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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유인종 서울시교육감=새 천년의 주인공이 될 우리 청소년들에게 양 날개를 길러 줍시다. 왼쪽, 지식의 날개에 치중했던 우리 교육을 새 천년에는 오른쪽 날개, 곧 창의력·인성·체력 등을 고루 길러주어 새 시대를 양 날개로 힘차게 날아갈 수 있도록 해 줍시다. 그리하여 우리 청소년들이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세계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건전한 도덕적인 인간이 되게 합시다. ◎박흥수 EBS원장=21세기로 정의되는 지식정보사회에서는 환경의 변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가 전체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교육방송은 선진국과의 교육정보화 격차를 줄여나가고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과 교육정보화 사업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습니다. ◎오영환 한국중등교육평생동지회장=학교가 나날이 황폐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교권의 추락과 함께 교실도 난장판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한탄만 하면서 그 책임을 교원들에게 돌려서는 안될 것입니다. 새 천년에는 가정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나아가 사회 각 분야의 모든 사람들이 더불어 책임지는 분위기 조성에 동참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스승의 찬미하는 분위기를 만듭시다. ◎송효섭 경주고교사=새 천년은 일선 교사의 의견이 교육정책에 적극 반영되고, 교육부장관이 교사를 교육의 주체로 인정하고, 교사가 학생을 바르게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희망의 천년이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면, 국민을 생각치 않는 정치꾼, 자신의 부를 축적하기 바쁜 재벌, 호랑이 가죽 하나에 양심을 파는 마나님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정순택 부산시교육감=새로운 천년에는 기초가 바로 설 수 있는 교육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해야 합니다. 기본이 바로 선 나라에서는 법과 질서를 지키고 부지런한 사람이 성공하게 마련입니다. 또한 우리는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고 과학기술에 밀려 상실된 인간 존엄성을 되찾는 일에도 소홀이 해서는 안될 것 입니다. 진정한 교육입국 건설에 동참합시다. ◎설훈 국회의원(국민회의)=교육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사를 교육의 주체로 세우고 교사가 교육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교권과 책임을 분명하게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또 교사로서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처우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교원은 스스로 전문성 향상과 함께 제자들 하나하나를 가능성 있는 인격체로 대하고 사랑으로 가르치려는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 ◎김수기 전남강진서초등교감=교육의 둑이 무너진 폐허에 21세기는 찾아왔다. 시장논리의 억지 퇴출이 명퇴홍수와 교사부족을 낳고 결국 교육의 질을 크게 떨어뜨렸다. 어제의 과오를 거울삼아 교육입국을 다시 찾아야 한다. 이제 교원과 학생·학부모 모두의 자존심도 추스리고 명예도 회복하는 '학교사랑 운동'을 통해 희망을 찾아야 한다. 새 천년 우리가 믿을 것은 교육밖에 없다. ◎김태혁 제주도교육감=지식기반 사회에서 교육은 가장 강력한 힘으로 사회발전을 견일할 것입니다. 정보화와 세계화가 교육에서 비롯되고 인성과 창의가 교육에서 싹틀 것입니다. 교육은 인재를 제련하는 국가·사회의 용광로이므로 교육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시키려면 사회전반의 혁신적인 변화가 우선돼야 할 것입니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자발적·진보적으로 교육에 참여합시다. ◎안건일 한국중등교장협의회장=새 천년을 맞이하여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 우리 중등교육의 국제경쟁력을 높여 한국 중등교육이 세계 중등교육을 선도하는 수준으로 발돋움하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2001년 7월 경주에서 개최되는 '세계교장연합회 총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회원 여러분들은 물론 많은 교육동지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다. ◎홍성대 한국사립중·고법인협의회장=그동안 정부는 공공성을 내세워 중등사학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학생선발권, 등록금책정권, 교육과정편성권 등을 모조리 제한해 왔다. 새 천년에는 사학의 자율성과 특수성의 제고를 위해 국가·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 사학을 사학답게 살려야 교육이 살고, 교육이 살아야 이 나라가 산다는 엄연한 사실을 다함께 깨달아야 한다. ◎서삼영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서기 2000년, 우리 교육 천년지대계의 원년입니다.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바탕으로 교사의 자긍심이 회복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저희 정보원은 '에듀넷'과 '학술정보서비스'를 통하여 21세기 창조적 교육 및 연구정보의 발원지가 되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모든 교사와 학생이 에듀넷 ID를 갖는 한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원본 광주시교육감=새로운 세기의 교육자 역할은 급속한 사회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지식기반의 창의적 인간을 육성하는데 있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정보의 양은 넘쳐나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어제의 정보만으로는 개인이나 국가 모두가 뒤질 수밖에 없기에 이제 우리 사회는 평생학습 체제를 갖춰야 하고 변화와 개혁은 하루하루 생활철학으로 자리잡아야 합니다. ◎김남일 서울보인중교장=새 천년에는 놀랍게 발전한 인문학, 자연과학과 함께 교육적인 패러다임도 다양하게 변화되어 갈 것이다. 이에 발맞춰 교육행정을 좀더 유연하게 시행하고 또한 지원적 성격도 강화시켜야 한다. 특히 교육문화 정책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획기적으로 확대시켜야 할 것이다. 그것은 상상력·창조력 신장이 21세기 새로운 인간교육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현청 대학교육협의회사무총장=희망의 21세기를 맞았다. 21세기는 개인이나 국가나 민족이 창의적 지식 창출을 필요로 하는 지식정보화의 세기가 될 것이다. 우리교육도 창의적 전문인을 양성하고 한국인의 주체성 위에 세계적 시민성을 배양하는 교육에 치중해야 한다. 아울러 인간과 자연을 사랑하고 맑고 깨끗한 사회를 이룰 수 있는 '사랑의 교육' 시대를 열어야 한다. ◎최재선 서울교련회장=찬란한 새 천년을 여는 경진년 새아침. 무너진 스승으로서의 자긍심을 되찾기 위한 각오와 함께, 우리 교육자들이 단결하지 못하면 교육의 위기를 초래하게 된다는 교훈을 거울삼아 50년 역사를 가진 전문직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을 중심으로 40만 교육자가 하나되어 교육을 위한 올바른 주장과 의지와 힘을 보여줍시다. 희망의 교육을 만들어 갑시다. ◎이영관 경기안산교육청장학사=학생의 의식구조 변화 못지 않게 학교·교사도 먼저 변하자. 교육청은 변화의 선도자 내지는 촉매자 역할을 하자. 학생들이 학교에서 재미있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며 교사를 믿고 따르게 하자. 교사들도 경쾌한 출근길에, 매시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호흡을 같이 하며 열과 성을 다하자. 모든 권위주의에서 탈피하자. ◎강영삼 국민대교육대학원장=21세기에는 우리의 모든 자녀들이 선진국 수준의 교육환경에서 학교교육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특히 농어촌 지역의 교육여건이 도시학교보다 우수하여 학부모와 학생들이 시골학교를 더 선호하는 풍조로 바뀌고,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집단의 자녀들도 평등하게 교육의 혜택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국가의 획기적인 교육투자로 이러한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박승국 국회의원(한나라당)=지난 세기말 우리 교육은 심각한 공황상태를 겪었습니다. 이제 새 천년을 맞아 정책실패로 인한 교육의 병폐를 치유하고 새 천년의 주춧돌을 놓는다는 심정으로 이 나라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온 교육을 바로세우기 위해 지혜를 다함께 모아 나가야겠습니다. 우선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공적자금 일시투입 등 가시적인 조치가 반드시 있어야 하겠습니다. ◎이무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우리 교육은 모든 국민이 평생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직업교육훈련을 통하여 희망에 가득 찬 생활을 영위하고 이러한 개인의 역량이 국가경쟁력의 바탕이 되도록 열린 교육사회, 평생학습사회 건설에 주력해야겠습니다. 또 새 시대 국가경쟁력의 핵심 요소이자 가치창출의 원천은 지식과 그 지식을 소유한 인적자원의 개발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조선형 한국걸스카우트연맹총재=21세기는 여성적인 감성과 창의성이 필요한 시대이기에 여성 한사람 한사람의 고부가 가치가 더욱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교육이 담당해야 할 주요과제 중 하나는 21세기 창조적 지식기반사회의 가능성을 쥐고 있는 열쇠이자 우리 사회의 차세대 여성인력인 우리의 딸들을 전문인력으로 길러내기 위한 교육방안의 모색과 실천이다. ◎김두선 전국시·도교위의장협의회장=새로운 세기에는 교육의 질 향상을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가 우선적인 과업이 될 것이다. 새 천년을 맞으면서, 관주도의 획일적 교육에서 탈피하여 주민교육자치의 강화로 붕괴직전에 있는 학교현장에 새로운 희망과 용기 그리고 보다 원대한 재기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각급 학교 교장 및 교원들에게 새로운 힘을 부여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질 높이기 '실행'에 매진하자 ⑧ 새 밀레니엄 시대의 교육환경 그동안 몇 회에 걸쳐 우리 나라 학교건축의 100년을 돌아보았다. 요약하면, 1885년의 아펜셀러 등 여러 선교사들에 의한 서양식 붉은 벽돌과 석조로 학교가 건축됐으며 1894년 갑오경장과 더불어 근대화 교육에 따른 신교육을 담을 수 있는 학교가 새로운 건축 기술에 의해 세워졌다. 1905년 일본과의 을사조약이 체결되면서부터 그들의 독특한 '왜식' 건축물들이 해방 후 상당기간동안을 영향을 주어왔다. 그러나 1950년 6월 1일부터 실시하려던 균등교육(의무교육)은 6.25로 인해 중단되었고 우리 나라 교육환경은 열악한 상황으로 빠지게 된다. 취학률이 거의 100%에 달한 1950년 말부터의 심각한 교실부족 상황이 전개되어 학생 수용을 위한 교실수 늘리기 에만 급급할 수 밖에 없었다. 1960년 5월 문교부의 국민학교 시설기준이 마련 되면서 몇 차례의 표준설계도로 동일한 형식의 학교가 건축되었다. 그렇게 가운데 운동장을 뺀 남는 땅에 담장주위로 ㄱ, ㄴ, ㄷ자의 성냥갑 모양 학교가 세워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1990년까지 똑같이 되풀이 되어 농촌·도시 할것없이 학교는 똑같은 유니폼을 입게 된다. 교육방법이나 학생 활동, 학생의 심리, 물리적 환경 등은 고려치 못하였으며 누런 흙색이나 짓푸른 하늘의 잿빛 색깔로 단장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학교다운 미적 바램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1990년 학교시설의 현대화 모형 연구의 결과에 따라 시범학교를 세우기 시작, 우리 나라 교육환경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래에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 나타났다. 2000년도부터 시작되는 새 교육 제도에 의한 교육과정을 고려한다면 대 변혁의 교육환경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이 2000년부터 단계적으로 바뀌어 2002년도에는 모든 학교, 전과목에 대하여 7차 교육과정으로 전환 한다고 교육부는 확고한 의지를 표하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 교육환경은 이에 맞게 전국의 모든 학교를 개조하거나 신축해야 할 긴박한 상황에 처해있다. 기존의 교육방식에 맞게 지어진 학교시설은 신교육방식 실현에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 교수-학습 방법에 맞는 새 밀레니엄의 학교교육환경이 조성되려면 어떻게 되어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한 방향제시로 그동안 써온 글의 결론을 내고자 한다. 초등학교는 수준별 교육을 과목에 따라 실현하는 별도의 필요 공간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일반과목(영어, 수학, 과학외)은 수준별 교육도 열린교실에서 수업할 수 있으므로 학년별, 학급별 열린공간 계획을 충분히 갖추어야 하며, 영어·수학·과학 과목만은 별도의 교과교실을 가지고 수준별 Team Teaching을 할 수 있는 大中小의 교실을 수준별 수업 형식에 맞게 계획하고 내부시설은 교과목 성격에 맞게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식당, 체육관, 다목적실은 융통성 있게 교육의 場으로 이용되기 위하여 중심부에 위치해야 한다. 더욱이 도서실, 정보검색실, 컴퓨터실, multi-medium실 등이 중앙에 열린공간으로 학생수에 맞게 그 크기가 주어져야 하며 설비가 갖춰져야 할 것이다. 각 교실은 열린공간이 교실에 연속해서 열린학습이 가능하게 설계되며, 근접해서 교사연구실이 딸려 학생과 같이 생활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외부공간도 학생들의 연령층에 맞게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는 소운동장과 휴식공간을 교실과 연계하여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건물의 형태도 규격화된 정연한 Box 형태를 벗어난 자유로운 조형적 형태 창출이 요구된다. 중·고등학교는 특히 교과교실형이 집중적으로 계획되어야 하는데, 모든 학생이 모든 수업을 각 교과교실군으로 이동하면서 수업을 받아야하므로 학생 거점공간인 락카룸이 모든 시설의 중심부에 위치해야하며 탈의실, 세면실, 화장실 등이 인접해 있어야 한다. 교수-학습 운영은 교과군별로 진행되어야 하므로 각 교과교실군이 Cluster 형태로 이뤄져야하고 어학-국어교과군, 과학-수학-기술교과군, 사회-도덕교과군, 예체능교과군으로 분절되어 배치되어야 하며 이 각각의 수업공간으로는 모든 학생들이 동선이 짧고 용이하게 접근 할 수 있게 배치 하여야 한다. 이동수업을 위해 교실 배치는 집중형 형태로 되어야 되며 각 지원공간(도서실, 컴퓨터실, 정보검색실, 체육실, 다목적실, Multi-Media실, 식당) 등은 중앙에 위치하도록 계획되어야 한다. 중1∼고1 까지는 수준별 교육과정에 따라 大中小의 교과목 교실이 수업형태에 맞게 학생수와 시간수 및 이용율을 계산해야 한다. 고등학교 고학년의 선택별 수업은 더욱 교과군별 공간이 완전해야 잘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공간규모계획에 맞게 공간크기와 수가 계산되어 진다면 기존 시설보다 45% 정도는 공간이 더 필요하게 된다. 교육과정의 개편을 반듯이 시행한다면 이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 재정적 지원이 과감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2000년대의 우리 나라 초·중·고등학교의 교육환경이 그 기능을 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좋은 교육이 이뤄지기 위한 3대 요소는 좋은 학생·교사·교육환경이다. 이 3대 요소가 조화로운 구성체로서의 기능을 다할 때 그 시대 교육이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 새 해, 새 천년을 맞이하는 우리 교육을 위해서는 그 질을 높이기 위한 철저한 실행이 가능한 방향으로 사고가 모아져야 할 것이다. 100년 후 후학 교수가 “敎育 100년, 校舍 100년”에 대한 소고를 쓸 때는 좋은 교육환경을 자랑스럽게 써, 읽는 독자로 하여금 즐거운 회고를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 完 - 건국대 교수 한국교육환경연구원장
힘을 제압하는 것은 속도. -한 이온음료 TV 광고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도로는 양재동에서 가락시장까지 이어지는 양재 대로다. 그 길은 편도 4차선의 널찍한, 그래서인지 잘 막히지도 않는 쌔끈한 도로다. 게다가 음주 단속하는 짭새도 보이지 않는다. 나와 친구는 일주일에 몇 번씩 새벽 1시에서 3시 사이 이 길을 X나 달린다. 지금은 새벽 1시 30분. 나는 오늘도 이 길을 달리기 위해 나왔다.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다. 후, 후, 오늘은 바로, 내 오토바이가 생긴 날이기 때문이다. 방학 내내 중국 집에서 스쿠터를 몰며 꼰대 몰래 철가방 알바를 한 대가다. 내 다이어리에 스크랩되어있는 정말 죽여주는 가와사키나 야마하는 아니지만 이래봬도 125씨씨짜리 경주용이다. 무늬만 경주용이라고 대석이 새낀 씹었지만 뒤 안장을 파이프로 용접해서 멋지게 올리고 바퀴에 번쩍거리는 야광 후레쉬에, 앞좌석에는 커다란 스피커까지 달아논 내 타이지를(타이지는 내 오토바이의 이름이다. 내가 X나게 좋아하는 엑스제펜 멤버중의 이름을 땄다) 보고 부러워 죽겠다는 표정을 감추지는 못했다. 물론 소음기는 떼어버렸다. 아파트 전체를 울리는 그드등, 그드등 거리는 오토바이의 엔진 소리는 타이지의 베이스 기타 음만큼이나 나를 흥분시키기 때문이다. 오토바이 주인인 송씨 아저씨가 고맙게 느껴졌다. 비록 중고이긴 하지만 이런 쌈박한 오토바이를 내가 원하는 옵션을 다 달아주면서 단돈 50만원에 팔다니, 아주 드물지만 가끔 맘에 드는 어른이 이 세상에 있기도 하다. 어느덧 양재 사거리에 도착했다. 나는 인도 가까이 오토바이를 대고 숨을 고른다. 신호등을 계산하고 출발해야지만 멈추지 않고 가락시장까지 달릴 수 있다. 이제 쪽팔리게 중국집 스쿠터로 아파트 안을 돌거나 애걸복걸해서 단 몇 십분 친구 오토바이를 감질나게 빌려 타야만 했던 지난날의 서러움을 씻을 수 있게 됐다. 대학로에서 비싼 오토바이에 기집애들을 태우고 달리던 놈들도 이젠 부럽지 않다. 만나면 맨 날 징징대기만 하고 자존심만 X나 세우는 기집애들보다 나를 희열의 끝까지 데려가는 오토바이가 훨 낫다. 타이지가 이제 내 깔이다. 내 깔에 손대는 놈은 누구든 간에 죽여 버릴 꺼다. 나는 타이지가 너무나 사랑스러워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몸체를 한번 어루만졌다. 신호가 바뀌었다. 동시에 나는 양 손목으로 힘차게 엑셀을 땡겼다. 타이지가 멍에에서 풀어진 들소처럼 퉁하고 튀어 나갔다. 머리카락이 뒤로 젖혀졌다. 웅 웅 바람소리가 들린다. 밤을 깨뜨리는 엔진 소리와 바람소리. 내 모든 신경은 생선처럼 파득거린다. 헬멧은 없다. 그건 속도를 겁내는 비겁한 놈들이나 쓰는 거다. 가죽 잠바는 돈이 없어 아쉽지만 다음 달로 미루었다. 나는 살갗을 벗겨버릴 것만 같은 힘찬 바람의 저항을 온몸으로 즐긴다. 내 앞에 있는 검은 색 다이너스티 승용차를 나는 아슬아슬하게 비켜간다. 뒷좌석에 앉은 머리가 벗겨진 배불뚝이가 나에게 삿대질을 하며 씨부렁거리는 것이 빽 밀러에 보인다. 나는 지그재그로 운전을 하면서 다이너스티를 희롱한다. 나는 고급 차를 보면 가끔 이런 장난을 한다. 소위 성공했다는 저런 새끼들이 테레비에 나와 점잔떠는 것을 보면 속이 메스껍다. 국민을 위해 어쩌구저쩌구 하는 것들이 룸싸롱에서 영계만 찾지… 일찌감치 학교는 접고 룸싸롱에서 삐끼하는 친구 놈에게 다 들은 얘기다. 씨팔 나도 학교 때려치우고 삐끼나 할까, 삐끼 수입이 우리학교 선생 수입보다 낫다는 데. 오토바이 타는 것을 말리던 담임의 얼굴이 떠오른다. 사소한 것에 목숨걸지 말라는 담임의 말에 픽하고 코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속으로 그를 비웃었다. ‘당신은 언제 어디에 목숨이나 걸어본 적 있어?’ 부모말 잘 듣고 착실히 공부만 한 범생이들. 그것이 대부분 선생들의 인생이다. 그들이 우릴 어떻게 이해해. 이 X같은 세상에 이제 목숨 걸만한 것이 무엇이 남았냐 말이다. 난 지금 이 순간 타이지에 목숨 걸 꺼다. 괜히 화가 나서 손목에 더 힘을 준다. ‘속도계는 고칠 필요 없지?’송사장이 웃으며 말한 얼굴이 생각난다. 속도계는 고장나 있었다. ‘그럼요’ 나는 웃으며 말했었다. 내 얼굴에 부딪치는 바람의 세기. 한 선으로 그어지는 가로등의 조명. 터질 듯한 엔진소리. 이것이 바로 속도계다. ‘자 이제 너의 모습을 나에게 보여줘 봐.’ 나는 타이지에 속삭인다. 어깨를 바짝 앞으로 누이고 속도를 높인다.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맞바람이 친다. 몇 대의 차가 위잉하는 소리를 내며 내 뒤로 뒤쳐진다. “야 이 개새끼들아.” 나는 내 뒤로 획획 지나가는 세상과 나를 억압하는 모든 것들에게 소리친다. 세상 모든 사물들이 줄어들어 하나의 점으로 축소된다. 나는 지상으로부터 탈출하여 블랙홀 같은 그 점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 점을 통과하면 새로운 세계가 나를 기다릴 것 같다. 나는 손목을 더 안으로 당긴다.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난다. 종아리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 아픔을 느낀다. 밑을 보니 실린더와 함께 내 다리가 화염에 휩싸여 있다. ‘뜨겁다.’라고 느낀 순간, 앞 미간에 무언가가 다가온다. 고개를 위로 올리자 DEAWOO라는 영문자가 커다랗게 눈에 들어온다. 그 순간 쿵 소리와 함께 나는 타이지로부터 솟구쳐 하늘을 난다. 시팔, 서울 밤하늘 한번 근사하구나. 교사(敎師):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에서 소정의 자격을 가지고 학생을 가르치거나 돌 보는 사람 -‘동아 새 국어 사전’ 중에서- 띠르르.. 아침 보충 수업을 막 끝내고 돌아와 앉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허리가 휘청거려 분필이 잔뜩 묻은 손을 닦을 생각도 못하고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꾸벅꾸벅 조는 아이들을 깨우며 소리를 질러대느라 턱이 다 아파 온다. 까마귀가 파먹은 듯한 54개의 눈들을 데리고 아침 일찍 아침도 굶어가며 수업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퍼져서 자고 있는 아이들을 깨우면서 수업을 하는 것도 이제 지쳤다. 하긴 아이들도 전날 밤 10시까지 야자를 하고 다음날 아침도 굶고 7시30분에 앉아서 수업을 듣는 것이 고역일 것이다. 하지만 나 역시 그런 과정을 겪었고 그래서 지금 선생이나마 되지 않았는가. 이놈들은 공부를 못해서 사회에서 겪을 불평등과 설움을 아직 모르고 있다. 고졸과 대졸, 명문대와 비명문대를 가르는 편리하고 명징(明澄)한 잣대. 이놈의 사회는 그 잣대로 그들의 삶에 정육점의 고기처럼 지우기 힘든 낙인을 찍는다는 것을 아이들은 몸으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르르 따르르. 계속 울리는 전화벨은 불편한 내 심기를 계속 긁고 있다. 때론 혼란스럽다. 교사란 학생들에게 이상을 가르쳐야 옳은 건지, 아니면 냉엄한 현실을 인식시켜 주는 것이 옳은 건지. 하긴 교사가 어떤 방향으로 가르치든 욕을 먹는 건 마찬가지다. 재밌고 유익한 수업. 그거 나도 할 줄 안다. 하지만 그런 수업은 쫓기는 진도에, 50명이 넘는 학급 인원에, 학교 시험 에 반영이 안되면 관심도 안 보이는 아이들에게 외면 당하기만 한다. 아이들 특유의 감성이 흘러 넘쳐야 할 문학 시간에 수능 대비 문제집만 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맥이 빠져 버린다. 시를 수능이라는 도마에 놓고 갈가리 찢는 문학 백정. 그것이 지금 나의 모습이다. “김선생, 전화 좀 받으세요. 선생님 반 학부모라는데요?” 동료 교사의 말에 퍼뜩 정신이 들어 전화를 받는다. “예 제가 광석이 담임입니다. 네! 아니 어쩌다가…… 어느 병원인데요? 많이 다치진, 그래요? 결석계는 차후에 진단서를 제출하시면 됩니다. 오늘 제가 가보죠. 너무 걱정마십시요.” 나는 전화를 집어던지듯이 끊었다. 이런 썩을 놈. 광석이 이 자식이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오토바이 타는 것은 인구 억제 정책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놈을 앉혀 두고 농담 반으로 말했건만 결국 이놈이 미친 짓을 저지르고야 말았다. 감각적인 것에 목숨거는 놈들을 나는 경멸한다. 결국 감각의 말로는 항상 이런 식이지 않는가? 기계 음 천지인 테크노 음악, 저속한 랩 가사. 폭력과 성으로 도배를 한 일본 만화. 난 이 땅의 십대들이 이런 문화 속에서 커서 뭐가 될지 걱정이다. 여학생 반에서도 시 프린트를 나눠주고 낭송 좀 시키려면 재미없다고 우 우 거린다. 정신적인 깊이가 점점 없어지는 애들에게 정이 떨어진다. “뭔 전화요?” 옆 좌석의 한문 선생인 지선생이 묻는다. “광석이가 또 사고를 쳤어요. 오토바이로 트럭을 박았다는 군요. 아마 이마를 크게 다친 것 같아요. 게다가 왼쪽 다리는 화상까지 입었대요. 중고 오토바이를 샀는데 그게 아마 엉터리였던 모양이에요. 실린더가 폭발해 일어난 사곤가 본데, 판 사람이 아주 나쁜 놈이지, 애들이라고 고철 덩어리를 팔고 말이에요. 부모가 오토바이 가게 주인을 고소한다고 난리예요.” “호오. 트럭을 오토바이로 박아요? 거 완전히 당랑거철(螳螂拒撤)이네요. 요즘 애들 지몸 아까운 줄 모르고, 깡통처럼 굴리는 애들이 많다니까요.” 지선생과 말하는 사이, 반장이 온다. “어제 청소 도망간 애들 명단입니다.” 반장은 의젓한 얼굴로 나에게 미소를 보내며 종이 쪽지를 내민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놈이다. 공부도 잘하고 시키는 일도 책임감 있게 잘한다. 거친 반 아이들이 투정을 부려도 묵묵히 참는다. 이런 아이 하나 때문에 교사할 맛이 난다. 어디 볼까? 매일 그놈이 그놈이다. 쓰레기 같은 놈들. 우리반의 암적인 존재들. 흡연하다가 걸려서 반성 좀 하라고 청소를 시켰더니 그것조차 하지 않고 날랐다. 솟구치는 울화에 손에 힘이 들어간다. “알았다. 수고했다 가봐라." 나는 구석에 있는 굵직한 몽둥이를 집어든다. 저번 주 토요일에 등산을 갔다가 마련해온 것이다. 체벌을 금하라고? 교육부 양반들. 웃기지 마쇼. 나도 한때는 열렬한 체벌 반대론자였다오. 걸핏하면 아이들의 아구창을 날리던 고등학교 때의 학생부 선생들의 악몽을 나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교사가 된다면 결코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만은 그 악몽을 대물림하지 않으리라는 굳은 결심을 하고 들어오지 않았던가. 하지만 담임 첫 해에 끝끝내 매를 들지 않은 나에게 돌아온 것 은 수시로 담임에게 개기는 반 아이들의 태도와 통제할 수 없는 수업 시간, 그리고 배신감이었다. 결국 말이 안 먹히는 놈들에게까지 인간적인 호의를 베풀 수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반 질서가 무너지자 오히려 몇몇 아이들은 날 찾아와서 좀 때려 달라고 하지 않았던가. 몽둥이를 들고 벌떡 일어나다가, 책상 위에 쌓여 있는 수행평가 과제물 더미가 바닥으로 우르르 쏟아진다. 짜증이 목구멍까지 치달아 온다. 이 놈의 수행 평가 때문에 일이 배가 늘었다. 도대체 한 반에 50명이 넘는 아이들을 무슨 수로 객관적으로 평가한단 말이다. 교육부 정책은 항상 이런 식이다. 이건 숫제 총도 안주고 적과 싸우라는 꼴과 마찬가지다. 적이라? 후 후, 내 스스로의 비유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럼 아이들은 적이란 말인가? 하긴 애들이나 나나 서로에게 적대감을 느낄 때도 있으니까. 자, 그럼 가볼까. 적들을 진압하러. 나는 몽둥이를 어깨에 매고 교실로 진격한다. 캘리포니아는 아름다운 곳이야. '낙원에 가까이 있는 섬'이란 말에서 유래한 지명처럼 아름다운 곳이지. 비옥한 계곡지대와 눈 덮인 시에라 네바다 사막, 콜로라도와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아름다운 롱비치와 산타모니카가 있는 곳이지. -박상우 소설 ‘호텔 캘리포니아’ 중에서- 차렷! 경롓! 오늘따라 껄렁대며 무성의하게 인사하는 아이들이 없다. 담임이 몽둥이를 들고 왔기 때문이다. 담임은 독이 어린 눈으로 교단 앞에 섰다. 그리고 내가 적어 준 명단의 이름을 하나씩 부른다. 대석이 새끼가 천천히 일어나서 어슬렁거리며 나온다. 그런 모습이 담임의 신경을 더 거슬리게 할 것이 분명하다. 그놈이 담임에게 보일 수 있는 반항의 모습은 기껏해야 그것뿐이니까. 담임은 확실히 화가 났다. “너 이 새끼 뭐야 그 태도가. 엎드려!” 담임은 몽둥이를 두 손으로 부여잡고 대석의 아랫도리를 내리친다. 두 세대 버텨보지만 대석은 무너진다. 오늘 맞은 아이들은 모두 다섯 명. 우리 반의 골통들이다. 한 명 두 명 나가자빠지고 그것을 보는 애들은 행여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봐 똑바로 앉아 있다. 옆을 보니 내 짝인 정호 자식은 그 와중에서도 꾸벅꾸벅 졸고 있다. 짜증이 난다. 왜 저들의 부모들은 저런 애들을 인문계로 보냈을까? 이해할 수가 없다. 난 저런 놈들과 같이 공부한다는 현실이 너무 싫다. 우리 나라에 영국의 이튼 고교 같은 고급 사립학교가 없는 것이 나에겐 불만이다. 영국은 그 학교 출신들이 나라를 다 이끌어 나간다는데, 나 같은 고급 인재와 연합고사 100점을 간신히 넘은 저런 골통들과 같은 교실에서 같은 수준으로 공부하는 우리 나라 고등학교의 현실 자체가 모순이다. 마음 같으면 휴학하고 싶다. 수능에 필요도 없는 것까지 일일이 가르치는 학교선생보다는 시원한 에어컨에 요점만 딱딱 찍어 가르치는 학원선생이 훨 낫다. 내신 때문에 학교를 다니긴 해도 갈수록 학교가 지겨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저 선생들의 비위나 맞춰 주면서 3년을 버틸 뿐이다. “너 또 눈은 왜 그래? 너 어제 또 싸웠지? 이 새끼 네가 깡패냐 맨날 싸움질이나 하고.” 담임이 대석이를 다그친다. 그러고 보니 대석의 왼쪽 눈이 심하게 부어 있다. “선생님이 어제 나 싸우는 거 봤어요?” 대석이가 세게 나온다. 멍청한 자식. 더 맞기나 하지. 담임의 손이 대석의 오른쪽 뺨을 올려 부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다. 누가 반 모둠일기에 이런 글을 써 놨다. ‘하루라도 매를 맞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 아무래도 애들이 컴퓨터 게임 하다가 반 컴퓨터를 고장낸 것을 말하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어야 할 것이다. 그 이야기까지 했다가는 담임의 화에 기름을 붓는 일일 테니까. 수업시간에 쓰지도 않는 컴퓨터를 뭐하러 갔다 놨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에어컨이나 놔 줄 것이지. 나는 오늘 조회가 아무래도 장기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책상에서 몰래 단어장을 꺼냈다. un-ortho-dox 이단의. 정통이 아닌… 후. 난 공부가 좋다. 새로운 세계를 배워나가는 것을 나는 좋아한다. 그리고 공부한 뒤에 남는 뿌듯한 지식의 여운이 날 항상 들뜨게 한다. 이 나라에서는 공부란 앞으로의 풍요로운 나의 삶을 보장해 주는 든든한 무기란 것을 나는 알고있다. 난 특히 영어를 좋아한다. 미국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라다. 할리우드. 아이비리그. 윌스트리트. 막강한 군사력. 순수한 자본주의의 나라. 남의 눈치 안보고 살 수 있는 나라. 나는 그런 미국에 갈 거다. 아버지 차가 외제차라고 담임에게 그 차 타고 다니지 말라고 지적 받는 이런 쫀쫀한 나라가 나는 싫다. 구닥다리 유교적인 관습에 얽매여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나라. 그렇다고 영국처럼 멋진 전통이 살아 있지도 못한 나라. 편협한 민족주의에 기껏해야 한일전 축구에나 열광하는 이 나라의 오강통만한 소견머리. 나라가 작으면 통도 작아지는 건가. 다닥다닥 붙은 집들을 보면 숨이 막힐 지경이다. 내 공부의 이유는 그거다. 이 나라를 뜨는 거. 서울대에 붙으면 곧바로 유학을 보내주기로 아버지는 나와 약속했다. 나는 미국에 가면 아예 거기서 눌러 살 적정이다. 그리고 성공해서 영화에서 보는 넓은 잔디밭과 차고와 수영장이 있는 멋진 집에 살거다. 그렇게 되면 물론 곰팡이 냄새 나는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될거고. 와장창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에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대석이가 주먹으로 유리창을 깼다. 주먹에 피가 흐른다. 담임은 놀라 커다랗게 눈을 뜬다. “이놈의 학교 때려치면 될 거 아냐!” 대석이 교실 밖으로 뛰어나간다. “거기 안서!” 담임이 뒤쫓아 뛰쳐나간다. 아이들은 휘파람을 불며 대석이를 응원한다. 옆을 보니 그 와중에도 정호는 세상 모르고 졸고 있다. 아! 정말 이런 한심한 학교를 계속 다녀야 하나? 무한한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한 인터넷 포탈 사이트 배너 중에서- 투투투… 총소리에 깜짝 놀라 퍼뜩 눈을 떴다. 깜박 졸았나 보다. 조는 잠깐 사이에 저그족이 밀려오는 꿈을 꾸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반이다. 다시 베틀넷 프로그램에 접속했다. 마지막으로 새벽 2시전에 잠자리에 든 지가 언제지? 나는 스타크래프트 게임동호회 사이트에 들어갔다. 그리고 여섯 명과 함께 게임을 시작했다. 나는 테란을 선택하고 devill3이란 아이디를 가진 다른 한 명과 동맹을 맺었다. 난 테란이 좋다. 무엇보다 지구 생명체라는 점에서 마음에 들고 테란이 거느리고 있는 화려한 무기를 지닌 유닛들이 맘에 든다. 이제 베럭스를 건설하고 기본 자원을 캐는 유닛이 미네랄을 150까지 만들 때까지 기다린다. 갑자기 핸드폰이 울린다. 이 밤에 누굴까? 받을까? 말까? 나는 받기로 결정한다. 어쩌면 어제 인터넷 채팅 방에서 만난 그 계집애일지도 모른다. 걔가 먼저 번개팅을 하자고 제의했고 나는 내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렇게 만난 애들이 벌써 10명 가량이나 된다. 길거리에서 헌팅하기는 어렵지만 채팅으로는 하루에 열 명도 꼬실 수 있다. 채팅으로 만나러 나오는 여자 애들은 대개 그저 그런 애들이다. 좀 얼굴이 받쳐 주면 발랑 까진 애들이거나 얼굴이 안돼서 채팅으로 남자를 구하는 폭탄이거나. 걔네 들이나 나나 어차피 하루 즐기려고 나오는 거니까 굳이 호적등본까지 따질 건 없지만 요즘은 그런 만남들이 지겨워진다.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전화를 받지 않기로 마음을 바꾼다. 나에겐 지금 여자보다 저그족을 부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서플라이 포트를 만들고 벙커를 짓고 머린을 상주시켜 방어 체계를 구축했다. 이제 공격에 나설 차례다.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난 지금부터 이 사이버 공간에서 최첨단의 군대를 지휘하는 지휘관이 된다. 그리고 첨단 무기로 중무장한 군대는 모두 나의 지휘를 따른다. 이 시간만큼은 더 이상 학교에서 꼴찌라고 선생들과 애들한테 무시당하는 열등생 박정호가 아니다. 여기서는 내가 왕이다. 내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마음에 가득 차는 유일한 시간이다. 옛날 사람들은 게임 없이 도대체 무슨 재미로 살았을까? 게임 없는 세상을 상상하니 끔찍하기조차 하다. 이런, 저그족의 공격이 파상적으로 시작되었다. 전화 때문에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적에게 선제공격을 당한 것이다. 상대편이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 꽤 고수임이 틀림없다. 저그족의 유닛들이 몰려오고 있다. 나의 유닛들과 벙커들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갑자기 오싹해진다. 마치 나 홀로 산소도 없는 차가운 혹성의 분화구에 떨어진 느낌이다. 우리편이 점점 밀린다. 태란의 벙커들이 무너지고 있다. 미네랄이 부족하다. 테란의 유닛들이 손도 못쓰고 무너지고 있다. 어떻게 한다? 히드라리스크가 산성 침으로 우리편의 머린들을 녹여 버리고 있다. 갑자기 공포감이 밀려온다. 내 턱밑까지 적의 군대가 쳐들어올 것 같아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갑자기 마우스를 움직이는 오른 손에 경련이 온다. 왜 이럴까?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었는데. 눈알도 자유롭게 돌릴 수 없을 정도로 눈이 아프다. 동공이 풀리는 느낌이다. 갑자기 밀려오는 무서움에 나는 엉겁결에 컴퓨터의 파워를 눌러 꺼 버린다. 순식간에 방안에는 정적이 흐르고 주위는 캄캄해진다. 과학 실험실에서 본 어둠 상자에 갇힌 기분이 든다. 나는 갑자기 닥친 어둠이 무서워 벽을 더듬어 불을 켠다. 확하고 어질러진 내방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책상에 놓인 생수 병을 들어 벌컥벌컥 마신다. 물이 흘러 때묻은 런닝을 적신다. 나는 벽에 걸린 거울을 본다. 까칠해진 피부. 핏발 선 눈동자. 헝클어진 머리. 거기에는 다시 무기력한 18살의 박정호가 나를 보고 있다. 넌 누구니? 그가 나에게 묻고 있다. 거울 속의 그가 갑자기 싫어진다. 나는 침대에 누웠다. 침대가 회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회전목마를 탄 것처럼 천장의 격자무늬가 빙빙 돈다. ‘그래 요즘 컴퓨터를 너무 많이 만졌어. 주말이면 거의 전부를, 평일에도 서너 시간을 컴퓨터를 끼고 살았잖아. 잠이 부족한 거야. 지금의 나는.’ 내 팔을 만져본다. 물렁거린다. 요즘은 운동도 안해 근육이 와해되는 느낌이다. 침대 밑에 농구공을 꺼낸지도 한참이 된다. ‘이제 게임은 그만 하자.’ 오늘 우편함에서 꺼내 본 전화요금 통지서에 적힌 금액은 이십 만원이 넘었다. 나는 엄마가 볼까봐 통지서를 잘게 잘게 찢어 버렸다. 하지만 얼마 후에 엄마도 곧 알게 될 것이다. ‘내가 미쳤지’ 나는 벌떡 일어나 컴퓨터의 휴즈선을 뽑아 둘둘 말아 침대 밑에 박아 버렸다. 그리고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썼다. 이제 자야 한다. 그러고 보니 내일은 중간고사시험 첫날이다. 잠을 자야 맑은 정신으로 그나마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이불을 둘둘 말고 몸을 웅크렸다. 쿠쿵 쿠쿵… 저 멀리 어둠 속에서 유닛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베개로 머리를 눌러보지만 귀를 막을수록 그 소리는 점점 더 크게 들린다. 쿠쿵 쿠쿠쿵, 몸을 뒤틀어 천장을 보고 똑바로 누워 보았다. 천장에는 지금 테란과 저그의 싸움이 한창이다. 갑자기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심장 고동 소리가 귀에까지 들린다. 몸 전체는 무거운 돌덩이에 눌린 듯이 피곤을 느끼지만 정신은 오히려 깨어나고 있다. 눈은 감았지만 내 정신 속에서 테란과 저그의 싸움은 멈추지 않는다. 모든 신경이 오돌오돌 깨어나 나의 잠을 방해한다. 쇠사슬로 나의 몸이 칭칭 감겨 쥐어 오는 듯한 느낌이다. 나는 벌떡 일어나 침대 밑에 손을 뻗쳐 휴즈선을 집었다. 그리고 황급히 컴퓨터에 다시 이었다. 컴퓨터의 파워를 누르자 위잉하는 낯익은 소리가 들린다. 마우스를 움직여 인터넷에 접속한다. 그제야 나는 나를 짓누르는 막연한 불안감에서 해방된다. 심장 박동이 차츰 느려진다. 나는 손바닥의 땀을 런닝에 슥 닦고 마우스를 손으로 거머쥔다. 자 이번엔 누구와 한 번 싸워 볼까? 태주:임마, 산다는 건 장난이 아냐. 도시에서 깡패로 산다는 건… 더 그렇구. -영화 ‘넘버 3’ 중에서- 눈에서 자꾸 눈물이 난다. 눈깔이 터졌나. 상가 유리창에 눈을 두룩거려보지만 이상은 없는 것 같다. 분하다. 잠깐 방심한 사이에 당했다. 내가 중삐리에게 당했다는 소문이 학교에 퍼지면 개쪽 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나에게 맞장 뜨자는 놈들이 많아질 것이다. 어제 그 X만한 새끼랑 마주쳤던 그 뚝방 길을 돌아 동네를 한시간이나 헤메였건만 찾지 못했다. 어제 일이었다. 게임방 갈 돈이나 마련하려고 지나가던 중삐리 하나를 끌고 골목으로 들어갔었다. 순순히 지갑을 꺼내는 그 새끼의 태도에 방심한 게 잘못이었다. 벽에 기대에 딴 곳을 잠깐 바라 본 순간 놈의 주먹이 내 왼쪽 눈을 정통으로 가격했다. 나는 순간적으로 시야를 잃어버려 뛰어가는 놈을 뒤쫓아갈 생각조차 못했다. 싸움의 세계는 이런 것이다. 아무리 약한 놈이라 할지라도 방심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오늘 그 새끼를 잡으려고 부근에 있는 중학교 주위를 빙빙 돌았지만 발견 못하고 지금 다리 품만 팔고 있는 것이다. 걷는 것이 부자연스러운 것도 내 짜증에 부채질을 한다. 담탱이에게 맞은 허벅다리가 걸을 때마다 욱신거린다. 유리 파편에 찔린 주먹도 따갑고 쓰라리다. 오늘은 재수 X나게 없는 날이다. 담탱이에게 맞을 때의 공포가 되살아난다. 담탱이의 매질은 초보다. 그래서 더 겁난다. 초등학교 때부터 선생들에게 수없이 맞아본 경험으로 안다. 때리는 것에 관록이 붙은 교사는 힘들이지 않고도 짝짝 살에 붙게 때린다. X나 아프지만 근육이나 뼈를 다치게 하지는 않는다. 한마디로 뒷 끝이 좋은 것이다. 하지만 담탱이같은 초보가 힘으로만 때리는 요령 없는 매에 잘못 맞으면 힘줄이나 뼈를 다치게 된다. 그런 무지막지한 매가 멈추지 않으면 공포심이 밀려온다. 뒷 모가지에 소름이 돋는 공포. 나한테 맨 날 맞은 은수새끼도 이런 기분일까? 하지만 난 그런 공포가 좋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와 박 터지게 싸우면서 그 공포를 맛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맞장 뜨기 바로 직전에, 서로의 눈을 쏘아보면서, 때론 상대방이 든 벽돌이나 각목을 보면서 얼굴 근육이 근질거릴 정도로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을 나는 즐긴다. 그리고 그 심장이 터질 듯한 시간이 지나가고 상대방의 턱이 깨지고 내 주먹 가득히 다른 놈의 살덩이가 뭉개질 때의 쾌감. 그렇게 누군가를 짓밟을 때 가슴 켠켠이 쌓여 있던 온갖 체증은 싹 가신다. 내가 처음으로 싸움에 눈을 떴을 때는 초등학교 6학년 때다. 그 때도 역시 학교에 오면 담임에게 맞는 게 일이었다. 그날도 기집애들 필통에 바퀴벌레를 넣었다는 이유로 담임에게 양 볼을 쥐어 터진 후에 교문을 나오는 길이었다. 그 때 새로 전학을 와서 6학년들을 제압하고 있던 덩치가 중학교 3학년 정도는 되어 보이는 놈이랑 붙었었다. 그 놈의 억센 손에 멱살을 잡힌 채 버둥거리다가 나는 그놈의 머리를 잡고는 한쪽 귀를 물어뜯어 버렸다. 내 입안에서 느껴지는 찝찔한 핏물의 내음. 나는 그 때 처음으로 내가 남들보다 잘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내 앞날을 결정지어 버렸다. ‘그래 커서 멋진 갱이 되는 거야.’ 영웅 본색의 주윤발처럼 총알구멍이 있는 바바리를 걸치고 양손에 권총을 든 채 피칠갑을 하고 거리를 누비는 멋진 갱. 나는 그 후로 갱들의 세계를 리얼하게 그리고 있는 갱 영화와 일본 만화에 빠졌다. 그 안에서 펼쳐지는 건달들의 대사와 몸짓하나 하나는 나에게 있어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것들을 보면서 나는 우리 나라 최고의 건달이 되겠다는 꿈을 키워 나갔다. 신창원 같은 강도도 영웅이 되는 세상인데, 나라고 존경받는 건달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내가 깨달은 중요한 사실은 싸움은 힘이 아니라는 것이다. 싸움은 힘보다는 악과 깡으로 하는 거다. 내가 작은 키에도 우리 학교 짱이 된 것이 물 불 안 가리고 덤비는 깡다구 때문이다.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밀려오는 본능적인 두려움을 던져 버릴 수 있는 용기 있는 자만의 것이다. 고로 난 천성적인 싸움꾼이다. 그런 날 나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내가, 어제 X만한 새끼한테 어이없이 당한 것이다. 어제일을 떠올리자 다시금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어, 저기 낯익은 새끼가 보인다. 은수 새끼다. 벼엉신 같은 놈. 난 온수 새끼가 싫다. 언젠가 내가 왜 그 새끼를 싫어하는지 잠깐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아무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 새끼를 X나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새끼가 싫어질 때마다 싫증날 때까지 조지면 되는 것이다. 주먹질은 사람의 순수한 감정의 표현이라는 것이 나의 철학이다. 그러므로 이유 따윈 필요 없는 것이다. 학교에서 쌈이 벌어질 때마다 선생들이 하는 지겨운 질문이 있다. ‘왜 싸웠어?’ 그건 ‘넌 왜 사니?’라는 질문만큼이나 어리석은 것이다. 선진국이라는 스페인 놈들이 소를 칼로 서서히 죽이면서 열광하지 않는가? 유혈이 낭자하게 싸우는 권투도 어차피 스포츠란 이름으로 포장된 폭력일 뿐이다. 걔네 들이나 나나 틀린 것은 하나도 없다. 내가 좀 더 표현이 솔직한 것뿐이다. 은수 새끼가 나를 봤다. 은수 새끼의 얼굴이 공포로 일그러지는 것이 멀리서도 보인다. 병신 새끼. 짜증이 난다. 난 저런 약한 놈들을 보면 더 밟아주고 싶다. 은수 새끼가 내 앞에서 강아지처럼 오줌을 지리며 꼬리를 내릴수록 나는 저 새끼를 더 패고 싶어지는 것이다. 캭. 나는 침을 탁 뱉고 은수에게 가기 시작했다. 이미 나에게는 정열이 없다. 그리고 기억해 주기 바란다. 점점 소멸되는 것보다는 한꺼번에 타버리는 쪽이 훨씬 좋다는 것을. -커트코베인의 ‘자살노트’ 중에서- 대석이 새끼가 나를 봤다. 나도 모르게 다리가 떨리기 시작한다. 어쩌지. 차라리 먼저 아는 척을 하는 것이 덜 맞지 않을까? 갑자기 나의 머리는 판단 능력을 상실하고 내 앞의 사물들이 하얗게 탈색되고 있다. 헉. 대석이가 길을 건너 내 쪽으로 오고 있다. 두렵다. 공포가 화염처럼 내 숨을 턱턱 막는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가방 속을 더듬는다. 그 안에서 육교 위에서 산, 칼집을 누르면 칼날이 툭 튀어나오는 나이프와 공사장에서 가져온 벽돌 조각의 차가운 감촉이 느껴진다. 나는 그것들을 벌써 2년째 가방 안에 가지고 다닌다. 아 아, 그것으로 대석이를 찌르고 때리는 상상을 얼마나 했던가. 하지만 나는 한번도 그것을 사용해 보지 못했다. 대석이가 어떤 놈인가. 중학교 1학년 때 그와 같은 반이었기 때문에 난 그놈을 잘 안다. 남자 중·고등학교가 같이 있었던 학교에서 대석이가 매점 뒤에서 고등학교 유도부 형에게 삥을 뜯겼을 때, 대석이는 감히 그 형과 맞장을 떴었다. 당연히 대석이가 나가 떨어졌었다. 하지만 대석이는 쉬는 시간마다 그 형에게 찾아가 얼굴이 퉁퉁 붓도록 맞으면서도 끝까지 개겼고, 마지막 쉬는 시간에는 숨기고 간 커터 칼로 그 형의 얼굴을 대각선으로 그어 버렸다. 선생님들마저 혀를 내두른 대석의 살무사 같은 독기. 난 그 독기가 너무나 무섭다. 그런 대석이에 대한 살벌한 기억들로 인해 나의 전의(戰意)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나는 책가방 속에서 얼른 손을 뺐다. “야 뭐하냐.” 대석이 나의 턱을 손끝으로 강아지처럼 쓰다듬는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쳐다본다. “어, 그냥, 집. 집에 가는 길이야.” “야. 니네 누나 잘 있냐. 니네 누나 몸매 짱이던데. 소개 좀 시켜주라.” 대석이 눈을 가늘게 뜨면서 나를 계속 건딘다. 전에 길에서 마주쳤을 때 누나를 눈여겨 본 모양이었다. 순간 대석이에 대한 증오심이 내 온몸을 휘감는다. 이번만은. 이번만은. 내가 아무 말이 없자 대석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칵하고 침을 뱉고 나의 멱살을 잡는다. “아 X만한 새끼가 내 말을 씹어. 이 시발 놈 나 따라와.” 대석은 나의 머리칼을 잡고 나를 골목으로 끌로 들어간다. 지나가는 사람 몇 몇이 대석의 시퍼런 서슬에 놀라 걱정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하지만 아무도 나를 구제 해주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런 눈빛을 보낸 모든 사람이 그랬으니까. 대석은 골목으로 나를 끌고 가자마자 나의 턱을 주먹으로 갈긴다. 나의 입안이 찝찔한 핏물과 함께 날카로운 통증으로 금방 가득해진다. 이제는 일상화된 아픔. 하지만 그 아픔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내 자신에 대한 미움과 수치심이다. 나는 나 자신에게 소리친다. 이번만은. 이번만은. 대석의 주먹과 짓밟힘이 계속된다. 나는 고개를 막고 주저앉아 그 매를 받으면서도 내 스스로에게 계속 외친다. 그래, 이번만은. 이번만은. 얼마를 맞았을까. 대석은 때리는 것을 멈추고 씩씩거리면서 말했다. “야 돈 좀 내놔 봐. 겜방엘 좀 가게.” 나는 한 손으로 쏟아져 나오는 코피를 막으며 가방 손에 다른 손을 넣었다. 지갑 옆의 벽돌이 내 손에 걸렸다. 순간 나는 이를 악물었다. 항상 우울한 내 표정을 보며 걱정하는 엄마의 얼굴이 떠오른다. 나는 벽돌을 힘껏 쥐었다. 이번만은, 이번만은. 나는 눈을 감았다. “이 새끼 죽어라.”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벽돌을 쥔 손을 대석이가 있는 쪽으로 휘둘렀다. ‘퍽’하는 둔탁한 소리와 내 손 가득히 물컹한 충격이 전해졌다. 그리고 눈을 뜨자 ‘억’하는 짧은 비명 소리가 들렸다. 눈을 뜨자 대석이가 큰 대자로 쓰러져 있었다. ‘내가 그를 쓰러뜨렸다. 내가 해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신음소리를 내며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잡는 대석이의 움직임을 본 순간, 심장이 오그라드는 두려움이 다시금 나를 엄습했다. 대석이 금새 벌떡 일어나 숨기고 있는 칼로 나를 그어 버릴 것 같았다. 나는 대석을 타고 앉아 벽돌로 대석의 머리를 다시 한번 찍었다. 비명소리와 함께 대석이의 팔다리가 힘없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아무 반응이 없었다. 나는 벽돌을 버리고 골목을 뛰쳐나왔다. 겁이 나서 다리가 휘청거렸지만 있는 힘을 다해 뛰었다. ‘내가 사람을 죽였다.’ 있는 힘을 다해 내가 사는 아파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하지만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내가 아무도 없는 싸늘한 철창에 갇혀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내가 사는 아파트 옥상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그리고 옥상에 있는 물탱크 사이에서 검은색 비닐봉지를 꺼냈다. 거기에는 내가 한알 한알 모은 '콘택600' 50알이 있다. 나는 대석이에게 린치를 당할 때마다 옥상에 올라가 그 약을 손에 쥐고 아무도 없는 고요한 곳으로 가는 상상을 했다. '콘택 600' 50알은 그곳에 들어가는 문이었다. ‘그래 오늘 그곳으로 가는 거야. 날 괴롭히는 누구도 쫓아오지 못하는 곳’ 어차피 이 세상에는 미련 따위는 없었다. 다만 엄마의 슬픈 표정이 눈에 밟힐 뿐이다. 대석이 보다 더 미운 것은 아이들과 담임이다. 며칠 전 담임이 복도를 지나가다가 나를 붙잡고 말했다. “음수야 요즘 어때? 뭐 어려운 점 없나?” “예 없습니다.” “너 요즘, 성적이 떨어지는데 성적 좀 올려라.” “예” 형식적인 담임의 말투는 날 무시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소외감만을 주었다. 차라리 묻지나 말았으면 담임에 대한 배신감은 없었을 것이다. 의례적인 관심. 의례적인 상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담실. 전부 ‘없다’라고 쓸 수밖에 없는 폭력설문 조사서. 학교가 나에게 줄 수 있는 것은 ‘평소에 성실하고 매사에 침착한…’ 등으로 써 주는 학생생활기록부의 몇 마디뿐이 없었다. 반아이 놈들은 대석이보다 더 나쁜 놈들이다. 내가 대석이에게 당하는 것을 외면했다고 그들을 미워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 나라도 같은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반 아이들은 내가 대석이에게 맨날 당하는 것을 알자 나를 위로하기는 커녕 오히려 대석이처럼 날 괴롭히기 시작했다. 모두들 나를 병신 취급하고 왕따를 시킨다. 나에게 무엇을 빌려주는 자그마한 친절도 대석의 눈치를 보면서 베푸는 비겁한 놈들. 그 똥개근성들. 나는 그들이 대석이 보다 더 밉다. 아아 사람이란 존재가 너무나 무섭고 싫다. 난 약을 한 움큼 입에다 털어넣는다. 그리고 물탱크 옆에 새어나오는 물을 손으로 받아 약을 삼킨다. 땅바닥에 떨어진 몇 개의 알록달록한 캡슐들. 예쁘다. 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도 이렇게 작고 예뻤을까? 그 속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황지우 시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중에서- 아이들이 운동장으로 뛰어나오고 있다. 가만히 서 있어도 턱이 덜덜 떨릴 만큼 아침 날씨가 매서워졌다. 1999년의 마지막 애국조회 시간이다. 11월의 차갑고 높은 초겨울 하늘은 나에게 또 다시 한해가 실없이 가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한다. 11월은, 아침에 일어나면 문득 가슴이 휑하게 비는 듯한 느낌이 많아지는 달이다. "똑바로 서지 못해!” 마이크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치는 학생부 선생의 고함소리는 잠깐의 감상마저도 방해한다. 나는 단상 옆에 서서 패잔병처럼 줄 서 있는 우리 반 놈들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이렇게 힘이 없어 보이는 젊은 군중이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오직 앞에 있는 반장만이 대열에서 한 발자국 나와 열중쉬어 자세로 허리를 꼿곳이 펴고 서 있다. 저놈은 어떤 상황에서도 요동함이 없다. 하지만 반장의 그런 모습을 대할수록 어쩐지 정이 안가는 것은 왜일까? 반장을 볼 때마다 어떤 이질감 같은 것이 느낀다. 사리 분별은 확실하지만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 계산적인 느낌이 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은수 녀석은 중간쯤에 서 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더니, 내 간덩이를 한번 들었다 놓은 놈이다. 사람 속은 정말 한길을 모르나 보다.
우리 나라 어느 길이든 의심하지 않고 가면 가 닿을 곳에 닿을 수 있다. 안개 속 햇살만큼 많은 길들, 문득 그 중 낯익은 ‘재동초등학교’ 안내판이 보이고 저 곳에 가보면 내가 갈 길도 알아낼 수 있다. 아침 일찍 왜 길을 떠났는지 나도 모르지만 잘못 든 길, 가장 적당한 곳에 그리운 풍경이 있으니 나도 이젠 다시 내 길을 찾을 수 있고 자욱한 안개도 서서히 걷히리라. - 선생님, 시간 없으신 줄 잘 압니다만 지나시는 길에 이십 년 전 그 양계장에 들러주세요. 이젠 그 집의 주인이 되어 마을을 튼튼한 알 껍질 삼아 수정란을 짓고 있습니다. 이 학교를 졸업하고 이 학교 주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집들 중 어느 한 곳에 둥지를 틀고 내가 가르친 무정란 같던 그 코흘리개는 마을의 주인이 되어 따스한 오늘 분 달걀을 꺼내고 있으리니 문득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 그 동안 지나 온 길도 잘못 든 길은 아니다!
우선 응모된 시의 양에 대해서, 응모한 분들의 신분의 다양성에 대해서 놀라운 느낌을 받았다. 현직 교사가 있는가 하면 전문직, 교육행정직에 걸쳐 넓은 분포를 보였다. 이것은 그만큼 이 행사가 교단현장의 호응을 많이 받았다는 좋은 증거가 될 것이다. 시를 봄에 있어서 심사자들은 작품성과 교육성 두 가지 충분조건을 전제로 하였다. 상당수준에 오른 작품도 있었지만 더러는 시가 되기에는 많이 모자란 문장들도 보였다. 그러나 몇몇 작품은 우열을 판정하기 어려운 작품도 있었다. 심장근의 '잘못된 길도 아름답다·99'와 우대식의 '봄'이 그런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상이 교단문학상이란 간판이 걸린 만큼 전자를 취하기로 했다. 물론 후자는 작품성이 탁월하여 가작으로라도 해볼까했으나 그것이 오히려 작가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것 같아 아예 접기로 했다. 가작으로 뽑힌 세분의 작품(이종윤, 권순인, 권희정)도 매우 아름다웠다. 특히 권순인의 '황금마타리와 개당귀'는 섬세한 마음의 그림과 울림이 오래 기억에 남아 어른거렸다. 응모하신 분들께 한마디 고언을 드린다면 시가 왜 시이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자기성찰이 있어야겠다는 점이다. 시는 살아가면서 발견하게 되는 가장 귀한 삶의 진리 내지는 깨달음의 흔적이기에 시가 시인 것이다. 또 여기에서 건너뛰기 어려운 것은 시는 어디까지나 언어예술이라는 점이다. 시는 가장 정제되고 빛나는 가장 짧고 강렬한 언어 조합이라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수상자에게 축복을, 그렇지 못한 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축제가 끝났다. 원고접수, 마감, 당선작 통지에서 시상식까지 순조롭게 대단원을 내렸다. 처음 시작하는 '교단문학상'이라 사실 걱정도 많았다. 응모 편수나 수준이 떨어지면 어쩌나하고. 그러나 그 걱정은 기우(杞憂)였다. 10월 31일. 최종집계 결과는 시 4487편, 동화 92편, 소설 61편 등 총 4640편. 응모자도 교사에서 전문직, 교육행정직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었다. ○…요즘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교실붕괴, 교육위기, 교권상실시대의 교사들의 고뇌와 절망이 작품에도 여실히 드러났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총평. 그러나 넋두리를 신파조로 늘어놓거나 현실에 대한 강한 부정과 사시안적 발상이 많아 아쉬웠다고. ○…동화엔 초등학교 교사의 응모가 압도적이었다. 아이들을 상대하다 보니 동화에 관심을 갖고 많이 쓰게 되는 것일까. 그래선지 수상자도 모두 초등학교 교사. 반면 단편소설 부문에는 고등학교 교사의 응모가 많았다. 이유가 동화만큼 분명치는 않지만…. ○…시부문에는 50∼60편의 시집 한 권 분량을 묶어보내 온 응모자가 몇 명 있어 접수자와 심사위원을 난감하게 하기도. 더러는 유명시인의 시를 첨삭한 작품도 눈에 띄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선생님이 그러시면 안되지요) ○…여교사보다 남교사 응모자가 배 이상 많았다. 교직의 여성화를 걱정하는 요즘, 교단에는 문학녀보다 감수성 예민한(?) 문학남이 훨씬 많은 모양이다. ○…영화, 만화, 인터넷에 밀려 문학의 설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그러나 올해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 귄터 그라스는 "인류가 멸망한다 해도 문학은 끝까지 발언할 것"이라 했다. 문학은 인간의 영혼에 새로움을 불어넣는 예술이기 때문이라고. 새 천년과 함께 시작한 '교단문학상'에 교단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 같은 작품들이 계속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우리나라 국민과 학생, 교사들은 하나같이 교육예산이 획기적으로 확대돼야 하며 이를 위한 세금부담에도 거부감을 갖고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일반국민(1010명), 교사(402명), 학생(6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새천년맞이 교육비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들의 경우 99년 현재 GNP대비 4.3%선인 교육재정이 6%선으로 대폭 증액돼야 한다고 했으며 여론선도층 일반 국민 역시 6.45%로 증액돼야 한다고 응답. 더욱이 교육예산 증액을 위한 세금부담 의중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일반국민의 77.5%와 여론선도층의 80%, 교사들의 92%가 `더 내겠다'고 답변했다. 이는 공교육의 질이 향상되면 현재 사교육비로 쓰이는 가계지출의 일부를 세금으로 납부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밖의 주요 조사결과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교육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낙관적 전망에 대해 응답자의 대부분은 학벌위주와 입시위주 교육 등 제도와 풍토의 개선없이 교육발전이 어렵다고 응답. 그러나 83.6%의 응답자들은 향후 20년 뒤에는 학벌보다 능력이 중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적인 선생님상'에 대해 학생들(55.5%)과 일반국민들(51.8%)은 `학생들의 마음을 잘 이해해 주는 선생님'을 첫째로 꼽았다. 이어서 `수업을 잘 하는 선생님'(일반국민 16.8%, 학생 25.8%), `인격이 훌륭한 선생님'(일반국민 29.5%, 학생 17.2%), `공부를 많이 시키는 선생님'(일반국민 1.9%, 학생 1.4%) 순으로 응답했다. ▲우리나라 교육이 집중 지원해야 할 분야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1.4%가 정보통신 기술분야를 으뜸으로 꼽았다. 이어서 수학이나 물리학 등 기초 과학분야 36.8%, 의학과 생명공학분야 30.3%, 생태학과 환경공악분야 32.6%, 철학이나 문학 등 인문학분야 20.6%, 영상산업 관련분야 12.5%, 경제나 경영 등 사회과학분야 11.5%가 각각 답변했다. ▲향후 가장 전망있는 전공분야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일반국민들은 컴퓨터(26%), 정보통신(14.3%), 정보(4.3%), 의료(3.9%), 과학(2.9%), 환경(2.6%) 순으로 응답. 또한 일반국민의 93.8%와 교사의 92.4%가 향후 20년 이내에 컴퓨터와 인터넷이 초등학교의 필수과목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자녀에게 가장 물려주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여론선도층은 42.5%가 건강을, 54.1%는 좋은 교육을, 1.8%는 많은 재산을, 0.3%는 높은 지위를 각각 꼽았다.
▲7차 교육과정 도입=3월 신학기부터 7차 교육과정이 시행됨에 따라 1차로 초등학교 1∼2학년의 국어, 수학, 바른생활, 슬기로운 생활 등 5개 교과의 교과서 18책이 새롭게 개발 보급된다. ▲교원자격증 개편과 기본 이수학점 조정=현재 75과목으로 분류돼 있는 교원자격증이 58과목으로 조정된다. 조리, 미용, 연극영화, 기술·가정 등 4과목이 신설되고 과학(물리)이 물리로, 사회(지리)가 지리로, 상업이 상업정보 등으로 18과목의 명칭이 변경된다. 또 교원 자격취득을 위한 기본 이수학점이 9학점에서 14학점으로 상향 조정되고 특수학교 교사자격증의 장애영역 표시가 폐지된다. ▲교원자격증의 대학 관련학과와 기본 이수과목 조정=중등교원 자격증에 표시된 과목의 관련학과를 관련학부(전공) 중심으로 확대 변경하고 기본 이수과목 역시 현재의 3과목에서 10과목이상으로 확대한다. ▲초·중등 교사자격기준 조정=현재 중등 정교사자격증을 갖지 않고 교육대학원 또는 교육부장관이 대학원 교육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자로서 3년 이상의 교육경력이 있으면 교사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으나 올부터는 석사학위를 받은 후 장관으로부터 중등 정교사 2급자격증을 수여받은 자로서 3년이상의 교육경력이 있어야 1급 정교사 자격취득이 가능하도록 요건이 강화된다. 또 초등교사가 유치원 교사자격증을 받기위해선 별도의 필요한 보수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대학의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간호사면허증을 가졌어도 재학중 소정의 교직학점을 취득하고 간호사면허증을 가져야 2급 양호교사 자격 취득이 가능해진다. 특히 `학식과 덕망이 높은 자'에게 교장자격을 부여하는 교원자격검정위원회의 추천제도가 폐지된다. ▲교원 연수제도 개편=원격교육연수원 설립근거를 마련해 사이버공간을 통한 원격연수 기반이 구축된다. 이와 함께 연수시설 등을 민간에 유상으로 제공해 수입대체경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특수분야 연수기관 지정 권한을 교육감에게 이양하며 연수대상자 지명권한을 교육감 뿐 아니라 교육장이나 학교장에게도 할애하도록 했다. ▲교육위원, 교육감 선거인단 확대=주민의 대표성 제고를 위해 학교운영위원 전원이 선거인단으로 참여한다. 선거업무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이관되며 언론기관 및 단체가 후보자를 초청해 대담이나 토론회 개최가 가능해지고 소견 발표 횟수도 1회에서 2회로 늘어난다. ▲폐교재산 활용촉진=상수도 보호구역내 폐교재산을 교육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대부받은 자는 수도법에 의한 허가기준에도 불구하고 용도변경 허가가 가능해진다. ▲사립교 학운위 의무설치=국·공립교와 마찬가지로 자문기구인 사립교의 학운위 설치를 의무화했다. ▲대학교원 신규채용시 특정대 출신 제한=국·공립대와 마찬가지로 사립대도 교원 신규채용시 특정대 출신자가 모집단위별 3분의 2범위를 초과하지 않도록 했다. ▲행정 규제 정비=교육 행정기관 및 각급학교의 내부규제 사무 및 불필요한 보고사무를 폐지·개선하고 존치규제 302건은 코드화 관리하며 보고심사의 통제강화 및 교육통계의 DB화를 추진한다. ▲평생교육제도 운영=종전의 `사회교육법'을 `평생교육법'으로 변경하고 사내대학을 양성화해 전문대 및 대학의 학력과 학위를 인정한다. 이와 함께 방송이나 케이블 TV, 인터넷 등 정보통신매체를 활용하는 원격 사이버교육을 실시해 전문대나 대학의 학력과 학위를 인정한다. 또 평생교육기관에 `평생교육사'를 배치한다. ▲학교용지 부담금 부과=각종 개발사업에 따른 학교 신설수요에 대응하도록 3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단지 및 택지개발지에서 공동주택이나 택지를 분양받은 자에게 부담료를 징수할 수 있다. ▲대학 자율 확대=교육부장관은 대학원별로 총정원만 정하고 계열이나 전공의 신·증설 및 정원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대학원 정원관리를 자율화한다. 또 학위등록제를 폐지하고 교대나 산업대에 전문대학원을 설치해 석·박사 학위과정을 설치할 수 있다.
교육부가 밝힌 `교직발전 종합방안(시안)'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양성·자격 및 임용제도 개선=기존의 초·중등 교사자격증 외에 유치원과 초등 저학년, 초등 고학년과 중등학교, 초·중등 통합학교를 전담하는 연계 교원자격증을 신설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교대나 사대를 새로운 종합교원 양성기관으로 전환하거나 대학원 수준에서 연계 자격교원을 양성하는 방안을 강구한다. 초등교원 양성규모를 현재의 1대1에서 2003년까지 1.3대1로 늘리고 중등은 양성대 임용비율을 현행 5대1에서 완화한다. 현재 3, 4학년중 4∼8주간 실시되고 있는 교·사대생 현장실습 기간을 연장하되 1∼2학년은 수업참관 위주로, 3∼4학년은 수업실습을 강화한다. 양성기관의 학사편입, 계절제, 다학기제 등을 활성화해 복수자격증 및 부전공 자격취득을 용이하게 한다. 임용시험의 지필고사 비중을 줄이고 수업, 실기능력 평가와 면접 비중을 높인다. 우수인력의 교직 유치를 위해 임용고사 합격자가 일선학교에서 5년간 의무복무하는 것을 전제로 군 보충역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 ◇교원연수 강화=신규교사에게 임용 전후 현장적응 특별프로그램을 실시하되 수준미달자는 자비부담 재연수를 의무화한다. 자율연수의 기반조성을 위해 연수·연구 누가학점이 인정수준 이상일 때, 연수·연구실적 학점제를 강화한다. 취득한 누가학점이 50학점 이상일 때 50학점마다 0.5점의 연수실적 평정점을 부여하고 100학점 이상인 경우 100학점 단위로 1호봉을 승급시킨다. 교원들의 대학원 학비와 연수경비에 대한 소득공제 방안과 도서 할인구매 방안을 추진한다. 국내 연구·교육연수기관 및 민간단체에서 자율연수할 경우 보수(본봉+보수성 수당)의 50% 및 연수비 일부를 지급한다. 자율연수대상은 교육경력 15년 이상인 교원의 5%이내에서 시·도교육청별로 운영한다. 여건이 구비된 교육대학원을 전문대학원으로 개편해 교육행정 및 교과교육 전문박사(Ed.D)과정을 신설하고 학위취득자는 수석교사, 교장, 교감 및 교육전문직 임용시 우대한다. 해외 시찰연수와는 다른 구체적 주제를 설정해 특정지역에 머물며 실시하는 해외연수를 확대한다. 교육관련 기관 이외의 다른 공공단체나 민간기업체 파견제도를 활성화한다. ◇승진·평가제도=수석교사제를 도입하되 1안(2정→1정→수석교사 혹은 교장→교감), 2안(2정→1정→수석교사나 교장, 교감, 이 경우 수석교사와 교장, 교감의 교류 가능), 3안(2정→1정→수석→교감→교장)중 선택한다. 수석교사는 총교원의 10%선(3만3600명)에서 운영하며 월 20만원가량의 업무추진비를 지불한다. 교원의 직급별, 자격종별, 임용형태별, 학교급별 교원 `직무수행기준'과 교원의 `표준수업시수'를 올해안에 마련한다. 승진 평정체제를 근무성적 평정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한다. 경력 평정기간은 현행 25년에서 단계적으로 20년까지 단축하고 근평 평정기간도 현행 2년에서 3년이상으로 연장한다. 가산점제도를 교육감에게 위임하는 형태의 `교육공무원 승진규정'을 개정한다. 학교별로 `교원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한다. 현행 교장 중임제도를 연임제로 전환하고 임기를 마친 교장을 대상으로 수석교사, 초빙교장, 전문직 등으로 임용될 수 있도록 한다. ◇교육환경 여건조성=본봉이 전체 보수에서 차지하는 비율(현행 41%)을 높여나간다. 담임수당을 연차적으로 인상해 2002년 10만원으로 한다. 보직교사수당도 연차적으로 인상한다. 표준 수업시수를 초과한 경우 수당을 지급한다. 학교안전공제회 기금을 현행 487억에서 2002년 847억으로 확충한다. 교원들의 교과별, 학년별 연구실을 확충해 나가고 갱의실, 샤워실, 휴게실 등 각종 편의 복지시설을 확충한다. 교원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교원수를 올부터 2004년까지 매년 2000명씩 늘여나간다. 7차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순회교사 정원을 배치할 수 있도록 관련법령을 정비한다. 학교내 LAN을 구축하고 2002년까지 모든 교원에게 인터넷 ID를 부여한다. 교원들의 업무를 지원하기위해 공익근무요원과 미발령 임용시험 합격자를 보조인력으로 활용한다. 학생 전·편입학, 제증명 발급 등의 업무는 행정실로 이관한다. 5급미만 소규모 초등교감 미배치학교에 보직교사를 둘 수 있도록 한다. 정기적으로 공문서 유통량을 감축하고 외부행사에 동원되는 것을 억제한다.
학교바로세우기실천연대(이하 학실련)는 구랍 20일 흥사단 강당에서 학생·학부모·교원을 대표한 발표자 9명과 '학실련' 분과위원 및 관계자 등 총 50명이 참여한 가운데 `학교위기, 그 실체와 극복방안'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번 워크숍은 학교공동체 구성원 상호간의 불신과 갈등으로 빚어지고 있는 학교붕괴 현상의 실체와 원인을 진단하고 극복방안을 마련, 학교바로세우기실천연대의 교육운동의 방향성을 탐색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렸다. 이날 워크숍은 교원·학생·학부모 대표 각 3명 총 9명이 '학교위기 현상과 학교공동체의 인식'이라는 소주제로 각각의 입장을 발표했고 여기서 제시된 문제사안에 대해 분과별 분임 토의를 벌였다. 초등학교 분과에서는 현재 초등학교의 교육이 정상화되지 못한 주된 이유로 ▷주당 수업시수 과중 ▷공·사립학교 교육 환경 격차 심각 ▷정년단축에 대한 일반적 시각과 이해 즉, 교원의 열의보다는 연령만을 강조 무능하다는 식의 잘못된 세대차이 ▷교원의 권위하락과 교사를 고발하는 학생들의 잘못된 태도 ▷가정교육의 부재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지나친 개입 문제 ▷열린교육의 다양성을 제도·정책으로 획일화하려는 잘못된 인식 ▷언론의 흥미위주식 또는 교육문제에 대한 사건 고발위주의 방영 태도 인식문제 등이 거론됐다. 참석자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선결과제가 교원의 권위 회복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등분과에서는 이를 위해 ▷모범교사의 지속적인 발굴과 소개 ▷칭찬하기 프로그램 개발 ▷교사자신의 소양과 자질 개발 자세(예: 신나는 학교 만들기 프로그램 개발, 선생님의 일기작성, 나부터 실천운동 등) 및 자기역할 충실히 하기 운동 전개 ▷어머니회, 여성단체 중심의 '어머니' 교육(학부모 대학원) 강화 ▷교육(학교)지원 부서로서의 교육 행정관청(교육부, 교육청)화 정책 ▷교원의 임금 체계 개선 등 교육공동체 각자의 노력과 실천 못지 않게 정책·제도적인 개선을 강조하는 교육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중학교분과는 현재 학교위기가 무엇보다 교육공동체간의 불신이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극복방안을 마련하기 전에 학부모는 교사를 믿고 따르기보다는 전문성을 부인하는 불신태도와 의식문제 그리고 교사는 학생지도 등의 자기개발 노력 등이 부족하다는 것부터 스스로 반성하면서 극복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대안과 극복방안으로는 ▷1 학교 1 홈페이지 개설 제안과 함께 교사·학생·학부모가 다함께 참여하는 홈페이지 개발 전국공모대회 등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상담 야영 프로그램 개발 및 실시 ▷소그룹 스터디를 통한 교육주체들의 의사결정 참여 폭 확대 등이 제시됐다. 중학교 분과는 이밖에 ▷교원·학생·학부모 상호간 칭찬하기 운동 ▷좋은 학교운영위원회 발굴 및 모범사례 전파 ▷청소년 단체 활동 적극 지원 및 활성화 등도 제안했다. 고등학교 분과는 교사들의 이기성과 노력도의 결핍에 따른 문제점과 아울러 학부모의 자녀 태도나 예절교육 그리고 컴퓨터 등 기계와 시간을 주로 보내는 교육프로그램의 부재 등이 오늘날의 학교현장을 황폐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 대안으로 ▷학부모 대상 교육 캠페인 운동 전개(가정교육 프로그램 개발 지원-가정에서 바르고 엄격하게 키우기·규칙만들기 등) ▷자연친화적 수련 활동 강화(국토순례, 수련활동의 정부지원 강화/ 여유있는 학교 만들기 운동- 교원·학생 스트레스 해소관리 프로그램) ▷학생 이름 불러주기 운동 전개 ▷학생들 스스로 만든 학교 내 '행동 실천 수첩' 모델 제시 및 확산운동 ▷교사·학부모용 언어순화 자료 개발 보급 등을 제시했다. 이밖에 ▷선생님 일거리 줄여주기 운동 전개 ▷학급당 학생수 줄이기 정책 건의 활동 ▷교육재정 GNP6% 확보 건의 ▷실업고·인문고 학생 적성 강화 지원 프로그램 제도 마련을 위한 지역사회와의 연계성 구축 ▷교사의 학생 '낙인' 인식 태도 지양 등 구체적인 교육운동과 캠페인 실시의 아이디어들도 제안됐다. 학실련은 워크숍에서 제안된 학교위기의 문제점과 극복방안들을 토대로 내년부터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교육운동 프로그램을 개발, 교육공동체 신뢰회복과 바람직한 학교문화 풍토 조성을 이루기 위한 본격적인 교육운동 사업들을 전개할 계획이다.
정부의 각종 교원무시 정책과 체벌교사 112신고, 학생·학부모에 의한 교사폭행 등으로 99년 교육계는 희망보다 절망을 많이 이야기했다. 모든 아픈 기억을 뒤로하고 새천년 희망의 교육을 기대하는 의미에서 '진주목걸이 촌지' 사건을 돌아본다. "안양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을 맡고 있는 김모교사가 한 학생으로부터 진주목걸이를 받았습니다. 부모가 스승의 날을 앞두고 아이를 통해 선물을 건넨 것입니다" 지난 6월 초 일부 신문과 방송에 '진주목걸이 촌지'가 등장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선생님이 그걸 뿌리치지 못했나보죠", "워낙 진주알이 굵었나 보지…"라는 학부모들의 비아냥 인터뷰도 뒤따랐다. 이른바 '귀금속 촌지' 사건이다. 이 일로 언론의 뭇매를 맞아 만신창이가 된 김교사는 교육청으로부터 '감봉 1월'의 징계까지 받았다. 김교사뿐 아니고 동료 교직원들이 받았을 정신적·육체적 고통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전말은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진주목걸이는 싯가 1만원 상당의 중국산으로 밝혀졌고 김교사에게 내려졌던 감봉 1월의 징계는 교육부교원징계위원회에서 취소됐다. ◇사건의 발단=김교사는 스승의 날 한 학생이 가져온 선물을 받았다. 스승의 날을 기념하는 정표라고 생각하고 받았다가 학생들이 하교한 후 뜯어보니 '아이가 아주 즐겁게 학교에 다니는 것이 고맙고 스승의 날을 맞아 선생님을 존경하는 마음을 가르치고자 한다'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목걸이가 들어있었다. 김교사는 다음날 아이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선물을 돌려주겠다고 했으나 '시어머니가 친구에게 받은 선물로 중국산이며 값싼것이니 개의치 말고 받으라'는 답변을 들었다. 재차 간곡히 돌려주겠다고 하고 기다리던중 지방 신문의 기자가 찾아와 유도성 질문을 하고 이 내용을 녹음, 보도하면서 사건이 불거졌다. 사건이 확대되자 김교사는 학부모를 찾아가 이를 되돌려줬다. 김교사는 '뭔가 잘못돼가고 있다'는 생각에 억울함을 호소하고자 했으나 정년을 앞둔 교장에게 누가 될까하는 마음과 '사건을 확대하지 말라'는 학교측의 만류에 속앓이를 하다 감봉 1월의 징계를 받았다. ◇학부모 입장=선물을 준 학부모는 진술서와 탄원서를 통해 "시어머니의 친구분이 중국에서 사온 값싼 선물 하나로 선생님과 우리 가족이 이렇게 괴롭힘을 당할 줄 몰랐다"며 "언론의 보도처럼 고가의 것을 주고 받았다면 지탄받아 마땅하겠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작은 정성을 드렸을 뿐인데 일을 이렇게 과장시킨 기자가 정말 원망스럽다"고 밝혔다. ◇재심위 판단=문제가 된 목걸이를 직접 산 사람은 중국에서 1만원을 주었다고 하고 초등학교 1학년 아동이 직접 가져올 정도의 것이라는 점을 볼때 고가의 진주목걸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김교사의 강요도 없었다. 이 사건에 대한 정확한 사실규명 없이 고가의 귀금속이라고 왜곡보도한 기사내용에 근거하여 징계처분한 것은 지나치다. 감봉 1월을 취소한다. 인사기록카드를 정리하고 그동안 미 지급된 보수를 정산하여 지급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
◇영재교육진흥법=2002년 3월부터 초·중등교육법이 아닌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영재학교를 설립·운영하게 된다. 영재교육원의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 공익법인의 범위를 과학, 기술, 예술 등과 관련이 있는 공익법인으로 한정된다. ◇초·중등교육법=국·공립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및 특수학교에 학교회계를 설치해 현재 교육비특별회계, 학교운영지원회계, 학교발전기금회계 등으로 구분·운영되고 있는 학교재정운영체계를 통합했다. ◇학교시설사업촉진법=학교시설에 체육관, 기숙사 및 급식시설 등을 추가해 그 범위를 확대하고 소규모의 단순 반복적인 학교시설을 건축하는 경우 고시절차를 생략하도록 했다. ◇특수교육진흥법=장애를 이유로 입학의 지원을 거부하거나 입학전형합격자의 입학을 거부하는 등의 부당한 처분을 하는 사례를 막기위해 벌칙 조항을 신설했다. 1년 이상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의 처벌을 하도록 했다. ◇사립학교교원연금법=사학연금의 공공기금화가 골자다. 그동안 사학연금의 자산운용방법 대신에 사립학교교직원연금기금을 설치하고 공공기금의 관리·운용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기금운용심의회를 구성한다. 법률 또는 제도적 사유로 이 법에 의한 급여를 기금으로 충당할 수 없을 때에는 국가가 그 부족액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근거규정도 신설했다. 또한 법의 명칭도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으로 변경했다. 공단은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기타 공공단체에 대해 관련 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학교보건법=보건복지정보화가 구축되면 전염병예방접종에 관한 기록 및 관리가 전산화되므로 초등학교의 장이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서 신입생의 예방접종증명서를 일괄 발급받아 이를 검사하도록 했다. ◇교육기본법=교육제도의 수립과 그 운영에 있어 남녀평등정신을 보다 적극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시책의 강구에 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무에 대해 규정했고 교육부에 남녀평등교육심의회를 두도록 했다. ◇학교용지확보에관한특례법=학교용지 및 해당재원확보에 필요한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징수 및 그 산정기준 등을 마련했다. 산정기준은 공동주택의 경우 분양가격으로, 단독주택의 경우 단독주택 용지의 분양가를 기준으로 부과하도록 했다. 부담금을 납부하지 않은 자에 대해서는 가산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고 부담금의 부과는 이 법 시행후 최초로 승인을 득한 개발사업부터 적용토록 했다. ◇교육공무원법 및 사립학교법=교육공무원이나 사립학교 교원이 1세미만의 자녀의 양육이나 임신·출산을 사유로 휴직을 원하는 경우 1년의 범위내에서 임용권자는 반드시 휴직을 명해야 하고 노동조합 전임자로 근무한 경우도 휴직사유에 포함시킨다. 육아 등을 사유로 한 휴직의 경우 승진·승급 등의 임용에 있어서 불리한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1년이내의 휴직기간은 근속기간에 포함시킨다. ◇지방교육자치법=현재 학교마다 대표 1인씩 선출하는 학교운영위원회 선거인과 교원단체 선거인으로 구성되는 교육위원 및 교육감 선거인을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전원으로 확대했다. 교육감이 겸할 수 있는 직을 대학의 조교수 이상에서 전임강사 이상으로 확대하고 사립학교법인 임원뿐만 아니라 직원의 경우도 겸직을 금지한다. 교육감이 겸직할 수 없는 직에 사립학교 법인 직원을 추가하고 교육감이 당선 전부터 겸직이 금지된 직을 가진 경우에는 임기개시일 전일에 해직되도록 했다. 교육위원 및 교육감 후보자는 후보자등록일로부터 과거 2년동안 정당의 당원이 아니어야 한다. 또 교육감 선거에 결선투표 조항을 신설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봉급교부금에 교원에게만 지급되는 수당(교직수당, 교과지도수당, 담임수당, 교원보전수당, 주임교사수당, 교원특별수당)을 포함시켰고 지방자치단체가 2000년말까지 한시적으로 교육비특별회계에 전출하도록 되어 있는 시·도세의 2.6%를 3.6%로 인상하고 2001년 이후에도 계속 전출하도록 했다. 또한 현재 중등교원의 봉급전입액의 경우 서울시는 100%, 부산시는 50%를 부담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경기도를 포함한 기타 광역시도 봉급전입액을 10%씩 부담하도록 했다. 아울러 경상교부금 교부율도 현행 11.8%에서 13%로 상향조정했다.
국회교육위(위원장 함종한)는 14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방교육자치법을 비롯한 12개 법안을 의결했다. 교육위는 지방교육자치법에서 교육위원 및 교육감 선거인을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전원으로 확대했고 결선투표조항을 신설했으며 국·공립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및 특수학교에 학교회계를 설치하도록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했다. 또 교원이 1세미만의 자녀 양육을 위해 휴직을 원하는 경우 1년의 범위내에서 임용권자가 반드시 휴직을 명하고 이 기간을 근속기간에 포함시키도록 교육공무원법 및 사립학교법을 개정했다. 교육위는 또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해 봉급교부금에 교원에게만 지급되는 수당 6개 항목을 포함시켰고 시·도세의 3.6%를 2001년 이후에도 전출하도록 했다. 아울러 중등교원의 봉급전입액을 경기도를 포함한 기타 광역시에서도 10%씩 부담하고 경상교부금 교부율도 현행 11.8%에서 13%로 상향조정했다. 교육위는 이밖에 영재교육진흥법, 학교시설사업촉진법, 사립학교교원연금법, 학교보건법, 교육기본법, 학교용지확보에 관한 특례법 등을 통과시켰고 유아교육법을 비롯한 8건의 법안을 계류시켰다.
본사와 씨알교육연구회가 후원하는 '김영재정신 살리기 모임'(공동대표 김남식·배영기·유근)에서 펼치는 '서명·성금' 활동에 일선 교원들의 동참이 확산, 15일 현재 3270명이 참여했다. '김영재정신 살리기 모임'은 9월16일부터 '김영재 정신'을 교과서에 반영하기 위한 서명운동과 '김영재 교육상' 제정을 위한 모금운동을 펼치고 있다. 한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달 2일 "김영재선생의 살신성인 정신을 2001년부터 초등학교 4학년 도덕과 보조교과서 '생활의 길잡이'에 싣는다"고 밝힌 바 있다. ※서명·성금 참여자 명단(11월11일∼12월15일) ◇서울 초등=장안 정난영외 21명, 세검정 강만철외 36명, 전농 박노진외 36명, 녹천 김선열외 10명, 응암 강수남외 40명, 문덕 박영수외 18명 ◇부산 초등=하단 송광진외 7명 ◇대구 초등=월촌 이한철외 29명, 구암 조미경외 42명, 시지 전재동외 4명 ◇인천 초등=봉수 금명순외 9명, 구월 김용환외 9명, 작동 유진웅외 2명 ◇광주 초등=금호 나미옥외 22명 ◇울산 초등=삼신 고연옥외 22명 ◇경기 초등=오전 강태웅외 30명, 신하 유현주외 41명, 부곡 김성신외 29명, 대야 이명완외 12명, 부양 윤정하외 34명, 청계 최재철외 32명, 호매실 이재순외 27명, 선일 최경애외 44명, 비룡 염규익외 38명, 부용 조기섭외 18명, 의정부서 임정빈외 52명, 비전 고이배외 37명, 마도 장봉수외 4명, 양정 홍영기외 30명, 화랑 김석호외 27명, 양정 조두흥외 52명, 서룡 김만수외 36명, 영북 김복선외 17명, 덕소 성기준외 49명, 초당 최항규외 19명 ◇강원 초등=청대 윤종을외 23명, 효제 조은주외 22명, 진부 김문선외 15명, 서화 변순길외 8명, 영월 이세형외 23명 ◇충북 초등=중앙 김화순외 19명, 입석 박민재외 9명, 대림 조래숙외 26명 ◇충남 초등=금산동 권철환외 14명, 신안 김규대외 25명, 쌍용 최금자외 29명, 금곡 이영구외 16명, 천안서 정미경외 12명, 서림 임익재외 24명 ◇전북 초등=오수 김우상외 22명, 남원 김영순외 13명, 무주 김재은외 7명 ◇전남 초등=영암 서부현외 25명, 여남 진명화외 5명, 부영 정영경외 42명, 왕조 정홍택외 33명, 여수남 허낙훈외 38명, 장흥서 김두석외 14명, 문수 김경아외 12명, 광양중동 임미현외 5명, 장흥 김현숙외 14명 ◇경북 초등=신일 박정일외 7명 ◇경남 초등=명서 김원수외 32명, 대원 정정화외 31명, 형곡 김태원외 45명, 구암 배영철외 37명, 경화 장재순외 41명 ◇제주 초등=중문 송대헌외 20명, 중앙 강태종외 27명 ▶이상 69개교에서 1727명 참여·성금 총액 861만6000원. ▶누계 130개교에서 3270명 참여·성금 누계 1648만370원. ※'서명·성금'에 참여한 모든 분들의 명단을 싣지 못하고 각급 학교 대표자 1명만 게재합니다. 양해바랍니다.
만남 그 녀석을 처음 만난 것은 96년 5월 어느 날이었다. 퇴근 무렵 싱그런 오월의 햇살을 받으며 현관을 나서는데 교감 선생님, 관할 파출소 순경, 담임 선생님, 그 녀석의 손을 잡은 할머니 이렇게 다섯 명이 어두운 표정으로 교장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 녀석에 대한 소문은 작년부터 여러 번 들었지만 만남은 처음이었다. 나는 속으로 ‘겉모습은 멀쩡하게 잘생긴 녀석이’하고 되내이며 교문을 나섰다. 집으로 오는 길에 그 녀석의 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 녀석보다 시골 할머니처럼 온화한 표정으로 손자 녀석의 손을 꼭 쥐고 교장실로 들어가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애처롭고 안타까워 발걸음을 무겁게 하였다. 96년 초부터 불어닥친 학교폭력 문제는 크게 사회 문제가 되었다. 우리학교는 그 녀석 혼자서 온통 학교를 휘저어 놓았다. 도심의 신개발 지역에 위치한 우리학교는 60학급이 넘는 다인수 학교였다. 개발 붐을 타고 우뚝우뚝 솟는 고층 아파트 사이에 조상 대대로 농사지으며 살던 원주민들은 하루 아침에 도심의 이방인이 되어버렸다. 그 녀석도 할머니 일손을 도우며 농사를 짓고 살다가 주위가 갑자기 도시화되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말썽쟁이가 되고 말았다. 작년 4학년 때 담임을 맡았던 김 선생님은 성격이 무던하신 분이셨다. 김선생님은 그 녀석의 고집을 꺾어 보려고 애를 썼으나 결석은 더 많아지고 학교 안팎에서 수없이 말썽을 부렸다. 그 녀석의 손등에는 담배불로 지진 흉터가 여러군데 있으며, 칭찬을 해도 야단을 쳐도 표정의 변화가 없다고 하였다. 올해 부임 해오신 이 선생님의 아들은 덩치도 큼직하고 씩씩한데도 그 녀석한테 당했단다. 뾰족한 쇠붙이에 위협당해 돈을 뺏겼는데 그 녀석이 우리학교 학생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단다. 올해 담임을 맡으신 한선생님은 물론이고 주위의 여러분들이 온갖 정성을 기울여도 그 녀석은 학교에 돌아오지 않았다. 마을 주위를 맴돌며 하급생, 선배, 심지어 중학생들까지 이 녀석한테 당하기 일쑤였다. 이제 학부모님들도 그 녀석을 피하거나 혹시 마주치면 가진 돈을 줘버리라고 하는 단계까지 왔다. 나이가 어려 소년원에 보낼수도 없고 파출소 순경들도 이 녀석한테 꼼짝없이 당하기만 하였다. 여름방학이 가까워 오자 선생님들 사이에 그 녀석이 우리학교에서 분교되는 백합초등학교로 전학가게 되었다며, 환경이 바뀌면 혹시 달라지지나 않을까하는 기대를 하였다. 방학이 끝나갈 무렵 나는 자의반 타의반 분리 개교하는 백합초등학교로 전근을 가게 되었다. 학기중에 개교하는 바람에 본교나 분리되는 학교 모두 학급을 재편성하고 담임을 바꾸고 교실을 이동하느라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분리되는 백합초등학교는 넓은 들판을 택지로 개발하여 아직은 허허벌판에 최신식 학교 건물만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었다. 개교를 앞두고 며칠째 학교에 나와 교실정리, 책걸상 고르기, 기본 학습환경꾸미기 등 모든 선생님들이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담임 배정과 반편성을 시작하면서 선생님들의 분위기는 어딘지 모르게 긴장이 감돌기 시작하였다. 그 녀석 현이가 5학년이라는 사실이 알게 모르게 선생님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였다. 이 녀석에 대한 소문은 널리 퍼져 있었고 선생님들의 사랑과 노력을 헛수고로 만들어 버리고 말썽쟁이를 누가 맡아야 할지 모두들 걱정스런 눈치였다. 선생님들의 팽팽한 긴장감을 깨트리고 나는 5학년을 희망했고 현이를 맡겠다고 자청하였다. 순간 선생님들의 염려스러운 눈길이 쏟아졌다. 꼭 그 녀석을 담임해보겠다는 자신은 없었으나 몇 달전 만난 현이 할머니의 인자하신 모습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고 그 녀석과의 만남이 어떤 인연같이 느껴졌다. 선뜻 담임을 맡겠다고 자원을 했으나 알 수 없는 불안감과 걱정이 마음을 짓눌렀다. 나는 25년이라는 짧지 않은 교사 생활에서 항상 부족하고, 어린이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스스로 부끄러워 한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래서 남들이 기피하는 학년인 5학년만 열 다섯 번을 맡았다. 나는 스스로를 위로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나는 5학년 베테랑이 아닌가. 현이도 5학년이니까 내 모든 정성을 쏟아 이 녀석을 학교 울타리 안으로 돌아오게 하자. 이렇게 다짐을 하고 나니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인내의 한계 96년 9월 1일 나는 700여명의 어린이들과 함께 백합초등학교로 이사를 왔다. 본교 어린이들의 성대한 환송을 뒤로한 채 30분쯤 걸어 새 학교에 도착하였다. 깨끗한 교정, 새로운 선생님, 새로 편성되는 학급에서 만나는 친구들, 백합초등학교는 본교의 다인수 학급에서 복잡하고 술렁이던 분위기와는 달리 차분하고 안정된 분위기로 바뀌었다. 학생수가 18학급 규모이고 학급당 인원수도 30여명으로 줄어들어 교실 분위기도 한결 조용해졌다. 5학년 성실반 33명을 데리고 새 교실로 입실하였다. 출석을 부르다 그 녀석의 이름을 부르자 일시에 교실 분위기가 술렁거렸다. 물론 첫날부터 그 녀석은 나타나지 않았다. 좌석 배정을 할 수가 없었다. 녀석과 짝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가까이 앉는 것마저 싫어하는 눈치였다. 그 녀석의 자리는 정하지 않은 채 남, 여 여섯줄로 띄어서 앉히고 맨 뒤 남학생 자리 세 군데 빈 책상을 두게 하였다. 둘째날, 출근하여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현이 녀석이 비워둔 남학생 줄의 맨 오른쪽에 떡 버티고 앉아 있는 게 아닌가. 나는 반갑게 그 녀석을 맞이하였다. 자리도 마음에 드는가 싶어 그대로 두었다. 몇 번을 물어도 대답이 없었다. 현이는 평범한 아이가 아니었다. 칭찬하면 웃고 즐거워하고 야단치면 조용히 하는 그런 어린이가 아니었다. 웃겨도 야단쳐도 무반응에다 선생님을 쳐다보지도 않는 거만한 태도. 한마디로 자기 마음대로였다. 나는 그 녀석과의 지루하고 고통스런 전투를 시작하였다. 내 모든 지혜를 총동원하여 학교에 스스로 걸어 들어온 이 녀석을 교실에 머물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하였다. 그러나 첫날부터 나는 그 녀석한테 무참하게 KO패를 당했다. 하루종일 관심을 보였는데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청소당번도 숙제도 모든게 마음대로 였다. 학급 분위기가 엉망으로 변하고 말았다. 그날 오후 학부모들로부터 3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 녀석 앞자리에 앉은 남학생은 체격도 현이 만하고 착실한 웅이였다. 웅이 아버지가 전화를 하였다. 자리를 바꿀 수 없겠냐는 전화였다. 나는 조금만 참고 기다려 보자고 양해를 구했다. 잠시후 옆자리의 여학생 학부모 두분이 똑 같은 내용의 전화를 하였다. 나는 그분들에게 시간을 좀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을 드렸다. 세쨋날도 이 녀석은 학교에 왔다. 나는 반갑게 현이를 맞았다. 온종일 그 녀석의 거만하고 퉁명스런 태도를 사랑으로 다독이며 그 녀석의 비위를 맞추었다. 3학년 때부터 결석을 밥먹듯 하던 녀석이 학교에 나온 것만도 얼마나 대견한 일인가.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세쨋날의 전투를 시작하였다. 출석을 불러도 대답은 하지 않고 엉뚱한 곳만 쳐다보았다. 내가 관심을 가질수록 그 녀석의 태도는 좀 더 냉소적이고 야릇한 비웃음까지 띄었다. 둘째 시간에는 교장실로 데려갔다. 교장 선생님은 한 시간 동안이나 따뜻한 타이름을 주셨다. 교감 선생님도 학용품을 챙겨 주시며 공부 열심히 하라고 다독여 주셨다. 네쨋날, 드디어 희한한 효과가 나타났다. 수업을 마치고 컴퓨터실 청소지도를 하러 갔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컴퓨터실 바닥이 온통 깨진 유리 조각으로 어지럽혀져 있었다. 무려 다섯 개가 넘는 형광등이 박살이 나있었다. 무섭게 소리를 쳤으나 아무도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언뜻 우리반 남학생들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총 생각이 났다. 비비탄을 넣어 쏘는 총이었다. 위험하니까 학교에 가지고 다니지 말라고 주의를 줬는데. 현이 녀석의 짓이었다. 점심 시간에 폭력을 써 가져 오게 한 여러 자루의 장난감 총으로 사격 연습을 하였다. 이 사건으로 야단을 친다면 이 녀석을 또 학교에서 도망치고 말겠지. 나는 컴퓨터실 바닥을 깨끗이 청소하였다. 그날 오후 4학년 학부모님의 화난 전화를 받았다. 이 녀석이 돈을 뺏어 간 것까진 참겠으나 담배 심부름까지 시켰단다. 학부모님께 용서를 빌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게 하겠다고 위로를 드렸다. 개교한지 닷새째. 현이는 어슬렁어슬렁 학교를 한바퀴 휭 두르고 교실로 들어왔다. 나는 반갑게 그 녀석을 맞이하였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셋째 시간에 클럽활동 부서조직이 있었다. 현이의 희망대로 체육 부서로 가도록 배려를 하였다. 5교시 클럽활동이 끝나고 다들 교실로 돌아 왔는데 현이가 보이지 않았다. 운동장에서 두 녀석이 놀고 있었다. 한 녀석은 5학년에서 몸집이 제일 큰 혁이였다. 혁이는 키가 크고 힘도 세었으나 순한 아이였다. 이 녀석은 혁이를 볼모로 잡고 수돗물을 틀어 물장난을 하다가 혁이를 때리기도 하며 교실로 들어올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협동반 전선생님과 나는 빨리 들어오라고 손짓하자 두 녀석은 이상한 반응을 보이며 끝까지 교실에 들어오지 않았다. 선생님의 눈을 피해 다른 녀석들이 챙겨다 준 가방을 메고 가버렸다. 여섯째날, 그 녀석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 차라리 잘되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 녀석 때문에 다른 어린이들이 겪어야할 피해가 너무 큰 탓에 그녀석이 결석하는게 오히려 났다고 말씀하시는 선생님도 계셨다. 한편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밖에 나가서 사고치는 것보다는 학교 울타리 안에서 선생님의 보살핌을 받는게 그래도 낫지 않을까’이런 생각을 하며 1교시 수업을 시작하려는데 창밖에서 이상한 고함소리가 들렸다. 현이였다. 두 녀석이 교실을 향해 뭐라고 고함을 치다가 선생님이 내다보면 숨어 버리고 또 괴성을 지르고 몇 시간 동안이나 이런 일이 계속되었다. 마침내 학교 아저씨 세 분과 두 녀석을 잡으러 나갔다. 현이는 순순히 교실로 돌아 왔으나 그 녀석은 학교 담장 밖으로 자리를 옮겨 계속 괴성을 질러댔다. 아이들이 모두 하교하고 나자 현이도 사라졌다. 이레째, 현이는 역시 교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운동장을 둘러봐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 가버렸구나' 하고 수업을 시작하려는데 담장 밖에서 숨어보던 녀석이 나를 보자 또 고함을 지르기 시작하였다. 그날 오후 제풀에 꺾여 담장에 기대앉아 있는 녀석을 뒤에서 조용히 불렀다. “현아, 그래도 학교가 제일 낫지. 너를 위해 주고 사랑해 주는 곳은 학교뿐일 거야” 내말이 끝나기 무섭게 고함을 지르고는 저 멀리 달아나 버렸다. 이 녀석은 분명 내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개교 일주일, 그러나 녀석과의 실갱이를 생각하면 몇 주일의 사간이 흐른 것 같았다. 도저히 자신이 생기지 않았다. 그 녀석이 두렵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지금와서 이 녀석을 포기한다고 하면 다른 선생님들께 무슨 면목이 있겠는가. 교직 생활중 이렇게 고민에 빠져 본 적은 없었다. 나는 삶이 몹시 고달프고 어려움에 부딪치면 어머니를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참을성 없고 조그만 일에도 쉽게 흔들리는 나약한 자식을 어머니는 평생 사랑으로 감싸 주셨다. 어머니 속을 썩혔건만 매 한번 드신적 없고, 야단 한번 치신적 없으셨다. 나는 어머니께서 화내시는 것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철이 들기 시작하면서 어머니께서는 걸인들에게 동냥주는 심부름만은 내게 시키셨다. 누나들이 옆에 있는 데도 꼭 내게만 시키셨다. 아무리 투정을 부려도 어머니의 결심은 변함이 없으셨다. 어느새 나는 걸인들에게 동냥주는 일에 익숙해 졌고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다. 유년시절, 아침마다 밥얻으러 오는 텃새 걸인들이 있었다. 나는 이들에게 밥과 반찬을 갖다 주었다. 몹시 추운 겨울아침 깡통에 밥을 부어주다 그만 밥 그릇을 깡통에 빠뜨리고 말았다. 내가 꺼내려 하자 거지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서로의 손에 땟자욱이 낀 것을 보고 둘다 웃음을 터뜨렸다. 어머니께서는 음식을 배불리 먹는 것도 죄가 된다고 하셨다. 배고픈 사람에게 밥 나눠주고, 추운 사람한테 옷 나눠 주는게 가장 큰 선행이라고 타일러 주셨다. 어머니의 엄지 손가락엔 지문이 나타나지 않았다.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으러 갔을 때 지문 채취하는 아저씨께 미안하다고 하였으나 나는 속으로 울었다. 우리 어머니는 아무것도 가진게 없으셨다. 평생 일하고 베풀기만 하셨다. 죽으면 썩을 몸뚱이라고 하시면서. 나는 마음을 다져 먹었다. 내 곁으로 온 현이를 잘 보살펴 주자. 나도 이제 좀 베풀면서 살아가자. 8일째, 녀석은 다시 교실로 돌아왔다. 얼굴에는 역시 표정이 없었다. 항상 굳어 있는 표정, 어쩌다 힐끗 쳐다보는 눈에는 증오의 빛이 번쩍이는 것 같았다. 나는 반가이 현이를 맞이했다. 현이가 어떤 행동을 하던 나는 현이를 위해 주고 사랑해 주어야 한다. 야단 치거나 때려서는 현이를 학교 울타리 안에 잡아두기 어렵다는 사실을 안 이상 우리학교 모든 선생님들도 현이 한테 관심을 가지고 따뜻한 사랑을 베풀어 주셨다. 특히 동학년 선생님들과 전담을 맡으신 선생님들께서 그 녀석을 아끼고 사랑해 주셨다. 미술 전담을 맡으신 서 선생님은 준비물을 일일이 챙겨 주시고 그 녀석의 손을 잡고 스케치도 하고 서예 연습도 시켰다. 음악 선생님도 현이가 장난을 치거나 수업 분위기를 망쳐도 너그럽게 용서하고 그 녀석의 굳어버린 마음에 조그만 사랑의 씨앗을 뿌려 주었다. 가을 운동회 연습이 시작되자 현이는 큰 말썽없이 운동회 연습에 참가하였다. 운동회 연습을 하면서도 옆 친구 괴롭히기, 줄 마음대로 서기 등 분위기를 어지럽혔으나 나는 힘을 다하여 그 녀석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였다. 개교한지 한 달이 지나고 운동회도 끝이 났다. 그러나 그 녀석의 태도에는 변화가 없었다.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학교에 꼬박꼬박 나와서 학습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었다. 그 녀석과 만난지도 35일 째, 이 녀석한테만 매달려 있으니 학급분위기가 말이 아니었다. 특히 남학생들의 태도는 눈에 띄게 달라져 갔다. 숙제는 거의 해오지 않고 청소 시간에도 장난이나 치다가 그 녀석과 어울려 슬쩍 가버리는 때가 점점 늘어났다. 그래도 나는 화 한번 내지 않았다. 얼굴 한번 찌푸릴 수도 없었다. 그 녀석 한데 조그만 자극이라도 줄까봐 꾹꾹 참았다. 그날은 토요일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대청소를 실시하였다. 그런데 현이 녀석이 어슬렁어슬렁 다니며 방해를 하다가 비를 들고 복도 청소를 돕고 있는 내 어깨를 툭 치면서 청소하는 친구들을 선동하는 게 아닌가. 나는 순간 이성을 잃었다. 그 녀석의 멱살을 잡고 따귀를 한 대 후렸다. 저만치 나뒹굴던 녀석이 일어서지도 않은 채 삿대질을 하며 대들기 시작하였다. "왜 때려, 니가 뭔데." 식식거리며 대들었다. 청소를 하던 5학년 어린이들이 우르르 몰려 왔다. 나는 큰 소리로 청소하라고 고함을 치고 난 뒤, 그 녀석의 팔목을 꽉쥐고 교무실로 갔다. 퇴근길 선생님들이 모두 교무실로 모여들었다. 식식거리며 서 있는 이 녀석한테 한마디씩 타일렀으나 조그만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교감 선생님이 "현아, 좀 참아야지. 요즘 결석도 하지않고 학교에 얼마나 잘 나왔니" 교감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기도 전에 괴성을 한번 지르고는 선생님들 사이를 헤치고 달아나 버렸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었다. 손끝 발끝 하나 움직이기 싫었다. 선생님들의 위로의 말이 한마디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넓은 교무실에는 시계소리가 크게 울리기 시작하였다. 지금까지 참고 쌓아온 탑이 일시에 무너져 버린 느낌이었다. 내 능력의 한계인가. 자신이 한없이 밉고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 순간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교무실을 꽉채우는 전화벨 소리, 나는 지금까지 그렇게 천둥처럼 울리는 전화벨 소리는 처음이었다. "여보세요, 학교죠? 현이 담임 좀 바꿔 주이소." 현이 할머니였다. "예, 제가 현이 담임입니다." "선생님, 우리 손주 때리지 말고 가르쳐 주이소. 때리거나 야단치면 말을 더 않듣심더." "예, 할머니 잘 알겠습니다." 지난 5월 어느날 만나 뵌적이 있는 현이 할머니였다. 집나간 어머니, 공사장으로 막일 다니느라 집을 비운 현이 아버지를 대신해서 지극한 정성으로 손자를 돌봐 주신다는 현이 할머니. 내게도 그런 할머니가 계셨다. 어릴 적부터 몸이 허약한 나는 운동회나 먼길 소풍 다녀온 뒤면 한번씩 앓아 누었다. 신열이 불덩이 갔다며 할머니는 물수건으로 내몸을 닦으시며 밤새 내곁을 떠나지 않으셨다. 열이 좀 내려 눈을 뜨면 가물가물한 등잔불 아래 염주를 꼭잡고 계시던 할머니는 죽그릇을 챙겨 오셨다. 먹어야 낫는다며 소태같이 쓴 입에다 김치국물을 떠 넣으시고 안 먹겠다고 손사래 하는 손자를 달래 몇 숟갈의 죽을 떠 넣으셨다. 할머니는 한 손에 염주를 굴리시고 한 손은 내 이마를 집고서 자장가 같은 기도로 긴 밤을 박꽃처럼 밝히셨다. 그 녀석을 만난지 36일째 되는날 아침, 내 예상과 달리 현이는 교실에 앉아있었다. 조금 풀이 죽은 표정이었다. 나는 현이에게 전처럼 관심을 주지 않고 출석을 불렀다. 그 녀석의 이름을 부르자 조그만 소리로 대답을 하였다. 처음 듣는 대답소리였다. 그날 오후 날카로운 쇠붙이를 하나 주워왔다. 임자가 없었다. 위험한 물건 같으니 버리자고 하였다. 다음날 손잡이가 없는 과일칼을 하나 주워왔다. 또 임자가 없었다. 현이가 가지고 있던 흉기를 스스로 버리는 것이 분명하였다. 외부에서 걸려오는 항의 전화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현이의 굳어 있던 표정이 조금 풀린 것이 확실하였다. 그러나 현이의 짓궂은 행동은 계속되었다. 나는 이 녀석의 약점을 찾아 공략하였다. 주먹은 세고 힘은 있었으나 운동신경이 좀 둔한 녀석이었다. 체육시간에 우리 반에서 체격이 제일 크고 힘이 센 철이와 씨름을 시켰다. 현이 녀석이 나뒹굴었다. 현이 녀석은 분한지 한번 더하자고 했다. 둘째 판도 졌다. 현이는 자존심이 몹시 상한 것 같았다. 방과후 두녀석이 싸움을 했단다. 이제 현이가 절대자가 아님을 친구들은 알게 되었다. 그 후 두 녀석은 제법 친해졌다. 현이 한테 친구가 생긴 것이다. 매일 괴롭힌다며 일러바치는 6학년 남학생들에게 여럿이 힘을 합쳐 그 녀석의 버릇을 고쳐 놓으라고 귀뜸을 해주었다. 며칠 후 교문동에서 큰 싸움이 벌어졌다는 여학생들의 호들갑에 나가봤더니, 6학년 남학생들 사이에 둘러싸인 현이가 몇 번 씩씩거리더니 달아 나는 게 아닌가. 이제 현이의 표정은 보통아이들과 비슷해졌다. 문제아는 없다 그러나 3학년 때부터 결석을 밥먹듯 한 탓인지 공부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현이에게 공부하려는 의욕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애를 써 봤으나 또 한계에 부딪치고 말았다. 공부가 하기 싫으니 수업시간에 옆 친구들을 괴롭히기 일쑤였다. 연필로 엉덩이 찌르기, 전자총으로 친구들의 등을 공격하여 외마디 소리에 모두를 놀라게 한 적도 여러번 있었다. 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달려오는 찬바람이 유리창에 부딪쳐 제법 소프라노 음을 내기 시작하자 긴 겨울방학이 시작되었다. 방학동안 현이는 한 건의 말썽도 피우지 않았다. 그러나 개학날 현이는 탐구생활도 하는 둥 마는 둥, 다른 숙제는 한 가지도 해오지 않았다. 당번날 학교에도 나오지 않았다. 특히 현이가 속한 남학생 조는 다섯 명 모두 잊어버렸단다. 야단을 치려는 순간, 현이가 “선생님, 저는 학교에 나왔어요.”하는 게 아닌가. “학교에 왔으면 왜 선생님께 말씀드리지 않았니” 일직하시는 여선생님께 부끄러워서 창밖에 서 있다가 그냥 돌아갔단다. 이제 현이가 학교로 돌아온 것은 확실하구나. 나는 오랜만에 안도의 숨을 크게 쉬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종업식이 가까워지자, 나는 또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현이 녀석을 6학년 때 누가 맡아야 하나. 현이를 학교에 돌아오게는 했지만 공부하는 습관을 고치기에는 내 힘이 너무 부족했다. 내 고민을 알아챈 박선생님이 선뜻 현이를 맡아보겠다고 나섰다. '젊고 패기찬 박선생님의 지도아래 현이는 새로운 아이로 다시 태어나야 할텐데.’ 나는 속으로 기도했다. 새 학년이 시작되었다. 박선생님은 현이한테 자신감을 심어 주기 위해 여러 선생님들께 자주 심부름을 시켰다. 한결 밝아진 현이를 보며 나는 보람을 느꼈다. 97년 3월 하순경, 숙제를 해오지 않은 현이를 박 선생님은 가방을 챙겨 교실 밖으로 내쫓았단다. 대단한 모험이었다. 그러나 이 녀석 복도를 배회하다 교감 선생님을 만났다. 깜짝 놀란 교감 선생님은 “현아, 수업시간에 어디 가려고”현이는 고래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교감 선생님은 현이를 데려다 숙제를 같이해 교실로 보냈다. 현이가 조금씩 공부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며 박선생님이 기뻐하셨다. 나는 현이의 학교 생활을 매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우리 모두의 사랑과 관심은 현이를 우리 곁으로 돌아오게 하였고 평범한 아이로 다시 태어나게 하였다. 우리는 그를 문제아라 부르기 전에 현이를 위해주고, 이해해 주고, 용서해 주고, 아껴 주고, 예뻐해 주고, 사랑해 주었다. 비록 현이 할머니의 지극하신 사랑에는 비할 수 없지만.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방학. 각급 학교는 독후감 쓰기, 그림 그리기 등 획일적인 과제 대신 재미있으면서 인성교육 효과도 거둘 수 있는 다양한 과제를 내놔 눈길을 끈다. 인천 한일초등교는 1∼6학년 10여명이 한 조가 돼 24시간을 같이 지내는 독특한 과제를 계획이다. 핵가족화로 형제, 자매가 없어 자기중심적이 돼 버린 아이들이 함께 식사하고 밤늦도록 얘기하며 우애를 쌓는 이 과제의 인기는 대단하다. 지난 여름방학에도 같은 반 친구 서 너명이 조를 짜 한 집씩 돌아가며 잠을 자면서 ‘베갯머리 우애 ’를 돈독히 다졌다. 경북 청도 방지초등교는 ‘집안일 한 가지씩 하기’를 과제로 준비했다. 신발정리, 설거지 하기, 재활용품 정리하기 등 사소한 일이라도 도맡아 하면서 책임감을 키워줄 방침이다. 이호철 교사는 “귀한 자녀일수록 가정일을 하나씩 맡겨야 한다”며 “ 아이도 스스로를 대견스러워 하고 책임감도 키울 수 있어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말한다. 서울 대청중의 이색 과제는 ‘직업 탐방’. 하고 싶거나 관심 있는 직업을 하루종일 조사·체험하고 인터뷰까지 해야 하는 고난도 과제다. 여름방학에도 학생들은 의사, 판사는 물론 물개쇼 조련사, 남대문 시장 상인 등을 취재하면서 다양한 진로를 탐색했다. 경남 마산 양덕중학교는 교육방송의 ‘터놓고 말해요’를 3번 이상 시청하고 시청기록장을 작성하는 과제를 부여한다. 토론문화가 중시되는 시대에 발맞춰 학생들로 하여금 시청소감과 자신의 찬반의견을 분명히 담아 제출토록 할 예정이다. 강원 강릉 명륜고는 고산 등정이 개별과제로 나간다. 졸업 때까지 1000급 고산 5개 이상을 오르도록 지도하는 이 학교는 겨울산행을 통해 치열한 극기를 체험시키고 있다. 중고교 교과 과제도 이제는 문제집·프린트물 풀기, 독후감 쓰기 수준이 아니다. 재미있어야 교육 효과도 크다는 게 교사들의 말이다. 서울 숭의여중 심정규 교사(영어)의 방학과제는 ‘외국인 인터뷰 하기’다. ‘직업은…’‘한국에 대한 인상은…’등 몇 문장을 미리 익히게 하고 외국인과의 대화를 녹음해 오도록 한다. 지난 여름방학에 이 과제를 감행한 학생들은 “나도 외국인과 통했다”였다. 서울 세종고 백춘현 교사(윤리)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등 추천도서 읽기를 과제로 내준다. 그러나 독후감 쓰기는 없다. 단 중간시험에 책을 읽었는 지를 확인할 수 있는 아주 평이한 문제를 출제하기로 했다. 방학과제 중 가장 보편화 된 유형은 보고서다. 각자 연구과제를 정해 수행하고 결과를 정리하는 것인데 몇 몇 주제는 눈에 띈다. 예를 들면 노점상 할머니의 삶 조사하기, 겨울철 냇·강가 식물생태 관찰하기, 영문판 가족신문 만들기, 함수의 생활속 사례 조사하기, 뉴스일기 쓰기 등. 그러나 아무리 좋은 숙제거리도 부모가 개입하기 시작하면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일선 교사들의 지적이다. 인천 한일초 김강인 교감은 “자녀 스스로 의문을 풀어가는 것이 중요한 숙제”라며 “부모들이 최소한 개입하는 게 아이를 최대한 돕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창화 한나라당정책위의장은 7일 "교원정년의 65세 환원을 위한 한나라당의 법안이 이미 마련돼 있다"며 "이 법안이 박승국의원을 통해 금명간 제안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나라당은 국회 예결위원회에서 교육예산 증액과 함께 교총이 건의한 학급담당수당과 보직교사수당의 인상을 위한 예산반영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함종한 국회교육위원장(한나라당)도 8일 본지기자와의 인터뷰에서 "13∼14일 열릴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에서 자민련의 63세연장안과 한나라당의 65세환원안이 심의될 것"이라고 밝혔다.〈관련기사 3면〉 임채정 국민회의정책위의장은 4일 "다른 부문 예산을 5% 인상하면 교육예산은 8% 인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고 "교원정년 단축에 있어 여론수렴 등 절차상의 무리가 있었으나 일부에서는 교원정년을 단축해 달라는 압력도 있었다"며 "현실적으로 교원정년 연장은 어렵다"고 말했다. 차수명 자민련정책위의장은 7일 "자민련은 교원정년 63세와 보직교사수당 인상 등 교원처우 개선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지방교육재정 확충을 위해 봉급교부금을 보수교부금으로 개정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3당 정책위의장의 현안관련 발언은 교총 임원과 대의원들이 방문한 자리에서 나온 것이다. 7일 구정회 경북춘산초등교교감(교총대의원)과 이윤제 의성초등교교장(의성군교련회장)은 정창화 한나라당정책위의장을 만나 한나라당이 교육현안 해결에 앞장서 줄 것을 요구했다. 4일 신동식 월계초등교교장(교총대의원), 김필수 노원중교장(노원구교련회장), 송옥순 온곡중교장은 노원을 지구당사무실에서 임채정 국민회의정책위의장을 만나 자민련의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언급하며 "결자해지의 입장에서 국민회의가 교원정년 상향 조정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7일 배재상 울산시교련회장, 신용해 울산공고교사(교총대의원), 정정웅 울산동평중교사(교총이사)는 차수명 자민련정책위의장을 만나 보직교사 수당 인상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교원정년 63세 조정안을 조속히 처리해 내년 2월퇴직자부터 구제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이석한 khan@kfta.or.kr
국회교육위 법안심의 어떻게 되나 30여개 법안중 15개안만 논의될 듯 그동안 각종 정치현안으로 미뤄졌던 상임위가 본격적으로 법안심사에 들어간다. 국회교육위원회(위원장 함종한)도 13∼14일 법안심사를 계획중이다. 7일 현재 교육위에는 계류 법안까지 합치면 30여개 법안이 제출돼 있다. 하지만 이번 법안심사에 상정될 법안은 15개 안팎으로 보인다. 제출된 법안중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것은 교원정년 연장을 내용으로 하는 교육공무원법개정안. 자민련이 정년을 63세로 연장하는 개정안을 이미 제출한 상태고 한나라당도 65세로 연장하는 개정안을 수일 내로 제출할 예정이다. 국민회의가 연장을 전면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어서 자민련과 한나라당이 얼마나 절충을 시도할 수 있느냐에 따라 교육위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회의는 설사 교육위를 통과한다 하더라도 법사위나 본회의를 통해 저지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학연금의 자산을 공공기금화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하는 정부 제출의 사립학교교원연금법개정안은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기금운용계획 수립단계부터 기획예산처의 엄격한 통제를 받아 기금운용의 자율성이 많은 제약을 받을 뿐만 아니라 기금수익의 극대화에도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또한 공공기금으로 전환해 운영했을 경우 연금재정의 적자가 발생, 기금이 부족하게 될 때 국가가 그 부족분을 지원해야 하는 근거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다. 의원입법으로 추진되는 유아교육법안도 통과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아교육법은 만3세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까지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교육 및 보육기관을 유아학교로 통일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유치원과 보육시설, 유아관련시설 관계자들의 의견이 아직까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찬성하는 측은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 경감, 계층간 위화감 해소를 주장하고 있으며 반대하는 측은 다양한 기관 선택권의 제한과 재정지원이 결여된 유아학교체제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의 의견조정이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설사 교육위를 통과한다 하더라도 보건복지위의 영유아보육법과 충돌이 생겨 법사위에 계류될 가능성도 크다. 이밖에 ▲1세미만 자녀의 양육을 이유로 휴직을 원할 경우 1년의 범위 내에서 임용권자가 반드시 휴직을 명하도록 하고 이 기간을 근속기간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교육공무원법 개정안 ▲여야가 모두 제출한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 ▲국·공립 초·중등학교에 학교회계제도를 도입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학교시설 범위 확대 및 고시절차 간소화를 내용으로 하는 학교시설사업촉진법 개정안 등은 통과전망이 밝은 편이다. /임형준 limhj@kfta.or.kr
초·중·고 교사들로 구성된 '에듀까레합창단'(단장 정윤환·서울숭의초등교사)은 7일 서울 리틀엔젤스예술회관에서 서울시·한국교총·스포츠조선 후원으로 '학생가장 장학금 마련을 위한 제자사랑 음악회'를 가졌다. 이날 합창단은 최흥기 서울필하모닉 오페라 합창단 지휘자의 지휘로 하이든의 '천지창조'를 비롯해 민요, 동요, 가곡 10여곡을 불러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또 국립경찰교향악단이 특별출연해 막스 브루흐의 바이올린협주곡 G단조를 연주해 큰 호응을 얻었다.
"교권실추와 함께 교실붕괴라는 심각한 사태에 직면한 교육계에 희망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3일 경기교련 제28대 회장으로 당선된 평택 오성중 이신구교장(59·사진)은 "선생님들이 스승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갖지 않고는 우리 교육이 바로설 수 없다"며 "교권을 바로 세우는 일이 교육을 바로 세우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회장은 "교원존중의 사회적 합의인 교원정년 65세는 어떠한 경우에도 지켜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교총과 힘을 합쳐 대국민·대정부 설득작업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회장은 특히 "교련 산하의 초·중등교사회, 초·중등교장(감)회, 대학교수회 등 기간조직을 활성화시키고 각종 정책개발, 교섭과제 선정 등에 회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교련은 이날 ▲교육재정 GNP 6% 확보 ▲교원정년 65세 환원 ▲중등자격 소지자 초등임용 반대 ▲중등교원 감축 철회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의 인적자원 육성 ▲학교공동체 형성 등 6개항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경기교련은 또 김정순교사(의왕 부곡초), 김성기교장(파주 금촌초), 최정숙교장(수원 청명고), 임한영교수(안산1대학) 등 4명을 신임 부회장으로 선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