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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15일(금). 등굣길, 수능을 끝낸 아이들의 발걸음이 예전보다 아주 가벼워 보였다. 조회를 위해 조용히 교실 문을 열었다. 평소와 달리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어제 치른 수능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불수능이 아니기 때문일까? 아이들의 표정은 그다지 어두워 보이지 않았다. 우선 아이들에게 가집계표를 나눠주고 난 뒤, 이미 발표된 정답을 확인하여 가채점을 해보도록 하였다. 일찌감치 가채점을 마친 일부 아이들은 입시 학원에서 발표한 예상 등급을 확인하며 자신이 갈 수 있는 대학을 가늠해 보기도 하였다. 수시모집에 최종 합격한 일부 아이들을 제외하고 아이들 대부분은 공부한 만큼 성적이 나왔다며 만족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아이들이 느끼는 수능 체감은 각각 달랐고 희비 또한 엇갈렸다. 우선 수시모집 최저 학력이 있는 아이들의 예상 등급이 궁금했다. 아이들 대부분이 수능 최저를 맞춰 남아있는 대학별 고사에 최선을 다해야 했다. 반면, 최저를 맞추지 못한 아이들은 앞으로 있을 대학별 고사(면접, 논술, 적성 등)가 무의미해졌다며 낙담하기도 했다. 모의고사 때보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다는 한 아이는 2교시 수학에서 고친 문제가 다 틀렸다며 순간의 판단을 후회하기도 했다. 그리고 시간이 부족하여 정답을 적어오지 않은 일부 아이들은 성적표가 나올 때까지 자신의 점수를 기다려야만 했다. 매번 모의고사 때 영어 점수를 5등급 이상 맞춰본 적이 없는 한 남학생은 가채점 결과 2등급이 나왔다며 영어 선생님인 내게 자랑했다. 그런데 다른 영역의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아 그 안타까움이 더욱 컸다. 지난 수시모집에 원서를 내지 않고 오직 정시를 위해 수능 공부를 열심히 해 온 한 여학생은 사회탐구를 제외한 모든 영역이 모의고사 때보다 훨씬 더 점수가 잘 나왔다며 정시에 한 가닥을 희망을 걸 수 있다며 좋아했다. 평소 모의고사 때, 1, 2등급이 나올 정도로 수학만큼 자신 있어 했던 한 아이는 몇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해 3등급이 되었다며 울먹였다. 그리고 늘 ‘재수는 없다’며 모의고사에 자신만만했던 어떤 아이는 생각보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내년에 재수해야 할 것 같다며 허탈해했다. 탐구영역 선택과목 2과목 중 1과목에서 성적이 잘 나오지 않은 한 아이는 수능 원서 접수 마지막 날 선택과목을 바꾼 것을 후회했다. 그리고 5교시 아랍어를 선택한 한 여학생은 가채점 결과 1등급이 나왔다며 탐구영역 1과목과 대체할 수 있어 좋아했다. 아직 수능 성적이 정확하게 나오지 않은 만큼 수능 성적에 너무 낙담하지 말 것을 아이들에게 당부했다. 그리고 남아있는 대학별 고사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주문했다. 무엇보다 수시모집에 한 군데라도 합격(전문대 포함)하면, 정시모집에 지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수능이 끝난 오늘. 오랜만에 아이들의 밝은 표정을 대하니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더는 우리 아이들이 수능 후유증으로 고통받지 않기를 내심 기도했다. 그리고 아직 정확하게 나오지도 않은 수능 결과에 지레짐작 겁먹고 대학 입시를 포기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랐다.
문해력의 사전적 정의는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지만, 그런 이해 능력과 비슷한 수준의 쓰기 능력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널리 쓰인다. 그리고 기초학력으로서 문해력은 한글을 깨쳐서 간단한 글을 쓰고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글을 읽고 내용을 사실적으로 이해하는 정도의 능력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기초 문해력의 개념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탈바꿈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사회 경제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는 추세를 반영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옴에 따라 인공지능, 자동화에 따른 새로운 업무처리 방식과 기술의 발전으로 일자리 구조가 변하고 전반적인 삶의 여건이 달라지고 있다. 이는 학습을 지속하고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기초 문해력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의 홍수에서 살아남는 능력 첫째, 기술 발전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인쇄 매체 이외의 다양한 매체로 전달되는 메시지를 이해하고 생산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이런 능력은 디지털 문해력이나 미디어 문해력이라는 용어로 표현되기도 한다. 다양한 매체에서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에서 가짜 뉴스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선별하고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미래사회의 시민이 갖춰야 할 능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여기서 어느 수준까지가 기초학력에 포함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있지만, 이런 양상을 기초 문해력 교육에 포함해야 한다는 점은 자명하다. 둘째, 구두 언어의 이해와 표현 능력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공교육에서 기초학력 문제를 다룰 때는 음성언어의 표현과 이해에 대한 고려가 적었다. 그 바탕에는 듣기와 말하기는 ‘학습’된다기보다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기능에 가깝다는 점, 따라서 공교육으로 진입하는 시기에 이미 구어 능력 발달이 어느 정도 이뤄져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 또 학습과 직업 세계의 성공이 구어보다는 문어 사용 능력과 더 밀접하다는 인식도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가정에서 구두 언어의 기초적인 기능을 습득하지 못하고 공교육에 입문한 학생들이 갈수록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또 지능적 기계가 인간의 일을 많이 대체할 미래 사회에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으로 협력과 소통 능력이 더 강조될 것이며 이때 구두 언어의 표현과 이해 능력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이에 필요한 기본적인 자질을 기초 문해력 개념에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기초학력에서 문어 중심의 문해력 개념의 재구성 혹은 확장을 요구하는 방향성이다. 언어 활용 태도까지 포함해야 셋째, 언어의 주체적 사용 측면을 강조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동안 기초학력으로서 문해력 교육은 주로 한글 습득, 어휘력 확장, 글의 사실적 이해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이 언어의 객관적 측면을 수용하도록 하는 데 데 초점을 둔 방식이다. 그러나 말이나 글을 부리는 능력의 근저에는 말과 글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학습자의 일정한 태도가 포함된다. 이러한 태도를 교정하지 않고 기능을 세분화하거나 반복 학습하는 것만으로는 언어 능력의 개발에 한계가 있다. 또 의미 있는 글을 읽는 학습자라면 축어적 의미를 파악하는 동시에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생성하게 된다. 그러므로 학습자의 관심이나 흥미와 상관없이 독해 수준만을 고려한 글을 다루거나 학습자의 주체적 읽기를 간과하는 문해력 교육은 학습자의 능동성과 평생 학습을 위한 기초로써 문해력 교육을 강조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제한적인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문해력 교육의 효과를 높이고 이것이 평생학습을 위한 기반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글을 주체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하는 측면, 기초적인 읽기, 쓰기 습관의 형성에 대한 내용도 적극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또 언어를 친사회적으로 사용하며 다른 사람의 말을 기꺼이 들으려 하고 문자 매체를 거부하지 않는 등의 태도를 교육 내용으로 포함할 필요가 있다. 지식기반사회와 기계의 지능화로 대변되는 미래 사회에서 기초 문해력의 심화와 확장은 필연적이다. 그동안의 문해력 개념을 버린다기보다 이를 중핵으로 하되 시대 상황을 반영해 어떻게 재개념화할 것인가에 대한 이론적, 실천적 고민이 심화되기를 기대한다.
성향 다르면 리스크 너무 커 러닝메이트제도로 보완 가능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정시 50% 이상 확대, 교육감 직선제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자유한국당 교육정책 비전과 관련해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다”며 “정치가 교육을 갖고 장난치지 못하도록 막는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어떤 의미인가.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뒤집히는 교육정책이 아쉬웠다. 적어도 10년 정도는 한 정책이 지속될 수 있는 합의가 필요하다. 한쪽으로 쏠린 교육을 정상화 시키는 작업이다. 그런 점에서 교육감과 시‧도지사 러닝메이트는 직선제에서 나타난 많은 문제를 되돌리기 위한 드라이브가 아닐까 생각된다. 다음 선거에 반영하기 위해 관련법을 개정하고 시행령을 만들면서 보완하면 된다.” -교총도 직선제 폐지를 주장해왔다. 러닝메이트 제도가 쏠림현상 폐해를 얼마나 막을 수 있다고 보나. “지자체장과 교육감 성향이 같을 때는 시너지가 되고 편증‧확장 기능이 있을 수 있지만 다른 때에는 해당 지역은 학교가 지자체와 융합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도 하지 못한다. 정치 때문에 학교 현장이 계속 뒤바뀌는 데 대한 리스크가 너무 크다.” -처음부터 뜻이 맞는 사람끼리 나오라는 의미인가. “그렇다. 결국 주민들이 선출하는 것이고 정책에 불협화음을 줄이자는 취지다. 러닝메이트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순 없지만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는 첫 단추라고 생각한다. 20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아서 모두 다 할 순 없을 것이다. 당 차원에서 선거 공약으로 내세워 국민들의 선택을 받고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건 21대 국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난 국감. 어떻게 평가하나. “조국 사태와 불공정의 분노로 국민들이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이것이 적극적인 제도개선으로 이어진다면 우리가 감내했던 고통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닐 수 있다. 국민들의 정시 확대 요구도 이런 공정성에 대한 열망에서 나온 거라고 본다. 이번 일이 교육의 공정성 회복에 중요한 반환점이 됐으면 한다.” ‘교육시설안전법’ 국회 통과 쾌거 시설·안전 최소 기준 마련에 의미 “학교 시설물 공사비 단가 높여야” 최근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교육시설 등의 안전 및 유지관리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출신으로 부동산 전문가이기도 한 김 의원은 학교 안전에 대한 최소한의 관리기준이나 체계가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법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는 “2년 전 국토위에서 교육위로 옮겨온 후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니 학교시설이나 안전에 관련된 분야였다”며 “학교 안전과 시설 확충에 기여하고 싶다는 열정으로 시작했는데 빨리 통과돼 행운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의식은 어디에서 시작됐나. “지금까지 학교 시설이나 유지관리, 안전은 해당 지방교육청들의 자율에 있었다. 교육감 의지에 따라, 어느 교육청 산하에 있느냐에 따라 학생들이 누리는 교육 환경의 격차가 크다는 이야기다. 교육의 내용은 아이들의 수준 차에 따라 맞춤형이 될 수 있지만 학교의 물리적인 공간은 가장 기초적인 교육복지의 시작이라고 본다. 이 격차를 조율할 수 있도록 교육부 차원의 법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학교 안전관리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도시계획이나 부동산 분야에서는 기본계획을 짜고 실행계획을 짜는 것이 기본 프로세스인데, 교육위에 와보니 그런 개념이 하나도 없었다. 석면이나 드라이비트도 문제가 터지고 나면 그때마다 보수에 들어가는 식이다. 정부의 공사비 표준단가가 있는데 가장 싼 곳이 창고였고 그 다음이 학교였다. 심지어 교정시설보다도 학교 단가가 쌌다.” -주무부처는 어디인가. “교육부가 관리하고 교육시설재난공제회라는 비영리법인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이라는 법정기관으로 전환‧승계해 교육시설 및 안전관리, 재난대응 및 복구를 체계적‧총체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더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는 부분은. “학교 시설물에 대한 공사비 단가가 더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에는 지하공간이 없다. 그래서 새로운 시설이 생길 때 마다 운동장을 갉아먹고 건물을 짓는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요즘은 건축기술이 좋아서 지하도 충분히 쾌적하게 할 수 있고 자연 채광도 넣을 수 있다. 노후 건축물 기준을 새로 정비할 필요도 있다. 주택은 30년인데 학교는 명확한 이유도 없이 40년이다.”
인헌고 학생회 입장문 작성에 교사가 관여했다는 학생수호연합 측 주장에대한 반박문이 인헌고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왔으나 교사가 입장문 작성에 관여했다는 내용은 반박하지 못한 내용이었다. 학수연 측 주장이 게시된 12일 인헌고 학생회장은 페이스북에 “학생회장단 기자회견문은 처음부터 끝까지 선생님의 가이드라인 없이 학생회장단이 직접 작성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학수연 측이 교사의 개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애초에 ‘기자회견문’이 아니라이후 발표한‘입장문’이었다. 학생회장 역시 반박문에 입장문은 모 교사가 “가이드라인을 학생회장단에게 제시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또 “대의원 카톡방은 선생님들의 입장을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 학생들의 입장 수렴과 학생의 날 준비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교사들은 대화의 장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모 교사가 단톡방 개설에 개입했다는 사실이나 각 학급 반장, 부반장에게 학교측 입장을 공유하라고 지시한 사실은 반박하지 못했다. 학생회장은 또 학수연 측에서 근거로 제시한 발언은 학생회장이 하지 않았다는 설명도 했다. 그는“부회장이 처음 학생회 담당 선생님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을 학생회 부원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말한 것”이라며 당시 발언의 상황과 취지를 설명했다.
14일 대학수학능력시험 5교시 '제2외국어/한문' 시험이 시작하면 수능 출제위원들은 41일간의 감금상태에서 벗어난다. 수능 출제에는 700명 정도가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제위원과 문제 검토위원이 400명가량 되고 이들을 지원하고 시험지를 인쇄하는 인력이 300명 정도다. 정확한 인원은 수능과 관련한 다른 사항들처럼 보안 사항이다. 이들은 모처에서 합숙하며 시험지를 만든다. 지방의 대형 콘도미니엄 한 동을 통째로 빌려 '내부공사 중'이라는 표지를 붙이고 합숙소로 사용한다고 알려졌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는다. 합숙이 시작되면 외출과 통신기기 사용이 금지되고 극히 예외적으로만 외부와 접촉이 허용된다. 직계가족이 사망한 경우에만 보안요원 및 경찰관과 동행해 장례식장에 몇 시간 정도 다녀올 수 있다. 인터넷은 출제에 필요한 정보를 찾을 때 보안요원 감시 아래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제위원이나 검토위원으로 참여한 교사들은 "보안요원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손으로 뒤지면서까지 작은 종잇조각조차 외부로 나가는 것을 막기 때문에 문제가 유출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미공개 문제를 유출하면 고등교육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올해 합숙 기간은 41일로 역대 가장 길었던 작년 46일보다 닷새 줄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출제과정을 효율화한 덕에 합숙이 짧아졌다"고 설명했다. 원래는 30일가량만 합숙했으나 재작년 지진에 수능이 연기된 영향으로 지난해부터 '예비문항'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합숙이 길어졌다. 출제위원 수당은 하루 30만원대로 알려져 있다. 한 번 출제위원이 되면 1천200만원가량을 받는 셈인데 모든 사회생활을 접고 한 달 이상 감금 생활을 해야 하는 대가치고는 많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수능을 출제하고 시행하는 데 426억원의 예산이 쓰인다. 대입에서 정시모집이 차지하는 비율이 30%도 안 돼 과거보다 수능 중요성이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국민적인 관심사다. '국가적 대사(大事)'인 만큼 수능 출제위원이 받는 스트레스도 상당히 크다.한 학생이 대학에서 공부할 능력을 지녔는지 정확히 측정하면서 기존 문제와 비슷하지 않고 어떤 오류도 없는 문제를 개발하기는 쉽지 않다. 수년에서 수십 년의 연구·교육경력을 바탕으로 문제를 냈는데 다른 출제위원들에게 '문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받아 실제 시험에 반영되지 않는, 소위 '문제가 죽는 상황'일 때는 출제위원들도 자괴감에 힘들어한다. 출제위원 경험자들은 또 출제가 끝나고 수능 당일까지 약 일주일 정도를 '아무 할 일이 없이' 보내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이때 무료함을 이기고자 출제과목별로 팀을 짜서 체육대회를 하거나 교수·교사로서 본업을 살려 다른 출제위원을 대상으로 '교양강좌'를 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부 범부처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는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절대인구 감소 충격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주로 병역과 교육에 관한 내용이다. 인구감소로 인한 국가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으로 2022년까지 상비군 병력을 50만 명 정도로 줄이고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원 수를 감축하는 것이 골자다. 절대인구 감소 충격완화 방안 인구정책 TF는 인구 구조 급변에 따라 생산연령인구 확충, 절대인구 감소 충격 완화, 고령인구 증가 대응, 복지지출 증가 관리 등 4대 전략, 20개 정책과제를 수립 운영 중이다. 이번에 발표한 인구정책 TF의 절대인구 감소 충격완화 방안의 교육분야 세부 방안은 신규 교원수급 기준 마련 및 교원자격·양성체계 개편, 다양한 학교 설립 운영·지원, 학교시설 활용 확대 및 복합화, 평생학습 강화 등 네 꼭지다. 2018년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이는 경제협력기구(OECD) 36개 회원국 평균인 1.65명을 훨씬 밑도는 꼴찌이고, 세계 201개국 중에서도 최하위다. 금년 출생자 수도 30만 명 이하로 예측된다. 인구론·학자들은 이 같은 인구감소 추세가 지속되면 수백년 후에는 우리나라 인구가 완전 소멸한다는 끔찍한 상황까지 예견하고 있다. 인구문제가 국가와 민족의 존망과 직결된 핵심 의제로 대두했다. 인구문제는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 등 국가의 모든 분야·영역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특히 인구문제는 교육 분야의 학생 수용, 교원수급 등과 직결된다. 정부는 당초 2030년까지신규교사임용시험 채용규모를 2018년 대비 초등교원은 약 14~24%, 중등교원은 33~42%를 줄이기로 한 바 있다. 그런데 학령인구가 당초 예상보다 더 빠르게 감소되는 것으로 나타나 내년에 ‘중장기 교원 수급 계획’을 새로 수립하기로 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교대와 사대 등 교원양성기관 구조 조정과 입학정원을 감축할 계획이다. 아울러 교원자격증 표기를 현행 과목별 체계에서 광역(통합)교과화하기로 했다. 가령 현행 일반사회, 역사, 지리, 통합사회 등을 ‘사회’로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통합과학 등을 ‘과학’으로 광역교과 표기를 하되 괄호 안에 세부 과목을 병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절대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 분야 대처 방안은 교육문제를 경제 논리로 해결하기 위한 접근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교육문제는 경제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유·초·중·고교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여전히 OECD 회원국보다 많은 편이고 교원 수는 적은 실정이다. 교육의 질 제고 차원에서 교원 감축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계량적 교원 수 감축은 결국 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하게 된다. 교원수급 정책은 인구문제 외에도 교육과정, 교원양성 기관, 교원자격증 표기, 교사임용시험, 교원승진구조, 고교학점제, 작은 학교 살리기 등 다각적인 교육정책과 맞물린 과제다. 매우 복잡다단하므로 종합적․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경제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돼 정부의 교원 감축 계획은 2025년 모든 고교에 도입하려는 고교학점제에 역행한다. 고교학점제는 현재 200여개 교과목 강좌를 개설·운영 중인 민사고 사례에서 보듯이 전국 고교에 전면 도입되면 교원이 대폭 증원돼야 한다. 교원 수 감축은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 유치원·비교과교사 증원 정책 등과도 상치된다. 교대와 사대 등 교원양성기관 구조 조정도 문제다. 현재 전국 10개 교대의 각 대학 평균 입학정원은 400명 내외다. 더 줄이면 심화과정 운영 등 정상적인 단위 대학 경영이 곤란하다. 국립 사대도 비슷한 실정이다. 인구감소에 따른 교원 수급정책 마련에는 반드시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자사고 등의 폐지 논란에서 보듯이 공론화·숙의 과정이 생략된 소위 일방적 ‘시행령 독재’는 극심한 국론 분열을 야기한다. 교원 수급정책은 국민적 동의를 구한 후에 장기적으로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일제 강점기에 나라 잃은 슬픔으로 고통과 방황 속에서 절망적인 삶을 살았다. 그 와중에도 3.1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유관순 열사를 비롯한 수많은 애국지사들은 비폭력운동에 앞장섰다. 이는 후에 영국의 지배를 받던 암울한 시대에 인도의 독립을 위해 비폭력운동에 헌신하는 수많은 애국지사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이는 세계사가 주지하는 바이다. 양국 국민들의 사상적 배경과 인류를 위한 평화와 사랑의 정신은 소위 비폭력평화주의로 전 세계에 역사적인 큰 족적을 남겼다. 이에는 지도자의 헌신과 봉사, 희생이 있었지만 기꺼이 자신을 내어놓고 대의를 향해 순결하게 저항한 평화를 사랑하는 수많은 민중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용기와 열정, 애국심을 조국의 독립과 평화를 위해 기꺼이 헌정했던 것이다. 인도를 대표하는 사상가이자 비폭력 운동을 이끈 정치인 간디는 비노바 바베를 가리켜 ‘인도가 독립하는 날, 인도의 국기를 맨 처음으로 계양할 사람’이라고 칭송했다. 비노바는 사회개혁가이자 뛰어난 영성가로 권력의 바깥에서 이타적인 활동과 인격적인 삶으로 모든 인도인의 마음을 흔들었던 인물이다. 독립운동으로 여러 차례 영어(囹圄)의 몸이 되기도 하였다. 그는 "모든 사람은 베풀 수 있는 무언인가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곤 했다. 땅, 지식, 재산, 육체적 힘, 사랑과 애정 등등이 바로 그것임을 역설하였다. 그래서 베풀고 베풀어야 한다고 그는 가르쳤다. 이는 어려서부터 가정에서 어머니의 가르침을 받고 자란 탓이었다. 그는 10살이란 어린 나이에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면서 인류를 위해 헌신하기로 서약했다. 비노바는 폭력 없는 사랑과 감동만으로 세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깨닫고, 2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인도 전역을 걸어 다니며 지주들을 만나 가난한 이웃들에게 땅을 내어주도록 하는 토지헌납운동을 벌였다. 그가 8천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걷고 또 걸으면서 ‘평화의 행진’을 함으로써 지주들로부터 기부 받은 땅은 광활한 인도 국토의 한 개의 주(州) 넓이에 해당할 정도였다. 이 일로 가난과 숱한 분쟁으로 피폐해져 있는 인도를 하나로 묶어주는 소리 없는 혁명이 되었다. 동양 사회에서 중국의 맹자 어머니, 조선의 한석봉 어머니, 인도의 비노바 어머니는 공통된 위대한 자녀교육의 모델이었다. 그중 비노바의 어머니는 “우리는 먼저 베풀고 나중에 먹어야 하는 법이다”라고 가르쳤고 건장한 거지에게 적선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아들에게 “아들아, 우리가 무엇인데 누가 받을 사람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인가를 판단한단 말이냐. 내 집 문전에 찾아오는 사람이면 그가 누구든지 자신처럼 받들고 우리 힘닿는 대로 베푸는 거란다. 내가 어떻게 다른 사람을 판단할 수 있겠느냐”라고 교육했다. 나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으로 무엇을 베풀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꽤 많다. 왜냐면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서로 얽혀 있어서 무슨 일이든지 서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타인에게 이타적인 행동을 얼마든지 베풀 수 있다. 나눔과 베풂은 이제 적선이나 기부가 아닌 우리 삶의 의무이자 사랑의 실천이다. 자기 사랑으로부터 시작하는 작은 실천이 타인에 대한 사랑으로 확대될 수 있으며 자식 사랑과 이웃 사랑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 실천할 수 있다. 인류가 서로 협력하여 공존함으로써 적자생존을 이루고 진화에 성공했듯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경쟁이 아닌 협동과 나눔, 베풂이 있음으로써 존재하게 된다. 오직 나와 집단의 이득만을 생각하는 암담한 현실에서 우리가 행할 수 있는 교육은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더불어 살아가면서 누구나 가지고 있는 베풀 것을 서로서로 나누고 사랑하는 것이다. 나누고 베푸는 삶을 강조하는 교육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의 교육사상을 실천하는 자랑스러운 우리 민족의 유산이다.
결국 자율형사립고등학교, 외국어고등학교, 국제고등학교가 각각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정부가 입시공정성 확보, 고교 경쟁력 강화와 고교서열화 해소를 명분으로 이들 고교를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 2025년부터 일반고로 전환시킨다고 발표했다. 한일고 등 농촌형 자율고도 폐지하기로 했다. 1992년 외국어고, 1998년 국제고, 2001년 자사고가 각각 도입된 후 33년, 27년, 24년만에 역사 속에서 사라진다. 한국 교육사에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현대 사회의 복지는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로 양분된다. 선별적 복지를 외면하고 보편적 복지에 경사돼 이제 특목고 중 과학고 예술고 체육고만 남긴 채 제2의 ‘고등학교 완전 평준화’를 밀어붙이는 것이다. 당장 자사고, 외고, 국제고 학생, 학부모, 교직원, 동문 등은 헌소 등 법적 절차를 밟을 태세다. 앞으로 6년 한국 교육계는 이 문제로 크나큰 갈등과 대립, 분열의 소용돌이에 처할 것이다. 시한부로 연명하는 이들 학교 학생, 학부모, 교직원, 동문 등에게서 자긍심을 바라는 것 자체가 조심스런 사치다. 관련 학교 교장연합회별로 성명서 발표, 반대 투쟁, 법적 소송 등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대입, 의전원 진학 등 입시 부정 의혹이 입시 불공정 문제로 비약되면서 자사고 등의 폐지 문제가 불거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조국 발 대입제도 개편, 청와대 발 교육제도 개편이라는 비체계적 교육제도와 정책 개편이 현재 우리의 교육 현실이다. 사실 금년 전반기 자사고 재평가의 극심한 혼란 끝에 법적 소송 와중에 끝에 지난 9월 정부·여당의 협의 때 자사고 등의 일괄 폐지안이 논의되더니, 지난달 대통령 주재 교육개혁장관회의에서 곧바로 2025년 폐지로 공식화됐다. 백년대계의 교육정책이 이렇게 졸속으로 결정되는 현실이다. 정치적 동기로, 이렇게 성급히 결정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현재 정부는 현재 국가교육회의를 가동 중이며, 독립적 정부기구로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겠다‘고 국정과제로 정해놓고도 2년 반 동안 이 약속은 지지부진이다. 국가교육위의 금년 하반기 출범도 물 건너 갔다. 이번 자사고, 외고, 국제고 폐지 방안은 조국 사태로 드러난 불평등·불공정 교육의 원인에 대한 잘못된 진단에서 도출된 엉뚱한 희생양 만들기다. 고교서열화는 전국 고교의 3.3%밖에 되지 않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 탓이 아니라 공교육이 경쟁력을 잃으면서 일반고 기피 현상이 심해진 탓이 크다. 일반고와 교사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해법일 텐데 자사고 외고 국제고 폐지라는 ‘거꾸로’ 해법을 내놓았다. 이미 정시 대 수시 전형 비율을 30 대 70으로 국민적 합의를 한 상태에서 정시 확대를 대통령, 교육부장관 등이 외치는 것도 교육의 안정성을 해치는 적폐다. 물론 한국의 교육체제는 대입제도이고 초·중·고교 보통 교육이 고등교육인 대학입시, 대학제도에 ‘앞으로 나란히!’를 한 것은 오랜 전부터다. 하지만 이 이유도 교육제도의 오류에서 찾아야지 하교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이 고교 서열화를 부추겻다고 힐난하지만, 냉철하게 비판하면 이들 학교들이 그동안 우리나라 고교 교육의 상향을 위해서 큰 공헌을 한 점도 부인할 수 없다. 21세기 세계화 시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수월성 교육을 부정하고, 차별대우와 자연스런 격차를 혼동해서는 곤란하다. 보다 나은 교육을 받을 학생의 권리는 헌법(31조)이 보장하고 있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이 일반고보다 명문 대학 진학률이 높고, 동일계 진학을 많이 한다고 학교 체제 자체를 폐지한다는 정책 자체가 적폐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대학입시가 과열 양상을 보인다고 해서 교육부를 패싱(passing)하고 대통령이 나서 정시와 수시 모집비율 조정 천명까지 하는 것도 정상 체제는 아니다. 대학은 장류 체제다. 따라서 대학입시는 대학의 학생선발권과 학생의 학교선택권 양자를 존중하면서 균형을 유지하고, 제도 내의 부정과 불공정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물론 고교 교육과정을 대입의 준비 기간, 부속수단쯤으로 보는 것은 우리 교육의 부당한 관습이다. 교과 학습과 신체 발육, 취미·특기 배양과 봉사 체험, 나아가 창의적 체험활동, 자유학기(년)제를 포함한 중·고교 과정은 그 자체로 중요할 수밖에 없다. 고교생들이 교과서도 제대로 못 읽는 기초학력 미달자만 늘어나는 부실한 공교육에 대한 교육당국의 깊은 반성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사교육비가 천문학적이라고 해서 이를 경감한다고 하면서 엄청난 공교육비를 투입을 통해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인지 숙고해야 한다. 이제 반환점을 돈 정부가 남은 2년 반 후 다음 정부(정권)에서 할 일을 대못을 박아 학교 현장, 교육 현장을 송두리째 혼란에 빠뜨리는 것은 문제다. 후대에 단순한 명령인 시행령 개정으로 학교 체제를 바꾸는 적폐의 죄를 지어서는 안 된다. 해당 학교들은 벌써 헌법소원을 준비한다니 교육계에 큰 갈등과제를 정부가 던진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음 정권이 들어서면 다시 부활될 게 분명하다고 말하는 것도 국민적 합의를 생략한 반증이다. 우리나라 교육은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자성을 해야 한다. 얼마 전 대통령의 한마디에 대입 정시 확대 방침이 굳어졌다. 학생의 다양한 능력을 평가에 반영하려고 1996년 도입된 수시를 오랜 세월에 걸쳐 전체의 70%까지 늘려왔는데, 취지와 달리 악용된다는 이유로 다시 획일적 성적순의 정시를 늘리기로 했다. 이번 교육부가내놓은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도 이와 다르지 않다. 명분도 아주 약하다. 소위 학력의 하향 평준화 방지, 수월성 교육의 부재 해소, 학생의 선택권과 학교의 자율권을 넓히려는 교육정책은 그동안 진보와 보수 정권을 거치며 확대됐다. 이와 관련된 정책의 전면 폐지를 결정한 이유는 정시 확대 논리와 같았다.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자사고, 외고, 국제고 폐지 및 일반고 전환 정책은 진단과 처방이 모두 잘못된 정책 오류다. 향후 5년간 이들 학교의 전환에 드는 비용을 국회 예산정책처는 7700억원, 교육부는 1조 500억원, 기타 부서는 약 5조롤 추산하는 것은 이 정책이 허술하다는 반증이다. 물론 정시 확대와 외고·국제고·자사고 전면 폐지는 조국 사태가 단초가 됐다. 자녀를 외고에 보내 수시를 악용한 모습에서 공정의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는 정책을 급선회했다. 그래도 정부는 자연인 조국에 대해서 비난 한 번 하지 않았다. 조국 사태 이전의 방침은 수시 위주 입시 유지이고 특목고의 선별적 단계적 전환이었는데, 두어 달 사이에 교육정책과 대입제도 기조가 송두리째 바뀌었다. 대통령과 교육부장관이 매일 정시 확대를 외쳐댔다. 교육정책의 조령모개 탓에 학생들은 ‘실험실의 쥐’ 신세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번 결정은 그런 학생들에게 한국 교육제도가 자주 바뀔 뿐 아니라 순식간에도 바뀐다는 새로운 선례를 보여줬다. 2015년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또 2018년 대입제도의 개편은 불가피하다. 청와대 교육비서관의 실토대로 국민들이 정시 확대를 선호하고,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을 폐지하는 여론이 높다는 게 정책 방향이라면 이게 더 문제다. 제4차 사업혁명시대에 백면지대계인 한국 교육이 여론조사에 터한다면 그 교육정책으로 기대할 것은 없다. 물론 여론은 참고는 해야 하지만, 그게 정책의 절대 잣대여서는 안 된다. 서구 선진국인 영국의 이튼스쿨, 프랑스의 리세, 독일의 김나지움, 미국의 영재학교 등 중등교육기관들이 오래 역사와 전통 속에 제자리에서 주어진 역할을 다해 조국과 민족을 위해 헌신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전당으로 자리매김 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2021년 우리 수능과 유사한 센터시험을 약간 바꾸는 일본의 대입제도 개편에 2013년부터 국민적 공론화·숙의 과정으로 거쳐 합의를 이끌어내 아무런 갈등 없이 시행을 준비 중인 일본의 사례도 참고해야 한다. 정부는 이제라도 자사고, 외고, 국제고, 농촌형 자율고 폐지 등을 철회하고 독립적인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해 장기적으로 논의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국민적 합의를 다시 이끌어내야 한다. 현 정부에서 감당하기 어려우면 차라리 차기 정부에서 장기적 의제로 선정해 추진토록 공론화를 모색해야 한다.
“정권 출범 시 5대 국정 전략으로 내걸었던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은 교육 이양(移讓)에 경도돼 실종되고, 정치‧이념의 개입으로 교육정책이 철회‧번복되면서 표류하고 있다.” 한국교총은 반환점을 돈 문재인 정부의 교육에 대해 “정치에 좌우되는 교육으로는 미래가 없다”며 “국가의 교육적 책무를 강화하고, 교육법정주의를 확립하며, 이념을 초월해 교육백년대계를 다시 정립하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총은 현 정부가 교육의 분권과 민주성, 평등성, 공정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지난 2년 6개월 간 여론과 진영의 지지를 좇아 갈팡질팡 표류하면서 교육법정주의를 훼손하고 혼란을 자초했다는 입장이다. 또한 당청의 개입과 시‧도교육감의 입김에 교육이 좌우되고, 교육부 스스로 국가의 교육적 책무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기초학력 보장, 학력 제고라는 공교육의 기본적 책무까지 방기해 학생의 미래조차 암울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총은 11일 낸 입장문에서 “교육 분권과 민주성에 경도된 유‧초‧중등 교육의 전면 시‧도 이양 추진, 평등성에 매몰된 학생 평가 경시 및 고교체제 획일화, 공정성을 빌미로 한 졸속 입시 개편이 대표적인 문제”라며 “교육적 논의와 합의보다 정치적 판단에 따른 정책 기조 때문에 오히려 정권이 내걸었던 국가의 교육책무가 부정되고, 시행령 하나로 백년대계를 맘대로 뒤집는 교육법정주의 훼손까지 초래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총은 현 정부의 유‧초‧중등 교육 전면 시‧도 이양 추진에 대해 “교육은 기본적으로 국가사무라는 원칙 하에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도농 격차와 교육 불평등이 심화되지 않도록 중앙정부가 교육적 책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도마다 다른 원칙 없고 불공정한 자사고 재지정 취소 사태로 홍역을 치렀고, 최근에는 학생들의 기초학력진단평가조차 거부하는 시‧도가 생겨 천차만별로 시행될 판이라는 것이다. 시·도교육감들은 교사 임용시험 기준도 스스로 정하겠다고 요구하면서 교원 지방직화 문제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평등성에 경도된 ‘평둔화’(平鈍化) 교육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최근 발표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의 2009년, 2015년 결과를 비교한 결과, 하위 수준 비율이 수학 8.1%→15.4%, 과학 6.3%→14.4%, 읽기 5.8%→13.6%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중3‧고2 대상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서도 수학 기초 미달 비율은 중‧고생 모두 10%를 넘어서는 등 학력 저하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고, 읍‧면 지역 중‧고생의 수학, 영어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대도시 학생보다 10%p나 낮은 것을 예로 들었다. 대입제도 개편과 관련해서는 “당청과 교육부, 시‧도교육감이 엇박자를 내며 또 다른 공정성 시비만 낳고,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대입제도도 한번 정하면 쉽게 고치지 못하도록 교육법정주의를 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성철 교총 대변인은 “정권과 이념에 의해 오락가락 표류하는 교육으로는 공교육 정상화를 바랄 수 없고 학생과 국가의 미래 또한 없다”며 “여야, 좌우를 넘어서는 정책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입시제도와 고교체제 개편, 학력 제고 등을 둘러싸고 청와대, 국회, 정부, 시‧도교육감 등이 제각각 정책 추진으로 혼선을 빚고 있다”며 “교육이 중심을 잡도록 국가교육 컨트롤타워로서 청와대 교육수석이 반드시 부활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우리는 매일 학원에 10시간씩 갇혀 있다. 우리는 어른들을 UN에 고발합니다!" ‘한국아동보고서’를 준비해 스위스 제네바로 달려간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그들의 부모이자 어른인 우리 모두를 고발했다. 그렇게 한국의 어른은 UN의 피고소인이 되었다. 이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성인이 일하는 시간보다 많은 ‘하루 10시간’이라는 숫자는 한창 혈기왕성한 시기에 있는 청소년들이 온종일 답답한 교실과 학원에 갇혀 있는 크기를 알려준다. 교실과 학원에만 갇힌 현실 강산이 3번 가까이 바뀌는 시간 동안 나는 학생들의 가장 가까이에서 그들의 변화를 지켜봤다. 우리는 세상이 바뀌어 가고 있음을 체감하지만, 교실 안의 우리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변화에 대한 시선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혹시 한동안 세상이 집중한 방송드라마 ‘스카이캐슬’처럼 최고의 목표만을 위해 등 떠밀고 있는 불도저로 인식돼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이 기다리는 부모, 다가가 만나고 싶은 교사가 되기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더 늦기 전에 세상과 교육의 변화 속도를 맞추려는 대전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현재의 교육과정과 내용에 대한 과감한 수술이 필요하다. 사물인터넷 IoT,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 세상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연결과 공유의 테마로 움직이는 세상을 바라보고 나아갈 새로운 능력을 갖추도록 수업 전환은 반드시 재검토돼야 한다. 또한, 수업과 학생 평가방식을 새롭게 도출해야 한다. 위에서 제기한 것처럼 교육과정 변화가 이루어지면 기존 지필평가를 위한 문제 풀이, 정답 찾기 형태의 평가는 자연스레 바뀌게 될 것이다. 연극, 논술, 독서, 비주얼씽킹, 디자인씽킹, 주제 발표 등 다양한 수요를 반영한 형태의 수업과 특성을 평가한다면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은 ‘사교육 쏠림’을 해결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 이 같은 프로젝트 학습 및 새로운 형태의 수업을 도입하면 지필 평가 축소가 가능하며 성장 중심 평가로의 전환이 매우 용이하다. 고질적인 줄 세우기식 상대평가는 우리 시대에서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 상대평가는 인간을 절대 행복하게 할 수 없다. 학생들은 내게 말한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관심 분야가 무엇인지, 자신의 진로에 대해 희망이 가득한 그들이다. 그럼에도 최소한의 계획과 방향도 세우지 못하고 머물러 있는 모습을 자주 본다. 대학진학에 내몰리다 보니 스스로 내면을 들여다볼 시간, 좋아하는 일은 순서에서 밀려서임을 학생도 나도 안다. 우리는 그렇게 평행선 위에 있고 교차점이 많지 않은 눈물겨운 관계다. 미안하게도….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 결단 나는 우리 아이들이 신뢰하며 도움받을 수 있는 ‘능력 있는 진로교사’가 되고 싶다. 그들에게 삶의 롤모델을 만나게 해주거나, 새로운 경험을 시도할 수 있게 실제로 돕는 그런 미래가이드 말이다. 앞으로 강산이 또 바뀐 미래 어느 날, 변화 없는 교육 현실을 이처럼 글로 또 쓰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꿈꾼다. 미래 교육의 핵심은 ‘사람’이며 사람은 사람으로서 사람이 된다. 미래세상을 읽은 우리 교사가 우리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결단하고 함께 변화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머리를 맞대었으면 한다. 나의 제자를 위해 더는 UN에 고발당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자사고·외고 폐지 발표를 앞두고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지만 현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새로운 내용 없이 고교 서열화를 확인했다는 결론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5일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골자는 지원자·합격자의 평균 내신등급이 일반고, 자사고, 외고·국제고, 과학고 순으로 나타나 서열화된 고교체제와 부실평가에 대한 우려를 확인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발표 결과에 대한 고교 현장 교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 고3 교사는 "구조적으로 내신이 낮아도 특목고, 자사고 아이들이 많이 합격할 수밖에 없다"면서 "일반고보다 교육과정 편성권한의 폭이 자유롭고 심화과목을 이수하는 등 특성화돼 있는 데다가 입학 당시 성적 자체가 우수한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지방의 일반고에서 진학지도를 하는 다른 교사는 "학종은 농촌이나 도서지역 등 지방 아이들이 대학 가는 데 가장 좋은 전형이고 실제 주요대 입학생 분포를 조사했을 때도 이런 효과가 나타난다"면서 "이런 장점은 부각하지 않고 학종의 특성상 당연한 부분만 강조해 자사고나 특목고 아이들을 위한 전형인 것처럼 포장했다"고 비판했다. 현장 교원들은 부실평가에 대한 우려를 확인했다는 결과에 대해서도 "사실 특별하게 새로 확인된 내용은 없었다"면서 "교육부도 그래서 정황만으로 결과를 발표하고 추가 조사를 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한국교총도 "불법·특혜 문제는 불법을 저지른 사람의 문제임에도 자사고·특목고 자체에 책임이 있는 양 몰아가는 것은 정치적 호도"라고 주장했다.
[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자사고 등을 2025년에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에 교육계와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다. 교총은 특히 이번 정책을 헌법 정신 훼손으로 규정하면서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교육부는 7일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 골자는 교육부가 올해부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해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는 2025년 3월부터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들 학교는 일반고 전환 이후 학생의 선발과 배정은 일반고와 동일하게 운영되며, 학교 명칭과 특성화된 교육과정도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전국단위 학생 모집 특례는 폐지한다. 외고를 제외한 과학고, 예술고, 체육고, 마이스터고 등 특목고와 영재학교는 유지된다. 방안이 발표되자 교총은 이날 입장을 내고 "헌법은 모든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교육법정주의를 명시하고 있고 교육의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고교체제라는 국가 교육의 큰 방향과 틀을 정권과 교육감에 따라 시행령 수준에서 좌지우지하고 없애는 것은 헌법 정신 훼손이자 포기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교총은 이어 "시행령으로 없앨 수 있다면 언제든 손쉽게 다시 만들 수 있다는 얘기"라며 "학생과 교육의 미래가 정치·이념에 좌우돼 손바닥 뒤집듯 바뀐다면 혼란과 갈등의 악순환만 반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4월 자사고와 일반고 동시 선발 관련 결정에서 ‘혼란은 고교의 종류 등을 법률에 규정하지 않고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는데 기인한다. 고교의 종류 등은 법률에 직접 규정하는 것이 교육제도 법정주의에 더 부합한다’고 밝힌 것과 일치한다. 교총은 또 "차기 정권이 결정할 사안을 뚜렷한 대안도 없이 지금 밀어붙이는 것은 고교체제 개편을 내년 총선용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비칠 뿐"이라며 "다음 정권에서 또 뒤집힌다면 그 혼란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고 했다. 방안이 실행되면 1992년 도입된 외고는 33년 만에, 국제고는 1998년 도입 후 27년 만에, 자사고는 2001년 도입된 후 2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처럼 20~30여 년 유지된 정책을 5년 정권의 이념과 성향에 따라 만들기와 없애기를 반복할 수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교총은 이외에도 "강남 8학군 등 교육특구나 지역 명문고가 부활해 학생 쏠림현상이 빚어지고 우수 학생의 해외유학 수요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6월 발간한 ‘자사고 정책의 쟁점 및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강남 8학군, 지역 명문고 쏠림 현상을 우려한 바 있다. 시민사회도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이날 입장을 내고 "시행령을 개정해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것은 교육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훼손하고 자사고 진학을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뜻을 짓밟은 폭거"라며 "자사고 일반고 일괄 전환을 철회하고 소통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의료선교사로 부임해 결혼 후 남편 도와 ‘부인’으로 활동 교육·의료·사회봉사 등 여성과 아동에 적극적으로 다가가 명성왕후와 돈독한 우정으로 결혼 때 100만 냥 하사받아 KMF 편집장으로 일하며 여성 차별에 비판적 목소리 내 [이윤미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 릴리어스 호튼 언더우드는 구한말과 일제시기 대표적 선교사 가문인 언더우드가의 인물로 활발한 활동을 했던 여성 선교사다. 미국 북장로교회 선교사인 호레이스 그랜트 언더우드(Horace Grant Underwood, 원두우)의 부인이자 호레이스 호튼 언더우드(원한경)의 어머니로도 잘 알려져 있다. 기혼 여성 선교사로서, 언더우드의 부인으로 주로 알려졌지만 1888년 한국에 처음 오던 당시만 해도 의료 선교사로 부임했다. 그러다 호레이스 언더우드와 사랑에 빠지면서 1889년에 결혼을 했고 선교사 부인으로 활동했다. 그는 1851년 6월 21일 미국 뉴욕주 알바니에서 태어나 철강 자재업을 하는 부모 밑에서 유복하게 자랐다. 16세 이후에는 부친의 사업을 따라 시카고로 이주해 이재민 구호활동 등에 참여했고 시카고 여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19세기 당시 미국이 국내 선교에서 해외 선교로 관심이 강하게 옮겨가는 분위기에서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그는 해외선교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가 해외선교에 관심을 갖게 된 데에는 어머니의 영향도 컸다. 릴리어스의 어머니는 본인 스스로 선교의 뜻을 이루지 못한 회한이 있어 딸이 그 길을 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다. 어머니보다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사람은 페이지니터(Fagerneather)라는 선교사다. 이 선교사는 의학을 공부하기 어려웠던 영국에서 미국 시카고로 이주한 여성으로, 릴리어스에게 의사가 돼 인도에서 전도활동을 하고자 하는 결심을 갖게 했다. 릴리어스는 1887년에 의학대학을 졸업하고 1888년에 한국에 부임하게 되는데, 인도가 아닌 조선에 오게 된 것은 북장로교 해외선교회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고 알려진다. 이렇게 1888년 독신선교사로 조선에 들어왔으나 1889년 3월 호레이스 언더우드와 결혼한 후 자신의 전문성보다는 남편의 사역을 돕는 선교사 부인으로 활동했다. 릴리어스 호튼을 비롯한 여성 선교사들의 활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현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07년 개신교 선교공의회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기혼여성을 포함한 여성 선교사의 총수는 190명 중 110명으로 전체의 58%에 달했다. 세부적으로는 남성 80명, 기혼여성 66명, 미혼여성 44명으로 나타난다. 이 비율은 일제 후반까지도 이어져 소위 선교사 내 여초(女超) 현상이 더 심화된다. 1920년대 말의 통계를 봐도, 선교사 총수 456명 중 남성이 155명, 여성이 301명으로 66%를 차지했다. 여성 중 133명이 기혼여성(가사와 함께 복음, 교육활동을 주로 하고 소수가 의료)이었고 나머지 168명은 미혼여성이었다. 이들 미혼여성 중 69명이 복음, 55명이 교육, 36명이 의료(대부분 간호사)에 종사했다. 그들의 지위를 볼 때,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여성 선교사들의 역할은 공식적으로 보조 선교사로 규정돼 있었다. 한국에 가장 많은 선교사를 파견한 미국의 방침에 따라 여성 선교사의 역할은 남성 선교사를 보조하는 것이었으며 주로 아내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돼 있었다. 19세기 전반까지 미국의 해외선교위원회(American Board of Commissioners for Foreign Mission, ABCFM)의 방침을 봐도 선교지에 파견되는 여성은 남성 선교사의 아내로 규정됐다. 특히 루푸스 앤더슨(Rufus Anderson)의 임기(1832~1866) 동안 ‘문명화가 아니라 복음화(Evangelize, not to Civilize)’라는 원칙이 강조돼 남성의 경우 복음화에 주력하도록 요청됐다. 교육 등 문명화 사업보다는 교회를 세우는 일이 강조됐고, 이보다 부차적 활동이었던 문명화 사업은 여성들이 보조적으로 했다. 또 여성 선교사는 남성의 보조역할 뿐 아니라 안정적 가정이라는 모범을 형성하기 위해 파견됐다. 1881년에는 미혼남성은 파견하지 않고 가정이 있는 자만 파견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1860년대 이후 여성 선교단이 만들어지면서 미혼여성들이 파견되기 시작했다. 이는 당시 버어마나 인도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던 기혼 여선교사들이 여성 및 아동에 대한 선교를 담당해 줄 수 있는 미혼여성을 파견해주기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남북전쟁이 끝난 후 지역적, 전국적 단위로 교파를 초월한 여성선교조직이 만들어지면서 미혼여성에 대한 선교지 투입이 체계적으로 이뤄졌다. 이때 작용한 철학은 ‘여성을 위한 여성의 사업(Woman's work for Woman)’이었다. 여성선교조직들은 자체 기금을 모으고 자체 사업을 하며 기관지 등을 운영하는 형태로 선교지 여성을 위한 사업을 수행했다. 여성 선교사들의 활동은 목회업무가 아닌 교육, 의료, 사회봉사 등이었다는 점에서 선교의 본령보다는 다소 보조적이고 부차적 업무였던 측면이 있고 선교의 대상도 여성과 아동이었다. 순회선교를 하면서 주일학교, 주간학교, 사경회(Bible class) 등을 조직하고 의료 등과 연계된 구호활동이나 절제운동(금주, 금연) 등을 관장했다. 이런 ‘보조적’ 역할에도 불구하고, 여성 선교사의 활동이 두드러졌던 것은 기독교가 한국 여성에게 큰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이들은 권서활동을 하는 전도부인(Bible women)을 고용해 한국여성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갔고 문맹퇴치, 학교보급 등에 기여했다. 릴리어스 호튼의 경우도 이런 보편적 흐름 속에서 이해될 수 있다. 1888년에 입국했던 그녀는 명성황후의 시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고 명성황후가 시해될 때까지 상당한 정도 ‘우정’을 쌓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릴리어스 호튼의 파견은 당시 선교부 입장에서는 조선 왕실 병원을 확장하고 여성전용 병원으로서의 기능을 확보하고자 하는 전망과 관련돼 있었다고 한다. 릴리어스는 명성황후를 매우 기품 있는 인물로 평가했고, 명성황후도 그녀를 환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889년 언더우드와 결혼하게 되자 많은 선물과 함께 당시로서 거금인 현금 100만 냥을 하사하고 병조판서이자 척족인 민영환을 결혼식에 참석시키기도 했다. 릴리어스 호튼은 명성황후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나는 그녀가 정신수준이 매우 높은 사람임을 곧 알아차렸다. 그녀는 세계의 여러 강대국들과 그 정부에 대해 썩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질문을 많이 했고 자기가 들은 것은 모두 기억했다. 그녀는 숨어 있는 유능한 외교관이었고 자기에게 몹시 반대하는 사람들의 허술한 데를 찌르기 일쑤였다. 그리고 그녀는 진보적인 정책을 널리 펴는 실력자였고 애국자였으며 자기 나라에 이익이 되는 것을 위해 몸을 바치고 있었고 백성의 복지를 찾고 있었다. 이것은 우리가 동양의 왕비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었다. 왕비는 외국의 궁전은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조선 사람이었으나 완벽한 귀부인이었다.”(김철역, 언더우드 부인의 조선 견문록, 서울: 이숲, 2008) 결혼 이후 릴리어스는 한국 내 선교 활동에서 상당히 비중 있는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주목할 수 있는 것은 당시 한국 내 선교공의회의 기관지였던 ‘The Korea Mission Field(KMF)’의 편집장으로 1906년에서 1914년까지 활동했던 점이다. KMF는 36년간 출간된 월간지다. 개신교선교사 연합체인 재한복음주의선교공의회(The General Council of Evangelical Missions in Korea)의 결성과 함께 창간된 것으로 당시 한국 내 유일의 영문 간행물이기도 했다. 이 선교공의회는 1905년 9월 15일 미국북장로회, 미국남장로회, 캐나다장로회, 오스트레일리아장로회, 미국북감리회, 미국남감리회 등 장로교 4개 선교회와 감리교 2개 선교회의 연합으로 이뤄진 것으로 초대의장이 호레이스 언더우드였다. 기존에 있던 두 개 영문 잡지인 ‘The Korea Field’와 ‘The Korea Methodist’를 합친 것이기도 해서 초기에는 이 두 잡지의 편집장들이 편집을 맡았다가 1906년부터 릴리어스가 맡게 된 것이다. 이 잡지는 전체 개신교 교파와 지역을 포괄하고 다양한 월례보고를 담고 있기 때문에 교회사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문화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 KMF에는 여성 선교사들도 필자로 다양하게 참여했으며 여성 관련 사역활동에 대한 보고들이 많이 있다. 교육용 자료 공유를 위한 고정란(Women's Exchange)을 두기도 하고, ‘여성 사역(Women's work)’이라는 제목으로 정기적 보고가 이뤄지기도 했다. 여성 선교사들은 기혼여성과 미혼여성을 불문하고 기본적인 선교활동의 일부를 수행했지만, 특히 기혼여성은 ‘선교활동’과 ‘부인’이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역할 갈등이 있었다. 특히 가사와 선교를 병행하는 과정에서 부담을 갖기도 하고 현지 활동을 위한 언어공부(한국어)를 제대로 하기 어려운 점 등이 지속적으로 논란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릴리어스는 기혼여성들이 가사와 선교를 병행하느라 온전한 활동을 하기 어려운 조건이 있지만, 이들에 대한 차별은 부당하다는 입장이었다. 1912년 11월호에서 그는 장로교 연례회의에서 제기된 기혼여성의 투표권 문제에 대해 매우 비판적으로 서술했다. 장로회 선교부가 기혼여성들의 의견이 남편(선교사)의 의사와 결국 같기 때문에 불공정한 다수표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이제까지 투표권을 주지 않다가 기혼여성도 3년차 언어시험(한국어)을 통과한 경우에는 투표권을 주자고 제안한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릴리어스는 만일 기혼여성들에게 투표권을 주려면 미혼여성들처럼 1년차 시험에서 통과한 후에 부여해야지 3년차 시험을 보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봤다. 극소수의 기혼여성만이 한국어를 익히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할뿐 대부분의 여성이 가사와 선교를 병행하며 열심히 지내는데 차별적 취급을 하는 것은 불쾌하다고 본 것이다. 만일 기혼여성이 투표권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언어시험 준비를 하느라 선교 일을 성공적으로 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더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서 선교의 성과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고 한국 여성들과 밀착된 생활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조선 국권상실의 과정을 목도한 그는 조선이 독립국가로 다시 설수 있기를 기대했고 한국에 대한 왜곡된 시각에 비판적이었다. 기독교가 한국인 스스로 자주적으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기를 바랐다. 특히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공교육을 실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난과 조혼 관습 때문에 교육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고자 노력했다. 이는 북감리회의 메리 스크랜튼 등이 이화전문을 중심으로 추진했던 여성고등교육 활동에 비해서는 가부장적 경향이 더 강하고 여성교육에 대한 체계적 관점이 부족했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정규 여학교 교육과 함께 극빈층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실용적 교육이 교회를 통해 제공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를 위한 사역 활동을 활발히 전개했다. 릴리어스는 남편 언더우드가 1916년에 사망한 이후 아들 호레이스 호튼 언더우드와 함께 한국에 살면서 번역, 문서 발간 등의 작업을 하다가 1921년 10월 29일 70세의 나이로 별세, 양화진 외국 선교사 묘역에 안치됐다.
한국교총과 대한영양사협회는 7일 한국교총회관 외솔홀에서 업무협약 체결식을 열고, 영양교사 전문성 향상을 위한 직무연수 프로그램 공동 개발·운영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또 영양교사의 권익 신장과 조직력 강화, 상호 발전을 위한 교류 증진 등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영양사의 권익 옹호와 전문성 증진,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대한영양사협회와 업무협약을 맺어 기쁘다”면서 “교총은 전국영양교사회와도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교육현장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함께하고 있다”고 인사를 전했다. 실제로 교총은 내년 1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의 전면적용을 앞두고 급식실을 포함한 학교 현장의 관리감독자 지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 전문인력을 배치해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서를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에 제출했다. 한편 이날 협약식에는 조영연 대한영양사협회 회장과 이영은 부회장, 고명애 사무총장, 배미용 교육국장 등이 참석했다.
교육부는 7일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역량강화방안’을 통해 2025년 3월부터 고교학점제 도입과 함께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들 학교의 설립 근거 조항을 담고 있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내년 초까지 개정하기로 했다. 고교서열화 완화될지도 의문 현재 전국에는 자사고 42개, 외고 31개, 국제고 7개 등 총 80개교가 있다. 자사고는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지 않고 학교교육과정을 다양성·창의성의 바탕 위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고교다. 자사고는 금년 전반기 제2주기 재평가의 극심한 혼란 속에 평가 대상 24개 중 11개가 탈락하여 현재 행정·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교육부가 자사고·외고·국제고 등의 폐지와 일반고 전환을 들고 나왔다. 교육부의 대입제도·고교체제 개편 방향은 크게 학종의 공정성 강화, 정시 비율 상향, 자사고 등의 일반고 일괄 전환 등 세 가지다. 교육부는 우선 이미 공표된 정시 30%를 기준으로 한 2022년 대입 전형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기조다. 그 후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 2025년에 자사고 등의 일괄 폐지와 일반고 전환을 통해 고교 경쟁력 강화와 입시경쟁·고교서열화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고교 공교육 부실과 고교서열화 등의 책임을 자사고 등에 전가시키는 것은 무리다. 또 외고·국제고 등 특목고 출신들이 의대 등 비동일계 진학을 많이 한다는 비판도 학교 탓보다는 교육제도 측면에서 접근할 문제다. 특히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춰 자사고 등을 폐지해 일반고로 전환하려는 정책 추진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다. 우선 자사고 등이 사라져도 일반고에서 이들 학교에 준하는 양질 교육을 수행할 수 있는 교육경쟁력 강화가 돼야 한다. 일반고의 역량을 강화한 후에 자사고 등의 일반고 전환을 장기적 관점에서 고려해야 하는데, 현 정책 방향은 거꾸로 가는 것이다. 자사고 등을 폐지해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해서 입시경쟁과 고교서열화가 완화된다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과거 고교평준화 시기처럼 강남 8학군 등 교육특구와 지역 명문고 부활, 해외 유학 급증 등의 폐해가 재현될 우려가 더 크다. 교육체제 개편은 학벌주의와 임금 격차 해소, 사회‧노동 구조 개혁 등과 연계된 핵심의제이지 자사고를 없앤다고 해결될 과제가 아니다. 고교학점제를 정시 전형 확대, 자사고 등의 일반고 전환과 연계하는 것도 문제다. 고교학점제는 고교생들이 대학생들처럼 자신의 특기·적성, 진로 등에 따라 필요한 교과목을 선택하여 수강하는 제도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융복합적 미래 인재 육성과 꿈·끼 신장은 고교 교육의 다양한 활동과 스펙 등이 척도인 수시 전형, 고교학점제 등과 맥을 같이 한다. 정시 전형, 자사고 등의 일반고 전환 등과는 결이 다른 것이다. 교육제도 법정주의 확립해야 현재 대책과 준비가 전무한 상태에서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고교학점제 실행은 교사 충원, 내신 절대평가, 대입제도 개편 등이 선행돼야 한다. 또 향후 5년간 7700여억 원의 비용 소요 추산, 현재 운영 중인 민사고의 교과목 200여 강좌 개설 등에서 보듯이 엄청난 인력, 시설, 예산 등이 확충돼야 하는 교육 대개혁이다. 결국 2025년 자사고·외고·국제고 등의 폐지와 일반고 전환 정책은 재고돼야 한다. 비현실적·실험적 정책을 억지로 밀어붙여 교육 현장을 혼란에 빠뜨리는 행정이야말로 교육적폐다. 교육부를 배제한 청와대 발 교육제도 개편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의 만기친람식 한마디에 흔들리는 교육제도와 정책에서 미래 교육의 희망은 없다. 차제에 교육제도의 조령모개 방지를 위한 교육법정주의도 확립해야 한다.
조국 발(發) 대입 전형 공정성 시비가 이미 지난해 대입 개편 공론화 결과를 무력화시키며 정시-수시 비율에 대한 논쟁을 가열시키고 있다. 이에 더하여 자사고와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겠다는 당국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교육계에 있는 우리도 어리둥절하다. 도덕경에 숨겨진 세상의 이치 학교 교육의 수월성과 다양성을 뒤로하고, 한 우물 속에 몰아넣으면 과연 어떻게 될까? 그렇지 않아도 일반계고의 경우 정치적 이슈를 편향적인 관점으로 해석하는 교사들이 많아져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던 참이다. 춘추전국시대 ‘무위(無爲)’의 정치를 염원했던 노자가 우리나라의 교육문제를 진단한다면 그에게서 어떤 조언을 들을 수 있을까? 노자의 사상이 잘 드러나 있는 도덕경을 통해 유추해 보자. 20장에 ‘선지여악 상거하약(善之與惡 相去何若, 옳다고 여기는 것과 바르지 않다고 여기는 것에는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라는 구절이 있다. 세인들이 판단하는 인식의 차이는 결국 각자의 처지에 기인한다. 만물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누구나 그 처지와 입장이 되면 대체로 행하여지는 경우여서, 어느 일방을 구분해 잘잘못을 가리고 차별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는 것이다. 37장에서는 ‘도상무위이무불위 후왕약능수지 만물장자화(道常無爲而無不爲 侯王若能守之 萬物將自化, 도는 항상 하는 것이 없으면서도 하지 아니하는 것이 없다. 후왕들이 만약 그것을 지킬 수 있다면 만물은 장차 스스로 변화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치자(治者)는 앞에 나서서 드러나게 행동하지 말고 만물이 스스로 나서서 변화·성장하도록 뒤에서 조용히 이끌라는 말이다. 세상은 쉬지 않고 변화해 나아가기 때문이며, 결국 부딪히며 살아가야만 하는 자가 감당하고 짊어질 몫이라는 뜻이다. 17장에서도 노자의 생각을 찾을 수 있다. ‘태상 하지유지 공성사수 백성개위아자연(太上 下知有之 功成事遂 百姓皆謂我自然, 가장 높은 것은 아래에서는 그가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고 이대로 공을 이루고 일을 완수하면 백성들은 모두 내가 스스로 그러했다고 말할 것이다).’ 다스리는 자는 개별적인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노력하여 성취하였다는 자긍심을 갖도록 이끌어야 나라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노자는 천하의 만물이 서로 다른 처지임에도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우리는 본받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자연은 어느 일방이 주도하여 이끌지 않는다. 강한 것과 약한 것을 함께 간직하며, 좋고 나쁜 것들도 모두 받아들여 나름의 상생의 길을 찾는다. 이것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지혜의 하나라고 말한다. 치우침 없이 기본에 충실해야 인간이 가야 할 길도 자연과 다르지 않다. 천하는 변화무쌍하지만 넓고도 넓으며 할 수 있는 일도 무궁무진하다. 이러한 세상에 사는 개개인들에게 누가 그 길을 일일이 열어줄 수 있겠는가? 사정이 이러하기에 그동안 우리는 교육정책의 방향은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으며,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의 재능을 찾아 더 높게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일을 당연하게 여겨왔다. 아울러 이를 다듬는 일은 교육 주체들의 몫이다. 노자는 “무릇 큰 목수를 대신하여 나무를 베어내면 그 손을 다치지 않는 경우가 드문 법이다(夫代大匠斲者 希有不傷其手矣)”라고 간파하였다.
글로벌 클래스룸이란 세계시민교육, 상호문화교육, 국제이해교육, 민주시민교육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는 교육을 묶는 개념으로 아직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글로벌 클래스룸은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문제와 현상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다름과 다양성을 존중하며, 책임감 있는 행동을 통해 지구촌 공동체에 적극 기여할 수 있는 세계시민을 양성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세계시민 양성과 우리의 목표 이런 확장된 범위의 교육은 2012년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의 ‘글로벌 교육 우선 구상(Global Education First Initiative)’에 의해 주창되고 UN이 제시한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중 세부목표로 포함되면서 교육의 핵심 이슈가 되었다. 글로벌 클래스룸을 구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교사라는 인적 자원이다. 교사들을 재교육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비 교사들에게 글로벌 역량과 함께 글로벌 클래스룸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을 교육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예비 교사들의 유연성은 글로벌 클래스룸을 구현하는데 큰 원동력이 될 것이고, 교원양성대에서 이뤄지는 토론과 논의를 통해 더 발전시키고 정교화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교원양성과정에서 글로벌 클래스룸 요소를 찾을 수 있는 부분은 우선 교원양성기관 역량진단 평가에 있다. 1998년부터 주기별로 교원양성기관에 대한 종합평가를 실시하는데 특히 미래 교육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항목을 점검한다. 실제로 교원대에는 ‘국제화와 다문화교육’ ‘다문화 관점으로 바라본 세계 가족’ 등의 강좌가 개설되기도 했다. 다음으로는 글로벌 교원양성 거점대학 프로그램(Global Teacher’s University; GTU)에서 찾을 수 있다.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글로벌 역량을 갖춘 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교원대, 경북대, 제주대, 경인교대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에는 국내 교원양성기관 학생들이 해외 대학에서 복수학위를 취득하고 더 나아가 해외 교사자격증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과정과 그와 병행하여 한국 교원들을 해외에 파견하여 교육 공적개발원조 역할을 담당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방학을 이용하여 예비교사들이 해외 학교에서 교육실습 또는 교육봉사를 실시하거나 다문화 학생을 도와주는 멘토링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글로벌 클래스룸이 학교 현장에 정착되기 위해서 몇 가지 필요한 것이 있다. 먼저 글로벌 클래스룸에 대한 개념 정의가 없기에 때문에 글로벌 교육에 대한 체계적이고 심도 있는 접근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교사교육 차원에서의 글로벌 클래스룸의 개념을 정의하고 교육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쳬계적 교육으로 역량 키워야 비용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글로벌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경우 해외 교류를 자주 하는 탓에 항공료, 체재비 등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이로 인해 소수의 학생만 기회를 갖게된다. 모바일 기술을 활용하면 비용과 지역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의 다양한 변화로 인한 글로벌 클래스룸의 실현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다. 교원양성기관에서 예비 교사들의 글로벌 역량을 길러주는 것은 앞으로 교육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가 세계와 공감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행동하는 학생들을 양성하길 기대한다.
“선생님, 교원평가 어떻게 나왔어요?” 출근하자, 옆자리 박 선생이 진지하게 물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는지 박 선생의 표정이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았다. 5일(화요일) 아침. 지난달 실시했던 교원평가 결과가 나왔다. 결과에 따라, 선생님의 반응이 미묘하게 교차하였다. 일 년간 오직 학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기에 모든 선생님은 평가결과에 내심 큰 기대를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열심히 했음에도 낮은 평가를 받은 일부 교사들은 교원평가를 신뢰할 수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평가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교사로서 자신을 뒤돌아보고 자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교원평가가 교사의 사기를 저하하는 애물단지로 전락, 열심히 일하는 선생님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는 거라며 차라리 시행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교사들이 적잖다. 그래서일까? 어떤 선생님은 공정성과 신뢰감이 떨어지는 교원 평가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교사로서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는 식으로 받아들였다. 반면, 일부 선생님은 교원평가의 후유증으로 충격을 받아 심리치료를 받는 경우도 더러 있다. 심지어 교직에 환멸을 느낀다며 은퇴를 고려하는 교사들도 많다. 교원능력 개발평가는 결코 선생님의 인기투표가 아니다. 진정 선생님이 원하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 나아가 동료교사로부터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싶을 뿐이다. 교원평가 시기가 다가오면 학생과 학부모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선생님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두고 저울질한다. 교원평가가 선생님으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교원평가 그 자체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한 번쯤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고 교사들은 이구동성 말한다. 실적을 올리기 위한 교원평가는 모두에게 공감을 주지 못하며, 특히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일부 학교의 편법은 교원평가의 원래 취지를 흐려 놓기 쉽다고 교사들은 말하고 있다. 단지 의무감으로 이뤄지는 교원평가가 과연 공정하고 얼마나 신뢰감을 줄 수 있을지에 교사들은 의구심을 가진다. 한번은 교원평가를 마친 한 학생에게 교원 평가의 문항이 무엇인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문항의 내용을 전혀 읽지도 않고 그냥 체크만 했다는 답변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평가하는 데 걸리는 시간 또한 불과 몇 초라고 말해 교원평가의 신뢰성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난 일 년을 뒤돌아보며 선생님의 장단점을 진지하게 생각한 뒤, 문항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읽고 표시하는 것이 당연하나 단지 마우스의 클릭 몇 번으로 학생들로부터 평가받는다는 사실에 씁쓸하다고 말하는 교사의 말이 어느 정도 공감이 된다. 특히 학부모 평가의 경우, 학기 중 일면식이 전혀 없는 학부모가 과연 학급 담임을 어떤 잣대로 들이대 평가를 할 것인지도 화두(話頭)가 되었다. 이에 학부모 평가를 배제하자는 교사의 의견도 있었다. 교사들은 교원 평가의 시기도 문제라고 말했다. 학년이 끝나기까지 몇 개월이 남아 있음에도 이른(10월) 교원평가로 학생과 교사 간 위화감이 조성, 아직 남아있는 학생평가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교사들은 염려했다. 아무튼, 교원평가가 그나마 남아있는 사제간 정(情)을 끊어놓는 요소가 아니라 선생님은 학생을, 학생은 선생님을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서 서로 이해하고 소통시켜 줄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되어주기를 모든 선생님은 바라고 원할 뿐이다. 평가 결과를 보고 난 뒤, 박 선생님이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 장난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는 왜일까? “교원능력개발평가, 뭣이 중헌디! 언젠가는 우리 아이들이 선생님의 잔소리와 꾸중을 그리워할 때가 있겠죠! 그리고 그것이 진심 어린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겠죠.”
경기도 여주시에 있는금당초 마카롱 동아리를 소개합니다. 생태감수성은 어떻게 생겨날까? 생태감수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생태감수성을 키우기 위해 아이들의 보호자들은 주말이면 이름난 수목원이나 제철인 계곡으로, 갯벌로 체험을 간다. 잘 정돈된 식물들, 멋진 경치, 다양한 체험부스에 다녀오면 아이들의 생태감수성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이다. 하지만 일회적인 체험의 축적으로 과연 아이들의 생태감수성이 생겨날 수 있을까? 하루의 경험으로, 일회적 체험으로 관계를 맺기는 어렵다. 어느 수목원의 이름난 나무보다 매일 보는 학교 안 나무가 아이들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래 보아야,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고 사랑스럽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오랜 시간 공을 들여 관계를 맺는 시간 속에서 생태 감수성이 자라날 수 있다. 여름날 버찌의 그 달콤시큰한 맛을 느끼고, 낙엽이 지는 나무 밑에서 놀이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내년의 꽃눈과 잎눈을 관찰하고, 운동장에 눈을 맞는 나무를 바라보며, 기다리고 기다리다 이윽고 피어나는 벚꽃 한 송이를 보는 것은 수만 송이의 벚꽃이 피는 거리를 걷는 것 보다 의미 있다. 마카롱은 금당초등학교 학생 자율동아리의 이름이다. 막 하는 농사 동아리를 줄여 마카롱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내가 직접 먹거리를 지어 요리를 해먹을 수 있다는 매력에 몇몇 아이들이 제안했고 6학년, 4학년 일부 아이들이 이 자율동아리에 합류했다. 관리가 잘된 밭이 있다면 편했겠지만, 아이들은 편한 길을 택하지 않았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아직 땅이 굳은 3월의 공터에서 아이들의 농사가 시작되었다. 농사를 짓는 집의 아이도, 매일 논밭길을 등하교 하는 아이도 직접 농사를 짓기는 처음이었다. 학교에서 노동하는 모든 분들이 아이들의 선생님이었다. 농사를 매개로 학내의 많은 어른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학교에서 모든 학생에게 제공되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테블릿PC는 아이들이 막힐 때 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교과서였다. 선생님 우리 콩쥐가 된 것 같아요. 땅의 돌을 골라내고 흙을 뒤엎고 고랑과 이랑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흙이 지저분하다며 만지기 꺼려하던 아이도 어느새 흙투성이가 되었다. “밭 보니까 어떤 기분이 드니?” “선생님 우리가 이렇게 밭을 가니까 콩쥐 같아요. 콩쥐가 어떤 기분인지 알겠어요.” “우리 최저시급이라도 받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래 줄게. 감자 두 알.” “아뇨 그거 말구요. 배춧잎으로 주세요.” “그래. 옥수수 따고 나면 배추도 심자.” “에이~ 뭐에요.” 뒤쪽 고랑에 옥수수를 심고 앞 고랑에 감자를 심었다. 농사일을 하며 배움의 폭도 넓어졌다. 자연스럽게 절기에 대해 알게 되었고 언제 비가 오나 기다리게 되었다. 달력의 의미와 식물의 발아조건을 알게 된 것은 덤이었다. 여주시장 장날에 맞춰 부모님 심부름을 하며 모은 500원 1000원으로 고추모종과 토마토모종을 사왔다. 교실에서 우유팩에 소중히 키운 목화씨앗도 옮겨 심을 만큼 자랐다. 날이 풀리자 주변 논에서 퍼온 흙으로 커다란 대야에 모내기도 했다. 바쁘게 손을 움직이니 단오가 되었다. 올해 금당초에서는 단오 행사를 지냈다. 농사 동아리를 했던 아이들에게 단오가 어떤 의미인지, 우리 조상들이 왜 이 때 신나게 놀았는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함께 일하고 바쁜 일이 끝나면 쉬는 것. 고된(?) 농사일 후에 음식들을 해먹고 창포물에 머리감는 경험의 즐거움은 아이들에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농사에서 배운 가치들 아이들이 하지를 기다리는 것을 본 일이 있는가? 금당초 마카롱 동아리 친구들은 하지를 손꼽아 기다렸다. 감자를 수확해도 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심은 감자조각에서 손바닥보다 더 큰 감자가 주렁주렁 매달려 나올 것을 기대했지만, 감자 농사의 수확은 그리 신통치 않았다. 왜 이렇게 수확량이 낮은지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겼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일조량과 수확시기에서 단서를 찾았고 비료가 부족한 것, 감자밭에 동아리 구성원들이 신경을 덜 쓴 것 등이 문제로 제기되었다. 한 번의 실패는 아이들을 탐구하게 만들고 모여서 의논하게 만들었다. 2015 초등 핵심역량인 의사소통 역량, 지식정보 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공동체 역량을 달성하기 위해 억지로 문제 상황을 만들지 않아도 아이들은 생활에서 문제를 찾아냈고 해결하는 탐구 과정을 거쳤다. 자기키보다 더 크게 자란 옥수수를 보며 아이들은 또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옥수수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떤 분들께 나눠 드려야 할까? 기나긴 토론 끝에 일부는 요리실습 때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옥수수 요리를 만들어 보고, 일부는 간단하게 쪄서 농사에 도움을 준 주변 분들과 동생들에게 나누어주기로 결정했다. 다행이 옥수수 농사는 잘 되어 배부른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오늘은 김장하는 날 2학기가 되자 자연스럽게 묵혀두었던 밭에 어떤 작물을 심을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선생님 요즘 배추가 비싸다던데요?” “그럼 우리 배추 심어서 김장하고 수육 해먹으면 되겠다.” 먹는 걸 좋아하는 아이의 말에 다른 친구들의 눈이 반짝인다. 김장하기 위해 필요한 채소들이 무엇인지, 어떤 품종을 언제 심어야 하는지 교사가 제시하지 않아도 이제는 알아서 척척 찾아보고 결정한다. 자기 몫의 배추와 무를 심고 남는 공간에는 쪽파도 심었다. 1학기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비료도 구입했다. 금당초등학교는 여주의 혁신학교로 학생들의 다양한 교육 활동을 위해 제도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학교이다. 혁신학교 예산 중 학생 동아리 지원 비용은 아주 유용하게 쓰였다. 배추가 무럭무럭 자라날 무렵 아이들에게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선생님, 배추에 벌레가 있어요.” “약 치면 되잖아.” “그래도 그럼 벌레가 너무 불쌍한데.” “그럼 벌레가 다 먹게 두냐?” “벌레 몫을 조금 남겨두는 건 어떨까?” 농사를 지으며 벌레들에게도 애정이 생긴 모양이다. 금당초 곤충장에서 장수풍뎅이를 키우면서, 누에 애벌레가 고치를 맺고 나방이 될 때 까지 키우면서, 어른 손가락만한 박각시나방 애벌레를 주어와 교실에서 키우면서 벌레들에 대해 공부도 하게 되었고 많이 알게 되었다. 관심과 지식은 애정으로 이어지나보다. 하지를 기다리는 것처럼 입동을 기다리는 아이들, 하지만 시간이 더 늦어지면 김장하는 아이들의 손이 추워질까 하여 이른 배추수확과 김장을 하게 되었다. 이번 김장은 농사동아리 학생들뿐만 아니라 금당초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작은 축제처럼 진행되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에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다. 1년 동안 농사짓느라 고생한 아이들을 위해 김경순 교장선생님은 김치와 함께 먹을 고기도 구매해 주셨다. 배추를 따고 무를 다듬고 계량컵으로 재가며 배추를 절였다. 양념 속을 만들 때는 김장의 달인인 선생님들의 도움도 받았다. 적당히 넣으면 된다는 말이 아직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아이들이지만 김장만 하면 허리가 아프다는 엄마의 말도, 땀 뻘뻘 흘리며 배추를 짜던 아빠의 모습도 이제는 모두 이해된다는 아이들이다. 평소 급식을 먹을 땐 항상 김치를 남기던 아이도 어쩐 일인지 꿀떡꿀떡 받아먹는다. 추수가 끝나고 이제는 조금 황량해 진 밭. 다음 해 동생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우리 밀을 심어놓고 졸업하자는 아이들에게 다시 한 번 묻고 싶어진다. “밭 보니까 어떤 기분이 드니?” 아이들 손바닥만 한 몇 개의 고랑은 아이들이 떠난 자리에 그대로 남아, 다음 아이들을 기다릴 것이다. 그 아이들이 심은 것 보다 몇 배의 의미들을 베풀 준비를 하며.
서령고는11월 4일(월) 오후 일곱 시 송파수련관 교직원식당에서 ‘학부모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30여 명의 학부모님들이 참석해 ‘소통과 공감’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했다. 김영화 교장은 학교 경영 중점 사항으로 수업의 내실화, 학생의 기본생활 습관 정착(교복 입기, 등교시간 준수), 자존감 향상, 적극적인 신입생 유치, 변화하고 개혁하는 학교 추구를 강조했다. 또한 학교 개선 및 지향점으로는 학부모가 학교의 홍보대사가 되어줄 것과 교육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학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 아울러 최근 들어 학교 현장에서 교사와 학교가 너무 휘둘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교사와 담임 선생님들께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님들은 이구동성으로 학교, 학생, 학부모가 삼위일체가 되어 학교와 교육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학교에 대한 건의사항으로는 정시확대로 인한 대비책 마련, 야간자율학습 후 교통 안전문제, 기숙사 시설 개선, 진로지도의 다양화 등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김영화 교장 선생님은 적극적으로 학교 경영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우리 학생들의 미래 교육을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협력해가며 책임지고, 소통하기 위한 자리로, 본교는 앞으로도 자주 이런 기회를 마련해 학부모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당면한 문제점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