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78,227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지난 2020년 5월, 코로나19의 위세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팬데믹(Pandemic)의 공포는 너무도 끔찍했다. 중세 유럽에서의 흑사병참극을 연상시켰다. 전 세계적으로 강대국이라 불리는 G7을 비롯한 모든 복지 선진국들도 속수무책으로 국가적 명성이 무색하게 외부와의 완전 차단 상태인 봉쇄 및 격리 조치를 실시하였다. 국내에서도 격리 조치에 따라 모든 유⋅초⋅중등학교 및 대학교가 일제히 원격교육의 체제에 돌입해 비대면 수업은 불가피했다. 돌이켜보면 인류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우리 학교 교육의 완전한 온라인 체제로의 전환은 시작부터 결코 순탄치 못했다. 이는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재빠르게 선도적 조치를 취한 학교들은 우왕좌왕하지 않고 빠르게 안정된 모습을 유지했다. 자체적인 네트워크 방송 시스템을 갖추어 온라인 수업으로 재빠르게 전환한 선도적(First Mover) 학교들은 명목상 특목고와 자사고를 중심으로 하는 우수한 학생들의 집단이었다. 한편 일반 학교들은 새로운 체제를 설계하고 시설을 갖추며 교사들의 원격수업 운영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연수 등 자체적 조치들에 학교마다 마치 전쟁을 치르듯 혼란은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다. 그 속에서도 학교마다 IT 기술과 디지털 기기에 응용력이 뛰어난 젊은 교사들을 중심으로 한 원격교육시스템의 구축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렇게 짧은 기간에 목표한 90% 그리고 완전한 실행까지 구축한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 시스템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것은 교사들의 우수한 역량이 총집결되어 빛을 발한 것이다. 2023년 9월에 문을 연 우리의 미네르바형 ‘테재 대학’ 역시 K-원격교육의 역량을 널리 드러낸 것이다. 2023년 12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22’의 결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의해서 발표되었다. PISA는 만 15세 학생의 수학⋅읽기⋅과학 소양을 3년 주기로 평가하는 국제 비교연구다. 한국은 첫 연구였던 PISA2000부터 참여하고 있다. 이번 2022 PISA에는 OECD 회원국 37개국, 비회원국 44개국 등 총 81개국에서 약 69만 명이, 한국에서는 186개교에서 6931명이 참여했다. 결과는 대한민국 원격교육이 심은 대로 거둔 결과였다.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 학생들의 수학⋅읽기⋅과학 평균 점수만 유독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평균과 한국의 평균 점수 비교에서 수학은 472:527, 읽기는 476:515, 과학은 485:525로 나타났다. 교육부 관계자는 “PISA 2018 대비 OECD 회원국의 평균 점수는 모든 영역에서 하락한 반면 대한민국의 경우 모든 과목의 평균점수가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당시 전 세계 공통적으로 악화된 교육 여건에도 불구하고 잘 구축한 K-원격교육 시스템이 거둔 성과라 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공교육 공백 상태에서 사교육의 힘에 의한 것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신속하게 구축하여 실행에 들어간 한국의 유⋅초⋅중등의 원격교육체제는 맨 땅에 해딩한 상태에서 일구어낸 자긍심을 가질만한 수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점이 노출되었다. 상위권의 급격한 감소, 하위권의 증가와 함께 상하위권 학생 간 격차와 학교 간 격차 모두 OECD 평균보다 높다는 사실이다. 이는 우리 교육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함께 인재 육성의 허점을 드러냈다. 나아가 학생들의 학교생활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타 국가에 비해 매우 낮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것이다. 이제 국가가 나서 더욱 강화해야 할 후속 정책들은 분명하다.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 공교육 경쟁력 제고, 행복한 배움의 길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더불어 국가의 교육과정, 교수⋅학습 등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교사가 교육 본연의 업무인 수업에 더욱 충실하도록 전문성을 높이고 교육환경을 한층 혁신하며 학생들이 첨단 과학기술을 적용한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각자의 천재성과 상상력과 창의성을 키우며 민주시민양성이란 교육의 목표를 추구하는데 현 정부의 교육개혁은 중단 없이 실행돼야 한다. 물론 여기에 대화와 소통을 통한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얻는 노력이 병행해야 하는 것은 필수라 할 것이다.
경남교육청과 경남 영재키움 프로젝트 교사 연구회(대표교사 구은복) 소속 학생 70명, 멘토교사 및 가족 30명은라이브아트유한회사가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2월 2일부터 4일까지 진행한 '이은결 더 일루션-마스터피스'창원 공연에 초대되었다. 영재키움 프로젝트는 소외계층 영재 학생과 교사가 1대 1로 결합한 맞춤형 영재 성장 프로그램이다. 멘토 교사와 학생은 1:1멘토링 교육과 함께 문화체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배움, 체험, 나눔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운영한다. 경남 영재키움 프로젝트 학생들의 경우 학생의 자신감 신장을 위해 멘토 교사와 학생이 다양한 마술을 익혀 수차례 아동센터, 육아원, 노인복지시설, 장애인 시설에서 재능 나눔 마술 공연을 실천해왔다. 봉사와 나눔을 수년간 진행해온 경남 영재키움 구은복 대표교사는“경남교육청의 영재키움 프로젝트 지원으로 인해 이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할 수 있어서 기쁘다. 멘토 선생님들과 멘티 학생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친해지고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할 때가 많다. 다만 학생들에게 수준 높은 공연을 보여주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높은 티텟 비용과과 시간이 필요하기에 선생님들께 부담주는 게 아닌가 미안할 때가 있다. 그래서 교육을 주제로 한 자리에 참석할 때면 영재키움 프로젝트의 취지를 말하고 여러 선생님과 지역 사회의 도움을 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였다. 그러던 와중 이번 공연 주최사인 라이브아트유한회사로부터 공연 초대를 받았는데 꿈만 같다”고 했다. 공연을 관람한 박현성 교사는“경남 영재키움 프로젝트 연구회 이름이 ‘상상을 현실로’인데, 이번 공연주제도 ‘상상을 현실로 넘나드는 전 세계 단 하나의 작품’이란 걸 듣고 소름이 돋았다. 평소 다른 선생님들과 고민하던 부분이 마술처럼 현실로 되는 것을 경험한 시간이었다. 수준 높은 마술 공연에 너도 나도 할 것없이 열광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들으니 보는 내내 감동이었다. 초대해주신 대표님께 감사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진영중학교 심송미 학생은 “이런 공연은 처음이어서 너무 신기하고 놀랐다. 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즐거웠다. 이런 멋진 공연에 그것도 좋은 자리에 저를 초대해주시고 차량지원까지 해주신 박현성, 권민수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하였다. 장등중학교 박세빈 학생은 “저의 멘토 선생님이신 구은복 선생님의 초대로 이은결 마술 공연을 보았다. 지금 배우고 있는 마술이 이런 놀라운 힘이 있다는 것을 이번 공연으로 알았다. 나도 지금은 부족한 실력이지만 마술을 계속 연습하고 공연하여 이은결 마술사님처럼 관객들에게 행복과 감동을 주고 싶다”고 하였다. 이들을 초대한 라이브아트유한회사 허성균 대표는 “공연기획자로서 많은 사람들이 합리적인 비용으로 보다 좋은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공연 문화를 조성하고 양질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특히 이번 공연은 다양한 연령이 함께 즐기고 감동 받을 수 있는 공연이다. 지인을 통해 평소 교육과 나눔을 실천하는 선생님들과 학생들 소식을 듣고 그들을 초대할 수 있어서 이번 창원 공연에서 뜻밖의 보람을 느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좋은 공연을 볼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겠다. 특히 선생님들의 고민을 지역 사회가 현실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해보겠다”고 하였다.
학생 안아주기를 했다는 이유로 신고 돼 직위해제 처분을 받은 교사에 대한 성과급 미지급 처분을 취소하라는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서울남부교육지원청이 대법원에 상고한 것에 대해 한국교총이 즉각 철회와 성과급 소급 지급을 촉구했다. 교총은 8일 입장문을 내고 “누구보다 교원을 보호하고 지원해야 할 책무가 있는 교육지원청이 왜 경찰의 무혐의 결정과 서울고등법원의 미지급 취소 처분 판결을 거스르며 다시 소송을 벌이겠다는 것인지, 도대체 무슨 결과를 얻고 싶은 것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상고 이유를 분명히 밝히라고 강조했다. 이어 “명분없는 소송에 국민 세금만 낭비하는 서울남부교육지원청은 과연 누구를 위한 지원청이냐”고 반문한 뒤 “무분별한 신고에 고통받고 희생당한 교사의 아픔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즉각 상고 철회와 성과급 지급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특히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 피해를 겪은 교원 보호에 동참할 것을 당부하고 교육지원청의 상고 철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해당 사안과 관련해 서울고법은 지난달 16일 경찰과 검찰의 수사 결과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직위해제 처분을 받았다는 사유만으로 2년간 성과상여금을 미지급한 것은 서울남부교육지원청의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며 성과상여금 미지급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성과상여금 대상 기간 중 금품·향응 수수, 성적조작, 성관련 비위 등의 사유로 직위해제된 자’를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지침은 기소나 징계가 결정되기 전이라도 성과상여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정책적 결정에 대한 해석으로 족하고, 사후적으로 직위해제 처분의 원인이 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성과성여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교총은 서울고법의 판결에 따라 지난달 29일 교육부에 ‘성과급 지금 지침 명확화 촉구’ 요구서를 전달했다. 교총은 요구서를 통해 “직위해제가 무효‧취소되거나 비위행위가 무혐의‧무죄로 결정된 교원은 성과급 지급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을 지침에 명확히 명시해야 한다”며 “교육청마다 달리 적용하거나, 작위적인 해석으로 잘못 적용해 교원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국 4년제 대학 총장들의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교육개혁 중간 평가 결과는 ‘B학점’이었다. 지난달 말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정기총회에 참석한 전국 4년제 대학 총장 10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공개한 결과다. 윤석열 정부의 교육 개혁 점수를 A(상위)에서 E(하위) 등 5개 점수로 나눠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는 ‘B’를 부여한 응답자가 33.3%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은 D(29.4%)와 C(20.6%)였다. A는 6.9%다. 이번 점수는 윤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앞둔 상황이라 중간 평가 성격이 짙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대학 개혁 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해석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응답자의 41.2%는 ‘올해 하반기에 시작될 2025학년도 대입부터 무전공 선발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2026학년도 이후부터 확대하겠다’는 3.9%였다. ‘인센티브가 늘면 검토 의향이 있다’는 30.4%로 나왔다. ‘확대 계획이 없다’는 20.6%였다. 2025학년도 무전공 선발 비율은 ‘5% 미만’이 될 것이라는 응답이 24.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25% 이상이 21.6%였고, 5∼10%가 21.5%를 차지했다. ‘무전공 5% 미만 확대’는 25명 가운데 비수도권과 소규모 대학이 각각 17명으로 가장 많았다. 교육부는 무전공으로 선발하는 대학에 재정 성과급(인센티브)에 대한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무전공 선발 확대 추진 취지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59.8%)이 공감했다. 취지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한 39명(38.2%) 중 31명은 비수도권 대학 총장들이었다. 정부가 무전공 선발 목표치를 25%로 정한 것 자체를 반대한다는 의견은 절반 가까이(46.1%) 나왔다. 무전공 목표치를 ‘25%보다 더 높여도 된다’는 11.8%, ‘적정 수준이다’는 18.6%를 차지했으며, ‘다소 높다고 본다’는 22.5%였다. 대학 총장 40.2%는 ‘2025학년도 이후 학부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인상 계획 없다’는 27.4%였으며 ‘2024학년도에 인상 검토’는 20.6%로 나타났다. 2025학년도 이후 등록금 인상 계획이 있다고 답한 총장(41명) 중 사립대가 30명으로 가장 많았다. 2028대입개편과 관련해 대학별 고사를 강화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73.5%가 ‘강화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학 출제범위에서 심화수학 제외에 대해 ‘입학 후 수학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응답이 36.3%를 기록했다. 9.8%는 ‘입시에서 미적분Ⅱ나 기하 등 내신 과목 이수 여부를 고려하고, 입학 후 수학교육도 강화하겠다’고 응답했다. 수능 변별력 약화 우려로 대입에서 내신 요소를 확대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현재 반영하고 있고, 앞으로 더 확대하겠다’는 응답이 29.4%로 가장 많았다. 학령인구 감소로 소규모 대학이 존폐 위기에 놓인 가운데 10년 내 4년제 일반대 198개 중 몇 곳이 폐교할 것 같냐는 질문에 ‘20개 이하’라고 답한 응답이 28.4%로 가장 높았다. 현재 통합을 추진 중이라고 응답한 총장은 10.8%를 차지했다. 응답한 11명 중 9명이 비수도권 대학 총장이었다.
정부가 내년 대학입시부터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했다. 비수도권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배정한다. 보건복지부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열고 2025학년도 입시 의대 입학정원 증원 규모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복지부가 지난해11월 대학들을 상대로 진행한 의대 증원 수요 조사 결과(2151∼2847명)보다는 적지만, 당초 기대했던 1000명과 비교하면 두 배 정도의 수치다. 이날 복지부는 2000명 늘린 정원을 5년 이상 유지할 방침을 전했다. 2025학년도 의대 입학생이 졸업하는 2031년부터 매년 2000명씩 의사를 배출한다면 2035년까지 1만 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면서 복지부는 이 과정에서 의사인력을 충분히 확보될 경우 인구 감소 등을 반영해 탄력적인 조정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늘어난 정원은 지방 의료를 강화하는 데 활용할 방침이다. 현재 40% 이상인 비수도권 의대의 지역인재전형 비율은 60% 이상으로 상향 조정된다. 교육부는 향후 보건복지부에서 공식적으로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통보해 오면, 협의 후 대학별 의대정원 배정 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3월 중순까지 대학으로부터 2025학년도 대학별 의대 정원 수요를 받으면, 이를 바탕으로 지역의 의료여건과 대학의 교육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학별 의대 배정정원을 4월 중‧하순까지 통보할 예정이다. 정원을 배정받은 대학에서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심의를 거쳐 5월 말까지 2025학년도 모집요강을 수정 발표하게 된다. 의대 증원 발표에 의사단체들은 집단휴진, 파업 등 단체행동을 예고하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의대증원 발표를 강도 높게 비판했고,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은 총파업 의사를 전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회원 4200명(전체의 28%) 대상 설문 조사에서 86%가 의대 증원 시 단체행동에 참여할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다만 여야가 의대 증원에 찬성하고 있는 데다, 국민 여론 또한 의대 증원을 바라고 있어 의사 단체가 단체 행동을 옮기기에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파업 돌입 시 즉시 업무복귀 명령을 내리고 이를 따르지 않을 때는 징계하겠다는 강경대응 방침을 정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비상진료 대책과 불법행동에 대한 단호한 대응 방안을 함께 마련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총이 교원 순직 인정 확대와 교원 사망 및 재해에 대한 교육청 내 조사기구 설치 등을 촉구했다. 한국교총은 6일 전교조, 교사노조연맹, 좋은교사운동, 실천교사, 새넷 등 5개 교원단체·노조와 함께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을 방문해 간담회를 갖고 서울서이초 교사, 전북 무녀도초 교사, 서울 신림동 피살 교사, 경기 과로사 교감 등에 대한 순직 인정을 요구했다. 김교흥 국회 행안위원장을 만난 손덕제 교총 부회장은 “고인이 된 교사들은 학부모 민원,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출근 중 불의의 사고를 당하신 분들”이라며 “ 조속한 순직인정을 통해 고인의 희생을 예우하고 유족을 위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교원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은 까다롭고 소극적인 순직 인정 절차로 인해 교원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인사혁신처의 ‘최근 5년간 공무원 직종별 자살 순직 현황’에 따르면 교육공무원의 순직 인정비율은 15%로 경찰공무원(57.9%), 소방공무원(54.2%)에 비해 현저히 낮고 일반직 공무원(29.7%)에 비해서도 절반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교총은 “교원들은 악성 민원, 생활지도 불응 및 반항, 과중한 업무로 우울증을 겪는 빈도가 높은데 이는 극단적 선택이나 과로사 등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며 “이같은 참사를 개인사나 공무와 무관한 우울로 치부하지 말고 교권 침해에 따른 재해로 적극 인정하는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손 부회장은 “유족은 순직 인정 입증을 스스로 할 여력이 없고 변호사 선임, 자료 준비가 등이 쉽지 않다”며 이에 대한 개선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교흥 국회 행안위원장은 “유족이 경황이 없는 중에 변호사를 만나고, 순직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제도 개선에 동의했다. 또 교육청에서 순직 관련 태스크포스(TF)가 가동돼 사안조사를 명확히 하고 자료를 심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도록 정부와 요청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같은 날 오후 김영춘 교총 교권강화국장 등 6개 교원단체·단체 대표들은 세종시 인사혁신처를 방문해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
수원특례시와 서호노인복지관은 실버세대의 건강한 100세 인생을 응원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를 살며 행복한 100세 인생을 꿈꾸지만, 건강한 100세는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수원특례시와 서호노인복지관에서는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남성 홀몸 어르신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호노인복지관은 2019년부터 수원시 거주 남성독거어르신들의 자립 역량 강화를 위한 ‘생명숲100세힐링센터’를 6년째 진행하고 있다. 서호노인복지관은 올해도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에서 4000만 원의 사업비를 지원 받았다. ‘생명숲100세힐링센터’는 고령화 극복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사회참여 비중이 낮은 저소득·은둔형 남성 독거 어르신들에게 사회참여의 기회를 제공하고 일상생활에서의 자립과 건강한 노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자 기획된 사업이다. 서호노인복지관 힐링센터 올해 프로그램은 1기(2월~7월)와 2기(8월~12월)로 나눠서 운영된다. 운영 프로그램은 일상생활자립 프로그램(요리교실·정리수납교실), 사회성증진 프로그램(캘리그라피교실, 스마트폰활용교실), 건강증진 프로그램(실버체조·인지재활 프로그램), 기타 프로그램 등이다. 서호노인복지관 이관구 관장은 “2019년부터 시작된 생명숲100세힐링센터는 지금까지 480여 명의 남성 어르신들이 참여했다. 힐링센터 프로그램을 통해 남성 독거 어르신들의 삶이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으로 변화했다”며 “수원시에서 단독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업인 만큼 어르신들이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해 행복한 노후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작년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최○○ 어르신은 “교육을 받기 전에는 집에 남아 있는 반찬으로 끼니를 대강 때웠는데 요리수업 이후로 시장도 보면서음식 만드는데 자신감이 생겼다”며 “지금은 다양한 요리로 솜씨를 뽐내며 스스로 뿌듯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전○○ 어르신은 “혼자 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집안일의 한계를 느끼던 중 힐링센터의 프로그램은일상생활의 긍정적 변화를 주었다”며 “체조수업으로 건강도 챙기고 정리수납 수업을 통해 냉장고, 옷장 등을 정리할 수 있는 나만의 노하우도 생겼다”고 말했다. 서호노인복지관 1층에는 ‘생명숲100세힐링센터’가 설치되어 있다. 힐링센터는 런닝머신 등 최신식 운동기구가 설치된 운동실, 원형 테이블이 놓여 다양한 교육이 가능한 교육실, 요리실습을 할 수 있는 요리실로 구성되어 있다. 서호노인복지관은 ‘생명숲100세힐링센터’ 1기 참여자를 2월 20일까지 모집하고 있다. 제출서류는 주민등록등본 1부와 소득 증빙자료(해당자)인데 서호노인복지관 2층 사무실에서 방문접수를 받고 있다. 참여자로 확정되면 주2회(12:30∼16:30)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자세한 사항은 서호노인복지관 이샛별 사회복지사(☏070-4915-0498)에게문의하면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생명숲100세힐링센터’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에서 후원하는 사업으로 건강 및 일상생활에 취약한 저소득 남성 홀몸 어르신을 대상으로 환경개선과 일상 자립을 돕는 고령화 극복 지원사업이다. 이 재단은 현재까지 전국 17곳에 ‘생명숲100세힐링센터’를 후원하고 있다. 경기도에는 수원시, 성남시, 동두천시 세 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혼자 사는 남성 노인의 경우 여성보다 2.6배 이상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사회적 관계 단절로 인한 고독사 위험은 2배 이상, 자살률은 3~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숲100세힐링센터’ 후원기관인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2007년 국내 19개 생명보험회사의 공동 협약에 의해 설립된 공익법인이다. 생명존중, 생애보장정신에 입각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고 있다. 자살예방, 생명존중문화, 고령화 극복 분야를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복지기관과 협업해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2024년도 공무원 보수는 2.5% 인상됩니다. 보직교사 수당이 월 15만 원, 담임교사 수당은 월 20만 원으로 인상됩니다. 「공무원보수규정」, 「공무원수당규정」 개정에 따른 보수, 수당의 변경 사항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보수규정 개정 사항 가. 공무원보수 인상: 2.5% - 저연차 교원에 대한 추가 인상분 반영 8호봉 4.5% 인상(94,400원), 9호봉 4.4% 인상(95,000원), 10호봉 3.4% 인상(75,200원) 나. 근속가봉 인상 - 유·초·중·고 교원 74,100원 → 76,000원(1,900원 인상) - 국립대 교원 75,800원 → 77,700원(1,900원 인상) 교원수당규정 개정 사항 가. 정근수당 가산금: 5년 차 미만에도 확대해 월 3만 원 지급 나. 보직교사 수당 인상(월 8만 원 인상) 고등학교 이하의 각급학교에서 근무하는 보직교사 70,000원 ⇒ 150,000원 다. 담임교사 수당 인상(월 7만 원 인상) 고등학교 이하의 각급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원 중 학급담당교원 130,000원 ⇒ 200,000원 라. 특수교원 수당 인상(월 5만 원 인상) 국·공립의 특수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원, 특수학급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특수교사 및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11조에 따라 설치·운영되는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교원 70,000원 ⇒ 120,000원 마. 교장·원장 직급보조비 인상(월 5만 원 인상) 400,000원 ⇒ 450,000원 바. 교감·원감 직급보조비 인상(월 5만 원 인상) 250,000원 ⇒ 300,000원 육아휴직 수당 개정 사항 가. 같은 자녀에 대해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한 경우 두번째 육아휴직수당의 상한액 상향및 상향된 육아휴직수당 지급 기간 연장 ※ 육아휴직 수당은 육아휴직 시작일을 기준으로 한 월봉급액의 80%에 해당하는 금액. 다만 해당 금액이 150만 원을 넘는 경우에는 150만 원으로 하고, 70만 원보다 적은 경우에는 70만 원으로 함.
지난해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어린이의 이동에도 노란색 버스만 이용해야 한다는 정부의 안내에 따라 초등학교는 그야말로 난리를 겪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는 연말까지 단속을 유예한다고 밝히기도 하였지만, 법을 위반하는 상황이라는 점에는 변화가 없는 것이었고, 학교는 인솔 교사들의 법적인 보호나 사고 발생 시 보험금 지급 문제를 우려하는 게 당연했다. 이에 수많은 학교가 많은 위약금을 부담하면서까지 예정되었던 현장체험학습을 전면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학교는 극심한 혼란을 겪게 되었으며, 소중한 추억을 남겨야 할 학생들에게도 피해가 돌아가게 되었다. 현재는 현장체험학습처럼 비상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에는 전세버스 이용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도로교통법」을 개정(「도로교통법」 제2조 제23호)하여 문제가 해결되었지만, 학교는 여전히 현장체험학습과 관련한 갈등에 휘말렸고, 이는 현장체험학습 존폐에 대한 논의로까지 번져갔다.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서 한껏 마음 들뜬 학생들을 하루 종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교사들은 노란버스 논란을 계기로 현장체험활동에서 발생한 안전사고 책임을 교사들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시스템에 대한 의문이 생긴 것이다. 학교 안전사고 관련 법률분쟁의 구조 학교 안전사고와 관련해서 교사는 다양한 법률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학생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며 아동학대라거나 직무유기, 업무상과실치상 등 죄명으로 수사받는 일도 있을 수 있고, 이에 따른 징계와 교원소청심사 등까지 나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대부분은 담당교사와 학교의 관리자가 학생에 대한 보호감독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학생이 입은 피해를 금전적으로 배상해 달라는 취지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고가 되는 일이 문제 된다.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민사소송이다. 민사소송에서는 소를 제기하는 원고가 누구를 피고로 할지 결정하여 소송을 제기한다. 통상적으로 학교 안전사고와 관련한 소송에서는 담당교사, 학교장, 학교가 속한 지방자치단체(교육·학예에 관한 사항이므로 대표자는 교육감)가 피고가 된다. 다만 원고가 실제 손해배상을 받기 원하는 대상은 담당교사나 학교장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이다. 담당교사나 학교장 개인에 비하여 지방자치단체가 배상금을 지급할 능력이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면 굳이 왜 담당교사나 학교장이 소송에서 피고가 될까? 「국가배상법」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람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는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하게 되어있다(「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즉 지방자치단체에게 배상받으려면 그에 대한 전제로 담당교사나 학교장의 책임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원고인 학생 측은 담당교사와 학교장을 함께 피고로 하여 소송에 개입되게 한다. 학교 안전사고 관련 소송의 주된 쟁점 학교의 교사나 관리자인 교장은 소속 학생들을 보호·감독할 의무를 진다. 그 보호감독의무의 범위에 대한 기본적인 판례 입장은 ‘사고가 학교생활에서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또는 예측가능성(사고발생의 구체적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교장이나 교사는 보호감독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할 것인바, 위의 예측가능성에 대하여서는 교육활동의 때와 장소, 가해자의 분별능력, 가해자의 성행, 가해자와 피해자와의 관계 등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1993.2.12. 선고 92다13646 판결 참조)’라고 한다. 즉 개별 사고 상황에서 사고 발생에 관한 예측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인정하는지가 핵심이다. 특히 현장체험학습과 관련하여 가장 유명한 사례는 2017년 경북 한 초등학교의 수학여행에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장난감 화살의 끝을 칼로 깎아 다른 학생에게 활을 쏴 왼쪽 눈을 실명하게 한 사건이다. 사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해당 사고는 학생들의 취침시간 이후에 발생한 것이고, 학생들의 숙소에 감독자가 배치되어 취침지도가 이루어졌으며, 현장체험학습 당시에도 위해성 도구 소지금지, 위험한 장난 등의 안전교육도 실시되었었다. 이러한 학교의 노력에도 법원은 ‘예측가능성이 있는 사고’로 판단했다. 더욱이 법원은 ‘교사가 학생을 보호·감독할 의무는 친권자 등 법정 감독의무자를 대신하여 감독하여야 하는 의무이나, 체험학습에 참가한 학생들의 경우 친권자 등의 보호·감독에서 완전히 벗어나 전적으로 학교의 보호·감독 아래 놓이게 되므로 교사들에게 평소보다 무거운 주의의무가 요구된다(대구고등법원 2020.11.12. 선고 2019나26916 판결 참조)’라고 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현장체험학습이 위탁이나 운영업체의 주도하에 이루어지는 중에 발생한 사고는 어떨까? 이와 관련해서는 2012년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강원도 정선으로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발생하였던 ‘레일바이크 체험’ 사건이 대표적이다. 앞서 달리던 바이크가 내리막길에서 갑자기 멈춰 섰고, 뒤에 따라오던 바이크에 타고 있던 학생이 충돌하여 부상을 입은 사례이다. ‘레일바이크’와 같은 체험은 교사들도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처음 이용해 보는 경우가 많고, 탑승 중 주의사항 안내 등 안전교육에 대해서도 운영업체가 담당한다. 그런데도 법원은 인솔 교사들이 사고로부터 학생을 보호할 의무를 소홀히 해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취지로 판단하여 30%의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8.8. 2017가단5135023 판결 참조). 이러한 사례들에 따르면 교사들이 현장체험활동을 꺼리게 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해 보이고 이해가 간다. 교사 개인도 손해배상을 배상하게 될까? 다만 다행히도 교사나 학교장 개인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직접적으로 부담하게 되는 일은 드물다. 앞서 잠시 언급하였지만, 「국가배상법」은 공무원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게 된 경우 발생한 손해를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다. 법원은 「국가배상법」이 그와 같이 정한 이유에 대해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경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은 직무수행상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흠이 있는 것일 뿐이므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도 전적으로 국가 등에만 귀속시키고 공무원 개인에게는 그 책임을 부담시키지 않도록 하여 공무원의 직무집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한다’(대법원 1996.2.15. 선고 95다3867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즉 학생의 부상이 교사의 고의거나 발생시킨 업무상 과실이 중대하지 않다면, 교사가 소속된 지방자치단체가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것이지 교사 개인까지 손해를 배상하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장난감 화살 관련 사건에서도 학생 측은 지방자치단체 외에 담임교사 개인에게도 손해배상청구를 하였으나, 법원은 교사에게 중대한 과실(중과실)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렇다면 중과실이란 무엇일까? 판례는 ‘공무원의 중과실이라 함은 공무원에게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의미한다(대법원 2003.2.11. 선고 2002다65929 판결 참조)’라고 하여 쉽게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한 아이러니하지만 학교가 아닌 현장체험활동 중에 일어난 안전사고라는 점이 교사에게는 다행(?)인 부분도 있다. 현장체험활동을 가기 전에 학교는 학생들을 위해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게 된다. 따라서 현장체험활동 중 벌어진 안전사고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금은 보험사에서 피해를 입은 학생 측에게 지급한다. 이후 보험사가 자신들이 지급한 보험금을 피해 발생 책임자에게 구하는 구상권을 청구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때 교사 개인이 소송에서 피고가 되거나 더 나아가 손해배상 책임을 직접 부담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그럼에도 계속될 현장체험학습 논란 이러한 점을 놓고 볼 때, ‘현장체험학습 중 사고에 대해 교사가 책임이 있다, 판결이 나왔다’라는 등의 언론 보도를 ‘교사 개인이 손해를 배상하게 되었다’라는 것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고, 걱정하는 것은 지나칠 수도 있다. 물론 교사 개인이 소송에서 직접 피고가 되거나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는 일이 적다고 하더라도 어려움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당연하게도 일단 관련한 소송이 시작된다면 피고가 된 지방자치단체는 구체적인 사고 발생 경위 등의 상황을 알 수 없으므로 학교로 관련 사실을 문의하고 자료 제공을 요청하게 된다. 소송 과정에서 교사가 증인으로 참여하게 될 수도 있다. 자신이 지도하던 학생이 다쳤다는 것도 마음 아픈 일인데, ‘다친 학생이 잘못해서 생긴 일이다’, ‘학교는 책임이 없다’라면서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당연히 불편한 상황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교실 밖 새로운 경험을 하고, 직접 보고 느끼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면에서 현장체험학습은 필요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학교와 교사의 어려움에도 현장체험학습은 계속될 전망이다. 결국은 안전사고의 예방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에 있어서 안전에 비중을 두고, 교육부의 운영지침이나 교육청 매뉴얼을 준수해야 함은 기본이다. 현장체험학습 중 안전교육 등에 대해 위탁업체가 담당하더라도 반드시 교사가 임장하고, 이용하는 시설은 허가 등록이 이루어진 곳이어야 한다. 또한 사고 발생 시 신속한 응급구조와 학교관리자에 대한 보고 역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교육부의 2028 대입개편안 발표 이후 학교 현장에서는 고교학점제와 엇박자를 이루는 대입개편안으로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특히 지난 2021년 8월부터 2023년 6월까지 교육부가 지속적으로 발표해 온 모든 선택과목에 성취평가제(절대평가) 적용을 염두에 두고 고교학점제를 성실히 운영해 온 학교일수록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지금까지의 성취평가제의 흐름과 성취평가제가 시행되어야 하는 이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성취평가제(절대평가)의 필요성과 중요성 교육부와 정부는 성취평가제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오래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2014년 박근혜 정부는 ‘근소한 차이로 석차나 등급이 달라지는 상대평가체제에서는 학생들이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과중한 학업 스트레스를 받고,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맞는 교과목보다는 높은 석차를 받는 데 유리한 교과목을 선택하는 등의 문제가 있으므로 성취평가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학생평가지원포털에 지금도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대입 미반영으로 성취평가제로 산출되는 학업성취도는 상대평가 등급과 병기되면서 유명무실해지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고교학점제와 더불어 성취평가제를 도입하기로 발표되었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한 글자도 다르지 않게 과거를 반복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상대평가에는 문제가 있고, 교육적 차원에서 성취평가제가 실시되어야 함을 교육부도 정부도 명확하게 오래전부터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교사들이 성취평가제(절대평가)를 준비할 수 있다 2014년 성취평가제가 대입 미반영으로 무력화되면서 정부는 차후 준비가 되면 성취평가제를 전면 시행하겠다는 여지를 남겨두었고, 교사들의 성취평가제 역량을 제고하여 교육 현실을 차차 바꿔가겠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이 2018년 도입된 이후 2019년에 드디어 진로선택과목에 대해 3단계 성취평가제가 적용되어 상대평가 등급 없이 성취도 A·B·C 단독으로 성취평가제가 적용되었다. 공통과목과 일반선택과목에는 여전히 9등급 상대평가가 적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대학마다 상황에 따라 진로선택의 성적 반영 방식을 다양화하였다. A·B·C 그대로 등급으로 바꾸어 적용하는 방식, 환산하여 반영하는 방식, 성적은 반영하지 않고 과목별 세특만 반영하는 방식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로선택과목의 성적을 반영하였다. 드디어 대학입시에도 실질적으로 성취평가제가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2023년 6월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공통과목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선택과목에 있어서 성취평가제를 적용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21년 교육부의 발표내용을 그대로 이어간 것이었다. 그리고 느닷없이 2023년 10월 10일 교육부장관은 전 과목 5단계 상대평가의 등급을 병기하겠다고 정정하였다. 결국 성취평가제를 유명무실화하고, 다시 2014년으로 돌아가겠다고 공표한 셈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학교 현장의 성적 부풀리기로 돌리면서 준비가 미흡하다고 했다. 이렇게 2014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교육부와 정부는 성취평가제의 필요성을 절감한다고 하면서도 실제적으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심지어 2019년 일부 선택과목에 적용되고 있는 성취평가제마저 5단계 상대평가 병기로 무력화하여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 진정 성취평가제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실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교육계 일부에서는 교사들이 아직 성취평가제를 도입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성적 부풀리기가 일어나고 있는 일부 사례를 들어 전반적인 사례인 양 현실을 호도하기도 한다. 물론 아직 교사들은 상대평가에 더 익숙하다. 따라서 3단계 성취평가제가 적용되고 있는 과목에 대해서도 상대평가에서처럼 문항을 출제하여 성취도 A 비율이 20% 내외로 나타나고 있는 학교도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적 부풀리기를 보이고 있는 학교에 대한 검토와 컨설팅을 지원하여 개선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성적 부풀리기를 시도하는 학교가 있어서 상대평가를 병기하여 성취평가제를 무력화시키겠다고 하는 교육부와 정부의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동안 아무 노력도 하지 않은 교육부와 정부의 탓을 학교 현장으로 돌리는 꼴이다. 진로선택·융합선택 상대평가 적용은 거의 불가능하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역량 함양이 가능한 교육과정으로 개발하였다. 특히 고등학교는 학습자의 진로와 적성을 중심으로 비판적 질문, 실생활 문제해결, 주요 문제 탐구 등을 위한 ‘글쓰기, 주제융합수업’ 등 실제적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다양한 진로선택과 융합선택과목을 신설하고 재구조화했다고 홍보하였다(교육부, 2022). 그리고 이러한 방향은 성취평가제를 적용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지난해 6월 모든 선택과목에 대해 성취평가제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모든 과목에 대한 ‘상대평가 병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금은 고등학교에서 상대평가가 적용되는 과목에 있어 교사들은 학생들의 등급을 구분하기 위해 주로 지필평가를 활용한다. 1(4%)·2(7%)등급의 학생을 구분 짓기 위해 지필평가에서 교사들은 고난도 문항을 출제한다. 심지어 등급 블랭크를 예방하기 위해 초고난도 문항(킬러문항)을 출제하여 실제 모의고사보다 더 어려운 문항들이 출제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지필평가가 아닌 수행평가로만 학생들의 등급을 구분 짓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진로선택·융합선택과목을 한번 들여다보자. 국어과의 문학과 영상, 직무 의사소통이나 수학과의 수학과 문화, 수학과제 탐구, 영어과의 영미문학읽기, 영어 발표와 토론, 직무 영어, 실생활 영어회화, 미디어 영어, 세계문화와 영어 등의 과목은 성격과 특성을 고려해 볼 때 지필평가로는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교사들은 해당 과목을 학교교육과정에 편성하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과목들은 학생의 교과역량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의미 있게 평가될 수 있는 과목들이고, 대학에서 환영하는 과목들이다. 문제는 해당 과목들을 지필평가가 아닌 수행평가 100%를 적용하여 상대평가의 등급을 산출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그대로 시행될 경우 학생과 학부모의 관련 민원은 학교를 넘어 교육청까지 끊임없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의 미래역량 함양과는 멀어지는 방식의 교육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성취평가제는 고교학점제의 필요조건이다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기 위한 2022 개정 교육과정 개발과정에서 성취평가제의 확대 적용이 가시화되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서 성취평가제는 필수적이다. 실제 표 2에서 보듯이 학점제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은 모두 내신 절대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2028 대입개편안에 따르면 세계에서 유일하게 학점제를 운영하면서 절대평가를 적용하지 않는 국가는 우리나라뿐이다. 이는 한국형 학점제로 칭하기도 매우 어색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상대평가는 학생 간 비교를 통해 서열을 구분 짓는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과목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분명히 큰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절대평가를 선택과목에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고교학점제를 시행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세계 교육의 흐름, 학습자 주도성 강화의 흐름, 미래역량 함양을 위한 다양한 학습은 모두 무시하고 단지 모든 학생을 줄 세워 등급을 매겨 대학 선발에 활용하는 것이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적인 것으로 교육부는 단정 짓고 있는 것이다. 초고난이도 문항(킬러문항)을 없애겠다는 올해 입시에서 고등학교 재학생들은 수시에서도 정시에서도 가장 큰 고배를 마시게 되었다. 그리고 N수생의 수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되려 수능 만점자 N수생과 표점 만점자 N수생을 포함하여 역대 최다 N수생이 응시하는 수학능력평가시험을 만들어 냈고, 차후년도에도 역대 최다 N수생이 예측되는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 교육부와 정부는 이솝우화의 ‘양치기 목동’과 같은 행보를 서슴없이 반복하고 있다. 진정성을 가지고 모든 학생을 위한 교육정책을 펼쳐가길 바란다.
어느 평가방식이 더 바람직한가? 1995년 5월 31일 정부는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고교 내신 평가방식이 상대평가→ 절대평가→ 상대평가로 바뀌면서, 상대평가와 절대평가 중 어느 것이 더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쟁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특히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앞둔 지금 상대평가와 절대평가 중 어떤 평가방식이 더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쟁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상대평가와 절대평가에 대한 논쟁이 갈등만 더 증폭시킬 뿐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은 이 문제에 대한 접근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상대평가와 절대평가 모두 학생의 학업성취평가를 위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또한 서로 다른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해 상대평가와 절대평가 중 절대적으로 옳은 것 또는 옳지 않은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상대평가와 절대평가의 장단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수업목적과 평가목적에 따라 평가방식을 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대평가가 옳다 또는 절대평가가 옳다고 주장하기 전에 현재 고교 내신 평가의 목적을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만약 현재 고교 내신 평가가 학생의 학업성취수준을 파악하고, 성취수준에 다다르지 못한 학생을 이끌어주고자 하는 목적만 있다면 절대평가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고교 내신 평가는 학생의 학업성취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것 못지않게 대입을 위한 평가자료로서 학생 선발을 위한 것에 중요한 목적이 있다. 그러므로 학생 선발을 위한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상대평가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고교 내신 평가의 목적, 교육 및 교사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자녀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 및 태도, 교육환경 등을 고려할 때, 고교 내신 평가는 상대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수없이 많지만, 그중 핵심적인 것은 대략 다음의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심각한 내신 부풀리기 절대평가는 심각한 내신 부풀리기를 불러올 것이다. 내신 부풀리기는 학생들의 공정하고 건강한 경쟁을 막고, 교육과 교사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확산시키는 ‘암 덩어리’ 같은 행위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이런 내신 부풀리기가 얼마나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지 경험한 바가 있다. 절대평가가 시행되었던 시기에 재적생 332명 중 225명이 ‘수’를 받은 사례, 수강 학생 105명 전원에게 ‘수’를 준 사례, ‘수’ 또는 ‘우’의 비중이 75%가 넘는 학교의 사례, 74명 중 60등이어도 ‘수’를 받은 사례, ‘수’를 받은 학생이 50%가 넘는 과목이 상당수였던 학교 등이 적발되어 재시험을 치르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또한 모 대학 수시모집 지원자 5,500명 중 이 대학 모집 정원보다 훨씬 더 많은 800여 명이 고교 내신 전 과목 ‘수’를 받았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렇게 내신을 신뢰할 수 없게 되자 대학들은 입시 전형 과정에서 내신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고, 서울 주요 대학이 고교 간 학력격차를 대입에 반영하겠다고 밝히면서 고교등급제 논란까지 일어났었다. 이러한 내신 부풀리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많은 사람이 입을 모아 말하지만, 아직 타당하고 합리적인 문제해결방안이 제시된 바 없다. 이런 상황에서 무턱대고 절대평가를 도입하면 예전의 문제를 되풀이하게 될 뿐만 아니라, 예전보다 더 큰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 빠지고 말 것이다. 왜냐하면 현행 대입에서 내신의 비중이 그때보다 훨씬 더 커졌기 때문이다. 대교협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24학년도 대입에서 정시와 수시 비율은 정시가 35.6%, 수시가 64.4%이다. 그런데 수시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자료로 활용되는 것이 내신 성적이다. 특히 수상 실적, 독서기록, 자율 동아리활동, 자기소개서 등을 대입 전형 자료로 사용할 수 없게 된 현재, 수시 전형 평가는 내신 성적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수시 지원 상담 프로그램에 학생의 내신 성적을 입력하면 어느 대학은 상향이다, 안정권이다, 소신지원이다 등이 표시되고, 대입 결과가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결국 현재 대입 수시 전형은 내신에서 시작해서 내신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성적 부풀리기로 인해 내신평가가 왜곡될 가능성이 많은데도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절대평가를 도입한다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행동이다. 둘째, 특목고와 자사고 쏠림 현상 절대평가 도입은 필연적으로 특목고와 자사고 쏠림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1997년 특목고 학부모들이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한 적이 있다. 생활기록부에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병행·활용하도록 한 교육부장관의 지침이 교육개혁위원회의 교육개혁방안에 따라 절대평가가 이루어질 것으로 믿고 특목고에 입학한 학생들의 신뢰 이익을 침해했다는 이유였다. 심판청구는 기각되었지만, 이는 우리에게 절대평가가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들에게 얼마나 유리한지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 결국 절대평가는 대입에서 일반고 학생들의 몰락을 불러올 것이고, 이는 필연적으로 특목고와 자사고 쏠림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셋째, 절대평가 도입을 위한 교육환경 구축의 미비 절대평가 도입을 위한 교육환경이 구축되어 있지 않다. 절대평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절대평가가 단순히 90점 이상이면 A, 80~89점이면 B를 주는 식으로 운영되면 안 되고, 결과가 아닌 과정 중심으로 성취기준에 근거한 성취도를 평가해야 하며, 객관식 문제가 아닌 서·논술형 평가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학생의 역량과 성장, 학생 간의 협력과 소통을 바탕으로 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절대평가가 도입된다면 반드시 그래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객관식 시험에서 92점 받은 학생이 91점 받은 학생보다 정말 우수할까?’라는 상대평가에 대한 비판이 그대로 ‘90점을 받아 A를 받은 학생이 89점을 받아 B를 받은 학생보다 더 우수할까?’라는 절대평가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절대평가가 성공하려면 교사가 학생 한 명 한 명의 성장과정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 학생이 성취기준에 도달할 수 있게 이끌어주면서 그 과정을 평가해야 한다. 즉 교사가 하는 절대평가의 질적 수준이 담당 학생수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재 고등학교는 학급당 인원수가 14명~40명까지 천차만별로 다르다. 한 학교에 7학급이 있다고 할 때, 학급당 인원수가 14명인 학교는 한 교사가 98명의 학생을 관찰하고 피드백을 주면 되지만, 학급당 인원이 40명인 학교는 한 교사가 280명을 관찰해야 한다. 280명을 관찰하면서 그 성장과정을 평가하는 수준이 98명을 하는 것과 같을 수 있을까? 고교내신이 중요한 현재 수시 전형에서 이러한 차이는 대입 전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결국 학급당 인원이 많은 학교에 배정된 학생들이 이 모든 피해를 떠안게 된다. 2학년부터는 선택과목에 따라 교과목 수강 인원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그런데 절대평가가 도입되었을 때, 소인수과목과 수강 인원이 30명을 넘는 과목의 절대평가 수준을 어떻게 조율해서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다. 절대평가를 도입하기 위한 조건 절대평가가 왜곡되지 않고 진정 학생의 성장을 위한 평가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문제들이 선결되어야 한다. 첫째, 고교 내신이 대입 선발의 주요 평가자료로 활용되면 안 된다. 교과전형은 당연히 폐지되어야 하고, 내신이 활용되더라도 독서활동, 수상 실적, 자율 동아리활동, 자기소개서 등 다양한 학생 활동의 극히 일부분으로만 활용되어야 한다. 둘째, 특목고와 자사고, 일반고가 대입에서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셋째, 절대평가를 받아들일 수 있는 교육환경이 구축되어야 한다. 즉 모든 학교의 학급당 인원이 어느 정도 균등해야 하고, 소인수과목과 수강 인원이 많은 교과목의 절대평가 수준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서 교사의 평가역량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져야 하고, 교사의 평가를 신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전에 절대평가를 도입하면 교사 평가에 대한 더 큰 불신 팽배,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 고조 및 이를 이용한 사교육의 극성, 대입 전형에서 일반고의 몰락, 특목고와 자사고 선호 등으로 교육계 전체가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내신평가의 덕목이 ‘객관적 공정성’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 수시 전형으로 대학에 가려는 학생들에게 내신은 절대적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수시 전형에 대비하여 1학년 때부터 전략적으로 내신을 관리한다. 사교육의 컨설팅을 받아 가며 내신을 관리하는 학생들도 있고, 1학년 때 내신이 안 좋아 자퇴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는 내신평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객관적 공정성’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대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내신을 절대평가할 수 있는 역량을 교사들 모두가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학생과 학부모가 납득할 수 있는 절대평가를 위한 공정한 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교사에게 평가에 대한 절대적 권한이 주어지는 절대평가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그 정도로 우리 교육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신뢰받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현재 교사들은 상대평가에 익숙해져 있다. 그런데 절대평가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기 위한 의무적인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또한 자신의 절대평가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평가를 받아본 적도 없다. 학부모들은 수행평가, 서술형 답안 채점기준, 생활기록부 평가내용 등에 대한 민원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심지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는 각각의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 우리 교육현실은 절대평가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은 무리하게 절대평가를 주장하기보다는 교육평가 목적에 따라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중 무엇을 선택해도 문제가 되지 않도록 우리의 교육현실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한때 힘든 시절도 있었다. 고교 진학을 앞둔 학생들은 3~4지망 학교로 꼽았고, 교사들은 전보 연한이 차기도 전에 떠나려던 학교다. SKY 대학엔 명함도 못 내밀었다. 게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중심인물과 연관되다 보니 학교를 보는 시선은 싸늘했다. 그러던 학교가 달라졌다. 학생들의 학교 만족도가 80%를 넘어서고, 교사들은 대기라도 좋으니 전보유예 대상에 넣어달라고 조른다. 지난해 대학입시에서는 60여 명이 소위 말하는 ‘인서울’에 성공했다. 의대 등 최상위권 진학자도 3명이나 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청담고등학교 이야기다. ‘모두의 가능성을 여는 교육’을 목표로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을 실현하면서 머물고 싶은 학교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운동장에 잔설이 희끗희끗한 지난 1월, 남부호 교장을 만난 곳은 교장실이 아닌 교내 커피숍 ‘청담나루’였다. 교실 반 칸 크기의 청담나루는 이 학교 교직원들의 휴게공간이다. 푹신한 소파와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그리고 커피향이 물씬하다. 특히 통창 너머 보이는 자그마한 나무숲은 계절의 변화를 한눈에 느낄 수 있어 일품이다. 청담나루는 남 교장의 호주머니로 운영된다. 그는 업무추진비의 절반을 커피 원두 등 청담나루에 필요한 재료 구입 등에 쓴다. 이른 아침 출근한 교사들은 이곳에서 원두를 갈아 만든 커피 한 잔으로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한다. 덕분에 기자도 독특한 맛과 풍미로 유명한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커피를 공짜로 맛보는 기회를 얻었다. 청담고 만남의 광장 청담나루 사실 청담나루가 탄생한 데에는 말 못 할 속사정이 있다. 4년 전 남 교장이 부임했을 때만 해도 지금과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대통령 탄핵의 여진이 남은 탓인지 학교구성원 모두가 예민하고 흉흉했다. 반목도 심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교직원들끼리 감싸주고 안아주는 화합의 공간이 필요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유휴 공간을 활용한 교내 커피숍. 예상은 적중했다. 자그마한 공간이지만 만남과 나눔의 장이 됐고, 파급력은 컸다. 마음의 문이 열리자 학교구성원들이 조금씩 하나가 되어갔다. 그 뒤 학교가 달라졌다. 단적인 예가 부장교사 임명이다. 신학기를 앞두고 학교마다 부장교사 모시기에 몸살을 앓지만, 청담고는 예외다. 이 학교는 부장교사 자원이 넘친다. 게다가 부장교사도 경력이 많은 원로교사들이 맡는다. 전체 11명의 부장교사 중 원로교사가 8~9명에 이른다. 갓 임용된 2급 정교사를 부장교사로 임명해 논란이 된 세태와는 딴판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비결은 확실한 인센티브다. 이 학교는 부장교사에게 성과급 S를 준다. 교문지도와 급식지도를 면제한다. 대신 부장업무에 충실하도록 했다. 권한도 부여했다. 웬만한 업무는 부장을 중심으로 부원들과 상의해 결정한다. 교사가 교장에게 직접 기안을 올리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다. 반드시 부장을 거치도록 했다. 청담고는 부장중심학교인 셈이다. 이 모든 과정은 교직원들의 동의를 거쳐 진행됐다. 처음엔 다소 볼멘소리가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나이 든 선배 교사들이 직접 어렵고 힘든 업무를 수행하자 저연차 교사들도 따라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선배들에게 배울 점이 많아 좋다”며 적극 호응한다는 게 학교 측의 귀띔이다. 청담고의 부장교사 성공사례는 인근 학교에 벤치마킹 돼 확산 중이다. 입시 강자로 떠오른 청담고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달됐다. 그 결과 청담고는 지난해 대학입시에서 괄목할 성적을 거뒀다. 무려 60여 명의 학생이 서울대를 비롯해 서울 시내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의대와 약대를 비롯한 최상위권 대학 합격자도 배출했다. 인근의 학교들에 비해 약세를 면치 못하던 몇 년 전과는 격세지감이다. 이런 결실은 교사들의 열정이 결정적 원동력이 됐다. 교사들은 학생 한 명 한 명에 최선을 다한다. 생활기록부만 보더라도 풍부하기 이를 데 없다. 학생들이 발전하는 모습을 꼼꼼히 기록했다가 생기부에 반영하니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포트폴리오가 됐다. 대학들이 청담고 학생들을 눈여겨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남에 위치해 학생들이 무작정 학원으로 몰려갈 것 같지만 실제론 학교 측이 마련한 야간 자율학습에 30% 정도의 학생들이 빠짐없이 참여한다. 학교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교사들이 변하니까 아이들한테 눈을 돌리더군요. 그러면서 학력도 올라가고 입시성적이 좋아지고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오는 시너지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남 교장은 “한 학년이 150~200여 명에 불과한 작은 학교지만 이를 기회로 삼아 학생들에게 더 많은 정성을 쏟다 보니 대입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강한 학교로 거듭났다”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학생들 입에서 “우리 선생님 너무 자상해요. 열정적이세요. 학교가 너무 좋아요”라는 말이 스스럼없이 나온다고 한다. 고교학점제 선도학교 … 공유 캠퍼스 운영 고교학점제 등 새로운 교육시스템에서도 앞서간다. 청담고는 고교학점제 공동교육과정 운영 선도학교다. 인근 경기고·영동고 등과 연합해 공동으로 공유 캠퍼스를 운영한다. 청담고가 담당한 분야는 IT 교육. 이를 위해 올해 정보교과를 신설하고, 인공지능과 피지컬 컴퓨팅 등 소수 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이 첨단 과학 기술의 기초를 다지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 구현을 위해 기초교과와 탐구교과 내에서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소수의 학생이 선택하는 물리학2·경제와 같은 과목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또 체육·예술, 생활·교양교과의 진로선택과목을 개설하고 교과 간 교육과정을 균형 있게 편성했다. 심화영어1, 세계 문제와 미래사회와 같은 전문1 교과 등을 통해 학생들의 심도 있는 학습을 이끌어간다. 독서·토론교육 등 다양한 교육활동은 청담고의 강점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1교사 1권장 도서제’이다. 모든 교사가 읽고 싶은 책 한 권씩을 정해 통독한 뒤 이를 독서·토론수업과 연계하는 방식이다. 라우라 에스키벨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부터 베스 사피로가 쓴 쥬라기 공원의 과학까지 교사 55명이 모두 한 권씩 선정했다. 인문소양을 키우기 위한 노력은 또 있다. 연간 2회 실시되는 인문 아카데미와 북스테이 캠프, 책 드림 행사 등이다. 청담토론 캠프, 우리 역사 한마당, 경제 한마당 등 창의적 사고력과 분석력을 신장하는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수학·과학교육에도 심혈을 기울여 자연과학 특강, 과학캠프, 수학 사고력 세미나, 골드버그 장치 탐구 등을 운영하고 있다. 자기주도 교육 실천 … 상벌점 항목 학생들이 정해 학생들의 자치활동 역시 눈여겨볼 대목이다. 상벌점제를 운영하는 이 학교는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상벌점 항목을 정한다. 자율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어려서부터 익히도록 하려는 배려다. 학생과 교사들이 행복한 학교, 믿음과 신뢰가 단단한 학교 청담고이지만 남모르는 어려움도 있다. 이 학교는 오는 2026년 인근 잠원지구로 이전한다. 문제는 이전 예정학교의 경우 환경개선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서울교육청의 방침에 따라 학교시설 노후화가 심각한데도 이렇다 할 지원이 없다는 점이다. 이전할 학교에 시설 개선비를 지원하는 것이 예산 낭비라고 여긴 탓인지 몰라도 학생들은 낡은 시설에서 공부하는 불이익을 받고 있다. 시설이나 물품 구입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학교 측은 폐교 예정학교를 찾아 책장이나 냉·난방기를 가져와 사용하는 고육책을 쓰고 있다. 교장은 기다리는 사람 … 선생님과 학생을 믿는다 학교 관계자는 “자원재활용을 통해 지난해 6천여만 원의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지만,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교육청의 예산지원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남 교장은 교육부에서 교육과정 담당국장을 역임하고 대전부교육감을 지낸 엘리트 관료이다. 대전부교육감을 지낼 때만 해도 교원 출신으로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그가 유일했다. 그만큼 역량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지난 2021년 9월 청담고 교장으로 부임해 올해 4년째를 맞는다. “교육부에서 근무할 때는 모든 업무에서 인풋과 아웃풋이 분명하고, 퍼즐이 딱딱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학교는 다르더군요. 교직원들에게 베풀고 믿고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남 교장은 “교사들이 마음껏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장을 만들어주고, 믿고 기다리니 학교가 변하더라”며 “교장의 리더십은 기다림의 미학 같다”라고 말했다.
아이들을 망치고 싶어 교단에 오르는 교사는 없을 것이다. 교단에 서는 가장 큰 이유, 그리고 교단을 지키는 힘의 원천은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성장을 바라보며 느끼는 보람이다. 그런데 학생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함에도 반대의 결과가 나와 비판을 받는 교사들이 있다. 왜 그럴까?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면서 실은 우울증을 심화시키는 행동을 하는 사람과 비슷한 것은 아닐까? 교수법을 비롯한 교육 관련 서적을 집중적으로 읽으며 자신의 전문성을 높이고, 다른 교사들을 자주 만나 그들의 교수법과 생활지도법을 열심히 배우며, 신문기사도 교육 관련 기사를 집중적으로 보고, 그 기사를 통해 현실 문제에 대해 고민하며 제시된 대안들을 실천에 옮기는 교사가 있다면, 그는 아이들을 잘 지도하는 훌륭한 교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게 된다. 정말 그럴까? 이러한 선생님은 훌륭한 선생님이 되는 법만 배우고, 엉터리 선생님이 되는 법을 배우지 못한 탓에 자신의 의도와 달리 엉터리 선생님이 될 수도 있다. 어떻게 하면 엉터리 선생님이 될 수 있는지를 알고 있다면 역으로 훌륭한 선생님이 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이 글은 우연히 마주친 글을 읽다가 떠올라 발전시킨 것이다. 교육 주제 이외의 책을 넘봐서는 안 된다 첫째, 교육 관련 주제의 책만 읽어야 한다. 만일 교육 이외의 폭넓은 독서를 하게 되면 그의 시야가 넓어져 아이들에게 폭넓은 세상을 소개하며, 꿈을 심어주는 교사가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 가슴 뛰는 꿈을 심어주면 아이들은 열정적으로 공부하며, 크게 성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아이들을 망치는 교사가 되고 싶다면 절대로 교육 주제 이외의 책을 넘봐서는 안 된다. 어렸을 때 읽었던 우화 중에 ‘소가 된 게으름뱅이’가 있다. 잘 알겠지만, 이야기의 요지는 이렇다. 밥 먹고 자기만 하면 소가 된다고 놀려도 듣지 않던 게으름뱅이가 있었다. 오히려 소가 되면 풀만 뜯어먹고 느긋하게 살 수 있으니 좋겠다고 말하고 다닐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람을 소로 만들어서 팔아먹는 할아버지의 꼬임에 빠져 소가 되었다. 할아버지는 게으름뱅이를 한 농부에게 팔면서 “이 소는 무를 먹으면 죽으니 절대 무를 보여주지도 마시오”라고 이야기했다. 소가 된 게으름뱅이가 게으름을 피우면 농부가 채찍으로 때렸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나머지 게으름뱅이는 죽으려고 했는데, 마침 우연히 무를 보게 되자 노인이 했던 말이 생각나서 죽을 결심을 하고 무를 씹어 먹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소가죽과 소머리 탈이 벗겨지고 사람으로 돌아왔다. 무를 먹으면 소가 죽고 다시 사람이 될 수 있다. 교육 이외의 책을 읽으면 엉터리 교사가 죽고 훌륭한 교사가 살아난다. 훌륭한 교사가 되겠다면서 교육 관련 책만 읽고, 시간을 탓하며 그 이외의 책은 잘 읽지 않는 교사는 죽을까 두려워 무를 먹지 않는 소와 같다. 무를 먹어야 사람이 되듯이 교사는 교육 이외의 다양한 세상에 대한 책을 읽어야 학생들을 잘 이끌 수 있다. 교사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가르칠 내용을 소재로 하여 학생들을 만나 그들을 세상으로 안내하는 안내자이다. 학생들이 배우는 내용을 시간과 공간의 거대한 맥락과 연결시켜 주고, 학생들이 미래를 꿈꾸며 대비하도록 이끄는 지도자이다. 이 지도자가 인류 문화의 거대한 흐름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하다면 제자들을 제대로 이끌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교육에 대한 기초 지식이 탄탄하지 않으면서 신변잡기식의 글만 다양하게 읽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독서활동이다. 폭넓은 식견을 갖춘 지혜로운 자가 된다면 수업을 통한 학생들과의 만남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고, 학생들이 보다 균형 잡힌 시야를 갖도록 이끄는 훌륭한 교사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리되면 원하는 엉터리 교사가 될 수 없으므로 각별히 유의(?) 해야 한다. 교육 이외의 문제에 눈과 귀를 닫으라 둘째로 지켜야 할 것은 교육 이외의 주제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말고, 이야기 소재로도 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교대생들은 캠퍼스에서도, 친구들과 술을 마실 때도, 애인을 만나서도, 심지어 꿈속에서도 교육이야기를 한다는 농담이 있다. 대부분의 교사는 더 심할 것이다. 아무리 다른 주제 이야기를 하려고 하더라도 이야기 나누다 보면 결국 학교 이야기, 학생 이야기로 돌아가고 만다. 이는 그만큼 교육에 진심이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이는 엉터리 교사가 되는 지름길이다. 교육문제는 대부분이 사회문제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한 아이의 문제행동을 이해하려면 그 아이의 가정 배경만이 아니라, 그 가정에서 아이를 소홀히 하는 이유를 더 큰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교육적 관점만이 아니라 경제적·사회적·정치적·문화적·예술적 관점에서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더 기대한다면 교사는 교육문제만이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환경 등 사회 제반 이슈에 대해서도 폭넓게 관심을 가지고 고민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교육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를 이상하게 확대하여 우리나라 교사들의 정치활동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엉터리 교사가 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교원들이 교육 이슈만 너무 천착할 경우 원인 진단을 잘못하고, 그 결과 잘못된 처방을 할 수도 있다. 내리막길이 오르막길인 줄 알고 가속페달을 밟았다가 사고를 당하는 ‘도깨비도로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교육에서 벗어나 교육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가져야 한다. 선생님들끼리 티타임을 가질 때에는 특히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소재로 삼아 이야기 나누길 기대한다. 세상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는 선생님을 부정적 시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교육 이슈에만 관심을 두는 자신이 오히려 엉터리 교사가 될 수 있음도 유의하자. 물론 교육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고 사적 관심사만 주로 이야기 소재로 삼는다면 이 교사는 ‘엉터리 교사’는커녕 ‘가짜 교사’가 되기도 어려울 것이다. 어느 주일날 신부님께서 기독교인인 여성들은 부엌에서 벗어나 사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강론을 하셨다. 자기 가족과 자기가 속한 성당에 대한 헌신에서 더 나아가 자기 집 밖 세상사에도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사람이 진정한 기독교인이라는 말씀이었다. 이 말을 교사에 대입해 보자. 교육 이슈가 심각하기는 하지만, 학교 밖의 심각한 사회적 이슈에도 관심을 두고 해결하기 위해 참여할 때 진정한 교육자가 될 수 있다. 엉터리 교사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정치적 중립을 비롯한 많은 제약을 방패 삼아 교육 이외의 문제에 대해서는 눈과 귀를 닫으라. 한편으로는 법적 투쟁을 통해 정치적 제약을 풀기 위해 노력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규정 내에서 할 수 있는 길을 찾아 현실 개선에도 관심을 가졌다가는 자칫 엉터리 교사의 반열에 끼지 못할 수 있다. 교사끼리만 소통하고, 친구를 맺자 셋째로는 가능하면 교원은 교직 종사자 이외의 사람은 만나지 말아야 한다. 대부분 사람과 마찬가지로 교사도 주로 자기 직종 종사자를 만나 대화를 나눈다. 자기의 고충을 하소연하고, 갑질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며, 교사를 어려운 지경에 빠지게 한 사회와 국가를 원망하며 동지애를 느낀다. 그 결과로 부모나 다른 집단의 바람은 비현실적이고 과도하다고 느끼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교사의 역할, 월급에 상응하는 수준의 교사 직무수행에 맞춰 교직생활을 하면 원하는 엉터리 교사가 될 수 있다. 같은 직종에 종사하며 유사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점차 자신들의 생각이 옳다는 믿음이 커진다. 이렇게 하면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집단사고란 ‘응집성이 강한 소수로 구성된 정책결정은 각자의 목표나 생각, 가치가 반영되지 못하고 하나의 동일한 방향성을 가지게 되는 의사결정 성향을 갖게 됨’을 의미한다.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지면 의사결정과정에서 동질성을 추구(concurrence-seeking)하는 경향 때문에 의사결정의 민주성·타당성·검증 노력을 훼손하는 결과가 나온다. ‘집단사고’라는 개념은 1972년, 미국의 심리학자 어빙 재니스(Irving Janis)가 그의 저서인 집단사고에 의한 희생들(Victims of Groupthink)에서 피그만 침공이 실패한 이유를 분석하며 만들어 낸 개념이다.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지면 교사 집단과 다른 관점을 가진 타 집단의 관점에 귀 기울이지 않게 되고, 그들을 바보 취급하며 그들에게 분노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점점 교사 집단의 사고에 갇히게 되면, 사회와는 동떨어진 인식을 하게 된다. 그런 관점을 가진 교사들은 아이들 지도나 학부모와의 소통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육아휴직 후 교사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학부모들이 모인 육아카페에 가입한 제자가 찾아왔다. 그 카페에 올라온 교사에 대한 학부모들의 글을 보며 충격을 받았단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도 공감이 되며 때로는 분노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빌게이츠는 성공한 기업인이 되기 위해서는 매일 점심식사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좋은 기회로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교사들도 동창회·동호회·종교단체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로 구성된 단체나 모임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모임에 자주 나가게 되면 제3의 시각에서 교직을 바라보거나, 폭넓은 시야를 갖춘 사람이 됨으로써 원하는 ‘엉터리 교사’가 되기 어려울 것이다. 각종 SNS를 할 때에도 가능하면 교사끼리만 소통하고, 교사라고 하더라도 자신과 생각이 유사한 사람들과만 친구맺기를 하고, 집단을 만들어 소통해야만 엉터리 교사가 될 수 있다. 엉터리 교사로 남고 싶다면 교직 종사자 그중에서 특히 자신과 생각이 유사한 사람들만 만나서 자신의 시야와 생각의 폭이 넓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위의 세 가지를 잘 실천하면, 어쩌면 특별히 유의하지 않아도 저절로 실천이 될 것이므로 손쉽게 원하던 엉터리 교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아는 분야의 책과 글을 읽을 때, 나와 동일 직종의 사람들과 만나서 늘 유사한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 나눌 때, 더구나 나와 생각이 유사한 사람들과 소통할 때에는 크게 에너지가 들어가지 않는다. 우리 뇌는 가능하면 편한 길을 택하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있어서, 교사들이 크게 애를 쓰지 않아도 위의 세 가지는 쉽게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자신이 엉터리 교사가 되지 못할까 걱정되거든 위의 세 가지를 늘 기억하며 실천에 옮기기를 바란다.
“문제아가 희망이다?” 현실에 만족하는 사람이 개선과 혁신을 꿈꾸는 경우는 별로 없다. 왜 이래야 하는지 납득이 안 될 때, 하라는 대로 고분고분해도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새로운 길을 꿈꾸기 마련이다. 이렇게 보면 불만 가득하고 삐딱선을 타는 반항아들은 괜찮은 친구들이다. 아인슈타인도, 스티브잡스도 학교 다닐 때 모범생은 아니지 않았던가. 혁신가들 가운데는 학창시절 불퉁거리던 반항아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을 상대했을 선생님들은 어땠을까? 넘치는 반항의 에너지를 내뿜는 친구들을 상대하기는 늘 버겁고 힘들다. 그래서 신학기를 준비하는 2월이면 마음이 걱정으로 가득하다. 수업과 학급경영을 열심히 준비하면 뭐 하겠는가. 어깃장 놓는 몇몇 아이가 나의 모든 노력을 헛되고 망신살 뻗치게 만들지도 모르는데. 올해만큼은 착하고 성실한 학생들만 나의 교실에 있었으면 좋겠다. 안타깝게도 이런 바람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상황이 어떻게 되건 우리는 또다시 교실에 서야 한다. 그러니 바뀌지 않는 현실을 탓하고 두려워해봤자 소용없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런 절박한 고민에 영국의 의사이자 정신분석가인 도널드 위니컷(Donald Woods Winnicott, 1896~1971)은 선생님들이 마음을 쓸어내리게 하는 혜안을 안긴다. “훌륭한 선생님은 이기려 하지 않는다” 위니컷은 문제아를 상대한 경험이 많은 전문가였다. 그는 반항기 넘치는 아이들을 매우 좋게 보았다. 핵(核)은 매우 중요한 에너지다. 그러나 핵의 넘치는 힘을 관리하지 못할 때는 무척 위험해진다. 삐딱한 친구들, 날카로운 눈매를 번뜩이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이 친구들은 학교가 정해놓은 질서와 규칙에 감히 맞설 만큼 혈기가 끓고 있다. 이들의 에너지를 잘 길들이며 바람직한 쪽으로 이끌 수는 없을까? 그렇게 된다면 이들은 순둥순둥한 모범생들보다 더 훌륭한 인재가 될 수도 있겠다. 이를 위해 선생님은 어떻게 해야 할까? 위니컷은 무엇보다 교사들에게 ‘완벽하게 유능한 선생님’이 되려는 마음을 내려놓으라고 충고한다. 그는 부모들에게 탁월한 육아를 꿈꾸지 말라고, ‘그만하면 괜찮은 부모(good enough parent)’여도 충분하다고 마음을 다독인다. 우리가 어떻게 어른이 되었는지 찬찬히 생각해 보라. 위니컷에 따르면, 허점 하나 없는 부모는 되레 아이가 성장하는 데 좋지 않다. 부모가 하라는 대로만 하는 삶에서는 자기다움을 펼칠 기회가 없는 탓이다. 언제나 부모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하는 아이가 성실하고 바람직하기는 하겠다. 그렇지만 이런 태도가 몸에 배면 평생을 늘 눈치 보는 새가슴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착하고 말 잘 들어서 가축처럼 부림 당하다가 결국 자기주장도 못하고 일터에서 밀려나던 이들을 떠올려 보라. 이런 인생이 좋아 보이던가? 너무 깨끗한 환경은 되레 아기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부모의 육아도 마찬가지다. 부족하고 결점 있는 부모는 아이에게 정당(?)하게 반항할 기회를 준다. 아이는 자기주장을 펼치며 주도적인 인간으로 바뀌어 갈 터다. 성장이란 결국 부모에 맞서며 자기 생각을 키워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 가는 과정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위니컷의 육아이론을 교실로 가져와 보자. 우리는 빈틈없는 계획과 준비, 넘보기 힘든 권위로 수업을 뜻대로 이끄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빈 곳 하나 없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언제나 좋지는 않다. 완벽에 가까운 교사는 자기 뜻대로 수업을 이끌려는 바람이 매우 크다. ' 그럴수록 학생들은 설계된 수업대로 반응하며 선생님의 뜻에 맞추려 애쓰곤 한다. 아이들이 수업의 주체가 아닌 객체가 되어버린다는 의미다. 이런 상태가 학생들에게 즐겁고 재미있을까? 물론 모범생들은 인정받는 맛에 수업이 기다려질지 모른다. 그렇지만 위니컷은 ‘주도성’을 눈여겨본다. 내가 잘 못한다고 해서, 실력 좋은 누군가가 나 대신 게임을 해준다고 생각해 보라. 그래도 나는 게임하기가 즐거울까? 사람은 자기가 주인공이 되어 상황을 이끌 때 참여도와 집중력이 끓어오르는 법이다.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다르지 않다. 따라서 선생님은 조금 허술한 편이 낫다. 어린아이에게 부모는 세상 전부와도 같다. 부모를 설득해서 자기 뜻을 펼쳤을 때, 아이에게는 자신이 주어진 현실을 이겨낼 수도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마찬가지로 선생님의 가르침과 다른 생각을 펼쳐서 자신의 주장이 먹혀들었을 때, 비로소 자기 삶을 풀어나갈 때 필요한 자신감이 한껏 높아질 터다. 그러니 선생님은 아이를 이기려고 아득바득할 필요가 없다. 때와 장소에 맞게 잘 져주는 교사가 아이의 성장과 발전에 더 도움이 되는 까닭이다. “중간 대상에 관심을 기울여라” 하지만 드센 아이들에게 시달리는 선생님에게 위니컷의 말은 현실적인 조언이 되기 어렵다. 마음가짐을 바꾼다고 해서 수업의 맥을 끊는 학생들을 상대하기가 갑자기 편해질 리 없는 탓이다. 그래서 위니컷은 조금 더 실질적인 수업 팁(tip)을 안긴다. 서걱거리는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은가? 그러면 먼저 ‘중간 대상’에 관심을 기울여라. 부모와 떨어지는 경험은 아기에게 무척 불안하고 힘들다. 따라서 아이는 담요나 인형 등을 손에 쥐며 마음을 달래곤 한다. 이것이 위니컷이 말하는 ‘중간 대상’이다. 자신이 ‘애착하는 무엇’으로 ‘엄마를 대신하는 대상’을 삼는 셈이다. 아기는 중간 대상을 움켜쥐며 엄마가 없는 불안을 버티는 능력을 갖추어 간다. 연예인에게 매달리기, 게임에 빠져들기, 좋아하는 스포츠나 음악에 몰두하기 등도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의 ‘중간 대상’이라 할만하다. 위니컷은 아이가 인형을 안고 있으면, 인형에게 말을 걸었다고 한다. 아이는 마음을 의지하는 대상에게 친근한 의사를 보며 마음을 열곤 했다. 두려움과 외로움으로 날이 선 아이에게 위니컷처럼 해보면 어떨까? 아이가 좋아하는 연예인, 게임이나 취미 등을 살피며 관심을 기울일 때, 마음이 쉽게 열릴지 모른다. 위니컷은 좋은 성장이란 ‘참 자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양육자가 아이의 말과 표현에 섬세하게 주의를 쏟을 때, 아이는 자기의 욕망과 바람이 소중하다고 느낀다. 이런 경험이 많은 아이들은 자기 생각과 감정을 스스로 존중한다. 그래서 이를 어떻게 하면 세상이 받아들일까를 고민하며 자라난다. 자신이 바라는 대로 자신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곧 성장이 되는 모양새다. 반면 양육자가 자기가 원하는 대로만 아이를 이끌려 할 때는 어떨까? 아이는 사랑받기 위해 양육자가 바라는 바대로 움직이려 눈치 본다. 이런 친구들은 자랄수록 자신의 감정과 생각은 억누르고 감추는 습관이 몸에 배어 버린다. 남이 바라는 모습인 ‘거짓 자기’가 자기 생활의 중심이 되어버린 꼴이다. 그래서 이들은 마음이 헛헛하고 외로운 어른으로 자라나기 쉽다. 세상의 인정을 받아도, 진솔한 자기감정과 욕망은 스스로 소홀히 여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심과 사랑을 쏟아주는 일은 좋은 수업만큼이나 아이에게 중요하다. 때때로 수업에서 유능한 교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힘든 아이들과 친해지며 감정을 헤아리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우리는 이미 괜찮은 선생님이다” 하지만 교직은 감정노동이 무척 심한 직업이다. 몇몇 버거운 친구들을 보듬느라 성실하고 착한 전체 학생들을 소홀히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신의학 전문의의 상담실과 교실 상황이 같을 리는 없다. 교사에게는 여러 얼굴이 있어야 한다. 학급을 꾸리고 수업 진도를 나가며 생활 지도할 때, 선생님은 한 분 한 분이 ‘교육을 대표하는 국가기관’과도 같다. 마땅히 주어진 권위를 갖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학생들을 마땅하게 벌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위니컷의 조언은 원칙 없는 교사, 훈육을 저어하는 교사가 되라는 소리는 아니다. 아무리 모범적인 사회에서도 어긋나는 이들은 있다. 몇몇이 일탈했다 해서 그 사회 전체가 잘못되었다고 하지는 않는다. 나아가 이들을 엄벌한다고 해서, 어긋나는 자들이 다시 생기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우리의 교실도 그렇지 않을까? 아무리 애를 써도 우리는 모두에게 완벽한 교사가 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위니컷의 ‘그만하면 괜찮은(good enough)’이라는 말은 큰 격려로 다가온다. 학생들은 성장과정에서 반항과 처벌, 실패와 후회를 겪기 마련이다. 거친 과정을 겪는 아이들을 햇살처럼 비춰주며, 같이 버텨주는 역할만으로도 선생님인 우리는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신학기를 앞둔 2월은 걱정과 불안이 많은 달이다. 학생들을 사랑한다면 우리는 이미 괜찮은 선생님이다. 용기를 내셨으면 좋겠다.
제너레이션: 세대란 무엇인가 (진 트웬지 지음, 이정민 번역, 매일경제신문사 펴냄, 584쪽, 2만4,000원) 세대 차이는 늘 있었던 일이지만, 최근 MZ세대의 사회 진출로 한층 이슈가 되고 있다. 이 책은 사일런트세대(1925~45)부터 베이비붐세대(1946~64), X세대(1965~79), 밀레니얼세대(1980~94), Z세대(1995~2012), 알파세대(2013~29)까지 동시대를 살아가는 6세대가 얼마나 다르고,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차이를 이해하는 데서 세대를 하나로 모을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학교의 발명, 교실의 발견 (김성원 지음, 소동 펴냄, 448쪽, 2만5,000원) ‘공간이 달라지면 습관과 상상력이 달라진다’를 모토로 다양한 교실 모델과 학교 유형의 장단점, 학습공간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를 소개한다. 획일적 편복도 교실이 아닌 미래교육에 적합한 확장형 교실, 소그룹 공유 교실과 학습 아틀리에, 다목적 공간, 능동 학습공간 등 특별실 모델, 복도, 공용공간 등 2차 학습공간을 살펴본다. 어원으로 본 한국 고대사 (정진명 지음, 학민사 펴냄, 352쪽, 2만6,800원) 어원 연구를 전공으로 한 국어학도가 한국 상고사에 등장하는 인명·지명·국명 등의 뜻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단군조선부터 삼국시대까지 여러 국가의 건국과 사회 구성체의 성격을 설명한다. 기록과 유물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여러 사건과 인물의 행동을 어원 연구를 통해 이해하려는 시도다. 역사를 기록한 ‘언어’ 역시 중요한 역사의 유물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대한민국 산업지도(2024~2025) (이래학 지음, 경이로움 펴냄, 512쪽, 2만7,000원) 우리나라 2,423개 주요 기업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분석했다. 인프라와 필수소비재부터 반도체·바이오와 최근 주목받는 인공지능·2차전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의 흐름을 섹터별로 정리했다. 산업별 개요와 흐름, 산업 간 연관성 등이 잘 정리돼 있어 재테크뿐만 아니라 진로 선택에도 참고할 만하다. 무엇을 어떻게 읽을까? (김남미 지음, 마리북스 펴냄, 168쪽, 1만5,000원) 책을 무작정 많이 읽는다고 좋을까? 책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그저 글자만 읽는 행위는 무의미할 수 있다. 읽은 책의 권수만 늘어날 뿐 지식도, 생각하는 힘도 쌓이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목적으로 무슨 글을 어떻게 읽는가’가 중요하다. 선택한 글의 종류와 구조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읽는 방법을 소개한다. 청소년을 위한 심리학 에세이 (고영건·김진영 지음, 고정선 그림, 해냄출판사 펴냄, 328쪽, 1만6,800원) 심리학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 심리학의 역사부터 주요 이론과 최신 이슈를 소개한다. 최근 심리학과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심리학과 심리학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부족해서다. 주요 개념과 이론을 그림·그래프 등 시각자료로 제시하고, 주요 이론에 대한 균형 있는 설명을 통해 심리학에 대한 이해와 진로탐색을 돕는다.' 시간 고양이④: 물과 불의 열차 (박미연 글, 이소연 사진, 이지북 펴냄, 244쪽, 1만3,000원) SF 환경동화 시간 고양이 시리즈 네 번째 책. 극심한 온난화로 사라졌던 흰 눈을 되찾은 2085년, 주인공 서림과 은실이 스위스에서 미래 여행자의 반려동물 ‘미아’를 발견하면서 일어난 일을 그렸다. 멸종한 동물을 되살려 반려동물로 키우고, 시간 여행마저 자유롭게 즐길 수 있게 된 첨단 과학의 시대에 양날의 칼처럼 뒤따르는 환경문제를 다뤘다. 선생님, 난민은 왜 생기나요? (김미조 글, 홍윤표 그림, 철수와영희 펴냄, 112쪽, 1만3,000원) 우리는 난민에 대한 대부분의 소식을 뉴스로 접한다. 부정적 내용이 많다 보니 말 한번 섞어 본 적 없는 난민에 대한 편견을 갖기 십상이다. 2022년 기준 세계 난민은 3,530만 명에 이른다. 지구촌의 과제인 이유다. 전쟁이나 난민의 증가를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겠지만, 억울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노력할 수는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올 1학기부터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이 교사를 대신해 학교 안팎의 학교폭력 사안을 조사한다. 학생 선도와 학교폭력예방 활동을 맡고 있는 학교전담경찰관(SPO) 규모도 10%가량 늘어난다. SPO는 학교폭력 사안 조사를 돕는 수준까지 업무가 확대된다. SPO와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은 학교폭력예방과 교사 업무부담 경감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새교육은 서울강서경찰서 소속 SPO 정용근 팀장(사진 오른쪽)과 조대진 반장(사진 왼쪽)을 만나 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서경찰서, SPO 1명이 학생 1만여 명 담당 정용근 팀장은 경찰 경력 32년 베테랑 형사. SPO를 9년째 맡고 있다. 그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조대진 반장은 SPO 경력 2년 차다. 현재 강서경찰서에 배치된 SPO는 5명, 각 1명당 17개 초·중등학교 9,500명의 학생을 담당하고 있다. 117 신고업무처리부터 학폭 발생 시 현장출동, 위기청소년 선도, 청소년 장학금 지원, 우범송치 등을 비롯하여 각급학교에서 운영하는 성고충위원회와 교권보호위원회,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위원회 등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청소년 도박과 마약 업무까지 맡게 됐다. 이들도 교사들과 마찬가지로 학폭 사건 처리과정에서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기 일쑤, 걸핏하면 고소하겠다는 협박을 받는다. 경찰 신분이다 보니 욕설까지는 듣지 않아 다행이라면 다행.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틈바구니에서 이리저리 치이다 보면 진이 빠진다. 사건 처리도 끝이 없다. 가해자를 송치하면 끝난 게 아니라 그때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고 재범을 막기 위해 지속적인 가해자 면담과 선도과정을 진행해야 한다. 고된 업무 탓에 1년도 안 돼 타 부서로 떠나버리는 SPO도 제법 있다고 한다. “우리의 가장 주된 업무는 학교폭력예방이죠. 그러려면 학생들과 자주 만나 고민도 들어주고 나쁜 길로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 데 117 신고처리에도 허덕일 만큼 일손이 달리니 안타깝습니다.” 정 팀장은 “갈수록 학폭 연령대가 낮아지고 사이버폭력 등 진화를 거듭하는 데다 학교나 가정에서 통제할 수 없는 문제학생도 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나 SPO 역할이 힘들다”라고 했다. 하지만 내 자식 일이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으로 억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그는 또 “비행이 심각한 학생들의 경우 우범송치제를 적극 활용, 효과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우범송치란 성격이나 환경에 비추어 법령에 저촉될 행동을 할 우려가 높은 만 10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을 경찰서장이 직접 소년보호시설에 위탁하거나 소년원에 송치하는 제도다. 정 팀장은 “소년분류심사원에 다녀온 학생들이 마음 고쳐먹고 착실하게 변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면서 “학교폭력이나 청소년 범죄 등에서 우범송치제도는 재범 발생을 줄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학폭 전담조사관 도움 될 것 … 처우개선은 과제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제도에 대해서는 “교사들의 업무부담을 덜고 사건 처리의 공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사실 학폭 사안 조사는 교사들에게 가장 힘은 업무 중 하나다.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교사들이 받아야 하는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그런 점에서 조사관제 도입은 교사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낳는다. 조사관이 교육적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해 어린 학생을 범죄자 다루듯 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대해서는 연수 등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정부가 예산상의 이유를 들어 인건비 등 처우에 소홀할 경우 지원자 부족으로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정 팀장은 “밥상머리교육도 제대로 안 된 학생들에게 인권만 강조하다 보니 교권이 무장해제 상태에 놓이게 됐다”며 “조사관 도입을 계기로 교사들이 업무부담을 덜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교사들 학폭 대응 소극적” 아쉬워 베테랑 SPO지만 학폭 사건은 여전히 어렵다. 특히 교사와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땐 힘들다고 토로한다. 교실이나 복도에 CCTV가 없어 가·피해자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 그럴 때면 꼭 필요한 것이 목격자 진술인데 교사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어린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찰이 범죄혐의 따지듯 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교사가 나서 목격자 증언을 확보해 주면 쉽게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부모 민원을 우려, 교사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바람에 증거불충분 등으로 가해학생이 처벌을 피하는 경우도 제법 있다고 한다. 정 팀장은 “가해학생이 뻔히 보이는데도 증거 부족으로 ‘조치 없음’ 결정이 나왔을 때 피해학생이 감당해야 하는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어릴 적, 콩나물과 두부 심부름은 내 몫이었다. 오백 원짜리 동전을 하나 받아 들고, 동네 슈퍼마켓으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걸어가는 것은 재미가 없었다. 달려가야 재미있었고, 부모님에게 핀잔을 들을지언정 넓은 길보다는 좁은 길, 낮은 곳보다는 높은 곳으로 다니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것은 당시 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유희하는 인간, 아동의 유희는 몸의 움직임 몸의 움직임이 인간의 본능이라는 것은 요한 호이징가의 ‘호모 루덴스’ 관점에서 얘기할 수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유희(놀이)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데, 놀거리가 성인만큼 다양하지 않은 어린아이일수록 몸(신체)을 활용해서 유희하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고 이는 곧 정서발달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고 본다. 성인들의 유희는 어떠한가? 하나하나 나열하기도 어려울 만큼 범위가 넓다. 유행하는 드라마나 영화 감상하기, 독서, 공연관람, 악기나 운동 배우기, 사회적 관계(친구나 지인) 유지하기 등등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성인이기 때문에 그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여 유희 욕구를 채운다. 어린아이는 어떠한가? 돌도 지나지 않은 아기가 까르르 웃으며 손발을 흔들어 대는 장면을 연상하면 쉽다. 학교 복도에서 끊임없이 전력 질주하는 어린 학생들을 떠올리면 쉽다. 아기와 어린이는 몸을 이용해 유희를 하고 있다. 나이만 다를 뿐, 근본적으로는 같은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미국의 신체운동학자 갈라휴(Gallahue)는 운동발달단계로 설명한 바 있다. 아이들의 놀이를 가만히 살펴보면 때로는 정신적인 창조활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목격할 수 있다. 놀이의 방식이 진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래관계 속에서 사회성을 함양해 나간다. 그렇게 작은 집단 안에서 문화가 생겨나고, 아이들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신체적·인지적·사회적 학습을 하게 된다. 놀이와 학습에 대한 강조는 듀이를 필두로 오랜 시간 동안 많은 학자에 의해 논의되어 왔다. 그 과정에서 어린 학습자인 아동은 미분화된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로, 놀이와 학습을 분리하기보다 통합적인 차원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일반론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점은 과연 ‘놀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놀이의 스펙트럼이 광범위하기 때문에 신체를 활용한 놀이인지, 인지적 작용을 주로 하는 놀이인지에 따라 그 성격은 달라진다(이외에도 언어놀이·정서놀이·사회놀이 등 다양하다). 신체를 활용한 놀이는 다시 대근육을 활용하는 놀이와 소근육을 활용하는 놀이로 나뉜다. 초등 저학년 신체활동의 현주소 2019년에 1학년 담임을 맡았었다. 어린 학생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 중에 체육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이들은 빨리 3학년이 되고 싶다고 했다. 3학년이 되어야 체육을 배울 수 있다고 했다. 한 아이는 자기 누나가 3학년이 되었는데 체육교과서를 받아온 걸 보고 너무 부러웠다고 한다. 뭔가 이상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저학년 통합교과 체제를 너무 잘 알고 있거나 익숙해졌기 때문이리라. 학부모상담 후, 또 한 번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24명이었던 우리 학급 학생들이 모두 체육 관련 사교육을 받고 있다는 점이었다. 지역이나 환경적 요인을 배제하기 어렵지만, 요즘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학창시절 운동생활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김기철 외(2021)1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 신체활동의 중요성에 대하여 96.4%의 학부모가 긍정적인 응답(그렇다/매우 그렇다)을 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누리과정2만 보더라도 초등과는 차이가 있다. ‘신체운동·건강’이 대영역으로 제시되고 내용 범주에 신체를 인식하고 움직이기, 신체 움직임 조절하기, 기초적인 이동운동, 제자리 운동, 도구를 이용한 운동하기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초등교육과정의 경우 3학년부터 체육교과가 등장하며, 1~2학년군에서는 즐거운생활에서 신체 움직임 관련 내용을 다룬다. 주로 ‘놀이’ 위주의 교육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규칙적인 운동의 중요성’ 정도를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초등 1~2학년 신체활동 왜 중요한가? 인지·정서발달과 마찬가지로 신체발달에도 단계가 있다. 초등 저학년 시기는 운동발달에 있어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에 해당한다. 이때 경험하는 신체활동은 일생에 걸쳐 활용되는 누적 자산이 된다. 자전거나 스키를 한 번 배우고 오랫동안 타지 않아도 금방 다시 탈 수 있게 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몸으로 배운 건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말이 일리가 있는 것이다. 또한 건강한 삶을 위한 ‘건강체력’과 운동하는 삶을 위한 ‘운동체력’의 기초 또한 어린 시기에 가장 효율적으로 형성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캐나다·싱가포르·핀란드·호주·일본 등 많은 국가에서 기본 움직임 기술(FMS)3을 1~2학년 시기부터 필수교육내용으로 채택하고 있다. 기본 움직임 기술을 다른 관점에서 보면 주(走)·도(跿)·투(投)에 해당한다. 달리기·도약하기·던지기처럼 그야말로 모든 운동의 기초가 되는 동작인 셈이다. 어린 시절 형성된 운동습관과 경험의 누적은 ‘건강하고 활동적인 생활양식’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정부의 학교체육활동 확대 정책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의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은 물론 체력 및 비만 예방, 활기차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 12월,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고시되어 2024년부터는 초등 1~2학년부터 새 교육과정 적용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현행 교육과정과 마찬가지로 1~2학년군 즐거운생활, 3~6학년 체육교과체제가 유지되었다. 이미 고시된 국가교육과정 안에 무언가 새로운 것을 더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그 정책이 빛을 보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단계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전문가의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준비된 연차별 추진 로드맵, 현직교사 및 예비교사 전문성 확보 방안, 학교 현장 구성원의 공감대 형성 등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1~2학년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체육관에서 마음껏 뛰어다니며 내 몸을 움직이는 것에 대한 ‘즐거움’과 ‘낭만’을 싹 틔워나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지난해는 학교의 오랜 ‘몸살’이 지천으로 공론화되는 시간이었다. ‘교권 4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이 개정되고 법률에 교원의 생활지도권을 명문화하는 등 각종 관련 법령을 정비하는 전기를 맞았다. 하지만 ‘몸살’은 현재진행형이다. 몇 개의 법령개정만으로 학교라는 복잡한 생태계에 얽히고설킨 ‘몸살’이 치유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대증요법이 아니라 치유책이 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와 대응이 필요하다. 지난해 9월 1일 교육부의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이하 ‘고시’라 한다) 제12조(훈육) 제6항 제3호 및 제4호에 따른 분리도 마찬가지이다.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학생을 분리할 수 있다는 고시의 규정이 학교의 ‘몸살’을 치유하는 데 의미를 지니려면 무엇이 더 필요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러한 검토에 앞서 무엇이 정책의 목표이고 수단이며, 그 수단의 하위수단은 어떠한 것인지 명료히 할 필요가 있다. 학술적 의미로서 정책이란 ‘바람직한 사회상태를 이룩하려는 정책목표와 이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정책수단에 대하여 권위 있는 정부기관이 공식적으로 결정한 기본방침'으로 정의된다. 학교가 겪고 있는 ‘몸살’을 해소하려는 일련의 조치들은 「헌법」에 명시된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정책목표를 향하고 있다. 시쳇말로 학생이 말 안 듣는다고 교실 밖으로 쫓겨나게 하는 것 그 자체가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사회상태가 아니다. 모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써 ‘교육활동 방해 학생 분리’가 등장한 것이다. 이러한 논의의 구조를 전제로, 교육활동 방해 학생 분리와 관련하여 반드시 갖추어져야 할 두 가지 조건을 제안한다. 법적 정당성을 확보 하나는, ‘교육활동 방해 학생 분리’라는 정책수단이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는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현재 수업시간 등 교육활동 중인 장소로부터 학생을 떠나도록 강제하는 조치는 학습권과 같은 기본권 침해를 다툴 여지가 매우 높다. 앞서 언급한 ‘모든’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이 모든 정책수단이 지향하는 목표일 것인데, 정작 분리의 대상인 학생은 이 권리를 누리는 것이 일정하게 제한되기 때문이다. 설령 분리되는 학생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며 교원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법익이 더 크다고 하더라도, 현재와 같이 교육부고시 형태의 규정으로는 정당화될 수 없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우리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법률유보의 원칙과 제75조 등에 따른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서 찾을 수 있다. ‘법률유보의 원칙’이란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 등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제한은 원칙적으로 법률로써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학생을 교실로부터 분리하는 것이 나머지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하는 등 질서유지나 공공복리와 같은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분리 대상 학생의 기본권을 일정하게 제한하는 것이므로 그 근거가 되는 명시적인 법률의 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행정부가 자의적으로 기본권 제한 여부와 정도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입법자의 결단으로 기본권 제한에 관한 사항을 정하도록 한다는 의미다. 이 경우에도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법질서의 기본원칙을 따라야 한다.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이란 법률이 하위법령으로 위임하는 사항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지 않고, 일반적이고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은 금지된다는 것이다.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이를 위임하더라도 법규명령에 위임하는 것이 원칙이고, 고시와 같은 형식으로 입법위임을 할 때에는 법령이 전문적·기술적 사항이나 경미한 사항으로서 업무의 성질상 위임이 불가피한 사항에 한정된다. 예외적으로 행정규칙의 대외적 구속력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상위법령의 위임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따라서 현재와 같이 「초·중등교육법」 제20조의2(학교의 장 및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제1항 및 이에 따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0조의3(학생생활지도) 제2항을 법령의 포괄적인 위임을 근거로 고시 규정에 따라 분리에 관한 사항을 규율하는 것은 반드시 정비되어야 할 대상이다. 실질적 정책수단 다른 하나는, ‘교육활동 방해 학생 분리’가 실질적 정책수단(substantive policy means)으로서 정책목표를 달성하도록 효과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실행적 정책집행수단’이 갖추어져야 한다. 실질적 정책수단은 상위목표에 대해서는 수단이지만, 다시 그 하위수단에 대해서는 도구적 목표가 된다. 위에서 논의한 것처럼 입법의 기본원칙에 비추어 볼 때 불충분하기는 하나, 현재와 같이 교원의 생활지도 수단으 로 학생의 분리를 강제할 수 있도록 하더라도 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학생이 분리된 시점부터 후속과정까지 담당할 조직체계·인력·재원 등이 있어야 한다.이처럼 실질적 정책수단을 실현하기 위한 ‘실행적 정책집행수단’이 확보될 때, 도구적 목표 달성뿐만 아니라 상위 정책목표 달성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고시로 분리 지도의 근거를 마련하고, 그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지난해 연말까지 학칙으로 정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후속적으로 필요한 인력·공간 등 자원은 별도로 지원하지 못했다. 물론 2024년에는 특별교부금을 활용하여 학교 현장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그 규모도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한시 재원의 특성상 안정적인 보조수단이 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특히 특별교부금으로 인력 방안을 강구하는 경우 이전의 ‘방과후학교 학부모 코디네이터(전담보조인력) 사업’의 사례와 같이 일시적·한시적 성격을 가지게 되고,종료 후 정착시킨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갈등 소요가 예상된다. 결국 학생을 분리한 후에 교육적 지원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교원수급 방안이 강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인다. 교장·교감·교사 등 기존의 교원업무 외에 분리 지도에 관한 사항을 병과시키는 방식은 교육활동을 보호하고 교원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근거 법령 정비의 취지와도 배치된다. 또 일부 언론에 보도되었듯이 학교 현장의 한정된 내부자원을 재배분하는 과정에서 내홍이 커진 사례도 있다. 안정적인 ‘실행적 정책집행수단’이 확보되지 않고는 분리 대상 학생을 포함한 모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에 중장기적으로 수석교사제도를 활용함으로써 교육활동 방해 학생 분리를 비롯한 생활지도 전반에 관한 사항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인력과 조직을 두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는 최근 학교폭력문제의 교육적 해결을 위하여 ‘생활지도 수석교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기존 교원 중 생활지도 전문성이 높은 경력교원을 수석교사로 선발하는 경우, 논란이 되는 분리 대상 학생의 학습기회를 효과적으로 보장하는 등 교육적 지원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계적으로 수석교사 선발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고, 그 인원만큼의 교원 증원도 필요하다. 아울러 안정적인 생활지도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수석교사실을 필수적으로 확보하고, 「교육공무원임용령」 제9조의8(수석교사의 우대)의 개정을 검토하여 수업시수를 대폭 경감하는 조치 등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지난해 4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4~2027년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은 단순한 ‘양적 교원 수급’ 모델의 한계를 넘어서고, 주요 국정과제에 따른 교원 수요를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지가 이미 반영되어 있다.
들어가며 전통적으로 학교는 교육을, 가정은 돌봄을 담당하며 아이의 성장을 지원해 왔다. 하지만 사회가 빠르게 발전하고 전문화·다양화되면서 가정에서 담당하던 돌봄을 국가나 지자체가 공적 책임을 가지고 보장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와 인식이 확산되면서 다양한 정책들이 추진되어 왔다. 1995년 김영삼 정부의 ‘5·31 교육개혁으로 방과후교실이 도입되었고, 2004년 교육부가 교육 양극화 해소 및 사교육비 경감, 저출산 및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유휴 교실 활용 등을 목적으로 초등돌봄교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교육부, 2020). 현재 교육부는 국정과제를 기반으로 학부모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을 위해 새롭게 늘봄학교를 추진하고 있다. ‘늘봄학교’는 정규수업 외에 안전한 학교 공간과 지역사회의 다양한 교육 자원을 연계하여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기 위해 제공하는 종합적 교육프로그램이다. 그렇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기본법」에 근거하여 교육을 담당하는 학교의 역할 변질을 우려하고 있다. 교육부의 늘봄학교 추진으로 교육에 더해 보육까지 담당하며, 정규교육과정에 전념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을 침해당하고, 결국은 업무와 책임이 교원에게 전가되어 학교 교육력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줄탁동시(啐啄同時)처럼 교육과 보육이 조화롭게 학생들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미래를 기대하며, 이 글에서는 늘봄학교를 운영할 때 고려할 점과 효율적 운영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늘봄학교 운영 시 고려할 점 늘봄학교는 초등학교 1학년 맞춤형 기본 프로그램,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확대, 돌봄유형 다양화 등 희망하는 초등학생들에게 정규수업 전후로 제공하는 양질의 교육·돌봄(에듀케어) 통합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교육부는 2023년 3월 5개 교육청 214교를 대상으로 늘봄학교 시범운영을 시작하였으며, 시범성과를 기반으로 2024년 늘봄학교 전국 확산을 준비 중이다. 이를 근거로 늘봄학교 운영의 긍정적 측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초등돌봄교실 희망자 수요를 모두 충족하지 못해 발생했던 다양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기존의 초등돌봄교실은 학교마다 한정된 공간과 자원으로 운영되면서 돌봄이 필요한 학생이 소외되는 사례가 발생했고, 학부모 민원으로 학교 현장을 어렵게 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하지만 늘봄학교는 아침·오후·저녁·틈새 돌봄까지 확대하여 돌봄에 대한 학생 수요를 어느 정도 충족해 줄 수 있다. 둘째, 기존의 방과후학교와 돌봄을 확장해 양질의 교육과 돌봄을 통합한 에듀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대학·지자체 등과 업무협약을 통해 우수한 방과후 프로그램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지역의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여 지역별 특화된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하다. 셋째,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출산율 저하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늘봄학교는 학부모들의 양육부담 완화와 학생들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다. 양질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과 돌봄 유형의 다양화로 참여 대상과 시간을 확대하여 지원한다. 이에 반해 늘봄학교 운영 시 예측되는 문제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부는 늘봄학교 운영 시 교사들에게 별도의 업무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제시하였으나, 학교 현장은 이를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교육부에서 사업을 추진할 때 처음에는 많은 행·재정적 지원을 하지만, 학교 현장에 뿌리내린다 싶으면 모든 지원을 거두고 학교 및 교육청에 떠넘기는 그간의 사업추진방식으로 인해 늘봄학교 역시 적당한 때가 되면 학교업무로 넘어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학교 현장에 팽배하다. 둘째, 늘봄학교 운영을 위한 강사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1학년 맞춤형 기본 프로그램 강사에 교원은 원칙적으로 배제한다고 제시했지만, 전국에서 동시에 운영될 경우 외부 강사 인력풀은 턱없이 부족하고, 강사의 질 또한 담보하기 어렵다. 셋째, 1학년 신입생의 입학 초기 적응활동교육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2024년부터 전국 모든 초등학교 1학년에서 3월부터 3주 이내로 기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학년 담임교사는 특히 3월 한 달간 교실에서 할 일이 매우 많다. 그런데 하루에 2시간씩 교실공간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학생 이해를 위한 자료 분석은 물론 수업 준비 등에 소홀해질 가능성이 있어 정규수업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 넷째, 학교 공간의 부족이다. 물론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현재 많은 초등학교는 기존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운영으로도 공간이 부족하여 특별실을 활용하거나 일부 일반교실을 사용하기도 한다. 늘봄학교 운영으로 프로그램이 증가하는 것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섯째, 성급한 정책 실행으로 인한 부작용 양상이 우려된다. 교육의 특성상 효율적인 정책 수행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통해 부작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늘봄운영에 관한 특별법 제정 전에 전국 시행을 예고하고, 한시적으로 정원 외 기간제교사를 배치하여 운영하는 것은 기간제교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교 현장을 무시한 졸속 정책이라는 인식이 현장에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교원들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기재로 늘봄교실의 현장 안착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늘봄학교 효율적 운영 방안 늘봄학교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교사·학부모·학생 모두가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의 방과후학교나 돌봄 프로그램에 양질의 교육과 다양한 유형의 돌봄이 무료로 제공되는 늘봄학교는 학부모들에게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정책으로 인식되고 있다. 반면 늘봄학교 추진에 대해 교원들은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보육 범위가 확대된 늘봄학교를 학교 기반으로 운영하는 것은 교사에게 공간적·심리적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늘봄학교에 대한 종합적 인식을 기반으로 전면 시행의 효율적 운영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교원행정업무 경감 차원으로 접근이 필요하다. 늘봄학교의 운영주체는 교육청이다. 늘봄학교에는 방과후학교와 돌봄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학교장 책임 아래 운영되던 방과후학교와 초등돌봄교실도 교육청 책임하에 운영되는 것이 맞다. 예를 들어 교사들이 가장 기피하는 방과후학교 업무를 늘봄 전담인력이 담당한다면 교원들의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학교는 아침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안심존 등을 설치하고, 교원들이 돌아가며 지원해 왔다. 이제는 늘봄학교 안에서 아침 돌봄이라는 이름으로 교육청이 주관하여 돌봄과 무료 급식까지 제공하게 된다. 교원행정업무 경감과 학부모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둘째, 프로그램 운영장소를 융통성 있게 다양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늘봄 프로그램은 학교의 부담을 감소시켜 준다. 저녁돌봄을 지역 돌봄거점시설(센터)에서 운영한다는 방향은 적절해 보인다. 학교는 저녁이 되면 인적이 드물고, 지역사회와 단절되어 있어서 오히려 고립된 공간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도 운동장·특별실 등 공간 부족으로 예체능 프로그램 운영이 어려운 형편이다. 그런데 지역사회의 다양한 교육 자원을 연계하여 프로그램을 다양화한다면 학교 내 공간 문제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유휴 공간이 없는 학교는 학교 인근 지자체의 안전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즉 학교 내 공간만 선호할 것이 아니라 융통성 있게 지역사회 안전한 공간을 발굴하거나 조성해야 한다. 셋째, 늘봄 운영 공간과 관련하여 교육당국의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교사에게 늘봄 행정업무만 부과하지 않으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교사들에게 교실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교재 연구 등 매우 중요한 교육과정 준비를 위한 필수 공간이며, 다음날 정규수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어쩔 수 없이 늘봄 프로그램 운영으로 교실을 비워주어야 한다면 교사들이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교육연구실에 교사별 컴퓨터 등 환경이 지원되어야 한다. 넷째, 늘봄교실의 민원이 담임교사나 관리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규교육과정 운영에서 발생하는 생활지도 학생 분리, 학교폭력 등의 다양한 민원으로 학교는 몸살을 앓고 있다. 따라서 늘봄에서 발생하는 각종 학부모 민원은 늘봄 전담인력과 교육청의 늘봄지원센터가 중심이 되어 해결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담임교사를 중간에 두고 소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학생들이 늘봄 활동과정에서 다치거나 사고를 당했을 때 안전공제회와 어떻게 연계하여 보상할 것인지, 안전공제회에 신청하는 주체는 누구인지 등에 대해서도 세부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다섯째, 지자체와 지역사회의 협력을 통해 학교 밖의 질 높은 다양한 자원들이 늘봄학교에 연계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홍보와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와 연계한 우수프로그램을 학교 안팎에서 다양하게 운영하며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하는 교육생태계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여섯째, 늘봄학교는 행정업무뿐만 아니라 교육활동 지원이 가능한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종합적 교육프로그램이므로 생활지도, 민원 대응, 학생들의 발달단계를 고려한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교육활동 지원이 수반된다. 따라서 퇴직교원과 같이 교육경험이 있는 인력풀 활용이 적절할 것이다. 초등학생 지도 경험이 없는 강사는 사전교육이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늘봄학교 성과를 거두기 위해 지역별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면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지역별 다양한 사례 발굴, 지역사회에 안전한 돌봄공간 조성, 지자체별 늘봄 생태계 구축 등을 통해 안정적인 늘봄정책이 추진되기를 기대해 본다.
첨단 기술 발전의 성패는 그로 인해 인간관계가 얼마나 좋아지는가에 달렸다고 합니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가 1982년도 저서 메가트렌드에 처음으로 제시한 하이터치 하이테크(high touch high tech) 개념은 첨단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간의 감성과 따뜻함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 후로 40년이 지난 오늘날, 대한민국은 세계를 선도하는 하이테크 사회를 이루어 냈습니다. 미래 기술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제품 박람회인 CES 2024에 참여한 4,000여 세계적인 첨단 기술 기업 중 한국 기업이 무려 20%를 차지한 것만 봐도 확실합니다. 한국은 하이테크 사회를 이루는 동안 안타깝게 하이터치가 아니라 노터치(no touch) 사회가 돼버렸습니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이 되더니 드디어 혼족 사회가 되어서 집에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이미 셋 중 하나를 넘었고, 매해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회 전면에 인간관계가 단절되고 가족이 점점 흩어지고 있습니다. 여럿이 함께 사는 가정도 실은 탈가족 상태입니다. 아침에 가족구성원들이 뿔뿔이 흩어집니다. 부모는 일터로,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으로, 영유아마저 어린이집으로 각자 떠납니다. 저녁때에나 다시 모이지만, 온종일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함께 대화 나눌 힘도 없어 각자 방으로 들어가서 TV나 컴퓨터 앞에서 멍때리거나 잠자리에 들기 급급합니다. 이런 탈가족 구조에서 아이들이 가장 큰 피해를 봅니다. 진화인류학적으로 가정이란 어른이 아니라 아이의 생존을 위해 존재하는 시스템이지요. 물론 우리는 틈틈이 다양한 공간에서 수많은 사람과 연결합니다. 카톡방·단톡방 같은 SNS상에 크고 작은 가상가족을 이루고 연결합니다. 하지만 가상공간에는 차가운 키보드에 손가락 터치만 있지 따뜻한 인간 터치는 없습니다. 그 사이 우리 마음은 식어가고 상합니다. 마음 씀씀이란 말이 있듯이 마음은 쓰라고 있는 것입니다. 마음은 서로 주고받는 것입니다. 관계와 연결을 섬세하고 따뜻하게 조율하는 게 마음입니다. 그런데 냉랭하고 상한 마음은 관계 조율을 어렵게 만들고 갈등을 증폭시킵니다. 부부 갈등도 심하고, 부모와 자녀 사이가 불편하고, 선생님과 학생 사이가 불안하고, 학부모와 교사 사이에 불신이 지배합니다. 이제 우리는 하이터치에 신경을 써서 하이테크와 균형을 이뤄내야 합니다. 아이와 어른 모두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영유아의 마음건강이 위태롭습니다. 부정적 아동기 경험(ACE, Adverse Childhood Experience)이라는 대규모 종단 연구를 주목해야 합니다. 미국 연방 정부기관인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연구 결론은 아이의 마음건강이 일생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려줍니다. 아이가 부정적 경험을 많이 하면 할수록 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치고, 따라서 사회·정서·인지조율을 못하고 결국 남에게 해로운 행동(욕설·폭언·폭행 등) 또는 자신에게 해로운 행동(술·게임·마약 등)을 하게 됩니다. 문제행동은 습관이 되어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되어 개인과 사회와 국가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부정적 아동기 경험이란 안전한 보금자리, 충분한 보살핌과 양육, 적절한 지지와 지도가 결핍된 발달적 트라우마 상황입니다. 아이가 생존하고 성장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따뜻하고 섬세한 손길이 없는 ‘노터치’ 현상입니다. ‘노터치’는 아이에게는 투박하거나 심지어 폭력적인 ‘하드터치’보다 더 해로울 수 있습니다. 애착손상을 일으키는 노터치는 표시가 나지 않는다고 해서 ‘숨겨진 트라우마’라고 합니다. 다행스럽게 어른의 따뜻한 하이터치로 아이의 마음건강을 지키고자 하는 교육혁신 방안이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될 계획이라고 하니 희망적입니다. 저는 학교 현장에 아무리 많은 예산이 책정되고 다양한 혁신 프로그램을 가동하더라도 동일한 내용이 예비교사를 준비하는 교대와 사대의 교과과정에 반영되지 않으면 무효라고 생각합니다. 지속가능하지 않을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국에 학교폭력, 청소년 자살률, 게임중독,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한 상태지만 마음건강은 학교 정규교과과정 내에서 다루지 않고 방과후 프로그램, 위센터, 정신과 등 외부기관에 맡깁니다. 학생 문제를 외부기관에 외주 주면 편리할 수는 있어도 학교가 점점 무의미한 곳이 되어버리는 악순환에 들어가게 됩니다. 아무쪼록 학교는 학생의 문제를 교육으로 해결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마음건강을 위한 방법은 학교 정규교과과정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지금부터라도 예비교사는 이에 걸맞은 새로운 교과과정으로 준비되어야 하겠습니다. 특히 새로 발간된 심리학 교과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뇌 사진과 그림으로 도배되고 있으니 새로운 교과과정 콘텐츠가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례로 예비교사는 교육목표를 인지적 영역, 정의적 영역, 심동적 영역이라고 배웁니다. 근 60년 전에 제시된 불룸의 학습 분류법은 그 당시 심리학의 ABC인 정서(Affective)·행동(Behavior)·인지(Cognition)를 반영하였습니다. 또한 문제행동을 스트레스에 대한 공격 또는 도피 생존 행동으로 이어지는 파충류 반응이라고 배웁니다. 하지만 신경과학자 폴 맥린이 제시한 뇌간(생존 행동)-변연계(정서)-대뇌피질(생각)로 이루어진 3단계 뇌 모델도 역시 60년 전이었고, 심리학의 ABC와 일치하였으며, 뇌 과학은 겨우 걸음마 단계였습니다. 그 후로 뇌 과학 연구는 급속도로 발전하였고 새로운 연구 결과가 속속들이 나타났습니다. 가장 먼저 우리는 대뇌와 소뇌라는 명칭에서 오는 편견을 깨야 하겠습니다. 대뇌가 실제로 작은 뇌이며, 소뇌가 가장 큰 뇌임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뇌간이 8%, 변연계가 2%, 대뇌피질이 80%나 되고 나머지 10%는 작은 움직임을 조정하는 소뇌가 차지한다고 배웠습니다만, 이는 부피로 측정한 결과입니다. 뇌의 능력을 가늠하는 뉴런의 수로 따지면 뇌간은 1%, 변연계는 10%, 대뇌피질이 고작 10%이며, 작아서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던 소뇌가 무려 80%입니다. 소뇌와 대뇌 사이즈 개념이 완전히 뒤바뀐 셈입니다. 우리는 소뇌의 주요 기능을 자세와 균형의 유지, 근육긴장의 유지, 자발적 운동의 조절 등 이차적이라고 배웠지만 최신 연구 결과는 매우 다릅니다. 소뇌는 사고력·공감력·창의력·문제해결력에 관여하고, 언어와 소통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의식·알아차림과 시간 인식을 처리합니다. 소뇌는 간뇌(diencephalon)와 함께 몸에서 두뇌로 전달되는 감각정보와 두뇌에서 몸으로 전달되는 행동 지시 사이를 조율합니다. 즉 인풋(오감) 정보와 아웃풋(행동) 정보를 실시간 비교하고 판단해서 섬세하게 조정하고 수정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즉 조율을 책임지고 있으며, 마음건강과 하이터치에 핵심 부위인 셈입니다. 앞으로 더 많고 심오한 뇌 과학 연구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생명-감정-생각으로 나눠진 3층 뇌 모델에서 이 셋 사이를 관통하며 조율하는 기능을 포함한 새로운 4단 뇌 모델이 등장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학습 분류법도 인지·정서·신체 영역 외에 마음건강과 하이터치를 관장하는 조율 영역이 추가될 수 있겠습니다. 예비교사가 배우는 교과과정의 내용을 업데이트하고 업그레이드해야 할 때입니다. 더 많은 지식이 아니라 새로운 교육 비전과 학습 모델을 구축해야 학생과 학부모에게 환영받겠습니다. 구체적으로 교사는 생각과 감정 사이를 조율하고 행동과 욕구 사이를 조율하는 마음의 기술을 가르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예비교사를 준비하는 교과과정에 회복탄력성 같은 자기조율, 감정코칭과 같은 관계조율, 연결실천 같은 갈등조율 등 하이터치와 관련된 이론과 기술이 포함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하이터치 기술은 하이테크과 더불어 과학에 기반을 두어야 예비교사나 학생에게 환영받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