시산제, 모교에 복합기 4대 기증, 한마음 등반대회 운영, 모교 체육대회 참석, 총동문 한마음 체육대회 개최, 총동문 달력 제작 배포 등이다. 세류초등학교는 1937년에 개교한 전통의 학교로서 지금까지 74회 졸업생을 배출했고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동하는 총동문수는 2만9000명에 이르고 있다. 현재 세류초등학교는 28학급 700여 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고집 센 7살 아들과 제자들다양한 의견 받아들일 수 있게유명 철학자 37인의 명언을일상대화 형식으로 쉽게 정리 “제 아들이 이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데 고집이 굉장히 셉니다. 제자 중에도 그런 아이들이 적지 않고요. 고민이 적지 않았는데, 다양한 철학자들의 생각을 통해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아빠와의 대화로 배우는 철학자의 생각’을 펴낸 권오득 경남 신양초 교사. 그는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이렇게 설명하며 “아이들이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권 교사가 그 방법으로 철학을 고른 것은 다른 어떤 분야 이상으로 우리의 삶에 밀접히 닿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철학을 거대 담론으로만 받아들이는 선입견을 바꿔주려는 의도도 있었다. “작은 역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일상이 모여 개인사가 되고, 그게 모여 하나의 역사가 된다는 개념입니다. 철학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일상의 작은 생각이 모여 한 사람의 인생관이 되고, 공통되는 부분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철학이 되는 것이죠.” 이런 의도를 전하기 위해 찾은 방법이 대화 형식이다. 가족 간, 친구 간에 흔히 있는 대화를 통해 고금의 유명 철학자 37명의 명언과 주요 개념 42가지를 소개했다. 예를 들어 헤겔의 변증법은 만화책에 대한 부자의 대화로 풀었다. ‘만화책이 공부에 방해되니 읽지 마라’는 아빠와 ‘한국사가 너무 어려워 만화책을 안보면 공부가 더 안 된다’는 아들이 ‘학습 만화책은 보기로’ 합의하는 대화를 통해 ‘정반합’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어린 아이들도 부담 없이 쉽게 읽고 나름의 생각을 해볼 수 있도록 부차적인 내용은 전혀 담지 않았다. 미리 책을 본 동료교사와 학생 몇 명이 철학자에 대한 간단한 소개 정도는 있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자유로운 생각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반영하지 않았다. “요즘은 좀 나아졌지만, 우리가 시나 문학을 배울 때는 작가에 대해서도 다 암기해야 했습니다. 작가에 대해 묻는 시험 문제도 나왔고요. 그러다 보니 작품 자체를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철학자에 대해서도 그런 설명을 해 놓으면 독자들이 철학적 명제 자체를 순수하게 이해하기 어려울 거라 봤습니다.” 그렇게 뺄 것 다 빼고 102쪽 분량의 철학책이 완성됐다. 글자 수도 많지 않아 겉모습만 보면 딱 시집이다. 아이들이 읽기에 전혀 부담이 없다. 권 교사가 이 책을 내기까지는 고민도 많았다. 철학 전공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교 시절 우연히 ‘철학 에세이’란 책을 접한 후 보통 사람보다 좀 더 관심이 있었고, 대학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하며 연계 학문으로 다루기는 했지만 엄밀히 말해 아마추어다. 졸업 후에도 30대 초반까지 통번역가로 활동하며 철학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었다. 그럼에도 펜을 든 것은 30대 중반 교대로 편입해 35세에 교직에 입문한 후 변화하는 제자들의 모습을 보며 다른 직업에서는 찾을 수 없는 큰 보람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 제자들과 커가는 아들이 다양성을 존중하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책 못썼을 겁니다. 깊이가 부족하고 말장난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서죠. 하지만 아이들이 생활 속 작은 철학에서 출발해 타인의 의견을 그 자체로 이해할 수 있는 유연한 어른이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용기를 냈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됐으면 합니다.”
2017학년도 서울시 공립초 입학대상자 예비소집이 11일 오후 560여 개교에서 일제히 실시됐다. 서울시는 작년 대비 2천444명 늘어난 7만8867명의 학생이 입학대상이다.
산들꽃(야생화)을 통한 생명존중교육 등 특색교육을 해온 김명수(62·사진) 경기 고양 정발초 교장이 ‘초등학생을 위한 산마니 교장의 산들꽃 이야기’(작은 사진)를 펴냈다. 김 교장이 지난 2002년부터 우리나라의 산, 수목원 등을 다니며 15년 동안 직접 찍은 꽃 500여 종을 책에 담았다. ‘꽃 도감’과 다름없을 정도로 방대한 분량의 생생한 사진은 물론 정겨운 꽃 이야기가 풍성하다. 캘린더 형식으로 달마다 어디서 어떤 꽃을 볼 수 있는지 편리하게 구성한 것도 특징이다. 김 교장이 책을 쓰게 된 이유는 40년 가까이 가르쳐온 초등학생들에게 산들꽃 교육을 위한 책 한 권을 선물하고픈 마음에서다. 마침 지난해 5월 경기교육연수원에서 ‘책 만들기 과정’을 이수하게 되면서 책 쓰기를 결심했다. 그는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평소 들이나 산에서 보고 궁금했던 꽃 이름을 더욱 자세히 알아갔으면 좋겠다"며 "더 나아가 꽃을 사랑하고 보전할 수 있는 어린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김 교장은 지난 10여 년 간 ‘산들꽃 블로그(blog.daum.net/kms1114)’를 운영하며 학생, 교사, 학부모, 야생화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높은 ‘파워 블로거’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교실에서 ‘우리 산들꽃 이야기’ 수업을 해오는 꽃 교육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가 꽃을 사랑하게 된 계기는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 덕이초에서 함께 근무했던 교직원들과 등산 동호회 ‘산마니’를 조직해 지금까지 동행하면서 자연스럽게 꽃 사랑으로 이어졌다. 김 교장은 15년 째 ‘산지기’를 맡을 정도로 열정을 쏟고 있다. 이전 산행에서는 중턱에서 돌아오던 그가 이제 정상까지 함께 오르는 보람과 희열을 느끼기 시작했고, 산마다 계절마다 달리 피어오르는 꽃에 관심을 두게 됐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꽃 이름을 하나씩 알아가고 어쩔 때는 꽃 이름을 몰라 2년 동안 무명으로 나둬 아쉬워하다 우연히 이웃 블로거를 통해 알게 됐을 때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듯한 기쁨을 누릴 정도로 애정을 갖게 됐다. 정성스럽게 꽃 사진을 한 장씩 모으다 보니 혼자 보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교육용으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일반 야생화 블로그나 식물도감의 경우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특별한 순서없이 나열하기 때문에 지금 계절에 어느 산에 어떤 꽃이 피는지 알기 힘들지만, 김 교장은 교육용인 만큼 계절별, 장소별로 나눠 쉽게 찾아보고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데 집중했다. 김 교장은 "꽃 자료를 교육에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하다 블로그를 열었는데, 선생님들이 아이들 교육에 쓰겠다고 하면 언제든지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선생님들이 무척 좋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장이 된 지금은 학교에 70∼80종 들꽃을 심어 들꽃정원을 조성하고 조회 때 ‘산들꽃 훈화’를 하며 교육을 하고 있다. 가끔 산들꽃 이름을 맞추는 퀴즈행사도 진행한다. 김 교장은 "우리 아이들은 타 학교 아이들보다 꽃 이름을 10배는 더 많이 알고 있을 것"이라며 빙긋 웃었다. 그는 꽃 교육이 여러 모로 좋다고 예찬론을 폈다. 자연사랑, 인성교육은 기본이고 ‘괭이밥’, ‘봄까치꽃’ 등과 같이 순수 우리말로 이뤄진 예쁜 꽃 이름을 하나씩 알아가다 보면 우리말 사랑도 가꿔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장은 오는 2월말 정년퇴임 후에도 꽃 이야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어찌 보면 이번 책 출간은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김 교장은 "이번에 책을 내면서 꽃 이름을 하나씩 정리하다 보니 우리나라 꽃이 500개가 넘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퇴임 후 히말라야 등 세계 각 지역의 산을 오르면서 더욱 다채로운 꽃을 찾아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