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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는 사람에게 귀중한 도움을 주는 책이 출판됐다. 겨레의 영원한 스승인 도산 안창호의 사상과 행동을 새롭게 조명한 도산 안창호 평전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우선 저자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기로 한다. 현재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인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는 20대 청년으로부터 80대 원로에 이르기까지의 60여 년을 우리나라의 근·현대사 연구에 전념하는 가운데 일제의 침략과 식민지배에 맞선 독립운동 연구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다. 그 결과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책을 출판했는데, 이 책은 62번째에 해당한다. 그러면 이 책의 주지는 무엇인가? 도산에 대해 일반인이 가진 통념은 그가 ‘개량주의적 민족개조론자’라는 것이다. 낡은 인습에 젖어있고, 게으르며 부정직하고 불결한 생활에 찌든 우리 민족이 꾸준한 수양을 거쳐 인격자로 거듭나야 하고 전 민족적 ‘인격혁명’을 통해 새로운 민족으로 태어날 때 독립이 가능하다는 사상을 그가 제시했다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있다. 신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통념은 이광수의 도산 안창호와 주요한의 안도산 전서에 의해 형성됐다. 이광수와 주요한 모두 도산을 자신들의 스승으로 모시고 아주 가까이에서 관찰했으며 열렬히 지지했던 만큼, 그들이 전달한 도산의 이미지를 일반인은 당연히 그대로 받아들이게 됐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이 통념에 과감히 도전했다. 1차 자료를 중심으로 도산을 깊이 연구해 보니, 도산은 ‘민중의 힘으로 새로운 시민사회 근대체제를 확립하기 위한 신(新)민족 민주혁명’을 선창하고 ‘민족해방 독립 전선의 최선두에서 지도한 민족독립혁명가’였다는 것이다. 이 새로운 해석이 기존의 도산 연구와 구별되는 이 책의 학문적 업적이라고 하겠다.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도산이 ‘꾸준한 수양을 통한 인격혁명’을 경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도산은 언제나 인간수양을 강조했으며 스스로 모범을 보여 만나는 사람 모두를 감화시켰다. 이 사실은 특히 교육자에게 큰 의미를 갖는다. 서평자도 그러하지만, 사람은 자칫하면 잘못을 저지르게 되는데, 학생을 가르치면서 학생에게 모범이 돼야 하는 교육자는 그러한 과오를 피하기 위해 남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도산의 가르침은 우리가 늘 명심하고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교육계가 특히 주목하게 되는 부분은 도산이 ‘교육의 평등’을 제창했다는 사실이다. ‘교육의 평등’이라고 하면, ‘정치에서의 균등’, ‘경제에서의 균등’, ‘교육에서의 균등’을 묶어 삼균주의를 제창한 조소앙 선생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도산이 ‘교육에서의 평등’을 제창한 사실을 신 교수는 상기시켰다. 우리는 공교육과 사교육 문제 모두에서 여러 형태와 성격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문제는 계층 사이의 위화감 문제로까지 확대된 지 오래됐다. 도산의 ‘교육평등론’으로부터 우리는 국가가 공교육이 충실해지도록 철저히 뒷받침해야 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2030 세대 교사들이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어요.” 지난달 26일 전북교총 2030 청년위원회가 출범했다. 전북 지역 20~30대 교원 18명이 청년위원으로 이름으로 올렸고, 위원장에는 박지웅 전북 안천초 교사가 선임됐다. 부위원장은 최한나 전북 한솔초 교사와 송가은 전주우전중 교사가 맡았다. 유선으로 만난 이들은 거창한 목표나 포부보다는 2030 교원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소통하고 더 많은 교사가 교류할 수 있는 ‘판’을 깔고 싶다고 전했다. 이들은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크게 세 분과로 나눴다. 홍보와 연수, 설문이 그것. 교직 생활에 필요한 정보는 알리고, 수업 경험과 노하우는 나누고, 학교 현장의 이야기에 더욱 귀 기울이겠다는 의미다. 박지웅 위원장은 “2030 교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현장 중심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교총에서 교원 관련 정책을 내놓고, 교권 보호 활동을 해도 정작 선생님들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정책, 교권 활동은 홍보 활동 안에 녹아들 수 있어요. 누구나 쉽게 정책, 교권 관련 정보와 이슈를 이해하고 공유하도록 카드 뉴스를 제작하려고 합니다. 다양한 학교 이야기도 영상 콘텐츠로 담아낼 계획이에요. 학교급과 담당하는 교과에 따라 교사들의 일상이 다르더군요. 서로 다른 교실 문화를 접하고 이해할 수 있게 돕고 싶습니다.” 2030 교원들의 특성을 고려해 연수 활동도 강화한다. 교사로서 성장하고 개인 역량도 키우길 바라는 젊은 세대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위원회는 한 달에 한 번, 수업 워크숍을 진행하고 방학 때는 1박 2일 워크숍을 계획 중이다. 학기 중에는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놀이나 활동 등을 중심으로 내용을 구성한다. 1박 2일 워크숍에서는 자기만의 수업 콘텐츠를 가진 교사들을 강사로 초청해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한나 부위원장은 “개인의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세대의 니즈를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연수 분야를 담당하고 있어요. 선생님들과 함께 할 시간을 만들어서 더 나은 수업을 할 수 있게 교류하려고 합니다. 개인의 성장을 돕고 소통하다 보면, 청년위원회의 외연도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2030 교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적어도 두 달에 한 번은 현장 설문조사도 실시한다. 코로나 시대의 수업, 학교 현장의 고충, 젊은 교원들의 바람 등 주제를 정해 의견을 수렴, 분석하고 문제 해결과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송가은 부위원장은 “학교에도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젊은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역량을 키우도록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규 시절, 혼자서 교실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데 두려움이 있었어요. 함께 고민해줄 사람이 필요했죠. 교총 활동을 하면서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데, 도움을 청할 곳이 있다는 것에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그 마음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할 생각입니다. 젊은 교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힘을 모아 목소리를 내는 거죠.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나누면 가벼워집니다.” 교총에 대한 바람도 전했다. 박지웅 위원장은 “교총의 눈높이를 조금 낮추고 젊은 교원들이 참여할 기회를 다양하게 마련했으면 좋겠다”면서 “2030 교사들이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교육신문 이상미 기자] 한국교총이 지방공무원과의 형평성 문제 해소를 위해 교원 등 국가공무원의 육아시간 사용기준을 ‘월(月)’ 단위에서 ‘일(日)’ 단위 계산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교총은 14일 “올해 1월 ‘지방공무원 복무에 관한 예규(행정안전부 예규 제138호)’가 제정되면서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 간 육아시간 사용 기준이 달라졌다”며 “교원 등 국가공무원도 지방공무원과 같이 육아시간 사용기준을 ‘월 단위’에서 ‘일 단위’로 계산할 수 있도록 변경해달라”고 인사혁신처에 건의했다. 정부는 2018년 7월부터 만 5세 미만(생후 72개월 이전까지)의 유아를 둔 공무원에게 최대 24개월 범위에서 1일 2시간의 육아시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국가공무원 복무·징계에 관련 예규’(인사혁신처 예규 제54호)에는 ‘24개월은 월 단위 산정’이라고 규정되어 있는 반면, 새로 제정된 ‘지방공무원 복무에 관한 예규’(행정안전부 예규 제138호)에는 ‘월 단위 이상 연속해서 사용하지 않은 경우는 사용 일수를 합산해 20일마다 1개월을 사용한 것으로 계산함’이라고 명시돼 있어 논란이 됐다. 두 예규를 사례에 적용하면, 국가공무원은 육아시간 ‘월 단위’로 계산해 1달에 1일만 사용해도 1개월을 사용한 것으로 보지만, 지방공무원은 ‘일 단위’로 1달에 5일씩 4개월(총 20일)을 사용하면 실제 육아시간은 1개월만 사용한 것으로 계산된다. 교총은 “학교는 국가공무원인 교원과 지방공무원인 학교행정실 직원 등이 함께 근무해 육아시간 사용상 기준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며 “국가공무원은 사실상 5세 미만 자녀 양육기간 중 육아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제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출산 시대에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도입된 육아시간제도의 정착,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가공무원도 지방공무원과 동일하게 ‘일’ 단위 계산 방식으로 변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육신문 김명교 기자] 원격수업을 준비하면서 저작권과 관련한 고충을 겪는 교사가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저작권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저작권법과 관련 제도가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하지만 교사들의 고충은 다른 데 있었다. 문무상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교육저작권지원센터 연구위원은 “학교 수업을 위한 저작물 이용이 허용됨에도 교사들이 부담을 느끼는 이유는 학교 수업을 위한 저작물의 허용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저작물이 포함된 수업자료의 활용에 한계가 있다는 데서 이유를 찾았다. 제27차 교원정책포럼이 지난 10일 유튜브 샘TV에서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한국교총(회장 하윤수·전 부산교대 총장)과 한국교원교육학회(학회장 전제상), 한국교육학술정보원(원장 박혜자)이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은 ‘초·중등학교 교원의 교육활동에서 초상권 및 지적 재산권, 개인정보 보호 등에 대한 실태 및 대책’을 주제로 열렸다. ‘학교 교육을 위한 저작권,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해 발표한 문무상 연구위원은 학교 현장의 저작권 고충 상담 내용을 바탕으로 교원들이 호소하는 실질적인 어려움을 설명했다. 교사들의 저작물 이용 사례를 살펴보면, 교과서 지문, 교과서 PDF 파일, 보도 사진, 영화 포스터, 영화 클립, 공익저작물 등을 수업에 활용했다. 교육저작권지원센터에서 초중등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저작물 이용 실태 조사 결과, 초등 담임교사의 경우 68%가 수업마다 사진 자료를 가장 많이 이용한다고 답했다. 원격수업을 할 때 음악, 미술 교사의 92%는 학기 내에 단편 동영상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 연구위원은 해석에 대한 논란이 분분한 저작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저작권법에는 ‘학교 또는 교육기관은 수업을 위해 공표된 저작물의 일부분을 복제·배포·공연·전시 또는 공중송신할 수 있다’ ‘부득이한 경우에는 전부 복제 등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저작물의 일부분’과 ‘부득이한 경우’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문 연구위원은 “저작물의 전부 허용 및 일부 허용 범위 기준을 상세화하고, 동일 수업을 위한 교사 간의 수업자료 공유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저작권법과 제도를 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발표자인 김법연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박사는 ‘온라인 수업에서의 교원의 초상권 및 개인정보권 침해 이슈와 쟁점’에 대해 짚었다. 온라인 수업으로 인한 교사의 권리침해 문제는 크게 네 가지로 나타났다. ▲온라인 수업 화면상의 교사의 모습을 캡처해 유포하는 교사의 개인정보권(프라이버시권), 초상권 침해 ▲강의자료나 수업 동영상을 저장, 복제해 공유·유포하는 교사의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침해 ▲캡처한 화면 등으로 모욕 또는 성희롱 등 교사의 명예훼손, 인격권 침해 ▲학부모가 수업내용을 보고 평가하는 교사의 교권 및 수업권 침해가 대표적이다. 김법연 박사는 “온라인 수업에서 발생하는 교원의 초상권 및 프라이버시권 침해 문제는 침해 내용과 범위를 해당 교원이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했다. 또 가해 학생들에 대한 법적 책임 부과의 한계, 프라이버시 보호 관련 교육의 부재와 실시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박사는 “교원의 권익침해행위에 대한 정책적인 고려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교원지위향상법상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대한 부분도 재구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도 학교와 교사가 처한 현실에 맞게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토론자로 참여한 박정현 한국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인천 만수북중 교사)은 “온라인 수업 환경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교권 침해 사안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교권 침해 사안이 발생했을 때 처리하는 매뉴얼이나 대응 지침은 마련돼 있지만, 신종 사안이 생겼을 때 대응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제도와 규칙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점도 지적했다. 박정현 부소장은 “온라인 교육 상황에서 발생하는 교권 침해 사례에 대한 현실적인 대응과 이를 뒷받침하는 법률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황준성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도 “온라인 수업 확대 시대에 저작권법 등은 교원의 교육권은 물론 학생들의 교육권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교육제도 법률주의’ 정신에 따라 주된 내용이 법률에 규정돼야 함은 물론 세부적인 것들도 최소한 법규명령에 규정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시민단체들이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을 사자명예훼손과 공문서위변조 등으로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제자 성추행 혐의를 벗었음에도 도교육청의 강압적 조사로 인해 지난 2017년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고(故) 송경진 교사에 대해 ‘성추행 사실이 면제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고인의 경력증명서에 허위사실을 기재했다는 이유에서다. ‘고 송경진 교사 사망사건 진상규명위원회’(사무총장 한효관, 이하 송진위)외 30여개 단체는 14일 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사진)을 열고 “도교육청은 고인의 경령증명서 허위사실 기재에 대해 수정 의사를 밝힌 뒤 이행하지 않았고, 근무기간과 경력사항을 임의로 변경하기도 했다”며 “고인이 교원소청심사위원회로부터 직위해제 처분 취소 판결을 받은 직후에도 지속적으로 고인을 성추행범으로 낙인찍는 발언을 했다”고 고발 의사를 밝혔다. 도교육청은 지난달 18일 고인의 경력증명서의 징계란에 소멸시한이 지난 ‘직위해제’를 삭제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즉시 말소 등 시정조치를 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해명과 다르게 한 달 가까이 지적사항을 수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그 사이 고인의 경력증명서 내 근무기간과 경력사항의 날짜는 수시로 바뀐 사실(아래 사진 참조)이 추가로 확인됐다. 한효관 송진위 사무총장은 “3월 5일, 3월 18일, 4월 6일, 4월 12일 네 차례 경력증명서를 발급받은 결과 근무기간과 경력사항 내용 등이 달라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고인의 경력증명서 내용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유족들은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다. 만일 도교육청이 의도성을 갖고 수정한 것이라면 공문서위변조 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게 법조인들의 관측이다. 직무유기, 직권남용, 위증, 증거인멸, 유족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인이 지난달 25일 교원소청심사위로부터 직위해제 처분 취소 판결을 받은 이후 도교육청은 입장표명을 통해 ‘고인의 제자 성추행 사실 자체가 면제된 것은 아니라’는 식의 해명을 한 부분도 사자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는 게 송진위 등의 계획이다. 한 사무총장은 “진심어린 사과나 재발방지대책은커녕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을 이어가는 등 더 이상 정상적 소통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돼 부득이 법적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송진위는 ‘볼펜 끝으로 닿기만 해도 성추행’이라는 도교육청의 기준 대로라면 김 교육감도 성추행에 해당될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김 교육감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김 교육감이 그동안 어린 여학생과 볼을 맞대고 악수하는 등의 모습이 담겼다. 이에 대해 정영수 도교육청 대변인은 “경력증명서 기록 변경 문제는 교원인사시스템에 오류가 있었을 뿐 임의로 변경한 것은 아니다”라며 “소청심사위가 송 교사의 제자성추행 여부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판단한 것은 아니라고 밝힌 공식입장이 왜 사자명예훼손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해명했다.
경북 영천시 영천초등학교(교장 여은숙)는 2021년 4월 13일(화)부터 1~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총 10회기에 걸쳐 '원목교구 창의수업' 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놀이를 통해 여러 가지 상황이나 사물을 자연스럽게 인식함으로써 학생들이문제해결력과 사고력을 키워 학습에 대한 자신감과 학교적응력을 향상할 목적으로 구안되었다. 코로나 상황에 맞추어 학생 개인별 원목교구를 사용하며 다양한 모양을 맞춰보는 도형 퍼즐, 미로 찾기 등 20여 가지의 원목교구를 활용하여 진행한다.교구 조작을 통해 도형과 공간 개념을놀이처럼 재미있게인식하고 수학에 대한 흥미를 높여 창의력을 향상하고 또래 관계 향상 및 의사소통기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된다. 여은숙 교장은 “원목교구 창의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다채로운 아이디어와 생각들을 다양하게 표출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상상력을 극대화하고 친구들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창의성 체험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박광일 여행작가·(주)여행이야기] 화창한 날씨에 울긋불긋 꽃 피는 봄이 오니 생각나는 시가 있다.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다. 시인이 느꼈을 나라를 잃은 상실감에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코로나19로 사람들과 더불어 다닐 수 없는 현실에 그 시가 생각난다. 사실 나라를 잃는 것, 태어났는데 나라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을 경험하지 못한 우리는 상상으로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 시대 역사를 알기 위해 책을 보고, 그 시대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로 답사를 간다. 벌써 광복을 맞이한 지 두 세대가 지났지만 그 시기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다. 덕수궁 북쪽, 경희궁 서쪽의 공간 역시 그런 곳 가운데 하나다. 대형 병원이 있고 최근 새로 지은 아파트가 즐비한 곳이지만 옛 도심의 경계를 알려주는 한양도성도 지나간다. 조선 시대라면 성 밖 마을일 것이다. 행정구역으로는 종로구 평동과 행촌동으로 나뉘지만 하나의 길로 이어져 있고 서로 거리도 멀지 않다. 5분이면 걸어갈 거리에 담긴 역사의 깊이는 만만치 않다. 대한제국 멸망이라는 전대미문의 비극 속에서도 선조들은 좌절하지 않았으며 희망을 놓지 않았다. 결국 그 힘은 3·1운동으로 이어졌고 ‘대한민국임시정부’는 민주와 공화의 기치를 높였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은 이런 역사에 기대고 있다. 대한제국(大韓帝國)에서 대한민국(大韓民國)으로 가는 역사, 신민(臣民)에서 시민(市民)으로 탄생하는 역사를 만나는 길이다. 몇 곳으로 나뉜 장소를 모으면 그 역사를 잇는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 경교장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역사를 살필 수 있는 곳은 국내에 거의 없다. 유적이 없음에 안타까워하지만 생각해보면 ‘임시정부’는 우리나라 안에 없는 것이 맞다. 대신 임시정부 요인들의 흔적이 나라 곳곳에 남아 있다. 대표로 꼽을 수 있는 곳이 동작동의 국립묘지 안에 있는 ‘임시정부 요인 묘역’과 효창공원 일대의 묘역이다. 그러므로 임시정부의 흔적은 유적과 유물이 아닌 거기에 몸담았던 애국지사의 흔적을 찾는 것이 우선이 된다. 드물지만, 임시정부의 역사가 남아 있는 공간이 서울에 있다. 바로 경교장이다. 경교장은 김구 선생이 머물렀던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김구 선생이 임시정부의 주석이었으니 선생이 머물던 공간은 사적인 영역이기보다 임시정부의 청사와 같은 역할을 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즉 김구 선생이 머물던 곳이며, 동시에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다. 1945년 말, 두 차례에 걸쳐 귀국한 임시정부 요인은 경교장에서 국무회의를 갖기도 했다. 당시 임시정부의 구미위원장이던 이승만 전 대통령도 참여한 회의였다. 또 1945년 12월, 모스크바 3상 회의에서 결정한 신탁통치에 대해 임시정부 국무위원과 각 단체 대표들이 반대 운동을 하기로 결정한 곳도 경교장이다. 미소공동위원회가 결렬된 후 남북협상을 갖고자 할 때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던 곳도 이곳이다. 경교장은 강북삼성병원 안에 있다. 이 모습에서 짐작할 수 있듯 조금 복잡한 내력을 가지고 있다. 건물을 지은 이는 금광으로 부를 이룬 친일파 최창학이다. 1938년 처음 지었을 때 건물 이름은 죽첨장이었는데 호화로움으로 서울 시내에 소문이 났다고 한다. 샹들리에는 물론 당시에 드물었던 냉난방시설을 갖춘 건물이었다. 그러나 광복이 되자 위기감을 느낀 최창학은 임시정부를 위해 건물을 내놓았고 그 과정에서 이름도 경교장으로 바꾸었다. ‘죽첨’이란 이름은 1884년 당시 일본 공사 다케조에의 한자 이름으로 이 일대에 그가 살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대신 근처에 있던 다리인 ‘경구교’에서 이름을 따 경교장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김구 선생 서거 후 경교장은 대사관 건물, 병원 건물로 쓰이다가 최근 임시정부 요인이 드나들 때 모습으로 복원됐다. 또 지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김구 선생에 대한 내용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관으로 꾸며 놓아서 작은 공간이지만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역사의 단면을 살펴볼 수 있다. 비밀에 싸여있던 집 ‘딜쿠샤’ 이야기 최근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곳이 있다. 바로 종로구 행촌동에 있는 딜쿠샤다. 몇 년 동안의 공사를 끝내고 기념관으로 개관했다. 잘 지은 서양식 2층 건물인 딜쿠샤가 세상에 처음 알려졌을 때는 의문투성이였다. 근처에 베델의 집이 있어 ‘대한매일신보’ 사옥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집 앞에 쌓아둔 물건을 치우니 ‘1923’과 ‘DILKUSHA’란 글자가 새겨진 머릿돌이 나왔다. 대한매일신보사는 1910년, 매일신보사로 이름을 바꿨으니 신문사와는 관련이 없고 딜쿠샤는 영어로 해석이 되지 않는 낱말이었다. 비밀에 싸여있던 이 집의 내력이 밝혀진 것은 2006년이다. 이 집에서 살았다고 주장하는 미국 사람, 브루스 테일러가 등장한 것이다. 이 집은 자신의 아버지인 ‘앨버트 테일러’가 지었으며 집 이름은 어머니가 힌두어의 ‘이상향’을 뜻하는 딜쿠샤로 지었다고 한 것이다. 브루스 테일러가 이 집을 찾는 과정은 어려웠다. 처음 브루스 테일러는 자신의 집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했다. 단지 자신의 집 근처에 임진왜란 당시 명장의 집터가 있었다는 정도다. 이런 이야기를 전해 들은 한국 사람들은 ‘임진왜란 당시 장군’이란 말에 충무로 일대를 헤맸다. 임진왜란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이순신 장군이 아닌가. 하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어 고심하던 차에 권율 장군이 떠올랐다고 한다. 권율 장군의 집터와 딜쿠샤는 서로 붙어있다고 할 정도로 가깝다. 그렇게 해서 이 집을 찾아냈다. 이 집의 주인인(정확히는 몇 년 뒤에 지었다) 앨버트 테일러는 금광을 개발하는 일을 했는데 미국 통신사 특파원도 겸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3·1운동이 일어났고 아들의 출산으로 부인이 세브란스에 입원했을 때 우연히 3·1독립선언서를 입수한 것이다. 아들 브루스 테일러의 생년월일이 1919년 2월 28일인데, 당일 갑작스럽게 누군가 종이 뭉치를 산모의 침대 아래 숨기고는 사라진 것이다. 아마도 세브란스 의전을 비롯해 서울의 여러 학교 학생들이 독립선언서를 배포하고 있었는데 그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독립선언서를 확인한 앨버트 테일러는 이 소식을 외국에 알려야겠다고 결심했고 자신의 동생을 통해 일본으로 보내 세계에 널리 알렸다. 당시 3·1운동은 파리강화회의에 한국 대표로 간 김규식에게 알려져야 하는 것도 중요했다는 점에서, 외국인 언론인의 이러한 활동은 큰 의미가 있었다. 한국 독립운동에 우호적이었던 앨버트 테일러는 4월 15일 수원, 지금의 화성에서 일어난 제암리에서 만세운동을 벌이던 천도교, 기독교 교인을 일본 군인이 학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진상을 조사한 뒤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이런 활동 뒤 1923년 지금의 딜쿠샤를 짓고 살았던 것이다. 하지만 앨버트 테일러 가족은 1942년,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외국인을 추방할 때 쫓겨났다. 일본의 추방령을 거부하다가 서대문형무소에 갇히기도 했던 앨버트 테일러는 결국 미국으로 돌아갔고 1948년, 캘리포니아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딜쿠샤의 내력도 기억 속에서 사라진 것이다. 그는 죽음에 이르러 자신의 유해를 한국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했고 양화진에 무덤이 만들어졌다. 외국인으로 한국의 독립운동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은 자신의 편안한 삶을 일정 부분 포기했다는 것이다. 무엇이 그들을 움직이게 했을까. 일제의 침탈 앞에 내몰린 한국의 처지에 공감한 그들의 시선은 많은 한국인에게 힘이 됐을 것이다. 우리의 시선은 한편으로 우리 안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우리의 공감과 연대가 필요한 곳에도 머물러야 할 것이다. 독립과 민주주의를 향한 역사는 더할 것이지 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새롭게 복원돼 역사전시관으로 개관한 딜쿠샤 3·1운동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인 앨버트 테일러가 서울에 짓고 살았던 집 ‘딜쿠샤’. 한동안 그 존재조차 모른 채 방치됐다가 드디어 지난 2월, 그 원형을 복원해 역사전시관으로 개관했다. 현재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사이트에서 사전예약 후 자유롭게 관람 가능하다. 월 단위로 신청예약을 받고 있으며, 익월 예약은 당월 7일 전 오전 10시에 오픈된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연일 예약 마감이라고 하니, 관람을 원하는 경우 미리미리 예약하면 좋다. *예약하기: https://yeyak.seoul.go.kr (공공서비스예약-문화체험-전시관람-딜쿠샤 예약)
[송수연 경기 시흥 은행고 교사·정동완 경남 김해고 교사] 이상(異常)하고, 또 이상(理想)한 학교의 평가는 세 가지 특징 있다. 첫째, 평가관의 패러다임을 달리한다. 모든 학생들이 성취기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신념을 전제하고, 줄 세우기를 위한 평가가 아닌, 학생이 성취한 바를 판단하는 평가를 지향한다. 둘째, ‘과정 중심 평가’로 이뤄지며 셋째, 학생의 성장을 중시한다. 학습에 대한 평가뿐만 아니라, 학습을 위한 평가, 학습으로서의 평가를 중시하는 것이다. 팬데믹은 ‘평가’에도 혼란을 줬다. 안전과 위생이 우선이었고, ‘당장 살아남기’라는 강력한 테제가 ‘미래의 삶을 위한 교육 평가’의 바람을 잠시 덮어버렸다. 그래서 평가가 다시 변했다. 앞으로? 아니 뒤로 갈 수밖에 없었다. 실시간 쌍방향 플랫폼의 불안정성, 시스템에 대한 불신, 원격수업과 대면수업의 괴리 등은 ‘과정중심평가’를 어렵게 했다. 지침은 유연화될 필요가 있었으나, 그 대응이 늦었다. 당장 내일 등교해야 하건만, 일요일에 갑자기 등교 중지조치가 내려질 때도 있었으니, 학교와 교사 입장에서는 질 좋은 평가 운영이 쉽지 않았다. 지난해 대부분의 학교가 대면 수업 때 몰아서 시행한 ‘수행평가’가 그 증거다. 학생들은 몇 안 되는 등교일 내내 수행평가를 치렀다. 실시간 수업 중에는 지침상 가능했지만, ‘공정성’이 문제 돼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원격수업으로는 학생의 수행 과정을 제대로 관찰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때문에, 많은 학교가 올해 ‘지필평가’의 비율을 높이고, 강의식 수업량을 늘렸다. 활동 수업과 과정중심평가를 밀도 있게 시행하기 어렵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뒤로 가기’만 해서는 안 된다. 전염병의 현실을 핑계로 관습처럼 여겨왔던 근대식 교육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시대 역행적인 사고다. 대한민국 어딘가에 존재하는 이상(理想)한 학교는 이러한 절호의 찬스를 놓치지 않는다. 이상한 학교의 이상(理想)한 평가는 확장된 교육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공동으로 작업할 수 있는 온라인 프리젠테이션을 활성화해, 학생들이 모둠 발표 자료를 함께 작업한다. 교사는 실시간으로 학생들의 활동을 직접 관찰하며 메모를 남겨 피드백을 전한다. 퀴즐렛, 팅커벨 등 다양한 퀴즈 도구를 활용해 실시한 진단 평가를 바탕으로, 교사는 학생 개개인의 발달상황에 맞는 개별화 학습 과제를 제시한다. 클래스룸 과제함에는 학생들이 작성하고 제출한 과제들이 실시간으로 쌓이고, 교사는 시간 내 제출된 과제를 확인하고 첨삭과 피드백을 시행한다. 수업 중 제시된 ‘전염병의 역사’,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소외된 약자 이야기’, ‘앞으로의 시대, 가장 필요한 과학 기술’, ‘백신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실생활에 밀착된 주제들의 자료를 읽고, 소회의실에서 모둠 토론을 진행한다. 토론의 내용은 수업 후반 20분 동안, 온라인 논술 평가와 연계한다. 교사가 제작한 수업 영상을 시청한 학생들은 실시간 댓글로 오늘의 배움을 직접 정리한다. 교사는 학생들이 댓글에 대한 대댓글을 달아주며, 각자의 공간에서 함께 공부한 오늘을 독려한다. 이처럼 이상한 평가는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학생의 삶과 배움, 그 성장을 응원하는 도구로서 기능한다. 코로나19는 모든 분야에 있어, 카프카적인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45분의 수업과 10분의 쉬는 시간, 9시 등교와 4시 하교와 같이 루틴화된 산업화 시대의 학교는 불안정한 이 시대와 맞지 않는다. 지식이 아닌 지혜가, 가르침이 아닌 배움이, 선발이 아닌 성장이 중요한 예측 불가의 시대라면, 이상(理想)한 학교를 이상(異常)하게 여길 것이 아니라 지향하고 따라야 할 롤모델로 여겨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교육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교육자들은 점잖다. 속마음을 잘 보이지 않는다. 마음에는 안 드는 일도 속으로 삭이며 참곤 한다. 교권 사건의 증가로 이러한 경향성은 더 강해졌다. 코로나19 위기에서도 ‘교사 패싱’을 참아내며 묵묵히 교단을 지켜왔다. LH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투기 근절에 대한 사회적 의지와 방향에도 공감했다. 많은 교육자가 위법, 부정한 방법을 통해 재산을 형성한 공직자는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 그러나 정부가 현재 23만 명인 재산등록 대상을 교원·공무원 150만 명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에는 분노가 화산처럼 폭발했다. 무엇이 이처럼 선생님을 화나게 하는가? 정부의 책임 전가에 분노 무엇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실패를 모든 교원과 공무원의 책임으로 전가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촘촘하지 못한 부동산 투기 예방과 적발 시스템, 이를 악용한 일부의 도덕적 해이와 범죄 행위다. 그런데 정부는 국민 분노의 화살을 전체 교원과 공무원에게 돌리는 가장 손쉬운 방법을 선택했다. 부동산 투기는커녕 개발정보와 무관하거나 땅 한 평도 없는 선생님과 공무원이 대다수다. 그나마 가진 재산도 세금을 착실하게 내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정당하게 장만한 것이다. 죄를 지으면 엄하게 벌하면 된다. 그런데 집 한 채는커녕 원룸 전세금도 마련하기 어려운, 갓 입직한 교사와 공무원을 포함한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치부하는 데 화가 치민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교원과 공무원도 아닌 배우자와 존·비속 또한 모두 등록대상이라는 점이다. 사회지도층도 아닌 일반 국민이 단지 교원과 공무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왜 재산을 등록해야 하는가? 인사혁신처는 7일,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재산등록이지 공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등록만 하고 공개는 하지 않으니까 혼용·오해하지 말라는 것이다. 또 150만 명이 아니라 이미 등록하고 있는 23만 명은 제외해야 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교총의 청원 서명운동의 본질을 비껴가는 주장일 뿐이다. 핵심은 부동산 정책실패 책임을 전체 교원과 공무원에게 전가하지 말라는 것이다. 또한, 재산 등록과정에서 타인이 알게 됨은 물론, 자료 수합 등 등록 준비 과정에서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의 재산명세를 가족끼리 알게 되는 것을 생각할 때 사실상 공개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재산등록뿐만 아니라 재산공개 자체도 당연히 반대한다는 취지가 청원 서명지에 담겨있다. 잘못 바로잡는 건 ‘행동’ 말이 없다고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다. 많은 학생을 교육하고 학부모들을 접하다 보면 내 주장보다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습관화된다. 그러다 보면 화가 나는 일에도 둔감하고 참게 된다.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하겠지’라는 소극적 마음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번만은 달라야 한다. 화도 내야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달 30일까지 진행되는 교총의 청원 운동에 동참하면 된다. 전국 교육자의 단결된 의지와 힘을 보여주고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막아내자. 최악의 태도는 무관심이다. 실천 없는 분노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교육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안전성 논란으로 본격 시작 하루 전날인 7일 저녁 전격 연기됐다. 불안감을 안고 백신 접종에 나섰던 교원들은 우선 안도 했지만, 수업 결손 및 업무 공백을 막기 위해 학사 일정을 바꿔 백신 접종 일정을 잡았던 학교들은 다시 재조정 하느라 혼란스러웠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단장 정은경, 이하 추진단)은 7일 “유럽의약품청(EMA) 총회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과 혈전 발생 간 연관성 검토를 진행 중임에 따라 그 결과를 확인하고 추진하기 위해 8일부터 시행될 특수·보건교사 및 어린이집 간호인력 등에 대한 코로나19 예방접종 시기를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연기된 교육 분야 백신 접종 대상은 총 6만4000명으로 전국 특수·보건특수학교 종사자와 보건교사 등 4만9000명, 어린이집 간호인력 등 1만5000명이다. 126명의 특수학교 교직원이 8일 접종 예정이었던 전남 순천선혜학교는 7일 저녁 속보로 백신 접종 연기 소식을 접했다. 회의 끝에 조정했던 학사일정은 되돌리기로 결정했다. 8일 아침에는 더욱 분주했다. 학사 일정이 재조정되는 만큼 학부모 안내장을 새로 만들고, 문자로 통보했으며, 담임교사가 별도로 전화 안내하기도 했다. 당초 이 학교는 백신 접종이 화, 목요일만 가능하다는 보건소에 답변에 따라 수업일과 재량휴업일을 조정했다. 오후 3시50분에 종료되는 목요일과 1시30분에 끝나는 수요일 수업을 바꿔 수업 결손 없이 일괄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한 것. 또 4월 30일로 예정돼 있던 재량휴업일을 9일 금요일로 조정해 혹시 모를 백신 이상 반응에도 수업결손 없이 대응할 수 있도록 대비했다. 그렇지만 언론 속보로 전해진 ‘연기’라는 두 단어로 모든 것이 재조정돼야 했다. 옥윤옥 순천선혜학교 교장은 “학교는 학사일정을 조정해야 때문에 접종 연기 등 변동사항이 생기면 어려움 크다”면서 “특히 특수학교 학생들은 담임교사와 관계 형성이 중요해 교사가 바뀌면 생활지도가 어렵고 돌발 상황이 생기기 쉬워 126명 전체 일괄 접종을 추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다음 주 접종이 시작된다면 다시 학사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잠정 연기됐지만, 학교에서 처음으로 백신 접종을 준비했던 만큼 보완해야 할 문제들도 드러났다. 특히 학교 특성은 고려되지 않은 채 보건소 일정에 맞춰야 하는 접종 방식은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특수학교 교장은 “금요일에 일괄 백신 접종을 하고 주말에 이상 반응을 체크해 수업결손 없이 진행하려고 보건소와 협의해봤지만 불가능했다”면서 “수업을 하지 않을 수도, 업무를 비우기도 어려운 학교의 특성을 방역당국이 고려해 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학교 업무 공백 부담을 덜어주는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현주 서울인창중 보건교사는 “초·중·고가 함께 있는 학교 특성을 살려 백신 접종일과 이상 반응에 따른 병가까지 포함해 초·중·고 보건교사가 서로 일정을 달리 잡고, 중학교 보건교사 접종 시 고교 보건교사가 중학교까지 챙기는 식으로 업무 공백 없이 접종을 하기로 했었다”고 설명했다. 김 교사는 “하지만 대체로 보건교사가 1명뿐인 학교에서는 대체자를 지정하더라도 이상 반응 시 병가를 내고 자리 비우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어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에 재개 대해 질병관리청은 8일 입장을 내고 “유럽의약품청(EMA)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일부 특이 혈전 발생의 인과성에 대한 검토결과를 발표, 백신 접종 이익이 위험을 상회하므로 접종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면서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이 국내외 동향 및 이상반응 발생 현황 등을 면밀히 검토해 주말 중 일부 보류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의 재개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질병관리청의 판단에 따라 백신 접종이 순연된 것”이라며 “시행 시기나 구체적 일정은 방역당국이 결정하겠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 재개를 결정하면 다음 중으로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9일 접종 예정이었던 서울의 한 초등학교 보건교사는 “아스트라제네카(AZ) 부작용이 많이 걱정됐지만 아픈 아이들을 담당하는 보건교사로서의 책임감으로 접종을 받기로 결정했던 것”이라며 “문제가 불거진 만큼 안전성이 확인된 후 접종을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도 “접종 연기는 국가가 백신 신뢰나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백신을 맞으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안전성 검증 등을 통해 교원들의 불안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코로나 블루(corona blue)’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심리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많은 사람이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2021)의 2019년, 2020년 비교 자료에 의하면 호흡기 감염 환자는 급격히 줄었지만, 코로나 블루인 우울 장애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블루 현상은 교사들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우울증이 발병하는 데는 질병과 장애 같은 신체적, 생물학적 원인에서부터 외로움, 상실에 의한 슬픔, 트라우마, 실연과 같은 심리적 요인이 있다. 심리적 요인 중 인간관계의 실패, 과도한 업무, 실직 등은 사회 심리학에 속하기도 한다. 심리학에서는 우울증의 원인을 여러 가지로 분석한다. 정신분석에서는 상실로 인한 분노를 원인으로 보고, 행동주의에선 긍정적 강화의 약화,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왜곡된 사고 때문이라고 한다. 또 긍정심리학에서는 무기력 학습에 의해 우울증이 유발된다고 본다. 이렇게 심리학에서는 발병 원인뿐만 아니라 증상, 치료법까지 접근 방법에 따라 각각 제시한다. 공통점이 있다면 우울증 증상자들은 비관적이라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는 대부분 심리적 증상자들 역시 자신과 세상, 그리고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사고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무기력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기대하고 시도하고, 극복하려고 노력하지만, 약속대로 뜻대로 되지 않고 성과나 변화가 보이지 않다 보니 무기력이 학습된 것이다. 무기력 학습은 긍정심리학 창시자 마틴 셀리그만이 발견한 이론이다. 셀리그만은 개들에게 전기충격을 가했을 때, 도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경험한 개의 70%가 점차 수동적으로 변해 결국, 역경에 맞서는 것을 포기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무기력을 학습한 것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도 똑같은 결과가 나왔다. 무기력을 학습했다는 것은 심리적 지배력을 상실한 것이다. 심리적 지배는 무기력 학습의 반대이기 때문이다. 무기력을 학습했을 때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심리적 증상은 비관성이다. 비관적인 설명 양식을 가진 것이다. 본지 3월 8일 자 참조 무기력을 예방하고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비관적인 설명 양식을 낙관적인 설명 양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설명 양식에는 개인적 차원, 영속적 차원, 만연성 차원 세 가지가 있다. 비관적인 설명 양식을 가진 사람은 나쁜 일의 원인을 외부나 다른 사람을 탓하기보다 내부나 내 탓으로 돌린다. 가끔,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향상, 영속적으로 일어난다고 인식하고, 부분이나 일부가 아닌 전부나 전체로 보는 경향이 있다. 개인 차원의 비관적인 설명 양식을 가진 사람들의 예를 보자. 이들은 일이 잘못되거나 역경을 겪었을 때 “내가 잘했더라면 실패는 없었을 거야”와 같은 자책감과 죄책감, “역시 나는 그것을 감당할 능력이 안 돼”와 같은 무력감, “내 성격이 이 모양인데 뭘 하겠어”하며 체념한다. 물론 무조건적인 ‘내 탓’이 문제인 것처럼 무조건적인 ‘남 탓’도 위험하다, 중요한 건 습관적으로 모든 게 다 내 탓이라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다. 영속적이고 만연적, 비관적인 설명 양식을 가진 사람들도 일이 잘못되거나 역경을 겪었을 때 항상, 영속적이 아닌 가끔, 일시적으로, 전부, 전체가 아닌 부분, 일부로 설명 양식을 바꾸면 무기력과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다. 바로 이렇게.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직무 스트레스는 곧 해소될 것이고, 내 삶의 일부야!”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일상화됐지만 교육 격차가 심화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 뿐 아니라 지역에서 소규모로 학생들을 맡아 지원하는 시스템이 확대돼야 한다.” 한국교총과 전국교육연합네트워크 등이 2일 경기도의회 대강당에서 공동개최한 ‘2021 콜로키움 사회적 돌봄 공동체 활성화 대안 마련(사진)’ 도중 이 같은 의견들이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발제를 맡은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전 총장)는 최근 원격수업 체제에서 방치 학생이 발생되고 학력 격차가 심해지는 문제를 사회적 시스템 미비로 진단했다. 미 등교 시 소규모 학생들을 안전하게 돌보며 원격교육, 삶의 기술, 진로 탐색 등을 지원할 수 있는 사회적 돌봄 시스템 구축이 이뤄지면 간극을 메울 수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원격교육 시스템을 설계할 때 각별히 유의하지 않으면 오히려 교육·사회적 불평등 심화로 이어지게 된다. 대면교육에서보다 더 섬세하게 학습 약자를 배려하고 투자해야 한다”며 “원격교육 상황에서 학교가 모두 챙길 수 없다. 국가, 교육청, 학교, 학부모만이 아니라 지방정부와 시민단체까지 나서 미래시민인 이들의 학습과 기본생활 습관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최근 활용되는 ‘블렌디드 러닝’보다 미래사회 교육으로의 진전을 위해 대면 중심 첨단 에듀테크 융합형 교육인 ‘스말로그(스마트+아날로그)’로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사회적 제도 개선 및 학교 밖의 협력 체제 구축이 필수임을 제시했다. 그는 “특수교육 대상자를 위한 방문 도우미 제도, 온라인 학습 약자들을 위한 학부모 근로시간 단축 허용, 지역사회 소규모 온라인 학습방 설치, 교육상품권을 통한 사교육 시설 도움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이성대 신안산대 교수는 현재의 초등돌봄에 대해 ‘수용’이라는 표현을 쓰며 그 한계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돌봄의 양과 질 향상을 위해 지역아동센터 중심으로의 돌봄 재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에서도 학교 중심 돌봄이 교육 본연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사회적 돌봄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임운영 한국교총 부회장 (경기 경일관광경영고 교사)은 “돌봄 대상이 학생일 뿐 그 성격은 복지와 보육임을 분명히 하고 이에 맞게 지역 특성과 여건에 따라 지역사회 돌봄으로 전격 확장되고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은 “서울 중구청, 부산 금정구청 등 지자체 관리 중심의 우수 사례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이 지역아동센터 등을 중심으로 돌봄 체계를 재편하고 비대면 수업에 대응하는 등 기초학력을 끌어올릴 지역 거점으로 역할 재정립 제시 고견에 적극 공감하고 지지한다”고 말했다.
봄비가 내립니다. 비는 초록 잎사귀와 분홍 꽃잎 사이로 보드랍게 흘러듭니다. 꽃잎들이 아스팔트에 무수히 하얀 점을 만들어냅니다. 그 점들은 서로 이리저리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합니다. 물줄기를 따라 흐르는 꽃잎들이 몽환적인 장면을 연출합니다. 저 꽃잎을 따라가면 형산의 연화봉 아래 아름다운 팔선녀와 성진을 만나 꿈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춘삼월 백화는 만발하고 운무는 자욱한데, 봄 새 소리에 춘흥이 무르익고 물색이 발길을 멈추게 하니 팔선녀들로 자연 마음이 들뜨는지라, 돌다리에 걸터앉아 시냇물을 굽어보니...” 이런 풍경 속에서 선남선녀가 만났으니 어찌 춘심이 동하지 않았을지 읽으며 웃음이 절로 났습니다. 다리에 버티고 서서 길값을 받아내고자 하는 진상 손님과 복사꽃 한 가지를 꺾어 찬란히 빛나는 明珠(명주)로 변하게 하는 재주를 피우는 육관대사의 수제자 성진은 첫 만남부터가 달콤살벌합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조선판 로맨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당대 최고의 유학자가 쓴 소설로 유교와 불교, 도교의 사상이 융합된 상태를 이루고 있습니다. 인간의 부귀공명(富貴功名)이란 한낱 꿈에 지나지 않는다는 불교적 작품 주제가 나타나기는 하지만 유교적인 이상세계인 입신양명과 부귀영화가 이상적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김만중은 꿈과 같은 세계에서 영원한 생명과 행복을 누리며 어머니께 효도하고 싶었을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구운몽』은 서포 김만중이 2차 유배지인 평안북도 선천에서 지었다고 전해집니다. 그가 살았던 때는 서인과 남인의 치열한 당쟁으로 정치가 몹시 어지러운 시기였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병자호란 때 강화도에서 왜적에 맞서다 순절하였으며 어머니께서 피난을 나오시다 배 안에서 그를 낳아 유복자로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 이름이 배에서 태어났다는 의미인 船生(선생)이었습니다. 김만중의 어머니 윤씨는 남편을 잃고 남겨진 두 아들(만기, 만중)을 직접 가르쳤다고 합니다. 두 아들은 모두 대제학에 올랐으며, 효심이 지극하였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나 김만중은 여러 번 유배를 가서 어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습니다. 51세에 장희빈 문제를 거론하다 선천으로 유배 가게 됩니다. 그때 형 만기도 죽습니다. 유배지에서 어머니 윤씨의 생일에 즈음한 내용의 편지 한 구절이 『서포연보』 다음과 같이전합니다. 정묘년 ····· 9월 선천 유배지에 가다. ····· 부군은 이미 귀양지 이르러 윤부인의 생신을 맞이했다. 시를 지어 이렇게 말했다. “멀리 어머님께서 그리며 눈물을 흘리실 것을 생각하니, 하나는 죽어 이별이요 하나는 생이별이로다” 또 글을 지어 부쳐서 소일거리로 삼게 하였는데, 그 글의 요지는 ‘일체의 부귀영화가 모두 허망한 꿈이로다.’ 것이다. 또한 어머니의 마음을 넓혀 그 슬픔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다. 우수수 꽃비가 내리는 봄날에 꿈과 같은 소설을 읽었습니다. 조선 최고의 유학자 김만중은 외로운 유배지에서 아름답고 기이한 이야기를 지어 외로운 어머니의 마음을 위로하였을 것입니다. 그 마음이 봄꽃처럼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구운몽』, 김만중 지음, , 2001(3판), 범우사
‘3월 한 달이 일 년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 학생들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각각의 특성에 따라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초반 교육 활동이 중요하다는 걸 역설한다. 학생과의 래포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이때, 상담을 잘 활용하면 학생들이 새로운 환경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신학기 상담이 가지는 중요성에 대해 알아보자. 일 년을 좌우하는 상담 첫째, 학생들은 상담을 통해 교사에 대한 심리적 친밀감을 느끼게 되며 이는 교사와의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바탕이 된다. 상담은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서 눈을 바라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학기 초 상담은 교사의 태도가 중요하다. 교사는 학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에 수용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촉진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교사는 학생들과 진실한 대화를 나누면서 정서적인 지지를 해줘야 한다. 이를 통해 수용 가능한 행동에 대한 한계를 명확히 설정하되 진심으로 공감하고 학생들이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협조적인 관계를 맺는 데 도움이 된다. 둘째, 상담을 통해 학생들의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다. 학교 상담주간에 이뤄지는 상담은 학급의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예방적 상담에 해당한다. 상담의 목표를 문제의 예방과 조기 발견에 두고 이를 달성하려면 교사는 상담을 통해 학생에 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해 다각도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비대면 수업이 증가하면서 학생들의 심리적 어려움을 확인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선 신학기 상담을 통해 학생 정보를 최대한 많이 수집하는 게 더욱 중요해졌다. 학생이 겪고 있는 심리적 문제, 교우 관계, 학업 고민, 학교 폭력 피해 경험 등을 확인해야 한다.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 자살 시도 및 자해 경험이 있는지도 직접적으로 물어봐야 한다. 긍정적·수용적 태도 중요해 셋째, 학생 개개인의 장점을 발견하고 이에 적합한 진로 설계를 할 수 있다. 최근 자유학년제와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서 학생들의 진로 상담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진로 상담에서는 직업 세계를 이해하기 이전에 자신에 대한 이해부터 정확하게 이뤄져야 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장·단점을 확인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해 계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 과정은 직업 세계와 직무를 탐색, 이해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설계하는 토대가 된다. 성장 과정에서 발견되는 의미 있는 경험을 찾아 진로 선택의 실마리로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상담을 비롯한 생활지도는 교사가 해야 할 필수적인 역할이다. 신학기에 적응하느라 바쁘지만, 상담을 우선해야 하는 이유다. 신학기 상담이 가지는 중요성을 이해하고 학생, 학부모와 소통할 수 있는 상담 시간을 내실화해야 한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부산대와 부산교대 통합 업무협약(MOU) 체결과 관련, 전국의 예비·현직교사가 반대하고 나섰다. 부산교대 재학생 대부분이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는 설문내용도 공개됐다. 한국교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국교육대학생연합(교대련) 등은 7일 정부서울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구성원 합의 없는 졸속적인 부산교대와 부산대 MOU 체결에 반대한다. MOU 체결 계획을 철회하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예비교원들이 비민주적 통폐합을 저지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우선 민주적 절차가 보장되지 않은 MOU 체결 추진 과정을 규탄했다. 이들은 “통합이라는 중대한 결정의 가능성이 있는 MOU 체결 추진 과정에서 단 한 차례 진행된 공개설명회는 학교 일과 시간에 진행돼 참여를 보장하기 어려웠다”며 “심지어 사전에 약속된 학생 의견수렴 기간이 끝나기도 전 교수회의에서 체결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MOU로 인해 부산교대 재학생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날 김영찬 부산교대 비대위원장은 “총 재학생 중 83%가 참여한 부산대와의 통합 찬반투표에서 84%가 반대했다”며 “학교측은 독단적이고 폐쇄적으로 통합을 진행하고 있다. 비대면 상황을 악용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현직교사들도 사회적 협의 과정에서 벗어난 MOU 체결이 철회돼야 한다고 거들었다. 김갑철 한국교총 부회장은 “부산교대 학생을 무시하고 통합을 밀어붙인다는 것은 자유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오히려 방역중심 교육 패러다임 전환에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교육은 경제논리로 접근해선 안 된다. 몇 푼 아끼려다 우수한 국가인재 양성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은 “교육부는 교육정책을 정할 때 교원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해선 안 된다. 학령인구 감소 핑계로 교·사대 통폐합에 나설 것이 아니라, 안전한 교육환경 구축을 위해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을 위한 교원 수급을 확대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는 묵묵부답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보도를 보고 알았고, 대학 간 MOU 체결은 교육부에서 강제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원양성체제 발전 방향 추진 계획 수립의 주체라는 점에서 지나치게 대학 측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예비·현직교사들은 “교원양성체제 발전방향을 결정할 교육부는 논의와 정책 수립의 책임과 권한을 대학 측에 떠넘기고 대학은 비민주적으로 통합을 추진하는 상황”이라면서 “교육부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교원양성체제 발전 방향 계획 수립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최우성 경기 수원교육지원청 학교폭력 전담 장학사가 ‘혹시 최우성 장학사만큼 학폭을 아시나요?(엄마수첩)’를 출간했다. 학폭 전담 교사와 장학사 경력을 지닌 저자는학교 현장에서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학폭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밝히고 학폭 처리문제, 학폭 영향의 파급력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학폭 문제를 분명히 이해할 수 있도록하는 동시에사건 발생 시 자녀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 등이담겼다. 저자는 학교폭력예방연구소(소장),한국교사학회(학회장)를 설립해 학생들의 학폭 예방, 교원들의 연구와 복지향상 등을 도모하고 있다.
고교학점제 성큼...학교는 첩첩산중 2025년부터 전국의 모든 고등학생이 대학생과 마찬가지로 듣고 싶은 과목을 골라 수강하게 된다. 교육계에서는 학생들의 진로를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교육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고교학점제란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기준에 도달한 과목의 학점을 취득하는 제도다. 교육부는 192학점을 고등학교 졸업 기준으로 설정했다. 1학점을 얻기 위해서는 50분 수업 16회를 수강해야 한다. 고등학생들은 졸업까지 모두 2,560시간의 수업을 들어야 졸업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학생을 돌봐줄 교사의 숫자가 부족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2040년까지 신규 채용해야 할 교사의 규모는 수만 명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고교학점제 도입 전 추계보다 매년 더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교총은 교사도 없이 학생 맞춤형 진로교육을 하겠다니 ‘공염불’이라며 뜬구름 잡기식 정책발표보다 정규교원 증원과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 감축이라는 국가적 책무부터 수행하라고 강조한다. 대입제도 개선 계획이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5년 성취평가제를 모든 선택과목에 확대 도입하겠다는 내신평가제도 개선 계획은 있지만, 대입제도 개선 계획이 없다고 평가했다. 대입에서 성취평가제를 어떻게 반영할지 등은 빠졌다는 것이다. 교육과정운영에서도 파행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고1 공통과목 내신경쟁이 치열해지고, 초6 학생부터 전 과목 내신 선행학습 열기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2·3학년 때에는 수능에 적용되는 선택과목에만 집중될 수 있고, 선택과목 성취평가제로 인해 내신 퍼주기를 하는 학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고교서열화에 대한 우려도 마찬가지다. 학교별 교육여건이 다르고 대도시와 중·소도시, 농·산·어촌의 격차가 존재하는 만큼 명문고교 위주로 다른 고교서열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비판이다. 특히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농·산·어촌 학교의 경우 충분한 과목이 개설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학교 밖 전문가를 한시적으로 기간제교사로 활용한다지만, 한계가 있어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호는 교육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고교학점제 문제점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가장 중요한 교원확보부터 교사의 역할 변화와 과목선택제에 따른 교육과정운영의 문제를 짚어본다. 또 고교학점제 성패를 가를 대학입시는 어떤 상관관계를 갖게 되는지, 대입제도가 고교학점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 앞서 고교학점제를 실시한 현장사례를 통해 시사점을 찾아본다. 급변하는 미래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학생 한 명 한 명의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이다. 2025년부터 본격 도입될 고교학점제는 이런 시대적 요구에서 나온 제도이다. 그런 책임교육의 연장선에 고교학점제가 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 선택이라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바탕이 되어야 가능하다. 따라서 고교학점제와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은 함께 논의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현재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운영과 관련한 학교 현장의 어려움, 고교학점제 도입 전에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 도입의 가장 긍정적인 역할은 수업이 학교 교육활동의 중심이 되었다는 점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도입 이후 과목의 개설과 신청, 수업시간표 구성 등 학교 교육활동 논의의 중심에 교육과정이 놓이게 되었다. 이전까지 교육과정은 정해져 있는 것이니 특별한 논의를 할 필요가 없었고, 그 연장선에 수업이 있었다. 정규 교육과정 외의 다양한 대회와 활동들이 학교역량을 드러내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은 그런 학교문화를 수업 중심으로 돌려놓았다. 학교생활기록부 기록, 대학입시 등도 그에 따라 개편되고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학교의 체제와 문화는 그런 변화를 잘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많은 학교에서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 도입 이후 교육과정 업무 과중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에 가장 적합한 부서 체제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 교육과정 기획과 운영, 교수·학습지원, 진로지도, 생활지도, 각 교과와 연계된 학생활동을 중심으로 부서를 재편해야 한다. 부서 재편 과정에서 담임교사와 교과교사 역할을 재정립하는 것도 같이 고려되어야 한다. 교육과정 코디, 교육과정 행정지원사, 진로지도 코디 등의 인력지원도 고려할 만하다. 단위 학교별로 논의를 거쳐 가야 할 과제지만, 교육청에서 연구학교·선도학교 운영에 이 부분을 적극 도입하여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소개해야 한다. 변화를 선도하는 학교들에 대해서는 행·재정적인 지원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선택과목 확대, 강사채용 대란 벌어질 것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각 학교마다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 중 하나가 다양한 선택과목의 강사 부족이다. 교육청이 예산을 지원하는 것으로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학교마다 2월은 강사 채용 전쟁이다. 일단 특정 과목의 경우 강사 자체가 부족하다. 학교마다 교육청에서 지원되는 강사비 외에 다른 예산을 더해 강사비를 올리는 등 여러 가지 자구책을 쓰고 있다. 이런 어려움은 교육과정 편성 단계부터 학교가 강사 채용이 어려운 과목들을 제외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또한 선택과목 중 소수 학생이 선택한 과목이 나오는 경우, 학년에 학급수를 유지하려면 같은 블록에 있는 다른 과목은 학생 수를 늘려서 개설할 수밖에 없다. 강사 채용에 어려움이 있다 보니 학교마다 학급수 안에서 과목 개설을 하려 한다. 이런 점을 감안 한다면 학급당 학생수도 더 줄어야 한다. 강사 채용의 문제는 강사비 지원이 아니라 근본적인 교사 정원의 문제로 풀어가야 한다. 개정 교육과정에서 기존 교사들도 보통 2~3과목의 수업을 담당하고, 이동수업에 따른 블록수업, 교과별 출결 확인, 선택과목이라는 학생들의 기대 등으로 수업 부담이 커진 상태다. 여기에 2025년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학생의 기본학력지도와 이수 여부 판단, 이후의 지도 등 교과교사의 부담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게 될 것이다. 고교학점제에서는 또 무엇보다 교수학습과 평가 전문가로서 교과교사의 책임지도가 더 강조된다. 따라서 학교가 교육과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이제까지 단순히 전체 학급 수로 계산하던 교사 정원 산정방식을 운영하는 과목수로 바꿔야 한다. 또 교육과정 변화에 따른 신설 과목의 교사 채용을 서둘러야 하고, 과도기에는 학생들의 수요에 비해 인력풀이 부족한 과목에 대해 교육부·교육청 차원에서의 인력지원 방안이 필요하다. 끝으로 2025년부터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에 대한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고교학점제가 2025년부터 도입된다면 해당 학생들은 내년에 중학교에 입학한다. 생각보다 준비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부터 고교학점제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중학교 생활을 종합하여 마지막에 진학할 고등학교를 선택하게 된다면 당장 내년에 입학하는 중학생부터 고교학점제에 대한 충분한 안내가 필요하다. 또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운영할 수 있도록 고등학교 현장도 미리 대비가 되어야 한다.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의 도입 때도 교사 전체의 충분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시작하여 혼란이 있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 선택형보다 더 새로운 제도이다. 위에서도 설명했듯이 교사에게 더 많은 전문성이 요구된다. 충분한 공감과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한 상태에서 도입된다면 훨씬 더 많은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고교학점제를 구체화시키기 위해 학교현장 교사 대상의 의견 수렴이나 홍보 등의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한다. 학생·학부모에 대한 안내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고교학점제가 이수와 미이수를 판단하는 것이 목적인 제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 한 명 한 명의 교육과정을 책임지고 지도하겠다는 취지가 그 바탕이다. 그렇다면 배움이 느린 학생들에 대한 지도방안이 체계적으로 세워져야 한다. 만약 지금과 같은 학교환경이라면 그런 부분들까지 교사들이 다 지도하기는 역부족인 면이 많다. 평소의 보충학습 지도, 미이수 이후 이수를 하기 위한 보충과목 운영 등에 대한 대비책이 학교 안팎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기존에 있는 기본학력지도나 전입 등으로 미이수한 과목에 대한 온라인 이수 프로그램 등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연구가 필요하다. 선택형 교육과정 대비, 공간 구성 서둘러야 이 외에도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 고교학점제 도입 등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들은 많다. 나이스 체계의 개선도 좀 더 필요하다. 학기 초 학생들의 선택과목을 엑셀 파일로 일괄 업로드하는 기능, 교육부 수강 신청 프로그램과 나이스 연동 등의 문제들은 추후 개선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공간 혁신도 중요한 과제이다. 이미 교육청에서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에 적합한 공간 구성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교원학습공동체 등을 통해 교사들의 수업활동 연구에 대한 지원도 더 활발해 질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행정 업무의 경감, 공간의 효율성, 연구하는 교사 문화는 교육과정 운영에서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다. 교육과정의 변화는 이렇게 학교 전체의 변화로 이어진다. 하지만 아직도 왜 고교학점제인지, 왜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인지에 대해 회의하는 시각들도 있다. 그런 시각들도 교육 논의의 장에서 필요하다. ‘학생들이 모두 살아 있는 수업’이라는 방향성을 공유하고 있다면, 서로 다른 시각의 장단점을 보완해 가면서 좀 더 나은 제도로 보완해 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 고교학점제가 교육과정의 변화를 선도하고, 나아가 학교 교육활동의 혁신해 가는 데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은 2025년에 고등학교 신입생이 된다. 그들은 고교학점제를 통해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2028학년도 대입을 치르게 된다. 고교학점제의 첫 세대가 이때 배출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고교학점제의 성패가 2028학년도 대입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2028학년도 대입제도는 대입 4년 예고제에 따라 2024년에 발표된다. 이때 발표되는 대입제도를 보고 학부모·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선택할 것이고, 고등학교는 2025학년도 신입생을 위한 교육과정을 마련할 것이다. 고교학점제의 첫 세대, 그들의 대입제도 2022년에 고시될 고교학점제 교육과정에 부합하는 대입제도를 마련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경쟁에서 포용으로의 전환’이라는 교육패러다임의 변화이다. 지금까지 고등학교 교육과 대입은 경쟁으로 인식되어 왔다. 교과의 석차등급·수능등급은 상대평가결과이기 때문에 경쟁을 더욱 부추기는 원인이 되었다. 다른 학생들보다 높은 성적을 받아야만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구조는 학생들을 무한경쟁으로 몰면서 노력해도 되지 않는다는 좌절감을 안겨준다. 한번 실수한 학생이 재기의 기회를 만들기도 참 어려운 구조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대입제도가 상대평가체제보다는 절대평가체제로 전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교 교과성적이나 수능성적이 몇 % 안에 들었느냐에 따라 등급을 받는 체제에서 벗어나 학생이 성취한 점수에 의해 등급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일정한 기준을 통과하면 합격이 보장되는 체제가 점진적으로 도입되길 바란다. 지금의 대입은 수시나 정시 모두 운에 좌우되는 측면이 강하다. 여기서 말하는 운은 간단하게는 경쟁률이라고 할 수도 있고, 학생들의 지원경향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경쟁률·지원경향·점수에 민감하고, 그에 따라 진학지도를 하는 이유는 모든 전형의 유형이 ‘지원자들 중 내가 상대적으로 얼마나 좋은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합격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학과단위 모집이 아니라 대학단위로 모집한다면 촘촘한 상대평가결과에 의해 선발되는 폐해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교육과정을 통해 구현된 학습자를 선발할 수 있는 전형을 구안해야 한다. 현재의 대입전형 유형은 수시의 학생부종합전형·학생부교과전형·논술전형·실기전형, 정시의 수능위주전형·실기전형 등 여섯 종류가 있다. 따라서 교육부 고교학점제 종합계획에 나타난 자기주도성, 창의와 혁신, 협력과 소통의 학습자상을 갖춘 우수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전형은 무엇일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 부분은 고교와 대학의 협력이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고교와 대학의 연계가 필요한 부분이 교육과정 연계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교육과정 연계는 단순히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업역량을 갖추기 위해 고등학교에서 전공 관련 교과를 얼마나,어떻게 이수했는가’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고교와 대학의 평가공유가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평가를 공유할 수 있는 전형 개발이나 보완이 필요하다. 이제 세부적으로 고교학점제 종합추진계획에 나타난 내용을 순서대로 대입제도와 연관시켜 생각해보자. 우선 이수와 미이수를 대입에서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떠오른다. 추진계획에서는 미이수 과목은 보충이수 기회를 지원하고, 보충이수 후 부여되는 성적에 상한을 설정하며(성취도 E), 보충이수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해당 과목 미이수(I*) 처리하도록 한다고 한다. 학점을 취득해서 고등학교 졸업 요건을 충족시킬 수는 있지만, 대입에서는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학생부종합전형이라면 교과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서 보충이수나 미이수의 이유·과정 등을 설명할 수 있지만, 교과전형이라면 어려울 것이다. 첫 평가에서 미이수한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보충이수를 통해 학점을 취득하는 것이 대입에서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미이수 학생들이 많지는 않겠지만, 학생들의 학습동기를 대입제도가 위축시킬 수도 있다. 다양한 유형의 교과를 대입에서 반영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고교학점제 교육과정에서 전문교과Ⅰ의 과목들이 보통교과의 진로선택과목으로 개편되면 고등학교의 편성 부담은 커지고, 선택이수하는 학생들의 수도 늘어날 것이다. 같은 학교를 다닌 학생들이라 하더라도 선택과목의 유형과 종류가 각기 다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개편 취지가 학생들마다 진로와 진학계획·역량·흥미·특기 등을 고려한 과목 선택의 보장이라면 대입도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를 읽는 방법의 변화가 필요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시험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수능 선택과목은 어떻게 조합할 것인가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대입제도에 따라 많은 학생들이 높은 수준의 과목들을 과도하게 이수하거나 좋은 성적을 받는 과목으로만 선택이 집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환경의 차이가 대입의 학생평가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고교학점제 교육과정 하에서는 학교의 교육경계가 확장될 것이다. 고교학점제 선도지구의 경우를 보면 대학·기업·연구기관 등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학점제를 운영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선도지구 내 기관과의 연계를 통한 과목 개설·진로교육·상담 등 교육활동지원도 이루어지고 있다. 또 추진계획의 창의적체험활동 부분을 보면 학교의 자율성에 기반하여 단위학교의 교육철학·비전 등을 반영한 특색 있는 프로그램 운영시간으로 창체시간을 활용하고, 교내 활동과 더불어 학교 밖 자원과 연계한 창체 활성화를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이 경우 학교생활기록부에는 기관 명칭 등이 드러나지 않을지라도 교육내용과 방법에서는 학교 내에서만 이루어진 교육과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공정성 강화를 위해 블라인드 평가가 도입되었지만, 블라인드 평가 때문에 학교나 학생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가 없어 공정한 평가가 어렵다는 지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학교생활기록부에 드러나는 양질의 교육이 어떤 배경과 상황에서 만들어진 것인가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대입 결과에서 지역 간의 격차, 학교 간의 격차가 커질 수 있음이다. 수능 정시 비중이 고교학점제에 미치는 영향은 또 현재의 수능 형태와 정시의 비중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추진계획에 따르면 학기당 최소 수강학점을 규정하는데 3년의 수업연한 내 학생이 192학점을 균형 있게 취득하도록 학기당 최소 수강학점 수(예시:28학점) 규정한다고 한다. 대부분 고등학교에서는 최소 수강학점인 192학점을 기준으로 교육과정이 편성·운영될 것이다. 학기당 32학점을 주당 수업시수로 보면 지금보다 2시간이 줄어든다. 그리고 1학점을 50분 수업 16회로 기준 한다면 학교의 수업일수도 2주 정도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생기는 시간이 앞에서 언급한 추진방향이나 학습자상을 구현하는 데 이용되지 못하고 정시 수능 준비에 쓰인다면 고교학점제로의 개편 취지가 무색해진다. 학교에 따라서는 1학년과 2학년 시기에는 학기별로 34학점을 이수하고 3학년 시기에 학기별 28학점을 이수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런 학교는 고3 시기가 학교 밖에서 수능을 준비하는 시기로 쓰일 가능성도 있다. 이와 더불어 어떤 유형의 과목까지 수능 범위에 포함할 것인가도 결정해야 한다. 수능에서 공통과목만 본다면 1학년에서 이수한 과목을 수능 대비를 위해 2·3학년 시기에 사교육을 통해 다시 공부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선택과목으로 범위를 확장한다면 일반·융합·진로 중 어떤 유형의 과목들까지 수능 범위를 정하여야 하는 문제가 있다. 다양한 유형의 과목을 개설하는 이유는 학생의 과목 선택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인데 선택과목까지 범위를 확장하면 학생들이 수능에 유리한 과목으로 쏠리거나 선택과목의 수업을 수능 대비 수업으로 변질시킬 가능성이 있다. 학생부종합전형 확대… 공정성 의심 극복이 관건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성적 표기방법도 달라진다. 기존에는 공통과목과 일반선택과목의 경우 1~9등급의 석차등급제였고, 진로선택과목은 A·B·C 3단계의 성취도 평가였다. 현재 확대되고 있는 교과전형은 석차등급으로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 고교학점제 교육과정에서는 공통과목에서만 석차등급을 부여하고, 모든 선택과목은 성취평가제로 바뀌게 되므로 현재와 같은 형태의 학생부교과전형을 유지하기 어렵다. 대학은 교과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제공되는 정보들을 정량화해야 한다. 2022 대입 교과전형에서 교과성적을 산출하는 방식을 고려한다면 석차등급의 1등급과 성취도의 A를 동일한 점수로 환산하는 대학, 성취도별 학생비율을 반영해서 석차등급을 재산출하여 환산하는 대학이 있을 수 있다. 또는 원점수를 기준으로 별도의 등급을 산출해서 환산하는 대학도 나타날 수 있다. 상위권 대학에서는 학생부교과전형이지만 정성적 평가를 반영하는 대학이 확대될 수 있다. 그 경우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도 있다. 교육부는 현재의 여러 전형 유형 중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 고교학점제와 가장 부합하는 전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추진계획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 등 새로운 교육제도를 반영한 미래형 수능 및 대입 방향(2028학년도 대입 적용)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하면서 대학 입학사정관 대상 교육과정 연수 및 안내, 정성평가 역량 제고 등 대학의 고교 교육과정 이해도 제고 지원을 주요 사업내용으로 꼽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될 때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법률이나 지침 등으로 대학별로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면 앞으로는 정부 차원에서 공정성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이외에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교과학습발달상황이 전형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이 된다. 교과·창체 학점을 재구조화하여 교과연계가 강화된 창체영역인 ‘진로탐구활동’ 도입을 고려하여 교과·창체 간 이수학점을 균형적으로 감축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현행 180단위에서 6단위 감축하는 것과 24단위에서 6단위 감축하는 것은 비율의 차이가 크다. 교과에서 3.3% 정도가 줄었다면 창체에서는 25%가 줄어드는 것이다. 현재는 고교학점제가 반영된 2028학년도 대입제도를 예측만 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학교 입장에서는 고교학점제를 대비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대입까지도 고민할 여력이 없다. 하지만 잘 가르치는 학교가 대입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 방향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 잘 가르친다는 것은 교육과정을 학교와 교실에서 잘 구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고등학교는 고교학점제를 먼저 이해하고 고교학점제를 구현하기 위해 교육과정의 전환에 대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2월 포용과 성장의 고교 교육 구현을 목표로 하는 고교학점제 종합추진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학점제 교육과정은 2025년 입학생부터 적용될 것이다. 고교학점제가 고등학교에 적용되면 학교는 어떤 변화를 겪을 것인가? 학교에서 학생이 선택하는 과목이 증가할 것이다. 실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의 선택과목이 존재했다. 하지만 다수의 학교가 제2외국어·사회·과학 등 일부 교과 내에서 과목을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그렇다면 고교학점제에서는 교과 구분 없이 다양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일까. 고교학점제에서 학생들은 과목 선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과목 선택의 결과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기존에는 과목당 별도의 이수기준이 없었다. 학생들은 학년 수업일수의 2/3 이상을 출석하면 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학점제 체제에서는 과목별 출석률과 학업성취수준을 바탕으로 이수기준이 설정되고, 이수기준을 충족한 경우에 한해서 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그리고 취득 학점 192학점 이상이 되어야 졸업할 수 있게 된다. 고교학점제에서는 성적 산출방식도 달라진다. 기존에는 상대평가에 의한 석차등급을 산출하는 평가 방식이 주를 이루었다. 이는 동일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 간에 성적 경쟁을 유발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의한 변별력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학점제에서는 성취평가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선택과목에 대한 석차등급을 산출하지 않는다. 학생 개인의 성취수준을 절대 기준에 의해 평가하여 성취도를 부여하게 된다. 실질적 진로교육 확대 필요 이러한 고교학점제 교육과정이 학교에서 잘 적용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진로교육의 강화가 필요하다. 고교학점제가 적용되면 진로·적성에 대한 탐색이 강화되고, 이를 바탕으로 학업 설계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학업 설계는 과목 선택을 통해서 구체화될 것이다. 학생들이 진로를 고민하고 탐색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진로교육의 확대가 필요한 이유다. 또한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바탕으로 한 과목 선택 지도가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교마다 학생들의 과목 선택을 지도할 수 있는 인력의 확보가 시급하다. 학교마다 1명씩 배치되어 있는 진로진학전문상담교사만이 아니라 학생수를 기준으로 하여 학생들의 과목 선택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교사가 학교마다 수명씩은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학교에서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고,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어야 한다. 학생들이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과목을 고르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과정에서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고,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전면 개방형 교육과정이 필수적이다. 대도시에 있는 학교들은 대부분의 보통교과 담당교사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소규모 학교들은 상황이 다르다. 학교에 특정 교과의 과목교사가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단순하게 강사 채용을 위한 예산 지원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일부 학교는 강사 채용 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한 명도 없는 경우가 많다. 교육청에서는 강사 채용을 위한 예산을 지원할 것이 아니라, 학교가 원하는 과목의 교사나 강사를 파견해 주는 방식으로 학교를 지원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학생들이 골라듣는 수업이라고 하지만 자칫 소규모학교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대입 제도의 변화 역시 중요하다. 일반고의 교육목표에서 상급학교 진학은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정부는 선택과목에 대해서는 기존의 상대평가에 의한 평가 대신에 절대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매우 다행스러운 선택이다. 하지만 현재의 상위 16개 대학이 수능 위주 전형 40% 이상을 요구하는 정시 확대를 내세우는 대입 제도는 학생들의 다양한 과목 선택에 대한 욕구를 방해한다. 학생들은 수능에 유리한 과목을 중심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소질과 적성에 따른 다양한 과목 선택을 강조하는 학점제 교육과정과 전국의 모든 수험생을 대상으로 객관식 지필고사를 통한 상대평가를 실시하는 수능 중심의 대입제도는 서로 모순일 뿐이다. 수능 중심의 대입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학점제는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특수 희소교과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학생·학부모·교사·국민들을 대상으로 학교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학생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어떤 책임도 지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고교학점제에서는 학생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고려하여 과목을 선택해야 하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학점제가 실시되면 학생들은 자유로운 과목 선택이 가능해짐과 동시에 해당 과목에서 정하는 일정한 목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해당 과목을 미이수하게 된다. 물론 학교는 학생들의 미이수를 예방하기 위하여 수업의 질, 평가의 타당성, 미이수 예방을 위한 지도 노력, 학생에 대한 상담 등을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도 과목의 선택과 그에 따른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 학부모도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학생의 평가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보통교과영역은 학교와 교육청의 노력으로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신청하여 이수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의 희망은 다양하다. 가수를 희망하는 학생, 바리스타를 희망하는 학생, 애견 미용을 희망하는 학생, 군인을 희망하는 학생 등 다양한 진로 희망이 존재한다. 이런 학생들을 위한 특수한 과목들은 현행 교사 체계로는 제공해 줄 방법이 없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학교 밖 교육과정과 학교 교육과정의 연계이다. 지역 사회에 있는 각종 시설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한 과목을 개설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학교 정규과목으로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에 과목의 내용, 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강사의 질 등 학교 밖 교육과정의 운영과 질 관리 문제도 구체화되어야 한다. 그 외에 학생들의 과목 선택과 이에 따른 이동수업을 지원할 수 있는 학교 내 시설의 문제, 학점제에 부합하도록 학교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운영할 수 있는 지원 체계의 구성 등 고교학점제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하면서 각 지역이나 학교에서 학점제 교육과정을 적용하기 위한 노력들이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가 학교에서 제대로 된 모습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국가·지방정부·교육청·학교·교사·학생·학부모 모두가 학점제형 교육과정의 모습을 이해하고, 이를 준비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고교학점제는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는 고교체제 개편과 더불어 현 정부의 핵심적인 교육정책 가운데 하나이다. 이에 따라 현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18년부터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가 지정·운영되기 시작하였으며, 2020년부터는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들에서 고교학점제를 우선 적용하고 있다. 교육부는 그동안 누적된 경험과 효과를 바탕으로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일반고에 전면 적용하며, 이를 위해 새로운 국가교육과정을 2022년에 고시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사실 외국의 학교들을 방문하고 수업을 관찰하다 보면 초·중학교들에서는 그렇게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언어가 다르고, 교실 구조가 다르고, 교과서가 다르지만, 우리 학교들에 비해 구조적인 차이나 질적인 차이가 두드러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반면 고등학교들을 방문하다 보면 우리 학교들과는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때가 많다. 학생들을 대하는 교사나 성인의 태도, 학생들의 학교생활, 교육과정이나 수업이 진행되는 방식, 학습자 평가 등에서 우리와 상당히 다른 차이가 관찰되기 때문이다. 후기 중등학교로서 고등학교는 학제 위치상 독특한 이중성을 갖고 있다. ‘중등’에 무게 중심을 두면 중학교와 가까워지지만, ‘후기’에 무게 중심을 두면 대학과의 유사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구조적 차이도 이러한 이중적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고등학교들이 중학교의 모습에 좀 더 가깝다면, 서구의 고등학교들은 (물론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학의 모습에 좀 더 가깝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제도적 차이 이상으로 문화적 차이가 숨어 있다. 우리는 고등학생들도 여전히 큰 아이(big boy)로 보는 반면, 서구에서는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며,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준성인(young adult)으로 보는 시각이 크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교육 체질개선 계기 이렇게 보면 고등학교 교육을 바꾸려는 최근의 노력들은 중학교에 가깝던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학사운영을 대학교에 가깝도록 전환하려는 시도들이라고 할 수 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시도들로는 선택과목 확대, 교과교실제 도입, 성취평가제 확대, 탐구중심 과목 확대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우리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구조와 체질이 상당 부분 개선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학교는 낙후된 시설과 환경, 단순한 교수·학습방법, 학생들과 유리된 교육과정, 경쟁 중심의 학교문화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고교학점제는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고 21세기에 걸맞게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체질을 바꾸려는 가장 최근의 노력이자 종합적인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고교학점제가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근본적인 개선에 성공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까지 있어 왔던 여러 시도들 가운데 하나에 그칠 것인지는 현장 교원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고교학점제를 담아내기 위해서는 2015 개정 교육과정 체제에 큰 폭의 손질이 필요한 만큼, 현장 교원들 사이에 우려와 걱정의 시선이 어느 때보다 큰 것으로 보인다. 고교학점제는 다양한 형태로 구현이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고, 해당 과목이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함으로써 학점을 취득하고, 취득 학점이 누적되면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인정받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비교적 간단한 설명이지만, 고교학점제가 실제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여러 준비가 필요하고, 또한 시행 이후에는 학교 생태계의 여러 측면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다과목 지도교사 처우개선 필요 고교학점제가 가져올 변화 가운데 교사와 관련된 것들로는 우선 선택과목 확대에 따른 다과목 지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즉, 지금처럼 단일 교과목을 여러 반의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방식에서 벗어나 두 개 이상의 과목을 한 학기에 개설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담당교과 안에서 보통과목을 추가로 개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따른 부담 증가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교양과목과 같이 담당교과영역을 벗어난 과목을 추가로 개설하는 경우에는 부전공 연수지원 등의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교과목 개발비와 같은 수당을 추가하는 등, 교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한편 기존의 교원 구조 안에서 학교교육과정을 다양화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교학점제의 도입은 강사 채용 확대와 순회교사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지금보다는 공동교육과정이나 교육과정 거점학교, 학교 밖 학습경험 등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나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들에 대해 현장의 교원들은 상당한 우려를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보다 수업 준비에 대한 부담이 커질 뿐만 아니라, 미이수를 부여하는 것도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고, 미이수 학생을 누가, 어떤 식으로 추가 지도할 것인지 등이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개설한 교과목을 선택하는 학생들의 숫자가 너무 적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도 난감한 문제이다. 이외에 강사 채용이나 순회교사의 확대는 교원들의 업무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학교 밖 교육과정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들 비판들은 일부 과도한 것도 있고 일부 타당한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선택한 학생들이 없어서 전임교원이 개설한 교과목이 폐강되는 경우는 실제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학생들의 사전 조사를 거쳐 교과목이 개설될 뿐만 아니라, 선택과목의 규모를 조절함으로써 이러한 상황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선택과목 숫자를 늘리는 것에 고교학점제 관련 논의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선택과목 규모를 늘리는 것에 집착하기보다는 과목 하나하나의 질을 얼마나 개선하느냐가 보다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장교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교과목의 내용·방법·평가기준 등을 재점검하고, 학생들에게 보다 충실한 학습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고민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핵심적인 교원정책이 바로 교사들이 교육과정 개발과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다. 사실 이것이 앞서 언급한 우리나라와 서구의 고등학교가 갖고 있는 구조적 차이의 또 다른 일부이기도 하다. 외국의 교사들에 비해 우리나라 교사들은 수업과 무관한 업무에 너무 많은 감정적 에너지와 시간을 소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교사들이 고교학점제에 걸맞은 전문성과 자율성을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행정업무부담을 경감하는 조치가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업무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부전공이나 복수전공 등을 통해 교사들의 수업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선택과목을 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학생들의 관심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무분별한 선택과목 확대는 자칫 정체불명의 교과목 양산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이런 이유에서 흔히 학점제 기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고등학교 교과목이 무질서한 쇼핑몰 같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뷔페의 예를 들면 고교학점제의 관건은 음식 가지 수를 복잡하게 늘리는 것보다 음식 하나하나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보면 강사와 순회교사, 공동교육과정에 대한 의존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고려되어야 할 것은 학교 교육과정 혹은 개별 교과목의 질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교육청 혹은 교육지원청 차원에서 양질의 강사 풀을 확보하고, 순회교사들에게 적절한 지원과 근무환경을 만들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교육과정 설계 전문가 길러야 또 하나 중요한 교원정책은 학교별로 학생 규모에 적절한 숫자의 교육과정 설계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다. 단위학교에 개설된 교과목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와 식견을 바탕으로, 개별 학생의 진로 적성과 관심에 적절한 교과목 이수 경로를 설계하고 추천하는 역할을 담당할 전문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교육과정 설계 전문가는 학교 안에서 교과목 소믈리에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기존에도 진로지도나 상담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학점제 하에서는 학생들이 적절한 이수 경로를 만들어 나가도록 도와주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진다. 그래야지만 학생들의 과목 선택이 신중하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가 담임교사의 역할을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충분한 교육과정 설계 전문가의 양성과 배치를 통해 이에 따른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고교학점제로의 길은 긴 여정이고, 우리는 지금 그 출발선에 서 있다. 고교학점제는 교육과정 생태계의 전반적인 재검토를 요청하기 때문에, 결국 현장교원들의 집단적 지혜와 참여를 통해 실현될 수밖에 없는 제도이다. 따라서 현장교원들을 위한 후속 조치와 지원 대책에 고교학점제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