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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기간제 여교사에게 차심부름을 강요했다’며 전교조로부터 협박과 사과요구에 시달리다 자살한 故 서승목 전 교장(충남예산보성초) 3주기 추모식이 1일 충남 예산군 신양면 신양리 고인 묘소에서 있었다. 이날 추모식에는 윤종건 한국교총회장, 이희두 충남교총회장, 고인의 장남 서정현 공군대위를 비롯 충남 지역 교원 150여명이 참석 고인의 뜻을 기렸다. 윤종건 교총회장은 추모사에서 “분열된 교단을 하나로 통합하고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신뢰를 회복해 고인의 숭고한 뜻을 이루어내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자”며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또 “교원간의 갈등과 반목이 그치지 않고, 학부모가 교사에게 폭언을 하는 등 심각한 교권침해가 비일비재 일어나고 있지만 민족의 미래, 인류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우리의 소명을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추모식은 최근 전교조 소속 교사가 같은 학교에 근무하던 기간제 여교사를 성폭행한 사건이 사회문제화되고 전교조의 비도덕성을 비판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거행돼 참석자들은 더욱 애통해 하는 분위기였다. 한 참석자는 “전교조가 차 심부름을 시켰다는 기간제교사의 말만 듣고 서 교장선생님을 ‘인권문제’로 비화시켜 괴롭히고 결국에는 자살케 하더니, 꼭 3년 뒤에 자기네 소속 교사가 기간제 교사를 성폭행한 사건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일이라며 어물쩡 넘어가려는 태도를 보였을 때는 분노를 느꼈다”며 소리를 높였다. 전교조 교사의 성폭행 사건이 처음 알려지자 많은 네티즌들은 전교조 홈페이지에 故 서교장 사건과 성폭행 사건을 비교하며 전교조의 행태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었다. 故 서 교장은 ‘기간제 여교사에게 차심부름을 강요했고, 전교조 비하발언을 했다’고 전교조가 주장하며 사과를 요구해오자 지난 2003년 4월 4일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사회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주었었다. 강병구
지난달 30일에 있었던 수석교사제도입을 위한 정책포럼은 교육전문가, 교사, 학부모, 연구위원 등 각계 대표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려 다양한 논의를 하였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그동안의 선언적인 수석교사제 도입주장에서 상당히 구체적으로 발전된 발전적인 논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언론에서도 이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는 것은 기존의 방안추진에서 진일보했다고 본다. 어차피 교원승진제도 개선방안이 깊이있게 검토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이와 맞물려 교단교사우대를 위한 수석교사제 도입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교원승진제도 개선이 교장임용방식의 개선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모든 교사가 교장, 교감이 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교장이라고 해야 한 학교당 1명이 전부이고, 교감도 대도시 일부의대규모 학교 외에는 1명이 고작이다. 이렇게 일부만이 교장, 교감이 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그들이 수업을 잘해서 교장, 교감이 되었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다만 현행 승진제도를 잘 활용한 교원들일 뿐이다. 나머지 교사들은 자의든 타의든 승진을 위해 노력해오다 실패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처음부터 승진의지가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많은 교사들은 승진보다는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고 가르치는 일에 몰두할 뿐이다. 이들이 가진 수업전문성을 살려주어 다른 교사들에게도 전수해 줄 수 있는 공식적인 기회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이 수석교사제 도입의 취지이다. 단순히 승진을 하지 못한 교사들을 구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면 곤란하다. 자칫 교사들이 자신들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방안만을 찾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20년전부터 수석교사제 도입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상당히 구체적인 안이 나오기도 했으나 그때마다 여건부족등을 이유로 무산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의 분위기는 이전의 분위기와는 다른점이 많다. 교직사회에서 이의 도입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실행방안까지 제시되고 있다. 당장 도입해도 무리없이 운영될 수 있을 만큼 모든 여건이 성숙된 것이다. 현장의 교원들도 여기에 상당히 공감하고 있으며 그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승진제도 개선문제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시행은 하지 않았지만 검증이 거의 완료된 제도가 수석교사제라는 것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교사의 꽃인 것이다. 교장, 교감의 역할과는 구분이 되는 즉 교수능력이 우수하고 학생지도 능력이 우수한 교사들에게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 수석교사이다. 아무나 수석교사가 될 수 없으며 누가 보아도 인정받는 교사만이 수석교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그동안 벌여온 논란을 이제는 더이상 확대시키지 말아야 한다. 일부 논란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 제도 도입 자체는 분명 교육의 질을 높일 것이며, 교원의 전문성향상에도 많은 영향을 줄 것이다. 이제는 좀더 공론화시켜야 한다. 지금도 어느정도 분위기는 형성되었다. 앞으로는 이를 좀더 발전시켜 공론화 시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런것이 바로 교육개혁인 것이다. 또하나 공론화와 함께 정부의 의지가 필요하다. 예산문제, 여건문제는 정부에서 어떤 결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 의지만 있다면 예산문제등은 쉽게 해결될 문제이다. 수석교사제 도입은 우리나라 교육에 큰 획을 긋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그동안 교육정책수립에서 수석교사제만큼 오랫동안 검토되고 논의된 적이 없다. 이제 기본방침은 정해졌다. 정부의 확실한 지원이 따라야 한다. 정부의 의지가 확고히 세워져야 할 것이며 교사들 역시 이 제도 도입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1996년 봄, 새로 이사를 온 아이들이 날마다 전학을 오는 시기여서 여간 바쁘지 않았다. 물론 담당 선생님이 계시지만, 하루에도 수십 명씩이 전학을 오는 시기이어서, 수업시간에도 찾아오는 아이들이 많으니 수업시간에는 일단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안내는 교감이 할 수밖에 없었다. 전학생들을 모아 놓고 간단히 학교 소개를 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려 댄다. "감사합니다. 용정초등학교 교무실입니다." "여기 0단지 00아파트인대요." "네 부형님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말씀하십시오 교감입니다." "아, 교감선생님이시군요. 마침 잘 되었습니다." "저한테 무슨 할 말씀이 있으셨나 보네요?" "네, 교감 선생님. 저 우리 학교에는 아파트 아이들도 있고 단독주택에 사는 아이들도 있는데요." "네, 단독 주택에 사는 아이들은 몇 명이 되지는 않죠." "교감 선생님, 우리 학교에서는 아파트 사는 아이들과 단독주택에 사는 아이들을 따로 가르칠 수는 없는 거예요?" "따로 가르치다니요? 무슨 이유가 있습니까?" "예, 당연히 있죠. 아무래도 단독주택의 아이들은 수준이 떨어지지 않아요." "수준이 떨어진다는 말은......?" "생활 수준이 다르니까 여러 가지로 수준이 떨어지죠."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죠?" "아파트 아이들과 단독주택의 아이들을 따로 가르쳤으면 좋겠어요." "따로라면..........?" "다른 학교로 보내달라는 말이지요." "그렇게 수준이 다를까요? 그리고 수준이 다르다고 다른 학교로 보내야 합니까?" "당연하죠? 그런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되니까요." "그 아이들이 그렇게 나쁜 아이들인가요?" "나쁜 게 아니라 수준이 떨어지니까요." "그럼 꼭 그렇게 다른 학교로 보내야 하겠습니까?"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부형님. 문제가 좀 생겼는데요?" "무슨 문젠데요?" "우리 나라 교육법의 어디에도 그렇게 따로 가르치도록 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단독 주택에서 알면 섭섭해하지 않을까요?" "그럴지도 모르지만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는 그렇게 해주면 좋겠어요." " 부형님, 그렇게 귀한 아파트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감인 저도 단독주택에 살거든요. 그렇다면 먼저 저부터 다른 학교로 가야 할 것이 아니겠어요. 그런데 어쩌지요." "어머 죄송해요." "짤깍." 이렇게 전화는 그치고 말았다. 대단히 죄송스런 이야기지만 이 아파트는 우리 학교의 학구 안에 있는 단독주택단지 하나와 아파트 단지 세 개중에서 가장 평수가 작은 아파트이었다. 또한 이 아파트지역은 고양시에서 그 당시까지만 하여도 가장 늦게 개발된 마지막 단지로 별로 인기도 없고, 소위 막차를 탄 비교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든 곳이었다. 그 중에서 가장 작은 아파트에 사시는 부형님께서 이런 생각을 한다면 아마도 그 곱절도 더 큰 68평에서 70평대에 사는 사람들은 어디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기나 하겠는가 싶어서 아주 걱정이 되었다.
입시에 찌든 아이들에게 그나마 학교에서 그들의 장기와 특기를 마음껏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이 다름 아닌 계발활동 시간이다. 하지만 정규수업 시간에 밀려 갈수록 그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토요 휴무제가 시작된 이후부터는 줄어드는 수업시수의 제일 타겟이 되고 말았다. 특히 고등학교에서는 이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정규수업 시수는 과도하게 짜 놓고, 여타 학생들의 활동인 행사나 계발활동은 가외로 잡아 놓는 경우가 많다. 정규수업 시간은 줄일 수 없다는 것이 대부분의 학교에서의 방침이다. 계발활동은 하지 않나요? 이는 학년이나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심화되는 형편에 있다. 특히 고3 학생들은 계발활동이라는 것 자체가 시간표상에만 잡혀 있을 뿐이지 정작 그 시간에 자율학습이나 대개 보충수업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을 그저 아이들은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다. “선생님, 우리학교에는 계발활동 하지 않나요. 한달이 다 지나가는데, 아직 계발활동을 한 시간도 하지 않는데, 혹시 계발활동을 이름만 있고 실제 하지 않나요?” “그럴 리가 있나. 아마 여러 가지 행사나 정규교과 시간 때문에 부득이하게 밀렸거나 연기되었을거야.” “그래도, 정규교과 시간은 중요하고 계발활동은 중요하지 않나요.” “하긴 그렇긴 하네….” 신입생이라 아직 학교의 사정을 모른다 해도 제법 이야기 하는 모습이 다부져 보여 한편으론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조금만 지나보면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거니 싶어 그냥 답을 회피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 아이가 한 이야기가 틀리지 않았다 싶어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이 운영이 가져 온 모습에 씁쓸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입시위주의 교육과정으로 멍든 우리 교육 현실 그 아이의 말이 자꾸만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런 작은 시골 학교에서도 입시위주의 교육과정 때문에 파행을 겪고 있는데, 대도시의 일명 입시 명문 학교들은 상황이 어떨지 불 보듯 뻔할 일이었다. “대체 이 놈의 교육과정을 꼭 정규교과목 위주로만 꼭 편성해야 합니까, 정말로 아이들이 학교에서나마 특기나 적성을 마음껏 펼쳐 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어요. 계발활동이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데….” “대한민국의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다들 알면서도 그냥 쉬쉬하고 넘어가는 것 아니겠어. 정말로 입시 위주의 체제만 아니면, 학교를 바꿀 수 있을 건데.” “특히 휴무 토요일이 생기면서 정규교과 시간은 그대로 놓아둔 채 계발활동 시간 등을 줄이니 아이들의 볼멘 소리가 나올만도 하지요.” 선생님들도 다들 문제점은 인식하면서도 입시위주의 교과 편성이 부득이하다는 태도가 대부분이었다. 즉 교과위주의 정규 교과시간이 우선이지 여타 학생들의 특기나 적성, 그리고 여타 활동에 치중해서는 곤란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휴무 토요일이 시행되면서 정규 교과시간은 줄이지 않은 채 할 수 없이 토요일에 들어 있던 교과시간이 여타 요일로 오면서 기타의 학생활동 시간이 줄 수밖에 없는 교육 정책상의 문제점을 꼬집기도 했다. 정말로 우리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뭘까! 하지만 한달에 기껏해야 한 번 정도 돌아오는 계발활동 시간을 위해 부득이하게 계발활동 반을 편성해야 한다. 대다수의 아이들은 공부 이외의 활동에 관심을 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부득이하게 그런 아이들의 관심과 흥미를 무조건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도 학교 사정에 따라 생긴다. 최근 입시에서 논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본교와 같은 시골학교에서도 논술바람이 서서히 불고 있다. 특히 몇몇 우수한 아이들을 일류 대학에 보내고자 하는 열망이 학부모들과 교사들, 나아가 지역에서조차 거세게 부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본교에서도 논술반을 개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말이 논술반이지 실제 아이들의 입시 위주와 관련된 글쓰기 지도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작 개설된 반에는 정작 와서 논술지도를 받아야 할 아이는 오지 않는 일이 생기게 되었다. 부득이하게 아이를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 “○○아, 왜 논술반에 들어오지 않고 축구반에 지원했니?”“선생님도, 축구가 재미있고 아이들과 어울려 뛰어 놀어 싶어서 축구반에 들었는데, 혹시 제가 뭐 잘못이라고 했나요?” “아니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네가 앞으로 좀더 나은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축구반보다는 논술반에 와서 일찍 논술 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하는 말이다.” “선생님 말씀은 알겠어요. 한 번 고민해 볼께요.” 교사로서 아이에게 마치 강요 아닌 강요를 하는 듯 싶어 얼굴이 붉어지기까지 했다. 교사의 양심으로 진정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 지도 혼란스러웠다. 내심 교사로서 그 아이에게 거는 나의 욕심이 지나치지 않았나 싶기도 했다. 또한 그 아이의 부모와 학교, 그리고 지역사회가 거는 기대를 저버릴 수 만도 없었다. 그러나 정작 그 아이의 생각와 의견은 한 번도 물어보지 않고 교사인 나만의 생각으로 아이에게 축구반보다는 논술반에 들어오라고 강요 아닌 강요를 했던 것이다. 정말로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아이들의 자리에서 이해하고 바라보겠다던 애초의 마음은 사라지고, 어느덧 입시위주의 교육현실속으로 매몰되어 가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정말로 제대로 된 교사의 자리가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새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교원평가제를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보겠다."는 장혜옥 전교조위원장의 발언으로 '교원평가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교원평가제는 반드시 실시돼야 한다. 실시를 하되 학생들이 평가하게 해야한다. 지금 시범 실시 중인 학생, 학부모, 교원 등이 평가하는 방식은 문제가 많다. 우선, 교원 상호간의 평가는 학교 조직의 체계상 냉정한 평가를 할 수 없다. 주고받는 온정적인 평가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의 평가도 마찬가지다. 일년에 한두 번 하는 공개 수업 참관과 대면 접촉, 그리고 떠도는 소문에 의존해서 해당 교사를 평가해야하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학생에 의한 평가는 비교적 정확한 편이다. 초등학교 4학년생 이상의 판단력이면 충분하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교사들과 대면 접촉을 해야하는 학생들 입장에선 어느 선생님이 실력이 있고, 수업을 잘 하고, 또 인간적이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렇게 얘기하면 혹자는 학생들의 미성숙함을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기를 가르치는 선생님을 오판할 정도로 미성숙하진 않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안다. 어떤 선생님이 훌륭한 분인지를 말이다. 이미 교원평가는 학교가 생긴 이래 존속해 왔다. 우리의 학창 시절을 생각해 보라. 아니 졸업한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를 가르쳤던 선생님들에 대한 평가는 계속되고 있지 않은가. 우리학교는 올해부터 실질적인 교원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바로 '무학년제 선택형 보충수업'이 그것이다. 보충수업에 한에 학년에 구애 없이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선생님을 지명해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여기에는 어떤 외부적인 압력도 없다. 인터넷으로 학생 각자가 원하는 선생님을 클릭하면 그만이다. 학생들이 선택하지 않은 강좌는 곧바로 폐강되고 만다. 온정주의는 통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평가는 이처럼 이성적이다. 평소 친절하게 잘 대해줘도 수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선택을 하지 않는다. 반면 엄하고 무섭게 대해도 수업을 잘 하면 아이들은 몰려든다. 요즘 아이들의 이성은 이처럼 냉정하다. 이러니 교사들이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밤새워 교재 연구를 하고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수업을 할까 노심초사한다. 신선한 자극과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훌륭한 교사는 살아남고 무능한 교사는 사라지는 현실이 바야흐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정부가 바라는 바요, 교원평가를 시행하려는 가장 큰 목적이 아닌가.
최근 일본은 특유의 이율배반적인 양면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며칠 전 日문부과학성은 한류 톱스타 배용준과 최지우를 내년도 고등학교 교과서에 싣는다고 발표했다. 고1 지리교과서에 이들 연예인들은 '급속하게 가까워진 한일관계'라는 단원에서 한류 열풍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소개됐다. 그러나 이런 일본 정부가 다른 한편에서는 이른바 ‘교과서 지침’을 통하여 고등학교 사회교과서에 '독도=일본 땅'이라는 내용을 명기토록 하는 명백한 역사왜곡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일본이 아무리 한류스타를 앞세워 '급속하게 가까워진 한일관계'를 외친다 해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문제로 교육적 차원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 반면 교총이나 시민단체 등 많은 국민들이 촉구하는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은 좀더 신중하게 심사숙고 할 것을 촉구한다. 그것은 일본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의 전통적인 선린우호를 해치고 정치 외교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분란을 일으키는 저의를 바로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계속되는 독도 영유권 분쟁 유도는 다름 아닌 우리나라 국민의 애국심을 자극하여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불순한 저의가 깔려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일본의 이번 조치에 우리 정부와 국민들이 무분별하게 대대적으로 맞대응할 경우 실질적으로 우리나라가 지배하고 있는 땅 독도를 '국제 분쟁지역'화 하여 국제 문제로 끌어들여 국제사법재판소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속셈이며 따라서 앞으로 가면 갈수록 이러한 역사 왜곡이나 독도 영유권 주장은 그 강도가 더 심해질 것이 뻔하다. 지리부도, 해상지도, 고문서 등 우리나라와 일본에 독도에 관한 역사적 사료가 많다는 사실은 일본도 모를 리 없다.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런 주장을 하는 의도는 역사적 사료나 주변국의 동향에는 신경을 쓰지 않으면서 대외적으로 힘을 과시하겠다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만큼 태평양전쟁 미화, 독도영유권 주장, 동해의 표기 왜곡 등 그들이 자행하고 있는 일련의 역사왜곡은 그 뿌리가 워낙 깊어 처방도 쉽지 않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독도 수비용 군함이나 비행대대를 창설하자는 방안이나 공식적으로 독도위원회를 두어 대응하자는 등의 방안은 일본의 우익단체와 어민들을 더욱 자극하여 결국은 일본 정부가 공식적인 대응을 확대할 빌미를 줄 수 있다. 즉 감정적이고 전시효과적으로 해군력을 증강하면 오히려 일본은 이를 빌미로 우리보다 더 많은 전력을 증강해서 결국 우리는 전력적으로 더 큰 격차로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한·일간에 있어서 독도 문제는 전략적으로 서로 간에 양보할 수 없는 문제로써 일본 또한 결코 독도를 포기할 수가 없는 것으로써 바로 군사대국화를 겨냥한 사전 전략적 포석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건에 대하여 우리 정부가 "감정적으로 대응해 독도 문제를 이슈화하는 건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 내 보수 세력의 노림수에 이용될 수도 있어 확고하면서도 절제된 방식으로 대응하겠다”고 한 내부방침은 올바른 판단이라고 본다. 일단 우리 국민들이 아무리 광분할 지라도 정부 차원에서는 일본의 거동을 예의주시하면서 국가간 공식적인 항의문과 수정요구서를 전달하고 냉정하면서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일본이 동해를 ‘일본해’로 부른다 해서 일본의 영해가 되는 것이 아니듯 아무리 독도를 ‘다케시마’로 부르며 ‘국제 분쟁지역’화 하려해도 현행법상 양국가가 제소에 동의하지 않는 한 분쟁지역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에 지난 31일 교총에서 주관한 일본대사관 앞에서의 항의서한 전달과 기자회견 등과 같이 교원, 역사학자, 시민 등 범사회단체가 범국민적으로 연대하여 대처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무엇보다도 초․중․고등학교에서 독도 분쟁이나 교과서 왜곡 등과 관련한 역사교육과 애국심 함양 교육을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독도문제, 우리 국민은 단결하여 강력하게 정부는 냉정하게 대처하자. 그리고 다시는 섣불리 망언하지 못하도록 국력을 기르자.
영어교사 직무연수 체제가 현행 단기연수에서 최대 6개월 과정의 집중연수로 전환 될 예정이다. 또 영어수업능력을 갖춘 교원 양성을 위해 영어교사양성프로그램인증제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은 29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교대·사대 총(학)장 등 교원양성기관장과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김 부총리는 “학생들의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영어교육 인프라 확보와 교사양성 및 선발이 중요하다”며 “현재 영문학(30%) 위주의 사범대학 영어교육과정을 영어교육(56%) 위주로 바꾸고 양성프로그램의 공인인증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총리는 “현행 직무연수 자율이수를 권장할 만한 제도적 기제가 부족해 최근 3년간 직무연수 미이수자가 초등 31%, 중등 44%에 이른다”며 “직무연수 활성화와 장기 집중 연수 시스템을 통해 ‘영어로 수업하는 영어교사’를 양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교원양성 및 연수와 관련해 부총리는 “리더십 문제해결 중심의 교장·교감 자격연수강화와 직무연수이수권장학점제, 우수교원 연구기관 겸임강사제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교육현안과 관련해 김 부총리는 “방과 후 학교는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아이디어로 인수위 때부터 관심을 가져온 사안”이라고 소개하고 “학원연합회나 일부 진보적 교원단체의 반대가 있지만 지역 교육대나 사범대가 나서 방과 후 학교가 지역의 교육, 문화, 복지, 의사소통의 허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같은 교육부 계획에 대해 교대 총장 및 사범대 학장들은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후속정책과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며 “추진하는 정책이 의도된 방향으로 현실화 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달라”고 건의했다.
김영철 |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연구본부장 학제 개편 논의의 배경 현행 학제가 개편되어야 할 필요성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주로 제기되고 있다. 첫째, 우리나라는 현행 학제가 수립된 1951년 이후 지난 60년 간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고, 교육의 철학, 내용, 방법, 경영방식 등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지만, 학제 개편은 거의 이루어지질 않았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 학생 인구는 학교급을 막론하고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초·중등교육의 일반화에 이어 고등교육도 대중화 단계를 넘어 보편화되었다. 특히 대학교육 취학률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10%에도 못 미치는 소수의 엘리트 교육으로 인식되었지만, 현재는 대학진학률이 80%가 넘는 대중교육으로 성격이 변모되었다. 이와 같은 각급 학교의 성격 변화는 필연적으로 과거와 다른 교육이념과 교육 운영 방식을 요구하게 된다. 둘째, 21세기 지식기반사회는 현행 학제의 근본적인 변혁을 포함하는 새로운 교육체제를 요구하고 있다. 다양한 인력 수요의 증대, 국민의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교육 기대 수준 향상 및 질 높은 교육 요구,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교육의 기회균등 보장 요구, 학교 선택권 주장 등과 같은 최근의 사회·경제적 요구 및 교육적 필요 등에 부응하기 위해 학제 개편의 불가피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식기반산업의 비중이 급속히 증대하는 지식기반사회가 전개되면서, 산업구조가 급속히 고도화되고, 새로운 직업이 창출됨에 따라 지식근로자(knowledge workers)가 증가하게 될 것이다. 지식기반사회의 전개로 인적자원개발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학교교육 전반에서 창의적 능력을 개발하는 교육이 더욱 중시되어야 할 것이고, 직업기술교육도 지식기반경제에서 요구하는 교육제도 및 교육내용으로 전면 개편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인구구조는 최근의 출산율 저조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되면서 학령인구가 급속히 감소하는데 비해, 고령인구는 급속히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2020년대 초등학교 취학인구는 베이비붐 시기의 1/4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학력인구의 급속한 감소는 부모들의 자녀교육에 대한 기대 수준을 높이고, 동시에 양질의 교육을 요구하게 될 것이며, 고령인구의 급증은 노인 인구 층에서의 평생교육 수요를 증대시킬 것이다. 셋째, 최근 취학전 교육과 평생교육 등이 강조되면서 학제의 범주가 확장되고 있다. 평생학습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비추어, 지금까지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육 등과 같은 학교교육 중심으로만 이루어진 교육 논의가 평생교육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학교교육만을 염두에 두면서 사용해 온 ‘학교제도’(school system, school ladder system)라는 개념도 학교교육과 평생교육 등을 망라하는 ‘넓은 의미의 교육제도’(educational system)라는 개념으로 재정립하여 교육제도 전반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취학전 교육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면서 취학 전 교육 기회를 확대함과 동시에 유아교육을 공교육체제로 흡수하고, 이를 의무교육화해야 한다는 정책이 취해지고 있다. 이처럼 취학전 교육이 공교육체제로 흡수되면서 현재 유치원과 보육시설로 이원화된 취학전 교육을 유아학교 등으로 일원화하고, 취학전 교육과 초등학교 교육내용을 유기적으로 연계시킬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넷째, 현행 학제가 단선형 구조의 민주적인 학제라고는 하지만, 한국인의 문화적 전통과 교육열을 학제에서 수용하는데 한계를 보여 왔다. 현행 단선형 학제는 대학진학 수요를 불필요하게 증가시켜 과잉교육을 초래하여 교육 낭비 현상을 낳게 하였다. 또한, 현행 학제에서 학생들의 진로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질 못하게 되면서, 중등교육에서도 직업기술교육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질 못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고교평준화 실시 이후 고교 진학 기회가 확대되면서 더욱 심화된 측면이 있다. 그래서 학생들의 적정 진로를 유도하여 과도한 대학진학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학제가 개편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대학 진학을 위한 과정과는 별도로 직업교육과정을 강화하여 진학교육과 종국교육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학제 개편안이 제안되기도 하였다. 다섯째, 우리나라 현행 학제에는 각급 학교의 교육목표가 명료하지 않거나 그 목표가 학교교육에 내실화되지 못하고 있고, 학생 개인의 잠재력을 신장시키는 교육제도가 미흡하며, 교육의 기회균등이 실현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그리고 교육제도가 폐쇄적이거나 경직적인 요소를 많이 갖고 있고, 학교 운영까지 획일적이어서 학교단계간의 연계성을 낮추고, 교육제도 운영의 효율성을 낮추는 측면도 있다. 그래서 교육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하여 만든 학교제도가 본래 목적과는 상반되게 경직화되어, 학교제도가 교육의 비인간화를 초래하거나 사회계층을 재생산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섯째, 최근 우리나라 아동·청소년들의 성장·발달이 빨라지고 있다. 학생들의 신체적 발달은 물론 인지적 발달도 빠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사춘기와 같은 성징을 나타내는 연령도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학생들의 성장발달의 조기화에 따라, 학제에서는 현행 6세 취학연령의 인하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고, 6-3-3-4제에 의한 각급학교 수업연한의 구분이 적정한가라는 문제 등을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곱째, 현행 학제의 총 교육연한 16년이 너무 길어 결과적으로 사회 진출 연령이 너무 늦어지고 있다. 더욱이 군 복무 기간까지 포함하면 고급인력을 양성·배출하는 시기가 너무 늦어서 인력 활용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우리나라 입직 연령은 27.2세이고, OECD 국가 평균은 22세임).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학제에서도 총 교육연한을 단축하여 사회 진출 연령을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필요성은 조기에 능력을 개발시켜 활용해야 하는 자연과학 분야에서 더욱 절실해 지고 있다. 여덟째, 현대 교육정책의 방향이 종래의 공급자(교육행정기관, 학교, 교사) 주도 교육체제로부터 “수요자 요구에 민감한 교육체제”(demand-sensitive system)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교육체제에 대한 수요는 사회적으로는 교육이 사회적 요구와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측면과 개인적으로는 교육이 학습자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미래사회의 변화에 따라 교육체제에도 종전 산업사회에서와는 전혀 다른 시스템이 요구될 것이다. 특히 다원적 가치관과 의식구조가 형성되면서 다양한 교육적 요구가 분출되어 이를 수용하기 위한 방향에서 다원적 학교모형이 구안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OECD는 미래사회의 학교교육 모습을 현재의 관료주의적 학교체제와 시장 모델의 확장 상황 외에, 학교의 기능 및 조직이 전면적으로 재편되는 ‘학교 재구조화’(re-schooling) 상황이나 학교조직이 이완·해체되는 ‘탈학교화’(de-schooling) 상황까지도 상정한 바 있다. 아홉째, 시공(時空)이 압축되는 세계화와 국제화 상황에서는 지금까지의 국가별 특성을 주로 반영한 교육제도에서 탈피하여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국제적 표준(global standard)에 의한 교육제도의 도입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교육제도 상에서 각급학교의 교육단계, 수업연한, 졸업·학위·자격 및 학기제 등이 국가 간에 상호 교류가 가능하도록 재구조화될 필요가 있다. 열째, 해방 이후 과열과외와 사교육비, 입시제도 등 수많은 교육문제 발생하여 이에 대한 종합대책이 수립되었지만 한국교육의 근원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런 예로써 해방이후 줄곧 대학 진학을 위한 입시위주교육으로 학교교육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어 왔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해 왔지만, 근원적인 문제인 입시위주교육은 시정되지 않고 있다. 또한, 이러한 대학진학 위주의 교육풍토로 실업교육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입시위주교육이 시정되지 않는 이유로는 사회 일반의 학력과 학벌을 중시하는 풍조에 기인한 바도 크겠지만, 교육체제 내에서 학생들의 진로를 적성과 능력에 맞추어 적절히 선별해 주지 못한데 기인하는 바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학제 개편을 통해 학교의 본질적 기능을 강화하고 입시위주의 교육풍토를 시정하여 한국교육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할 필요도 있다.[PAGE BREAK]학제의 개편 방향 학제 개편과 관련하여 중점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쟁점 사항을 중심으로 학제 개편 방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학교단계별 수업연한의 적정화 현행 6-3-3-4제의 학교단계별 수업연한을 적정화할 필요가 있다. 학교 단계별 수업연한을 결정하는데 있어서는 학생들의 성장발달 단계와 국민기본교육과 의무교육 등의 각급 학교 성격 등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아동·청소년들의 성장발달이 빨라지면서 초등학교에서 아동기에 해당하는 저학년 학생들과 사춘기의 성징을 보이는 고학년 학생들을 동일 교정에서 동시에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런 입장에서 검토할 수 있는 대안은 초등학교 수업연한을 단축하고, 중학교나 고등학교의 수업연한을 연장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예를 들면, 5-3-4-4제 또는 5-4-3-4제 등). 이외에도 학교단계별 수업연한을 결정하는데 있어서는 국민기본교육의 제도화와 의무교육 연한의 연장 방안을 포함하여, 각급학교의 성격 및 학교단계 간 교육 연계 방안 등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학교단계별 수업연한을 전국적으로 통일하는 방안과 지역이나 학교별로 다양화하는 방안 등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2) 취학연령 인하 가능성 검토 아동들의 성장발달이 빨라지면서 현재 만 6세의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5세로 인하할 가능성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참고로 현재도 초등학교의 선별적인 조기 취학은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초등학교의 취학연령을 일률적으로 5세로 인하하는 방안의 타당성이 집중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3) 취학전 교육의 통합화 취학전 교육이 강조되면서 유아교육이 공교육화 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현재 유아교육과 영유아 보육으로 이원화 되어 있는 취학전 교육의 성격을 명료화하고, 공교육화되는 유아교육을 유아학교로 개칭하여 일원화하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공교육화되는 유아교육은 기본학제에 편입시켜 유아교육과 초등학교 교육 간의 연계를 강화하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4) 진로탐색·지도과정 설치 학생들에게 적정한 진로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학제 내에 진로탐색 및 진로지도과정을 제도화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직업세계에 대해 이해하도록 하고, 중학교에서는 다양한 진로를 탐색해 보는 과정을 통해, 본인의 적성과 능력에 적합한 진로를 결정토록 하며, 고등학교에서는 향후 진로와 관련된 분야의 교육을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다. 참고로, 프랑스는 이런 진로탐색지도과정을 학제 내에 제도화하여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5) 고등학교의 통합화와 다양화 학생들의 진로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해당하는 고등학교의 계열을 분화할 것인지 아니면 통합할 것인지에 따라 학제의 기본성격도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지금까지 중등교육의 계열을 분화한 복선형 학제를 유지해 왔던 유럽 국가들도 최근에는 조기선별의 비교육적 폐단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로 중등교육의 계열을 통합화해 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학교 프로그램을 특성화하거나 학교의 설립 및 운영 형태 등에 따라 학교 유형을 다양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6) 대학교육의 선진화 국제화 시대에 경쟁력 강화가 가장 절실히 요청되는 부문인 대학교육을 선진화하기 위해 대학교육 학제를 특성화하여 전문화하는 방향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이런 방향에서 대학교육 유형을 학문중심대학과 직업중심대학으로 이원화하고, 대학 유형별로 특성화를 유도하며, 전문대학원 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학교육은 사회체제와의 연계를 강화하도록 하고, 특히 직업중심대학은 산업발전 추세에 따른 인력수요를 적극 반영토록 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외국대학의 국내 유치와 함께 국내 대학 프로그램을 선진화하여 학력 및 학위 등이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학제 개편에 따른 교원양성제도의 개편방안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7) 평생교육체제의 확립 평생학습사회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학교 중심의 교육제도에서 평생학습이 가능한 교육제도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성인들의 교육기회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대학에 성인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계속교육학부를 설치하고, 정규 학제와는 별로로 e-learning 학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평생교육체제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일터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순환형 학교-일터(school-to-work, work-to-school) 체제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8) 학기제 개편 현재 2학기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학기제를 지역 실정이나 학교여건 등에 따라 3, 4학기제 운영이 가능하도록 학기제 운영을 자율화하는 방안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학기제 운영을 자율화해야 할 필요는 초·중등학교보다는 고등교육 분야에서 더 많이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현행 3월 신학기제는 국제적 통용성을 갖도록 하기 위해 9월 신학기제의 도입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장영희 | 성신여대 유아교육과 교수 학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2005년 11월 7일 국회에 제출되었다. 유아교육과 관련된 교육기본법 개정의 주요내용은 ‘초등학교 취학직전 1년의 유아교육을 국가의 재정여건을 고려하여 순차적으로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며, 초·중등교육법 개정의 주요내용은 ‘초등학교 취학의무연령을 만6세에서 만5세로 낮추면서 조기취학제도를 삭제하는 것과 초등학교 수업연한을 6년에서 5년으로 하는 것 등이다. 학제는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바람직한 유아기 인적자원 양성을 위하여 최근 정부나 국회차원에서 제기되고 있는 취학연령 하향화를 포함하는 학제개편 방향에 대하여 만5세아 초등학교 취학에 대한 타당성, 유아교육기회의 평등성 문제 등을 중심으로 유아를 위한 바람직한 학제 개편방향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만5세아 초등학교 취학에 대한 타당성은 만5세 유아의 발달특징은 어떠한지, 만5세 유아의 발달에 적합한 교육내용과 교수방법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타당한 원칙들을 존중하는 방향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취학연령을 하향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동의 성장·발달이 종래보다 빨라진 점을 감안하고, 사회진출을 조기화 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하고 있다. 그러나 취학연령 하향화로 인하여 어린 유아들을 학습 경쟁체제에 더 빨리 몰아넣는 것은 아닌지?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만6세로 하고 있는 대부분의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왜 취학연령 하향화를 학제에 반영하고 있지 않은지? 저출산 문제에 직면한 여러 나라에서는 왜 유아교육체제를 더 강화하고 있는지? 이러한 문제점에 대하여 진지한 고찰을 통하여 학제개편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만5세아 취학은 성장·발달단계에 적합한가? 2004년 1월 유아교육법이 독립법으로 제정된 유아교육법에서는 교육기본법 제9조의 규정에 따라 유아교육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유아에게 그 발달 특성에 적합한 교육과정과 다양한 보호과정을 제공하여 심신의 조화로운 발달을 도모하고 교육기본법 제13조의 규정에 의한 보호자의 사회. 경제적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법에서는 만3~5세 유아들이 발달특성에 맞는 적합한 교육과정을 통하여 전인적인 발달을 지원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만5세아의 전인적인 발달을 돕는 적합한 교육과정은 무엇인가? 초등교육과 유아교육의 차이점을 중심으로 만5세아에게 적합한 교육과정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1) 초등교육과 유아교육의 차이점 초등교육과 유아교육은 어떻게 다른가? 초등교육은 기본적으로 아동에게 가르쳐야할 ‘교육과정 이수(cover the curriculum)'에 대한 사항이 정해져 있으며, 이러한 교육과정을 각 학년에서 이수하기 위한 교과구분 및 각 교과내용이 담겨있는 교과서를 가지고 수업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육과정(1, 2학년)은 국어, 수학, 바른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 및 ‘우리들은 1학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재량활동과 특별활동으로 편성되어 있다. 1학년의 교과, 재량, 특별활동에 배당된 시간 수는 30주를 기준으로 연간 최소 수업 시간 수로 모든 학생들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1시간의 수업은 40분을 원칙으로 학교의 실정에 알맞게 조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수업시간과 휴식시간이 구분되어 있으며, 수업시간 동안 한자리에 앉아 주의집중을 해야 한다. 초등교육은 교육과정 편성이나 운영 등에 있어서 전체적인 학교체제와 학급별 지도 사항 등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교사의 자율적 계획 및 운영이 매우 제한적일 수 있다. 이는 교육과정이나 교과, 교과서 등을 고려한 학습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며 이로 인하여 각 아동의 발달에 적합한 교육내용이나 방법을 교사가 채택하기에 유치원에 비하여 제한적일 수 있다. 유치원 교육은 전인적 성장을 위한 기초교육으로서, 유아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 능력과 태도를 기르는 데 중점을 두는 교육으로, 교육과정은 건강생활영역, 사회생활영역, 표현생활영역, 언어생활영역, 탐구생활영역 등 다섯 가지 생활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치원 교육과정의 운영은 각 영역에서 제시된 교육내용을 유아의 발달정도에 알맞게 적용하도록 해야 하고, 일률적으로 나이에 따라 그 수준을 정하여 지도하여서는 안되며, 교육일수와 시수(時數)도 유아의 연령, 발달 수준, 건강상태, 활동유형 등을 고려하여 적절하게 편성. 운영하여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교육부, 1998). 유아기는 아직 집중하여 오랜 시간 한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교실에 흥미영역을 구성하여 개별적인 흥미에 따라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 시기는 움직이고, 만지고, 관찰하는 등 대·소근육을 움직이는 활동이 적합하며, 오랜 시간 앉아 있는 것을 매우 피곤해하며, 주의집중 시간이 짧은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이러한 발달특징을 고려하여 가만히 앉아서 듣는 활동보다는 직접 실물을 만지고 움직여보면서 학습하도록 지원한다. 인간발달의 중요한 전제 중의 하나는 발달의 모든 영역, 신체, 사회, 정서, 인지적 영역이 통합되어 있다는 것이며, 이러한 통합적 접근은 보다 어린 유아에게 더욱 중요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또한 어리면 어릴수록 발달에 있어서 개인차가 클 수 있으며, 학습주제나 과정이 유아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될 때 학습효과가 높기 때문에 개인차에 근거한 통합적 접근은 유아교육에서 근본이 되는 교수원리이다. 2) 초등학교 입학유예자 증가현상 만5세아 조기취학에 대한 학제개편안은 근본적으로 만5세아가 초등교육을 받을 만큼 예전에 비하여 성숙해졌고 학습능력이 있다는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입학연령인 만6세에 이른 어린이들이 초등학교 입학을 늦추는 사례가 매년 증가하고 있어(연합뉴스, 2005년 6월 10일 보도) 이러한 가정에 의문을 가지게 한다. 입학유예란 현행 초·중등교육법 제14조에 따라 의무교육 대상 어린이가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취학이 불가능한’ 경우 보호자의 신청에 따라 초·중등학교장이 취학의무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것으로 같은 법 시행령 제28조는 취학유예 사유를 “교육감이 정하는 질병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다. 1999년부터 2005년까지의 초등학교 입학유예자의 수와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999년 적령 아동수에 비하여 입학유예자 비율이 2.9%였으나, 2000년 3.2%, 2001년 3.9%, 2002년 5.0%, 2003년 5.7%, 2004년 6.5%, 2005년에는 6.8%로 적령아동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비하여 입학유예 아동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그 이유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린이들의 입학유예 이유는 발육부진이 61%로 가장 많고 다음이 질병(15%), 해외출국(6%), 연락두절(5%) 순으로 조사됐다(연합뉴스, 2005년 6월 10일 보도). 각 초등학교는 입학통지서를 받은 어린이가 질병, 발육부진 등의 사유서와 함께 입학 유예를 신청할 경우 검토 작업을 거쳐 이를 승인하고 있다. 여기에서 ‘발육부진’은 대개 부모들이 자녀가 같은 나이의 다른 어린이에 비해 성장이 늦다고 판단할 경우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예상하여 입학유예를 신청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입학유예 아동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에 대하여는 보다 심층적인 분석을 필요로 하지만 만5세 조기취학과 관련하여보면 더욱 심각하게 논의되어야 할 사항이다.[PAGE BREAK]교육 기회는 평등하게 보장되나? 1948년 만들어진 세계인권선언에는 ‘사람은 누구나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교육은 적어도 초등 및 기초단계에 있어서는 무상이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교육기회는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될 수 있지만 특히 유아교육기회는 출발점 평등원칙이라는 측면에서 보다 공교육기회의 보장을 중요시하고 있다. 즉, 국가의 계획과 지원에 의해서 모든 국민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려는 것이며 복지형 공교육체제를 지향하는 것이다. 학제는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려는 제도적 장치이기 때문에 교육기회균등 원칙을 실현하도록 조직되어야 한다. 유치원교육의 공교육화가 적극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기회균등이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것은 유치원이 개념상으로만 학제로 인정되고 실제적으로는 학제에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나정, 신동주, 김재윤, 1997). 실제로 사회계층에 따른 교육기회의 불평등 현상은 유아교육에서 발견할 수 있다. 유아교육기관은 그 절대수가 적령 아동을 수용하기에도 부족하지만 지역별 분포의 차이로 문제가 더 심각하다. 유치원의 경우, 국공립은 농어촌에 편중된 반면, 사립은 도시, 특히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다. 보육시설의 경우에는 국공립과 민간 모두 도시에 편중되어 있어 도시와 농어촌간에 격차가 심하다. 유치원과 보육시설은 대부분 사립이나 민간시설에 의존하고 있어 주로 학부모 부담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저소득층 유아는 취학기회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유아교육기회의 불평등문제는 유아교육법의 제정으로 만5세아 무상교육 지원확대 및 저소득층 교육비 지원이 이루어지게 됨으로서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 유치원을 대상으로 실시된 유치원실태조사보고(한국교육개발원, 2005)에서는 저소득층 자녀로 정부의 지원을 받는 유아는 전체대상 중 14%였으며, 연령별 비율은 3, 4세 약 9%, 5세는 19%로 5세 유아에 대한 지원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유아교육기회의 확대를 위하여 학제개편안(김영철, 2005)에서는 5세아 교육의 의무화와 무상화를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 있다. “교육의 공교육화 정책의 일환으로 5세아 대상의 유치원 교육을 의무화하고, 무상교육을 실시하도록 한다. 이와 관련하여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육과정을 연계하여 편성. 운영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하고, 유아교육 및 보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 지원이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김영철, p.27). 위의 내용은 의무교육이 교육받을 권리를 강제하여 교육의 기회에 대한 개방성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무상교육은 이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만5세 무상교육 실시를 보다 강도 높게 추진한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학제개편 논의에서 제시되고 있는 5세아 의무교육, 무상교육은 더 많은 유아들에게 유아교육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며 이는 실제적으로 ‘유아교육법’ 제정을 통하여 확장되고 있다. 여기에서 교육기회의 확대를 5세아를 초등학교에 취학하게 하여 의무교육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은 ‘교육의 적기성’ 측면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얼마나 많은 유아들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하는가가 중요하다면 동시에 얼마나 적합한 교육을 실시하는가도 똑같이 중요하다. 다시 한 번 유아발달과 교육내용, 교수방법 등에서 타당한 원칙들을 존중되는 교육이어야 한다는 점과 특히 어린 유아들을 위한 교육에서는 더욱 신중히 검토되어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유아를 위한 학제개편방향은? 첫째, 만5세아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학제개편안은 삭제할 것을 제안한다. 2004년 1월 유아교육법이 독립법으로 제정됨으로써 만3~5세 유아들이 놀이와 활동중심의 유치원 교육을 보장받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취학연령을 낮출 경우 만5세아 유아들은 이러한 혜택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주입식, 교과서 중심의 초등학교로 편입되어 발달에 적합하지 않은 교육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만5세아를 조기취학하게 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과도한 교육열기 속에서 유아들이 학습에 대한 과도한 부담감 및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둘째, 만 3, 4, 5세가 다니는 유아학교(유치원)를 초등학교 이전에 다녀야 할 학교기관으로 학제에 포함하여 줄 것을 제안한다. 국가인적자원을 육성하는 유아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유아교육법이 제정된 만큼 만 3, 4, 5세 유아들이 질 높은 유아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기회를 보장해주어야 하며, 이를 위하여 만 3, 4, 5세를 위한 유아학교(유치원)를 초등학교 이전에 다녀야 할 학교기관으로 학제에 포함하여 줄 것을 제안한다. 셋째, 3, 4, 5세 유아를 위하여 무상교육을 통한 유아교육기회 확대를 제안한다. 선진각국의 경우 유아교육에 있어서의 개방성 추구는 의무성보다는 무상성을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의무교육이 아니면서도 취원율이 높은 나라는 유아교육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유아교육에 대한 교육적 가치 차원에서 의무성이 아니라 무상성을 통하여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무상교육을 통하여 유아교육 기회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이유는 유아교육단계에서는 개인차의 존중,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적용의 필요성 등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또한 의무교육을 실시함으로서 갖게 되는 교육대상, 내용, 방법 등에서 있어서의 경직성과 획일성 등의 문제를 인식하기 때문이다. 넷째, ‘행복한 유아기,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는 가족과 학교의 협력모형이 만 3, 4, 5세를 위한 유아학교(유치원)를 중심으로 운영되어 저출산 시대에 대응하는 보다 적극적인 가정-학교 협력모형개발을 제안한다. 학제개편 안에는 만5세아의 초등학교 취학은 의무교육혜택을 받게 되므로 유아교육의 실질적인 공교육화가 실현되고, 이를 통하여 가정의 사교육비가 감소된다고 보고 있다. 유아가 보다 어린 시기에 초등학교에 진학하게 됨으로써 학습에 대한 부모의 부담감은 더 무거워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한 사교육비 지출은 더 커 질 수 있다. 만 3, 4, 5세를 위한 유아학교(유치원)에 종일반,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을 위한 방과 후 시설 등을 확충하여 저출산 시대에 다양한 연령의 유아들이 함께 살아가는 생활교육, 전인교육의 장을 제공할 것을 제안한다.
조동섭 | 경인교대 교수·교육학과 최근 학제 개편에 대한 논의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이는 시대정신과 세계 문명의 조류가 지식과 정보에 바탕을 둔 지식기반사회로 급속하게 전환되면서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사회 전 분야의 패러다임과 대응방식이 변화하고, 그에 따라 학교제도도 그러한 조류에 부응하여 전반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우리나라 학교제도는 너무나 획일화되고 경직화되어 있어서 지식기반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인재들을 육성하기가 어렵고, 국제 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지식 인재들을 양성하기 어려운 구조와 체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학교나 혁신적인 교육기관을 모색하는 사람들에게 현행의 체제는 큰 걸림돌이 되고 있고, 다양한 교육과 학습을 필요로 하는 학습자들에게 현 체제는 학습을 방해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 우리도 학교제도와 교육체제 전반을 개편하여 보다 창의적이고 다양한 개성을 갖춘 인재들을 양성하고 다방면의 우수한 지식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제도적 준비와 새로운 발상을 시급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학제 개편 논의의 반성 학제 개편의 시급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의 논의는 매우 한정되어 진행되고 있다. 개편 논의의 대부분이 기본 학제의 개편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유치원의 공교육화와 수업 연한의 조정에 관한 논란이 그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현행의 6-3-3-4제가 문제가 있으니 5-3-4-4제로 전환해야 한다거나, 유치원을 공교육화하여 유-6-3-3-4제나 유-5-3-4-4제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논의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수업 연한을 1년 감축을 해야 하는 초등교육계는 반발을 하고 있고, 공교육을 보장받게 되는 유아교육계나 1년의 수업연한이 연장되는 중등교육계는 환영을 나타내는 등 교육계 내에서조차 반목과 대립의 양상을 보이면서 이 논의를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들은 실제로 생산적인 학제 개편 논의로 발전하기에는 문제가 많다. 그것은 우선 그 논의의 단순성에서 비롯된다. 기본 학제의 개편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이유로 초등학교의 6년 연한이 너무 길기 때문에 그 기한을 감축하여 고등학교로의 연장을 통해 진로 탐색과정을 설치할 필요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은 크게 바람직하지도 현실적이지도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의무교육으로 되어 있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육과정이 그렇게 획일적으로 구획지울 만한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고, 1년의 연한이 연장되는 고등학교의 경우도 현재는 이념적으로 국민공통기본 교육과정의 10년이 끝난 후 2년간을 그러한 진로 탐색의 과정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개편 주장은 단순한 학교급의 전환 외에는 특별히 의미를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볼 때도 그러한 개편은 많은 난점과 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학급당 학생수는 평균적으로 초등학교보다 중ㆍ고등학교가 다소 많은 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주 단순하게 그러한 학제 조정을 단행하는 경우 중ㆍ고등학교의 시설 여건은 크게 확장되어야 하고, 초등학교의 시설 여건은 남아도는 결과를 야기한다. 여기에 최근 출산율의 급격한 감소로 향후 10년 이내에 초등학교 학생수가 현재의 60~70% 수준으로 낮아지게 되는 점을 고려하면 초등학교의 수학 연한의 단축과 고등학교 수학 연한의 확대는 막대한 교육적 낭비를 초래할 개연성이 높다. 지난 1996년에 단순히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명칭 변경하는 데에도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 전례에 비추어 보면 그 재정은 엄청난 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획일적 학제 논의는 생산성 없어 따라서 학교제도의 개편 논의는 학교급 간의 수학 연한 변경보다는 좀 더 다른 방향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지금 농ㆍ산ㆍ어촌 지역에는 초ㆍ중학교, 초ㆍ중ㆍ고등학교가 통합 운영되는 통합학교들이 존재한다. 이 통합학교들은 9년제 혹은 6년제의 학교로 운영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학교에서는 학교장만 겸임하고 있을 뿐 교직원 인사와 예산 운영, 그리고 교육과정 운영 등이 별로도 이루어지고 있다. 중ㆍ고 통합학교에서조차 관할청의 차이로 인해 예산 활용이나 시설 공유, 교직원 병합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참고로 현재 중학교는 지역교육청, 고등학교는 시ㆍ도교육청의 관할 하에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직화된 학교제도를 보다 유연화하여 4년, 6년, 9년 등 다양한 연한을 가진 초등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동시에 2년제, 3년제, 4년제, 6년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선진국에서도 미국의 경우 기본 학제가 6-3-3-4제 외에도 5-3-4-4제, 6-6-4제, 8-4-4제 등으로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고,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 등에서도 6-5-2-4제, 3-4-4-2-4제, 4-9-4제 등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은 그러한 필요와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유치원을 공교육화 하여 기본 학제에 편입시키는 문제도, 매우 시급한 일이기는 하지만, 시간을 두고 충분한 논의를 통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현재 유아교육의 의무 교육화를 위한 우리의 준비는 매우 미진한 상태에 있다. 이를 당장 실천에 옮길 경우 막대한 인적ㆍ물적 자원과 재원을 투자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추진과정에서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실제로 그러한 시도는 다른 교육부문의 투자, 예컨대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와 같은 시급하고도 중요한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현재 추세로 볼 때, 5~10년간만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를 연기하는 경우 유아교육의 시설 문제는 초등학교 학생수의 감소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따라서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는 시급한 문제이긴 하지만, 전반적인 예측을 토대로 시차를 두고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학제 개편 논의는 기본 학제의 조정보다는 학제의 유연화ㆍ다양화에 초점을 두고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에게 획일적인 학제 조정은 그렇게 필요한 일이라고 말하기 참 어렵다. 그러한 조정은 현행과 동일한 문제, 즉 획일화ㆍ경직화의 문제를 반복할 개연성이 높고, 혼란과 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학제 개편 논의는 제도를 유연화하여 다양한 교육, 창의적이고 개성적인 교육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한 대안교육, 사이버 학습, 홈스쿨(home-schooling) 등을 제도 교육 속으로 포함시키고, 다양한 종류의 형태와 방식들이 학교제도 안에서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좀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PAGE BREAK]현행 학제 유지하면서 다양화 해야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학제의 개편은 시대적ㆍ문명적 요청이며, 시급히 시도해야 할 우리 교육의 과제이다. 그러나 그 논의는 긴박한 작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긴박한 논의는 자칫 조급한 방식의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것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통일된 방식을 추구하기보다는 지역의 실정과 여러 가지 형편을 고려하고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한 차원에서 초ㆍ중등교육과 관련된 학교제도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몇 가지 측면에서 제안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본 학제와 관련해서는 통일적인 형태와 방식을 지양하고, 다양하고 유연한 학교제도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방향에서 그 개편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정한 모델, 예컨대 유-5-3-4-4제와 같은 획일적인 모형보다는 현행의 학제를 유지하면서 개별 학교들이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유연한 제도적ㆍ법적 조건들을 구비하는 일이 필요하다. 농ㆍ산ㆍ어촌 지역이나 대단위 아파트 단지에서는 9년제나 12년제 학교를 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학생수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3년제나 4년제 초등학교, 2년제나 5년제 중등학교도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 운영을 신축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법ㆍ제도의 개정과 함께 그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교원 양성과 임용의 체제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또한 필요하다. 둘째, 학제 운영과 관련해서는 학제 자체를 다양하게 분화시키되, 그 운영의 통합성을 추구하는 방향에서 개편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고등학교 체제를 다양하게 분화시키되, 그 계열 구분을 없애 지속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단선형의 통합적 체제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의 고교 체제는 일반계와 실업계(특성화계)로 분리되어 있다. 계열 간에는 이동이 어렵고, 교육방식이 다르다. 그러나 그러한 구분은 현재 거의 무의미한 상황이다. 실업계 학생의 대부분은 이전과 달리 직업 준비 교육보다는 대학 진학에 초점을 두고 공부를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계열 구분은 학생들의 진로 탐색과 학습에 어려움만을 가중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고등학교 체제를 다양화하고, 그 기간을 단축하여 고교 체제를 통해 진로를 탐색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소질과 능력을 계발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한 학교체제를 통해 다양한 필요를 충족시키고, 다양한 학교들 간에 자유로운 이동을 통해 진로 탐색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체제의 유연성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학교 유형 특성화도 필요 셋째, 학교제도의 다양성과 관련해서는 학교의 유형을 다양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선진국에서는 여러 종류의 다양한 학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협약학교(charter school)와 특성화학교(magnet school), 영국의 특성화학교(specialist school)와 실험학교(beacon school) 등이 그 대표적인 예로 지적되지만, 그 외에도 수많은 자율적인 학교와 특색학교, 특성화프로그램과 모델프로그램들이 매우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설립ㆍ운영하고, 그것을 실험하고, 그 좋은 것들을 확산시키려는 그 지속적인 노력은 지식기반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이어지는 그들의 값비싼 노력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특수목적고등학교, 자율학교, 자립형 사립고등학교, 특성화학교, 공영형 혁신학교 등 다양한 유형과 방식의 학교들이 모색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학제의 경직성은 그러한 학교들의 자유로운 시도와 노력들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그 의욕을 꺾고 있다. 조기 유학에 따른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 국제고등학교를 만들어 교육수출국의 꿈을 실현하거나 영재들을 선발하여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인재로 육성하려는 노력은 그 시도조차 봉쇄당하고 있다. 학교 유형을 다양화ㆍ특성화하고, 학교 설립 주체를 다원화하며, 그 운영을 자율화하는 일이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절실한 과제인 것이다. 넷째, 학제의 혁신과 관련해서는 교육혁신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전통적인 학교제도의 틀에서 벗어나 제도 교육의 한 축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제도 교육의 한정된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교육을 모색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대안학교가 증대하고 있고, 홈스쿨(home-school)을 통해 공부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사이버 학습을 통해 교육을 이수하려는 사람들이 점증하고 있다. 그러한 시도들은 일탈된 모습들이라기보다는 나름의 방식을 통해 자신의 능력과 삶을 격상시키려는 힘겨운 교육적 노력과 시도들이다. 그러나 그러한 시도와 노력들은 법적ㆍ제도적 보호를 받기보다는 갖가지 홀대를 받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국가는 그들에게 족쇄를 더하기보다는 그 노력에 대응한 온당한 지원과 보호를 해주어야 한다. 이들의 노력과 시도가 정당한 것임을 인정받고 법과 제도의 보호와 지원을 받으며 바람직한 방향을 추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래서 최근 몇몇 대안학교가 학력 인정을 받게 된 것처럼, 개인과 집단의 다양한 교육적 실험과 노력들이 허용되고, 그 과정을 온당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갖추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될 때, 다양하고 개성적인 교육과 그 창의적인 성과들이 우리 사회와 교육 발전의 한 축을 형성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나가며 지금 우리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대표되는 정보 혁명의 와중에서 예측할 수 없는 격변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의 영역에서도 학생들의 특성과 교육의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교육의 이념에서부터 그 내용과 방법 등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혁신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교육제도는 그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오히려 그 노력에 걸림돌이 되고 심지어는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학제의 개편은 매우 시급하고도 당위적인 요청이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겪게 되는 생활양식의 변화와 학생들의 인지적ㆍ정서적ㆍ행동적 특성의 변화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고, 그것은 우리 교육제도의 혁신을 급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그러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우리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에서 제도적 혁신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의식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사실 우리 교육체제는 현재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많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력에 대한 국제 비교 연구 결과는 그 가능성을 잘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가능성을 무한한 잠재력과 새로운 가능성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제도적 차원의 탄력성 부재와 완고함이다. 우리 국민과 학생들의 의식은 다양하고 창의적인 노력과 결부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을 ‘한류’의 바람으로 덮고 있는 우리의 젊은이들, 지식 검색 사이트를 방대한 지식으로 메우는 어린 학생들, 과학과 수학, 문제해결력에서 세계 제일의 성취를 보이는 우리 학생들의 잠재력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산이며 자랑이다. 그러나 그러한 잠재력이 우리의 찬란한 성과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은 그 새롭고 창의적인 노력과 시도들을 지속적으로 흥기시킬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제도화ㆍ기반화하지 못함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그러한 잠재력이 큰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의 측면에서 그리고 그 운영의 측면에서 과감한 혁신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그러한 새로운 시도와 노력들을 격려하고, 그 성과들을 확산시키며, 그 결실을 골고루 향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학제의 유연하고 다양한 개편은 그 기반을 다지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병주 | 영남대 교수·교육학과 학제는 국가의 교육목표를 실현하려는 제도적 장치로서의 학교교육을 단계별로 구분하고, 각 단계의 교육목적과 교육기간, 교육내용을 설정하고, 종적으로는 교육단계간의 접속관계를, 횡적으로는 학교교육과 학교 외 교육 및 교육과정간의 연결 관계를 규정함으로써 국민교육의 운영을 제도적으로 규정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학교 상호간의 결합관계에 바탕을 둔 이러한 학교제도는 교육제도의 중핵적 영역이다. 학교제도는 교육제도의 하위체제 중의 하나이며, 교원양성제도, 교육 행·재정제도 및 사회교육제도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유지·발전될 수 있으므로 교육제도와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학제는 기본학제와 특별학제로 구분된다. 기본학제는 학제의 주류를 이루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 및 대학원 등의 정규학교 교육에 대한 제도를 의미하며, 기간학제라고도 한다. 특별학제는 기본학제의 보완적 기능을 수행하거나 사회교육의 성격을 가지고 정규학교의 교육과정에 준하는 교육을 실시하기 위한 학교제도를 말하며, 방계학제라고도 한다. 최근 들어 이러한 학제 개편 논의가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학제 개편 논의가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는 주된 요인은 현행 학제에 낭비적인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즉, 현행 학제는 오직 대학입학만을 목적으로 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낭비적인 요소가 강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제 개편을 통하여 다양한 학교와 진로를 가능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4년말 한국교육개발원 주최의 정책토론회에서는 현재까지 제시된 바 있는 학제개편방안 중에서 가장 많이 논의되고 타당성과 합리성을 지닌 개편안은 유-5-3-4-4제이며, 개편에 따른 영향 및 파급효과가 너무 크기 때문에 학제 개편은 장기과제로 추진토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 개편안은 초등학교 수업연한을 1년 단축하고, 고등학교 수업연한을 1년 연장하여 4년제로 하는 것이다. 이는 수학연한이 긴 초등학교의 교육연한을 단축시키고, 고교 교육을 충실화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취지를 살리기 위해 고등학교 4년 과정을 전·후반으로 나누어 전반 2년간은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으로 운영하고, 후반 2년은 선택과정 중심으로 운영하여 진학 및 취업 준비 교육에 집중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초·중학교 과정에서는 진로탐색과정을 설치하여 진로교육을 강화하고 대학입학위주의 구조에 변화를 주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지난해 말 교육부는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하여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국제간 인력이동이 가속화되는 점에 대응하여 거시적 관점에서 학제개편의 필요성을 인식하였다. 이에 교육부는 9월 학기제 도입, 취학연령의 하향조정 등을 포함하여 현행 6-3-3-4 학제를 전면 개편하는 방안을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올해부터 정책연구와 다양한 의견수렴을 거쳐 2007년 상반기까지 종합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현행 학제의 낭비적인 요소를 없애고 합리적이고 타당한 방향으로 학제를 재검토하겠다는 교육부의 계획은 일단 환영한다. 그러나 학제의 개편은 적지 않은 사회적, 재정적 비용을 수반한다. 따라서 부정적인 면을 최소화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여기서는 대학교육에 초점을 맞추어 바람직한 학제 개편 방향을 논의하고자 한다. 대학 교육 관련 학제의 현황과 문제 현행 학제는 6-3-3-4의 기본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기본틀을 변경하자는 주장은 현행 학제의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한다. 첫째, 현행 학제는 광복이후 미국식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우리의 실정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인의 교육열을 현 학제에서 적절히 수용하는 데 한계를 드러냄으로써 과잉교육과 불필요한 대학진학 희망자를 증가시키는 등 교육의 낭비적 요소가 많다. 둘째는 광복이후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현행 학제는 그동안의 다양한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약했다. 셋째는 현행 학제의 총 교육연한인 16년이 길다는 것이다. 넷째는 현행 학제 내의 중등교육제도는 직업기술교육 및 진로교육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지장을 주고 있다. 다섯째로 현행 학제는 제도와 운영 면에서 경직화를 초래하여 교육의 계속성, 학교 외 교육과의 통합성, 전과나 전학 등 진로변경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고등교육법상 고등교육기관에는 대학(대학원 및 대학원대학 포함), 산업대학, 교육대학(종합교원양성대학 포함), 전문대학, 방송·통신대학, 기술대학, (대학과정의) 각종학교 등이 있다. 이중에서 기본학제에 포함되는 것은 대체로 대학, 교육대학, 전문대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대학교육의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현행 학제에 대한 비판은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진다. 즉 현행 학제는 급격한 환경의 변화와 고등교육에 대한 새로운 요구와 기대에도 불구하고 그에 부응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학원 교육이 전체 대학교육 발전을 선도해야 하는데 이러한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만한 대학(원)이 없다는 것도 지적된다. 이에는 전문 직업 지향적인 대학원 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대학교육 학제의 운영에 있어서도 다른 학교급과 마찬가지로 폐쇄적이고 경직적이다. 이는 결국 교육과정의 운영을 경직화함으로써 교육수혜자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대학교육기관간의 다양성 및 특성화 부족으로 연결된다. 대학교육과 사회체제간의 연계성 부족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다. 연계성의 문제는 대학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양과 수준의 인력을 적기에 양성 공급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주로 제기되고 있다. 대학교육 학제와 관련하여 이러한 지적들은 총체적으로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과 경쟁력에 연계된다. 결국 대학별 특성과 다양성이 없고, 기능이 중복되는 등 질적 수준과 경쟁력이 약화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등교육제도를 선진화하는 방향으로 학제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PAGE BREAK]대학교육의 학제 개편 방향 대학교육 측면에서 바람직한 학제 개편의 방향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논의해 볼 수 있다. 직업교육체제, 전문대학원체제, 그리고 다양화와 연계강화가 그것이다. 여기서는 이러한 세 가지에 초점을 맞추어 학제 개편 방향을 논의하고자 한다. 여기서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은 현재 4년 내지 6년으로 되어 있는 4년제 대학의 수학연한, 2년 내지 3년으로 되어 있는 전문대학의 수학연한에 융통성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1) 고등교육 수준의 직업교육제도 정비 현재 고등교육수준의 직업교육기관으로는 전문대학, 산업대학, 기술대학을 들 수 있다. 물론 노동부 산하의 기능대학을 포함하는 타 부처의 고등교육기관이 있을 수 있지만, 기능상으로 볼 때 이들은 앞의 세 가지 중의 하나에 포함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수도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여기서는 교육부 산하의 세 가지 고등직업교육기관을 중심으로 논의한다. 이러한 고등직업교육기관이 현재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들의 기능과 목적이 명확하지도 않다는 지적이 많다. 고등교육법에 의하면, 산업대학은 산업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학술 또는 전문적인 지식·기술의 연구와 연마를 위한 교육을 계속하여 받고자 하는 자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여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산업인력을 양성함을 목적으로 한다(제37조). 전문대학은 사회 각 분야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이론을 교수·연구하고 재능을 연마하여 국가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전문직업인을 양성함을 목적으로 한다(제47조). 기술대학은 산업체 근로자가 산업현장에서 전문적인 지식·기술의 연구·연마를 위한 교육을 계속하여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론과 실무능력을 고루 갖춘 전문 인력을 양성함을 목적으로 한다(제55조). 산업대학과 전문대학, 기술대학의 목적을 규정하고 있는 고등교육법의 내용은 다른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구분이 불명확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들 간의 구분과 기능을 명확히 하고 보완할 수 있는 학제 개편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전문대학의 성격을 재정립하고 기능과 체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전문대학은 2년 내지 3년제로서 전문직업인을 양성함을 목적으로 하지만, 현실적인 사회의 학력 차별에 의해 적지 않은 전문대학 졸업자들이 4년제 대학에 편입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전문대학에서 전문 직업교육을 받으면서도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2년의 교육과 1년의 현장실습, 그리고 다시 1년의 교육 및 실습 후에 전문대학에서도 학사학위를 수여할 수 있는 체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전문대학이 4년제 대학과 대등한 위치에서 전문적인 직업교육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다. 2) 전문대학원체제의 정립 전문대학원은 의사, 법조인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전문인을 양성하기 위한 체제이다. 전문대학원은 전문 인력의 양성 및 재교육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전문대학원체제가 정착되면 학사과정의 교양 및 일반교육과 대학원수준의 전문교육이 조화를 이루어 모집단위 광역화를 통한 학부제의 취지에 합치된다. 그동안 논의되어 왔던 전문대학원체제는 의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대학원, 교원전문대학원 및 경영전문대학원의 4가지이다. 의학전문대학원은 이미 도입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앞으로 그 수를 늘려갈 것이다. 법학전문대학원은 그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2005년 10월 17일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국회에 계류 중에 있으며, 정부는 2008학년도에 개교할 것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경영전문대학원은 자격증을 필요로 하는 의사, 법조인, 교원 등과는 달리 자격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다른 전문대학원체제와 성격이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자격증만 요구하지 않을 뿐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전문인을 양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는 다른 전문대학원 체제와 크게 다를 바 없다 할 것이다. 교육부에서는 2006년도 상반기에 몇 개의 경영전문대학원을 설치 인가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교원전문대학원은 교원양성체제의 개편과 맥을 같이 한다. 지난해 발표된 교원양성체제 개편방안에서는 현재의 교원양성체제인 교육대학 및 사범대학 중심으로 교원을 양성하되, 교원전문대학원체제는 장기적인 과제로 남겨두고 있다. 교원전문대학원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전문대학원체제는 앞의 4가지 직업분야 이외에도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에서는 얼마든지 도입가능할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전문대학원 체제의 새롭고 다양한 교육적 필요와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학위과정과 수업연한을 융통성있게 개편할 필요가 있다. 전문대학원체제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충실한 학부교육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응용분야나 전문직업분야는 학사과정에서 분리하여 전문대학원과 같은 편제로 변경하고 학사과정에서는 기초 및 교양교육을 튼튼히 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학사과정에서 제대로 된 기초교육을 습득해야 이를 토대로 심도깊은 전문대학원 교육이 가능할 것이다. 3) 대학교육의 다양화 및 연계강화 이미 앞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고등교육법상 고등교육기관에는 대학(대학원 및 대학원대학 포함), 산업대학, 교육대학(종합교원양성대학 포함), 전문대학, 방송·통신대학, 기술대학, (대학과정의) 각종학교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명칭에 있어서만 다를 뿐, 내용상에 있어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동일 종류의 교육기관 내에서도 대학 간에 다양성과 특성화가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대학을 주된 역할과 기능에 따라 다양화, 특성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대학의 다양화와 특성화는 정부에서 강제하기보다 대학들이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만 국가적으로 반드시 필요하지만 대학들이 기피하는 분야는 국공립대학을 중심으로 육성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학교육의 다양화 및 특성화, 연계강화는 고등교육 학위과정의 길을 확대하는 것도 포함한다. 즉 기업들이 사내 교육훈련과정을 통하여 대학 및 대학원과정을 이수하는 것도 가능하게 한다거나, 외국대학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우리 대학의 학제가 국제사회에서 통용됨은 물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학교제도를 국제기준에 맞추어 개편하고 연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학제적 연계전공, 학점은행제와의 연계, 혁신적 E-learning의 대학 학제 구축, 가상대학 시스템의 보완 등의 노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마치면서 이상에서 대학교육을 위한 학제의 개편 방향에 대하여 간단하게 논의하여 보았다. 학제의 개편은 우리나라 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작업이다. 따라서 학제의 개편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며, 학제의 개편을 통하여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과 문제점을 충분히 고려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 후에 추진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고등교육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앞에서 제시한 대학교육에 있어서의 몇 가지 학제개편 방안 역시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후에 단계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현태덕 | 안동대 교수, 현대영어교육학회장 올해는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영어를 정규과목으로 채택한지 10년째로 접어드는 해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영어교육을 언제부터 실시하느냐의 논란은 중요하지 않다. 초등학교에서의 영어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터에,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를 교육하든 현재와 같이 3학년부터 실시하든 학생들의 교육에 커다란 차질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영어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논의이다. 영어 수업의 목표를 학생들이 달성하도록 도와주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영어교육의 방법과 수업자료 개발에 대하여 활발한 의견교환이 있기를 기대하면서, 초등 영어교육을 중심으로, 교사의 역할과 교육행정가의 역할에 대하여 의견을 제시해본다. 영어교육의 목표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영어를 구사하는 정도로 삼으면 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서는 많이 듣고 많이 말해보아야 된다. 그러므로 영어교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자신은 말을 적게 하고 학생들이 말을 많이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학생이 말을 많이 하는 수업은 영어로 묻고 대답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과제를 수행하는 수업이다. 이러한 수업을 과제중심 영어학습이라고 말한다. 과제중심 영어학습에서는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영어를 들어야 하고 또 영어로 말하여야만 된다. 과제중심 영어학습은 흥미와 필요라는 학습동기 지속의 두 가지 요건을 충족시킨다. 일부 자치단체나 사설 교육기관에서 영어마을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교육환경을 제공하여 영어 구사능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교실 환경에서 적용할 수 있는 학습과제를 개발하여 활용하면 어느 정도의 목표는 달성할 수 있다. 영어교육과 관련하여 교육 정책과 행정을 담당하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영어 수업시수의 확대, 영어 전담교사의 확보, 교사의 영어연수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다. 현재 초등학교 영어수업을 3학년과 4학년에서 주 1시간씩 실시하는 것을 주 2시간으로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어 교육에서 영어에의 노출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현재의 수업시수로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영어를 구사하는 능력을 기르는데 최소한으로 필요한 노출시간이 확보되지 않는다. 이 노출시간도 영어 수업이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는 가정에서 산출된 것인데 현실에서는 그러하지 않은 것이 문제이다. 도시 학교와 농어촌 학교의 영어수업의 격차도 해소되어야 할 문제이다. 도시의 학생들은 학교 수업, 학원 수업, 과외 수업, 인터넷 등을 통하여 영어를 배울 수 있다. 반면에 농어촌의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 수업을 통하여서만 영어를 배울 수 있다. 농어촌의 일부 학교에서는 영어 교재와 함께 제공되는 영상자료나 음성자료를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으로 영어 수업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영어교육에서는 노출되는 영어의 질도 중요한데, 농어촌의 학생들은 영어에의 노출 시간과 질에 있어서 도시 학생들보나 아주 불리한 입장에 있다. 이 격차를 공교육으로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초등학교에서의 영어교육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영어전담 교사를 두는 것이다. 2005년 기준으로 서울의 각 초등학교에는 영어 전담 교사가 1명씩 배치되어 있으나 큰 학교에서 영어 전담교사 1명이 수업을 모두 담당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강원도에는 전체학교의 18%에만 영어전담 교사가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영어의 전문성을 객관적으로 검증받아 배치된 영어전담 교사도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심지어는 영어 전문지식이 없는데도 영어전담 교사로 임명된 실례도 있는 것으로 안다. 영어 전담 교사의 영어 전문지식을 제고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여야 영어교육이 정착될 것이다. 영어교사의 전문지식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수를 영어능력 검증과 연계하여 실시할 필요성이 있다. 영어에 전문지식이 있는 동료 교사에 의한 연수는 효과가 별로 없다는 것을 필자는 확인하였다. 그러므로 영어교사를 위한 연수는 희망자를 대상으로 실시하여 평가 결과에 따라 인증서를 수여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영어 원어민 교사를 많이 배치한다고 반드시 영어교육이 잘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 교사에게 해외 연수와 전문 연수를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영어교육 관련 학술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교사에게 많이 부여하는 것이다. 영어교육 학술대회에서는 영어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와 교수 기술을 접할 수 있으므로 연수에 버금가는 효과가 있다. 문제점이 적지 않았음에도 영어교육은 꾸준하게 이루어졌고, 성공적인 사례도 상당히 많다. 특히 영어교육 환경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에서 영어교육을 실시한 것이, 실시하지 않은 것보다는 낫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여러 가지 문제점이 해소된다면 초등영어교육의 효과는 지금보다 훨씬 더 크게 나타나리라고 확신한다.
'교직실무' 증보판 펴낸 최무산 교장 관리직․행정직은 물론 교육전문직 시험을 준비하는 교원들의 필독서로 자리 잡은 ‘교원과 교직실무’ 증보판 ‘2006년 교직실무’가 최근 출간됐다. 교직실무 분야 최고 전문가로 명성을 얻은 저자 최무산 교장(서울 대은초)을 만나, 이 책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선 책 제목이 ‘2006년 교직실무’로 바뀐 것이 궁금합니다. ‘교원과 교직실무’의 브랜드 가치가 크다고 보는데…. “그렇습니다. 2001년 7월 처음 ‘교원과 교직실무’를 내고 그동안 거의 매년 수정·보완을 거쳐 증보판을 냈으니 꽤나 이름이 알려진 셈이지요. 이번에 제목을 바꾼 것은 교직실무라는 것이 교원과 교육계의 업무이기 때문에 굳이 ‘교원’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데 있습니다. 또 교직실무는 관계법령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업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최신판을 보아야 하는데 일부 독자들은 어느 책이 가장 최신판인지 혼란스러운 경우도 있다는 말을 들어 바꾸게 된 것입니다.” -계속 증보판을 내야 할 만큼 바뀌는 내용이 많이 있습니까? “증보판을 내도 매 쇄(刷) 마다 약간의 보완이 따릅니다. 책이 한 번 발행되면 보통 5~6쇄를 하는데 그때마다 고칠 것이 있는 것이지요. 내용이 조금 바뀐다고 해서 필요한 분들에게 다시 새 책을 구입하라는 것은 죄송한 일이라 한동안은 ‘새교육 홈페이지’에 수정된 부분을 올리기도 했지만 워낙 많은 내용이 바뀌면 그것도 어렵습니다. 올해만 해도 학교건강검사규칙 등 학사실무의 상당부분이 바뀌었습니다. 증보판을 내면 700쪽 내외의 책에서 300쪽 정도는 바뀐다고 봐야 합니다.” -교직실무의 범위가 매우 넓은데 관련 법규의 재·개정을 일일이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고 봅니다. “교직실무는 크게 인사실무와 학사실무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인사실무에는 교원의 임용부터 복무, 징계, 연수, 평정, 보수 등이 학사실무에는 학교경영, 회계, 학생관리, 문서작성 등이 포함됩니다. 교원들이 처리해야 할 크고 작은 행정업무가 망라되는 것이지요. 재․개정되는 내용을 알기 위해서는 교육부를 비롯해 각 행정부처의 홈페이지를 매일 방문하고, 학교에 오는 모든 공문을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오랫동안 하다보니 해당 기관 등에서 미리 알려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교장 선생님의 ‘교직실무’는 교육계의 바이블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른바 A/S도 잘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제 책은 관리직·전문직·행정직에 있는 분들은 물론이고 실무를 다뤄야 하는 많은 교원들이 참고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교육전문직 시험에 응시하고자 하는 선생님들에게는 필독서라고도 할 수 있지요. 일선에서 각종 업무를 처리하면서 관련 법규를 일일이 찾기 어려울 때나 혹은 관련 규정이 바뀐 것 같으면 문의전화를 합니다. 전국에서 하루에도 세 네 번 이상 전화가 옵니다. 최대한 성의껏 답변해 드리려고 노력하는 편이지요.” -지난 3월에는 ‘2006년 교직실무 문제풀이’라는 책도 내셨는데, 어떤 것입니까? “그것은 교직실무의 여러 내용을 문답으로 풀어본 것입니다. 전문직 시험 준비생들이 마무리 공부 단계에서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될 걸로 봅니다. ‘실무’나 ‘문제풀이’ 두 책 모두 한국교육신문사(02-576-5873)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특별한 계획보다는 과분하게도 이 분야 전문가로 불리게 된 만큼 힘닿는데 까지 책도 쓰고, 강의도 하면서 우리나라 교육발전에 보탬이 돼야겠다는 생각입니다.” | 이낙진 한국교육신문사 교육문화사업국장 leenj@kfta.or.kr
김용일 |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Ⅰ. 서 론 2005년 10월 28일 한국교육학회는 ‘평등성과 수월성의 균형신장’이란 주제의 추계 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거기에서는 특별히 고교평준화 정책을 둘러싼 다양한 주제 발표와 토론이 이루어졌다. 첫날의 ‘평등성과 수월성’ 관한 패널토론에 이어 둘째 날 ‘평준화 정책의 진단과 과제’라는 주제 하에 무려 8개의 글이 발표되었다. 뿐만 아니다. 2005년 11월 11일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역시 ‘고교평준화제도 해체, 그 이후’라는 주제로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얼마간의 시차를 두고 고교평준화 정책이 학계의 집중 조명을 받게 된 것이다. 2005년은 자립형 사립고를 시범적으로 도입한 지 3년차가 되는 해였다. 시범 실시 방침을 정하면서 정부는 3년 차가 되는 해에 평가를 통해 확대 실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언명한 바 있다. 세간의 부정적인 여론과 반발을 의식한 ‘약속’이었지만, 막상 3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책임 있는 모습이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시범 실시’라고는 하나 많은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를 과연 어떤 평가결과에 의해 폐지할 수 있겠는가? 확대하는 것 역시 녹록치 않은 현실이고 보면, 이런 식의 무책임한 학교정책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다. 되돌아보면, 자립형 사립고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고교평준화 정책에 대한 논쟁을 정점으로 치닫게 한 기억이 새롭다. 왜 그랬던 걸까? 학교선택권 때문이었다.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평준화제도 하에서는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을 인정치 않고 있다. 학교의 학생선발권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문제는 자립형 사립고와 같은 유형의 학교는 학교선택권을 필수조건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고교평준화 정책에 대해 맹렬한 공격이 감행되었고, 갑작스런 공세에 대한 반격이 치열해진 것이다. 그러나 평준화에 대한 우리 사회 일각의 집요한 공세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74년 평준화 제도 도입 직후부터 계속되어왔다. “평준화가 학력을 저하시켰다”는 주장은 평준화 폐지론자(또는 비판론자)들의 단골 메뉴다. “사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논거 가운데 하나다. 평준화가 “학교선택권을 박탈하고 있다”는 주장은 1990년대 중반을 전후로 새롭게 등장한 비판의 논거라 할 수 있다. 이런 비판은 급기야 ‘획일적이고 질 낮은 교육을 강요하는 평준화가 불평등 심화의 주범’이라는 주장으로까지 이어졌다. 당연한 얘기지만, 평준화 논쟁은 ‘공세에 대한 대응의 형태’로 전개되어왔다. 파상적으로 전개되는 평준화에 대한 공격이 관련 논쟁을 촉발시켰다는 뜻이다. 때문에 우리는 누가 어떤 논거로 왜 평준화 폐지를 주장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를 규명하기 위해 이 글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전개된다. Ⅱ절에서는 누가 어떤 논거로 평준화 폐지를 주장해왔는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Ⅲ절에서는 ‘왜’라는 물음에 대해 답을 구하는 한편, 평준화제도를 유지ㆍ강화시켜야한다는 필자의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Ⅳ절 결론에서는 평준화 논쟁의 정치적 성격을 다시 한 번 정리한 후 논쟁의 앞날에 대해 간략히 전망하고 있다. Ⅱ. 복고적 엘리트주의에서 시장주의까지 평준화에 대한 공격을 감행해온 사람들은 크게 두 유형으로 분류된다. 하나는 복고적 엘리트주의자들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주의자들과 그런 이데올로기의 세례를 받은 사람들이다. 1990년대 중반 이전까지는 복고적 엘리트주의자들이 대세를 이룬 반면, 그 이후에는 시장주의자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유형 분류는 분석적 차원에서는 유용할지 몰라도 실천적 차원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 치열한 논쟁의 지점에서는 양측이 일종의 ‘연합전선’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복고적 엘리트주의자들과 시장주의자들이 내세우는 평준화 폐지론의 논거는 무엇인가? 이러저러한 주장을 집약하자면, 다음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는 전통적인 학력의 ‘하향평준화론’이다. 두 번째는 학교선택권 부재론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신종의 교육 불평등론’이다. 이 세 가지 논거는 시간적 순서를 갖고 등장하였다. 뿐만 아니라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조합을 만들어 평준화에 대한 공격의 논리로 작동해온 게 저간의 논쟁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러면 먼저 전통적인 학력의 ‘하향평준화론’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이 논거는 복고적 엘리트주의자들의 강력한 무기다. 고교평준화로 인해 우리 학교교육 전반의 학력이 낮아졌으니 마땅히 폐지되어야 하다는 주장이다. 1990년대 중반 이전의 논쟁은 주로 이 문제에 집중되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이후 자취를 감추었다는 뜻은 아니다.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논거로 복고적 엘리트주의자들은 최근 들어 ‘색깔 공세’로 확전을 시도하고 있다. 평준화로 인해 학력이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제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의 경험적 근거는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눈여겨 볼 점은 복고적 엘리트주의자들의 논거를 지지하는 연구결과가 유독 교육부문에 시장주의를 전파해온 연구자들 측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김태종 외, 2004). 이에 반해 다수의 실증적인 연구들은 이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강상진, 2005. 10. 28; 윤종혁 외, 2003. 12; 성기선, 2002; 성기선ㆍ강태중, 2001. 5; 성기선, 1999). 이 가운데 가장 최근의 공동작업 결과를 개인 논문 형태로 발표한 강상진의 분석은 음미해볼만 하다. “…이 연구에서 분석한 거의 대부분의 준거변수에서 비평준화 지역보다는 평준화 지역에서 학교효과가 높았다. 이러한 경향은 학업성취도 영역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평준화 제도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주요 논리는 평준화 제도가 학력의 하향화를 초래한다는 것이었다. 이 연구의 결과는 그러한 주장이 근거 없음을 나타내고 있으며, 그 반대의 현상을 보고하고 있다. 학업성취도 영역인 국어, 외국어, 수리영역에서 평준화지역의 학교들은 모든 영역에서 더 높은 학교효과를 나타내고 있으며, 중소도시 지역의 결과에서 수학영역을 제외하고는, 전국을 기준으로 비교한 경우나 중소도시 지역만 비교한 경우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에서 학력의 차이를 나타낸다.”(강상진, 2005. 10. 28: 184) 다음으로 학교선택권 부재론이다. 다른 두 가지 논거에 대해 작은따옴표(‘’)를 사용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학교선택권 부재론에는 그런 표시를 하지 않은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평준화가 학교선택권을 박탈하고 있으니 되돌려주어야 한다’는 논거는 그 쟁점이 사실관계 여부보다는 하나의 신념 내지 가치 선택의 수용 여부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평준화제도의 본질이 학교선택권을 유보 내지 박탈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니 우리가 따져봐야 할 문제는 학교선택권 보장이라는 논거의 실천적 귀결이 무엇이며, 또 그것은 바람직한지 여부라 할 것이다. 그들의 주장부터 들어보기로 하자. “…평준화를 완전히 푼다. 국ㆍ공립과 사립에 차이를 두지 않고 학군을 완전히 없애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학교를 선택하고 학교도 학생들을 자유롭게 선발하도록 한다.”(박세일, 1995: 28) 이처럼 학교선택 부재론에 입각한 평준화 폐지론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시장주의자들과 그 세례를 받은 교육학자들이 널리 유포시켜온 논거다. 학교민영화(privatization) 전략의 일환으로 자립형 사립고를 도입하려는 데서 시작된 것이다.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자립형 사립고는 1995년 대통령 보고 형식을 빌어 발표된 5.31 교육개혁안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였다. 당초 그들은 현행 중ㆍ고등학교의 30% 정도까지를 ‘자립형 학교’로 전환시켜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 구상이 축소 조정되어 5.31 교육개혁안에서는 자립형 사립고 도입 방안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평준화제도를 그대로 놔두고서는 자립형 사립고는 물론 여타의 학교선택 전략을 실현시킬 수 없다는 데 있었다. 이 점은 교육개혁위원회의 자체 평가에서도 확인되는 사실이다. 즉, “(자립형 사립고 도입은-필자 주)고교평준화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청하는 것이어서 교육부에서는 이 안을 구체적으로 추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교육개혁위원회, 1998. 1: 257-258)고 토로한 바 있다. 시장주의자들에게 있어 평준화 제도는 ‘개혁’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고, 평준화 정책을 지지하고 있는 대다수 국민의 의식은 ‘교정의 대상’이었던 것이다.[PAGE BREAK]자립형 사립고 도입을 둘러싼 논쟁이 전개될 당시 평준화에 대한 공격이 최고조에 이른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당시 시장주의자들은 끝끝내 자신들의 속셈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자립형 사립고와 같은 형태의 학교에 부여되는 ‘학교선택권’은 필연적으로 불공정한 게임의 조건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자립형 사립고는 학교민영화의 최고 형태인 영국이나 미국의 귀족형 사립학교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이를 감추기 위해 ‘다양성’과 ‘자율성’ 등의 가치를 내세우는 한편, 엉뚱하게도 영국의 자율학교나 미국의 차터스쿨(charter school) 등이 그 모델인 것처럼 말해왔다. 고의적으로 논쟁의 방향 내지 구도를 교란시킨 것이다.이제 끝으로 ‘신종의 교육 불평등론’에 대해 검토할 차례다. 그 스펙트럼의 다양성을 논외로 할 때, 교육 불평등에 대한 문제제기는 전통적으로 진보적 이론가들의 전유물로 간주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장주의자들이 이 문제를 치고 나왔다. 평준화 제도가 계층 간의 교육 불평등을 치유하는데 무력하다 못해 사교육 등을 매개로 오히려 조장하고 있으니 폐지되어 마땅하다는 것이다. 주장의 대강을 직접 들어보기로 하자. “지금까지의 평준화 정책은 교육의 형평성을 보장하는 데도 실패하였다. 정부가 학교를 획일적으로 규제함으로써 학교의 다양성과 질만 떨어뜨려서, 이러한 학교교육에 만족하지 못한 학부모들은 과외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학부모일수록 고액과외를 통하여 자녀를 명문대학에 보낼 수 있는 기회를 높이게 되었다.”(이주호, 2002. 4. 15: 57) 논리의 기본구조가 ‘평준화(획일적인 규제 장치)→학교교육에 대한 불만족→사교육(과외) 유발→특정 계층 출신 자녀의 높은 명문대 진학률’임을 알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평준화 정책에 대한 수술이 다면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탈평준화의 혜택이 모든 계층의 학생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장기적으로 과외가 감소되는 만큼, 과외에 따른 형평성 훼손도 그만큼 감소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평준화 정책의 개선이 오히려 교육의 형평성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것이 우리의 견해이다”(이주호, 같은 면)라고 언명하고 있다. 이런 생각이 나중에 ‘학교정책과 과외의 경제적 분석’이라는 실증적인 연구(이주호ㆍ김선웅, 2004)로 이어진 듯하다. 이 연구결과는 이주호가 말하고 있는 ‘우리의 견해’를 지지하고 있으나 같은 해 수행된 김현진과 최상근(2004)의 실증 연구에서는 상반된 결과가 나타났다. 사실 평준화와 사교육의 관계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는 그리 많지 않고, 또 최근에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그 가운데 가장 최근의 것인 채창균의 연구결과 또한 이주호와 김선웅의 그것이 아니라 김현진과 최상근의 연구결과와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 문제를 생각하는데 참고해봄직하다. 실증 분석의 결과를 바탕으로 채창균은 다음과 같은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평준화가 사교육비 지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일견 논리적으로 타당해 보이는 ‘비평준화→학업능력별로 동질적인 학생들이 집결→효과적인 수업이 가능→공교육의 질 개선으로 사교육의 필요성 감소’라는 지적이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설령 그 차이가 유의하다고 가정하더라도 가구의 소득 수준이나 부모의 교육열, 지역적 차이 등에 비해 사교육비의 격차를 유발하는 효과가 크지 않다 할 것이다.”(채창균, 2005. 10. 7: 531) 그러나 평준화 논쟁에서 이 정책을 지지할 개연성이 있는 실증적인 연구들이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평준화만 폐지되면, 교육의 질은 물론 국가경쟁력도 한껏 제고시킬 수 있고 계층 간의 교육 불평등도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에 차 있는 사람들에게는 ‘또 하나의 연구’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강상진의 한국교육학회 발표내용에 대한 세칭 ‘메이저 신문’의 보도 태도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조선일보. 2005. 10. 28; 동아일보. 2005. 10. 28 참조). 그렇지 않아도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 선택에 반하는 경험적 연구결과가 제시될 경우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를 수없이 보아온 터이다. 다른 한편, 시장주의자들이 주도해온 평준화 폐지론에 동조해온 상당수의 교육학자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이른바 ‘평준화 보완론’을 전개해왔는데, 양자의 본질적인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보완’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그 처방에 있어서는 사실상 평준화 폐지론으로 귀결되고 있기 때문이다(서정화, 2000. 5: 10~12 참조). 하나의 사례를 살펴보기로 하자. 김영철은 “평준화 정책의 실시로 인한 고등학교 학생 학력의 하향 평준화 여부를 실증적으로 검증해 보았으나 하향 평준화되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1995: 121)고 하면서도 자립형 사립고를 평준화의 보완책 가운데 하나로 내놓고 있다. “희망하는 사립 고교 중 일정한 기준에 부합되는 학교에 학생 선발권을 부여하는 방안(제2안). 이 안은 희망하는 사학 중 설립자의 육영 의지, 교육과정 운영 실태, 교원 확보율, 시설 및 기자재 확보 정도, 재정 투자 정도 등의 기준에서 일정한 기준을 갖춘 학교에 학생 선발권을 부여하는 방안이다.”(김영철, 1995: 123~124) 글의 내용이나 발표된 시기로 보아 이 때 벌써 시장주의적 접근이 상당히 일반화되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강력한 교육외적인 힘이 작용하지 않을 경우 자립형 사립고는 평준화와 양립 불가능한 제도다. 계층차별에 기초한 특권층 내지 귀족형 사립학교로 시장주의자들에게 있어서는 민영화된 학교의 최고 형태인 것이다. 외국어계 특수목적고가 특권층을 위한 사립학교의 ‘한국적 변종’이라는 점에서 자립형 사립고가 상당수 허용될 경우 특목고는 ‘이류’로 전락하게 된다. 이처럼 이런 식의 ‘승부의 세계’에서는 결국 학교의 다양화가 아니라 서열화 및 학교 운영의 획일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Ⅲ. 공정한 게임의 조건과 우수한 교육 추구 평준화 논쟁의 현 지형은 복고적 엘리트주의와 시장주의의 동거를 한편으로 하고, 그에 대한 수세적 대응에서부터 적극적인 대안 창출과 제시를 다른 한편으로 하는 대치 국면에 접어든 상태다. 최근 또다시 평준화에 대해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자립형 사립고 평가와 무관치 않다 할 것이다. 물론 이것 말고도 평준화 운동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김해 지역처럼 얼마 전 평준화로 전환한 지역이 있는가하면, 강원도와 같이 범시민 연대기구 중심으로 평준화 제도 도입 운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는 지역도 있다. 이쯤해서 우리는 복고적 엘리트주의와 시장주의의 동거가 내포하고 있는 실천적 의미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클린턴 시절 노동부장관을 지낸 미국의 노동경제학자 Reich는 이런 문제를 생각하는데 유용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구매자 천국’의 신경제에서 기대와는 달리 인맥(人脈)이 훨씬 더 중요해졌으며, 인맥 형성의 기능을 담당해온 학교와 대학이 심각한 분류의 과정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기로 하자. “진실을 말하자면, 직장을 구하는 데에 있어 대학 교육이 갖는 진정한 가치는 대학에서 배운 것보다는 대학에서 만난 사람과 더 큰 관계가 있다. …동창회가 잘 조직된 학교를 다니면 더 앞서 나갈 수 있다. 명문대학이라면 인맥의 가치는 더 높을 것이다. 아이비리그 대학의 교육이 다른 곳보다 뛰어난 점이 있다면, 웅장한 도서관이나 교수들의 능력보다는 대학에서 얻게 되는 인맥 쪽일 것이다.”(Reich, 2000/ 오성호 옮김, 2001: 188) 이럴진대 인맥 형성과 관련된 가치에 따라 학교와 대학이 체계적으로 분리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인맥 형성에 성공한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자신이 다닌 학교나 대학에 대한 직간접적인 기여도가 높을 조건을 획득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서로 분리된 학교와 대학 그리고 거기에 관계되는 사람들은 더 이상 접점을 찾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Reich(오성호 옮김, 2001: 282)는 과거보다 선택의 여지가 많아지면서 현재 미국에서는 ‘귀족형 사립학교→잘사는 교외지역의 공립학교→차터스쿨→일반 공립학교’ 등으로 학교분류가 진행 중이라고 전하고 있다. 이런 진단은 노동배제가 초래하는 교육적 결과에 대한 최장집의 논지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복고적 엘리트주의와 시장주의의 친화력은 ‘엘리트 카르텔’ 형성의 조건을 마련하려는 공통의 관심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Reich의 표현을 빌자면, ‘주택분류ㆍ학교분류ㆍ대학분류ㆍ위험도 분류’(오성호 옮김, 2001: 279-292 참조)에 있어 이해가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를 지향하는 기획으로 이 과정에서 특히 ‘성공한’ 집단끼리의 유대는 이전보다 훨씬 강해질 수밖에 없다. 급기야 경쟁에서 이득을 보게 될 조건을 마련할 수만 있다면, 힘을 합쳐 무슨 학교정책이든 강제 못할 게 없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만연하게 된다. 그 어떤 논리로 포장하든 평준화 폐지론은 결국 불공정한 경쟁조건을 마련하고자 하는 무절제한 욕망의 교육적 표현일 따름이다. 우리 사회에서 일부 계층과 집단이 학력(學力)을 빌미로 학교와 대학을 서열화하고, 학벌주의를 온존ㆍ강화시키려 해온 것 역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장주의자들의 학교선택권이란 논거는 여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교육의 사사화(私事化)를 통해 공교육재정을 감축하려는 기획이 무절제한 교육적 욕망을 정당화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처럼 시장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이면서 공교육 재정 감축을 요구하는 당사자이기도 한 일부 계층과 집단의 이해를 집요하게 학교정책에 반영하려했다. 이것이 바로 아래와 같은 내용의 세계 보편적인 평준화 정책을 ‘걸림돌’로 인식하고 제거하려는 공세를 펴온 이유다. “평준화의 핵심은 고등학교 단계의 (학생) 선발 및 배정 방식, 즉 고교입시제도에 있다. 평준화 제도 하에서는 기본적으로 학교별 입학전형을 거치지 않는다. 시ㆍ도별로 선발고사나 무시험 내신제 또는 이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다. 해당 시ㆍ도 소재 일반계고의 수용력 범위 내에서 선발된 자를 통학거리 등을 고려하여 추첨을 통해 배정하는 것이다. 수차례 제도가 보완되었지만, 학교별 입학전형 폐지와 추첨 배정이 평준화의 기본 틀을 이루고 있다.”(김용일, 2004: 86) 이런 조건에서라면, 고등학교를 들어가는 데 있어 계층간의 차이가 반영될 여지가 없다. 다른 무엇보다 학교선택권(마찬가지로 학생선발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의 교육여건이 동일하다면, 논리적으로 공정한 경쟁 조건도 보장되는 셈이다. 이제 남는 문제는 각자의 재능과 노력을 통해 어떠한 성과를 거둘 것이냐 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모든 학교가 동일한 교육조건을 구비하고 있을 리 없고, 그것이 원천적으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책 차원에서는 될 수 있는 대로 동등한 교육조건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것은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 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며, 정부의 책무이다.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측면’에 대해서는 좀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자주 지적되는 교원의 질은 물론 교육시설, 학교풍토 등은 제아무리 노력을 해도 똑같을 수 없는 법이다. 뿐만 아니라 그런 상태가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 없다. 때문에 그런 조건을 예정하고 평준화 폐지론을 전개하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점에서 일고의 가치가 없는 일이다.[PAGE BREAK]다만, 공립학교와는 달리 교원의 순환근무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등 제도적인 차이가 존재하는 사립학교를 평준화에 포함시키는 것이 논란이 될 수는 있다(강인수, 2002 참조). 그러나 이 때에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어떤 가치를 우선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가파르게 서열화 되어 있는 대학체제와 학벌주의로 인해 우리의 고등학교가 대학입시에 ‘올인’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마당에 평준화를 사학의 자율성 침해로 간주하는 한편, 사학이니만큼 특별하게 대우해달라는 것은 뻔히 예견되는 교육의 파행을 외면하는 무책임한 주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왜 그런지는 일부 특목고의 현황에 대한 노종희의 다음과 같은 진단에 잘 나타나 있다. “과학계열이나 외국어계열의 특수목적 고등학교는 과학영재나 언어영재를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본래의 설립 목적을 저버린 채,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여 세칭 일류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한 준비기관으로 변질되었다.”(노종희, 2001: 35) 학교정책은 실험실 상황에서 반복 실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우리는 역사의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밖에 없다. 그것조차 여의치 않을 경우 역사ㆍ사회적 맥락에 충실한 해석을 전제로 다른 나라의 경험으로부터 지혜를 구하게 된다. Reich의 말대로 평준화 논쟁은 ‘새로운 사회적 균형’(오성호 옮김, 2001: 340-352 참조)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때만이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작금의 논쟁이 교육 차원의 문제로 환원될 수 없는 계층(급) 갈등의 성격을 내포하기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에 관련된 객관적인 지표조차 달리 해석하고, 다른 나라의 정보를 왜곡하는 상황이 빈발하는 한 비(반)교육적이고 생산적이지 못한 논쟁은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실질적인 민주화가 가속화되는 한편, 경제 민주주의를 앞당기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사회복지 제도 전반의 획기적인 진전이 있어야 한다. 학벌주의가 상당 정도 완화되고, 대학 서열체제가 교육 전반에 비(반)교육적인 규정력을 갖는 정도가 지금보다는 훨씬 약화되어야 한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 우리 사회에서도 “패자부활전이 가능하구나”하는 인식이 광범하게 뿌리내려야 한다. 그럴 때 진정한 의미에서 고등학교 교육이 다양화ㆍ특성화될 수 있다. 또 그럴 때만이 평준화체제를 벗어난 ‘학교 실험’도 폭이 넓어질 수 있으며, 위험부담도 줄일 수 있다. “학교가 동일한 교육(특히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경쟁하는 한, 학교는 서열화 되기 마련”(김윤태, 1996: 260)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평준화 폐지론자들의 논거들이 패퇴를 거듭하고 있다. 또 그들의 목적이 사회적 배제의 논리에 입각하여 ‘엘리트 카르텔’을 형성하기 위한 교육조건을 마련하려는데 있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현행 평준화제도의 문제점을 덮어두거나 비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의 논지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자녀 모두가 노종희가 묘사하는 모습의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너무 더뎠던 게 사실이다. 어째서 우리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열악한 교육여건을 지닌 학교를 용인하는 것일까? ‘글로벌 스탠더드’를 얘기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한편의 소극(笑劇)을 보는 것처럼 기이할 따름이다. 교육의 실물을 외면한 채 학교조차 ‘계층간의 벽을 치려는 기도’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지는 한, 우리 사회구성원 전반의 의식 수준에 대해 재점검해보는 것이 순서라 생각한다. 교육부문만큼은 “공정한 게임의 조건 속에서 우수한 교육을 추구한다”(김용일, 2005. 10. 28)는 원칙이 확고하게 견지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제아무리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파고가 높다하더라도 이를 지혜롭게 극복하는 길은 사람 교육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 양극화 해소가 국가적 의제가 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교육의 조건 자체가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경우 어쩌면 영영 희망의 근거를 상실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이 세계 보편적인 제도라 하더라도 우리가 영위하는 평준화 제도가 최선의 것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여러 제약이 존재하는 현 조건에서 평준화가 우리가 선택할 수 있고 또 선택해야 하는 제도라는 점만은 분명히 하고자 한다. 형식적이나마 ‘공정한 게임의 조건’을 확보해야겠다는 사회구성원의 의지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적어도 학교교육에서만큼은 교육외적 요인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공정하고 교육적인 경쟁이 가능한 조건을 우리 자녀들에게 마련해 주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 내용적인 측면에서의 대대적인 보완을 전제로 평준화는 상당 기간 포기할 수 없는 선택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Ⅳ. 결 론 이미 ‘끝난’ 평준화 논쟁이 지루하게 반복되는 데는 다 그만한 사연이 있게 마련이다. 평준화 논쟁의 계층(급)적 성격 때문이다. 평준화 폐지론자들은 교육을 얘기하고 있는 것 같지만, 세대간의 계층적 지위의 대물림에 유리한 교육조건에 대해 말하고 있을 뿐이다. ‘학력의 하향평준화’를 거론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려 한다. 그것이 잘 안 통하자 ‘색깔 공세’를 감행한다. 그래도 별 효과가 없자 이번에는 학교선택권ㆍ다양성ㆍ자율성 등의 가치를 앞세워 ‘장밋빛 미래’를 약속한다. 자신들의 말대로만 하면 교육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경쟁력도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저간의 논쟁에서 평준화 폐지론자들이 연출한 광경이다. 복고적 엘리트주의자들이 학벌주의와 서열화 된 학교체제에서 경험한 ‘달콤함’에 빠져 그 완고함을 유감없이 드러냈다면, 시장주의자들은 비교적 정교한 어법을 구사한다는 특징을 보여준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복고적 엘리트주의자들까지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수완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사정을 간과하고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대대적으로 전개되어온 평준화에 대한 공세를 제대로 설명해낼 수 없다. 경제학자와 한국개발연구원ㆍ한국경제연구원과 같이 영향력이 큰 싱크탱크들이 앞장서고, 기획예산처ㆍ재정경제부 등의 일부 관료들과 시장주의의 세례를 받은 교육 관료들과 교육학자들이 뒤따랐던 것이다. 시장주의자들이 내세운 핵심 논거는 학교선택권 보장이었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다. 전통적인 학력의 ‘하향평준화론’(‘색깔론’ 포함)도 포섭하는 한편, ‘신종의 교육 불평등론’까지 동원하였다. 평준화를 폐지할 수만 있다면, 못할 게 없다는 태도였던 셈이다. 공교육 재정을 감축하고, 기업이 요구하는 사회조건과 의식을 재생산할 수 있는 교육조건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여기에 이해를 같이하는 부유층이 적극적으로 화답하는 한편, 상당수의 중류층은 좌충우돌하고 사회적 약자들은 배제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음을 실감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시장주의자들이 기획은 그 ‘공력’에 비해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한 것 같다. 억지춘향 격으로 외국인학교법을 통과시키고, 틈만 나면 외국어계 특목고나 국제고를 신설하는 정도가 성과라면 성과라 할 것이다. 그러나 학교민영화의 완결판 격인 자립형 사립고는 전격 도입하긴 했으나 시범실시라는 단서 등으로 인해 여전히 정치적 판단의 대상에 머물러 있다. 상처를 입긴 했지만, 평준화체제는 여전히 견고하다. 평준화에 대한 국민의 지지 또한 큰 변화가 없다. 오히려 비평준화 지역이 평준화로 돌아서거나 평준화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평준화 폐지론이 사회적 배제의 논리에 기초하여 불평등을 제도화하려는 것이라는 사실이 감지되기 시작하자 사회적 약자들이 조직되어 대항 전선을 구축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정이 이렇다고 해서 전혀 생산적이지 못한 평준화 논쟁이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는 않다. 시장주의로 무장한 세력들이 평준화에 대한 공세를 늦출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해보다 급기야 ‘자율형 공립학교’까지 들고 나왔다. 미국의 차터스쿨 가운데서도 보수적이고 시장주의에 경도된 학교 모델을 수입하자는 것이다. 자립형 사립고에 대한 강력한 저항을 새로운 처방전으로 우회ㆍ돌파해보려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알아야 사실이 하나 있다. 평준화 폐지와 같은 비(반)교육적인 기획은 필연적으로 더 강력한 저항을 불러일으키게 마련이다. 이제 너무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가치를 배타적으로 강조하면 할수록 공교육의 정치적 가치가 설자리를 잃고, 교육 본연의 가치를 실현할 조건은 더 요원해진다는 알아챘다. 시장주의의 실천적 귀결을 과학적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김정호 | 서울 양화초 교사 “신학기가 시작되던 날, 수업을 마친 5학년짜리 아이가 집으로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더니 상기된 표정으로 한참 동안 말을 못했어요. 가까스로 숨을 돌리게 한 후 물어보았더니 난생처음 남자 선생님이 자기 담임이 됐다는 거에요.” 이는 작년 9월 신학기를 맞아 자신의 자녀가 처음으로 남자 담임선생님을 경험하게 됐다는 중국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의 말이다. 앞의 사례에서 보듯이 중국에서도 초·중학교 교사의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교육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작년 베이징시 교육위원회의 통계에 의하면 베이징시의 경우 초·중·고 교사 중에서 여교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78%, 71%, 67%로 남교사에 대한 여교사 비율이 나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남교사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베이징의 일부 학교에서는 최근 신규교사 모집 시 남교사만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여교사와 남교사의 성비 불균형 현상은 지방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중국 동북지역인 리아오닝성[遼寧省]의 2004년의 통계에 따르면 초등학교 여교사가 전체 교사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 남부인 광동성(廣東省)도 68만 명의 초·중·고 교사 중 60% 이상이 여교사로, 일부 지역에서는 여교사의 비율이 80~90%를 초과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교사의 성비 불균형으로 인한 문제는 중국의 교육 현장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많은 학교에서는 남교사 부족으로 체육과목이 소홀히 취급되어 남자 아이들이 축구나 농구 등 격렬한 운동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으며, 학교 행사도 남교사들의 절대적인 부족으로 약식으로 치러지거나 그나마 치러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중국 학부모 입장에서 볼 때 초·중학교 교사의 성비 불균형이 초래하는 가장 큰 걱정거리는 아이들의 여성화 경향이다. 이는 중국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으로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으로 인해 ‘한 자녀[獨生子女]’가 보편화된 중국 가정의 현실에서 아이들이 유치원에서부터 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치는 10여 년 동안 여교사들만 접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남성다움을 경험하지 못하고, 여성적인 성향만 더욱 강해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지만 남교사의 절대적인 부족이 중국 초·중학교 학부모들을 걱정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 초·중학교에서의 남교사 부족현상은 교원양성기관인 사범계학교로 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초·중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5년제 전문학교 및 사범계 대학에서부터 남녀 성비의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다. 최근 이들 학교의 경우 체육, 수학과를 제외한 교육학, 영어, 음악 등의 전공에는 한 반 50~60명의 학생 중 남학생이 많으면 6~7명 정도, 심한 경우에는 한두 명의 남학생만이 있는 학과도 적지 않다. 이러한 교원양성기관의 남학생 부족현상은 자연적으로 이들이 졸업을 하여 직업을 갖게 되는 때에 남교사의 부족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면 왜 이렇듯 사범계열에 지원하는 남학생의 수가 적은 것인가? 이는 우선 ‘교사를 하는 것은 남자로서 할 짓이 아니다’라는 중국 사회에 존재하는 편견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초·중학교 교사는 여자나 하는 일이라는 고정관념이 강하게 남아있어 아직까지도 남자가 초등학교 교사를 하는 것은 ‘못난 짓’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대학입시를 앞둔 남자 고등학생들에게 사범계열 학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 학교를 졸업한 후 교사가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응시를 권유하면 대부분 ‘못난 짓’으로 생각하고 회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태도는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아들이 초·중학교 교사가 되기를 원하는 학부모는 많지 않다. 이는 과거 무자격자가 초·중학교 교사를 하던 시절의 고정관념으로 인한 초·중학교 교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사범계열 학교 및 초·중학교에서 나날이 심해지는 예비교사와 교사의 성비 불균형도 남자들이 초·중등 교사직을 회피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중국 초·중학교 교사에 대한 사회적 낮은 대우로 인하여 발생되는 일이다. 남자들이 대우가 낮은 교사직을 꺼리기 때문에 교직에는 여자들이 점점 더 많아지게 되고, 여교사들이 점점 많아지게 됨에 따라 남자들이 여자들이 많은 교직사회에 발을 들여놓길 꺼려하는 등의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초·중학교의 남교사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이러한 초·중학교에서의 교사의 성비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대책들을 강구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사범계열 대학에 남학생 모집비율을 의무적으로 정하는 방법으로 상하이 사범대학의 경우 몇 년 전부터 ‘사범대학 전공별 남학생 모집인원은 전체 학생 모집인원의 40% 이하가 되지 않도록 한다’라는 규정을 정해 남학생들을 사범대학으로 유인하여 상하이 초·중학교 교사의 성비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중국 교육계 일부에서는 교사의 대우조건을 향상시켜 남자들을 교직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대안으로는 현재 정식 공무원이 아닌 교사의 신분을 공무원으로 격상시켜 이들의 신분을 보장해주고, 교사의 급료를 일정한 수준으로 올려주어 현재의 교사의 낮은 사회적 지위를 일정수준까지 끌어올리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논의들은 각 가정에도 엄마 아빠가 모두 있어야 아이들의 정서함양에 도움이 되듯이 학교에도 학생들이 남·여 선생님들을 고루 접하면서 생활해야만 이들의 정서 및 학업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사고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으로 점차 사회적인 공감대도 넓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초·중등학교 교사의 성비 불균형 문제는 비단 중국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올해 서울지역 초등 신규교원 810명 중 732명이, 중등 신규교원 361명 중 281명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난 데서 보듯이 교단의 여성화가 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한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신아연 | 호주 칼럼니스트 호주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저학년들을 대상으로 매주 한 차례씩 돌아가며, 무언가를 가지고 나와 그것에 대해 약 5분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초등과정의 약 2~3년간에 걸쳐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사물과 상황을 정확하게 묘사하고 의견을 바르게 전달하려는 연습을 반복하면서 어린이들의 논리적 사고와 표현력은 놀라울 정도로 성장하게 된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한 동네 사는 꼬마 녀석은 다른 날에 비해 월요일이면 학교 갈 준비로 더욱 부산하다. 학교생활이 아직 서툰데다 이틀을 쉬고 난 월요일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매주 월요일이면 친구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하는 긴장과 흥분이 겹쳐 더욱 그러하다. 지난 주 월요일에는 등교하던 녀석의 손에 빨간색의 부드러운 고무공이 쥐어져 있었는데 이번 주에는 뭘 들고 가는지 은근히 궁금해져서 일부러 앞마당에 나가 녀석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호주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저학년들을 대상으로 매주 한 차례씩 돌아가며, 무언가를 가지고 나와 그것에 대해 약 5분간 자유로이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이야기의 주제나 소재, 방식 등에 아무 구애 없이 그저 급우들 앞에 나와서 짧게 발표를 하게 하는 것이다. 어린이들은 매주 그 시간에 대비하여 평소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던 장난감을 비롯하여 동화책이나 새로 산 학용품, 여행지에서 산 진기한 기념품, 특별한 날, 특별한 의미가 담긴 선물 등을 한 가지씩 가지고 등교하는 설렘과 즐거움에 흠뻑 젖는다. 자녀들의 5분 발표를 돕기 위한 부모들의 정성 또한 이에 못지않다. 매주 한 가지씩 꼬박꼬박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발표대상 또한 인공적인 것에서 자연물로, 무생물에서 생물에 이르기까지 주변의 모든 것들에 관심을 두게 되고 선정대상 또한 광범위하고 다양해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정작 학교에 가지고 갈 마땅한 것이 언뜻 떠오르지 않을 때나 들고 갈 것이 궁해져 걱정이 될 때면 어린이들은 부모들의 도움을 청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필자 또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일일 발표가 있던 어느 날, 집에서 기르던 햄스터를 폭신한 천에 감싸 안고 함께 등교했던 적이 있다. 아마도 그때 햄스터가 새끼를 낳았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아이들이 그 이야기를 급우들 앞에서 하고 싶다고 해서 햄스터 가족을 교실까지 조심스레 데려 갔다가 데려왔었다. 아이가 둘이다 보니 우연히 발표가 겹치는 날은 눈독들인 물건을 서로 가지고 가겠다고 두 녀석이 싸우는 날도 있었는가 하면, 저 혼자 들고 가기에 버거운 덩치 큰 것이나 화분 따위 등 깨지기 쉬운 것을 학교까지 옮겨달라고 할 때도 있었다. 그 때는 솔직히 귀찮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두 아이 모두 고등학생이 되어 더 이상 소동을 벌일 일이 없어지고 나니 그 대신 동네 꼬마가 뭘 들고 학교에 가는지 슬그머니 궁금해지고, 그때 생각이 나서 혼자 미소 짓곤 하는 것이다. 햄스터나 토끼뿐 아니라 개, 고양이들도 특별한 사연이 있는 한 아이들 앞에서 5분간 서기 위해 한 차례씩 주인을 따라 등교를 해야 하는 일은 물론이고, 만약 그날의 주인공이 새라면 일찌감치 모이를 얻어먹고는 새장에 실린 채 부모들의 손에 들리어 아이들의 학교로 가야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과정의 약 2~3년간에 걸쳐 이렇게 주변에 보이는 모든 것들에 대해 자기 의견이나 사물의 특성에 관한 관찰과 설명, 어떤 물건을 소유하게 된 배경과 구입하게 된 경위 등을 조리 있는 말로 표현하는 연습을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어린이들은 논리적 사고와 표현력이 놀라울 정도로 성장하게 되는 효과를 얻게 된다. 뿐만 아니라 남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수줍음을 타는 성격도 반복되는 발표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고쳐져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고, 반대로 지나치게 부산스럽거나 집중력이 부족한 어린이들도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는 습관을 들이는 훈련을 몸에 익히는 동안 성격교정이 가능하게 된다. 흔히 서구사회는 토론문화가 발달되어있다고 대부분 인정하지만, 아닌 게 아니라 호주 사람치고 학력이 높든 낮든 말 못하는 사람을 일찍이 본 적이 없는 듯하다. 그 이유가 아마도 초등학교 때부터 ‘말을 잘하는’ 연습을 반복해서 시키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보곤 한다.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사물과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묘사하고 바르게 전달하려는 습관이 어려서부터 자연스레 배이다 보면 그것이 곧 문화로 자리 잡는 토양이 될 터이니.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5분 말하기’로 기초를 다진 후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조리 있는 표현과 논리가 한 단계 심화된 형태로서 ‘토론광장’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는다. 이제는 구체적인 사물에 대한 단순한 설명이 아닌 한 가지 이슈나 주제, 사안을 놓고 학생들 간에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가는 것이다. 학년별로 토론에 참여하고 싶은 학생들을 선발하여 팀을 구성한 후 각각 두 팀씩 설전을 벌이게 되는데, 어떤 주제에 대해 보다 논리적이며 타당한 논거를 제시하며 조목조목 자기주장을 잘 펼쳐나가는 팀이 우승을 하게 된다. 토론의 주제로 주로 선정되는 이슈는 학생들에게 익숙한 학원 내 문제나 시사, 혹은 사회적인 현안 중에서 잡히는 일이 대부분으로, 예를 들어 ‘왕따나 학원 폭력’ ‘입시제도 개선안’,‘학생 흡연이나 음주 약물’ 등을 놓고 토론을 벌이게 것이다. 학생들의 토론 광장은 학교대항 토론대회로까지 행사의 폭을 넓히면서 ‘제대로 말하는 법’의 중요성과 효율성을 심는다. 상대방을 설득하면서, 자기주장을 무리 없이 펼치는 대화와 토론의 문화가 이렇게 해서 뿌리를 내리게 되는 것이다. 호주인들은 유난히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시시콜콜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대화의 소재나 주제에 대해서도 자기 나름의 심각하고 독자적인 견해를 가지고 의견을 피력하는 것을 보고 감탄을 할 때가 자주 있다. 그런가하면 어릴 때부터 말하고 듣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받아온 탓에 아무리 하찮은 생각이라도 자기의 독자적인 아이디어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는다는 느낌도 함께 받는다. 등굣길의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소지품을 유심히 관찰하며 곰곰이 생각할수록 말이 5분이지, 어린 아이들에게 혼자 말하기로 주어지는 5분이란 결코 적지 않은 시간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정작 당사자들은 발표에 대한 기대와 재미로 표정조차 상기된 채 학교로 향하고 있다는 것에서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스런 동기유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아울러 하게 된다.
윤종혁 |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2006년 1월 18일 일본 정부는 ‘교육개혁을 위한 중점행동계획’을 통합·발표하였다. 이미 정부는 2005년 10월 26일 중앙교육심의회로부터 ‘새로운 시대의 의무교육을 창조 한다’는 제목의 답신을 받았고, 의무교육 구조를 개혁하는 방향과 관련된 제언을 받아들였다. 또한 2005년 11월 30일에는 일반재정과 지방재정을 통합하는 것과 관련된 ‘삼위일체’ 개혁에 대한 정부·여당 합의도 이루어졌다. 중점행동계획은 이와 같은 최근의 교육개혁 흐름과 비슷한 맥락에서 적용하고 있는 시책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중점행동계획은 “국제사회에서 활약할 수 있는 심성 풍부하고 자랑스러운 인간 만들기”를 지향하여 “어떤 아동이라도 풍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기본 이념으로 하고 있다. 중점행동계획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과제를 집중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즉, 그것은 새로운 시대의 의무교육을 창조하고, 활력 있는 인재를 육성하며, 충실한 교육 조성을 위해 환경을 정비하고, 가정·지역의 교육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새로운 시대의 의무교육 창조’는 2005년 10월의 중앙교육심의회 답신을 수용하여 구체적인 방안과 추진 일정을 통합하였다. 향후 이런 관점에서 학습지도요령의 수정 등을 포함하여 필요한 제도를 개정하고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중점행동계획이 말하는 의무교육의 창조는 의무교육의 구조를 다음과 같은 6가지 측면에서 주로 검토·개혁하는데 있다. 즉, ①의무교육의 목표를 명확하게 하고, 교육결과에 대한 검증을 통해 질을 보증·향상시킨다. ②교사에 대해 흔들림 없는 신뢰를 확보한다. ③지방·학교의 주체성과 창의성·궁리를 통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등 학교·교육위원회의 개혁을 추진한다. ④확고한 방식으로 교육 조건을 정비한다. ⑤유아기 때부터 ‘인간력’을 향상시키도록 한다. ⑥특별지원 교육을 추진한다. 둘째, ‘활력 있는 인재를 기르기 위하여 교육의 충실화’를 도모하기 위한 네 가지 실천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①학습지도요령을 수정하여 아동의 학습의욕과 호기심을 기르기 위한 확실한 학력 향상 대책을 마련한다. ②최근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이른바 ‘탈선’ 행동 등 아동의 정서·심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거나, 학교·가정·유관 기관 사이에 연계·제휴를 통해 등교 거부 문제 등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풍부한 심성을 육성하도록 한다. 그 외에도 ③아동의 체력 향상이나 식생활 습관 개선을 통한 건강한 신체 육성, ④직업훈련 교육이나 미숙련자를 대상으로 한 ‘재교육’ 기회의 제공 등 스스로 자립하고자 하는 청년 육성 대책 등이 있다. 셋째, ‘충실한 교육을 뒷받침하는 환경의 정비’대책으로서,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학교·지역사회 만들기, ICT 이용·활용을 통한 교육과 학습 추진, 그리고 교육비 부담 방식의 검토 등 세 가지 실천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여기에서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학교·지역을 만들기 위해서 학교 혹은 통학로에서 대형사건·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지역을 철저하게 관리·통제하여 ‘아동 안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대책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ICT 이용·활용을 통해 교육과 학습을 추진하는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ICT 국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재 육성’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즉, 학교 ICT 환경 정비를 가속화하기 위해 지방공공단체의 관련 사업을 조성·독려하는 것과 함께, 2006년 3월을 ‘교육정보화의 달’로 지정하여 ICT 이용·활용 캠페인 등 각종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한편, 교육비 부담 방식을 검토하는 것은 ‘자녀를 적게 낳는 현상’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관점을 기본으로 하여, 아동이 취학하기 전부터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단계별 교육비 실태를 조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사회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교육비 부담 실태를 상세하게 파악하고, 과제를 분명하게 확인하는 등 교육비 부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넷째, ‘가정·지역사회의 교육력을 향상’ 시키는 것과 관련하여 아동의 기본적인 생활습관을 개선하기 위한 육성 지원 대책을 마련한다. 이를 위해 PTA 등 민간단체와 연계·제휴하여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아침밥 먹기’ 운동을 전개하며, 지역사회에서도 ‘아동 전용 휴게실’ 건설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중점행동계획은 교육, 교사, 지방·학교, 교육조건 등 네 가지 전략을 통해 구체적인 실천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교육전략은 의무교육의 사명과 제도 운영의 탄력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즉, 학교교육법 개정을 통해 의무교육의 달성 목표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음을 검토하고 있으며, 그런 측면에서 설립주체별로 9년제 의무교육학교를 검토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하였다. 또한 학교 등교를 기피·거부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 외의 교육시설에서 의무교육을 시행하는 등의 제도 구상을 하고 있으며, 초·중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국어 및 수학·산술에 대한 학력평가도 하고 있다. 기존의 특수학교도 ‘특별지원학교’로 전환시켜 지역특수교육 센터 역할을 부여하고, 기존 심신장애학생 이외에 학습장애, 약물장애 등의 문화결손 학생에 대한 교육도 담당·강화할 것을 검토한다. 교사 전략은 주로 교원양성·자격제도를 개혁하고, 교원평가의 개선을 통해 다양한 인재가 학교 현장에 등용될 수 있도록 한다. 교직 과정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는 차원에서 ‘교직대학원’ 제도를 새로 신설하고, ‘교원자격증갱신제’를 도입하는 등 교원에 대한 채용·현직연수 등을 개선·충실하게 운영한다. 교원평가를 적극 개선하여 평가 결과를 급여 등 처우에 반영하며, 우수 교원을 표창하고 지도력 부족 교원을 별도 관리하는 대책을 계속 적용한다. 그리고 조건부 채용기간제도를 교원 임용에 적극 활용하여 퇴직자·기업인 등을 교원으로 임용하고, 교장 외에 교감도 민간인 등용을 검토·실천한다. 지방·학교전략은 학교 및 교육위원회의 조직운영을 개혁하고, 국가와 지방 간 혹은 광역자치와 기초자치 간 관계·역할을 개혁한다. 학교·교장의 권한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교원 공모제, FA제 등 인사·예산에서 자율성을 주고, 학교평가 시스템을 구축하여 의무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한다. 그런 차원에서 학부모·지역주민이 학교 운영에 참여하고, 지방자치정부와 교육위원회 사이의 역할을 재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 교육조건 전략은 주로 의무교육비 국고부담제도를 개선하여 지방의 자율재량을 확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런 관점에서 교직원 급여제도도 지방정부로 이양하고, 기초자치단체가 부담하는 교직원 임용제도 등도 검토·적용한다. 이와 같은 여러 대책 외에도 ‘공공 정신’이나 ‘평생학습’ 등 새로운 시대의 교육이념을 명확하게 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한 대책으로서 교육기본법을 개정하고 교육진흥기본계획을 확정·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미 교육개혁 속의 전략들은 2005년 중앙교육심의회 답신 등을 통해 검토 및 제도 개정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적어도 2008년까지 모든 제도를 교육 현장에 실천·적용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이와 같은 중점행동계획을 지방공공단체, 학교, 교육단체 등을 포함한 관계자 및 국민이 공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교육개혁이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즐길 수 있는 영어 교육을 위해 함께 합니다" 지난 1월 교육부는 제2차 국가인적자원개발기본계획을 통해 올 하반기 전국 16개 초등학교를 상대로 1, 2학년 영어 교육을 시범 실시하고, 2008년부터 이를 전면 확대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이 발표를 계기로 국가경쟁력강화를 위한 영어 교육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영어 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에 비해, 현장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영어교과수월성연구회(회장 김건용 안성 가율초 교감)는 이를 해결해 보고자 2002년 창립되어 올해로 4년째 활동하고 있다. 영어교과수월성연구회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필요한 영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영어에 대한 관심을 갖고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영어를 쉽게 포기하는 학생들이 줄어든다는 것. 이를 위해 학생들이 쉽고 빠르게 영어 의사소통이 가능할 수 있도록 영어교과를 연구하고 자료집을 발간한다. 자료집에는 기억술을 이용한 영어 문장 외우기 등 독창적인 자료들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 연말 배재학습센터에서 개최된 세미나에서는 영어 체험 인프라 구축과 실제 상황에 대한 적응 능력 배양에 대하여 심도 있는 토론을 하였고 참석자들에게 높은 호응을 받았다. 또한 영어교과 수월성 향상을 위하여 전국 교육청의 학습도움센터를 이용해 연구한 자료를 공유한다. 이는 영어 교육의 필요성을 알리고, 영어 교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생님들을 위한 것. 교육청 단위 관련 발표회에도 꾸준히 참석하여 그 정보를 회원 상호간에 공유하는 것도 필수이다. 영어교과수월성연구회의 꾸준한 활동에 구심점이 되고 있는 김건용 안성 가율초 교감은 "우리 동호회 활동을 통하여 영어 교육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며 "경기도의 경우, 컴퓨터를 모르면 폐를 끼치듯이 학교 현장에서도 영어를 모르면 주변 선생님들께 폐가 되는 상황이 올 듯한 분위기"라고 자랑했다. 영어교과수월성연구회의 또 다른 장점은 회원 구성이 초·중등 교사뿐만 아니라 대학교수와 일반인 등 다양하다는 것이다. 특히 일반인은 영어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부모들로 교사들이 놓치기 쉬운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하여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외에도 회원 상호간 교수·학습 자료 공유, 영재교육/창의성 교육 관련 대학원 세미나 참석(월1회), 영어교육의 Q&A 운영으로 현장의 문제점 해결, 우수 교육자료 전시회 탐방 등 영어 교육 활성화를 위한 영어교과수월성연구회의 장점은 많다. 영어교과수월성연구회는 앞으로도 영어 의사소통 연구 자료 발간, 영어 교수·학습 용어 자료집 발간(교과별), 교육청과 연계한 유명 강사 초청 연수 실시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예정이다. 회원 가입은 영어 교육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으면 누구나 가능하며, www.wizclass.com/kuc7을 참고하면 된다. ·이 공간은 교원동호회를 소개하는 곳입니다. 현재 활동하고 계신 동호회를 자랑하고, 널리 알리고자 하는 동호회에서는 새교육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전화=(02) 575-4185 ·이메일=esy@kfta.or.kr
장옥순 | 전남 토지초 연곡분교 교사 “선생님, 잘 지내셨어요? 저 은주입니다.” “그래, 요즈음 소식이 뜸하더니 잘 지내니?” “예, 이번 교원임용고시에 합격하고 지금 연수중입니다.” “그러니? 참 잘했구나. 축하한다. 그러고 보니 제자 중에서 네가 제1호구나. 초등학교 선생님으로는 말이다.” 전교생이 94명이던 작은 학교에서 6학년 제자였던 아이가 벌써 발령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시간이 화살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려운 형편임에도 늘 욕심도 많고, 자신을 다잡아 주는 충고를 기꺼이 받아들이던 제자였습니다. 21명을 졸업시켰는데 많은 아이들이 4년제 대학을 갈 만큼 열심히 사는 제자들입니다. 졸업시킬 때, 1년에 두 번씩 동창회를 할 수 있도록 모임을 만들어 주었는데 10년째 모임을 이끌고 있는 것을 보면 마음이 흐뭇합니다. 모임에 나오라고 조르는 전화를 건 제자의 칭얼거림에 행복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졸업한 시골 학교가 이제는 폐교의 길을 걷고 있지만 제자들과 끈끈한 인연으로 맺어져 있고 졸업생들끼리도 정기적으로 만나서 서로의 우정과 사랑을 이어가고 있으니, 모교는 가슴 속에 살아남아 언제든지 아이들을 하나로 만들어 주리라 믿습니다. “은주야, 이젠 김 선생님이라고 불러야겠구나. 그렇지?” “아니, 선생님도 참. 저는 영원한 선생님의 제자일 뿐입니다. 선생님의 교단 제자 1호라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은주는 초등학교 졸업을 한 뒤 중·고생 때에도 전화를 가장 많이 하는 제자였습니다. 전화를 걸었다 하면 30분은 기본일 정도로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쏟아놓으며 어리광을 부리곤 했습니다. 전화를 받을 때마다, “은주야, 일기는 쓰고 있지? 좋은 책도 많이 읽고 있지?” “아이고 선생님도 참. 고등학생이 언제 일기를 쓰고 차분히 책을 읽습니까? 학과 공부도 바쁜데요.” “논술 포기할 거면 일기도 쓰지 말고 책 읽는 것도 포기하렴.” “옛! 즉시 실시하겠습니다. 선생님 목소리 좀 들으려고 전화 드리면 이렇게 변함없이 잔소리시리즈 멘트를 똑같이 하시네요. 6년 동안 변함없이 말입니다.” 때로는 교육대학에 간 것을 후회하고 자신이 원했던 건 수학선생님의 길이 아니라며 다시 공부하고 싶다 떼를 쓰면 귓바퀴가 뜨거울 정도로 오랜 시간 전화로 상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제자가 이제 무사히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이 대견합니다. 졸업 후에도 10년 동안 잊지 않고 찾아주는 모습만으로도 기특한데 자기들 모임에 꼭 나오라고 날을 받자고 조르니 육신으로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마음속에는 자식과 다름없습니다. 군대에 간 제자들이 돌아오고 시집 장가를 간다고 앞으로도 줄기차게 찾을 걸 생각하니 이런 맛에 6학년 담임에 중독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서슴없이 이성문제까지 내놓고 인생 상담까지 들어주는 이 자리가 새삼스럽게 소중해집니다. 졸업하자마자 발령을 받지 말고 좀 쉬었다 나가면 좋겠다고 했더니 집안 살림을 거들어야 한다며 발령이 안 나면 아르바이트나 기간제 교사 자리라도 찾아서 동생의 학비를 보태야 한다는 예쁜 마음에 다시 감동을 합니다. 교직에 나가면 동생의 대학 학비는 자신이 대주겠다는 기특한 제자의 다짐을 들으니 이제는 내가 충고해 줄 일이 드물 것 같아 서운함마저 느꼈습니다. 광주에서 근무하게 될 제자가 도시 아이들을 맡아 마음고생을 하거나 상처를 받을 때 선배로서 조언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요즈음 젊은이들은 지혜롭고 배우기를 좋아해서 뭐든 잘 헤쳐나가리라 확신합니다. 이제는 제자가 아닌 같은 길을 가는 동료로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으니 제가 더 긴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6학년을 가르칠 때 “선생님 하시는 것을 보면 나중에 저는 절대로 선생님하고 싶지 않아요. 제자들 때문에 너무 고생하시고 상처도 많이 받으시는 것 같아요”라고 했던 녀석이 그 길을 따라오는 것을 보며 그래도 이 길만큼 보람된 일도 흔하지 않음을 말해 주고 싶습니다. ‘은주야! 교직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가르치는 동안 나 스스로 배우는 일이 많아서 늘 깨우치게 된다는 점이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자리 잡게 하는 기쁨을 안겨준단다. 세상의 모든 직업이 다 귀하지만 평생 책을 볼 수 있는 축복, 바른길을 걷게 하려면 스스로 바르게 걸어야 하는 어려운 자리이면서도 청출어람(靑出於藍)의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단다. 요즘 세태가 경제적으로 가장 안정적이니 교직을 선호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부차적인 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수를 받는 동안 품었던 처음 마음을 잘 기억해 두고 힘들 때마다 자신을 일깨우도록 하기 바란다. 은주야! 너는 항상 내 기쁨인 걸 아니? 부모의 일을 물려받는 자식이 대견하고 고맙듯이 내 길을 따라오는 네 모습도 늘 자랑이란다. 네가 발령을 받는 날, 만나서 축배를 들자꾸나'
기원전 202년 시황제에 이어서 두 번째로 천하를 통일한 유방은 한나라를 세우고 황제(고조)로 즉위하였다. 시황제가 그동안 백성들의 욕을 한 몸에 받으면서까지 국가 체제를 잘 다져 놓았던 터라 진나라 시대의 제도, 즉 중앙관료 조직이었던 '3공 9경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한편, 장안(長安)을 도읍으로 정하고 지방의 행정제도는 기존의 군현제를 보완하였다. 개국공신 처리 해법, 군국제 평민출신이었던 고조에게는 하나의 핸디캡이 있었다. 출신을 중시하는 중국사회에서 뭔가 내세울 만한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시황제처럼 강력한 중앙집권을 실행할 입장이 아니었다. 다시 말해서 카리스마가 없었다는 말이다. 그래서 중앙집권제와 옛 봉건제도를 합친 군현제를 실시하였는데, 이러한 절충식 제도를 '군국제(郡國制)'라 한다. 사실 고조가 봉건제도를 다시 활용하고자 했던 이유는 공신들에게 대한 논공행상 문제가 깊이 깔려 있었다. 공신을 섭섭하게 대하면 물론 면전에서는 아니겠지만, '폐하께서 그 자리에 계시기까지'라고 하면서 투덜거리기 마련이다. 개국이나 정변에는 반드시 공신이 생긴다. 목숨을 걸고 주군을 도와 대업을 이룬다는 대의명분은 물론 '좋은 세상 만들기' 혹은 '왜곡된 현실을 바로 잡고 종묘사직을 위한다'는 것이지만, 주군을 도와 싸우는 대신, 나중에 성공하면 한 자리 주어야 한다는 암시적인 묵계가 깔려있는 것이다. 이미 일종의 섀도 캐비닛(Shadow Cabinet - 그림자 내각)이 구성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목적이 이루어지면 공신은 애물단지가 되며 공신은 공신대로 토사구팽 신세가 되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한다. 고조의 입장에서는 공신을 어떻게 섭섭하지 않게 기술적으로 처리하느냐가 현안문제였다. 우선 지방(郡)에는 관리를 임명하여 파견하는 한편, 공신들은 유씨 일가와 함께 분봉왕으로 삼고 어떻게 나오나 보았다. 생각이 단순하여 만족하고 별 생각 없이 사는 공신은 제외하고 서서히 숙청의 칼날을 들여대기 시작했다. 중국사에서 제후들이 중앙정부에 대해서 반기를 드는 예가 많았다. 중국이라는 땅이 워낙 넓어 고조의 깊은 뜻(숙청구실을 만들려는)을 알아채지 못하고 제후들은 제후들대로 마치 독립국처럼 행세하려고 하였다. 고조는 재위기간 동안에 자신에게는 물론, 태자에게도 짐이 될 공신들을 갖가지 구실을 붙여서 제거하였다. 그의 통치 스타일은 시황제를 반면교사로 삼아 점진주의를 택하였다. 급진주의가 어떤 폐단을 낳게 되었는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조세와 노역을 경감시켜주고 시황제나 초패왕의 경우와는 달리 백성들을 어루만져 줌으로써 민심을 수습하는 데 성공하였다. 무제의 국제화와 실크로드 극동은 물론 동아시아의 최강국으로 떠오른 한나라는 당시 한강 이남의 진국과 교역하고 있었는데, 고조선의 우거왕이 중계무역을 독점하기 위해서 한나라에게 진국에 대한 직접교역을 금지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고조선의 급성장에 불안을 느끼고 있었던 한무제(漢武帝 : BC 141~87)는 대군을 동원하여 고조선을 쳤으나 번번이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러나 귀족지배계층의 내부분열을 획책하여 기원전 108년 고조선을 복속시키고 한사군을 설치했다. 무제는 54년 동안 중국을 통치하면서 한족(漢族)과 중화(中華)라는 국가이념을 확립하면서 명실상부한 제국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대내적으로는 지방제후를 억눌러 중앙집권체제를 강화하고 과거제도를 시행하는 한편, 동중서(董仲舒)의 건의를 받아들여 유학을 국가의 통치이념으로 삼음으로써 한족 중심의 중화주의 사상이 정립되어 모든 것을 이분법적 화이론(華夷論)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좋지 않은 습성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새로운 기원을 세운다는 의미에서 연호를 건원(建元)이라 하고 주변민족에게 자신의 연호를 쓰도록 강요하면서 이에 따르지 않는 주변국들을 하나하나 복속시키고 주변의 복속국에게 중국의 역법을 쓰도록 강요하였다. 또한 그의 치세 중에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가 편찬되었는데 비록 중화적 사관으로 주변 민족을 폄하한 책이지만 역사적 가치는 충분하다. 사기에는 삼황오제의 전설을 비롯하여 춘추·전국시대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으며 본기(本紀)·세가(世家)·열전(列傳)·표(表)·서(書) 등의 기전체로 쓰여 있다. 무제는 베트남을 정복하는 한편 본격적인 북방정책을 추진하였는데, 고조가 통일할 당시만 하여도 북방민족들은 한나라를 위협하는 최대의 적이었으며 특히 흉노가 대표적 존재였다. 그 무렵 소위 '모두루 대단군'이라 일컬어지는 모두찬위〔冒頓單于 : BC ?~174〕라는 영웅이 나타나 동아시아에 유목민족 최초의 대 국가를 건설하여 그 위세가 서쪽으로 파미르 지역까지 이르고 있었다. 이제 통일 한제국을 세운 고조 유방의 입장에서 흉노야말로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여서 모두찬위를 정벌하기 위해서 출병하였으나 책략에 빠져 패주하고 말았다. 눈엣가시를 빼내려다가 다래끼가 난 꼴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고조는 별 수 없이 강화를 맺고 매년 조공을 보내는 굴욕적인 외교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무제는 흉노와의 정면대결을 북방정책의 기본으로 삼아 위청(衛靑)과 곽거병(藿去病)을 보내 흉노를 몽골초원 바깥으로 몰아냈다. 그의 야심은 흉노정벌에 이어 서역 원정으로 이어졌다. 흉노의 포로를 통해서 서역을 알게 된 무제는 장건(張騫)을 서역으로 출장을 보냈는데, 장건은 지금의 아프가니스탄〔大月氏國〕까지 가서 파르티아〔安息國〕와 페르시아〔波斯國〕 등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가지고 귀국하였다. 이 과정에서 장건에 의해서 알려진 서역으로의 교통로는 나중에 당나라 시대 이후 '실크로드(비단길)'라 일컬어지게 되었다. 서양사를 원격조정한 무제 그리고 민족이동의 도미노 현상이 바로 무제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물론 자신의 의지 또는 시나리오에 따라 그렇게 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처음에는 흉노정벌에 그 목적이 있었으나 중국 북방에서 밀려난 흉노의 일부가 서쪽으로 진출하는 바람에 세계사에서 말하는 '민족 대이동'이 이루어진 것이다. 흉노의 일부가 한나라에 밀려나 중앙아시아로 이동하자 원래 그곳에 자리를 잡고 있던 대월씨국의 여러 부족들이 남쪽으로 밀려나 중앙아시아에서 인도 북서부에 걸친 이란계 쿠샨 왕조를 열었고, 더 서쪽으로 진출한 흉노의 일부는 소아시아와 발칸반도 북부지역을 타고 유럽 중부까지 진출하여 게르만족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바람에 결국 '게르만족의 대이동'으로 이어져 로마제국의 영토를 침범케 함으로써 서로마제국은 용병장 '오도아케르'에게 멸망하고 말았다(AD 476). 또한 게르만족은 중세가 시작되면서부터 온통 유럽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 오늘날의 유럽이 역사적으로 성립된 시기가 바로 민족 대이동 기간이었고 특히 유럽 일대의 민족 구성도 이때에 이루어졌다. 게르만족에게 있어서 훈족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특히 '아틸라(Attila : 434~453)'는 온통 유럽을 휘저어 놓았다. 헝가리를 중심으로 동으로는 카프카스, 서로는 라인, 북으로는 덴마크, 남으로는 도나우 연안까지 정복하고 동로마황제로 하여금 조공을 바치게 했다. 뿐만 아니라 451년에는 갈리아를 침공하고 파죽지세로 로마로 쳐들어와 전 유럽을 전율케 하였다. 당시 교황 레오 1세가 아니었더라면 아마 유럽은 풍비박산이 났을 것이다. 그리고 훈족의 일파가 중부 유럽에 나라를 세웠는데 그들이 바로 마자르인이며 국호는 헝가리였다. 교조적 이상주의자 왕망 무제(武帝)가 죽자 잇달아 어린 황제가 등극하였다. 어린 황제가 등극하였다는 이야기는 쉽게 말해서 태후 또는 그녀가 지명하는 섭정이 등장하는 것인데, 이때부터 외척과 환관들이 전횡을 일삼아 국가의 기강이 흔들리게 되었다. 어린 나이에 황제로 등극한 군주들은 하나같이 마마보이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결단력이 부족한 전한 제11대 황제 원제(元帝 : BC 75~33)는 나랏일을 외척에게 넘겨버렸는데, 그중 외척 가운데 왕망(王莽)이 원제 때에 권력을 휘둘러대더니 성제(成帝)가 즉위하자 대사마 겸 대장군이 되어 국사를 좌지우지하였다. 그러다가 왕망은 실권자의 수준에 만족하지 않고 평제를 독살하고 겨우 두 살 박이 어린애를 옹립하고 섭정을 맡았지만 이 역시 만족하지 못하고 스스로 황제가 되어 국호도 아예 '신(新)'이라 바꿔 버렸다(AD 8). 스스로 황제가 된 왕망은 감히 생각하지도 못한 획기적(?)인 일을 단행하였다. 나름대로는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다고 생각했겠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교조적이며 이상주의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재정의 충실화를 기한다는 명분으로 통화량과 인플레이션은 고려하지 않고 소위 왕망전(王莽錢)이라는 오수전(五銖錢)을 마구 주조하였을 뿐만 아니라, 대지주의 전횡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중국의 모든 전답을 황제의 소유로 하였다. 물론 지주들의 반발을 샀으나 이를 힘으로 누르고 노비를 사유물로 사고파는 행위를 금지하고 상인의 활동을 억압하였다. 왜냐하면 장사한답시고 중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황제를 비난하는 입을 막아 버리기 위해서였다. 물론 명분은 대상인들의 담합행위와 독과점을 방지하여 물가를 안정시킨다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왕망의 개혁은 복고적이며 공상적이었다. 그리고 왕망은 흉노를 공략하려고 괜히 고구려를 끌고 들어가려고 하였다. 그때 고구려의 유리왕이 이에 따르지 않자, 그때부터 중국 역사서에 고구려를 비하하는 하구려(下句麗)라는 단어가 곳곳에 등장하게 되었다. 이후 중국 역대왕조의 흥망사에는 외척과 환관이 반드시 등장한다. 환관은 최고 통치자를 바로 옆에서 보필하는 존재이므로 얼마든지 '인의 장막'을 칠 수 있어 아무리 고관대작이라도 환관의 눈 밖에 나면 끝장이었다. 후한은 후환(後患)을 남기고 고조의 9대 손인 유수(劉秀)가 그의 형과 함께 거병하여 왕망을 치고 유씨 왕조를 회복하였는데(AD 25) 그가 바로 광무제이다. 그는 수도를 뤄양으로 정하고 정치적으로는 지방 호족세력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 황실-호족 연합통치를 하였지만, 이러한 통치제도는 나중에 삼국시대의 군웅할거(群雄割據)라는 후환으로 이어져 한나라의 명운을 재촉하게 되었다. 또한 새로운 관료정치를 구축하기 위해서 유학을 더욱 장려하여 여러 학파가 생겨났다. 이에 비례하여 한족 중심의 중화사상이 중국의 고질병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광무제 역시 전한(前漢)의 무제와 마찬가지로 서역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 무제시대의 판도를 회복하고 계속 여세를 몰아 여러 나라를 복속시켜 그 위세가 파미르 지역 동서에 걸쳐 있었다. 광무제의 서역진출은 서기 1세기 후반에 시작되었다. 그는 서역경영의 책임자로 반초(班超 : AD 32~102)를 임명하여 출장을 내보냈다. 반초는 서역으로 떠나면서 지금도 사람들이 즐겨 쓰는 아주 멋있는 유행어를 남겼다. '호랑이 새끼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과연 반초는 호랑이 새끼를 잡았던 것이다. 왜냐하면 그때까지 중원에 알려지지 않았던 넓은 세계가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서역경영의 천재인 반초는 부하 감영(甘英)을 대진국(大秦國), 즉 로마제국에 파견하였다. 비록 로마에 도착하지는 못했지만, 대진국(大秦國) 황제 안돈(安頓 : 오현제의 한 사람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누스)의 사신이 해로를 통해서 중국에 와서 당시의 황제 환제(桓帝)를 알현하였다(AD 166). 그러나 두 제국은 모두 깊은 병이 들어 있었다. 후한은 환관과 외척이라는 병이요, 로마 제국 역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