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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가을이라는 계절이 독서와 어울린다는 뜻이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면 무엇이든 못하겠는가. 그런데도 가을에 독서를 갔다 붙인 것은 가을이 주는 정서와 연관될 것이다. 가을은 만물이 성장을 다해 자연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그것이 매년 반복되는 자연의 이치라고 해도 쓸쓸하고 외롭다. 이 시간에 인간은 더욱 고독을 느끼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곧 겨울이 오는데 시무룩하게 찬바람만 빈 가슴을 스친다. 이때 책 한 권이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 줄 수 있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나면 삶이 공허해지기는 마찬가지다. 내게 남긴 것이 없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감상문을 써 보자. 그냥 읽고 지나치면 마음속에 아련하게 남는다. 하지만, 감상문을 쓰면 사고와 사색을 할 수 있다. 지식과 감동을 사고하고 사색하여 글로 남기면 풍부한 생활과 건전한 인격을 가꿀 수 있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독서 후의 느낌이나 감상을 자신의 생활 및 사고와 결부시켜 비판적인 독서 태도를 가지게 해야 한다. 독서감상문은 보통 읽은 책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쓸 수 있는 글이다. 일종에 수필이다. 흔히 수필은 무형식이 형식이라고 한다. 따라서 독서감상문도 형식적 제약은 없다. 편지 형식으로 쓸 수 있고, 시 형식으로 쓸 수도 있다.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책의 내용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다. 여기서는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독서감상문을 안내한다. 독서감상문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이 정해진 규칙은 없다. 그러나 다음 내용은 기본적으로 담아야 한다. 가장 먼저 책을 읽게 된 동기를 남긴다. 왜 이 책을 선택했는지, 아니면 친구나 선생님에게 추천을 받은 것인지 그 책을 만났을 때의 상황을 기록한다. 책은 권장 도서 목록을 보고 선택하거니 추천에 의해서 읽는 경우가 많지만, 운명처럼 만나는 경우도 있다. 즉 독서는 자신이 어떤 선택을 했느냐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책과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하는 것이 독서감상문의 시작이 된다. 그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저자와 책에 관한 소개도 한다. 저자 소개는 약력을 나열할 필요는 없다. 작가의 작품 세계나 지금 읽는 책과 작가의 관계를 집중해서 남긴다. 책에 관한 것은 베스트셀러이라든지 노벨 문학상 수상작이라든지 이런 것을 밝힌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 등도 언급하고 특별히 남겨야 것이 있으면 함께 기술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책에 대한 내용을 소개한다. 이때 서사 문학인 경우는 줄거리가 중심이 된다. 줄거리는 책 내용과 자신의 생각을 담는다. 줄거리를 쓸 때는 인물의 갈등 관계와 사건 전개를 중심으로 한다. 그리고 여기에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남긴다. 자신의 생각이란 결국 인물의 선택과 갈등에 대한 고찰을 의미한다. 그것은 자신의 현실적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소박하고 정직하게 대응하면 된다. 등장인물의 선택은 옳았는지, 동기와 연관 지어 볼 때 등장인물의 행위는 최선이었는지, 자신이 등장인물의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는지 등을 생각해 본다. 반면 일반 독서물인 경우는 저자의 핵심 메시지나 특별히 인상 깊은 내용을 중심으로 언급한다. 이때도 저자의 논점, 생각 등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담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결국 독서감상문은 책을 바탕으로 쓰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자기 이야기다. 자기 이야기란 책의 내용보다는 느낌이나 감상이 주를 이룬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독서감상문은 단순한 감상문이 아니라 평론의 성격을 지니는 창작문이 된다. 감상문 제목 설정부터 자신의 담고 싶은 내용에 맞게 정하고, 자신이 쓰고자 하는 주제에 일관되게 글의 내용을 전개한다. 독서감상문 쓰기를 하면 자신의 생각을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다듬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이해의 폭을 넓혀 독단에 빠지기 쉬운 생각을 객관적으로 정리하는데 효과가 있다. 아울러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을 키우기 때문에 여타의 학습 능력을 키우는데도 도움이 된다. 성숙한 독자라면 독서하는 방법도 달라야 한다. 단순히 수용의 단계를 넘어 비판적 사고가 동반되는 표현을 제시해야 한다. 이 과정이 없다면 책을 읽고도 성장의 디딤돌을 만나지 못한다. 그런데 간혹 지나치게 책 내용의 주제에 집착하고 거기에 따른 삶의 교훈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것보다 개인의 경험을 반영하는 글쓰기가 좋다. 글의 주제와 연관되지 않아도 자신의 경험이나 주변 상황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 독서감상문은 개인의 정신적 구조의 산물이다. 일종에 글쓰기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독서보다 어려운 단계일 수 있다. 글을 읽고 요약하는 힘, 그리고 자신의 감상을 문장으로 표현하는 능력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두려워 할 것은 없다. 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가진다면 충분히 향상 될 수 있다. 책을 읽는 것은 유능한 타자와의 만남이다. 타자와의 소통은 내 삶을 풍요롭게 하고 발전하는 기틀을 마련한다. 책을 읽지 않는 삶은 스스로 자신에게 투자하지 않는 게으름이다. 그리고 책을 읽고 감상문을 쓰는 행위 역시 내가 직면하고 있는 세계에 대한 고찰이다. 복잡하고 다변화 하는 세상에 맹목적으로 끌려가는 것보다 세계에 대한 나의 생각, 판단을 정리하는 일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나는 가끔만난 아이들에게 약간의 시간 여유와 돈이 생기면 뭘 하겠는냐고 묻곤한다. 상당수의 학생들이 여행을 꼽았다. 이처럼 사람들은 왜 여행을 좋아할까? 여행은 우리에게 일상의 반복으로부터 탈출하는 기쁨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여행은 또한 시간과 돈과 마음의 여유를 필요로 한다. 시급히 해결하여야 할 일이 있는데 이를 남겨 두고 온다면 어느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이는 인간 마음이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아름다운 장면뿐 아니라 힘겨운 삶의 모습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아픈 장면들을 많이 목격하게 된다. 집시들이 어린 자식들의 손을 잡고 하루종일 구걸하는 모습, 어린아이에게 광장에서 악기 연주를 시켜 돈을 버는 어른들, 쓰레기통에 버려진 페트병과 캔을 뒤져 연명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우리는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 여행을 떠나지만, 막상 우리 힘으로 열심히 길을 찾아 떠나는 여행 중에 만날 확률이 더욱 높은 것은 비참한 존재들, 두려운 존재들, 가슴 시린 존재들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편안한 패키지 여행이 아닌 온갖 고생문이 활짝 열린 자유여행을 고집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 삶과 가장 닮았기 때문이리라. 원하는 것, 입맛에 딱 맞는 것, 유명한 것, 대단한 것들만 콕콕 집어 만든 맞춤상품이 장소의 진정한 본질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어여쁘고 눈부신 부분만 바라보며 살아갈 수 없듯이, 자기 자신이 지닌 최고의 장점들만 골라 살아갈 수 없듯이, 여행 또한 그 사람들이 애써 숨기고 싶어하는 것들까지 모두 끌어안아야만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 우리는 잠들어 있던 오감을 활짝 깨울 만한 자극적인 것, 견문의 폭과 깊이를 한꺼번에 확장할 수 있는 경이로운 존재들을 본다. 하지만 빛나는 존재들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불가피한 어둠과 그림자들 또한 만나게 된다. 루브르박물관과 대영박물관은 물론 1년에 수백만명 이상의 여행자를 끌어 모으는 수많은 박물관들 중 약탈과 제국주의, 상업주의의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박물관은 거의 없다. 그 유구한 문화유산들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인력이 동원되는지, 그 수많은 유물들의 아우라에 기생하는 수많은 관광상품들과 기념품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착취와 부당거래가 이루어지는지, 모두 알게 된다면 우리는 어쩌면 동경으로 가득찬 유럽여행 버킷리스트를 짜는 일을 그만두게 될지도 모른다. 문화유산이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 상품으로 소비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수많은 부조리와 불합리의 씨실과 날실 속을 헤매게 된다. 취미의 대상이자 동경의 대상이 되어버린 유럽여행은 날이 갈수록 공격적인 마케팅을 구사하는 여행산업의 강력한 마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럴수록 나는 아주 작은 몸짓으로 거대한 자본의 시스템에 포획되지 않는 우리만의 소박한 여행방식을 개발해야 한다고 믿는다. 전 지구를 자신들의 상표로 뒤덮는 데 성공한 대형 프랜차이즈점보다는 이 세상에 하나뿐인 작은 가게들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그 지방의 고유성을 유지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는 여행자의 윤리가 아닐까. 그 장소의 진정한 매력을 알기 위해서는 더 강한 체력을 길러야 하고, 더 의젓하게 욕구를 누를 줄도 알아야 하고, 무엇보다 '나만 생각하는 여행'의 자기 중심성을 깨뜨려야만 한다. 그리고 모르는 것이 많으니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볼 수 밨에 없다.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사람들이 다가온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해마다 때로는 숙제처럼, 때로는 구도의 과정처럼 여행을 계속하다보면, 점점 ‘여행의 달인’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들이 많다. 나를 여행 전문가로 착각하고 여행정보를 물어보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다. 정작 내가 여행을 할 때마다 깨닫는 것은 점점 더 똑똑해지는 나 자신이 아니라 나 자신의 어처구니없는 무지다. 나는 아직도 터무니없이 모르는 것, 아는 줄로 착각하는 것, 어렴풋이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좌충우돌하는 여행의 과정 속에서 아프게 깨닫는 것이다. 공자님은 샌님처럼 서재에 틀어박혀 책만 읽은 사람이 결코 아니다. 그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천하를 돌아다녔다. 그런 여행이 그의 삶에 커다란 흔적을 남겼다. '동산에 올라보니 노나라가 작다는 것을 알고, 태산에 올라보니 천하가 작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하였다. 이처럼 여행은 나 자신을 늘 있던 곳이 아닌 다른 곳에 놓아두는 연습을 통해 다른 관점을 발견하게 된다. 여행은 나를 다른 자리에 놓게 하는 것으로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만나는 좋은 기회이다. 그러다 보면 예쁜 장면만 수집해 그 장소의 좋은 것들만 취합하는 박제된 여행을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완벽하게 포장된 패키지 여행이 아니라 나 자신의 꿈과 희망과 미래와 접속하는 나만의 스토리텔링을 담은 여행을 할 수만 있다면. 내 몸과 내 삶을 내던져 조금씩 나를 바꾸는 여행의 온기를 마음이라는 가장 오래가는 뚝배기에 가득 담고 싶다.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남보다 뛰어난 자녀, 즉 영재나 수재를 둔 부모는 얼마나 행복하겠느냐고 이야기할 것이다. 그런데 김 모군(18)은 중학교 때까지 수재로 유명했다. 중학교 2학년 무렵 토익은 만점을 받았고, 영문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과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를 술술 읽었다. 매일 밤 정해진 시간엔 CNN을 들었다. 수학도 잘했다. 고교 과정은 이미 한 번 훑었고, 고3 수험생도 쩔쩔매는 심화 문제도 풀어냈다. 김군 부모님은 자신이 짜놓은 빼곡한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 아들이 자랑스러웠고, 주변 사람들도 그를 부러워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들어간 아들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학원을 마치고 돌아온 김군은 "내가 공부하는 기계냐"고 소리쳤고, 이후 공부에서 손을 놨다. 학원 대신 PC방을 찾기 시작했고, 집에 오면 방문을 걸어 잠갔다. 그리스 신화의 시시포스처럼 사교육이라는 바위를 10여 년간 쉬지 않고 밀어 올리다 지친 김군은 결국 학교를 자퇴하고 지금은 검정고시를 준비 중이다. 김군 부모는 "아들이 머리가 좋아 일찌감치 선행학습을 시켰는데 너무 일찍 시작해 일찍 지쳐버린 것 같다"고 후회했다. 이처럼 아이들이 시들어가고 있다. 김군처럼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더 잘하는 아이들과 경쟁하느라 지쳐가고, 공부에 매달리고도 원하는 성적을 내지 못하는 보통 아이들은 잘하는 아이들에게 가려 상처받고 있다. 한창 놀아야 할 시기에 밤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학업에 시달리느라 마음의 병을 얻은 아이들도 적지 않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거주하는 정 모군(11)은 4곳의 학원에 다닌다. 영어, 수학, 중국어, 체육학원으로 이어지는 강행군이다. 집에서는 연산 학습지로 공부를 한다. 정군은 조만간 논술학원도 추가할 예정이다. 정군 어머니는 "저학년 때 미리 진도를 빼놓지 않으면 좋은 학원에 들어갈 수 없다"며 "대치동 학원가에선 아이들 반을 순전히 실력에 따라 편성하는데 제 자식이 낮은 반에 편성되길 바라는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정군은 어머니의 말을 묵묵히 따르면서도 이런 말을 했다. "공부도 잘하고 싶지만, 방학 때만큼이라도 마음껏 놀고 싶어요." 대치동 중위권 학생들은 고달프다. '꼴찌도 공부한다'는 이 동네에서 중위권 학생들은 스포트라이트 밖에서 묵묵히 공부할 뿐이다. 수능 모의고사에서는 1~2등급이 나와도 내신은 3등급조차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수한 아이들이 모여 있는 대치동에선 내신 성적이 타 지역보다 훨씬 까다롭기 때문이다. 대치동의 일반고에 다니는 3학년생 아들을 둔 김민진 씨(가명·49)는 "설명회나 학원이 모두 상위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2·3등급에 해당되는 학생들은 대치동에서 그림자 취급을 받는다"며 "손가락에 꼽히는 주요 대학이 아니면 재수, 삼수를 시켜서라도 될 때까지 하는 게 보통이라 고달픔이 짧게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치동에서 20년 가까이 영어를 가르쳐온 강사 김기호 씨는 "대치동 중위권 학생들은 내신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 학부모들은 고등학교는 대치동이 아닌 다른 곳으로 보내고, 학원만 대치동으로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치동에서는 신경정신과조차도 학업에 특화된 프로그램을 내놓을 정도라니 아이들의 정신 건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A신경정신과 병원은 최근 '시험불안 클리닉'이라는 특별 프로그램을 신설했다고 한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심박수 증가, 근육 경직, 빈뇨 등이 나타나는 학생들에게 뇌파 훈련, 근육 이완법, 약물치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이 병원 관계자는 "고3 학생들이 가장 많지만 초·중학생도 두루 이용한다"고 전했다. 병원에 찾아온 학부모 김 모씨는 "첫째 아이가 9월 모의고사에서 지나치게 긴장한 나머지 듣기평가를 하나도 못 들었다고 해서 방문했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첫째뿐만 아니라 둘째도 관리를 받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병들어 가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이는 누구의 잘못인가? 사회가, 국가가, 아니면 부모가, 학교가 이런 교육을 시키고 있다면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제일은 먼저 부모가 책임을 져야하지 않을까. 이는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9월이 10월로 바뀌었다. 짧은 옷이 긴 옷으로 바뀌고 있다. 산들이 붉은 옷으로 바뀌려고 하고 있다. 변화를 실감하는 아침이다. 변화는 삶의 필수 요소다. 잘못된 생각도 바뀌어야 하고, 잘못된 습관도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더욱 성숙한 삶을 살 수가 있다. 학교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교육과정이 바뀌고 있다. 교육부는 22일 2015 개정 교육과정을 23일자로 고시한다고 밝혔다. 주요내용은 학생들에게 중점적으로 길러주고자 하는 핵심역량 설정, 문·이과 공통 과목 신설, 인문·사회·과학기술에 대한 기초 소양 교육 강화, 학습내용 적정화, 교수·학습 및 평가방법 제시 등이다. 계절에 맞게 옷을 갈아입는 것과 같이 급변하는 세계 흐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2015 개정 교육과정을 고시한 것은 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교육과정이 바뀔 때마다 일선 학교에서는 많은 혼란을 겪는다. 이번 개정 교육과정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문제점들을 잘 파악해서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 중의 하나가 통합사회, 통합과학 운영이다. 사회와 과학 과목을 통합해서 현재의 사회 계열 선생님과 과학과목 선생님이 가르친다고 하면 분명 수업의 질이 떨어질 게 분명하다. 자기의 전공분야는 깊이 있게, 재미있게 가르칠 것이 분명하고 나머지 과목들은 적당히 가르치거나 그냥 넘어가기가 쉽다. 선생님들에게 연수를 시켜 통합의 사회나 과학을 가르친다 해도 현재의 전공 선생님이 가르치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대책을 분명하게 세우지 않으면 아무리 교육과정의 목적이 좋고 목표가 분명해고 크게 성과를 거둘 수가 없을 것이다. 수업의 질이 떨어지면 교육과정의 개정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방향이 분명해도 대비가 부족하면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도 늦지 않으니 통합사회, 통합과학에 대한 분명한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공통과목에 대한 지도를 현재의 한 과목의 선생님에게 연수를 시켜 교육시킨다면 별 문제가 없다고 할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하면 지금보다 사회계열, 과학계열의 수업의 질이 현 상태로 유지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신중히 해야 한다. 현장의 선생님들은 분명 질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고 전공과 관계없는 선생님이 봐도 수업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음이 눈에 보이고 있다. 공통과목을 한 선생님이 모두 가르치는 것보다는 전공 선생님이 가르치도록 하는 방안을 다양하게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관계 되는 선생님들은 더욱 힘들게 학생들의 학력 향상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실력있는 인재, 높은 인격의 소유자, 건강한 체력을 유지한 미래 지도자를 양성하고자 하는 것이 개정 교육과정의 목적이라면 실력있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갈수록 수업의 질을 높여가는 것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닌가 싶다.
맹사성 대감 이야기 세종대왕 때 영의정을 지냈으며 '청렴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고불(古佛) 맹사성(孟思誠 1360∼1438)은 유난히 많은 일화를 남겼다. 그런 맹사성도 젊었을 때엔 혈기가 넘쳤다. 고려왕실의 보호자였던 최영(崔瑩)장군의 손녀사위로, 열아홉에 장원 급제해 스무 살에 파주 군수가 되어 부임했다. 어느 날 그는 관내 순시 중 한 아전으로부터 고명하신 선사가 기거하는 암자가 있다는 말을 듣고,한번 가보자며 암자를 찾아 갔다. 선사와 인사를 나눈 뒤 물었다. "스님, 군수인 제가 삼아야 할 좌우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어렵지 않지요. 착한 일을 많이 베푸시면 됩니다." "그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인데 내게 해줄 말이 고작 그것뿐이오?" 맹사성은 거만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스님은 녹차나 한 잔 하고 가라며 붙잡았다. 차마 박차고 나갈 수 없어 맹사성은 못이기는 척 자리에 앉았다. 스님은 그의 찻잔에 넘치도록 차를 따르고 있다. "스님,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망치는 게 안 보이십니까?" 맹사성이 언성을 높여 말하는데도 스님은 태연히 계속 차를 따르고 나서 잔뜩 화가 나 있는 맹사성에게 말했다.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아시면서,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스님의 이 한마디에 맹사성은 부끄러워 황급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다 문틀에 머리를 부딪치고 말았다. 그러자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습니다." 중국에서 발생한 유학은 송나라 주자에 의해서 성리학으로 부흥하였으며 조선의 이황에 이르러 완성되니그를성리학의 완성자라고 부른다. 성리학은 천성을 밝히고 따르는 일을도(道)라이르며 중요시 한다. 공부란 바로 그 道를 찾아 알고 더욱 수양하여 道를 넓고 깊게 하는 것이니 지식을 쌓는 것은道를 알기 위한 방편에 지나지 않고, 그 실체인 道를 자기 속에 밝혀야 참공부를 하는 것으로 여겼다. 오늘날 지식은 넘쳐나지만 지혜를 갖춘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자기가 아는 것을 실천하는 사람은 95%에 이르고 바르게 실천하는 사람, 즉 지혜자는 5%뿐이니 세상이 혼란스럽다. 특히 지혜를 갖추고 겸손한 사람은 참으로 만나기 어렵다. 아니, 그런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것은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고 은둔자로 살아가기 때문은 아닐까. 왕도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준비되지 못한 임금이었던 중종이 그 답답함을 풀고자 신하들에게 내린 질문을 보면 지금 세상과 너무나 닮아 있음에 놀란다. 역사란 반복되는 것이니! "공자는 3년이면 나라를 태평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하였다. 나는 왕이 된지 10년이 넘었건만 아직 아무것도 못하였다. 어떻게 하면 공자의 뜻을 이룰 수 있는가?" 중종의 질문에 답하는 조광조의 알성시의 문장은 다시 읽어도 가슴을 치는 대목들로 넘쳐서 여기에 옮겨본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명도(明道), 즉 도를 밝히는 일이며, 학문을 하는 것은 근독(勤獨) 즉, 홀로 있어서도 속이지 않고 삼가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정치란 바로 이 도를 밝히는 일에 다름 아닙니다. 그리고 道란 천성을 따르는 일을 말합니다. 예전에 어진 임금들과 성인들이 모두 이 道를 간직하고 있었기에 업적이 찬란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임금은 하늘이요, 신하는 사계절과 같습니다. 하늘이 뜻을 품어도 계절이 제 구실을 못하면 만물이 제대로 꽃피우고 열매 맺지 못합니다. 전하께서 굳이 정치를 하여 애쓰시지 말고 대신에게 맡기십시오. 단지 근독하시어 道를 밝히시는 태도로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그러면 조정의 법도가 바로 서고 나라의 기강이 절로 잡힐 것입니다." 선비학자 이야기중에서 인용함 잊혀진 교육이념 '홍익인간' 임금을 학교장으로 바꾸고 신하를 선생님으로 바꾸어 학교에 적용하면 모든 학교에서 착함이 넘치는 인성교육의 꽃이 피는 아름다운 나라가 될 거라는 확신이 들게 하는 문장이다. 성리학을 따르고 실천하기에 힘쓰며 공부했던 조선의 선비 정신은 지금 이 시대에도 절실한 도덕률이다. 학교 교육의 지향점이 '착한 사람' 곧 '어진 사람' 이어야 하는 이유다. 언제부턴가 잊혀진 교육이념이 된'홍익인간'이 새삼 생각나는 요즈음이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사상은 어디로 가고 갖춰야 할 덕목들을 줄줄이 교육과정이나 수업안에 명기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하는 사람은 열심히 배울 것이고 소통하고 공감할 것이며 배려하는 인간일 것이 분명하다. 그런 사람은 겸손의 주춧돌로 인성의 집을 지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 학생이라면 친구를 괴롭히거나 따돌리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 아이들에게, 자식들에게 '착하게 살자'라는 쉬운 말로 가르치면 참 좋겠다. 어렵게 인성 교육을 들먹이며 손에 잡히지 않는 구호들을 남발하지 않으면 참 좋겠다. 유치원 아이도 1학년 아이도 알 수 있고 금방 따라 할 수 있게 단순하면 좋겠다. 진리는 단순하기 때문에 설명할 필요가 없다. 높은 자리, 엄청난 富, 고관대작도 착하지 않으면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착함이 지식보다 앞자리에 서는 세상이 되어야 살맛나는 세상, 행복한 세상이 될 수 있으니.
내가 가르친 한 제자가 어느덧 11년차 직장인이 됐다는 것이다. 이 제자는 가끔 기회가 되면 만나기에 자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주중에는 여느 직장인처럼 한강 이남의 집과 종로의 사무실을 오가며 출퇴근 전쟁을 치르고, 주말이면 세 살 딸아이의 재롱을 보는 것이 즐거움인 평범한 가장이 되었다니 참다행이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결혼했지만 지난해 내 집 마련에 성공해 주변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요즘 부동산 시장에 화색이 돈다는 소식이 들리니 주변에서는 좋겠다고들 하지만, 집은 투자 대상이 아니라 모든 식구가 함께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중간에 이직을 한 적도 없다 보니 그동안 퇴직금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집을 사게 되면서 은행 대출을 받았고, 그래도 부족해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게 되면서 퇴직금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니 역시 나이가 들어가면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그는 안정된 가족의 보금자리 마련을 위해 중간정산을 받기는 했지만, 퇴직금이 직장인들의 최후의 보루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니 나름 경제교육을 잘 받은 셈이다. 퇴직금은 직장생활을 끝내고 다음 단계의 인생을 준비하는 데 꼭 필요한 생활자금이다. 중간에 직장을 옮긴 분들을 보면 전에는 이직할 때 받는 퇴직금을 일종의 보너스처럼 필요한 곳에 사용하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회사로부터 직접 퇴직금을 수령하는 것이 아니라 퇴직금이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 입금되어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높은 이자를 물고 찾아 써야 하기 때문에 사정이 어지간히 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IRP계좌에 그대로 두고 운용하는 쪽을 택한다고 한다. 이럴 때 위험부담은 있지만 수익률을 보다 높일 수 있는 주식형 비중이 높은 상품을 갈아타가며 알차게 활용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는 개인적으로 주식보다는 적금 체질이어서 수익률과 위험부담이 좀 더 큰 확정기여형연금(DCR) 대신 수익은 낮지만 보다 안정적인 확정급여형연금(DBR)으로 운용 중이라니 안심이 된다. 물론 주변에서 개인이 퇴직금 운용을 잘 해서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는 성공 사례에 대한 이야기도 종종 듣는다. 최근 퇴직연금 관련 제도가 개선돼 그러한 사례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상품이 다양해지면서 “어느 회사의 김 과장은…” 하고 수익률을 과장하는 사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퇴직금을 일시에 받지 않고 매월 퇴직연금으로 받게 되면 개인적으로 불편해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멀지 않아 미래사회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노후는 그대로이다. 평균수명 연장으로 더욱 늘어난 노후를 즐겁게 맞이할 수 있도록 퇴직연금제도가 더 활성화됐으면 한다. 예전에는 이직 때 받는 퇴직금을 일종의 보너스처럼 사용하곤 했지만 이젠 노후를 생가하면서 장기계획을 필요로 한다. 젊어서는 언제 퇴직할 것인가는 남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나에게도 그 시간이 다가온 것처럼 서서히 그에게도 다가가고 있다. 단지 실제적으로 느끼지 못할 뿐이다. 회사에 적을 두고 있다면 평균수명 연장으로 늘어난 노후에 기댈 것은 퇴직연금밖에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서울 지역 학교 20~30곳서 운영 농산어촌 학교는 5곳도 채 안 돼 “내실 있는 운영 위해 보완책 마련해야” 내년 전면 도입을 앞둔 자유학기제가 또 다른 형태의 교육 격차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은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2일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자유학기제를 실시한 811개 중학교 가운데 시·도별로 무작위 선정한 151개 중학교의 실태를 분석, 발표했다. 분석 자료에 따르면 한 학기 동안 진로체험을 실시한 날이 5일 이하인 곳은 69개교(45.7%), 진로체험활동 장소가 5곳 이하인 학교는 31개교(20.5%)였다. 체험 기회와 다양성 측면에서 내실을 기하지 못한 모양새다. 도시와 농촌 간 격차도 컸다. 서울의 경우 조사 대상 학교 29곳 중 21곳이 체험 장소가 26곳 이상으로 다양하게 운영됐지만 경북은 10개교 중 9개교, 전남은 11개교 가운데 10개교가 15곳 이하에 그쳤다. 체험 장소가 5곳 이하인 학교도 전체 151개교 중 31개교나 됐다. 학교별 사례를 살펴보면 도농 간 격차는 더욱 심각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는 소방서, 미술관, 박물관 등 10곳에서 현장 견학형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소그룹별로 실시하는 직업 체험형 프로그램도 26곳에서 진행했다. 또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의약·예술·체육·법조·미용·항공 등 여러 분야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반면 강원도의 한 중학교는 단 두 차례 진로체험활동을 실시했는데, 그마저도 교내에서 진행한 한글 바로알기 체험이었다. 진로체험활동으로 적합한지 의문스러운 부분이다. 유 의원은 “인프라와 네트워크가 구축된 대도시에 비해 지방의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점을 감안해도 학교·지역별로 나타나는 격차는 간과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면서 “이는 또 다른 교육 격차의 양상으로 굳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유학기제 운영을 학교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지역 기관 등이 협력하고 지방 소재 학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사무처는 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국회 잔디광장에서 ‘대한민국 청년 20만+창조 일자리 박람회’를 연다. 이번 박람회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추진하고 있는 열린 국회 행사의 하나로 국회와 정부, 민간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일자리 축제다. 정·재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한 이날 행사는 축사, 테이프커팅, 희망나무 응원메시지 달기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왜? 이렇게 조용한 거야!” “벌써 출발한지 한 시간도 더 되었는데, 한 사람도 볼 수가 없으니 나 원 참~.” “날씨가 워낙 무더워서 그런가?” “이건 뭐 말이 둘레길이지 등산이구만 그래.” 말없이 묵묵히 따라오던 아내는 그냥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나아간다. 그 흔한 매미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도 들을 수 없는 적막감이 감도는 가운데 바람 한 점 없으니 땀만 비오 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내가 이 길을 선택한 것은 삶을 살아오면서 아내한테 미안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이 아름다운 지리산둘레길 3구간을 아내와 대화를 하면서 나의 고집으로 얼룩진 고달픈 삶을 넌지시 사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땀을 쓸어내리는 아내의 얼굴엔 이제 주름살과 나이 살로 세월의 흔적을 실감하게 한다. 아내는 벌써 만 3년 동안 손자 준이를 돌보고 있다. 가끔 시간이 날 때면 너무 힘들어 하는 아내를 생각하여 손자를 데리고 함께 놀아주기는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미안한 마음에 인사치레로 적당히 하는 것일 뿐이다. 네 살이 된 준이는 근래 활동량이 많아지면서 더욱 할머니를 어렵게 하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금요일 저녁에는 아들내외가 서울에서 내려오면 돌아갈 때까지 음식준비로 그야말로 이중의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못마땅하여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였지만, 스스로 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며 모든 것을 배려하며 챙겨주고 있는 것이다. 아내가 삼십대 중반쯤에는 내 아우의 딸을 2년 동안이나 키워준 일이 있었다. 아우 내외는 부부교사로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었다. 어려운 처지를 알고 4개월 된 갓 난 아기를 우리 집에 데리고 와서 보살펴 주었던 것이다. 자라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예쁘기도 하여 가끔은 보살펴준 일은 있었지만 아이를 돌봐준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나이 들어서 손자를 돌보며 깨닫게 되었다. 아기는 사랑을 먹고 자란다는 것을….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몸과 마음이 헌신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것인지를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이다. 직장생활을 할 때에는 아이를 돌보는 것이 그냥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으로만 알았는데 말이다. 시원한 계곡을 찾아 쉬고 싶었지만 뙤약볕 아래 숲속도 더운 바람으로 쉴 곳이 마땅치 않았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져 있다는 것을 실감하며 숲속에 오른 곳은 황매암이라는 암자에 닿았다. 바람소리 한 점 없는 한 낮에 암자에 둘러보기로 하였다. 산사 오붓한 뒷길을 따라 경내로 들어서니 석천정자 돌 항아리에 시원한 물줄기가 외로움을 쏟아내고 있었다. 물 한 모금 마시고 둘러본 암자에는 적막감 속에 뜨거운 빛으로 가득했다. 그야말로 고독과 적막감으로 이렇게 조용한 세상도 있는 것인지 사람이 사는 공간으로 믿기지 않는다. 이 적막감에서 벗어나고파 외로운 등산길을 재촉하였다. 아무리 생각을 하여도 지리산둘레길 3구간은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라고 하여 왔는데, 이렇게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이 이상하기만 하였다. 올라 올 때 백련사로 향하는 푯말이 있기는 하였지만 다시 되돌아오기가 겁이 나서 백련사를 들리지 않고 바로 산길로 올라왔던 것이 생각났다. 우리가 가는 길은 완전히 등산길이었다. 아내도 둘레길이라 하여 등산화를 신지 않고 운동화를 신고 왔고, 나 또한 등산용 슬리퍼를 신고 왔기 때문에 등산하기에는 마땅치는 않았다. 땀은 비 오듯 하는데 이상할 정도로 적막감만 감도는 바람 한 점 없는 산행길을 걸으며 제주올레길이 생각났다. 지난 5월에 가족여행을 갔다. 우리 가족은 해마다 가족여행을 간다. 근래에는 아직 손자들이 어리기 때문에 국내여행으로 해왔고, 금년에는 제주도로 함께 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은 가족 간의 정을 듬뿍 나눌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이다. 차를 렌트하여 함께 다니는 동안 이제 손자들이 번갈아가며 노래를 불러주어 즐거움은 배가 되었고, 아내와 나는 올레길 위주로 다녔다. 아내는 손자를 맡기 전에는 자주 등산을 하였으나 근래에는 등산을 하지 못하여 둘레길 걷는 것을 너무 좋아했다. 그늘은 없었지만 시원한 바닷바람과 탁 트인 아름다운 바다의 정경을 보며 걷는 즐거움이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이다. 그 때에도 내 속에 담아 둔 말을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해서 늘 개운치 않았었다. 온몸이 땀으로 미역을 감을 즈음 내려온 곳이 수성대이다. 길가 다리 위 한편에 천막을 치고 아주머니가 간식과 막걸리를 팔고 있는 곳이다.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을 먹을 수 있느냐고 하였더니 아래 계곡으로 내려가라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계곡물이 그립던 차에 내려가 자리를 잡았다. 깨끗한 물에 발을 담그니 세상이 모두 내 것 인양 부러울 게 없다. 가스가 떨어져서 부침개를 먹으려면 조금 기다려야 한단다. 쉬었다가 갈 요령으로 그렇게 하겠노라 하였더니 서비스로 식혜를 한 그릇 준다. 푸근한 마음씨에 마음이 들떠 막걸리 한 잔을 게눈 감추듯 마시고 아내 것까지 마시고 나니 얼얼한 취기가 온몸을 감돈다. 또, 심심풀이로 옥수수도 먹어보란다. 훈훈한 인정에 취해 발길을 옮겼다. 술기운으로 더위도 잊은 채 아름다운 둘레길을 걸으면서도 아내한테 하고 싶은 말 한마디 전하지 못한 체 걷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내가 힘들어 하는 것은 육체적인 고통보다도 나 때문에 더욱 고통을 많이 받고 있다. 아내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웬만하면 거절하지 않고 지원해 주는 편이다. 30여 년 전에 다용도화첩을 제작하여 판매를 할 때에도 거금을 들였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또, 그림을 그리다가 말고 수필작가로 활동을 한다면서 세 번이나 수필집을 발간하였다. 맞벌이도 아니면서 혼자 수입으로는 만만치 않은 것이었다. 정년퇴직을 하고 방과후 학교 운영을 한다며 투자를 하였고, 또 퇴직공무원협동조합을 설립을 하여 운영한다고 투자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아이들이 신나는 학습공작판을 제조하여 판매를 한다며 공작판 제조에 판매를 위한 사무실 임대 등으로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하여 여러 모로 고통을 주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나는 교육자적인 사명감으로 아이들 교육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며 고집을 세워 기어코 창업을 하였지만, 퇴직 후에 창업은 죽을 각오가 아니면 하지 말라는 말이 이즈음에 피부에 와 닿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팍팍한 살림에 말로 표현은 하지 못하고 그동안 아내를 얼마나 옥죄었을 것인지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뻔하다. 이번에도 여행에도 사과 한 마디 제대로 못하고 그냥 돌아왔다. ‘여보 미안해!, 당신한테 무엇이라 할 말이 없다.’
올해 3월에 교감 승진을 받은 S초교 Y교감(52). 얼마 전, 강원도로 6학년 수학여행 2박3일 인솔을 다녀오고 나서 지금까지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첫 교감으로서 무사고 업무 수행에 가슴이 설레어서? 그 때의 수학여행 인솔 감동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모두 아니다. 그 당시 장면은 지금도 기억하고 싶지 않다. 버스 3대에 6학년 3개반을 태운 수학여행단. 강원도 횡성에서 정선으로 가는 길에 버스가 길을 잘못 들었다. 버스가 도추산(1322m)을 오르는데 초입부터 정상까지 아스팔트 길이다. 하산길 상부까지 있던 아스팔트길이 사라졌다. 갑자기 흙길에 나타났는데 길 양편에 있는 나뭇가지가 버스 유리창을 스치고 지나갈 정도의 좁은 숲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버스가 다니는 길이 아니다. 너무 많이 지나쳐와 유턴할 수도 없다. 버스가 유턴할 공간도 없다. 만약 맞은편에서 어떤 차량이라도 온다면 서로가 오도가도 못하게 된다. 아이들은 창밖을 내다보지만 웅성웅성거린다. 담임교사도 어찌할 줄 모른다.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이러한 때 인솔 총책임자인 교감의 심정은 어떠할까? 어쩌다 이런 일이 있어났을까? 50대의 1호차 버스 기사는 네비게니션을 믿었다. 초행이라서, 길이 굴곡이 심한 S자 길이서 겁이 났지만 운행을 감행했다. 2호차, 3호차 기사들은 가는 길이 미덥지 않지만 1호차를 뒤따랐다. 동행해야 하기에 다른 길로 접어들을 수 없다. 1호차에 탑승한 Y교감은 버스의 네비게이션을 보았다. 버스는 길 안내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길을 만난 것이다. Y교감은 스마트폰의 네비게에션을 켰다. 스마트폰에는 현재의 도로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행히 행운이 찾아 왔을까? 인솔책임자의 머리가 하얗게 되는 순간이 끝나고 갑자기 아스팔트 도로가 나타났다. 모두가 가슴을 쓸어내린 순간이었다. 만약 길이 끊어지고 버스가 오도가도 못하게 된 상황에서 산속에서 장시간 머물렀다면? 이것이 매스컴에 보도가 되었다면? 교감은 사전답사팀에게 수행여행 코스대로 답사하라고 당부하였다. 그러나 1일 답사 일정으로 2박3일 코스를 돌아보기 어렵다. 사전답사 점검은 수박겉핥기가 될 수밖에 없다. 교장과 장학관까지 마치고 중학교 원로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L교사(59). 그는 2005년 교감 2년차 때 2학년 수학여행을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거린다. 그 당시 숙소는 금강산콘도. 인솔교사들은 학생 생활지도로 시간대를 나누어 숙소를 지키지만 들뜬 학생들의 마음까지 지킬 수 없다. 한 숙소에 고등학생을 비롯해 여러 학교가 숙박을 하는 경우,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이러한 때 방마다 수시 인원체크는 필수다. 자정이 넘은 시각이다. 학생들이 자는 방을 노크하고 인원 점검을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피곤하여 잠에 떨어져 있다. 어느 방을 들어가니 8명의 여학생 중 6명은 잠들어 있고 2명은 방바닥에 앉아 이야기하고 있다. 대부분 그냥 지나지는데 어느 한 선생님이 이상한 느낌을 받았나 보다. 문을 열고 간단히 하는 인원 점검에 끝나지 않고 방안에 들어선다. 갑자기 이불장을 열어젖힌다. 무슨 일이 났을까? 건장한 고등학생 5명이 나온 것이다. 커다란 불상사가 일어날 것을 어느 여교사의 예지가 예방한 것이다. 만약 성추행이라든가 성폭행이 일어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교감으로서 상상하기도 싫다. 수학여행의 교육적 의의는 크다. 그러나 학생들을 인솔하는 교사들의 육체적 심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인솔 총책임을 맡은 교감은 사전 안전교육을 직접 하고도 며칠 전부터 잠을 이루지 못한다. 교장도 노심초사하기는 마찬가지다. 수학여행 출발부터 귀가할 때까지 무사고 무사안전을 기원한다. 교장은 인솔책임에선 벗어나지만 최종책임자로서 자유로울 순 없기 때문이다.
운동장에 누워 깊어가는 가을을 알리는 운암의 소식통, 무엇인지 아시나요? 겉은 까칠하지만 속은 한없이 부드럽고, 옹기종이 모여앉아 체온을 나누는 아이들같은 모습의 ‘가을밤’, 아이들의 발이 그 ‘밤’을 세상 밖으로 꺼내느라 정신없습니다. 운암에 찾아온 가을, 뒷마당에 옹기종기 모여 그 가을을 맞이하는 아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습니다. 푸르른 하늘, 따사로운 햇살, 그리고 우리들과 밤-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가을하모니가 살랑살랑 가을바람을 타고 흐릅니다.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기에 더없이 행복한 아이들, 깊어가는 가을-아름다운 하모니를 느끼고 싶다면 가을밤을 만나러 운암분교로 오세요!
"목표를 달성하고 싶으면 그것을 기록하라. 목표달성에 헌신하겠다는 마음으로 목표를 기록하라. 그러면 그 행동이 다른 곳에서의 움직임을 이끌어 낼 것이다. 목표를 이루려면 일단 목표를 기록하라." - 헨리엔트 앤 클라우저, ‘종이위의 기적, 쓰면 이루어진다’에서 “꿈을 수치화해서 기한을 정하는 것, 꿈을 구체적인 목표로 나타낼 수 있다면 절반은 달성한 것이나 다름없다. 목표를 명확하게 입으로 말하는 것이 좋다. 주위에 알리는 것으로 자신을 더욱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원대한 꿈을 꾸고 그 꿈을이루어낸 것으로유명한 손정의 회장의 주장이다. 미국 블라토닉 연구소는 지난 1972년 예일대학 경영학석사과정 졸업생 200명을 대상으로 목표관리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이 가운데 84%의 학생은 목표가 아예 없었고, 13%의 경우 목표는 있으나 기록하지 않았고, 오직 3%의 학생만이자신의 목표를 글로 써서 관리하고 있었다. 20년이 지난 1992년 다시 그들의 자산을 조사했을 때 13%의 자산이 84%의 2배나 됐고, 3%의 자산은 13%의 10배에 달했다고 한다, 꿈을 이룬 증거를 물질로 환산한 점은 경영학석사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질의 풍요는 그가 원하는 삶을 살게 하는 기반이 되니설득력이있다. 자신보다 10배 자산을 가진 사람은 미워하지만 만 배를 가진 사람에게는 그 사람의 노예가 된다는 말도 있음에 비추어 본다면, 물질적 성공은 노력의 산물이 분명하다. 학교에서도 자신의 목표 성적을 써서 성공한 사례가 있다. 경기도 용인의 00중학교 2학년 8반 학생들은 지난 2005년 4월부터 10월까지 단체로 플래너를 썼다. 플래너 사용 6개월 만에 반 평균이 20점 올랐다고 한다, 쓴다는 것은 자기 설득과정이며, 쓰는 행위 자체가 머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1학년 담임이다.우리 학교에서는 주말 과제로 효도 일기 쓰기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 1학년 아이들은 주말이면부모님 일을 돕거나 효도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일을 그림일기로 써 온지 벌써 몇 개월째다. 의도적으로 효도를 하게 하니 인성 교육 차원에서도 좋다. 그날 일을 그림으로 그리다 보니 생각하게 되고 표현하는 힘도 길러졌다.그림의 내용을 글로 표현하는 힘도 길러져서 일석삼조다.그러다 보면 2학년부터는 자연스럽게 효도일기 쓰기로 연결될 것이라 확신하다. 작품에 가까운 그림일기들을수시로 교실에 바꿔 붙여주면 참 좋아한다. 따로 교실 작품을 꾸미느라 시간을 보내지 않아서 좋고 아이들도 다른 친구 작품을 보고 감사하며 즐거워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인성 교육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다. 행함이 없는 인성교육 구호는 말장난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효도 그림일기는 최고의 인성 교육인 셈이다. '효는 백행의 근본'이 아닌가! 미주알고주알 삐뚤빼뚤 쓴 그림일기를 모아서 작품집으로 엮어서 오래도록 보관하게 하여 자신의 1학년 역사를 남기도록 예쁜 파일철도 만들어주었다. 벌써 빵빵하게 배가 부른 그림일기 작품집도 가을로 가고 있다. 틈만 나면 꺼내 보며 재잘대는 아이들의 표정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 속에는 자신의 꿈을 기록한 그림일기, 체험학습 그림일기, 병아리 관찰 그림일기 등 빼꼭하다. 쓰는 일은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1학년 때부터 기록을 남기게 하는 일은 담임 선생님의 매우 소중한 책무다.
한가위명절 다음날에 가족이 모여서 어린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괴산 유기농엑스포장을 찾았다. 입장료가 비싼 느낌이 들었으나 절반은 행사장과 괴산의 특산품으로 교환할 수 있는 상품권으로 되돌려줘서 좋았다. 기념품도 살 수 있고, 음료나 간식도 먹을 수 있어 즐거움을 더해 주었기 때문이다. 올해 미수(米壽:88세)이신 노모는 무료입장, 경로인 나는 50%의 혜택도 주어졌다. 아직 미취학인 네 명의 외손자는 메뚜기를 잡는다는 말에 좋아서 두 팔을 들어 올리며 펄쩍펄쩍 뛰었다. 유기농이해 관에 먼저 들어갔다. 벌꿀과 만나는 영상대화를 통해 선물도 받으며 환영의 의미도 있었다.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식물들을 관람하며 화학 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퇴비 같은 유기 비료를 쓰며, 생물학적인 방법으로 병충해를 방지하는 농업을 이해하고 나왔다. 두 번째로 들어간 곳은 유기농 산업 관으로 다양한 유기농제품을 구경할 수 있었고 상품판매도 하였다. 광장으로 나와 눈길을 끄는 화사한 꽃 탑 앞에서 사진도 찍었다.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는 여주터널을 들어가니 도깨비방망이를 닮은 여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여주터널을 빠져나가니 잡곡농원이 있었다. 생명의 씨앗 탑을 중심으로 어린 시절 보았던 목화밭, 기장, 수수 등 생소한 잡곡들을 보며 어머니께서는 옛 추억을 회상하시며 즐거워하셨다. 옆으로는 벼 품종 전시 포와 유기원예장도 있었다. 다시 호박터널을 들어서니 뱀처럼 길게 늘어진 이상한 호박도 보며, 유기축산장과 잡초 밭, ‘미쉘오바마’ 유기농 텃밭, 생태건축을 보았다. 아이들은 메뚜기를 잡는 논으로 달려가서 사위와 함께 매미채를 빌려와서 메뚜기 잡기에 바빴다. 일반 논에는 농약 때문에 메뚜기를 구경할 수 없는데 이곳은 메뚜기가 누런 벼이삭에 앉아 있어서 잡을 수 있었다. 가을을 상징하는 코스모스가 길 양옆으로 소담스럽게 피어 파란 가을하늘의 뭉게구름과 어울려 한들거리는 풍경은 그림같이 아름다웠다. 호기심이 가장 많은 유치원생들이라 메뚜기 사냥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논에는 알이 굵은 우렁이도 있어 우렁이 농법으로 벼를 재배하고 있었다. 오리가 논바닥을 기어 다니며 잡초와 해충을 먹는 오리농법도 볼 수 있었다. 보호자가 자전거 페달을 밟아서 일으키는 전기로 작은 기차에 아이들을 태워주는 대체에너지 체험 장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아열대 과수 관, 유기농 체험관, 이벤트 체험 장과 민물고기를 볼 수 있는 양어장도 있고, 토종어류를 전시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곳도 있었다. 장화를 신고 고무래로 소금을 모으는 염전체험도 할 수 있었다. 과일농원 옆에는 동물농장이 있어서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며 동물들과 대화를 나누며 나올 줄을 몰랐다. 3시가 넘어서 입장했는데 벌써 어둠이 깔리고 퇴장 시간이 되었다. 나오는 길에 ‘오가닉 카페’에서 우엉차, 구기자차 등 따듯한 차를 한잔씩 마시고 내 고향 청정괴산에서 개최하고 있는 세계유기농엑스포 구경을 하고 모두 만족해 하였다. 유기농은 농약과 화학 비료, 유전자 변형 식품으로부터 우리의 건강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이므로 생명을 살리는 지름길이다. 며칠 남지 않은 ‘괴산 세계유기농 엑스포’를 아이들 손을 잡고 꼭 한번 방문해야 할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충서라이온스클럽(회장 권유중)에서는 서산 서령고(교장 김동민) 15명 학생들에게 안경을 지원하기로 했다. 9월 30일 충서라이온스클럽의회장, 1부회장(김환성), 총무(김광석)가서령고를 방문하여교장실에서 안경지원후원을 약정했다. 권유중 회장은 '지역의 명문고에서학업에 열중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하고자 안경지원사업을 계획하게 되었다'고 말했으며, 김동민 교장은 학생들이 고마움을 느끼고 열심히 학업에만 전념하도록 지도하겠다며 충서라이온스클럽에감사의 뜻을 표했다.
TV에선 사실상 금요일부터 추석 연휴(토~화요일)가 시작되었다. 추석 특선영화 ‘표적’⋅‘관상’⋅‘레옹’⋅‘스타워즈: 보이지 않는 위협’ 등이 금요일 밤 일제히 방송되었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중에선 유독 MBC만 특선영화 대신 서울드라마어워즈 2015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을 내보냈을 뿐이다. 그런 편성은 연휴 내내 이어졌다. 특집드라마는 ‘나의 판타스틱한 장례식’(SBS)과 ‘엄마니까 괜찮아’(MBN) 두 편인데 반해 특선영화는 그야말로 차고 넘쳤다. ‘명량’⋅‘광해, 왕이 된 남자’⋅‘왕의 남자’의 천만영화부터 ‘수상한 그녀’⋅‘해적: 바다로 간 산적’ 등 8백만 영화, ‘허삼관’같이 흥행 실패작까지 다양했다. 다양한 특선영화는, 일단 시청자들의 볼 권리 충족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특히 흥행과 거리가 멀었던 영화들은 DVD 등 상영후에도 관람이 제한되는 현실이어서 고무적이라 할만하다. 그 지점에서 애초 편성된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KBS) 대신 광복 70주년 특집드라마 ‘눈길’을 앙코르 방송한 것은 유감스럽다. 왜냐하면 ‘눈길’이 추석 명절에 맞지 않는 다소 묵직한 드라마여서다. 지난 3월 1일 전후 방송된 3⋅1절 특집극이 ‘광복 70주년 특집드라마’로 바뀐 것부터가 의아하다. 아마 ‘이탈리아대상 수상작’을 계기로 앙코르 방송한 듯한데, 정신대 주인공의 첫 드라마일지언정 추석 명절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그 속내를 들여다봐도 마찬가지다. 특선영화는 광고주나 방송사를 만족시킬지 몰라도 그만큼 특집드라마 위축을 가져오고 있어서다. 드라마 제작비 상승에다가 시청률 저하 등 속된 말로 밑지는 장사를 할 수 없다는 상업적 계산이 점차 특집 드라마를 볼 수 없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이랄까 할 수 있는 것이 특선영화의 ‘최신성’이다. 2015년 9월 27일 추석 특선영화에 2014년 개봉작들이 즐비하다. 그뿐이 아니다. 2015년 개봉작들도 제법 있다. ‘아메리칸 셰프’(1월 7일)⋅‘허삼관’(1월 14일)⋅‘패딩턴’(1월 18일)⋅‘워터 디바이너’(1월 28일) 등이 그것이다. 물론 추석 특집에 그것들만 있는 건 아니다. 여러 예능프로들도 있다. 나는‘지구촌 노래자랑’⋅‘후계자’⋅‘아이돌 전국노래자랑’ 등을 재미있게 보았다. ‘지구촌 노래자랑’의 경우 재한 외국인들이 유창한 한국어로 노래를 불러 뭉클하면서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뿌듯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트로트 부활 프로젝트’란 가치를 걸고 지난 7월 방송했던 ‘후계자’의 앙코르 편성도 적절해 보였다. ‘아이돌 전국노래자랑’은 아이돌의 트로트 부르기 등 평소 볼 수 없던 끼 발산이 웃음과 함께 볼거리를 주었다. 모두 명절의 의미를 한껏 살린 흥겨운 추석 특집이었다. 2015 추석 TV에서 빛난 프로는 뭐니뭐니해도 ‘나의 판타스틱한 장례식’이 아닐까 한다. 지상파 방송 유일의 추석 특집드라마여서다. 상업방송 SBS가 공영방송인 KBS나 MBC도 하지 못한 일을 해내서다. KBS는 이미 방송했던 ‘눈길’을 재탕했고, MBC는 그마저도 없었던 것. 시한부 인생의 장미수(경수진)와 고교시절 그녀에게 반한 박동수(최우식)의 27살 재회가 기둥 줄거리다. 명절에 웬 시한부, 장례식 따위냐는 비아냥을 잠시 접어두고 끝까지 보면 가족애라는 주제의식이 선명히 와닿는 추석특집다운 드라마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어쩌면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살아가기’도 보너스로 챙길 수 있다. “이 돈 따위에 1g도 관심없어”라든가 “너는 어쩜 그렇게 브레이크가 없니?” 같은 참신한 대사와 볼수록 예쁘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경수진 등 배우들 호연도 기억해둘만하다. 아쉬운 점도 있다. 먼저 9월 26일 08시 20분 본방, 9월 29일 새벽 1시 20분 재방 시간 편성이 그렇다. 사정이 있어서 재방송을 기다렸는데 그마저도 JTV 전주방송의 로컬프로를 대체 방송해 특집드라마를 볼 수 없었다. 결국 다른 경로의 시청을 할 수밖에 없었으니, 특집드라마를 너무 푸대접한 것 아닌가? 또 페인트공인데 박동수 역 최우식은 너무 곱상스러워 보인다. 분장 미흡이거나 미스 캐스팅이다. 미수가 막 끓은 라면을 한번도 불지 않고 후루루 먹는 것 역시 좀 아니지 싶다. 기본적으로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의 장례식이란 이야기가 황당하지만, 특히 약국 주인(이대로)의 별채 얻어 기숙하는 건 너무 판타스틱한 것도 아쉬운 점이다.
제서야, 이번에 네가 일본체험 학습에 참가하여 많은 경험을 하였겠지? 이런 기회는 누구나 갈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선택되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 될 것이다. 행복은 어떤 것을 많이 소유하는 것보다도 좋은 경험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 너의 진로, 너의 꿈과 관련하여 일본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찾아보았는지? 아무래도 한국에서 찾기 아려운 것들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고교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은 교사이다. 그러나 교사 수요는 10년 후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우리 나라가 고령화 사회가 되고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수요 증가로 임상병리사, 사회복지사, 환경공학기술자는 지금보다 일자리 수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15 한국직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96개 주요 직업 가운데 향후 10년 뒤 일자리가 늘어날 직업으로 행사 기획자, 임상병리사, 상담전문가, 메이크업 아티스트, 체형관리사, 미용사, 간호사, 간병인, 사회복지사 등 96개 직업이 꼽혔다. 한국고용정보원은 “건강과 미용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관련 직종은 더욱 세분화 할 것으로 보인다”며 “환경개선ㆍ생태복원ㆍ신재생에너지 개발 분야에서 기업과 정부의 투자가 늘어나 환경 분야의 일자리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후에도 현재와 비슷한 수요를 유지할 직업으로는 시각 디자이너, 비서, 작가, 경비원, 기자, 통신공학기술자, 주방장 등 68개 직업이 꼽혔다. 반면 초ㆍ중등 교사, 대학교수, 사진가, 택시기사, 건설배관공, 낙농업ㆍ어업 종사자 등 32개 직업은 10년 후 일자리가 현재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고 하니 참고가 되길 바란다. 이번 직업별 고용 수요는 한국직업정보시스템의 재직자 조사와 중장기 인력수급전망 등을 토대로 산출됐다. 이 같은 직업 전망은 고령화 사회 진입과 계속되는 저출산 경향, 유비쿼터스 시대의 도래 등 변해가는 사회상을 드러낸다. 무엇보다도 한국은 낮은 출산율에 따른 학령인구(만 6∼21세) 감소가 교사ㆍ교수의 일자리 수가 줄어드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된다. 2013년 기준 국내 합계 출산율은 1.19명으로 2001년 초저출산 국가(합계출산율 1.3명 미만)에 진입한 뒤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합계 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가임기간(15~49세) 동안 낳는 자녀의 수다. 앞서 올해 2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전국 초ㆍ중ㆍ고교생 18만명을 대상으로 학교진로교육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희망직업이 있다고 한 학생 중 남자 고교생은 9%가, 여자 고교생은 15.6%가 교사를 희망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었다. 해외직접 구매, 온라인 쇼핑 등 인터넷을 통한 거래ㆍ교류가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관련 업종들의 희비도 엇갈릴 것으로 전망됐다. 컴퓨터보안전문가, 웹 기획ㆍ개발자의 직업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상품 방문 판매원, 외환 중개인의 일자리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또 사회가 점차 개인화하고,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면서 애완동물미용사 등 반려 동물 관련 직종과 산업안전위험관리원 등 치안ㆍ보안 직종 역시 고용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로봇ㆍ의료정밀기기ㆍ3D프린터와 같은 첨단 분야의 기술ㆍ제품 경쟁으로 기술자에 대한 수요 역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공장의 기계화ㆍ자동화에 따라 생산 기능직의 고용이 줄고, 건설기능직 등 힘들고 위험한 기피업종은 구인난이 더욱 심각해져 내국인보다는 해외 이민자들이 이 직종을 채울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회변화의 추세를 잘 읽어내고 미리 준비할 수 있어야 자신의 꿈을 실현할 기회가 올 수 있다. 앞으로 진로와 직업에 관한 공부를 하고 확실한 꿈을 정하여 준비를 한다면 너에게도 길이 열릴 것이다. 세상의 좋은 직업은 좁은 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좁은 문을 통과하려면 이에 대한 준비를 위해 댓가를 지불하여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우리 인간의 살을 바꾸는 것은 언어이다. 그래서 세상 어느 국가나 말 교육을 중요시 한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국제화가 진행되고 문명이 진보하면서 교육 또한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시간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빨리 빨리'를 축으로 모든 것이 변화를 시도한다. 그러나 진정 아무리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라 하여도 뇌의 변화 속도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양적인 팽창에 대응하는 것 못지 않게 질적인 방법의 유지를 놓쳐서는 안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속도에서 깊이로 이끄는 천천히 읽는 힘이 중요함을 느낀다. 혹시 중학교 국어 시간에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하는가?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면 최상의 선생님을 만난 것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면 선생님과 가깝게 지내기는 했지만 수업 자체에 대한 인상이 제로에 가까웠다면 교육 효과는 거의 없는 것이 아닐런지. 평소처럼 설렁설렁 읽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렇다. 나 역시 그다지 기억에 남지 않은 수업을 한 거라고 생각하면 몹시 괴로운 것이다. 학생의 기억에 오래 남게 가르칠 수는 방법은 없을까, 아이들의 인생에 피가 되고 살이 될 교재로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은 해 보지 못했는가? '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이라는 이 책은 소설 '은수저' 한 권을 3년 동안 깊게 읽는 수업으로 도쿄대 합격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하시모토 다케시 선생의 ‘기적의 교실’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낸 책이다. 현재 메이지 대학 문학부 전임강사로 재직 중인 저자 이토 우지다카는 하시모토를 직접 취재하였다. 그와 그 '은수저'수업의 열매인 학생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전설의 하시모토 ‘천천히 읽기’수업의 전모를 파헤쳤다. 바람 한 점 없는 날. 하시모토 선생님은 교실 구석까지 들릴 만한 목소리로 천천히 '은수저'를 낭독한다. 아이들은 너도나도 대나무엿을 깨물며 듣고 있다. 1934년 하시모토 선생님이 나다학교에 부임한 이래 해온 수업 방식이다. 하시모토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다. “주입식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흥미를 느껴 빠져들게 하려면 무엇보다 ‘학생이 주인공이 되어서’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작품의 내용과 작품 속의 단어에서 파생되는 것들까지, 학생에게 진정한 국어 실력을 차근차근 쌓아줄 교재는 없을까, 줄곧 그 생각만 했습니다. 학생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서 읽을 수 있는 책은 그것밖에 없었습니다. 그래, 이 소설책을 3년 동안 읽어 보자.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책임지겠다. 그 정도는 각오하고 시작했습니다.” 라고... 이렇게 3년 동안 '교과서를 버리고' 소설책 1권을 읽는 수업이 진행된다. 학생들이 흥미를 좇아서 샛길로 빠지는 수업, 모르는 것 전혀 없이 완전히 이해하는 경지에 이르도록 책 1권을 철저하게 음미하는 미독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 하시모토 선생님은 성적으로 아이들을 나무라거나 차별한 적이 없었다. 그는 수업을 할 때도 가르친다기보다는 폭을 넓히고 깊이를 얕게 해서 학생들이 마음껏 의문을 갖도록 했으며, 누구나 흥미의 대상을 찾고 점점 거기에 빨려 들어가도록 한 것이다. 이같은 기적이 오늘 우리 교육 현장에서는 불가능한 것인가? 누군가와 함께 이러한 시도를 해 보고 싶다. 그리고 그 열매들을 보고 싶은 소망을 해 본다.
우리 인간의 삶은 매일 일어나는 사건과 이를 다루는 사람들 사이에 이뤄지는 한편의 드라마와도 같다. 이 드라마는 사실과 거짓이 함께 뒤섞여 있어서 어느 한 면만 보고는 무엇이 사실인가를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때 사실을 증명해 낼 수 있는 증거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많은 것들이, 사실이 아니라 ‘해석’의 결과물인 경우가 허다하다. 사람들은 항상 자신이 갖고 있는 배경 지식을 통해 사물을 바라본다. 이해관계, 취향, 정서, 이데올로기, 신념 등이 항상 끼어드는 것이다. 사람들이 철석같이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라 이와 같은 매개물들을 통해 읽어낸 것들의 집합이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에 나오는 사람들은 이를 잘 설명하여 주는 사례이다. 어릴 때부터 평생 동굴의 벽만 바라보도록 사지가 묶여 있는 사람들은 등 뒤의 불빛이 벽에 그려낸 그림자를 실물로 착각하며 살아간다. 동굴 밖으로 나온 다음에야 그것이 실물이 아니라 그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알튀세의 말마따나 “이데올로기 내부에는 아무런 모순이 없다.” 모든 이데올로기는 사실과 해석을 동일시한다. 그리하여 해석을 사실로 믿게 하는 것, 그것이 이데올로기다. 이데올로기는 해석을 사실로, 그림자를 실물로 믿게 만들기 때문에, 적어도 그 내부에서 보면 아무런 문제 즉, 모순이 없어 보인다. 그러기에 많은 이데올로기가 등장하였다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사라진 것이다. 이처럼 왜곡이 우리의 일상생활을 지배한다. 우리는 자식, 이웃, 배우자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회적 현상들을 ‘해석’하고, 그 해석을 ‘사실’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가 사실에 대한 객관적 지식이라고 확신하는 많은 것이, 개인적인 신념 혹은 의견에 불과하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놀랍게도 이런 사례는 허다하다. 팔레스타인 출신의 문학평론가 에드워드 사이드는 이런 점을 들어 모든 지식 혹은 문학 텍스트의 "세속성"에 대해 언급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무사 공평한", 객관적 지식은 없다는 것이다. 모든 지식에는 개인 혹은 집단의 '세속적' 이해관계, 이데올로기, 취향이 개입된 것으로그에 의하면 문자 그대로 '순수한' 지식이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지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사람들이 지성인이다. 버젓이 눈앞에 있는 '사실'들에 대해서도 이러할진대 발생과 동시에 사라지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잘 살펴보면 우리가 사실로 착각하고 있는 모든 역사는 이미 사라지고 없어진다. 남은 것은 ‘문자화된 역사’, 다른 말로 하면 '해석된 역사'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문제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다시 말하지만 사실로서의 역사는 이미 사라지고, 남은 것은 그것에 대한 해석밖에 없다. 지금 우리는 다른 나라의 역사왜곡에 대응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 것일까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한다. 이런 우리 나라가 교과서를 국정화한다는 것은 바로 이 해석의 권리를 일부 권력이 독점하겠다는 것이다. 막말로 누가 그 권리를 독점해도 상관없다고 치자. 그러나 반드시 전제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해석의 무오류성’이다. 그런데 정부뿐만 아니라, 신이 아닌 이상 지상의 그 누가 감히 이 해석의 무오류성을 보장할 것인가. 그래서 '국사 교과서 쓰기'라는 ‘해석’의 통로는 다양하게 열어 놓아야 한다. 다양한 해석들이 서로 충돌하고 영향을 주고 받으며 해석의 오류를 최대한 줄여나가는 것, 그리하여 어렵지만 공동체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 그것이 성숙을 지향하는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사실에 대한 해석을 누군가가 독점하겠다는 것은 다수 국민을 자기만의 동굴에 가두겠다는 것이다. 플라톤의 동굴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살고 싶은가. 그리고, 모든 국민을 그런 존재로 만들어야 할 것인가? 그림자를 실물로 계속 믿고 싶은가? 동굴 밖으로 나오지 않는 한 실물을 제대로 보기는 어렵다. 그림자는 그림자일 뿐, 실물이 아니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희망으 빼앗아 가는 일이 될 것이다. 힘들지만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일이 국사 교과서 만들기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떠들석하게 움직였던 추석명절도 이제 오늘로 막을 내렸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새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으로 발걸음을 옮겼을 것이다. 그 가운데 요즘 뉴스에 등장하는 정치인이나 유명인들의 하루를 보면 보통 사람은 견디기 힘든 생활을 하고 있음을 엿보게 된다. 어떤 이는 무거운 짐을 지고 겨우겨우 걸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이는 황금마차를 타고 질주를 하는 것 같은데 종착지가 절벽일 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장삼이사로 사는 나의 평범한 하루는 축복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한다. 오늘 하루를 잘 살았다는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잠들기 전에 어떤 문장을 외우기도 한다. 예를 들어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법정에서 한 최후의 변론이 그렇다. “음미되지 않은 삶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를 외우면서 삶이란 살아갈 가치가 있을 거라고 용기를 낸다. 삶은 오늘이고, 오늘을 음미하는 것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다’는 말의 뜻은 재산이 없는 사람들의 생활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하루를 벌어서 하루를 사는 존재라는 뜻이란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은 많이 벌고 어떤 사람은 적게 벌 따름이다. 결국 같은 조건으로 살고 있는데, 삶을 음미할 때 생의 가치는 빛난다. 그래도 매일 반복되는 지루하고 짜증나는 일상에 가끔은 정신이 번쩍 드는 어떤 날을 기억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고맙고 눈물겨운 그런 감정이 들도록 말이다. 나는 가끔 1849년 12월 22일을 노트에 적곤 가만히 내려다보곤 한다. 이날은 촉망받는 소설가이던 러시아의 한 운동권 청년이 반정부 활동으로 체포되어 사형이 집행되는 날이었다. 그는 사형대 위에서 마지막 5분을 분 단위로 쪼개어 사형대에 나란히 선 옆의 죄수들과 인사하고, 자연을 둘러보고,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았다고 한다. 그에게 마지막 1분은 엄청난 스트레스와 함께 공포감으로 다가왔다. 더군다나 영하 40도의 겨울 강추위가 러시아를 몰아치고 있었으니 절망이 악마처럼 그를 휘어잡았을 것이다. 그가 눈을 감으려고 준비하는 순간, 황제의 특명을 받은 특사가 사형이 취소되었다는 전갈을 전한다. 죽었다가 살아난 이 청년은 그 10년 후부터 '죄와 벌', '카라마조프의 형제들'과 같은 작품을 쓰고 세계적인 대작가로 성장한다. 그 절망스러웠던 순간을 전환점으로 그는 위대한 작가로 탄생했다. 그 이름이 바로 도스토예프스키다. 그는 ‘영혼의 리얼리즘’ 작가로 평가된다. 요즘 그의 평전을 다시 읽고 인간의 삶이 참으로 짧다는 것을 느낀다. 어떤 특정한 날은 지구의 나이처럼 길지만, 지나가버린 생애는 왜 이리 짧아 보이는가? 책을 조금 읽다 보니 이제야 비로소 삶을 조금은 음미하는 것인가? 때론 망망대해에 선 자세로 나의 삶을 음미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그 사이에 힘들었던 시간도 금방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