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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11일 12시 20분경, 경기 A초 2학년 3반 교실. 점심시간이 시작되자 당번 학생들과 B담임교사가 복도에서 교실로 배식차를 끌고 왔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정숙하라고 말하면서 한편으로는 배식차 뚜껑을 열어 식판과 수저통을 옮기고 반찬통에 집게나 국자 등을 배치하느라 분주했다. 반찬으로 나온 베이컨 떡꼬치에 케첩을 뿌리는 것을 끝으로 준비를 마치자 이번에는 뛰지 않고 한 줄로 서라는 지도를 하느라 목소리가 커졌다. 아이들은 급한 마음에 수저를 떨어뜨리거나 앞사람을 밀기도 했다. 그때마다 교사는 떨어뜨린 식기를 새것으로 바꿔주고 식판을 한 손으로 든 아이에게 ‘위험하니 두 손으로 들라’고 주의를 줬다. 30명 아이들의 밥을 다 떠준 후 교사도 자리에 앉았다. 학생들에게 ‘귤껍질과 꼬치의 이쑤시개는 분리수거해서 버리자’고 말한 후 겨우 한 술 뜨는 듯싶더니 이내 일어나 아이들이 책상에 흘린 음식을 닦고 잔반을 검사했다. 음식을 삼키면서도 눈으로는 계속 아이들을 관찰하느라 식사는 뒷전이다. “너무 여유가 없어 보인다”는 기자의 말에 교사는 “그냥 흡입하는 거죠, 뭐…”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식당이 없어 교실급식을 하는 교사의 점심은 전쟁에 가까웠다. 그는 “언제부턴가 ‘소화불량’은 그냥 달고 사는 지병이 됐다”고 털어놨다. 따로 시간이 없기 때문에 함께 먹긴 먹는데, 신경을 곤두세우다보니 소화도 잘 안되고 맛을 느낄 겨를도 없다는 것이다. 체할 것 같아 아예 식사를 거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뜨거운 국이라도 나오는 날이면 초긴장 상태가 된다. 촘촘히 서지 말라고 타일러도 식판으로 앞 사람을 밀다가 며칠 전에도 한 학생이 옷에 국물을 쏟아 가슴을 쓸어내렸다. 가벼운 화상으로 연고를 바르는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이러다 크게 다칠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선생님을 도와드리고픈 마음에 반찬통을 옮기다가 통째로 쏟는 낭패도 비일비재다. 그는 “일과시간 중 ‘급식시간’이 가장 위험하다”고 했다. 위험요소는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었다. 배식차 바퀴에 발이 끼거나 채는 경우, 배식차 뚜껑에 손가락을 찧는 경우, 식판을 들고 가다가 넘어지는 경우…. 교사가 혼자 제각각 행동하는 30명의 아이들을 모두 통제할 순 없었다. 위생 문제도 심각했다. 아무리 물티슈로 닦아도 칠이 벗겨지고 연필가루, 지우개 밥이 낀 책상이 식당보다 깨끗할 리 없다. 수저를 식판이 아닌 책상 위에 올려놓는 학생들도 관찰할 수 있었다. 밥 먹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친구 옆에서 일찍 식사를 마친 학생들이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지나다니거나 대걸레를 미는 모습은 충격적이다. 교사는 “나중에 하고 싶어도 방과후학교가 시작되는 1시까지는 교실을 비워야 하기 때문에 늦는 아이를 독촉하지만 청소를 동시에 하는 상황이 어쩔 수 없이 발생한다”고 했다. 처음과 마지막 배식을 받은 학생의 차이가 20여분 나는데다 인원수에 맞게 정량을 올려 보내기 때문에 엎거나 쏟으면 급식실에 연락해 부족한 음식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40분의 점심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다. 자칫 안전사고라도 발생하면 모든 책임은 교사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부담도 상당하다. 그는 “교실 안 책임은 모두 교사 몫이니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며 “식당이 있으면 인솔만 하면 될 텐데, 교실 급식을 하고 나면 진이 빠져 오후 수업이 힘들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다른 교실의 풍경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한바탕 급식전쟁을 치르고 나면 교사들은 파김치가 되기 일쑤다. 이 학교 C교장은 “식당을 짓고 싶어도 교육청은 예산이 없다 하고, 학교 부지도 없어 요원하다”고 말했다. “친환경 급식을 강조하고 무상급식에 2조 5천억을 쓰면서 정작 아이들은 위험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밥을 먹도록 방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돈이 없다, 공간이 없다 탓만 말고 교육당국이 의지를 가진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교총회장배 전국교원배드민턴대회가 여타 아마추어 배드민턴대회와 다른 점은 교직원, 학생, 학부모 등 교육구성원들 간 화합과 협력 증진, 인성함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교총은 초대 대회 때부터 교육공동체부 경기를 둬 회원(교원) 외 교육구성원들의 참여를 유도해왔고, 4회 대회까지 거듭하면서 교육가족 간 화합의 장으로 열띤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사제동행의 정을 돈독히 쌓을 수 있어 인성교육 효과 또한 높다는 반응이 높아지면서 이번 대회부터는 종목명도 아예 ‘인성실천공동체부’로 변경, 스포츠를 통한 인성교육의 취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물론 인성실천공동체부는 비회원이 다수 참여하는 경기라 대회 내 이벤트성으로 치러지는 형태다. 그러나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 서로 어울릴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본 대회 못지않다는 평이다. 대회 흥행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날 대회 전체 일정을 모두 소화한 김민주(부산 중앙여고 1년)양은 “아침 일찍 대전에 올라와 10시간 넘게 하며 힘들긴 했지만 선생님과 함께 호흡하며 즐거운 추억이 더 많이 쌓였다”고 활짝 웃었다. 교사 아버지를 따라왔다는 초등 2학년생 이주훈 군도 “올해는 뛰지 못하고 구경만 했지만 아버지를 응원하며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내년에는 나도 선생님과 함께 반드시 선수로 출전하고 싶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전체 318팀 중 인성실천공동체부는 142팀으로 절반에 육박했고 사제관계, 또는 부모와 자녀 간 호흡을 맞춘 경우도 68팀이나 됐다. 특히 이번 대회 들어 초등생의 참여도 눈에 띄었으며, 중·고생 언니 오빠들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활약 역시 두드려졌다. 배드민턴을 통한 인성교육 실천에 교육구성원 간 참여 폭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교총은 내년 대회에서도 인성실천공동체부 경기를 더욱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전국 교원·학생·학부모 등 318팀 600여 명 참가 성황 인성실천공동체부 142팀…스포츠 통한 인성교육 기치 콕이 떴다! 600여명의 눈이 숨죽인 함성 위에 그대로 멈췄다. 2015 눈높이 제4회 한국교총회장배 전국교원배드민턴대회가 14일 대전 한밭체육관, 대전대룡초(유치원부)에서 개최됐다. 한국교총이 주최하고 교육부, (주)대교, 국민체육진흥공단, 대전시교육청이 후원한 이번 대회에는 전국 유·초·중·고 교원, 학생, 학부모 등 318팀 600여 명이 참가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470여 경기가 치러져 각 부문별 1, 2위에는 메달과 함께 최고급 배드민턴 라켓이, 3위에는 메달과 배드민턴 가방이 부상으로 주어졌다. 이 대회는 지난 2012년 교총과 대교가 스포츠를 통한 교원들의 화합, 사기 앙양을 위한 업무제휴를 체결한 이후 매년 열리고 있다. 지난 대회와 마찬가지로 회원개인부문은 30대 이하, 40대, 50대 이상을 A(중급이상)·B(초급)조로 나눠 복식(남·여·혼합)으로 진행됐다. 작년 신설된 유치원부는 합산나이를 기준으로 여자복식 경기로 치러졌다. 지난대회까지 교총회원뿐 아니라 학생, 학부모 등 다양한 교육구성원들이 참여하도록 마련한 ‘교육공동체부’ 경기는 ‘인성실천공동체부’로 명칭을 변경, 가정-학교-사회 삼위일체가 인성실천을 이뤄가는 이상적인 공동체 형성의 염원을 담았다. 경기 형식은 성인+성인, 성인+학생조로 나눠 복식(남‧여‧혼합)으로 진행하는 방식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번 대회는 종목에 ‘인성’이 들어가는 경기가 신설되고, 또 팸플릿과 현수막 등 선전·광고물에도 ‘인성’을 앞세워 스포츠를 통해 인성교육을 실천하겠다는 취지를 한층 높였다. 개회식에서 안양옥 교총 회장도 대회사를 통해 “우리 교육의 패러다임은 기존의 경쟁과 학력 중심에서 인성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데, 인성교육은 학교교육만으로 이뤄질 수 없고 가정, 학교, 사회가 함께 실천할 때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교육공동체 간 인성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설동호 대전교육감은 축사에서 “선생님이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며 “배드민턴이란 좋은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즐겁고 행복한 교육에 애써달라”고 격려했다. 교원들의 열띤 축제를 확인한 후원사 측은 우리나라 교육 발전 차원에서 교원을 위한 후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해 열렬한 환호를 받기도 했다.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 대신 참석한 서명원 대교에듀캠프 대표이사는 축사를 통해 “대교는 앞으로도 다양한 방면에서 교육 기부를 진행하며 선생님들의 교육에 힘을 더하는 후원을 아낌없이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이창섭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선생님들이 행복해야 나라가 행복하다”면서 “앞으로 체육발전을 위해 선생님들께 더 지원해나가겠다”고 전했다.
‘혁신’ 관련 예산 약 100억 증액 학교운영비 5.6% 인상한다지만 목적사업비 전환 등 ‘사실상 동결’ 전국 시·도교육청의 내년도 예산안이 제출된 가운데 혁신학교 등 일부 편향 예산에 밀려 학교운영비 등 기초기본 예산은 여전히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 학교운영비 지원을 5.6% 확대한다고 발표했으나 현장에선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 내려 받게 될 액수가 그다지 확대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교육청이 원래 지급하고 있는 목적사업비 상당액을 학교운영비에 포함시켰고, 교육청이 진행하는 사업을 선택해야 돈을 내려 주기로 하는 등 제한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교운영비가 수년 간 감소됐다 조금 오른 정도에 불과해 복구이상의 체감은 주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서울교육청이 시의회에 제출한 예산개요에 따르면 학교운영비는 374억여 원을 늘어나지만 원래 교육청에서 학교에 내려 보내던 목적사업비를 200억 원 가까이 포함시켜서다. 물론 학교가 부담하던 PC 소프트웨어 지원비를 따로 책정해서 주기로 했으나 이 역시 큰 금액이 아니어서 학교운영비 증가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또 50억 원이 책정돼 학교기타운영비로 활용될 ‘학교사업선택제’의 경우 교육감의 호감도가 높은 ‘9시등교 학교 지원’과 같은 사업 10개 정도를 학교가 선택해 진행해야만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학교운영비 증가로 반드시 이어진다고 보기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교육청 교육혁신과 관계자는 “학교사업선택제는 아직 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이야기하기 조심스럽긴 하나 의도 자체는 학교 측 부담을 덜어주는 등 학교업무 정상화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며 “공모사업비를 따기 위해 학교 측이 준비하려면 교사 업무 과중으로 이어지는데 학교사업선택제로 전환되면 그 일을 하지 않아도 되니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혁신학교 운영, 혁신교육지구 운영, 오디세이학교 운영 등 ‘편중’으로 지적됐던 예산은 100억 원 정도 증액했다. 이에 따라 최근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교장·학부모 예산설명회에서 학교운영비를 포함해 협의비, 업무추진비 등 한도를 올렸다고 말한 부분에 대한 진정성도 의심받고 있다.
지난 주 고등학교 친구로부터 카카오톡 초대장을 받았다. 다름 아닌 난파합창단 ‘창단 50주년 기념’ 음악축제(11.20 19:30. 경기도문화의 전당 대극장)에 초대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달에는 올드보이스 콰이어 정기 연주 초대를 받았는데 이번엔 난파합창단이다. 초대를 보낸 친구는 바로 난파합창단 지휘자 송흥섭이다. 이럴 경우, 음악회에 함께 갈 사람의 일정을 먼저 잡아 놓아야 한다. 우선 교직에 있는 아내에게, 그리고 작년 교장으로 정년퇴직한 누나에게 함께 가자고 하였다. 두 분 다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허락하였다. 요즘 공연 초대, 프로그램 수준이 높아야 고맙다는 칭찬의 소리를 듣는다. 이번 음악 축제, 동행한 분들의 반응은 어떨까? 이번 축제는 3부로 구성이 되었다. 제1부 그리운 추억, 제2부 아름다운 희망, 제3부 하나가 되는 사랑. 주제가 있는 프로그램 구성이다. 제1부 첫곡이 박화목 작사 윤용하 작곡의 ‘보리밭’. 합창이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왜 하필이면 ‘보리밭’일까? 보릿고개를 생각하라고? 그건 아닐 것이다. 가곡 ‘보리밭’의 원제목이 ‘옛생각’이다. 추억에 잠겨보자는 것 아닐까? 이어진 곡은 우리 민요 ‘새야 새야 파랑새야’. 곡중 소프라노 솔로와 합창이 조화를 이루는데 슬픔이 애절하게 울려 퍼진다. ‘사공의 그리움’을 들으니 홍난파의 ‘사공의 노래’와 ‘그리움’이 합쳐진 것이다. 두 곡의 가사를 보니 ‘바다’라는 공통점이 있다. 작사가는 다르지만 작곡가는 홍난파이기에 두 곡이 절묘하게 이어지면서 귀를 쫑긋하게 만든다. 역시 작곡가 홍난파다. 특별 출연한 소프라노 김인혜와 테너 지명훈의 듀엣 ‘봉선화’. 이 곡을 들으면 일제 치하의 우리나라 모습이 떠오른다. 음악에 있어 작곡 분야도 그 어느 예술처럼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리라. 이어진 푸치니의 아리아와 베르디의 ‘축배의 노래’는 청중을 오페라 음악 속으로 인도한다. 출연자는 ‘축배의 노래’ 간주에 맞춰 흥겨운 춤이 선보이니 흥이 솟는다. 제2부에서 특이한 것은 귀에 익은 곡 메들리이다. 가요와 팝송 여러 곡이 계속 이어진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금방 따라 부를 곡들이다. 음악 감상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이번에 연주된 곡은 모두 몇 곡일까? 팝송과 우리 가곡은 각각 몇 곡?” 등 음악 퀴즈가 떠오르는 것이다. 십 여곡 이상이 이어지는데 바로 다음에 이어질 곡이 궁금하다. 마이 웨이, 초우, 철새는 날아가고, 에버그린 등이 이어졌다. 특별출연한 바이올리니스트 허희정. 몬티(Monti)의 차르다스를 연주하는데 연주 솜씨가 신의 경지에 이른 사람 같다. 왼손의 움직임과 오른손 활의 움직임을 보니 ‘악기를 다루려면 저 정도는 되어야 하는구나!’라고 속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니까 오늘의 음악 축제는 출연진 섭외에 있어 성악가는 물론이거니와 바이올리니스트도 꽤 신경을 썼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3부에서는 축시 ‘빛이여, 영광이여!’ 시 낭송이 있었다. 바로 난파 합창단 50주년의 역사를 노래한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오늘 음악 축제의 피날레 안익태 작곡의 ‘한국 환상곡’. 중간에 애국가가 여러 번 나온다. 청중들도 애국가를 합창한다. 난파합창단과 연합합창단 200여명과 청중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필자는 음악평론가가 아니다. 음악이 좋아서 이런 음악회가 있으면 시간을 내어 참석한다. 음악이 있기에 우리의 삶이 풍성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초대장을 받고 제일 먼저 계산한 것이 ‘2015-50=1965’이다. 난파합창단은 1965년 음악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이 모여 난파 4중창단으로 시작해 설립됐으며 이후 난파 남성합창단, 혼성합창단, 어린이합창단, 어머니합창단에 이르기까지 활발히 활동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1965년. 국립합창단 창단이 1973년이니 국가의 움직임보다 8년이나 앞선 것이다. 이 난파 합창단을 거쳐간 사람도 1천명이 넘고 단원 중에는 초창기 단원이 지금까지도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다. 한평생을 합창과 같이 생활하는 것이다. 합창단 부부음악 가족만도 30쌍이 넘는다고 한다. 1983년 수원시립합창단이 창단될 때 초대단원 모두가 난파 합창단원 출신이었다고 하니 그들의 실력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우리나라 음악 지도자 출신의 다수가 난파 출신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오늘 음악축제를 함께 관람한 누님의 말씀이다. 교육청과 학교에 근무하면서 합창대회를 여러번 보아 왔는데 합창단 실력은 지휘자에 달려 있다고 힘주어 발한다. 합창단원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지휘자가 그것을 이끌지 못하면 음악성은 발휘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송흥섭 지휘자를 칭찬하는 말이다. 필자도 교육청 근무 시 예능대회를 주관한 적이 있는데 중학교 합창단을 능력있는 지휘자가 잠깐 지도했는데 합창 자체가 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 난파합창단 창단 목적이 난파 홍영후의 음악적 재능을 배우고 발전시켜 음악 인재의 발굴과 국민의 정서함양을 도모다. 난파합창단은 창단 이후 50년 동안 어린이에게는 꿈을, 청년에게는 이상과 낭만을, 어른에게는 위로와 평안을 주었다. 난파합창단은 앞으로도 수원시민 뿐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 곁에서 음악을 통하여 아름다운 세상을 선사하리라고 굳게 믿는다. 오늘 50주년 음악 축제, 참으로 뜻 깊다. 그리고 대만족이다.
박 선생님, 선생님도 수년간 역사를 가르치신 경험을 통하여 느끼신 것들이 많지요. 그래서 가르칠 것이 많아 수업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지신 적은 없는지요? 제가 잘 아는 한 교수님은 자신이 8·15 때 짚신을 신고 6·25 때 거리에서 땅콩을 팔았다고 합니다. 이런 경험으로 보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천지개벽에 가까울 정도로 물질적인 진보를 이뤘습니다. 특히 경제 발전과 민주화의 진전은 기적처럼 보이지만, 이런 배경에는 전통적 선비문화의 잠재력이 서양문화와 접목된 결과라고 평가하더군요. 그리고 치열한 교육열, 근면성, 홍익인간의 공동체 정신과 애국심, 신바람의 역동성을 가진 우리 국민의 승리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광복 70년은 자랑스러운 성공의 역사이지만, 미완성의 과제가 남아 있는데 그것은 바로 역사의 광복, 일본의 군국주의 행보, 남북 분단과 심각한 사회 갈등이라고 지적합니다. 역사의 광복은 ‘광복’의 뜻에 맞게 역사를 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지요. 광복은 ‘해방’과 다릅니다. 일제와 봉건제에서 동시에 벗어나서 사회주의로 가는 것이 해방이라면 광복은 주권 회복뿐만 아니라 식민사관과 일제 잔재를 극복하여 역사적 정통성을 계승하자는 뜻인데 ‘국호’(대한민국), ‘국기’(태극기)에서는 광복이 이루어졌으나 식민사관의 극복은 아직도 요원합니다. ‘대한’은 최초의 근대국가 대한제국이 삼국의 영토를 통합한 대국을 세운다는 뜻이고, ‘민국’은 조선 후기부터 양반국가를 백성국가로 바꾼다는 것으로, 대한제국이 이를 계승하여 국가 목표로 삼았습니다. ‘태극기’도 조선시대 국가를 상징하던 깃발을 개화기와 대한제국에서 국기로 정했다. 3·1운동 때 온 국민이 태극기를 들고 ‘대한 독립’을 외친 이유가 여기에 있었고, 임시정부의 국호가 ‘대한민국’이 된 것도 그 전통을 계승한 것이며, 이를 다시 계승한 것이 오늘의 대한민국이지요. 대한민국의 국시에는 이런 정통성이 담겨 있고, 자유민주주의에 홍익인간 이념을 접목시켰습니다. 한국은 유엔에서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받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적 정통성을 계승했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광복의 큰 뜻을 모르고, 아직도 식민사관을 따라 망국 이전의 역사를 부끄럽게 여기고 일본이 은혜를 베푼 것처럼 오해하거나 전통을 봉건적 잔재로 치부하고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근현대사를 마치 반동의 역사인 양 바라보는 일부의 시각은 모두 광복의 참뜻을 모르는 잘못된 역사인식이라 생각합니다. 과거의 침략을 애써 외면하고 군국주의로 치닫고 있는 일본의 행보는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 평화를 뒤흔들 핵폭탄 이상의 위험성을 띠고 있습니다. 진정 평화와 인권과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시대착오적 행보를 어떤 이유로든 용납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일본 군국주의는 뿌리 깊은 ‘칼 문화’에서 연유하므로 나치보다도 위험하고 지속적임을 세계인들은 알아야 합니다. 다만, 선량한 일본 국민과의 교류는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기에 교육을 통한 민간교류가 중요합니다. 남북 분단의 근본 원인도 일제의 지배가 제공한 것이지만,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민족적 불행이요, 수치입니다. 통일의 큰 길은 남북이 모두 변화하는 것인데, 북한은 경제와 인권의 낙후성에서 이미 체제의 정당성을 잃었습니다. 핵무기를 내려놓고 중국 수준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남한과 손잡고 민족공동체의 행복을 추구하는 큰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수준에서 북한보다 월등한 경제력을 가진 남한의 행보도 장밋빛만은 아니지요. 심화되어 가는 계층 갈등과 지역 갈등에다 지도층의 도덕적 불감증이 위험 수위를 넘어섰습니다. 그리고 정치는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미리 갈등요인을 찾아 예방하지 못하니 문제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 밖에는 전쟁터 같은 증오와 욕설과 폭력이 범벅이 되어 난장판이네요. 무엇보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높다는 것은 민주주의 후진국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대에 우리에게 부과된 최대의 과업은 분단된 조국의 통일입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민주주의가 성숙되어야 합니다.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가 되지 못하면 힘 없는 사람들이 살기 어렵습니다. 이를 위해 지도자와 시민간의 소통, 통합, 도덕성은 민주주의의 필수요건인데, 이 문제를 외면하면 통일의 동력도 힘을 잃을 것 입니다. 모든 변화는 우리가 먼저 하는 것이 순서라 생각합니다. 내 몸이 건강해야 남을 걱정하고 탓할 수 있지요. 통일된 한국이 이웃 나라와 평화와 행복을 함께 나눌 때 광복은 완성될 것이라 믿습니다.
충남 서산 레카토 색소폰 앙상블이 최용재(서령고)의 지휘로 정기연주회를 개최했다. 레카토 색소폰 앙상블은 2015년 11월 18일(수) 오후 7시 서산시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제7회 정기연주회를 개최했다. 레카토 색소폰 앙상블은 2008년 창단하여 장애인의 날 위문공연, 서산문화복지센터 초청공연, 부춘동 경로잔치 축하공연, 간월도 수산물 한마음축제 초청공연 등 수많은 위문공연을 했으며, 클래식 팝송 영화음악 우리가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도 연주하고 있다. 또한 매년 정기연주회를 비롯하여 행사를 통해서산시 음악문화예술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 해도 그동안의 내실 있는 연주활동을 인정받아올해에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이규선 회장은 “색소폰은 독주(獨奏)뿐만 아니고 색소폰만으로 이뤄지는 합주(合奏)는 또 다른 감동을 줄 수 있으며, 최근 색소폰 애호가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앞으로 이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린다.”고 했다.이 지역 유일의 색소폰 합주단인 ‘레카토 색소폰 앙상블’은 서산의 색소폰 음악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 된다.
(주)한화토탈은 11월 21일(토) 오후 1시부터 3시까찌 서령고 송파수련관에서 김희철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 및 가족, 해외 고객사 직원, 지역 주민 등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7회 행복한 김장 나눔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서산시장을 비롯하여 외국인 임직원과 가족, 중국·일본·대만 등 해외 거래선과 국내 고객사 임직원 100여 명도 초청돼 한식문화를 알리고 스킨십 확대에도 힘썼다. 한화토탈은 이날 담근 2만 포기의 김치를 한화토탈이 생산하는 친환경 폴리프로필렌 용기에 담아 국내외 거래선과 지역 복지재단, 소외 계층에 전달했다. 김장행사에 참석한 한 직원은 “김장행사가 너무 재미있어서 자비를 들여 참가했다.”며 “김장행사로 한화토탈의 이미지가 더욱 좋아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희철 사장은 “김장은 우리나라의 혼이 담겨있는 식품이며 김장축제는 직원들, 지역주민, 고객이 함께 즐기는 한화토탈의 대표적인 축제와 화합의 장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김장행사에 참여하는 해외고객들에게 김치의 맛과 한국의 멋을 널리 알려 한류의 세계화에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민주화의 큰 별로 불려지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11월 22일 새벽 서거하였다는 소식이 새벽뉴스로 전해졌다. 고 김영삼 대통령은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칠푼이’ 등 주옥같은 말을 남기신 민주투사로 삶을 살고 88세의 삶을 마감한 것이다. 오전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중학생 때부터 책상머리에 장래희망을 '대통령'으로 적어놓을 정도로 어려서부터 대통령의 꿈을 꾸어왔다. 서울대 철학과 재학 시절을 거쳐 장택상 전 국무총리의 비서관으로 정계에 입문하여 25세에 최연소로 국회의원이 되어 최다선 의원의 기록을 갖고 있다. 신민당 총재 시절 유신 정권에 맞섰다가 총재 직무정지와 의원직을 제명당했으며 이 당시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로 유신정권 아래서 정치적 탄압을 받던 자신의 처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신 군부 체제에서는 2년간 자택연금을 당하기도 했다. 문민정부의 국정 기조는 역사바로 세우기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단죄한 것이 대표적이며,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재조명한 것도 민주화의 거두로서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를 향한 열망을 잘 보여줬다는 평이다. 상해 임시정부 청사를 복원했으며 경복궁도 복원하는 등 우리의 역사를 바로세우는데 국정운영의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30여년간 군사정권과의 차별화를 통해 문민정부의 정통성을 확보하는데 국정운영의 초점을 맞췄다. 또한, 정치권과 사회지도층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작업을 통해 부도덕한 사회지도층을 단죄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군부정권의 연장선상인 하나회 척결을 통해 문민정부의 정체성 확립에도 공을 들였다. 이날 새벽 김 전 대통령의 서거라는 비보를 접한 수많은 정치인들이 빈소를 찾고 있다. 민주화를 열망하며 한 시대를 열어가는데 온몸을 바친 대통령을 애도하는 시민들의 대열도 줄을 잇고 있다.
수능 이후, 이어지는 고3 교실의 악순환의 연결 고리를 끊어버릴 대책은? 요즘 일선 학교의 가장 큰 고민은 수능과 기말고사를 모두 마친 고3 아이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학교마다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학교 나름대로 프로그램을 짜서 운영하고 있으나 아직 남아있는 긴 수업일수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막막하기만 할 것이다. 수능 이전보다 등교시간을 조금 늦춰 학교에 나오도록 하고 있으나 아이들은 긴장이 풀려서인지 등교시간 또한 제각각이다. 그나마 마지막 수시모집 전형(면접, 논술, 실기시험 등)을 앞둔 아이들은 전형을 준비하기 위해 나름대로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다행이나 수시모집에 최종 합격한 학생들은 등교하여 할 일 없이 빈둥대다 귀가하는 것이 전부다. 그러다 보니, 고3 선배들의 무절제한 행동으로 선의의 피해를 보는 쪽은 결국 1·2학년 후배들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일부 학생들이 조기 방학을 주문하지만 학교 측면에서는 수업 일수 부족과 도교육청의 방침을 들먹이며 학생들의 요구에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수능 성적표가 발표되지도 않고 대학 정시 모집이 남아있는 터라 학생들의 조기방학만이 능사는 아닌 듯싶다. 얼마 전, 수능이 끝난 고3 학생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학교 자체적으로 만들어 운영하라는 도교육청의 지시가 있었으나, 아직 한 달 이상이나 남은 기간을 한정된 예산으로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아마 더 심각한 지역은 대도시보다 모든 면에서 열악한 지방 소재 일선 학교일 것이다. 사실 대도시에 소재한 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문화 공연과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 반면 지방 소재 학교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대도시에서 공연되는 제대로 된 뮤지컬 하나를 보러 가는데도 공연 관람료에 교통비까지 학생 개개인이 부담해야 할 경비 등 이것저것 고려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정해진 예산 범위 내에서 유익하고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는 것이 좋다. 학생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시간 때우기 식 프로그램은 어쩌면 학생들에게 무료함만 줄 수 있다. 특강 또한 학교 창체 시간에 자주 들은 내용보다 학생들이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꼭 필요한 내용을 선별하여 실시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웃 학교와 정보를 교환하여 좋은 프로그램을 서로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등교한 학생들이 주위 사람들로부터 눈총을 받게 하기보다 우선 대학 입시 준비로 그간 해보지 못한 다양한 것(바리스타, 미용, 수공예, 케이크 만들기, 마술, 종이 접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의 장(場)을 마련해 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학급 단위로 내 고장 문화재 탐방이나 방송국 또는 박물관 견학을 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특히 안보현장 병영체험 및 DMZ 견학을 통해 분단 현실의 올바른 인식과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해보는 기회를 갖는 것도 좋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은 무작정 영화를 보여주기보다 명사(名師)의 특강이나 다큐멘터리 등을 시청하게 함으로써 자신을 뒤돌아보고 대학 새내기로서 미래를 설계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그리고 평소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한 분을 방문한다던가 아니면 편지 쓰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정시를 준비하고 있는 학생의 경우, 가채점 결과의 점수로 본인이 가고자 하는 대학의 입시설명회에 참여하게 하여 많은 정보를 얻도록 한다. 요즘 고교 방문 입시설명회가 많이 활성화되어 있는 만큼 학생들이 희망하는 대학을 학교로 직접 불러 입시설명회를 개최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아직 수능 성적이 발표(12월 02일)까지 시간적 여유가 많다. 무작정 학생들을 학교에 잡아두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듯싶다. 여건이 된다면, 그간 입시로 쌓인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힐링하는 차원에서 1박 2일간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선생님과 학창시절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며 사제 간의 정(情)을 돈독히 쌓는 시간을 갖는 것도 아이들에겐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모름지기 수능 이후 고3 학생들의 수업 파행은 국가 차원에서 대학입시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이와 같은 악순환은 계속되리라 본다. 그렇다고 학생들을 이대로 방치해 둘 수만은 없는 일이다. ‘대학 합격’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갖고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온 아이들이다. 학교 나름대로 다소 어려운 점은 있겠으나,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우리 아이들이 마지막까지 유종(有終)의 미(美)를 거둘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것이 선생님의 책무가 아닌가 싶다.
수(水)려한 합천! 이곳 사람들이 자랑하는 합천팔경의 1·2·3경이 가야산, 해인사, 홍류동계곡이다. 해인사와 홍류동계곡을 비롯해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해인사소리길은 가야산이 만들어낸 명승지다. 가야산은 경상남도 합천군과 경상북도 성주군에 걸쳐 있고, 고려팔만대장경판을 간직한 해인사를 품에 안은 영산(靈山)으로 이름을 떨쳐왔다. 지난 10월 20일, 청주행복산악회원들이 해인사를 품은 가야산으로 단풍산행을 다녀왔다. 아침 7시 용암동 집 옆에서 출발한 관광버스가 중간에 몇 번 정차하며 회원들을 태우고 합천으로 향한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비로 산행신청자가 적어 자리가 널찍하고, 짙은 안개 때문에 빛을 잃은 태양이 꼭 새벽녘의 달을 빼닮았다. 늘 그렇듯 행복이 가득담긴 가래떡, 고물떡, 과자, 입맛에 맞춘 커피가 자리로 배달된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선산휴게소에 들르며 부지런히 달리는 차안에서 달콤 회장님의 인사와 다음 산행장소 소개, 잼마 고문님의 산행안내가 이어진다. 성주IC를 빠져나온 관광버스가 33번 국도에 들어서 대가천을 따라가면 왼쪽의 물가로 회연서원과 무흘구곡이 나타난다. 수륜면에서 오른쪽의 가야산을 바라보고 59번 국도를 달려 9시 55분경 백운리 주차장에 도착한다. 주차장 앞에 서있는 이직 선생 시비 뒤편으로 가야산 줄기가 바라보인다. 이직은 조선의 개국공신으로 세종 때 영의정과 좌의정을 지낸 문인이다. 코흘리개 시절처럼 ‘가마귀 검다하고 백노야 웃지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소냐 겉희고 속 검을손 너뿐인가 하노라’를 읊조리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한다. 짐을 꾸려 10시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초입에 가야호텔과 가야산야생화식물원이 있다. 백운동탐방지원센터에서 왼쪽의 가파른 산길로 접어드는 만물상 코스와 직진하여 넓은 길을 따라가는 용기골 코스로 나뉜다. 용기골 코스로 계곡을 거슬러 오르며 여러 개의 다리를 건너고 너덜지대, 백운사지, 조릿대 산길을 지나 서성재에 도착한다. 이곳 서성재에서 B팀은 바로 왼쪽의 서장대를 거쳐 만물상 코스로 하산하고, A팀은 오른쪽으로 1.4㎞거리에 있는 상왕봉까지 다녀온 후 만물상 코스로 하산한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살이다. 무릎 아프고 속 나쁜데다 어깨에 담이 들어 운영진에서도 B팀으로 아는데 그놈의 자존심이 숨을 할딱이며 상왕봉까지 다녀오게 했다. 가끔은 고통을 악으로 버텨내는 시간이 인생살이에 약이 된다. 동성봉 조망점을 지나며 산 아래로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오르막 경사가 급한데다 칠불봉과 상왕봉 등 사방이 한눈에 들어오니 발걸음도 느려진다. 분재를 닮은 멋진 소나무와 위태롭게 서있는 바위도 보인다. 나무 계단 끝에 서있는 고사목을 지나 칠불봉에 오른다. 칠불봉(높이 1433m)은 가야산의 최고봉으로 몸집이 작고 표석이 서있는 정상 부분이 뾰족하다. 상왕봉(높이 1430m)은 칠불봉보다 3m 낮지만 덩치가 크고 정상 부분이 넓어 가야산의 주봉 역할을 한다. 상왕봉은 소머리를 닮아 우두봉으로 불리는데 풍수지리상 건강한 소의 코에서 항상 땀이 흐르듯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우비정(가야19명소)이 남서쪽 바위아래에 있다. 정상에서 바라보면 칠불봉에서 동성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상왕봉에서 두리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난공불락의 성벽처럼 불쑥 튀어나왔다. 상왕봉 아래편에 둥그렇게 둘러 앉아 점심을 먹고 서성재까지 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갔다. 똑같은 풍경도 올라가며 본 것과 내려가며 본 느낌이 다르다. 서성재에서 서장대를 지나는 3㎞ 거리의 만물상 코스에 가야산의 비경이 숨어 있다. 만물상은 수석전시장처럼 거북이를 비롯해 각종 동물을 닮은 바위들이 수두룩하다. 계단과 돌길이 길게 이어져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산행이지만 봉우리를 돌때마다 눈앞에 나타나는 절경에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산행 중에 가야산성(경상북도기념물 제143호)의 흔적을 만나고 가야호텔과 심원사도 내려다본다. 4시경 백운리 주차장에 도착해 따끈한 순두부를 안주로 뒤풀이를 하고 4시 40분 청주로 향한다. 길가의 법수사지삼층석탑(보물 제1656호) 주변에서 문화재 발굴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선산휴게소만 들르며 부지런히 달려온 관광버스가 중간에 일행들을 내려주고 7시 20분경 출발지인 집 옆에 도착했다. 단풍색이 바랬고 미세먼지가 조망을 가렸지만 단풍보다 아름다운 청주행복산악회원들과 함께해서 더 즐거운 하루였다.
인실련, 2015 인성프로그램 인증 까다로운 심사 거쳐 최종 7편 선정 교육과정 연계…현장적용성 뛰어나 인성교육법국민실천연합(이하 인실련)과 교육부는 ‘2015년 인성교육 프로그램 인증공모전’ 결과를 발표했다. 총 120편이 접수된 가운데 서류 심사와 발표 심사, 인터넷 공개 검증 등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한 7편이 최종적으로 인증 받았다. 인증서 수여식은 12월 3일 오후 2시 한국교총회관 2층 단재홀에서 열린다. 프로그램을 인증 받은 기관에는 연구지원금 100만 원이 주어진다. 인증 프로그램은 인실련 홈페이지(www.insungedu.or.kr)에서 내려 받아 활용할 수 있다. 올해 4회째를 맞은 인성교육 프로그램 인증공모전은 현장 적용성이 뛰어나고 교육 효과가 큰 프로그램을 발굴, 보급해 인성교육을 활성화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유아 부문=세교유치원의 ‘초록별 self-leader를 기르는 세교 바르미’는 유아 부문에서 유일하게 인증 받은 프로그램이다. 연령별 발달 수준을 고려해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한 점, 유치원 현장에 바로 적용 가능한 점, 체계적인 매뉴얼을 구축한 점 등이 높이 평가됐다. 만3세 대상 프로그램은 우리 전통 문화를 경험하면서 예절과 배려, 효의 덕목을 체득하도록 구성됐다. 만4세 프로그램은 인성 동화를 읽고 독후활동을 하면서 문제해결력과 질서, 나눔 등을 배울 수 있다. 만5세 프로그램은 녹색성장교육을 통해 세계시민의 기본 소양을 길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초등 부문=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의 ‘서로 배려하는 친한 친구’는 초등 저학년 대상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이다.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괴롭힘을 목격한 학생들이 ‘또래 중재자’가 돼 피해 학생을 돕도록 하는 게 교육 목표다. 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갈등 상황을 역할극과 놀이로 접하면서 대처 능력을 기를 수 있게 고안됐다. 초등공감교육연구회의 ‘너나들이 프로그램 개발·적용을 통한 즐거운 교실 만들기’도 학교폭력 예방에 집중했다. 도덕 교육과정과 연계해 공감 능력을 키우도록 한 게 특징이다. 대전 관내 초등교사 7인으로 구성된 초등공감교육연구회는 초등 인성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조직됐다. 교사들이 직접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프로그램인 만큼 현장적용성이 돋보인다. ◆중등 부문=수원시통합정신건강센터의 ‘이타적 인재 양성을 위한 프로젝트 행복탐험대’는 회복탄력성 훈련을 통해 청소년 스스로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행복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에서 바른 인성을 기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자신의 행복뿐 아니라 타인의 행복까지 생각하는 사회인으로 자라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초지중의 ‘관계증진 활동과 언어문화개선 활동으로 행복과 미소가 가득한 교육공동체 가꾸기’는 또래·가족·사제 간의 소통과 바른 말 고운 말 쓰기를 통해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몇 년간 학교에서 직접 프로그램을 운영한 후 그 효과를 입증한 점이 눈길을 끈다. ◆대학 부문=성균관대 성균인성교육센터의 ‘인성함양 실천 프로그램’은 현대 시대가 요구하는 인성 가치와 동양의 전통적인 가치를 결합했다. 수기, 치인에 기반을 둔 인의예지 함양을 목표로, 이론과 체험 활동으로 구성됐다. 교내 졸업인증제와 연계해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동신대의 ‘Dream Together 인성함양’은 대학생의 도덕적 지성과 품성, 가치관 형성에 목적이 있다. 정체성·사회성·도덕성·사회공헌·자율성·공동체의식 등 대학생이 갖춰야 할 인성 덕목을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게 구성됐다. 대학 교양과목(2과목 5학점)으로 운영, 내실 있는 교육이 가능하다.
자녀교육에 왕도는 없는 것일까? 부모의 자녀 사랑은 당연한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자녀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아왔다. 특히 한 자녀가 많아진 시대에서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교육에 전심전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애정이 자녀를 자립심, 자존감 없는 아이로 자라게 하고 있지는 않을까 심히 염려가 된다. 정신과 의사들은 아이와 친구처럼 놀아주고, 아이의 뜻을 모두 받아주면서 일일이 살피는 지금까지의 양육 방식에 제동을 걸고 있다. 사랑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부모가 많은 사랑을 쏟아 부을수록 아이는 난관에 부닥쳤을 때 헤쳐나갈 수 있는 ‘자기 조절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정신과 의사 엘렌 웨버 리비도 애정 과잉이 심하면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책임감을 갖지 못하는 어른으로 자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의 교육 전문가 킴 존 페인은 “헬리콥터 맘이 아닌 베이스캠프형 부모가 돼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안정감을 주면서 자녀를 독립시켰을 때, 아이는 자유롭게 세상을 탐험하며 자란다는 것이다.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바라보기 위해 독일의 한 저널리스트 부부는 한 달간의 역할 바꾸기 실험을 벌이기도 했다. 국내에도 자녀 독립의 필요성을 일찌감치 알고 생활 방식, 경제 교육, 학습부문에서 한 발짝 물러난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가족들도 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른바 ‘자녀 독립 프로젝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유대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부모가 자녀의 독립을 준비해 왔다. 자녀에게 많은 선택권을 주면서 스스로 행동에 책임을 지도록 하고, 때로는 자녀 혼자 여행을 떠나도록 권했다. 세계의 교육 전문가들은 물질적,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지금이야말로 자녀의 올바른 인격 형성과 행복한 삶을 위해‘자녀 독립’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보통 우리는 부모의 사랑은 부족해서 문제이지, 많으면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엘런 웨버 리비는 30여 년간 환자들을 상담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 독특한 정신적 패턴을 발견했다. 이른바 ‘페이버릿 차일드 콤플렉스’(FavoriteChildComplex)로 부모의 지나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는 장점과 함께 감정적 장애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어릴 때부터 부모의 사랑을 풍족하게 받고 잘 자란, 사회적으로 성공한 리더들 사이에서 많은 사례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는 ‘페이버릿 차일드’라는 책으로 출간돼 화제가 됐다. 리비의 말에 따르면, 총애는 가족 중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어른이 아이에게 우월적인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다. 부모의 마음속 깊이 뿌리내린 솔직한 감정의 표현이지만, 자녀에게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사랑을 쏟는 부모가 있는 반면 자녀로부터 바람직한 행동을 이끌어내려는 의식적·무의식적인 조작으로 사랑을 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이때 아이는 보통 자신에게 주어진 특혜를 즐기게 된다. 하지만 스스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 부모로부터 많은 보상을 받으면 아이는 혼란스럽게 된다. 총애를 받는 아이는 자신의 힘과 가치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갖지만 반대로 자신이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자율성이 억제되고,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특히 자녀 중 한 사람에게만 총애가 집중되거나, 부모 중 한 사람이 양육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갖거나, 가족 간의 의사소통이 억제되었을 때 이런 부작용들이 드러난다. 지나친 총애가 주는 가장 큰 해악은 아이들이 ‘자기 자신’에게 소외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자기 인성의 중요한 측면에서 스스로 분리돼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또 자신이 누구인지 탐구하려는 시도를 억누르며 살아갈 위험이 크다. 이런 과도한 총애로 인해 상처를 받은 아이들은 어른이 되면 반사회적 인격 장애인 ‘소시오패스’처럼 자기 자신에게만 몰두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규율이나 인간관계를 마음대로 이용해도 된다고 생각할 위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총애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아이가 이를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가에 대한 관찰이 필요할 것 같다.
우리선조들은뛰어난기록문화를가지고있다.‘조선왕조실록’을비롯하여많은기록물이최근에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등재되어이를증명하고있다.요즈음은과학과기술이발달되어사건과 사고가 모두 영상으로저장되고있으며, 이것을눈으로확인하는시대이다.또한, 우리 일상의 발걸음은널리퍼져있는CCTV가기록하고우리가내뱉은말은음파로저장되고있다는사실을 들으니 정말 놀라울 일이다. 우리나라역사를살펴보면조선조태종에게귀찮은존재가하나 있었다.끈질기게따라붙으며잘잘못을기록하는사관이었다.때는 1401년태종이화를터뜨리며‘사관금족령’을내렸다.“편전은임금이쉬는곳이야.사관은들어오지마!”라고명을내렸다.그러나사관민인생은고개를세우고“정사를논하는편전에사관이들어오지못하면어찌기록한단말입니까.사관의위에는하늘이있습니다.”라고대꾸했다.3년뒤인1404년태종임금이사냥을하다가 말에서떨어졌다.임금이급히일어나면서측근에게입단속을명했다. “이일을사관이모르게하라.”그러나 기막힌일이다.사관이‘쓰지말라’는임금의명령까지고스란히'태종실록'에기록했으니말이다. 춘추시대제나라재상최저가임금을살해했다.그때사관3형제가차례차례나서‘최저가임금을죽였다’고썼다.최저는 “쓰지말라”면서큰형,둘째형을죽였다.하지만막내동생까지나서사실을기록하자두손들고말았다.역사가들이이렇게서릿발같은기록자세를보인까닭이있다. ‘동사강목’을 쓴안정복은“쓰지않으면선악의자취가깡그리사라져난신적자들이날뛰기때문.”이라했다.'춘추필법'에따른역사가의객관적이고엄정한비판이없다면바로‘군자의불행이요,소인의다행’이라는것이다. 올 가을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계절이 되었다. 최근교육부가역사교과서의국정화를결정하자나름 유명하다는 대학교사학과교수들이 줄줄이‘국정교과서집필불참선언’에동참했다.한영우·이만열등국사편찬위원장을지낸원로학자를비롯한다수학자들도국정교과서를반대하고있다.모든시대사를통괄하는학술단체인한국역사연구회도비상총회를열어대책을논의할예정이라고한다.가히역사학계의저항이라할수있다.그런가하면일부교육감들도이문제를지적하고나섰다.역사가의엄정한평가를받아야할정치지도자가오히려역사를쥐락펴락하는어이없는상황이일어나고 있다. 1735년영조가대신들과나눈밀담을기록한사초를불태웠다.전직사관들이벌떼처럼일어났다.“목이달아난다해도사필을굽힐수없습니다.”그러면서사관이목숨을내놓고직필하려는이유를알렸다.“후세의폐단을만들지않게하려는것입니다.”지금역사가들도양심을지키려하고있다.후세를위해….이같은현실을제대로보지못하고자기네주장만을옳다고우겨대면서이나라정국은혼란의안개속에서헤메는모습을보아야할것인가? 그 피해가 이미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서로가 잘못이라고 정치권은 이야기한다. 그 사이에 질서유지를 위한 경찰도 피해를 입어 재정 손실이고 대항자도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사람들은 어느 시대를 살았든 가릴 것 없이 자기의 시대가 역사에서 가장 격동기였다고 느낀다. 그 시대를 돌아보는 것은 그때나 이제나 역사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래서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고치려는 소망에 기초를 두고 있다. 현대사에 들어와서는 망국과 광복, 그리고 분단과 한국전쟁, 한국민주화의 길,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사람들은 왜 세상이 이토록 어려우며, 하필이면 나의 시대에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원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슘페터의 말처럼, 인류가 살아가는 모습은 5만년 전이나 지금이나 본질적으로 다름이 없었다.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끝내는 사람의 결심이고 행위의 모둠이었다. 역사주의자들은 역사의 흐름에 어떤 장엄한 예정조화나 시대정신이 존재했고, 거기에는 일관된 교훈이 연면히 이어져 왔다지만 의외로 역사는 단순했다. 인간의 오욕칠정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일상에서 겪는 애환이나 보대낌이 철학이나 이상을 비웃는 경우는 허다하게 많았다.
초겨울비가 잦다. 흐린 날씨가 많다. 그렇다고 가뭄이 해갈된 것도 아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마음가짐이다. 마음이 참 중요하다. 초심이 제일 좋다. 처음 교직에 들어설 때의 마음이 어떠했는가? 아마 모두가 나름대로 각오가 대단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 걸맞은 행동도 했을 것이다. 복장도 단정, 출근도 빨리, 성실하게 열정적으로 수업도 했을 것이다. 학생들을 내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갈수록 초심이 사라지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초심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그만큼 교육은 후퇴하고 만다. 초심을 가진 선생님이 앞서 열정을 보여야 여러 선생님의 초심이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싶다. 젊은 선생님, 경험이 적은 선생님의 장점이 바로 초심 때문이다. 열정 때문이다. 성실 때문이다. 이런 무기가 있기 때문에 학교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켜 세워줄 수 있는 것이다. 선생님은 마음자세는 물과 같아야 한다. 上善若水라 가장 좋은 것이 물이다. 가장 행복한 삶이 물과 같은 삶이다. 가장 보람된 삶이 물과 같은 삶이다. 가장 바른 자세가 물과 같은 자세다. 물과 같은 자세가 바로 초심이다. 물은 곧 생명이다. 생명을 원하면 오래간다. 물이 있는 곳에는 희망이 있다. 생명이 넘친다. 반면에 물이 없으면 시들고 만다. 생명이 없다. 생기가 없다. 사막이 되고 만다. 학교가 생명이 길려면 물과 같은 선생님이 많아야 할 것이다. 학생들에게 생기를 주고 학생들에게 용기를 주며 학생들에게 꿈을 주고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고 학생들에게 미래를 심어주는 선생님이 되면 참 좋은 선생님이 될 것이다. 물은 겸손이다. 물은 자꾸 낮은 곳으로 흐른다. 끝까지 낮은 곳으로 찾아간다. 선생님의 자세가 언제나 겸손하면 누구에게든 존경을 받는다. 겸손하면 큰 그릇이 된다. 물이 낮은 곳으로 가서 큰 바다를 만들어낸다. 선생님이 겸손하면 학생들도 겸손하게 된다. 겸손한 사람이 많으면 모두가 큰 인물로 성장할 수가 있다. 물은 근면이다. 물은 쉼없이 흐른다. 고인 물은 썩는다. 흐르는 물은 항상 맑고 깨끗하다. 근면하고 성실한 선생님은 초심을 가진 선생님이다. 젊은 선생님들은 힘이 솟는다. 생각도 맑고 깨끗하다. 하는 행동도 아름답다. 물은 청결하다. 깨끗한 물은 사람이 모인다. 사람이 원한다. 사람이 찾는다. 사람이 마신다. 더러운 물은 사람이 떠난다. 사람이 싫어한다. 사람이 피한다. 사람이 마시지 않는다. 악취만 풍긴다. 좋은 선생님은 좋은 학생들을 길러낸다. 청결한 선생님은 청결한 지도자를 길러낸다. 깨끗한 지도자를 원하는 시대에 깨끗한 지도자를 길러내는 이가 바로 우리 선생님이다. 모든 선생님이 처음 가졌던 초심으로 돌아가면 교육은 변하고 학생도 변하고 세상도 변할 것이다. 내가 먼저 변하면 내 주위의 선생님도 변하고 내 주위의 학생들도 변할 것이다. 모두가 새 시대가 요구하는, 온 세계가 원하는 그런 인재를 키워내는 선생님이 되도록 마음을 다시 한번 고쳐먹는 것이 어떨까 싶다.
서산 서령고(교장 김동민)는 2015년 11월 19일(목) 호서대 안전보건학과 김홍 교수를 초청, 수련관에서 특강을 실시했다. 김홍 교수는 1, 2학년 학생들을 상대로 ‘21세기를 살아가는 방법’이란 주제로 두 시간 동안 강의했다. 김홍 교수는 강연 서두에서 쇼팽 콩쿠르에서 1위를 한 조성진 군을 예로 들면서 무조건 열심히 할 것이 아니라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전교 1등을 하면 다시 충남 1등이 기다리고 있고, 충남에서 1등을 하면 또 다시 전국 1등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결국 끝없는 중압감에 시달린다고 했다. 때문에 1등보다는 뚜렷한 목표가 중요하며 조성진 군처럼 어떤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면 그것이 바로 인생의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어린아이의 존재는 이 땅 위에서 가장 빛나는 혜택이다. 죄악에 물들지 않은 어린아이의 생명체는 한없이 고귀한 것이다. 어린아이를 통해서만 우리는 이 지상에서 천국의 그림자를 엿볼 수 있는 것이다.-아미엘 오늘 통합 교과를 공부하는 시간이었습니다. 1학기에 이미 무궁화 그리기 공부를 했지만 복습 삼아 다시 했습니다. 주제는 '무궁화가 우리나라 꽃이 된 이유' 였습니다. 다양한 무궁화를 보여주고 그리기를 하였습니다. 아이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무궁화 노래를 불러 주었습니다. "무궁무궁 무궁화 무궁화는 우리 꽃 피고 지고 또 피어 무궁화라네~~"내 노래를 듣던 우리 반 기탄이가눈빛을 반짝이며 나를 칭찬했습니다. 그것도앙코르를 외치며! 닭살이 돋지만 그대로 옮겨봅니다. "선생님, 어떻게 그렇게 목소리가 예뻐요?" "진짜? 그렇게 생각해요?" "네, 진짜로 아름다워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고운 소리를 낼 수 있나요?" "목을 아껴야 해요. 아무 때나큰 소리로 말하는 버릇을 조심하면 돼요. 기탄이처럼 늘 큰 소리로말하면 목이힘들어 하고 잘못하면소리가 나는 곳에 무리가 가서 노래를 못하게 되거나 병을 얻기도 해요. 선생님이 늘 목소리 낮추라고 말하는 이유가 그거랍니다. 소중한목을 보호하여 좋은 소리를 갖게 하려고요." "아! 알겠어요. 지금부터 목소리를 적당히 내는 버릇을 길러야겠어요. 그래서 저도 선생님처럼 고운 소리로 노래하고 싶어요. 노래 부르는 것을 참 좋아하거든요." "좋은 생각이에요. 선생님은 성악가가 꿈이었는데 이루지 못했어요. 그래서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고 방송도 많이 본답니다. 좋아하는 노래를 잘 부를 때 참 행복하거든요. 기탄이도 노래를 좋아하고 잘 부르던데 선생님과 공통점이 있네요?" 무궁화 덕분에 아이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바람에 어린 왕자들한테 뜻하지 않은 칭찬(?)을 듣고 한참 동안 웃었습니다. 그리고 행복했습니다.어른인 나도 이렇게 칭찬에 으쓱해지는데 아이들은 더 좋아하겠지요? 귤 한 개만 나눠주어도 "우리 선생님은 천사!" 라는 둥, 조그만 선물 하나만 받아도 "우리 선생님은 착하고 예뻐요!"를 남발하는 요 녀석들 덕분에 나는 철없는 50대가 되곤 합니다. 겨울방학이 다가올 때쯤이면 한참 예쁜 짓을 해대는 통에 힘들었던 1학기의 산고를 다 잊어버립니다. 그리고는 다시 1학년을 자원하게 됩니다. 글눈을 떠가며 보여주는 아기자기한 몸짓들, 외계 언어에 가까운 표현으로 깜짝 놀라게 하는 상상력의 귀재들이 1학년 아이들입니다. 나라 안팎으로 아프고 힘든 소식들이 넘쳐나서 슬픔을 가누기 힘든 세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 곳곳에서, 온 세상 곳곳에서 아이들은 새싹처럼 자라나고 커 가며 이 세상에 희망이 있음을 몸으로 보여줍니다. 이제 한 해를 마감하는 날이 가까워집니다. 아이들의 칭찬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오글거리는 이 글을 쓰면서도 지금 행복합니다. 행복은 늘 느끼는 순간에 잠시 보이는 신기루 같은 것임을 알기에 이 순간의 행복을 기록해 두려 합니다. 인디언 상형 문자에 따르면 어린이 마음은 세모꼴, 어른의 마음은 동그라미라고 합니다, 어린이가 죄를 짓고 마음이 아픈 이유는 죄를 짓는 만큼 세모꼴이 회전하면서 뾰족한 모서리로 마음을 긁기 때문이라고. 그러나 어른이 되면서 모서리가 점점 닳아 둥그렇게 변하고, 잘못해도 아픔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정말 맞는 표현입니다. 1학년 아이들은 아주 작은 잘못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반성하지요. 어른인 내가 부끄러울 만큼.우리 어른들이 1학년 아이들만큼 규칙을 잘 지키고 약속을 소중히 하면 세상은 좀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요? 양치질을 하다가 3분을 못 채웠다며 다시 양치질을 시작하는 스스로에게 정직한 모습을 보며 감동하곤 합니다. 스스로에게 정직한 모습 그대로 깊이 뿌리를 내리고 큰 나무로 자라기를!방과 후 수업에 들어간 아이들의 빈자리를 청소하며 나직이 속삭여 봅니다. 이 아이들을 '영혼의 자식'이 될 수 있도록 더 많이 사랑하고 진심을 다해 가르치자고 다짐해 봅니다.
‘청소년 균형능력 및 보행자세 측정상담’으로 보행자세를 고치다 등굣길. 스마트 폰을 손에 들고 등교하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 이제 낯설지가 않다. 그런데 가끔 무거운 책가방을 둘러맨 아이들이 허리를 구부린 채 스마트 폰에 빠져있는 것을 보면 안쓰러울 때가 있다. 심지어 이어폰을 꽂고 도로를 무단 횡단하는 아이들을 목격할 때면 교통사고라도 날까 심히 걱정된다. 요즘 스마트 폰 기능이 날로 발전해 스마트 폰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따라서 스마트 폰은 우리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된 지도 오래다. 그런데 이 스마트 폰의 잘못된 자세가 성장기 청소년의 성장 및 집중력을 저해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장시간 구부정한 자세로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사용하는 아이들일수록 척추질환 발생 위험이 크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를 접한 적이 있다. 그런데 아이들의 이러한 심각한 증상을 부모들이 모르고 있다거나 그대로 내버려둠으로써 병을 더 키우는 것이 문제라고 전문가는 말하고 있다. 결국, 아이들이 신체 통증을 참다못해 호소해야지만 그제야 심각성을 알고 병원을 찾아온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에 잘못된 스마트 폰 사용의 자세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시킬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싶다. 따라서 학교 차원에서 거기에 따른 심각성을 학생들에게 충분히 인지시키고 스마트 폰 사용에 대한 올바른 자세를 주기적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 그 심각성을 알아보기 위해 본교 2학년을 대상으로 ‘2015 청소년 균형능력 및 보행자세 측정상담’을 실시하였다. 이날 검사에는 선 자세 검사(Static Test), 보행 검사( Dynamic Test), 평형 검사(Vestibular Test) 등 3가지 측정검사가 이루어졌다. 측정 도중, 아이들은 학업으로 거의 해본 적이 없는 행동을 따라 하면서 실수를 연발하여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였으나 측정에 임하는 자세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해 보였다. 선 자세 검사에서는 몸의 중심점을 기준으로 양발의 ARCH 모양과 3D 압력분석을 통해 발의 압력 분포 상태를 다양한 각도로 측정하였다. 보행 검사에서는 보행검사를 통해 몸의 중심점 및 압력 분포 상황과 보행 각도를 알아보고 몸의 상태를 꼼꼼히 체크해 보기도 하였다. 평형 검사에서는 선 자세의 무게 중심 및 신체균형 감각능력 검사를 통해 자신의 신체 밸런스를 알아보고 그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측정해 보았다. 평소 자신의 몸 상태를 잘 모르고 있던 일부 학생들은 신체 측정 결과에 놀라기도 하였으며 휴대폰 사용 시 바른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는 듯했다. 측정 이후, 측정 결과에 따른 개인별 맞춤 운동 처방이 내려졌고 학생들은 상담을 통해 들은 운동 처방을 열심히 따라 하며 자신의 잘못된 신체 상태를 고치려고 노력하였다. 많은 아이가 스마트 폰에 노출된 만큼 스마트 폰을 제대로 사용하는 자세를 아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마트 폰으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 진작 알아야 할 스마트 폰 사용 자세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애석할 뿐이다. 습관은 길들이기 나름인 만큼 이번에 실시한 ‘청소년 균형능력 및 보행자세 측정상담’을 통해 알게 된 자신의 잘못된 스마트 폰 자세를 교정함으로써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스트레스를 말끔하게 해소하여 청소년기의 정신적인 건강을 잘 유지하길 바란다.
깊어가는 가을의 끝자락에 와 있다. 여수 예울마루 대극장에 가을 정취를 담은 선율이 객석을 지나 여수 밤바다로 흘러갔다.19일 오후 7시 30분여수YWCA합창단 제16회 정기연주회(지휘 김성수)가 열렸다.특히 바리톤 박경준을 광적으로 좋아한다는 친구 현용진 장로님의 초대를 받았다. 꽤나 오래만에 감성을 자극하는좋은 음악 감상기회가 되었다. 여수YWCA는 예술문화 공연이 활발하지 않았던 1999년 창단과 함께 여수시민들의 음악 정서을 고양시키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파하는데 노력하여 왔다. 올해 연주회에는 합창단의 'In Virtute Tua, 주는 포도나무, African Alleluia, 내 모든소원 기도의 제목'을 합창하였고, 우리 나라가 자랑하고 세계가 인정한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의 '지혜아리랑, 사랑방드, 사계절중 '겨울''을 열정적으로 연주하였다. 바리톤 박경준이 함께하여 '장미빛 인생,Besame mucho, 모든 종교의 공통점을 담은 축복하노라'를 불러 삶에 찌들린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시간이 되었다.
십일월에 접어들자 낮의 길이는 더 짧아진다. 바래지는 형형색색의 가을은 낙엽 속에 정(情)으로 물들어 흩어진다. 일 년간 한 몸으로 지내던 나무가 잎을 떨구어 낼 때 마음은 어떨까? 낙엽활엽수의 일 년을 보니 압축된 사람의 자화상 같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지는 마음은 여러 가지이다. 그중 희로애락은 보통 사람 필부가 가지는 대표적인 감정인데 이 마음의 이면에는 언제나 정이 관계 하고 있다. 부모와 자식간, 연인 간의 사랑도 오랜 시간을 지나면 무디어 곰삭아 정으로 더 깊게 된다. 그래서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끈끈한 정 때문에 정 때문에 괴로워 혼자 울고 있어요’란 노랫말이 생겼는지 모를 일이다. 지난 시월 중순경이었다. 뜨겁게 달구었던 여름이 지나자 걱정거리가 생겼다. 그것은 어른 손바닥보다 큰 거북이 두 마리 때문이었다. 여름철엔 움직임도 먹성도 좋은 녀석들이 하루가 다르게 조용해지고 먹이도 남기기가 일쑤였다. 혹시 병이나 들지 않았나 하자 열대지방에 사는 녀석들이라 기온이 낮아져서 그렇다고 한다. 아마 이런 날씨 같으면 영상 십 도에서도 얼어 죽는 인도 사람과 같은 조건이란다. 그래서 실내에 들여놓으려고 하여도 냄새도 나고 징그러워 망설여졌다. 거북이를 키우기 시작한 것은 십 년 가까이 된다. 아이를 키우면 발달 과정상 작은 곤충, 물고기에 관심을 갖는 시기가 있다. 큰 녀석을 키울 때였다. 개울에서 건져온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어 어항을 뛰쳐나와 거실 바닥에서 밟혀 죽어 대성통곡을 한 일이 있었고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를 키우다가 어찌하지 못하여 시골 외할머니댁에 준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거북이의 경우는 좀 남달랐다. 직경 삼 센티미터 남짓한 새끼 거북을 사 와서 성장할 때까지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은 것이다. 지난겨울이었다. 너무 자란 녀석들을 거실에 들이지 못해 현관에 두고 겨울잠 잔다고 물도 갈아주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월 어느 날 둘째 녀석이 울먹거렸다. 거북이 두 마리 중 나중에 들여온 녀석이 물을 갈아주지 않아 눈병이 걸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학교에서 돌아오기 무섭게 안약을 사다 넣기를 반복하더니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았다. 그 모습을 보며 무관심한 듯하였지만 어릴 때부터 키운 녀석이라 정이 많이 들었구나!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지난겨울은 넘겼지만 다가오는 겨울은 어떻게 넘길지 걱정이 되었다. 그리하여 내린 결론은 녀석들을 가져온 수족관에 다시 돌려주자는 것이었다. 다행히 파충류 기르기에 관심이 있고 자기 집에 큰 수족관이 있는 학생이 분양해 간다 하여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거북이를 주기로 한날이 다가왔다. 묵직한 두 녀석을 비닐봉지에 담아 집을 나서려는 순간 둘째 녀석이 사색이 되어 다가왔다. 비닐봉지에 그렇게 담아가면 질식해서 죽을 것이라며 둥근 플라스틱 그릇에 담아 가야 한다며 난색을 보였다. 아쉬움 반 시원함 반, 뭐라 말할 수 없는 복잡한 심경으로 어둑어둑해지는 골목을 벗어나는 발걸음이 복잡한 느낌표를 찍었다. 거북이를 키우면서 붙여준 이름이 있었다. 그건 한 달 상관이지만 먼저 들여온 녀석을 갑, 나중에 들여온 것을 을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태생의 순서는 이길 수 없는지 언제나 먹성과 움직임, 성장이 활발한 쪽은 갑이었고 병치레는 을이었다. 또한, 햇볕 좋은 날이면 갑은 을의 등에 올라가 네 다리를 쭉 펴 등을 말리며 휴식을 취하곤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얄미워 갑 노릇 한다고 살짝 뒤집어 놓기도 하였다. 이렇게 가까이한 녀석들을 보내고 난 뒷날 하루의 시작이 거북이 물 갈아주는 일이라 무심결에 찾다가 아 보냈지! 하며 그놈의 정이 뭔지 하며 중얼거리기도 하였다. 정 하면 떠오르는 이야기가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 나오는 톰 행크스와 배구공 윌슨의 관계이다. 영화의 주인공 톰 행크스는 시간을 다투어 경쟁하는 택배 회사를 운영하다 비행사고로 무인도에 표류한다. 그리고 그곳으로 떠밀려온 배구공을 발견하고 윌슨이란 애칭을 부여하며 사 년을 자문자답하며 지내다 뗏목을 만들어 거친 파도를 헤치고 탈출을 시도한다. 그 과정에서 거센 풍랑을 만나 윌슨을 잃어버리자 오열을 하며 기진맥진해 있다 지나가는 배에 구조된다. 여기서 톰 행크스가 배구공에 갖는 애착이나 보낸 거북이에게 갖는 미련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관계 속에서 정을 만들며 메마른 부딪힘을 부드럽게 하고 소통과 도움으로 이끌어 관계를 훈훈하게 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이 정은 느슨해지고 마음 바닥에 자리 잡기 시작한 이기심과 탐욕은 끊임없는 사건사고를 재생산 하고 있다. 그리고 나에게 도움이 안 된다 싶으면 이분법으로 판단해 헌신짝처럼 버리며 마음 밭에 송곳 하나 꽂을 자리조차 주지 못하고 있다. 늦가을 바람 끝이 차다. 큰 것보다는 자그마한 것, 새것보다는 오래되고 손 떼 묻은 물건을 소중히 거두는 마음이 정이다. 오늘 아침도 찬 기운을 느끼며 분양되어 간 거북이는 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몰려온다. 과연 이 마음을 정이라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