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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한국교총(회장 하윤수)이 교권강화를 위해 ‘교권 3법’(아동복지법‧교원지위법‧학교폭력예방법)의 하나로 전 방위 개정 활동을 펴 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폭법) 개정안(교육위원회 대안)이 26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교총은 “학교와 교원이 교육에 전념하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처분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고 환영했다. 이날 교육위를 통과한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르면, 일정 요건에 부합한 경미한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서는 전담기구 확인을 거쳐 자체 종결하는 ‘학교자체해결제’가 도입된다. 또 경미한 사안 이상의 학폭 사건은 현행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해 심의․처분의 전문성과 신뢰도를 높이기로 했다. 아울러 교육지원청 학폭위 내 학부모 위원 수를 현행 과반수에서 1/3 이상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이에 교총은 “교총이 줄기차게 대국회, 대정부 요구활동을 전개한 학폭위 교육지원청 이관과 경미한 학폭 사안 학교장 종결제 도입이 반영됐다”고 환영했다. 교총은 교원의 회복적 생활지도와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해당 내용을 골자로 한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의 발의를 지난해 이끌어낸 데 이어 교육부와의 교섭합의, 50만 교원 청원운 동, 국회 앞 기자회견 및 1인 시위, 정당 방문 활동 등 전방위 관철활동을 추진해왔다. 교총이 그간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에 앞장 서 온 이유는 학교와 교원이 학폭 사건 심의․처리에 매몰되면서 ‘회복적 생활지도’라는 본분이 훼손되고, 과도한 업무와 민원, 불복, 소송에 시달리면서 정상적 교육활동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은 사안의 경중과 관계없이 기계적으로 학폭위를 열도록 해 교원의 교육적 지도를 차단, 교권 약화의 원인이 돼 왔다. 또한 전국 초․중․고의 학폭위 심의 건수가 2015학년도 1만 9830건에서 2017학년도 3만 933건으로 급증하는 추세여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학교폭력 사안 처리 이후에 발생하는 문제도 교육현장에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지난해 학폭위 처분 관련 행정소송 10건 중 4건이 법원에서 뒤집히고, 학폭위 재심청구 처리 건수가 2013년 764건에서 2017년 1868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하는 등 소송과 재심 과정에서 혼란과 갈등이 빈발하고 있다. 학교와 교원이 민원․재심․소송 등에 대응하느라 교육활동에 지장이 초래되고, 나아가 학교에 대한 불신만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전국 초․중학교 중 2015개 학교가 60명 이하 소규모 학교여서 학폭위 구성 자체가 힘든 현실도 법 개정을 추진한 이유라는 게 교총의 설명이다. 하윤수 교총회장은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 통과로 학교와 교원이 본연의 교육활동과 생활지도에 전념하고, 학폭위 처분 또한 전문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전기가 마련됐다”며 “학교폭력예방법은 물론 교원지위법도 3월 임시국회 내에 본회의 처리를 관철시켜 교권 3법 개정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교총 하윤수 회장을 비롯해 제36대 회장단은 취임 이후, 교권 침해 방치 ‘교권 3법’을 천명하고 전방위 개정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아동복지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2018. 11. 23)했고, 교원지위법(2018. 12. 26, 국회 교육위 통과)과 학교폭력예방법도 3월 임시국회 내 통과를 앞두고 있다.
올해 11월 14일 예정된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시험영역과 EBS 연계율 등이 지난해와 동일하게 치러진다. 올해도 지진에 대비해 예비문제가 만들어지고, 교육과정 중에서 어떤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인지 문제별 출제 근거가 공개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 기본계획'을 26일 발표했다. 올해 시험영역은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사회/과학/직업탐구, 제2외국어/한문으로 지난해와 같다. 수학영역은 가형과 나형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가형은 미적분Ⅱ·확률과 통계·기하와 벡터에서, 나형은 수학Ⅱ·미적분Ⅰ·확률과 통계에서 출제된다. 영어영역은 총 45문항 중 듣기평가가 17문항 나온다. 탐구영역의 경우 사회탐구는 9개 과목 중 최대 2개, 과학탐구는 8개 과목 중 최대 2개, 직업탐구는 10개 과목 중 최대 2개를 선택할 수 있다.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9개 과목 중에 1개를 선택할 수 있다. 영어영역과 한국사영역은 절대평가다. 학생들이 받을 성적통지표에 원점수 절대평가에 따른 등급(1∼9등급)만 표기된다. 필수영역인 한국사는 응시하지 않을 경우 성적 전체가 무효 처리되고 성적통지표도 나오지 않는다. 역사에 대한 기본 소양을 평가하고 수험생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핵심 내용 중심으로 평이하게 출제된다. 평가원은 올해 수능도 예년처럼 학생들이 학교 교육을 충실히 받고 EBS 연계 교재와 강의로 보완하면 문제를 풀 수 있는 수준으로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EBS 연계도는 지난해처럼 영역(과목)별 문항 수 기준 70% 수준으로 유지된다. 점자문제지가 필요한 시각장애 수험생은 희망하면 화면낭독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와 해당 프로그램용 문제지 파일·녹음테이프를 받을 수 있다. 수학영역 시간에는 필산 기능이 있는 점자정보단말기를 쓸 수 있다. 정부는 올해도 저소득층 교육비 부담 완화 등을 위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차상위 계층(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른 지원대상자 포함)에 대한 응시수수료 면제·환불 제도를 시행한다. 평가원은 수능일 전후 지진 발생에 대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능 예비문항을 준비하며 수능 후 문항별로 출제 근거(교육과정 성취기준)를 공개한다.
본지는 ‘직업교육 살리기’에 나선 현장 교원, 전문가들과 2회에 걸쳐 좌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1차 때 직업교육을 전체적으로 진단한 데 이어, 2차 좌담회에는 현장 중심의 개선점을 진단했다. 이병욱 충남대 기계금속공학교육과 교수, 이수정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배동윤 부산 대광발명과학고 교감, 이현영 경기 다산고 교사가 참석했다. 배동윤 “취업처 발굴부터 산학 연계, 취업 매칭 및 유지 등 학교에 역할 편중” 이현영 “현장실습 진행 산업체에 국가적으로 전폭적인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이병욱 “직업교육은 학교만의 노력으로 성공 못해… 경제주체 참여·지원 시급” 이수정 “독일·스위스는 직업교육 주체에 대해 학교·기업 동시에 법으로 명문화” ―교사 입장에서 필요한 개선점은 무엇인가. 배동윤 = 요즘 직업계고 교사들은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첫째, 신입생 미달 사태로 인한 학급 감축 등의 우려로 학교 홍보 및 신입생 확보 노력, 학과 개편 등을 통한 지속적 변화 노력을 해야 하는 업무적, 심적 부담을 가지고 교육 활동에 임하고 있다. 신입생 미달이 많은 학교의 경우 학급 감축이 시행되고 학급당 2명의 교사 정원이 감축됨에 따라 신분상 불안감을 느끼며 근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 직업계고는 취업률 제고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지역에 따라 산업체 발굴, 매칭, 학생 관리 등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취업률 저조시 여러 사업 등에서 배제되거나 예산 축소 등으로 부정적 피드백이 주어지는 부담을 느끼는데다, 취업부·도제부 등 취업관련 업무에 대한 부담도 가중돼 기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셋째, 학생 수 감소 등으로 생활지도의 어려움이 증가하고, 학업 중도 탈락율 증가 등으로 학생 관리 업무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직업계고 교사들이 오직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안정적인 교육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 자리를 빌어 정부와 시·도교육청, 기업 등 유관기관에게 간절히 부탁드린다. 이현영 = 직업계고 교사들은 취업과 진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학교에서 진행되는 사업도 정말 많다. 우스갯소리로 인기 있었던 영화의 대사를 패러디해 이렇게 말한다. ‘지금까지 이런 교사는 없었다. 우리는 영업사원인가. 교사인가.’ 교사가 교사답게 학교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수업에 집중하고 싶다. 학생들을 교육하고 지도하는 본연의 직무를 실현하고 싶다. 다른 사업들과 관련된 업무들을 전담해 추진하는 다른 직군이 있었으면 한다. 이병욱 = 종래의 한국교육에서 신념화되어 있는 획일적 성공 모델에서 탈피해 다양한 전공과 진로경로, 그리고 학생 수준에 부합된 교육 모델을 개발하고 적용해 행복하고 매력적인 직업계고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국가 및 각 지자체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정책에 대한 관심도 가져줬으면 한다. 비판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 배양과 더불어 확정된 정책에 대한 이해와 수용성을 높여 학생, 산업체, 국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직업교육이 될 수 있도록 핵심 주체로서의 사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수정 = 각 권역별, 분야별 자체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경제, 사회의 변화와 정책의 변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직업계고 정책에 대한 이해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직업계고 정책의 경우 유관기관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므로 기존의 담당자와 유관기관 담당자와의 소통을 통해 노하우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 교사의 인사이동, 전담인력의 고용 관련 변화 등이 유관기관과의 협력 체계를 방해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책적 개선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배동윤 = 직업교육시스템이 잘 갖춰진 독일이나 호주의 경우, 학생들이 질 높은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교육청, 기업, 학교, 유관기관 간 상호 유기적인 역할 분담이 이뤄지고 있다. 또 산-학-관 연계시스템을 통해 실효적인 직업 교육을 시행하고 있으며 전폭적인 행정적 재정적 지원도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직업교육을 위한 균형적인 연계 시스템보다는 취업처 발굴부터 산학 연계, 학생-기업 매칭, 취업 유지 등 많은 부분이 직업계고의 역할로 편중돼 있는 성향이 짙다. 21세기 국가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학생들의 선호 및 기피 전공에 따른 구조 조정보다는 각 산업 분야에 필요한 기능 인력의 수요를 고려하고 그 분야에 필요한 인력을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양성할 수 있도록 중등 직업계고 교육체제의 재편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현영 = 현장실습을 진행하고 있는 산업체에 국가적으로 전폭적인 지지와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 최근 교육부가 현장실습 산업체 선정과 관련된 기준을 완화했다. 하지만 아직도 산업체 현장은 힘들어하고 있다. 학생들 현장실습 업무로 힘든데다가 까다로운 기준을 맞춰야 하고 노무사와 교육청, 학교 등에서 수시로 회사를 방문하는 등 부담이 늘어 현장실습 참여를 꺼리고 있다. 직업계고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희생하는 산업체에 실직적인 혜택이 주어져야하며 산업체도 미래의 직업인을 양성하는 직업교육의 중요한 위치임을 인식하고 함께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2011년부터 꾸준히 우리 학생들을 파견하는 한 의료기관이 있다. 현장실습으로 파견된 학생들에 대한 교육에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혹시 중간에 포기하는 학생들이 있더라도 전혀 개의치 않고 더 많이 못 가르쳐 준 것에 안타까워한다. 어떻게 그런 마음으로 학생들을 생각할 수 있는지 여쭤보니, 우리가 똑바로 가르쳐야 우리에게 배운 학생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정확하게 업무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사회적 선순환’을 강조한 원장님의 말씀이 잊히지 않는다. 이러한 산업체는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혜택을 줘야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병욱 = 직업교육의 대상에 따라 중등단계, 고등단계, 그리고 평생교육 단계 등으로 다양하게 구분할 수 있다. 직업교육 정책은 이들 단계들 간의 역할 분담과 교육 내용적 연계성을 고려한 정책 마련과 추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단계들을 담당하고 있는 교육주체들은 자신의 분야에만 집착하지 말고 전체적인 국가 인적자원개발과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전체 직업교육의 파이를 키워나가기 위한 통찰력과 협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직업교육은 교육부문에서만의 노력으로 성공할 수 없다. 경제주체의 참여와 지원이 매우 필요하다. 따라서 경제를 담당하고 있는 정부부처와 기업, 그리고 노조의 참여와 협력이 요구되므로 이에 부합된 직업교육 정책이 범 부처 차원에서 마련되어 추진될 필요가 있다. 이수정 = 윗분들의 말씀에 동의한다. 직업교육은 학교의 노력만으로는 이뤄지기 힘들다. 독일과 스위스는 직업교육의 주체에 대해 학교뿐 아니라 기업까지 법으로 명문화되어 있다. 이에 따라 사회 구성원 전체가 협력하고 있는 점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전문 분야의 인재 양성과 역량 개발은 국가의 중요한 책임이자 역할이므로 이러한 사회적·문화적 기반 마련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school to work’ 이행을 통한 직업교육 정책의 최대의 수혜자는 학생과 기업이며, 이는 곧 국가 전체로 확산되는 것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한 법적 장치, 담당 부처를 넘어 범정부 차원의 예산 배분, 정부부처·지자체·유관기관 간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현장교사들이 보는 학생 입장에서의 개선점은 무엇인가. 배동윤 = 학생은 배우는 사람이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기업에서 사회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실수도 하면서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며 직업인으로 성장해가야 한다. 중등 직업교육 단계에서 해당 분야의 직무 역량을 키움과 동시에 취업과 대학 진학의 선택 기회를 확대하고 원하는 교육을 충분히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근로자가 아닌 학생으로서 충분한 보호와 대우를 받아야 하고, 직업계고 학생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고 건강한 직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이현영 = 중학교 때 진로설계를 잘해서 자신이 정말로 배우고 싶은 직업교육을 선택했으면 좋겠다. 현재 고입정책에 문제점도 있지만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부모님과 선생님들과 의논하기보다, 친구를 따라 선택한다거나 성적에 맞춰 학과를 선택하는 식이 돼선 곤란하다. 그렇게 선택한 학과에 최선을 다해 교육에 임하도록 제대로 된 진로 설계, 시스템 구축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학계에 계신 두 분에게 미래에 대한 제언을 듣고 싶다. 이병욱 =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 시대 등으로 표현되고 있는 미래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직업교육의 체제가 어떻게 설계되고 마련돼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를 마련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교육과 경재를 담당하고 있는 모든 주체가 노력해 정책적 의제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특히 인간의 정체성과 노동의 개념과 역할 변화는 반드시 이뤄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예상되는 당면 과제 등을 도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직업교육 체제 마련에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수정 = 4차 산업혁명, 저출산·고령사회, 다문화 사회의 도래에 따라 국가는 직업교육 정책을 통해 전 국민이 거대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국민의 인적자원의 개발과 활용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직업교육은 특정 시기, 특정인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해야 할 중요한 교육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국가는 전 생애에 걸쳐 지속적이고 유연하게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국민 모두가 전 생애에 걸쳐 언제든 원하는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고 제1직업뿐 아니라 제2 또는 제3의 직업을 얻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school to work’ 경로를 개발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 때 현재 직업계고 정책은 향후 전 국민을 대상으로 ‘school to work’, 더 나아가 ‘work to school’로 유연한 직업교육 시스템 구축을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전 국민의 인적 자원 개발을 위해 직업교육 정책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학습-일-자격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는 법적 장치 마련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올해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다. 한국은 지형학적으로 중국·러시아, 일본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동북아 패권 국가인 이들 나라들과 가슴 아픈 과거도 갖고 있다. 동북공정, 독도영유권 분쟁, 위안부 문제 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교육공동체 합의로 진행돼야 일제(日帝) 강점기 35년 간 그들이 우리에게 가한 식민통치 만행은 이루 형언할 수 없을 정도다. 창씨개명, 일본어와 역사 강제 교화, 우리말과 한글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민족말살정책을 펼쳤다. 우리가 이제껏 우리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많은 동요·노래와 놀이 등도 일제가 우리 민족을 세뇌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전파한 사실도 드러났다. 최근 각 시·도교육청을 중심으로 일제잔재 청산 및 새 교육·학교문화 조성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100년 전 독립의 열망으로 목숨을 걸고 항거했던 순국선열·애국지사들의 숭고한 얼을 이어받아 통일 한국을 실현하고 희망의 미래를 열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각 급 학교에는 동상, 사진, 교훈, 교가, 명칭, 관습 등 일제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다. 이 일제잔재를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 100년을 향한 새 교육·학교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첫째,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가능한 것부터 순차적으로 고쳐야 한다. 이미 1996년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개명한 바 있다. 일제식 명칭인 유치원의 유아학교 변경, 주번·애국조회 폐지 등은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따라서 국회에 발의돼 있는 유아교육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하고, 주번·애국조회 등은 단위 학교별로 폐지하면 된다. 둘째, 단위 학교 교육공동체 구성원들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교훈, 교가 등은 오랜 역사와 전통 속에서 동문들을 이어주는 끈끈한 소속감과 단결력의 표상이다. 교훈이 근면, 정직, 성실, 순결 등 일제식 덕목 중심이고, 교가를 친일 인사가 작곡·작사했다는 명분으로 바꾸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특히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발행한 친일인사인명사전에 등재된 4389명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덜 된 상태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보수·진보 없는 민족적 과업 셋째, 의사결정 구조가 ‘위에서 밑으로(top down)’가 아니라, ‘밑에서 위로(bottom up)’ 향하는 체제여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는 권장 공문을 강압으로 받아들일 우려가 없지 않다. 따라서 교육당국은 일제잔재 청산의 방향은 제시하되, 세부 실행은 학교와 학교장의 자율성에 맡겨야 한다. 1930년대 일제 만행의 중심지인 상하이의 일본해군사령부 청사를 존치해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중국 사례도 음미해봐야 한다. 넷째, 이념적 접근과 특정 단체 중심의 편향적 추진을 경계해야 한다. 친일잔재 청산은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민족적 과업이다. 따라서 이념, 세대, 지역 갈등을 극복하여 협업해야 한다. 특정 단체의 중심의 편향된 추진에서 벗어나 모두가 동참하는 통합된 국민운동으로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강도 챙기고 스트레스도 풀 겸 동네 클럽에서 배드민턴을 배운다. 언뜻 보기에 쉬울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체력 소모가 많고 기초부터 배워야할 것들이 많다. “오늘 딱 하루만 쉬면 안 될까?” 엄살을 부릴라치면, “무슨 남자가 그리 끈기가 없어요? 그러고도 학생들에게 면이 설 것 같아요?”라며 윽박지르는 아내가 그리도 미울 수가 없다. 가끔 재미로 치는 것이 아니라 운동으로써 배드민턴을 배우는 것은 참으로 고역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선뜻 포기할 수 없는 것이 고액의 라켓에다 신발, 운동복, 그리고 입회비에 레슨비까지 이미 상당한 액수를 지불한터라 포기할 수도 없다. 오늘은 좀 늦게 귀가를 했기에 그것을 핑계 삼아 “이따 갈 게. 밥 먹고 바로 운동하면 몸에 안 좋다네.” 어느새 레슨이 끝났는지 아내가 돌아와서 “요즘 수업 시간에 힘들다고 했지? 학생의 마음을 사보라고.........” 잔소리가 듣기 싫어 얼른 배드민턴 가방을 들춰 메고 집을 나선다. “오늘 좀 늦으셨네요!” 강사가 반갑게 맞아 준다. 이런저런 핑계로 엄살을 피웠던 자신이 살짝 부끄럽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리더십이 문제일까? 교수법이 잘못됐나? 아니면 학생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나?’ 별생각이 다 들었는데 오늘의 일을 곰곰이 떠올려보니 아이에게 진정으로 다가서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내의 충고가 고맙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 강원 철암초는 교내 SW교육 활성화를 위한 학생동아리를 운영하고 융합형 교수학습자료를 개발했다. 또 지역사회로 범위를 넓혀 폐광촌인 지역 내에서 학생·학부모가 함께하는 캠프를 운영하고 전국 소프트웨어 교육 축제 내 체험 부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 경기 광명북중은 분야별 기초강의와 팀별 프로젝트 수행 등의 활동을 통해 참여 학생에게 심화학습과 진로 탐색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역 내 8개 중·고교 학생 48명을 대상으로 ‘광명 연합 SW 해커톤’ 캠프를 운영했다. 광명북중에서는 이 외에도 드론 제작 회사를 방문하는 드론스쿨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 경남 창원중앙고는 컴퓨팅 사고력을 기반으로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을 정보 교과와 창의적 체험 활동을 이용해 운영하고 있다. 또, 인근 학교 중학생을 대상으로 ‘SW교육 캠프’와 중·고 학생 간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해 지역 내 SW교육 재능 나눔 활동을 하면서 우수 교육 사례를 확산하고 있다. 초등학교 소프트웨어교육 필수화에 따라 이들 학교와 같이 지역의 소프트웨어 교육 거점이 될 소프트웨어 교육 선도학교가 1832개교로 확대된다.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일 2019년도 소프트웨어 교육 선도학교를 최종 선정해 발표했다. 선정된 학교는 학교급별로 초등학교 1081개교, 중학교 461개교, 고등학교 279개교, 특수학교 11개교다. 시·도별로는 서울 165개교, 부산 88개교, 대구 100개교, 인천 79개교, 광주 48개교, 대전 46개교, 울산 30개교, 세종 6개교, 경기 404개교, 강원 97개교, 충북 69개교, 충남 95개교, 전북 111개교, 전남 162개교, 경북 132개교, 경남 173개교, 제주 27개교다. 소프트웨어교육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작년부터 중학교 정보교과에서 34시간, 올해부터는 초등학교 5~6학년군 실과 교과에서 17시간 이상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고교에서는 선택 교과로 운영된다. 양 부처는 이에 대비하기 위해 2015년부터 소프트웨어 교육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공유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교육 선도학교를 공동으로 선정해 운영하고 있다. 선도학교는 2015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늘려왔다. 첫해인 2015년에는 228개교로 시작해 2016년 900개교, 2017년 1200개교, 지난해에는 1641개교로 늘어났다. 2016년에는 소프트웨어교육 필수화의 현장 안착과 활성화를 위해 ‘소프트웨어교육 활성화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2017년에는 ‘과학·수학·정보교육 진흥법’을 전면 개정해 지난해부터 시행하는 등 학교 소프트웨어교육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임창빈 교육부 평생미래교육국장은 “모든 학생이 학교 교육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역량인 논리적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과기정통부,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다양한 지원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노경원 과기정통부 소프트웨어정책관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과 같은 창의직무 위주로 일자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소프트웨어를 누구나 기본소양으로 체득해 미래 일자리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어디서든 쉽게 접하고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도록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본격 ‘자사고 죽이기’ 우려 1인 시위·릴레이 단식농성 학부모 “평가지표 재검토해야” 교육청 “지표수정 없다” 강경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이재정 교육감님! 평가 계획을 전면 재검토 해줄 것을 간청 드립니다. 재지정 취소가 목적인 불공정한 평가지표에 반대합니다.” 21일 오전 8시 경기도교육청 앞. 경기 안산동산고의 한 학부모가 1인 시위에 나섰다. 올해 이뤄지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의 형평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있음을 알리기 위해서다. 학부모들은 현재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하고 15일부터 릴레이 단식농성을 하면서 이재정 교육감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전국 42개 자사고 중 24곳에서 재지정 평가가 이뤄지는 가운데 각 시‧도교육청이 평가 기준점 및 평가 지표를 일방적으로 상향조정해 논란이다. 이에 반발하는 학부모들의 시위 및 소송 예고가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것. 올해 서울을 비롯한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이 통과 기준점을 60점에서 70점으로 상향조정했다. 현 정부의 교육기조에 더해 진보교육감들의 이른바 ‘자사고 죽이기’ 정책이 본격 시동을 걸면서 자사고 취소 결정이 현실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사고는 5년마다 학교운영 평가를 통해 자사고 지정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될 때 법령에 따라 지정 취소가 가능하다. 학교가 자체평가보고서를 제출하면 도교육청이 현장평가를 하는 순으로 진행된다. 조규철 안산동산고 교장은 “5년 전 기준에 맞춰 대비하고 있었는데 지난 1월 교육청이 지표와 기준점을 수정해 통보한 후 3월에 평가한다고 했다”며 “새 기준에 맞춘 평가를 준비할 시간도 없고 이대로 진행되면 기준점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토로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6개 주요항목 중 ‘교육감 재량평가’ 부분이다. 감사 등 지적사례에 따라 12점까지 감점이 가능하도록 한 것인데 경기도의 경우 이를 5점에서 12점으로 대폭 늘린 것이다. 타 시도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인남희 학부모 비대위원장은 “타 시도의 경우 ‘주의’ 0.3, ‘경고’ 0.5점인데 비해 경기도는 ‘주의’ 1점, ‘경고’ 2점으로 점수차가 크다”며 “공정성‧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 위원장은 “학부모들은 어떤 근거와 기준으로 이러한 지표를 정했는지 묻고 수긍할 수 있는 답변을 들은 후 평가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경기도교육청이 지금과 같은 방안을 고수할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전북교육청은 올해 재지정 취소 커트라인을 타 시‧도보다 10점 높은 80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전북 상산고는 20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평가 계획이 본래 목적에서 크게 벗어나 자사고 폐지를 위한 수단으로 남용될 소지가 있음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교육청이 합리성과 적법성이 결여된 기준과 지표를 바로잡지 않고 강행할 경우 이로써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결과에 대해 법적구제를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상산고는 또 “타 시‧도 자사고와의 형평성 문제, 법적 근거 취약성, 자사고 운영의 자율권 침해 등 매우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어 평가 자체를 거부해야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면서도 “교육기관으로서 행정 절차는 준수해야 한다는 점과 평가 거부에 따른 법적 분쟁 소지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점에서 우선 운영성과 보고서는 22일까지 제출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북 상산고 총동창회‧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는 19~21일 전북도청, 전주 종합경기장 등에서 자사고 재지정 평가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시위를 벌였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시작으로 15일에는 전국 1000여 명 규모의 총궐기대회를 열기도 했다. 국회에서도 기자회견이 열렸다.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을 비롯한 김관영, 유성엽, 이용호, 김종회, 김중로, 임재훈 의원 등은 20일 “평가기준 80점은 30개 평가지표에서 평균 우수등급을 받아야 하고 감점도 없어야만 가능한 수준”이라며 “이는 사실상 자사고를 평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취소하기 위한 평가기준을 전북교육청 독단으로 정해놓은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갈등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의 질의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드리고 학교방문도 하면서 소통하고 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지표 수정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전북교육청도 “자체적으로 검토한 결과 평가 기준과 지표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수정 계획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총은 “자사고 정책은 시‧도교육감에 의해 좌지우지 돼서는 안 된다”며 “‘고교체제’라는 거시적 관점을 갖고 국가차원에서 검토‧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이를 도외시하고 교육청에 따라 재지정 평가기준과 방법을 조정‧변경해 달리하는 것은 교육법정주의와 정책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며 ‘폐지 수순’이라는 비판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자유한국당 김무성·정진석 국회의원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등 사학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당 의원들이 사학 관련 규제 법안을 무더기로 발의하고 교육부와 진보교육감들의 ‘사학 때리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이를 바로잡겠다고 나섰다. 두 의원은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교육 현안과 사학의 미래 발전방향’이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두 의원이 지난해부터 개최하고 있는 ‘열린 토론, 미래:대안찾기’ 제23차 순서로 진행됐다. 김 의원은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나라 인재양성의 요람인 사학을,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사회주의식 국가 통제정책을 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과 이 정부의 교육 인사들은 평등교육을 실현한다고 사학 파괴 정책, 하향평등교육을 만들지 말고 교육경쟁력을 높일 방법에 대해서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의 번영을 만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헌법적 가치관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절대로 흔들려서는 안 되는 기본”이라며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등 사회주의 정책을 펼치더니, 이제는 교육 정책에까지 사회주의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교육부와 진보교육감들이 진행하고 있는 사립유치원 규제, 자사고 폐지 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최근 교육부 장관이 주재한 사립유치원 관련 대책 회의에는 경찰청장, 국세청장, 공정거래위원장까지 참석시켰는데 갈등을 조율해 풀어나가는 문제 해결력은 보여준 적이 없고 ‘수사해서 감옥 보낸다’는 식으로 위협을 주는 대책”이라며 “자사고는 정부 재정 지원을 받지 않고도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펼쳐 학생·학부모의 선호도가 높은데 왜 적폐라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도 같은 시각의 발언을 이어갔다. 선진국에 비해 교육 분야의 자유로운 경쟁이 사라지고, 획일화·평준화된 교육으로 인해 학업성취능력이 떨어져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부분을 지적했다. 정 의원은 “사학마다 건학이념과 특수성이 있는데 이를 무시하는 현 정부의 의식에는 모든 학교가 똑같아야 하고, 이를 국가가 통제해야 한다는 사회주의 의식이 깔려 있다”며 “일부 사학의 작은 비리를 전체 사학의 비리로 일반화하고 있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은 충치 몇 개 때문에 치아 전체를 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두 의원 외에도 교육위원회 소속 김한표 간사, 김현아·전희경 등을 포함한 10여 명의 자유한국당 의원이 참석해 사학 규제 관련 법 개정,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는데 힘을 쓰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간사는 “그동안 우리 당이 먹고사는 문제와 국가안보를 챙기느라 교육 분야에 소홀했다”면서 “교육현장의 여러 목소리를 듣고 대책을 마련해나가겠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자로 참석한 이경균 한국사학법인연합회 사무총장은 △법정부담금 납부 강요에 따른 폐해 △사립학교 교원 신규채용 위탁 강제 △학생 수 감소에 따른 학교법인 해산 퇴로 마련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개정 △고교 무상교육에 대한 입장 등을 발표했다.
최근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9년도 소프트웨어(SW) 교육 선도학교'로 전국 1832개교를 선정·발표했다. 이들 선도학교는 연구결과·우수사례·노하우 전파와 일반화로 지역 내 SW교육 거점학교 역할을 담당한다.기존에 운영해 오던 학교와 이번에 새로 선정된 학교를 합한 선도학교 수는 초등학교 1081개교, 중학교 461개교, 고등학교 279개교, 특수학교 11개교로, 올해는 우수 사례 확산을 위해 작년보다 191교가 늘었다. 시·도별로는 서울 165교, 부산 88교, 대구 100교, 인천 79교, 고아주 48교, 대전 46교, 울산 30교, 세종 6교, 경기 404교, 강원 97교, 충북 69교, 충남 95교, 전북 111교, 전남 162교, 경북 132교, 경남 173교, 제주 27교 등 총 1832교이다. 교육부와 과기정통부는 소프트웨어 교육 우수 사례를 발굴하고 공유하고자 지난 2015년부터 소프트웨어 교육 선도학교를 공동으로 선정·운영하고 있다. 올해로 5년차를 맞고 있는 사업이다. 현재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소프트웨어 교육 필수화에 따라 초등학교는 올해부터 제5~6학년군 '실과' 교과에서 17시간 이상을 각각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중학교는 지난해부터 '정보' 교과에서 연간 34시간 이상을 이수하고 있다. 교육부와 과기정통부는 소프트웨어 교육 필수화의 현장 안착 및 활성화를 위해 2016년 '소프트웨어교육 활성화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전국 시·도교육청 협력을 통해 교원 확보 및 연수, 예비 교원 역량 강화, 물적 기반 확충, 교사 연구회·학생 동아리 운영, 교재·콘텐츠 개발·보급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 강화를 위한 물적, 인적 기반 조성을 위해서 노력해 온 것이다. 교육부는 2017년 과학·수학·정보교육 진흥법을 전면 개정해 학교 소프트웨어 교육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교육부는 모든 학생들이 학교 교육을 통해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 역량인 창의력, 논리적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과기정통부,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다양한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교육은 2015 개정교육과정의 자주적인 사람, 창의적인 사람, 교양 있는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 등 인간상을 구현하고자 한다. 아울러,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미래 인재인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기르고자 하는 자기관리 역량, 지식 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 등도 함양하고자 한다. 이런 6가지 핵심 역량은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역량들이 상호 연계적으로 기능을 하고 길러진다는 사실이다. 즉 지식 정보처리 역량이 뒷받침돼야 이를 바탕으로 창의적 사고도 키울 수 있고 다른 사람과 생각을 나누는 의사소통 역량도 길러진다. 소프트웨어 교육 강조는 제4차 산업혁명의 기반인 인공 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의 기반이 된다. 아울러, 소프트웨어 교육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하고 있는 코딩교육과 연계돼 학생들이 컴퓨터 프로그램과 컴퓨팅 언어 이해과 적용, 응용 등을 지향하고 있다. 교육부와 과기정통부는 오는 4월 전국을 6개 권역별로 SW선도학교들을교원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연다. SW교육 관련 정책과 사업 전반을 안내하고, 우수한 성과 사례 발표가 이뤄질 예정이다. 다양한 연구 결과와 계획을 공유하고 보다 내실 있는 운영을 모색할 계획이다.이번 교육부와 과기정통부의 소프트웨어 교육 선도학교 선정 확대는 학생들에게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대한 흥미와 관심, 참여를 강조하는 데에 의의가 있다. 나아가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과 같은 창의직무 위주로 일자리 수요가 늘어날 것이 기대되는 전망에서소프트웨어를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기본소양으로 체득해 학교 교육, 학습을 수행하고 나아가 미래 일자리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시간, 장소, 여건에 구애됨이 없이 쉽게 접하고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특히 앞으로는 전국적으로 선도학교 확대 등 양적 팽창에 치중하지 말고, 선도학교의 질적 관리와 질적 운영에도 관심을 둬야 할 것이다.
시골 교사로 재직한 지 벌써 10년. 올해를 마지막으로 이 학교를 떠난다. 무슨 기구한 운명이었는지 한 학교에 10년을 머물렀다. 지난 10년이라는 세월은 나에게 어떤 성장과 숙제를 던져 준 것일까? 30대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서른 살에 처음 이 학교에 왔던 그 날을 곱씹으며 지난 10년이 준 나의 발자취를 더듬어 본다. 전교생이 100명 남짓 한 경기도 소외 지역 외딴 시골 초등학교에 한 선생님이 전근 왔다. 그는 키가 크고 덩치가 있었으며, 안경을 쓰고 다니면서 온화한 미소로 사람을 마주하는 평범한 듯 하면서도 단단한 사람으로 보였다. 이전 학교의 열악한 여건을 피해 전근을 희망했던 그였지만, 더 깊숙한 산골 외딴 지역으로 덜커덩 발령이나 단단해 보이는 그 사람도 우울한 그늘을 피할 순 없었다. 그래도 시골이 주는 소박함과 목가적인 전원 풍경으로 자위하면서 2009년 3월 때묻지 않은 119명의 학생과 마주하며 제 2의 교직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영어가 특기인 그는 시골 초등학교에서 명물이 되었다. 마치 ‘웰컴투더 동막골’ 영화처럼 혀 꼬부라지는 말로 외국인과 대화하고 영어로 수업하는 것이 시골 아이들에게 깨나 인상적이었나 보다. 한 주 한 주 시간이 가면서 아이들은 그 선생님에게 동화되어 갔다. 영어가 신기해서도 그랬겠지만, 그 영어 선생님이 좋아서 아이들은 아침마다 그 선생님 출근 길 주차장에 마중 나오기까지 했다. 어쩌다 늦게 출근하게 되면 이 아이들 때문에 여지없이 교장 선생님께 지각한 것을 들키곤 했지만, 아이들과 함께 눈 마주치며 하루를 시작하고 따스함과 정겨움으로 1교시를 시작할 수 있어 그 선생님은 행복했다. 어느덧 선생님은 아이들과의 래포와 이 시골의 서정성에 흠뻑 빠져들어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소속감과 책임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 마음으로, 그런 자세로 한 해 한 해 영어 전담교사로 시골 아이들에게 단어를, 문장을 그리고 말하기를 해마다 꾸준히 가르쳐 아이들의 큰 성장을 손수 일궈 냈다. 나중에 이것은 세계비교교육학회에도 발표가 돼 시골학교에서도 학원을 다니지 않고 얼마든지 영어를 잘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이 학교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들에게 불어 넣어 주기에 충분했다. 3년쯤 지나고 나니, 이 학교의 아이들이 이젠 제법 선생님처럼 혀 꼬부라지는 말로 외국인과 노는 모습이 왕왕 목격되곤 하였다. 2011년 졸업한 20명의 학생들 중 과반수 정도가 영어선생님을 장래희망으로 생각할 정도여서 그 선생님은 기쁘기도 하면서 경각심을 갖기도 하였다. “선생님이 이렇게 위대할 수 있구나! 아이들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그 아이들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으니 좋은 사표와 모델이 되어야 하겠구나!” 그 선생님은 시골학교 온 지 3년 만에 ‘작은 학교가 주는 가치와 감동’에 대해 깊이 깨닫고 이 시골학교에 공모교사로 재임용을 신청하면서 최대 5년 근무할 수 있는 재직 연한을 2배로 늘려 이곳에 몸과 마음의 닻을 내리게 되었다. 아마 이때부터 그 선생님은 교육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생겼던 거 같다. 아이들에게 꿈의 씨앗을 심어 주는 시골 농부교사로…. 4년 차 때 일이다. 담벼락 하나를 두고 학교 옆에 살고 있는 할머니가 강아지와 함께 매일 아침 인사를 나오다 그만 둔 지 일주일이 지났다.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할머니가 걱정이 되었는지, 안부를 여쭈러 할머니 집에 들렸지만 할머니는 뵐 수 없었고, 슬픈 소식만 아이들 가슴을 후려쳤다. 폐렴으로 돌아가셨다는 고독사를 아이들은 경험한 것이다. 하늘이 무너져라 서럽게 울었던 아이들 모습에 그 선생님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한 아이가 고독사를 보고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서 슬프다고 했다. 그 말 한 마디가 그 선생님 인생을 바꾸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우리가 한 번 해 보자!’라는 말로 마을의 소외계층을 돕는 교육활동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한두 명의 아이들이 부리나케 대답하더니, 이내 대다수가 방방 뛰며 서로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이 작은 시골학교는 살아 숨쉬는 교육활동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기존에 있던 영어 동아리를 확장하여 아이들의 꿈을 담아 낼 수 있는 진로 동아리와 그들의 삶과 앎을 담아 내는 영화 동아리까지 생겼다. 이 세 가지 동아리가 결합하여 하나의 창의적인 교육활동이 생겼는데, 이것이 자신이 속한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는 ‘M.O.V.I.E. 프로젝트’였다. ‘Make Our Video In Education’의 이니셜을 모아 우리가 배운 공부 내용에서 우리의 영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자신의 꿈을 마을에서 탐색하고, 꿈 멘토와 함께 인터뷰를 한 후, 아이스버킷 챌린지와 유사한 금빛 승부차기 챌린지를 통해 소외계층을 돕는 영상을 꿈 멘토와 함께 찍는 것이다. 영상을 활용한 이 활동은 마을 중소기업의 후원을 받아 성금을 모금, 연말에 독거 어르신, 장애가족, 다문화 가정 및 홀로 지내는 소외계층에게 이불, 쌀, 김치, 고무장갑 등을 전달하는 봉사교육으로까지 이어졌다. 이것은 또한 영어로 자막을 생성하여 UCC를 제작하고 SNS에 올려 해외에 있는 수십 개의 학교와 소통하는 글로벌 프로젝트가 되기도 하였다. 시골 작은 학교에서 일궈낸 교육의 힘을 전 세계에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교육활동은 학생, 학부모는 물론 지역사회 인사들과 교육청, 나아가 TV, 라디오, 신문사 등에도 전달되어 시골학교의 존재감과 교육력을 확인받을 수 있었다. 이런 교육을 그 선생님은 어언 5년간 했다. 자신이 잘 하는 영어교육을 중심으로 시골에 사는 아이들에게 꿈을 주겠다는 다짐에 아이들 삶 속에 일어나는 현장감 있는 소재를 결합한 것이다. 그는 창의적이고 종합적인 교육으로 학생들이 행복하고 스스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힘을 키워 주는 데 전력을 다했다. 그 결과, 학교를 중심으로 마을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가 학교 교육활동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기 시작했으며, 인근 다른 학교 학생들도 참여하게 되어 마을의 거점학교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13개의 초·중학교에서 총 34명의 학생들이 창의융합형 교육을 배우기 위해 매주 월요일 저녁에 영어영화 야학에 참석하고 있다. 또한 졸업생들이 모교로 돌아와 학교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고 후배들을 가르쳐 주는 재능기부도 솔선하는 선순환의 모습도 연출되었다. 이제는 학교 단위가 아니라 마을 단위, 나아가 더 큰 타 시·도와 연결된 교육생태계가 생동감있게 그려졌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작은 학교 학생들의 교육적 성장은 확연하게 보여졌고, 스스로 시민다운 모습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자치력도 발휘되었다. 나아가 교육공동체라는 거대한 거버넌스가 형성되어 이제 이 곳은 교육을 논하는 것을 뛰어 넘어 삶의 무늬를 그려내는 아름다운 배움의 터가 되었다. 꼭 10년이 걸려 만들어진 결과였다. 그 선생님은 이런 활동을 ‘드림샤워’라고 부르고 싶어했다. 꿈꾸는 소나기! 아이들이 ‘소’통하고 ‘나’누면 ‘기’쁨이 찾아온다는 꿈꾸는 소나기는 정말 외딴 시골 마을의 메마른 땅을 단비처럼 적셔 주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그 선생님은 이제 10년을 채우고 올해 이 학교를 떠나야 한다. 서른 살에 와서 딱 마흔 살에 떠나는 것이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고 선생님은 말한다. 지난 10년은 이 선생님에게는 잊을 수 없는 청춘이다. 교사로서 주어진 소명을 부끄럽지 않게 실천하며 아이들과 행복의 무늬를 그려냈던 30대의 청춘!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다운 가치이자 소산이 아닐까! 그 선생님은 넌지시 소회를 밝힌다. “제 2의 고향이죠! 많이 배우고 성장했습니다. 지난 10년이 제 삶에도 아름다운 무늬를 수놓았어요. 참 행복합니다. 학생의 학생이 되어 보낸 이 작은 학교에서의 교직 생활을 전 잊지 않을 거예요. 학생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 2019 교단수기 공모 은상 수상자 수상 소감 -10년에 걸쳐 쓴 교직 생활 일기 2009년 시골 학교에 처음 부임하였을 때, 한 시간이 넘는 출퇴근 거리에 불만 가득했던 그 해 봄 내 모습이 떠오른다. 작은 학교 전담교사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미약함 속에 빠져있던 내 모습은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해를 거듭하면서 아이들과의 눈 마주침이 좋아졌고, 학부모와 함께 학생의 성장을 지원해 나갔으며, 동료 교사와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교육의 무늬를 그려 나갔다. 몇 번의 변곡점을 통해 나도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러한 10년 교직 생활의 발자취를 이번 교단 수기 공모에 쏟아냈다. ‘학생의 학생이 되어야 한다’는 교육철학으로 “학교에 오면 즐겁고 행복해야 한다”라는 말을 학생에게 수시로 했던 나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러한 경험과 소회를 일기 쓰듯이 담담하게 적어 내려간 것 뿐인데, 생각지 않게 큰 상을 주셔서 어리둥절하다. 그저 먼저 일기 숙제를 마쳤던 것 뿐, 이 글을 읽는 현장 교사 누구라도 자신이 경험한 삶의 모습을 담담히 적어 보길 권한다. 수상 소감을 말하라고 하면, 가족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시골 학교 10년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사택에서도 살면서 그저 덤덤히 내 뒤를 챙겨주고 응원해 준 아내의 역할이 컸다. 함께 작은 학교 운동장을 거닐며 미래를 그려갔던 아내에게 이 모든 공을 돌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시골 학교 10년을 보내면서 함께 고민하고 역경을 헤쳐나갔던 여섯 분의 교장 선생님과 늦은 밤까지, 때로는 주말에도 함께 교육을 궁리했던 선생님들께도 역시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것은 분명히 똥 냄새였다. 교실에 퍼지던 불쾌한 냄새를 두고 아이들은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일렀고, 나도 이내 그 냄새를 인지했다. 하지만 시골학교에서 나는 똥 냄새는 그럴 만하다고 여겨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아이들도 더 이상 냄새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학습지를 검사받기 위해 영균(가명)이가 내 앞에 왔을 때, 그 냄새가 매우 가까워짐을 느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영균이 엉덩이 가까이 코를 갖다 대었고, 냄새의 원인을 확신했다. 영균이를 조용히 화장실로 보냈다. 아이들에게 조용히 공부하라고 당부한 후 화장실로 따라갔다. 문을 걸어잠그고, 바지를 내려 보게 했더니 속옷과 엉덩이에 똥이 짓이겨져 있었다. 언제 쌌는지, 왜 그랬는지, 왜 선생님에게 말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봤지만 영균이의 대답은 전부 ‘모르겠다’였다. 영균이를 다시 샤워실로 데려다놓고, 청소용 고무장갑을 찾아 꼈다. 바지를 전부 벗기고 샤워기로 똥을 씻어낸 후, 비누를 묻혀 다리와 가랑이를 일일이 씻겼다. 유치원 선생님께 부탁하여 여벌의 바지를 구했고, 발목이 전부 드러나는 작은 원복을 입혔다. 똥이 묻은 속옷과 바지를 비닐봉지에 담아 영균이 가방이 넣었다. 영균이는 불안함도, 당황함도, 안도의 눈빛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 어떤 말도 없었다. “아이에게 물고기를 잡아 주어라, 그러면 한 끼를 배부르게 먹을 것이다. 아이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라, 그러면 평생 배부르게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다.” 감지 못해 늘 기름져있던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영균이의 눈빛은 초점이 없었다. 질문이나 대화도, 웃음도 없었고, 희망과 행복을 읽을 수도 없었다. 탈무드의 격언처럼 아이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기에는 내 마음이 너무도 급했다. 그전에 아이가 굶어 죽을 것만 같았다. 단 한 순간의 행복도 맛보지 못할 것만 같았다. 2009년 9월 경상남도의 한 시골 초등학교에 첫 발령을 받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11명의 3학년 첫 제자들을 만났다. 젊은 남자선생님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은 나를 참 좋아해주었다. 나에게 온갖 시시콜콜한 질문들을 쏟아내었고, 기대하는 것들을 끊임없이 재잘대었다. 그러나 영균이 만큼은 내게 오지 않았다. 질문도, 대화도, 웃음도 없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스스로 씻는 방법을 알려주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함께 대화하며 먼저 마음의 문을 열 것을 요구했다. 구구단을 외우지 못하고, 덧셈을 하지 못했고, 한글을 잘 읽지 못했기에 시간을 내어 정성스럽게 가르쳤다. 하지만 변화를 찾을 수 없었고 나는 그 원인을 아이에게서 찾고자 하였다. 다그치고 달래기를 반복했다. 한글 쓰기 숙제를 잔뜩 내고 문제를 풀렸다가 화를 내고, 다시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그 후에도 영균이는 여러 차례 더 똥을 쌌다. 소풍을 다녀오던 날에도, 학예회 날에도, 수업을 하다가도 영균이는 바지에 똥을 쌌고, 내가 발견하기 전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샤워실에서 아이를 씻기고, 유치원에서 옷을 빌리는 일을 반복하였다. 그리고 아무리 가르쳐도 변하지 않는 영균이에게 점점 짜증이 밀려왔다. 신규 교사였던 나는 아이가 싼 똥을 치우는 일에 점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발령받은 지 한 달쯤 된 어느 날, 교무부장 선생님과 함께 읍내를 돌아다니며 한 아이를 찾게 되었다. 영균이의 형 정균(가명)이는 벌써 여러 차례 가출을 했다. 저녁 늦은 시간까지 길에 돌아다니는 학생들을 살펴봤지만 결국 찾지 못했고, 정균이의 소식은 며칠 후 경찰서에서 온 공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인적이 없는 새벽시간, 다른 학교 친구들과 돌아다니며 주차된 차들의 문을 열어 천 원짜리 몇 장과 담배를 훔치다 잡힌 것이었다. 교무부장 선생님의 노력으로 다시 학교에 나오게 되었지만 정균이는 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찾아 부산으로 간다는 말을 남기고 다시 가출했다. 이 일이 얼마 지나지 않아 교무부장 선생님께서 영균이를 특수교육 대상자로 신청해야겠다고 하셨고, 부모의 동의를 얻기 위해 함께 영균이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몸이 불편하신 할머니께 종이컵에 담긴 믹스커피를 대접받았다. 공사 현장에서 팔이 골절되어 일을 쉬고 계신 아버지께서 교무부장 선생님의 설명을 전부 들은 후 동의서에 서명을 하셨고,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하셨다. 집으로 돌아와 한참을 멍하니 생각했다. 충격적이었던 영균이의 집안 모습과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무기력한 할머니와 아버지, 가난을 이기지 못해 3형제를 버리고 떠난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찾아 집을 나선 그의 형과 어머니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영균이와 어린 동생. 또래 아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보살핌에 대한 안도와 부모의 사랑을 통해 얻는 작은 행복과 사랑을 모른 채 초점 없는 눈빛으로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 어린 영균이에게 나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고, 무엇을 위해 교육해야 할까? 어쩌면 지금의 영균이에게 한글을 바로 읽고 쓰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 구구단을 외워 곱셈과 나눗셈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이것은 오히려 영균이에게 교육과 사랑이 아니라 고통일 것 같았다. 한 없이 작은 그 아이에게 절망을 더하고, 무기력을 주고, 자존감을 빼앗는 일일 것 같았다. 토요일 수업을 마친 후, 영균이를 읍내 중국집으로 데려갔다. 그 언젠가 엄마를 만났을 때 짜장면을 먹어본 후로 한 번도 짜장면을 먹어 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햄버거나 피자, 치킨 혹은 짜장면이 가장 맛있다고 말할 때 침묵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매일 연필과 지우개가 없어 멍하니 앉아있던 영균이에게 왜 필통을 가지고 다니지 않느냐며 화를 냈던 내 행동을, 마음 속 깊이 진심어린 사과를 전하며 필기구들을 사주었다. 집으로 데려다 주던 길, 영균이는 처음으로 감사하다는 표현을 했다. 다음 해 나는 영어와 체육 전담을 맡았고, 여전히 나의 아이들과 함께 했다. 그리고 또 다음해 5학년이 되던 아이들의 담임을 다시 맡았다. 영균이는 더 이상 똥을 싸지도 않았고, 친구들과 조금씩 대화를 시작했다. 여전히 나는 다른 아이들 모르게 가끔 읍내로 데리고 나가 먹고 싶은 음식을 사주거나 필요한 용품들을 사주었다. 그때마다 영균이는 감사하다는 표현을 했지만 나는 오히려 미안한 감정이 더욱 커졌다. 그 해 나는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 아이를 키우며 기저귀를 갈아주고, 때마다 분유를 타 먹이고, 아픈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며, 아이의 작은 변화에도 아내와 사진을 찍으며 기뻐했다. 서툴지만 그렇게 부모가 되어 가는 나에게 영균이는 여전히, 아니 점점 더 아픈 손가락이고, 안쓰러운 내 아들이었다. 여러 선생님들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다시 6학년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올라갔다. 3년 간 담임을 맡는 것을 우려한 교장선생님께 영균이 만큼은 초등학교 졸업까지 꼭 책임지고 싶다는 말씀으로 설득했다. 영균이도 나에게 안심의 눈빛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체육담당 선생님과 특수 선생님의 노력으로 영균이는 그해 열린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남자초등부 T20 100, 200m에서 우승하며 2관왕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의 가정 상황을 알게 된 여러 단체에서 격려와 함께 장학금을 전달하였고, 비로소 영균이의 수줍은 미소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자신감이 생겼고, 미소를 지었으며 친구들 앞에 조금 더 당당해지려 했다.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고, 작은 행복과 성취감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학력평가가 한참이었던 그 시절, 특수교육 대상이었음에도 영균이는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주말 공부를 위해 학교에 나왔고, 가을 배구대회 준비 기간에는 주전 선수가 아니었음에도, 자신의 역할이 공을 주워주거나 서브 연습이 전부였음에도 역시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훈련에 참가했다. 3년의 담임, 4년의 동행을 마치던 날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 고향이 있는 타시도로 전출 발령이 났기에, 이제 서로 만나기가 어렵게 된 사실을 알고 있던 제자들도 함께 울었지만 영균이는 이를 꽉 물고 눈물을 참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정리가 끝난 후, 영균이가 교실에 홀로 앉아 있던 나를 조용히 찾아왔다. 그때서야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선생님, 감사했습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허리를 깊이 숙여 절을 했다. 그런 영균이를 부둥켜안고 다시 한참을 함께 울었다. 어쩌면 영균이를 향한 내 마음은 성숙하지 못한 교사의 판단이었을지 모른다. 쓰러져 가는 아이의 집과 언제 어떻게 쓰러질지 몰라 불안한 영균이에 대한 연민의 정이었을지 모른다. 젊은 혈기에 다해주고 싶었던 마음은 오히려 자만심일수도 있었다. 추운 날조차 발목이 훤히 드러나는 얇은 옷을 입던 영균이의 겉모습만으로 판단하지 말았어야 함이 분명함에도 할머니와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사랑의 깊이마저 가벼이 여겼고, 자녀에 대한 그 안타까움을 헤아리지 못했다. 아이가 가진 상처에 쉽게 접근했으며, 내가 감히 그 폭과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영균이의 삶과 희망에 대한 의지를 쉽게 단정했다. 다만 변명이라면 언젠가 스스로 행복을 찾는 방법을 알게 해주더라도, 지금 당장 작은 기쁨과 만족만이라도 알고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작은 생채기를 즉시 치유해주어야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것 같았고, 그 작은 기쁨과 만족이 더 큰 행복을 갈망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참았던 눈물을 흘리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던 영균이의 마지막 모습은 큰 여운으로 남았다. 나의 자만심일 수도 있었던, 측은했던 사랑이었음에도 영균이는 스스로 성장했고, 스스로 희망과 용기를 찾았다. 처음이라 서툴렀지만 그렇게 부모가 되어갔던 것처럼, 서툴고 오만하게 판단했음에도 그렇게 내가 교사가 되어가고 있음을 오히려 영균이가 깨우쳐준 것이다. 아직까지 초심을 잃지 않도록 매일 다짐을 새로 하는 것도, 아이들에게 깊이 있는 사랑을 베푸는 꿈을 꾸고 희망을 찾는 일 모두 영균이에게 배웠다. 이제 성인이 되어 마음의 온도가 더욱 따뜻해졌을 영균이를 꼭 다시 만나 이 감사함을 고백하고 싶다. 네 덕분에 내가 이렇게 교사가 되어간다고, 진심으로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이다. ----------------------------------------------------------------------------- 2019 교단수기 공모 금상 수상자 수상 소감 -짊어져야 할 책임감에 눈 떠 초임 시절, 영균이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아프게 하던 아이였습니다. 뜨거웠던 열정과 미숙하고 서툴렀던 교육 방법 사이에서 우리는 서로 상처를 주고받기도 했고, 좌절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완벽하지 못했던 그 경험들 속에서 앞으로 짊어져야 할 책임감에 대해 조금은 눈 뜰 수 있었습니다. 이 미안함과 감사함을 덤덤하게 고백해보고자 했던 수기가 금상으로 선정되어 큰 기쁨과 감사함을 느낍니다. 10년의 교직생활을 모두 6학급 이하의 시골학교에서만 보냈습니다. 매년 만나는 아이들 중 누군가는 상처를 지니고 있었고, 그 아이들에게 진심어린 사랑을 보내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 용기와 웃음을 주는 일, 따뜻한 미소를 지어주는 일보다는 그 아이들을 위한 행·재정적 지원만을 생각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꺼내기 쉽지 않았던 영균이 이야기를 망설임 끝에 세상 밖에 내놓으며, 늘 곁에 있어 든든하고 따뜻한 교사로 성장하겠다던 처음의 그 마음 다시 한 번 다잡아봅니다. 그리고 꾸준히 안부를 전해주며 큰 힘과 용기를 주는 사랑스러운 제자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합니다.
2014년 3월 1일 아직 겨울 찬바람이 채 가시지 않은 날, 자천초 보현분교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전교생 3명(1학년 2명, 2학년 1명)에 교사 1명인, 소규모 학교 중에서도 소규모 학교…. 발령지로 가는 발걸음은 설레임 반, 걱정 반이었다. 사실 저학년은 처음 가르치는 것이었고, 전교생이 다문화 아이들인 학교에서 근무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며칠 간의 적응이 끝나고 아이들의 등하교길이 먼 것이 걱정돼 출퇴근을 같이 하기로 하면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저학년답게 호기심도 많고 할 말도 정말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학교도 어린이집처럼 신나게 놀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는 것과 자기들은 베트남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우리들은 1학년 수업’을 하면서 얼마나 열심히 배웠던 애국가인데, 정말 꼼꼼하게 그렸던 태극기 인데, 베트남 사람이라니. 너무 당황스러워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물어봤다. 엄마도 베트남 사람이고 자기들은 한국 사람들 보다 베트남 사람과 더 많이 닮았으며, 어린이집에서 친구들도 자신들을 베트남 사람이라고 계속 불렀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수습할 방법이 필요했다. 일단 아이들에게 우리는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말했다. 모두 우리나라에 살고 있으니 그렇다는 궁색한 변명 같은 설명을 하고 말았다. 그때부터 많은 생각과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베트남 말을 전혀 모르는 아빠와 한국말을 조금 알고 있는 엄마 사이에서 아이들의 언어 발달은 같은 또래의 1학년들보다 뒤처지고 있었다. 언어 습득은 모방과 조건화에 의해 이루어진다는데 아이들이 처한 환경은 이것과는 멀기만 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사회성의 부족이었다. 아이들은 학구 내 각각 다른 마을에 거주하고 있었고 그 마을에 어린이라고는 혼자뿐이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는 동질성 부족, 그리고 남을 위한 배려나 양보에 익숙해질 수가 없는 환경이었다. 이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 수준에 맞는 활동을 통해 사회성을 기르고 우리 마을을 아끼고 사랑하는 다양한 활동으로 ‘우리나라’ 사람임을 느끼게 하는 정체성 교육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 아이들과 부모님,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사회성 기르기 project’, ‘자연과 하나 되는 우리’, ‘우리 마을 사람들 보현별빛가족’ 활동을 구상했다. 먼저, ‘사회성 기르기 project’를 수행하기 위해 동물 돌보기와 공동교육과정을 계획했다. 동물 돌보기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 아이들과 함께 유기동물 입양 앱(APP)을 활용해 학교에서 키우기 적합한 동물을 함께 찾고 아이들의 공동명의로 입양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유정란과 조류부화기를 활용해 직접 병아리를 부화시키고 돌보기로 했다. 우리가 입양하기로 한 강아지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박스에 담긴 채 도로 위에 버려졌다고 했다. 아이들은 강아지가 온통 검은색이라 저학년답게 검둥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검둥이의 슬픈 사연을 듣더니 이제 검둥이 언니, 오빠는 자기들이라며 세심히 돌보고 함께 놀아주는 사이가 됐다. 조류부화기 속의 유정란에는 태어날 병아리들에게 각자 지어주고 싶은 이름과 예쁘게 그린 그림으로 꾸며주고 병아리들이 나올 날만 기다렸다. 또 하나의 과제인 공동교육과정은 합주, 체험활동, 교육과정 중 단체 활동이 필요한 과정을 적절히 안배해 주1회 본교에서 진행하기로 협의하고 아이들에게 적용했다.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과 우리 마을에 대한 애향심과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진행한 ‘자연과 하나 되는 우리’ 활동은 넓은 분교장 유휴지를 활용해 텃밭 가꾸기 활동과 학교 앞 보현천 정화활동을 아이들과 함께 진행했다. 시골 아이들이라 익숙한 식물을 가꾸는 것에 대해 둔감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각자 키우는 열매나 채소에 많은 관심과 정성을 기울였다. 보현천 정화 활동을 하겠다고 했을 때 학교나 가정에서 그다지 반기지는 않았다. 안전사고 우려와 가정에서도 험한 일을 시키지 않는데 꼭 그걸 시켜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을 뒤로 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학교 옆 마을 회관에 계시는 어르신들은 뭔가 재미있는 일이 있는 줄 아시고 구경까지 나오셨다. 예상치 못한 일도 생겼다. 아이들의 활동 횟수가 점점 늘어나자 구경하던 어르신들께서 도와주신다고 함께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 이상 우리들만의 활동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우리 모두 같은 마을 사람, 같은 나라 사람임을 느끼고 경험하게 하기 위해 학부모들과 지역주민들에게 안내하고 경상북도교육청에서 실시하는 다문화 한울동아리 활동에 응모했다. 작은 힘들이 모이면 불가능한 것이 없다.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우리 마을 사람들 보현별빛가족’ 동아리는 다문화 한울동아리에 선정됐고 학생, 교사, 다문화 학부모, 일반 학부모, 지역주민 등이 함께하는 활동을 실시했다. 오랫동안 교편을 잡다가 정년퇴임 후 귀촌하신 권숙희 선생님은 흔쾌히 아이들의 어머니를 대상으로 한글과 우리 문화를 가르쳐 주셨고 틈틈이 학교를 찾아 아이들과 함께 독서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 아이들은 이웃 할머니가 학교에 오셔서 함께 책도 읽어주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해주신다고 마냥 좋아했다. 자양면에 유일한 경찰인 조재호(경위) 치안센터장님은 아이들에게 들를 때 마다 요구르트를 사다주시면서 학교폭력의 나쁜 점, 긴급 상황 시 대처법 등을 알려주셨다. 아이들은 요구르트 경찰 아저씨가 왔다며 항상 반겼다. 영천시 청소년상담센터의 청소년 동반자 권정숙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자존감 향상을 위한 집단상담 프로그램 운영, 학부모님에게는 화목한 가정을 위한 가족 상담을 진행해 주셨다. 또 본교 학부모이신 윤선우 학부모님은 미술 전공을 살려 아이들에게 미술 지도를 해주셨다. 덕분에 우리 장현이는 영천시 재해방지포스터 그리기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대회에서 받은 상패는 지금까지 장현이의 보물 1호다. 교장 선생님은 부모님들이 서로의 언어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베트남-한국어/한국어-베트남 회화책과 사전을, 아이들에게는 고운 한복을 선물해 주셨다. 아이들은 이 한복을 정말 좋아한다. 국제교류 학교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해 대만으로 갔을 때, 아이들은 이 한복을 대만 친구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몇 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여행용 트렁크에 넣어 갔다. 그리고 대만 친구들에게 고운 빛깔의 한복을 입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리 마을 사람들 보현별빛가족’ 다문화 한울동아리는 월별로 진행되는 간담회와 정기적인 봉사활동, 문화 교류 활동, 다문화 이해 활동, 한국어 교육활동을 통해 지역과 하나 되는 우리 마을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고마움과 감사함을 주고받고 성숙해 질 수 있는 값진 경험이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새해가 밝았다. 2015년 장현이 동생, 소영이가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이제 우리는 전교생이 무려 4명이다. 새해가 되어도 우리는 지난해와 변함없이 우리가 하던 활동들을 꾸준히 했다. 검둥이와 갈둥이 돌보기, 이제는 큰 닭이 된 병아리들 모이주기, 텃밭가꾸기, 보현천 정화하기, 동아리 활동하기 등 분교장의 하루는 정말 빨리 지나갔다. 이러한 활동이 쌓여 이야기가 되고 주변의 관심이 늘어나기 시작하자 다양한 곳에서 우리에게 관심을 보내줬다. 덕분에 아이들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도 아이들은 검둥이와 함께 TV 방송에 나왔던 장면을 쑥스러워하면서도 다시 볼 때 마다 뿌듯해 한다. 2년 동안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우리는 시험 치듯 조목조목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분교장에서 우리가 오기를 기다리는 검둥이와 병아리들을 동생처럼 돌봐주어야 한다는 사실, 본교에서 함께하는 오케스트라 공연에 우리가 빠지면 공연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 어떤 작물이든지 우리 마을에서는 잘 자란다는 ‘청정 자양’에 대한 자긍심,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함께 마을을 깨끗하게 하는 즐거움, 함께 공부하고, 함께 놀아주는 지역 어른들은 우리의 소중한 인연이라는 사실, 베트남에서 시집온 우리 엄마도 영천이 고향인 이장님도 모두 우리 마을 사람이고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사실 말이다. 이제 학교는 매일매일 가고 싶은 곳, 내가 사는 곳은 사랑하는 나의 고장, 나는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우리 아이들은 자신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 ------------------------------------------------------------------------------ 2019 교단수기 공모 금상수상자 수상 소감 -모두의 꿈과 삶이 풍족한 학교가 되길 기대하며… 선생님이 되기 전 영화 ‘선생, 김봉두’를 본 적 있습니다. 한 명의 선생님과 아이들 몇 명만 있는 학교, 이리 저리 충돌하며 성장하는 선생님… 영화에 나올 법한 환경이 선생님이 되고 십여 년이 지난 후 나에게도 다가왔습니다. 홀로 분교에서 생활하는 것은 그리 녹록치 않았습니다. 간단한 일이지만 매 순간 분교 전체의 일들을 혼자서 결정해야 했고 수업과 행정, 그리고 지역 주민들과의 관계의 중요성도 배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교직에서 연륜의 중요성과 교장, 교감 선생님의 큰 역할도 느꼈습니다. 돌이켜 보면 무엇보다 크게 깨달은 것은 뻔한 이야기지만 ‘교육은 결코 교사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는 것이었습니다. 선생님과 부모님 그리고 마을 어른들 모두가 우리 마을 아이들을 위해 고민하고 힘을 합칠 때 학교는 아이들에게는 오고 싶은 곳, 부모님에게는 믿고 맡길 수 있는 곳, 지역 주민들에게는 지역의 미래를 키우는 곳, 그리고 선생님에게는 아이들과 즐겁게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교직 생애에서 다시 없을 것 같은 매우 값진 경험과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오늘따라 무슨 일이든지 침착하게 차근차근 풀어가는 장현이, 새침 떼기 가은이, 표현력 대장 예진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소영이 그리고 보현 아이들의 영원한 친구 검둥이와 갈둥이 모두가 많이 보고 싶어지는 하루입니다. 교단을 떠나는 날까지 모두의 꿈과 삶이 풍족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그동안 꾸준히 상승했던 고졸 취업률이 하락하고 있다. 최저점을 찍었던 10년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귀할 전망이다. 직업교육의 본질에 대해 다시 고민하고, 중·장기 계획 수립의 재점검이 필요한 시기다. 본지는 직업교육 현장 교원들과 전문가들로부터 이와 관련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 좌담회를 2회에 걸쳐 진행한다. 1차 좌담회에는 이병욱 충남대 기계금속공학교육과 교수, 이수정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배동윤 부산 대광발명과학고 교감, 최문구 서울 영등포공고 교사가 참여했다. ―정권 교체 시 정책 전환에 따른 혼선이 문제다. 배동윤 = 하나의 정책이 시행되면 그 준비 단계부터 정책 발표, 학교현장의 적용 과정에서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한 문제점 보완 등 많은 시간과 행·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학생, 학부모들과 연관된 정책인 경우 꼭 지켜야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년을 거쳐 겨우 정착해가고 있는 정책들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리고 바뀐다면 부작용의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과 기업 등에 전가된다. 정책의 변화는 충분한 시간과 연구, 분석을 통해 신중에 신중을 거쳐 적용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최문구 = 고졸취업 활성화를 통한 국가 기간산업에 참여하는 노동인구 확대 전략과 청년취업 및 창업을 위한 활성화 방안 등 전략 아래 많은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현장의 업무가 늘고 있다. 성과 위주로 변질 되는 것을 경계한다. 그리고 현재 어떤 정책이 진행되고 있는가를 확인한 뒤 여기에 다른 정책이 추가됐을 때 어떤 문제가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병욱 = 직업계고의 정책은 비교적 지속성을 가지고 계속 유지·발전해 온 편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참여 정부 때 만들어진 정부부처들 간 직업계고 지원 사업, MB정부 때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의 한 구성 요소였던 마이스터고 정책, 글로벌 현장학습 지원 사업, 전 정부 때 국가직무능력 표준(NCS)에 기반한 교육과정 도입, 일학습병행제의 중등단계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제도가 그것이다. 현장실습에 나간 직업계고 학생을 학습자로 볼 것인지, 근로자로 볼 것인지, 학습과 근로를 병행하는 학습근로자로 봐야 하는지 등 관점에 따라 정책이 수정 변화되는 경우도 있으나 그래도 다른 교육정책에 비해 직업계고와 관련된 정책은 지속성과 일관성이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다만, 최근 교육자치 확대로 인해 시·도교육감들의 직업교육에 대한 시각에 따라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새로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수정 = 일반계고 정책은 학생들의 대학 진학으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지만, 직업계고 정책은 ‘school to work’의 이행을 지원하는 정책이므로 보다 많은 시간과 지원을 요구한다. 즉 현장에서 충분히 이해되고 정착되기도 전에 여러 정책이 혼재돼 소개되다 보니 점진적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백화점식 사업화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어 혼선을 초래한 면이 없지 않다. 새로운 직업계고 정책이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와 경제변화, 정권 변화에 따른 교육목표 설정에 따른 직업계고 정체성과 인재양성 비전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정부 부처와 각 지자체 간의 역할과 행정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그리고 이후 학교와 기업의 역할과 책임 설정하고, 교사 또는 기업·현장교사 연수 또는 교육을 진행해 하나의 정책이 안정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돼야 한다. ―끝까지 지속되길 바라는 정책을 꼽는다면. 배동윤 = 중등 직업계고 학생 비중 확대 사업’이다. 이 사업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직업계고 입학 정원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함으로써 직업계고 학생 비중을 2015년 19%에서 2022년까지 30% 수준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정책이다. 현재 ‘직업계고 재구조화 지원 사업’으로 명칭이 바뀌어 진행 중이다. 최문구 =‘선취업 후학습’과 ‘일학습병행제’는 아주 좋은 정책이라고 본다. 단순히 직업계고의 선호도를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많은 청소년들에게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데 경제적인 도움과 자존감 고양에 큰 도움이 된다. 이병욱 =‘직업계고 비중확대 정책’, ‘매력적인 직업계고 육성 사업’, ‘마이스터고’, 그리고 참여정부 때 나온 각 정부부처가 소관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한 지원 사업 등은 어느 정권이라고 하더라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해 줄 필요가 있다. 이수정 = 직업계고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기초 학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직업계고’와 같은 사업, 그리고 학생들이 학점제 도입으로 원하는 과목을 수강할 수 있는 정책의 내실을 기한다면 좋을 것이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마이스터고 정책 등은 지속돼야 할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선취업 후학습 경로를 개발해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경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꾸준히 지원해줘야 한다. ―그 정책을 꼽은 이유에 대해 더 설명해달라. 배동윤 = OECD 평균 직업계고 학생 비중이 47%임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중등 직업계고 학생 비중이 현저히 낮은 실정이다. 수년 내 우리나라 산업 분야의 기능 인력 부족 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가 발전의 원동력인 전문 기능 인력 양성을 위한 로드맵과 정책이 꼭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특히 특성화고에 대한 학생들의 선호가 현저히 떨어지고 전국적으로 신입생 미달 현상이 팽배한 상황에서 체계적인 국가 차원의 산업 기능 인력 양성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과로 개편하는 것은 향후 균형적인 인력 양성에 문제가 생길 여기가 크다. 그 문제를 깨달을 때는 이미 늦고 개선하기에는 또다시 많은 시간과 비용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차원의 필요한 기능 인력 양성 및 유지를 위해서 OECD 평균을 따라갈 수 있는 직업계고 학생 비중의 확대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문구 = 일반계고 진학을 고려하던 학부모들이 직업계고로 선회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선취언 후학습’으로 진학해 등록금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일학습병행’으로 기업의 인력양성과 안정적인 노동 인력확보는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좋다. 이병욱 = 교육의 지방자치는 마을공동체화를 통한 다양한 거버넌스 체계 구축 및 지역 주민의 참여에 의한 교육의 질제고 측면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직업교육은 국가 산업 정책과 발전 전략, 각 산업 부문 인력의 노동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을 고려한 안정적 양성과 배분, 활용 등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국가차원에서의 인적자원 개발과 관리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수정 = 직업교육은 학교에서만 이뤄지는 데 한계가 있어 학교와 그 외의 다양한 기관에서 병행돼야 한다. 특히 학교에서의 학습과 산업체에서의 훈련은 직업교육에서 중요한 두 가지 축이 될 수 있다. 각각의 특징이 명확하고 장점이 있어 유기적으로 이뤄질 때 학생과 기업이 ‘윈-윈’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숙련된 인재를 양성할 수 있어 국가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직업계고 학생들의 핵심 역량을 키우고 숙련자로 성장시키는 등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다양한 경력을 개발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좋은 정책의 지속을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배동윤 =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시행 단계에서 문제점이 생기기 마련이다. 시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철저히 분석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피드백을 통해 즉시 개선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 최문구 = 이전 정권에서 진행됐던 정책에 대한 객관적이고 비정치적 판단이 중요하다. 직능원 등 연구기관의 자료를 분석해 수정 보완하는 쪽으로 정책을 변형하고 발전시키는 방법도 매우 좋다고 본다. 도제학교의 경우 장점이 분명하기에 담당교사들의 과중한 현장 출장업무, 기업 발굴 등을 개선한다면 아주 좋은 정책으로 정착될 수 있다. 이런 부분은 현장교사와 기업들로부터 잘 듣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병욱 = 학생, 산업체, 국가 모두가 편익을 얻을 수 있도록 각 주체들이 참여한 정책의 발굴이 이뤄져야 하며, 현장 착근을 위한 지원 가능한 수단 확보와 배분도 중요하다. 특히 국가정책을 학교 현장으로 전달하는 ‘전달 체계’의 역할 재정립과 전문성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직업교육은 산업체와 학교를 연결시켜줄 수 있는 매개 조직이 필요하나 한국의 실정에서는 이러한 매개 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각종 산업이나 협회가 부족하다. 선진국에 비해 교육과 훈련을 제공하는 측면에서도 그 역할은 미비하다라고 볼 수 있다. 이 역할 가운데 중 하나인 시·도교육청의 직업교육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전문성 강화도 필요하다. 이수정 = 정부부처·학교·유관기관 등 직업교육 거버넌스가 체계적으로 설정돼야 한다. 각 주체의 역할과 지원 사항이 명확히 제시돼야 어떤 부분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할 때 그 원인을 바로 찾을 수 있다. 이 때 개선 방안도 함께 제시될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이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 체계가 구축될 필요도 있다. 그동안 직업교육 뿐 아니라 많은 정책들이 개념적으로만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 실행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특히 직업계고 정책의 경우 여러 부처 또는 유관기관이 협력 하에 이뤄져야 하는 정책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시행 상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미리 예측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노력은 미흡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정책 지속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휴대전화가 활발히 보급되던 시절, 명절 등 의미 있는 날이면 교사들은 학생·학부모들과 문자메시지로 덕담을 나누던 시절이 있었다. 휴대전화가 소통의 절대적인 수단이 될 것으로 믿었고 이런 분위기가 훈훈하게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최근에는 새해인사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일은 거의 없다. 이런 문화가 사라진 이유는 간단하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폭탄처럼 밀려오는 문자메시지가 어느 때 부터인가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다. 마음의 안정과 고마움을 느끼기 전에 부담감이 앞섰기에 문자메시지 문화는 조만간 종적을 감출 것으로 보인다. 전화통 붙들고 씨름하는 교단 최근 교육부는 교권 침해와 휴대전화로 인한 사생활 침해 예방 자료를 담은 교육활동 보호 매뉴얼을 일선 학교에 배포했다. 2017학년도 교육활동 보호 매뉴얼에 내용을 추가한 일종의 개정판이다. 이 매뉴얼에서 휴대전화로 인한 사생활침해 예방자료가 포함됐는데 교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매뉴얼을 접한 교사들 사이에서는 이미 사생활 침해가 교육현장에 깊숙이 파고들어 일상화 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런 얄팍한 매뉴얼로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매뉴얼 내 보호자용에 따르면 밤늦은 시간 단순 민원, 교육활동과 무관한 사적 연락, 학교 밖 상담요구 등의 사생활 침해 요소가 있는 행위에 대해 경범죄 처벌법에 의해 처벌될 수 있다는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 강력한 권고도 아니고 가벼운 부탁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부탁은 부탁일 뿐 효과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기에 매뉴얼이 가깝게 다가오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교육부에서는 밤늦은 시간에만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오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착잡한 심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교사들은 수업시간 외에는 업무처리, 교재연구, 학부모 상담 등을 지속적으로 한다. 늦은 밤이 아닌 근무시간 중에도 다급한 상황이 아님에도 전화를 걸어와 수업에 지장을 받는 경우가 흔하고 때로는 점심을 거르기도 한다. 수업종료 후에도 전화통을 붙들고 학부모들과 통화하는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휴대전화 뿐 아니라 유선전화로 근무시간 중 발생하는 가르칠 권리에 대한 침해는 부지기수다. 이번 매뉴얼은 급조된 것이 아닐까 의구심이 든다. 예방을 위한 조치나 제도적인 장치 없이 일상적으로 교육되는 사후 처리 문제에만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매뉴얼에 담긴 내용들은 이미 교사들은 물론 학부모들도 잘 알고 있는 것들이다. 교권침해나 사생활 침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기 전에는 고쳐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 문제의식 없는 권장 차원의 매뉴얼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전화통 붙들고 씨름하는 교단 수박 겉핥기식의 매뉴얼 배포보다는 실태를 파악하고 실태에 맞는 강력한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사생활 침해나 교권침해가 증가하는 원인은 학생인권만을 최고로 강조함으로써 효율적인 학생생활지도가 불가능한 최근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서울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학교에서 교육청의 강요에 못 이겨 생활규정을 학생 친화적으로 일제히 개정했다.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많은 것을 규제로부터 풀어 놓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화장, 파마 등은 일상화 되고 액세서리 등도 허용되는 추세다. 교사들도 더 이상 어떻게 하지 못하고 교육 당국의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생활지도는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항상 누군가에게 야단맞은 느낌을 호소하는 교사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최소한의 교권만이라도 지킬 수 있는, 그 이전에 교사에게도 인권이 필요함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신체 접촉 등 물리적 지도 수준과 방법 등을 포괄해야 한다. 생활지도 매뉴얼 마련은 물론, 미국, 영국, 독일처럼 교권 침해나 수업 방해 행동의 유형·수준에 따라 학부모 소환, 특별교육 부과, 강제 퇴실, 정학, 물리적 제지 등을 할 수 있도록 학교와 교사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업무에 필요한 서체파일, 사진, 그림 등을 무심코 사용했다가 저작권자로부터 위임을 받은 법무법인에서 경고장을 받는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할까. 달라는 대로 합의금을 줘야 할까. 사진 한 장, 서체 하나 사용했을 뿐인데 법무법인은 상당한 금액을 바로 주지 않으면 바로 형사고소 절차를 밟겠다고 한다. 위반정도 따라 형사처벌 가능 저작권법 위반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위반의 ‘양’에 비해 법무법인이 주장하는 손해액이 과도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은 저작권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당하는 액’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이란 그 침해자가 권리자로부터 정식으로 사용허락을 받았다면 그 대가로 지급했을 객관적인 금액을 말한다. 이 조항에 따라 저작권자들이 사용하는 전략은 낱개 판매를 하지 않는 것이다. 사진이나 서체 낱개의 가격을 너무 올리면 공정거래법위반으로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개를 묶어 판매함으로써 사용대가 자체를 올리는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부당하게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저작권자들의 경제적 동기를 너무 제한하면 창작을 할 동기가 줄어들어 저작권법의 목적인 문화 발전에 저해된다. 그래서 서체 파일 하나만 사용해도, 법정 다툼으로 갈 경우 그 파일 하나만의 대가가 아니라 서체파일 묶음에 대한 대가를 지급해야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저작권법 위반 시 손해배상 책임만 지고 끝난다면 위험을 감수할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걸리면 배상하고 안 걸리면 더 큰 이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작권법에는 위반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있다. 위반 정도가 경미하다면 벌금형에 그칠 수 있지만 이 역시 전과로 기록된다. 손해배상을 청구당할 경우 위반행위자는 변호사를 선임해 법정에 대신 보내면 되지만, 형사고소를 당할 경우 위반행위자가 직접 수사기관이나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저작권법 제141조는 그 행위자뿐만 아니라 법인의 대표자, 사용인 등도 양벌규정에 따라 같이 형사처벌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 자문 받으며 대처해야 따라서 학교장은 소속 교직원들에게 평소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고 위반하지 않도록 감독해야 한다. 저작권 준수 교육과 함께, 결재 시 저작권법위반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경고문 등을 부착해서 상당한 주의와 노력을 했다는 증거를 남겨야 안전하다. 불법 다운로드를 사전에 막을 수 있도록 학교용 라이선스를 구비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럼에도 저작권법위반 경고장을 받는다면 합의금부터 주지 말고 법률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면서 차근차근 대응하는 것이 좋다. 경고장에 적힌 대로 법 위반이 맞는지, 요구하는 배상금액은 적정한지 따져봐야 할 문제가 사례별로 매우 다양하다. 혼자 끙끙 앓거나 비전문가들끼리 고민하다가 적기를 놓치면 자칫 문제를 키울 수 있으니 전문가부터 찾아야 한다.
버리지 못하는 사람의 심리학 지역 도서관 반납 코너에서 이 책이 눈에 띈 것은 나의 습관이걱정되어서였다. 가지고 있는 물건 중에 특히 옷을 버리지 못하고, 버리려고 정리했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들여놓고 만다. 몇 년씩 입지 않는 옷도, 수십 년 된 옷도 버리지 못한다. 그 옷을 살 때의 추억과 이야기를 잃는 것만 같아서다. 가난하던 시절엔 특히 옷값이 비쌌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 버리지 못한다. 그런 버릇을 없애려고 최근 1년 이상 옷을 구입하지 않는 의도적인 노력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이 책이 눈에 들어온 것이리라. 저자는 최근 연구 결과를 토대로미국 전체 인구의 2~5%인600만~1500만이 저장 강박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소개한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이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도 발생된다고 일반화시켜 볼 수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그렇고 우리나라 방송에서도 볼 수 있는 증상이 아닌가.발 디딜 틈도 없이 온갖 잡동사니로 들어찬 아파트나 단독주택을 공익단체가 나서서설득하여 청소를 하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니. 신문이나 잡지와 같은 사소한 물건을 비롯하여 길을 가다 버려진 잡동사니를 집안으로 끌어들여 방마다 가득가득 채우는 저장 강박증은 사람마다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다. 크게 보면 다 쓰지도 못할 정도로 많이 벌고 소유하면서도 만족하지 못하는부의 축적, 배가 고프지 않으면서도 끝없이 음식을 찾는 식탐, 타고난 외모에 만족하지 못하고 성형중독에 시달리는 증상 등 깊이 생각해보면 인간이 지닌 저장 강박 사례는 연구 대상이 분명하다. 두 번째로 나는 책을 버리지 못한다. 거의 활자 중독에 가깝다. 언젠가 다시 읽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는 선물로 받은 책은 아예 버리지 못하고 오래 전에 구입한 책들은 몇 번의 망설임 끝에 내놓지만 극히 적다. 최소한 자기 집값의 1% 정도는 책이나 예술 작품이어야 한다는 지론에 동의하면서 책은 지출 순위 1위를 차지한다. 이것 역시 저장 강박이라고 스스로 진단을 내렸다. 요즈음이 책을 읽고 나서야 날마다 한 권이라도 내놓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니 책이 내 버릇을 고치게 한 셈이니 그나마 다행이다. 대부분의 저장 강박을 지닌 사람들도 자신의 문제점을 알고 인정하지만 버리지 못하는 생활로 돌아간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면서 저장 강박의심리적 측면을 지적한다. 가난과 결핍이 원인이라는 진단에서부터 가족애의 결핍이나 무의식에 남아있는 상처 때문이라고. 그러니 저장 강박을 치료하려면 개인사나 가족사를 심도 있게 들여다보는 노력이 먼저라는 것. 단순히 물건을 정리하여 버리는 행동만으로는 근본적인 치료가 어렵다고지적한다. 미국에서는 저장 강박증을 진단하고 상담하며 치료까지 도와주는 단체도 있다. 소유한 물건이 나를 소유하기 시작할 때 저장은 인간의 본능이다. 꿀벌이 자신에게 필요한 양보다 훨씬 많은 꿀을 저장하기 위해 한시도 쉬지 않는 것처럼, 인간도 꿀벌을 닮았다. 그러나 그 저장 본능이 일상의 삶을 파괴할 정도로 심한 경우를 저장 강박으로 본다는 점에서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이 저장 강박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물건에 쌓여서 옴짝달싹 못하는 삶, 물질에 치여서 더 나은 삶의 기회를 놓치는 어리석음으로부터 자신을 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간의 몸도 저장 강박을 보여주고 있는지도모른다. 나이가 들어가면 섭취하는 음식의 양이 줄어들까 봐 우리 몸 스스로음식을 축적해서 뱃살을 찌운다고 한다. 유목민 시대와 수렵 시대를 거친 인간의 몸조차도 영양분을 비축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다. 젊었을 때보다 덜 먹는 데도 불구하고 늘어나는 체중이 그 증거다. 이 또한 심리적인 측면이 작용하는 증거로 보인다. 비움의 철학이 무소유로 발전되어야 함을 깨닫는다. 몸도 비우는 삶을 넘어 마음을 비우는 삶을 지향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잡동사니로부터 습격을 받지 않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하는 책이다. 인간의 탐욕은 끝을 알 수 없어서 탈이 나지 않으면 도대체 언제 멈출 줄 모르는 고장 난 자동차가 아닐까? 날마다뭘 더 버리고 누군가에는 꼭 필요한 물건이 없는지, 내 마음의 저장고에서는 무엇을 덜어내어 마음의 평수를 넓힐 것인지 돌아볼 생각이다. 자신의 문제점을 알고 행동으로 옮기는 순간 새로운 에너지가 나를 일으켜 세우는 걸 느끼고 싶다. 먼 길을 가려면 짐을 가볍게 해야 한다.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단순명료한 삶의 모습을 견지하고 싶게 만든 이 책의 저자에게 감사한다. 소유하지 않는 고양이에게 배우는 미덕 그러고 보니 날마다 목욕을 하지 않아도 냄새가 나지 않는 우리 집 스코티시폴드 고양이인 '꿈'이가 사는 모습 속에 답이 들어있다. 적게 먹고 몇 시간 동안 몸을 핥으며 청소하는 모습, 단 한 벌의 옷을 깨끗하게 건사하는 모습, 특히 자신의 배설물을 꼼꼼하게 숨겨서 냄새조차 나지 않게 갈무리 하는 모습을 보며 배운다. 저 녀석처럼만 살면 된다고. 녀석의 삶에는 소유가 없는 존재의 미덕만 있으니. 녀석은 환경을 파괴하지도, 식탐을 부리지도 않으니 나보다 나은 듯싶어서 부끄럽다. 오늘날 인간이 더 편리하고 아름답고 풍요로운 삶을 꿈꾸며 더 많이 소유하고 지배하기 위해 자연환경을 무자비하게 개발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중이다. 오염된 공기의 공포는 이미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있으니 인간의 저장 본능이 가져온 참담한 결과다. 같이 있고 싶어 하면서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센스는 신사답기까지 하니 철학자가 따로 없다. 더구나 혼자서도 잘 사는 모습은 도를 닦는 스님 같아서 대견하다. 그러니 사람이 동물보다 더 나은 점이 무언지 녀석을 기르며 생각하곤 한다. 더욱이 말을 하지 않아도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공감력까지 갖추었으니 금상첨화다. 사람은 말을 하지 않고 몸짓언어로 서로 통하기 어려운 존재니 인간의 위대함이 언어를 사용함에 있다는 전제를 돌이켜 보게 된다. 고양이는 현재를 살 뿐, 저장 강박이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에 다다르니 배움이나 깨달음은 마음만 있으면, 세심하게 관찰하면 그 어떤 대상에게서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잘 나가는 저자가 쓴 책이 아니어도, 풀 한 포기에서도 얻을 수 있으니 세상에 스승 아닌 것이 없다. 살아가는 데는 그리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음을, 저장하기를 그만두는 순간, 무소유의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음을! 많이 먹지도, 많이 버리지도 않는 고양이는사람처럼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다. 녀석은 다만 현재를 살 뿐이다. 아니,집사가 다 알아서 해주니 오히려 내가 고양이를 모시고 사는 듯싶다. 실제로 고양이는주인을 친구나그 이하로 생각한다던가. 사람과 살 수 있도록 최적화된 녀석의 삶이 부러울 때도 있다. 걱정 없이 늘 잠만 자고 편히 노는 모습이라니!저장은 아예 하지 않는 녀석은 먹고 닦고 잠을 자고 노는 걸 좋아한다. 특히 혼자서도 시간을 잘 보낼 줄 안다. 책 속의 지혜가 녀석이 사는 모습속에 다 있음을 발견한다. 친구 삼아 놀아주면 늘 웃음을 안겨주는 녀석. 커다란 눈을 껌뻑이는 것만으로 그르렁거리며 행복해하는 그 단순한 매력 속엔 나처럼 저장 강박을 걱정하지 않는 철학자가 살고 있으니 가끔은 녀석을 흉내 내도록 노력해야겠다. 그러니 이 책의 비결은 우리 집 고양이가 답이다. 단순하게, 깔끔하게, 지금을 사는 것! 관계의 정리, 존재를 위한 시작 어쩌면 부지런히 책을 읽고자 하는 것도 정보나 지식을 저장하고 싶은 발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냥 읽음으로 끝나도 될 텐데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하는 것도, 크게 보면 저장 강박이 아닐까 생각하니 걱정이 된다. 인간은 기록을 남기는 고등동물이다. 이름을 남기고 싶어 하고 명예를 소중히 하며 좋은 모습으로 저장되고 싶어서 고양이처럼 편안히 살지 못하고 현재를 즐기지도 못하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확장해서 생각하니 인간의 거의 모든 행위는 저장 강박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레 이른다. 생명체는 이기적 유전자를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 본능적으로 진화를 거듭해왔다. 존재하고 살아남기 위해 녹색식물은 태양과 물, 이산화탄소로 광합성 작용을 하며 영양분을 저장한다. 생태계 또한 끝없는 먹이사슬을 거치며 생명을 잉태하고 양분을 저장하며 개체의 번식을 이어간다. 그러니 따지고 보면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은 저장 강박이라는 생존 본능이 있기에 진화를 거듭해 왔으리라. 이 책에는 저장 강박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을 이룬다. 책 제목에서 풍기는 심리학적 접근은 생각보다 약한 편이다. 아직도 연구가 진행 중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아파트에 가득 쌓인 잡동사니로 인해 살던 집이 무너진 일본 사람, 부유한 집에서 잘 살았으나 부모가 죽은 뒤에는 두문불출하며 잡동사니에 묻혀 살다가 형제가 함께 죽음에 이른 미국 사람 이야기,기르는 고양이의 개체수가 너무 많이 늘어나서 더 이상 기를 수 없는 상황에서도줄이지 못해일상이 망가진 동물 애호가 등. 사례는 넘치나 그 원인이 되는 심리학적 접근은 기대한만큼에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어서 한숨을 쉬면서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이제나마 벽장마다 가득한 옷들을 재활용으로 내놓거나 버릴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버려야 살 수 있다! 행동으로 옮기도록 떠미는 책이 좋은 책이다. 이는 집착을 버리는 행동이니 바람직하리라. 살아온 시간보다 남은 시간이 훨씬 적으니 단순한 삶을 지향하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짐을 덜어서 몸도 마음도 편안해지고 싶으니. 더 이상 직장생활을 하지 않아도 되었으니 사회적으로는 이미 홀가분해졌다. 강사 자리를 원하는 요청마저 떨구고나니 일상이 자유, 그 자체다. 인생의 황금기가 바로 지금이니 더는 뭔가를 더 얻기 위한 저장 활동을 조심하리라. 이제는 개인적으로 홀가분한 삶을 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졌음을 깨닫게 해준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새벽에 눈을 뜨면 방안을 빙 둘러보는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더 정리하고 버릴 게 없는지 찾아 나선다. 그러니 과도한 저장 강박증이 아니라면 저장 본능을 이기적 유전자의 반란 정도로 치부하고 잘 다스리며 살아도 좋지 않을까? 아니, 관계의 정리가 물건의 정리나 비움보다 먼저가 아닐까. 사람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야말로 최강의 잡동사니일 테니 물건이건 사람이건 소유보다 존재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한 책이어서 고맙다. 『잡동사니의 역습』 랜디 O. 프로스트 · 게일 스테키티 지음/정병선 옮김/윌북/14,800원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 꼴을 못 면한다’, ‘아들 하나 때문에 …’,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표어 문구는 60년대, 70년대 출산정책이었다. 최근 출산 장려 표어는 ‘다정한 첫째, 똑똑한 둘째, 장난꾸러기 셋째, 애교쟁이 넷째’, ‘다둥이가 행복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품어주세요’로 변화되었다. 지난달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녀 출산실태와 정책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15∼49세 기혼여성의 자녀 출산실태를 조사한 결과 국내 기혼 여성 중 절반이 경제적 부담으로 출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배우자가 있는 유배우 여성의 향후 출산 계획은 '계획 없음'(84.8%)이 대부분이었다. '계획 있음'은 10.4%, '모르겠음'은 4.8%였다. 앞으로 출산 계획이 없는 유배우 여성의 출산중단 이유로는 '자녀교육비 부담'(16.8%), '자녀양육비 부담'(14.2%), '소득·고용 불안정'(7.9%), '일·가정 양립 곤란'(6.9%), '자녀 양육을 위한 주택마련 곤란'(1.3%) 등이었으며 이처럼 경제적 이유가 응답의 비율이 47.1%로 거의 절반에 달했다. 또한,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출생ㆍ사망통계 잠정결과’에 따르면, 2018년 출생아 수는 2017년(35만7,800명)보다 8.6% 감소한 32만6,900명이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88년 63만명의 반토막 수준이다.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2002~2016년 사이 15년 가까이 40만명 대를 유지했지만 2017년 처음 30만명 대로 낮아진 이후 2년 연속 급감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2018년 합계출산율(0.98명)은 역대 최저였던 2017년(1.05명)보다 더 낮아졌다. 합계출산율이 1명을 밑도는 것도 사상 처음이다. 그동안 출생률이 사망률 보다 높았지만, 앞으로 역전이 될 것으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합계출산율인 0.98명은 한국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나라의 경우, 전쟁이나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합계출산율이 감소했다가 회복하는 부분이 보였지만, 한국의 경우는 그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출산율이 저조한 이유는 일단 3포 현상에 기인한다. 3포는 연애, 결혼, 출산을 묶어서 3가지 포기한 것을 말한다.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서 출산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지만, 취업이 힘든 현실에서 연애를 꿈꾸는 것으로 사치로 여겨진다. 지난 2월 실업자 수는 130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8000명 늘었고, 2017년 2월(134만2000명)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청년층이나 3040세대가 고용시장에서 취업이 되지 않는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 반복되다보니 저출산의 여파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결혼적령기에 있는 2030, 3040세대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바탕으로 결혼을 하고 출산계획을 세워야 정상이지만, 자녀 양육에 들어가는 양육비와 교육비 부담으로 수십년간의 부모로써의 역할을 감당하기 어렵기때문에 주저하는 것이다. 30대 미취업 청년을 둔 부모 K씨는 “적령기의 젊은이들이 살아오면서 대학졸업과 동시에 취업도 되지 않고 백수로 지내다보니 연애, 결혼, 출산은 이미 포기한 것 같다”며, “결혼이나 출산장려정책보다는 실질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정부에서 지원했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래가 불안한 사람이 결혼을 하고 출산까지 무리하게 추진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미출산으로 결혼하여 자녀없이 살기를 원한다. 문제는 무엇일까? 자녀를 낳기 어렵게 만드는 환경을 제거해야 된다. 출산하는 순간부터 수많은 양육비와 교육비가 수반되는 현실에서 그 모든 것을 짊어지는 젊은 부모에게는 곤혹스러운 현실이다. 저출산대책은 결혼장려나 출산장려로 1회성의 수당을 지원하는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자녀 출산과 더불어 양육을 위한 재정적인 지원과 일과 가정이 동시에 양립할 수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뒷받침을 기초로 해서 자녀를 안심하고 낳아 키울 수 있는 견고하고 튼튼한 사회안전망 확보가 중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한 삶의 질을 원한다. 결혼과 출산이 삶의 질을 떨어지게 한다면, 앞으로 저출산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정부와 사회는 단순한 출산장려정책이 아닌, 개인의 삶의 질과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지속적인 방안이 요구된다.
[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올해부터 비만학생 대상 대사증후군 선별검사를 시행하는 등 학생 건강 문제에 대한 대응이 달라진다. 정부는 15일 12개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런 내용을 포함한 ‘제1차 학생건강증진 기본계획’을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확정해 발표했다. 이 계획은 올해부터 2023년까지 4년간 운영된다. 이번 계획을 마련하게 된 것은 신체활동 부족과 영양 불균형에 따른 비만 학생과 환경문제로 인한 알레르기성 질환 유병률 증가 등 사회변화와 새로운 건강위험요인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학생건강검사 표본통계에 따르면 비만군율은 25%로 2014년 21.8%에서 지난 5년간 지속해서 증가했다. 시력 이상(53.7%), 치아 우식률(22.8%), 아토피 진단율(24.6%) 등도 계속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놓은 이번 대책은 크게 △건강증진 교육 내실화 △건강서비스 확대 △건강한 교육환경 조성 △지원체계 강화 등 4가지 중점 과제별로 수립됐다. 건강증진 교육 내실화는 고교 이하 각급 학교 학생들의 건강증진 교육실태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필요한 교육자료를 개발·보급해 학교 수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또 유치원생과 대학생의 주요 건강 문제에 대해서도 별도로 건강실태 조사 등을 실시해 우선순위에 따른 예방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건강서비스 확대는 주요한 건강위험요인에 대한 진단을 강화하고 예방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특히 학교 건강검사 항목을 개정해 비만학생을 대상으로 한 대사증후군 검사를 추가하게 되는 점이 눈에 띈다. 학생건강체력평가 대상도 초등 5∼6학년에서 4∼6학년으로 확대한다. 정신건강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초등 1·4학년, 중1, 고1 정서·행동특성검사 도구를 수정 보완해 ADHD, 우울, 소통장애 등의 문제에 대응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학생 비만예방 프로그램, 흡연예방 교육과 금연 프로그램 등도 활성화한다. 특히 감염병 무료 예방 접종 지원을 확대한다. 특히 매년 유행하는 인플루엔자에 대해서는 현재 초등학생까지 하는 무료접종을 중·고생까지 단계적으로 확대 추진한다. 소아당뇨 학생을 위해 당뇨병 소모성 재료의 급여대상에 인슐린펌프용주사기와 주사바늘을 추가했으며, 올해 연속혈당측정용 센서, 내년에는 연속혈당측정기 등 ‘당뇨 자기관리 의료기기’ 급여화도 추진한다. 정신건강과 관련해서는 모바일·인터넷에서 24시간 상담 가능한 문자·사이버 상담망 ‘다 들어줄 개’를 운영하고 자살시도 학생 중 치료비 지원이 필요한 저소득가정 학생에게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과 함께 연간 300만원 한도의 치료비를 지원한다. 인터넷·스마트폰 과몰입·중독 학생에 대해서는 이용습관 실태조사와 함께 위험·주의 사용자군 대상 치유 캠프 운영 등도 지속하고, 스마트폰·PC 사용 증가로 인한 시력 저하, 난청, 거북목·손목터널증후군 등 미래 건강 문제에 대한 연구도 시행해 선제적으로 대비할 계획이다. 교육활동 관리도 강화한다. 석면해체·제거 과정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외부 전문조사업체를 통한 정기적인 위해성 평가를 시행한다. 미세먼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3월 초 밝혔듯이 연내 공기정화장치 전면 설치를 완료하고 안정적 운영을 위한 가이드라인도 보급한다. 라돈 검사 방법도 개선하고 지하수 사용 학교 상수도 입인 수질과 저수조·온수제조기 수질에 대한 검사도 강화한다. 학교와 인접한 공사현장 등 교육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시설 등에 대해서도 교육청·인허가기관 등을 통해 교육환경평가와 공사현장 사전점검을 강화하고,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 인근 학교 정기조사와 유해물질 배출시설에 대한 상시점검도 강화한다.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불법 금지시설에 대한 정기 점검·단속도 교육부·여가부·경찰청 합동으로 진행하고 학교 주변 식품조리·판매업소의 위생취약사항 개선이력 관리와 어린이·학부모 대상 캠페인도 전개할 계획이다. 교육기관과 지자체·전문기관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역할 분담을 통해 건강 취약 학생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도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학교장 주관의 학생건강검진 시행 체계를 개편해 단기적으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중기적으로는 보건당국으로 이관을 추진한다.물론 학교에서 학생 건강관리에 필요한 보건·영양·상담교사 배치도 지속해서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계획의 부처별 세부이행계획도 4월부터 마련해 추진할 예정이다.
[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지나고 나서 정부와 국회는 공기정화설비 설치 의무를 법제화하는 등 대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미세먼지 없는 교실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3월초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재난을 겪은 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공기정화기 설치 지원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이날 “금년 내 교실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12일에도 현장을 방문해 간담회를 갖고 공기정화장치 확대 설치 관련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이 날 간담회에서는 ▲학교 특성에 부합하는 공기정화장치 생산·보급을 위한 산자부 등 관계부처 협의 ▲공기정화장치 선정·활용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보급 ▲미세먼지 행동요령 등 교육자료 제작·보급 ▲실내 건축관 신축 시 공기정화장치 설치를 설계 시 반영 ▲학교 맞춤형 미세먼지 관리기술 개발 등이 거론됐다. 이어 13일에는 국회도 나경원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으로 경색된 정국에도 불구하고 미세먼지 법안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개최하고 관련 법안 8건을 처리했다. 먼저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에 포함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미세먼지 피해 해결에 국가예산을 투입하고 재난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특히 학교에 적용되는 ‘학교보건법’도 개정됐다. 개정안은 유·초·중·고교 교실마다 미세먼지 측정기와 공기정화설비 설치를 의무화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하도록 했다. 연 1회 이상 실시하던 공기질의 위생 점검도 상·하반기별로 1회 이상 실시하고, 측정 장비도 매년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점검하도록 하고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이나 학부모가 참관을 요청할 경우 허용하도록 했다. 점검결과와 보완조치사항도 학교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토록 했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의 대책이 당장 미세먼지를 해결하긴 어려워 보인다. 연내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한다고는 했지만, 언제 설치가 될지는 미지수다. 교육부는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 올해 안으로 설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예산 당국, 환경·산업 관련 부처 등 타부처와 협의를 이제 시작해야 하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필요한 공기정화장치를 다 설치해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순환장치의 필터는 초미세먼지를 거를 수 있는 필터를 사용하고 정기적으로 교체해야 하지만, 교체 주기나 필터 성능 기준에 대한 구체적 지침이 없는 실정이다. 공기청정기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한 공기순환장치 설치 계획도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도 공기순환장치 설치를 권고하고 있지만, 실제 설치 비율은 각 시·도교육청이 현장 상황과 예산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미세먼지가 심각한 수도권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전문가도 아닌 교사 공기청정기 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교실 환기도 해야 돼서 통제도 못한다”며 “미세먼지 농도 자체가 심각한 상태에서 제대로 관리되지도 않는 공기청정기만 설치하는 것은 학교에 책임을 떠넘기고 면피하기 위한 일시적인 방편으로만 보인다”고 지적했다.
과거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놀이를 즐겼다. 삼삼오오 친구들과 모여 함께 즐길 놀이와 규칙을 정하고 소통했다. 하지만 이제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찾아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정해진 일과표에 따라 움직이다 보면 친구와 만날 시간도 없는 게 현실. 그런 아이들에게 게임은 친구이자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게임에 몰두하다 공부를 소홀히 하는 건 아닐까, 게임 중독에 이르는 건 아닐까 걱정한다. 노파심에 게임을 하지 못하게 통제하고 그 과정에서 자녀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도 한다. ‘게임으로 공부하는 아이들’은 ‘과연 게임은 나쁘기만 한 걸까?’ ‘게임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게임 때문에 자녀와 갈등을 겪고 있는 가정의 사례를 통해 아이들이 게임에 빠지는 원인과 과정을 분석한다. 저자는 “자녀가 왜 게임에 빠지게 됐는지, 게임의 어떤 요소가 아이들을 게임에 빠지게 만드는지를 알아야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또 게임은 자녀와 소통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학습도구로, 교육 효과를 극대화 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게임기반학습(Game-based Learning)을 실제 수업에 활용하고 있는 국내 학교 사례와 함께 게임을 교육과정에 전면 도입한 미국 학교와 교육용 기능성 게임을 활용하고 있는 싱가포르 학교의 사례도 소개한다. KBS 다큐 세상 제작진이 만든 다큐멘터리 ‘엄마는 전쟁 중, 게임의 해법을 찾아라’, ‘게임, 공부의 적일까요?’를 책으로 엮었다. 게임 때문에 고민하는 학부모에게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더 나은 수업을 고민하는 교사들에겐 게임을 교육 현장에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상상박물관 펴냄, 1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