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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문해력이 최근 세간의 화두가 되고 있다. 흔히 문해력은 ‘문서화된 정보를 이해·활용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혹자는 ‘남의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만이 아니라 필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해석하는 능력이고, 나아가 ‘나는 어떤 관점을 갖고 있나’를 고민하고, 주변인과 대화하는 능력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정의한다(정남환, 2021). 하지만 이렇게 넓은 의미로 사용하면 문해력 저하의 원인분석이나 문해력 증진방안 제시의 초점이 흐려지므로, 이 글에서는 ‘타인의 글을 읽고 이해(필자 의도파악 및 해석 포함)하는 능력’으로 좁혀서 사용하고자 한다. 또한 성인이 아닌 청소년 문해력에 국한하여 논의하고자 하며, 따라서 갖춰야 할 문해력 수준은 학교급별 혹은 연령대별로 달라야 함도 전제로 한다. 문해력 저하의 원인별 대책 OECD가 시행하는 국제학력평가 읽기영역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2006년 1위에서 2015년 7위, 2018년 9위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교육부가 시행한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보면 중학교 3학년 국어를 기준으로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이 2017년 2.6%, 2018년 4.4%에서 2020년 6.4%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서 문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는다. 청소년 문해력 저하 원인은 세대차론, 공교육 책임론, 상황론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원인별로 대책까지 간단히 살펴보자. 가. 세대차론 청소년들의 문해력이 낮다며 제시한 대부분의 예는 사용하는 어휘나 문법의 세대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지, 청소년들의 문해력 자체가 성인보다 낮은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세대차론이다. 일상생활에서 접해보지 못한 단어를 만나면 우리 뇌는 이미 알고 있는 유사한 단어를 떠올리며 뜻을 유추하게 된다. 최근 언론에 오르내린 ‘사흘’과 ‘4일’, ‘금일’과 ‘금요일’, ‘심심한 사과’ 등은 세대 간 사용 어휘 차이로 인해 발생한 문제이다. 젊은 세대는 사흘이라는 용어 대신 주로 삼(3)일을, 금일 대신 오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심심한 사과라는 용어는 일상생활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세대 간의 열린 접근이 필요하다. 일상생활을 할 때, 그리고 대중을 대상으로 글을 쓸 때에는 청소년도 염두에 두며 널리 쓰이는 어휘를 활용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 속에 사용하는 단어는 극히 제한적이어서 글마저 일상용어 위주로만 쓰게 된다면 우리말 중에서 사용 가능한 어휘는 점차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는 우리말 표현력을 줄여, 기존 어휘 대신 새로운 신조어를 만들어야 하거나 아니면 외래어를 차용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젊은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일상용어 위주로 글을 쓰더라도, 꼭 필요한 단어는 그대로 사용하면서 그들이 익혀가며 문해력을 향상시키도록 자극할 필요도 있다. 물론 그 글이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 교과서인지, 아니면 학술논문인지에 따라 전문용어 사용 수준은 달라져야 할 것이다. 나. 공교육 책임론 공교육 책임론은 그동안 한자교육 소홀, 독서교육 소홀, 배움중심교육과 활동중심교육에 대한 오해로 인한 인지교육 소홀 등 공교육이 젊은 세대의 문해력 저하를 불러온 주원인의 하나라는 주장이다. 1) 한자교육 한자교육과 문해력 관계에 대해서는 찬반론이 팽팽하다. 하지만 문해력 저하의 한 원인이 어려운 한자어에 대한 학습부족임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문해’의 상대어는 ‘문맹’이다. 과거에 문맹은 글자를 읽을 수 없다는 뜻으로 쓰였다. 그러다 보니 소리글자인 한글을 사용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문맹률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한글은 말을 소리 나는 대로 적을 수 있는 표음문자(表音文字)이고 익히기도 쉬워 조금만 공부하면 누구나 우리 글을 쉽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말과 글이 서로 다른 나라, 특히 한자와 같은 표의문자(表意文字)를 사용하는 나라에서는 말소리와 글자가 일치하지 않기에 글자 하나하나를 익혀야만 읽고 뜻을 깨달을 수 있기에 문맹률이 높아지게 된다.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하기 전까지 우리나라는 중국의 한자와 한문을 빌려와 우리말을 글로 기록했기에 한문공부를 하지 않은 대부분 사람은 글을 읽을 수가 없었다. 신라시대에 한자를 차용하여 이두문자라는 것을 만들어 말과 글을 어느 정도 일치시켜보려 했던 것은 문맹률을 낮추기 위함이었다. 표음문자라고 하더라도 영어처럼 한 알파벳이 여러 가지로 발음되는 문자의 경우에는 문맹률이 높아지게 된다. 미국대학에서 수업을 받으면 첫 시간에 교수가 학생들 이름을 부르면서 자기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발음하는 학생 이름은 출석부 옆에 발음기호를 적는 것을 볼 수 있다. 영어권에서는 알파벳으로 적혀 있기는 하지만 라틴어·불어·독일어 등 다양한 국가에서 사용되던 단어(발음과 알파벳이 일치하지 않는 외래어)가 들어오면서 문자와 소리가 다른 단어가 많아지게 되었다. 이런 단어들은 따로 외우지 않으면 알파벳을 깨우쳤더라도 제대로 읽을 수가 없고, 따라서 뜻도 알기 어렵다. 가령 영어로 식당은 레스토랑인데 소리 나는 대로 읽으면 레스타우란트(restaurant)이다. 알파벳을 뗀 사람이라도 이 단어의 철자를 따로 외우지 않았다면 그것을 레스토랑으로 읽을 수 없고, 따라서 글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즉 영어는 이처럼 단어의 철자를 외워야 하는 것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소리와 글자가 일치하는 한글로 말을 적기에 구개음화·연음법칙 등 몇 가지 발음법칙만 깨우치면 철자를 외우지 않아도 읽어낼 수 있고, 그 결과 문장의 뜻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우리말로 식당은 말과 문자가 일치하기에 한글만 깨우치면 ‘식당’을 ‘식당’이라고 읽을 수 있고, 그렇게 읽으면 우리 뇌는 곧바로 그 의미를 깨닫게 된다. 문해력 이야기를 하면서 굳이 외국인의 우리말 공부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최근 초·중등학생과 젊은이 중에서 한글을 깨우친 외국인들처럼 책을 읽을 줄은 알지만, 뜻은 이해하지 못하고, 말을 들으면서도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곡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문해력이 낮은 이유는 교과서에 사용되는 어휘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읽으면서도 뜻을 모르는 어휘가 주로 한자어이다 보니 문해력 향상을 위해서는 한자에 익숙해야 한다는 논리가 서게 되었다. 실제로 교과서를 포함한 전문서적은 주로 한자어인 해당 분야의 학술용어를 그대로 사용한다. 그 결과 초·중등 교과서에는 아주 많은 한자어가 포함되어 있다. 교과서에 쓰인 한자어휘 중 상당수는 일상 대화와 거리가 먼 전문적인 용어여서 글을 읽을 줄 알더라도 그 뜻을 바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국립국어원장을 역임한 서울대 국어교육과 민현식(2004)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18종의 초등학교 전 학년 전 과목 교과서에 쓰인 한자어는 12,787개이고, 누적 출현 회수는 223,500회이다(표 1 참조). 최근에는 조금 줄었을 수도 있지만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짐작된다. 낯선 단어가 한두 개이면 전후맥락을 보아 뜻을 짐작할 수 있지만, 모르는 단어가 여러 개 중첩되면 외국인과 유사하게 읽을 수는 있으나 그 뜻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문해력 문제를 겪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를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김승호 전 함평교육장과 전광진 전 성균관대학교 문과대학장은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한자가 병기된 우리말 사전을 제공하자’고 제안했다. 책상 위에 올려놓고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찾아보고, 그 안에 숨어 있는 한자에도 관심을 가져보도록 유도하면 한자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줄어들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휘력이 증진되면 일상에서 사용하는 어휘도 더 풍요로워지고, 문해력도 향상될 것이다. 전광진(2006) 교수가 제시한 한자어 교수·학습법(LBH 교수·학습법)을 비롯해 어려운 한자어를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기법들도 보탬이 될 것이다. 2) 그 외 학교교육 방향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문해력 문제는 청소년이 소속 학년 혹은 연령대에 적합한 어휘력을 갖추지 못했을 때 생긴다. 학년 혹은 연령대에 적합한 어휘력 수준을 정하는 것은 학계·교육계 그리고 사회이다. 이들 사이에 인식차가 너무 크다면 그 인식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독서교육과 글쓰기교육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문해력은 향상될 것이다. 독서는 아날로그 책으로만이 아니라 학생들이 익숙한 디지털책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와 더불어 배움중심교육을 시키더라도 기본개념과 어려운 어휘학습은 교사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 배움중심이라고 하여 학생들 스스로 기본개념과 많은 어휘를 터득하도록 유도할 경우, 많은 학생은 학습 비효율성을 경험하면서 학습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는 일종의 방치이고, 이는 계층 간 문해력 격차 심화로 나타날 것이다. 교과서에서 마주치는 단어가 꼭 알아야 할 어려운 한자어일 경우, 영어단어 뜻을 익히듯이 따로 시간을 내어 익히도록 이끌어야 한다. 학생들도 일상 속에서 새로운 단어를 접할 때마다 인터넷이나 앱 사전을 꺼내어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어휘력을 향상시켜 가야 문해력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 상황론 문해력 저하의 또 다른 원인으로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과도한 노출이라는 현재 상황을 들기도 한다. “2014년 5월 초 미국정신과협회(APA)의 연례대회에서는 인터넷 중독 장애를 보이는 청소년은 뇌에 비정상적인 특징이 나타났다는 발표가 있었다. 한두 건의 실험이 아닌 최근 연구 13건을 종합한 결과였다”(임동욱, 2014). 긴 호흡의 글을 읽고 해독하기 위한 문해활동을 위해서는 뇌가 장시간 집중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인터넷 중독으로 뇌가 변형된 경우 그러한 집중은 어려워진다. 각종 동영상 시청시간 증가로 인한 독서시간 감소, SNS상의 짧은 글 읽고 쓰기로 인한 긴 글 독해력 저하, 팝콘 브레인 효과(임동욱, 2014)로 인한 긴 글에 대한 인내력 급감 등등을 관련 원인으로 들 수 있다. 반대 주장도 있다. 핀란드교육연구원의 카이사 레이노는 2014년 ‘문해력과 정보통신기기 사용의 상관관계라는 연구논문에서 “컴퓨터 사용이 전통적인 문해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했다. 만 15살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수행한 이 연구에서 레이노는 “오히려 디지털 기기가 다양한 상황에서의 문해력을 키우는 데 좋다”고 했다(정유미, 2015). 온라인에 있는 다양한 텍스트를 접하며 학생들은 ‘사회적 맥락 속 읽기’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연구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교수·학습과정에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님을 밝히고 있을 뿐이다. 이 연구가 보여주듯이 교육목적으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경우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문해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사회가 우려하고 있고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교수·학습과 무관한 디지털 기기 사용 및 다양한 동영상 시청시간 급증으로 인한 ‘글 읽고 생각하며 쓰는 시간’의 감소, ‘긴 호흡의 글을 읽고 생각을 정리할 기회 감소’ 등으로 나타나는 문해력 저하 현상이다. 문해력 향상을 위해서는 동영상 시청시간을 조절할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동영상 시청과 문해력 향상이 연결되도록 수동적인 시청이 아니라 적극적인 시청, 즉 시청 후 책을 읽은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야기 요약, 주제 파악, 논점 정리, 토의·토론 등의 활동을 하도록 이끌 필요가 있다. 나오며 문해력 논쟁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은 세대와 개인 간 사용하는 어휘 차이의 발생 이유를 깨닫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마음을 열어주는 것이다. 개인과 집단이 공감과 소통능력을 높이고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의 기초가 되는 어휘력, 글쓰기, 말하기 역량 강화를 위해 개인과 학교 및 사회가 노력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교육자만이 아니라 사회구성원 각자가 자기의 관심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기가 마주치는 학생과 젊은 세대, 그리고 기성 세대의 문해력 향상을 위해 뭔가 하나라도 실천에 옮긴다면 반드시 효과는 나타날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상대가 기울이는 노력이 더욱 효과적이 되도록 서로 도울 때 우리 학생만이 아니라 기성 세대의 문해력과 사회의 소통력은 향상될 것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학생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를 알아야 한다. 학생들도 배우려면 무엇을 알고 있고 모르는지를 알아야 하며, 알고 있는 것을 행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선생님이나 학생들이 이를 알아야 하는 것은 학습의 기본적인 절차다. 의사는 환자를 진단하여 처방하고 치료과정을 보면서 완치여부를 확인한다. 하물며 병을 치료하는데도 이런 필수적 절차를 거치는데, 학생들이 무엇을 얼마만큼 알고 모르고를 왜 알아보려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일제고사와는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는 평가 학부모들은 자녀가 기초학업능력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있으며, 어느 능력이 뛰어나고 부족한지를 알고 싶어 한다. 그래서 학원이나 공인되지 않은 검사결과로 자녀들의 능력을 파악하고자 한다.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평가결과는 학생이 100명 중 몇 번째에 위치하는지의 등위나 서열도 알게 할 수 있다. 이는 부수적 기능이지 주목적이 아니다. 이 기능만 강조하여 학업성취도평가를 일제고사로 비난하는 것은 학업성취도평가의 기본목적을 오도하는 것이다. 일제고사가 모든 학생이 검사를 한번 치러 버리고 마는 시험이었다면, 학업성취도평가는 학생의 학업성취 수준을 판단하고 학습결손을 분석하여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보정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제고사와는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는 평가이다. 학업성취도평가의 기본목적은 학생에게 가르친 내용의 인지 여부를 확인하여 잘 모르는 부분이나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을 파악한 후, 보충학습을 실시하여 학습결손을 방지하는데 있다. 한번 학습결손이 발생하면 다음 학습이 가능하지 않아 학습결손이 누적되고, 상급학교 진학이나 사회진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그래서 필요할 때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하여 그때그때 학습결손을 해소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평가를 실시한다고 공지하면 학생들은 평가준비를 위하여 복습하게 될 것이고, 교사나 학부모들도 관심을 두게 된다. 즉 평가방법의 하나인 시험은 학생들을 공부하게 하는 교수적 기능도 가지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하락하고 있다 동일한 학습수준을 지니고 있는 두 집단에 한 집단은 평가를 실시하고, 다른 집단은 평가를 실시하지 않는다면 평가를 실시한 집단의 학업능력이 그렇지 않은 집단의 학생들 학업능력보다 더 높게 나오는 것은 매우 당연한 결과다. 최근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예전만 못하고 얼마 전까지 발표한 국제학력비교 연구에서도 기초학업능력의 국제적 등위가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만 15세인 중학교 2·3학년 학생에게 실시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의 2012년과 2018년도 발표결과를 보면 읽기는 1~2위에서 2~7위로, 수학은 1위에서 1~4위로, 과학은 2~4위에서 3~5위로 하락하였다. 국제평가협회(IEA)에서 실시한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변화 국제비교연구(TIMSS)도 2011년과 2019년 발표결과, 초등학교 4학년의 경우 수학은 2위에서 3위, 과학은 1위에서 2위로 하락하였다. 중2의 경우 수학은 1위에서 3위로, 과학은 3위에서 4위로 하락하였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떨어지고 국제학력 비교에서 기본학습능력의 국제적 서열이 하락한 것은 학업성취도평가를 전체적으로 실시하지 않고, 학습보정도 소홀히 한 교육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학습결손을 해소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 증가하는 다문화가정과 조손가정 학생들, 산촌지역이나 탈북학생들의 경우는 교육기회가 적어 학습결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빨리 파악하여 그들의 학습결손을 해결하여 상위 학습을 가능하게 하고 사회진출을 원활하게 하는 것도 학업성취도평가의 순기능이다. 학업성취도평가를 통하여 학습결손을 진단하고 보충수업을 함으로써 지역·계층 간의 교육격차를 줄여나가면서 학생들의 학업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학생 개인뿐 아니라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할 우리 후손들의 기본학습능력이 부족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새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다양한 능력도 향상시켜야 한다. 이런 시점에서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하고 학습교정을 위한 보충학습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가를 하지 않아 학교당국이나 학생들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그런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구시대적이고 비교육적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어떤 가정적 배경을 가졌던, 어디에 살든, 학습결손이 발생하면 그때그때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더라도 그것을 해소해 주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들은 소외계층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교육당국도 반감이나 반대가 심한 교육정책을 집행할 경우에는 발표 전에 그 정책의 순수한 목적이 무엇이고, 현재의 교육환경은 어떠하며, 어떻게 적용하여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내용을 더욱 쉽고 솔직하게 홍보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제대로 학습하며 능력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반대하거나 오도하는 교사는 없을 것이다. 때문에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설수 있도록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학업성취도평가가 장점만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부수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들은 교사들이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제자 사랑의 마음으로 교육현장에서 애쓰고 있는 교사들이 학업성취도평가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격려하여야 할 것이다. 적절한 평가와 그에 따른 보정이나 보상은 학생들의 학업능력을 향상시키고 긍정적 자아개념을 갖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따라서 이념적 관점이 다른 경우가 있더라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여 학생들을 위한 길이 무엇이며, 국가의 장래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교육환경이 급변했다. 교실 속 아이들이 달라진 것이다. 감염병에 우리 사회가 혼돈에 빠지면서 아이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다. 유명 정신과 의사이면서 대안학교 ‘성장학교 별’의 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현수 박사는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심리적 불안정 상태에 놓인 아이들이 30%에 이른다”며 “이들에 대한 심리·정서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이후 청소년 정신상담 건수가 크게 늘어 진료를 받으려면 길게는 1년 이상 대기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성장학교 별의 교장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별’은 어떤 의미로 붙여진 건가요. 20여 년 전 대안학교를 설립하면서 힘들고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힘을 주는 학교명을 고민하다가 별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삶이 빛나기를 바라고, 또 혼자 빛나는 것이 아니라 별자리를 이루어 빛난다’라는 생각 끝에 ‘별’이라는 이름의 치유적 대안학교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별’, 교사들은 ‘별지기’라고 부릅니다. 아이들이 많이 달라졌다고들 하는 데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요. 요즘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외로워하고, 세상을 걱정하고 두려워하기 때문에 불안과 우울이 높습니다. 특히 코로나를 겪으면서는 그런 면들이 더 커졌습니다. 어찌 보면 가장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세대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정부가 교육회복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선순위를 매기신다면 무엇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지금 너무 많은 아이가 정신과 진료를 대기 중입니다. 보통 6개월에서 1년 이상 대기해야 할 만큼 아동·청소년 환자가 늘어났습니다. 때문에 교육회복의 최우선 순위로 심리안정을 꼽고 싶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아이들이 학급 내 10%였다면 지금은 30%에 육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 불안정 요소 중 가장 큰 요인이 관계, 즉 친구문제여서 저는 관계회복과 학급공동체 회복을 두 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학교폭력이 50% 이상 증가했다는 한 교육지원청의 이야기를 듣고, 교감선생님들을 모시고 연수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 사이의 관계회복을 위해 친구 사귀기, 친밀감 만들기 등 사회정서학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습니다. 제가 쓴 책의 부제를 ‘마음 회복 없이 학력 회복 없다, 관계 회복 없이 학급공동체 회복 없다’로 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학교생활이 정서적으로 힘들고, 감정조절이 안 되는 학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요즘 아이들은 돌봄과 지지가 적거나 과잉보호 속에서 자라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경쟁과 갈등이 증폭되고, 감정조절이 안 되는 학생이 늘 수밖에 없습니다. 돌봄의 확대, 경쟁교육의 해소, 학생들에 대한 정서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최근 어린 초등학생들조차 교사를 흉기로 위협하고 욕설을 퍼붓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런 현상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큰 걱정입니다. 아이들의 정서는 메마르고, 게다가 방임이나 아동학대 등 트라우마를 겪은 아동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을 마주하는 선생님들로서는 너무 지치고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정서적으로 폭발하는 아이들을 돕는 교육적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이를 위해 첫째, 학급당 학생수 감소가 가장 중요합니다. 둘째, 충분한 아동과의 면담이 가능하도록 교사 인력이 늘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셋째, 학부모의 부당한 개입에 대한 학교 혹은 교육청의 권한 증가와 넷째, 다양한 사회정서학습 확대가 대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사 한 사람 한 사람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을 잘 돌보는 학교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교사 혼자 해결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으니까요. 학생 자살이 늘고 있는데 코로나 영향이 크다고 봐야 하나요. 맞습니다. 2020년과 2021년 코로나 시기의 학생 자살, 청소년 자살이 모두 늘었습니다. 코로나는 아이들이 평상시 스트레스를 풀던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고, 아이들을 외롭게 지내도록 했습니다. 또 아동학대·가정폭력이 늘어났고요. 더불어 아이들이 즐겨 다니던 PC방·코인노래방 출입도 자유롭지 못했고, 무엇보다 친밀함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피신처·안전기지가 이 시기에 사라졌습니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고 지원하지 못한 영향도 큽니다. 최근까지도 위기 청소년이라 불리는 친구들이 찾아와 엄청난 고통을 호소하곤 합니다. 위기는 늘어나는데, 지원은 계속 줄어드는 터라, 그 고통이 학생들을 더욱 힘들게 합니다. 학생들의 학력저하도 많이 지적되는 문제입니다. 혹시 코로나에 걸린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데 차이가 발생하나요. 기본적으로 학교에 출석한 날 수의 차이가 큽니다. 2020년과 2021년 등교일수를 보면 평상시의 절반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학교 공부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고, 또한 사교육 여부, 부모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여부, 학습환경의 차이 등도 영향을 주었다고 봅니다. 가장 큰 요인으로 저는 등교일수를 꼽고 싶습니다. 원격수업은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불가피한 것 아니었을까요. 모두가 등교할 수 없었던 상황은 동의합니다. 하지만 과정과 결과를 보면 등교일수가 많았던 ‘작은학교’들의 피해가 적었다고 봅니다. 따라서 감염병 확산 시기에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가능하고 학생과 교사들간 정서적 교류가 안정적으로 진행되는 ‘작은학교’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이미 OECD에서의 분석도 초등학교와 중학교 모두 15명 이하의 학급을 주장하고 있고, 300명 이하 학교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이유에서 15명 학급에 1수업 2교사제가 되어야 지금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돌보고, 지원하는데 충실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회복을 위해 교사는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요. 행복한 교실을 위해 가장 노력할 주체는 현재 교육당국입니다. 코로나가 전한 교훈을 빨리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처를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영국·프랑스 등 다른 나라가 전개하는 코로나 후속 조치를 우리는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롱 코비드 학생들에 대한 현황파악과 기초학력 회복을 위한 정서지원시스템 개편, 증가하고 있는 학교폭력에 대한 상담, 돌봄 등등 정책적 지원이 절실합니다. ‘천막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보다 쾌적한 스터디카페에서 숙제하는 학생이 더 불행하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는데 어떤 의미인지요. (웃으며) 우리나라 국민들의 기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자녀에 대한 기대, 교사에 대한 기대, 학교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고 이상적입니다. 최근 사석에서 어떤 분이 “6.25 전쟁 시절 천막치고 포탄의 상흔이 남은 공간에서도 공부를 열심히 했다”라고 하시면서 “요즘엔 호텔 같은 스터디카페도 있는데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씀하는 걸 들었습니다. 서로 바라보는 곳이 다른 것이지요. 상대적 박탈감의 세대에게 절대적 박탈감의 문화를 강요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교육부와 교육청 등 교육당국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코로나가 우리의 교육에 전해준 진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정책을 펼쳤으면 합니다. 학급당 인원 감소, 교원 증원, 학교 전체 정원 감소, 그리고 사회정서학습 지원, 학부모교육 지원 등이 그것이죠. 아이들에게 학교는 더 특별한 소속감을 주는 곳입니다. 타임 푸어를 겪으며 학원과 학교, 가정이 생활의 전부인 아이들에게 학교는 가장 중요한 최후의 보류 입니다. 그런 사실을 정부건 사회건 모두 명심했으면 합니다.
정부가 내년도 공무원 보수를 1.7% 인상하기로 했다. 2030 교사들을 중심으로 실질임금 삭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갓 임용된 교사들은 최저 임금 수준이라며 분통을 터뜨린다. 정부는 또 내년에 교원정원을 3,000여명 감축하기로 했다. 학생수 감소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는 기계적인 교원정원 감축이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낸다. 이번 호는 교원보수 및 수당 정책과 교원정원 감축을 키워드로 한 윤석열 정부 교원정책의 실상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 먼저 보수 1.7% 인상에 대한 2030 교사들의 솔직한 속내를 들어본다. 낮은 보수, 쏟아지는 행정업무, 악성 민원, 불안한 미래에 시달리는 교사들의 목소리다. 어렵게 교직에 들어왔지만 벌써부터 이직을 고민하는 교사들도 있다는 전언이다. 2030 교사들, 그들을 ‘회의’에 빠뜨린 현실을 진단한다. 이와 더불어 22년째 동결된 교직수당을 비롯 보직수당·담임수당 등 교원수당체계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교육계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들 수당이 제자리에 꽁꽁 묶여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교원들에게 지급되는 수당들의 불합리한 역사를 살펴보고 직책수당 신설과 같은 대안을 고민해 본다. 교원정원 감축은 교육의 질과 직결된다. 교원정원 감축은 당장 현장교사들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학급당 학생수 감축과 같은 시대적 요구를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교원의 근무여건이 열악해지면 우수한 인재들이 교직선택을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양성의 위기는 궁극적으로 교육의 질적 위기로 이어진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가 이를 말해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교원정원 감축을 억제하고 증원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모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교원을 줄여서는 안 된다는 막연한 주장보다 새로운 수요를 찾아 교원을 배치하고,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시대 흐름에 맞는, 교원정원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보수는 노동에 대한 대가이자 생계수단이며, 삶의 질을 결정하고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법률로 교원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우대해 주기 위한 정책을 펼쳐왔다. 국가공무원 중 특정직에 해당하는 교원은 2022년 현재 37만 명이 넘는 숫자로, 공무원 집단 중 가장 큰 단일직종에 해당한다. 공무원의 보수는 「공무원보수규정」에 의해 결정되며, 매해 말 인사혁신처에서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여 인상률을 정한다. 당연하게도 가장 큰 동일집단인 ‘교원’의 임금과 수당을 결정할 때, 국가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교원의 보수를 제때 지급할 수 없어서 국가의 기틀을 마련하기도 힘들었던 1948년 제정된 「헌법」 16조에 ‘모든 국민은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적어도 초등교육은 의무적이며 무상으로 한다’라고 명시하고 교육에 대한 국가 의무와 책임을 강조했다. 1949년 교원은 법관과 함께 별정직공무원으로 분류되고, 「국가공무원법」에 의거 학교급과 직급에 따라 보수가 차등 지급되었다. 같은 해 제정된 「교육법」에서는 ‘교원의 우대와 신분을 보장한다’와 ‘의무교육에 종사하는 초등학교 교원의 봉급 전액과 공립 중·고등학교 교원의 봉급 반액은 국가가 부담한다’라고 규정하며, 의무교육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1953년 제정된 「교육공무원법」에서는 ‘교육공무원 중 사무직원을 제외한 자의 보수는 일반공무원에 비하여 우대한다’라는 조항을 신설, 교원보수 우대 정책을 명문화했다. 그러나 전쟁 이후 베이비 붐 세대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그들을 수용하기 위한 교실과 교원 확보가 시급했다. 정부는 늘어난 교육인구 수용을 위한 재정을 충분히 확보하려고 했으나, 전쟁 중에 파괴된 기반시설 복구가 더 시급했기 때문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지 못했다. 부족한 학교운영비 및 교원수당 중 일부를 학부모로 구성된 사친회에서 지불해야만 했다. 이는 학부모에게 큰 부담이 되었으며, 사친회를 구성할 수 없는 지역에서는 교원보수를 제때 지급할 수 없어서 교원 이탈 현상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정부는 의무교육기관인 초등학교에서만이라도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고자 했고, 사친회 폐지를 목적으로 1958년 「교육세법」을 제정했다. 안타깝게도 「교육세법」은 그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고, 사친회는 육성회로 이름만 바꿔 학부모에게 계속 부담을 줄 수밖에 없었다. 재정 부족은 초등학교와 도서지역 학교에서 더 심각했다. 농·어촌지역은 육성회 구성조차 힘들었을 뿐 아니라, 당시 초등교원은 중등교원과 같은 학력을 갖고 있어도 더 낮은 보수를 지급받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교원 처우개선에 대한 요구가 많았으나, 그 수가 많고 국가 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뒤로 밀려났고, 이로 인한 교원 이탈을 막을 수 없었다. 학력 가감 산정표 제정 … 학령제 개편 1975년 동일 학령을 가진 자에게는 학교급에 상관없이 동일 호봉을 적용하는 ‘학력 가감 산정표’가 만들어졌다. 동일 학령을 적용하는 ‘학령제’로 개편하면서 보수를 평균 45% 인상하고, 초임교사 임금은 낮게, 생활비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15년 차 이상의 교사는 비교적 높게 지급되도록 하는 호봉제 기틀을 마련했다. 그리고 초등학교에서 육성회를 폐지하고, 교원 이탈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초등학교 교원 등에 대한 보전수당’이 신설되었다. 그러나 교원의 보수는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했고, 일반 기업체와 비교해 한참 부족했기 때문에 교원 기피현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정부는 임시방편으로 교원양성소를 설치하고, 단기 교육과정을 이수한 교원을 양성하기 시작했다. 무분별한 교원양성은 교사의 질을 낮게 했을 뿐 아니라, 교원의 사기와 신뢰를 땅으로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낳았다. 1982년 교원의 보수는 「공무원보수규정」과 통합되고, 초·중등교원 모두에게 학력·경력에 따라 동일한 봉급을 지급하는 단일호봉제는 1987년이 되어서야 완성된다. 교원의 낮은 보수와 열악한 처우개선을 위하여 교과지도수당(1990)과 주임(보직)교사수당(1991)을 신설하고, 1995년 5·31 교육개혁조치로 종합생활기록부 도입, 인성교육 강화, 기초학력 책임지도 등 학급 담임에 대한 책무성을 강화하면서 담임교사수당이 추가되었다. 또한 교원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현장 의견을 적극 수용해 교직수당을 연차적으로 인상하기로 협의하였다. 1995년 학교운영위원회를 도입하면서 6개 대도시에 남아있던 초등학교 육성회를 폐지하고, 육성회에서 부담하던 수당을 ‘초등학교 교원의 보전수당 가산금’이라는 항목으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교원의 급여는 일반 기업체와 비교하여 열악한 수준이었지만, 교직단체와 현장 의견을 반영해 주임교사수당과 담임교사수당 등 그 직무를 인정하여 보상하고자 하는 의미 있는 노력이 있었던 시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1997년 11월 IMF 구제금융 후 경제불황으로 인하여 교육개혁을 위한 재원확보가 다시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미 약속한 각종 수당을 지급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고, 기업체의 구조조정 분위기 속에서 교원의 정년을 낮춰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거셌다. ‘나이가 많은 교사 한 명이면, 젊은 교사 두 명을 고용할 수 있다’라는 말이 뉴스에 자주 등장했고, 이러한 분위기는 경력교사들에게 보이지 않는 퇴직 압박이 되었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퇴직신청이 많았는데, 영어·컴퓨터와 같은 새로운 교과 도입에 부담을 느낄 뿐 아니라, 나이가 많은 교사는 곧 무능한 교사로 여기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경력교사 1명의 보수로 신규교사 2명을 채용할 수 있다는 시장 논리를 적용, 교원정년도 65세에서 62세로 단축되었다. 그러나 초등학교 퇴직신청자는 정부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고, 갑자기 줄어든 초등학교 교원보충을 위하여 단기간의 보수교육을 통한 무자격 교원을 양성해야만 했다. 이는 교원의 사기와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교육재정을 줄이고 싶어서 교원의 정년까지 단축했던 정부로서는 오히려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만 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만들어 내고 말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정부의 노력과 상관없이 이때부터 교직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안정적인 교직은 학생들에게 인기 직종이 되었고, 우수한 학생이 교육대와 사범대로 몰리기 시작했다. 높은 보수보다는 안정된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탓이었다. 더 이상 교원충원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 정부는 자연스럽게 교원보수나 처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게 되었다. IMF 이후 교원의 수당체계는 거의 변화가 없다가, 2014년 ‘교원연구비’ 항목이 신설된다. ‘교원연구비’는 우수교원을 확보하거나, 직무에 따른 보상으로 지급하는 성격의 수당이 아니다. 이는 2012년 헌법재판소의 ‘중학교 학교운영비 징수 위헌결정’으로 중학교 육성회가 폐지되면서, 그동안 학부모가 부담하고 있던 비용을 국가가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이미 육성회가 폐지되었기 때문에 ‘보전수당’과 ‘보전수당 가산금’을 ‘교원연구비’ 항목으로 그 명칭만 바꿔서 지급하기로 했다. 교원의 보수 지급방식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해마다 교원단체는 ‘보직교사수당’과 ‘담임교사수당’이 현실성이 없다며, 인상안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는 재정을 핑계로 20년이 넘게 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면 교원의 보수 지급방식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우선 보수체계를 기본급 중심으로 단순하게 개편해야 한다. 모든 교원에게 지급되는 교직수당은 기본급에 포함하여 기본급 비율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여러 교원단체에서 지적해온 것과 같이 직무에 따라 지급되는 ‘보직교사수당’과 ‘담임교사수당’의 개선이 시급하다. 보직교사수당은 20년 가까이 동결되었으며, 담임교사수당도 2016년 이후 변함이 없다. 최소한의 물가상승률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니, 실제로는 삭감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수당은 직무에 따른 인센티브 역할을 해야 하는데, 해마다 그 목적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노동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기 위해서라도 보직교사수당과 담임교사수당을 현실화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 또한 해마다 정부와 교원단체가 힘겨루기를 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 물가상승률 이상을 수당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정률제로 바꿔야 한다. 그리고 교원업무와 수업시간을 법으로 규정하여 법에 명시된 교원보수 우대의 법 정신을 구현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고등교육법」에서는 교원의 교수시간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초·중등교원의 법적 교수시간은 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수업시간이나 업무시간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할 수 없다. 교원의 수업시간을 법으로 보장하여 온전히 수업과 학생에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급당 학생수를 줄여야 한다. 학생수를 줄이는 것은 당장의 금전적 보상은 아니지만, 학급 담임업무를 경감시켜 학생 개개인에게 질 좋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한다. 이는 교사의 교육적 성취감을 높일 수 있는 충분한 보상이 된다. 취학인구는 줄어들고 있지만,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인하여 학생들은 충분한 또래관계를 맺지 못했고, 원격수업 등으로 학습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갈수록 교사의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학생수가 줄어들고 있으니, 예산을 삭감한다는 단순한 계산은 향후에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교원은 우대받았던 적이 있었던가? 아니, 적어도 수십 년 동안 그 많은 교사가 본인이 받는 월급에 대해서 따져볼 생각이나 해 봤을까? 교원의 숫자가 가장 많다는 이유로, 그에 따라 거대한 예산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선생이 어찌 ‘돈’ 따위를 들먹일 수 있느냐는 분위기로, 감히 ‘월급’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까닭에서인지 1949년 ‘교육공무원의 보수는 우대한다’는 규정은, 아직도 「교육공무원법」 34조에 남아있건만, 심지어 공무원 중 유일하게 교원만이 ‘보수 우대 조항’을 갖고 있음에도, 항상 뒷전으로 밀려났다. 교육성과는 단기간에 확인하기 어렵기에 뒤로 미뤄두기도 쉽다. 그러나 교육투자는 미래의 우리나라를 위한 투자이다. 그리고 그 교육을 위해서는 우수한 교원 확보가 필수적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교육을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가 내년도 5급 이하 공무원 임금인상률을 1.7%로 정하자 2030세대 교사들의 원성이 높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2030 청년위원회는 지난달 세종시 인사혁신처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부의 보수 1.7% 인상은 사실상 실질임금 삭감”이라며 인상률 재조정을 요구했다. 이들은 야박한 인상률에 보직수당 등까지 수년째 동결되면서 실질임금 삭감, 교권침해, 과중한 업무, 연금 불안 등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가상승률은 6%대, 공무원 보수만 1.7% 인상 교원을 포함한 공무원 보수는 ‘고통 분담’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물가상승률과 무관하게 낮게 책정되었다. 작년과 올해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5% 인상하였으며, 올해 상반기만 해도 물가상승률이 6%대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 보수를 1.7% 인상한다는 것은 결국 교원보수를 줄이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실제 1.7% 인상 기준으로 내년도 교원 9호봉 기본급은 월 215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신규교사와 저경력교원에게는 사기 저하는 물론 교직에 대한 회의를 깊게 하기에 충분한 조건이 아닐 수 없다. 실제 신규교사와 저경력교사들은 고물가, 1%대 보수인상률, 연금개악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교육현장에서는 헌신과 희생만 요구하지 말고 청년 교사들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제는 이뿐 아니다. 2030 교사들에게 오는 그릇된 시선이다. “우리 때는 적은 월급으로도 생활했고 결혼과 육아도 했다”, “그 정도면 많이 받는 것 아니냐”, “애들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데 나도 하겠다” 등등. 연일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학교현장의 목소리는 듣지 않은 채 왜곡된 인식으로 바라본다. 갈수록 심해지는 교권침해, 수시로 바뀌는 교육환경과 교육내용, 줄여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줄어들지 않고 더 늘어나는 공문, 여기에 3년 동안 학교를 잠식한 방역 관련 업무들은 또 얼마인가. 교원들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원격수업과 대면수업 병행, 새로운 수업방법 개발 등 교육력 약화를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그뿐인가. 학교 방역체계 구축과 물밀듯 밀려오는 사회복지 역할까지 떠안고 있다. 실제로 돌봄수요 조사부터 전담사 채용을 위한 모집공고는 물론 면접까지 교원들이 맡음으로써 ‘수업과 행정업무시간의 역전 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다. ‘수업 반, 행정 반’인 현실에서 ‘우리가 과연 교사인가’라는 자조 섞인 말이 회자되는 게 교직의 실상이다. 교원들은 학교 내 CCTV 관리, 우유대금 납부, 강사비 계산, 미세먼지 및 정수기 관리, 계약직원 채용·관리 등 각종 행정잡무에 시달리고 있다. 보여주기식 업무경감, 공문 없는 수요일 등 구호뿐인 대책을 넘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 2030 교사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월급을 획기적으로 올려달라는 것도, 추가수당을 더 달라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경력에 따라서, 노력에 따라서 대우받으면서 살수 있도록 상응하는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다. 비단 이 문제만이 아니다. 2030 교사 중 연차가 쌓이면서 혹은 학교 사정상 정말 어쩔 수 없이 보직교사도 맡게 된다. 보직교사수당은 19년째 동결이다. 모두가 기피하는 담임도 종종 맡는다. 담임교사수당은 19년간 단 2만 원 인상됐다. 이 같은 보수체계는 미래를 학생들과 함께 꿈꾸고, 가정을 꾸리거나 적절한 생산과 소비를 해야 하는 2030 교사들에게는 버거운 현실이다. 우리는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 교사가 되기 전 심지어 교대에 들어갔을 때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말이 있다. ‘정년 보장, 연금 빵빵.’ 하지만 실제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속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금 2030 교사들의 연금은 불입기간에 비해 수령금액은 기존과 비교하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적다. 퇴직금도 동일 임금 민간 근로자보다 현저히 적고, 동일 수준 근로자보다 급여도 적게 받는 상황이다. 더 나아가 교사는 고용보험 가입 대상자가 아니므로 실업급여도 지급되지 않는다. 취업 관련 교육프로그램 참여도 어렵다. 산재보험도 없고, 공무원연금 수령 시 본인은 물론 배우자까지 기초연금을 받을 수 없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에선 ‘공무원연금을 세금으로 메꾸고 있다’며 여론을 호도한다. 2009년 공무원연금이 삭감된 지 불과 7년 만에 다시 개편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면서 대체 우리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억울한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실제 필자는 24살에 임용이 돼 앞으로 약 40년 동안 기여금을 납입하게 된다. 스스로 선택한 것도 아닌데 월급에서 강제로 떼어간다. 지금 2030 교사들에게 인기 있는 연수·교육·취미는 모두 경제와 관련된 내용들이다. 재테크 연수, 부동산 책, 경매공부 모임 등이 그것이다. 퇴근시간은 물론 점심시간조차 학생지도하느라 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열정 페이를 강요받고 있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연금 불입기간만 채워지면 때려치우거나 휴직하겠다는 말이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예전엔 정년퇴직이 당연했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 정년퇴직보다 20년 이상 근속의 명예퇴직이 많아졌다. 청년 교사들에겐 명예퇴직이 아닌 휴직과 사표가 점차 많아지는 추세다. 주변의 2030 교사들은 반문한다. “우리에게 꿈이 없는데 어떻게 학생들에게 꿈을 가르칠 수 있을까?” 2020 교육통계 분석자료집을 보면 퇴직사유와 퇴직률이 잘 나와 있다. 초등학교는 2005년 1.2%에서 2019년 2.1%로 올랐다. 명예퇴직률은 퇴직사유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기타퇴직률도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중·고등학교는 더 심각해서 4.3~4.4%에 이른다. 결론적으로 헌신과 희생만 요구하지 말고 청년 교사들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교원보수인상률 재조정과 각종 수당 현실화가 절실하다. 무엇보다 공무원연금제도 개악을 위해 국민과 공무원 간 갈등·분열을 일으키는 모든 시도를 정부는 중단해야 한다. 공무원연금제도는 개악을 거듭할 것이 아니라, OECD 선진국 수준의 소득대체율을 보장하면서 국민연금을 포함한 전체적인 공적연금이 노인빈곤문제를 해소하는 형태로 개선돼야 한다. 또한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당시, 정년을 62세로 줄인 상태에서 연금지급 개시연령은 65세로 늦춰 발생한 소득공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하루빨리 이행해야 할 것이다. 오죽하면 교직을 극한직업으로 묘사한 방송프로그램까지 나왔겠는가. 2030 교원들에게 꿈을 돌려주는 그런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2023학년도 공립교원 정원을 3,000여 명이 줄어든 34만 4,906명으로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교육부 설명자료, 2022.9.19.).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교육재정 효율화에만 초점을 맞추어 교원수급정책을 풀어나가려는 접근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개인에게 더 나은 삶과 미래를 보장하고 교육력을 기반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교육의 질적 향상이 절실한 때이다. 이러한 시기에 교사 1인당 학생수라는 단순 산술에 근거하여 교원의 정원을 감축하는 일은 교육현장의 실정과 국민의 교육적 열망을 저버리는, 시대를 거스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경제논리로만 접근할 수 없는 교육현장의 고민을 숙고하면서 교원정원 감축의 문제를 재조명해 보고자 한다. 학교는 더이상 교육만 하는 곳이 아니다 유례가 없었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학교의 본질과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이전, 무엇보다 우선시되었던 학교의 역할은 바로 교육이었다. 학교는 교육목표에 근거하여 추구하고자 하는 인재상을 길러내기 위해 다양한 교육활동을 계획하고 제공함으로써 그 소임을 다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된 이후 학교의 역할은 교육적 의미를 넘어, 교사와 친구 간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만들고 배우는 관계형성의 역할, 부모의 보살핌으로부터 소외되는 시간 동안 아동의 생존·안전·발달을 책임지는 돌봄의 역할, 마지막으로 공동체의식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역량을 키우는 공동체적 경험을 제공하는 역할이 강하게 부상하였다(정계숙·손환희·윤갑정, 2021). 이는 기존의 학교 역할에서 놓치고 있던 부분이 새롭게 추가되었다기보다 그동안 간과됐던 측면이 오히려 본질적 역할로서 강하게 부각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교사의 역할 또한 그간에는 수업지도와 생활지도 등 교육 본연의 업무만이 강조되었던 데 반해, 만남과 소통, 놀이와 돌봄의 역할 역시 본연의 핵심업무로서 중요해졌다. 이는 학생수가 감축하는 상황임에도 왜 교원정원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당성을 제공한다. 첫째, 교원정원 감축은 코로나19 이후 재정립된 교원의 역할과 함께 그들의 노력과 열정을 줄어들게 만들 것이다. 학교현장에 어느 정도의 교원이 필요하냐의 문제는 단순 산술에 의해 계량적으로 논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교육의 질이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불변의 진리는 충분한 교원 확보를 통해 교육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는 최소한의 기본요건임을 말해준다. 교육부가 20년 넘게 교사들의 행정업무 간소화에 주력하여 교육지원전담팀 및 학교 보조인력을 배치한 것 역시 교원의 양적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교사들이 가르치는 일과 학생들을 보살피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지원해 준 중요한 정책적 노력이었다. 실제로 김지선·심현기(2022)의 연구에서도 교사들이 수업준비나 진학·진로지도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전체 학생사안이나 징계 건수, 학교폭력 심의 건수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한 명이 자신의 역량을 발견하고 계발하는 과정에는 교사의 부단한 관심과 노력, 지원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원정원을 감축하는 일은 교원이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교육의 질 저하를 야기하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다. 둘째, 교원정원 감축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교육격차를 더욱 심화시킴으로써 결국 지역소멸을 가속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교사 1인당 학생수에 근거하여 교원정원을 산출하고 확보하는 방식은 읍면지역 소규모학교의 폐교 및 통폐합을 불가피하게 만들 것이며, 이는 지역 위기 및 지역소멸로 귀결될 것이다. 소규모학교들은 폐교되기까지 교원정원 감축의 직격탄을 맞아 다양한 과목의 교과교사와 특수교사를 포함하여 상담·보건·영양·사서교사 등 비교과교원의 교육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아울러 교사 1인당 업무량도 대규모학교에 비해 증가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교원의 업무 피로도는 심화되며, 학교를 기피하는 현상도 야기될 것이다. 이는 새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국가교육책임제 강화를 통한 교육격차 해소’에 정면으로 배치(背馳)되는 일이다. 셋째, 교원정원 감축은 소규모학교 문제뿐만 아니라 수도권의 과밀학교 및 과밀학급 문제에서도 난항을 겪게 할 것이다. 교육부의 ‘전국 과밀학급 현황’에 따르면 과밀학급 기준인 학급당 학생수 28명 이상 학급은 2021년 초·중·고 전체 23만 3,345개 학급 가운데 5만 4,050학급(23.2%)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밀학급이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2만 3,616학급), 서울(6,243학급), 경남(3,371학급) 순이며, 과밀학급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도 역시 경기가 40.1%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제주(37.0%), 충남(30.6%)이 뒤를 이었다. 학생수가 30명 이상인 학급도 전체학급 가운데 2만 8,127학급(12%)이나 됐고, 이중 중학교가 1만 5,786학급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였다(한국교육신문, 2022.09.13.). 신도시 택지개발사업 지구의 경우 학교 신설이 수반되어야 하나 예산 낭비 등의 이유로 학교 신설이 취소되면서 수도권 과밀학급(교)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다. 더욱이 학생수의 지속적인 감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명목 아래 추진되는 교원정원 감축정책 역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소규모학교 지원과 동시에 수도권 과밀지역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과밀학급 해소 역시 학교 교육력 제고를 위해 고려되어야 하는 교육계의 중요하면서도 시급한 현안이다.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에서 과대·과밀학급의 문제가 부상하였음에도 이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오히려 교원정원 감축으로 과밀학급의 개선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는 점은 악화되는 교육현실을 개선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넷째, 교원정원의 감축은 학교교육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미래교육 및 교육정책 실천의 걸림돌이 될 것이다. 개인별 맞춤형 교육, 기초학력 내실화 교육, 고교학점제 등 교육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교원의 정원이 늘어나야 하는 상황임에도 정부의 교원수급 정책은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 새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있는 국가교육책임제의 강화 속에는 교육 사각지대 해소방안으로 대상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을 지원하겠다는 과제가 담겨있다. 또 교원업무부담 경감방안으로는 새로운 교육정책 추진에 필요한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마련하고, 수석교사제도를 개선하여 임용을 확대하겠다는 것이어서 교원의 정원을 확대하지 않고서는 수행하기 어려운 국정과제들이 다수 존재한다. 이러한 국정과제의 실천의지를 무색하게 하는 교원수급정책은 아이들의 행복과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새 정부 교육분야의 방향과 교육부가 추진하게 될 다양한 교육정책의 도입과 실천의지에 회의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경제논리로 교원정원을 감축하려는 정책은 재고되어야 하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더 좋은 교육환경을 조성해야 할 때다. 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미래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을 위해서는 교원정원 확대를 포함한 교원정원의 안정적인 수급이 가장 중요한 교육인프라 조성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현재의 인구 수준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2.1명(인구대체율)을 하회하기 시작한 1983년 이래, 38년째 하락 중이다. 가장 최근의 통계치인 2021년 합계출산율은 0.81명이라는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였고, 전체 신생아는 26만 500명이었다. 합계출산율이 2018년 1명 이하를 기록하며, OECD 38개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으로 하락한 이후, 4년 내내 1명을 밑도는 것은 물론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의 6세 미래인구 추계 데이터, KEDI의 교육통계데이터, 주민등록 인구데이터를 활용하여 학교급별 학생수를 추계한 결과, 공교육시스템의 주춧돌 역할을 하는 초등학교 학생수가 현재 260만 명 수준에서 2032년 146만 명 수준으로 향후 10년간 44.5% 감소하게 된다(이길재 외, 2019). 학령인구의 감소와 궤를 같이하면서 우리나라 인구는 2021년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많은 데드크로스 현상을 경험하며, 총인구의 급격한 감소라는 대재앙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에 더해 4차 산업혁명시대, 지식·정보화시대로의 진입은 교육의 목적·방향과 교수·학습의 형태 등 학교 교육생태계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이 엔데믹 상황으로 전환되면서 디지털교육으로의 전환은 교수자와 학습자의 의도나 필요와 무관하게 급속도로 학교현장에 안착하였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삼는 것은 우리의 저력이다. 현재 교육계가 직면한 학령인구 급감의 위기와 학교 교육생태계의 대전환이라는 도전에 응전하기 위해 미래교육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새로운 지평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교원정원 확보를 위한 새로운 방향성 미래교육은 맞춤형교육과 역량중심교육으로 표상될 것이라 예상한다. 학생수 감소로 인해 학습자 개개인의 적성·소질·잠재력뿐만 아니라 학습능력을 고려한 맞춤형교육이 강조될 것이다. 여기서 학습자 맞춤형교육이란 학생별 교육목표·교육내용·교육방법이 차별화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미래사회에는 개인이 소유한 방대한 지식과 정보보다는, 오히려 다양한 정보매체를 통해 자신이 필요로 하는 지식과 정보를 찾아 재가공하고,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창출하는 능력이 더욱더 빛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이는 실제 삶에서 발휘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내는 교육이 강조됨을 의미한다. 이러한 미래교육의 변화는 학생수 감소라는 인구구조의 변화, 산업혁명의 발달로 인한 경제·산업구조의 변화로 야기된 필수불가결한 변화이자 미래사회에 적합한 교육으로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원수급계획을 위한 접근이 학생수 감소에 따른 교원수 감소라는 선형적 관계에 근거한 단순 경제논리로 흘러간다면 이는 교육력의 약화, 나아가 국가경쟁력의 악화라는 위기상황을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교원의 확보는 학교교육 질 제고의 정수(精髓)라는 교육의 당위적 명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교원정원 확보를 위한 새로운 방향성으로 다음의 세 가지 사항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교육의 형평성, 교육격차 해소 관점에서 소규모학급에 대한 교원정원 책정 방식, 즉 작은학교 기초교원정원제 도입은 달라져야 한다. 학생수 감소만을 고려한 선형적 귀결로서의 교원 감소는 학생들의 최소 교육권을 담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재정 효율화에 따른 소규모학교 통폐합으로 이어져 지역인구의 이촌향도(離村向都), 지역의 경제적 손실, 나아가 지역소멸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의 연구들은 학급규모가 작을수록 학생들의 학업성취가 향상되고(U.S. Departmeant of Education, 2000), 중도탈락율 및 학교폭력 비율도 낮아진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Darling-Hammond, Ross Milliken, 2010). 또한 소규모학교의 교사들이 대규모학교 교사들보다 교육에 대한 책무성이 더 높고,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며, 학생들의 우수한 성취를 이끄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Lee Loeb, 2000; Weiss et al., 2010). 소규모학교의 교육적 가능성과 사회적 중요성을 감안하여 경제논리에 입각한 소규모학교 통폐합이 배태한 위험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교육의 질 개선 및 교육적 효과 증진 차원에서 과밀학교 및 과밀학급 학생수 적정화를 위한 교원정원 확보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호주는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인구과밀지역에 대해서는 학교 및 학급 신설, 정원 확대 등의 정책을,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에 대해서는 재정 지원, 이민정책, 학교 유형의 다양화 등 별도의 교육정책을 펼치고 있다(박삼철, 2014). 소규모학교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과밀학교에 대한 정책적 지원 역시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서는 함께 고려되어야 함을 시사하는 좋은 사례이다. 과밀학급에 대한 학급당 학생수의 재설정은 수도권 지역의 학생들에게 양질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학생중심 교육정책이 학교현장에서 그 효과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정책집행의 핵심인 교원을 고려한 교원수급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기초학력보장 정책은 평등한 출발선을 보장하기 위해 초등 저학년부터 책임지도 및 집중지원을 약속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초등 저학년의 학급당 학생수 감소를 실천적 전략으로 삼고 있다(교육부, 2019.3.28.). 또 다른 예로 고교학점제는 모든 학생의 성장을 돕는 포용적 고교 교육실현을 목적으로 학점제형 교육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다과목 지도 전문성을 갖춘 교사 등을 포함한 교수자원의 탄력적 배치를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교육부, 2021.2.16.). 이처럼 학생교육중심의 교육은 정책실천의 핵심에 교원이 위치하기 때문에 교육정책의 성공 여부가 교원에게 달려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학생중심의 교육정책이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교원 확보를 위한 교원수급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의 급감은 우리나라 교육계가 마주하게 된 전례 없는 위기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작금의 절체절명 위기는 새로운 학교 생태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적기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학생수 감소와 공교육 생태계 대전환의 요구는 우리나라 공교육의 기초체질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학생수 감소를 교원 1인당 학생수와 같은 학교현장을 적절히 대변해주지 못하는 잣대와 연결 지어 교원감축으로 귀결시키는 오류를 범할 것이 아니라 학교의 교육력, 나아가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미래교육 실천의 핵심여건으로서 교원의 정원을 바라보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는 세계를 여행하는 여행자라면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어 하는 도시다. 뜨거운 햇살이 쏟아지는 코파카바나 해변은 세계에서 가장 정열적이고 낭만적인 해변으로 꼽힌다. 세계 최대의 폭포 이구아수 폭포는 도저히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압도적인 풍경을 보여주는 곳. 직접 경험하는 수밖에는 그 위용을 느낄 방법이 없다. 한반도의 약 40배 크기에 남미 대륙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나라 브라질. 브라질의 수도는 브라질리아이지만, 세계의 여행자들은 리우데자네이루로 모여든다. 나폴리·시드니와 함께 세계 3대 미항으로 꼽히는, 인구 1,200만 명에 이르는 거대한 해안도시는 하나의 용광로다. 백인과 흑인, 그리고 에스파냐계 백인과 아프리카계 흑인의 혼혈인 물라토가 부대끼며 살아가고 거리에는 화끈한 삼바 리듬과 세련되고 우아한 보사노바 리듬의 선율이 함께 흐른다. 해변의 최고급 리조트와 빈민들이 살아가는 주거지 파벨라가 공존한다.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햇살, 코파카바나 리우에 도착하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코르코바도 언덕(해발 700m) 위의 예수상이다. 세계 신(新) 7대 불가사의에 선정된 이 예수상은 1931년 브라질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세운 것이다. 높이 39.6m, 무게 700t으로 예수의 모습을 새긴 조각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리우 시내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코르코바도 언덕에 서서 마치 도시 전체를 감싸 안듯이 두 팔을 벌리고 있다. 사실 예수상의 방향을 두고 말이 많다. 빈민촌을 등지고 부촌인 해안을 바라보고 있는 탓에 현지 서민들은 ‘은총에도 차별이 있다’고 푸념한다. 코르코바도 언덕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리우 앞바다에 팡데아수카르(Pao de Acucar)가 떠 있어 리우를 아름답게 치장하고 있다. 영어로는 ‘설탕 덩어리’라는 의미인 ‘슈거로프’라고도 불린다. 거대한 화강암과 수정으로 이뤄진 바위산으로 둥근 돔처럼 생긴 모습이 무척 이색적이다. 마치 바다로부터 리우를 지키고 있는 파수꾼인 듯 느껴진다. 해발 396m로 가장 높이 솟아오른 이 산꼭대기에서 세계 최고 미항을 굽어볼 수 있다. 진초록의 산들 사이로 우뚝 솟은 초고층 빌딩들이 서 있고, 우르카·플라멩코·코파카바나·이파네마·레블론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해변을 따라 하얀 요트가 점점이 떠 있다. 팡데아수카르에서는 반드시 리우의 야경을 볼 것. 360도 펼쳐지는 해변과 섬, 도시의 경치가 파노라마로 어우러지는 리우의 야경을 만끽하기에는 이곳만 한 데가 없다. 해질녘의 리우는 가히 환상적이다. 붉은 노을이 번지고 도시에는 불빛이 환하게 켜진다. 하늘도 붉고 도시도 붉고 바다도 붉게 물드는 리우의 야경은 세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우데자네이루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정열의 도시다. 그리고 리우의 정열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 코파카바나 해변이다. 막무가내로 쏟아지는 햇살 아래 구릿빛으로 그을린 글래머 아가씨들이 브라질리언 비키니를 입고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데, 엉덩이를 다 드러낸 속옷 같은 수영복은 그 모습만으로 너무 선정적이어서 한때 이를 찍은 관광엽서 사진을 금지시키기도 했단다. 비치발리볼을 즐기는 근육질의 젊은이들과 파라솔 아래 한가롭게 바다 풍경을 즐기고 있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들 그리고 물장구를 치며 즐겁게 뛰어노는 눈망울이 커다란 아이들이 어울린 코파카바나의 풍경은 너무나 평화로워 보인다. 코파카바나 해변 옆이 이파네마 해변이다. 코파카바나 해변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반면 이파네마 해변은 현지인들이 좀 더 선호한다. 이파네마 해변을 걷다 보면 끊임없이 보사노바가 흘러나온다.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마치 속삭이듯 노래하는 주앙 질베르토의 목소리가 인상적인 그 노래 ‘이파네마의 소녀’다. 늘씬하고 까무잡잡한, 젊고 사랑스러운 여인, 이파네마 아가씨가 걸어가네. 그녀가 지나가면 모두들 아~, 그녀가 걷는 건 마치 삼바 같아. 시원스럽고 부드럽게 한들거리며 걷는 모습, 어떻게 하면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바닷가로 걸어가는 그녀는 언제나 똑바로 앞만 볼뿐, 그를 바라보지 않아. 이 달콤한 노래를 들으며 리우의 해변을 바라보며 쌉싸름한 브라질 산토스를 마시는 일. 그것은 어쩌면 생에 꼭 한 번은 해봐야 할 여행인지도 모른다. 상파울루, 시장에서 느끼는 낭만 상파울루는 브라질 최대의 도시. 인구가 1,800만 명에 달한다. 브라질리아가 브라질 행정의 중심, 리우데자네이루가 브라질 여행의 중심이라면 상파울루는 브라질 경제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열정과 낭만의 브라질과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한 번쯤 가볼 만하다. 상파울루에서 꼭 봐야 할 것은 바네스빠 빌딩. 미국의 명물 빌딩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8분의 1로 고스란히 축소해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중앙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바네스빠 빌딩은 특히 야경이 아름다운데 밤이면 은은하게 불이 켜지는 옛 포르투갈풍 건물들과 저녁을 먹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파울리타스(상파울루 사람)들의 모습과 어울려 활기찬 풍경을 만들어낸다. 도시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은 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파울루에도 중앙시장(Mercado municipal)이 유명하다. 번역해보면 말 그대로 ‘시영시장’이다. 우리나라의 재래시장처럼 노변에 형성된 시장이 아니라 커다란 건물 안에 들어서 있다. 대영박물관을 연상시킬 정도로 큰 건물은 원래 1932년 군 훈련소로 지어진 건물이다. 2004년에 내부를 완전히 바꿔 시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밖에서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낭만적인 분위기다. 꽃을 파는 아저씨도 있고, 먹거리 코너도 늘어서 있다. 과일·채소·와인·치즈·초콜릿·소시지·고기 등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통로 중간에는 고객들이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둥근 식탁을 놓아두었는데, 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인 커다란 ‘볼로냐 샌드위치’ 먹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저물 무렵에는 메트로폴리타나 대성당으로 가보자. 상파울루 도심에 자리한다. 40년간의 대공사 끝에 1954년 완공된 건물이다. 정면에 솟아 있는 2개의 고딕양식 첨탑은 높이가 65m에 이른다. 역대 상파울루 사제들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고, 브라질의 종교사를 표현한 스테인드글라스가 매우 아름답다.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자연, 이구아수 폭포 지구 반대편으로의 여행. 꼬박 하루의 비행시간과 7시간의 버스여행 등 이 모든 수고를 감수하고서라도 꼭 봐야 할 만큼 감동적인 풍경이 있다. 바로 세계 최대의 넓이와 수량을 자랑하는 이구아수 폭포다. 이구아수 폭포와 맞닥뜨리는 순간 그동안의 고단함은 순식간에 날아간다. 폭포에 가까이 갈수록 자연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에 소름이 돋는다. 이구아수 폭포는 브라 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 세 나라 국경에 걸쳐 자리하고 있는 세계 제일의 폭포이자 세계 제일의 관광명소다. 275개의 폭포가 직경 3km, 높이 80m에서 떨어지는 이구아수 폭포는 빅토리아 폭포보다 넓고 나이아가라 폭포보다 높은 곳에서 떨어진다. 이곳의 전경은 말로 전해 듣고, 글이나 사진으로 보아서는 절대 그 위용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원주민(파라과이 과리니 인디오) 말로 이구아수는 ‘큰물(Big Water)’이다. 폭포 전체의 폭만 4km 남짓. 평균 낙차는 64m다. 우기(11~3월)에는 초당 1만 3,000여 톤의 물이 쏟아져 내린다. 이구아수에서 가장 유명한 폭포는 ‘악마의 목구멍’(Devil's Throat)이라 불리는 곳. 이구아수강을 통째로 벌컥벌컥 삼켜대듯, 초당 6만여 톤의 물이 거대한 절벽으로 빨려든다. 미국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부인 엘리너 루스벨트는 이구아수를 본 뒤 넋을 잃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가엾은(poor) 나이아가라”라고. 이구아수 폭포 여행의 시작은 포스두이구아수시. 시내에서 차로 20분 정도면 이구아수 국립공원에 닿는다. 입구에서 계곡과 숲 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 5분쯤 걸으면 강 건너편에 입이 쩍 벌어질 장관이 펼쳐진다. 하나도 아닌 수십, 수백 개 폭포가 하얀 박무(薄霧)를 만들어내고 있다. 귀퉁이를 돌아서면 영화 미션 촬영지로 유명한 ‘삼총사 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수십 개 폭포가 겹쳐 있는 그 절벽 바로 아래턱까지 200여 m의 데크를 밟고 둘러볼 수도 있다. 한 걸음 내딛는 순간 현기증이 난다. 이구아수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헬기 투어를 권한다. 300달러에 육박하는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다. 이구아수 하류에 있는 헬기장에서 강 건너 악마의 목구멍이 입을 쩍 벌린 상공에 이르는 데 걸린 시간은 단 5분여. 3,000피트 상공, 125마일의 속도로 하늘을 가르며 이구아수 전체를 보는 맛은 웅장하고도 장엄하다. ‘악마의 목구멍’을 향해 하얀 포말을 쏟아내며 무서운 속도로 빨려드는 이구아수의 모습에 소름이 돋는다.
(박정애 지음, 사회평론아카데미 펴냄, 448쪽, 3만3,000원) 뉴욕 한인 미술가들에 대한 현장연구 경험을 토대로 미술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한다. 점심시간마다 동료들과 미술가나 전시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미술이 삶을 즐겁게 만드는 방법임을 깨달은 회사원 출신 미술가의 사연은 저자에게 새로운 고민을 던졌다. 저자는 우리 학생들도 여가에 미술을 화제로 삼게 하려면 감각에 호소하는 미술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임지이 지음, 빨간소금 펴냄, 348쪽, 1만5,000원) 나이 마흔에 지금까지 하던 일과 완전히 다른 일을 시작하게 된 사람의 이야기다. 저자는 갑작스레 회사에서 해고된 뒤 심한 마음고생을 겪었다. 그러나 이내 그토록 원하던 ‘평일 낮 시간을 가진 사람’이 됐음에 행복감을 느끼고, 그림 한 번 배운 적 없이 취미로 시작한 만화를 직업 삼아 자기 시간의 주인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김수진·박은하 지음, 길벗 펴냄, 568쪽, 2만2,000원) 교과서에 소개되거나 연계된 여행지를 소개한다. 아이와 함께 꼭 가봐야 할 전국 여행지와 교과서 영역별 여행지, 초등학생을 위한 여행법과 체험학습지 등이 들어 있다. 전국 214개 여행지에 관한 정보를 주변 볼거리까지 빼곡히 정리했다. 어렵고 막막한 ‘자기주도 학습’을 알찬 여행을 통해 실천해보길 권한다.
(우즈훙 지음, 이에스더 번역, 리드리드출판 펴냄, 192쪽, 1만5,800원) 진실한 자아와 거짓 자아를 구분해 자신의 마음을 쏟아냄으로써 생명 가득한 삶을 사는 법을 소개한다.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하는 심리문제를 통해 자신의 마음상태를 점검하고 진정한 나로 거듭나도록 이끈다. 저자는 생명력을 뿜어낼 수 있어야 자신이 행복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위로와 치유를 전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학부모상담이 끝나면 진이 빠진다. 학생상담보다 2~3배는 힘들다. 나도 작년까지 학부모였고, 지금도 여전히 자녀를 키우는 엄마인지라, 부모 마음을 모르지 않기에 더 힘들다. 담임교사도 마찬가지다. 말썽을 피우는 학생과 생활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이 있기 때문에, 부모의 훈육방법에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혼날 짓을 했으니, 화가 나서 속상한 마음에 그럴 수 있지’라고 학부모 마음에 더 공감이 갈 때가 있다. 가장 혼란스러울 때는 ‘학생이 표현한 부모의 모습’과 ‘내가 상담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부모의 모습’이 너무나 다를 때이다. 순간 학생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자기중심적으로 뭔가 과장해서 이야기한 것은 아닌지, 내가 학생의 말을 순진하게 믿고 잘못 판단한 것은 아닌지 갑자기 불안해지기도 한다. 특히 학생이 평소에 거짓말을 자주 했거나, 문제행동을 반복했다면, 그 불신은 더 커진다. 자칫하다가는 학생의 말보다 부모의 말을 더 신뢰하는 함정에 빠져, 학생의 힘듦을 외면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하지만 아이 앞에 서 있는 학부모와 교사 앞에 서 있는 학부모의 모습은 다를 수 있다. 교사와 통화를 하거나 면담할 때의 학부모는 그나마 이성적인 상태지만, 아이 앞에서는 부모의 감정을 마구잡이로 배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학부모상담에서 흔히 빠지는 함정을 살펴보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해본다. 상담하며 알게 된 이야기를 학부모에게 말해야 할까? 학생과 상담한 내용을 학부모에게 공개해야 하는지, 공개한다면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깊은 고민에 빠져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학생과의 관계를 위해 비밀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학부모에게 학생의 상황을 알릴 것인지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간혹 학생에게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안심시킨 후, 학부모에게 ‘아이에게는 아는 척하지 말라’면서 고스란히 내용을 전달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비밀은 입 밖으로 나가는 순간,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무심코 ‘담임선생님이 그러시는데…’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담임교사와 학생과의 신뢰는 깨져버린다. 따라서 꼭 전달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학생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전달할 내용을 사전에 아이와 함께 정하는 것이 좋다. (상담이 모두 끝난 후) “○○아, 오늘 상담 내용 중에 이 부분은 부모님이 아셔야 할 것 같아. 선생님은 비밀유지의 의무도 있지만, 학생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 학부모에게 학생의 상황을 알려드려야 할 의무도 있거든. ○○이에게 진짜 무슨 일이 생긴다면, 부모님은 더 속상해하시고, 더 힘들어하실 거야. 선생님이 부모님께 어디까지 이야기하면 괜찮겠니? (아이와 전달할 내용을 상의한 후) 이렇게 이야기하면 괜찮을까? 선생님이 부모님께 전화 드리기 전에 ○○이가 먼저 ‘학교에서 상담을 했는데, 오늘이나 내일 부모님께 연락하신다고 했어요’라고 말해줄래? 언제쯤 시간이 괜찮으신지 여쭤본 후, 쌤에게 알려주고. 할 수 있지?” 대략 10명 중 8명은 부모님과 전화통화하는 것을 허락한다. 나는 상담기록지에 학생과 결정한 전달내용을 기록한 후, 학생이 직접 부모님의 전화번호를 적도록 한다. 무언의 ‘개인정보활용 동의서’이다. 학생이 부모님의 전화가능시간을 알려주면, 학교전화로 통화를 시도한다. “어머니, ○○이와 상담을 하던 중 이런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래서 요즘 많이 힘들었었나 봅니다. 혹시 집에서도 예전과 다른 점이 있었나요? 아, 더 자세한 내용까지는 ○○이가 비밀로 해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아마, 어머니께서 먼저 ‘학교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엄마에게도 이야기해 줄 수 있겠니?’ 하며 말문을 여시면, ○○이가 이야기할 거예요. 엄마에게 말하고 싶었는데 엄마가 걱정할까 봐, 혼날까 봐 겁나서 말을 못 했다고 하더라고요. ○○이와 이야기 나눠 보신 후, 궁금하시거나 더 나눌 이야기가 생기시면 지금 이 번호로 연락주시면 됩니다.” 물론 동의절차없이 즉시 학부모에게 알려야 하는 상황도 있다. 자살계획 혹은 타인을 다치게 할 계획을 하고 있거나, 임신을 했거나, 아동학대나 범죄에 노출되어 있을 때이다. 이럴 때는 학생의 의사를 존중해주며 동의를 구하는 것이 아닌 왜 알려야하는지 설명한 후, 절차에 따라야 한다. 학생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 그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주장, 누구 말이 맞을까? 종종 구구절절 옳은 말만 하는 학부모를 만난다. 자녀에게 원하는 것도 거창(?)하지 않다. 지각·결석하지 말고 학교 잘 다니고, 친구들이랑 별 탈 없이 사이좋게 지내고, 자기 방이라도 좀 잘 치우고, 본인이 먹은 것이라도 설거지해놓고, 핸드폰은 적당히 하고, 돈도 아껴 쓰고…. 듣다 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틀린 말이 없다. 그래서 부모님이 혼낼 만하다는, 자녀를 올곧게 성장시키기 위한 양육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본인이 잘못한 부분은 쏙 빼고, 부모가 혼낸 부분만 과장해서 말했구나’라며 학생을 의심하기도 한다. “선생님, 저는 공부하라고 한 적도 없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 가는 것, 그거 하나를 안 해요. 수십 번을 깨워도 안 일어나고, 늦었는데 빨리 준비해도 시원찮을 판에 세월아 네월아, 씻고 밥 먹고 화장까지 곱게 하고 있기에, 지각하지 말고 빨리 서두르라고 몇 마디 했더니, ‘신경 쓰지 말라’면서 짜증을 내더라고요. 엄마한테 무슨 말버릇이냐고 했더니, 이번에는 자기 방문을 걸어 잠그고 안 나오는 거예요. 학교 안 갈 거냐고, 빨리 가라고 또 잔소리하고…. 자기가 알아서 잘하면 제가 왜 잔소리하고 혼을 내겠어요. 자기가 하는 생각은 안 해요. 저도 아주 속상해 죽겠습니다.” 이번엔 아이의 말을 들어보자. 분명 같은 상황인데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오늘 아침에 학교에 가려고 나오는데, 엄마가 갑자기 욕을 하잖아요. 그딴 식으로 학교 다닐 거면 그냥 때려치우라면서. 아, 진짜, 짜증나요. 맨날 성질만 내고. 무슨 말만 하면 말대꾸한다고 욕하고.” 이쯤 되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이 있다. “네가 잘못을 안 했는데 엄마가 덮어놓고 욕을 했겠니? 어머니 말씀 들어보니까, 틀린 말씀 하나 없더라. 지각할 것 같아서 잔소리 좀 했다고, 엄마한테 대들고, 문 닫고 들어가고. 그런 말이 듣기 싫으면 네가 알아서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최악의 반응이다. 아이는 이후부터 마음을 닫을 것이다. 맞는 말이라서 반박할 수 없고, 자신이 잘못한 부분도 있기에 말해봤자 공감받지 못할 것을 안다. 담임교사와의 거리도 그만큼 멀어진다. 그럼 잘못된 행동을 수정하고, 본인이 더 잘하면 되지 않을까? 역시 맞는 말이다. 하지만 말처럼 행동 바꾸기가 쉬우면 세상에 안 될 일이 없다. 그럼 누구의 말을 신뢰하며, 어떻게 상담을 이어 나가면 될까? 학부모와 학생의 말은 서로 다르지 않다. 학부모는 갈등이 생긴 상황을 설명했고, 학생은 엄마가 드러낸 감정을 중심으로 설명했을 뿐이다. 그럼 누구의 말이 상황을 더 잘 설명하고 있을까? 나는 학생의 말이 더 정확하다고 본다. 몇 번을 깨워도 안 일어나서 지각하게 생긴 딸이 느릿느릿 준비하고 있을 때, 평정심을 유지하며 차분하고 부드럽게 타이르는 부모보다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는 부모가 더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부모상담을 이어가다보면 실토하는 경우가 많다. 속상한데 무슨 말인들 못하겠느냐는 항변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속상해도 하지 말아야 할 말과 행동은 있다. 부모가 드러낸 ‘선 넘은 부정적 감정’은 아이에게 크게 두 가지의 문제를 남긴다. 하나는 ‘아, 속상하면 욕(폭력)을 해도 되는구나’라는 그릇된 인식을 갖게 한다. 또 다른 하나는 왜 혼났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자신에게 욕한(폭력을 휘두른) 부모만 남는 것이다. 그래서 행동은 수정되지 않고, 갈등만 깊어진다. 중요한 것은 화난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다(욕이나 폭력 말고도 우리는 화난 감정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 “일찍 일어나서 학교에 왔으면 아무 문제없었을 테니, 혼나도 싸네요. ○○이도 본인이 잘못한 건 잘 알고 있어요. 문제는 어머니께서 속상한 마음에 ‘욱’하고 나간 말이 ○○이에게는 상처가 되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엄마의 말과 행동에 오해가 생기고, 그러면서 점점 사이가 멀어지고, 자꾸 싸우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화가 나면 저도 모르게 말이 막 나와요. 속상하니까. 속상한데 무슨 말인들 못 하겠어요.” “○○가 ‘아, 엄마가 속상해서 욕을 했구나’라고 이해하길 바라시나요? 만약 이해한다면 ○○이도 속상하면 욕해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속상한 마음을 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을 어머니께서 먼저 보여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는데, 욱하고 먼저 터져 나오니까….” “음, 화가 날 땐, 무조건 ‘커피 먹고 이야기하자’를 외치세요. 일종의 타임아웃입니다. 물이 끓어 넘치려고 할 때, 찬물을 조금만 넣어도 가라앉듯이, 끓어오르는 감정을 잠깐 식히는 거예요. 커피 끓이는데 3분, 뜨거운 거 마시는데 3분 이렇게 몇 분이 지나가면 감정이 가라앉고 이성이 떠오르게 되요. 그러면 그때 말씀 하세요. 화난 감정이 없어지지는 않지만, 적어도 욕이 튀어나오지는 않을 겁니다.” 아이 앞에 서 있는 학부모와 교사 앞에 서 있는 학부모는 다를 수 있다 우리는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처럼 생겼을 거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흉악범을 잡아놓고 보면 지극히 평범한 얼굴이라서 더 깜짝 놀라곤 한다.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간혹 “어머니와 전화통화를 하거나 만나 뵈면 너무 젠틀하시고, 괜찮으세요. 그래서 어디까지 아이의 말을 믿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라는 고민을 듣는다. 그럴 땐 이렇게 답하곤 한다. “아이 앞에 서 있는 학부모와 교사 앞에 서 있는 학부모는 다를 수 있어요. 우리도 집에서는 쥐 잡듯이 혼낼지언정 밖에서는 웃으며 자상한 엄마인 척하잖아요. 담임교사 앞에서라면 본색을 드러내기 더 쉽지 않죠. 하지만 화가 난 상태라면? 그래서 아이에게 퍼붓는 상황이었다면? 좀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요?” 사람은 언어로만 말하지 않는다. 표정·몸짓(행동)으로도 말한다. 잔뜩 굳은 표정과 불끈 쥔 주먹으로 “아니, 나 화 안 났어. 진짜야”라고 말한다면, 화가 난 걸까 안 난 걸까. 언어로 표현된 말보다 표정·몸짓으로 표현된 말이 더 진실에 가깝다. “가족이라서 더 상처받았어요.” 아이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이성적으로 상황설명을 하는 부모의 말도 틀리지 않다. 하지만 ‘가족이라서 더 상처받았을 그때의 감정’을 먼저 다독여주자. 이후 왜 부모님이 이런 감정을 드러내게 되었는지 상황설명을 듣고 난 후, ‘아, 너의 이런 행동 때문에 부모님이 화가 나셨던 거구나’라고 잘못을 일깨워줘도 늦지 않다. 아니, 그래야 자신의 잘못을 비로소 받아들인다. 스스로 알아채야 행동변화도 기대할 수 있다.
11월은 ‘초순의 홑바지가 하순의 솜바지로 바뀐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월초와 월말의 날씨가 다른 계절이다. 학교에서 11월은 각종 사업을 마무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달이다. 수업하랴, 아이들 챙기랴, 보고서 작성하랴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른다. 고등학교에서는 쉼 없이 수능을 향해 달려온 학생들을 응원하고 정시전략을 짜느라, 중학교는 고등학교 진학상담으로 정신이 없는 시기이기도 하다. 11월엔 아동학대예방의 날이 눈에 띈다. 아마도 교사가 매일 마주하는 대상이 아동이기 때문일 것이다. ● 학생독립운동기념일(11월 3일)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은 원래 ‘학생의 날’이었다.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처럼 존재자체를 축하한다기보다 애국심을 고취시키고자 하는 의미가 강하다. 1953년 휴전 직후, 젊은 학도들에게 민족적 사명을 다하도록 하기 위해 국회발의로 의결된 날이 바로 ‘학생의 날’이기 때문이다. 이후 10월 유신시대에 학생들의 민주화투쟁이 계속됨에 따라 1973년 폐지되었다가, 1984년 부활되었다. 하지만 사회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1990년대에는 의미조차 퇴색되었고, 2006년 학생독립운동기념일로 변경되었다.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이 11월 3일로 지정된 이유는 1929년 일제에 항거한 광주학생운동을 기념하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은 우리 젊은이들이 국가와 사회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상기시켜주는 뜻깊은 날이라 할 것이다. ● 점자의 날(11월 4일) 우리나라 점자 이름은 훈맹정음이다. 눈먼 이들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의미이다.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이라 불리는 송암 박두성 선생이 ‘눈이 어둡다고 마음까지 어두워서는 안 된다’며 시각장애인을 위해 손으로 읽는 한글인 훈맹정음을 만들어 반포한 1926년 11월 4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한글 제자원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는 훈맹정음은 모두 64가지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글처럼 자음과 모음만 익혀서 조합하면 어떤 단어도 만들 수 있고, 하나의 모음만 알면 그 외의 여러 모음은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 소상공인의 날(11월 5일) 소상공인이란 규모가 특히 작은, 생업적 업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이다. 소상공인 구분은 상시 근로자 수로 판단되는데, 광업·제조업·건설업·운수업 등은 상시 근로자 기준으로 10인 미만, 도소매·서비스업은 5인 미만을 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국사업체 중 소상공인은 85.3%로 약 620만 명에 달한다. 소상공인은 우리나라 경제의 한 축이며, 서민경제의 근간인 셈이다. ● 입동(11월 7일) / 소설(11월 22일) 입동(立冬)은 겨울이 시작하는 날로 11월 7~8일 무렵이다. 서양에서는 할로윈 다음 날인 양력 11월부터 겨울이 시작하는 날이라고 보았다. 입동 즈음에는 겨울잠 자는 동물들이 땅속에 굴을 파고 숨으며, 산야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풀들은 말라간다. 밭에서 무와 배추를 뽑아 김장을 하기 시작하는데, 입동을 전후하여 5일 내외에 담근 김장이 맛이 좋다고 한다. 입동 후, 15일이 지나면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이다. 그리고 또 15일이 지나면 ‘큰 눈이 내린다’는 대설(大雪)이 온다. 소설은 고려 23대 고종이 몽고군의 침략을 받아 강화도로 몽진을 가던 때이기도 하고, 조선시대 이괄의 난을 피해 인조(仁祖)가 한강을 건너던 때이기도 하다. ● 소방의 날(11월 9일) 위험을 피해 뛰어나오는 대피자 행렬을 거슬러 들어가는 소방대원을 우리는 ‘헬멧을 쓴 신(神)’, ‘생명을 지켜 낸 영웅’이라고 부른다. 연평균 5.4명이 화재진압·구조활동을 하다가 순직하고, 육체적·정신적 노동강도가 높고 야근이 잦은 탓에 갑작스런 심근경색으로 돌연사하기도 하며, 참혹한 현장에서 겪은 트라우마로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들의 죽음은 우리 사회가 진 ‘빚’인 셈이다. 소방관이 현장에 출동할 때 기본적으로 착용하는 헬멧·후드·공기호흡기·방화복·장갑·부츠·무전기 등 개인보호장비, 즉 ‘안전’의 무게는 약 27kg이다. 여기에 10kg 남짓한 소방호스까지 합치면 40kg에 육박한다. 우리는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하다 순직한 소방관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숭고한 희생에 대해 애도와 감사를 전한다. 하지만 고생하는 소방관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큰 실천은 단 한 번이라도 화재 출동을 줄이는 것, 즉 생활 속에서 안전점점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농업인의 날(11월 11일) 11월 11일 하면 빼빼로데이를 떠올리지만, 이날은 ‘농업인의 날’이기도 하다. 최근 쌀값 폭락으로 농가의 시름이 깊다. 저렴한 커피라도 한 잔에 2,000원 정도. 편의점에서 파는 라면 한 봉지도 1,000원이지만, 밥 한 공기 쌀값은 250원 정도에 불과하다.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해내는 농업은 국민경제의 근간이다. 농업인의 날을 맞아 학생들과 쫄깃한 가래떡을 나눠먹으며, 농업의 중요성을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보자. ● 보행자의 날(11월 11일) 사람의 두 다리를 연상케 하는 숫자 11이 겹친 매년 11월 11일은 보행자의 날이다. 산업화에 따른 미세먼지 증가, 에너지 위기 도래, 환경보호 요구에 대응하고, 국민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걷기의 중요성을 확산하기 위해 제정된 국가기념일이다. ●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식(11월 11일) 전 세계에서 유엔군 묘지는 대한민국 부산 단 한 곳이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에는 6·25전쟁에 참전하여 전사한 11개국 2,300여 유엔 참전용사가 안장되어 있다. 11월 11일 11시 정각에는 일반시민들도 참전용사를 향한 묵념에 동참할 수 있도록 1분간 추모 사이렌이 울려 퍼진다. 11월 11일은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일이며, 6·25 참전국은 22개국으로 미국·영국·캐나다 등 16국은 전투를 지원했고 노르웨이·덴마크 등 6국은 의료를 지원했다. ● 순국선열의 날(11월 17일) ‘제2의 현충일’로 불리는 순국선열의 날은 공휴일인 현충일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두 날 모두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호국영령들을 기리는 날이다. 다만 순국선열의 날이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다 독립을 끝내 보지 못하고 순국하신 독립투사들을 기억하는 날이라면, 현충일은 6·25 한국전쟁에서 희생하신 장병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모든 분을 기리는 날이다. ● 아동학대예방의 날(11월 19일)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강력한 방안은 ‘신고’이다. 학대받은 아이의 뇌는 슬픔·공포·칭찬·인정욕구를 느끼지 않도록 스스로 변형시켜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채, 전 생애에 걸쳐 후유증을 남긴다.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는 말처럼 맞아도 되는 아이는 없다. ‘때릴 만했겠지’라고 이해하는 순간, 폭력은 정당화된다. 교사에게 아동학대는 민감한 문제이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학대를 받더라도 별다른 대응방법을 알지 못한다. 교사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인 이유는 신체적·정서적 부분을 많은 시간동안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우리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정인이는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 반에 앉아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동학대예방의 날을 맞아, 법정 필수 연수인 아동학대예방 연수 2시간을 정성껏 들어보자. 내가 마주했을, 내가 마주할 또 다른 정인이를 돕기 위해서 말이다. ● 김치의 날(11월 22일) 일본의 기무치, 중국의 파오차이. 우리나라 김치의 원조라고 우길 정도로 우리나라의 김치는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2020년 김치의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제정했다. 김치 소재 하나하나(11월)가 모여 22가지(22일)의 효능을 나타낸다는 의미이다.
AI교육은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 학생들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4차 산업혁명 특징 중 하나인 AI가 어렵고 두려운 기술이 아닌, 인간과 공존하여 삶에 도움이 되는 기술이 되도록 협력적·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적용하는 AI교육이 필요하다. 서울양화초등학교(교장 안상숙)는 SW교육 선도학교(2017년~2020년), 메이커교육기자재지원학교(2018년)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년부터 인공지능(AI)교육 선도학교로서 교육과정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하여 1~6학년 모든 학년의 정규교육과정 내 SW·AI교육을 연간 17시간 이상 편성하고, 학년군별 교재를 활용하여 각 학급에서 담임선생님과 수업을 한다. 생활 속 인공지능 기술을 찾고,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는 활동을 통해 인공지능을 이해해 본다. 또한 이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플랫폼을 활용하여 미술·음악작품을 만드는 등 인공지능 기본소양을 갖춰나가고 있다. 더 나아가 학생 수준에 따라 직접 인공지능 블록을 이용하여 프로그래밍을 하고, 로봇으로 구현해봄으로써 학생들이 창의적인 생각을 마음껏 발산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에는 진로교육과 연계하여, ‘양화 1학기 AI×진로체험주간’을 집중 운영하였다. 1~5학년은 AI관련 전문 직업인을 초청, 만남과 체험의 시간을 가졌다. 1학년 로봇전문가, 2~3학년 앱디자이너, 4~5학년 메타버스 전문가가 각 학급마다 특강 후 AI로봇체험, AI디자인하기, 코스페이스 체험하기 등의 교육을 실시하였다. 또 6학년 학생들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를 직접 방문하여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의 혁신적인 개발현장과 협업 분위기를 직접 경험하고 메타버스 관련 교육에도 참여해 보았다. 학생들은 “AI가 어렵지않고 재미있어서, 더 공부해보고 싶어요” “메타버스에서 가상의 공간을 만들고 내 아바타를 꾸며서 활동하니 더욱 실감이 났어요” “소프트웨어전문가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직접 보고 나니, 저도 우리나라를 빛내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고싶어졌어요” 등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진로인식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는 긍정적인 소감을 밝혔다. 다가오는 11월에도 운영될 AI교육주간 역시 기대가 된다. 또한 AI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관심 확대를 위하여 학부모 대상 연수 및 체험교실도 운영하였다. ‘학부모와 함께 하는 AI교육 창의체험’을 통해 AI교육 키트를 각 가정에서 학생과 부모님이 함께 만들어보거나 학교 캠프에 참가하여 선생님과 만들어 보기도 하였다. 본 캠프에 참여한 학부모는 ‘우리학교의 AI교육 전용교실에서 아이와 함께 교육에 참여해보니 우리학교가 AI교육에 앞장서고 있고 아이들에게 많이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원활한 AI교육 운영지원을 위하여 학교는 2020년에는 교사연구실(꿈지락교실)을 구축하여 온라인 교수·학습자료 제작 및 회의 공간을 마련하였다. 2021년에는 AI교육 전용 창의융합교실인 ‘AI아이꿈터’를 구축하여, SW·AI교육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생들의 협업활동이 펼쳐지고 있으며, 지역교육청의 연수 및 워크숍 등을 개최하여 교내외 교육공간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양화초는 위와 같은 AI교육뿐만 아니라, 8년차 서울형 혁신학교로서 학년별 Small School 운영을 통해 학년별 학생 수준에 맞는 다양한 독서교육·문예체 교육을 펼치고 있으며, 아동친화학교로서 학생자치활동과 인성·인권교육을 위한 다양한 행사도 실시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서울특별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 대회에서 금메달(남자티볼 비대면 그라운드볼캐치 종목), 은메달(남자킨볼), 동메달(여자킨볼)을 골고루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안상숙 교장은 “양화 어린이들이 미래교육에 대해 앞서 갈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활동을 펼치고 선생님들을 지원하며, 학부모들과 적극 소통하는 학교로 만들겠다”고 학교 경영철학을 밝혔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학교’라는 학교 상징문구에 걸맞은 서울양화초등학교의 교육활동이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학생 출결을 위한 기록 지침을 보면 ‘입양’과 관련한 항목이 있다. 직접 적용을 해본 적은 없지만 늘 관심을 갖고 있었다. ‘입양(入養)’은 ‘양친과 양자가 법률적으로 친부모와 친자식의 관계를 맺는 신분 행위’로 정의되어 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에서 외국으로 입양을 보내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 현황을 보면 국내에서도 많은 수의 입양이 이루어지고 있다. 입양 규모는 어느 정도 될까? 2021년까지 총 24만 9,635명의 입양이 이루어졌으니 그 숫자가 적지 않다. 2012년 1,880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415명으로 급감하였는데 이는 코로나19 상황과 가구 형태의 변화 등으로 분석된다(e-나라 지표 참조). 입양을 지원하기 위한 법률적·행정적 지원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유명 배우 가정의 사례가 알려지며 입양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하였지만, ‘정인이 사건’에서처럼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아직까지는 예민한 문제를 여러 매체들이 다루고 있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 세밀하게 그려내기란 쉽지 않다.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한 문경민의 훌훌은 우리에게 물음표와 느낌표를 동시에 던진다. 친한 내 친구들도 너절한 내 가정 사정은 몰랐다. 부모님이 이혼해서 할아버지와 같이 사는구나, 하고 짐작하는 것 같았다. 앞으로도 입양 사실을 말할 생각은 없었다. 2년 뒤면 없던 일이 될 터였다. 까만 상자에 담아 낭떠러지 아래로 내던져 버릴 사연이었다. 내 진로 키워드는 셋이었다. 4년 전액 장학금, 기숙사, 취업 전망. 이것만 만족시킨다면 지역이 어디든 전공이 무어든 상관없었다. 징글징글한 과거를 싹둑 끊어 내고 오롯이 나 혼자서 살고 싶었다. 이름도 바꿔 버리고 싶었다. 취업까지 성공하면 나를 낳은 부모를 찾아갈 생각이었다. 날 만나길 원하든 말든 반드시 찾아가고 싶었다. 나를 낳은 부모가 한심하게 살고 있다면 그것도 좋을 것 같았다. 다만 이 말만은 꼭 하고 싶었다. 당신들이 포기했던 내가 이만큼 제대로 커버렸노라고. 내 부모가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한 번은 봐야 했다고 말하고 싶었다. 얼빠진 표정으로 나를 쳐다볼 그들 앞에서 차갑게 돌아서고 싶었다. _ 본문 32p 주인공 유리는 입양을 왔다. 입양을 해온 양엄마는 어렸을 때 몇 번 만난 적밖에 없고, 양할아버지와 살고 있다. 학대를 당하거나 차별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입양가정에서 벗어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자신을 양육하지 않고 입양을 보낸 부모에 대한 마음이 어떤지 잘 나타나 있다. 그러던 중 양엄마가 사고로 죽는 일이 생긴다. 이 일이 있은 후 양엄마의 또 다른 아들 윤우가 집으로 온다. 윤우는 순한 아이였다. 이것도 모른단 말이야? 하고 목소리를 높이면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수그렸다. 간식으로 고구마 맛탕을 책상 위에 올려 주면 눈을 빛내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무심하게 눈길을 돌렸지만 내심 흐뭇했다. 그런 눈빛을 느끼고 싶어서 내 공부도 바쁜 중에 고구마에 설탕물을 입히는지도 몰랐다. 요리와 관련된 전공을 선택해서 대학을 가는 건 어떨까 생각하기도 했다. 진로 고민이 조금 복잡해졌다. 원래대로라면 대학 합격을 빌미로 이 집을 훌훌 털고 떠날 생각이었다. _ 본문 116p 혈육이 아니지만 연우와 함께 지내며 생각이 변한다. 이 대목에서 가족의 의미와 정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혈연으로만 이루어진 전통적인 개념의 가족이 아니라 새롭게 변동하고 재정의되는 가정의 모습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좋은 일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연우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두 손으로 헝클어진 머리칼을 가다듬었다. 조금 전 내 안에서 터졌던 살벌하고 뜨거운 감정이 떠올랐다. 잔인하고 거칠었던 내 행동들이 머릿속에서 고스란히 재생됐다. 나를 믿을 수가 없었다. 어디에선가 엄마 서정희 씨가 웃고 있을 것만 같았다. _ 본문 133p 연우에게 불편한 감정을 쏟아내고, 유리는 자신의 복잡한 감정과 알지 못했던 폭력성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아픔을 함께 겪으며 점점 성장해간다. 친구 중 우연히 자신과 같은 처지인 세윤을 알게 된다. 아빠, 엄마, 세윤, 세희가 스튜디오에서 찍은 가족사진이었다. 정장을 입은 세윤 아빠와 엄마가 의자에 앉고 단정한 옷을 입은 세윤과 세희가 뒤에 서 있는 사진이었다. 네 가족이 모두 비슷한 미소를 올리고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눈을 깜빡였다. 뭔가 이상했다. 세윤의 모습이 가족사진에서 도드라지는 느낌이었다. 세희의 얼굴에는 아빠와 엄마의 생김새가 배어 있었지만 세윤은 아니었다. 세윤은 아빠, 엄마, 동생과 얼굴색부터가 달랐다. 세윤의 얼굴만 유달리 하얘서 이질감마저 들었다. _ 본문 139p 이 소설에서는 현재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다채롭게 담아내고 있다. 아픔 속에서 성장하는 소녀를 통해 그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아픔을 이겨내야 하는지 전하고 있다. 소설의 후반, 유리의 담임선생님이 전해주는 이야기는 우리들에게 담담한 위로를 준다. 선생님의 말이 이어졌다. “그 정도면 죽을 만큼 힘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보다 더 독한 일들이 세상 곳곳에서 벌어지더라. 일단 우리는 전쟁은 겪고 있지 않잖아. 지독한 곳에 끌려가서 고문을 당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내가 겪은 일로 죽어 버리겠다고 말하기는 나는 좀 그래. 하지만 유리야. 사람마다 느끼는 고통은 각각 다른 것 같더라. 감당해 낼 여건도 다르고. 설령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죽음을 선택한 사람이 있다고 해도 함부로 말할 수는 없을 거야.”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조금씩 속도를 내며 비슷한 말을 반복했다. “살아온 길이 저마다 다르니까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을 것 같아. 나는 그 사정을 알 수가 없잖니.” _ 본문 206p 가벼워 보이는 이야기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 작가는 다음과 같이 전하고 싶었던 말을 남기고 있다. 이 작품은 한 입양가정의 어머니를 인터뷰하면서 시작됐다. 소설 작업은 착실히 진행됐고 조금씩 꼴을 갖추어 초고 상태로 나아갔다. 초고가 나올 즈음, 인터뷰했던 어머니께 초고를 검토해주셨으면 한다는 채팅 메시지를 보냈다. ‘그럼요! 당연히 해 드립니다. 그리고 꼭 검토해야 하고요.’ …(중략)… 나는 그 말의 인상을 다음과 같은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한 아이와 평생을 함께하기로 한 우리의 결심을 대상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겪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마음이 있다는 걸 나도 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내 딸은 자폐 장애가 있다. 영화나 소설에서 자폐 장애인이 등장할 때마다 나는 신경이 곤두선다. 장애인들이 웃음거리나 억지스러운 감동을 자아내는 소품으로 쓰이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보면서 마음 편했던 작품은 많지 않았다. 쓴웃음을 짓게 되는 일이 종종이어서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내 소설은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훌훌이 모든 사람의 마음에 닿는 소설이기를 바라지만 무엇보다 입양가정으로부터 지지를 얻는 소설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 소설이 그분들께 힘이 되기를 바란다느니, 세상이 그분들의 삶을 알아주었으면 한다느니 하는 말이 섣불리 나오지는 않는 걸 보면 나는 여전히 훌훌이 그분들께 불편한 마음을 끼치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내 염려와 별개로, 나는 이 소설이 좋다고 여긴다. 모든 고통은 사적이지만 세상이 알아야 하는 고통도 있다. 무엇으로 아프고 힘든지 함께 나누고 이야기해야 세상이 조금씩 더 나아지기 마련이다. 훌훌이 없는 세상보다 훌훌이 있는 세상이 더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학교에서 교원의 출근시간을 앞당기는 경우 시간외근무수당을 지급해야 하지 않냐는 문의가 종종 있습니다. 교원은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정규 근무시간 외에 근무하는 경우 시간외근무수당을 지급하지만, 해당 추가근무가 시간외근무시간 산정방식에 부합하지 않아 수당지급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과 이에 대한 지침을 통해 시간외근무수당 산정기준이나 방식 등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시간외근무시간 산정방법 시간외근무명령에 따라 1일 1시간 이상 시간외근무를 한 경우에 평일은 1시간을 공제한 후, 분 단위까지 합산합니다. 토요일과 휴일은 공제 없이 분 단위까지 합산해 월간으로 계산하면 됩니다. 월간 계산 시에는 분 단위 이하는 제외합니다. 또한 출근시간 이전 시간외근무는 시간외근무명령에 따라 1시간 이상 조기출근한 경우에 한해, 퇴근시간 이후 시간외근무시간과 합산해 1시간을 공제한 후 매분 단위까지 산정합니다. 지각·외출·반일연가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계산방법은 동일합니다. 시간외근무시간 중 개인 용무시간은 제외해야 합니다. ※ 시간외근무명령은 1일 4시간, 월 57시간을 초과할 수 없음. 시간외근무수당 지급액 시간외근무수당은 매시간에 대해 ‘봉급기준액 × 150%’를 지급합니다. 이때 봉급기준액은 해당 교원에게 적용되는 ‘기준호봉 봉급액 × 55%’를 말합니다. 교원은 정규 근무일을 기준으로 월간 출근(또는 출장) 근무일수가 15일 이상인 경우에 별도의 시간외근무명령이나 승인 없이 월 10시간의 시간외근무수당을 정액으로 지급받습니다. 근무일수가 15일 미만인 경우에는 15일에 미달하는 매 1일마다 15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감액해 지급합니다. 강등·정직·직위해제·휴직·연가·병가·공가·특별휴가·방학·결근 등의 사유가 있어 근무하지 않은 경우는 출근 근무일수에 포함하지 않습니다. 방학은 근무일수에서 제외되나 학교장의 근무명령으로 특별히 출근해 근무한 경우에는 근무일로 간주합니다. 보충수업지도 등 초과근무에 대해 다른 방법으로 금전적 보상을 받는 경우에는 해당 근무시간에 대해 초과근무수당 지급에서 제외합니다. 또한 관리업무수당을 지급받는 학교장은 시간외근무수당 지급 대상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시간외근무수당 QA Q. 시간외근무시간이 한 달 동안 각각 2시간 45분, 2시간 30분, 1시간 38분인 경우에 월간 총 시간외근무시간은 어떻게 산정하나요? A. 각각의 시간외근무시간에서 1시간을 공제한 1시간 45분, 1시간 30분, 38분을 합산한 시간은 총 3시간 53분이 됩니다. 여기에서 분 단위 이하인 53분을 제외하면 이달의 시간외근무시간은 3시간으로 산정됩니다. Q. 토요일에 4시간의 시간외근무명령을 사전승인 받고 실제로 6시간을 근무한 경우에는 시간외근무시간이 어떻게 산정되나요? A.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 제15조 제4항에 따라 시간외근무명령 시간은 1일 4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므로 4시간만 인정됩니다. Q. 육아시간이나 모성보호시간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시간외근무수당 정액지급분을 지급받지 못하나요? A. 육아시간이나 모성보호시간을 하루 2시간 사용하더라도 나머지 시간을 모두 근무한다면 시간외근무수당 정액지급분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Q. 12월 19일에 방학을 한 학교의 교사에 대해 12월의 시간외근무수당 정액지급분을 지급할 수 있는지요? A. 12월 정규 근무일을 기준으로 실제 출근일수가 12일이므로 월 15일 미만 근무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10시간 정액지급분에서 3/15만큼 감액해 지급해야 합니다. Q. 재택근무 시 원래의 정규 근무시간을 초과해 근무한 경우에 시간외근무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는지요? A. 재택근무자에게는 시간외근무수당 정액지급분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시간외근무수당을 지급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부서장의 사전 긴급 초과근무명령으로 초과근무를 한 경우에는 지급할 수도 있습니다. Q. 방학 중 별도의 수당을 지급받는 보충수업을 위해 4시간을 근무하고, 학교장 근무명령으로 4시간을 더 근무한 경우 해당 근무일이 시간외근무수당 정액지급분 지급을 위한 출근일로 계산되는지요? A. 방학은 근무일에서 제외되나 학교장 근무명령으로 특별히 출근해 정규 근무시간 8시간을 근무한 경우에는 출근 근무일수에 포함토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보충수업의 경우 별도의 수당을 지급받기 때문에 해당 시간을 제외해야 합니다. 보충수업시간을 제외한 근무시간이 8시간 이상이 돼야 출근일로 계산됩니다.
“지구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생태전환교육이 시작되기 전부터 우리는 이러한 질문을 무수히 많이 받아왔고, 또 해 왔다. 경험상 되돌아오는 아이들의 대답 중 가장 즉각적이고, 가장 흔한 것은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지 않아요”이다. 과연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린다면 지구가 정상화될까? 기후위기로 전 세계가 지구환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나라도 작년부터 생태전환교육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식하였고, 각 시·도교육청별로 생태전환교육 추진계획을 세워 발표·시행하고 있다. 또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교과목을 가리지 않고 생태전환교육을 실시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다시 아이들의 즉각적이었던 그 대답으로 돌아와 반문해 본다. 아이들은 왜 이런 대답을 하게 되었을까? 아이들은 어떤 교육을 받았기에 이런 대답을 하게 된 것인지 돌이켜 생각해 본다. 그 해답에는 ‘실천’이라는 글자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지구를 위해 실천한 경험 중 ‘쓰레기 주운 일’이 가장 큰 것이다.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하고 지식을 배웠다 하더라도 아이들에게는 그 경험이 가장 강력했거나, 흔히 할 수 있었던 것, 즉 어떤 방식으로든 유의미했던 것이다. 쓰레기를 치워 주위를 깨끗하게 하는 일은 주위 환경을 깨끗하게 보전하는 영역의 일이다. 이제 우리가 해나가야 할 생태전환교육은 조금 다르다. 생태전환교육은 애초에 쓰레기가 적게 나오도록 비닐·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방향에 가깝다. 이미 생태전환교육에 대한 연수·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많은 학교에서 특색 사업으로 설정하고 있다. 또 학교 안팎에서 다양한 행사도 진행되고 있어 아이들 역시 유의미한 경험이 업그레이드되고 있을 것이다. 본고에서는 알려줄 것도 많고, 체험할 것도 많은 생태전환교육을 교육과정 속에서 재구성하여 유의미한 경험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하고, 아이들의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교실에서 운영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습관화를 위한 긴 호흡, 생태전환교육 프로젝트 수업 생태전환교육의 포인트는 ‘실천’에 있다. 아무리 지구의 온도가 오르고 있고, 지난 여름 우리나라를 휩쓸고 지나간 홍수가 기후위기와 관련 있음을 안다고 해서 지구가 바뀌지 않는다. 지금은 문제를 깨닫고 다짐만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직접 아이들이 일상에서 지구를 위한 행동을 습관처럼 해야 한다. 습관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뇌에서 시냅스가 형성되는 데에 21일이 걸리므로 습관이 형성되려면 21일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듯이 생태전환교육은 긴 호흡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필자는 습관화를 위해 각 프로젝트를 한 달 정도로 기획하여 교육과정과 연계할 수 있도록 생태전환교육을 위한 큰 틀을 계획하였다(표 1 참조). 우선 브레인스토밍으로 가르칠 내용을 나열하고, 같은 영역으로 묶을 수 있는 것끼리 분류하여 범주화하였다. 그 결과 ▲동식물이나 생태계와 관련된 ‘생태영역’, ▲쓰레기·분리배출·미세플라스틱·미세먼지·재활용 및 새활용과 관련된 ‘환경영역’, ▲에너지 자원·친환경에너지·에너지 절약과 관련된 ‘에너지영역’, ▲식습관·안전한 먹거리·토종씨앗·채식과 관련된 ‘먹거리영역’ 등 네 가지 영역이 설정되었다. 이후 영역 안에서 보다 깊이 있게 생각하고 알아볼 내용을 한 가지씩 정했고, 이것을 프로젝트의 큰 주제로 설정하였다. 프로젝트 수업방법은 PBL(문제중심수업) 흐름에서 착안하여 ‘문제인식→ 탐구하기→ 체험하기→ 공유하기’ 단계로 설정했다. ‘문제인식’ 단계는 설정된 주제와 관련된 우리 주변 문제를 생각하거나 알아보는 활동들로 구성된다. 이때 문제를 교사가 제시해주기보다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발견하거나, 조사를 통해 실제 문제를 알게 됨으로써 프로젝트 수업의 실제성을 높인다. 아이들이 이 단계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다면 프로젝트의 절반을 성공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단계에서 아이들이 충분히 문제에 고무된다면 아이들이 주도하여 그 해결방법을 찾고자 노력하기 때문이다. 이어 ‘탐구하기’ 단계는 주제와 관련된 정확한 정보·지식 등을 알아보는 단계이다. 주로 저학년·중학년에서는 교사가 영상·백과사전·기사 등의 자료를 찾아서 제공해 주고, 고학년에서는 아이들 스스로 알고 싶은 내용을 찾도록 한다. 시·도교육청이나 유관기관 등에서 배포하는 자료집을 학년 초에 준비해 두면 알맞은 자료를 찾아 읽거나 스크랩할 수 있어 든든한 탐구자료가 된다. 다음 ‘체험하기’ 단계는 글자로만 생태전환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돕는 활동들이 속하게 된다. 앞서 ‘탐구하기’ 단계에서 알아본 내용과 관련된 게임을 하거나 키트를 만들고, 실물을 조작해 보며 아이들은 생생한 경험을 쌓아나갈 수 있다. 마지막 ‘공유하기’ 단계는 본 프로젝트 수업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프로젝트 수업을 시작하며 확인했던 문제와 관련된 주제를 탐구하고 체험해 보았으므로 이를 바탕으로 문제해결방법을 찾아 공유하고 함께 실천하는 활동이다. 다른 반 친구들이나 전교생·동생반(형님반)·가족·마을사람들에게 실천을 도모하기 위한 활동을 주최함으로써 각 프로젝트 수업을 마무리하게 된다. 필자의 학급 아이들은 ‘배워서 남 주는’ 활동이라고 표현한 바 있는데,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는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한 번 더 프로젝트 활동을 정리할 수 있다. 또한 지구를 위한 직접적인 행동을 확산시킨다는 점에서 생태전환교육이 확대되는 중요한 단계이다. 생태전환교육 프로젝트 수업을 소개합니다 필자는 2021년부터 연간 4가지의 생태전환교육 프로젝트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하나의 프로젝트 수업을 한 달 정도 수업하기 때문에 교사 입장에서는 준비기간부터 실행까지 거의 1년 내내 진행하는 느낌이다. 2년간 총 8가지의 생태전환교육 프로젝트 수업 중 아이들과 즐겁고 알차게 활동했던 내용을 소개해 본다. 교사가 활동주제를 제시하면 아이들이 활동하고자 하는 내용을 주도적으로 제시했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자면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만들어 나간 내용이다. ● 환경영역 프로젝트 수업 _ ‘얼쓰(Earth) 얼쑤!’ 재활용에서 새활용까지 ● 생태영역 프로젝트 수업 _ ‘바가지 프로젝트’ 바다의 가치를 지켜요 생태전환교육, 인공지능 및 그림책과 융합하다 생태전환교육을 하다보면 자칫 교사가 지식을 전달하는 강의식 방법으로 흘러가기 쉽다. 특히 각종 평가와 행사 가 몰리는 시기에는 아이들의 활동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생태전환교육 프로젝트 수업을 처음 시작한 작년 1학기, 첫 번째 프로젝트를 상당히 오랫동안 고무적으로 진행한 탓에 두 번째 프로젝트 수업의 시작이 늦어져 버렸다. 프로젝트는 ‘먹거리영역’이었고, 채식·동물복지·토종씨앗 등을 다루고자 계획했었다. 하지만 시간에 쫓겨 어쩔 수 없이 학생들의 탐구단계에서 교사가 자료를 빽빽하게 준비해 설명했다. 결론적으로그 시간에 다루었던 많은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지 못했다. 이후 수업시간에 조금 덜 알 수 있어도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다. ● 인공지능 활용방법 첫 번째 방법은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이다. 5·6학년은 코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생태전환교육 프로젝트 수업에서도 코딩이 하나의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4학년의 경우 코딩까지 나아가기에 소요되는 시간이 상당하다. 인공지능은 빅데이터를 주재료로 움직이게 된다. 필자는 아이들이 주제의 문제상황을 파악하는 단계에서 뉴스기사 빅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카인즈’ 웹사이트(www.bigkinds.or.kr)를 활용했다. 빅카인즈는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운영하는데, 특정 검색어를 입력하면 그 검색어를 포함하는 뉴스를 전부 모아 제시해 준다. 뉴스기사를 하나씩 클릭하여 확인할 수도 있으나 ‘문제인식’ 단계에서 활용하므로 그런 활동은 생략하였다. 빅카인즈에서는 뉴스기사인 빅데이터를 가지고 웹사이트 내에서 텍스트마이닝을 거친 후 이를 활용해 연도별로 검색어의 변화를 보여주는 ‘키워드 트렌드’, 검색어와의 관련어를 워드클라우드로 보여주는 ‘연관어 분석’, 연관어들의 관계를 분석하여 보여주는 ‘관계도 분석’의 내용을 시각화하여 제공한다. 따라서 검색어 입력과 기간 설정 정도만 할 수 있어도 빅데이터 속에서 주제 관련 문제를 발견해 낼 수 있는 것이다. ● 그림책 활용방법 두 번째 방법은 그림책을 활용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좋은 도구인 그림책은 생태감수성을 키워주고자 하는 어느 단계에서나 활용이 가능하다. 그림책에 등장하는 인물에 감정이입함으로써 문제를 인식할 수도 있고, 그림책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이 사실과는 어떻게 같고 다른지 탐구해 보며 비교할 수 있다. 또 아이들이 알리고자 하는 내용을 그림책으로 만들고 이를 친구들이나 가족들, 마을공동체와 나누는 방법도 있다. 요즘은 그림책을 영상으로 접하기도 하고, 영상으로 만들어 배포하면 공유하기에도 편리하여 그림책 영상을 제작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것보다 그림책 활용을 추천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교사가 직접 말하기 어려운 내용을 다룰 때, 그림책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필자는 ‘먹거리영역’에서 ‘채식’을 아이들에게 꺼내기가 참 어려웠다. 학교에서 그린급식을 실시하고 있기는 하나, 영양학적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을 둘러싼 본격적인 채식은 이슈가 될 수 있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자칫 “선생님이 고기는 나쁜 거랬어”라고 아이들이 받아들일 수도 있어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학교도서관에 있는 그림책들을 뒤져보기 시작했다. 대놓고 ‘고기를 줄입시다. 채소를 먹읍시다’라는 메시지를 주지 않으면서도 채식을 다루는 책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다 생태전환교육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이야기의 원인과 결과를 다루는 책 암탉은 왜 길을 건넜을까?를 발견하였다. 그림책을 같이 읽어본 후 아이들이 ‘암탉’, ‘요리사’, ‘닭고기 요리를 좋아하는 주인공’이 되어 대본 없는 인터뷰를 해 보았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평소 닭고기 요리를 좋아하는 주인공의 입장이었으나,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닭을 잡아야 하는 요리사, 그리고 생각해 본 적 없는 암탉의 입장이 되어 봄으로써 교사의 가치관이 담기지 않았더라도 육식을 즐기는 식습관에 대해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넌지시 이야깃거리를 던져주기에 훌륭한 도구가 된 것이다. 교사부터 시작하는 교실에서의 실천 아이들은 교사의 언행을 배운다. 생태전환교육을 한다면서 그 수업을 할 때만 지구를 생각한다면 아이들의 삶 속으로 스며들 수가 없다. 그래서 교사부터 교사의 삶 속에서 지구를 위한 행동들을 실천해야 한다. 교실에서 이면지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백상지가 아닌 재생지에 출력하며, 분리배출도 꼼꼼하고 철저하게 지켜나갈 수 있도록 먼저 보여줘야 한다. 특히 분리배출은 학기 초에는 잘 지켜지지 않아도 교사가 계속하여 알려주면 몇 달만 지나도 아이들이 스스로 관심을 갖게 된다. 9월에 본교에서 PS 플라스틱을 모아 재활용 업체로 보내는 행사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급식에서 나온 요구르트를 먹으며 아이들이 “선생님, 이거 PS로 만들었어요!”라고 알려주기도 하고, 요구르트 마개를 따로 쓰레기통에 버린 후에 수돗가에서 깨끗하게 씻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3월부터 교실에서 분리배출을 철저하게 한 까닭에 가능했던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알림장이나 공책을 가져오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이면지 바구니에서 이면지를 가져다 사용하기도 한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종이컵을 포함한 일회용품을 최대한 덜 사용하고자 하는 교사의 노력을 아이들에게 계속 나누고 환경영역의 ‘얼쓰(Earth) 얼쑤! 재활용에서 새활용까지’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한 이후 페트병에 물을 가져오던 아이들이 사라진 것이다. 학기 초 학급의 17명 중 6명가량이 페트병을 챙겨왔으나 프로젝트가 끝난 5월부터 10월 현재까지 보온병에 물을 담아오고 있으니 이 정도면 생태전환교육이 확실히 되고 있다고 자신해 본다. 수업을 마치고 UN의 17가지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시점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한국형으로 수정하여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논의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의 미래교육의 저자이자 미국의 CCR(교육과정 재설계센터, Center for Curriculum Redesign)의 연구원인 웨인홈즈(Wayne Holmes)는 앞으로 가르쳐나가야 할 핵심개념 중 하나로 환경을 꼽는다. 이제 생태전환교육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영역이 되었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삶 속에서 지구를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편의점에서 물 한 병을 사 마실 때에도 ‘집에서 보온병에 담아 올 걸’하고 후회하고, 가족이 분리배출통에 담아놓은 비닐에 재활용 표시가 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내용물이 비워져 있고 깨끗하게 헹궈져 있는지 한 번 더 들춰보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어린이가 지구를 위한 제품을 만들고, 사업을 설계하며, 재정을 운용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것으로 믿는다. 생태전환교육 프로젝트 수업, 이것이 궁금해요 Q. 교육과정은 어떻게 재구성하고 있나요?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때 가르쳐야 할 성취기준이 포함되도록 하면 되지만, 아직까지 교과서에 나오지 않은 전혀 새로운 내용을 다루게 되면 아이들이나 가정에서 공부를 안 했다고 느끼게 되기도 하지요. 그래서 생태전환교육 프로젝트 내용영역 중 설정한 주제를 중심으로 최대한 교과서에서 가지고 올 수 있는 내용을 끌어옵니다. 예를 들어 4학년 아이들과 1학기에 ‘환경영역’ 중 재활용 및 새활용을 주제로 정했다면 ‘수학 5단원 막대그래프 그리기’를 ‘우리 집 쓰레기를 종류별로 조사하여 막대그래프 그리기’, ‘도덕 3단원 아름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를 구체적으로 ‘우리 집에서 가장 많이 나온 종류의 쓰레기 줄이기 실천하기’로 바꾼다면 교과서 내용과 연결되는 동시에 흐름이 있는 프로젝트 교육이 될 수 있겠지요. Q. 체험자료나 유관기관의 프로그램들을 신청하고자 할 때 유의할 점이 있나요? 저는 두 가지를 주의 깊게 봅니다. 첫 번째는 지금 나누어 주는 체험자료들이 쓰레기가 되지는 않는가 입니다.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체험자료가 좋고, 쓰레기가 최대한 덜 발생하는 것으로 구입합니다. 유관기관의 프로그램 중에서도 교실에서 교사가 해 줄 수 없는 수업, 학습지만 가지고 강사가 강의하기 보다는 직접 체험하거나 탐구할 수 있는 활동인지 확인하고 신청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두 번째는 프로젝트 수업 내에서 연결될 수 있는가 입니다. 일회성의 체험수업은 아무리 흥미 있어도 같은 주제로 더 깊이 있게 다루지 않는다면 휘발되기 쉽습니다. 특히 생태전환교육의 방점은 생활 속에서 습관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므로 단순히 일회성의 체험수업이나 키트 만들기 등의 활동이 많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잘 꿰어지지 않는다면 아이들에게는 의미 있는 연결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Q. 연간 일정관리와 수업활동 내용을 어떻게 정리하나요? 생태전환교육 프로젝트 수업의 영역과 주제, 단계를 가장 먼저 설정합니다. 그 후 교과서와 지도서를 펼쳐놓고 어떤 영역과 관련지어 볼 수 있을지 내용을 찾습니다. 이 작업이 2월내에 이루어지면 3월 초 아이들과 학급규칙을 만들 때 생태전환교육의 방향을 안내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 반은 아이들과 함께 만든 세 가지 학급규칙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멋진 지구인 되기’입니다. 또한 학기 초에 이루어지는 학부모총회에서 학급 내 특색활동으로 생태전환교육이 이루어질 것을 예고하고, 가정에서의 협조를 부탁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수업활동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때부터는 활동지를 따로 출력하지 않았습니다. 재생지로 만든 공책을 학급운영비로 구입하여 한 권씩 배부하고, 이곳에 함께 나눈 생각과 실천상황 기록 등 자신들의 활동내용을 차곡차곡 모아 갑니다.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는 포트폴리오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므로 교사와 아이의 입장에서 수업흐름을 되돌아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게 됩니다. Q. PBL 기반 수업으로 실제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아이들이 문제의 해결책을 논의했다면 그것이 직접 실현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환경영역 수업 중 학교 주변의 플로깅을 해보니 쓰레기 분리배출을 할 만한 자리가 없었고, 주택가에서 쓰레기를 분리배출하여 집 밖에 내놓아도 쓰레기 수거과정에서 깨끗이 치워지지 않는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주민센터에 편지를 썼고 직접 찾아가 편지를 전달하였습니다. 또 쓰레기를 찾아보니 배달음식으로 인해 일회용품이 상당히 많았던 것을 아이들 스스로 집에서 발견하고, 가게에서 음식을 사 올 때 집에서 작은 그릇을 가져가 담아오는 ‘용기내 프로젝트’를 다른 반 친구들을 대상으로 진행해 보았습니다. 다른 반 친구들도 부모님들과 함께 자신들이 활동한 것을 사진으로 찍어 인증하고 설명하며, 실천을 나누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Q. 아이들을 비롯해 실천의 확산을 돕는 팁이 있나요? 좋은 취지의 활동도 계속 실천하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저는 학급운영비, 우리가 꿈꾸는 교실예산 등을 생태전환교육 프로젝트 수업의 실천을 돕는 데에 대부분 활용하는 편입니다. 특히 우리 학급에서 활동한 것들을 가정이나 마을에서도 동참해 달라고 부탁할 때에는 작은 선물이라도 준비합니다. 토종씨앗에 대해 배우고 우리 토종씨앗인 ‘쥐 이빨 옥수수’를 사서 가정에서 팝콘으로 튀겨 먹도록 하거나, 쓰레기를 많이 줄이느라 노력한 가정에는 천연수세미·고체치약 등을 준비하여 전달하였습니다. 상품도 해당 프로젝트 영역의 주제와 연결되도록 하여 지속적인 실천을 독려하는 데에 보탬이 되도록 하였습니다.
사 생활을 시작한 지 3년. 이 시간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교육환경 측면에서 그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였다. 기존에는 교사의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이 보편적 흐름이었다면 이후에는 토론수업·협동학습·탐구수업 등 학생들의 활동과 참여를 활성화한 수업이 등장하여 소개되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연기되더니 원격수업이 등장했고, 공교육은 학생들의 수업결손을 막기 위해 모니터 건너편에 있는 학생들과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기 위해 또 다른 고민을 해야 했다. 급변하는 시점에 신규 역사교사로 발령을 받아 중학교 3학년 역사와 1학년 사회를 가르치게 되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초반에는 ‘어떤 수업을 할까’라는 고민이 아니라, ‘어떻게든 수업을 하자’라는 걱정이 앞섰다. 학생들과 원격으로 만나는 기간이 대부분이었고, 전염병이 급속도로 확산되던 때에는 갑자기 원격수업으로 전환되곤 했다. 원격이 주를 이루던 시기의 역사수업은 강의식 수업이 대부분이었다. 수업 자체가 어려웠던 시기에는 판서 수업하는 모습을 촬영해서 유튜브에 업로드 했다. 인터넷 강의식 수업은 수업내용을 전달하기에 효율적이었고, 교사가 영상 속에 직접 등장하여 수업내용을 전달하면서 학생들은 마치 교실에 있는 것과 같은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이 시기를 지나 어느덧 공교육은 이런 상황을 더 이상 특수한 것으로만 여기지 않고 미래교육으로 전진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기 시작했다. 교사들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원격수업을 찾아 나섰고, 각종 연수를 통해 그와 관련된 역량을 늘렸다. 또한 교육청에서는 수업도구에 쓰이는 예산을 늘려 교사들의 원활한 수업을 지원하였으며, 학생들에게 스마트 기기를 전면적으로 보급하는 등의 파격적인 정책을 펴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2021년부터는 긴 호흡으로 원격수업의 질적 향상과 학생들의 수업 흥미 제고라는 측면에서 교수·학습방식에 변화를 추구했다. 사회·역사 교과통합 수업 그 고민의 결과는 교과융합 수업 내지는 교과통합 수업이었다. 교과 간 특정 주제에 대한 공통된 학습내용이 있거나 수준별 학습이 가능한 내용이 있다면 서로 연계하여 수업을 구성하고자 했다. 우선 역사교과와 공통된 학습내용이 많은 사회교과와의 통합수업을 준비했다(표 1 참조). 역사와 사회교과가 각각 한 차시의 수업을 준비하고 블록타임으로 실시하여 수업효과를 높이고자 했다. 1차시 사회교과에서는 독도의 지리적 특징과 경제·생태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독도의 가치를 중심으로 학습이 이루어졌다. 1차시에서는 특정 주제에 대한 지식과 정보전달 위주의 수업이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수업 마무리에서 교사는 학생들에게 학습내용을 토대로 다음 차시와의 연계를 위한 핵심질문을 공유한다. - 독도의 지리적 특징과 경제적 가치로 인해 발생하는 역사적 사건은 무엇인가? - 세계 각지에서 발발하고 있는 영토분쟁과 비교하여 한반도 영토문제의 특징은 무엇인가? - 제국주의 국가의 침략과 약탈이라는 관점에서 독도문제에 대해 어떠한 주장이 가능한가? 2차시 역사교과에서는 1차시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한반도와 일본 간의 독도문제, 그리고 현재 일본정부의 입장을 분석하여 자신의 주장을 확립한다. 특히 주어진 자료를 활용하여 ‘일본은 왜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가?’, ‘독도는 왜 한국의 영토인가?’ 등과 같이 ‘왜’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한 시간을 갖게 된다.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논리적으로 비판할 수 있게 되고, 우리 사회 쟁점으로 언급되는 역사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자신의 주장을 내세울 수 있게 된다. ※ 극동 국제 군사재판에 대한 설명을 바탕으로 물음에 답해보자. 이 재판소는 1946년 1월 19일… (A) 평화에 관한 죄, (B) 통상적인 전쟁범죄, (C)인도(人道)에 관한 죄 중 (A)에 관련되어 기소된 중대 전쟁범죄자에 대해서만 심리·처벌함을 목적으로 하였다. 또한 평화에 관한 죄를 ‘침략전쟁 또는 국제법 및 조약을 위배한 전쟁’을 계획·개시·수행하는 과정에서 범한 죄 또는 그 계획·모의에 참가한 개인·단체구성원이 범한 죄로 규정함으로써 이들 중대 전범자를 A급 전범자로 규정하였다. ☞ 위의 내용을 토대로 전범 재판의 목적과 내용에 중점을 두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논리적으로 비판해 보세요. 두 차시의 사회와 역사교과의 통합수업은 학생들에게 신선하게 느껴졌다. 각 교과에서 독도라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각각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듯하지만, 타 교과에서 배운 내용이 본 교과의 학습내용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가능케 했다. 예를 들어 아주 단순한 질문일 수 있는 ‘일본은 왜 저 작은 섬 하나를 두고 이렇게 분쟁을 원하나’라는 질문을 사회교과의 학습내용을 토대로 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학생들은 역사수업을 통해 사회교과에서 다루는 세계 여러 지역의 영토분쟁에 대해 각 지역의 고유한 역사적 연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통상적인 수업방식에서 벗어난 통합수업 자체가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를 제고했다는 점도 큰 의의라고 할 수 있다. 창의적체험활동 연계 국어·수학·역사 통합수업 사회교과와의 통합수업을 진행한 후, 연계수업의 효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자 했다. 그리고 그 무렵 창의적체험활동 자율활동 프로그램의 연간 학사일정을 발견하게 되었다. 자율활동은 생명존중교육·인권존중교육·다문화교육·장애이해교육·민주시민교육 등 다양한 주제가 포함되어 있었고, 특정 교과의 학습내용과 중복되는 내용도 많았다. 실제로 교육청에서도 2021학년도 범교과 학습주제 간에는 통합운영을 하거나 교과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운영토록 권고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수학 및 국어교과와의 통합수업을 통해 ‘기본-심화-활동’의 단계로 학습주제를 재구성하여 운영하고자 했다. 세 교과에서는 각 교과의 특성을 고려하여 학습주제로 다문화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을 선정했다. 특히 역사교과에서는 서울시교육청에서 학생들에게 지급한 디벗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학생들에게 탐구과정을 경험하게 하고 문제해결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 다문화교육 수업활동 개요 _ 재중동포의 기원과 역사 학생들은 수학교과를 통해 현재 한국 사회의 다문화 인구에 대한 증감 추이를 파악하여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을 예측했다. 또한 우리 사회는 어떠한 문화권으로부터 유입이 많고 적은지 분석하는 과정을 거쳤다. 역사교과에서는 그중에서 재중동포를 선택하여 재중동포의 기원과 역사를 학습하고, 잘못된 표현과 부정적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학생들은 디벗으로 다양한 키워드와 사이트를 통해 자료를 탐색하고, 정확성을 검토하여, 자료를 선별하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정리한 내용을 다른 친구들과 공유함으로써 탐구과정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결과 어떠한 키워드가 풍부한 자료를 노출하는지, 비교적 정확한 자료를 가져다주는지 직접 학습할 수 있었다. 또한 자료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탐구주제와 관련된 핵심자료 이외에도 생각지 못한 부가적인 자료를 발견하여 자신의 주장을 보완하는 경우도 발견할 수 있었다. ● 민주시민교육 수업활동 개요 _ 민주주의 역사와 작동 원리 두 번째로 다루었던 주제는 민주시민교육이었다. 민주시민교육은 역사교과가 문을 열기로 했다. 세계사적인 범위에서 민주주의 역사를 다루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현대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원리에 대한 설명을 마지막으로 교사의 내용전달은 마무리되었다. 그 이후에는 교사의 핵심질문으로 학생들 간의 자유토론이 진행된다. - 민주주의의 원리인 다수결은 과연 합리적인가? - 합리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 합리적이지 못한 근거는 무엇이며, 대안은 무엇인가? 교사의 핵심질문은 사실상 너무나 당연하게 합리적이라고 여기고 있는 다수결에 대해 학생들 나름의 비판적인 잣대를 세우고, 그럴듯한 대안을 제시해보기를 바라는 목적으로 제시되었다. 한편으로는 기존의 토론방식에서 자신의 입장을 바꿔서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고 상대방의 입장에 대한 논리적인 근거를 고민해보는 시간을 추가했다. 학생들은 자신의 견해와는 다른 입장에 위치해보면서 자신의 견해를 객관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주장이 가지는 문제점과 한계에 대해 탐색하게 된다. 창의적체험활동의 자율활동 주제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교과가 자신의 교과특성을 반영하여 수업내용을 재구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교사 본인에게 자신의 수업에 대한 성찰과 새로운 수업연구에 대한 동기부여를 심어주었다. 또한 운영부터 생활기록부 기재까지 형식적이고 일률적으로 이루어지던 창의적체험활동 프로그램이 다채로운 형태로 운영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를 제고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발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