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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제60회 수원화성문화제는 10월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열린다. 해마다 볼거리의 하이라이트는 정조대왕 능행차였다. 회갑을 맞는 올해도 역시, 누가 뭐라도 해도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일 것이다. 시민들은 도로변에 나와 능행차 행렬이 나타나기를 목을 빼어 기다린다. 기다림이 너무 힘들어 앉을 자리를 찾기도 한다. 때론 기다림에 지쳐서 자리를 떠나는 사람도 있다. 올해 열리는 능행차, 기다림에 지칠 필요가 없다. 능행차 행렬이 도착하기 전에 시민참여 프로그램①이 펼쳐지고 능행차가 지나간 후에도 또다른 시민참여 프로그램②가 펼쳐진다. 올해 프로그램은 시민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2023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 시민퍼레이드’로 볼거리에 재미를 더한다. 시민이 만드는 예술로 정조가 꿈꾸던 미래를 상상한다. 수원시민들은 맘껏 기대에 부풀어도 괜찮을 것 같다. 5일 오전 10시, 수원문화재단 지하1층 영상실에서는 2023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 시민퍼레이드 참여단체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시민퍼레이드 참여단체 대표자와 동아리 회원 4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주최측에서는 추진 방향을 PPT 자료로 설명했다. 출연팀 공연 및 퍼포먼스의 연출 방향을 조언해 주는 자리가 되었다. 올해 퍼레이드 추진방향은 시민 동행(同行/同幸)이다. 정조와 시민이 함께하는 행복한 축제 퍼레이드를 펼치게 된다. 프로그램①은 총 12개 팀 210명이 출연한다. 퍼레이드 구간은 10월 9일 13시 ~ 15시, 팀별(팀당 10명 ~ 20명 이내)로 장안문에서 출발 시가행진을 하면서 한옥기술전시관, 선진프라자, 여민각 앞에서 각각 3분간의 공연 또는 퍼포먼스를 펼친다. 관람을 위해 도로에 나온 시민들은 거점형 고정 장소를 미리 선점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프로그램②에는 총 9개 팀 350명이 출연한다. 퍼레이드 구간은 10월 9일 16시 30분 ~ 19시, 팀별(팀당 20명 ~ 50명 이내)로 종합운동장에서 출발, 장안문을 경유하여 행궁광장에 도착하게 된다. 이 9개 팀은 그냥 행진하는 것이 아니라 볼거리 가능한 소품을 이용하여 퍼포먼스를 하면서 퍼레이드를 펼친다. 프로그램①과 ② 사이에는 진짜 볼거리인 체험행렬 400명(아이 + 어른 200명, 개별 참가자 200명), 재현행렬 800명(시민 500명, 군 300명. 기수 100명, 주요배역 포함), 길놀이 연합풍물단 300명이 도로를 가득 메우게 된다. 그러니까 총 출연인원은 퍼레이드 500여 명, 재현행렬 1,500여 명 합하면 2,000여 명이 된다. 이번 퍼레이드 행사의 오재열 감독은 참여단체 회원들에게 당부한다. “축제는 개인 예술을 펼치는 곳이 아니다. 축제를 위해 나의 예술을 결합시켜라. 출연팀 전체가 어우러지게 만들어라. 행진하면서 오와 열을 맞추어라. 걷는 것도 하나의 연기다. 걸으면서 관객과 소통하라. 도로변 좌우에 나와 있는 관객을 고려하라. 행진하다가 잠시 멈출 때는 관객과 교류할 소중한 시간이다. 거리 자체가 무대다”라고 말한다. 출연팀은 1차 서류, 동영상 심사를 거쳐 2차 제안서를 통과해 최종 결정되었다. 프로그램① 출연 12개 팀을 소개한다. 포즐사, 훌랄라, 경희대 영웅 태권도 시범단, 한너울 무용단, 타악 연희단 꼭두, 情만천하 이주여성협회, 수원 효 예술단, 천천중학교 줄넘기 시범단,, 경기소년소녀합창단, 검정고무신, 거북선, THE TEAM LAHO. 프로그램② 출연 9개 팀을 소개한다. 수원무림합기도 팀 트리플 G, 극단 그리다, 장미마을 우만 2동, 극단 우체통, 고색전통농악보존회, 극단 설탕, 송죽동 통장협의회, 극단 애기똥풀, 수원문인협회. 한교닷컴 애독자와 문화시민들은 수원화성문화제 퍼레이드 출연팀에게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내 줄 것이다. 포크댄스 강사인 필자는 포즐사(‘포크댄스를 즐기는 사람들’의 약칭)를 지도하고 있다. 동아리 회원들 나이가 60대에서 80대 어르신들이다. 그들은 서호청개구리마을에서 매주 1회 2시간씩 맹연습에 돌입하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국세청의 강남 대형학원, 일타강사 등의 세무조사와 관련해 국회에서 여야가 공방을 주고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 ‘킬러문항’ 출제 등을 ‘사교육 카르텔’이라고 정하고 엄벌 의지를 보인 것에 따른 조사 아니냐는 야당의 의혹 제기에 여당은 매년 해왔던 조사라고 받아쳤다.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세무조사를 두고 ‘용산 눈치보기’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고용진 의원은 이날 현안 질의에서 “국세청이 대통령실이나 정부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는 청부 용역업자인가”라고 포문을 열었다. 같은 당 서영교 의원은 “국세청이 예고도 없이 갑자기 조사를 들어가면 되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통상적인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김상훈 의원은 “학원가는 원래 세금 탈루 소지가 많은 중점 관리 대상”이라고 말했다. 박대출 의원은 “고액 학원사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는 매년 진행돼 왔다”며 “최근 5년간 학원 부조리 신고와 세금 추징 건수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김창기 국세청장은 ‘사교육 업체 세무조사와 관련해 대통령실 지시가 있었느냐’는 야당의 질의에 “다른 어떤 기관과도 소통해서 세무조사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면서 “사교육 업체 세무 검증은 연중 상시로 이뤄진다”고 답했다.
반도체 강국 대만이 고교에 반도체 교육과정 도입을 추진한다고 타이베이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대만 교육부는 고교 교과에 반도체 교육과정을 도입하려 하고 있으며 올해 5개의 시범 과정을 고를 예정이다.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국립대만사범대 부설 고교 측은 교육부가 반도체 교육과정 개발을 위해 고교 수준의 반도체 관련 과정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 교사들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이 학교 관계자는 “반도체 교육과정 도입의 목표 중 하나는 고교생들이 대학에서 STEM(과학·기술·공학·수학)을 배우는 데 더 흥미를 갖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교육과정은 전자과학, 반도체 원리, 반도체 제조과정, 일상생활에서 반도체의 응용, 집적회로 설계, 반도체 산업과 관련한 사회적 이슈 등 총 6개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치난대 우동싱 총장은 반도체 산업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초‧중학교 수준에서도 관련 과목 탐구를 촉진하는 학제 간 과정을 시행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멕시코 중부 케레타로주에 있는 요리사 양성 전문대학인 이헤스(IGES)는 내년 첫학기부터 한식을 정식 교육 과목 중 하나로 넣기로 했다고 연합뉴스가 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학교는 교육부에 관련 승인 절차를 밟기로 했다. 이르면 내년 첫 학기부터 정기적으로 한식 과목을 가르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30년 역사의 이헤스는 멕시코 중부의 대표적인 요리사 양성 전문기관이다. 멕시코에서 한국 정부와 연관된 시설이나 단체에서 비정기적으로 강좌 수준의 교육을 하는 경우는 많지만 대학 정규 과목 선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규 과목으로 채택되면 학생들은 한식에 주로 쓰이는 식재료의 특성과 식감, 영양소 등을 자세하게 배우게 된다. 된장, 고추장, 간장, 김치 등 ‘슬로푸드’를 중심으로 한 한국 음식문화의 토대도 학습할 예정이다. 이 대학에선 지난달 2주간 매일 5시간씩 요리학과 교수와 학생 20명을 대상으로 한식 만들기 수업(한식진흥원 주최)을 진행하기도 했다.
미국 대학 입학에서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 적극적 조치)’이 위헌으로 결정됐다. 지난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정부 기관 지원자에 대한 각종 차별 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조치하라’는 행정명령에서 비롯된 이 정책은 60여 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아시아계 상당수는 역차별을 이유로 이 정책을 반대했던 만큼 추후 대입 지형을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비영리단체인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이 노스캐롤라이나대와 하버드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연방 대법원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모두위헌으로 판결했다. 노스캐롤리아나대 관련 판결은 ‘6대3’, 하버드대의 경우는 ‘6대2’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재편된 연방 대법원이 보수적으로 판결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백인과 아시아계 학생들을 역차별하는 조치라는 이유로 반대 여론이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퓨리서치센터의 설문조사 결과 판결 전후 모두 이 정책에 대한 반대가 절반 이상이었다. 찬성은 30% 정도에 그쳤다. 인종에 따라 가산점을 주는 이 정책으로 주요 대학에서 흑인과 히스패닉 계열의 입학 비율은 높아졌다. 그러나 백인과 아시아계를 역차별한다는 주장 역시 꾸준하게 제기됐다. 특히 아시아계는 전체 인구의 6% 정도의 소수지만 이 정책으로 피해를 봤다는 지적이다. 흑인과 히스패닉에게 우선 자리가 주어져 상대적으로 더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계가 학교에서 1~2등을 하더라도 아이비리그 진입이 어려웠던 반면, 흑인이나 히스패닉은 15등 정도만 해도 입학할 수 있다는 푸념이 나왔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자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 현재는 50개 주 가운데 9곳의 공립대는 인종에 따른 입학 우대정책을 금지한 상태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정책을 금지한 캘리포니아주의 명문 버클리대에서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 비중이 50% 가까이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한국인 등 아시아계는 성적 최우수 집단으로 분류된다. 미 대학입학자격시험(SAT)을 주관하는 대학위원회(College Board)에 따르면 지난해 1200점 이상의 고득점 학생 비율은 아시아계가 58%, 백인이 31%였다. 반면 히스패닉과 흑인은 각각 12%, 8%이었다. 연방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대학 입시 방식의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한국계 등 아시아 학생들에게 유리할 전망이다. 그러나 대학들이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 시험 성적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거나 다른 유형의 입시 제도를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교총은 여름방학을 맞이해 교총 회원들을 위한 영화 특별 시사회를 준비했다. 8월 2일 개봉하는 영화 더 문(감독 김용화) 시사회를 7월 27일 CGV 전주고사점(호남권), 롯데시네마 부산 센텀시티점(영남권), CGV 춘천(강원권), 메가박스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점(충청권),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수도권) 등 전국 5개 권역에서 동시 개최한다. 시사회 참가를 원하는 교총 회원은 교총복지플러스 홈페이지(www.kftaplus.com) 이벤트 신청하기에서 20일까지 댓글로 기대평을 남기면 추첨을 통해 시사회 초대권(1인 2매)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영화 더 문은 사고로 인해 홀로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 선우(도경수)와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 재국(설경구)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로 쌍천만 신화를 이룬 김용화 감독의 올여름 최고 기대작이다. 광활한 우주와 달, 쏟아지는 유성우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더 문은 경이로운 영화적 체험을 예고하며 올여름 극장 필람 영화로 꼽히고 있다.
"나도 너처럼 20대 때는 한 번 보면 다 외우고, 한 번 들으면 다 이해했어. 너도 나이 먹어봐라."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책을 봐도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한 번 쯤은 들어보시고, 어쩌면 한 번 쯤은 해보셨던 이야기 아닌가요? 저도 동생이나 후배들을 만나면 장난으로 했던 말들입니다. 마치 진리인 것처럼 사람들은 쉽게 말합니다. "공부는 젊었을 때 하는 것이고 늙어서는 노화가 진행되서 성장하기어렵다." 정말 그럴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우리 뇌는 변하고 성장합니다. 뇌에는 '가소성'이라는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소성이란 뇌의 기능이나 구조가 환경이나 경험에 의해 변화하는 특성을 말합니다. 여기서 가소성은 기능적 가소성과 구조적 가소성으로 나뉩니다. 기능적 가소성은 뇌의 특정 부문이 원래의 기능이 아닌 다른 기능을 수행하도록 변하는 것을 말하며 구조적 가소성은 외부 환경에 의해 뇌의 일정 구역이 두꺼워지거나 얇아지는 등 구조적으로 변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글에서는 구조적 가소성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뇌에 연결된 신경과 시냅스들은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되기도 합니다. 시냅스는 신경세포 사이에 있는 연결 부위로 여기를 통해 각종 정보가 오고 갑니다. 이런 시냅스가 생성과 소멸을 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우리 뇌를 구조적으로 변화시킨다는 뜻입니다. 시냅스가 소멸되는 예는 어린아이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2살배기 아기는 100조개가 넘는 시냅스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성인 시냅스 양의 두 배에 해당합니다. 어떤 시냅스들이 살아남을까요? 바로 자주 쓰여서 연결이 강화되는 시냅스들이 살아남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영어의 L과 R 소리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처럼 자주 인식되지 않는 소리에 대한 민감함이 서양권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떨어지기도 합니다. L과 R 소리를 구분하는 경험이 자주 없으니 그것을 구분하는 시냅스가 강화되지 못한 것이죠. 잘 안쓰이는 시냅스는 이렇게 '가지치기' 됩니다. 이와 반대로 시냅스는 생성되어 강화되기도 합니다. 2000년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길이 복잡하기로 유명한 런던의 택시기사들은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해마와 기억력을 관장하는 뇌 부위가 크게 발달하였습니다. 런던지식(knowledg of London)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4년 동안 훈련을 받고 학습을 한 택시기사들은 복잡한 길을 외워야 했기에 기억에 관련된 뇌 부위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 덕분에 해당 부분의 시냅스가 계속 강화됐던 것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경력이 오래된런던 택시기사일수록 해마의 변화가 더 크다는 것이 발견된 것입니다. 이렇게우리가 자주 사용하지 않는 뇌 부위는 약화되고 자주 사용하는 부위는 발달되어 두꺼워지며계속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변화하는 뇌를 우리는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요? 운전과 같이 반복적이고 항상 해왔던 일에만 사용하지는 않았나요? 이제는 우리 뇌를 긍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사용해보시면 어떨까요?가장 좋은 방법이 학습과 운동입니다. "이 나이에 무슨 공부냐", "다 늙어서 뭘 더 하겠느냐"라고 말씀들 하시지만, 이것은 거짓말 입니다. US 샌프란시스코 연구팀은 60세 이상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뉴로레이서'라는 이름의 3차원 레이싱 게임을 4주간, 점차 난이도를 높여가며 연습시켰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피험자들이 4주 전에 비해 멀티태스킹 능력, 단기기억 능력, 집중력 유지능력 등 다양한 능력이 4주 전에 비해 향상되었고 이 연구는 2013년 권위있는 과학잡지인 '네이처'를 통해 발표되었습니다. 또한, 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팀 주도의 한 연구에서는 하루 30분씩 매일 3차원 슈퍼마리오 어드벤쳐 게임을 한 20~30대 일반 성인이 2달 후에 공간 지각, 기억, 운동 능력 등 담당하는 해마나 배외측전전두피질, 소뇌 등의 피질 두께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는 결과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3차원 게임을 통해서 새로운 자극을 지속적으로 뇌에 가하고 안 쓰던 뇌 부위를 사용하니 뇌가 변하면서 능력이 발전된것입니다. 특히, 독서가 정말 좋은 학습법입니다. 독서는 두정엽, 측두엽등 거의 전체적인 뇌에 자극을 주어 발전시킵니다. 또나에게 영감과 깨달음을 주는 좋은 글을 계속 곱씹으며 생각하는 것은 독서를 통해연결된 시냅스를 지속적으로 강화시킵니다. 뇌를 변화시키는 것이죠. 뇌가 변하니 당연히 내 생각과 행동마저 변화할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알아서였을까요? 윈스턴처칠은 유명한 명언을 남겼습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정말 틀린 게 하나 없는 명언입니다. 학습과 더불어 뇌 발달에 좋은 것은 운동입니다. 운동을 하면 뇌신경 연결이 활성화되기 때문입니다. 평소 운동을 잘 하지 않던 60세 이상 노인들이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자 인지능력이 향상된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또한, 지속적인 유산소 운동이 성인 뇌의 백질과 회백질 부피를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백질은 신경세포의 축삭이 지나는 곳인데 축삭은 우리 대뇌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회백질은 뇌 신경세포로 구성된 조직으로 회백질량이 줄어들면 인지기능이 줄어듭니다. 즉, 대뇌에서 원활한 정보 전달 및 인지기능 활성화에 운동이 매우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또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산소 운동과 더불어 근력운동을 병행하시면 뇌 활성화에 매우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10살이든 100살이든 나이는 우리의 내적 성장에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뇌는 사용하지 않는 부위는 퇴화시키고 자주 사용하는 부위는 강화시키며 매순간 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가 죽을 때까지 계속 됩니다. '이렇게 그냥 사는 거지, 뭔 성장이고 발전이야!'라는 생각이 아직도드시나요? 그렇다면 가볍게, 정말 부담없이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책 한 권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오고 가는 길에가볍게 산책까지 나에게 선물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학습과 운동으로 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하루 되시길 바래봅니다. * 이 칼럼의 마크 E. 윌리엄스의 '늙어감의 기술', 한소원 '변화하는 뇌', 박수원 '뇌 가소성에 대한 이해와 교육적 시사점', 데이비드 스노든 '우아한 노년', 임창환 '나이들어서도 건강한 뇌를 유지하는 방법' 등을 참조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충북교총(회장 김영식)은 3일 성명서를 내고 도내 학부모, 교원단체와 함께 ‘학교급식실 필수공익사업장 지정’을 위한 국민청원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대전지역 학부모들도 피켓 시위를 통해 국민청원에 나섰다. 한국교총도 5일 입장을 내고 “어린 학생들이 무기한 급식파업에 한 달 넘게 시판도시락을 먹고 있다”며 “국회는 학교 필수공익사업 지정 입법에 즉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충북교총은 성명서에서 “대전지역 학비노조가 40일 넘게 파업 하면서 아이들이 제대로 급식을 먹지 못하고 있다”며 “급식 파업시 학생들에게 안정적으로 급식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학교 급식실 국가필수공익사업장 지정을 위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된 곳 외에는 근로자 파업시 대체근로자를 투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교총은 지난해 6월부터 ‘학교 필수공익사업장 지정’ 전국교원 청원 서명운동을 펼쳐 12만 명의 동참을 끌어내고, 10월 6일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명 결과를 직접 전달한 바 있다. 김영식 회장은 “5만 명 청원 목표를 달성해 필수공익사업장 지정의 시급함을 전 국민에 알리고, 정부와 국회의 법 개정을 촉구할 것”이라며 “전국 교육관련 기관 및 학부모, 교직원단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번 국민청원은 21일까지 진행된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청소년 마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눈높이에 맞는 예방교육과 함께 도움을 요청했을 때 이에 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교육위원회소속 정경희 의원(국민의힘)은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청소년 마약 사범 폭증 지금 막아야 한다’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자로 나선 김일옥 삼육대 간호학과 교수는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해 청소년들의 개별적인 마약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며 “또래 집단의 영향을 크게 받는 청소년들이 마약을 접하기 너무 쉬워진 환경에 놓여 있지만 치료나 재활의 기회는 너무 부족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온라인·모바일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지목하고 텔레그램을 통한 마약 거래 점유율이 5%에 이른다는 점을 강조하며 특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김 교수는 “최근에는 전통적인 마약보다 처방약의 남용과 중독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을 주목하며 “마약 예방을 정규 교과로 편성해 교육하고 시험도 보는 등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센터장도 발제를 통해 “마약을 유통하고 판매하는 자들을 엄격히 처벌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이미 마약을 접한 사람들은 재활이 필요하다”며 “이미 중독된 청소년들이 마약을 끊었을 때 가질 수 있는 희망과 치료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부터 마약을 접해 교도소에도 다녀왔다는 박 센터장은 “마약과 관련한 예방대책이나 교육, 재활방안이 30여 년 전과 비교했을 때 나아진 점이 없다”며 “초등학교나 중학교가 아닌 유치원 때부터 예방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토론자들은 청소년 마약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함께 보호와 예방을 위한 법, 사회적 시스템 마련에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진실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는 “마약은 낙인찍기가 심해 함부로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운 주제”라며 “청소년들도 마약을 접한 뒤 주변에 도움을 구하고 싶어도 이야기하지 못하고 심지어 부모님께도 말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청소년들을 24시간 교육하고, 강제로 감옥에 넣는다고 해서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치료적 사법 문제 해결을 위한 법원을 만들고 마약중독에 대해 좀 더 따뜻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덧붙혔다. 지난달 5일 청소년 불법도박에 이어 청소년 마약문제를 주제로 연속정책토론회를 개최한 정경희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19세 이하 마약사범이 지난 정부에서 4배나 폭증했다”며 “청소년 먀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전 예방-단속-재활’에 이르는 국가적 통합시스템 마련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숙지초(교장 이순호)는 지난달28일수원교육지원청에서 주관하는 학교로 찾아가는 온·오프 독서 교육 연수를 지원받아 학부모 독서연수를 실시했다. 이번 연수는 십 수년 동안 꾸준히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기를 실천하며 두꺼운 책 읽기 프로젝트 저자이며 현직 교사인 강백향작가의 강연으로 '하루 15분씩 해보는 두꺼운 책 읽기'비법 10가지 등을 소개하며 이 연수에 참여한 학부모와 교사들의 독서 교육 역량 함양에 큰 도움을 받았다. 숙지초는 2022학년도 독서 교육 활성화 우수학교로 경기도교육감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학기별 온종일 책과 노니는 날,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실천하며, 도서관 프로그램으로 작가와의 만남, 월별, 주제별 원화전시회, 사서교사의 특색있고 다양한 독서 수업으로 독서 교육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감사원이 김석준(사진) 전 부산시교육감을 국가공무원법 위반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해직교사를 특별채용 과정에서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이유다. 감사원은 지난 2018년 부산시교육청에 전교조소속 해직 교사가 부당하게 특별채용됐다는 의혹에 대해 김 전 교육감이 채용 과정에서 부적절하게 개입한 혐의 등을 포착했다고 4일 발표했다. 김 전 교육감은 전교조 부산지부로부터 해직교사들의 특별채용을 요청받은 후 담당 부서에 검토를 지시했고, 이후 담당자들에게 위법한 채용이라는 보고를 받았음에도 강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부산대 교수 시절전교조 가입 경력이 있다. 해직교사들은 지난 2005년 교원을 대상으로 통일학교를 운영하면서 반국가단체인 북한과 김일성을 찬양하는 내용의 자료집을 만들어 강의해 ‘국가보안법’ 제7조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고 시교육청으로부터 해임처분을 받은 이들이었다. 담당자들은 교원 특별채용 대상을 ‘통일학교 관련 해임교사’로 제한할 수 있는지 법무법인과 법률사무소 등 3곳에 자문을 의뢰한 결과 모두 ‘부적절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법령은 특정인을 구제할 목적으로 채용을 방지하는 취지의 조항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담당자들은 ‘교육활동 관련으로 퇴직(명예퇴직자 포함)한 자’, ‘관내에서 교육공무원으로 3년 이상 근무한 자’를 채용 대상으로 한 계획을 보고했다. 그러나 김 전 교육감은 ‘명예퇴직자 등을 포함하면 대상자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퇴직자가 아닌 해직자로 변경을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부교육감이 반대 의사를 보이며 결재하지 않았으나, 교육감은 별도 문구를 기재한 후 결재해 시행하도록 했다. 감사원이 시교육청에서 지난 2000년부터 2018년 11월까지 해직된 23명의 사유를 확인한 결과 교육활동 관련으로 해직된 교사는 국보법 위반으로 해임된 4명뿐이었다. 채용공고가 나간 후 지원자는 통일학교 해직교사 4명 뿐이었고, 14일 만에 2차 시험을 치르는 속전속결로 특별채용됐다. 감사원은 이 같은 조치를 수행한 당시 시교육청 장학관·국장·과장은 징계 시효가 끝났지만, 비위 내용을 인사자료로 남길 것을 통보했다. 김 전 교육감은 2014년교육감 선거에서 처음 당선된 후 2018년 재선에 성공해 지난해까지 부산교육감을 지냈다. 지난해 9월부터는국가교육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아동학대 신고가 증가하면서 안타깝게도 교원에 대해 직위해제 처분이 이뤄지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직위해제는 징계처분은 아니지만,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고 승급·보수 등에서 불이익한 처우를 받게 되는 인사상 불이익 처분에 해당합니다. 직위해제 처분에 따른 조치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직위해제 사유 「교육공무원법」 제44조의2에 따라 아래와 같이 직위해제 사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1.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나쁜 자 2. 파면·해임·강등 또는 정직에 해당하는 징계의결이 요구 중인 자 3.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약식명령 청구된 자는 제외) 4. 아래의 비위행위로 감사원·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조사나 수사 중인 자로서 비위의 정도가 중대하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현저히 어려운 자 가. 횡령·배임·절도·사기 또는 유용 등 나. 「성폭력처벌법」에 따른 성폭력범죄 행위 다. 「성매매처벌법」에 따른 성매매·성매매알선·성매매 목적 인신매매 등 라. 「청소년성보호법」에 따른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행위 마. 「아동복지법」에 따른 금지행위(성적·신체적·정서적 아동행위 등) 2. 복무상의 불이익한 조치 국가공무원복무규정에서는 직위해제 기간을 연가일수 산정을 위한 재직기간에 산입하지 않고, 직위해제로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는 일수가 있는 연도에는 이를 당해 연도의 연가일수에서 빼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례) 직위해제 처분으로 직무에 종사하지 못한 일수가 토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42일이 됨. 당해 연도에 부여받은 연가일수는 21일인 경우, 연가일수 공제에 따라 21일(42일-21일)의 연가가 초과하게 됨. 이때 초과된 연가일수는 결근으로는 보지 않고, 잔여 연가일수가 없게 되는 것임. 3. 승급·승진 제한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라 직위해제 중인 교원에 대해서는 해당 기간 동안 승급을 시킬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징계위원회가 징계하지 않기로 의결한 경우, 소청심사위원회 결정이나 법원의 판결에 의해 직위해제 처분 또는 징계처분이 무효·취소된 경우 등에는 직위해제처분기간에 대해 승급기간에 포함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교육공무원임용령」 제16조에 따라 직위해제 중에는 승진임용도 제한됩니다. 4. 급여 감액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라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나쁜 사유로 직위해제된 경우에는 봉급을 80%만 지급하게 됩니다. 또한 비위행위로 인해 직위해제된 경우는 봉급의 50%를 지급하며, 직위해제일로부터 3개월 이후부터는 봉급의 30%를 지급합니다. 정근수당 가산금·가족수당·특수업무수당 중 교원 등에 대한 보전수당은 직위해제 기간 동안 봉급의 감액 비율과 동일하게 감액 지급됩니다. 정근수당은 직위해제 1개월에 대해 수당액의 6분의 1을 감액합니다. 시간외근무수당·관리업무수당·정액급식비는 직위해제로 근무하지 않은 달에는 지급하지 않으며, 월 중에 직위해제 처분이나 복직한 경우에는 근무일수에 따라 일할 계산해 지급합니다. 명절휴가비는 지급기준일(설날·추석날)에 직위해제 중인 경우에는 지급하지 않습니다. 직위해제 처분이 무효·취소 또는 변경된 경우에는 복귀일이나 발령일에 원래의 정기승급일을 기준으로 한 당시의 급여와의 차액을 소급해 지급하게 됩니다. 다만 이때 특수업무수당 중 교원 등에 대한 보전수당·시간외근무수당·관리업무수당·정액급식비는 소급해 지급하지 않습니다. 5. 기록 말소 교육공무원 인사기록 및 인사사무 처리규칙에 따라 직위해제 처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났을 때 직위해제 처분 기록을 말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직위해제 처분을 받고 그 집행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기 전에 다른 직위해제 처분을 받았을 때에는 각 직위해제 처분마다 2년을 더한 기간이 지나야 합니다. 또한 교원소청심사위원회나 법원에서 직위해제 처분의 무효 또는 취소 결정이나 판결이 확정되었을 때에는 기록을 말소해야 합니다. 예시: 2020년 5월 9일 직위해제 후 같은 해 8월 9일에 복직했다가 2022년 2월 27일 다시 직위해제가 된 경우에 기록 말소일 계산 방법 선행 직위해제 처분 종료 시점인 2020년 8월 9일부터 기산해 두 직위해제 처분의 말소제한기간을 합한 4년이 경과한 2024년 8월 9일 자로 2개의 직위해제 처분을 동시에 말소 처리
“쏠 미레 스텔라 리쿠스 블루 청호 청호~.” 인천 청라지구에 위치한 청호초중학교 학생들은 매일 아침 태양과 바다, 별, 푸른 호수라는 뜻이 담긴 라틴어 교호(校號)를 외치고 하루를 시작한다. 아이들의 찬란한 미래를 열어가는 청호가족의 다짐인 셈이다. 지난 2021년 개교한 청호초중학교는 이름에서 보듯 통합운영학교다.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대책으로, 학교의 적정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 다른 학교급간 교육과정을 연계하는 새로운 모델의 학교형태이다. 두 학교가 통합되면 교장이 1명으로 줄고, 행정실·학교운영위원회·학부모회·학생회 등 각종 위원회를 하나로 운영한다. 통합운영학교는 창의적체험활동이나 동아리활동과 같은 비교과 교육활동을 같이 운영할 수 있다. 또 초·중 연계교육이 이뤄지고 학교 행사를 공동으로 실시하는 등 다양한 교육활동이 전개된다. 올해 현재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총 123곳의 통합운영학교가 운영 중이다 청호초중학교도 마찬가지. 교육과정 연계부터 진로교육·방과후학교·동아리활동은 물론 학교시설과 교구까지 함께 사용한다. 교사와 학부모들도 하나가 돼 각종 현안에 머리를 맞댄다. 개교 3년 만에 통합운영학교 성공모델로 평가받으며, 전국에서 벤치마킹하려는 교육관계자들이 찾는 청호초중학교. 하지만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설립 인가를 받고 개교를 준비할 즈음부터 인천지역은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통합운영학교 개교를 반대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학교폭력의 진원지가 될 것이라는 유언비어와 함께 중학생들에게 자녀가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초등학생 학부모들이 많았다. 통합운영학교 배정을 기피하는 학부모들의 민원이 접수된 것만 총 2만 8,901건. 무려 3만 건에 육박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학부모들의 반대 집회와 교육청 점거 등으로 이어지면서 관할 인천교육청은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결국 교육청이 두 손을 들었다. 통합운영학교 출범을 포기하고, 초·중학교로 각각 분리해 개교를 했다. 설계 당시부터 통합운영학교를 염두에 두고 지어진 탓에 시설 등 공간분리 작업이 다시 진행됐다. 운동장을 반으로 잘라 가운데 통학로를 내고 양편에 철책을 설치해 접근 자체를 불가능하게 했다. 하나의 복도로 이어진 실내에는 두꺼운 유리문을 세워 학생들 왕래를 차단했다. 심지어 교정에 심어진 소나무까지 개수를 딱 반으로 가를 정도였다. 물론 등하교 시 출입문도 달리했다. 초대 교장으로 부임한 권영민 교장은 난감했다. 물리적 분리보다 갈라선 마음이 더 아팠다. 고심을 거듭하던 중 화합의 실마리는 뜻밖의 상황에서 찾아왔다. 문화예술교육의 일환으로 학생 오케스트라를 만들기로 하고, 단원 모집에 들어간 것이 계기였다. 악기를 다뤄본 학생들을 중심으로 구성하려 했는데 신설학교다 보니 인원을 채우기 힘들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모두 단독으로는 오케스트라를 만들 수 없는 실정이었다. 하느냐 마느냐 갈림길에서 선택은 하나. 초·중학교 학생들을 한데 묶어 연합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것이 해법으로 떠올랐다. 그로부터 얼마 뒤 청호초중학교 오케스트라가 탄생했다. 그래도 걱정은 남았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섞인 상황이다 보니 혹여 다툼은 없을까 신경이 쓰였다. 기우였다. 중학생들은 동생처럼 돌봐줬고, 초등학생들은 형처럼 따랐다. 어른들의 우려와는 달리 한 울타리에 있기 때문에 갈등을 해결하고 회복하는 속도가 더 빨랐다. 갈등에서 화합으로, 분리에서 통합으로 그즈음 한편에선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치어리딩 동아리가 결성돼 바람을 일으켰다. 학생들이 의기투합, 자발적으로 만든 최초의 동아리다. 치어리딩 동아리는 지난해 인천시 대회에 출전 1위를 차지, 금메달을 목에 걸 정도로 높은 기량을 자랑한다. 이후 초·중 연계 프로그램은 순풍을 타듯 방과후학교와 창의적체험활동을 거쳐, 정규교육과정으로 영역을 넓혀갔다. 학생들은 창체활동시간을 이용, 초·중 연계 공동자치회를 구성하고 탄소중립 캠페인, 학교폭력예방 캠페인, 학교축제와 바자회 등을 열었다. 아침 독서시간에는 중학생들이 초등학교 교실에 들어가 동생들에게 책 읽어 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방과후학교는 영어·수학·과학·체육과목을 중심으로 초·중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정규교육과정도 예외는 아니어서 생태환경교육·세계시민교육·디지털 미래교육 등을 주제로 한 주제중심 통합교육과정을 운영했다. 예컨대 ‘초등 도덕’과 ‘중등 음악’이 함께한 생태환경 연계 수업에서는 생명과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음악으로 구성해 작품을 만드는 수업이 진행됐다. 권 교장은 “통합운영학교이기 때문에 가능한 과정”이라며 “학생들이 정해진 급별 교원이 아닌 다양한 교원에게 알차고 풍성한 수업을 듣고 배울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밝혔다. 원활한 초중학교 교육과정 연계를 위해 수업시간도 섬세하게 조정했다. 대개 초등은 40분, 중학교 45분 수업이지만 청호초중학교 수업시간은 초등 42분, 중학교 43분이다. 쉬는 시간은 초등 8분, 중학교 7분이다. 2학기에는 초등과 중학교 수업시간을 43분, 42분으로 각각 맞바꿔 운영할 예정이다. 초·중연계 교육과정의 핵심은 뭐니 뭐니해도 교사의 역량이 관건. 청호초중은 수준 높은 교육과정 연계 활동을 위해 통합운영학교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예상되는 문제들을 조율해 나갔다. 전문적학습공동체 역시 초·중학교 교사들이 함께 섞여 수시로 활동하면서 전문성을 높였다. 학교운영위원회·급식소위원회·도서관운영위원회·교권보호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도 초·중 연계를 위해 하나로 통합했다. 갈등에서 화합으로, 분리에서 통합으로 새롭게 변신한 청호초중학교. 베를린 장벽처럼가로막던 철책이 허물어진 지금, 초등학교 운동장에선 중학생들이 달리기를 하고 중학교 운동장에선 초등학생들이 축구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장담그기 행사에는 초·중학교 학부모들이 모두 모여 하나 된 모습을 보여줬다. 3년이 지난 지금, 학교가 달라졌다. 3만여 건의 민원이 말해주듯 한때 대표적 기피학교였던 청호초중학교. 하지만 지금은 학생들이 가장 오고 싶어 하는 선호학교로 탈바꿈했다. 영재학교나 특목고로 진학하는 학생이 부쩍 늘었다. 게다가 학교폭력은 찾아볼 수 없는 학교라는 입소문이 퍼졌다. 그래서일까. 학령인구 감소로 교육계가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 학교는 신입생이 늘었다. 중학교는 경쟁률이 2대 1을 넘을 정도로 치열하다는 전언이다. 학교 측은 “더 이상 학생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꽉 찼다. 유휴교실이 단 한 칸도 없다”고 털어놨다. 얼마 전 통합운영학교 성공모델을 보기 위해 학교를 찾은 제주도 교육계관계자들은 “감동적이다”는 말로 지난 3년 학교 측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보람이라는 권 교장, 그는 “아이들이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이것이 바로 청호교육이 추구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권영민 교장은… 초등교사 출신으로 인하대에서 교육학박사를 취득했다. 교육부 동북아역사대책팀장, 교육과정정책과장, 중앙교육연수원 교원능력개발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대입제도 개편과 함께 가장 어렵다는 교육과정개정(2009)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인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때 임시학교를 세워 학생들의 수업결손을 막았고, 포항 지진으로 수능이 연기됐을 당시에는 대입업무를 맡을 정도로 위기관리능력이 탁월하다.
필자가 디지털교과서를 처음 접한 것은 학교에서 디지털교과서 관련 연구학교를 진행하기 시작한 2017년이다. 그 당시 디지털교과서로 제작된 과목은 과학·사회·영어교과만 있었다. 하지만 과학수업은 주로 강의식으로 이뤄졌다. 때때로 시범 실험 등을 통해 수업을 진행했지만, 학생들에게는 다소 지루한 수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마침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되면서 이번 기회에 나의 과학수업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해 겨울방학에 디지털교과서 강사 교원연수를 받으며, 새로운 형태의 교과서를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처음 디지털교과서를 살펴본 솔직한 생각은 그냥 기존 서책형 교과서를 PDF 파일로 변환하고, 거기에 몇 개의 보충·심화자료, 동영상자료, 이미지자료, 평가문항 등을 추가한 형태였다. 그나마 과학 디지털교과서는 중간에 실감형 콘텐츠(AR·VR·360)가 있어서 학생들에게 조금은 흥미를 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상상했던것 보다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또 수업에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려고 했지만,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학생들의 에듀넷 계정 생성부터 부족한 디지털기기(처음에는 1인 1기기가 안된 상황), 무선 인터넷 환경 등 디지털기기를 활용한 수업을 하기에는 부족한 환경뿐이었다. 차라리 디지털교과서 활용수업을 포기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황이 나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라는 의무감(?)으로 수업을 이끌어가야 했다. 하는 수 없이 학기 중에 또 한 번 디지털교과서 활용 교사연수를 받았다. 디지털교과서 활용수업의 긍정적 효과 연수 이후 나의 디지털교과서 활용수업은 많이 달라졌다. 디지털교과서의 보급 취지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구성 중점 사항에 맞게 학생들이 직접 수업에 참여하고 행동함으로써 학습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교사가 안내하고 이끌어 주는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한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수업으로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기도 하고, 실제로 학업성취도 향상이라는 결과를 보여줬다. 다음의 그래프는 동일한 학생들이 디지털교과서로 학습하기 전(1학년 때) 2학년 3월 초의 진단평가 평균점수(왼쪽 그래프)와 디지털교과서로 2학년 때 1년간 학습을 진행한 후, 3학년 3월 초의 진단평가 평균점수(오른쪽 그래프)이다. 과학을 제외한 다른 과목은 서책형 교과서로 일반적인 강의식 수업을 했고, 과학은 디지털교과서로 1년간 학생 참여형 수업을 진행한 결과다. 디지털교과서 수업의 학업성취도가 올라갔음을 알 수 있다.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수업은 학생과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 되었고, 하루하루 새로운 수업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얼마쯤 지나 디지털교과서에서 기능적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학습적으로 잘 쓰이지 않는 불필요한 기능도 보였고, 간헐적인 오류가 나타나 수업의 흐름을 끊는 경우도 발생하였다. 필기 기능, 검색 기능, 노트 기능 등은 간혹 매끄럽지 못하게 작동하는 바람에 학생들의 학습활동에 제약을 주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탐구활동관련 실험 동영상의 경우, 출판사에서 제작한 실험 동영상이 탐구활동의 과정을 안내하는 부분과 그에 따른 결과가 나오는 부분이 하나로 연결되어 재생된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탐구과정을 안내하는 부분은 많이 건너뛰고, 결과가 나온 부분만 보는 경향이 뚜렷했다. 탐구과정을 살펴보고, 결과에 대해 고민하고 예상해보는 것은 학습적으로 매우 유의미한 활동이지만, 구조적으로 이 부분이 미흡했던 것이다. 디지털교과서의 단점 개선 디지털교과서의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선할 부분이 있다. 먼저 학생의 자기주도학습과 교과서의 질문에 대한 상호작용 촉진을 위해서라면 탐구활동에 관한 영상의 과정과 결과를 하나로 연결해 재생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 그보다는 탐구과정을 안내하는 영상 뒤에 결과를 예측하는 질문을 넣어 예상 답변을 제출하게 한 후, 실험 결과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콘텐츠 구성을 바꿔야 한다. 또한 기존의 디지털교과서는 이미 교과서 내에 저장된 예시(모범)답안이 있어서 질문에 어떤 답변(내용)을 하든지 상관없이 예시(모범)답안을 볼 수 있다. 때문에 학생들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스스로 생각하고 입력하기보다 예시(모범)답안을 먼저 보기 위해 형식적인 답변(심지어 한 글자만 입력)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 빛이 있는 곳에 둔 시험관 A의 물 높이는 낮아지고, 빛이 없는 곳에 둔 시험관 B의 물 높이는 거의 변화가 없다. 이것은 A에서는 광합성으로 기체가 생성되어 시험관의 윗부분에 모이지만, B에서는 빛이 없어 광합성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실험을 통해 식물의 광합성으로 기체가 생성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시험관 A와 B의 물 높이 변화에 차이가 있는가?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을 토의해 보자. 1. ◯ [질문에 대한 답변란에 아무 내용(빨간 원)을 넣어도 답안이 제시됨] 이와 같은 단점은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으로 추진된다는 AI 디지털교과서에는 방대한 학습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생이 교과서에 제시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입력했을 때, 데이터 서버와 연결되어 질문에 대한 유사한 답변을 찾아 예시답안으로 제시해 줌으로써 학생 스스로 학습(생각)에 대한 결과를 확인해 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예상(유사)답변과 많이 다르거나 엉뚱한 답변을 한 경우에는 답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몇 개의 용어(힌트)를 제시해 줌으로써 질문에 적합한 답변을 유도해야 한다. 현재 교육부는 학생 개개인의 학습속도·수준 등에 따라 학습자료를 제시하고 학습내용에 대한 이해와 목표성취를 돕는 방향으로 AI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하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가 성공적으로 학교현장에 보급되기 위해서는 개발되는 교과의 수를 늘리기보다 디지털교과서에서 지적된 단점을 보완하여 학생의 능력과 수준에 맞춰 개별화학습이 가능하도록 개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기존의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우수 수업사례만을 보급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디지털교과서 학습콘텐츠의 질·기능,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 등 개선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한 후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이외에 디지털교과서 내의 학습콘텐츠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교사가 다양한 학습콘텐츠를 쉽고 간편하게 탑재(물론 현재도 자료연결 기능으로 탑재 가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 간의 학습자료 및 학습내용에 대한 상호의견 교환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이를 위해 디지털교과서 내에 커뮤니티 기능(현재는 위두랑이라는 학습커뮤니티 앱과 연동은 가능함)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기를 기대한다.
인사동에서 점심 모임이 끝나고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다. 매우 두꺼운 신간으로 나온 말씀 등불 밝히고를 찾았다. 저자(김기석)가 신학자이자 목사이고, 목회 현장의 설교를 책으로 낸 것이어서, 나는 당연히 이 책을 ‘종교’코너로 가서 찾았다. 그러나 책은 그곳에 없었다. 직원에게 문의하니 책이 있는 곳을 검색하여 알려 준다. 책이 있는 곳은 ‘인문학’코너였다. 나는 이 책을 소개하는 북 토크(Book Talk) 영상을 이미 보아 두었다. 저자가 목사이면서 문학평론가였다는 사실도 알았다. 나는 서점이 이 책을 인문학 서적으로 분류하여 배치해 놓은 데에 흔쾌히 동의하였다. 신학자인 저자는 성서를 다양한 인문학 코드(특히 문학적 코드)로 불러와서 해석의 정교함과 수월성을 보여 주었다. 많은 인문 고전이 성서로 와서 성서 해석의 풍성함을 도움으로써, 성서를 통한 실천적 지향을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서점을 나오려다가 작년 여름에 내가 편저한 책 한글의 최전선, 지구촌 한글학교 스토리가 궁금했다. 이 책은 지구촌 각지에서 디아스포라 코리안으로 살아가는 750만 재외동포들이 각기 거주지역 커뮤니티에서 주말학교를 세우고, 자녀들에게 한글과 한국어 그리고 우리 역사와 문화를 가르치는 한글학교 이야기를 담았다. 한글학교 설립과 운영의 애환, 그 좌절과 보람의 역정을 한글학교 교육자들의 체험 내러티브로 모아서 편찬한 책이다. 이국땅에서 살아가며 민족정체성을 이어가려는 한글학교 교육자들의 표정과 마음이 잘 담긴 책이다. 책을 내어 본 분들은 아시리라. 서점에서 내 책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는 다시 서점 직원에게 가서 내 책이 있는 곳을 검색해 달라고 해서, 해당 서가로 갔다. 아! 그곳은 좀 엉뚱한 자리였다. 그 책은 ‘국어사전 코너’에 있었다. 아마도 분류 담당자는 이렇게 생각했을 거다. 이 책의 제목에 ‘한글’이란 말이 들어가 있으니, 그리고 ‘한글학교’란 말도 들어 있으니, 게다가 책의 두께도 상당하니, 한글사전의 일종으로 보았음직하다. 저자인 내 생각으로는 이 책이 학교에 관한 책이니 ‘교육코너’에 있거나, 생생한 증언의 이야기들로 되어 있으니, ‘산문·수필코너’에 있는 것이 적합하다. 좀 낯선 발상으로 인문학의 여유 있음을 인정한다면, 이 책이라고 해서 ‘인문학코너’에 있지 말란 법도 없을 것이다. 분류란 근대 학문과학의 체계를 도우며 진화한 근대의 이성적 산물이기도 하다. 분류란 전체의 체계를 반듯하게 해 주지만, 분류된 개체(분류의 대상이 된 개별 텍스트)는 그 분류의 울타리를 넘어가지 못하고, 분류의 벽 안에 갇히기도 한다. 내 책은 이상한 곳에서 감금되어 있었다. 분류가 완강하면, 지식도 활성의 동력을 얻지 못하고 경직된다. 인문학도 마찬가지이다. 천체물리학자이며, 외계생물학의 권위자인 칼 에드워드 세이건(Carl Edward Sagan, 1934~1996)의 명저 코스모스를 읽었다. 과학자인 그가 지닌 인문학적 지식과 사유에 나는 탄복한다. 천체물리학에는 완전 문외한인 내가 이 책에 상당한 지적 흥미를 유지하며 읽어 갈 수 있었던 것은, 과학자인 세이건이 구사하는 뛰어난 ‘인문학적 코드’ 때문이었다. 매력적이었다. 책의 첫 장에 나오는 고대 알렉산드리아 이야기에는 세이건이 그리스와 로마시대의 역사·문화·풍속·지리 등을 매우 심도 있게 섭렵하였음을 알게 한다. 이는 모두 인문학의 콘텐츠이고 인문학의 지경(地境)에 속한 것이다. 그는 고대 학문의 자리에서 과학을 설명하고, 과학의 심층(deep structure)을 추리하며 간파해 낸다. 세이건의 인문학 내공은 인문학자 못지않다. 내게 경이로운 것은 과학을 설명하고 추리하는 데에 인문학이 저렇듯 생산적 융합을 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교육영역이 관심을 쏟아야 할 대목으로 나는 여겨졌다. 세이건이 저술을 통해서 남긴 어록도 인문적 초점을 향하는 것이 많다. 그것을 의도했다기보다는 자신의 융합적 탐구정신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더 설득력이 있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그의 어록이 그러하다. ‘과학은 영성(靈性)과 양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은 영성의 심오한 원천입니다.’ 우리는 흔히 인간의 영성을 논하면서 어떤 고정관념을 견지한다. 영성이란 과학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며, 어떤 초월적 의식 내지는 신비의 차원을 전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는 과학과 영성의 상관성을 피력한다. 인문학자나 신학자가 할 법한 말을 하는 것이다. 다음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에게는 과학자로서 인문 소양의 끝판왕처럼 보이던 학자가 있다. 사회생물학의 창시자이자 현대의 다윈으로 평가받고, 최고의 진화 과학자로 알려진, 에드워드 윌슨(Edward Osborne Wilson, 1929~2021)이 바로 그다. 윌슨 교수는 생물다양성(biodiversity), 생명사랑(biophilia) 개념을 만들어 내고, 지구생명 보전운동을 펼친 생태주의자였다. 나는 그가 쓴 통섭(統攝/Consilience)을 읽으며, 형용할 수 없는 경이감에 빠지기도 했다. 그는 이 책에서 다양한 인문학의 주제들을 불러 모아서 그의 관점으로 설명한다. 즉 통섭의 관점으로 인문학의 주제들을 재발견할 것을 주장한다. 그가 전문가 수준으로 다가간 인문학의 영역은 다채롭다. 역사·문학·신학·철학·예술·종교·풍속·경제 등 거의 모든 인문사회 영역을 망라하는 수준이다. 나는 윌슨의 이 과학서적을 인문학 탐구로 간주하고 읽어도 큰 무리는 없겠다고 생각해 본다. 물론 인문학 텍스트는 아니지만, 인문학 이해의 한 맥락에 가담하는 측면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역사학을 전공한 정통 인문학자이면서 과학기술 지식을 해박하게 구사하는 저술가로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 1976~)를 빼놓을 수 없다. 하라리는 히브리대학의 역사학자로서 세계적 스테디셀러 사피엔스의 저자임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내가 근년에 읽은 그의 저술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안은 그의 인문학이 얼마나 과학·기술의 지식을 향하여 유연하게 확장된 경지를 보여 주는지 확인할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책에서 하라리는 인문학의 역사적 상상력으로, 과학과 기술이 지배할 미래 인류에 대해서 현실성 있고 합리적인 예언을 한다. 그가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 예컨대 환멸·일·자유·평등·종교·문명·이민·테러리즘·전쟁·세속주의·무지·교육·명상 등은 미래 과학을 공부하고 그것을 메타 인지(meta cognition)하지 않으면 제대로 서술할 수 없다. 나는 이 책을 인문학의 현실적 효용을 높이는 시도로도 평가하고 싶다. 그의 이런 융합적 담론이 ‘불확실하고 복잡한 세계에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한다’는 평을 듣기 때문이다. 인문소양을 바탕으로 교육학을 전공한 나는 이들 책을 읽으면서, 학문과 지식(또는 앎의 생태)에 대한 나의 인식론을 발전해 갈 수 있었다. 이후 나의 전공인 국어교육의 내용 범주와 교육방법에 관한 생각을 좀 새롭게 다듬을 수 있었다. 윌슨의 경우, 그가 모든 지식을 과학적 환원주의로 설명한다는 비판을 듣기는 했지만, 자신의 학문적 논점을 강화하기 위해서 윌슨이 수용하고 통찰하는 인문학의 주제들은 참으로 다양하고 일정한 심도를 갖춘 것이었다. 인문학을 학문 범주로만 규정하면 전통 인문학도 분류의 경직성에 갇혀 버릴 수 있다. 물론 학문으로서의 인문학은 문(文)·사(史)·철(哲)의 범주 전통을 분명히 함으로써, 분류가 담보하는 학문 정체성을 온전히 유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라는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감당하는 교육의 영역에서는 인문학이 좀 더 유연하고, 좀 더 확장된 모드(mode)로 다가왔으면 좋겠다. 이를 ‘인문학의 교육적 진화’라 하면 어떨까. 원래의 전통 학문체제에 속했던 인문학은 삶의 현장이나 교육 역동적 작용으로 와서 호응하려는 역할이 미흡했다. 이는 학교가 문학이나 역사나 철학 등의 교과를 더 잘 가르치라는 말이 아니다. 인문학이 인문학 아닌 것과 좀 더 친하게 상관을 맺고 ‘교육 일반’으로 다가왔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나는 이를 ‘확장된 인문학’이라 부르고 싶다. ‘확장된 인문학’은 학생들의 발달에도 유익할 뿐 아니라, 선생님들에게도 교육역량을 높이는 데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인문학의 대립항(對立項)을 굳이 자연과학으로 고착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 생각도 든다.
풍경화구성법에서 강·산이 무의식의 세계라면, 밭(논)·길은 의식의 세계이다.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강·산은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밭(논)·길은 필요하다면 노력에 따라서 얼마든지 일궈내고, 만들어 낼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풍경화구성법의 열 가지 항목(강·산·밭·길·집·나무·사람·꽃·동물·돌)에서 강·산·밭(논)·길이 자리 잡게 되면 풍경화는 거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나머지 요소들은 사이사이에서 ‘관계’를 맺으며 위치한다. 모든 심리검사가 그렇듯 풍경화구성법 역시 각각의 요소들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해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징하는 그림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현재의 경험·환경·나이·성격 등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보다 빨리 찾아내서 연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이번 호에서는 의식의 영역인 밭(논)·길에 대해서 살펴보면서 꽃·동물·돌의 상징적 의미도 함께 설명한다. 집·나무·사람은 다음 호에서 HTP 검사와 함께 마지막으로 다룰 예정이다. 각각의 구성요소가 주는 의미 ▶ 밭(논) 밭(논)은 일·직업 등과 같은 사회활동을 의미한다. 학생이라면 학업과 진로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밭(논)의 크기와 위치, 경작하고 있는 농작물의 종류·상태 등으로 현재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또한 열심히 하고자 하는데 잘 안되는지, 목표가 얼마나 크고 실현가능성 있는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지, 의존적인지 등 다양한 것들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밭(논)을 잘 가꾸고 있고, 곡식이 풍성하며, 수확 역시 만족스러울 것으로 예상한다면 성공적인 미래를 위해 현재 꾸준히 노력하며 생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잡초가 무성하거나, 주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밭(논)이며, 수확에 대한 기대가 없다고 답한다면 현재 무기력한 상황이거나,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상태일 수 있다. 밭(논)과 관련된 다음의 질문들은 아이들의 진로의식을 탐색해보는 데 도움이 된다. - 이 밭(논)에서는 무엇이 자라고 있니? 농작물의 상태는 어때? - 이 밭(논)은 누가 가꾸고 있니? - 수확은 어느 정도 할 수 있을까? ● 밭(논)을 가꾸고 있는 사람 일반적으로 많은 학생은 풍성한 밭(논)을 그린다. 일곱 번째 구성요소인 사람이 밭(논)에서 씨를 뿌리고, 가꾸고, 수확하는 모습도 자주 등장한다. 밭(논)이 학업을 의미하기 때문에 대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종종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이나 등교거부를 하는 학생 중에도 밭에서 일하는 그림을 그리곤 한다. 현실에서의 자기 행동에 대한 일종의 보상적 행동이다. 그림 1과 그림 2는 똑같이 밭에서 농사를 짓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주는 느낌은 조금 다르다. 그림 1은 전체적인 구도가 안정되어 있고, 경운기(추가요소로 그려 넣음)까지 동원하여 체계적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그에 반해 그림 2는 전체적인 구성이 어딘가 엉성하다. 특히 토끼가 보인다. 토끼·소·말은 등교거부 학생들이 그리는 대표적인 동물이다. 토끼는 민감함·겁 많음·의지할 곳 없는 등의 속성이, 소·말은 과로(공부)로 인한 번아웃 등을 상징한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동물의 해석은 동물이 가지고 있는 특성·생태·이미지 등에 맞추며, 현재 마음을 동물로 대변한 것이라고 본다 . 대부분 아이는 개·고양이를 많이 그리며, 분노감이 많은 아이는 호랑이·사자·곰 등의 맹수를 선택한다. 만약 새를 그린 학생이 있다면 ‘자유로움’을 갈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 잡초가 되어 버린 밭(논) 지난 호에 처음 소개했던 그림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돌로 길이 막혀 드넓었던 밭이 잡초로 변해버렸던 그 그림말이다. 깊은 우울감으로 무기력에 빠진 학생들이나 환경에 대한 분노, 잦은 좌절감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없이 현재를 살고 있는 학생들의 밭(논)은 잡초로 변해버리거나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기도 하다. 그림 3은 독사가 밭을 지키고 있어서 접근하기 힘들다. 그래서 아무것도 심지 못하고 있다. 나무 역시 돌봐주지 못해서 죽어가고 있으며, 강물엔 사람이 빠져 죽어 오염되어 있다. 집 옆에 놓인 집채만 한 돌덩이가 학생의 현재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돌은 장애물, 고민거리, 해결하기 어려운 걱정, 무거운 짐 등을 상징한다. 많은 학생은 돌을 강이나 길의 경계석으로 사용하거나, 징검다리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하지만 종종 강·산·밭·길·집 주변에 큰 바윗덩어리를 그려 넣기도 한다. 돌은 위치도 중요하다. 밭에 돌이 있다면 자신의 현재 일에 걸림돌, 즉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집 근처에 있다면 가족문제에, 강·산에 있다면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경제적·환경적 장애물이 있음을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림 4는 화려한 꽃이 피어있는 곳이 밭이다. 원래는 밭이었지만 가꾸는 사람이 없어서 사라졌고, 이제 꽃이 피었다고 했다. 강에 퐁당 들어가 수영하며 놀 정도로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문제행동을 자주 하며 학교를 겨우 다닌 학생이었는데, 동물로 어김없이 토끼가 등장하고 있다. 자신이 주인이 아니라 모르는 사람이나 마을 사람이 밭의 주인이라고 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그럼 넌 뭘 먹고 사니?라고 물으면 시장에 가서 사 먹는다, 모르겠다 등의 대답을 한다. 밭을 그리라고 해서 그리기는 했지만 도통 관심이 없다. 그림 5에서 무성하게 자란 농작물은 마을 사람의 것이다. 자신은 키우는 강아지와 물장난치면서 놀고 있다. 집에서 사랑 많이 받고 자란 이 학생은 오늘만 사는 것처럼 사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다. 전교 꼴찌를 도맡아서 하던 학생이었는데, 고3 여름방학 즈음 대학에 가야겠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부모님이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셨고, 서울에 있는 전문대에 입학해서 이제 졸업반이다. 세 그림의 차이가 있다면 그림 3은 이제 더 이상 밭을 일굴 의지도 힘도 없는 상태, 좌절로 인한 무기력감에 빠진 경우이고, 그림 4는 현실을 회피하며 다른 것으로 결핍을 충족하고 있는 중이며, 그림 5는 현재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며 자신의 삶을 설계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 길 길은 무의식을 의미하는 강과 반대로 의식적 영역, 즉 자아의 상징이다. 청소년의 경우 삶의 방향·진로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길이 넓고, 곧으며, 꽃이 피어 있는 길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특히 강 위에 다리가 있고, 길이 다리와 연결되어 있다면 의식과 무의식을 잘 연결하여 소통하고 있는 상태로 본다. 길과 관련된 다음의 질문들은 아이들의 의식 세계를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된다. - 이 길은 어디에서 어디로 연결되어 있니? - 이 길은 얼마나 넓은 길이니? - 이 길을 따라 끝까지 간다면 어디에 도착할 수 있니? ● 강과 이어져 각 구성요소와 잘 연결된 길 그림 6처럼 강과 이어진 길을 그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강을 건널 수 있다고 답하더라도 직접적으로 다리를 그려 넣는 경우보다 강을 따라서 길이 이어지거나, 산에서부터 집까지 길이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추가요소로 다리를 그리거나 돌을 그려 넣을 때 징검다리를 만들기도 한다. 꼭 다리로 연결되어 있지 않더라도 길이 집과 밭(논), 산 등과 잘 연결되어 있고, 길을 따라가다 보면 다른 마을로 연결된다고 답한다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 끊어지고 막힌 길 그림 7을 그린 학생은 초등학생 때부터 학교폭력에 시달리면서, 대인관계를 극도로 회피했고, 무서워했다. 길은 강 앞에서 끊어졌지만, 징검다리를 건너면 마을로 들어갈 수 있다. 다만 깊은 숲을 지나야 하는데, 할머니와 자신밖에는 길을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이 마을은 매우 안전하다. 지금은 밭에서 할머니가 씨앗 뿌리는 것을 구경하면서 농사를 배우는 중이다. 이런 그림을 보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기에 길이 끊어지고, 깊고 깊은 숲으로 방어막을 쳐놓았을까 하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끊어진 길과 징검다리를 연결하고, 숲에 작은 오솔길이라도 낼 수 있도록 상담목표를 설정하고 싶었지만, 학생은 거부했다. 더 이상 사람에게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다행히 법적보호자인 할머니와의 애착관계가 잘 형성되어 있어, 졸업 후 미래설계에 초점을 두고 일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힘썼다. ● 구불구불 산으로 이어진 길 그림 8처럼 산으로 구불구불 이어지거나 그림 9처럼 산꼭대기에 있는 경우도 있다. 그나마 그림 8은 산을 돌고 돌면 다른 마을이 나오고, 우리 집과도 연결되어 있지만, 그림 9는 마을과 연결되어 있지도 않다. 이 그림에서도 자동차와 토끼가 등장한다. 때문에 그림 2와 같이 현실에서의 자기 행동에 대한 일종의 보상적 성격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림 8·9 역시 사람 만한 돌이 눈에 띈다.
[교사] 세상에 없던 아이들이 온다 (마크 프렌스키 지음, 허성심 번역, 한문화 펴냄, 284쪽, 1만5,000원) 미래학자인 저자가 21세기 청소년들을 위한 미래교육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디지털 네이티브 1세대인 지금의 청소년은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역량과 가치관을 가진 신인류다. 날 때부터 테크놀로지와 한 몸을 이룬 ‘하이브리드형 인간’이기도 하다. 그리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20년 후의 세상에 초점을 맞춰 아이들을 이끌 해법을 제시한다. 대치동 글쓰기 (여성오 지음, 일상이상 펴냄, 464쪽, 1만9,500원) 2028년 이후 서술형·논술형 수능이 도입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창의력·사고력·문제해결력을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이 책은 이러한 대입제도의 변화에 맞춰 대입에 필요한 글쓰기 방법을 소개한다. 수행평가·학생부와 관련한 글쓰기부터 구술면접에 대비하기 위한 문제유형 분석과 솔루션을 실제 사례와 함께 담았다. 이제는 피할 수 없는 메타버스 성교육 (김민영·이석원 지음, 249쪽, 1만7,000원) 메타버스는 알파세대에게 현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또 하나의 세계다. 머무는 시간이 긴 만큼 성범죄나 학교폭력 같은 문제도 빈번히 발생한다. 이 책은 메타버스에서 일어나는 성문제와 관련해 아이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새로운 기술이 우리 생활과 성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낱낱이 드러내고, 트렌드에 맞는 성교육 방법을 소개한다. 개념 기반 교육과정 수업설계의 이론과 실제 (조호제 등 지음, 박영스토리 펴냄, 388쪽, 2만 2,000원) 최근 지식교육, 개념 기반 교육이 부각되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교육과정 개발 방향의 하나로 ‘깊이 있는 학습’을 제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 책은 개념 기반 교육의 본질을 탐색하고, 개념 기반 교수·학습설계의 목적과 기본방향, 단원계획, 교수·학습설계 모형 및 단계별 전략을 제시한다. 이해중심 교육과정과 최근 많은 관심을 받는 IB PYP 프레임워크도 다룬다. [청소년] 나의 열여섯 살을 지켜준 책들 (곽한영 지음, 해냄출판사 펴냄, 320쪽, 1만6,800원) 청소년기에게 힘이 될 만한 소설 16편을 소개한다. 데미안·프랑켄슈타인·플랜더스의 개·허풍선이 남작의 모험 등 고전을 청소년의 삶에 밀접한 4가지 키워드별로 나눠 담았다. 작품별 줄거리와 작가의 삶,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비화를 재미있게 전개한다. 작품에 비친 다양한 문제를 통해 오늘날 사회문제를 곰곰이 생각해 볼 기회가 될 것이다. 사계절 기억책 (최원형 지음, 블랙피쉬 펴냄, 352쪽, 1만7,500원) 생태·환경·에너지 전문가가 희미해지는 계절을 기억하기 위해 날마다 쓰고 그린 기록을 모았다. 곳곳을 누비며 접한 여러 생명체의 이야기를 직접 그린 100여 점의 세밀화와 함께 선보인다. ‘나비와 꿀벌이 날아다니는 봄과 가을소풍을 떠나는 가을을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가 멀지 않았다’는 작가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어린이] 로베르 선생님의 세 번째 복수 (장 클로드 무를르바 지음,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사진, 윤미연 번역, 북극곰 펴냄, 220쪽, 1만5,000원) 못된 아이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선생님이 된 학교폭력 피해자의 이야기를 담은 코믹 소설이다. 원대한(?) 계획을 갖고 교단에 선 주인공. 하지만 무너진 교권 탓에 되레 말썽꾸러기들에게 고통받는 나날이 이어진다. 참다못한 주인공은 결국 제자들을 향해 복수를 계획하는데. 책이 사라진 세계에서 (댄 야카리노 지음, 김경연 번역, 다봄 펴냄, 68쪽, 2만1,000원) 디지털기술의 발전 속에 공동체의 가치와 인간의 자율성이 옅어지는 데 대한 작가의 염려를 담은 그림책이다. 눈들이 24시간 내 주변을 맴돌며 나에게 필요한 걸 모두 대신해 주는 시대. 주인공 빅스는 뭐든 스스로 하고 함께 어울려 놀고 싶지만, 가족들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항상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알고리즘의 선택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의 머지않은 미래 이야기다.
‘요리 보고, 저리 봐도, 알 수 없네. 둘리 둘리~’ 빙하를 타고 서울시 우이천으로 떠내려 와 심술궂은 고길동 아저씨 집에 더부살이하게 된 ‘아기공룡 둘리’의 노래가 귀에 익숙하게 감긴다면? 동네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호이! 호이!’, ‘짠!’, ‘깐따삐야~!’, ‘라면은 구공탄에 끓여야 제맛~~’이라고 외치며 해 질 무렵까지 놀았던 기억이 떠오른다면? 아마도 1980~90년대를 아기공룡 둘리와 함께 보낸 세대일 것이다. 어린 시절 추억 속에만 남아 있던 아기공룡 둘리가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아기공룡 둘리의 유일한 극장판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감독 김수정, 이하 ‘얼음별 대모험’)이 둘리 탄생 40주년을 맞아 극장에서 재개봉한 것. 어? 귀염둥이 둘리가 벌써 마흔 살이나 되었다고? 그렇다. 1983년 4월 22일생 둘리는 경기도 부천시에서 주민등록증까지 발급받은 어엿한 주민이다. 둘리 시리즈는 만화잡지 보물섬 연재를 시작으로 TV 시리즈와 극장판 애니메이션까지 그 영역을 확장했다.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계에서 둘리는 콘텐츠 산업의 태동기를 일군 캐릭터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스크림부터 시작해 팬시 제품까지 둘리 캐릭터 상품만 2천 종에 달하는 대표 캐릭터. 기억 속 둘리는 늘 고길동 아저씨에게 구박당했다. 밤마다 쫓겨나 담벼락에 쓸쓸히 기대어 고길동 아저씨가 잠들면 슬그머니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둘리에게는 친구들이 있다. 부끄럼쟁이 여자 타조 또치, ‘타임 코스모스호’를 타고 지구에 불시착해 지구인을 애완동물로 여기는 도우너, 가수를 꿈꾸는 이웃집 음치 청년 마이콜까지. 고길동 아저씨의 조카 희동이도 둘리가 살뜰히 돌봐야 하는 아이다. 고길동 아저씨는 서울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광화문 인근 회사에 다닌다. 재산이라곤 쌍문동 집 한 채가 전부인데, 주택융자가 5천만 원에 사채까지 있는 캐릭터. 도마뱀인지 공룡 새끼인지도 모를 모호한 생명체가 갑자기 집에 살게 되고, 그 와중에 정체가 불분명한 친구들까지 자꾸 데리고 온다. 쫓아내려고 부단히 노력하지만, 둘리 일당은 똘똘 뭉쳐서 고길동 아저씨를 괴롭힌다. 둘리가 마흔 살이 되면서 어느덧 나이를 먹고 인생살이의 팍팍함을 경험한 팬들에게는 그런 고길동 아저씨가 새롭게 보인다. ‘고길동 아저씨가 불쌍해지면 비로소 어른이 된 것’이라는 이야기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하지만 영원한 둘리 아빠 김수정 작가는 “나이가 들었다고 배신을 때려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둘리 탄생 40주년을 맞아 김수정 작가를 만났다. 살 같이 흐른 세월이 우리를 변하게 한 것일까? “어린 시절 둘리를 절대적으로 좋아하고 지지하던 팬들이 이제는 고길동을 짠하게 생각한다고요? 어릴 때는 그렇게나 고길동을 싫어해서 적으로까지 생각했던 분들이 40대가 되고,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배신을 때리면(?) 안 되죠(웃음).” 요즘 젊은 세대들은 둘리도 둘리지만 고길동에 대한 애정이 크고, 사실 악독한 사람이 아니고 능력자였다는 재평가가 있다는 기자의 말에 김수정 작가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고길동과 둘리 모두가 소중한 캐릭터라며, 둘리에 대한 사랑을 잊지 말라는 주문과 함께. 사실 영원한 둘리 아빠 김수정 작가는 둘리 탄생 40주년을 기념해 팬들에게 보낸 손 편지에서 이렇게 쓰기도 했다. “오랜 시간, 울고 웃으며 둘리와 함께했던 순수했던 유년의 시간을 밀어내고, 우리 가슴속에는 어느새 길동씨가 전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살 같이 흐른 세월이 우리를 변절하게 한 것일까? 아니면, 굴절된 기억이 우리를 변하게 한 것일까요? 길동씨를 이해하면 어른이 된 거라고요? 정말 그럴까? 바로 지금이 그 추억과 그리움, 진실을 파헤칠 수 있는 가장 좋은 때가 아닐까요?” 김 작가의 말처럼 얼음별 대모험을 보면 변한 건 관객이지, 둘리나 고길동이 아니다. 이야기는 여전히 같은데 단지 우리의 입장·위치·환경이 변한 것일 뿐. 그저 둘리를 좋아했고 지지했던 천진난만한 어린 시절로 추억여행을 떠나본다면? 어쩌다 보니 고길동에게 빼앗긴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서 말이다. 풍성한 색감, 지금 봐도 새로운 캐릭터들 얼음별 대모험은 1996년 극장판을 디지털 복원한 작품이다. 풍성하고 다채로운 색감이 눈에 띈다. 둘리를 다시 극장에서 만나는 관객들도 많다(6월 10일 기준 누적 관객 수 9.5만 명). 얼음별 대모험은 둘리 일당이 고장 난 타임 코스모스호를 타고 우주로 떠나는 이야기다. 2023년에 다시 봐도 바요킹·핵충·가시고기 등 새로운 캐릭터들이 눈에 띈다. 어떻게 이런 ‘신박한’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었을까? 김 작가의 답변이 걸작이다. “우주라고 하면 흔히 할리우드식으로 생각하는데요.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잖아요. 아이들만의 상상력을 어떻게 가져올지 고민했죠. 우주에 공중전화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요. 쓰레기 문제가 심각했는데 이렇게 가다간 우주가 쓰레기장이 될 수 있을 거란 상상도 했어요. 그런 지저분한 우주에 뭐가 살지 알 수 없으니, 바이킹을 패러디한 ‘바요킹’도 나오고요, 핵폐기물을 먹고 사는 ‘핵충’이라는 괴생명체도 탄생하게 된 겁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아이들이 상상할 수 있는 세계를 영감을 발휘해 풀어가야 하는 것이 작가들의 영원한 숙제인 거죠.” 한국에서 창작 애니메이션이 흥행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둘리만큼 장수하는 캐릭터를 찾기란 더더욱 어렵다. 특히 올해는 재패니메이션(일본 애니메이션을 일컫는 말) 열풍이 일어난 해. 더 퍼스트 슬램덩크(감독: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460만 관객을, 스즈메의 문단속(감독: 신카이 마코토)은 550만 관객을 동원했다. 반면 한국 창작 애니메이션계 소식은 암울하다. 검정고무신의 이우영 작가가 최근 저작권 분쟁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고,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구름빵의 백희나 작가 사태까지 마주하게 된다. 김 작가는 일련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자세히 알고 있는 사안은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더 안타까운 건 이런 사례가 앞으로 더 일어날 소지가 많다는 거예요. 이제는 1인 작업시대가 아닙니다. 모든 작업이 협업이죠. 지적소유권을 갖는 사람이 많아지는 거예요. 후배들에게는 작업 초기부터 각자의 저작권·지적소유권에 대해 명확히 하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하지만 그는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미래가 어둡지 않다고 확신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웹툰시장을 보면 젊은 작가들의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에 놀란다고 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보다 한국 애니메이션과 웹소설에서 훨씬 자유로운 구조를 발견한다는 것. 김 작가는 현재 한국 애니메이션·웹툰 중에 현대화된 문화 속에서 서구지향적인 소재가 많지만, 한국문화의 뿌리에 관심을 두는 작가도 곧 출연할 것으로 예상한다. 제작비 회수가 어려워 ‘가뭄에 콩 나듯’ 투자하는 자본시장이 좀 더 안정된다면, 한국 애니메이션이 세계를 무대로 훨훨 날아갈 날들이 멀지 않다는 예측이다. 극장판 준비로 출판만화 중단한 것이 가장 아쉬워 40년. 통상 한 세대를 30년으로 간주해도 긴 세월이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둘리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김 작가는 사람마다 다른 이유가 있겠지만 ‘친근함’이야말로 둘리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이라고 설명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둘리의 정신연령은 7살 어린이.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을 관찰하면서, 장난칠 법한 것들을 둘리 캐릭터에 녹여낸 것. 둘리뿐만이 아니다. 음치 마이콜은 실제 김 작가가 쌍문동에 거주할 당시 이웃집에 살던 가수 지망생을 참고했고, 고길동은 80년대 40대 직장인의 모습을 녹였다. 직장인의 모습·습성을 관찰하기 위해 오피스들이 가득한 빌딩 숲을 누비기도 했다. 평생을 만화가로 살아온 영원한 둘리 아빠 김수정 작가. 혹시 만화가로의 삶을 후회한 적은 없을까. 어떤 삶이나 후회가 있겠지만, 오히려 만화를 더 그리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운 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기공룡 둘리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준비하느라 출판 만화에 손을 놓은 것이 바로 그것. 1인 작가 체제로 오랜 세월을 보내온 그가 둘리를 비롯한 여러 출판 만화를 그리면서 극장판 애니메이션 총감독까지 맡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룬 것에 대한 만족은 모르는데, 놓친 것은 후회스럽죠. 물론 힘들었지만, 출판 만화를 하면서 애니메이션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아직도 있어요. 우리 일이라는 건 아무리 하고 싶어도 눈 나빠지고 손 떨리면 못해요. 젊어서는 앞으로 할 일을 계획했지만,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어디까지인지를 역으로 생각해요.” 둘리의 새로운 모험 이야기를 극장에서 또 볼 수 있을까? 김수정 작가는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후속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2013년 개봉을 계획했던 극장판이 있었어요. 방부제 소녀들의 지구대침공(가제)라는 애니메이션인데요, 둘리 일당이 얼음별에 가서 난장판을 만들었다면, 후속편에서는 반대로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는 이야기입니다. 둘리와 친구들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외계인을 막아내면서 지구를 구하는 이야기죠. 우선 중단했던 만화책을 먼저 출판할 계획입니다.”
체코 프라하역에서 야간열차를 탔다. 부다페스트까지 약 9시간이 걸린다. 6명이 함께 타는 비좁은 쿠셋(침대칸) 꼭대기 칸에서 선잠을 잤던 것 같다. 덜컹거리는 소리에 가끔 잠에서 깼고, 지금쯤 국경을 넘어가고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며 다시 까무룩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가끔 차창을 스쳐 가는 가로등 불빛에 눈이 부시기도 했다. 부다페스트역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8시였다. 커다란 트렁크를 끌고 역사 밖으로 나오니 이방인을 제일 먼저 반기는 건 역시나 잿빛의 하늘이었다. ‘동유럽표 가을 하늘’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의 우중충한 하늘. 어디에선가 잔뜩 몰려온 두터운 먹구름이 부다페스트 시내를 뒤덮고 있었다. 무거운 트렁크를 끌며 반질거리는 돌바닥 길을 가는 동안 귓전에는 내내 ‘글루미 선데이’의 아련한 선율이 맴돌았다. 헝가리 하면 반사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음악. 1935년 헝가리의 무명 작곡가 레조 세레스는 연인인 헬렌에게 실연당한 아픔을 담아 ‘글루미 선데이’라는 곡을 썼다. 그런 사연이 있어서일까? 음반이 출시된 지 8주 만에 헝가리에서만 187명의 자살자가 나오고 전 세계에서 수많은 젊은이가 이 노래를 들으며 목숨을 끊었다. 레조 세레스 역시 자기 노래 때문에 사람들이 죽었다는 죄책감에 자살했다고 한다. 롤프 슈벨 감독은 이 믿기지 않는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 글루미 선데이를 만들었다. 영화는 자보와 일로나 그리고 안드라스라는 두 남자와 한 여자가 만들어 내는 특별한 사랑에 관해 이야기한다. 미로처럼 좁은 골목을 걸어가는 동안,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던 일로나의 모습과 그녀를 바라보던 안드라스의 강렬한 눈빛 그리고 영화 내내 흐르던 치명적인 피아노 멜로디가 머릿속에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가 사라지곤 했다. ‘당신을 잃겠느니 당신의 반쪽이라도 갖겠소’라던 자보의 안개 같은 목소리도 골목 저편 어디선가 들리는 듯했다. 어쨌든 야간열차는 8시간의 어둠 속을 느리게 달려서는 몽환처럼 어슴푸레한 부다페스트의 풍광 속으로 여행자를 내려놓은 것이다. 부다와 페스트, 서로 다른 풍경 호텔에 부랴부랴 짐을 맡기고 처음 찾은 곳은 ‘세체니 다리’다. ‘글루미 선데이’의 배경이 됐던 곳이기도 하다. 밤에 불을 밝히는 전구가 멀리서 보면 사슬처럼 보인다고 해서 세체니(사슬)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다뉴브강을 연결하는 8개의 다리 중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힌다. 세체니 다리 양 끝에는 커다란 사자상이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사자는 혀를 갖고 있지 않다. 별명이 ‘혀 없는 사자상’인 것도 이 때문이다. ‘조각가가 깜박 잊고 혀를 만들지 않았다’, ‘더 이상 싸우지 말라는 의미로 일부러 안 만들었다’ 등 의견이 분분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혀가 없으니 울지 못한다. 그래서 헝가리 사람들은 ‘가능성 없는 일’을 이야기할 때 종종 ‘사자가 울면’이란 문구를 인용한다고 한다. 부다페스트는 원래 하나의 도시가 아니었다. 다뉴브(도나우)강을 사이에 두고 각각 발전하던 부다와 페스트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도시다. 인구는 약 2백만 명으로 중·동부 유럽에서 가장 큰 도시 가운데 하나다. 부다는 귀족과 부호의 영역, 페스트는 상인의 활동무대였다. 고대 로마의 군사기지로 개발되기 시작해 1361년 헝가리의 수도가 됐다. 13세기 이후 헝가리 왕들이 거주했던 왕궁을 비롯해 역사적 유물과 건축물들이 산재해 있다. 페스트가 도시로 형성된 것 역시 13세기 무렵, 상업과 예술의 중심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두 도시는 16~17세기엔 터키와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조 지배하에 있었으나 1872년 합병하여 하나의 도시가 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주변 작은 도시들까지 합쳐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이 때문인지 부다 지역과 페스트 지역은 각기 서로 다른 매력을 드러낸다. 왕이 살았던 부다 지역은 어딘가 중후한 분위기를 풍긴다. 왕궁과 성당 등 역사적 건축물이 즐비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한몫했으리라. 부다 지역에 가장 큰 볼거리는 야트막한 부다 언덕에 다 모여 있는데, 부다성과 마챠시 사원, 어부의 성채 등은 반드시 찾아야 할 곳이다. 부다성은 13세기에 지어졌다. 전성기 시절, 빈과 함께 합스부르크 제국의 공동 수도였던 부다페스트는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만신창이가 된다. 전후 50년 동안 지속된 공산주의 통치 역시 건물 대부분을 파괴해 버린다. 현재의 부다성 안에 있는 부다 왕궁은 네오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때 파괴된 것을 복구한 것이다. 고풍스럽고 우아하던 실내장식이 현대식으로 다 바뀌었다고 한다. 성은 역사박물관과 국립박물관·국립도서관으로 쓰이고 있다. 왕궁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88m 높이의 첨탑이 있는 거대한 마차시 사원과 만난다. 1200년대 중반에 건축된 이 사원은 헝가리의 역사에 따라 한때는 교회로, 또 한때는 이슬람 사원으로 이용되기도 한 특별한 내력을 가지고 있다. 네오 고딕양식으로 지어져 있으며 웅장하면서도 화려한 외관이 돋보인다. 기하학적 무늬의 타일로 장식된 본당 지붕도 시선을 끈다. 이곳은 마차시 왕을 비롯해 역대 국왕의 결혼식과 대관식 장소로 이용되던 곳. 온통 황금으로 장식된 주 제단이나 대관식에 사용된 베일과 성물 등 전시물이 상당히 화려하다. 터키에 점령당했을 때는 이슬람 사원으로도 쓰였는데 지금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뾰족한 지붕을 가진 흰색 건물들이 회랑을 이루며 길게 늘어선 어부의 성채 또한 볼 만하다. 100여 년 전 건축된 네오 로마네스크식 건물인데, 다뉴브강 연안에 있는 요새 중에서는 가장 오래됐다고 한다. 과거 어부들이 이곳에서 파수를 맡아 적들을 방어했다고 해서 어부의 성채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적용된 반원형 아치와 고깔 모양의 탑들이 동양적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이곳에서는 강 건너편의 페스트 지구가 훤히 내려다보이는데, 세체니교의 끝자락에 위치한 아담 클락 광장에서 케이블카를 이용해 언덕 위로 쉽게 오를 수 있다. 부다 언덕에서 봤을 때, 페스트 쪽 강변에 성처럼 솟아있는 건물이 부다페스트가 자랑하는 국회의사당이다. 건국 1천 년을 기념해 1904년에 완성한 것으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입법 건물 중 하나다. 그 위엄과 화려함을 지키기 위해 십수 년째 보수공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건물 일부만 사용하고 있으며 개인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어서 가이드 투어를 신청해야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영웅광장에 서면 36m의 중앙탑 위에 세워진 헝가리의 수호천사 가브리엘과 헝가리 독립을 위해 싸운 근대지도자와 왕들의 동상이 위엄 있게 여행자를 기다린다. 헝가리 건국 1천 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곳으로 헝가리 역사를 빛낸 영웅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았다. 중앙기둥의 대좌에는 9세기경 헝가리에 온 마자르족 수장들의 동상이 서 있다. 다른 유럽 국가와는 다르게 의상과 무기가 독특하다. 부다 지역에 비해 페스트 지역은 젊음과 활기로 넘친다. 특히 다뉴브강변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한 바치거리는 보행자 전용 거리로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부다페스트의 명동’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곳이다. 수많은 상점과 사무실·은행·레스토랑 등이 몰려 있어 페스트 지구 내에서도 가장 화려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노천카페·레스토랑·기념품샵과 고급 호텔 등이 이어진다. 키라리거리 역시 페스트 지역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다. 지하철 데악광장역(Deak Ferenc Ter)에서 내리면 된다. 현지인들이 즐겨 가는 동네로 세련된 멋으로 가득하다. 작은 골목에는 멋진 펍과 가게들이 들어서 있는데, 상당히 오래된 빈티지 제품을 취급하는 가게도 많다. 바치거리 끝에 중앙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1897년 개장했다. 헝가리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으로 과일을 비롯한 농업국가 헝가리를 대표하는 신선한 농수산물과 다양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와 다이애나 왕비가 다녀가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1층에는 갖가지 채소·과일·치즈 등을 파는 식료품 가게가 자리하고, 2층엔 요기할 수 있는 작은 식당이 줄지어 있다. 민예품과 골동품을 파는 상점들이 몰려 있어 예전 공산권 시대의 유품 등 간단한 액세서리나 선물용품 등을 사기에도 좋다.
워런 버핏 주주총회에서 얻은 깨달음 교직에 있던 시절 해보고 싶었지만, 해볼 수 없었던 것이 있었다. 미국 오마하로 가서 워런 버핏의 주주총회에 참석해 보는 것이었다. 5월 첫째 주 토요일에 주주총회가 있고, 전날은 버크셔해서웨이의 계열사들이 부스를 여는 쇼핑데이가 열린다. 이날 연매출 20%를 기록하는 회사들이 있을 정도로 4만 명 넘는 관광객의 큰 손들이 기념품과 계열사 제품들을 사들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시즈캔디·버핏 캐릭터가 새겨진 기념품·의류가 인기가 많고, 캠핑카·모듈하우스·타일 등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한다. 주주총회에 참석하려면 전날 쇼핑센터에서 잔고증명서 또는 증권어플을 보여주며 해당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면 1주당 4장까지 입장권을 준다. 다음날 주주총회에 제대로 된 자리를 앉으려면 5시부터 줄을 서야 한다. 입장은 아침 7시부터 가능하다. 이날은 미국에 있는 금융인들은 다 모였다 할 정도로 뉴욕에서 보던 월가 사람들을 미국 중부 시골 오마하에서 볼 수 있다. 아쉬운 점은 한국인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반면 중국인들은 패키지 투어로 올 정도로 열정적이었고, 버핏에게 직접 질문할 수 있는 발언권도 가지고 있었다. 버핏투어를 기획한 중국 펀드 회장과 버핏 자택 앞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는데, 의외로 중국에 가치투자자가 많다는 것을 듣게 되었다. 이동거리 부담만 없다면 한국 학생들이 수학여행으로 주주총회에 참석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기업의 주주총회에 마치 월드컵 경기장에 몰려든 관람객에 맞먹는 인파가 몰리는 것을 보며 전율이 느껴졌다. 미래에는 한국에서 이런 투자자가 나오기를 간절히 희망했다. 미국인은 왜 날씬할까? 미국 방문 당시 최대 이슈는 ‘140만 원짜리 살 빼주는 약’ 이야기였다. 원래는 당뇨 치료제로 나온 약인데, 살 빼는데 효과적이라는 소문 때문에 부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오마하·워싱턴·뉴욕·샌프란시스코·애틀랜타를 갔을 때, 애틀랜타를 제외한 나머지 도시에서 뚱뚱한 미국인을 보지 못했다. 햄버거·콜라·피자를 달고 사는 미국인이 날씬하다니 의외였다. 다시 생각해보니 미국의 부자동네만 방문했었고, 부자들만 만나고 왔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낮이든 밤이든, 공원이든 시내든 조깅하는 사람을 볼 수 있었고, 샐러드와 채소음식 가게는 인기가 있었다. 그리고 식단·운동·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상당했다. 체형관리를 위해서는 돈이 아끼지 않았다. 140만 원짜리 살 빼는 약까지 도입되면 이제 빈부격차가 체형에서부터 드러나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 명품을 걸치고, 비싼 음식을 먹는 시대에서 자기 건강과 체형을 관리하는 것이 부를 뽐내는 시대가 되면 부자들은 어디에 돈을 쓸까? 투자의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전기차를 외치지만 전기차가 없는 미국 테슬라로 인해 미국이 전기차가 제일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미국에서 전기차를 보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전기차가 가장 많은 국가는 중국이고, 유럽·미국 모두 그 수준에 비하면 전기차 보급률도 인프라도 부족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테슬라가 정말 흔하게 다녔다. 하지만 미국의 중부·동부 도시에서는 각각의 이유로 전기차를 볼 수가 없었다. 중부는 땅이 넓고 도시 간 거리가 멀다. 또한 기름이 저렴하다. 인건비가 비싸고, 스스로 집을 수리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SUV나 픽업트럭이 유행한다. 전기차는 가격도 비싸고, 주행거리도 짧아 매력도가 떨어진다. 그래서 전기차 충전소도 보기 어렵다. 반면 동부는 오래된 도시들로 길이 좁고, 주차할 공간도 부족하다. 전기차 충전할 곳을 찾기가 어렵다. 소득이 높고 기름값도 높아 전기차를 구입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인프라 문제로 전기차가 들어오기 어렵다.미국은 넓은 땅이고, 소득·물가·인구밀도가 제각각이다. 그런데 뉴스에서는 미국을 하나로 보고 평가한다. 미국은 이래서 전기차가 없다는 논리가 적용될 수 없다. 실리콘밸리의 천재들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세계의 천재들이 몰린다. 애플·구글·페이스북·테슬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실리콘밸리에 몰려 있다. 엔지니어로 불리는 이 천재들은 엄청난 몸값을 받으며 직장을 자유롭게 옮겨 다닌다. 이들이 모여서 아이디어를 내고 회사를 세우면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이 탄생된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한국 청년들을 만났다. 한국에서든 미국에서든 알아주는 천재들인데 이 실리콘밸리에 이런 인재들이 득실거렸다. 미국이 강한 이유는 전 세계의 천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어떻게 보면 훌륭한 인재들을 미국으로 빼앗기고 있다. 인재들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전 세계 인재들이 다니고 싶은 기업이 한국에 굳건히 있어야 하고, 한국 인재만 뽑는 것이 아니라 실력이 있다면 누구든지 올 수 있도록 이민의 문을 열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