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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얼마 전 여성가족부가 이른바 ‘외모 규제’를 하려 한다며 큰 반발이 일었다. 여성가족부가 2017년에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라는 가이드라인을 내놨는데, 2019년 개정판에 부록으로 딸린 ‘다양한 외모 재현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문제가 된 것이다.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대부분 출연자들이 아이돌로 음악적 다양성뿐만 아니라 외모 또한 다양하지 못하다며 음악방송 출연자들의 외모 획일성이 심각하다고 안내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정부가 왜 아이돌 외모까지 규제하느냐, 아이돌 외모를 팬한테 맞춰야지 정부한테 맞춰야 하느냐, 아이돌도 각각 차별성을 확보하려 노력하는데 정부가 구분 못하면 획일적인 거냐”고 비난을 퍼부었다. “여성가족부가 완장을 찼다”며 과도한 권력행사를 비판하는 말도 나왔다. 심각한 오해다. 정부가 아이돌의 외모를 규제하거나 지침을 내리는 게 아니라, 대부분의 아이돌이 비슷한 외형인데 그런 아이돌들이 출연을 독식하니 결과적으로 외모 획일성이 심각하다고 한 것이다. 그러니까 이 가이드라인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아이돌 출연 독점을 줄여라’가 된다. 이것은 타당한 문제 제기다. 음악 순위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이 모두 아이돌인 현상은 극히 비정상적인 것으로, 우리 대중음악계의 정상화를 위해서도 아이돌 분량을 줄여야 하는 게 맞다. 이것을 사람들이 아이돌 외모 규제라고 오해했던 것이다. 정치적 갈등으로 확대된 아이돌 외모 논란 정치권까지 나서서 일이 더 커졌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음악방송에 마른 몸매·하얀 피부·예쁜 아이돌 동시 출연은 안 된다는 데 군사독재 시대 때 두발 단속·스커트 단속과 뭐가 다른가. 외모에 객관적인 기준이 있나. 닮았든 안 닮았든 그건 정부가 평가할 문제가 아니고 국민들 주관적 취향이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장능인 자유한국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부가 이제는 국민 외모까지 간섭하고 통제하려 하는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국가가 회수하는데 급급하고 있다. 국민은 정부의 외모 통제가 무서워 어디 얼굴이나 들고 다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정말 황당한 반발이다. 2019년 여성가족부의 가이드라인을 군사정권하고 비교하는 것이 말이다. 물론 여성가족부 가이드라인도 이상하기는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연구소의 토론회에서 발제로 나올 법한 이야기를 여성가족부가 부처 이름을 걸고 발표한 것은 지나쳤다. 과도한 ‘오지랖’의 돌출행동이라 할 만하다. 그러니까 여성가족부도 잘못은 했는데, 그에 대한 반발과 정치권의 파장은 어이없는 수준으로 황당했다. 독재정권의 지침과 검열은 정말 서슬 퍼런 것이었고, 어길 시 정보부에 끌려가기까지 했다. 반면에 여성가족부의 지침은 제작현장에서 아무 의미도 없다.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가 2017년부터 배포됐지만 어느 제작진도 그 지침에 구애받지 않았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그만인, 그저 구속력 없는 문서에 불과하다. 그것을 대단한 국가의 폭압이나 되는 것처럼 선동한 정치권도 놀랍고, 그런 선동에 호응해 여성가족부를 향해 ‘국가권력의 남용’을 질타한 누리꾼들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여성가족부 산하 기관인 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낸 방송에서의 여성차별적 표현에 대한 보고서까지 질타의 대상이 됐다. 국가가 방송 내용 하나하나까지 검열하고 지침을 내린다는 것이다. 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원래 그런 방송 내용에 대해 분석하고 문제를 지적하는 역할을 맡은 기관이다. 당연히 할 일을 하는 것이고, 이곳에서 문제 제기해도 현장 제작진에게 별 영향이 없는 데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조차 국가의 과도한 개입이라고 했다. '위험한 먹방' 정부는 침묵해야 하는가 처음 있는 논란이 아니다. 2018년에 이른바 ‘먹방 규제’ 논란도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가 비만 관리 종합대책(2018∼2022)’ 보도자료에 ‘폭식’의 진단 기준을 마련하고, 폭식 조장 미디어(TV, 인터넷방송 등)·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 개발 및 모니터링 체계 구축(2019년)이라는 부분이 있었다. 별첨자료엔 ‘먹방과 같은 폭식 조장 미디어로 인한 폐해가 우려됨에도 모니터링과 신뢰할 만한 정보제공 미흡’이라는 부분이 있다. 이것을 두고 수많은 매체들이 ‘정부가 먹방을 규제한다’고 보도하면서 누리꾼들이 강력히 반발했다. 폭식 조장 미디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든다고 했을 뿐 먹방을 규제한다는 말이 없는데도 매체들이 침소봉대식 보도를 했다. 같은 문서엔 ‘음주가이드라인’을 만든다는 내용도 있었는데 이에 대해선 매체들이 ‘술 규제’라고 보도하지 않아서 문제가 안 됐다. 가이드라인 자체가 크게 구속력이 없을 가능성이 높고, 또 폭식 조장 미디어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도 일반적인 먹방과는 상관이 없다. 보건복지부도 ‘먹방과 같은’이라는 표현을 집어넣어서 오해를 자초한 측면이 있지만, 핵심은 먹방이 아닌 폭식 조장 미디어였다. 유튜브 등에서 나타나는 개인방송 플랫폼의 일부 먹방은 너무나 극단적이고 엽기적이어서 방송하는 당사자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시청자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어린 시청자가 먹방 개인방송을 하겠다면서 그런 행동을 모방할 경우 큰 폐해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 것을 두고 정부의 ‘국가주의’가 문제라며 국가권력이 과도하게 국민의 삶을 통제한다고 공격했다. 여성가족부 ‘외모 규제’ 논란 때와 똑같은 논리가 펼쳐졌던 것이다. 많은 누리꾼들도 이런 논리에 공감을 표시했다. 민주주의가 잘못 이해되고 있어서 이런 일들이 반복된다. 정부가 아무 일도 안 하고 모든 것을 자유방임으로 놔두는 게 민주주의가 아니다. 정부가 다양한 일에 개입한다고 해서 무조건 독재가 되는 것도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의 정부도 아주 많은 영역에 개입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무조건 ‘자유, 자율’만을 내세우면서 국가의 개입을 독재라고 오인한다. 여성가족부가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를 만들고, 보건복지부가 ‘폭식 조장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정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이다. 어차피 이런 것들을 만들어도 군사정권 시절처럼 어긴 사람을 잡아가거나 방송프로그램을 폐지하지 않는다. 그저 문제를 제기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정도의 수준이다. 이런 일조차 국가주의라면서 반발하는 것은 정부에게, 국가에게 아무 일도 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 것과 같다. 민주주의가 정부와 국가 역할의 축소라고 오인한 사람들에 의해 우리의 민주주의는 자유방임주의 즉, 시장주의로 진행됐고 그 결과 오늘날과 같은 양극화 약육강식 생존경쟁, 정글 같은 사회가 됐다. 이젠 정부의 역할, 국가의 역할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 이것에 반대하고 자유방임주의로 가자는 사람들이 정부의 일에 대해 ‘국가주의’라고 딱지를 붙이면서 정부를 옥죄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먹방 규제, 외모 규제 등의 구실로 선동을 하면서 정부를 공격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선동에 대중과 언론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정부의 개입은 기본적으로 불쾌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국가주의 선동에 넘어가 공분하는 일이 반복된다. 정부가 아무것도 안 해야 민주주의라는 오해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 선입견에서 벗어나 냉정히 따져보면 먹방 규제, 외모 규제 모두 그렇게 분노할 일이 아니었다. 보다 성숙한 인식과 대응이 필요하다.
‘한 학부모가 소크라테스에게 찾아와 학교에 불을 질러버리겠다고 한다. 사람 되라고 자녀를 학교에 보냈더니, 오히려 부모인 자신을 폭행했다는 게 이유다. 학교에서 뭘 가르쳤길래 애가 이 모양이 됐느냐며 거칠게 항의했다. 놀란 소크라테스는 줄행랑을 쳤다.’ 물론 이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고대 아테네 소피스트들이 만든 학교의 폐해를 비꼰 희곡의 한 대목이다. 실제로 당시 소피스트 학교는 화려한 언변으로 대중을 선동, 정치·경제적 이익을 얻거나 유죄를 무죄로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고 한다. 학부모들이 이 같은 행태에 분통을 터뜨린 셈이다. 지난 2월부터 교육부 자문기구인 미래교육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헌 서울대 교수. 국내 손꼽히는 서양고전학자이다. 김 교수는 소크라테스를 주인공으로 한 이 희곡은 오늘날 우리 교육현실과도 맥을 같이한다고 했다. “교육의 기본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인데 학교 교육이 인성은 뒷전인 채 좋은 대학을 나와 사회·경제적 특권을 누리는 수단으로 내몰리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물론 학교보다 사회의 책임이 더 크죠. 돈이 많아야 대접을 받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좋은 대학을 나와야 유리합니다. 결국 입시와 돈이 직결돼 있으니 정부가 아무리 대책을 내놔도 미봉이고 효과가 없는 것입니다.” 기본으로 돌아가 인본교육 충실해야 김 교수는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데 필요한 기능만 익히면 인간적인 대접을 받는 사회적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우리는 소수의 기득권층이 너무 많은 특권을 누리는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교육이 기본으로 돌아가 제대로 된 인본교육을 실시해야 우리가 원하는 미래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이란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는 것입니다. 교사는 지금까지 인류가 소중하고 가치 있게 여겼던 것들을 새로운 세대에게 잘 전달하고, 이를 토대로 그들이 원하는 세계를 개척해 나가도록 믿고 기다려 주는 것이죠. 전통적 가치와 미래가 공존하는 현장, 그곳이 학교인 셈입니다.” 김 교수는 이 과정에서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아이들이 열어갈 세상은 누구도 가늠할 수 없기에 미래를 예단하고 자의적으로 방향을 설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분들이 자기 아집에 사로잡혀 섣불리 미래를 재단하고 전망하는 데서 자꾸만 오류가 나는 것 같아요. 학생들 스스로 미래를 선택할 수 있게 가능성의 문을 활짝 열어 놓는 게 중요한데 말이죠. 기성세대가 여기까지 끌고 왔으니 이제부터는 너희의 세계를 만들어가라는 메시지를 주는 게 교육 아닐까 싶습니다.” 김 교수는 그리스신화에도 이 같은 정신이 그대로 담겨 있다고 했다. “신들의 권력 계승 스토리를 보면 잔혹하고 일견 패륜적이기까지 해요. 심지어 플라톤 같은 철학자는 아이들에게 호메로스나 헤시오도스의 신통기를 가르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예컨대 가이아부터 우라노스, 크로노스, 제우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신들이 아버지를 축출하고 권력을 잡습니다. 못된 자식들이죠. 그런데 저는 플라톤과 달리 여기에 그리스 교육의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교수는 신들의 권력투쟁사는 ‘기성세대를 넘어서지 않으면 너희들의 세계는 오지 않는다’는 주문이 담긴 신화라고 해석했다. “이건 대단한 자신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물러날 때가 되면 물러날 테니 새로운 시대는 너희들 스스로 만들어 보라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교육은 기성세대가 쌓아놓은 것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는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역할을 하지만 ‘이것대로 하라’든가 아니면 ‘너의 앞길은 이런 식이 돼야 한다’고 제시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론이다. 그렇다면 학교 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김 교수는 문제풀이식 교육과 심오한 사고력을 기르는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저는 문답식·암기식·찍기식 교육을 무조건 비판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일제 36년과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민주화와 경제적 성공을 이룬 데에는 교육의 힘이 결정적입니다. 흔히 우리 교육을 주입식 교육이라고 비판하지만 급변하는 상황에 즉각 대응하는 능력이 길러진 데에는 문제의 의도를 빨리 파악하고 적절한 답을 찾아내는 우리식 교육의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현대는 자신의 생각을 신속하고 독창적으로 제시할 줄 아는 능력이 매우 중요한 데 여기에 인문학을 통해 깊이 숙고하고 찬찬히 따져보는 능력을 결합한다면 우리 교육은 세계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입식 교육 비판만 해선 곤란 … 한국의 압축성장은 ‘교육의 힘’ 그래서일까? 김 교수는 요즘 고대 그리스 철학자 중 이소크라테스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이 분은 플라톤과 동시대를 살면서 쌍벽을 이룬 인물이에요. 플라톤이 변화무쌍한 시대에 변하지 않는 보편적이고 본질적인 것을 추구했다면, 이소크라테스는 변화하는 상황에서 무엇이 가장 적절하고 좋은 것인지를 찾아내는 능력을 중시했습니다. 극히 대조적인 관점을 가진 이 두 사람의 교육관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고등학교에서 불어 교사로 10여 년 근무하다 서울대로 자리를 옮긴 김 교수. 그래서인지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을 보면 먹먹할 때가 많다고 했다. “가르침이라는 소박한 일념으로 교직에 계신 선생님들이 많은데 그분들이 얼마나 많은 갈등과 자괴감에 시달리는지 짐작하고 남습니다. 솔직히 서울대생을 가르치는 저조차도 무력감을 느낄 때가 많거든요. 하지만 우리 모두 이겨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 교수는 “‘태양은 어둠 속에서 빛을 내지만 결코 어둠에 의해 빛을 잃지 않는다’했던 디오게네스 말처럼 선생님들의 헌신과 사랑은 학생들 마음속에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다’라고 배웠다. 그만큼 법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내용을 규정한 것이고,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살인이나 절도·폭행 등과 같은 죄를 짓지 않아야 한다는 법을 누구나 알고 있듯이, 저작자에게 발생되는 저작권이라는 권리 또한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저작권’이라는 용어를 들으면 나(또는 우리)와는 관계가 없는 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알고 보면 저작권은 우리 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서점이나 인터넷을 통해 구입하여 읽는 도서도 저작권법상 보호받는 저작물에 해당하고, 이어폰이나 길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또한 저작물에 해당하며, 스마트폰 등을 이용하여 촬영하는 사진도 저작물에 해당할 수 있다. 우리는 쉽게 인식하고 있지 못하지만 저작권이란 우리 실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저작물’에 대하여 「저작권법」(이하 ‘법’)에서는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제2조 제1호). 저작물의 예시는 법 제4조에서 어문저작물·음악저작물·연극저작물·미술저작물·건축저작물·사진저작물·영상저작물·도형저작물·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을 규정하고 있다. 다음으로 이러한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저작자’로 규정하며(법 제2조 제2호), 저작자는 공표권·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인 ‘저작인격권’과 복제권·공연권·공중송신권·전시권·배포권·대여권, 2차적저작물작성권인 ‘저작재산권’을 가지게 된다(법 제10조 제1항). 저작자가 가지는 저작재산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저작재산권자로부터 이용허락을 받아야 하며(법 제46조) 이용허락 없이 이용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 그러나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저작권법상(제1조), 이용허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저작재산권 제한사유(제23조부터 제35조의 3)’를 명시하고 있다. 그중 학교현장과 관련된 저작재산권 제한사유는 ‘학교 교육목적 등에의 이용(제25조)’과 ‘시험문제로서의 복제(제32조)’ 규정일 것이다. 먼저 ‘학교 교육목적 등에의 이용’ 규정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제1항에서는 ‘고등학교 및 이에 준하는 학교 이하의 학교의 교육 목적상 필요한 교과용도서에는 공표된 저작물을 게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4항에서는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저작물을 이용하려는 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기준에 따른 보상금을 해당 저작재산권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고등학교 및 이에 준하는 학교 이하의 학교에서 제2항에 따른 복제·배포·공연·방송 또는 전송을 하는 경우에는 보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교과서 및 지도서에는 공개되어 있는 저작물을 저작재산권자의 허락 없이 이용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저작재산권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면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제2항에서는 ‘특별법에 따라 설립되었거나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또는 「고등교육법」에 따른 학교·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교육기관 및 이들 교육기관의 수업을 지원하기 위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된 교육지원기관은 그 수업 또는 지원 목적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공표된 저작물의 일부분을 복제·배포·공연·전시 또는 공중 송신할 수 있다. 다만 저작물의 성질이나 그 이용의 목적 및 형태 등에 비추어 저작물의 전부를 이용하는 것이 부득이한 경우에는 전부를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학교 및 교육기관의 범위는 법령상 이해가 쉬우나 ‘수업 또는 지원 목적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무엇인지에 대한 문의가 많다. 수업의 범위에 대하여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목적 저작물 이용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① 유아교육법상의 교육과정 및 원장의 지휘 및 감독 하에 이루어지는 방과후 과정, ② 초·중등교육법상의 교육과정(교과 창의적체험활동) 및 학교장의 지휘 및 감독 하에 이루어지는 교육활동(보충수업, 학교 스포츠클럽 활동, 범교과 학습활동, 계기교육, 방학 중 프로그램 등), ③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학교 및 교육기관의 교육과정에 따른 수업이라 명시하고 있다. 또한 수업은 교육과정에 의한 수업을 원칙으로 하나 학교장의 관리 및 감독 하에 이루어지는 야간수업이나 계절제 수업, 시간제 수업, 방송통신에 의한 수업, 정보통신 매체 등을 활용한 온라인 수업을 포함한다. 마지막으로 수업 준비를 위해 필요한 경우 저작물의 일부가 사용된 수업자료를 시·도교육청 등의 관리 및 감독 하에 공유할 수 있다. 다음으로 수업지원 목적의 범위에 대해서는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먼저 교육지원기관에서 시행하며 학교 및 교육기관의 교육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지원이어야 하며, 교원(수업을 실제 담당하는 교사 또는 강사) 또는 학생에게 제공되는 수업지원이어야 한다. 타인의 저작물을 동의없이 사용 가능한 경우 다음으로 ‘시험문제로서의 복제’ 규정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저작권법」 제32조에서는 위와 같은 표제 아래 ‘학교의 입학시험 그밖에 학식 및 기능에 관한 시험 또는 검정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목적을 위하여 정당한 범위에서 공표된 저작물을 복제·배포할 수 있다. 다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에서 진행하는 중간·기말고사 시험문제에는 타인의 저작물을 별도의 허락 없이 이용할 수 있으므로 시나 소설과 같은 어문저작물, 악보와 같은 음악저작물, 그림과 같은 미술저작물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하에서는 학교 선생님들이 많이 하는 질문을 위주로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먼저 같은 교과의 선생님들이 수업연구활동 결과나 수업자료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과연 이것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위에서 살펴본 ‘학교 교육 목적 등에의 이용’ 규정에 의해 공표된 저작물의 일부분을 이용하여 수업자료를 제작하고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학생이 아닌 동료 교사나 불특정 다수(일반인)에게 수업자료를 공유하는 것은 보상금 제도의 목적과 범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저작물 이용에 대한 허락이 필요하다. 또한 교육지원기관의 관리 및 감독을 벗어난 일반 포털사이트의 모임(예를 들어 블로그·카페 등)을 통해 타인의 저작물을 포함하고 있는 수업자료를 저작재산권자의 허락 없이 공유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행위로써 주의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교육청이 주관하는 수업지원 목적 사업의 경우 해당 사업을 위탁받은 사업자도 저작재산권자의 허락 없이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교육지원기관에 해당하는 교육청에서 수업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자료개발사업을 외부에 위탁을 준 경우라도 해당 자료가 교육지원기관(교육청) 명의로 창작되고, 해당 기관의 책임 하에 제공된다면 공표된 저작물의 일부분 이용이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에도 이용된 저작물에 대한 수업지원 목적 보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학교 시험기간이 되면 수업시간에 학생들로부터 전년도 기출문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시험문제에는 타인의 저작물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복제해주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문의도 많다. 위에서 살펴본 ‘시험문제로서의 복제’ 규정에 의해 공표된 저작물을 시험에 이용하는 것은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기출문제를 복제하여 학생들에게 배포하는 것은 위 규정이 적용되기는 힘들 것이나, ‘학교 교육목적 등에의 이용’ 규정에 따라 수업지원을 목적으로 기출문제 및 해설 자료의 일부분을 소속된 교사와 학생에게 복제·배포·공중송신 하는 것은 가능하다. 수업시간에 필요에 따라 학생들에게 영화를 보여주는 경우도 있는데, 영화 전체를 보여주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질의도 많다. ‘학교 교육목적 등에의 이용’ 규정에 따라 저작물의 일부분만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위 규정의 적용을 받기는 어렵다. 그러나 저작권법 제29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공연·방송’ 제2항에 따라 청중이나 관중(학생)으로부터 당해 공연(영화 틀어주는 행위)에 대한 반대급부(비용)를 받지 않는다면 상업적 목적으로 공표된 영상저작물을 공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요건이 충족된다면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영화 한 편을 공연하는 행위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사회적으로도 많이 문제가 되고 있는 ‘폰트 파일’에 대해 학교현장에서도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폰트 파일은 저작권법상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로 보호가 되고 있다. 따라서 저작재산권자의 허락 없이 다운로드(복제) 받아 이용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 인터넷에서 쉽게 다운로드할 수 있는 폰트 파일을 다운로드하여 컴퓨터에 설치 후 가정통신문이나 교내 환경미화를 위해 이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학교 교육목적 등에의 이용’ 규정 적용이 어렵다. 해당 규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폰트 파일을 수업시간 내에 프로그램저작물을 설명하는 등으로 이용하여야 할 뿐이다. 또한 이러한 폰트 파일의 경우 이용 범위(라이선스)는 개인이 비영리 목적으로만 이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학교에서의 이용은 비영리 목적이지만 ‘개인’이 아니기 때문에 라이선스 책임이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폰트 파일과 관련하여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발간한 ‘글꼴 파일 저작권 바로 알기’ 안내서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저작권이라는 생소한 권리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사회 전반에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상담업무를 수행하면서 사전에 저작물 이용 가능 여부를 알아채고 전문기관에 자문을 구해본다면 다행이겠지만, 학교현장에서 발생되는 저작권 문제와 같이 ‘침해’가 발생된 이후라면 실질적인 도움이 어려워 안타까움이 크다. 마지막으로 학교현장에서 많은 저작물을 이용하면서 발생되는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교사 및 학생들에게 더 많은 저작권 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는 운영 중인 ‘찾아가는 저작권 교육’을 통해 저작권 전반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저작물 이용에 있어서는 저작재산권 제한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저작권 침해가 발생한다는 정확한 인지 아래 정당하게 저작물을 이용함으로써 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교육현장이 되기를 바란다.
01 ‘너무도 올바른 이야기’는 문학이나 영화가 될 수 없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도 문학이나 영화가 될 수 없다. 아무런 흠결이 없는 사람의 이야기도 그렇다. 좋은 문학이나 영화 이전에 일단 재미가 없다. 인물들은 훼손되지 않고, 인물이 겪어가는 사건은 아무런 모순이 없는, 그런 이야기는 이야기가 될 수 없다. 이런 소재로는 아무리 위대한 작가가 이야기를 만들어도 이야기의 맛이 살아나지 않는다. 감동이 없기 때문이다. 감동 없는 이야기는 소통되지 않는다. 소통되지 않는 이야기는 죽은 이야기이다. 이야기에 도덕적 규범을 너무 강하게 담으려 하면 그렇게 되기 쉽다. 주인공 인물을 지나치게 미화하여 교훈을 주려고 하는 데만 치중한 위인전 이야기는 솔직히 재미가 없지 않은가. 가령 여기 잘 생기고, 착하고, 예절 바르고, 정의감 강하고, 규범을 잘 지키고, 이성을 사귀면 일편단심 변하지 않는 어떤 청년이 있다고 하자. 그리고 이 청년 못지않게 착하고, 인물 좋고, 마음씨 곱고, 지혜롭고, 곧은 절개의 심성을 지닌, 참으로 바람직한 아가씨가 있다고 해 보자. 이 두 남녀가 서로 사랑을 하여서, 서로에게 정성을 다하여 사귐을 이어갔다. 사랑을 방해하는 경쟁자도 없었다. 마침내 주변의 축복을 받으면서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를 소설이나 영화로 만들었다면(만들 작가도 없겠지만), 분명히 실패작이 될 것이다. 사람 사는 이야기라기에는 너무 밋밋하고, 너무 기복이 없는 이야기, 만사가 잘 굴러가기만 하는 이야기, 그래서 인생살이의 갈등이나 긴장이나 고뇌 같은 것이 없다. 운명이 가져다주는 모순 따위는 느껴 볼 틈도 없는 이야기이다. 이야기에 감동이 살아나지 않는 이유는 이야기에 ‘사람 같은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 같은 사람’이란 훌륭한 사람 따위를 일컫는 말은 아니다. 현실의 나를 향해 말을 걸어오는 사람, 아니면 내가 그를 향해 말을 걸고 싶은 사람을 뜻한다. 그러니까 현실의 나처럼 결핍도 많고, 내면의 상처도 있고, 욕망도 있고, 좌절도 있고, 갈등도 있고, 그러면서도 지향(志向)과 포부도 있는 사람이다. 리얼(real)한 존재로서의 사람을 말한다. 독자인 내가 연민과 저항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그런 인물이 이야기 안에 있어야 한다. 연민과 저항은 이야기 속 인물에 대한 적극적인 공감(empathy)의 발로이다. 이 공감이 감동의 원천을 이루는 것임을 다시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02 세계적 명작은 ‘문제적 인물(問題的 人物)’을 보여 주는 데 성공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문제가 없어 보이는 인물로는 좋은 작품을 창작할 수 없다. ‘문제적 인물’을 통하지 않고서는 이 복잡하고 이해 불가한 세계를 그려낼 수 없기 때문이리라. ‘문제적 인물’에 대한 비평적 정의가 따로 있지만, 나는 ‘너무도 인간적인 인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적’이란 말이 품고 있는 뜻은 참으로 오묘하다. ‘인간적’이라고 말했을 때, 그것은 사람이기 때문에 가질 수밖에 없는 온갖 한계와 약점을 너그럽게 긍정하는 태도가 숨어 있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다. 그 불완전함을 아는 자는 나 아닌 타자의 인간적 불완전함을 단죄하듯 나서지 못한다. 단죄는 신의 영역인지도 모른다. 단죄하듯 나서지 못하기 때문에 그래서 다시 인간적인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라고나 할까. 오로지 아프게 공감할 뿐이다. 그 공감이 문학과 예술의 역할인지도 모른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죄를 범한) 이 여인을 돌로 쳐라”라고 말했던 예수의 말은 우리로 하여금 인간의 불완전성을 깨우치며, 새로운 차원의 도덕을 발견하게 한다. 이렇듯 불완전한 인간을 단죄하지 않고, 오히려 공감으로 다가갈 때, 생의 감동이 우리 안에서 오래 울림으로 퍼져온다. 톨스토이의 소설 가운데 예술적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 ‘안나 카레니나’를 주목해 보자. 아름다운 귀족 부인이지만 부정한 사랑으로 빠져들어, 인생을 파멸로 이끌어, 마침내 자살하는 주인공 안나 카레니나의 인간적 아픔과 몰락이 안쓰럽다. 안나는 삶을 불꽃처럼 연소시키며, 자신의 욕망과 애정을 향하여, 모든 것을 버리고 브론스키 백작에게로 나아갔을 때, 우리는 그녀를 어디까지 비난할 수 있을까. 아니 어디까지 옹호할 수 있을까.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에서도 우리는 ‘문제적 인물’들을 응시할 수 있다. 도둑이었다가 자선가가 되기도 하는 장발장에 대해 어떤 간절한 염원을 품어보는 것은 작가가 독자에게 기대하는 인간 정신인지도 모른다. 문학은 어떤 인간을 쉽사리 부정하지 않도록 서서히 깨달아가게 한다. 장발장을 19년간 감옥에 살게 하고, 출소 이후에도 단죄의 자리에서 추적하는 자베르 경감이나, 장발장의 은촛대 절도를 끝까지 감싸주는 신부님이나, 대조적임에도 불구하고, 그 둘을 다 인정해 주고 싶은 마음은 어디서 오는 힘일까. 사람을 오래 응시하면 그리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좋은 작품은 인간을 결과론적으로 재단하지 않게 한다. 결과에 의한 재단은 법이나 행정의 영역에서 행해지는 것이다. 교육이나 예술의 영역에서는 인간을 과정에 기대어 살핀다. 좋은 작품은 인간의 삶에서 깊은 동기와 오랜 과정을 숙려하게 한다. 그래서 우리들의 마음 저 깊숙한 곳에서, 사람을 보는 인식, 사람의 행위를 읽어내는 지혜를 기르게 한다. 그것은 ‘인간성에 대한 넉넉한 긍정’이라 할 수 있을진대, 아이들이 항용 쓰는 쉽고 다감한 구어적 표현으로 바꾸어 보았다. 바로 이 표현이다. “그럴 수도 있지.” 03 선생님이 된 제자들이 봄 방학에 나를 찾아왔다. 선생님 노릇을 한 지 2년에서 5년 된 젊은 교사들이다. 제자 선생님들이 겪는 교단의 애환들이, 내가 데리고 간 식당 식탁의 음식들보다 훨씬 더 풍성하고 다채로웠다. 물론 좋은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힘든 학생이나 무례하기 그지없는 학부모를 만나, 험한 사태들을 헤쳐나가는 이야기를 듣는 동안에는 안쓰러웠다. 그러나 그보다는 밝고 활기차고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들이 더 많았다. 밝음으로 어둠을 이기자고 했다. 경기도 어느 신도시의 신설 학교로 발령을 받아간 나의 제자 선생님 L이 내게 말했다. “교수님, 우리 반 급훈이 무엇인 줄 아세요?” 나더러 정말 맞추어 보라고 하는 말이 아닌 줄은 알았지만, 그녀가 학교 다닐 때, 부지런히 책을 읽고 여행 경험을 쌓았던 것을 떠올리고는, “자네 독서와 여행 좋아했으니, ‘책을 읽자, 세상을 읽자.’ 뭐 이런 것 아닐까”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녀가 한 말은 의외로 상큼하고 산뜻하여 그야말로 내게는 참신한 충격을 주는 것이었다. “교수님, 우리 반 급훈을 ‘그럴 수도 있지’라고 지었어요. 저 혼자 정해서 일방적으로 올려놓은 것이 아니라, 학생들도 논의 과정에 충분히 참여하게 하였어요.” ‘그럴 수도 있지’,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나는 그녀 학급의 급훈을 두 번 입안에서 중얼거려 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이게 범상한 급훈이 아니다. 그녀로서도 어찌 뜻한 바가 없었을까. L 선생님이 이야기를 덧붙였다. 아이들이 전부 자기 위주로 자라고 키워졌어요. 사소한 일에도 양보가 없고, 친구들을 이해하지 않으려 드는 겁니다. 부모들의 경쟁 이데올로기가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나타나요. 걸핏하면 욕하고 비난하고 싸우고, 그 싸움이 커져서 엄마들 싸움이 되고, 그러다가 어느새 감정이 거칠어져서 아무 일도 아닌 것이 학교폭력으로 제기되고, 그 과정에서 선생님들이 겪는 고초는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친구들의 결함이나 불완전함을 조금만 너그럽게 봐 주면 얼마든지 예방될 수 있는데 말이지요. ‘그럴 수도 있지’는 친구의 결점 사랑하기라고나 할까요. 교사인 저부터 학생들이 무언가 잘못을 하면, ‘그럴 수도 있지!’ 로 응대했어요. 공부가 뒤지는 아이를 무시하는 분위기가 있으면 교사인 제가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말해요. 아이들에게도 따라주기를 바랐지요. 너그럽고 이해심이 많은 자신을 스스로 대견스럽게 여기도록 하는 데까지 이르도록 했어요. 우리 반은 싸움이 없는 반이 되었어요. 자기들이 여덟 시까지 등교할 테니까 선생님도 수고스럽지만 8시까지 오셔서 재미난 이야기를 해 달라는 겁니다. 이게 잘된 일인지, 잘못된 일인지. L 선생님 이야기에 나는 몇 번씩 감동이 밀려왔다. 생각해 보니 L 선생이 교대 2학년 때, 토론식으로 진행했던 나의 강좌 ‘창작과 비평’의 풍경이 어렴풋하게 떠오른다. ‘인간 이해의 연습’이란 부제를 달았던가.
올해부터 민주시민의식을 중점적으로 교육하는 '민주시민학교'가 생긴다. 이를 위해 교원들의 민주시민교육 역량을 강화하는 연수를 실시하고 학생들의 자치활동 권한을 늘려 시민 의식을 키운다. 중·장기적으로는 시민교과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민주시민 활성화 계획은 크게 △학교 민주시민교육 강화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교육 활동 지원 △민주주의를 경험하는 학교문화 조성 △학생자치 활성화 지원 등이 핵심이다. "주체적인 시민이 민주주의를 존중하고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교육"이라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학교는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지적, 정의적 자질과 덕목을 직접 가르침으로써 효과적으로 시민성을 육성하기에 적합하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공동체적 시민 생활을 실천하고 참여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한국교총은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위한 과목 신설에 반대했다. 민주시민교육의 이념적 편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종전의 '인성교육'이 내용 변화 없이 민주시민교육으로 간판만 바뀐것 아니냐는 낮은 평가를 내놨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시민교과를 만드는 것은 자칫 학교 정치화와 교육 편향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육현장에서 ‘민주시민학교와 비시민학교’로 나뉘어 차별이 발생하고 학생들에게 권리만 강조, 책임은 외면하게 만들 가능성도 지적했다. 이번 호에서는 교육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선택한 민주시민교육의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기대와 우려를 담은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싣는다. # 1 _ ‘엄마’를 욕하며 노는 아이들, 교실이 ‘혐오의 배양지’가 되었다. 서울의 한 중학교 앞. (…) 엄마를 비하하는 말인 ‘니애미’는 교실에서 가장 ‘핫’한 욕이다. (…) 특별취재팀이 만난 초·중·고등학생들은 모두 이런 표현이 익숙하다고 했다. # 2 _ PISA(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의 2015년 평가 2012년도에 비해 떨어진 2015년 PISA 성적과 순위가 논란의 중심이 됐다. 순위 하락의 주요 원인은 첫째 ‘하위권 학생들이 15.4%까지 늘어났다’는 사실이고, 두 번째는 ‘남학생의 성적 부진으로 수학·과학과목에서 여학생보다 낮은 성적을 받았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설문조사 결과 ‘공부에 대한 흥미도’라는 질문에서 70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에 있다. 왜 학교에서 민주시민교육이 필요할까? 우선 국제 지표인 PISA의 평가결과를 보면 안타깝게도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학생들의 삶이 분리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PISA 2015 평가부터 ‘협력적 문제해결력’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나는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라는 질문에서 우리나라 학생의 95%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우리나라 학생의 84%는 “나는 팀워크가 나의 효율성을 높인다고 생각한다”라고 인식하여, OECD 평균보다 14%p 높은 값을 나타냈다. 고무적인 일이다. 결과적으로 세계는 협업을 중시하는 데 가치를 두고 있으며, 이는 시민성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므로 우리 학생들의 인식은 시민성의 발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앞서 신문기사에서도 언급했듯이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학생들의 언어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여성과 남성의 상호 비하 용어뿐만 아니라 외모나 인종, 특정 직업에 관한 무분별한 혐오 표현은 현실에서 ‘시민’이 되지 못하는 아이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또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미디어교육을 포함한 민주시민교육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지난 2018년 11월 교육부에서 발표한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위한 종합계획」(이하 민주시민교육 종합계획)의 추진 배경에도 현 사회변화와 교육혁신에 대한 문제의식이 녹아 있다. ‘포용적 민주주의를 실현할 성숙한 민주시민 양성’, ‘민주시민 양성을 목표로 하는 교육이념의 회복’과 ‘교육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를 통한 교육혁신 필요’를 통해 미래 세대가 당면한 문제와 이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원칙과 목표 그리고 학교 민주시민교육의 방향을 제안하고 있다. 제안의 핵심은 바로 ‘더불어 살아가는 것’ 즉,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이라고 볼 수 있다. 학교 민주시민교육, 어떻게 할까? 민주시민교육은 우리나라 교육기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육의 목적이자 목표이다. 하지만 민주시민교육은 역사적·사회적 상황과 정권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어 왔다. 특히 정부의 간섭으로 인해 파행적인 형태로 이뤄지기도 했다. 최근 들어 민주시민교육의 내용 및 방법에 대한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면서 이에 대한 전반적 검토가 요구되었으며, 다방면에서 민주시민교육 강화에 대한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민주시민교육 종합계획에서는 우리 사회가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고 보고 시민교육의 목표와 기본 원칙 등에 대한 사회적인 공론화와 합의과정 선행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민주시민교육을 위하여 교육과정을 통한 민주시민교육 내실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으며, 교사와 학생이 서로 협력하고 경쟁과 서열화 중심의 평가에서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평가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시작하는 민주시민교육은 어떻게 추진되어야 할까? 민주시민교육은 그 어떤 학습보다도 민주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추진하는 것이 민주적으로 추진하는 것일까? 우선 학교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원칙과 실천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학교민주시민교육이 교육 주체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적정한 수준의 수업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초등은 본연의 고유기능인 ‘통합교육’을, 중등에서는 자유학기제나 고등학교 통합사회가 운영되는 방식 등을 참고할 수 있다. 둘째, 학교 시민교육의 방법과 내용은 경기도교육청의 창의지성 교과서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이하 민주시민) 콘텐츠 활용이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으므로 이를 중심으로 실천방안을 소개하고자 한다. ●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 콘텐츠 활용 ‘민주시민’ 교과서는 초등 3~4학년, 5~6학년,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4권으로 집필되어 2019년부터 내용 및 디자인의 수정·보완이 완료됐다. 이 교과서는 경기도교육청을 비롯하여 총 10개 시·도교육청이 협약을 맺어 전국적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시민으로서의 가치를 체득하기 위한 활동 위주의 초등학교 교과서, 초등의 내용을 좀 더 심화한 중학교 교과서 그리고 그 가치를 실제 사회 이슈에서 찾아보고 논쟁을 위한 토론 활동과 글쓰기로 생각을 정리하는 고등학교 교과서 등 단계적으로 구성돼 있다. 주제 중심의 교과내용의 구성을 바탕으로 문학작품, 삽화, 시사성 있는 자료, 광고, 뉴스, 포스터, 신문기사, 법과 선언문 등 인문학 콘텐츠를 활용하여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 민주시민교육중심 교육과정 운영 학교 교육과정 속에 시민교육 내용을 재구성하여 운영할 수 있다. 우선 주제 통합으로 재구성하여 기존 교과를 민주시민 교과서와 융합하여 진행할 수 있으며 창체 및 계기교육과 연계하여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민주시민교육을 위해 별도의 시간을 확보하지 않아도 모든 교과와 교육과정에서 어우러지게 통합하여 교육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민주시민교육을 꿈꾸며 민주시민교육을 통해 학교는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학교 구성원이 민주시민교육의 철학을 공유하고 방향성을 고민하여 합의와 이행 과정을 거치면서 학교는 민주주의의 산 교육장으로, 학생은 학교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이해하고 일상의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학습하게 될 것이다. 또한 학부모와 지역사회와 함께 행복한 교육생태계를 만드는 이야기가 쌓여갈 것이다. 이러한 교육주체들의 성장에 힘입어 지속 가능한 민주사회와 학교 시민교육을 희망해 본다.
올해부터 민주시민의식을 중점적으로 교육하는 '민주시민학교'가 생긴다. 이를 위해 교원들의 민주시민교육 역량을 강화하는 연수를 실시하고 학생들의 자치활동 권한을 늘려 시민 의식을 키운다. 중·장기적으로는 시민교과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민주시민 활성화 계획은 크게 △학교 민주시민교육 강화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교육 활동 지원 △민주주의를 경험하는 학교문화 조성 △학생자치 활성화 지원 등이 핵심이다. "주체적인 시민이 민주주의를 존중하고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교육"이라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학교는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지적, 정의적 자질과 덕목을 직접 가르침으로써 효과적으로 시민성을 육성하기에 적합하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공동체적 시민 생활을 실천하고 참여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한국교총은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위한 과목 신설에 반대했다. 민주시민교육의 이념적 편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종전의 '인성교육'이 내용 변화 없이 민주시민교육으로 간판만 바뀐것 아니냐는 낮은 평가를 내놨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시민교과를 만드는 것은 자칫 학교 정치화와 교육 편향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육현장에서 ‘민주시민학교와 비시민학교’로 나뉘어 차별이 발생하고 학생들에게 권리만 강조, 책임은 외면하게 만들 가능성도 지적했다. 이번 호에서는 교육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선택한 민주시민교육의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기대와 우려를 담은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싣는다. 시민교육의 필요성 한국인은 세계 어느 나라 국민보다 똑똑함을 자랑한다. 세계 올림피아드 등 각종 대회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고 있으며 IT와 문화 등 한류 상품은 세계를 선도한다. 전쟁이 끝나고 한 세기가 지나기 전에 놀라운 기적을 이뤘다. 그러나 물질의 풍요를 향해 앞만 보고 달려오면서 소중한 뭔가를 잊고 살았다. 공동체 안에서 남과 더불어 사는 품성과 역량, 바로 시민성이다. 대한민국의 민주화 과정은 유럽의 나라들과 다르다. 일제 식민의 역사가 청산되기도 전에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고 급속한 근대화로 많은 혼란이 있었다. 1980년대 운동으로서의 민주화가 끝나고 2000년대 이후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정착됐지만 정작 제도를 운영하는 주체인 시민의 의식과 역량은 그만큼 자라나지 못했다. 아무리 훌륭한 제도라도 운영자인 시민의 성숙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 제도는 무용지물이다. 4차 혁명으로 회자되는 기술문명의 전환 시대에 시민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시민교육의 핵심인 사회적 문제에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행동하는 공적 책임의식과 실행력, 사물과 이슈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이성적 비판능력, 연대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창의성과 협업능력 등은 미래 사회의 핵심역량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시민교육의 방향이 어떤 것이어야 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참고가 될 만한 외국의 사례를 소개하는데 집중하려고 한다. 각기 서로 다른 문화에서 비슷하지만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 시민교육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시민교육의 모델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영국 영국은 프랑스와 함께 근대 시민의 개념을 발명한 나라다. 우리에게 익숙한 의회민주주의의 전형을 만든 국가다. 그렇기 때문에 영국의 시민교육은 민주주의의 발전 과정과 그 궤를 같이한다. 그중에서도 영국 시민교육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을 꼽자면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라고 볼 수 있다. 노블레스에 걸맞은 품격과 매너, 예의를 존중한다. 마치 영국 첩보원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 ‘킹스맨’의 대사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처럼 말이다. 영국의 시민교육을 이해하기 위해선 민주주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빠르다. ‘마그나 카르타’에서 시작된 민주주의 발전의 긴 여정은 강력한 왕권으로부터 부르주아의 권리를 확대해 나가는 과정과 일맥상통한다. 소위 ‘명예혁명’으로 불리는 영국의 민주주의 발전사는 에드먼드 버크로 대표되는 ‘보수의 정체성’으로 요약된다. 오랜 전통과 문화유산은 “어느 한순간, 한 개인에 의해 만들어질 수 없다”(로저 스크러튼, 합리적 보수를 찾습니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역사·문화적 배경은 영국의 시민교육 목표를 다소 보수적인 성격을 띠게 만들었다. 전통과 유산을 강조하며, 그 안에서 파생된 예절과 매너·관습 등을 중시한다. ‘신사의 나라’라는 별칭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종종 접하는 이튼스쿨과 같은 여러 명문학교들은 규율이 엄격하다. 식사를 하러 가거나 쉬는 시간에도 소란스럽게 이동하지 않으며 교실에선 미리 정해진 자기 책상에만 앉아야 할 정도로 형식적 예의를 강조한다. 요약하면 영국의 시민교육은 보수의 교육철학을 강조한다는 관점에서 인성교육의 측면이 강하다. 이 가운데 최근에는 시민교육(civic education)이라는 새로운 교과목이 생기면서 현대 사회에 필요한 시민역량을 키우는 것에도 방점을 찍고 있다. 2002년부터 중등학교(Secondary Schools)에서는 필수 교과로, 초등학교(Primary Schools)에서는 선택교과로 시민교육이 포함됐다. 시민교육 교과에서는 법적·인간적 권리와 사회적 책임감, 다양성과 상호존중의 필요성 등을 가르친다. 또 의회제도와 정부 형태, 선거를 통한 참여의 중요성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특히 수업시간에는 토론활동이 주를 이루는데, 특정 정당의 정책과 이념을 놓고 논쟁을 벌이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그 모든 밑바탕에는 상호존중과 배려, 매너와 예의 등이 깔려 있다. 영국의 시민교육에서 특별한 점 한 가지는 지역사회·지방정부가 주축이 돼 2000년대 초부터 전 국민 대상으로 시민의식을 조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원봉사 경험, 지역 이슈에 대한 참여 등 광범위한 의식조사를 통해 시민의식을 진단하고 이를 높이기 위한 정책을 입안하는데 반영한다. ‘자유와 주체성’ 프랑스 영국과 함께 시민이란 개념을 발명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또 다른 나라는 프랑스다. 하지만 프랑스의 민주주의 발전과정은 영국과는 사뭇 다르다. 오랜 시간 점진적 개선을 통해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온 영국과 달리, 프랑스는 혁명을 통해 급진적으로 세상을 통째로 바꾸려는 시도가 많았다. 즉, 영국을 보수정치의 원조라고 부를 수 있다면, 프랑스는 진보정치의 요람이었다고 볼 수 있다. 오랜 시간 점진적 개선을 통해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영국과 달리 프랑스는 1789년 바스티유 감옥 습격으로 민주주의 시계를 한 번에 앞당겼다. 그 안에는 무엇보다 자유의 정신이 깊게 배어 있다. 신분의 자유, 종교의 자유, 예술의 자유 등 다양한 가치와 문화가 공존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프랑스혁명의 제1 정신이었다. 이런 전통 아래 프랑스는 다양한 개성을 인정받고 서로가 조화를 이루는 문화가 뿌리를 내린다. 그러나 프랑스혁명 이후 시민들은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 나폴레옹의 황제정치 등을 겪으며 내란과 혁명을 수없이 겪었다. 그러면서 지식인들의 고민은 자연스럽게 민주주의를 확실히 뿌리내림으로써 구체제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막는 것으로 수렴됐다. 그 방식은 바로 건전한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었다. 그 덕분에 프랑스는 아주 이른 시기인 1882년 초등교과에 ‘시민·도덕교육’이 생겼다. 민주주의의 원리, 자유의 개념, 다양성의 철학 등을 가르치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이 교과는 1960년대 이후 잠시 사라졌다. ‘금하는 것을 금하노라’와 같은 6·8 운동의 물결 속에서 시민교육 또한 지배층의 이데올로기를 확산하는 도구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역시 자유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나라다운 결정이었다고 해석된다. 그러나 학교폭력과 왕따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자 1985년 다시 정식 교과목으로 편입됐다. 프랑스 시민교육 교과서는 공화국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을 질문과 토론을 통해 자연스럽게 습득하도록 구성돼 있다. 자유·연대·인권·노동·공동선 등이 주요 가치다. ‘시민교육’ 시간엔 역사적 사건과 다양한 사회 이슈를 놓고 토론한다. 교과서도 구체적인 사례와 사진·그래픽 등이 많고 각 주제마다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는 질문들이 제시돼 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3학년이 배우는 ‘시민교육’ 교과서 ‘자유’ 단원에는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그림이 제시돼 있다. 그 밑에는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인물의 행동을 찾고 무엇이 잘못인지 생각하도록 했다. 교실에서 떠들거나 놀이터에서 놀이기구를 독점하는 등 구체적 상황을 그림으로 제시하고 자연스러운 토론을 유도하는 교육 방식이다. 초·중학교에서는 ‘시민교육(Education Civique)’으로, 고등학교에서는 ‘시민·법률·사회교육(Education Civique Juridique Sociale)’으로 불린다. ‘깨어 있는 시민’ 독일 영국·프랑스와 달리 독일은 민주주의를 수입한 나라다. 스스로 시민의 개념을 발명하고 발전시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를 이식받은 한국과 비슷하다. 독일에선 시민교육을 ‘정치교육(Politische Bildung)’이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바로 히틀러 때문이다. 히틀러는 총통이 됐을 때 90%가 넘는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가 권력을 잡은 방식이다. ‘선거’라는 매우 민주적인 제도를 통해 권력을 획득했다. 우리가 민주주의 꽃이라고 말하는 선거를 통해서 말이다. 하지만 히틀러는 역사에 큰 오점을 남겼고 독일 국민은 그로 인해 막대한 책임을 짊어져야 했다. 이런 반성의 의미에서 독일은 전후 국가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깊었다. “어떻게 하면 이 같은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을까”라는 고민 끝에 나온 것이 정치교육이다. 깨어 있는 시민을 만드는 교육, 그것을 민주주의 핵심과제라고 봤다. 그런 고민 끝에 독일에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시민교육을 국가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이끌어 가기로 했다. 정치교육은 1976년 제정된 ‘보이텔스바흐 합의’(Beutelsbacher Konsens)의 원칙 아래 진행된다. 그 내용은 △교화나 주입식 교육을 금지한다 △학문과 정치에서 논쟁적인 것은 수업에서도 역시 논쟁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학생은 어떤 정치적 상황과 그 자신의 이익이나 이해관계를 고려할 수 있고 또한 그에 따라 당면한 정치적 상황에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교육의 핵심목표는 ‘선입견이 없는 (사람)’이란 뜻을 가진 ‘Unvoreingenommen’이란 단어로 압축된다.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고교 졸업 때까지 정치교육을 의무로 하고 있다. 과목명에 ‘정치’가 들어가는 이유는 ‘시민이야말로 정치의 주체’라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핵심은 엘리트의 통치가 아니라 능동적 시민들의 ‘협치’이기 때문이다. 독일은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독일이 추구하는 가치, 자유민주주의와 정치질서·인간의 존엄성·개인적 자유 등을 구체적으로 학습한다. 또 독일 시민교육의 큰 특징은 ‘평생교육’ 형식으로 꾸준히 이뤄진다는 점이다. 학교 밖에서는 연방정치교육센터(Bundeszentrale fur politische Bildung)와 지방정치교육센터(Landeszentrale fur politische Bildung), 시민대학(Volkshochschule) 등을 통해 정치교육이 이뤄진다. 독일의 이 같은 시민교육은 90년대 이전까지는 깨어 있는 시민을 만드는 교육으로, 90년대 이후에는 통일 독일의 출범과 함께 다문화와 다원성을 강조하는 교육으로 성격이 변화했다. 2015년 난민 사태 때 독일 시민들이 난민의 유입을 감정적으로는 꺼려하면서도 정책적으로는 받아들여야 한다며 메르켈 총리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도 이 같은 오랜 시민교육의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다.
올해부터 민주시민의식을 중점적으로 교육하는 '민주시민학교'가 생긴다. 이를 위해 교원들의 민주시민교육 역량을 강화하는 연수를 실시하고 학생들의 자치활동 권한을 늘려 시민 의식을 키운다. 중·장기적으로는 시민교과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민주시민 활성화 계획은 크게 △학교 민주시민교육 강화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교육 활동 지원 △민주주의를 경험하는 학교문화 조성 △학생자치 활성화 지원 등이 핵심이다. "주체적인 시민이 민주주의를 존중하고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교육"이라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학교는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지적, 정의적 자질과 덕목을 직접 가르침으로써 효과적으로 시민성을 육성하기에 적합하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공동체적 시민 생활을 실천하고 참여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한국교총은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위한 과목 신설에 반대했다. 민주시민교육의 이념적 편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종전의 '인성교육'이 내용 변화 없이 민주시민교육으로 간판만 바뀐것 아니냐는 낮은 평가를 내놨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시민교과를 만드는 것은 자칫 학교 정치화와 교육 편향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육현장에서 ‘민주시민학교와 비시민학교’로 나뉘어 차별이 발생하고 학생들에게 권리만 강조, 책임은 외면하게 만들 가능성도 지적했다. 이번 호에서는 교육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선택한 민주시민교육의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기대와 우려를 담은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싣는다. 민주시민교육의 도입에 관하여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종합계획’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교육부의 발표가 있기 이전에도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정책적 무게는 이미 여러 곳에서 감지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의 조직 개편에도 민주시민교육 관련 부서가 편성되었으며, 관련 토론회와 설명회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교육부의 발표가 갑작스럽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민주시민교육의 기본적 가치와 방향은 당연히 타당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주시민으로 살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가치를 부정하거나 거부하고 싶은 생각은 당연히 없다. 우리 아이들이 민주시민교육을 통해 건전한 사고를 갖춘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에도 공감한다. 그러나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민주시민교육 정책에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민주시민교육에서 추구하는 진정한 가치를 생각해볼 때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려는 노력이 함께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민해야 할 문제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종합계획’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우선 다양한 층위에서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 교육부가 추진 중인 민주시민교육 방안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첫째, 당위적 개념을 굳이 새롭게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이다. 앞서 밝혔지만 민주시민으로서의 가치는 당위적 개념이다. 최상위법인 헌법에 명시된 바와 같이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고, 이미 민주시민으로서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시민교육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전에는 제대로 민주시민교육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식으로 정책을 펴는 것은 옳지 않다. 정권의 부정을 시민의 힘으로 바꿀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그간의 성장으로 가능했던 것이다. 지금까지의 교육이 민주시민을 길러내지 못했다는 반성은 자성의 차원을 넘어 그간의 가치에 대한 부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둘째, 교육과정과 평가의 문제에 대한 체계적 준비가 이뤄지지 않았다. 당초 교육부는 ‘시민 교과’를 신설하는 방향으로 정책 흐름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민주시민’이 교과목의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맞는지는 의문이다.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과 가치에 대해서는 이미 사회·도덕 교과에서 핵심적인 내용으로 다루고 있었으며, 필자가 가르치고 있는 국어교과에서도 토론과 의사소통 등의 내용을 통해 민주시민적 가치를 충분히 구현해왔다. 교육과정 속에서 교과로 가르친다는 것은 교수·학습과 평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정신적 가치이자 삶의 태도인 ‘민주시민’ 교과는 모호한 위치에 놓인다. 셋째, 교육의 주체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다. 앞에서 지적한 부분이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느냐와 관련된 것이었다면, ‘누가’ 가르치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한 준비와 고민이 필요하다.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교사가 아닌 일부 단체를 민주시민교육으로 끌어들인다는 움직임은 구체적 대안이 될 수 없다. 게다가 분명한 지식적 차원의 문제를 전문가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정의적 태도의 영역을 특정한 시각을 가진 단체에서 가르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또 민주시민교육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이 개발되고, 교사가 양성되어야 하는 것인데 현재의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의 학과 체계의 개편과 보완이 선행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땜질식으로 기존 타 교과 교사들의 보수교육을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장기적인 비전의 설정과 합리적인 판단이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 넷째, 편향성의 문제이다. 앞서도 지적했다시피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편향적 성격은 가장 결정적인 장애요인으로 남을 우려가 크다. 정권이 교체되고 교육감의 정치적 성격에 따라 시작된 민주시민교육은 상당수의 사람들에게는 프레임처럼 다가간다. 마치 혁신교육처럼 근본 취지와 다르게 진보의 프레임 속에 갇혀 본질이 왜곡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51곳 내외로 운영될 ‘민주시민학교’에 대해 혁신학교의 또 다른 버전이라는 우려가 단순히 기우는 아니라고 본다. 다섯째, 민주시민의 가치 요소를 치우쳐 담고 있다. 민주시민교육의 상당 부분은 ‘권리’와 관련되어 있다. 일부 시도에서 적용 중인 각종 조례들과 맥이 닿아 있다. 권리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비중으로 ‘책임’에 대해서도 가르쳐야 한다는 점이다.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무력감과 박탈감의 문제가 이러한 부분과 관련이 있다. 책임감 있는 민주시민의 양성으로 방향이 잡혀야 할 것이다. 바람직한 민주시민교육의 정착을 위한 제언 민주시민교육의 가치는 반드시 가르쳐야 할 중요한 대상이고, 학교현장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적지 않은 문제를 갖고 있어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 민주시민사회의 정책 결정은 서로 다른 소리에 귀 기울이고, 차이와 우려를 줄여가는 합리적 방법이어야 한다. 민주시민교육을 주장하면서 정작 민주시민사회의 기본 원리를 무시하고 비슷한 성향의 단체들과 구성원끼리 모여 또 다른 교육정책을 양산하는 것은 자기모순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지적한 문제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서로 다른 소리에 귀 기울이며 오롯이 우리 아이들의 바람직한 성장을 위해 노력할 때 민주시민의 가치는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을 것이다. 시범학교의 운영과 일방적 정책 지원에 대한 재검토와 함께 민주시민교육 자문위원회의 평등한 재구성과 운영을 기대해본다.
정부의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재지정 문제를 놓고 세간이 시끄럽다. 특히 전북 상산고와 경기 안산 동산고의 학부모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자사고 재지정 논란은 이제 관련자와 정치권뿐만 아니라 전방위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논란의 원인은 오는 6∼7월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앞두고 10개 시·도교육청이 재지정 점수 커트라인을 기존보다 10점 내지 20점을 높여 70∼80점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특히 전북 도교육청의 경우 재평가 기준점을 80점까지 대폭 상향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다 교육감이 재량 평가점수로 12점까지 감점할 수 있어 사실상 진보교육감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자사고 재지정 취소가 가능하다. 재지정 앞두고 평가기준 상향 자사고는 2002년 김대중 정부에서 처음으로 등장했으며 노무현 정부 때도 이어진 정책이다. 본격적인 시행은 2010년 이명박 정부 당시 학생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되었다. 자사고로 지정되면 교육과정을 비롯하여 수업 일수, 무학년제 운영, 수업료 산정 등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다. 2019년 기준으로 전국 42개 고등학교가 자사고로 지정되어 있으며 5년 단위로 운영평가를 받아 재지정, 또는 지정이 취소될 수 있는데 올해가 바로 그 평가를 받는 당해 년이다. 그동안 자사고가 우리 교육계에 끼친 영향은 실로 크다. 우선 학교 간 경쟁을 통해 교육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으며 사학의 자율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일반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육과정의 편성과 운영이 자유롭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더욱 우수한 인재로 육성한다는 자사고 본래의 설립 취지인 수월성 교육을 잘 살리고 있다는 평이다. 물론 자사고 존치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없지는 않다. 자사고를 통해 입시 명문고가 부활했으며, 이는 곧 교육 평준화 정책을 뒤흔들 수 있는 양극화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우매한 주장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식으로 교육 불평등이 무서워 자사고를 폐지한다면 우리 교육은 다시 하향평준화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봉생마중 불부자직(蓬生麻中 不扶自直)’이란 말이 있다. 삼밭의 쑥은 삼처럼 곧게 자란다는 뜻이다. 사람이든 식물이든 좋은 환경에 놓이게 되면 더불어 성장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만약 정부의 뜻대로 자사고를 폐지하고 일반고로 전환한다면 삼밭에 있는 쑥을 뽑아 다시 들판에 심는 격이다. 결국 쑥은 삼처럼 크지 못하고 잡초가 될 가능성이 크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인재 육성을 위해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일반고의 특목고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비추어도 작금의 자사고 폐지론은 맞지 않는다. 교총은 이 같은 진보교육감들의 동향을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과오를 저질렀다고 해서 올바른 정책까지 적폐로 몰아서는 안 된다. 교육은 더욱 그렇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흔들린다면 학생과 학부모들은 도대체 누구를 믿고 백년대계를 세우겠는가. 교육이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우선시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정권 따라 정책이 흔들려서야 ‘이목지신(移木之信)’이란 고사가 있다. 상앙이 좌서장이 되어 법을 집행하게 되었다. 백성들이 법을 믿고 따르도록 할 계책을 고민하던 상앙은 남문 앞에 나무를 세우고 만약 누가 이 나무를 북문으로 옮기면 열 냥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아무도 옮기는 사람이 없었다. 이번에는 상금을 천 냥으로 올렸다. 그래도 옮기는 사람이 없자 일만 냥으로 올렸다. 마침내 한 사람이 나무를 옮겼다. 상앙은 즉시 그에게 일만 냥을 주었다. 그로부터 상앙의 법은 잘 지켜졌다. 국가의 법과 정책이란 모름지기 국민들에게 이런 믿음을 주어야 한다. 정부는 공정한 평가와 형평성 있는 제도, 합리적인 평가, 이목지신의 믿음으로 지금 불신과 분노에 차 있는 자사고 학부모들을 달래야 할 것이다.
교육계처럼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되는 분야도 없다. 그만큼 교육이 중요하고 이에 비례해 기대치가 높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의 한국교육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풀어가며 좋은 방향으로 변화되길 원하는 열망이 담겨 있기도 하다. 대한민국 발전을 견인한 동력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에 유래가 없는 빠른 성장의 원동력이 교육이었음을 대다수 국민들이 공감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립학교는 개화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여력이 없을 때 민간의 자본으로 학교를 설립해 인재를 키워냄으로써 교육발전을 견인했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비약적 발전을 이끈 동력 역할을 했다. 공립학교가 계속 늘면서 그 비율은 줄어들고 있지만 현재도 중학교의 19.8%, 고등학교의 40.1%가 사립이다. 그 구성원들의 열정과 헌신으로 우리나라 교육을 선도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믿는다. 이는 모든 사학인들에게 자부심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을 갖게 한다. 모든 사립학교는 고유한 건학정신 위에 출발했다. 때문에 국가의 지도·감독을 받으며 통일된 교육을 구현하는 국공립학교와 다르다. 사립학교의 설립과 운영의 자유라는 헌법적 기본권을 보장받아 교육적 본질은 지켜가되 환경변화나 학생들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처함으로써 다양한 교육을 펼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각 사립학교가 본연의 특성을 잘 발휘하고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만 해도 빠르게 변하는 현대사회가 필요로 하는 다채롭고 창의적인 교육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전 세계적으로 창의성과 개방성, 자율성을 사회의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기에 교육체제도 그러한 가치를 살리는 방향으로 개편돼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사립학교는 공공성에 초점을 맞춘 교육정책 및 제도 추진과 사회 일각의 왜곡된 인식, 통제 중심의 사학정책 시행 등으로 인해 사립학교다운 면모와 활기를 점점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사립학교의 생명이자 존립 기반인 자율성은 극도로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공립화로 가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학교법인의 권한은 제한하고 관할청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률개정안 발의, 교직원 임용시험 위탁 강제, 인건비 성격의 법정부담금 납부율에 따른 제재조치, 자의적 기준의 사학기관평가를 통한 유무형의 압박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학생 선발권, 수업료 책정권, 교육과정 편성권도 철저히 제한해 사립학교만의 차별성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해놓았다. 공·사립의 조화로운 공존 필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립학교의 본질과 역할을 인정하며 다양한 인재를 기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법적·제도적 기반 구축이 절실하다. 더 이상 국가 주도의 획일화된 교육정책에 머물러있지 않고 학교교육 전반에 있어 자율성과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 학생·학부모가 적성과 능력에 따라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할 때다. 사회적 공평성 실현에 기여하는 공립학교와 다양하고 창조적인 교육을 하는 사립학교가 공존하면서 대한민국의 발전을 견인하는 멋진 학교교육을 펼쳐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현재는 물론 미래사회를 주도할 사립학교의 도전과 활약은 계속돼야 한다.
[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평교사를 조건 없이 장학관으로 특별채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령 개정을 요구하기로 의결했다. 협의회는 지난달 28일 경남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창원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이와 같은 내용의 ‘장학관 임용 확대를 위한 교육공무원 임용령 개정안’ 안건을 의결했다. 협의회가 요구한 내용은 교육감이 11년 이상의 교육경력만 가진 교사를 장학관·연구관 등 관급 전문직으로 특별채용할 경우 그 교육경력에 1년 이상의 교장, 원장, 교감, 원감 경력이 포함돼야 한다는 현행 조항의 삭제다. 교육감이 보기에 유능하면 교육행정경력이 전혀 없는 평교사도 관급 전문직에 임용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두 직급 특별승진에 해당하는 평교사의 장학관 특별채용은 선출직 교육감들이 매년 인사철마다 선거 보은 인사, 측근 코드 인사를 위해 악용해 왔다. 2014년 9월 1일자 인사에서 9명의 평교사 장학관 전직임용이 있을 정도로 사례가 늘자 교육부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제한요건을 신설한 것이다. 교육감들은 그 이후에도 법령을 위반하면서 보은성 인사를 강행해 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016년 시교육청 인사관리원칙을 위반하면서까지 특정노조 간부 출신 교사를 교육연구관으로 특진시켰다. 광주·세종·경기·강원·충북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편법적인 보은·코드인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나오자 부담을 느낀 교육감들도 이와 같은 평교사 장학관 특별채용을 자제했다. 이런 상황이 되자 교육감 협의회가 해당 조항의 삭제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협의회는 이미 지난해 3월에도 한 번 같은 내용을 의결해 제안한 적이 있다. 협의회는 “이전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교육감 권한을 제한한 것”이라며 “상위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를 살리고 교육자치 정신을 보장하기 위해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입장이 다르다. 교육부 관계자는 “장학관·연구관은 교육행정 경험이 필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만든 조항”이라면서 “시행 기간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조금 더 시행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협의회의 논리에 대해서도 “전문직은 지방직이지만, 국가직인 교원에서 전직을 하고 다시 국가직이 될 수 있는 만큼 단순히 교육감 소관 업무로만 보기 어렵다”고 했다. 교육부와 협의회는 총회를 앞두고 이 문제로 논의를 했으나 절충안을 찾지 못했다. 한국교총은 이날 교육부에 의견서를 보내 현행 법령 유지를 요구했다. 교총은 협의회의 요구안에 대해 “교육감 특채 인사의 폐해를 막기 위해 도입한 제한 요건을 삭제, 회귀시키는 것은 인사제도 근간 훼손, 인사 형평성과 신뢰 상실, 위화괌 조성 등 현장 교원 사기를 극도로 저하시키는 방안”이라면서 “보은·특혜성 인사 통로로 악용될 우려가 있어 강력히 반대한다”고 했다. 이어 “현행 제한요건 유지를 강력히 요청한다”면서 “국가공무원인 교육공무원에 대한 교육감의 인사권 남용사례를 철저히 조사해 위반사항 적발 시 시정조치 추진을 제안한다”고 했다. 한편, 협의회는 이날 총회에서 평교사 장학관 특채 외에도 시·도교육청 평가역역별 순위에 따른 특별교부금 교부가 교육자치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시·도교육청 평가 방식 개선을 요구했다. 또 검인정 교과서 가격조정명령제에 따른 출판사와의 소송 패소로 인해 교육부의 공동 대응을 요구하고 학교시설 개방과 복합화 정책 추진 시에는 협의회와 사전협의를 할 것을 요구했다. 협의회는 교육청이 공동으로 추진할 정책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학교 평화‧통일 교육 실천 선언대회 참여 ▲병설 학교 근무 지방공무원의 겸임수당 지급 관련 공동안 마련 ▲2019년도 교육공무직원 노조와의 집단교섭 ▲교육분권에 따른 시·도교육감 공동대응 체제 구축 ▲의원들의 자료요구와 관련한 협의회 차원의 입장문 발표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민주화 운동을 이유로 해직되거나 임용 제외된 임용제외 교사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결의문도 채택하기로 했다. 학교와 교육청을 지나치게 규제, 강제하는 시행령 이하 법령 정비안도 검토했다. 정비안은 모두 19개로, 학교신설과 소규모학교 통폐합 연계 정책 개선 등이 담겨있다. 협의회는 지난해 11월에 낸 1차 정비안과 이번 정비안을 갖고 교육부와 협의해 우선과제를 선정할 예정이다. 선정된 과제는 4월 15일 열리는 4차 교육자치정책협의회에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했다. 이외에 교육부소관 44개 법률 정비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한국교총이 교육부의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에 대해 근본적인 교육여건 개선과 기초 이상의 학력 증진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교총은 28일 교육부의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 발표에 대해 “교육의 국가책임을 고려할 때, 학생 기초학력 보장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기초 미달 비율이 증가가 계속되고 수학은 중‧고교 모두 10%를 넘어간 상황에서 이미 기존에 하던 진단평가 강화에 의존해 학교‧교사에게 책임을 지우는 방식으로는 획기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학교 현장에서는 방과 후 부가적 학습지도를 하려 해도 학생인권조례 등으로 인해 학부모 동의서를 받아야 하며, ‘부진아’라는 낙인에 대한 우려와 학부모의 무관심으로 동의를 얻는 것조차 쉽지 않은 등 지도가 어렵다는 게 교원들의 목소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조인력 배치는 학교가 요구하는 교과목과 시간에 맞는 인력을 배치하기 쉽지 않고, 아울러 역할 분담이 어렵고, 수업방식이나 교육관의 충돌로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달 비율 증가의 원인에 대해 전혀 분석이 없어 대책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일제고사’ 표현 등 평가를 부정, 거부하는 정서와 이를 바탕으로 한 정책…제도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학교에 무게 중심이 옮겨 간 듯한 대책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초등 중간‧기말고사 지필평가 폐지, 수행평가 등 과정중심 평가비율 확대, 토의토론 수업 비중 강화, 자유학기·학년제, 혁신학교 전국 확대 등과의 상관관계 분석과 검토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기초학력 이상의 학력 증진 및 심화학습 방안 마련도 주문했다. 교총은 “이번 방안은 기초학력 달성 여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낮은 수준의 평가를 반복하게 돼 있다”며 “이로 인해 교육활동의 목적이 기초학력 담보에만 집중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화학습 등 학력 증진과 개별 학생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수월성 교육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개인·가정·학교·정책 등을 고려한 종합적 후속 대책이 제시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축소‧약화 우려도 제기했다. 표집방식의 학업성취도 평가에 문제가 있어 학교별 진단평가를 강화하는 만큼 앞으로 성취도 평가가 더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다. 교총은 “정권·정파에 따라 일관성 없는 평가, 학생의 학업수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평가는 혼란과 사교육을 부추긴다”며 “평가의 목적과 기능을 살릴 수 있도록 개선, 보완돼야 한다”고 했다. 교총은 학생이 학습에 흥미를 갖게 하고, 배움이 살아나게 하려면 근본적인 교실 수업환경 개선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교총은 “정규 교원을 확충해 초등 저학년뿐만 아니라 전 학년의 학급당 학생수를 획기적으로 감소시켜 개별 학생에게 더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대한민국 교육정책의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교육비전을 제시할 국가교육위원회의 본격적인 가동을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국회는 올해 상반기 중 심의‧의결을 거쳐 올 하반기 출범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 의원은 제안이유에서 “우리나라 교육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방향이 급변했고 학생과, 학부모, 교원들에게 혼란과 불신을 야기했다”며 “교육과 정치계는 초정권적‧초정파적 합의를 통해 이념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일관적인 교육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을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소수의 교육전문가와 관료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벗어나 교육정책 수립에 대한 국민의 참여 통로를 열고 정책 결정의 민주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국가주도의 하향식 정책 추진이 아닌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부, 교육청, 학교 간 합리적 권한배분에 근거한 협력적 교육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미래교육체제를 설계하고 장기적‧안정적인 교육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법률안에 따르면 국가교육위는 대통령이 지명한 5명, 국회가 추천한 8명, 당연직 2명(교육부 차관, 시도교육감협의회 대표), 교원단체가 추천한 2명,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각각 추천한 2명을 포함한 19명으로 구성된다. 위원회의 소관 사무는 미래 사회 대비 국가 교육 비전 및 중장기 계획 수립, 국가 인적자원개발정책‧학제‧교원정책‧대학입학정책의 장기적 방향 수립, 교육과정의 연구‧개발‧고시에 관한 사항, 지방교육자치 강화 지원 및 조정,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 의견 수렴 등을 담당하게 된다. 또 10년마다 국가교육기본계획을 수립하게 되며 중앙행정기관의 장 및 지방자체단체의 장은 이 계획에 따라 소관 사무에 대한 연도별 시행계획을 세우고 추진하게 된다. 위원의 임기는 3년이며 연임 가능하다. 또 국가공무원법 제33조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즉 공직선거법에 따라 실시하는 선거에 후보자로 등록한 사람은 위원이 될 수 없으며 재직 중 국회 또는 지방의회 의원의 직,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교육관련 업무를 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한 교육부 기능개편도 상반기 중 추진된다. 정책의 집행, 현안 대응 등을 위해 교육부는 부(部)로 존치하면서 국가교육위-교육부-교육청 간 거버넌스를 감안한 역할과 기능으로 재정립한다는 것이다. 특히 시‧도 간 격차 해소, 학생 건강‧안전보장 등 국가수준의 관리를 요하는 사무는 예외적으로 교육부가 수행할 계획이다. 또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교과용 도서 개발‧관리, 교수학습자료 개발‧보급, 개정사항 안내를 위한 연수 등과 같은 후속조치도 교육부가 맡게 된다. 다만 위원회가 대통령 소속인데다 임명권 등에 있어 근본적으로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이 보장되지 못한다는 문제는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25일 박인현 한국교총 부회장,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 김승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 권정오 전교조위원장과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가진 간담회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국가교육위가 일정 정도 독립적 기구이기를 바랐는데 대통령 소속이라는 점 등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안이 나왔다”면서 “독립성과 일관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좀 더 명확히 하지 않으면 자칫 옥상옥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인현 부회장은 “한국교총 36대 회장단의 공약 중 하나가 바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였다”면서 “위원회 구성이나 정치적 영향력 등을 의심받지 않는 객관적 기구로 가야 한다는 점에서 보완할 부분이 있는 만큼 최종 안이 마련될 때까지 최대한 의견을 보태고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교권침해 교육감 고발 강제 학폭위 교육지원청으로 이관 경미한 사항은 학교장 종결 하윤수 회장 “교총의 끈질긴 활동 성과 교권 3법 마침내 완수 쾌거”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교총이 ‘교권 3법’의 하나로 전방위 활동을 펴온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원지위법)’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6개월 후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폭법)’ 개정안은26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교총은 “학교와 교원이 교육활동에 전념하는 것은 물론 학폭 처분에 대한 신뢰도 제고 및 교권회복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고 환영했다. 이번에 본회의를 통과한 교원지위법은 △교육활동 침해 행위에 대한 교육감 고발조치 의무 부과 △특별교육 미이수 학부모에 과태료 부과 △‘법률지원단’ 구성․운영 의무화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한 징계 조치 세분화(학급교체, 전학 추가) 등이 골자다. 특히 교육감 고발조치와 과태료, 학생 징계 부분은 현장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부분이어서 교총 등 교육계는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교권3법’ 중 마지막 처리를 앞둔 학폭법은 일정 조건에 부합하는 경미한 학교폭력은 학교장이 자체적으로 종결하는 ‘학교 자체 해결제’ 도입이 핵심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2주 미만의 신체‧정신상의 피해 등 4가지 조건을 갖춘 경미한 학교폭력은 피해학생과 보호자의 심의위원회 개최 요구 의사를 서면으로 확인하고 폭력의 경중에 대한 전담기구의 서면 확인과 심의를 거쳐 학교장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했다. 또 경미한 사안 이상의 사건은 현재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교육지원청으로 상향 이관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심의‧처분 받도록 해 전문성과 신뢰도를 높였다. 교육지원청 심의위 내 학부모 위원 수는 현행 과반수에서 1/3로 축소하기로 했다. 이밖에 현재 이원화 돼 운영 중인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에 대한 재심기구를 ‘행정심판법’에 따른 행정심판으로 일원화 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현행법은 학교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한 사실을 신고 받거나 보고받은 경우 의무적으로 학폭위를 소집하도록 돼 있다. 때문에 심의 건수가 증가할수록 담당 교원 및 학교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경미한 수준의 학교폭력 사안도 학폭위 심의 대상이 돼 학교장의 교육적인 해결이 곤란하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실제 전국 초‧중‧고 학폭위 심의 건수가 2015년 1만9830건에서 2017년 3만933건으로 급증하는 추세인데다 사안 처리 이후에 발생하는 문제도 교육현장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학폭위 처분 관련 행정소송 10건 중 4건이 법원에서 뒤집혔고 학폭위 재심청구 처리 건수는 2013년 764건에서 2017년 1868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학교와 교원이 민원‧재심‧소송 등에 대응하느라 교육활동에 지장이 초래되고 학교에 대한 불신도 커지는 실정인 것이다. 하윤수 교총 회장을 비롯해 제36대 회장단은 취임 이후 교권침해 요소를 담고 있는 ‘교권 3법’을 규정하고 개정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해 11월 5만원 벌금형만 받아도 교직에서 퇴출됐던 ‘아동복지법’이 개정됐고 ‘교원지위법’에 이어 ‘학폭법’ 최종 통과만 남았다. 하 회장은 “교총의 끈질긴 요구가 받아들여져 학교와 교원이 본연의 교육활동과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 기쁘다”며 “빠른 시일 내에 본회의 통과를 관철 시켜 교권 3법 개정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한국교총이 ‘학교종사자 결핵검진’에 대해 국민신문고에 건의한 결과 “각 부처 간 논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시스템 미비로 인한 유감 표명과 추후 개선에 대한 계획이 담긴 만큼 후속 결과가 기대된다. 최근 교총은 “국민신문고로부터 학교종사자 결핵검진의 시스템 미비에 따른 유감 표명과 함께, 3월말까지 각 부처별 의견조회 후 추후 교육부 등 각 부처별 협력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답변은 학교현장의 고충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로 여겨지고 있다. 답변 내용대로라면 교육부 등은 ‘학교종사자 결핵검진’ 시스템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해 의견을 교환한 뒤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교총이 지난해 12월 국민신문고에 ‘학교종사자 결핵검진’ 시스템 개선 관련 건의서, 그리고 이에 대한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 질의 요약본을 통해 건의한 뒤 3개월 만에 얻은 답변이다. 신현욱 교총 정책교섭국장은 “보건당국이 국민신문고 답변을 통해 학교종사자 결핵검진 시스템 미비로 인해 단위학교 업무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는 고충을 이해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은 고무적인 결과”라며 “조속한 해결을 위해 대책 마련에 힘쓰는 동시에 각 부처별 업무 체계 구축을 위해 강력히 촉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행 결핵예방법에는 교육공무원과 교육공무직, 기간제교사 등 단위학교에 근무하는 전 교직원이 매년 결핵검진을 반드시 하도록 명시됐다. 그러나 구체적인 시스템 없이 단위학교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어서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정규 교직원 외에도 비정규직, 강사 등의 출입이 빈번함에도 이들에 대한 관리·검진·예산수립·계약 등의 업무가 학교로 전가되고 있다. 검진비용의 경우 지자체별로 다르고 지방일수록 검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잠복결핵 등은 외부에 의뢰해야 하나 소규모학교에는 출장의료기관 조차 기피하는 문제가 따르는 실정이다. 특히 추가 비용이 요구되는 잠복결핵검진에 대한 예산이 내려오지 않아 이를 교직원 개인이 부담하거나 학교 자체예산에 의존하고 있다. 학교는 이로 인한 행정 부담도 겪고 있다. 최근 민경욱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발의한 ‘학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일반 건강검진 업무와 동일한 학생 건강검진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아닌 학교의 장의 실시·관리함에 따라 행정 부담을 초래하고 연계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담고 있다. 학교종사자 결핵검진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공무원 건강검진의 경우 국가차원에서 시행해 전국 어느 곳에서든 검진을 받고 비용도 의료기관이 직접 건강보험관리공단에 청구하고 있다. 결핵검진도 이와 같이 전국 보건소와 의료기관에서 가능토록 해야 한다는 게 교총의 입장이다. 신 국장은 “학교의 고충과 지역별 검진의 어려움 등을 고려해 학교종사자 결핵검진도 일반 공무원 건강검진처럼 국가 차원에서 관리 시행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최근 5년간 학생들의 비만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건강문제인 시력이상과 충치는 소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교육부는 27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2018년도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결과는 초·중·고생의 신체발달 상황, 주요 질환, 건강생활 실천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전국 1023개 표본학교를 대상으로 한 건강검사 자료를 분석한 것이다. 신체발달 상황을 보면 학생들의 몸무게는 모든 학교 급에서 증가 추세를 보였다. 비만군율도 25%(비만율 14.4%, 과체중 10.6%)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5년 전인 2014년에는 21.2%였다. 학교급별로는 초등 24%, 중학교 24.6%, 고교 27.2%였다. 도시지역보다는 농어촌(읍·면) 지역의 비만율이 높았다. 특히, 초·중학교에서는 3% 이상 차이가 났다. 평균 키 증가세는 둔화됐다. 초등학교 6학년의 경우 2016년 이후 큰 변화가 없었다. 매년 나타나는 주요 질환은 그대로 시력이상과 치아우식증이었다. 시력이상은 전체의 53.7%였다. 전체 학생 평균으로는 2014년의 55.1%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학교급별로는 초1 26.7%, 초4 48.1%, 중1 65.7%, 고1 75.4%로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대폭 증가했다. 충치를 가진 학생은 2014년의 31.4%에 비해 많이 줄어든 22.8%로 최근 5년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학생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학교급 구분 없이 증가세가 나타났다. 초등 6.1%, 중학 16.2%, 고교 19.7%로 2014년의 4.2%, 12%, 14.5%에 비해 눈에 띄게 늘었다. 주1회 이상 패스트푸드 섭취율은 고교생의 경우 최근 5년간 증가했지만, 초·중학생은 2018년 들어 감소세를 보였다. 주1회 이상 라면 섭취율은 초·중·고 모두 5년간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우유, 유제품 매일 섭취율은 초등학생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고, 중·고교생은 계속 감소하다 2018년에 소폭 늘었다. 채소 매일 섭취율은 초·중·고생이 5년 간 증감을 오가며 소폭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주 3일 이상 격렬한 신체활동을 하는 비율은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낮게 나타났다. 최근 5년간의 추세는 초등학생은 증가하고 있고, 중·고교생은 큰 변화가 없었다.
[한국교육신문 김명교 기자] 신규 교사로 발령 받아 처음 맞닥뜨린 학교의 현실은 상상 이상이다. 교육 이론서에서도, 전공 수업에서도 접하지 못했던 ‘교육의 최전선’이기 때문이다. 각양각색의 학생·학부모, 예측 불가능한 사건·사고, 좌충우돌하게 만드는 교직 문화…. 그토록 바라던 교단에 섰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게 사실이다. ‘교사 119 이럴 땐 이렇게’는 교사들이 품고 있는 고민을 소개하고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조언을 곁들인다. 온라인 카페 ‘돌봄치유교실(cafe.naver.com/ket21)’을 만든 송형호 교사컨설턴트(전 교사)와 카페지기로 활동하고 있는 왕건환 서울 경기고 교사, 카페 운영진들이 전국 교사들과 나눈 고민 이야기와 해결 실마리를 책 한 권에 정리했다. 학급 운영, 학교폭력, 수업, 교직생활, 안전사고 등 주제별로 담았다. 왕 교사는 “신규 교사의 문제를 개인이 감당할 문제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며 “교사의 고통은 교육공동체 전체의 피해로 번지고, 특히 수많은 학생이 잠재적인 피해자가 되는 만큼 가벼이 여길 수 없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절대 웃어주지 말고 무섭게 해야 한다던데…’라는 질문에는 “내가 어떤 교장, 교감, 부장 선생님을 원하는지를 생각해보라”고 조언한다. 학교마다 정해둔 ‘생활인권규정’을 숙지해 학급 규칙을 정하고 규율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는 친절하게, 범위를 벗어나면 원칙대로 처리하라는 팁도 곁들인다. ‘교사의 목 관리법’도 전수한다. 물병 갖고 다니며 수업시간에 수시로 물 마시기, 복식호흡과 두성 발성법 배워서 습관화하기, 죽염으로 가글링, 비염 있는 경우 코 세척 기구 사용 등 노하우를 소개한다. 신규 교사뿐 아니라 예비 교사, 기간제 교사도 쉽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게 풀어낸 게 특징. 같은 상황에 처했던 경험을 토대로 전국 교사들이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집단지성의 힘을 보여주는 책. 에듀니티 펴냄, 1만 7000원.
최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KICE)은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수능 시행계획’과 함께 6월 ‘수능 모의평가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주관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20 수능과 수능모의평가 세부 계획을 밝혔다. 올해 수능 모의평가는 6월4일, 본 수능은 11월14일 각각 시행된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이 같은 계획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www.kice.re.kr), EBSi 홈페이지(www.ebsi.co.kr), 대학수학능력시험 홈페이지(www.suneung.re.kr) 등에 게시했다. 2020학년도 수능과 수능모의평가는 지난해와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실시됨에 따라 큰 차이가 없다. 시험 교과목(영역)은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사회ㆍ과학ㆍ직업탐구, 제2외국어ㆍ한문 영역으로 구분된다. 한국사 영역은 모든 수험생이 반드시 응시해야 하는 필수 영역이고, 나머지 영역은 전부 또는 일부 영역을 선택해 응시할 수 있다. 올 수능 출제범위는 국어ㆍ영어ㆍ한국사의 경우 전 범위를 포함한다. 사회탐구 영역 및 물리ㆍ화학ㆍ생명과학ㆍ지구과학Ⅰ, 직업탐구, 외국어ㆍ한문도 전 범위가 시험에 출제된다. ‘수학 가’은 미적분Ⅱ은 전 범위, 확률과 통계는 확률 단원까지, 기하와 벡터는 평면벡터 단원까지다. ‘수학 나형’의 경우, 수학Ⅱ는 전 범위, 미적분Ⅰ은 다항함수의 미분법단원까지 확률과 통계는 확률 단원까지다. 과학탐구Ⅱ 과목 역시 일부 단원만 출제범위에 포함된다. 올해도 지난해와 같이 한국사와 영어 영역은 절대평가를 유지한다. 한국사 영역은 필수과목인 만큼 응시하지 않으면 수능 성적 전체가 무효 처리되며 성적통지표도 제공되지 않는다. 금년 6월 4일 시행되는 모의평가 역시 EBS 수능교재, 강의와 모의평가 출제의 연계를 문항 수 기준으로 70% 수준으로 유지한다. 평가원은 기본 개념과 원리에 충실하고, 추리, 분석, 종합, 평가 등의 사고력을 측정하도록 출제할 방침이다. 수능 모의평가 접수 기간은 4월 1일부터 11일까지이며, 재학생은 재학 중인학교에서, 졸업생은 희망에 따라 출신 고등학교 또는 학원에서, 검정고시생 등 출신 학교가 없는 수험생은 현 주소지 관할 86개 시험지구 교육청 또는 응시 가능한 학원에 신청하면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본 수능은 11월14일 실시되는데, 8월22일부터 9월6일까지 응시원서를 교부·접수한다. 성적은 12월4일까지 통지할 예정이다. 모의평가 시 점자문제지가 필요한 시각장애 수험생은 희망하면 화면낭독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와 해당 프로그램용 문제지 파일을 받을 수 있다. 수학영역 시간에는 점자정보 단말기를 쓸 수 있다. 실제 수능처럼 통신ㆍ결제 등 블루투스 기능이나 전자식 화면표시 시계나 이어폰, 전자담배 등은 반입 금지된다. 단, 시ㆍ분ㆍ초침만 있는 아날로그 시계는 휴대할 수 있다. 이번 수능 모의평가는 작년 숙명여고 평가지 유출로 부모와 자녀 간 상피제(相避制)가 시행되는 등 평가 관리에 엄정을 기하기로 천명한 가운데 시행되는 전국 단위 시험이다. 이번 수능부터 평가 보안 관리가 엄정하게 실시돼 문제 공개 전 유출, 유포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받는다. 2017학년도 6월 모의평가 출제 내용 유출 사건을 계기로 고등교육법이 개정된 데 따른 것이다. 각 학원은 반별로 반드시 100명 미만이 되도록 인원을 편성하고, 반과 번호를 철저히 구분해 동일한 수험번호가 부여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평가원은 지난해 치러진 수능이 '불수능' 논란과 함께 난이도 조절 실패 지적이 빗발친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올해 수능 난이도를 지난해 평균 수준을 유지하기로 밝혔다. 특히 고난이도 문제 평가 출제를 지양(止揚)하기로 했다. 지나치게 지문이 길거나 복잡한 사고를 요구하는 초고난도 문항은 출제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혔다. 소위 ‘킬러(Killer) 문항‘을 가급적 출제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평가원은 초고난도 문항 출제는 지양하되, 갑자기 난이도가 떨어질 경우 학교 현장의 어려움도 예상 되는 만큼 난이도를 조절하기로 했다. 평가원은 학교교육을 충실히 받고 EBS 연계 교재와 강의로 보완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출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도 EBS 수능 교재·강의와 수능 출제 연계율은 70%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평가원의 2020 수능 계획과 모의평가 발표는 학교교육과정 정상화에 방점이 찍혀있다. 다만, 교육부와 평가원은 해마다 이와 같은 원론적 발표를 해왔으나 복수 정답 등 이의 신청이 쇄도해 왔다. 작년 국어 31번 문항 등 불수능 논란과 함께 역대 최다인 991건의 이의신청이 제기된 바 있다. 평가의 공신력이 극도로 실추된 것이다. 이와 같은 논란의 일소시키기 위해서 교육부와 평가원은 문제를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해야 하고 고급 사고력, 문제해결력 등을 파악하는 문제라도 교육과정의 내용으로 진술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출제, 검토, 선제, 인쇄 등 평가 관리를 엄정하게 수행해야 할 것이다. 물론 평가원은 올 수능에서 검토위원 사전 연수를 1박 2일에서 2박 3일 정도로 늘리기로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검토위원 입소 기간을 늘려 정답률 예측 훈련을 강화해야 하고, 지진 등 유사 시에 대비해 예비 문제를 출제해 놓아야 할 것이다. 특히 교육부와 평가원은 2020 대입수능에 즈음하여 전국 단위 평가의 공신력 확보와 함께 변별력과 난이도 조절의 균형을 맞추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대입수능은 보통 교육의 총 결산과 같은 역할을 하는 무게 있는 시험이다. 그런 시험이 복수 정답, 무정답 논란과 이의 신청으로 공신력을 잃으면 안 된다. 현재 6:4인 교수와 교사의 참여 인원 수를 증원하는 한이 있더라도 평가의 신뢰도, 타당도, 객관도 등 공신력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변별력 확보와 난이도 조절은 양날의 검이다. 누구나, 아무나 정답을 맞출 수 있는 문제는 문제로서의 기능이 없는 평가다. 또 모두가 정답을 맞출 수 없는 문제도 좋은 문제가 아니다. 이 두 상반되는 평가 기능의 균형에 2020학년도 수능의 지향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그 안에 사교육비 경감과 공교육 정상화의 정답이 내재해 있자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2022년 1월에 개장할 수원수목원에 대해 나처럼 관심이 높은 사람이 있을까? 내 고향은 수원이고 60년 이상을 수원에서 살았고 수원수목원을 아침마다 바라다본다. 수원에 대해 애정이 있으니 나야말로 ‘참시민’이다. ‘진짜 시민’이라는 뜻이다. 26일 오후 3시, 수원시청 중회의실에서는 제8회 참시민토론회가 열렸다. 여기서 ‘참시민’이란 ‘참여하는 시민들의 민주주의’라는 뜻이다. 헉, 그러고 보니 ‘진짜 시민’은 시정에 참여하여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분들인 것이다. 수원엔 참시민이 많았다. 중회의실이 꽉 찼다. 좌석만 채운 것이 아니라 수원수목원 조성에 대한 관심과 열기도 높았다. 나만 수원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특히 수목원이 들어서는 율천동, 구운동, 화서2동 주민들이 수원 제1호 공립 수목원에 대해 의견 제시가 많았다. 그러면서 수목원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기도 하였다. 수목원과 공원의 차이점을 분명히 인식하는 자리가 되었다. 토론 참가자들의 수원수목원에 대한 정책투표 설문조사도 온라인으로 하였다. 수목원에 바라는 것 네 가지가 제시되었다. ①이용자 편의를 위한 주차장 확보, ②시민참여형 프로그램 제공, ③수목원 연계한 주변환경 정비, ④녹색일자리 창출. 토론회 전후 확 바뀐 것이 있다. 부동의 1위는 ②번 이었는데 2위였던 주차장 확보가 4위로 밀려난 것이다. 교육의 힘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수목원에 오려면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것이 선진국민 임을 깨달았던 것이다. 오늘 특강 주제는 ‘수목원 조성의 의미와 역할’. 정원설계 전문가 김봉찬 대표가 나왔는데 부제가 ‘지금 수목원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왜 하필 이 때 수목원이 등장했는가? 그는 세계의 수목원을 보여주면서 수목원은 종수집, 연구, 보전 및 전시, 교육을 통해 문화를 선도하는 기관이라고 말한다. 수목원의 기능을 이야기한 것이다. 토론회 시민 의견인 호수 위 분수대 설치, 짚라인 설치 등은 관람객 유치에 목적을 둔 것인데 염태영 시장은 ‘수목원은 돈이 목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김 대표는 국내 수목원의 한계와 문제점으로 수목원을 단순히 잘 꾸며진 정원이나 공원 정도로 간주하는 경향, 장식적인 요소와 이벤트에 집중하여 감동 받을 만한 공간을 만들지 못함, 조성 및 관리 운영 등과 관련하여 축적된 경험과 전문적인 기술 부족을 꼽았다. 1970년 이후 조성된 국내 수목원 중 그 설립 목적에 적함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수목원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지금 수원수목원이 진정한 수목원으로서 가야할 길을 제시한 것으로 보았다. 그는 수원수목원에 제언도 하였다. 국내수목원의 질적 향상은 물론 국제적인 수준으로 격상하는 기회를 만들어 달라. 자연 생태교육과 정원 예술을 결합하여 진정한 수목원 문화를 발전시켜라. 원예와 조경 등 관련산업의 역량을 재충전하게 하고 더 나아가 도시재생 및 관광산업에 기여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그는 시민들에게 당부한다. “수목원 준공으로 기반공사는 마무리 되지만 진정한 수목원 조성은 그 때부터 시작된다.”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100년 앞을 내다보라는 뜻이다. 토론회에선 수원시장의 진행으로 전문가 네 분이 나와 시민들과 의견을 주고받았다. 구운동 주민자치위원회 이재현 고문은 수변 산책로 유료화와 통행 제한을 걱정하였는데 이영인 공원녹지사업소장은 시민들의 산책로는 보장하겠다고 답변했다. 율천동 송정국 주민자치위원장은 수목원 주변 전선 지중화와 대중교통 연계노선을 건의하였다. 이득현 수원그린트러스트 이사장은 녹색 일자리 창출로 녹색 복지를 이루어달라고 부탁했다. 수원수목원. 천천동 일월공원 일대에 101,500㎡(축구장 14개 규모)로 들어선다. 겨울정원, 맛있는 정원, 장식정원, 건조정원, 숲정원, 초지원, 습지원, 빗물정원의 테마가 선보인다. 수원수목원의 특징은 ‘더 살아 있는 자연을, 수원시민의 일상 속으로’ 125만 수원시민의 생태랜드마크로 조성된다. 광교산, 칠보산 등과 연계한 지역거점 수목원이 된다. 도심형 수목원의 모범사례가 될 것으로 본다. 수원시는 시민이 참여하는 수목원을 만들려 하고 있다. 그리하여 오늘처럼 참시민토론회도 일월공원입구에는 현장 창구인 소통박스 4호를 열어 시민들의 의견을 받고 있다. 찬성, 반대, 문제점, 개선사항 등을 제시할 수 있다. 전문가 특강을 듣는 수원수목원 라이브러리도 다섯 차례에 거쳐 운영한다. 수원수목원에 관심이 있는 시민은 4월 25일, 5월 11일, 6월 5일 특강에 참여하면 된다. 오늘 참시민토론회에서 참시민의 참의미를 알았다. 시정에 참여하여 수원시의 발전을 위해 의견을 제시하고 반영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나도 제안 하나를 써 냈다. 수목원에 학교 교육과정을 접목시켜 현장학습이 이루어지게 하자는 것이다. 토론회에 참석해 보니 잘못된 오해는 순식간에 풀린다. 올바른 정보가 귀에 쏙 들어온다. 나의 이익보다는 수원시민의 이익을 우선 생각해야 한다. 수원 전역을 숲세권으로 만들었으면 한다. 녹색도시를 만들자는 이야기다.
한국교총(회장 하윤수)이 교권강화를 위해 ‘교권 3법’(아동복지법‧교원지위법‧학교폭력예방법)의 하나로 전 방위 개정 활동을 펴 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폭법) 개정안(교육위원회 대안)이 26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교총은 “학교와 교원이 교육에 전념하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처분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고 환영했다. 이날 교육위를 통과한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르면, 일정 요건에 부합한 경미한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서는 전담기구 확인을 거쳐 자체 종결하는 ‘학교자체해결제’가 도입된다. 또 경미한 사안 이상의 학폭 사건은 현행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해 심의․처분의 전문성과 신뢰도를 높이기로 했다. 아울러 교육지원청 학폭위 내 학부모 위원 수를 현행 과반수에서 1/3 이상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이에 교총은 “교총이 줄기차게 대국회, 대정부 요구활동을 전개한 학폭위 교육지원청 이관과 경미한 학폭 사안 학교장 종결제 도입이 반영됐다”고 환영했다. 교총은 교원의 회복적 생활지도와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해당 내용을 골자로 한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의 발의를 지난해 이끌어낸 데 이어 교육부와의 교섭합의, 50만 교원 청원운 동, 국회 앞 기자회견 및 1인 시위, 정당 방문 활동 등 전방위 관철활동을 추진해왔다. 교총이 그간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에 앞장 서 온 이유는 학교와 교원이 학폭 사건 심의․처리에 매몰되면서 ‘회복적 생활지도’라는 본분이 훼손되고, 과도한 업무와 민원, 불복, 소송에 시달리면서 정상적 교육활동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은 사안의 경중과 관계없이 기계적으로 학폭위를 열도록 해 교원의 교육적 지도를 차단, 교권 약화의 원인이 돼 왔다. 또한 전국 초․중․고의 학폭위 심의 건수가 2015학년도 1만 9830건에서 2017학년도 3만 933건으로 급증하는 추세여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학교폭력 사안 처리 이후에 발생하는 문제도 교육현장에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지난해 학폭위 처분 관련 행정소송 10건 중 4건이 법원에서 뒤집히고, 학폭위 재심청구 처리 건수가 2013년 764건에서 2017년 1868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하는 등 소송과 재심 과정에서 혼란과 갈등이 빈발하고 있다. 학교와 교원이 민원․재심․소송 등에 대응하느라 교육활동에 지장이 초래되고, 나아가 학교에 대한 불신만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전국 초․중학교 중 2015개 학교가 60명 이하 소규모 학교여서 학폭위 구성 자체가 힘든 현실도 법 개정을 추진한 이유라는 게 교총의 설명이다. 하윤수 교총회장은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 통과로 학교와 교원이 본연의 교육활동과 생활지도에 전념하고, 학폭위 처분 또한 전문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전기가 마련됐다”며 “학교폭력예방법은 물론 교원지위법도 3월 임시국회 내에 본회의 처리를 관철시켜 교권 3법 개정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교총 하윤수 회장을 비롯해 제36대 회장단은 취임 이후, 교권 침해 방치 ‘교권 3법’을 천명하고 전방위 개정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아동복지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2018. 11. 23)했고, 교원지위법(2018. 12. 26, 국회 교육위 통과)과 학교폭력예방법도 3월 임시국회 내 통과를 앞두고 있다.
올해 11월 14일 예정된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시험영역과 EBS 연계율 등이 지난해와 동일하게 치러진다. 올해도 지진에 대비해 예비문제가 만들어지고, 교육과정 중에서 어떤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인지 문제별 출제 근거가 공개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 기본계획'을 26일 발표했다. 올해 시험영역은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사회/과학/직업탐구, 제2외국어/한문으로 지난해와 같다. 수학영역은 가형과 나형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가형은 미적분Ⅱ·확률과 통계·기하와 벡터에서, 나형은 수학Ⅱ·미적분Ⅰ·확률과 통계에서 출제된다. 영어영역은 총 45문항 중 듣기평가가 17문항 나온다. 탐구영역의 경우 사회탐구는 9개 과목 중 최대 2개, 과학탐구는 8개 과목 중 최대 2개, 직업탐구는 10개 과목 중 최대 2개를 선택할 수 있다.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9개 과목 중에 1개를 선택할 수 있다. 영어영역과 한국사영역은 절대평가다. 학생들이 받을 성적통지표에 원점수 절대평가에 따른 등급(1∼9등급)만 표기된다. 필수영역인 한국사는 응시하지 않을 경우 성적 전체가 무효 처리되고 성적통지표도 나오지 않는다. 역사에 대한 기본 소양을 평가하고 수험생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핵심 내용 중심으로 평이하게 출제된다. 평가원은 올해 수능도 예년처럼 학생들이 학교 교육을 충실히 받고 EBS 연계 교재와 강의로 보완하면 문제를 풀 수 있는 수준으로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EBS 연계도는 지난해처럼 영역(과목)별 문항 수 기준 70% 수준으로 유지된다. 점자문제지가 필요한 시각장애 수험생은 희망하면 화면낭독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와 해당 프로그램용 문제지 파일·녹음테이프를 받을 수 있다. 수학영역 시간에는 필산 기능이 있는 점자정보단말기를 쓸 수 있다. 정부는 올해도 저소득층 교육비 부담 완화 등을 위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차상위 계층(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른 지원대상자 포함)에 대한 응시수수료 면제·환불 제도를 시행한다. 평가원은 수능일 전후 지진 발생에 대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능 예비문항을 준비하며 수능 후 문항별로 출제 근거(교육과정 성취기준)를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