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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2024년 2월 1일. 주호민 씨의 자녀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특수교사 A 씨가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수원지법은 주호민 씨가 제출한 몰래 녹음 파일은 위법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했지만, 특수학급과 특수교육대상학생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정당행위라 인정했고, 그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이다. 몰래 녹음 파일의 증거능력 인정이 가져온 파장 보호자에 의한 몰래 녹음 자료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 판결 결과는 교육계에 큰 파장을 가지고 왔다. 많은 교사가 이 판결 결과에 분노를 표했고, 공교육 특히 대한민국의 특수교육은 죽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앞으로 장애아동은 학교에 보내지 말고, 부모가 집에서 직접 가르치고 키우라’는 댓글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실제로 교사들 사이에서 ‘무서워서 통합학급 담임 못하겠다’는 말도 여러 번 들었다. 필자 역시 뉴스에서 판결 결과를 접했을 때, 처음 들었던 생각은 ‘누가 나를 지켜주지’였다. 교사들은 바디캠(Body Worn Camera)을 착용하고 학교생활을 해야겠다는 말이 더 이상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주호민 씨가 몰래 녹음으로 거센 사회적 질타를 받았기에 섣불리 녹음기를 넣어 보낼 보호자가 많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그 많지 않은 경우가 나의 경우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할 수 없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말과 행동이 감시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리고 녹음기 속 나는 ‘아동학대’라는 거름망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도 자유로울 자신이 없다. 보호자와 교사가 걷고 있는 길이 다를 수는 있지만, 결국 도착점은 같은 ‘우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쩌다 그 ‘우리’가 교실이 아닌 법정에서 가해자 측과 피해자 측으로 갈라서는 다툼을 해야 했을까. 보호자가 학교에 녹음기를 넣어 보내기 전에 교사와 한 번만 더 대화로 해결하려고 노력했더라면 어땠을까. 교사가 조금만 더 다정하게 학생의 이름을 불러줬더라면 어땠을까. 그리고 특수교육대상학생이 관련된 학교폭력사건을 특수교사 개인이 감당할 몫으로 돌리지 않고 학교가 절차대로 책임을 다했더라면 어땠을까. 많은 부분이 아쉽고 서글픈 사건이다. 특수교사를 병들게 하는 ‘특수는 특수가 알아서’ 그럼 이러한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보호자와 적극적이고 꾸준한 소통을 하며 신뢰감을 주는 것, 교사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신뢰하는 것, 특수교육대상학생이 배치된 학급 정원을 조정하는 것, 특수교육대상학생의 통합교육을 지원해 주는 인력을 확충하는 것, 도전행동 중재를 위한 긍정적 행동지원을 실천하는 것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장애아동을 양육하는 보호자는 아이가 비장애아동이라면 겪지 않았을, 말도 안 되는 차별을 셀 수 없이 겪는다. 보호자들이 겪는 경험에 비할 수 없겠지만, 특수교사 역시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특수교육대상학생을 가르치며 다양한 차별적 경험을 한다. 그리고 그 경험들이 당연한 일로 치부되어 내가 가르치는 학생에 대한 편견으로 굳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저마다의 방법으로 싸운다. 육체적 피로는 며칠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면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심리적 피로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그 심리적 피로감은 심리적 부담감으로부터 온다. 그 부담감은 다름 아닌 공동체에서 느껴야 할 연결감의 부재이다. 처음 교직생활을 시작했을 때보다 인식과 제도가 많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특수교육과 통합교육이 처한 현실은 너무나도 열악하다. 장애아동 양육의 책임과 무게를 온전히 그 부모가 감당하도록 종용하는 사회시스템처럼 학교 안에서 특수교육 및 통합교육의 책임과 무게를 특수교사가 홀로 감당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특수교사 개인의 역량에 따라 특수교육 및 통합교육의 질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원 인력이 없는 학교에 특수교육대상학생이 돌봄교실을 신청했을 때, 특수교사가 방과후 돌봄교실에 들어가 학생을 지원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요청받는 경우가 있다. 현장체험학습에서도 특수교사가 특수교육대상학생을 일대일 전담하는 것이나 특수교육대상학생의 도전행동 중재를 당연히 특수교사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수업 유무와 상관없이 특수교사를 호출하는 일들이 아직도 학교 안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물론 특수교사가 특수교육대상학생 교육의 많은 부분을 감당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특수교사가 상당 부분을 혼자 결정하고 책임지는 현실에 있다. 교육현장에 암묵적으로 존재해 온 ‘특수(교육대상학생과 관련된 일)는 특수(교사)가 알아서’라는 말과 인식이 공동체 안에서 특수교사를 병들게 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특수교사는 ‘나도 이 학교의 공동체 구성원이다’라는 연결감을 느끼기 힘들다. 즉 인식과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소외와 소진을 경험하는 것이다. 소외받고 소진된 교사는 제대로 된 역량을 발휘할 수 없다. 학교공동체의 연결감이 갖는 강력한 힘 현재 근무하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는 민호(가명)의 도전행동 강도와 빈도가 날로 강해지는 까닭에 몸과 마음이 끝을 모르고 지쳐가는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 날 통합학급에서 교실 이탈을 하려다가 제지를 받은 민호가 교사 책상으로 달려가 가위를 들어 친구를 향해 던지는 일이 발생했다. 그 일로 통합학급 친구가 크게 다칠 뻔했으며, 수업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민호는 수업 도중에 특수학급으로 내려왔고, 쉽게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특수학급에서도 2시간 넘게 실랑이를 한 뒤 겨우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민호 이야기를 보고받은 교장선생님은 일과 후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교장·교감·특수교사·통합학급 담임교사와 통합학급 동학년 교사들은 교장실에 모여 민호가 도전행동을 할 때 대처방안과 각자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지 논의했다. 직장 때문에 회의에 참석할 수 없는 민호 보호자에게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의견을 받는 과정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날 1시간이 넘게 진행된 회의에서 민호의 도전행동 중재를 위한 개별화된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민호가 졸업할 때까지 시스템을 수정·보완하며, 모두가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시스템이 구축됐다고 해서 민호의 도전행동이 버겁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학생 지도에 대한 어려움을 서로 알아주고, 지원하며, 함께 판단하고 함께 책임을 나눌 수 있는 동료·교장·교감선생님 그리고 보호자가 있다는 사실은 버거운 날들 속에서도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힘이 되었다. 10년 조금 넘게 교직생활을 하면서 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었던 그러나 학교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느꼈어야 하는 연결의 힘이었다. 이 경험을 주변 동료 특수교사들에게 이야기했을 때, 열이면 열 모두가 부러워했다. 부러워하는 동료들의 얼굴을 보며 마땅함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는 특수교육 현실에 마음이 씁쓸했다. 주호민 씨 자녀와 특수교사 A 씨의 사건에서 주호민 씨를 지지하는 측과 특수교사를 지지하는 측 모두가 원하는 바는 어쩌면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여름 교사들이 광장에서 목 놓아 외쳤던 그것, ‘교사들은 가르치고 싶다. 학생들은 배우고 싶다’가 아닐까? 교사도 학생도 안전한 환경에서 가르치고 배우자는 것. 그 안전한 환경조성을 위해 교육부 차원의 여러 가지 제도 개선과 보완이 우선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결국 그 안전한 환경을 실현하는 구성원들의 공동체성 구축 역시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학교는 다양한 개인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함께 멀리 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곳이다. 교사 또는 관리자 또는 보호자 어느 한 개인의 인식과 노력만으로는 함께 멀리 갈 수 없다. 그 누구도 소외되는 일 없이 함께 판단하고 함께 책임지려는 인식과 문화가 형성되었을 때 비로소 멀리 갈 수 있는 힘을 얻을 것이다. ‘너와 나의 연결 고리’ 결국은 연결감이다.
보통 사람들은 행동을 하면 빠른 결과를 얻어내고 싶어 합니다. 예를 들면 조금만 운동을 해도 살이 빠지기를 바랍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대부분 사람은 투입하는 자원은 최소한으로 하되, 결과는 빠르고 확실하게 얻고 싶어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초과학은 매우 비효율적인 분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기초과학은 현대 사회의 발전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만, 그 가치가 세상에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기초과학 분야 ‘최고의 상’이라고 알려진 ‘노벨상’ 역시 당대의 뜨거운 감자로 피어오르는 부분에 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 현시점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연구 주제를 가장 먼저 실시한 사람에게 상을 줍니다. 즉 오랜 시간 동안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며, 꾸준히 탐구를 해낸 사람을 찾고자 하고 그것이 기초과학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기초과학의 본질은 오랜 시간 꾸준히 탐구하며 연구하는 것 몇 년 전 중국에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투유유 박사 역시 장기간 말라리아 치료제 하나만 연구하며, 개똥쑥이 말라리아 치료제의 핵심 물질이라는 것을 최초로 발견했기에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기초과학의 본질은 오랜 시간 탐구하되 그 결과값이 바로 등장하지 않더라도 인내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중·고등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며 생각한 제 나름의 기초과학이란, 자연현상과 그러한 현상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기반이 되는 과학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물리학·화학·생물학·지구과학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교육적 맥락에서 기초과학이 왜 중요할까요? 몇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만, 핵심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기초과학은 자연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을 제공하며, 이를 토대로 혁신적인 기술과 새로운 발견을 이루어 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자연현상에 대해서 분석적인 시선을 가지고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합니다. 둘째로 우리 삶을 바꾸는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에는 기초과학이 반드시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전자공학과 컴퓨터 과학은 물리학의 원리와 수학적 개념을 기반으로 합니다. 셋째로 자연현상을 해석하는데 필수적으로 포함되는 것은 바로 문제해결능력입니다. 누구도 자연현상을 명확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두 극히 제한된 정보 속에서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문제를 분석하고 실험적인 접근으로 해결책을 모색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복잡한 현상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환경문제, 에너지 고갈, 인구 증가 등의 현대 사회적 문제는 기초과학의 지식과 기술을 통해 해결될 수 있습니다. 생명과학의 발전을 통해 바이오 연료나 친환경 에너지의 개발, 화학적인 방법을 통한 환경오염물질 제거 등이 그 예시입니다. 이에 따라 학교교육은 기초과학을 강화하고 교육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는 변화하는 사회에서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자신의 미래를 적극적으로 설계해 나가는 인재를 길러내야 하기에 기초과학은 더욱 중요합니다. 실례로 2022년 과학기술 국민인식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고등학생들이 사회발전에 가장 중요한 직업으로 선택한 것이 ‘과학기술인’과 ‘의료인’이었습니다. 이로 미루어볼 때, 학생들 역시 기초과학 분야가 미래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교육을 통해 과학적 탐구과정을 깊이 인지하는 것이 중요 그러므로 학교교육에서 기초과학을 경험하고 이를 내면화하여 학생의 진로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업을 꾸리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선 학생들이 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과 같은 기초과학의 본질을 깨닫고 이를 과학적 탐구과정을 통해 깊이 인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가능하게 되려면 학생들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자연현상과 관련된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실제 문제해결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프로젝트 기반학습이나 협력적 학습방법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로만 보면 이런 수업이 가능할까?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과거 과학수업을 떠올려보면 수업진도를 빨리 나가야 하고, 강의식 수업이 주를 이루던 것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고교학점제가 전 교육과정에 도입됨에 따라 프로젝트 수업이 가능해졌습니다. 즉 자연현상을 탐구하며 이를 해결해나가는 기초과학 분야의 탐구과정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고교학점제 기조하에서 진로선택 분야의 과학교과를 1~9등급으로 빽빽하게 성적을 나누기보다는 성취여부를 판단하도록 합니다. 학생의 입장에서는 과도한 성적 부담 없이 기초과학 분야의 핵심인 과학탐구를 해볼 수 있습니다. 저도 이전에 근무하던 학교에서 기초과학 분야 중 지구과학 분야를 충분히 탐색하는 수업을 꾸린 사례가 있습니다. 대주제는 지구온난화 특별 보고서를 바탕으로 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미래의 기후변화 양상을 예측하는 것이었습니다. 학생들이 단순히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매체로 간접적으로만 느끼는 것을 넘어서 실제 지구온난화라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학자의 입장에서 과거의 기후변화 데이터 추이를 분석하고, 앞으로 어떻게 지구 평균 기온이 변화할지 인공지능을 통해 예측하는 모델링을 실시하였습니다. 실제 연구를 하는 것처럼 수업에 임하니 학생들도 지구온난화가 정말 심각하고, 앞으로 내가 무슨 일을 해낼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되었다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그러므로 학교는 학생들이 기초과학에 대한 흥미와 열정을 가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실험실 체험, 과학캠프, 과학경시대회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기초과학에 대한 경험을 쌓고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을 만큼 분명합니다. 따라서 학교는 학생들이 미래의 과학적 도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풍부한 기초과학교육을 제공하는데 더욱 힘써야 합니다.
“대한사립교장회는 1919년 세워진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교직단체입니다. 4년 임기 동안 백년 전통의 사학정신을 확고히 세우겠습니다. 화끈하게 단디(단단히)할 테니 지켜봐 주세요.” 김해관 대한사립교장회 회장(사진)은 투박한 부산 사투리로 임기를 시작하는 포부를 밝혔다. 사학의 자율성과 정체성 회복을 화두로 삼은 그는 교장회가 중심이 돼 교육입국의 창학이념을 계승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립교장의 권한 강화와 처우개선, 법인 간 교원교류 등 구체적인 추진방향도 제시했다. 김 회장은 또 공사립 차별 없는 공평한 지원을 교육당국에 주문했다. 누가 설립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칠 수 있느냐를 봐야 한다며 사학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평교사로 시작해 교장에 오른 30년 경력 교육자답게 교육현장의 사정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었고 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소신도 뚜렷했다. 자신에겐 엄격하고 타인에겐 관대한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인물. 서울 종로구 대한사립교장회 집무실에서 12만 사립교원을 대표하는 그를 만나 궁금증을 풀어본다. 대한사립교장회는 1919년에 설립된 국내 최고 교직단체다. 대표로서 자부심이 클 것 같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근대화 교육의 시초는 사립학교다. 일제 강점기에는 민족교육과 독립운동에 헌신했고, 해방 이후에는 교육입국 기조 아래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이끄는 원동력이었다. 사립교장회 역시 인재 육성 등 교육활동은 물론 사회공헌사업과 장학사업 등 사회 전반에 선한 영향력을 주어 왔다. 24대 회장으로서 민족사학의 정신을 계승하고 사학교육 발전을 위한 대외활동의 폭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4년 임기는 마음가짐에 따라 짧게도 길게도 느껴질 수 있는 시간이지만 호시우보(虎視牛步)의 마음가짐으로 12만 사립교원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들을 하나하나 실현해 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100년을 준비하는 사립교장회가 되도록 하겠다.” 취임사에서 “약속 잘 지키고 믿을 수 있는 회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는데. “꼭 한 가지를 꼽자면 사립학교 법인 간 인사이동 공약이다. 내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는데 과목 간 인사교류가 원활하지 않은 사립학교 특성상 과원 및 상치교사로 인한 과목 불균형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다양한 교과목 수업을 원하는 우리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 원활한 교원 운용과 고교학점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사립학교 간 교원교류가 반드시 허용돼야 한다.” 사립학교 간 교원교류를 막는 것은 이해가 잘 안된다. “「사립학교법」 제53조의2의 교원임용 조항 때문이다. 현재 규정은 사립교원 채용은 공개채용으로, 그것도 신규채용만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사학법인 간 교원교류를 원천 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과원 및 상치교사 해소를 위한다는 제한 단서를 달아, 시·도교육감의 승인 하에 경력직 채용 시 공개채용 대신 법인 간 인사이동을 허용하면 교원인사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판단한다. 4월 총선 이후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여야를 찾아 이 문제부터 해결하고 싶다.” 지나친 규제가 사학의 발전을 저해하고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몇 년간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사립학교는 교직원 채용과 인사, 학교운영까지 고유의 권한을 제한받고 있다. 사립학교 법인이 가졌던 권한은 사실상 모두 빼앗겨 교장과 교감 인사권만 남아 있는 셈이다. 또 법인 이사 구성과 자격 제한으로 통제를 받는 실정이다. 사립학교는 엄연히 설립 주체가 국·공립학교와는 다르다. 설립 주체의 창학이념에 따라 다양한 교육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의 기대이기도 하고 사립학교 구성원의 의무이기도 하다. 고유의 색깔과 다양성을 잃어버리고 획일화된 사립학교가 어떻게 공립학교와 차별화된 장점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이제라도 사립학교가 공교육의 한 축으로서 정체성을 찾아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율성과 독립성을 되돌려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 정책이 공립 위주여서 상대적으로 사립은 소외됐다는 느낌인데. “사립학교로서는 매우 부당하다고 인식하는 상황이다. 사립학교는 사인(私人)이 설립했다는 이유로 공립에 비해 차별받고 있다. 학교 환경개선과 과밀학급 해소 등 학교시설 지원사업에 있어 공·사립학교의 적용기준이 다르다. 교직원 정책에 있어서도 복무·의무·징계 등은 교육공무원에 준하는 엄격한 기준을 설정하고 있지만, 신분보장과 교원수급·대우·혜택 등은 공립에 비해 매우 열악하다. 사립학교를 특별대우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공립에 준하는 실질적 지원과 혜택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교육당국에 호소한다. 설립주체가 누구냐를 보지 말고 오직 소중한 우리 학생들만 바라보고 정책을 펴 달라.” 사학 스스로에게도 책임이 있지 않을까?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는 사학까지 옹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극히 일부의 사례를 들어 전체를 매도하고 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행태가 사학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심어주는 것 같아 심히 우려스럽다. 학교에서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언론에서 공립학교엔 ‘○○학교’라고 쓰지만 사립학교엔 꼭 ‘사립○○학교’라고 쓰는 경우를 많이 본다. 도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서이초 사건 이후 교육현안에 대한 교장들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지금 교장들이 무슨 힘이 있나. 과거 학교장이 지녔던 권한의 대부분은 법제화된 학교 내 각종 위원회로 분산되었다. 우리 학교도 위원회만 31개다. 교장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학교구성원도 과거에 비해 더욱 다양해지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학교시설 및 안전과 관련한 책임 범위도 넓어졌다. 최근에는 학부모의 민원까지 직접 응대해야 하는 실정이다. 일선 교육현장을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정작 본인의 고충과 권익의 보전에 대해서는 참고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사립 교장들을 대표하는 회장으로서 이들의 고충을 덜어 줄 계획은. “교장은 학생·학부모·교직원의 간의 이해충돌과 고충을 조정하고 해소하는 역할에서부터 넓게는 교육정책 결정자의 의지를 현장에 실현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책임과 의무가 막중한 만큼 그에 따른 혜택과 안전도 역시 보장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가진 교육적 혜안이 보다 존중받으면서도 본인의 고충을 호소하고 권익을 찾는 것이 당연한 권리라는 인식의 제고를 위해 열심히 뛸 생각이다. 선거공약으로 ▲학교장 권한 강화 ▲업무추진비 현실화 ▲교장·교감 승진 시 1호봉 승급 등을 내걸었다. 화끈하고 단디하겠다.” 회원들과 소통 역시 매우 중요한 과제인데. “지난해 회장 선거 때 제일 먼저 내걸었던 공약이 소통이다. 이를 위해 서울 종로구 사학회관 내 사무실 리모델링을 통해 회원들이 언제든 찾아와 대화도 나누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쉼터 공간을 마련했다. 본회 회원으로서 소속감과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복지정책도 이미 시행 중이다.” 30년 교육자로서 외길을 걸었다. 교육철학이 궁금하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이란 사자성어를 가장 좋아한다. ‘서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성장한다’는 의미인데 교직생활동안 늘 마음에 품어왔던 말이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에게 늘 겸손하게 되고 스승으로서 학문을 끊임없이 연찬하게 되며 말과 행동을 솔선수범하게 되더라. 부족한 나를 믿고 신뢰해 준 모든 제자에게 감사하다.” 김해관 교장은 … 동의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교육과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경희대에서 고전문학 전공으로 박사과정 재학중이다. 부산사립교장회 회장을 거쳐 지난해 대한사립교장회 회장에 당선돼 1월부터 4년 임기를 시작했다. 대학교육협의회 대학입학전형위원회 위원, 사학연금관리공단 비상임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포르투갈 소도시를 여행했다. 몬포르테·마르바오·파티마·토마르·코임브라·코스타노바·아베이루·나자레…. 정답고 다정하게 다가왔던 작은 도시들. 사람들은 친절했고 음식은 맛있었다. 오직 포르투갈에서만, 오직 소도시에서만 마주할 수 있었던 아름다운 장면들. 비, 비, 비. 비가 내렸다.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비가 내렸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시작해 에보라와 몬포르테·마르바오·파티마·토마르·코임브라·코스타노바·아베이루·나자레를 거쳐 다시 리스본으로 돌아오는 8일간의 일정 동안 단 한 평의 푸른 하늘도 볼 수 없었다. 비는 때로 추적추적 내렸고, 부슬부슬 날렸고, 와당탕 쏟아졌고, 주르륵 주르륵 흘러내렸다. 딱 하루, 리스본에서의 마지막 날 오전, 하늘은 ‘심심한’ 위로라도 보내는 듯 눈부시게 푸른 하늘을 잠깐 보여주었다. 그래도 좋았다. 포르투갈이었으니까. 비가 내려도, 아니 비가 내려서 더 좋았다. 오랜만에 사진 욕심 내려놓고 느긋한 마음으로 여행을 즐겼다. 비를 피한다는 핑계로 카페로 뛰어 들어가 에스프레소를 마셨고, 비가 온다는 핑계로 낮부터 와인 잔을 기울였다. 커피는 더 진했고, 와인은 더 향기로웠다. 카메라를 내려놓으니 포르투갈이 더 깊이 그리고 더 자세히 다가왔다. 포르투갈 소도시 여행의 첫 번째 도시는 에보라(Evora). 어느 여행자가 그랬다. “한 번 들은 여행지는 정보가 되지만, 두 번 들으면 가야 하는 곳이 된다”고. 그 여행자는 스페인의 코르도바가 그랬고, 포르투갈의 에보라가 그랬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리스본에서 에보라로 곧장 버스를 타고 갔다고 했다. 에보라에 도착하니 그 여행자의 말이 비로소 이해가 됐다. 붉은 지붕의 아담한 건물들이 레고블록처럼 오밀조밀 모여 있는 인구 15만의 중소도시 에보라. 로마 시대의 신전 건물과 대성당 그리고 해골성당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이번 포르투갈 여행의 처음이자 마지막 노을을 본 것 같다. 에보라는 하루쯤 머물며 느긋하게 여행하고 싶은 도시다. 도시는 길이 약 6km의 성벽에 둘러싸여 있다. 가장 큰 볼거리는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있는 디아나 신전. 2세기 말에 세워졌는데 현재는 콜로네이드만 남아 있다. 상프란시스쿠 성당에 있는 ‘해골집’으로 불리는 예배당도 볼 만하다. 내부는 실제 사람의 해골로 빼곡하다. 약 5천 명분의 해골이라고 한다. 유럽에는 해골성당이 여러 곳에 있다. 로마에도, 체코에도 있다. 중세 유럽에 흑사병이 만연할 때 사람들은 성당으로 피할 곳을 찾아 모여들었고, 그러다 보니 묘지도 부족해 이런 성당이 만들어졌다. 다음날에는 몬포르테(Monforte)의 와인셀러 헤르다데 토레 드 팔마(Herdade Torre de Palma)를 찾았다. 몬포르테는 로마시대의 루시타니아 지방의 일부였다. 바실리 가문은 이곳에 버려져 있던 고택을 인수해 호텔을 꾸몄고, 지금은 와인 호텔로 운영하고 있다. 몬포르테를 돌아보는 내내 비가 내렸지만, 비를 핑계로 하루쯤 머물며 포르투갈 와인을 마시고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아름다운 곳이었다. 역사와 종교가 어우러진 곳 포르투갈의 여러 소도시들 가운데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파티마(Fatima)다. 파티마는 성모 마리아 발현지로 매년 400만 명 이상의 순례자가 찾는 가톨릭 3대 성지 중 하나다. 100년 전, 포르투갈의 작은 시골 마을. 놀고 있는 세 아이 앞에 한 여인이 나타나 자신이 성모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사람들 앞에서 그 여인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 사람은 어느 곳에서도 본 적이 없는 아름다운 여인이었습니다. 수정 유리보다 더 강하고 밝은 빛을 쏟아내는 찬란한 옷을 입고 있었어요.” 여인은 누구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성모라고 말했다. 양을 치며 놀던 일곱 살, 아홉 살, 열 살짜리 아이들 셋이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이 거짓말을 꾸며낼 이유가 없는 데다 말이 모두 일치했다. ‘끝자락을 별들로 장식한 드레스’를 입은 마리아가 여섯 번이나 매월 약속한 날짜에 나타났고, 몰려든 수만 명의 군중 앞에서 우주 쇼에 가까운 이적을 일으켰다고도 한다. 파티마는 바티칸에서 인정한 세계 3대 성모 발현지 중 한 곳이다. 파티마 대성당은 웅장하고 거대하다. 하지만 그 옆의 작고 유리로 지어진 것이 성모의 발현 장소에 세운 것이다. 파티마를 찾은 사람들을 위해서 새벽부터 밤까지 미사가 진행된다. 토마르(Tomar)도 기억에 남는 곳이다. 리스본에서 기차로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이곳의 크리스투(그리스도) 수도원은 고색창연한 역사가 벽마다 아로새겨진 곳. 1119년 만들어진 템플기사단의 본부가 있었다. 템플기사단은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순례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예루살렘에서 설립됐다. 그리고 1139년 아폰수 1세가 포르투 칼레 지역에서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고 나라를 세웠는데 그 중심도시가 포르투(Porto)였다. 포르투갈이라는 나라 이름은 여기에서 시작됐다.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유럽을 지배하던 템플기사단은 1307년 프랑스 왕 필리프 4세에 의해 지도부가 화형 당하며 역사에서 사라졌다. 크리스투 수도원은 여러 세기에 걸쳐 만들어진 탓에 마누엘·로마네스크·바로크·고딕 등 다양한 건축양식이 공존한다. 마을도 기사단의 등장과 함께 생겨났다. 수도원에 복도는 무덤이다. 실제로 바닥에는 관 크기만큼 선이 그어져 있다. 바스쿠 다 가마의 사촌도 여기 묻혔다고 한다. 미사 공간 가운데 8개의 기둥이 서 있는데 한쪽 벽이 뜯겨 있다. 이는 나폴레옹이 쳐들어왔을 때 프랑스인들이 보물을 훔쳐 간 흔적이다. 물론 아직도 돌려주지 않고 있다. 어쩌면 가장 포르투갈다운 곳, 아베이루와 코스타노바 아베이루(Aveiro)와 코스타노바(Costa Nova)는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아름다움으로 감탄사를 쏟아내게 하는 마을이다. 물론 비가 내렸지만, 빗줄기도 이 마을의 아름다움을 감추지 못했다. 포르투 상 벤투역에서 도시철도를 타고 갈 수 있는 작은 도시 아베이루. 이 도시의 별명은 ‘포르투갈의 베네치아’다. 별명에서 알 수 있듯 운하가 도시를 에스(S) 자로 관통하고 있다. 거대한 석호와 바다 사이에 자리 잡은 아베이루 사람들은 염전과 수초를 생의 수단으로 삼았다. 주민들은 염전에서 캐낸 소금과 호수에서 건져 올린 수초를 옮기기 위해 운하를 만들었다. 몰리세이루(Moliceiro)는 소금과 수초를 실어 나르던 배로 ‘수초를 잡은 남자’라는 뜻이다. 베네치아의 곤돌라보다 화려한 색감을 자랑한다. 몰리세이루를 타면 입담 좋은 가이드가 운하를 따라가며 보이는 건물에 대해 설명해 준다. 운하 옆에는 아르누보 건물이 꽤 많은데, 과거 소금으로 돈을 번 상인들이 부를 과시하기 건물을 화려하게 꾸몄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난한 어부들은 짙은 원색으로 소금창고를 칠했다. 카르카벨로스 다리 주변에 소금창고가 줄지어 서 있는데 지금은 대부분 레스토랑으로 운영된다. 이곳의 ‘오 바이루 레스토랑(O Bairro Restaurant)’에서 맛본 바칼라우(bacalhau) 요리는 포르투갈에서 먹은 것 중에서 가장 맛있었다. 포르투갈을 여행하려면 하루에 한 번은 바칼라우를 먹어야 한다. 바칼라우는 포르투갈어로 대구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포르투갈에서는 사람들이 원양어선을 타고 북대서양으로 떠났고, 매일매일 대구를 낚시로 잡은 어부들은 상하지 않기 위해 소금에 절여 포르투갈로 돌아왔다. 바칼라우 요리는 그렇게 시작됐다. 어느 집은 바칼라우를 바삭하게 요리하고, 어느 집은 촉촉하게 요리한다. 감자를 곁들이기도 하고, 수란을 올리기도 한다. 음식점이 열 곳이라면 바칼라우 레시피가 적어도 10개는 존재하는 셈이다. 아베이루 근교 코스타노바는 일명 ‘줄무늬 마을’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는 노란색·파란색·붉은색 등의 줄무늬로 가득한 집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코스타노바는 ‘새로운 해안’이라는 뜻이다. 유래는 이렇다. 바다와 호수 사이 마을은 늘 습했고 안개가 자주 끼었다. 어부를 먼 바다로 떠나보낸 가족들은 늘 마음을 졸였다. 그러다 어느 한 집이 집에 줄무늬를 그려 넣기 시작했다. 멀리서도 집이 잘 보이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런 까닭에 집들의 줄무늬가 다 색이 다르다. 집을 찾을 때 헷갈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을 사람들은 손수 페인트칠을 한다고 한다. 아베이루에서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파도가 이는 곳 포르투갈 소도시 여행의 마지막 일정은 나자레(Nazare). 포르투갈의 850km 이상 연결되어 있는 해안가를 자랑하는데 이 중 나자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파도가 이는 곳. 전 세계 서퍼들이 이 파도를 타기 위해 몰려든다. 해안가에 들어서면 할머니들이 무릎까지 내려오는 전통의상인 7겹 치마에 긴 양말을 신고 견과류를 판다. 할머니들의 견과류 노점 뒤편은 수베르쿠 전망대. 이곳에서 바라보는 나자레의 해변 뷰는 그야말로 예술이다. 절벽 아래로 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다. 사진을 찍고 있노라면 바위 위에 갈매기가 다가와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해준다. 수베르쿠 전망대에서 등대 쪽으로 향하면, 서퍼들이 경기를 펼치는 해변이 나온다. 이 해변은 미국인 서핑 선수 가렛 맥나마라가 20m가 넘는 파도타기에 성공하면서 유명해졌다. ☞ 여행정보 인천-리스본 직항 노선이 운항하고 있다. 포르투갈관광청(visitportugal.com)과 포르투갈 관광청 한국사무소(02-732-4140)에서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포르투갈은 와인 강국이다. 12세기부터 원산지 통제 제도를 시행할 만큼 와인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특히 북쪽지방의 도루지역이 와인으로 유명하다. 포르투갈 와인은 DOC(최고등급 와인), IPR(프랑스의 AO-VDQS에 해당하는 고급 와인), VR(테이블 와인 중 산지 표기가 가능한 지역, 프랑스 Vdp급), VdM(원산지 표기가 없는 테이블 와인)으로 나뉜다. 포트 와인도 유명하다. 가장 유명한 것은 폰세카의 빈티지 포트.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이 ‘포트계의 벤틀리’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벤틀리는 세계 3대 명차로 불린다. 포트 와인은 알코올 도수 20도를 훌쩍 넘긴다. 단맛도 강해 디저트 와인으로 주로 마신다.
이제 꽤 봄이 무르익어 가지만, 때아닌 꽃샘추위로 쌀쌀한 날씨에는 사우나가 생각납니다. 뜨끈한 물에 들어가서 몸을 녹이면, 긴장했던 근육이 싹 풀리면서 천국이 따로 없죠. 게다가 땀까지 쫙 빼고 나면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이 다이어트 효과가 있는 듯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사우나와 관련된 과학이야기를 준비해 봤습니다. 사우나에도 과학 원리가 있다니 정말 어디에도 과학은 있는 것 같습니다. Q1. 첫 번째 궁금증! 열탕이나 사우나에 오래 있다 나오면 머리가 핑 돌면서 어지러운데, 왜 어지러운 거예요? 겨울이 되면 사람들은 목욕탕에 가서 열탕이나 사우나에서 몸을 지지는 것을 되게 좋아하죠. 그런데 이런 걸 할 때 항상 경험하는 게 오래 앉아 있다가 나오는 순간, 현기증이 나고 눈앞이 순간적으로 안 보이고 어지러운 경우가 있거든요. 실제로 이런 찜질을 반복할 때 돌연사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해요. 사우나와 찜질방에서는 피부 온도가 40도 가까이 상승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혈관이 확장되고, 땀이 나는 과정에서 혈액순환이 피부로 집중되면서 뇌와 심장으로 가는 혈액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어요. 사우나와 찜질방에서 ‘핑’ 도는 느낌이 든다면 이건 위험신호로 봐야 합니다. 이는 평소 심장이나 뇌로 가야 하는 피가 피부로 쏠리면서 혈액이 부족해져 어지러움을 느끼기 때문에 생기는 증상인 거죠! 뿐만 아니라 사우나와 찜질을 오래 하면 땀이 많이 빠져나가 몸에서는 탈수증상이 일어나기도 해요. 특히 땀과 함께 미네랄·칼륨 등이 함께 빠져나가면서 전해질 불균형이 일어나 다양한 이상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어요. 즉 ‘투 머치(too much)’는 안 좋다는 거죠. 특히 42도 이상의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교감신경이 자극받고, 혈류 속도가 빨라져서 맥박과 혈압이 증가하기도 하는데, 이때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바로 ‘뜨겁다고 바로 냉탕에 점프하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냉온찜질을 빠르게 반복하면 높은 온도에서 확장했던 혈관이 갑자기 수축하면서 모자랐던 혈액량이 더 감소하기 때문에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심장이 약하신 분들은 각별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Q2. 요즘엔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찬물 샤워를 많이 한다는데 사실인가요? 우리 몸에는 두 종류의 지방이 있습니다. 하나는 백색 지방 나머지 하나는 갈색 지방이 있습니다. 백색 지방은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나쁜 지방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에 반해 갈색 지방은 지방 내에 미토콘드리아라는 세포소기관이 많아서, 갈색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갈색 지방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계속해서 포도당을 먹고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기초대사량을 증가시켜 주고, 노화 억제에도 큰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중요한 건 이러한 갈색 지방을 늘리는 방법이 바로 추위에 노출되는 것인데, 찬물 샤워를 통해 주기적으로 짧게 추위에 노출이 되면 갈색 지방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이것뿐만 아니라 중독을 극복하는데도 찬물 샤워가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여러분들이 게임이나 숏폼 영상 등에 중독을 앓고 있으면, 이것은 바로 잘못된 도파민 분비로 인해 생긴 중독 현상입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원하는 우리 뇌 입장에서는 새로운 자극에 노출될 때마다 도파민을 분비해서 중독을 유발합니다. 특히 이러한 숏폼 영상 등이 도파민 중독에 최적화된 나쁜 습관인데요. 이러한 중독은 다른 행위를 통해 중독을 극복할 수 있고, 그 방법이 바로 찬물 샤워입니다. 실제 스탠퍼드 연구진이 밝혀낸 사실인데, 찬물 샤워를 하면 노르에피네프린 농도가 올라가고 이는 결국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켜 준다고 합니다. 특히 찬물 샤워를 할 때에는 거의 코카인을 흡입했을 때만큼의 수준으로 올라가고요. 또한 마약과 다르게 빠르게 도파민 농도가 떨어지는 게 아니라 3~4시간에 걸쳐서 서서히 떨어져서 여러분들의 기분을 오랜 기간 행복하게 해줄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심혈관이 약하신 분들은 주의하셔야 합니다. 저도 보통 유산소 운동 후, 마무리 샤워할 때 찬물 샤워를 합니다. 또한 이러한 도파민 농도는 본인이 찬물 샤워를 할 때 차갑다고 느끼는 동안 많이 분비됩니다. 찬물 샤워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차가움이 느껴지지 않게 되는데요, 차가움이 느껴지지 않으면 더 이상 도파민 농도는 올라가지 않는다고 해요. 그래서 차가움이 느껴지는 순간까지만 찬물 샤워를 하고, 그 후엔 미지근한 물로 마무리하시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Q3. 일부러 찜질방이나 사우나에 가서 땀 쫙 빼는 다이어트를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이거 진짜 효과가 있나요?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땀만 흘린다고 살이 빠지는 게 아니에요. 당장 땀 빼고 몸무게를 재보면 몸무게가 줄어 있어서 살이 빠진 것처럼 착각하지만, 우리 몸은 항상성이라고 해서 항상 모든 조건은 일정 기준을 맞추려고 해요. 즉 우리 몸의 체액이 땀으로 많이 배출되면 당장은 몸무게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그냥 물이 빠져나간 거지 진짜 우리 몸의 체지방이 줄어든 건 아닙니다! 결국엔 균형을 맞추려고 다시 흘린 땀 이상의 물을 마시게 됩니다. 말짱 도루묵이라는 거죠. 이것과 같은 맥락이 저염식 다이어트에요. 염분 섭취를 줄이면 결과적으로 우리 몸에 염분이 떨어져요. 염분은 삼투현상으로 물을 끌어들이는 성질이 있는데 저염식으로 먹다 보니 우리 몸에서 물이 계속 빠져나가서 단기적으로는 살이 빠지는 것처럼 보여요. 하지만 우리 몸은 항상 일정한 염분 미네랄 농도를 유지하려고 하므로 저염식 식단은 한계가 있는 거죠. 계속 이렇게 저염식으로 먹으면 건강에 이상이 오고, 결국 우리 몸에서 계속 염분 섭취를 갈구합니다. 결국엔 염분 섭취를 해야만 하고 그로 인해 빠져나갔던 물들이 재흡수가 되는 거죠. 결국 다시 돌아옵니다. 실제로 너무 저염식을 하다 보면 ‘저 나트륨 혈증’, 즉 혈액 내에 나트륨양이 너무 적어져 목숨이 위험해지는 경우도 있으니 극단적인 다이어트는 금물입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저염식 식단이 아닌 건강하게 다이어트하는 게 떠오르고 있기도 해요. Q4. 엑소쌤이 얘기해 줘서 문득 궁금한 게 생겼는데 그럼 우리가 운동할 때도 땀 많이 흘리고, 사우나에서도 땀 많이 흘리잖아요? 근데 엑소쌤이 말한 것처럼 땀이 배출된다고 살이 빠지는 게 아니면 도대체 살은 어떻게 빠지는 거예요? 여러분 놀라지 마세요. 우리가 숨을 쉴 때 들숨 날숨이 있죠? 이 들어오고 나오는 공기의 무게가 거의 0인 것 같지만, 생각보다 무게가 나갑니다. 우리가 운동을 엄청 열심히 하면 날숨에서 고농도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데요. 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들이 사실 우리 몸의 살들이랍니다. 이 살들이 운동에너지와 열에너지로 분해되면서 이산화탄소로 전환되고, 이 전환된 이산화탄소가 날숨으로 나오면서 살이 조금씩 조금씩 빠지는 거죠! 그래서 사우나를 할 때 살이 전혀 안 빠지는 이유가 땀은 흐르지만, 격렬한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결국 살이 안 빠지는 거예요. 반대로 운동 같은 경우는 땀이 흐르는 거랑 별개로 유산소 운동을 열심히 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아져서 살이 빠지는 것이고요. 실제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 연구팀이 ‘영국 의학저널’에 밝힌 새로운 연구결과에 의하면 체중이 감소할 때 감소된 체중의 대부분은 이산화탄소로서 우리가 열심히 유산소 운동을 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체중을 빠지게 한다고 밝혀냈어요! 사람들은 살이 빠지는 이유가 지방이 열이나 에너지로 연소하거나, 지방이 대변으로 배출되거나, 근육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연구결과 지방 10kg이 빠질 때 무려 8.4kg이 폐를 통해 이산화탄소로 전환 배출되며, 1.6kg이 물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요. 즉 ‘다이어트에는 왕도가 없다! 유산소 운동과 식단이 답이다’라는 거죠.
사자자리는 황도 12궁 별자리 중 하나로, 서쪽의 게자리와 동쪽의 처녀자리 사이에 있다. 봄철 초저녁 하늘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레오(Leo)’는 라틴어로 사자를 의미한다. 사자자리는 별자리 이름과 그 형상이 아주 그럴듯하게 잘 들어맞는 별자리다. 사자가 동물의 왕다운 위용으로 밤하늘에 서 있는 모습이다. 따라서 페르시아·시리아·인도·바빌로니아 등의 고대 국가에서도 모두 이 별자리를 사자의 명칭으로 불렀다. 그리스신화에서는 제우스가 자신의 아들 헤라클레스가 네메아의 사자를 죽인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그 용맹함을 기리기 위해 하늘로 올려 사자자리(Leo)로 만들었다고 한다. 사자자리의 낫(Sickle)은 농기구인 낫, 혹은 뒤집힌 물음표처럼 보이며 사자의 머리와 어깨를 나타낸다. 사자자리를 이루는 별들은 1등성인 레굴루스(Regulus)를 비롯해 모두 1~4등성으로 아주 밝다. 알파별 레굴루스는 ‘작은 왕’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레굴루스는 하나의 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두 쌍으로 구성된 네 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다. 고대 페르시아에서는 레굴루스를 하늘의 네 수호자로 불린 ‘네 개의 황제별’ 중에서도 우두머리 별로 여겼다. 서양 점성술에서는 레굴루스 아래에서 태어난 이는 부와 명예, 권력을 모두 얻는다고 믿었다. 한편 동아시아에서 이 별자리는 헌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동서양 모두 황제의 별자리로 취급했다고 할 수 있다. 데네볼라(Denebola)는 사자자리에서 두 번째로 밝은 베타별로, 그 이름은 ‘사자의 꼬리’를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데네볼라는 목동자리의 알파별 ‘아크투르스’, 처녀자리 알파별 ‘스피카’와 함께 봄의 대삼각형을 이룬다. 사자자리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우리에게 국자모양으로 친숙한 북두칠성(큰곰자리)은 다른 별들을 찾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데, 사자자리를 찾는 데도 도움이 된다. 북두칠성의 손잡이에서 이어지는 두 별 메그레즈(Megrez)와 페크다(Phecda)를 연결하는 가상의 선을 연장하여 계속 나아가면 사자자리의 레굴루스에 이르게 된다. 사실 사자자리 자체가 1등성 레굴루스를 갖고 있어, 봄철 남쪽 밤하늘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매년 11월 중순 밤하늘에 사자자리와 함께 볼 수 있는 유성우가 있어, ‘사자자리 유성우’라고 불린다. 물론 사자자리에서 날아오는 유성은 아니다. 33년 주기를 갖는 템펠-터틀 혜성(55P/Tempel-Tuttle)이 태양 가까이 지나가면서 궤도상에 많은 잔해를 남긴다. 사자자리 유성우는 그 잔해 속을 지구가 지날 때 그것이 지구 중력에 끌려 지구 표면으로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것이다. 최근의 사자자리 유성우는 2001년 11월, 템펠-터틀 혜성이 1998년 태양 근처를 지나가면서 남긴 잔해 속을 지구가 공전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시간당 5,000개 이상의 많은 유성이 떨어지기도 했다. 머리털자리는 원래 사자자리의 꼬리 부분으로 취급되다가 17세기 정도에 완전히 독립된 별자리로 나뉘었다. 헤라클레스의 12과업 중 첫 번째 임무 _ 네메아 사자 퇴치하기 사자자리의 주인공은 네메아의 사자(Nemean Lion)다. 고대 신화에 의하면, 이 사자는 그리스의 네메아 골짜기에 살았는데, 그 인근 마을과 멀리는 티린스와 미케네 지방에까지 출몰하여 사람과 가축을 죽였다. 그것의 부모형제는 모두 끔찍한 괴물들이었다. 아버지는 눈에서 번갯불과 불꽃을 내뿜는 100개의 용머리와 거대한 뱀 하반신을 가진 괴물 티폰, 어머니는 여성의 상반신과 뱀 하반신을 가진 에키드나이며, 키마이라·히드라·케르베로스 같은 그리스 신화의 유명한 괴수들이 그의 형제다. 헤라클레스의 괴력과 수많은 모험을 보여주는 ‘12과업’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네메아 사자 물리치기, 괴물뱀 히드라 죽이기, 케리네이아의 황금뿔 암사슴과 에리만토스의 멧돼지 생포하기, 아우게이아스 왕의 마구간 청소하기, 스팀팔로스의 청동 괴물새 퇴치하기, 크레타의 황소 잡기, 디오메데스 왕의 식인 암말 데려오기, 아마존의 여왕 히폴리테의 허리띠 빼앗아 오기, 게리온의 소 훔치기, 헤스페리데스의 황금사과 따오기, 지옥의 개 케르베로스 생포하기 등 12가지가 헤라클레스가 해야 했던 노역이었다. 헤라클레스의 12과업 중 첫 번째가 바로 네메아의 사자를 죽이는 것이었다. 네메아의 사자는 공격을 받을 때마다 입구가 두 개인 동굴로 이리저리 도망쳐 버렸고, 그 가죽은 어떤 칼·화살·창으로도 뚫리지 않아 도무지 처치할 수가 없었다. 이에 헤라클레스는 동굴 입구 하나를 바위로 막고, 자신의 올리브나무 몽둥이로 사자 머리를 세게 가격한 후 목을 졸라 죽였다. 사자를 죽인 후 가죽을 벗기려 했지만, 어떤 도구로도 도저히 찢을 수가 없어 전전긍긍하다가 사자 발톱을 사용해 겨우 벗겨내 갑옷으로 입고 다녔다. 신화 덕분에 헤라클레스는 많은 예술작품에서 가죽을 뒤집어쓴 모습으로 묘사된다. 헤라클레스 이야기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웅신화였고, 그리스의 도기 그림이나 대리석·청동조각, 루벤스나 수르바란 같은 후대 미술가들의 작품들 속에서 수없이 재현되었다. ‘파르네세 헤라클레스’ 조각상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궁정 미술가였던 리시포스(Lysippos)의 청동상을 아테네의 조각가 글리콘(Glykon)이 대리석 버전으로 모사한 것이다. 원본은 소실되었다. 1546년 로마의 카라칼라 목욕탕에서 발견되었는데, 후에 파르네세 궁 안뜰로 옮겨져 오랫동안 보관돼 있었기 때문에 ‘파르네세 헤라클레스(Farnese Hercules)’로 불린다. 현재는 나폴리 고고학 박물관에 있다. 3.5m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와 과도한 근육 덩어리의 조각상은 보는 이를 압도한다. 사람들의 상상 속에 있는 헤라클레스라는 신화적 영웅의 이미지가 잘 형상화되었다. 헤라클레스는 네메아의 사자 가죽으로 덮인 몽둥이에 왼팔을 두른 채 몸을 기대고 있다. 12과업 중 11번째 노역인 헤스페리데스의 황금사과를 따온 후 쉬는 중이다. 등 뒤로 돌린 헤라클레스의 오른손에는 사과 세 개가 쥐어져 있다. 근육질로 이루어진 강건한 육체와 대조적인, 힘이 없이 처진 표정은 그가 노역에 지쳤음을 보여준다. 제아무리 헤라클레스라도 인간적 한계를 가진 존재라는 것을 말하는 듯하다. 헤라는 태초의 여신 가이아가 제우스와 그녀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선물한 황금 사과나무를 정원에 심고 헤스페리데스 자매와 용 라돈에게 지키게 했다. 헤스페리데스 세 자매는 아틀라스의 딸들이었고, 라돈은 한 개 빼고는 결코 잠들지 않은 99개의 눈을 가진 아주 강력하고 무서운 괴물이었다. 사과를 따러 가는 여정에서, 헤라클레스는 바위산에 묶여 독수리에게 영원히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을 받고 있는 프로메테우스를 구해준 보답으로 아틀라스를 이용해 사과를 따오게 하라는 조언을 받는다. 아틀라스는 타이탄 신족과 올림포스 신족의 전쟁인 티타노마키아에서 패해 대양에서 영원히 하늘을 들고 서 있는 처벌을 받은 거인이다. 그의 말대로, 헤라클레스는 아틀라스에게 자신이 하늘을 떠받치고 있을 테니 사과를 따다 달라고 부탁한다. 아틀라스가 사과를 따오자 헤라클레스는 그를 속인 후 황금 과일을 가지고 도망친다. 열한 번째 노역이었으니 이때쯤 저런 피로한 모습이 나올 만하지 않은가. 네메아의 사자와 싸우는 헤라클레스 17세기 스페인의 화가 수르바란(Francisco de Zurbarán)은 헤라클레스가 네메아의 사자를 퇴치하는 장면을 그림에 담아냈다. 수르바란은 가톨릭교회의 세력이 지배적이었고 반종교개혁적인 세비야에서 활동했다. 그는 독실한 가톨릭 수호자로서, 주로 수도사·수녀·순교자를 그린 종교적 그림을 그렸다. 그의 작품들은 숭고하고 명상적인 가톨릭의 영적 신비주의를 강하게 보여준다. ‘네메아의 사자를 죽이는 헤라클레스’는 종교화가 아닌 그리스신화를 소재로 한 것이지만, 빛과 어둠의 강렬한 대조를 통해 그의 종교화에서 나타나는 특유의 엄숙하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나타나 있다. 레슬링하는 헤라클레스와 사자의 모습이 매우 단순명료한 형태로 표현되어 있다. 배경 역시 별다른 특징이 없고 어둡다. 이렇듯 전체적으로 간결하고 소박한 형태와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명암대비법)는 수르바란의 특징인 명상적이고 종교적인 무드를 창출해낸다. 네메아 사자와 헤라클레스의 싸움 주제는 루벤스(Peter Paul Rubens)의 그림에도 등장한다. 울퉁불퉁 근육질 육체를 가진 헤라클레스의 발밑에 턱이 벌어진 호랑이가 깔려 있고, 옆에는 인간의 두개골이 뒹굴고 있다. 루벤스는 북유럽의 사실주의 화풍의 전통 속에서 성장한 플랑드르 출신의 화가이었지만, 이탈리아 장기체류로 전성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에 영향을 받았다. 따라서 두 가지 미술양식을 이상적으로 결합해 17세기 바로크 거장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루벤스는 통통하고 육감적인 여성 누드로 유명하다. 19세기에는 그의 그림 속 여성들의 모습에서 유래한, 풍만한 여성을 지칭하는 ‘루베네스크(Rubenesque)’라는 용어까지 만들어졌다. 동시에 그는 건장한 근육형 남성 누드에도 관심이 많았다. 루벤스는 성서나 신화 속 영웅·왕·지도자 등 강력한 남성을 주제로 하여 격렬한 신체의 움직임과 용맹성을 보여주는 남성 누드를 많이 그렸다. 이런 점에서 적이나 괴물과 싸우는 힘센 영웅 헤라클레스는 루벤스에게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모델이었다. 로마에 머물 당시에는 유명한 고대 조각 중 하나인 파르네세 헤라클레스를 모사하기도 했다. 이 작품에서는 헤라클레스가 좁은 동굴 안에 사나운 사자의 발톱을 피해 가며 목을 졸라 죽일 때까지 격렬하게 씨름하는 모습을 담았다. 루벤스는 인간과 광포한 짐승의 레슬링 경기를 묘사함에 있어 아주 창의적이고 드라마틱한 포즈를 찾아낸 듯하다. 몸을 약간 구부린 채 왼팔로 사자의 머리를 조여 부수는 헤라클레스의 안정적인 자세를 통해 초영웅적인 힘의 우세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올해로 데뷔 42주년을 맞는 최민식 배우가 파묘(감독 장재현)에서 40년 경력의 풍수사로 분했다. 누울 자리를 봐달라는 부탁을 들으면 일단 단가부터 계산하지만, 자연과 땅에 대한 철학만은 절대 타협하지 않는 캐릭터다.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이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파묘는 개봉하자마자 한국 영화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시놉시스는 다음과 같다. 미국 LA,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난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돈 냄새를 맡은 최고의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한다. “전부 잘 알 거야…. 묘 하나 잘못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절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에 자리한 기이한 묘. 상덕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제안을 거절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파묘가 시작되고, 나와서는 안 될 ‘험한 것’이 나오는데…. 최민식 배우는 1982년 연극 우리 읍내로 데뷔했다. 1989년 KBS 드라마 야망의 세월로 브라운관에 얼굴을 알렸고, 서울의 달(1994)에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연기의 귀재는 충무로에서도 알아봤다. 쉬리(1999), 올드보이(2003), 악마를 보았다(2010), 범죄와의 전쟁(2012), 신세계(2013), 명량(2014) 등 다양한 작품에서 실감 나는 연기로 호평 받았다. 파묘의 장재현 감독은 “최민식 배우의 얼굴로 담는 순간 모든 것이 진짜가 되는 묘한 마법이 있다”라며 깊은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최민식 배우가 생각하는 오컬트·무속신앙·풍수지리란 무엇인지, 그의 연기 철학과 함께 들어봤다. 파묘 시나리오의 첫인상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바로 출연을 결심하셨나요? 저는 함께 작업을 한다는 결심을 내리기 전에 감독과 시간을 많이 보내는 편입니다. 이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썼는지 알아봐야 하니까요. 대본을 받고 장재현 감독과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어요. 하루는 장재현 감독이 “우리 땅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싶다”라는 말을 했어요. ‘땅의 트라우마’라는 표현은 처음 들어봤는데, 그 정서가 마음에 들더라고요. 장 감독은 전작 검은 사제들(2015), 사바하(2019)에서 신과 인간, 자연과 종교를 다뤄요. 인간과 종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같아요. 무신론자라고 해도 우리가 나약해질 때면 신에게 매달리잖아요? 하나님이든 부처님이든요. 종교라는 소재는 자칫 잘못 건드리면 위험해지거나 고루해질 수 있는 형이상학적이고 관념적인 부분인데, 장 감독이 그런 부분에서 열려 있더라고요. 영화적인 실력도 있고요. 아, 이거 너무 띄워 주나?(웃음) 그런 게 좋았습니다. 오컬트라는 장르 자체가 마니아적 요소가 강합니다. 파묘는 여기에 풍수지리와 무속신앙까지 버무렸어요. 거부감이 들진 않던가요? 아니요. 오히려 친근함이 느껴졌어요. 오컬트다, 아니다가 아니에요. 무속과 풍수지리는 어릴 때부터 늘 옆에서 보던 문화예요. 지금도 남아있죠. 이사 때 손 없는 날을 택하거나, 현관 정면에 거울을 두지 않는다는 것처럼요. 미신이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재밌잖아요? 하면 좋다는데.(웃음) 물론 너무 거기에 매몰돼서 전 재산을 날린다든가 하면 문제겠죠. 살면서 논리적으로나 이성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저는 그냥 우리만의 고유한 문화와 풍습으로 즐기면 좋을 거 같아요. 사실 저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어떤 경험인가요? 열 살 무렵 폐결핵으로 죽을 고비를 넘겼어요. 의사도 살릴 방법이 없다며 포기했는데, 어머니가 절에 가셔서 기도했어요. 희한하게 나았습니다. 지금도 사주를 보면 열 살 이후 인생은 안 나와요. 그런 신비로운 경험을 직접 몸으로 겪은 겁니다. 그런데 저는 그걸 신에 대한 믿음이나 감사로 여기기보다는 어머니의 정성으로 받아들여요. 왜 손주가 군대 가면 할머니가 매일 장독대 위에 정화수를 떠 놓고 기도하잖아요. 우리 손주 제대 날까지 다치지 않고 무사히 돌아오게 비는 마음이 왜 미신인가요? 할머니의 그런 마음이 종교 아닐까요? 묫자리를 찾고 이장을 하는 건 우리의 오래된 관습인데 지금 ‘화장’으로 바뀐 장례문화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돌아가시고 어디에 어떻게 모시는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좋은 묫자리를 찾는 건 이승에 남은 후손들이 조상 덕을 보려는 거잖아요? 살아계실 때 잘해드리지도 않고서 돌아가시니 좋은 땅 찾는 건 어찌 보면 좀 얄밉죠. 아, 내가 왜 이렇게 흥분하지.(웃음) 제 부모님도 화장해서 모셨습니다. 매장이 좋다, 화장이 나쁘다를 떠나서 어떤 마음으로 모시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40년 넘게 연기하면서 수많은 역할을 맡았지만, 풍수사 역할은 처음이죠. 캐릭터 구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상덕’은 평생 자연을 관찰하면서 산 사람이에요. 보통 사람들이 산에 가서 ‘야호’하고 외치는 것처럼 산을 바라보진 않았을 거로 생각했어요. 인간의 길흉화복을 터의 모양·형태·질감으로 연구하면서 길지와 흉지를 구분했을 겁니다. 그런 사람이라면 산새 한 마리,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도 깊게 바라보는 태도를 가졌을 거라고 상상했어요. 그것을 상덕 캐릭터의 가장 큰 줄기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거창하게 말하긴 했지만, 파묘는 사실 김고은 배우가 다 했어요.(웃음) 대살굿 장면의 김고은 배우는 정말 혼을 담은 연기를 펼치더라고요. 김고은은 파묘의 손흥민입니다!(웃음) 사실 배우들이 ‘예쁘다’, ‘잘생겼다’는 이미지에 갇히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여배우가 무속인 역할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요. 김고은 배우는 스스럼없이 자신을 내려놓고 용감하게 뛰어들었어요. 선배로서 너무 대견하더라고요. 앞으로의 김고은 배우가 더 기대되는 이유죠. 김고은 배우뿐 아닙니다. 유해진 배우와는 일제강점기에 봉오동에서 한번 싸워보기도 했고요.(웃음) 이도현 배우 역시 예전부터 함께 작업한 친구처럼 느껴졌어요. 리딩 때부터 우리 네 명은 어벤저스가 아니라 ‘묘벤저스’가 될 때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죠.(웃음) 영화 후반부에 ‘험한 것’이 등장합니다. 차마 사람이 범접할 수 없는 압도적인 모습인데 어떤 기분이 드셨는지, 또 연기하기는 어렵지 않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아유, 저 같으면 안 싸워요. 바로 도망가야죠.(웃음) 영화 초반에 계속해서 나오는 할아버지 귀신은 관객들이 잘 알아채지 못하게 나오죠. 희미하고 뿌옇게요. 그런데 ‘험한 것’은 진짜 눈앞에 확 다가와요. 야구로 치면 직구죠. 눈앞에 보이니 연기하기는 더 쉬웠습니다. ‘험한 것’을 맡은 배우가 정말 고생했어요. 6~7시간씩 분장을 해야 하는데 군소리 하나 없더라고요. 제가 뭘 해줄 수 있겠어요? 바나나우유 하나 까서 빨대 꽂아 주면서 말했죠. “미안하다. 그런데 내가 너를 죽여야 한다”라고요.(웃음) 40년 넘게 다양한 드라마·영화·연극에서 선 굵은 연기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최민식 배우만의 연기 노하우가 있을까요? 그건 영업 비밀인데요.(웃음) 사실 그런 노하우는 없어요. 배우는 허구의 캐릭터를 현실에 있을 법하게 그리는, 그러니까 그럴듯하게 사기를 치는 일을 하죠.(웃음)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캐릭터 구축을 위해 감독과 셀 수 없이 대화해요. 이런저런 레퍼런스도 찾아보죠. 하지만 카메라 앞에 설 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저 혼자서 감당해야 합니다. 마치 절벽에 떠밀려 서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어떻게든 이 인물을 표현해내야 한다는 절박함도 있고요. 물론 감독이 연기 디렉션은 줄 수 있겠죠. 하지만 배우라는 직업에서 가장 외로워지는 순간을 오롯이 스스로 이겨내야 해요. 이 캐릭터는 어떤 말투를 쓸까 상상하면서 자꾸만 무형의 인물에 다가가는 거죠. 어느 정도 그렇게 캐릭터와 밀착된 상태로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슛이 들어가면 더 이상 좌고우면할 수 없어요. 거기서 고민을 하면 영화가 산으로 갑니다. 망해요. 일단 캐릭터에 올라타면 그때부터 몰입해서 즐기는 겁니다. 그렇게 후반부로 갈수록 캐릭터와 더 견고하게 붙어버리는 거고요. 지금까지의 연기 인생을 되돌아보면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하세요? 기자들이 데뷔 35주년이다, 연기 경력 42년이다 이렇게 말하는데, 제가 그걸 세면 안 되죠. 그건 자꾸 뒤로 주저앉으려고 하는 거예요. 훗날에, 아주 나중에 죽기 전에나 한번 되돌아보는 거죠. 내가 왕년에 이랬지 하고 싶지 않아요. 그건 배우나 창작하는 사람이 가질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존경받는 예술가들을 보면 절대 그러지 않아요. 얼마 전에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보고 왔어요. 신구, 박근형 선생님 연기를 보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분들도 아직 하시는데, 저는 뭐 핏덩이죠.(웃음) 저는 앞으로도 하고 싶은 영화가 너무 많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의욕도 더 생기고요. 제 인생도 작품도 한정돼 있어요. 앞으로 제가 겪을 영화적 세상은, 지금까지 한 작품의 빙산의 일각도 안 됩니다. 이걸 다 못해보고 죽는 게 얼마나 아쉬워요? 그렇군요. 이미 많은 역할을 하셨지만, 혹시 도전해 보고 싶은 배역이 있다면요? 일단 멜로를 못해봐서 하고 싶습니다. 방금 한 답변을 파이란의 장쯔이 배우가 들으면 실망할 것 같습니다.(웃음) 아이, 얼굴도 못 봤잖아요. 얼굴도 보고 밥도 먹고 차도 마셔야 멜로죠. 그런 게 멜로면 다시 안 하죠.(웃음) 멜로는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건데. 과연 사랑이 뭘까요? 내가 저 사람을 사랑한다는 거 자체가 진짜 사랑일까요? 달달한 카페라테 같은 것이 사랑일까요? 이성 간의, 선남선녀의 사랑만이 사랑일까요? 또 사랑의 형태는 무엇일까요? 서로 공감하고 교감하는 냄새와 모양이 어떤 사랑의 형태로 표현될 수 있을까요? 수십만 갈래의 인간 감정을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저는 아직도 궁금한 게 너무 많습니다. 어찌 보면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겠죠. 그래서 하고 싶은 역할도 많습니다. 그런데 멜로 영화 시나리오가 안 들어오네요. 다들 뭐 하고 있는 건지.(웃음)
좋아하기 때문에 (나태주 지음, 김영사 펴냄, 252쪽, 1만7,800원) ‘풀꽃 시인’ 나태주 시인의 여든을 기념한 산문집. 시인을 꿈꾸던 소년 시절부터 아이들과 더불어 산 43년, 정년퇴임을 앞두고 급성 췌장암으로 투병했던 시절 등을 지나며.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진솔하게 담았다. 누군가를 탓할 때 쓰는 ‘때문에’ 앞에 ‘좋아하기’라는 말을 붙여보자. 불화는 줄고 가슴속에 생화가 필 것이다. 인생의 오후를 즐기는 최소한의 지혜 (아서 브룩스 지음, 비즈니스북스 펴냄, 340쪽, 1만7,500원) 노화로 성과가 떨어지는 시기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온다. 대부분의 고숙련 직종에서 쇠퇴기는 3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사이에 나타나고, 큰 성취를 경험한 사람일수록 이를 더 확연히 느낀다고 한다. 늙고 있음이 느껴질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저자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쌓아온 지식을 활용하는 능력인 ‘결정성 지능’을 활용해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초등 1·2학년 공부의 힘 문해력 수업 (백문식 지음, 그레출판사 펴냄, 232쪽, 1만6,800원) 기초 문해력은 조기에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래야 여러 교과내용을 배울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책은 초등학교 단계에서 기초가 되는 우리말과 글을 정확히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글 깨치기와 발음법, 문장과 단락으로 생각 나타내기, 말하기, 듣기 등 기본적인 글쓰기와 읽기 등으로 구성했다. 순서만 바꿔도 대입까지 해결되는 초등 영어 공부법 (윤이연 지음, 한국경제신문 펴냄, 312쪽, 1만8,500원) 성공적 입시 준비를 위한 영어 공부법을 담았다. 저자는 초등 영어의 키가 재미와 성취감에 있다며, 학생 스스로 재미를 느끼고 뿌듯함을 느낄 수 있도록, 영어 공부 순서를 바꿔보라고 제안한다. 그가 제안하는 방법은 단어 암기나 회화는 잠시 미뤄두고 단어 서너 개로 구성된 문장을 쓰고 틀리는 문장력 중심의 공부법이다. 집요한 과학자들의 우주 언박싱 (이지유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296쪽, 1만6,700원) 우주론의 발전과정을 4세대로 나누어 차근차근 설명한다. 각지에서 제각각 발전한 과학지식이 화학적으로 결합하지 못한 1세대 이론부터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등 최신 이론까지를 단계적으로 설명하고, 계보도를 제시해 각 세대의 과학자들과 그들의 공로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우주론의 핵심 개념과 과학자들의 이론을 쉽게 이해하도록 재치 있는 일러스트도 넣었다.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자존감 연습 (고지연 등 지음, 암에드림 펴냄, 284쪽, 1만6,700원) 자존감은 타인과의 비교 등을 통해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게 아니다.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받아들이며 사랑하는 감정이다. 그래서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 책은 다양한 상황에 놓인 그림책 주인공들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을 스스로 고민하며 성찰하도록 안내한다. 꾸준한 연습을 통해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평판 등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 강한 내면의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발표는 안 무서워 (김윤아 글, 토마스 그림, 책읽는곰 펴냄, 76쪽, 1만1,000원) 발표시간만 되면 괴로운 아이들의 괴로움에 공감하고 격려하는 이야기. 환경에 따라 몸 색깔을 바꾸는 특징을 가진 개구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내향적인 어린이의 마음을 알기 쉽게 풀어냈다. 발표보다 더 힘든 좌충우돌 발표 연습에 돌입한 주인공 도도는 과연 발표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까? 무례한 친구가 생겼어요 (크리스티나 퍼니발 글, 케이티 드와이어 그림, 이은경 번역, 리틀포레스트 펴냄, 48쪽, 1만6,700원) 이유 없이 자신을 미워하는 한 친구 때문에 괴로운 주인공 지니의 이야기를 통해 친구 사이에도 지켜야만 하는 ‘경계’가 있음을 알려준다. 무례한 친구에게 경계선을 긋는 것은 싸움이 아닌, 자신을 지키고 존중하기 위한 중요한 일임을 이야기로 풀어냈다. 친구와는 사이좋게 지내야만 한다는 강박에 속앓이 하는 아이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무능한 교사가 아닐까?” 4월은 3월 같지 않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학교 분위기도 활기차게 피어난다. 그러면서 수업하기는 조금씩 버거워진다. 조용하게 숨죽였던 3월 교실과 달리, 4월 수업에는 삐딱선을 타는 친구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는 탓이다. 선을 넘나드는 친구들과의 신경전과 기 싸움은 교사 감정노동의 끝판왕이다. 사춘기 아이들이 내지르는 말들이 가슴에 파고들 때도 많다. 무시하고 넘어가기에는 교사 권위가 무너질 듯하여 걱정이다. 그렇다고 깐깐하게 조목조목 따지기에는 어린 학생과 씨름하는 나 자신이 초라하게 여겨져 싫다. 아직 방학까지는 한참 남은 상황,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분노와 무력감이 수시로 가슴에 찾아든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는 무능한 교사가 아닐까? 가라앉는 생각은 교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절망에 이르기까지 한다. “이유 말고 목적을 보라” 이런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면,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lder, 1870~1937)의 조언에 귀 기울여 보시기 바란다. 아들러에게는 ‘용기를 주는 심리학자’라는 별명이 있다. 그에게는 닦달하지 않고도 사람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부드럽게 이끄는 재주가 있었다. 그의 성품과 능력을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있다. 어느 날 아들러는 아는 부인의 집에 초대받았다. 부인과 밖에서 차를 마시고 집에 들어선 순간, 집 안은 엉망진창이었다. 부인의 어린 아들이 장난감을 모조리 꺼내 거실 바닥에 늘어놓은 것이다. 당황한 부인이 아들을 야단치려 하자 아들러가 나서서 부인을 말렸다. 그러곤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장난감을 모두 꺼내서 펼쳐놓다니, 너 참 대단하구나. 아주 멋져! 그렇다면 이것들을 전부 모아 원래 있던 곳으로 가져갈 수 있니? 정말 기대되는데!” 그러자 아이는 신나서 정리를 시작했다. 아이는 혼나지 않았고, 부인은 화를 내지 않았으며, 거실 역시 순식간에 말끔해졌다. 아들러는 언제나 ‘이유 말고 목적을 보라’고 충고한다. “왜 아이가 장난감을 어지럽혔지?”라며 이유를 캐묻는 순간, 분위기는 책임을 따지고 혼내는 쪽으로 흘러간다. 문제는 이렇게 한다고 거실이 깔끔해지지 않을뿐더러, 아이가 잘못을 깨우친다는 보장도 없다는 점이다. 아이가 겁박에 질려 방을 치우더라도, 주눅 들어 자신을 ‘대책 없는 말썽꾸러기’로 여길 수도 있다. 그래서 아들러는 ‘어떻게 하면 거실을 다시 깨끗하게 할까?’, ‘아이가 스스로 정리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며 ‘목적’을 되새겼다. 생각이 목적으로 향할 때, 잘잘못을 따지는 마음은 수그러든다. 관심이 해법을 찾기 위해 미래의 대책으로 옮겨가는 까닭이다. 아들러가 나와 교실에 함께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이라면 나를 힘들게 하는 아이를 어떻게 대할까? 그는 사람에게는 ‘우월성 추구 욕망’이 있다고 말한다. 누구에게나 다른 이들에게 괜찮은 사람으로 여겨지고픈 바람이 있다는 뜻이다. 아들러는 아이에게서 인정과 칭찬받고 싶은 마음을 끌어내었다. 자기를 좋게 보고 칭찬해 주는 이에게는 절로 호감이 간다. 따라서 진짜 내가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애쓰게 된다. 반면 나만 보면 힘 들어간 눈썹으로 혀를 차는 자 앞에서는 표정이 뚝뚝하게 굳으며 차갑게 대하기 십상이다. 그러니 저 아이가 나를 왜 이렇게 대하는지 하는 ‘이유’부터 찾으려 하지 말라. ‘저 아이와 어떻게 잘 지낼까?’라는 ‘목적’을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분노는 2차 감정이다” 물론, 이렇게 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동안 당했던 일들의 기억, 촘촘히 쌓였던 감정이 솟구쳐 오르는 탓이다. 화를 누르고 문제의 아이를 부드럽고 친절하게 대하기가 쉽겠는가. 하지만 아들러는 분노는 ‘2차 감정’일뿐이라고 우리를 다독인다. 예컨대 “왜 맨날 늦어? 내가 그렇게 우스워?”라는 어머니의 야단 밑에는, “네가 늦으면 엄마가 너무 걱정되어서 안절부절못하게 돼. 그러니 일찍 와”라는 걱정하는 진심이 숨어 있다. 아이에 대한 나의 화남에도 다른 감정이 담겨있지 않을까? 수업에 진심인 내 마음을 몰라주는 데서 오는 섭섭함, 기대만큼 아이가 잘 따라오지 못하는 데서 오는 실망감, 계속되는 지도 실패로 흔들리는 교사로서의 자존감 등등, 나의 분노에도 다양한 ‘1차 감정’이 묻어있다. 화가 올라올 때마다, “나는 왜 화가 날까?”, “내가 진짜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를 헤아려 보라. “자기 방치는 아동학대만큼이나 잔인하다” 나의 진짜 심정이 무엇인지 헤아렸다면, 무엇보다 자신을 다독일 줄 알아야 한다. 자기 방치는 아동학대만큼이나 잔인하다. 힘들고 어려운 마음으로 따뜻하고 친절하게 학생들을 보듬기란 무척 힘들다. 내 영혼이 무너지고 있는데도 누군가를 챙기라며 자신을 밀어붙여야 하는 현실은 자기 학대에 가깝다. 교사는 남을 챙기기 전에 먼저, 나 자신부터 부드럽게 위로하며 챙길 줄 알아야 한다. 아들러는 무엇보다 ‘사적 감각(private sense)’에 휘둘리지 말라고 강조한다. 상처받은 상태에서는 자기 스스로에 대해 ‘모두’, ‘전혀’, ‘아무도’ 같은 극단적인 표현을 마구 내지르게 된다. “아이들은 모두 나를 싫어해!”, “내 이야기는 전혀 듣지 않아”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어”라는 식으로 자기를 형편없는 사람으로 몰고 간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실이 이럴 리는 없다. 만약 정말 그랬다면 당신은 교단에 서기 전에 이미 무너졌을 테다. 그대는 지금의 기분과는 달리 꽤 괜찮고 매력적인 사람이다. 천천히 가슴을 다독이며 사랑하는 가족, 나를 예뻐하는 분들, 밝게 웃으며 다가오는 친구들 얼굴을 떠올려 보라. 누구에게나 밝은 면과 어두운 부분이 있다. 불안하고 상처받은 마음은 자꾸만 어두운 면만 바라보려 한다. 이때마다 “그렇지 않아. 내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라고 외치며 가라앉는 자신을 위로해야 한다. 사적 감각에서 벗어나 자신의 빛과 어두움을 같이 바라보며 자기를 객관적으로 대하는 ‘공통 감각(common sense)’를 갖추라는 의미다. 이렇게 자신을 추스르는 능력이 있을 때야, 교사는 비로소 힘든 학생들을 제대로 돌볼 수 있다. 나아가 아들러는 우리에게 “평가하지 말고 용기를 주라”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만하면 괜찮네”, “너무 불쌍해” 등의 평가는 내가 상대가 어떤지 판단 내릴 만큼 높이 있음을 밑에 깔고 있다. 상대가 나보다 훌륭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할 때, 평가하는 말 자체가 삐딱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그래서 아들러는 ‘행위를 겨냥한 수평적 시선의 응원과 공감’을 권한다. “도움을 줘서 고마워요”, “즐겁게 하는 모습을 보니 선생님도 기분이 좋네”라는 말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사람에게는 우월성 추구 욕망이 있기 마련이다. 내가 상대를 괜찮은 사람으로 보고 있음을 알 때, 상대도 나의 기대에 걸맞은 좋은 사람으로 거듭나려 노력하는 법이다. “미움받아도 괜찮다” 안타깝게도, 아들러의 이 모든 조언이 4월의 선생님에게는 가슴으로 다가가지 않을 듯싶다. 사람이 어디 금방 바뀌던가. 내가 아무리 마음을 고쳐 잡고 노력해도, 아이들은 여전히 그대로다. 아니, 오히려 내가 친절해질수록 나를 더 막 대하는 듯도 싶다. 그래서 심정이 더 복잡해진다면, “이유 말고 목적을 보라”라는 아들러의 말을 다시 곱씹어 보셨으면 좋겠다. “나는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은가?”라며 교사 인생의 최종 목적을 되물어 보라는 뜻이다. 이때, 지금 나를 신산스럽게 하는 아이는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내가 마땅히 겪어야 할 성장 경험으로 자리매김할지도 모르겠다. 나아가 선생님에게는 교실에서 단호해져야 하는 상황도 많다. 아이가 선을 많이 넘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이럴 때 ‘미움받지 않음’이 교사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은 점이 아니라 선이다. 지금이라는 하나의 점에서는 내가 아이의 증오 대상일 수 있다. 그렇지만 성장이라는 긴 선으로 봤을 때, 지금의 미움받음은 치료에 이르는 마땅한 고통에 지나지 않는다. 아들러는 “미움받아도 괜찮다”라며 힘든 우리를 다독인다. 선생님인 우리는 언제나 선하고 바람직한 사람을 만든다는 ‘목적’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아들러는 이 목적을 이루는 데 있어, 옳고 그름의 잣대로 상황과 아이를 판단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절대적으로 옳거나 그른 교육방법이란 없다. 상황과 처지에 따라 ‘요긴하거나 그렇지 않은(useful or unuseful)’이 있을 뿐이다. 아이들이 들뜨기 시작하는 4월의 교실, 가르침이라는 고난의 행군이 본격화되는 시점이다. 아들러의 응원을 떠올리며 모두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
정년을 1년 앞둔 3월 첫 주 강의를 마쳤다. 30년 넘는 세월 동안 강의를 해 왔지만, 첫 주 강의는 언제나 설렘과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첫 주 수업을 3시간 빡빡하게 진행했지만, 다행히 학생들이 내 기대에 호응하여 열심히 임해주었다. 물론 내 착각일 수도 있지만 수업에 임하는 학생들의 자세와 드러난 반응은 그러했다. 2월 초에 강의계획을 제출하라는 대학의 연락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최근 몇 년간 해오던 강의계획서를 그대로 유지할까, 아니면 생성 AI 시대에 초점을 맞춰 강의계획을 크게 수정할까가 고민의 핵심이었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3학점짜리 ‘교육행정 및 교직실무’ 강의계획서는 총 32페이지로 이뤄져 있는 한 학기 수업설계도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강의계획서를 보면 강의를 재현할 수 있을 만큼 상세하게 만들어 놓았다. 생성 AI 시대의 학교·학급경영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 학기밖에 남지 않았으니 강의계획서를 완전히 바꾸기보다는 강의를 진행하면서 수정하고 싶은 내용을 반영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계획서를 보며 한 학기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계획서와 다르게 수업을 진행할 경우 혼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활활 타오르는 붉은 노을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고민을 멈추고 강의계획서를 대폭 수정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학기까지 첫 3주간 강의에 사용했던 책과 강의계획을 삭제하고, 그 대신 출판 중인 생성 AI 시대 최고의 교수법 중에서 필요한 부분을 활용하는 강의를 삽입했다. 그리고 각 주 별 학급경영 계획수립에는 모두 생성 AI를 활용하도록 내용을 수정하였다. 2월 중순에 완전히 수정된 강의계획서를 대학 학사시스템에 탑재하고, 곧바로 내 강의용 LMS인 ‘클래스팅’에 강의실을 개설한 후 강의계획서와 인사말을 올렸다. 강의 안내 동영상도 시청하도록 링크를 제공했다. 강의 시작 2주 전에 해당 학과대표 연락처를 받아, 전체 학생들에게 전달하라며 상세한 문자를 보냈다. 며칠 후 대표들에게 수업용 단톡방을 만들고 나를 초대하도록 요청한 후, 개설된 각 과의 단톡방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그렇게까지 연락을 했어도 단톡방에 초대된 학생들 숫자와 클래스팅에 가입한 학생 숫자를 비교해 보니 몇 명 차이가 있었다. 출석부와 대조하여 클래스팅에 가입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전화를 걸고, 전화를 받지 않는 학생에게는 문자를 보내 가입하도록 안내했다. 기한 이후에 가입하면 과제함을 볼 수 없으므로 가입 후 나에게 반드시 연락을 남겨야 한다는 당부도 했다. 출석부에는 이름이 올라 있지만 휴학을 했거나 수강을 포기한 학생들도 몇 명 있음을 파악했다. 이렇게까지 챙겼어도 빠진 학생이 있었다. 자신이 단톡방을 보지 않아 이제야 연락한다며 수업 이틀 전에 연락해 온 학생도 한 명 있었다. 그에게 제반 안내문을 다시 보내주었다. 시업 전 과제 제출기한인 3월 3일 일요일에는 전체 학생들에게 오늘이 과제 제출 마지막 날임을 알리는 단톡문자를 보냈다. 3월 3일 밤 11시, 확인해 보니 끝내 3명이 제출하지 않았다. 시업 전 과제를 제출하지 않은 학생들은 한 학기를 따라가기 힘든 경우가 많아 걱정되었다. 이 세 명에게 밤 11시에 문자를 보냈다. 문자를 보내고 다시 살피니 2명이 몇 분 늦게 제출했다. 1명은 제출하지 않았다. 그 학생은 첫 주 수업을 마친 후 다음 날까지 제출하도록 다시 연락을 취해 답을 받았다. 이들이 교사로서의 성실하고 열정적인 자세를 갖추고, 그러한 삶에 익숙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개학 전날 밤까지 마지막 점검을 하고 여느 때처럼 자정 무렵에 연구실을 나섰다. 화요일 아침 9시부터 수업이 있는 과 학생들에게는 3월 4일 월요일 밤 8시에 단톡방을 통해 문자를 보냈다. 한 학생이 몸살감기가 심해 병원 응급실을 가야 해서 첫 수업 참석이 어렵다는 문자를 강의 날 아침 일찍 보내왔다. 오후에 다른 과 수업에라도 참석하라고 했으나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한 학생은 일찍 출발했는데 평소보다 교통체증이 더 심해 조금 늦는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9시 정각에 미소 교환 출석법을 활용해 출석을 불렀다. 한 명씩 앞으로 나와 이번 학기 수업에 임하는 각오, 학기를 마친 후 어떤 모습의 예비교사로 성장해 있고 싶은지 등에 대해 30초 이내로 이야기하게 했다. 대표에게 동영상을 찍어 단톡방에 올리게 했다. 휴식 후 둘째 시간 시작 전에 단체사진도 찍어 공유했다. 강의계획 설명, 시업 전 과제 활용한 조별 토론, 스피드퀴즈, 관련 동영상 시청 등을 하며 세 시간을 알차게 보냈다. 다음 수업을 위한 여러 개의 과제를 안내해 주었는데, 그중 하나는 오늘 수업 소감을 2분 내외의 동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탑재하는 것이다. 강의 시작 전부터 시간·노력을 투자하며 소통하는 이유 요새 학생들은 재미있는 인터넷 게임, 유튜브·틱톡·인스타그램 등에 있는 다양한 동영상, 기타 재미있는 많은 활동 등 강한 외부자극에 익숙해져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스스로 선택한 것도 아닌 필수과목에 관심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공부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굳이 강의 시작 전부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지속적으로 학생들과 소통하는 이유는 수강하는 과목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학생들이 첫 수업에서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려면 사전 준비를 철저히 시켜야 한다. 얼굴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부과된 과제를 수행하도록 하려면 그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첫 수업을 충실하게 운영하지 않으면서 다음 수업부터 강하게 진행하려고 하면, 저항이 심해 원래 계획대로 끌고 가기가 어려웠다. 그동안 경험에 비춰볼 때 강의 시작 전 2주 동안 약간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한 학기 동안 수십 배의 시간 절약과 몇 배의 목표 달성으로 돌아왔다. 강의 시작 2주 전부터 쏟는 시간과 노력은 투자 효과를 따져볼 때 충분한 가치가 있다. 혹자는 모든 교수가 강의 시작 전부터 그렇게 괴롭히면 학생들이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걱정하기도 한다. 많은 교수가 그리하지는 않을 것이기에 그러한 걱정은 기우이다. 몇 명의 교수라도 이러한 시도를 하면 학생들의 학기 중 부담은 오히려 줄어든다. 학기 시작 전에 학생들이 투자한 시간과 노력을 반영하여, 교수 재량으로 봄 휴가 주일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면 학생들은 그 시간을 다른 과목 학습에 투자할 수 있다. 첫 주부터 시작해서 꼼꼼한 계획하에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성실한 태도로 학습에 임하도록 훈련하면 다음 학기부터 이들의 예비교사로서의 태도·생활습관·학습하는 자세가 바뀐다. 내 수업을 들은 과 학생과 그렇지 않은 과 학생들의 수업자세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동료교수들의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 교직에 근무하는 제자들도 동료교사들과 이야기하다가 내 수업을 듣지 못한 사람들이 상당히 아쉬워하더라는 이야기를 내게 전하곤 했다. 물론 내 앞에서 하는 입에 발린 소리였으리라. 30여 년간 해왔던 강의의 내용과 수업방식을 마지막 해까지도 보완해 가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키워낼 초등 예비교사들이 소명감과 실력, 그리고 강한 회복력을 가지고 학교 현장을 밝혀주길 바라는 마음 하나로 이 자리를 지켜왔다. 내 문화유전자를 전파하는 마지막 수업에 함께 하게 되어 영광이라는 어떤 학생의 첫 수업 수강 소감이 내 가슴에 여운으로 남아 있다.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수색초등학교. 지난 1935년 연희보통공립학교로 출발한 이래 내년이면 개교 90주년을 맞는다. 교문을 들어서자 수령 100년은 족히 돼 보이는 향나무들이 고풍스러운 멋을 더해준다. 학교를 상징하는 교목도 향나무다. 늘 푸르고 주변을 향기롭게 정화하는 향나무처럼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라고, 주변에 향기를 나눠 주는 올바른 사람으로 자라라는 뜻이 담겼다. 수색초는 일명 ‘아품초’다. 이 지역에 뉴타운이 조성되면서 학교도 새 단장했다. 산뜻한 외관과 쾌적한 실내는 갓 구워낸 빵처럼 신선하다. 교실로 들어가는 출입구 전광판엔 ‘인공지능 디지털 선도학교’, ‘미래융합형 수학교실 운영학교’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우리 학교는 미래를 준비하는 학교입니다. 작년부터 AI 교실과 수학교실을 개설해 운영하면서 학생들에게 미래 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고 있습니다.” 주락철 교장은 교육부가 선정한 디지털 선도학교 지정을 계기로 다양한 인공지능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 수색초 AI 교실에서는 1학기에 1~2학년은 알고리즘 기초와 햄스터로봇, 3~4학년은 인공지능과 마이크로 비트, 5~6학년은 팅커캐드와 3D 모델링 등 학년 특성에 맞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학교실에서는 지난해 1학기에 1·5·6학년, 2학기에 2~4학년을 대상으로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한 다양한 체험활동과 협력수업을 실시, 학생들의 수학적 사고력과 창의성을 높이는데 힘을 쏟았다. 학부모들은 “AI와 수학교실을 통해 학생들이 인공지능과 수학에 대한 흥미와 문제해결력, 논리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됐다”고 만족해했다. 인공지능 활용교육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5·6학년 학생들에게 노트북을 지급하고 수학과 영어교과에서 AI 코스웨어를 적용하고 있다. 코스웨어란 교과과정을 뜻하는 코스와 소프트웨어의 합성어로 컴퓨터를 활용한 교육과정 시스템을 말한다. 교육부가 2025년 AI 디지털교과서를 적용할 때 도입되는 코스웨어 기법을 한발 앞서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교장선생님과 함께하는 맨발학교 수색초는 또 ‘맨발학교’다. 운동장 한편에 자갈을 깔아 학생들이 맨발로 걸을 수 있게 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학교구성원들의 건강을 위해 맨발걷기를 강조하면서 수색초도 시설을 갖췄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교장선생님과 함께하는 맨발학교’라는 이름 아래 매일 아침 8시 20분부터 50분까지 30분 동안 운동장에서 맨발걷기를 한다. 주 교장은 “자연 속에서 맨발로 흙을 밟으며 걷는 활동은 올바른 자세와 균형감각을 길러주며 체내 면역력을 강화해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맨발걷기가 건강에 좋다는 소문에 학부모와 교직원들도 다수 참여한다. 그러다 보니 아침 걷기 시간이 학교구성원들 간 자연스러운 만남의 장소가 됐다. 맨발을 계기로 소통이 활발하다 보니 상호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그만큼 갈등은 사라졌다. 수색초가 민원 없는 학교가 될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이기도 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00여 명 정도가 참여했는데 올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학교 측은 보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즐기는 스포츠 활동은 이뿐 아니다. 수색초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음악 줄넘기 수업을 하면서 건강을 증진하고 씨름부를 만들어 민족의 전통 스포츠를 계승하고 있다. 특히 음력 5월 5일 단오를 맞아 씨름교실, 씨름놀이 아이디어대회, 수색 단오제 씨름대회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씨름교실에서는 3~6학년을 대상으로 씨름수업을 진행하며 샅바 매기와 씨름기술 등을 배운다. 씨름놀이 아이디어대회에서는 ‘잡초씨름’, ‘다리씨름’과 같은 기발한 기술들이 탄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창단된 수색초 국악관현악단 역시 전통 계승 활동에 한몫을 한다. 피리·태평소·가야금 등 다양한 악기들을 연주하는 관현악단은 전교생 앞에서 연주를 할 정도로 솜씨가 뛰어나다는 평이다. 국악관현악단 탄생에는 주 교장의 특기가 십분 발휘됐다. 사실 그는 서울에서 유명한 교사 풍물연구회 일원이었다. ‘훈장패’라는 이름의 이 연구회에서 장구를 담당했던 그는 여러 학교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던 실력파다. 지금도 시간이 날 때면 학생들에게 난타를 지도할 정도로 열정을 갖고 있다. 수색초의 전국노래자랑, 열린 물빛무대 학생 자치활동 또한 활발하다. 수색초의 자랑인 ‘열린 물빛무대’는 순전히 학생들의 힘만으로 운영된다. TV 장수 프로인 전국노래자랑처럼 학생들 누구나 참여해 자신의 솜씨를 뽐내는 무대다.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것은 물론 태권도 실력을 자랑하는 등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에게는 인기 최고의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12월 열린 무대에서는 무려 140명이 참가했다. 너무 신청자가 많아 예심을 거쳐 걸러낸 숫자가 이 정도라고 한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예체능 프로그램들은 인성교육에도 큰 도움이 된다. 실제 수색초는 학교폭력 없는 학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금은 강북의 손꼽히는 명문으로 자리매김했지만 한때는 기피학교였다. 낡은 시설에 학교구성원들도 의욕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주 교장이 부임하면서 에코그린 교육공간 조성을 시작으로 화장실·보건실·돌봄교실·급식실·교무실 등 학교시설 개선에 온 힘을 쏟았다. 외벽 공사부터 학교 주변 녹지조성까지 새롭게 탈바꿈했다. 이젠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는 세련된 학교로 변모했다. 사립보다 낫다는 입소문이 나자 학생들이 몰려왔다. 부임 당시 270명이던 전교생이 지금은 650명으로 늘었다. 학급수도 14학급에서 30학급으로 증가했다. 불과 2년 만의 기적이다. 올해 처음 시작한 늘봄학교에는 1학년 신입생 140명 중 120명이 신청했다. 퇴직 결심도 돌려세운 ‘믿음의 리더십’ 교사들 사이에서도 가고 싶은 학교가 된 것은 물론이다. 여기에는 주 교장의 ‘믿음의 리더십’도 한몫했다. 그는 매사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다. 교직원들이 소신껏 자신 있게 일처리를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되 책임은 자신이 진다고 했다. “사람이 일하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는 거죠. 그럴 때 질책하고 추궁하기보다 더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하는 것이 교장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그는 조직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면서 초임교사 시절 자신을 믿고 지지해 줬던 선배교사에게 큰 영향을 받아 지금도 좌우명처럼 마음에 새기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일까, 학교엔 늘 훈풍이 분다. 교직생활에 지쳐 명예퇴직을 결심했던 한 교사는 주 교장과 생활하면서 마음을 고쳐먹었다. 학교생활이 너무 재미있어 정년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했다. 주 교장은 “교사가 행복하면 아이들이 행복합니다. 그런 학교는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죠.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로 오래도록 기억되고 싶습니다”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지난해 국민적 관심이 주목되었던 교육활동 보호 관련 이슈들로 오랜 시간 국회에서 잠들어 있던 교육 법안들이 기지개를 켤 수 있게 되었다. 사회적 합의 속에 속도감 있게 법률의 개정 작업이 이루어졌고, 이에 ‘교권보호 4법’에 대한 개정이 이루어졌다. 교권보호 4법은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원지위법’)을 말한다. 이 중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개정 내용은 보호자에게 교육활동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는 등 다소 선언적인 부분이 많고, 교원에게 가장 와 닿을 실무적인 변경 부분은 「교원지위법」에 모여 있다. 법 시행일은 공포 후 6개월 뒤이고, 「교원지위법」의 개정은 2023.9.27. 이루어졌으므로, 사실상 이번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이번 호를 통해 핵심적인 변경 부분을 살펴보도록 하자. 학교교권보호위원회의 교육지원청 이관 이번 「교원지위법」 개정 부분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개별학교에서 운영하던 학교교권보호위원회가 교육지원청 지역교권보호위원회로 이관되는 점이다(「교원지위법」 제18조 제2항). 기존에 학교가 교권보호위원회와 관련하여 특히 어려움을 겪던 부분은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위해 필수적인 절차인 침해보호자에 대한 통지와 참석에 관한 부분이었다. 학교로 민원을 쏟아내며 피해교원을 힘들게 하는 침해보호자에게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통지하고 학교로 방문하게 하는 과정은 학교로서도 커다란 부담이었고, 그 과정에서 교권보호위원회 업무담당 교원에 대해 또 다른 침해행위가 이루어지는 사례도 있었다. 피해교원은 동료교원에게도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망설이게 되거나, 이로 인한 학교 내부의 갈등이 유발되기도 했다. 한편 침해학생이나 보호자가 교권보호위원회에서 결정된 조치에 대한 행정소송이나 행정심판과 같은 불복절차를 진행하여 학교가 이에 직접 대응해야 하는 것에도 커다란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불복에 대한 대응을 교육지원청이 담당하게 된다. 이번 「교원지위법」 개정으로 학교가 교권보호위원회와 관련된 행정적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점은 커다란 이점이라고 할 수 있고, 피해교원 또한 자신으로 인해 학교와 동료에게 피해가 갈까 걱정하던 마음을 덜 수 있게 되었다. 교육활동 침해유형의 구체화 기존 「교원지위법」은 교육활동침해에 대하여 형법상 처벌되는 상해나 폭행, 협박, 손괴, 성폭력 범죄, 온라인을 통한 불법 정보유통 등을 규정하고 있었다. 물론 교육부장관의 고시를 통해 교육활동 침해의 유형을 보다 확장하고 세분화하기는 하였으나, 그 유형이 제한적이고 현실에서 발생하는 피해들을 곧장 적용하기에는 모호함이 있는 사례들이 많았다. 특히 보호자가 담임선생님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무고성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일, 계속된 민원을 제기하여 괴롭히는 일 등이 대표적이다. 피해를 신고하거나 불편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는 것은 국민에게 기본적으로 인정되는 권리의 행사로 볼 여지가 있기에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행위로 판단할 수 있을지 애매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반영하여 개정된 「교원지위법」은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대하여 무고죄를 포함하고, 목적이 정당하지 아니한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행위, 교원의 법적의무가 아닌 일을 지속적으로 강요하는 행위를 새로운 유형으로 추가했다(「교원지위법」 제19조). 교육현장의 필요를 반영한 주요한 변경 부분이다. 침해보호자에 대한 조치 「교원지위법」은 부모 등 보호자에게 자녀의 교육에 관하여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학교는 그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규정한다(「교육기본법」 제13조). 그렇지만 보호자는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일 뿐, 학교에 소속된 사람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소속된 학생을 매개로 학교와 간접적인 관계를 맺는 사이이다. 문제는 이러한 이유로 기존 「교원지위법」은 침해행위자가 학생의 보호자일 때에 할 수 있는 조치를 정해두지 않고 있었다. 학교교권보호위원회는 보호자와 학교의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있지만, 이미 극단으로 치달은 갈등이 교권보호위원회 과정에서 조정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고, 극적으로 조정이 이루어져도 강제력이 있는 조치도 아니어서 보호자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이를 제재할 방법도 없었다. 작년 크게 보도된 교육활동 침해사건들이 대부분 보호자의 행동이었음을 고려하면 너무도 아쉬웠던 부분이다. 이에 개정된 「교원지위법」에서는 침해자가 학생의 보호자일 때에도 직접 침해보호자에게 조치를 내릴 수 있는 규정이 생겼다(「교원지위법」 제26조). 그러나 그 결정 가능한 조치의 내용이 서면사과 및 재발방지 서약, 특별교육 이수, 특별교육을 이수하지 않을 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규정에 그친다는 점을 보면 피해교원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겠다. 다만 이는 교육청이 침해보호자의 심각한 수준의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수사기관 고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으로 보완할 수 있어 보인다(「교원지위법」 제20조 제4항). 피해교원과 침해학생의 즉시 분리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는 피해학생 보호를 위하여 가해학생과의 즉시 분리에 관한 규정이 있다. 반면 기존 「교원지위법」에서는 이와 같은 규정이 없어서 침해학생을 분리할 수 없었고, 피해교원이 특별휴가를 통해 학생을 피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피해교원을 위한 올바른 보호수단이 아님은 물론이고, 피해교원의 부재로 같은 반에 소속된 다른 학생들까지 피해를 보게 되는 방법이다. 이에 개정 「교원지위법」에서는 원칙적으로 피해교원과 침해학생을 즉시 분리하게 하는 규정을 두었다(「교원지위법」 제20조 제2항). 이러한 규정의 내용만 놓고 보면 기존과 같이 피해교원이 침해학생을 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될 수 있지만, 같은 규정에서 ‘분리 조치된 가해자가 학생인 경우에는 별도의 교육방법을 마련·운영하여야 한다’라고 표현한 점에 따르면 분리의 대상이 학생일 수 있음은 명확해 보인다. 이에 따라 피해교원에 대한 즉각적인 보호가 가능해졌고, 불편함 없이 다른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도 생겼다. 그러나 침해학생의 분리방법에 관해서 개정된 「교원지위법」이 구체적인 방법을 열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걱정이 있다. 즉 학생의 출석을 중지시키는 것도 가능할지, 그 기간은 어떤 기준에 의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교원지위법 시행령」 역시 이러한 즉시 분리에 대해 결국 학교의 장이 결정하도록 정해질 것으로 보여 진다. 이 때문에 즉시 분리를 둘러싼 학교와 보호자의 갈등이 발생할 것이 우려된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교원 보호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행위가 아동학대로 신고 되어 교원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때는 교육감이 ‘정당한 학생생활지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게 되는 규정이 신설되었고(「교원지위법」 제17조), 이는 수사기관의 현재 수사과정에서도 추가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시행일 이전인 지금도 이미 적용되고 있다. 생판 남인 성인이라면 다른 사람의 비행을 모른 척 지나갈 수 있다. 식사시간이 되어도 식사를 안 하더라도 이에 대해 지적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심지어 신체적인 폭력이 일어난 상황이라도 싸움을 말릴 의무가 없다. 그런데 학생을 지도하고 안전을 지켜야 하는 학교는, 교사는 그럴 수가 없다. 그 과정에서 학생을 혼낼 수도, 식사하도록 훈육할 수도, 싸움을 말리기 위해 물리력을 동원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이처럼 학교 현장은 분명 특수성이 있는 공간이다. 그런데도 이러한 사정들이 그간 수사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고, 학생 지도를 위한 교원의 성실한 노력이 아동학대라고 판단되는 일도 상당히 존재했을 것이다. 이를 방지하고자 수사과정에서 교육현장에 대한 전문가인 교육청이 의견을 낼 수 있게 하는 규정이 새롭게 도입된 것이다. 이에 더하여 교원이 아동학대로 신고 된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직위해제 처분을 하여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신설하여 교원의 신분을 두텁게 보장하게 하였다(「교원지위법」 제6조 제3항).
교원의 의무위반에 대해서 행정상의 제재로서 징계를 부과하게 됩니다. 징계는 형사벌과는 별개로 이뤄지게 됩니다. 즉 형사사건이 진행되거나 형벌이 나오는 것과는 관계없이 교육청 또는 사립학교 법인에서 징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반대로 무혐의 처분이나 무죄 판결을 받는다고 할지라도 징계사유에 해당하면 징계를 할 수 있습니다. 징계는 교원의 의사에 반하여 불이익을 주는 처분인 만큼 법률로서 절차 등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징계업무 처리 절차 교원 징계절차 QA Q. 징계처분을 이미 한 사안과 관련해 추가적으로 비위 사실이 드러난 경우에 다시 징계할 수 있는지요? A. 징계처분을 한 후 사안과 관련해 새롭고 중대한 사실이 사후에 드러나는 경우에도 동일 사건에 대한 징계처분이 확정된 이상 이미 징계처분을 행한 사건으로는 다시 징계할 수 없습니다. Q. 교원의 징계시효는 어떻게 되나요? A. 징계사유 발생일로부터 3년을 경과한 때에는 징계시효가 완성돼 징계할 수 없습니다. 다만 금품 및 향응수수, 공금횡령, 유용의 경우에는 5년이며 성폭력범죄,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의 경우에는 10년이 징계시효입니다. Q. 징계의결이 요구된 징계사유가 아닌 사유로 징계위원회에서 징계의결을 할 수 있는지요? A. 징계위원회는 징계의결이 요구된 사유가 아닌 사유로 징계의결을 할 수 없습니다. 징계사유가 추가나 가중 변경된 경우에는 징계의결 등 요구서를 철회하고 다시 징계의결을 요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징계사유가 축소되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는 징계의결 요구권자가 징계위원회에 출석하거나 서면 의견 진술을 통해 철회 없이 징계양정 결정이 가능합니다. Q. 사립학교 교원징계위원회에 당해 학교 교원이 징계절차에 참여해야 하나요? 또 동일 학교법인 소속 다른 학교 교원이 징계위원으로 포함될 수 있는지요? A. 당해 학교 교원이 징계절차에 참여토록 한 것은 징계대상자의 자질이나 근무상황을 잘 알지 못하는 징계위원이 관여하게 되는 불합리함을 방지하고 절차의 적정성을 도모하려는 취지이므로, 타 학교 소속 교원이 포함되는 것은 적법하지 않습니다. Q. 법원에서 파면처분 취소 사유가 징계양정의 과다가 아닌 절차상의 하자인 경우에는 파면으로 재징계가 가능한지요? A. 원래의 징계처분이 취소된 이유가 단순히 절차상의 하자로 인한 것이라면 정당한 절차를 밟아 원래 처분내용대로 다시 파면으로 재징계의결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Q.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재판 종결 때까지 징계위원회의 의결을 보류할 수 있는지요? A. 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요구서가 접수되면 징계시효는 정지됩니다. 징계위원회는 징계의결요구서가 접수된 후 60일 이내에 징계의결을 하여야 하나, 부득이 형사상 재판 중일 경우 위원회의 의결로 비위 내용의 정확한 심의를 위해 일정기간(예: 1심 판결 시까지) 보류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Q. 징계위원회가 징계의결요구권자의 요구 양정수준과 관계없이 징계의결을 할 수 있는지요? 징계의결요구권자가 중징계 요구를 한 경우에라도 경징계할 수 있는지요? A. 징계의결 요구권자의 경징계·중징계 요구 의견은 참고사항이므로, 이에 기속 받지 않고 징계의결을 할 수 있습니다.
주제 : 행복을 담아서 일시 : 2024. 4.1(월) - 4.19(금) 장소 : 서초구립한우리정보문화센터(서초구 남부순환로340길15. B1갤러리활) 월 - 금 9-18시/ 토 9 - 12시(일요일과 공휴일 휴관) 문화지원팀 070-7209-2935 박세준 작가는 어릴적부터 동물원에 가는 것을 무척 좋아하였습니다. 동물원에 가면 사자, 호랑이, 기린, 코뿔소를 좋아하였으며, 이들과연못가에서 오랫동안 서 있었습니다. 이런 감성이 작가의 작품 속에도 반영되어 사자, 호랑이, 기린, 코뿔소, 물고기와 같은 많은 동물 친구들을 작가만의 표현방식으로 즐겁고 행복하게 그려냅니다. 간결하면서도 강렬하고 힘이 넘치는 작가의 작품 속에는 마음에서 솟아나는 기쁨과 행복과 사랑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런 작품이 탄생하는 과정에는 수많은 아픔을 이겨내야 했습니다. 특수교육 현장에서 만난 많은 부모는 자신의 가정에 장애 자녀가 생겼다는 것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하고 낙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DREAM IS NO WHERE" 이렇게 절망하는 부모들에게 '교육의 가능성'을 일깨우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그들이 자녀의 장애를 인정하고 가진 꿈과 재능을 꽃피우도록 돕는 일은 교사에게 주어진 사명으로 여겼습니다. 장애 자녀를 평생동안 돌봐야 하는 부모의 삶은 마라톤과 같이 힘들고 고단한 여정입니다. 교육현장에서 만난 장애인 가족들의 고민과 아픔 에 공감하며 '페이스 메이커'로 함께 달려 온 과정에서 열린 이같은 열매는 교육자로서의 보람된 삶의 체험이었기에 행복을 나누고자 합니다. 작품을 관람하시는 분들도 사랑과 행복과 평안함을 가득 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작가 약력 현) MEDIHEAL 매디힐 소속 작가 2009-2014"소리없는 울림전"(1회~6회) 세종문화회관, 국회 전시 2009 "제39회 세계 아동미술 교류전" 호암아트홀 전시 2010 초대 개인전 (갤러리 포유, 갤러리 아르케) 전시 제24회 지적장애인 사생대회 대상" 수상 2011 Korea Art Brut 책자에 작품 수록 발간 2014 제5회 장애인 희망키움 미술 경진대회 최우수상 수상 2015 제1회 국제융합예술전(한국,일본,중국,러시아)에 한국작가로 수상 전시 2023 강남세움복지관 주관 "아우름" 공모전 "장려상" 수상 제2회 청와대 춘추관 국민 속으로 어울림 속으로" 전시 청와대 헬기장 그곳에서 비로소 예술 "바람난 그림전" 전시 서울 추모공원 "인생의 봄" 전시 페인터스 드림 "세개의 감각 하나의 예술" 전시 강남세움복지관 주관 "언어 BE언어 존재하다" 전시 한국장애인 미술협회 주관 "그림 봄길전"과 2023년 미술협회전" 전시 디스에이블드 주관 "11월의 동물파티"와 "Merry Heartism" 전시
전국 17개 시·도교육감의 평균 재산은 20억 원 가량으로 집계됐다. 재산이 가장 많은 교육감은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이었으며, 김대중 전남도교육감은 재산이 가장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28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밝힌 주요 공직자의 ‘2024년 정기 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162억3370만 원을 재산으로 신고해 가장 많았다. 그 전해에 비해 36억5751만 원 증가한 금액이다. 이로서 강 교육감은 6년 연속 교육감 재산 1위를 기록했다. IT 기업가 출신으로 비상장 주식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강 교육감은 주식의 평가액이 늘어난 것이 재산 증식의 이유인 것으로 분석됐다. 강 교육감에 이어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46억9256만 원을 신고해 2위를 기록했다. 그 전해에 비해 260만 원 감소했다. 3위는 설동호 대전시교육감(18억752만 원)이 기록했으며, 그 뒤로는 윤건영 충북도교육감(15억3479만 원), 이정선 광주시교육감(14억5446만 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13억7918억 원), 천창수 울산시교육감(13억1137만 원), 김지철 충남도교육감(13억290만 원), 최교진 세종시교육감(10억137만 원) 순이었다. 하윤수 부산시교육감(9억3450만 원), 임종식 경북도교육감(9억5892만 원), 김광수 제주도교육감(7억9420만 원), 박종훈 경남도육감(6억408만 원). 신경호 강원도교육감(3억5849만 원), 도성훈 인천시교육감(3억4951만 원), 서거석 전북도교육감(2169만 원)은 10억 원 이하의 재산을 신고했고, 김대중 전남도교육감은 유일하게 재산이 적자(–4억4102만 원)라고 밝혔다. 17개 시·도교육감의 재산 평균은 20억1571만 원이었으며, 강은희 교육감을 제외한 16개 시·도교육감의 평균 재산은 10억2023만원이었다. 공개된 재산을 지난 해와 비교하면 10명의 교육감의 재산이 늘었으며 7명은 재산이 줄었다. 가장 많이 증가한 교육감은 강은희 교육감으로 36억5711만 원이다.
많이 닮았다. 교사라는 점이 같았고, 철학, 인문, 시에 관심이 많다는 점이 비슷했다. ‘아이는 아무 이유 없이 사랑받을 존재’라는 교육 철학이 통했다. 이름난 맛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맛보는 것보다 차라리 그 돈으로 전시회 티켓을 사는 게 낫다는 생각이 맞닿았다. 어쩜 이렇게 말이 잘 통할 수 있는지 스스로 신기해할 만큼. 45년생 나태주 시인, 그리고 95년생 김예원 교사(부산시교육청 소속)는 서로에게 둘도 없는 ‘친구’다. ‘오십 해의 간극’을 뛰어넘어 6년째 우정을 이어가는 중이다. 두 사람은 최근 에세이 ‘품으려 하니 모두가 꽃이었습니다’를 함께 펴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눴던 수많은 이야기 중에 김 교사에게 울림을 준 나태주 시인의 말을 골라 담았다. 사랑, 죽음, 사회생활, 인간관계 등 우리가 살면서 맞닥뜨리는 질문에 대한 답을 두 사람의 대화에서 구할 수 있다. 김 교사는 “취업 준비를 하고 직장에 첫발을 내딛는 과정에서 시인님이 해주신 많은 위로와 조언은 큰 힘이 됐다”며 “시인님에게 받았던 격려와 위로, 지혜를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팬레터 한 통에서 시작했다. 대학생일 때 나태주 시인의 시에 푹 빠져 감사 편지를 썼다. 영문학을 공부하면서 좋았던 영시 두 편도 동봉했다. 김 교사는 “문득 ‘많은 사람을 위로해 주는 시인님은 제대로 위로받고 계실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글을 좋아하는 분에게는 글이 가장 큰 위안일 것 같아 시를 보내 드렸다”고 전했다. “시 한 편은 번역본이 있었는데, 다른 한 편은 없었어요. 직접 번역하고 혹시라도 오역이 있을까 봐 한 줄, 한 줄, 저만의 설명을 달았어요. 그리고 크리스마스이브에 답장을 받았죠.” 이들의 대화에선 나이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상대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인정하고 수용한다. 서로 다른 생각도 대화를 이어가면서 중간 지점을 찾거나 상대를 존중한다. 김 교사는 “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임한 시인님은 어떨 땐 관리자의 관점에서, 때로는 동료 교사의 관점에서, 아빠의 관점에서 조언해주신다”고 귀띔했다. “첫 출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선배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지금까지도 큰 힘이 돼요. 일을 계속하다 보면 도저히 못 버티겠다 싶을 만큼 힘든 순간이 올 텐데, 그때 다른 사람들은 그런 순간을 어떻게 넘기는지 지켜보라고요. 어떤 어려움을 겪든 너의 편이 돼주는 사람이 한 명은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이었죠. 시인님께 여쭸어요. 정년까지 직장 생활하면서 힘들 때 시인님의 손을 잡아 준 사람이 있었는지를요.” 나태주 시인은 "있긴 했지만, 오래도록 그런 사람이 없었다"고 고백한다. 대신 시에 기대 견디고, 욕심내지 않으려 했다고. 김 교사는 그동안 배려심 많고 존경스러운 동료를 만나 감사함을 느끼면서도 이내 우리인생에서 홀로 서서 이겨내야 할 때가 훨씬 더 많다는 걸 깨닫는다. 나태주 시인이 말하는 ‘욕심내지 않기’는 이렇다. ‘더 나아가기 위한 특별한 과업을 하지 않는 거야. 예를 들어 내가 교장이었으니 특별한 교육청 사업을 하면 점수를 따고더 나아갈 수 있었어. 근데 그러지 않았어. 그저 교장 자리만 지켜냈어. 무리하게 욕심내지 않고 거기까지로 만족한 거지.’ 김 교사는 “너무 힘들 땐 잘하려고 하지 않고 오늘을 버텨보자고 생각했다”면서 “오늘을 버티고 넘기고 나면 일주일이 지났고, 또 잊히더라”라고 했다. 직장 일을 하면서 글을 쓰는 김 교사에게 주변에선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그는 말한다.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글을 쓰면서 풀고, 글 쓰는 과정에서 힘이 들면 다시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 에너지를받는다고.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의 선순환’이다. 김 교사는 “N잡러인 시인님도 때론 힘에 부쳐 보이지만, 모든 일 자체가 시인님에게 원동력이 돼주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권태감은 누구에게나 와요. 그럴 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환기를 시키고, ‘나한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해요. 즐겁게 이겨내려고 노력하죠. 시인님과 함께 세상에 꼭 필요한 책을 쓰자, 하면서 썼어요.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직장인, 진로를 고민하는 대학생, 가치관을 정립할 시기에 있는 청소년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 믿어요.”
신학기를 맞아 현장 교원들이 교육외 업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행정 지원 부족으로 CCTV, 정수기 관리, PC 및 스마트기기 관리, 몰래카메라 탐지, 학교 주변 유해환경 정비와 통학로 안전 점검, 교육복지 지원 업무 등을 여전히 맞고 있는 것은 물론, 새로운 정책, 입법 등으로 추가 업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교육지원청 소속 학교폭력전담조사관의 범죄 이력 조회를 일선 학교에 맡겨 혼란이 벌어진 데 이어 최근에는 경기도의회의 일회용품 관련 조례 개정으로 학교 일회용품 수량 파악에 교사들이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폭전담조사관 전력 조회 업무의 경우 교육지원청이 아동기관에 포함돼 있지 않은 법령 미비로 인해 학교가 업무를 떠맡게 되면서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관내 초·중학교가 관할경찰서에 각각 범죄 전력 조회를 의뢰해 경찰서로부터 볼멘소리를 듣기도 했다. 또 지난달 20일부터 시행된 ‘경기도교육청 일회용품 없는 학교만들기’ 조례로 인해 경기 도내 학교에서는 컵, 접시, 용기, 나무젓가락, 이쑤시개 등 12개 물품에 대한 일회용품 전수조사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조례에 따르면 전수조사를 매년 한 차례 조사해 공개해야 하는 강제조항으로 규정하고 있어 이 같은 일은 해마다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문을 접한 현장 교사들은 “행정편의적 탁상공론 발상에 어이가 없다”며 “제발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달라”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주훈지 경기교총 회장은 3일 해당 조례를 발의한 유호준 도의원(더불어민주당)을 만나 “조례의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교육활동에 필요한 1회용품의 경우 비품이 아닌 순교보재이기 때문에 실태조사에서 제외돼야 한다”며 “교사가 불필요한 행정으로 인해 자긍심과 사기를 잃지 않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지난해 한국교육정책연구소에 의뢰해 교원행정업무 경감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12월 18일 교원 행정업무 이관을 교육부 교섭에서 타결한 한국교총은 “본연의 교육활동에서 벗어난 과중한 행정업무는 교사를 학생에게서 멀어지게함은 물론 교사의 자긍심 마저 무너지게 하는 또다른 형태의 교권침해”라며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말로만 행정업무 경감이 아니라 교사가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한 업무 경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총이 제시한 이관 업무는 각종 교육활동 관련 인력 채용 계약업무, 환경개선 및 산업안전·보건 관련 업무로 원어민강사 출입국 사무소 관련 서류 작성, 각종 조회, 계약직 교원 관련 감사자료 보고, 공기질 측정, 정화조 및 쓰레기장 소독 등이 포함돼 있다. 여난실 교총 회장 직무대행은 “신학기 학생 파악과 상담, 교육 계획 수립에 여념이 없는 교사들은 행정업무와 교육청, 국회의 공문 폭탄, 지원 인력과의 갈등, 업무 떠넘기기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며 “제발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달라는 교사들의 요구에 교육 당국과 국회는 귀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봄이 시작될 즈음 마산의 구도심 창동의 인문학공동체에서 공선옥 작가를 만났습니다. 이곳에서는 매월 작가와의 밤 행사를 개최하여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책의 인상적인 부분을 낭독합니다. 전라도 담양에서 버스를 타고 따님과 함께 온 공선옥 작가는 그냥 옆집의 오지랖 넓은 언니였습니다. 저희가 읽은 작가의 책은 『선재의 노래』입니다. 아, 그날, 그날 아침은 다른 날과 똑같았다. 아침부터 더운 열기가 열어 둔 문 안으로 푹푹 들어왔다. 매미도 식전 댓바람부터 울어 댔다. “선재야, 인저 고만 인나. 오늘 학교가, 안가?” 여름 방학 첫날이라서 안 가는데도 “당근 가지이.” “당근 갖고 간다고?” “아니이, 당근 간다고오.” 거짓말을 하고 이불을 뒤집어쓴 채 웃었다. 웃기는 웃었지만, 재미있지는 않았다. 중략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그래서 그날 아침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그러나, 시간은 돌릴 수 없다. 그것은 영화같은 데서나 가능한 일이다. 만약에 시간을 돌렸다 해도 조금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으면 돌린 시간이 무슨 소용이리란 말인가. 시간이 정말 무서운 것이다. 한번 지나면 똑같은 시간은 절대로 다시 올 수 없기 때문이다. 되돌릴 수 없는 그날 아침, 나는 거짓말을 했다. 할머니가 다시 오지 못할 길을 가게 될 줄 까맣게 모르고. pp. 11~12 책을 읽는 내내 아득한 슬픔이 저를 어루만졌습니다. 제 기억 속에서 젊은 아버지를 떠나보내던 순간을 생각하였습니다. 슬픔은 또 다른 슬픔에게 안식을 준다고 하였습니다. 제 슬픔은 그 아이의 슬픔에 기대어 울었습니다. 열세 살 선재의 길을 따라갔고 그 아이와 함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공선옥 작가는 이 글의 주인공 선재처럼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을 겪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깊고 깊은 슬픔 속에서 선재의 이야기를 썼고, 선재는 작가의 등을 쐐애, 쐐애, 쓸어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선재의 슬픔에 기대어 울 수 있었고, 그 슬픔에 기대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났고, 꽃 피는 봄을 맞이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는 공연히 제 슬픔에 취해 눈물이 그렁그렁해졌고요. 저는 특히, 작가가 낭독하는 감칠맛 나는 사투리 부분이 참 좋았습니다. 우리를 향해 따뜻하게 등을 쓸어주시는 듯하였습니다. 선재 할머니의 따뜻한 말들이 민들레 씨앗처럼 날아다니는 밤이었습니다. 우리 독서모임회원들은 모두 공선옥 작가의 멋진 낭독에 반해버렸고, 담양으로의 문학기행을 의논하였습니다. ‘담양으로 가겠습니다. 그때 뵐게요.’ 작가의 손을 잡고 놓지 못하는 벗은 선재의 모습에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자신을 보았다고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슬프지만, 그 슬픔을 위로하며 다시 일어날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눈부신 벚꽃이 만개한 남쪽 지방에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연분홍 꽃잎이 비를 따라 떨어집니다. 꽃이 지는 것은 슬프지만, 우리는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해 그네들에게 손을 흔들며 아쉬운 작별을 고합니다. 저도 홀로 남은 선재에게 작별을 고합니다. 더 큰 성장으로 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선재의 노래』, 공선옥지음, 창비, 2023
한국교총이 희망사다리 교육운동 일환으로 다비치안경체인(회장 김인규)과 함께 벌이고 있는 장학안경 기증행사가 4일 대구효목초(교장 엄기웅)에서 진행됐다. 92회를 맞이한 기증행사에서는 대구효목초에서 추천한 50여 명의 학생이 시력검사를 받았으며, 다비치안경은 42명 학생에게 안경을 기증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는 학교 관계자 외에도 다비치 대구경북지부봉사단 20여 명이 동참했다. 양 단체는 앞으로도 기증행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광주교총(회장 손영완·사진 오른쪽 두번째)은 광주희망병원(대표원장 최승식)과 1일 광주희망병원 원장실에서 회원 복지혜택 증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무협약에 따라 광주교총 회원 및 가족이 진료 시 진료비 본인부담금 10% 할인 등 혜택을 받는다. 할인 미적용 시에는 일주일 이내 소급 적용도 가능하다. 손영완 회장은 “교총 회원 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을 위해 광주희망병원과 공동 노력키로 했다”며 많은 이용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