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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바람직한 대입전형이 갖추어야 할 기준 대학입학은 우리나라 초·중등교육의 정점에 위치하고 있다. 모든 초·중등교육은 대학입시를 향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교육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위상을 갖고 있다. 출신 대학이 갖는 사회적 가치가 너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대다수 학부모는 자녀가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를 원한다. 학력 간 임금 격차, 대학 간 서열화가 이러한 대학 입학 경쟁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문제를 인식하는 것과 현실에 대응하는 것에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평가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을 포함한 대학입시는 바람직한 평가가 갖추어야 할 여러 가지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타당성이라고 할 수 있다. 타당성은 평가하고자 하는 목적에 맞는 내용을 측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뢰성은 여러 번 평가를 해도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 것처럼 정확하고 안정적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평가의 객관성은 한 검사의 측정결과가 다른 검사자 혹은 채점자에 의해서도 서로 일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가의 경제성은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는 여러 가지 평가도구 중에서 경비·시간·노력이 가장 적게 요구되는 것을 선택해야 함을 의미한다. 바람직한 평가가 갖추어야 할 기준과 달리 평가의 공정성은 평가의 대상인 학생들에게 동일한 규칙과 조건이 제공되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평가의 공정성은 형식적 공정성과 실질적 공정성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모든 학생에게 외형적으로 동일한 조건을 제공하면 형식적 공정성을 만족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질적 공정성은 학생이 처한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하여 사회적 약자에게는 조금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질적 공정성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으로 해외에서 이루어져 왔던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흑인 등 소수 인종에게 별도의 쿼터를 제공하여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법령으로 규정하여 ‘사회통합전형·농산어촌특별전형·국가유공자전형’ 등을 통해 특별한 대상에게 별도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이슈가 되어 여기서 논의하는 것은 평가의 형식적 공정성에 대한 것으로 제한하고자 한다. 최근 ‘공정한 수능’ 논의의 배경 최근 공정한 수능이 교육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었다. 6월 모의고사에서 킬러문항이 출제되어 공정성이 훼손되고 사교육 수요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에서 시작되었다. 지난 6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공정한 변별력은 모든 시험의 본질이므로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학교교육을 보충하기 위해 사교육을 찾는 것은 선택의 자유로서 정부가 막을 수 없다”면서도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는 비문학 문제나,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 문제 출제는, 처음부터 교육당국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으로서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고 발언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발언은 수능의 출제가 대통령 수준의 정책 의제로 설정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교육부에서는 6월 21일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과 26일 ‘사교육 경감대책’을 잇따라 발표하였고, 7월에는 ‘사교육 카르텔 근절’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이 지적한 수능의 킬러문항 출제가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은 매우 타당하다. 킬러문항이 공교육의 교육과정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면 결국 특정 사교육의 경험을 갖고 있는 학생만 정답을 맞추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이는 공정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하는 ‘불공정한 입시제도’의 사례 2011학년도 국제중학교와 외고·자사고 입시에 ‘자기주도 학습전형’이 도입되었다. 자기주도 학습전형이 도입된 배경은 당시에 우수한 학생들이 선호하는 고등학교의 입시가 중학교 교육으로 충분히 대비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국제중학교에도 확산되어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사교육에 의해 ‘만들어진 스펙’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학부모들 사이에 빠르게 확산되었다. 고등학교 입시문제의 핵심은 중학교의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한 학생들이 대비할 수 없는 입시방식이라는 점이었다. 당시 사교육을 유발하는 전형요소를 살펴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할 수 있다. 첫째, 다양한 외국어 인증시험 점수를 입학전형 요소로 활용해 왔다는 점이다. 외국어고와 국제중 등에서 텝스·토플·토익 등의 영어 인증시험 점수를 특별전형에서 반영해왔다. 텝스·토플·토익 등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성인들을 대상으로 영어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 따라서 지문 등의 내용도 성인들을 대상으로 정치·경제·사회·철학·심리학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외국어고 특별전형에 합격하기 위해 필요한 고득점을 얻기 위해서는 초등학교부터 이러한 인증시험을 꾸준히 준비해야 했다. 그러나 지문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문제를 풀어내도록 하는 것은 정상적인 영어학습이라고 하기보다는 정답을 골라내는 기술을 익히는 것에 더 가까웠다. 둘째, 고등학교 입학 전형자료로 교과와 관련된 다양한 교외 경시대회의 수상실적을 요구한 것이다. 입시에서 수상실적을 요구하게 되면서 수학·과학·영어 등 교과와 관련된 교외 경시대회가 상당히 늘어났고, 이에 참가하는 학생수도 매우 증가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경시대회에 입상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중학교에서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것으로는 충실히 준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시대회를 준비하는 별도의 사교육을 필요로 했다는 점이다. 셋째, 중학교 교육과정의 수준을 벗어난 학교별 선발고사를 실시했다는 점이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서는 이러한 학교별 입학전형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리해 왔지만 일부 고등학교에서 지속적으로 지필고사, 변형된 형태의 지필고사인 구술시험과 심층면접, 영어 듣기평가 등을 실시함으로써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하였다. 넷째, 고등학교 입학을 위한 진학상담에서 진로지도에 이르기까지 중학교가 완전히 소외된 상태가 지속되었다. 일부 중학교에서는 특목고 등의 입시철이 되면 아예 학교 수업을 외면하는 학생들까지 발생하였고, 중학교는 사실상 고등학교 입학전형에서 완전히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2011학년도 자기주도 학습전형의 도입을 통해 고등학교 입시 사교육의 열풍을 잠재우고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중학교 사교육비를 줄이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해외사례가 아닌 우리나라의 교육정책 사례를 통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공정한 대입제도 운영을 위한 방향 선수로 뛰고 있는 학생들이 대학입시의 규칙이 공정하다고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한 학생에게 원하는 대학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특정한 사교육의 경험이 있어야만 풀 수 있는 소위 킬러문항을 제거하는 것은 공정한 입시의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정한 대입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교육의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특별한 사교육이나 특수한 경험을 요구하는 입학전형 방식이나 요소가 발견된다면 반드시 제거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수능 킬러문항 제거로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킬러문항을 없애면 사교육비가 정말 많이 줄어들 것인지의 문제는 다른 차원의 논의라고 할 수 있다. 사교육은 방과후·주말·방학 중에 학교에서 어떤 교육적인 역할을 담당하는지와 직결된 문제이다. 더 많은 고민과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가장 공정한 평가는 존재할까? 이러한 질문에 쉽게 ‘그렇다’라고 답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누구에게 공정한 평가라고 생각된다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공정한 평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육은 모든 활동이 입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때문에 그동안 평가의 공정함이란 어쩌면 아이들 줄세우기 수단이나 다름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변별력을 위한 킬러문항, 과연 올바른 평가의 방향인가 해마다 수능 출제위원장은 “학교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하고, 학교 수업에 충실한 학생이면 충분히 풀 수 있도록 출제했다”라고 말한다. 주로 수학에서 킬러문항이라고 말하는 문항은 22번과 30번 문항이 손꼽힌다. 수능에서 수학은 30문제를 푸는데 누구에게나 똑같이 100분이라는 시간이 주어진다. 단순히 계산하면 마킹시간 등을 고려해 보았을 때, 한 문제당 3분 정도에 풀어야 한다. 그런데 수학을 가르치는 학교 교사들조차도 수학의 킬러문항(특히 30번 문제)을 해결하는데 최소 20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수학에서 킬러문항이란 세 가지 이상의 수학적 개념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문제해결과정이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접근방식을 요구하는 문항이거나,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대학 수준의 이론을 활용하면 좀 더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문항을 일컫는다. 킬러문항은 문제해결과정에서 어느 한 단계라도 막힌다면 30분 이상도 훌쩍 넘길 수 있다. 소위 말하는 최상위권 학생은 킬러문항을 제외한 나머지 문항을 빠른 시간에 해결하고 남은 시간을 풀이에 전념한다. 최상위권을 제외한 학생들은 자신이 풀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알기에 일찌감치 포기하고 찍는다. 문제를 손대는 것조차도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킬러문항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정시모집이 40%로 확대되었고, 대입을 위한 변별력이 확보되어야 하므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을 위해 90% 이상의 학생을 들러리 세우는 것이 과연 올바른 평가의 방향일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킬러문항은 교육기회 박탈 매년 출제되는 2~3문항의 킬러문항을 풀기 위해 지금도 수많은 학생이 학교를 마치고 학원으로 향한다. 특히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는 킬러문항 전문학원들이 많아 서울에 거주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은 방과후에 대치동으로 이동하기도 하며, 지방에 사는 일부 학생들은 학원에서 개강하는 방학특강(썸머스쿨·윈터스쿨)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로 상경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학생들은 킬러문항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학원을 선택했을까? 공교육 현장에서 수업시간에 킬러문항과 관련한 수업을 할 수는 없을까? 라는 의문이 생긴다. 필자는 학교현장에서 7년째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을 하면서 매년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과 함께 생활을 해왔다. 학교현장을 살펴보면, 한 학급에는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부터 지극히 평범한 학생, 그리고 정말 놀랍도록 실력이 뛰어난 학생까지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공교육은 상이한 수준과 특성을 가진 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활동이 이루어진다. 교실에서는 기초학력 미달학생부터 상위권 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기초개념에서부터 응용문제풀이 강의뿐 아니라 수행평가·토론·발표 등 다양한 학습활동이 진행된다. 킬러문항은 일정 수준 이상의 학생이 문제풀이 기술을 익히고 반복적으로 훈련할 때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 공교육은 학생 수준의 편차와 교육과정운영의 적절성에 비추어 볼 때 킬러문항을 다룰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설사 수업에서 다룬다 하더라도 특정 학생에게 도움이 될지언정, 대부분의 학생에게는 교육기회를 뺏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학교현장의 많은 선생님들은 알고 있다. 수능에서 출제되는 일부 문항은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출제되었지만,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풀이방법을 활용한다면 조금 더 쉽게 그리고 빠르게 풀이가 가능하다는 것을 말이다(이번 교육부에서 발표한 2022학년도 수능 기하 30번). 하지만 수업시간에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내용을 가르치는 것은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위배되는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소수의 학생만을 위한 수업설계는 교육적인 차원에서도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수능까지 3개월, 시간이 많지 않다 지난달 교육부에서 발표한 바와 같이 ‘킬러문항이 사교육 근본 원인’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물론 사교육시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사교육의 긍정적인 역할도 존재한다. 학교 진도를 따라가기 버거워 일부 사교육의 도움이 필요한 학생도 있을 것이고, 좀 더 높은 수준의 여러 문제를 다뤄보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실력 향상을 목적으로 사교육의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킬러문항을 해결하기 위하여 사교육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일은 없어져야 할 것이다. 킬러문항을 배제하고 어떻게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많은 국민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그리고 많은 곳에서 수능이 과연 변별력 확보가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회의적인 질문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필자는 반대로 킬러문항을 반드시 포함해야만 변별력이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킬러문항을 굳이 내지 않아도 현행 학교교육과정 내에서 충분히 어려운 수준의 문제, 중간 수준의 문제 등 다양하게 출제가 가능할 것이다. 즉 킬러문항이 있어야만 변별력을 갖춘 수능이 가능하다는 것은 타당한 논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킬러문항을 제외하더라도 난이도 조절로 변별력을 갖출 수 있는 게 평가의 기본이자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이에 준하는 자격을 가진 학생이 앞으로 대학에서의 교육과정을 얼마나 잘 따라갈 수 있는지 평가하는 것이 목적인 시험이다. 교육부가 이례적으로 킬러문항을 발표하고 국민들에게 사과의 마음을 표현하였다. 그간 킬러문항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정부 당국에서 시인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정부에서는 이러한 교육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시인하고 공개한 만큼 교육계와 모든 국민들은 앞으로의 대책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수능 3개월을 앞둔 지금, 시간이 많지 않다.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하고 학교 수업에 충실한 학생이면 충분히 풀 수 있게 출제했다”라는 말이 올해 수능에선 지켜지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출제자·공급자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등급을 가르기 위한 평가를 진행해 온 것을 반성하고 평가의 본질로 돌아가는 첫 발돋움을 환영한다. 앞으로의 다양한 정책들을 기대해 본다.
교권침해나 교육활동 중 사고 등으로 질병·부상 등이 생겼을 경우에 치료나 요양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급하는 공무상요양제도가 있습니다. 공무상요양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국·공립교원은 공무원연금공단에 신청해 심사·심의를 받아야 합니다. 사립교원은 사학연금공단에 직무상요양승인을 신청해야 합니다. 그러나 공무상(직무상)요양승인을 학교나 교육청이 결정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문의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공무상요양승인제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공무상 재해 인정 기준 가. 부상 • 공무수행 또는 그에 따르는 행위를 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 인한 부상 • 통상적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로 인한 부상 • 그 밖의 공무수행과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로 인한 부상 나. 질병 • 공무수행 중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질병 • 공무수행 중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주는 업무가 원인이 돼 발생한 질병 • 직장 내 괴롭힘과 민원인 등의 폭언 등으로 인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발생한 질병(2022.11.15. 신설) • 공무상 부상이 원인이 돼 발생한 질병 • 그 밖에 공무수행과 관련해 발생한 질병 신청절차 공무상요양승인에 따른 복무사항 가. 공무상병가 • 180일 범위 안에서 승인 • 공무상병가 만료 후에도 직무수행이 어렵거나 계속 요양이 필요한 경우에는 일반병가를 승인할 수 있음. • 공무상요양승인 결정이 나기 전까지는 일반병가와 연가, 질병휴직을 사용하고 공무상요양승인 결정서를 통보받으면 공무상병가로 소급 처리 가능 나. 공무상질병휴직 • 3년 이내 가능. 의학적 소견 등을 고려해 질병휴직위원회 자문을 거쳐 2년 범위에서 연장 가능 • 공무상요양(재요양)승인을 받은 기간까지만 공무상질병휴직을 명할 수 있음. 공무상요양승인 QA Q. 교권침해를 당했을 때 공무상질병으로 인정되나요? A. 교육활동 침해로 인한 교원보호를 위해 특별휴가 5일을 사용한 뒤에도 추가 요양이 필요한 경우에 학교장이 6일 이내에서 공무상병가를 승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6일을 초과한 공무상병가와 요양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교권침해에 대한 경위서(교권보호위원회의 교권침해 인정 결정문 등), 진단서, 최초 병원진료기록 등을 공무원연금공단에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Q. 공무상 사고에 가해자가 있는데, 이때는 치료비를 어떻게 지원받을 수 있나요? A. 공무원연금공단과 가해자 양쪽에서 중복해서 받을 수는 없습니다. 가해자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은 경우에는 공단의 요양비 지급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단 가해자와 합의하기 전에 공무상요양급여를 받은 경우에는 공단이 해당 가해자에게 직접 구상권을 행사하게 됩니다. Q. 공무상요양승인으로 인정되면 병원에서 결제한 치료비 전액을 보상받을 수 있나요? A. 법률로 정한 요양급여 산정기준에 해당하는 범위 내에서 지급이 되며, 지급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비용은 청구인 본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급여항목의 일부 본인부담금은 요양급여비를 별도로 청구하지 않아도 4~5개월 뒤 자동 환급되지만, 전액 본인부담금과 비급여항목은 별도로 비용을 청구해야 합니다. Q. 요양승인이나 급여 결정에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결정 등이 있었던 날부터 180일, 결정서를 송부받은 날 등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사립교원은 사립학교교직원연금급여재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재심사를 거치지 않고 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결정 등이 있었던 날부터 1년, 결정서를 송부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합니다. 다만 행정심판은 청구할 수 없습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장이 학교폭력을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전담기구 또는 소속 교원이 가해 및 피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학교폭력예방법」 제14조 제4항). 실무적으로는 신속한 처리, 보안의 유지, 학생 및 보호자와 소통창구 일원화 등의 문제로 학교폭력문제를 다루는 학교의 ‘책임교사’(흔히 학생생활지도를 담당하는 부서 교사)가 학교폭력 사안 처리과정을 전체적으로 주도하게 된다. 그러나 오랜 기간 학생 생활을 지도한 베테랑 책임교사를 찾아보기는 어렵고, 초등학교는 그 특성상 담임교사가 면담을 진행하는 일이 잦아 면담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일이 많다. 이번 호에서는 학교폭력 사안의 처리과정에서 학생과 보호자를 면담할 때, 어떤 일들을 주의해야 하는지, 학생확인서(진술서)를 작성하도록 지도할 때 어떤 내용을 담도록 지도해야 하는지에 대한 요령을 준비해 봤다. 학생 면담의 시간·장소·방법을 정할 때 주의점 학교폭력 사안을 자주 접하지 못한 교사의 특징 중 하나는 마음이 급하다는 점이다. 실제 앞서 살펴본 「학교폭력예방법」에서도 ‘지체 없이’ 하라고 명시되어 있기에 신속한 처리를 하겠다는 마음가짐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급한 마음은 실수를 부르기 마련이다. 학교폭력에 관해 학생들을 면담하기로 하였다면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면담을 위한 시간과 장소다. 급한 마음에 수업 중 문제 된 학생에게 “너 수업 끝나고 학교폭력 때문에 물어볼 일이 있으니 남아라”라는 말을 다른 학생들 앞에서 공공연하게 하거나, 혹은 수업에 빠지게 하고 면담을 하는 일이 많다. 이때 학교폭력에 대한 비밀이 지켜지지 않았다거나, 사안 조사로 인해 수업권이 침해되었다는 학생 측의 민원이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되도록 다른 학생들이 방문하지 않는 상담실 등 별도의 공간을 이용하고, 수업시간을 피해 면담시간을 잡는 것이 좋다. 또한 학교폭력에 관한 면담은 일대일 면담이 기본 원칙이다. 이는 면담에 있어서 학생을 집중하게 하고, 그 면담내용이 다른 학생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며, 비밀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간혹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다며 한곳에서 면담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이는 매우 부적절한 방법이다. 근래에는 가해학생이 다수인 학교폭력이 많다. 때문에 피해학생은 따로 면담을 진행하더라도 가해학생들은 한곳에 모아 두고 집단적으로 면담하거나 학생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일도 있다. 그러나 같은 가해학생이더라도 학생별로 입장이 다른 경우가 대다수이고(일반적으로 자신은 가만히 있었는데 다른 가해학생이 나쁜 짓을 한 거라는 등), 각자가 서로의 행동에 대한 목격자 위치에 있기에 이 역시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학생 면담과 학생확인서 작성 지도방법 학교폭력 사안 처리과정에서 학생의 면담내용과 진술을 담은 학생확인서는 사실상 필수적인 서류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은 이러한 학생확인서를 작성해 본 일이 없다. 이런 일을 해본 적 없기는 교사 역시 마찬가지라서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할지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순서상으로 피해학생에게 학생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것이 학교폭력 사안을 파악하기가 쉽다. 이때 발생한 학교폭력의 일시와 장소, 가해학생이 누구인지, 가해행위는 어떻게 이루어졌는지(가해학생이 다수라면 개별적인 가해행위), 그로 인해 자신이 입은 피해가 어떤지에 관한 상세한 내용이 담기도록 지도한다. 이때 가장 간과되는 부분은 학교폭력의 일시와 장소이다. 보통 피해학생들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가해학생의 학교폭력을 특정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므로 최소한의 기재는 필요하다. 시점에 대하여 정확한 날짜와 시간은 알기 어렵더라도 예컨대 ‘2023년 3월 초’, ‘2023학년도 1학기’, ‘점심시간 무렵’, ‘2교시 끝난 후 쉬는 시간’과 같이 작성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장소도 이와 유사한데, ‘○○아파트 인근 골목’, ‘학교 정문 근처’, 사이버 학교폭력이라면 ‘○○의 페이스북 페이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등으로 기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피해학생에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가해학생에게 학생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한다. 학교폭력의 일시와 장소, 학교폭력 내용의 요점을 설명하며, 그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작성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이때 가해학생의 주장은 다양하고 복잡해서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결국은 ① 피해학생이 주장하는 학교폭력 사실을 모두 인정하거나, ② 피해학생이 주장하는 학교폭력 사실이 전혀 없는 일이라고 하거나, ③ 피해학생의 주장이 대체로 맞지만, 세부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세 가지 중 하나다. 위 세 가지 입장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학교폭력 사실을 인정한다면 그러한 행동의 이유가 있는지, 학교폭력 사실을 부인한다면 피해학생의 신고내용과 다른 부분이 어디인지, 본인의 주장에 대한 근거가 있는지 등이 확인될 수 있도록 지도한다. 간혹 초등학교 저학년, 장애학생, 한국어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 다문화학생이 관계된 학교폭력 사안은 학생이 확인서를 작성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이때에는 교사가 발언의 취지를 듣고 그 요지를 작성해 주거나, 특수교육 전문가 혹은 보호자 등을 통하여 작성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학생확인서 작성 지도 시 유의사항 이렇게 교사는 학생확인서 작성 요령을 지도할 수는 있으나,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하여 관여하지는 않고 자유로운 의사로 작성할 수 있도록 한다. 간혹 관련된 증거가 충분함에도 학교폭력 사실을 부정하거나 변명으로 일관하는 학생의 태도에 화가 날 수도 있고, 관련된 학생들의 진술이 엇갈려 사실을 파악하기에 답답한 마음이 들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작성한 내용을 폐기하고 다시 작성하도록 하거나, 강압적인 태도로 작성을 요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만약 학생이 확인서의 작성을 일절 거부한다면 작성을 거부하였다는 내용을 남기면 족하다. 간혹 학생의 보호자가 학생이 학교에서 작성한 확인서의 기재 내용을 바꿔 달라고 요청하는 일도 있다. 그런데 사건 초기 학생이 작성한 확인서가 진실에 가장 부합하는 경우가 많다. 이후 보호자 등이 학생의 진술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그 내용이 변질되고, 그만큼 신뢰성이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학생이 이미 작성한 확인서를 보호자가 수정하겠다고 하는 요청은 받아주지 않는 편이 좋다. 이 경우 초기 확인서는 그대로 보관하되, 추가적인 내용의 확인서나 의견서를 작성하도록 권하고, 부득이 기존 확인서에 대한 수정을 가하겠다고 한다면 기존 확인서 하단에 추가 기재되었다는 사실과 기재 일시를 표시하여 변경된 내용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면담을 녹취할 수 있냐는 질문도 많다. 녹취가 가능하나 되도록 그 정당한 사유를 상대방에게 밝히고 동의를 얻어 진행하는 편이 좋다. 동의 없는 녹취가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고, 학교폭력에 관한 증거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간혹 이러한 면담과정의 녹음이 민원이나 갈등의 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호자·변호사 등의 학생 면담 참여 요청에 대한 대응 근래에는 학생 면담과 학생확인서 작성과정에 보호자가 참여를 원한다고 하거나, 학생 측에서 선임한 변호사를 동석하게 해달라는 요청이 있기도 하다. 먼저 학교폭력 사안 조사과정에서 학생 면담과 확인서의 작성에 관해서는 「학교폭력예방법」 등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없다. 따라서 보호자나 변호사의 상담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대구지방법원 2018.7.4. 선고 2017구합23959 판결 참조). 실제 관련 학생들이 보호자·변호사가 동석한 자리에서 꾸중을 두려워하여 사실대로 말하기 어려운 일도 있을 수 있고, 동석자가 지나치게 관여하여 학생에 대한 상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으며, 그 때문에 교사와의 다툼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렇게 참여가 부적절하다고 생각된다면 그 이유를 설명하고 거절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반대로 이들의 참여를 허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면담과정에서 개입을 자제하도록 발언에 제한을 둘 수도 있다. 진행과정에서 계속된 관여가 이루어져 원만한 면담이 불가능해 보인다면, 학생확인서나 의견서 등을 학교 외부에서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보호자와의 면담 학생 대부분은 미성년자이므로 보호자가 사안 조사 절차에 개입될 수밖에 없다. 「학교폭력예방법」은 일관되게 ‘보호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그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일도 발생한다. 예를 들어 학생에 대한 친권이나 양육권과 같은 법적인 권리는 부모가 가지고 있으나 실제로는 조부모가 양육하고 있는 경우, 부모가 이혼하여 일방이 학생을 양육하는 경우, 부모의 맞벌이로 함께 사는 삼촌이나 이모가 학생과 더욱 밀접한 경우 등에는 이들을 보호자로 인정하여 면담을 진행하면 될 것인지, 아니면 반드시 학생의 법률상 보호 감독 의무자로 한정하여야 하는지 고민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보호자의 개념에 대하여 「교육기본법」은 ‘부모 등 보호자는’이라고 표현하는데, 결국 보호자가 반드시 부모일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교육기본법」 제13조 제1항), 「학교폭력예방법」의 목적이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를 목적으로 하고 있음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학생의 곁에서 양육과 교육을 책임지는 자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한편 「학교폭력예방법」은 보호자가 요청한다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반드시 개최해야 하고, 학교장 자체해결 과정에서도 보호자의 의사를 반영하는 등 사안 처리 절차에서 보호자의 의견을 매우 중요하게 취급하고 있다. 그런데 이 때문에 한 명의 학생에게 보호자가 다수라면 담당 교원으로서는 같은 설명을 수차 반복하여야 하는 불편을 겪을 수 있고, 특히 보호자 사이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다르게 학교로 전달된다면 학교폭력 사안 처리 절차의 진행 자체가 어려워진다. 이러한 경우라면 보호자들에게 의사전달의 통로를 단일화해달라고 요청할 필요가 있다.
2023년 1학기에 사범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강좌를 진행했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대전환, 인공지능 시대와 맞물려 학생들에게 필수로 가르쳐야 할 분야다. 얼마 전 개정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강조하고 있다. 현재 대학생들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세대이다. 교육과정이 시대의 변화상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교사가 될 학생들에게 초·중·고 시절에 배우지 못한 내용을 가르쳐야 하는 형국이다. 예비교사들은 교육대학교나 사범대학에서 새로운 교육내용과 방법을 배우지만, 실제 자신의 교수역량으로 발현되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강좌를 통해 교수자인 나는 물론 학생들도 디지털 리터러시를 잘 가르칠 수 있도록 챗GPT를 여러 측면에서 활용하는 교육방법을 시도해 보았다. 필자는 교사 시절 교육대학교에서 배웠던 교수·학습모형을 교실 환경에서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1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초등학교 교사의 경우 매년 다른 학년을 가르쳐야 하고, 같은 학년을 연임하더라도 학생들이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가르치기 어렵다. 학생들의 성향·수준·반응 등이 달라서 기존의 방식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혹자의 말처럼 ‘수업은 종합예술’이기에 한 편의 연극과 같다. 수업이 시작되면 막이 오른 무대처럼 끝까지 진행해야 한다. 그래서 수업계획이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이론과 현실의 간극이 발생한다. 모형은 이론이고 수업은 실제인데, 연극도 그렇듯 일단 막이 오르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갑자기 무대장치가 이상해지고 조명이 안 들어오거나 대사를 잊어버리거나 관객들이 예상과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배우들이 어떤 돌발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능숙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나의 극이 완성되는 것처럼 수업도 마찬가지다. 돌발변수가 발생해도 당황하지 않고 학습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른 방안을 찾아서 기존 계획에 없는 즉흥적인 활동을 이어가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되는 것이 ‘학습목표’이다. 학습목표는 학생들이 그 시간에 공부하면서 도달해야 하는 지향점이 된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매시간 학습목표들이 모여서 교과의 성취기준을 이루고, 이것이 모이면 역량으로 발현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수업 중간에 갑자기 길을 잃었다면 학습목표가 무엇인지 다시 상기하고 학습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설명이나 활동으로 대체하면 된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강좌에서 학생들은 수업을 계획하고 모의수업을 시연했는데, 일부 팀의 경우 학습활동의 방향이 학습목표와 거리가 먼 경우가 있었다. 이럴 때 그 활동을 왜 하는지, 그것이 학습목표와 연결되는지 따져보라고 지도한다. 수업에서의 챗GPT 사용기준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의 학습목표 도달에 도움이 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예를 들어 토의·토론수업을 진행할 때 다음과 같이 챗GPT를 활용할 수 있다. 이런 활동이 학습목표 도달에 유의미하다면 좋은 활동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챗GPT를 활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올바른 활용법을 교육하는 것이 좋다. 챗GPT는 제대로 질문해야 좋은 답을 얻을 수 있다. 챗GPT에게 질문하는 방법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이라고 한다. 챗GPT가 이해하기 쉬운 질문 형식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1. 먼저 역할을 부여하고 어떤 일을 수행하기 원하는지 설명한다. 예를 들어 중학교 수학 선생님이라던가 진로상담 선생님이라던가 역할을 가정하라고 하면 된다. 간혹 인간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오지만 관련 질문에 답해주겠다고 하면 준비가 된 것이다. 2. 이때 예시를 보여주거나 상황을 설명해 주면 더 좋은 답변을 준다. 예를 들어 45분 기준으로 수업계획을 도입·전개·정리의 흐름으로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된다. 3. 답을 얻고자 하는 질문을 한다. 구체적으로 질문하면 좋다. 수업계획에 수업목표·도구·준비물·시간 같은 것도 포함해서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된다. 4. 결과물의 형식을 요청한다. 예를 들면 친한 친구 사이의 대화라던가 공식적인 문서라던가 결과물의 형식을 지정하면 좋다. 수업계획서의 경우 학습목표·준비물·시간이 들어간 형태로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된다. 그림 1은 챗GPT에게 환경오염과 관련된 중학생 대상 과학수업계획을 만들어 달라고 한 결과이다. 일반적인 수준이지만 전체 흐름은 나쁘지 않다. 조금 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주면 재미있는 학습활동을 제시하기도 한다. 수업계획 외에도 여러 교육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데, 평가에도 활용할 수 있다. 학생들의 중간고사 답안을 평가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지 실험해 보았다. 먼저 학생들의 답안을 스캔하거나 타이핑해서 문서로 만든다. 다음으로 챗GPT에게 평가기준(루브릭)을 설명하고 해당 답안을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더니, 사람의 글을 평가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처음에는 거절하더니 두어 번 질문하자 주어진 조건에 의해 평가해 보면 ‘중상’ 정도의 글이라는 답변과 함께 어떤 근거로 평가했는지 설명까지 달아준다. 학생들 답안의 초벌 평가를 수업 조교가 해주는 것과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챗GPT를 학생들의 수행평가 채점에 활용할 가능성은 충분했다. 다만 맹목적이거나 종속적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평가계획과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나 최종 점수를 결정하고 판단하는 것은 교사가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챗GPT는 교사들이 활용하기에 좋지만, 학생들도 사용하게 할 수 있다. 앞서 토론수업에서 살펴본 것처럼 수업 진행과정에서 학생들이 직접 사용하게 할 수 있다. 이때는 반드시 이런 활동이 학습목표 도달에 도움이 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한 가지 기준을 더 제시하자면 학생들의 사고력 발달에 도움이 되는지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창의적 문제해결과정을 수행하면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탐색해 볼 수 있다. 창의적 문제해결과정은 발산과 수렴을 반복하는데 발산할 때는 챗GPT에게 새로운 대안이나 해결책을 물어볼 수 있고, 수렴할 때는 아이디어나 해결책을 정리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그림 2 참조). 이때 학생들의 사고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부분은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다르다. 연구자들과 토론해 보면 학생들이 질문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한 기본지식(핵심 지식)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사고에 도움이 되는가의 정도가 달라진다고 한다. 1학기 동안 챗GPT를 수업에 활용한 대학생 2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72.2%가 사고 발산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하였고, 72.2%가 사고 수렴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하였다. 챗GPT는 학생들의 사고력 증진과 문제해결력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위험요소도 있다. Office of Ed Tech 그룹에서는 교실에서 사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1. 첫째, 종속될 가능성, 둘째, 개인 데이터의 유출 위험, 셋째, 의도하지 않거나 거짓인 결과에 대한 위험, 넷째, 투명하지 않은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사용하면 인공지능을 학습의 동반자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학교에서 사용할 경우 학생들의 사용 연령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오픈 AI의 사용규약을 보면 18세 이상 사용을 권장하고 있고, 13세 이상 18세 미만의 경우 부모의 동의를 받고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정책을 고려하여 인천시교육청의 챗GPT 가이드에서는 부모 동의 안내장 양식을 제공하고 있다2. 얼마 전 학부모 대상 챗GPT 강의에서 나온 질문이다. 학교에서 안내장을 가져왔는데 자녀의 성적 데이터를 활용해도 되느냐는 항목이 있어서 성적 데이터가 챗GPT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학부모님의 모니터링 태도가 훌륭하다고 칭찬하며, 짐작건대 학교 선생님이 진로지도에 활용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답변을 드렸다. 필자도 고등학생 딸아이의 성향과 학업성취도, 좋아하는 것 등의 데이터를 넣고 대학 학과와 직업을 추천해 달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앞으로 챗GPT는 교육현장 곳곳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것이다. 챗GPT는 양날의 검처럼 좋은 도구가 되거나 나쁜 도구가 될 수 있다. 초·중·고 교육현장에서 활용 기준은 학생들의 학습동기, 사고력 증진, 문제해결력 증진에 도움이 되느냐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챗GPT가 바꿀 수업의 모습은 제대로 된 활용법을 알고 있는 교사와 학생에게 달려있다.
사람들이 꿈꾸는 행복한 학교란 어떤 모습일까. 누구의 관점이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아이들이 중심이 되는 학교’, ‘공동체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되는 학교’, ‘교육적으로 중요한 일을 선별하고 집중하여 교사와 학부모의 피로도가 적고 질 높은 교육을 하는 학교’도 그 안에 있을 것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서울장평초등학교가 바로 그런 학교이다. 학부모의 참여로 생기 넘치는 학교 활성화된 학부모회는 서울장평초등학교의 자부심이다. 어느 학교나 학부모회는 있지만 이렇게 교육활동에 자발적으로, 다양하게 참여하는 학부모회는 많지 않을 것이다. 장평초의 학부모회는 학부모회 학교참여 공모사업에도 참여하고, 생태전환 역량강화를 위한 학부모 생태동아리 ‘생동감’, 학부모의 독서지도 역량강화를 위한 독서동아리 ‘장독맘’을 운영하여 월 1회 이상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학교운영위원회·학년별 학부모회·녹색학부모회 등의 대표들이 모여 한 학기에 두 번 진행하는 학부모 간담회는 학부모회의 건의사항이나 제안을 교장·교사와 논의하는 장이 되어 학부모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스무 명이 넘는 학부모 대표는 학년별·조직별로 학부모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간담회에 참여한다. 의제와 의견은 사전에 받아 준비하고 학부모 대표와 교사 대표, 교감·교장까지 총 30여 명의 사람들이 한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논의한다. 민주적인 바텀업(bottom-up) 의사결정의 좋은 본보기이다. 논의 시 반드시 고려하는 기준도 있다. 학생을 중심으로 볼 것,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어야 할 것, 교사와 학부모도 최대한 만족할 수 있는 방향일 것. 이 세 가지는 당연한 것 같지만 지키기 쉽지 않은 원칙들이다. 1,100여 명의 학생이 다니는 장평초는 거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에서 이 기준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학부모회 내부의 소통도 활발하고 학교와의 소통도 활발하니, 최근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을 난감하게 하는 ‘불통’ 민원이 장평초에는 거의 없다. 이병재 교장은 “학부모회에서 강한 의지와 책임감으로 학교교육에 참여해 주신 덕분에 학교교육활동이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지구촌 살리기 앞장서는 학교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특히 높은 교육활동은 ‘학교스포츠클럽, 365+ 체육온활동 등 신체활동’과 2022년부터 생태전환연구학교로서 진행하고 있는 ‘생태전환교육활동’이다. 생태전환연구학교는 교사들의 높은 지지와 동의를 받아 신청했다. 방과후 생태동아리를 운영하고 지역사회와 연계한 생태전환교육이 될 수 있도록 ‘알파세대와 함께 GREEN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지구촌 불 끄기 캠페인, 멸종위기 동물퀴즈 대회 등에 참여하며 학생들은 지구촌 살리기에 동참하고 자연스럽게 인성도 가꾼다. 학교 중앙현관에는 학생들의 생태전환 작품과 활동사진이 전시되어 있어서 학생들은 자신들이 하는 활동의 의의와 진행과정을 알 수 있다. 생태전환연구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전후 인식 변화를 알아보기 위하여 진행한 사전 설문조사 결과도 중앙현관에 게시되어 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직접 참여한 설문결과를 보고 교육의 전후 효과를 체감하도록 돕기 위해 마련한 전시이다. 자신이 참여하는 교육활동의 모든 과정을 몸으로 겪고, 눈으로 보고, 이해하며 진짜 주인이 된다. 연구학교로서 진행하는 과정을 일부 교사가 처리하는 일거리로 여기지 않고, 학생부터 학부모까지 모두가 변화에 참여하고 실감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학교의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학생들의 건강한 신체발달과 체력 회복은 공교육의 의무이자 과제이다. 장평초는 이 역할을 다하기 위해 학교스포츠클럽도 활발히 운영 중이다. 참여 학생들은 8시부터 아침 운동을 하고 일과를 시작한다. 정규 체육 수업시간에는 365+ 체육온활동과 줄넘기 챌린지 같은 신체활동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며 운동에 빠져든다. 아침 이른 시간부터 방과후까지 줄넘기·농구·킨볼·플로어볼 등 다양한 스포츠클럽에 참여하며 체력을 기르고, 스포츠 대회에도 출전하면서 얻는 도전정신과 성취감은 학생들이 얻는 소중한 열매다. 이렇게 장평초에서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체험 중심의 산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학교스포츠클럽이 활발하게 운영될 수 있는 배경에는 더 이른 시각, 늦은 시각까지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며 지도하는 교사들의 노력, 학부모의 응원과 지지,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학교의 의지가 있다. 학교의 조직문화를 바꾸는 민주적 리더십 학교는 전통적으로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며, ‘교장선생님 훈화’라는 말은 소통 불가능한 지루한 이야기의 대명사로 쓰인다는 점을 생각하면 ‘수용’은 교장이라는 직책과 가장 멀게 느껴지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장평초 교사와 학부모들은 자기 의견을 학교에 내면 진지하게 고려되며 수용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 교장이 2022년 9월에 부임하여 몇 달 동안 가장 먼저 한 일이 있다. 학년별 간담회를 열어 교사들의 고충과 고민을 진솔하게 나누는 시간을 가진 것이었다. “어떤 일에 대하여 의논하면서 교장이 수용할 마음이 없다면 애초에 협조를 구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자신이 정해놓은 정답을 합리화하거나 변명하지 않는 것이 교장의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교사는 “교장선생님이 간담회에서 교사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열린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서 교사들의 의견이 학교에 의미 있게 반영된다는 신뢰가 생겼다. 그러다 보니 보여주기식의 불필요한 교육사업들보다는, 학생을 위해 진정으로 필요하다고 공감대가 형성된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어 교사들도 만족도가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의견이 나오면 진지하게 고려하고 반드시 피드백한다는 점도 이 교장의 소통 원칙이다. 교사들의 제안 중 공감대가 형성된 제안들은 행정실의 협조를 받아 최대한 실현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학부모 간담회에서 논의된 결과 또한 가정통신문으로 피드백하여 학부모의 관심과 열의에 응답한다. 장평초에서는 학교구성원이 모두 리더다. 모두가 주인이 되어 삶에 녹아든 교육의 힘, 가장 귀한 가치이다.
풍경화구성법을 연재하면서 처음 소개했던 그림으로 돌아가 보자. 첩첩산중의 깊은 산과 잡초가 무성한 밭, 돌덩이에 가로막힌 길, 강물에 떠내려오는 사람 등이 현재 이 아이가 얼마나 무기력한 상태에 있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그렇다면 이 아이는 왜 이런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그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해 주는 것이 바로 ‘집·나무·사람’ 그림이다. 나무는 무의식적인 나 자신을, 사람은 의식적인 나를, 집은 나를 둘러싼 환경(가족·타인·세상)과의 소통방식(대인관계)을 상징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심리상태, 즉 어떤 가정에서 태어나서, 어떤 삶을 살았고, 타인(세상)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으며, 그 결과 현재 어떤 심리상태에 놓여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번 호에서는 풍경화구성법의 구성요소이자 그림검사의 기본인 HTP 검사1 요소인 ‘집·나무·사람’을 살펴본다. 더불어 사례분석을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인 요소’를 찾아내는 방법도 소개한다. 상담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가 아니라, 현재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세상과 어떻게 소통하면서 미래를 바꿔나갈지에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각각의 구성요소가 주는 의미 ● 집 집은 ‘쉼’을 제공해주는 곳, ‘안전’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풍경화구성법에서 집은 다섯 번째로 그려지기 때문에 공간에 여유가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마을의 중심부, 혹은 밭 옆쪽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가정에서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은 산꼭대기에 아주 작게 집을 그러거나(그림 4), 종이 귀퉁이에 집의 일부만 보이게 그린다(그림 6). 가족구성원 역시 ‘자기 혼자’ 사는 경우가 많고, ‘모르는 사람’이 살고 있다고 할 때도 있다. 집과 관련된 다음의 질문들은 아이들이 가족을 포함한 타인과의 대인관계를 어떻게 맺고 있는지 탐색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이 집은 누가 살고 있니? - (혼자 사는 집이라고 한다면) 언제부터 혼자 살았니? 혼자라서 외롭지는 않니? - 이 집은 10년 후쯤 어떻게 변해있을까? ● 나무 나무는 기본적인 자아상, 즉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가능성·적응성을 어떻게 보는지를 반영한다. 자신이 어떤 마음 상태에 있는지 무의식적으로 드러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나무의 소원을 꼭 질문하는 것이 좋다. 특히 나뭇가지는 양분을 흡수하여 나무를 성장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나뭇가지가 생략되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나무에 대한 다음의 질문은 학생이 현재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자존감 등)를 알아보는데 도움이 된다. - 이 나무의 종류는 뭐니? - 이 나무 주변에는 무엇이 있니? - 나무에게 소원이 있다면 무엇일까? ● 사람 사람 그림은 ‘집’이나 ‘나무’보다 더 직접적으로 자기상을 나타낸다. 그러나 자신의 상태를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왜곡시켜서 표현하기도 하고, 이상적인 자아를 나타내기도 한다. 또한 중요한 타인 혹은 일반적으로 사람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2. 풍경화구성법에서는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그네를 타거나, 나무에 기대어 있거나, 누워있는 그림을 그린다면 현재 정신적·육체적으로 지쳐있는 상태일 수 있다. 사람에 대한 다음의 질문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보는데 도움이 된다. - 이 사람은 누구니? 무엇을 하고 있니? - 이 사람은 언제 여기로 왔니? 여기가 마음에 드니? 어떤 점이 가장 마음에 드니? 다른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은 없니? - 이 사람은 산 정상에 올라가 본 적이 있니? 동물과는 친하니? 사례로 살펴보기 ● 문이 없는 집 일반적으로 집은 그림 2처럼 그려진다. 출입문이 있고, 창문과 굴뚝이 있는 정형화된 집(신기하게도 아파트·빌라에 사는 아이들도 이렇게 그린다)이다. 문은 세상과 만나는 통로이다. 자기 스스로 나갈 수도, 타인이 들어올 수도 있다. 창문 역시 자신이 바깥을 내다볼 수도, 타인이 안을 들여 볼 수 있다. 그래서 문·창문은 타인(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능력(대인관계)과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을 나타낸다. 간혹 문고리가 없는 문을 그리는 경우도 있다. 자신은 나갈 수 있지만, 타인은 허락 없이 함부로 들어올 수 없다. 즉 타인과 친해지고 싶지만 또 막상 만나면 불편해하는 양가감정이 있을 수 있으며, 일정한 거리를 두고 대인관계를 맺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런 학생과 상담을 할 때는 너무 친밀하게 다가가거나, 꼬치꼬치 캐묻듯이 정보를 수집하려고 하면 거부감을 나타낼 수도 있다. 반대로 손잡이 외에 초인종·우편함 등 장식물이 달려있다면, 타인과의 관계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만약 그림 3처럼 문을 그리지 않았다면 타인이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 두렵고, 다양한 시각·평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어려워할 수 있으며, 사회적인 관계가 위축되어 혼자 고립되어 있을 수 있다. 그림을 작게 그렸다고 문을 생략하지는 않는다. 대부분 아이들은 그림 4처럼 아주 작게 집을 그리더라도 문·창문, 심지어 문고리까지 그린다. 따라서 집의 크기와 상관없이 문·창문이 없는 그림은 꼭 상담을 진행해봐야 한다. 게다가 그림 3의 집은 가시 많은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어 나갈 수가 없다. 가끔 나무를 자르러 온 사람이 꺼내줘야 외출이 가능하다. 나무의 소원은 나무를 자르러 오는 사람이 가위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가지 잘리는 것이 싫지만, 너무 큰 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서워서 말을 할 수가 없단다. 밭에는 딱 3개의 새싹이 있는데, 햇빛이 없어 모두 죽어있고(밑으로 꺾여 있다), 세상으로 통하는 길은 스트레스로 탈모가 온 사자가 막고 있다. 얼마나 자존감이 낮고, 불안도와 의존도가 높으며, 문제해결능력이 미흡한지 알 수 있다. 이 그림에서 희망요소는 종이 왼쪽 상단에 작게 그려진 ‘이 세상을 열 수 있는 열쇠’를 들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사람에게 빨리 와서 도와달라고 전달할 방법이 없다. 사자와 나무 자르러 온 사람이 너무 무섭기 때문이다. 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관심군이었던 이 학생은 상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되어 병원으로 연계했고, 현재 입원 치료중이다. ● 작은 집과 큰 나무 그림 4에서 집은 너무 작아서 보이지도 않는다. 반면 나무는 다른 구성요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크다. 꽃을 든 사람은 강아지와 함께 다리를 건너고 있고, 넓은 도로 위에는 BMW 자동차가 서있다. 나무는 사람들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다. 큰 도로에서 사고가 많이 나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나무의 소원이 안쓰럽다. 강바람이 너무 춥고, 사람들이 자신에게 소원을 비는 것이 부담스럽고 힘들단다. 그냥 할머니네 집으로 가서 자신을 키우느라 고생하는 불쌍한 할머니·할아버지만 지켜주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바람을 타고 길 끝에서 굴러들어온 돌 때문에 옮겨가는 것도 힘들어 졌다며, 자기도 돌처럼 걸리적거리는 존재라고 낙심했다. 꽃을 든 아이는 어디 가는 중이냐고 묻자, “사실 이 아이는 마포대교에 죽으려고 왔는데, 그냥 마음을 고쳐먹고 꽃만 던지고 집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꽃을 던지는 이유는 자기를 낳아 준 엄마에 대한 고마움이라고 했다. 그림 4에서 희망요소는 무엇일까? ‘나무’와 ‘자동차’이다. 외부환경으로 비록 현재의 자아상(사람 그림)이 나약해 보이지만 원래 이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자아상(나무 그림)은 튼튼하고 이타적이다. 게다가 그림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넓은 길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동차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포부와 의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이 아이는 “이 길은 이 세상 모든 곳을 연결해주는 길이다. 끝없이 직진을 할 수 있지만, 어디론가 가고 싶다면 우회전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우회전을 하면 집이 나온다. ● 메마른 나무 그림 5의 나무는 한눈에 보기에도 메말라 보인다. 나무는 나뭇잎이 다 떨어진 채 거의 죽어가고 있다. 나무의 소원은 ‘살고 싶은 것’이지만, 날씨는 춥고, 햇빛은 거의 들어오지 않아 살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결국 죽을 것 같다고 했다. 집은 산 위쪽에 있어서 오고가는 것이 힘들지만, 산 아래에 있으면 바닷바람이 거세고, 물이 자주 넘치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고 했다. 사람은 중학교 때의 자신이다. 강아지와 둘이서 이 마을에 오게 되었는데, 강아지는 바다에 빠질까봐 무서워서 집에 두고 혼자만 바다에 왔다. 가족은 어디서 사는지 잘 모른다고 했다. 돌이 너무 강조되어 있어서(색칠하는 시간 내내 돌멩이만 색칠했다) 돌의 역할을 물었더니, 방파제란다. 바람이 많이 불고, 물이 거세서 쌓아두었다. 하지만 방파제가 낮아서 물은 자주 넘친다고 했다. 방파제를 좀 더 높게 쌓지 그러냐는 질문에 싫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모른다고 답했다. 길 끝은 바다와 이어진다. 바다를 건널 수 있는 방법을 묻자, 보트가 있으면 갈 수 있지만, 보트를 사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재밌을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아이의 가정은 재혼가정이었다. 최근 다시 이혼했고 아버지는 해외로, 어머니는 부산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아이는 올해 처음 만난 친할머니와 살고 있다. 애정에 대한 갈망이 있지만, 상처받기 싫어서 마음에도 없는 온갖 싫은 소리로 거리를 둔다. 이 그림에서 희망요소는 그려지지 않은 보트와 방파제이다. 그림 6처럼 보트가 그려져 있고, 필요하면 보트를 타고 밖으로 나가면 좋으련만, 이 아이는 아직까지 보트를 살 생각이 없다. 물이 자주 넘치더라도 방파제를 높게 쌓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여전히 타인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은 욕구가 드러난다. 상처받을까봐 두렵지만, 단절하고 싶지 않은 간절한 소망. 실제로 이 아이는 상담을 시작한 지 1년째, 매번 약속시간 한번 어기지 않고 찾아오지만, 아직도 자신의 감정을 살피는 것에 두려움이 있고, 거부하고 있는 중이다.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 두 개의 마을 언뜻 보기에 평화로워 보이는 그림 7의 특징은 강을 사이에 두고 집·나무·사람이 각각 등장하는 것이다. 이 그림을 그린 학생은 심각한 등교거부 학생이었다(어김없이 토끼가 등장한다). 1학년·2학년 때 결석일수가 매년 60일이 넘었고, 자퇴하겠다는 녀석을 겨우겨우 3학년까지 끌고 왔다. 그림 속에서 꽃을 달고 밭일을 하는 사람이 학생이다. 최근 이곳으로 이사를 왔고, 농사를 짓고 싶다는 의욕이 생겨서 씨앗을 뿌렸다. 강 건너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사람은 원래 이곳에 살던 사람이다. 농사를 짓지도 않으면서 돈 많다고 뽐내고 싶고, 괜히 꽃을 단 아이와 친해지고 싶어서 트랙터를 구입한 후, 꽃을 단 아이에게만 빌려준다. 자신은 빌려달라는 말도 안했는데 온갖 참견과 잔소리를 하면서 빌려준단다. 그래도 편하니까 사용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할머니·엄마와 함께 사는 이 학생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함께 밥 먹는 것이다. 밥을 먹을 때마다 심한 잔소리가 오고 갔다. 특히 할머니는 “제 애비 닮아서 엄마를 괴롭힌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엄마와 이야기라도 할라치면 “엄마 피곤하게 뭔 쓸데없이 이야기를 길게 하느냐”며 불을 꺼버렸다. 할머니는 엄마만 챙겼고, 엄마는 그 안에서 편안해할 뿐 아이를 챙기지 않았다. 그런 엄마에게 아이는 서운함을 넘어,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지 못했다. 이 그림의 희망요소는 트랙터이다. 엄마에 대한 양가감정이 트랙터로 그려졌다. 상담과정에서 아이의 감정을 공감한 후, 자기 딸이 고생하는 것이 속상한 할머니의 입장과 자기 엄마와 딸 사이에서 어찌할 줄 모르는 엄마의 입장을 설명했다. 물론 그 행동방식이 미성숙했음도 설명했다. 나는 상담과정에서 이 아이가 한 말이 잊히지 않는다. “쌤, 적어도 저는 이런 미성숙한 행동으로 타인을 괴롭히지 않겠네요. 그것이 엄마와 할머니가 제가 주신 교훈인가 봅니다.”
제67회 현장연구대회에서 대상인 대통령상은 김경민 부산 학진초등학교 교사가 차지했다. 올해 교직 18년 차인 김 교사의 연구 주제는 ‘체인지메이커 MODE-On 프로그램을 통한 국어과 교과역량 기르기(국어분과)’이다. 코로나19로 단절된 아이들의 소통과 공감능력 회복을 도와주는 프로젝트 수업을 구상한 것이 계기였다. 김 교사 연구의 키워드는 ‘체인지메이커’. 체인지메이커는 주변의 문제에 공감하고 직접 행동해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따라서 체인지메이커 MODE-on은 학습자가 주도성을 가지고 수업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공감, 협력적 리더십, 팀워크, 문제해결능력’(체인지메이커의 기본 자질)을 의미한다. 수업시간과 삶에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학습요소로 M은 미디어리터러시 학습, O는 구조화학습, D는 토의·토론학습, E는 교육연극학습이며, on은 블렌디드러닝을 각각 의미한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22년 1월부터 올 1월까지 꼬박 1년간 부산 명일초 5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생생한 현장의 기록이다. 부산에서 새교육과 만난 김 교사는 연구 주제와 관련, 가장 먼저 공감을 강조했다. 나 자신과 타인에 대한 공감이 있어야 변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체인지메이커 수업은 공감과 소통에 방점을 두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먼저 미디어리터러시 학습은 표현하고 싶은 주제를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제작하고, 미디어 종류에 따라 필요한 기능을 익히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구조화학습은 시각적 사고를 통해 생각을 구조적으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상황에 맞는 그래픽 조직자를 활용하거나 비주얼씽킹으로 나타내기, 씽킹맵으로 나타내기 등의 수업이 이뤄졌다. 이어 토의·토론학습은 가장 합리적인 최선의 의사결정을 위한 것으로 ‘혼자 생각하기→ 의견 나누기→ 의견 모으기→ 의사결정하기’ 과정 순으로 진행했다. 명확한 쟁점 분석 및 가치판단을 위한 토의·토론에 주안점을 뒀다는 게 김 교사의 설명이다. 교육연극은 타인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마련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어 보거나 물건으로 감정 표현하기, 몸짓으로 놀이하기 등 놀이적 요소를 동원했다. 이러한 수업방식은 궁극적으로 국어과 역량 신장에 도움을 줬다. 변화의 폭은 컸다. 김 교사가 자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체인지메이커 교육 전후를 비교할 때 두드러지는 신장세를 보였다. 의사소통 역량의 경우 5점 만점 척도에서 체인지메이커 교육 전에는 3.97을 기록했지만, 종료 시점에서는 4.45로 올랐다. 자료·정보활용 역량은 3.71에서 4.29로, 공동체 대인관계 역량은 3.78에서 4.2로 올랐다. 이외 자기계발 성찰 역량, 비판적·창의적사고 역량도 모두 신장세를 보였다. 김 교사는 “우리 아이들이 단순히 변화한 환경에 적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를 이끌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구를 진행했다”며 “자신뿐 아니라 학교·마을·사회도 바꿀 수 있다는 경험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상은 상상도 못 했는데 너무 좋은 결과가 나와 지금도 얼떨떨하다고 겸손해했다. 그러면서 현장연구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준 주변의 모든 선후배 동료교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특히 연구과정에서 많은 조언을 해준 송기찬 부산교총 컨설턴트와 전임 명일초등학교 선생님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지난 6월 29일 열린 현장연구대회 수상자 전수식에서 정성국 교총회장은 “갈수록 설 자리가 좁아지는 교육현실 속에서도 오직 제자 사랑의 마음으로 연구에 나선 선생님들께 감사하다”며 축하했다. 정 회장은 “더 나은 수업을 향한 선생님들의 열정이 교실을 바꾸고 학교를 바로 세우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수업 연구에 참여하는 선생님 모두가 최고상의 주인공”이라고 격려했다.
J는 68학번 내 대학 동기생이다. 그의 오래된 ‘짐보따리 이야기’는 한참 우스워서 듣다 보면, 무언가 아리고 슬픈 것이 눈물을 불러온다. 나는 J의 ‘짐 보따리 이야기’를 세 번 들었는데, 들을 때마다 재미와 감동이 조금씩 다르게 묻어났다. '무엇보다도 1968년 그즈음의 시대적 애환과 풍물, 인심과 정서가 얼마나 여실한지, 그 시절 짐과 삶의 상관이 잘 들여다보인다. J의 ‘짐 이야기’에는 궁색하고 고단한 그 무렵 시골 출신 대학생들의 생활 풍경들이 정직하게 비쳐 들어서, 쉽게 느낄 수 없는 ‘시절의 정서’가 애틋하게 스며 있다. J의 이야기는 이러하다. 박 교수, 자네 알지. 내 고향 집이 저 먼 남쪽 해남(海南)에 있다는 거. 해남에서도 끝자락 완도로 넘어가는 동네, 북평면이야. 지금도 벽지이지만 1968년 우리가 대학 1학년 때 얼마나 궁벽한 곳이었는지. 그해 겨울방학 끝나고, 시골집에서 서울로 와야 하는데, 어머니가 무언가를 이것저것 챙겨서 짐 보따리에 싸 주시는 거야. 서울 변두리에서 자취하는 아들을 챙겨 주시는 가난한 어머니의 마음은, 줄 게 없어 허전하면서도, 없으면 없는 대로 온갖 걸 다 찾아서 챙겨 주시는 거 있지? 박 교수, 옛날 우리 어릴 적 촌에서 짐 꾸리던 거 생각나지? 가방 같은 거야 먹고 죽으려도 없고, 비닐 쪼가리도 없던 때였잖아. 농가에서 쓰던 비료 포대나 시멘트 포대 겉 종이로 물건들을 싸고, 그 뭉치들을 가느단 새끼줄로 묶고, 마대나 삼베 보자기로 씌워 짬 매고, 다시 바깥은 무명 보자기로 싸서 큰 짐 보따리 하나를 단단히 만들어 내었지. 새벽같이 나섰지. 그때는 내 고향에서 서울 오려면 열너덧 시간은 족히 걸렸네. 어머니가 꾸려 놓은 짐이 두 보따리야. 한 짐으로 묶기에는 너무 많고, 또 김치를 주어 보내려고 하니 보따리 하나를 더 만드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신 거야. 꽤 묵직해. 그놈을 들고서 버스가 지나가는 마을 앞 도로까지 가서 기다렸지. 그 버스를 타고 나주 영산포역까지 한참을 가는 거야. 거기서 목포에서 올라오는 호남선 완행열차를 타고 서울로 가야 했거든. 그게 가다 보면 야간열차가 된다 말이여. 시골 버스가 시간 지켜 오는 법은 없었지. 그저 일찌감치 나가서 기다려야 해. 그렇게 해서 영산포 가는 ‘광주여객’ 시외버스를 올라탔어. 김치 보따리 들고 따라 나온 어머니를 향해 손 흔들고. 어머니는 짐 간수 잘하라고 몇 번이고 당부하고…. 시골 버스는 포장 안 된 지방도로 자갈길을 흔들흔들 가는데, 나는 흔들리는 중에도 짐 보따리 두 개, 굴러가지 않도록 꼭 붙잡고 가는데, 가다가 버스가 고장으로 시동이 꺼져서 모두 내려서 고치도록 기다리고…. 아따 참, 그래도 불평 한번 않고 갔었지. 영산포역에서 서울행 완행열차를 탄 것이 오후 두 시쯤인데, 여기서 일고여덟 시간은 걸려야 서울에 도착해. 차 안은 만원이라, 서서 가는 건 당연하지. 나는 짐 보따리 둘을 객차 좌석 머리 위에 있는 짐 시렁에 올려놓았어. 이제부터는 짐 보따리도 나하고 한 몸이 되어서, 기다릴 때 같이 기다리고 실려 갈 때 같이 실려 가는 거야. 나도 짐도 같은 처지인 듯하고, ‘내 짐이 내 분신이다’ 하는 생각도 들더라니까. 대전쯤 왔을 때 마침 자리가 나서 나도 간신히 앉았어, 손님들은 계속 번갈아 타고 내리고, 나는 워낙 고단했던 참이라 졸음이 쏟아지는 거야. 깜박 졸았는가 했는데, 갑자기 주변이 수선스러워지고, 누군가 떠드는 소리에 잠을 깼었지. 정신을 차려 보니, 객차 시렁에 얹어놓은 짐은 여러 개 수북한데, 그중 한 짐에서 조금씩 김칫국물이 새어 나와 아래로 떨어질 참이야. 보니, 그게 나의 짐이야. 어머니가 싸주신 김치가 들어 있는, 그 짐이야. 오가리(작은 김칫독)에 넣어 단단히 묶은 건데, 길 위에서 오죽 흔들렸으면 저리되었을까. 아! 이런 낭패가 있나. 창피했어. 하지만 이 사태를 빨리 수습해야 했어. 내가 벌떡 일어서서 뭐라고 했는지 알아? 이렇게 말했다니까. “어구! 나는 이게 내 짐인 줄 알았더니 내 것은 아니네. 바로 옆에 있는 내 짐은 멀쩡한데, 어떤 양반이 짐을 이렇게 허술하게 묶어서 김칫국물 번져 떨어지게 했나? 아, 이 짐 임자 누구요? 양심도 없나? 이 짐 내려서 내 발밑에 둘 테니 짐 주인은 내게로 오시오.” 나는 급한 대로 번져 나온 김칫국물을 닦아 내고,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그 짐 보따리를 내가 관장하는 형국으로 이끌었지. 수습은 했지만, 찜찜했어. 내 짐을 내 짐 아니라고 거짓말한 거니까.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었어. 내 앞자리에 앉은 중년 아저씨가 나를 계속 지켜보는 거야. 애초 김칫국물이 자기 머리 위에 떨어지게 생겼다고, 짐 주인 누구냐고, 난리를 피웠던 사람이야. 완행열차라 승객들은 금방금방 타고 내리는데, 그는 좀체 내리지도 않았어. 장거리 승객인가. 수원을 지나면서부터 나는 초조해졌어. 나는 용산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그때까지 이 아저씨가 내리지 않으면 나는 이 짐 보따리를 포기하고 내려야 한다. 거짓말했으니 자업자득이지. 아니 그럴 수는 없다. 어머니가 어떻게 해서 마련해 준 짐인데. 영등포역을 지나고서는 나는 미칠 것 같았지. 하나님 저 아저씨를 빨리 내리게 해 주세요. 열차가 노량진역에 도착했을 때였어. 내가 내릴 용산역에서 하나 전에 있는 역이야. 내가 숨을 죽이고 있는데, 아! 이 아저씨가 내리는 거야. 나는 정말 하나님께 진심 감사했어. 나는 김치가 들어 있는 그 짐 보따리를 끌어 올려 꼭 껴안았어. 마치 내가 내다 버린 자식을 다시 찾아오며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엄마의 마음이라고나 할까. 그날 밤 나는 종암동 자취방에 도착하여 그 짐 보따리를 세워 놓고 큰절을 했다네. 사람과 오래 같이 움직이는 짐이란, 그게 그냥 짐이 아니라니까. 짐 보따리를 오브제로 한 미술작품 하나를 본다. 이 작품은 미국의 대표적인 미술관 뉴욕의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에 있다. 한국계 작가인 마이아 루스 리(Maia Ruth Lee)가 2019 휘트니 비엔날레에서 전시한 작품, ‘Bondage Baggage’가 바로 그 작품이다.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묶은 짐’, 또는 ‘꽁꽁 싼 짐 보따리’라는 뜻이 되겠다. 주제나 이미지 면에서 상당한 세계성을 담고 있다고 해서 이미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마이아 루스 리는 1983년 부산에서 태어나, 선교사인 부모와 함께 파푸아뉴기니·싱가포르·네팔 등에서 거주하였다. 이 작품은 작가가 네팔의 카트만두 트리부반 국제공항(Tribhuvan International Airport)에서 보았던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들의 짐을 작품화한 것이다. 네팔 노동자들은 해외에서 돌아올 때 이삿짐 꾸러미를 포장하면서 분실이나 훼손을 우려해 이런 단단한 묶음 포장을 한다고 한다. 작가는 이 ‘짐 보따리’를 형상화함으로써 이주노동자와 이민자들의 삶을 보려 한다. 그들이 사용했을 포장용 방수포·직물·판지·밧줄·테이프 등을 주목하고, 그것과 더불어 그들의 ‘짐’을 재현한다. 이때부터 ‘Bondage Baggage’는 단순한 짐 보따리가 아니라, 지구촌 내 다양한 디아스포라(Diaspora)에 대한 문제를 부각한다. 작가 또한 ‘코리안 디아스포라’이다. 디아스포라 체험을 예술적 주제로 승화해 내는 데에 남다른 작가 의식을 보여 준다. 마이아 루스 리의 작품을 보면서, 짐 보따리에 대한 나의 역사적 상상력을 던져 본다. 1903년 하와이 이민선을 타고 태평양을 건넜던 사람들의 짐 보따리를 생각해 본다. 1905년 멕시코 유카탄의 애니깽 농장으로 떠났던 우리 선조들의 이민 짐 보따리는 어떤 허기가 들어 있었을까. 19세기 말 이후 북간도 일대로 살길을 찾아 떠났던 식민지 백성들의 짐 보따리는 어떤 궁핍이 들어 있었을까. 1937년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를 당했던 17만 동포들이 시베리아 철도 화물열차에 오르면서 지녔던 짐 보따리에는 어떤 불안이 들어 있었을까. 6·25 피난 행렬에서 남부여대(男負女戴, 남자는 지고 여자는 머리에 인)했던 짐에는 무슨 간절함이 들어 있었을까. 1960년대 독일에서 광부로 간호사로 일하기 위해 떠났던 선배들의 짐 보따리에는 무엇이 들어 있었을까. 나중 귀환하는 그분들의 짐 보따리는 또 무엇으로 채워져 있었을까. 1980년대 이후 중동의 뜨거운 건설현장에 기술자 근로자로 가서 돈을 벌었던 내 동시대인들의 짐 보따리는 얼마나 아픈 사정들을 담고 있었을까. 짐은 지니까 짐이다. ‘지다’라는 동사와 ‘짐’이라는 명사가 서로 오가는 사이, 짐은 인간의 행보를 고단하게 한다. 짐은 무거워서 짐이다. 그러나 그 짐이 있어서, 그 짐에 기대어, 인간은 길 위의 생을 보전한다. 내 짐은 내 실존의 삶이 이동하는 동안 그림자처럼 나에게 붙는다. 그래서 짐은, 좋든 싫든 나의 분신이다. 정신의 짐도 마찬가지이다.
[교사] 템플 그랜딘의 비주얼씽킹 (템플 그랜딘 지음, 박미경 번역, 상상스퀘어 펴냄, 408쪽, 2만2,000원) 저자는 언어로 생각하고 사물을 순서대로 이해하는 사람을 ‘언어적 사고자’, 이미지로 생각하고 인식하는 사람을 ‘시각적 사고자’라고 말한다. 이 둘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물론 관심 분야와 재능도 다르다. 그럼에도 사회는 언어적 사고자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사고방식의 특성과 차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다. 벌레가 지키는 세계 (비키 허드 글, 진고로호 그림, 신유희 번역, 미래의창 펴냄, 272쪽, 1만7,800원) 꽃 주위를 부지런히 날아다니는 벌이 하는 일을 돈으로 환산하면 수조 원이 넘고, 자기 몸 2,000배 크기의 집을 짓는 흰개미는 인간의 건축기술자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 이처럼 대단한 존재들이 우리 주변에서 점점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이 불러온 재앙과 정치·경제적 원인, 우리 생활 등 복잡한 요인들을 쉽게 설명한다. 과학을 생각하다 (허준영 지음, 여문책 펴냄, 288쪽, 2만 원) 일상의 에피소드를 통해 과학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과학교육 사업을 진행해 온 저자가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세상에 내놓는 첫 번째 결실인 만큼 과학에 조예가 깊지 않은 사람에게도 쉽게 읽힌다. 소주에 담긴 에탄올부터 최첨단 인공위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지구를 살리는 기발한 생각 10 (박경화 지음, 260쪽, 1만6,800원)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한 엉뚱 기발한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한 번만 사세요’ 쇼핑몰,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캠페인, 먹을 수 있는 컵, 수리받을 권리, 미술관이 된 화력발전소 등 세계 여러 나라의 크고 작은 노력을 한데 모았다. 각 장의 마지막 부분에는 ‘생각 키우기’ 코너가 있어 독서 토론수업 등에 유용하다. [청소년] 해볼 만한 수학 (이창후 지음, 궁리 펴냄, 320쪽, 1만5,000원) 수학교과를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개념이지만,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이유는 망각한 채 문제풀이만 반복하는 학생들 마음 한편의 꺼림칙한 의문을 해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 책은 고등학교 수학을 기준으로 수학기호 표현법, 곱하기 기호를 생략하는 이유 등 기본적인 개념부터 풀어간다. 코딩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이래은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264쪽, 1만6,700원) 요즘 교육과 관련해 가장 빈번히 듣는 말 중 하나가 ‘코딩은 필수’다. 코딩이 활용되지 않는 분야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한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어서다. 저자는 코딩 능력은 단순히 프로그래밍 언어를 습득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코딩에 대한 단편적 이해를 넘어 ‘문제 해결법’으로서의 코딩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어린이] 나의 세상 우리 아빠 (빅터 D.O. 산토스 글, 안나 포를라티 그림, 김세실 번역, 한빛에듀 펴냄, 40쪽, 1만6,000원) 아이가 할아버지에게 아빠를 소개하는 편지를 엮은 그림동화다. 아이는 할아버지를 만난 적이 없고, 할아버지는 아이의 아빠를 본 적이 없다. 할아버지에게 아빠가 얼마나 특별한 사람인지 전하고 싶은 아이의 글에 묻어나는 아빠의 큰 사랑과 이를 고스란히 느끼는 아이의 마음이 울림을 준다. 성공이란 무엇인가 (이성표 지음, 베시 앤더슨 스탠리 원작, 보림 펴냄, 40쪽, 1만6,000원) 1904년 성공이란 무엇인가에 답하는 글짓기 대회에서 수상한 ‘성공’이란 짧은 글을 긴 작업 끝에 그림책으로 재탄생시켰다. 얼핏 거창한 자기계발서 같은 제목과 달리 이 책이 그리는 성공은 잔잔하다. 타인에게 조용히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거나, 누군가를 위해 아이디어를 내어 행복하게 해 주는 일처럼 말이다.
최근 새마을금고 몇몇 지점들의 연체율이 급등하자 뱅크런 우려가 발생했습니다. 연체율이 늘면 고객들에게 줄 돈이 부족해지니 두려움에 맡긴 돈을 찾는 고객들이 늘었습니다. 정부에서는 괜찮다고 안심하라고 말하지만, 가입자들은 두렵습니다. 새마을금고 뱅크런 위기 뱅크런은 아무리 튼튼한 은행도 망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은행은 고객의 돈을 그대로 들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1,000억의 예금을 받은 은행은 100억만 남기고 나머지 돈을 다른 고객들에게 빌려줍니다. 1년 동안 고객들이 찾아가는 돈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은행은 예금을 가만히 가지고 있을수록 손해입니다. 은행도 고객들한테 돈을 빌린 셈이기 때문입니다. 연 5% 예금이자를 주려면 은행은 다른 고객에게 6% 이율 이상으로 돈을 빌려줘야 합니다. 만약 어디에도 돈을 빌려주지 못하면 은행이 5% 이자를 손해 보며 줘야 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예금만 남겨두고 대출을 해서 이익을 극대화합니다. BIS 비율은 국제결제은행이 정한 은행 자본적정성을 평가하는 지표로서 8% 의무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은행의 자본이 8억이라면 대출을 100억까지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럼 92억은 어디서 났을까요? 다른 곳에서 돈을 빌려와서 대출하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한국은행에서 돈을 빌려와 기업과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입니다. 대출이 부실해지면 BIS 비율이 떨어지고, 대출이 우량해지면 BIS 비율이 올라갑니다.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은 작년 말 기준 15%가 넘을 정도로 우량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새마을금고는 왜 그럴까요? 새마을금고의 독특한 구조 새마을금고의 뱅크런 위기 발단은 연체율 증가입니다. 각 금고별로 연체율이 급등한 곳이 나오면서 새마을금고 전체가 다 그런 것 아니냐는 불안이 증폭된 탓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새마을금고는 시중은행과 달리 구조가 독특합니다. 개별 단위 금고 중심이고, 그 위에 중앙회를 둔 형식입니다. 중앙회는 개별 새마을금고에서 받은 예수금 중 대출 등을 운용하고 남은 돈을 중앙회가 받아서 운용합니다. 이 금액이 80조 원 이상입니다. 우리는 2011년 저축은행 파산사태로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예금자보호법」으로 보장되는 5,000만 원을 넘긴 예금가입자는 저축은행의 자산을 처분하고 남은 돈을 비례해서 받다 보니 원금손실을 입었습니다. 은행들은 예금보험공사에 보증보험료를 내고 고객들의 예금을 5,000만 원까지 보호받도록 안전장치를 걸어 놓습니다. 그런데 새마을금고는 자체적으로 5,000만 원까지 보호를 해줍니다. 80조 이상을 들고 있는 중앙회가 이 안전장치 역할을 합니다. 각 지역 새마을금고는 출자자들의 돈을 모아 만든 협동조합 형태이기 때문에 부실해진 금고는 옆 새마을금고와 합병을 합니다. 이때 부실한 대출은 중앙회가 인수하고 우량 대출은 옆 새마을금고가 인수합니다. 중앙회가 버티는 한 지역 새마을금고 몇 개가 쓰러진다고 해도 고객들의 예금을 안전하게 보장해 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부정부패는 척결해야 고객의 돈이 안전하고 아니고 여부를 떠나서 국민들이 화가 난 것은 새마을금고의 방만한 운영입니다. 어떻게 대출을 했기에 다른 은행들보다 연체율이 훨씬 높을까에 대한 의구심은 새마을금고가 부실한 곳에 대출을 해준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게 됩니다. 부실대출을 결정한 결정권자의 비리 여부도 국민들의 분노를 촉발하고 있습니다. 비리를 통해서 대출받을 수 없는 사람이 많은 대출을 받게 되고, 누구는 제대로 대출받지 못하니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고, 사회적 분노를 낳게 된 것입니다. 새마을금고는 다른 은행들과 달리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지 않고, 행정안전부 감독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독특한 구조 탓에 문제가 벌어진 것 아니냐는 쓴소리를 듣고 있고, 압수수색과 비리 수사 뉴스가 같이 나오면서 의심이 더 증폭됐습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예금가입자들은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어 좋아하지만, 대출을 받는 사람은 이자를 내기 어렵다 보니 연체가 늘어납니다. 그러면 금융기관은 부실해지고 예금가입자가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러므로 예금이 무조건 안전하다는 인식보다는 은행별로 5,000만 원씩 나눠서 저축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내 돈을 지키는 행동입니다. 참고로 우체국예금은 국가가 원금과 이자를 한도 없이 전액 보장 해줍니다. 이자보다는 안전에 더 관심이 많다면 우체국예금에 가입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부자들은 5,000만 원 한도로 보장이 낮은 예금 대신 국채를 보유하기도 합니다. 국채는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보장을 해주기 때문에 큰손들의 안전자산으로 인기가 많은 편입니다.
서울 서초구 초등교사의 안타까운 선택 이후 교사들의 교직 현장에 대한 증언이 이어지며 사회적 파장이 날이 갈수록 번지고 있다. 유독 이번 사건이 촉매제가 된 이유는 교육 현실이 더 이상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는, 외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 현장의 정상화는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겨서도, 정치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서도 해결할 수 없다. 사회적 제도와 인식 전반을 새롭게 계획해 결국에는 대한민국 교육문화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교사는 사실은 가장 중요한 수업 준비부터 시작해 S초 교사가 일기장에 쓴 소위 ‘업무 폭탄’뿐 아니라 학생 및 학부모와의 상담까지, 다방면에 이르는 압박에 늘 직면하고 있다. 교사는 비교적 높은 소명의식을 갖고 있으나 직업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고통에 면역된 존재가 아니다. 더군다나 교사들 대부분은 스스로 높은 도덕적 기준을 갖고 있어 누군가로부터의 비난이나 범죄자로 취급받는 상황을 견디기 어렵다. 코로나 이후 학부모와 교사 사이의 교류는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여기에 사회적 분위기까지 더해지면서 교사에게 가해지는 무리한 요구, 폭언, 협박의 강도와 횟수도 증가했다. 그런데도 교직에 대한 미덕인 인내와 사명감 때문에 힘든 일이 생겨도 교권보호위원회를 여는 대신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결국 희생자가 나오고 말았다. 문제학생 대상 지도권 법제화 필요 악성민원 학부모 신고 의무화해야 또 다른 시급한 문제는 일부 학생들이 보여주는 문제행동에 대해 교사들이 할 수 있는 조치가 아예 없다는 것이다. 모든 학생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실을 안전하고 생산적인 학습 환경으로 유지하는 것은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간 우리는 학생의 권리 보호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학교의 존재 의미를 퇴색시켜버렸다. 아동학대, 학습권, 교육청 민원, 인터넷 신문고, 경찰 조사에 이르는 전방위적인 압박은 교사를 교실에서 오로지 지식만을 전달하는 스피커로 만들었다. 보다 못해 문제 학생을 지도한 교사는 몇 날 며칠을 불안에 떨며 지내야 한다. 이러다 보니 교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눈과 귀를 가리고 허공에 지식을 흩뿌려야 한다. 교육에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를 걷어내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 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하나는 문제 학생에 대한 강제력 있는 지도를 법제화하는 것이다. 대다수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교사는 문제 학생에게 정당한 지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로 해결이 되지 않으면 교실에서 분리해 다른 학생들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학부모에 의한 부당한 요구나 피해는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제도화하고 그 즉시 학부모 또한 교사와 분리돼야 한다. 당연하게도 교사의 교육에 대한 가치판단을 교육 전문가가 아닌 학부모, 경찰, 심리 상담가 등이 해서는 안 된다. 교사 10명 중 8명은 교직을 그만둘지 고민하고, 교대와 사범대에선 학생들이 떠나고 있으며, 학부모들도 점점 자녀가 교사라는 직업을 희망하는 것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이러한 경향성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양질의 재원은 교육 현장에 유입되지 않고 열정 있는 교사들은 타인에 의해서든 자신의 결정으로든 교직을 떠나게 된다면 미래의 내 자녀는, 또 그 자녀의 자녀는 어떤 사람이 가르치게 될까. 대한민국의 미래가 더 암울해지기 전에 이제라도 교사가 교실의 문을 두려움 없이 열게 해주어야 한다.
우리나라 학부모 교육열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첨단 교육자료의 인프라는 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한다. 교사는 인재 5% 안에 드는 우수집단이다. 반면 교사에 대한 존경심, 즉 교권은 임계질량(critical mass)을 넘어 강둑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교육의 근간인 교권 흔들려 교권이라는 중심가치가 흔들리니 부속가치도 혼돈의 연속이다. 줄기가 흔들리니 가지가 요동치는 격이다. 국가 근간을 이루는 교육이라는 공공재가 이 지경이 된 배경에는 우선 ‘학생인권조례’가 있다. 조례는 노조와 좌파 교육감 주도로 제정되었는데 법적 구속력이 있다. 이는 교사의 지극히 정상적인 교육활동조차 손발을 묶어 놓은 꼴이 되었다. 교육은 실종되고 법적 판단이 지배한다. 청소년들의 비판성, 저항성, 정의감은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원천이자 원동력이 된다.하지만 청소년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숙되는 건전한 성장통이 아니라, 퇴행적 질병통을 유발하는 ‘학생인권조례’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둘째, 사회문화의 변화로 인한 학교 교육에 대한 인식의 왜곡과 오류다. 교육의 가치는 본질적 가치와 도구적 가치로 나뉜다. 공교육은 본질적(내재적) 가치를 추구하는 반면, 사교육은 도구적 가치를 추구한다. 이를테면 올바른 인성을 요구하는 바람은 교육의 이상(理想)이고, 좋은 대학 입학은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학원 강사 체벌은 용인돼도 교사가 회초리를 들면 가차 없이 민원을 제기한다. 셋째, 전 국민 학력의 평준화다. 초등학교만 졸업한 가사도우미가 1년간 TV를 시청하면, 초급대학 나온 상식을 얻는다고 한다(인하대 김선양 교수). 이는 매스컴의 순기능인 반면, 교육관 왜곡 및 인식 오류라는 역기능을 낳아 학부모의 과열⸱오도된 교육열과 상승작용해 악성민원으로 작용한다. 한국교육개발원 여론조사에 따르면, 학부모 3명 중 1명이 교사를 신뢰하지 않는다. 북극성 같은 존재로 인식돼야 통계학적으로 어느 직역이든 3%는 퇴출 요인이 있다고 한다. 교사의 사소한 실수도 언론의 조명을 받으면 만신창이가 된다. 이는 교권 추락의 원인(遠因)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학부모는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교사에 대한 높은 도덕성과 전문성을 갖춘 윤리의식을 요구한다. 따라서 교사는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는 전달자가 아니라 자신의 철학과 정신이 깃든 그릇에 담아 가르친다. 그 그릇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가르침이 다르며 그릇의 질에 따라 그 속에 담긴 지식의 내용과 질량, 질료도 달라진다. 따라서 그릇은 교사의 철학과 교육관에 의해 다듬어지고 정련(精鍊)된다. 학생 교육에 꽃길만 걷게 하는 매직은 없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선생님은 항상 북극성 같은 존재이고, 언제나 큰 바위 얼굴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이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도 마약 국가라는 오명이 남게 됐다.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부 해외에서 마약을 들여오다가 검거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청소년이 마약을 투약하고 SNS로 자연스럽게 마약을 사고판다는 뉴스도 많아졌다. 검찰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간 청소년 마약 범죄 건수는 119건에서 무려 454건으로 거의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청소년 마약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점점 저연령화되고 쉽게 접할 수 있어 마약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가장 큰 문제는 마약을 처음 경험하는 경우가 저연령화된다는 것이다. 특히 마약류는 청소년기인 10대 후반에 대부분 부모의 무관심 속에서 단순한 호기심과 일탈의 유혹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가의 마약인 필로폰과 헤로인을 청소년들이 바로 접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대부분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부탄가스, 강력접착제 등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을 흡입하다가 마약류로 쉽게 빠진다. 요즘 청소년들은 특히 SNS, 메신저를 사용해 개인 사이에 중고물건을 사고파는 등 인터넷 접근성이 뛰어나다. 그러다 보니 쉽게 접근이 가능한 SNS, 메신저를 통해 불법으로 마약을 거래하는 청소년도 급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몰래 마약을 거래하면 아주 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헛된 생각을 하는 청소년도 늘고 있다. 범국가적인 차원으로 접근해야 또 주위를 둘러보면 중독이라는 단어 대신에 마약 떡볶이, 마약 핫도그, 마약 김밥 등 ‘마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마약’을 쉽고, 심지어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이를 반영해 최근 국회는 음식 이름 앞에 ‘마약’을 붙이지 못하게 하자는 취지의 식품표시광고법 개정안을 3건이나 발의했다. 청소년들이 일상생활에서 마약이라는 단어를 쉽게 접할 수 없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대응으로 보인다. 청소년 대상 마약 예방 교육은 단순하게 학교에서만 지도할 것이 아니다. 가정에서도 자녀에게 마약에 대한 경각심과 위험성을 알려줄 수 있도록 부모교육이 꼭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자녀들이 학업 등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마약 없는 건전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가정과 학교에만 맡겨둬서는 안 된다. 정부와 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 청소년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교육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범국가적인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 마약 문제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안내 캠페인 및 홍보 활동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광화문 거리에서 3주째 교원들의 절규가 계속되고 있다. 거리에 나선 교원들은 ‘교원 생존권 보장하라!’, ‘안전한 교육환경 만들어 달라!’고 외치고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수업에 전념해야 할 교원들이 거리로 나와 ‘살려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외침에 대한민국 사회에서 ‘교권’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앞다퉈 나오고 있지만, 교원들의 마음을 달래기엔 아직 부족하다. 교원들의 교권 침해에 대한 증언이 끝없이 나오고 있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3일 한국교총이 개최한 ‘교육권 보장 현장 요구 전달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교권침해 유형 및 통계를 보면 9일 만에 무려 1만1628건의 사례가 접수됐다. 구체적인 교권 침해 사례를 보면 믿기 힘든 지경이다. 자해로 멍이 든 학생을 교사가 학대했다고 신고한 사례, 체험학습 중 밥을 사달라는 학생에게 밥을 사주자 거지 취급했다고 피해보상을 요구한 사례, 아이가 유치원에서 모기에 물렸다고 항의한 사례, 수업 중 교실에 들어와 본인이 조폭이라며, ‘내 딸을 무시하면 다 죽이겠다’고 위협한 사례 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폭언, 욕설, 폭행은 물론 교사를 상대로 한 성추행까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사건이 학교에서 발생하고 있다. 살려달라는 교원 절규 끝없이 이어져 현장 의견 반영한 요구에 귀 기울여야 비단 교총 발표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을 통해 연일 보도되고 있는 교권침해 사례를 보면 그동안 우리 사회가 교권을얼마나 외면했는지 깊은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피폐해진 학교현장을 바로 잡기 위해서 ‘교권을 확립해야 한다’는 선언적인 말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이제 실질적인 특단의 조치가 요구되는 시점에교총이 ‘교권 5대 정책 30대 과제’를 제시했다.교총이 발표한 자료는 현장 교원 수만 명의 의견이 고스란히반영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교권의 문제를 더 이상 학교와 교원에게 미루지 말고,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원을 보호하고, 학생의 학습권 보호를 위한 제도를 만들며, 사법기관이나 수사관이 아닌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한법적 보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결국문제행동 학생을 교사가 즉각 지도‧제재‧조치할 수 있는 방안,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학생 학습권과 교권을 보호하는 방안, 학부모의 악성 민원 및 교권침해에 대해 책임을 묻는 대책, 학교폭력예방법 개정 등 세부 사항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상처받은 교원들의 마음을 살필 수 있도록 과도하고 비본질적인 행정업무 폐지, 모욕평가, 인기평가, 성희롱 평가로 전락한 교원평가제 및 교원 처우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 교원들이 거리로 나와 생존권을 외치는 일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만큼 교원들이 경험하고 있는 현실이 참담하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 초등교사의 극단적 선택은 교원 모두의 현실이라는 반증이다.이 같은 호소에 전국민적인 관심과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 이제 정부와 국회는 교총이 제시한 5대 정책, 30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답을 내놔야 할 것이다. 그것이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교원의 교육력을 강화함으로써 대한민국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길이다.
만주는 우리의 독립운동 역사에서 중요한 공간이었다. 신흥무관학교가 있던 서간도 일대, 봉오동전투와 청산리전투가 있었던 북간도 일대를 생각하면 무언가 가슴이 뜨거워진다. 그런데 독립운동이 활발했던 곳이 아니며 만주의 북쪽에 치우쳐 있고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공간이 아닌데도 우리에게 익숙한 곳이 있다. 지금의 중국 행정구역으로 헤이룽쟝성(흑룡강성)의 하얼빈이다. 이 도시가 우리에게 익숙한 이유는 아마도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역 거사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중국의 하얼빈인데 왜 러시아 재무장관을 만나기 위해 이토 히로부미가 이곳을 찾았는지, 안중근 의사를 처음 조사한 것이 왜 러시아 군인인지 궁금해지는 부분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근대 하얼빈의 역사를 먼저 알아봐야 한다. 안중근 의사의 거사가 이뤄진 곳 하얼빈은 유럽풍이 물씬 풍기는 곳이다. 하얼빈에 오랫동안 영향을 끼친 것이 러시아, 그리고 소련인 것과 관련이 있다. 러시아가 하얼빈에 관심을 둔 배경은 만주의 철도 부설을 계획하면서다. 1895년, 삼국간섭을 계기로 중국 내 철도부설권을 획득한 러시아는 만주리에서 하얼빈을 지나서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동청철도, 그리고 하얼빈에서 출발해 창춘(장춘), 센양(심양)을 거쳐 대련에 이르는 남만주철도의 부설권을 얻은 것이다. 이 노선의 중심 도시는 하얼빈이다. 러시아가 하얼빈을 철도의 중심으로 생각한 배경에는 하얼빈이 가진 지리적 특성에도 있다. 송화강이 지나는 항구 도시라는 점이다. 송화강은 아무르강, 그리고 우수리강을 통해 러시아 우수리스크와도 연결된다. 참고로 아무르강은 중국에서는 흑룡강으로 부르며 이 지역의 성 이름인 흑룡강성도 여기에서 비롯했다. 송화강을 끼고 있던 조그마한 어촌이던 하얼빈은 이때부터 큰 변화를 겪었다. 러시아는 직접 하바롭스크에서 건축 자재를 수상 교통로로 이송해 상트페테르부르크와 같은 유럽식 도시를 건설하고자 한 것이다. 러시아는 러일전쟁에서 일본에 밀려 남만주철도, 그리고 다롄과 뤼순을 일본에 넘겨줬지만, 하얼빈에 대한 지배권은 유지했다. 러일전쟁 이후에도 3만 명 이상의 러시아 군대가 주둔하는 도시였던 하얼빈은 1917년까지 제정러시아의 영향력 속에 있었다. 이 시기는 일본 역시 러시아와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직접적인 전쟁의 여파는 없었고, 하얼빈은 국제도시로서 면모를 갖췄다. 대략 53개 민족, 44개 언어권의 사람이 모여들었고 19개 나라의 영사관이 들어섰다. 하얼빈에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은 러시아 혁명 이후다. 볼셰비키가 정권을 장악하자 하얼빈에는 제정러시아를 지지하는 러시아인이 모여들었다. 1911년 4만 명 정도였던 하얼빈의 러시아인 수는 1917년 이후 급격하게 증가해 15만 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소비에트 러시아, 곧 소련이 1924년, 하얼빈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나며 중국 군벌의 영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1935년에는 동청철도마저 일본의 괴뢰국인 만주국에 매각하며 러시아, 소련의 영향력은 완전하게 사라진 것이다 이러한 하얼빈의 역사 배경을 이해하면 1909년 안중근 의사의 의거 당시 상황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하얼빈은 이 시기에 러시아의 조차지와 같은 모습이었다. 한국 사람들이 하얼빈에서 제일 먼저 찾는 곳은 바로 하얼빈역이다. 옛 역의 건물을 다시 꾸몄으나 역사 정면 부분은 1903년 건축 당시 모습을 재현했다. 안중근 의사가 찾았을 당시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곳이다. 하얼빈역 건물 한쪽에는 ‘안중근의사기념관’이 있다. 역 건물 일부분을 기념관으로 만들었다. 기념관의 전시물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기념관 가장 안쪽에 있는 대형 유리창에서 보이는 전경이다. 유리창 너머에는 하얼빈역의 1번 플랫폼이 있다. 플랫폼 바닥에는 두 개의 표식이 있는데 삼각형으로 표시된 부분이 안중근 의사가 총을 쏜 곳이고 사각형으로 표시된 부분이 이토가 총을 맞을 당시 서 있던 곳이다. 곧 유리창 너머로 우리의 독립운동, 독립전쟁 사상 가장 큰 사건으로 꼽히는 현장을 직접 볼 수 있다. 하얼빈역을 보았다면 다음 일정으로 자오린 공원으로 가면 좋다. 한자로 읽으면 조린 공원이 며 옛 이름은 하얼빈 공원이다. 하얼빈 공원은 안중근 의사의 유언에 나오는 장소이기도 하다. 사형을 선고받은 뒤, 죽으면 자신의 시신을 하얼빈 공원에 묻었다가 우리나라가 독립했을 때 다시 우리나라로 옮겨달라는 내용이다. 안타깝게도 뤼순 감옥 근처에 있을 안중근 의사의 유해는 아직 찾지 못했다. 안중근 의사는 거사 직전 조도선, 유동하와 같이 사진을 찍었는데 이 사진관 역시 하얼빈 공원 옆에 있었다. 하얼빈 공원은 일본 패망 이후 중국 동북 지역의 항일 장군인 이조린의 무덤을 만들면서 그 이름을 붙여 조린공원이 되었다. 공원 안쪽에 안중근 의사의 글씨를 새긴 서비가 있다. 앞에는 ‘청초당’, 뒤에는 ‘연지’라고 쓴 글씨이다. 김동삼·남자현 선생의 흔적도 하얼빈과 관련해서 기억해야 할 독립운동가가 있으니 바로 김동삼 선생, 그리고 남자현 선생이다. 만주사변이 일어나며 일본이 만주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자 김동삼 선생은 항일 공작을 위해 하얼빈에 잠입했고, 이때 일본 영사관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김동삼 선생은 평양법원에서 10년 형을 선고받고 평양 감옥, 그리고 서울의 경성 감옥에서 옥고를 치르던 중 1937년 4월, 경성 감옥에서 순국했다. 만주를 대표하는 독립운동가의 죽음이지만 일제의 눈이 두려워 장례를 치르지 못하자 한용운 선생이 김동삼 선생의 유해를 심우장으로 옮겨 와서 화장하고 그 재를 한강에 뿌렸다. 경상북도 영양 출신인 남자현 선생은 남편인 김영주 선생이 의병 활동 중에 전사하자 직접 독립운동 전선에 뛰어들 결심을 했다. 만주에서 활동하던 남자현 선생은 조선 총독으로 부임한 사이토를 암살하기 위해 국내에 잠입하기도 했다. 하얼빈에서 김동삼 선생이 체포되자 구출 작전을 계획하기도 했다. 또 일본의 괴뢰국인 만주국이 수립되자 이를 국제연맹에서 조사하러 온다는 소식을 듣고 손가락을 잘라 혈서를 쓰기도 했다. 여자 안중근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마저 별다른 성과가 없자 1933년, 만주국의 일본 전권대사인 무토를 제거하기 위해 권총을 지니고 장춘으로 가려고 준비하던 중 하얼빈 교외에서 일본 영사관 소속 형사에게 체포됐다. 일본 영사관 유치장에서의 혹독한 고문과 옥중 생활로 감옥에서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순국했다. 하얼빈은 일제강점기, 먼 곳에 있는 중국의 도시였지만 우리 독립운동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어서 안중근 의사를 비롯해 김동삼 선생, 남자현 선생을 기억할 수 있는 곳이다. 한편 일본 관동군의 악명높은 생화학 무기를 준비하던 731부대가 있었던 곳도 바로 하얼빈이다. 하얼빈 외곽에 있던 이 부대의 부대장은 이시이 시로라는 인물로, ‘이시이 부대’로도 불렀다. 일본은 세균전을 위해 페스트균을 비롯해 말라리아, 유행성출혈열 등 세균 배양과 세균 폭탄 제조 등을 맡았던 부대다. 이를 위해 실험대상자가 될 사람이 필요했다. 널리 알려진 마루타다. 마루타는 통나무를 뜻하는 일본어로. 중국인과 한국인, 러시아인 등을 마루타로 썼다. 1936년 부대가 세워진 이후 1945년 일제의 패망까지 약 3000명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731부대와 관련해 잔인한 사진이 많이 있지만, 대체로 731부대와 관련이 없거나 사진 설명 내용에 틀린 것이 많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731부대가 자신에게 불리한 사진을 최대한 없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을 구하는 데 쓰여야 할 의학지식이 사람을 죽이는 데 쓰였다는 점에서 전쟁, 그리고 제국주의 침략의 잔인함을 이해하는 데에는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하얼빈은 익숙한 지명과 달리 아직은 낯선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근대 동아시아 역사의 중요한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곳이며, 무엇보다 우리 독립운동가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도시이다.
20대 남성이 대전의 한 고교에 침입해 40대 교사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4일 대전대덕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전 10시 3분쯤 시내 한 고교에 침입해 교사 B(49)씨의 얼굴과 가슴, 팔 부위 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르고 도주했다. 경찰은 형사팀 전원과 강력범죄수사대 3개 팀, 경찰특공대 등 200여명을 동원해 추적 작전을 벌인 끝에 2시간 17분 만에 사건 현장에서 서남쪽으로 7~8㎞ 떨어진 곳에서 용의자를 검거했다. A씨는 이날 오전 학교 정문에서 본인을 ‘졸업생’으로 소개하고 교내로 들어선 뒤 교무실을 방문해 B씨를 찾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수업 중’이란 말을 듣고 교실 밖에서 기다리다 화장실을 가려고 나온 B씨를 공격했다. 곧바로 학교 1층 행정실로 몸을 피한 B씨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A씨는 그대로 도주했다. B씨는 이후 의식이 불분명한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져 현재 긴급 수술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는 전날 개학한 상태로 이날 출석했던 학생들은 안전을 위해 교실 내부에서 대기하며 경찰 수사 상황을 기다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B씨가 A씨에게 ‘내가 잘못했다’는 말을 했다는 목격자 진술로 미뤄 A씨가 면식범인 것으로 보고 현재 자세한 범행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전교총(회장 최하철)은 4일 성명서를 내고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 공간에서 교사를 대상으로 흉기 피습사건이 발생했다"며"수업 중 외부인 출입을 막기 위해 학교 출입 절차를 매뉴얼과 조례가 아닌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교총은 철저한 수사를 통한 명확한 진상 규명도 촉구했다. 수업 중인 학교에 흉기를 소지하고 들어와 범행이 가능한 현실 자체가 문제이며, 또 이를 방치할 경우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 안전학 학교를 만들고 학교출입 절차 확인을 위해 대전시교육청과 대전시의회에 인력과 예산 확대을 요구했다. 최하철 회장은 "무엇보다 피해 선생님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하며, 해당 학교도 충격에서 벗어나 조속히 제자리를 찾길 바란다"며 "선생님이 다시 건강하게 교단에 설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인인 서울 서초구 교사는 학기 초부터 일부 학생들 문제로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학교 교원 절반 정도가 교권침해 경험이 있다는 진술도 나왔다. 또한 고인의 학급에서 발생한 ‘연필사건’ 이후 고인의 휴대폰 번호가 학부모에게 유출된 사실이 밝혀졌다. ‘서울 서초구 교사 사망 사안’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교육부·서울시교육청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를 4일 발표했다. 조사단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4일까지 학교 측에서 발표한 입장문 내용과 언론 등에서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교육활동 정상화를 위한 현장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 고인의 학급에서 담임교체, 1학년 강제 담임배정 등 항간에서 제기된 의혹 대부분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고인의 담임학급에서 숨지기 전 발생했다는 ‘연필 사건’은 실제였다. 그 과정에서 고인의 휴대폰 번호가 학부모에게 유출된 사실도 확인됐다. 조사단은 휴대폰 번호가 유출된 경위, 학부모의 악성 민원 제기 여부는 경찰 수사로 확인할 수 있는 문제로 판단했다. 고인이 ‘학급 내 부적응학생 생활지도 및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가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학기 초부터 일부 학생들의 문제 행동으로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있었고 학기 말 업무량이 많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조사단은 이 학교 교원 65명을 대상으로 7월 27~28일 진행한 설문 조사도 공개했다. 63%인 41명이 응답했으며, 설문 내용은 업무 과중 문제와 학부모 민원 등이다. 그 결과 응답자의 70%가 월 1회 이상 학부모 민원·항의를 경험했으며, 월 7회 이상 경험했다고 답변한 응답자도 6명이었다. 응답자의 약 49%는 교권 침해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또한 교원들은 이 같은 불행한 일이 예방되려면 교원보호 대책이 절실하다고도 요구했다. 구체적인 사항은 민원처리반 도입, 악성 민원을 교육활동 침해로 신고,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방지를 위한 관계 법령 개정 등이다. 또한 ‘부적응학생 지도’를 위해 학부모의 책임 강화, 상담·치료 적극 권장, 보조교사 및 특수교육 보조 지원 확대 등도 요구했다. ‘학교 업무경감’을 위해서는 출결 처리 민원 전자시스템 도입, 업무지원 인력 확대, 학급당 학생 수 제한 등이 도입돼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장상윤 교육부차관은 “이번 조사에서 밝히지 못한 부분은 경찰에서 철저히 수사해 줄 것”이라며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 무너진 교권을 바로 세워 가겠다”고 말했다.
2023학년도 하계 직무연수가 4일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 회관 다산홀에서 열린 가운데 전우열 강사가'현장교육연구대회 Step by Step(입문)' 강의를 하고 있다. 8일 한국교총 다산홀에서 전우열 강사가 '현장교육연구대회 Step by Step(입문)' 직무연수 강의를 하고 있다.
한국교총이 3일 학교 현장의 교권 침해 방지와 교육권 보호를 위한 교권 5대 정책과 30대 과제를 요구했다. 그동안 교권상담을 분석하고, 38대 회장단의 공약과 지난해 7월, 올 1월과 7월에 실시한 교권 관련 설문을 토대로 교총 정책자문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마련된 이번 요구는 법령 개정 등 제도적 보완과 정책 추진, 교육감·시도의회 정책 개정을 비롯해 경찰과 검찰, 보건복지부 범정부적 교권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아 사실상 종합판이라 할 수 있다. 정책으로 ▲수업 방해, 교권 침해 등 문제행동 학생 대책 ▲무분별한(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학생의 학습권 및 교원의 교권보호 대책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및 악성 민원 대책 ▲학교폭력예방법 조속 개정 ▲교권보호 여건 및 학교환경 마련 등으로 구분하고 세부 과제로 총 30개가 제시한 이번 발표는 법률 개정 요청이 16건, 시행령 개정 요청이 1건, 고시 및 매뉴얼 개정이 3건, 교육부 정책 시행 9건, 시도 단위 개정 2건, 경찰과 검찰 등 타부처 협조가 1건으로 구성(중복 2건)돼 있다. 교총은 가장 먼저 수업방해와 교권 침해 등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수업방해 등 문제행동 시 교실퇴장, 별도 공간 이동, 반성문 부과 등 실질적 방안을 담은 교육부 고시를 조속히 마련하고 교권침해 학생부 기재, 학교교권보호위원회의 지역교육청 이관 등을 담은 교원지원법 개정도 즉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최근 교육 현장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학생의 학습권과 교권 보호를 위한 법·제도 마련도 강조했다. “싸우는 학생 말렸다가, 수업방해 학생 훈계했다가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고 교사는 직위해제되는 것이 현실”이라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다.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조속한 통과, 아동학대 조사시 관활청의 의견 청취 의무화, 신고만으로 직위해제되지 않도록 요건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악성 민원, 교권침해를 한 학부모에 대한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폭언, 폭행, 협박을 하고 악성 민원을 제기해도 교권보호위원회가 학부모에게 할 수 있는 것은 사과 권고뿐이라는 학교의 무기력을 해결해 줄 정책이다. 교총은 교권침해 학부모에 대해 고발, 과태료 부과 등 엄중 조치가 가능하도록 교원지위법을 개정을 촉구했다. 아울러 그동안 논란이 지속돼 온 학교폭력예방법을 조속히 개정해 지나치게 광범위한 학교폭력의 공간적 범위를 축소하고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학교폭력업무 교원의 면책권 보장 법개정안 통과, 학교폭력 담당교사 지원확대도 요청했다. 이밖에도 과도한 권리만 부각한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추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점에서 권리와 의무가 균형을 이루도록 재정비하고 과도한 비본질적 교원 업무 적격 폐지, 모욕과 성희롱 평가로 전락한 교원평가제도 전면개선, 20년째 동결된 수당 인상을 요구했다. 특히 교육공동체 간의 신뢰회복과 협력을 통한 진정한 공교육의 회복을 위한 교육공동체회복운동 추진을 제안함으로써 범정부, 범사회적 차원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계획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