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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건강센터·병원에 위탁 산업의 지정 순회방문 실태조사도 매년 실시 교원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일본은 문부과학성, 교육위원회부터 단위학교까지 정신건강 관리대책이 수립돼 있다. 교원 개인을 위한 상담서비스 제공은 물론 국가단위의 대책 수립을 위한 연구까지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우리의 시·도교육청에 해당하는 각 도도부현 교육위원회의 대책이다. 지난 2011년을 기준으로 전국의 66개 도도부현 교육위 중 61개(92.4%)가 교원들을 위한 상담창구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각 시구정촌 교육위의 상담창구 설치율은 22.3%다. 교육청에 직접 상담실이 있을 경우 상담을 꺼릴 수 있어, 대다수의 교육위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에 사업을 위탁하고 있다. 도쿄도의 경우 도쿄도교직원상조회교직원 종합건강센터와 지역회관에서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학교방문상담, 임상심리사 파견도 하고 있다. 공립학교 공제조합도 전국 180개의 상담실과 공제조합 관동중앙병원에서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조합은 24시간 전화 상담도 제공하고 있다. 도쿄도를 포함해 전화나 이메일상담을 제공하는 교육위도 87.9%에 이른다. 정신과 의사나 병원을 지정한 경우도 75.8%다. 각 교육위는 관리직 정신건강 연수, 정신건강 자료 제작·배포, 정기건강검진 시 정신건강 검진 포함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교육위의 대책에는 복직 지원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다. 도쿄도는 별도의 센터에서 정신 질환으로 휴직 중인 교원을 대상으로 정상적으로 교단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011년 기준 63개(95.5%) 교육위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나머지 3곳도 실시를 검토·계획하고 있었다. 이 중 45개(68.2%) 교육위는 복직 후 경과 관찰도 하고 있다. 문부과학성은 국가단위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교원 정신건강 조사 연구 사업’이 대표적이다. 정신건강 정책의 기초 자료 확보를 위해 매년 ‘전국교원 정신건강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조사는 단순 설문에 그치지 않고 일반 노동자와 다른 교직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질환교원 대상 심층면접 등도 포함하고 있다. 정책을 개발하고 검증하기 위한 ‘교원 정신건강 유지·증진 방안 연구’도 시행되고 있다. 문부성은 지난 2011년 12월 22일에는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한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공문에 담긴 대책은 ▲교무 효율화를 통한 업무 부담 경감 ▲부담없이 상담할 수 있는 학교 환경 조성 ▲자가진단표 등을 활용한 질병 조기 발견·치료 ▲정신질환 휴직자를 위한 복직 지원 체제 정비 ▲상담 창구 설치·관리자 연수·학교 방문 등 상담 체제 내실화였다. 단위학교 차원에서도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조치들이 시행되고 있다. 일본은 노동안전위생법에 따라 직원 50명 이상의 사업장에 산업의 선임이 의무화 돼 있는데 학교도 마찬가지다. 산업의는 기업 등에서 노동자의 건강관리 등을 실시하는 의사다. 대부분 지역의 의사를 선임해 정기적인 순회방문과 사안 발생 시 개입하고 있다. 산업의가 없는 소규모 학교는 교육위원회에서 선임한 산업의가 순회방문한다. 교육위에서 별도의 정신과 의사를 촉탁해 정신건강 관리에 신경을 쓰기도 한다. 학교장은 교사들에게 이용 가능한 상담서비스 등을 홍보하고, 스트레스가 과중한 교원에 대한 면담·배려를 하도록 돼 있다. 학교 상담사도 교원들의 스트레스 경감에 참여하는데, 주로 학생지도 사안에서 어려움을 겪을 경우 교사 대상 상담을 한다.
교원질병 50% ‘스트레스 때문’ 州 교육부 위탁사업으로 설립 독일은 각 주 정부가 대학병원 부설 연구소 등을 통해 교원들에게 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 상담 외에도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신체건강상의 문제에 대한 진료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12년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는 퇴직교사 1349명 중 정년을 채운 사람이 26.5%에 그쳤다. 46.6%였던 전년도에 비해 급격히 감소한 수치다. 니더작센 주의 뤼네부르크 대학이 24~65세 현직교원 1300명을 대상으로 정년퇴직 여부에 대해 조사한 결과도 이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16%의 교사들은 건강상의 문제로 정년까지 근무할 수 없는 여건이라고 응답했다. 교사 3명 중 1명은 학교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인해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번아웃신드롬까지 보이고 있다. 번아웃신드롬은 한 가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피로가 극에 달해 무기력증 등에 빠지는 증세다. 독일교원노조에 따르면 교사들이 앓고 있는 질병의 50%는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이다. 80%의 교사는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허리 통증, 심장박동 이상 등에 시달리고 있다. 10%의 교사는 반복해서 결강을 할 정도로 직업병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독일은 교원의 건강증진을 위해 각 주별로 대학과 연계한 활발한 연구·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2011년 라인란드팔츠 주 교육부에서 위탁해 설립된 마인츠 대학병원 교사건강연구소는 이 지역 교육공무원의 안전과 건강을 돌보기 위한 의료연구기관이다. 주 내 1700여개 학교 4만5000여 교직원들은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인 이상 등이 감지되면 이 연구소에서 신속하게 상담이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교사연구소는 교사들이 프로젝트에 쉽게 접근하도록 인터넷을 통해 스트레스 정도나 건강을 자가점검할 수 있도록 했고, 이를 통해 어떤 학교에서 어떤 교사가 긴급하게 도움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신속하게 대처한다. 이를 위해 교사건강연구소에는 20여명의 연구원들이 상시 대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단위학교를 방문해 강연과 세미나를 주최하기도 한다. 이 때 현장에서 직접 개별 교사들의 건강·심리상태를 확인하고 상담을 진행하기도 한다. 정기적인 교사연수나 스트레스 치료 프로그램 등도 운영하고 있다. 2005년 개설된 니더작센 주 뤼네브르크대학 부설 ‘교사건강포럼’ 역시 연수와 워크숍 개최 등 마인츠 대학병원 교사연구소와 비슷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 내 3천400여 명의 교사들이 이용하고 있다. 포럼에는 학교심리사, 의사, 법률가 등 30여 명의 전문가 들이 연구와 상담, 자문에 응하고 있다. 지금까지 포럼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도움을 요청한 사례는 8000여 건에 이른다.
정신적 피해 폭넓게 보상 법정 안 가고5억 받기도 스트레스 관리, 상담 장치도 영국에서도 과중한 업무와 학생지도로 인한 스트레스로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교육기준청(Ofsted)에 따르면 신임교사의 40%가 5년 이내 교단을 떠났다. 지난해 12월 전국교원연합여교사연맹(NASUWT)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절반 가까운(47%) 교사들이 교직을 그만둘 것을 심각하게 고려했다고 응답했다. 교사들의 정신적 스트레스 문제는 예방이 최선이지만, 예방이 안 됐을 때는 교육에 헌신하다 상처받은 이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도 필요하다. 영국의 경우 정신질환을 앓거나 부당행위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경우는 공무상 재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불가피하게 교단을 떠나게 될 경우는 상당한 거액을 받기도 한다. 잉글랜드 중서부 스롭셔 카운티의 한 학교에서 근무하던 교사 A씨는 1996년 학생지도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질환을 앓으며 교단을 떠난 뒤 복귀하지 못했다. 문제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담당하던 그는 학생들의 행동이 도를 넘어서자 울면서 어려움을 호소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다 그는 결국 한 학생이 그를 계단에서 밀쳐 넘어뜨린 뒤 정신적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신경쇠약에 걸려 조기퇴직했다. 그는 이후 대인공포와 불면증에 시달렸고, 3년 동안 매주 상담치료를 받으면서 약물치료를 병행했다. A씨의 사례는 공무상재해로 인정돼 30만 파운드(약 5억 3400만원)의 보상금이 지급됐다. 보상금 지급 결정은 법정 분쟁 없이 교원단체와 보험회사, 교육청 간 합의로 이뤄졌다. 학부모 폭언으로 신경쇠약이 아닌 사망에 이른 교사에 대해서도 공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은 우리나라 상황과 대비되는 결과다. 최근에도 이런 공무상 재해 보상금 지급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학생에게 폭행당한 후 정신장애를 앓게 된 교사가 26만 6000 파운드(약 4억 7350만 원)를 보상받았다. 질환을 앓아야만 보상을 받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고릴라로 표현한 포스터를 교무실에서 발견한 한 교사는 이 일로 병가를 냈고 2만 5000 파운드(약 4450만 원)를 보상받았다. 학생의 인종차별적인 언행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로 5000파운드(약 890만 원)를 보상받은 사례도 있다. 물론 “보상금도 중요하지만, 많은 교사들이 정신적 피해로 교단을 떠나야 하는 피해와는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한 크리스 키츠 전국교원연합여교사연맹(NASUWT) 사무총장의 말대로 보상이 최선은 아니다. 이 때문에 영국에도 교장의 스트레스 요인 관리 의무화, 교육청이나 국가보건서비스 제공하는 상담 등의 제도적 장치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보상금 지급 사례는 교사가 학부모의 부당행위로 자살해도 ‘견딜만한 스트레스’였다며 공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원양성과정에 심리 수업 개설 감정근로 스트레스 대처법 교육 프랑스의 중·고교 교사 중 17%는 극도의 피로로 인한 무기력증인 ‘번아웃신드롬’을 보이고 있다. 6명 중 1명꼴이다. 타 직종에서 번아웃신드롬을 겪는 경우가 11%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이는 번아웃신드롬을 겪는 교사들이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한 결과다. 증후군까지 겪지 않더라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교사들이 일반인의 3배에 달한다는 결과가 1998년, 2000년 실시한 국가 건강 설문조사로 드러나기도 했다. 2011년 베지에(Beziers)의 한 수학 교사가 학생지도 스트레스로 인해 ‘대가가 얼마나 들든,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프랑스는 새롭고, 올바른 학교를 세워야만 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학교에서 분신자살한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교사들의 스트레스 문제가 공론화됐다. 중·고교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조롱, 경멸, 폭행 등으로 교사가 직면하는 공포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과 자살 등으로 직결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프랑스 정부는 이러한 교사들의 극심한 스트레스에 대해 ‘예방이 치료보다 낫다’는 입장이다. 좋은 수업을 하기 위해 교사에게 갈수록 더 많은 ‘심리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일각의 주장이 반영된 것이다. 이런 주장을 앞장서 주장하고 있는 것은 자크 니미에 랭스대 교수다. 수학교사로 18년 현장경험을 쌓은 그는 현재 랭스시 교원연수 부국장이기도 하다. 그는 교사들이 스스로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심리학수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사들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육현장의 돌발 상황에 대처하고 자신의 심리를 관리·통제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이 교육현장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원양성기관의 교육과정에도 이런 수업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교사를 위한 이런 복합적인 심리수업은 교사 스스로 긍정적인 삶의 철학을 개발하고, 직업 환경에 대한 심리적, 신체적, 시간적 부담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구성된다. 그는 또 교사가 스트레스를 갖고 있는지 스스로 진단하고, 그 스트레스를 잘 조절해 학생들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교육환경을 개선해야 나가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교사 스트레스 관리 10대 지침을 제안하기도 했다. 자신의 직업에 내재 된 여러 다른 스트레스 요인을 찾아서 각자 제어하는 이런 방식의 대응에 대해 일각에서는 개인에 책임을 떠넘기는 소극적 입장이라는 비판도 있다. 당장 위기에 빠진 학교에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현장의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와 그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에 교사가 탈진할 위험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예방·대처 수단을 제공하는 것도 교사들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데 꼭 필요한 부분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보직교사 구하려 교사초빙 20대 교사에게 떠맡기기도 “업무경감·수당현실화 필요” 경기도의 A교사는 새로 발령받은 학교에 오자마자 부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학교 사정에 익숙지 않아도 경험이 많은 교사라면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데 A교사가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자신이 26세의 3년차 교사였기 때문이다. 이유는 ‘부장을 맡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일은 A교사 혼자만 겪고 있는 상황이 아니다. 현장에서 담임 기피에 이어 부장 기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교장이 거의 구걸하다시피 해서 부장을 맡긴다”며 “부탁해서 억지로 자리를 떠맡겼으니 업무를 추진할 때마다 사정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승진을 포기한 4~50대 교사들에게 그런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며 “승진가산점만으로는 부장을 맡을 교사를 구할 수 없다”고 했다. 대구의 한 중학교 교장도 “일부 학교는 교장이 부탁을 해도 보직교사를 희망하는 교사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경력이 적은 교사에게 부탁하기도 한다”면서 “지난해에는 보직교사 근무를 조건으로 외부에서 교사를 초빙해왔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물론 공·사립, 학교급, 교원 구성, 학교풍토와 지역적 여건 등에 따라 차이는 있다. 어느 학교는 업무도 많고 시간표 조정에 대한 교사들의 요구와 불만도 많아 교무부장이 기피보직이라면, 반면 다른 학교에서는 승진에 도움이 되는 교무·연구부장이 그나마 구하기 쉬운 편이다. 보직과 상관없이 지역적 여건 때문에 중견교사 자체가 부족한 경우도 있다. 상황이 다른 만큼 부장 기피 현상의 원인에 따른 해결 방안도 다양하지만, 주로 업무경감, 수당 현실화, 승진제도 개선 등을 들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부장교사는 “업무량과 별개로 수당이 너무 적다”며 “일은 3~4배를 하는데, 최소한 2~30만 원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의 한 고교 부장교사도 “함께 일하는 교사들과 협의회라도 할 수 있도록 운영비라도 준다면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12년째 7만원으로 동결된 보직교사 수당의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업무경감이 가장 절실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50만원을 준다고 해도 부장을 기피하는 현상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가장 근본적으로는 업무를 경감시켜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연구부장을 맡았던 서울 B초의 C교사도 “학교에서 허리 역할을 할 연차가 돼서 부장을 맡았는데 업무전담팀을 운영하다 보니 부장교사의 업무가 더 늘었다”며 “행정을 하기 위해 학교에 오는 게 아니라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오는데 업무 때문에 학생들에게 소홀해질 지경이 되니 교사로서 정체성이 흔들렸다”고 했다. 그는 “우선 잡무를 줄이고 행정보조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D중의 E교사는 승진제도 개선을 주장했다. 그는 “시·도마다 다르겠지만 서울의 경우 담임과 보직교사 가산점이 분리되면서 승진을 위한 8년 치 보직교사 가산점을 다 딴 교사들은 오히려 부장을 포기하고 담임을 맡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담임 가산점과 부장 가산점을 분리시키는 바람에 승진을 위한 담임가산점도 필요해져 보직교사 가산점이 메리트를 잃었다는 것이다.
학생 학업성취도와 평가연계 확대 교원양성·신규 임용 정책은 부족해 미국의 교원정책에서 교원평가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고, 정책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미교사자격평가협의회(National Council on Teacher Quality)는 지난 1월 2014년도 ‘교사정책연간보고서(Teacher Policy Year Book)’를 발간하면서 이 같은 분석을 했다. 미국은 각 주정부가 권한을 갖고 정책을 수립한다. 각 주마다 인구의 특성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연방정부에서는 국가적 차원의 큰 정책을 위주로 세우고, 주정부에서 각 주의 특성에 적합한 대부분의 정책을 세운다. 정책의 상세한 부분이 주 별로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각 주의 정책을 단순비교하거나 분석하기는 매우 어렵다. 교원정책도 마찬가지다. 전미교사자격평가협의회에서는 이렇게 서로 다른 각 주의 교원정책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2007년부터 매년 교사정책연간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해마다 각 주 별로 교사교육, 자격, 교사평가, 그리고 보상 시스템 등을 조사하고 모든 주의 정책을 다각도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이 자료를 기초로 각 주에 교원 질 향상을 위한 적합한 제언을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보고서가 처음 나올 2007년 당시만 해도 많은 주에서 교사의 효과성에 대한 평가, 학생의 학업성취에 따른 교사의 종신재직(tenure)과 해고 결정, 예비 교사를 선발 기준 강화 등 주요 난제들을 정책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올해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각 주에 적합한 교사정책을 제언하는 일이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케이트 월리쉬 전미교사자격평가협의회 회장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많은 주의 교사정책성과 등급이 향상이 된 만큼 각 주에 적합한 교사정책을 통해 교사의 효과성을 이끌어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의 교사정책성과 등급은 크게 다섯 가지 영역의 정책목표 달성 정도를 평가해 전반적인 점수를 부여한다. 예비교사정책 평가는 두 영역에서 이뤄지는데 얼마나 잘 준비된 교사를 유입시키는지, 얼마나 많은 교사를 증원하는지를 평가한다. 현직교사정책은 우수교사 판별, 교사의 전문성 신장, 그리고 부적격 교사에 대한 합리적 퇴출 등 세 가지 영역에서 평가가 이뤄진다. 올 1월에 나온 2014년도 보고서의 결과에 따르면 2년 전과 비교해 50개의 주와 콜롬비아 특별자치구 중 11개의 주에서 교사정책성과 등급이 올라갔고, 5년 전과 비교해서는 37개 주의 등급이 향상됐다. 향상된 분야는 대부분 교사 평가와 교사의 효과성에 관련된 정책들에 집중돼 있다. 전반적인 교사정책성과 평가 결과, 플로리다 주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몬태나 주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런 결과를 볼 때 교사평가와 관련된 정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현재 28개주에서 모든 교사를 대상으로 매년 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교사평가에서 학생의 학업성취를 크게 고려하는 주가 늘었다. 5년 전에는 4개주, 2년 전에는 17개주에서 교사평가 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학생의 학업성취를 꼽았고, 올해에는 더 증가한 35개의 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포함시켰다. 2009년 보고서에서는 교사의 종신재직을 결정할 때 실적을 고려하는 주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러나 올해의 보고서에서는 20개의 주에서 교사의 효과성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를 토대로 종신재직 자격을 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의 효과성에 대한 평가에 따라 교직을 떠나게 하는 방침도 2009년 13개의 주와 비교해 현재는 29개의 주에서 사용하고 있다. 보고서는 또 전반적으로 교사정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각 주별로 교사 입직 기준이 높아지고 있으며, 교사자격 부여 조건도 강화되는 등 교사정책이 교사의 질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향상돼야 할 부분들이 많다는 지적도 포함돼 있다. 보고서는 특히 신규 교사들에게 충분한 준비를 시킨 후 학교현장에 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여러 면에서 미약하다고 평가했다. 아직 대부분의 주에서는 보통 성적이나 시험을 통해 교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주는데, 그 기준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이를 구분해 초·중등 교사를 각기 선발하는 주는 6개주에 지나지 않는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물론 이 보고서 자체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몇몇 주에서는 전미교사자격평가협의회의 평가 기준이 너무 높고, 때로는 권한과 능력 밖의 조언을 제시한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남녀평등 ABCD’ 프로그램 도입 교육부 주도로 명확한 기준 제시 성급한 정책 강행에 대한 우려도 프랑스에서 정부의 양성평등 교육 정책이 현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30 여년 전부터 학교에서 ‘성정체성’에 대한 정의를 시작하고 그에 따른 교육을 시작해 왔다. 프랑소와 미테랑 대통령이 당선된 1981년 즈음에 활발해진 여권운동의 결과로 학교에서 양성평등 교육의 중요성이 거론되기 시작했고 학술연구도 진행됐다. 1989년에는 교육기관의 양성평등 교육 의무가 법제화됐다. 최근에는 프랑스 교육부가 교원단체가 이끌던 이런 흐름을 직접 주도하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2월7일에 여성과 남성의 평등 에 대한 각 부처 간 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의 골자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양성평등 문화의 습득과 전달, 남녀 상호 존중과 평등 교육 강화, 포괄적이고 다양한 교육과정과 연구의 확인·보완 등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할 3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협약에 따라 여성의 권리와 남녀평등을 위한 위원회가 전국에 설치돼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 조약을 통해 처음으로 양성평등 교육에 관한 프랑스교육정책의 구체적인 방안과 방향성에 대한 질문이됐다. 협약의 조문은 ‘성차별, 남녀불평등, 성에 대한 고정관념 등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과 연구를 통해 교육에 적용할 수 있는 최적의 공공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기술돼 있다. 이후 교육부는 학교의 방침 또는 교사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던 양성평등 교육에 대해 ‘남녀평등 ABCD’라는 특별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하고 통일된 자료를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프로그램은 10개 학구, 275개 기관, 600개 학급에서 시범운영됐다. 에브뢰(Evreux)시의 한 초등학교 교장인 나탈리 라구쥬(Natalie Lagouge)는 “많은 교사들이 ’남녀평등 ABCD‘정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며 “교육부가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이러한 정책을 추진한다면 교육현장에서 교사들 역시 외부적인 압력에 시달리지 않을 것”이라고 평했다. 그가 ‘외부적인 압력’을 언급한 이유는 학교에서 성정체성 교육프로그램이 학부모들의 반대로 갑작스럽게 취소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 종종 일어나기 때문이다. 적절한 프로그램에 대한 기준이 애매한 상황에서는 이런 학부모들의 주장에 대응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양성평등 정책이 교육부의 주도로 진행되는 것에 대한 신중론도 있다. 파리시의 한 유치원에서 근무하는 가엘 파스퀴에(Gael Pasquier) 원장은 지난해 11월 초등학교에서의 양성평등 교육과정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그는 “양성평등 교육이 정부의 새로운 실험장이 돼서는 안 된다”며 “국가의 교육정책이 구체적인 방안 없이 성급하게 추진되면 교육현장에서의 세밀한 부분까지 고려하지 못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학부모와 교사의 반발에 대해서도 “때로는 정부가 특정한 사안이 발생하면 즉각 관련 수업과 교사연수를 언론에 공개했다”면서 “학부모들 뿐 아니라 교사들 중에도 반발하는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강압적으로 성급하게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교사들을 믿고 시간을 줘야 한다”고 했다. 정치가 이끄는 교육제도가 교육현장의 현실적인 리듬보다 너무 빨리 가게 되면 오히려 부작용만 생기기 쉽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유치원 때부터 이러한 성정체성과 남녀평등의 기본원칙을 가르쳐야 한다고 나섰지만 인성교육이 우선인 어린아이들에게 구체적인 근거나 확실한 연구결과 없이 필요성만을 명분으로 개념에 그치는 정책을 서둘러 실시해서는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현장의 현실과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교사들에게 구체적이면서도 일관성과 통일성 있는 교육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구입비용 비싸 대부분 대여 후 반납 훼손 시 과태료 물려 장기간 재사용 바뀐 내용은 보조교재 등으로 보완 네덜란드는 교과서를 빌려보고 학년이 끝나면 다시 반납한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교과서를 소중히 다루고, 국가적으로는 교과서 발행에 필요한 비용을 크게 줄이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네덜란드 학생들은 교과서를 무상으로 빌려볼 수 있다. 책을 구입하는 비용은 비싸기 때문에 대다수 학생들은 이런 무상대여를 통해 교과서를 빌려보고 학기가 끝나면 돌려주는 방식으로 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다. 초등학생들은 아예 교과서를 집에 가져올 수 없고 학교에서만 사용하도록 돼 있다. 학년말이 되면 학교에서 바로 전량 수거하기 때문에 교과서 사용 비용은 전혀 들지 않는다. 중·고교생의 경우는 2009년까지 출판사 등을 통해 연간 400~500 유로(약 58~73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 교과서를 대여하고 있었다. 그러나 교과서 구입비용은 이 금액의 배 이상이었기 때문에 이때도 교과서를 빌려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필자도 두 명의 자녀를 중·고교에 보낼 때 이런 새 학기 책값 때문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다. 다행히 이 당시에도 부모가 소득이 없거나 저소득층인 경우에 한해서 교과서 대여료를 정부에서 전액 지원해줘 시름을 덜 수 있었다. 이렇게 비싼 교과서 비용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네덜란드 정부는 2010년부터 모든 중·고교생이 교과서를 무상으로 빌려볼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게 됐다. 그러나 교과서 비용이 공짜라고 해서 학생들이 대여한 교과서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상으로 빌려주는 만큼 학년말에 학교나 출판사에 교과서를 반납할 때 책이 찢어지거나 낙서가 심한 경우 책 손상에 따른 과태료를 학생 개인에게 물리기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학생들은 교과서를 소중히 간직하고 깨끗하게 보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네덜란드 각 가정에서는 새 학기가 되면 교과서에 책 커버를 새로 입히는 작업을 하는 등 교과서가 손상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책 앞부분에 몇 년부터 어떤 학생이 이 책을 사용했는지 이름도 적혀져 있다. 이렇게 잘 관리된 교과서는 대부분 3~5년 정도 재사용된다. 길게는 9년 이상 된 교과서들도 사용된다. 새 학년이 되면 학교에서 무상으로 제공한 교과서들이 다 쓰고 나면 학년말에 쓰러기 더미에 무더기로 버려지고 있는 우리 현실과 대비된다. 교과서를 장기간 대여해야 하기 때문에 교과서에 담긴 내용이 일부 수정되거나 변경되는 경우에는 전권을 새로 출판하기보다는 기존 교과서에 추가되는 내용을 보조교재 등을 통해 배울 수 있도록 한다. 또 학생이 책에 첨부된 연습장이나 자습서 등에 기록하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최대한 교과서 제작비용과 대여료 지원 예산을 줄이는 방안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책을 매년 새로 출판하고 학교에서 구입해 나눠주기보다는 네덜란드처럼 아껴 사용하고 학년말에 되돌려주는 방식을 도입한다면 국가적으로도 매년 새 책을 구입해야 하는 예산낭비도 줄이고 학생들에게도 잃어버린 책의 소중함을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기획처 성과평가실장 이강주 △교육정책연구본부 본부장 이재분 △교육정책연구본부 통일교육연구실장 김정원 △교육정책연구본부 영재교육연구센터 소장 서예원 △교육현장지원연구본부 창의·인성교육지원센터 소장 정미경
작년 말, 튀니지에서 개최된 아프리카 국가의 교육부 장관 모임에서 필자가 기조강연을 하였습니다. 기적 같은 한국의 사회·경제적 성공은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전국민적 공감대가 있었고 온 국민이 자녀의 미래에 기꺼이 투자한 결과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교육이란 국민에게 단지 읽고, 쓰고, 셈하는 것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국민이 더 좋은 미래를 꿈꾸고 그 비전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해주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국이 앞으로 계속해서 발전할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고의 인재가 교육자의 길을 선택하고, 교직을 천직으로 여기는 교사가 여전히 교육의 중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참석자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고, 올해 하반기에 나이로비에서 개최되는 또 다른 모임에 기조강연 요청을 받았습니다. 한국의 성공 사례가 아프리카 국가의 교육 리더들에게 희망을 준 것 같아 기뻤고,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반가웠습니다. 그러나 귀국길에 문득 의문이 생겼습니다. 만약에 같은 강연을 북미와 유럽 국가의 교육부 장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했다면 과연 같은 반응을 얻었을까? 한국이 이루어낸 성과에 대해 여전히 큰 박수를 받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에 대해서는 미진한 반응을 얻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보다 먼저 잘 살게 된 그들은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입니다. 개인소득 2만 불 시대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인재양성 방법과 4만 불 시대를 열기 위한 방법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요. 교육자가 그저 더 열심히, 더 헌신적으로 해서는 안 되고 뭔가 다르게 해야 한다는 것을요. 그래야만 경제적 성공에 따른 사회적 폐해를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한국도 새로운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 때 남이 만든 세상을 살아가는 후발자였지만 어느덧 그 새로운 세상을 직접 만들어야하는 선구자 입장에 놓였습니다. 미래를 우리 스스로 창조하기 위해서는 비전을 지녀야 하고 각자의 장점과 강점을 최대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자신의 미래를 창조해본 행복한 학생들이 훗날 행복한 미래사회를 창조해 나갈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학생들이 꿈과 끼를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을 하고자 합니다. 참으로 시기적절한 시도입니다. 하지만 정작 꿈과 끼를 위한 교육을 주도해야 하는 교육자 당사자들의 꿈과 끼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습니다. 과연 꿈이 꺾이고 끼가 쭈그러든 교육자가 학생들의 꿈과 끼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과연 한국은 교육자들이 자신들의 꿈과 끼를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지지하고 지원하고 있는가요? 매우 중요한 질문입니다. 저는 교육자의 꿈을 존중해주고 교육자가 끼를 맘껏 펼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동반되어야 북미와 유럽 국가들마저 부러워 할 한국 교육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과연 한국 교육자의 꿈은 무엇인가요? 왜 교육자가 되었으며, 무엇을 위해서 그토록 힘들게 교육자의 길을 택했는가요? 여러분은 인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물론 이 질문에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오답은 있습니다. 모든 꿈이 허락되어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능력과 실력과 노력을 오로지 자신만을 위하는 소인배의 꿈이나 남을 조금도 배려하지 않은 악동의 꿈은 어느 누구도 지지하고 지원할 수 없겠습니다. 그래서 교육자들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꿈을 꿀 때에 새로운 교육 시스템이 완성됩니다. 오늘 저는 꿈을 꿉니다. 북미와 유럽 교육 전문가들에게마저 감동과 희망을 주는 한국 교육을 꿈꿉니다. 큰 꿈을 가슴에 품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인재가 쏟아져 나오는 한국 교육을 꿈꿉니다. 저는 고작 튀니지와 나이로비에서 지난 반세기의 한국 교육 성공사례를 소개하지만 훗날 워싱턴과 런던에서 2010년대의 한국 교육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후배 교육자들을 상상해봅니다. 조벽 교사들 사이에서 아이돌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조벽 교수는 우리 교육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통찰력 있게 제시하고 실천 전략을 전파하며 몸소 실천하고 있는 최고의 교육 전문가이다. 현재 동국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며, 교육과학기술부 정책자문위원, 부산 서부교육지원청 Wee 센터 센터 장, 학교폭력대책위 공동위원장, 소년의집 교육장 등을 역임했고 청소년 감정코칭, 수업컨설팅,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 등 다수의 저서를 출판했다.
01 가수 최백호가 1995년에 발표하여 대중들에게 큰 감응을 불러일으킨 노래에 ‘낭만에 대하여’가 있다. 중년 이후의 세대에게는 소위 ‘노래방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는 노래이다. 나를 포함하여 낭만을 간직해 보았던 사람이라면, 각별한 친화감을 가지고 부르는 노래이다. 그러나 이 노래야말로 낭만 자체를 노래한다기보다는, 잃어버린 낭만, 지금은 부재(不在)하는 낭만, 회복하기 어려운 낭만을 노래하고 있다. 가사가 그것을 웅변한다. 감성의 절절함이 배어 있는 2절 대목을 그대로 옮겨 본다. 밤늦은 항구에서 그야말로 연락선 선창가에서/돌아올 사람은 없을지라도/슬픈 뱃고동 소리를 들어보렴.//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가버린 세월이 서글 퍼지는/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보렴.//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 마는/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에/다시 못을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작사와 작곡을 모두 가수 본인이 하였다. 이 노래를 지을 무렵 가수 최백호의 나이가 대략 마흔 중반이다. 청춘의 나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낭만 감각을 몽땅 잃어버린 늙은 나이도 아니다. 낭만의 원숙한 경지를 그윽하게 체득하고 있을 나이라 할 수 있다. 이 노래를 두고, 앞에서 ‘지금은 부재(不在)하는 낭만’에 대한 아쉬움을 잘 담아낸 노래라고 했지만, 사실 낭만이야말로 ‘부재하는 것에 대한 동경과 간구를 온몸으로 추구하려는 정신’인지도 모른다. 현존(現存)하는 현실을 절절히 담아낸다면 그것이 어디 낭만에 어울리는 것이 되겠는가. 그래서 이 노래는 낭만에 대한 강한 환기(喚起)를 대중들에게 대령시키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최백호의 노래 ‘낭만에 대하여’는 대중들 사이에서 ‘낭만’이란 말이 서서히 사라져 갈 무렵에 나온 노래이다. 대중들이 이 노래를 좋아하는 현상에 대해서 대중문화론적인 의미를 부여하자면, 낭만의 소실점이 드러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 마음으로 이 노래가 들어왔다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열정과 꿈이 사라져가고 있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뜻한다. 02 ‘낭만(浪漫)’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감정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파악하는 심리적 상태. 또는 그런 심리 상태로 인한 감미로운 분위기’로 설명되어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좋은 뜻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 이 뜻풀이가 마음에 드는 사람은 대체로 낭만주의자의 성향을 지닌 사람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낭만은 ‘낭만주의(浪漫主義)’ 사조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 낭만주의라는 말이 있음으로 해서 ‘낭만’이라는 말이 일반어로 등장할 수 있었다. 적어도 한자문화권인 동양에서는 그러하다. 낭만주의는 18세기 후반 유럽에서 발달했던 문학과 예술의한 사조(思潮)이다. 자유로운 공상의 세계를 동경하며 정서, 감정, 개성 등을 중요시하는 사조인 것이다. 낭만주의를 원래 영어로는 ‘Romanticism’이라 일컬었다. 아마 도 낭만적 자질이나 성향이 남유럽 라틴계 종족의 기질에 잘 드러났던 것에 연유하여 ‘Romanticism’이라는 명명이 가능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 말을 한자 문화권에서 받아들이면서, 처음에는 ‘Roman’이라는 음을 살려 ‘로만주의(魯漫主義)’로 표기하였다. 그러나 이 말은 ‘낭만주의(浪漫主義)’와 경합하다가 밀려나게 되었다. ‘낭(浪)’은 ‘물결이 일렁거린다.’는 뜻이고, ‘만(漫)’은 ‘질펀하게 넘쳐흐른다.’는 뜻이다. 개성의 솟구침을 자유분방하게 표방하는 낭만주의 본성에 어울리는 말 같기도 하다. 낭만주의와 대비되는 반대 성향을 무어라고 말하면 좋을까. 딱히 맞아 떨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주의(realism)’가 여기에 해당할 법하다. 낭만주의와 기계적인 대비를 시키면, 현실주의는 ‘이상이나 관념보다 현실을 중시하는 사고방식이나 행동 양식’이라는 뜻풀이가 적절하다. 그러나 현실주의의 가치를 내세우는 사람들도 현실주의를 그렇게 말하기보다는 이렇게 말한다. “현실주의는 이상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면서 이상의 실현을 기다리는 태도이다.” 그러니까 현실주의자들에게도 이상이나 낭만은 부정되는 가치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03 ‘낭만’이라는 말이 급격히 사라져 가고 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이 말은 사용 빈도가 높은 일상어였다. 대개는 ‘젊음’이라는 말에 자동적으로 따라 붙거나, ‘대학생활’이라는 말에도 어김없이 따라 붙던 말이다. 한국전쟁 뒤의 그 고단하고도 궁핍한 삶이 지천이던 때에 오히려 ‘낭만’이란 말이 넘쳐났다는 것은, 좀 의아해 보이지만, 사실이 그러했다. 낭만은 곤핍한 현실을 극복해 가도록 하는 정신 에너지의 일면을 안으로 간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낭만성은 인간의 인간다움을 드러내고 자아를 더 자유로우면서도 더 정체감있게 구현하려는 의지와 힘의 근본이 된다. 19세기 독일의 시인이며 철학자이었던 프리드리히 폰 슐레겔(Friedrich von Schlegel, 1772-1829)은 낭만주의 예술비평가로서도 유명하다. 그에 의하면 인간의 내면에는 무한으로 솟구치고 싶은 충족되지 않는 욕망이 있다. 인간은 하나의 개체호서의 비좁은 굴레를 박차고 나가고 싶어 하는 열에 들뜬 갈망이 있다. 슐레겔은 이것이 인간이 추구하는 낭만성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그런점에서 낭만은 가짜의 가치들에 저항하고 순정한 인간 본연의 가치들을 추구하게 하는 정신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근래 수 년 동안 인터넷에 널리 소통되었던 글 하나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달에 갔다 왔지만, 길 건너의 이웃을 만나기는 더 힘들어졌고, 우주(宇宙)를 향해 나아가지만, 우리 안의 세계(世界)는 잃어버렸고, 공기(空氣) 정화기(淨化器)는 갖고 있지만, 영혼(靈魂)은 더 오염(汚染)되었고, 원자(原子)는 쪼갤 수 있지만, 편견(偏見)을 부수지는 못한다. 집은 커 졌지만, 가족은 줄어들었고,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졌고, 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부족하고, 자유(自由)는 더 늘었지만, 열정(熱情)은 더 줄어들었다. 1999년 4월 2일 미국 콜로라도의 리틀톤(littleton) 시의 컬럼비안 고등학교에서 따돌림을 겪던 학생 두 명이 총기를 난사하여 동료 학생 12명과 교사 2명을 살해하고, 본인들은 자살하였다. 이 사건에 충격을 받은, 호주 콴타스(Quantas) 항공의 CEO이었던 제프 딕슨(Geoff Dixon, 1940~ )이 인터넷에 우리 시대의 역설(The Paradox of our Time)이라는 글을 올렸는데, 전 세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원래는 시애틀의 교회 목사인 밥 무어헤드(Bob Moorehead)의 방송 설교 내용에 있던 것이라 한다. 또 한편으로는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에 있는 내용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 글에 여러 사람들이 자신이 느끼는 우리 시대의 역설을 하나씩 더하여 인터넷에서 소통함으로써, 인류적 공감을 더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상실한 열정과 사랑의 낭만성을 각성할 수 있게 한다. 어디에도 낭만을 구가하는 노래를 발견하기 어렵다. 낭만을 향하는 삶이 소멸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성과 효율성의 이름으로 낭만의 열정은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낭만은 존재가 행복해지기 위한 필수 요소이다. 공동체에게도 낭만은 필요하다. 오늘날 선생님들의 낭만성은 어디쯤 있는지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박인기 서울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국어 교육을 전공한 교육학박사다. 한국교육방송프로듀서, 한국교육개발연구원을 지냈으며 한국독서학회 회장을 역임. 현재는 경인교육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문화교육론, 교사와 책, 국어교육과 미디어 텍스트, 스토리텔링과 수업기술, 교과는 진화하는가 등의 저서와 산문집 송정의 환, 사계의 전설이 있다.
작년 미국 뉴욕에 출장 갔을 때 점심 시간에 신기한 풍경을 봤다. 점심 시간 뉴욕 맨하튼 근처 샌드위치 가게 마다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궁금해 물어보니, 맨하튼 직장인들은 점심땐 샌드위치로 간단히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대신 저녁은 가족이나 친구들과 모여 몇 시간씩 맛있는 음식을 즐긴다고 한다. 이른바 ‘스몰 런치, 빅 디너(small lunch, big dinner)’다. 회사 동료와 저녁을 먹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저녁은 가족과 먹는 것이 원칙인 문화다. 자녀가 있는 직장인들은 ‘빅 디너’를 즐기는 시간 동안 아이들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체코 프라하에 가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체코 직장인들의 점심 시간이 짧다. 사기업이든 관공서든 점심 시간은 딱 30분이라고 했다. 짧은 점심시간 동안 샌드위치같은 간단한 음식을 먹고 낮동안 집중해서 일한 다음 일찍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다. 저녁은 대개 가족과 먹는다.우리 나라는 어떤가. 관공서와 기업들이 모여있는 서울 광화문 인근에 있으면, 11시 30분이 좀 넘으면 진기한 풍경을 볼 수 있다. 높은 빌딩에서 끊임없이 직장인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여기 빌딩에 들어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수백명이 한꺼번에 횡단보도를 건널 때가 많다. 이때부터 광화문 근처 레스토랑은 자리가 없이 꽉 찬다. 누구랑 약속이라도 하려면, 며칠전 예약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십명이 기다리는 김치찌개집 맨 뒷줄에 서서 수십분을 기다려야 한다. 점심 시간은 일찍 시작하고 늦게 끝난다. 많은 직장인들이 1시가 다 되어 겨우 식당에서 일어선다. 그때쯤엔 테이크아웃 커피점들 앞 줄이 길어진다.긴 점심 시간 후엔 금방 저녁이 오고 빌딩 불은 꺼질 줄 모른다. 저녁은 또 동료와 함께 회사 앞 식당을 찾아간다. 밥을 먹으면서 술도 한 잔하고 회사에 다시 들어가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둘러앉아 매일 저녁 밥을 먹는 가정이 몇 곳이나 있을까 싶다. ‘밥상 머리 교육’이 실종된지는 오래고, ‘식구(食口)’라는 말조차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얼마 전 정부 고위 관료도 이 얘기에 찬성했다. 그는 집에 매일 늦게 들어가니 애랑 밥 먹을 시간도 없고, 주말에야 겨우 얼굴을 보고 밥상머리에 앉으면 왜그런지 잔소리만 하게 된다고 했다. “오랜 만에 보니까 트집잡을 것만 보여요. 머리는 왜 그렇게 깎았느냐, 공부는 제대로 하고 있느냐, 밥 먹는 버릇은 그게 뭐냐. 아이라고 좋겠어요? 집에도 잘 안오는 아빠가 오랜만에 만나서 잔소리만 해대니.” 이런 아빠가 대한민국에 한 둘이 아닐 것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일하고 싶은 여성, 날개를 달아주자’라는 기획 시리즈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고학력 여성들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가 대한민국인데, 그 똑똑한 여성들 상당수가 30대가 되어 결혼하고 애 낳으면 일을 그만두는 것이 현실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하나하나 취재하다보니, 여기에도 오래 일하는 문화가 큰 이유 중 하나였다. 야근을 자주 하고 필요할 때 쉬지 못하니 아이가 아프거나 하는 일이 생기면 견디다못해 아예 회사를 그만둬버리는 경우가 많다. 학교 모임이나 엄마 모임에 못가니까 정보에는 어둡고 전업 주부들과 어울리지 못해 ‘왕따’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저학년일수록 엄마들 관계가 아이들에게까지 이어지는 점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여성들도 여럿 만났다. 고학력에 대기업을 다니다 아이 때문에 회사를 그만둔 한 여성은 “9시 출근·6시 퇴근만 가능해도 아이 키우면서 회사 잘 다닐 수 있겠다”고 말했다. 매일 점심 시간 광화문을 지날 때마다, 우리 나라의 근로 문화에 대한 생각을 한다. 긴 점심 시간을 줄여 낮동안 압축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문화만 정착이 되어도 여러 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여성들의 경력 단절 문제 뿐 아니라 밥상 머리 교육도 부활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개선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서울시교육청이 올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주 2회 가족의 날도 하나의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직원들이 ‘칼 퇴근’을 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사무실 불을 다 꺼버려서 일을 더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한 직원은 “처음엔 좀 적응이 안됐는데, 이제는 빨리 퇴근하기 위해서 낮에 더 열심히 일한다”고 말했다. 이런 제도가 정착되면, 낮에 효율적으로 일하고 저녁엔 일찍 퇴근해 가족들과 보내는 문화도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김연주 부경대 영어영문과를 졸업하고 2006년 조선일보 입사했다. 사회부, 국제부, 대중문화부 등을 두루 거치며 내공을 쌓았다. 2014년 현재는 사회정책부 교육팀 소속으로 교육현안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유지하며 활동 중이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교사들의 얼굴엔 아이들을 향한 애정이 가득했다. 서울 서초구의 서일초등학교 교사 다섯 명은 학습 부진아 학생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학습커뮤니티 ‘콩나물시루’를 꾸려 작년부터 운영 중이다. ‘2013 서울시 우수 학습커뮤니티’로 선정되면서 힘을 얻었다. 교사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아이들의 변화가 보답으로 돌아온 덕분이다. ‘I CAN 프로그램’,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듯 + “콩나물시루는 아무리 물을 줘도 밑으로 다 빠져버리잖아요. 물을 계속 준다한들 콩나물이 잘 자랄까 싶은 생각이 들죠. 하지만 계속 물을 주다보면 콩나물은 어느새 쑥쑥 자라 있어요. 부진아 교육도 그런 것 같아요.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들에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 같지만 지속적으로 관심 갖다보면 아이들은 분명 변하거든요.” 팀장을 맡고 있는 김수은 교사는 학습커뮤니티 명칭을 ‘콩나물시루’로 정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런 교육철학에 공감하는 네 명의 교사가 동행하겠다고 나섰다. 그렇게 다섯 명의 교사들은 자발적으로 학습 부진아 구제를 위해 힘을 모았다. ‘I CAN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학습 부진아들에게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소중한 나(Conquer my-self)’, ‘성취하는 나(Achieve)’, ‘끊임없이 성장하는 나(Never give up)’ 세 단계로 구성했다. 자존감을 높여 학업성취를 달성하게 유인하고, 지속적인 향상을 위해 꿈을 찾도록 하는 게 목표다. 콩나물시루 교사들은 진단평가를 통해 학습 부진아로 판단된 4,5학년 학생 중 8명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김수은 교사는 “부진아 문제는 단순히 학습력 향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인성프로그램, 창의 진로체험 등을 통해 아이들에게 꿈을 찾아주고 싶었어요. 자존감 회복을 돕고 꿈을 찾아주면 아이들이 학습능력을 향상하는 데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어요. 빠른 시간에 효과가 나타나는 일은 아니죠. 하지만 꾸준히 돕다보니 아이들이 서서히 변하더라고요”라며 프로그램에 확신을 보였다. 어느새 쑥쑥 자라난 아이들, 학교와 학부모의 지지 잇따라 + 지난 한 해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교사들은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몸소 느꼈다. 소극적이던 아이들이 자신감을 찾기 시작했다. 김연화 교사는 ‘이름 외우기 게임’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도록 도왔다. “학습 부진아 아이들은 대개 학습 성취도가 낮음으로 인해서 자존감도 낮은 경우가 많아요. 자신이 잘 하는 게 없다고 생각하죠. 이름 외우기 게임은 한 명이 자신의 이름, 가장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말하면 그 다음 친구가 ‘제 옆 친구의 이름은 무엇이고 뭘 잘하고, 뭘 좋아해요’라고 말하는 릴레이 게임이에요. 이 게임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찾게 해주고 싶었어요.” 아이들은 정해진 프로그램 시간 이후에도 적극적이었다. ‘독서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한 김보매 교사는 “멘토와 멘티가 정해진 시간 이후에도 함께 책 읽는 모습을 볼 때 정말 보람을 느꼈다”며 “아이들이 프로그램에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실질적인 학습 능력도 향상됐다. 8명의 학생들은 작년 3월 기초학력진단평가 수학과에서 60%에 도달하지 못해 학습 부진아로 분류됐다. 그러나 7개월 동안 단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기준에 도달했다. 세부 프로그램인 ‘실력 쑥쑥반’에서 개인별 맞춤형 교과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다. 프로그램의 효과가 학업 성취에도 나타난 셈이다. ▲ 서일초등학교(교장 배재영) 교사들이 자비를 털어 학습부진 학생 학습프로그램 '콩나물 시루'를 운영,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 아이들의 성장이 눈에 띄게 나타나자 학교와 학부모의 지지가 잇따랐다. 서일초등학교 배재영 교장은 “한 번 부진아가 되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회복하기 어렵다”며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이 문제에 애써주니 교장으로서 상당히 좋게 생각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학부모들의 호응도 좋았다. 학부모 상담을 담당했던 이은이 교사는 “학부모들이 어떻게 아이를 교육해야 할지 몰라서 난감했는데 학교에서 직접 나서주니 고맙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라며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콩나물시루 교사들은 예산 문제를 고충으로 꼽았다. 학습커뮤니티 공모전 상금과 우수 커뮤니티에 선정돼 받은 지원금을 합친 70만원이 예산의 전부다. 1년을 꾸려나가기에 부족한 액수다. 하지만 ‘자비를 털어서라도’ 학습 부진아들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겠다는 콩나물시루 교사들. 그들의 애정이야말로 아이들의 마음과 학습능력을 자라게하는 최고의 자양분이 아닐까.
꽃무늬 옷 + “여자들은 나이가 들어가면 꽃무늬 옷을 좋아하게 되어 있어. 여자들이 꽃무늬 옷을 자주 입으면 그건 할머니가 되어간다는 뜻이야.” 문경이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얼른 내가 입고 있는 옷을 확인했다. ‘휴~, 다행이다.’ 난 검은색 벨벳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목과 가슴 사이쯤엔 같은 색상의 천으로 만든 장미가 몇 송이 붙어있다. 꽃무늬 옷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난 안도하면서 웃는다. 아직까지 내겐 꽃무늬 옷이 거의 없는 편이라서 또 다행이다. 난 가슴을 쓸어내린다. 아이들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기 가족을 그리고 있었다. 초등학교 신입생들의 학교 초 적응기간이 거의 끝나가는 3월 말쯤. 그 날의 학습문제는 가족을 그려 그 가족에게 자기가 주고 싶은 선물을 그리는 내용이다. 우리 여자들은 아이, 어른을 가릴 것 없이 대부분 참견하는 것을 좋아한다. 예진이가 그리는 그림을 흘낏 보던 문경이가 참견했다. “늬네 식구가 왜 다섯 명이야?” “우리 고모도 우리랑 사니까 가족이야. 같이 살면 가족이라고 선생님이 그랬어.” “누가 늬네 고모인데?” “여기.” “늬네 고모한테 왜 꽃무늬 옷을 그려놨는데?” “우리 고모는 꽃무늬 옷을 좋아해.” “이상하다? 늬네 고모는 아직 젊은데…. 여자들은 나이가 들면 꽃무늬 옷을 좋아하게 되어 있어. 여자들이 꽃무늬 옷을 자주 입으면 그건 할머니가 되어간다는 뜻이야.” 그날, 아이들의 이야기를 엿들으면서 나는 앞으로도 꽃무늬 옷은 절대로 사지 않을거라며 또 웃었다. 그런데 4년이 지난 지금, 내가 산 옷엔 꽃무늬 옷이 포함되기 시작한다. 물론 반추상적인 꽃무늬이긴 하지만, 나도 이제 늙어 가나 보다. 한부모 가정 + 가족놀이 역할극을 하면서 난 내심 걱정이 되었다. 남자 아이가 없어서 어떻게 하나. 여자 아이 한 명이 아빠가 될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하면서 역할을 정할 때 조언을 했다. “이건 역할극이니까 여자라고 해도 남자 역할 한다면 특별할 거예요. 아빠 역할하고 싶은 사람?” 내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예진이가 말했다. “선생님, 꼭 아빠가 있어야 되는 건 아니에요. 성희는 엄마가 없고, 2학년 경민이 언니네는 아빠 없어요. 우린 아빠가 없는 한부모 가정 할래요.” 예진이의 말을 듣는 순간, 난 얼마나 부끄러웠던가? 아빠 역할을 맡겠다는 아이가 없다면 아빠가 멀리 해외에서 돈을 벌고 있는 상황을 연출하려고 했는데, 아이의 말에 뒷머리를 한 대 맞은 듯 얼얼해졌다. 역할극을 하기 전에 우리는 여러 형태의 가족에 대해 배웠다. 엄마, 아빠가 다 있는 가정,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모시고 사는 가정, 엄마나 아빠만 있는 한부모 가정, 그리고 조손가정과 복지원의 가족까지 배웠는데, 정작 가르쳤던 내가 이러다니…. 난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아이들이 역할을 나누기 시작했다. 엄마와 세 자매. 자기들끼리 무언가 속닥거린 다음에 역할극이 시작되었다. 두 아이가 전화를 건다. “엄마, 우리 이제 막 공항에 도착했어. 보고 싶었어요. 우리 아기도 잘 있지요?” “그래, 우리 딸들, 여행 잘 했니? 어서 오렴. 엄마가 맛있는 거 많이 만들어놨단다.” 아이들의 역할극을 보면서 난 어? 공항?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 웃는다. 짐작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기껏해야 얘들아, 일어나라, 빨리 세수하고 아침 먹자. 어머니,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 이렇게 전개될 줄 알았는데 말이다. “그런데 엄마, 비행기에서 연아 언니를 만났어요. 연아 언니도 미국에서 대회를 마치고 오나 봐요. 연아 언니를 우리 집에 초대해도 될까요?” “뭐라구? 그 유명한 김연아씨를 만났다구? 우리 집에 온다면 영광이지! 어서 모셔오너라.” 상황은 내가 상상도 하지 못할 일들로 전개되어 나간다. 김연아 선수를 초대한 집. 물론 연아씨는 투명인간이다. 그럼에도 연아 선수에게 반찬을 권하고, 엄마의 솜씨자랑을 하고, 아기가 연아 선수를 귀찮게 하지 못하게 하고…. 김연아 선수의 경기 이야기며, 연아 선수에게 아빠가 안 계셔도 자기 가족들이 얼마나 화목하고, 사랑하고, 즐겁게 살아가는지 자랑도 하고…. 엄마가 고생 많이 하신다고 위로도 하고…. 김연아 선수를 배웅하고, 큰언니 역할을 맡은 예진이가 아기 역할을 맡은 성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 말을 들으면서 난 그만 눈물을 쏟고 말았다. 나도 큰아들이 이학년 때 남편을 여의고 홀로 두 아들을 키웠기 때문이다. “예쁜 내 동생, 성희야. 너도 이다음에 연아 언니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아빠 없이 우리 세 딸 키우는 엄마를 기쁘게 해 주자. 응?” 둘째 딸 역할을 맡은 문경이도 한 마디 한다. “엄마, 고맙습니다. 우리를 위해 고생하시고, 미국 여행도 보내주시고요. 열심히 공부해서 엄마 은혜 꼭 갚을게요.” 난 이렇게 ‘건전하고 건강한’ 의식을 가진 아이들이 자라나는 세상이 미덥고 감격스러웠다. 우리 아이들은 ‘한부모 가정’이 슬프거나 부끄럽고 외로운 음지의 가정이 아니라, 어디에 내놓아도 당당하고 따뜻한 가정이라는 인식을 내게 심어 주었다. 초등학교 1학년의 가족놀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성숙하고, 감동적인 역할극을 즉석에서 해낸 아이들이 예쁘고 고마워서 난 그저 목젖이 아렸다. 김은아 현재 밀양 상동초등학교 교사. 부산교육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경남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이영도 시조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교단일기 내 사랑, 들꽃 같은 아이들 : 함께 가는 길과 수필집 거미 여인의 노래 : 매직 하우스가 있으며 34년 동안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교육감 “교육경력 제한” … 법안검토 미비 위헌 시비 교육의원 “뽑는 거야?” … 일몰제 폐지 놓고 설전만 6·4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등록일인 2월 4일, 여야는 지방선거 준비를 위해 시급한 법안 13개를 국회 본회의에서 우선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교육(행정)경력 일몰제’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지난 2010년 2월 개정된 지방교육자치법은 '교육감 출마를 위해 5년의 교육경력이 필요하다'고 규정, 교육(행정)경력이 없어도 교육감선거 출마가 가능했다. 그러나 국회 정치개혁특위(이하 정개특위)가 통과시킨 13개의 법안 가운데 ‘교육감선거 출마시 3년의 교육경력이 필요하다’는 교육경력 부활을 규정했기 때문이다. 법사위의 판단은 예비후보 등록일(법 효력발생까지 1주일의 시간을 감안하면 적어도 1월 20일 전후)이전에 법을 개정했다면 문제가 없지만, 후보등록 당일 법을 개정해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국가가 국민에게 권한을 줬다가 뺏는 헌법상 소급입법 원칙에 반하게 되므로 위헌성이 농후하다는 것. 실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 결과 이날 42명의 교육감 예비후보자가 등록했고 이 중 대구교육감 예비후보자 1명은 교육경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미 등록한 후보자라고 해도 교육경력이 없을 경우 자격을 잃게 된다. 교총 등 교육계의 요구를 무시하고 2010년 졸속으로 통과된 악법(惡法)도 법이기에 이를 바로잡기 위해 지난 5년간 기울였던 모든 노력이 결국 헌법상 공무담임권 ‘신뢰보호의 원칙’이라는 또 다른 법에 걸려 다시 넘어지고 만 것이다. 이에 대한 가장 큰 비판은 지난(持難)한 정쟁을 거듭하느라 두 달여 가까운 시간을 허비한 정개특위로 향하고 있다. 당초 1월 31일이었던 시한을 2월 28일로 연장하는 등 여·야간 신경전을 벌이느라 위헌(違憲) 소지와 같은 중요한 사항은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던 것이다. 경기가 이미 시작돼 선수들이 출전했는데도 '게임의 룰'을 확정하지 못해 출전 선수의 자격시비를 자초한 꼴이다. 하지만, 이 모든 책임을 정치권에만 떠넘길 수 있을까. 정작 선거의 주인이자 교육권을 가진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삶을 좌우할 지방교육자치제가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는 사실도 모를 만큼 무관심했다. 교육감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차는 모습을 보면서도, 학교교육 현장이 당리당략에 따라 춤추듯 흔들려도 그 근원적 제도 개선에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시·도의회 교육의원들이 거리에서 삭발식을 거행하고, 교육의원 일몰제를 철회하지 않으면 단식투쟁을 하겠다며 의회 일정을 거부해도 관심을 두지 않은 탓은 아닐까. 교육감이나 교육의원 후보자의 교육경력을 교육계에서 왜 그토록 지키려 애쓰는 지, 그 중요성조차 지각하지 못하는 것이 교육열 세계최고라는 대한민국의 현실인 것이다. 교육의 전문성, 자주성, 중립성을 외치는 교육계의 목소리가 공허한 울림에 그치지 않으려면, 오늘 법사위에서의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지방교육자치제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교육감에게 교육전문성 요구는 당연’ 교육감 교육경력 유지, 왜 필요한가 지방교육자치법 제24조(교육감후보자의 자격) 1항은 ‘교육감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은 당해 시·도지사의 피선거권이 있는 사람으로서 후보자 등록신청 개시 일부터 과거 1년 동안 정당의 당원이 아닌 사람이어야 한다’고 규정해 교육(행정)경력이 없어도 출마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지난 2010년 지방교육자치법 개정 당시 ‘교육경력 또는 교육행정경력이 5년 이상 있거나 합한 경력이 5년 이상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삭제했기 때문이다. 교총이 교육감의 교육경력 폐지를 문제 삼는 가장 큰 이유는 헌법 제31조에 명시된 교육의 전문성·자주성·정치적 중립성이 유명무실해져 최소한의 ‘교육전문성’ 확보조차 어렵다는 점에 있다. 교육감은 단순한 교육정책 집행자가 아닌 지방교육정책을 결정·집행하는 독임제 기관의 장이므로 전문적 식견은 필수조건이다. 다양한 사무를 담당하는 시·도지사와는 달리, 교육 사무만을 담당하는 교육감에 대해 교육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정치권을 꾸준히 설득, 정개특위에서 ‘교육경력 3년’을 어렵게 부활(?)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방교육자치법의 역사를 보면 교육(행정)경력은 후퇴를 계속해 왔다. 1991년 지방교육자치법제정 당시 교육감의 교육(행정)경력은 교육위원보다 5년 많은 20년이었다. 이후 15년(1995), 5년(1997)으로 줄었다가 지난 2010년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에서는 완전히 삭제됐다. 당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인적자원 발굴에 제한을 줘선 안 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면, 지난 5년 동안 국회는 프랑스의 경우처럼 공공행정관리와 공공 재정 분야의 지식, 사회·경제적 환경변화에 관한 지식, 경영기술과 협상기술, 의사소통 기술, 지도력, 분석적 사고력, 자신감(열의), 외교력 등 교육감에게 요구되는 전문적 자질을 따로 규정하려는 노력이라도 했어야 옳다. 하지만 아무리 백번 양보해 생각해 봐도 학생 교육을 담당하는 교원에게는 국가자격증을 요구하면서 지방교육의 책임자인 교육감에게 교육경력이 없어도 된다는 논리는 비합리적이다. 교감승진을 위해서도 20년의 교육경력이 필요한데, 교육감의 전문성을 판단하는 객관적 지표인 교육(행정)경력을 없애는 것은 국민의 교육에 대한 기대와 요구를 저버리는 일임을 정치인들은 명심해야 한다. 더 이상 현장에 적합하지 않거나 교육적이지 못한 사안을 정치적, 정무적 판단으로 인해 그 폐해가 고스란히 학교 현장과 학생, 학부모에게 돌아가는 일을 보고 싶지 않은 까닭이다. ‘교육의원 예비후보 등록 2월 21일 부터’ 교육의원 일몰제, 현실적 대안은 2010년 개정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번 교육감 선거부터 바뀌는 주요 내용에는 선거 일몰제에 따른 시·도 교육의원과 교육위원회 폐지가 있다. 법이 이대로 개정되지 않는다면, 지난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당시 82명)돼 지방의회에서 활동해 온 교육의원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교육행정 관련 심사·의결 권한을 갖고 있는 시·도의회 소속 교육위원회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교육의원들은 교육위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즉, 입법 예고된 대로 2014년 지방선거에서 교육의원 선거가 폐지된다면, 지방의회 내 교육위원회는 일반지방의원(정당추천 비례대표 포함)로 구성될 것이므로 지방교육자치제도에 관한 법률을 존속시키면서 교육에 관한 의사결정 기구(교육위원회)의 구성을 정당 정치에 맡기는 방식이 된다. ‘교육이 정치에 종속되거나 정치로부터 더 크게 영향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는 뜻이다. 한국교육의원총회와 교총 등은 교육의원 일몰제를 폐지하지 않을 경우, 전국 교육의원 79명이 총사퇴하고 헌법재판소 권리구제 신청 및 지방교육자치법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히는 등 일몰제 폐지를 위해 힘을 결집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시간이 촉박하다. 시·도의원 선거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 2월 21일(법사위 논리대로라면 법 효력 발생을 위한 13일)전까지는 결론이 나와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복잡한 것도 아니다. ‘지방교육자치법’ 부칙을 삭제, 당분간 유지하는 방안이 있기 때문이다. 현행 통합형 교육위원회 제도의 전국적 도입은 3년 6개월, 제주도의 경우도 7년 6개월 전이다. 새 제도를 도입해 교육의원선거를 치르고 통합형 교육위원회를 구성한 것에 대한 성과 및 부작용을 검증하기에 4년은 긴 시간이 아니다. 따라서 법 개정 당시부터 일몰제를 전제로 한 불완전한 개정이었던 입법전례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교육위원회의 실효성 및 타당성을 검증한 뒤로 결정을 유보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정치권은 하루라도 빨리 선거의 룰을 확정해야 하며, 유권자와 교육계는 올바른 룰을 정하고 정한 룰은 지킬 것을 반드시 요구해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정개특위 활동 기한 동안 정개특위가 넘어야 할 산은 완전선거공영제 도입 등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깜깜이’ 선거는 투표용지 개선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공교육 내에서 학생들의 끼와 잠재력을 발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자유학기제’ 추진을 국정과제로 채택하여 진로교육을 확산·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고,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리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통합·연계·체계화할 수 있도록 다양화 하였다. 그러나 자유학기 취지에 맞도록 학생들에게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꿈과 끼를 지닌 진로탐색 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안하기란 일반 교사들에게는 풀기 힘든 숙제였고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프로그램구성, 환경조성, 강사섭외, 교육과정 재구성에 따른 시수 문제 극복 등 문화적으로 낙후되고 소외된 교육환경에서는 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일단 학생과 학부모의 설문, 선호도 조사과정을 거쳐 100%수용에 중점을 두었다. 교육부로부터 지원받아 진행 중인 학생오케스트라를 거점으로 최대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향을 잡았다. 이후 수차례의 협의회와 논의 결과 12개의 예체능 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 9월 첫 주부터 수업이 바로 진행되기 때문에 여름방학에 모든 수업준비가 끝나야 했다. 수업을 위한 환경조성의 노력으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골프장 구축이었다. 차별화된 예체능 프로그램을 위해 골프 수업을 계획했는데 외부 연습실에서의 수업은 시간적, 경제적으로 여건이 맞지 않았다. 적은 예산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위해 지난 여름 방학 동안 선생님들의 땀과 노력으로 골프장 시설을 교내에 완성했다. 20여년 된 허름한 조립식 창고 건물을 정비하는데 일반 사업자로부터 나온 견적은 1000만 원 이상.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금액이었다. 교감선생님은 경험 있으신 인근 체육선생님들과 본교 남자선생님들을 모아 직접 작업을 시작하셨다. 보름정도의 시간을 투자해 골프장이 그럴싸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웃옷은 물론이고 바지까지 짜면 물이 나올 정도로 땀을 흘리며, 모든 선생님들이 그늘 막 사이사이를 놋 끈으로 매달려 엮어가는 모습은 그 어느 교육현장에서도 볼 수 없는 멋진 모습이었다. 골프공과 골프채도 협찬을 받고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1/3도 안 돼는 가격에 골프장이 준비되었다. 그런데 강사섭외도 문제였다. 다른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이지만 저렴한 수업료로 강사선생님을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재능기부차원에서 접근했다. 사실 100% 재능 기부는 기대하기 어려웠고 그나마 아주 저렴한(2만원) 강사비로 강사선생님들을 섭외했다. 강사선생님들은 최대한 경험 있으신 선생님들로 대학에서 강의하시는 선생님도 계셨다. 수업 진행은 강사선생님과 본교 교사와의 코티칭으로 계획했고 9월 첫 주부터 수업을 위해 수업계획서 및 과정 안을 요구했다. 학교에서 방과 후 강사 경험이 있으신 선생님들은 순조롭게 과정 안이 제출 되었는데, 학교수업 경험이 없는 강사선생님들의 과정 안은 쉽지 않았다. 각 예체능 교과 선생님들이 샘플 과정 안을 작성하여 보내드리고 여러 차례의 수정과정을 통해 과정 안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저작권도 문제였다. 예체능 파트는 대부분 활동하는 모습이라 온라인상에 있는 사진을 활용하여 과정 안이 작성되었다. 우선 수업을 진행하고 2주쯤 후 학생들과 강사선생님들의 수업 모습을 직접 담아 저작권상의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의 사진으로 교체를 하도록 했다. 사진을 찍으면서 학생들에게는 과정 안에 활용하겠다는 구두 허용을 받았고, 강사선생님들에게는 프로그램별로 저작권 동의서를 만들어 놓았다. 원활한 수업을 위해 학교 측에서 꼭 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우선 강사선생님들의 오리엔테이션이다. 학생들을 지도할 때의 마음가짐, 태도, 복장까지도 약간의 어필은 필요한 부분이다. 잠깐이지만 그들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가치관 형성이 아직 미흡한 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력을 생각하면 강사선생님들에게 수시로 언급해야하며 수업시간 내 담당교사와의 코어티칭은 필수이다. 연구학교 3년이 끝난 후, 자유학기제의 프로그램이 일반화되도록 프로그램의 재구성이 점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 내에서의 여러 과정들을 형성하는데 이 모두가 교사의 몫이다. 현실적으로 교사의 업무량이 증가하고 힘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들을 개선할 방안이 구축되어야한다. 학생들에게 행복한 수업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선생님들도 행복해야 한다.
자유학기제를 준비하는 교사들은 자유학기제의 정확한 개념도 파악하지 못했었고, 자유학기제를 통하여 이루고자 하는 ‘행복교육’의 실체는 더욱 파악하기 어려웠다. 많은 시간 관련 서적을 탐독하고, 토론하고, 직접 찾아가서 배움도 청하고, 진로 관련 정보들을 취합하면서 조금씩 창덕중학교 자유학기제의 그림을 그려 나가게 되었다. 자유학기제를 준비하면서 특별한 동아리활동을 계획했다. 기존의 동아리 활동이 학생들의 취미나 특기 적성 위주로 구성되었다면 본교의 동아리 활동은 학생들의 희망 진로에 따라 구성되었다. 길잡이 교사와 학부모 자원봉사자, 그리고 지역사회의 외부 전문가 멘토가 함께 참여하여 학생들의 진로 탐색과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아리 활동으로서 ‘꿈 동아리’라고 이름 지었다. ‘LTI(Learning Through Internships) 프로젝트학습’의 모형을 일부 적용한 꿈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교에서 길잡이 교사와 함께 진로 탐색 활동을 진행 하고, 외부 전문가 멘토가 학교로 방문하여 직업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였으며, 학생들이 전문가 멘토의 직장을 방문하여 직업 체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 결과 법률 관련 동아리 ‘솔로몬의 선택’, 의료 관련 동아리 ‘히포팅게일’, 직업 군인 동아리 ‘진짜 사나이’, 미용 관련 동아리 ‘프리스타일’, 등 모두 15개가 구성되어 활동하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학생들의 꿈에 모두 대응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본교에서는 학생 스스로 자신의 학습 주제와 방법을 정하고, 선생님과 부모님, 외부 전문가 멘토의 도움을 받아 학습 과제를 수행해 가는 개인별 ‘LTI프로젝트 학습’을 운영했다. 이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학생은 자신이 계획하였던 학습목표에 도달하였다고 판단하거나, 더 이상 학습과제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다시 꿈 동아리활동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여, 학생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했다. LTI 프로젝트 학습은 특별한 지식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관리 능력(존중, 책임감, 사회적 관계력, 자기 존중 등)과 경험적 사고력(논리력, 아이디어 세우기, 학습전략 세우기 등) 향상에 목적을 두고 있다. ‘쿠키로 사랑을 전해요’,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꿈’, ‘NAVER 도전만화’등 모두 9개 과제에 19명의 학생들이 최종적으로 학습과제를 수행했다. 교실수업 개선을 통하여 학생들이 수업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이나, 지필평가 미실시로 인한 학력 저하의 우려를 극복하기 위한 학생들의 학업성취 수준 확인 방법 등의 활동들은 자유학기제가 아니라도 교사들은 늘 고민해 왔던 교사 본연의 과제였기에 그리 어렵지 않게 계획되고 운영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 학부모들의 학생 학력 저하우려의 목소리는 지금도 여전한 것이 사실이다. 자유학기제의 안정적인 정착과 동아리 활동 활성화를 위해서는 어떤 조건들이 필요할까, 개인적 견해를 담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들의 자율성과 능동성을 믿고 학생들의 요구에 준하는 동아리활동을 계획하였으면 한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보면 학생들은 스스로 정한 과제와 규칙에 기대 이상의 책임감을 보여주었다. 둘째, 여유로움으로 학생들의 활동을 지켜보았으면 한다. 당장의 성과를 거두려 하거나 밖으로의 화려함에 치중하면 자유학기제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 학생들에게 여유로움 속에서 스스로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셋째, 사회는 우리들의 희망처럼 학교 교육에 적극적인 협조를 하지 않는다. 가까운 사람(학부모, 동문회)부터, 가까운 곳(지역사회)부터, 자유학기제를 응원할 수 있는 분위기와 체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효율적이다. 넷째, 자유학기제 연구학교 교사에게 자유는 없다는 말을 자주한다. 가중된 업무 부담(절대적 시수 증가, 선택 프로그램 운영, 생활기록부 입력 부담, 교과 이외의 다양한 능력 요구 등)에 대한 교육부나 교육청 차원의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유학기제 운영이 형식에 거치게 될 것이고 결국 행복교육이라는 본래 목표 달성을 어렵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학기제 수업방법 개선에 관하여 자유학기제 연구학교로 지정되고 자유학기제를 위한 수업방법을 연구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1학년 교과 담당 교사들은 모두 당황했다. 자유학기제는 실시되지만 구체적인 수업방법 및 평가 계획 등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꿈과 끼를 찾기 위해서는 학생활동 중심 수업이 필수적인데, 지필평가를 치지 않는 상황에서 모든 차시를 학생 활동 중심 수업으로 진행하기란 쉽지 않다. 모둠활동을 많이 해 보지 않은 교사라면 부담감은 더욱 커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름방학 동안 교과 협의회를 통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학생활동 중심의 수업 모형을 적용한 교수-학습지도안을 작성하였다. 과목별 특성을 고려하여 과정중심의 평가 계획도 세우고 다양한 수업 교구들도 준비하였다. 1학년 전과목 교사들은 학생들을 4인 1조 또는 6인 1조의 모둠으로 나누고 토의·토론학습, 역할학습, 협동학습, 실험·실습, 시뮬레이션 수업, 융합수업 등 다양한 모형을 적용하여 학생활동 중심 수업을 실시하였다. 교사와 학생들은 새로운 수업 방식에 설렘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 고민했던 것과는 달리 문제는 의외의 곳에서 발생했다. 학생활동 중심의 수업이면 학생들이 모두 즐겁게 수업에 참여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교사도 이러한 교수법이 익숙하지 않듯 학생들도 이러한 학습방법이 익숙하지 않았다. 이미 오랫동안 수동적 학습태도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학생활동 중심 교수법은 또 하나의 과제가 되었다. 그리고 모둠활동의 고질적 문제인 무임 승차자와 봉효과가 발생했다. 학생활동이 많아지니 수업 진도도 잘 나가지 않았다. 교과서를 재구성했지만 학생들의 학력 저하가 일어나면 안되기 때문에 항상 부담감을 안고 수업진도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유학기제로 인한 업무가 하나 더 생기면서 수업과 함께 업무 부담으로 교사들은 조금씩 지쳐갔다. 방향의 전환이 필요했다. 학습에 대한 교사와 학생들의 생각을 바꿔야 했다. 무엇보다 소통이 필요했다. 먼저, 교과협의회를 통해 지난 수업들에 대한 반성과 문제점을 얘기하고 서로의 노하우를 전달했다. 수업방법과 평가방법도 서로 공유했다. 학습효과가 좋았던 수업 방법들을 공유하고, 학습 부담이 높을 수 있는 방법들은 교과별로 학습시기가 겹치지 않도록 했다. 특히, 융합수업을 계획하고 실행을 할 때 교과 간에 서로 협조를 할 수 있도록 소통의 시간을 자주 가졌다. 동학년 뿐 아니라 타학년 교사도 참여하여 수업 개선의 분위기를 확산시키기도 했다. 수업태도가 좋지 않은 학생들은 교과담당 교사와 담임교사가 협조하여 생활지도를 했다. 담임교사는 학부모와 상담을 통하여 가정과도 연계하여 생활지도를 강화하였다. 학생들과도 상담을 통해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모둠활동의 문제점도 개선했다. 학생활동 중심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 사이의 소통이 원활해야 한다. 학생들의 마음을 얻고 나면 학생들은 폭발적인 능력을 발휘하며 학습을 하게 된다. 담임교사와의 협조를 통해 수업하는 반 학생들 개개인에 대한 정보를 얻어 공감대 형성을 통한 소통을 시작했다. 자신을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교사를 향한 학생들의 신뢰도는 높다. 효과는 생각보다 빠르게 나타났다. 그리고 모둠내 학생들끼리 멘토-멘티 관계를 만들거나 모둠원 모두에게 역할을 부여하여 협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처음에는 서로 도와주는 것이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찾는 성숙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적절한 보상을 중간 중간에 하면 모둠 활동 참여율이 더 높아지기도 한다. 학습에 대한 교사와 학생들의 생각도 변화시켰다.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된 능력을 발견하여 꿈을 찾는 시기이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진정한 학습이 무엇인지 계속 설명했다. 그리고 수업 중 태도나 생각의 변화가 보이는 학생들을 칭찬했다. 이때, 칭찬은 교사가 해줄 때도 있지만 주로 친구들이 해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면 더 효과적이다. 친구가 칭찬 받는 모습에 자극을 받아 다른 학생들도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칭찬을 받은 학생들은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고 다음 학습과제를 할 때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칭찬’의 방법을 제대로 활용하면 수업이 활기차고 즐거워진다.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에게만 꿈의 시간이 아니라 교사인 나에게도 꿈을 갖게 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행복한 학교생활이 교육의 본질이다. 태안여자중학교(교장 정용주) 특별실에 1학년 학생들과 교사들이 한데모여 바쁘다.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메모꽂이, 액자, 머그컵, 나무패, 보석함, 다육화분, 휴지통 등 다양한 제품을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팔고 있다. 교사와 학생들은 서로 모의화폐를 주고받으며 흥정을 이어간다. 자칫 시장바닥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학생들은 매출을 계산하며 철저히 자기회사의 이윤을 따지고 있다. ‘아이돌 창업군단 태안경제를 살리다’를 주제로 지난해 12월 기말고사를 대신해 이틀에 걸쳐 진행한 모의창업체험이다. 학생들은 20개의 모둠으로 나눠져 사업아이템 선정부터 제작과 판매, 순수익 결과보고서 발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주도했다. 회사이름과 조직을 구성해 서로의 역할을 정하고, 다른 학생과 교사들을 상대로 선호도 조사를 했다. 재료비와 인건비를 꼼꼼히 계산해가며 제품가격을 설정하는 모습은 진지하면서도 한편 즐거워 보인다. “단순히 물건만 많이 팔면 되는 줄 알았는데, 시장조사나 손익분기점같이 생각지도 못한 복잡한 과정이 있어서 많은 공부가 됐어요.” “빨리 어른이 돼서 실체로 창업을 하고 싶어요. CEO로 이름을 날리는 꿈이 생겼어요.” 일반 교과시간에는 경험할 수 없는 체험을 통해 시장경제의 원리를 맛본 학생들, 그 반응도 제각각이다. CEO가 되겠다는 학생도 있는 반면, 창업은 역시 쉽지 않으니 공부에 더 매진해야겠다는 반응도 있다. 학생들이 원하는 프로그램 편성 + 금요일이면 온 학교에 바이올린 소리가 울려 퍼진다. 매주 5시간씩 운영되는 예체능 프로그램을 자율적으로 발표하는 날이다. 교사들은 교무실에 앉아서도 학생들의 실력이 늘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솔직히 학기 초에는 들어주기 힘들었습니다”라며 웃으며 말하는 표정에 뿌듯함이 드러난다. 사전 설문조사를 통해 각 영역별로 학생들의 수요를 조사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7개의 예체능 프로그램과 다양한 동아리를 운영했다. 또한 학력저하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를 존중해 6개의 영어, 수학 교과연계 선택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종이접기, UCC제작, 뮤지컬 등 보다 심도 있는 활동 중심의 수업을 전개했다. “영어에 자신이 없어서 수업시간에는 따라가기 힘들었는데, 영어 뮤지컬을 하니까 좋아하는 노래도 부르고 친구들이랑 같이 할 수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평소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었는데 악기를 배울 수가 없어서 엄두도 못 내고 있었어요. 이렇게 기회가 생겨서 정말 기쁘고, 저한텐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너무 짧아서 아쉬워요.” 이제는 제법 능숙하게 팝송을 부르고 기타를 다루는 모습에 자신감이 묻어난다. 서재표 연구부장은 “예체능 프로그램이 몰입도도 높고 가장 인기가 좋았다. 학교여건 때문에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편성하지 못해서 아쉽다”며 “자유학기제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자유다. 평가만 해도 인성과 태도, 과정을 자유롭게 평가할 수 있었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분명 즐거운 학교가 되었다”고 자유학기제에 대한 소감을 정리했다. 핵심역량 중심의 수업 전략 + 태안여자중학교의 자유학기제는 비단 자율과정만이 아니라 기본교과 수업시간까지 바꿔놓았다. 진로, 예체능, 동아리, 선택 프로그램까지 일주일에 13시간씩 자율과정을 운영하다보니 기본교과 시간을 줄여야했다. 주요과목부터 총대를 멨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기·가, 보건에서 각 1차시를 줄여 일주일에 20시간을 만들었다. 수업시간 감소와 지필고사의 부재라는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모든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효율적인 수업방안을 모색했다. 먼저 각 단원별로 핵심역량요소를 축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토론, 협동학습, 프로젝트, 실습 등의 학생 참여중심 교수·학습 및 평가 방법을 구안했다. 그리고 블록타임제형 교과 재구성을 통해 ‘교과-교과’, ‘교과-진로’융합을 꾀했다. 이렇게 계획한 핵심역량 중심의 자유학기제 교육과정, 형성평가, 평가방법을 학생들에게 미리 알려주어 수업 효율과 참여도를 높였다. 공부에 관심 없던 학생들도 활동과 협력 프로그램에 참여하니 전체적인 학력이 낮아질 수가 없다. 정용주 교장은 “교과 간 융합이나 새로운 교수·학습방법을 시도하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핵심역량이라는 것이 지적인 역량이 전부가 아니라 협동심, 배려, 창의성과 같은 진정한 실력이라는 개념이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찾게 해줘서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게 해준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교육의 본질입니다. 자유학기제는 남들보다 먼저 자기 진로에 대해서 고민할 시기를 준다는 점에서 시험점수와 맞바꿀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학습동기를 부여하고, 자기 안에 내재되는 실력을 쌓을 수 있게 합니다. 자유학기제 성패의 열쇠는 교사가 쥐고있습니다. 학교마다 여건에 맞는 모형을 만들고 모든 선생님들이 힘을 모아 시작한다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정용주 태안여자중학교 교장
01 성적저하에 대한 과도한 우려 교사와 학부모들은 지필고사를 통한 수치화, 줄 세우기에 익숙해져 있다보니 성적 저하를 우려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우려가 자유학기제 교육과정에 그대로 반영되어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과정 중심의 평가가 지속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또한, 장기적인 안목으로 봤을 때 진로탐색과 체험활동을 통해 학습동기를 유발하는 시간은 분명 유의미하다. 02 독불장군 자유학기제 속에는 진로탐색, 선택프로그램, 동아리 활동 등 기존의 교과교사들만으로 충당할 수 없는 부분이 여럿 있다. 이는 담당교사의 전문성이나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기존 교육과정 체제에서 접근하지 않았던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협력 기관, 외부강사, 학부모의 직업군 등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성공한 사례가 적지 않다. 03 비판 없는 따라 하기 교육부의 방침이나 지도안, 다른 학교의 성공 사례들은 예시일 뿐이다. 학교의 규모와 주변 환경에 맞춰서 특색 있는 자유학기제를 운영해야 한다. 다른 학교는 할 수 없지만 우리 학교는 할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독자적인 연구와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04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자율과정, 선택프로그램 구성에 있어 학생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만족스러운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한 사례가 있다. 학교의 상황을 우선시한 결과이다. 반대로 열의만 앞서 너무 많은 프로그램을 신설해 감당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되 학교의 상황을 고려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 05 보수적인 기본교과 자유학기제를 예체능 교과 중심으로 운영하고, 체험활동만 증가시키는 수박 겉핥기식 운영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 오히려 기존 교수-학습 방식에 지필고사가 사라진 형태가 되어 학생들의 성적저하라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성공적인 자유학기제를 위해서는 많은 수업시수를 차지하고 있는 기본교과가 앞장서야 한다. 06 실질적인 등급평가 과정중심 평가, 교사의 서술형 기술을 시행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단어를 통해 기존 등급평가의 틀을 고수하는 사례가 있다. 뿐만 아니라 지필고사를 치르지 않는 대신 빈번한 형성 평가를 시행함으로써 오히려 학생들의 학업부담이 가중된 사례도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좇다보면 부작용이 생기는 법이다. 07 교사 간 협력의 부재 학생들에게는 토론 수업, 협력 수업, 코티칭 등을 통해 다양한 소통을 강구하면서 교사 간에는 토론과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있다. 기존의 닫힌 교실, 교사의 수업자율권에 대한 의식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자유학기제는 소수의 우수한 교사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