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78,704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e수원뉴스 시민기자 2박3일 워크숍을 다녀왔다. 사전에 참가 신청은 하였지만 하루 전까지도 참가여부는 미지수였다. 시민기자가 작업이 아니라 근태처리를 하는 교육공무원이기에 망설였던 것이다. 고심 끝에 연가를 받았다. 도대체 e수원뉴스 시민기자 워크숍이 무엇이길래? 이번 기회에 내가 시민기자 워크숍에 참가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첫째가 자발성이다. 시민기자 누가 시킨 것 아니다. 본인이 좋아서 하는 것이다. 때론 기사쓰기가 어려워도 새로운 분야에 대해 공부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기다림 끝에 기사는 출고된다. 이 세상 일 누가 강제로 시키면 짜증이 난다. 성과도 나타나지 않는다. 타율적인 인간은 발전이 없다. 그러다가 기사쓰기를 게을리 하게 된다. 기사를 쓴다는 것,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편협된 기사는 독자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둘째 수원사랑의 정신이다. 내 고장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고장에 대해 관심이 없다. 관심이 부족한 사람은 주위 대상과 현상에 대해 애정이 없다. 그러나 수원을 사랑하는 사람은 주이 사물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수원에서 태어나 초중고교를 수원에서 나온 자칭 수원 토박이다. 그러나 자만해서는 안 된다. 공부를 게을리 하면 타지 사람보다 수원에 대해서 잘 모른다. 부단한 공부가 필요한데 시민기자 활동을 수원에 대해 공부하라고 자극을 준다. 셋째, 2007년 10월 초창기부터 활동한 원년 멤버요 으뜸기자다. 2007년은 참으로 뜻이 깊다. 서호중학교에서 새내기 교장 출발을 한 것. 고교시절 수고학보 기자를 하고 교육신문 리포터를 했지만 교직이라는 것이 우물안 개구리다. 사회인들과 교류의 시간이 많지 않다. 시민기자 경력을 몇 년 쌓으면서 워크숍을 통해 역량 강화의 좋은 기회가 되었다. 김우영 주간을 비롯한 주위 분들의 도움도 컸다. 그래서 3년 연속 으뜸기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으뜸기자가 워크숍에 빠질 수 없다. 넷째, 워크숍을 통해 수원시정을 알게 되고 시장과 자연스런 만남이 있다. 시민으로서 시정을 알게 되면 이해가 깊어진다. 수원시정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을 해 줄 수도 있다. 요즘 세상,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 더불어 잘 살아야 한다. 이번에도 염태영 시장이 워크숍 현장을 찾았다. 시민기자 격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토크숍를 통해 시민기자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 형식적이 대화가 아니다. 염 시장의 장점 하나, 형식과 격식 파괴다. 이번에도 스피드 퀴즈에서 기자들과 한 마음이 되었다. 다섯째, 워크숍은 치유의 시간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일에 푹 빠져 지내는 것이 행복이다.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기사를 쓸 수 있을까? 더 좋은 사진을 찍는 방법은 무엇일까를 연구하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이야깃거리가 많다. 필자의 경우, 교장에서 장학관으로 전직하여 적응에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세월호 참사로 진도에 가서 장기간 근무하여 몸과 마음이 피폐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자연 기사 쓰는 횟수도 많이 줄어들었다. 워크숍을 통해 활력을 얻는 것이다. 이번 워크숍, 예년과는 다르게 문화탐방도 있고 토크쇼도 있었다. 작은 레크리에이션은 기자들의 마음을 활짝 열어 주었다. 지적재산권의 종요성도 새삼 깨달았다. 문당 환경 농업마을에서는 귀농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도 가졌다. 워크숍을 기획하고 세심히 준비한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6개월간 정들었던관사 자취방, 오늘 밤이이 방에서 마지막 날이네!" 전보 발령 소식을 듣고 자리에 누우니 감회가 새롭다. 그래도 퇴근 시간 이후 나를 반겨주던 곳이다. 나만의 휴식처다. 내일을 재충전하던 곳이다. 자취방을 내 나름대로 꾸미느라 공간배치도 해 보았다. 안 하던 물걸레질도 하면서 정을 붙였다. 지난 3월 발령 당시, 이 곳에서 오래 머물고자 생각하였다. 최소 1년에서 2년.그리하여 중고 텔레비전도 사고 인터넷을 연결하여 컴퓨터도 설치하였다. 퇴근 후 시간을 뜻있게 보내고자 함이었다.또 리포터인지라 직장에서 못 쓴 기사를 쓰려는 의도도 있었다. 그러나 4월 16일 세월호 침몰사고가 있었다. 그것은 국가적인 불행이었다. 사고 당일 밤, 출근 복장으로 진도 팽목항으로 사고 수습을 나갔다. 특이한 사실은 심야시간인데 목포에서 진도가는 중요 사거리마다 교통경찰관이 배치되어 있었다. 대형 사고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가 체험학습을 맡고 있어 진도 수습 업무를 전담하였다. 사고 당일부터 7일간 근무를 시작으로 4박5알, 3박4일 간격으로 근무하다보니 44일정도를 근무하였다. 팽목항 근무를 오래하여 지인들은 '팽목항 근무 전담 장학관'이라는 칭호를 붙여 주었다. 아침 6시에 기상하여 7시 팽목항으로 출발! 희생자 수습 지원 업무를 비롯해 차량지원, 상황실 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야간 근무조 교대까지 마무리 지으면 밤 10시다.숙소에 귀가하여 잠자리에 들면 11시다. 그러니까 하루 17시간을 근무한 것. 그 영향이었을까 몸에 몸에 무리가 왔다. 체중이 8kg이나 줄어 들었다. 맡은 바 직무에 충실한 것도 좋지만 건강이 우선이다. 건강을 해쳤다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결단의 순간이다. 결국 집 가까이 가기로 결정하였다. 윗분들의 허락을 받고 전보내신서를 썼다.종합검진을 받으니 병명이 나왔다. 몸 추스리기가 우선이다. 그래서 직장을 옮겨야하는 것이다. 자취생활의 좋은 점은 홀로 생각에 잠길 수 있다는 것. 자신을 되돌아 보고 침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가족간의 대화가부족하다. 아내가 해 주는 따뜻한 밥 대신 전기밥솥이 해 놓은밥으로 아침과 저녁 그리고 다음날 아침을 해결한다. 그래도 6개월동안 아침밥을 안 먹은 적은 별로 없다. 제대로 챙겨 먹은 것이다. 옷장을 열어보니 겨울옷과 여름옷이 섞여 있다. 넥타이는 10여개가 있고 목도리도 보인다. 겨울과 봄, 여름을 이 곳에서 보낸 것이다. 3개월이 동시에 나온 달력을 보니 두 장을 떼어냈다. 찬장에는 아내가 반찬응 담아 준 밑반찬통이 여러개 보인다. 이젠 빈 그롯이지만 아내의 정성을 담았던 그릇이다. 정을 붙이려고 의정부시청에 연락하여 의정부 안내지도, 의정부시 소풍길, 의정부 가이드 북을 받았다. 이 자료는 전입한 동료 장학관에도 전달하여 함께 적응하기로 했다. 그러나 교장을 하던 사람은 무보직 장학관이란 것에 적응하기 힘들다. 대우가 교감 수준이다. 능력 발휘에도 한계가 있다.'빛 좋은 개살구'라는 표현이 맞을 듯 싶다. 그 동안 따뜻이 대해준 민주시민과 동료 장학관과 장학사, 주무관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 특히 보잘 것 없는 능력을 인정해 주시고 말 한마디에도 덕담을 건네 주신 교육국장님, 부교육감님께 존경을 표하고 싶다. 북부청사 직원 여러분 모두가 고맙다. 이들은 어려운 이웃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기 때문이다. 이제 9월 1일이면 지역교육지원청 중등교육지원과장으로 출근한다. 다행히 교육장, 국장이 오래 전부터 아는 분들이다. 건강에 유의하면서 마음 편하게 근무하라고 일러 주신다. 함께 근무할 중등 장학사들도 품성이 좋고유능한 분들이다. 필자는 장학사 4년 반, 교감 3년 반, 교장 6년 반, 그리고 장학관 6개월간 인간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이제는 새로운 근무지에서 실천이 남았다.
직선제 교육감의 가장 큰 폐단이 그대로 드러났다. 인사철만 되면 선거 과정에 도움을 줬거나 교육적 성향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원칙과 상식을 뛰어넘는 사람에게 선심성 자리를 주는 일이 되풀이 됐다. 이는 다른 어느 곳보다 합리적 절차와 객관적 합의가 중시되는 교육계에서 교육행정을 이끌고 모범을 보여야 할 교육감의 권한 남용으로 비춰졌고 그로 인해 교육 전반에 대한 불신과 오해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에 새롭게 교육감으로 당선된 분들은 앞 다퉈 공정한 인사시스템 도입을 공언한 바 있기에 배신감마저 느껴진다. 논공행상 논란과 인사부정 비리로 얼룩졌던 전철을 일소하고, 능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가치중립적인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9월 1일자로 단행된 각 시도교육청 인사 내용을 살펴보면 형평성 시비 및 코드인사 논란이 재연됐다는 점에서 실망을 금치 않을 수 없다. 평교사를 장학관(연구관)으로 발탁해 전직 임용한 사례가 4개 시․도, 9명에 이르고 무자격공모교장 출신을 주요보직에 임용한 사례도 2개 시․도, 2명으로 한국교총 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다. 교육 전문직의 꽃으로 불리는 장학관(연구관)은 엄격한 자격 조건을 갖추고 치열한 경쟁을 뚫기 위해 부단한 연구와 열정으로 오랜 기간 준비해야 가능하다. 장학사(연구사)가 되고서도 7~8년간 업무 경험을 쌓고 능력을 인정받아야 오를 수 있는 꿈같은 자리다. 평교사가 두 단계를 뛰어넘어 장학관으로 임용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이 같은 승진이 가능한 것은 현행법상 평교사에서 장학사(연구사)로의 전직은 공개전형에 따른 객관적 임용 절차를 따르고 있으나 그 보다 높은 장학관(연구관)은 일정 자격만 갖추면 교육감의 지명에 의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교육감은 개별 시․도의 현장 교육자들을 대표한다. 교육감의 인사권도 어디까지나 현장 교육자들의 공감과 소통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래야만 교육감의 영(令)이 서고 교육자로서 존경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교육 정상화의 핵심은 코드인사의 적폐를 교육감부터 털어내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교육감의 직무 수행 능력은 인사를 보면 알 수 있다.
학교에 아이들의 9시 등교를 강행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먼저 수업시간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할 것이다. 현행 교육과정에서의 단위 수업 시간은 학생 발단단계를 고려해 초등학교 40분, 중학교 45분, 고등학교 50분을 기준으로 정했다. 점심시간, 아침활동시간등 파행 필자가 전에 재직하던 학교 수업 운영방식은 8시 40분 등교, 9시에 1교시 시작이다. 20여 분 간 담임교사의 출석 점검, 간단한 아침 훈화 등을 하고 수업에 들어간다. 이는 학생 가정환경, 즉 도시와 농촌, 맞벌이 부모 비율, 교통난 등에 따라 편차가 많기에 확인 차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아이들이 9시 등교를 한다면 이러한 시간을 포함해 9시 30분 정도 1교시 수업을 들어갈 수밖에 없다. 9시 30분에 1교시를 운영하면 초교는 1 단위 교과 시간 40분, 10분 휴식 3번, 4 교과 시간 운영을 하도록 돼있어 190분을 오전 시간에 사용한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점심 식사는 12시 40분이 된다. 중학교의 경우 1 단위 수업시간 45분이니까 오후 1시, 고등학교의 경우 오후 1시 20분에 점심식사를 하게 된다. 학생이 원한다 해서 9시 등교를 해야 한다는 말은 그럴 듯하나, 그 학생들에게 점심시간 여부를 놓고 질문을 다시 던져봐라. 어떤 반응이 나올까? 점심시간 마친 뒤 쉬는 시간 없애도 되겠니? 마지막 수업 시간 늦춰도 되겠니?’ 등에 대해 같은 반응이 나올지 의문이다. 학교는 교과수업 시간이 점심시간 이상으로 충실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점심을 먹이기 위해 수업시간을 조정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교실배식을 하는 학교보다 급식실 배식을 하는 학교가 훨씬 많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현재는 이른 등교로 무리 없이 급식실 배식이 가능하다. 하지만 9시 등교를 강행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교육과정 단위시간 준수라는 고민과 점심시간 확보라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또 학교의 아침시간은 나름대로 아기자기한 프로그램이 있다. 독서활동, 건강달리기, 자치활동, 교내봉사, 한자공부, 방송영어 등 다양하다. 그런데 학교가 9시 등교를 강행한다면 기초교육과 인성교육이 가능한 이런 시간을 포기해야 한다. 9시 등교 강행으로 인해 교과 수업시간을 위한 획일적 학교운영이 될 것은 뻔하다. 학생 수면부족 문제도 못 풀어 9시 등교를 주장하는 사람은 청소년기 수면부족이 정서적인 면과 학습 효율적인 면에서 나쁘다는 연구 이론을 들어서 합리화한다. 10대들의 뇌는 9시간 이상 잠을 자야 학생들이 최상의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수면시간과 패턴은 가정환경, 학습 부담, 인터넷과 스마트기기 중독, 운동 습관 등에 따라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아이들의 수면을 방해하는 것은 등교시간이 아니라 부모의 공부 강요, 방과 후 학원 및 과외공부, 스마트폰, 게임 등이 더 큰 이유인 것이다. 진정 학생들에게 공부라는 굴레를 벗겨주려면 사교육에 몰입하는 제도를 바꿔줘야 한다. 주지교과 점수 위주의 줄 세우기 입시 제도를 바꾸면 저절로 해결할 수 있다. 이를 위하여 학교 스포츠, 예술 활동, 자치활동 등 학교 활동의 성과를 반영하고 교과 수업 시간을 줄여주는 제도적 뒷받침 마련이 훨씬 필요하다.
올해 대입전형이 6일 수시모집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60만 명 수험생들은 초등학교 입학 후 12년간의 기나긴 여행 끝에 목적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게 된다. 서울대 정책방향에 모두가 흔들려 그러나 학생들은 ‘스카이, 서성한이, 중경외시’ 등 전국 200여개 대학 서열부터 생각하게 된다. 대학 서열화는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박혀 갖은 폐단을 낳고 있으며, 학생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지만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 그동안 고교 현장에서는 3500여 명을 선발하는 서울대의 대입 정책 방향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전국 대학교 모집인원의 1% 정도의 서울대가 수능에서 제2외국어 반영과 한국사 필수 등을 이야기 할 때 고교 교육과정은 소수 학생들을 위해 1학년 때 배웠던 교과를 3학년으로 변경하는 사례까지 있었다. 현 대입전형은 일부학생들을 위한 방식이며, 고교 교육현장에서 학생 선택을 제한하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3학년도부터 도입된 수시지원 횟수 6회 제한 문제만 봐도 그렇다. 물론 지난 2010학년도 한 수험생이 61회나 지원하는 등의 문제를 경감하고 실질적인 경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부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복수 지원한 학생이 여러 곳 합격한 경우 합격날짜에 따라 이동할 수 있는데, 상대적으로 서열에서 밀리는 학교는 최초 합격자보다 예비 합격자가 더 많이 나오는 일이 생기고 있다. 이 학생들은 시작부터 패배감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또 현재 일반 고등학교는 비평준화 또는 평준화 지역으로 구분되는데 비평준화지역 소재 고교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교육과정과 교육환경을 고려해 입학이 가능하지만, 더 많은 수를 차지하는 평준화지역 소재 고교 학생들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결정된 학교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이런 경우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교과가 다양하지 못하고 정해진 일부 교과를 이수할 수밖에 없다. 학교 상황에 따라 교과이외 활동으로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등이 매우 차이가 크게 발생하고 있다. 일부 고교의 경우 상위 10% 학생들이 주요활동들을 주도하고 수상 실적에서도 각종 교내 경시대회 수상을 독점하고 있다. 이처럼 고교 교육현장은 여건에 따라 많은 차이가 발생하고 있지만 학생선택은 매우 제한적이고 무시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대입전형과 학교 교육에서 대다수 학생들은 소외되고 일부 상위권 학생들이 교육의 과정과 결과를 독점하는 문제는 하루빨리 해결되야 한다. 대학 서열화가 더욱 강화될수록 학생들은 자신의 꿈과 미래에 대한 진로 결정보다는 대학의 이름을 보고 진학을 결정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진로진학상담교사 역할에 큰 기대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학교 교육이 정상화 돼서 학생들이 개개인에 적합한 진로를 계획하고 고민할 수 있도록 꿈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데 있다고 사료된다. 다행히 지난 해 전국 중고등학교 5520개교 중 5215개교(95.4%)에 진로진학상담교사가 배치됐다. 각 학교는 진로진학상담교사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그 성과가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를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이제라도 학생들을 교육의 패배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꿈과 끼를 생각하고 자신이 결정하는 미래를 일궈갈 ‘꿈의 디자이너’로 양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교총이 교육의 정치적 독립을 선언했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8월 14일 교총은 교육감 직선제 위헌 소송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6년부터 시행된 교육감 직선제가 정치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교육자치’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교총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헌법재판소 앞에서 안양옥 회장을 비롯 황환택 충남교총 회장 등 전국 17개 시·도교총 회장단이 참여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위헌 소송 청구의 배경과 경과 등을 밝히고 청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교총은 헌법소원심판 청구서에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지방교육자치법)에 보장된 교육감 직선제는 헌법상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수학권), 교원의 가르칠 권리(수업권) 및 직업수행의 자유, 학부모의 자녀교육권 및 평등권 등을 모두 침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총은 교육감 직선제의 위헌 근거로 ▲헌법상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보장 조항 위배 ▲‘민주주의, 지방자치, 교육자주’ 3가지 헌법 가치 미충족 ▲유·초·중등 교원 교육감 출마 제한에 따른 기본권 침해 ▲비정치기관장인 교육감을 정치행위인 선거방식으로 선출토록 한 것 등을 제시했다. 안양옥 교총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교육감 직선제 위헌 소송 청구는 정치로부터 대한민국 교육 독립을 선포하는 의미를 갖는다”며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교육 자주를 지키기 위한 결단”이라고 밝혔다. 안 회장은 “교육감 선거가 당초 기대와는 달리 ‘정치선거’로의 변질, 보수 대 진보라는 정치구도의 진영논리 속에 갇힌 채 교육계가 아닌 정치권력과 사회시민 세력들에게 선거가 주도된 채 교육수장이 뽑히는 뼈아픈 경험을 감수하게 됐다”며 “실제로 지난 6·4 서울교육감 선거는 특정 정당과 정치인이 조직적으로 연계된 정치 선거로 치러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헌법에 교육의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지역교육 수장을 고도의 정치행위인 선거방식으로 선출하는 것은 헌법가치를 훼손한 것일 뿐만 아니라 교육감의 중요성을 무시 또는 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장과 검찰총장 등을 직선이 아닌 임명제로 하고 있는 것은 주민자치 및 민주성 보다는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위헌 소송에는 학부모, 교원, 교육감 선거 출마자 등 총 2,451명이 청구인단에 참여했다. 또 직접적인 소송 참가자 외에 학생, 학부모, 일반 시민 등 3만 3,740명이 적극 동참을 선언했다. 이날 교총의 ‘교육감직선제 위헌 소송 청구 기자회견’에는 학부모, 교원 및 시민 등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소송 대리인인 전병관 변호사가 참석해 ‘교육감 직선제의 위헌 논거’를, 청구인 대표로 문경구(전 영천고 교사, 교육감 출마 포기자), 최정희(안산동산고 학부모)가 각각 위헌 소송 참여 이유를 밝히고, 윤보영 교육감 직선제 헌법소원 지원단 대표도 입장을 개진했다. 한편, 교총은 교육감 직선제 위헌 소송 청구서 접수 이후에도 교육감 직선제 폐해의 구체적 사례를 대국민과 교육구성원들로부터 수집해 지속적으로 언론, 정치권 등에 제공해 나감은 물론, 청구인과 위헌소송 청구대리인인 변호사들과 함께 헌법재판소의 교육감 직선제 위헌 결정을 이끌 것임을 천명했다.
“대학 구조개혁 필요하지요. 하지만 방법이 문젭니다. 교육부가 획일적인 잣대로 대학을 평가한다면 대학의 자율성은 오히려 더 위축될 것입니다. 대학 유형별로 특성을 살린 다양한 형태의 평가가 이뤄질 때 대학의 진정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내 201개 4년제 대학의 실질적 대의기구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원근 사무총장은 새교육과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학구조개혁 추진 방안은 대학 정원을 줄이는 데는 성공할지 몰라도 대학의 자율성을 죽이고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교육부가 마련한 대학구조개혁안은 전국의 모든 대학을 5등급으로 나눠 최우수 등급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의 정원을 감축하는 게 골자다. 이를 통해 2013학년도까지 입학정원 16만 명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학생 수 감소로 정원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대학들로서는 사활을 건 레이스가 시작된 셈이다. 획일적 대학평가, 대학교육 경쟁력 오히려 약화시켜 “대학구조개혁을 통해 대학교육을 특성화해보자는 이야기인데, 좋다 이겁니다. 그러면 국립대와 사립대, 연구중심 대학과 교육중심 대학 등 특성별로 평가를 해야지요. 그래야 신뢰성도 높이고 평가의 효과성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사무총장은 “교육부가 무소불위의 획일적 평가 잣대를 모든 대학에 들이대는 바람에 대학총장들은 지금 단두대에 서 있는 심정”이라며 “한줄 세우기 평가 방식은 대학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출발점은 학생 수 감소에서 시작됐다. 여기에 부실대학 퇴출 문제가 겹치면서 강화됐다. 2016년부터 고교 졸업생이 대학 입학정원보다 적은 ‘역전 현상’이 발생하는데다 연구비 횡령과 회계부정 및 부실 경영 등 일부 대학들의 방만한 운영을 바로잡기 위해 메스를 댄 것이다. 지방대학 지원확대… 교수들 연구여건 개선 서둘러야 “지금 대학들은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어요. 스스로 구조개혁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래서 채찍보다 대학을 믿고 지원해 주는 투자가 필요한 때입니다. 부정과 비리를 저지른 대학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잖아요.” 교육부가 인위적인 칼질을 하기보다는 대학들이 제대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감한 정책적 결단이 아쉽다는 것이다. 이 사무총장은 또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방대학에 대한 파격적 지원과 교수들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대학들이 세계 유수의 명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지방대학의 힘입니다. 규슈대학이나 북해도대학 등은 세계 300대 대학에 들어갈 만큼 국제적 경쟁력을 갖고 있죠. 일본에서 수도권 집중 현상이 발생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는 “지방대학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정부의 관심과 배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낡은 실험 실습실 개선 등 교수들이 마음 놓고 연구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을 강조했다. 논문표절 등 연구윤리 논란 안타까워… 실태조사 나설 것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자 낙마를 계기로 다시 불거진 논문표절 등 대학사회의 도덕성 논란에 대해 대교협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이 사무총장은 “교수들의 연구윤리에 대해 각 학문 분야별로 자세한 실태 조사를 벌인 뒤 대책을 강구해볼 계획”이라며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07년 황우석 사태 이후 본격적으로 불붙은 논문표절 등 연구윤리 부분은 대학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학계에서는 엄격하게 심사하자는 강경론과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지금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온건론이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실정이다. “젊은 교수들일수록 강경합니다. 면죄부를 줄 수 없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너무 가혹하다는 주장도 합니다. 이들은 황우석 사태 이전과 이후로 나눠 일종의 경과규정을 두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사무총장은 “연구 활동을 많이 한 교수들은 혹시 표절에 걸릴까봐 노심초사하고 논문 몇 편 안 쓴 분들은 오히려 큰소리치는 묘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대학가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진보 교육감들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서울대 폐지론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서울대만 가면 모든 것이 다 된다는 잘못된 인식은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를 없애자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서울대 독식주의는 반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폐지論’ 반대지만 서울대 독식구조 개편은 필요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서울대 입학자격을 수능시험 1등급 또는 2등급 이상으로 정해놓고 응시한 학생들을 추첨으로 선발하는 방안은 어떨까 싶어요. 말 그대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니까 서울대서 공부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학생이라면 그들 모두에게 기회를 주자는 거죠. 물론 운이 좋으면 합격하고 나쁘면 떨어지는 복불복이지만 이 같은 추첨입학제는 우수한 학생만 뽑자는 ‘선발경쟁’에서 잘 가르치자는 ‘교육경쟁’으로 대학교육이 달라지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 사무총장은 또 박근혜 정부 입시정책에 대해서는 “대입전형 간소화와 입학원서 일원화 등 직접 피부에 와 닿는 정책들을 곧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교협은 대입 전형료 완화와 수험생들의 부담 감소를 위해 대입공통원서접수시스템을 구축, 2016학년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그는 “수험생들의 전형료 부담은 물론 편의성을 도모한 생활밀착형 정책의 모범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 취임 후 가장 ‘핫’한 일을 꼽으라면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서울에 있는 25개 자사고 중 14개가 올해 5년째를 맞아 평가를 받고, 평가 결과가 미흡한 자사고는 퇴출당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조 교육감이 취임하기 전 이미 자사고에 대한 평가(1차 평가)가 거의 끝났다는 것이었다. 조 교육감이 “자사고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면서 예정에도 없던 평가(2차 평가)를 추진하면서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자사고들의 반발은 당연한 일이었다. 조 교육감이 후보 시절 “자사고가 일반고를 황폐화하고 있다”면서 자사고를 폐지할 뜻을 이미 밝힌 터라 이들의 불안감은 더 커졌다. 조 교육감이 “올해 일반고로 전환 신청을 하는 자사고에는 5년에 걸쳐 학교당 10억~14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당근책은 먹혀들지 않았다. 정책의 정당성을 제대로 확보하기도 전에 꺼낸 설익은 당근을 덥석 무는 자사고는 없었다. 결국 전국자사고교장연합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조 교육감을 비롯한 진보 교육감은 자사고 말살 정책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에 이르렀다. 자사고 학부모들이 “우리 애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며 거리로 나섰고, 일은 점점 ‘핫’해졌다. 진보와 보수 언론이 각자 목소리를 냈다. 교육계는 패로 나뉘어 ‘자사고를 없애야 한다’, ‘자사고를 없애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조 교육감이 여기에 ‘3차 평가’와 ‘선발권 폐지’ 카드를 꺼내면서 자사고 논란은 더 커졌다. 문용린 교육감 시절 했던 1차 평가에서는 자사고가 모두 통과했는데, 조 교육감이 온 뒤 실시한 2차 평가에서는 모두 탈락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3차 평가를 해서 공정하게 평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어설픈 민낯 드러낸 ‘자사고 폐지’ 정책 자사고들이 이를 곧이들을 리가 없다. 활활 타는 불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자사고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1차 평가는 3개월에 걸쳐 이뤄졌지만 조 교육감이 온 뒤 실시한 2차 평가는 달랑 한 페이지짜리 허술한 설문으로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3차 평가는 전체 탈락이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하는 요식행위여서 전면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성난 자사고 학부모들이 시 교육청을 찾아 조 교육감과 마주 앉아 격정 토로하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며 조 교육감의 ‘헛발질’이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학부모들이 “왜 우리 아이들이 피해를 봐야 하느냐”고 했지만 조 교육감은 변변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선거에 이겨 입성(入城)한 진보 교육감의 갈지자 행보에 그동안 조 교육감을 암묵적으로 지지하던 진보 언론들도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었다. 한 진보 언론사 기자는 “솔직히 조 교육감이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 서두르다가 체했다”고도 했다. 한 달 동안 시교육청 출입기자로서 조 교육감의 자사고 행보를 지켜본 바, 가장 큰 문제를 꼽으라면 ‘이론’의 부재를 들고 싶다. 자사고의 정당함과 부당함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 정책 추진 이유가 제대로 설득력을 얻지 못했으며, 자사고에 대한 평가를 왜 하는지 이유를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 “자사고가 일반고를 황폐화하고 있다”고 주장하려면 근거가 명확했어야 했다. 2차 평가는 이를 알아보기 위함이었다지만, 주변의 중학교와 고등학교 몇 개를 설문한 결과는 ‘자사고는 나쁜 놈’이라는 명확한 증거는 되지 못했다. 자사고에 왜 5년 동안 10억~14억을 지원해야 하는지도 명쾌한 설명이 없었다. 자사고와 대화를 한 뒤 타협점을 찾아야 했는데 일방적으로 지원책을 마련했다. 선발권 폐지 카드라는 강공책은 더 문제였다. 조 교육감이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뽑는 근거”라고 했지만, 면접으로 학생을 뽑는 이 선발방식은 올해부터 진행될 예정이었다.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던 면접에 따른 선발권을 “나쁘다”고 몰아붙였으니 먹힐 리가 없다. 정책추진은 이념을 버리고 냉정하고 철저하게 [PART VIEW] ‘이론’이 없다 보니 결국 ‘이념’이 두드러졌다. 자사고의 해악을 철저하게 따지고 문용린 시절의 1차 평가가 얼마나 허술하게 진행됐는지 제대로 따졌어야 했다. 자사고에 지원금을 주는 이유는 1원 단위까지 철저하게 계산이 돼야 했다. 자사고 재학생과 학부모들이 고개를 끄덕일 정도는 아니어도, 고개를 저을만한 정책을 내놔선 안 됐다. 조 교육감은 학부모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개혁에는 피해자가 따른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피해자들이 “왜 우리가 손해를 입어야 하느냐”고 따지면 할 말이 없게 된다. “개혁에는 피해자가 따르지만, 이런 지원을 할 테니 양해해달라”는 태도가 옳다. 이론과 이념의 싸움에서 결국 승리하는 것은 이론이다. 이념이 다분히 감성에 호소한다면 이론은 이성에 호소하기 때문이다. 진보 세력(혹은 중도 세력을 포함해서)을 업고 당선됐다 하더라도 이론을 저버리면 결국 진보 세력도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조 교육감이 이렇게 일을 추진한 까닭은 아마 너무나 촉박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강경책을 선택했다’는 것은 7조에 달하는 교육예산을 쥔 교육감이 해서는 안 될 행동이다. 철저하고 냉정하게, 이념을 버리고 이론에 따라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게 바로 교육감의 기본 덕목이다. 이미 일이 커져 버린 자사고 평가 뒤에 내년에는 특목고와 국제중 평가가 기다리고 있다. 이와 관련한 입법안이 7월 말 예고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연말부터 지표를 만들고 내년에 평가에 돌입한다. 진보 세력을 업고 당선된 조 교육감의 행정가로서의 실력을 확인할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프로필 김기중_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부(학사), 카이스트 대학원(석사)에서 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래창조과학부, 교육부, 서울시교육청 출입기자로 서울일보에 재직 중이다.
학생들은 ‘좋은 대학’이 인생의 종착지인 듯 학창시절을 올인한다. 자신의 꿈과 적성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채’ 대학의 문턱을 향해 내달리는 것이다. 이마저도 사교육에 기대는 경우가 대다수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대학진학지도지원단(이하 지원단)은 사교육에 빼앗긴 ‘대입 영역’을 공교육이 끌어안아야 한다는 취지로 출범했다. 송현섭 교육연구사는 “지원단은 사교육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진학·진로지도를 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다. 이를 바탕으로 ‘입시상담’에 역점을 둔 진학지도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진로’를 함께 고민하며 공교육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의 장래를 먼저 생각하는 1:1 ‘진로컨설팅’ “학생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학과부터 정하고 대학을 결정하는 것이 맞아요. 어느 대학에 몇 명 진학했는지 학교에서 플래카드 거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죠. 학생들이 졸업할 때 이미 진로가 명확해져 있어야 진학지도가 진정한 성공을 거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올해로 출범 10주년을 맞이한 지원단은 ‘진학’이 중심이 아닌 ‘진로’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목표로 공교육 진학지도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사교육 시장에 빼앗긴 ‘진학컨설팅’을 공교육에 끌어들여, 성적이 아닌 학생들의 적성과 미래를 담아낼 수 있는 제대로 된 진로컨설팅을 해보자는 이들의 의지는 ‘1:1 무료 대입컨설팅’으로 현실화됐다. 지원단은 지난 달 7일부터 10일까지 소속 교사들이 모두 참여한 1:1 무료 대입 컨설팅을 나흘간 진행했다. 인터넷 사전 접수를 통해 예약을 받아 한 사람당 40분씩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는 학생의 성적뿐 아니라 희망진로, 적성 등 전반적인 사항을 고려한 맞춤식 상담이 이루어졌다. 김선욱 교사(서울동작고)는 “상담을 하다 보면 수능 3~5등급 맞는 학생들한테서 입시상담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며 “학교에는 이런 ‘손 많이 가는’ 아이들이 더 많다. 정말 상담이 필요한 아이들은 중위권 이하의 아이들”이라고 지적했다. 고영은 교사(서울가재울고)는 “학생의 장래를 위해 적성과 진로를 최대한 고려해서 학과와 전문대를 일일이 찾아줄 수 있는 곳은 학교 뿐”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진로에 맞춰 진학할 최적의 대학을 찾아주는 것이 공교육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공교육의 저력, 데이터의 힘 지원단의 강력한 무기는 ‘정확한 데이터’다. 송현섭 교육연구사는 “사교육에서 제시하는 배치표의 합격선은 5~10점까지 차이가 날 정도로 정확도가 떨어진다. 학원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서 합격선을 임의 조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원단은 서울시내 고교에서 매년 12만여 건의 전년도 대입 수시 합격·불합격 자료를 수집한다. 사교육시장에 비해 데이터 수집량이 두 배 이상 많다. 정확하고 풍부한 데이터를 토대로 지원단은 대입 상담프로그램을 개발해 1:1 대입 상담에 활용하고 있다. 송 교육연구사는 “대학마다 상이한 영역별 반영비율을 일일이 조정해 프로그램에 반영하고 있다. 수능 10등급 체제를 60등분 해 점수체계를 세분화하고 조정점을 잡아 정확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지원단의 노력은 공교육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 회복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1:1 대입상담은 설문결과 만족도가 98% 이상을 차지하는 등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것. “상담을 오래 하다 보면 목이 잠겨서 목소리가 안 나와요. 그러면 학부모님들께서 따뜻한 차를 가져다주시기도 해요. 그럴 때 정말 뿌듯하죠.” 이러한 성과를 계기로 지원단은 진로컨설팅 대상을 진로 사각지대에 놓인 중학생으로 낮춰보기로 했다. 고등학교는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특목고, 일반계 등 세분화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확한 진로지도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 진학한 후 부적응으로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 비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학생 진로컨설팅을 확대하기 위해 지원단은 프로그램 개발, 인적·물적 자원 등 인프라 확충을 위한 물밑작업에 들어갔다. 김해용 교육연구사는 “아이들의 진로는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이미 설정된다”며 “어떤 과정을 거쳐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이루고 싶은 꿈에 가까워질 수 있는지 안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 사람의 인생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교사의 진로 상담은 매우 중요하다. 지원단은 이제 막 돛을 달고 바다에 나선 아이들에게 더 멀리보라고 등대처럼 수평선 너머로 끊임없이 빛을 던진다.
오늘날 우리나라 학교교육과 관련하여 가장 큰 도전은 저출산으로 인한 학생 수 급감이다. 세계 최저 합계출산률로 연간 신생아 수는 40만 명대로 떨어졌고, 이 추세대로라면 2060년에는 약 20만 명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읍·면지역, 농·산·어촌 지역의 출생아 수는 아주 적어 지역 생활 및 교육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심각하다. 최근에는 도시에서도 도심 공동화 및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소규모학교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소규모학교가 생기는 근본 원인은 출생아 수 급감에 있으나, 인구 유출과 전출생 증가, 관할 경계지역 학생들의 학교선택권 제한, 학구 설정의 경직성, 민선 교육감들의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소규모학교 유지 정책, 지역주민과 동창회의 학교 통폐합 반대, 학제와 교원양성 운용제의 불일치 등 인위적인 요소도 적지 않다. 2013년 우리나라 초·중·고 학교 수는 11,408개인데, 전교생 60명 이하 초등학교는 1,200개교, 100명 이하 중등학교는 700개가 넘는다. 지난해 전국 6,203개 초등학교 가운데 입학생이 1명도 없는 학교는 121곳이었다. 초등학생 1인당 연간교육비를 비교해보면 서울의 경우 508.2만 원인데 반해 소규모학교가 많은 전라남도의 경우에는 874.2만 원이다. 학생 수가 적을수록 학교시설 유지비, 교원 인건비 등의 지출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소규모학교 정책, 근본적 인식 전환과 대책 마련 필요 각 학교 급의 20% 정도는 학교를 꾸려가기에 규모가 너무 작다. 소집단 협동수업이 중요한 교과수업은 학급당 학생 수가 결정적이고, 대집단 협동학습이 중요한 교과외 활동(단체행사활동, 예체능활동, 체험활동 등)은 학년당·학교당 학생 수가 적정 규모가 되어야 제대로 이루어진다. 특히 의무교육 시기에 해당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공통필수 교육과정을 적용받는 시기로, 이들 기초기본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학교의 시설과 설비가 완비되어야 하고, 교사 수급이 원활해야 하며, 교육과정 운영이 충실해야 한다. 기초기본교육은 누구나 차별 없이 균등하게 교육 복지적으로 책임 운영되어야 한다. 도서지역은 학생이 한 명만 있더라도 교사를 파견해 이를 뒷받침해야 하지만, 육지로 연결된 학교는 근본적으로 소규모학교가 없어야 한다. 특히 진학과 직업 등 진로별 교육을 하는 고교는 학생들의 장거리 통학이나 기숙사 운영이 가능하므로 소규모학교 자체가 생기지 않도록 학생 수용과 적절한 학습기회 제공에 유념해야할 것이다. 소규모학교에 대한 정부정책은 1982년 이후 상당기간 동안 학생 수 감소, 분교장 격하, 재정지원과 통폐합을 통한 적정규모 학교 육성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됐지만, 최근 들어 정부는 연중돌봄학교, 전원학교, 기숙형고교, 통합운영학교 등 교육 복지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소규모학교 살리기 운동이나 작은 학교 희망 찾기, 혁신학교 지정 등으로 극히 일부 학교는 활력을 되찾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소규모학교 정책에 대한 정부와 교육계의 보다 근본적인 인식 전환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소규모학교의 대안, 마을학교와 기본학교 취학 전 3년과 초·중학교 9년의 교육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일관교육을 지향하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6-3-3제의 학제, 6-6제의 교사 양성 운용제, 9-3제의 의무교육제 등 기본교육제도 간 불일치 상황을 끝내야 한다. 어느 나라가 국가의 기본교육제도를 이렇게 서로 어긋나게 운영하도록 방치하면서 교육이 잘 되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소규모학교가 힘든 것은 이런 기본교육제도 자체가 잘못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의무교육, 무상교육을 확장하면서 진작 바꾸었어야 할 불합리한 제도가 지속되고 있다. 결국 소규모학교를 개선하려면 기본적으로 학제 등 학생수용정책을 바꾸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초중, 중고, 초중고, 유초중고 등의 통합운영학교는 학생의 발달단계나 교육과정의 계열상 상당히 어긋난 정책이다. 가령 초중통합은 학생발달상, 중고통합은 교육과정상 잘못된 이종결합이다. 급성장기에 어린이와 사춘기 학생을 한 울타리에 두는 것이 잘못이고, 공통필수 교육과정기와 진로별 상이선택 교육과정기를 한 울타리 내에서 해결하려는 것은 교육적으로 매우 무모하다. 결국 소규모학교 문제는 육지로 연결된 학교들에서 취학 전 3년과 초중학교 9년, 총 12년에 걸쳐 학생들을 어떻게 수용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현행 초등학교 6년제가 아니라, 취학 전 3년의 누리과정을 공교육화하면서 초등 저학년 3년과 합쳐서 6년제 ‘마을학교’를 새로이 도입 육성해야 한다. 마을학교는 멀리 통학하지 못하는 어린아이들이 다니는 6년제 작은 학교, 기초학교를 말한다. 부모가 취학을 늦춘 어린이들에게는 4~5년제 학교가 될 수도 있다. 이런 학교는 30명이어도 괜찮다. 학교가 수용하는 어린이들의 발달단계도 유사하다. 교육과정도 활동 중심, 미분화 통합 중심, 교과학습보다 돌봄 중심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규모를 보면 이해할 수 있듯이, 어느 누구도 마을학교를 소규모학교니까 폐지하자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부 아이들을 위해서 마을간 통학용 미니버스를 교육청에서 운영할 수도 있다. 그런 작은 마을학교가 3~4개 모여서 조금 먼 거리를 통학할 수 있는 초등 고학년 3년과 중학교 3년을 수용하는 6년제 기본학교(basic school)를 만들 수도 있다. 이것은 읍지역이나 중소도시의 일부를 포함하는 생활권으로 큰 학구를 잘 규정하면 일정 규모를 항상 유지할 수 있다. 기본학교는 마을학교와 달리 학년단위, 학교단위 단체 활동이 늘어나므로 규모가 더 중요해진다. 9학년 기본학교 졸업까지는 생활인, 교양인, 상식인 육성에 집중해 공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자유학기제 같은 취지의 교육과정의 획기적 개선도 필요하다. 일석삼조의 효과를 가져올 마을학교[PART VIEW] 취학 전 3년과 초등 3년의 6년제 작은 마을학교, 초등 고학년 3년과 중학 3년의 6년제 적정 규모 기본학교가 수립되면, 정부의 소규모학교의 정책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이를 위해 중학교까지 학생들은 시·도간, 시·군 구간 경계에 구애받지 않고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로 취학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도 필요하다. 경계지역 거주 학부모와 학생들에게는 학교선택권을 부여하여 최근거리 취학이 가능하도록 해야 소규모학교도 줄어든다. 이런 학교제도의 도입은 교육공동체의 분열을 낳고 있는 소규모학교 통폐합정책을 개선하고, 취학전 교육을 교육복지 차원에서 공교육화하여 그 질을 개선하며, 국가의 기본교육제도간 불합치 상황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마을학교 개념 도입은 산업사회 대규모 공장식 대량 획일 생산모델인 프러시안 학교체제를 거부하는 것이다. 프러시안 학교체제는 클수록 효율이 높다고 보지만, 마을학교는 그렇지 않다. 마을학교는 학생 수도 적지만 교실, 각종 시설과 설비, 운동장, 체육관 등이 작고 아기자기해도 된다. 이를 위한 새로운 학교건축모델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부는 어린이집, 유치원 등을 민간에 맡기지 말고 교육복지 차원에서 취학 전 3년의 공교육화를 서둘러 마을학교로 흡수해야 한다. 취학전 교육의 공교육화는 계층 간 교육출발점 격차를 줄이는 데 첫걸음이 된다. 마을학교에서 아이들은 가까운 집에서 부모님의 돌봄을 받고 자연생태친화적 체험을 할 수 있으며, 또래들과 평화롭게 어울리며 생애 첫 공동체를 왕따 없이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을학교에서는 아이들의 활동성, 운동성을 존중하고 자연 속의 직접경험을 통해 오감을 발달시키도록 복지형 교육과정의 혁신이 요청된다. ‘넘나들이형’ 교사양성제도로의 전환 절실 무엇보다 제도적으로 교사양성제도를 일관교육이 가능하도록 넘나들이형으로 바꾸어야 한다. 취학 전과 초등 저학년, 초등 고학년과 중학교를 넘나들면서 가르치는 두 가지의 6년제 교사자격증제를 신설 도입해야 학교급 간·학년 간 연결이 원활하게 된다. 교원대나 이화여대 등에서는 이런 자격증제를 당장 도입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런 교사들은 농산어촌 소규모학교 운영에 단비가 될 것이다. 마을학교는 교장공모제, 교사초빙제 등을 활용하여 뜻있는 교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학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교감, 교장을 모두 배치할 필요 없이 수석교사, 교감, 교장 중 한 사람이 학교를 책임지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이런 학교는 지역주민들의 자치학교로 뜻있는 교사들이 오래 머물도록 하고, 오직 학생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각종 공문 작성 등 잡무에서 교사들이 자유롭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을학교나 그 다음 단계인 기본학교가 성공적인 학교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학교구성원의 자구적 노력에 더해 정부나 지자체는 전원학교, 온종일돌봄학교, 공동체학교, 혁신학교 등에 추가적인 행·재정적 지원, 인적?물적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소규모학교 문제를 새로이 꾸리는 거점형·복지형 마을학교로 접근할 때 이 문제는 해결 가능성이 보인다.
나는 작은 농촌학교에 근무한다. 2012년 3월, 폐교 위기에 처해있던 학교였는데 불과 2년 사이에 학생 수가 34명에서 78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아이가 친구 때문에 많이 괴로워하여 전학을 시켜야 될지 고민했었는데 이제는 아무 걱정 없이 학교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학부모들은 감사해한다. 지역사회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우리 학교는 지난 해 폭력 없는 학교로 선정되었다. 학생들이 몰려오는 이유 중 하나이다. 교사가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사랑의 눈으로 지켜보며 가능한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면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다. 진심어린 상담을 통해 신뢰를 쌓고, 생활지도와 인성교육을 지속적으로 함께 해나가다 보면, 학부모와의 관계도 두터워지고 학생의 생활에도 큰 변화가 생긴다. 학교에서의 교사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책임감을 절실히 느낀다. 그래서 교사는 학생들과 눈을 맞추며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학생들과 함께 보내고 싶어 한다. 화장실 갈 틈도 없는 소규모학교 교사의 열악한 현실 일반적으로 소규모학교는 학생 수가 적어서 교사들이 시간 여유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소규모학교라고 해서 일이 종류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서 개별 교사에게 주어지는 평균 업무량은 학교의 규모에 반비례해 많아진다. 업무량이 방대한 방과후학교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대규모학교에서는 돌봄교실, 강사 관리 등 영역을 나눠서 여러 교사가 업무를 분담한다. 그러나 전체 교사 수가 적은 소규모학교에서는 방과후학교 업무 외에 다른 업무들이 더 추가된다. 대규모학교 교사 5~6명이 담당할 일을 소규모학교에서는 한 명의 교사가 맡아서 처리하다보니 언제나 할 일이 태산처럼 쌓여 있다. 아침에 출근하여 업무포털에 접속하면 결재 대기, 공람 공문이 나를 기다린다. 학생들이 통학버스에서 내릴 시간, 운동장으로 마중을 나가면 바람처럼 달려와 품에 와락 안기는 아이들을 보며 ‘쉬는 시간에 함께 놀아줘야지’ 다짐해보지만 산재한 일들이 허락하지 않는다. 일기장, 과제물을 꼼꼼히 읽어보고 칭찬과 격려의 댓글을 달아주는 일만 하는데도 쉬는 시간 10분이 쏜살같이 가버린다.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는 마음에 수업에 몰입하고 나면, 4교시가 끝난 후엔 온 몸에 힘이 다 빠지는 듯하다. 점심시간이면 편식이 심한 학생들 급식 지도하느라 밥맛도 제대로 못 느끼고 급하게 먹을 때가 많다. 방과 후 학급업무를 비롯한 각종 업무와 공문처리를 하느라 퇴근시각을 지켜본 날이 거의 없다. 교사가 학생에게 몰입할 수 있어야 학교가 산다 [PART VIEW] 이것이 소규모학교 교사의 현실이다. 학부모들은 공문서 작성과 각종 업무처리에 온갖 에너지를 다 써버려, 정작 중요한 수업의 질은 저하되고 있는 소규모학교의 교육환경을 알고 있을까? 만약 알게 된다면 자녀를 소규모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을 지도 모를 일이다. 교사들은 업무에 대한 부담 때문에 소규모학교에 부임하게 될까 두려워한다. 나 역시 50학급의 대규모학교에 근무할 때는 업무가 적어서 수업과 생활지도에 몰입할 수 있었고, 방과 후에도 학력이 낮은 학생들의 학습지도와 상담으로 뜻 깊은 시간을 보냈었다. 하지만 작은 학교에 근무하니 화장실에 갈 여유도 없을 만큼 분주한 일상이 계속되어 학생들과 마음을 나눌 겨를이 없다. 교사가 학생에게 몰입할 수 있고, 수업준비에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는 교육환경이 조성되어야 학생이 살고 학교가 산다. 소규모학교일수록 교사의 업무가 경감되어야 학생들의 학력향상과 생활지도, 인성교육에 전념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일선 학교에 연차적으로 배치될 계획인 교무행정사는 대규모학교가 아니라 소규모학교부터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교사들이 잡무의 감옥에서 해방되어 수업과 생활지도에 몰입할 수 있다면,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많은 학교교육 관련 문제는 쉬이 해결될 것이다. 아이들이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머무르는 교실을 둥지처럼 편안하고 아늑하게 느끼면서 행복해한다면,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길 것이다. 학부모 역시 아무 걱정 없이 아이를 선생님께 맡긴 채,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다면 통학시간이 다소 길고 불편하더라도 그 학교에 보내고 싶을 것이다. 야생화와 수목, 초록잔디로 어우러진 농?산?어촌 작은 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마음껏 뛰놀며 행복물결에 가슴 출렁이는 해맑은 동심을 그려본다. 교정 여기저기에 움트는 사랑의 싹이 소규모학교를 살리는 숨이 되고, 노래가 되어 방황하는 학생들의 영혼을 안식케 하는 둥지로 자리매김하길 빌어본다.
그라우어 스쿨 교장이자 소규모학교연맹(Small School Coalition)의 설립자인 스튜어트 그라우어 박사는 그의 고향 캘리포니아 엔씨니타스 (Encinitas, CA)에서 ‘지역의 전설’로 통한다. 1991년 그라우어 스쿨을 세운 그는 소규모학교 운동을 전개해 디스커버리 채널, 뉴욕타임즈 등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소규모학교 분야의 권위자로서 그라우어 박사는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작은 학교의 장점을 알리고자 자문에 응하고 강연에 나서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소규모학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현재까지 대규모학교의 효율성을 입증하는 연구가 전무하며 매년 10억 달러에 달하는 정부예산이 대규모학교 연구에 투입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가 소규모학교 운동에 적극 나서게 된 계기다. 파벌 없는 부족사회처럼 그라우어 박사는 소규모학교가 ‘진정한 공동체’라고 말한다. 그는 4년여에 걸친 연구로 150명에서 최대 230명 정도의 그룹에 속했을 때 사람들이 더욱 연대감을 느낀다는 것을 밝혀냈다. 7개 학교에서의 교직생활과 소규모학교연맹 회장으로서 수년 간 학교 설립 인가를 내주는 작업을 통해 그는 소규모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부족과 같습니다. 파벌 없이 다 함께 어울리죠.” 그라우어 박사는 학교의 규모가 작으면 학생들의 학습의욕과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진정한 공동체로서 소규모학교의 장점은 단연 ‘안전’과 ‘유대감의 정서’다. ‘낮은 위협’과 ‘강한 신뢰’는 학생과 교사에게 강력한 동기요인이며 이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소규모학교에서 학생과 교사는 공동체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합니다. 그들은 관계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서로에게 헌신하죠. 소규모학교 학생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의욕이 넘칩니다.” 소규모학교 통폐합, 사회적 비용 고려해야 운영비와 인건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 교육당국의 방침에 대해 그라우어 박사는 “학교 통폐합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높은 중도탈락률, 우울증, 자살, 폭력문제 등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다면 학교 통폐합은 국가예산을 절감하는 방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대규모학교는 정부의 기대와 달리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재학생의 수가 1,200명을 초과하는 대규모학교는 재학생 수가 300명이 안 되는 작은 학교에 비해 △ 폭력범죄 825% △ 반달리즘 270% △ 절도 378% △ 물리적 싸움이나 공격 394% △ 강도 3,200% △ 총기사고가 1,000% 더 많이 일어난다. U.S. Department of Education, 1999 소규모학교를 효과적으로 경영하기 위한 방안으로 그라우어 박사는 ‘테마가 있는 학교’를 제안한다. 그는 “효율적인 소규모학교는 테마가 있다”며 “소규모학교가 각각 첨단기술, 예술, 스포츠, 직업교육 등 특색있는 교육 커리큘럼을 제공한다면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규모학교들은 저마다 특별해야 하며 지역사회와 연계되어야 한다. 관계가 모든 것이다 그라우어 스쿨은 대학진학률이 89%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대학에서 평균 30만 달러 이상의 성적우수장학금을 받는다. 그라우어 박사는 놀라운 학업성취도 달성 비결로 ‘관계’를 꼽았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관심을 쏟으며 그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인다는 것이다. 교사 1인당 평균 7명의 학생을 담당하는 그라우어 스쿨은 멘토링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교사와 학생 사이에 쌓인 신뢰를 바탕으로 그라우어 스쿨은 다양한 교수법을 도입해 학생들의 내적 동기를 유발한다.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여행을 떠나거나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을 통해 심도 있는 토론 문화를 형성했다. 과학시간에 실험 결과가 잘 나오지 않으면 모범답안을 참고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대조군 실험에 새로 돌입한다. “그라우어 스쿨의 학생들은 공부하는 이유가 대학에 있지 않습니다. 배움은 아름다운 것이며 삶에 있어 선택지를 주고,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라우어 박사는 “소규모학교는 학생의 시험 성적 뿐 아니라 학생과의 협력 여부도 교사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규모학교 교사의 높은 업무강도에 대한 우려에 대해 그는 “사람들은 진정한 차이를 만들고 있다고 느낄 때 힘든 일도 무리 없이 해낸다. 그리고 그것이 삶의 질을 제고한다”고 강조했다. 그라우어 스쿨 교사들은 각각 3개 교과를 담당해 업무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전임교사 35명 중 수년간 학교를 그만둔 사람은 없었다. 그라우어 스쿨은 아웃사이드 매거진에서 미국 전역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100대 일하기 좋은 직장’에서 10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라우어 박사는 마지막으로 “대규모학교에서도 소규모학교의 장점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대규모학교 학생을 200명이나 300명씩 나누면 된다. 각각의 그룹에 특별한 테마와 졸업요건을 부여하라. 학교 건물이 3층짜리라면 각 층을 ‘학교 안의 학교’로 만들라. 대규모 학습공동체의 일부분에 불과할지라도 작은 학습공동체는 더 안전하고 유대감이 충만하며 혁신적이고 행복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매동초의 2014년 현재 전체 학생 수는 263명이다. 총 14학급(특수학급 1학급 포함)당 평균 학생 수는 18.7명이다. 학교알리미에 공시된 전국 초등학교 평균 학급당 학생 수 22.8명에 비해 아주 적은 숫자다. 또한 1학년(3학급)을 제외한 전 학년은 두 학급으로 구성돼 있다. 전체 교직원 수도 45명밖에 되지 않는다. 다른 학교에 비해 상당히 작은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학급당 학생 수가 적은 것은 굉장한 장점입니다. 교사 수가 적은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교사의 마인드가 바뀌면 오히려 더 가족처럼 뭉치기 쉽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이를 잘 살릴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김휘경 교장은 소규모학교가 갖는 장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전했다. 모두가 가족 같은 지역·학부모·학교 공동체 매동초는 소규모학교의 장점을 살리되 어려운 부분은 외부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그 중에서도 특수학급 학생들을 포함한 전교생이 한 명도 빠짐없이 참여하는 국악동아리 활동은 매동초의 자랑으로 꼽힌다. 1·2학년은 택견이나 소고를, 3~6학년은 가야금, 판소리 등 국악 관련 8개 종목 중 희망하는 분야를 정해 한 해 총 20시간 동안 배운다. 갈고 닦은 실력은 가을 발표회 때 학부모와 외부손님을 초청해 선보인다. 작년에는 문화예술교육 영역 우수학교로 선정돼 교육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국악동아리 운영에는 종로구청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 종로구 문화교육지원사업에 채택돼 꾸려나갈 수 있었다. 교사 수가 적은 탓에 외부의 지원 없이는 프로그램 운영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매동초에서는 학부모 공동체의 역할도 크게 두드러진다. 다른 학교에 비해 ‘아버지회’의 활약이 크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매년 근로자의 날에 학교 뒤 인왕산에서 개최되는 ‘매동 산행대회’에서 아버지들은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진다. 매동초 아이들이 1년 중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행사인 ‘매동캠프’ 또한 아버지들이 주축이 돼 이끌어 온 프로그램이다. 학교 운동장에 텐트를 치고 1박 2일 동안 캠핑을 하는데, 세부 프로그램 중 ‘담력훈련’ 때는 아버지들이 직접 귀신 분장을 하고 교실에 숨어 아이들을 맞이한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도 몹시 즐거워하는 행사다. 어머니들 또한 학교가 하는 일에 적극적이다. 어머니들은 아이들의 예절교육을 담당하는 명예교사로 활동 중이다. 매동초는 2012년에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예절실을 설치했다. 어머니들은 전통예절 교육기관인 예지원에서 교육을 받은 후 아이들에게 직접 한복 입는 법, 절하는 법, 차 대접하는 법 등의 예절을 가르친다. 첫 해에 6시간 운영하던 것을 반응이 좋아 현재는 10시간으로 늘렸다. 어머니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전통예절 교재를 만들어 배포하는 등 열성을 기울이고 있다. 학부모들의 참여도가 높은 이유는 학생 수가 적은 만큼 모두가 ‘내 아이’라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는 덕분이다. 그 결과 ‘2013년 학부모 학교 참여 우수학교 교육감 표창’도 받았다. 엄마들의 입소문 타고 도심 속 소규모학교로 자리매김 김 교장은 프로그램 운영에 지역사회, 학부모 공동체의 도움도 중요하지만 결국 교사들의 노력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외부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것은 교사들입니다. 학생들을 가족처럼 여기는 마음이 없다면 불가능하죠.” 지역, 학부모, 학교 모두 아이들에게 내실 있는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한 마음 한 뜻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 역시 소규모학교만의 ‘가족 같은’ 분위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전국적으로 초등학교 입학생 수가 줄어드는 추세다. 게다가 매동초 근처 지역 재개발로 인해 학생 수가 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매동초의 학생 수는 작년에 비해 16명이 늘었다. 매동초의 노력이 엄마들의 ‘입소문’을 탄 결과다. 매동초는 공립학교임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 사이에서 “사립학교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명성이 높다. 그만큼 교육의 질이 높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모든 일의 목적으로 두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여름방학 동안에는 특별프로그램으로 영어, 과학, 체육 교과 무료강좌를 하루 두 시간씩 운영했다. 강사비는 종로구청 지원을 받았다. 기존에 운영하던 수익자 부담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까지 포함하면 방학 동안에도 하루 4시간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또한 매동초에서는 방학식, 개학식에도 급식을 제공한다. 소수일지라도 학교에서 밥을 주지 않으면 굶을 처지에 놓인 아이들을 위해서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매동초에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같은 소규모학교라고 해도 개별 학교가 처한 상황은 다 다릅니다. 도시와 농촌의 환경이 다르고 학교마다 지역·계층적 특성과 문화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이를 면밀히 고려해야 합니다. 단순히 타학교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해서는 효과가 없어요. 각각의 여건을 최대한 활용해서 적합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효과적으로 학교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김 교장의 소규모학교 운영 철학이자 매동초가 작지만 내실 있는 학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야, 잘 해.” “공 떨어뜨리면 안 돼,” “야, 그 다음 대기 선수 나가!” “줄 잘 맞춰, 줄. 질서 점수, 질서 점수!” 선생님의 별다른 지시 없이도 저절로 수업이 이루어지는 체육 시간. 아이들은 신이 나서 서로 나서서 수업을 진행한다. 체육 시간 10분 남겨두고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어달리기를 하기로 했다. 때마침 공놀이를 하던 터라 바통 대신 공을 전달하는 이어달리기였다. 공을 떨어뜨릴세라 아기처럼 소중하게 안고 뛰어가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반환점을 돌아오는 그 짧은 순간까지도 웃음기 뺀 진지한 표정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현재 스코어 1대 1. 승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세 번째 이어달리기 경기가 시작되었다. 저 멀리 자기를 응원하는 아이들의 함성을 귓가에서 느끼며, 바람을 가르고 나는 듯이 달려와 한 발 한 발 다음 선수에게 다가가 공을 전해주는 순간, 모든 아이들이 숨죽이며 지켜보는 그 순간…. 데구르르르……. 공이 저만치 굴러가고 있었다. 달려오던 아이는 다음 선수와 부딪히고, 공을 떨어뜨렸다. 1대 1 무승부에서 승부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었는데…… 넘어져 있는 두 아이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넘어져 아프기도 하겠지만 경기의 막중함이 아이들의 마음을 무겁게 누르고 있었다. 넘어진 아이는 선뜻 일어나지 못했고, 나중에서야 공을 집어 들고 힘없이 반환점을 돌아왔다.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위로를 해주었지만 아이의 마음을 풀어 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수업이 끝났다. 하지만 차마 교실로 발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 뭔가 찜찜했다. 판단을 해야 했다. 우리에겐 아직 쉬는 시간 10분이 남아 있었다. “얘들아, 한 번 더 할래?” 땀으로 범벅된 아이들을 바라보며 제안을 했다. 체육 시간을 거부할 아이들이 아니었다. 경기를 한 번 더 하는 이유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경기를 다시 시작하기 전 아이들과 함께 공을 잘 전달하는 요령, 반환점을 돌아오는 방법,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 등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 나누고 마지막 한 경기를 다시 시작하였다. 그 아이 차례가 되었다. 다시 주어진 기회를 잘 살려야겠다는 각오가 역력했다. 입을 야무지게 다물고, 출발선을 밟지 않으려고 발끝에 힘을 모으고, 반환점을 돌아오는 앞 선수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공을 주고받는 그 순간까지 조금의 실수도 없이 끝까지 제 몫을 다하고 결승선으로 돌아오는 그 모습에서 이미 승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의 실수를 자신이 만회한 후에야 아이는 마음이 편안해진 듯 아이들과 섞여서 웃음 짓고 있었다. 수업 시간에 발표를 하다보면 꼭 이런 일이 생긴다. 질문의 의도와는 상관없는 엉뚱한 답을 말하거나 잘 듣고 있지 않다가 다른 친구가 발표했던 내용을 또 발표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러면 다른 아이들은 그 아이를 보며 답답해하고, 무안해진 아이는 그 시간 내내 마음이 불편하다. 교사는 무안해진 아이가 자신의 실수를 딛고 심리적으로 회복할 시간을 주어야한다. 발표로 인한 실수는 발표로 극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수업 중 아이들에게 가급적 고르게 발표 기회를 주는데 그 때만큼은 예외가 된다. 그 아이가 다시 발표하려고 손을 들 때를 기다려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어야 한다. 자기가 만회하게 해야 한다. 누구든 어떤 일에서든 실패할 수 있다. 하지만 실패를 극복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거기서 성장이 이루어진다. 실패 이전의 자신보다 더 커진 자신을 깨닫게 된다.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힘이 생긴다. 초등학교 때 작은 실패를 극복하는 경험이 어른이 되었을 때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을 극복하는 밑거름이 된다. 실패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패를 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의 경험은 더욱 중요하다. 이제 2학기가 새로이 시작되었다. 시행착오가 많았던 1학기 때의 경험을 거울삼아 아이들도 나도 서로에게 만회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어떤 아이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여 주지 못한 것이 내심 미안해진다. 조금 더 사려 깊게 생각하지 못하고, 버럭 했던 모습이 부끄러워진다. 그러나 아직 한 학기의 시간이 남아있다. 모두에게 뜨거운 시간이다. 성장의 시간이다.
■ 많은 선생님께서 질의하신 BEST QA Q 1) 부모님 봉양 때문에 시·도간 전보가 된 교사입니다. 신임지 학교와 부모님께서 거주하시는 곳의 군(郡)이 달라 부모님께서 계시는 군(郡)으로 이전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발령된 학교의 군(郡)으로 이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사정으로 판단하여 이전비를 지급할 수 없다고 합니다.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이며 부모님 봉양 때문에 시·도간 전보내신을 낸 것인데 이전비를 지급하지 않는 것이 맞는 건가요? A) ‘공무원 보수 등의 업무지침(2014.1.22, 안행부 예규 제17호)’에 의거 신임지 외의 지역으로 이전한 경우, 소속 기관의 장에게 허가를 득해야 하며 그 지역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유(자녀의 교육, 경제사정, 배우자 직장 등)가 객관적으로 명백할 때 이전비를 지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지급할 수 있는 이전비는 전임지에서 신임지로 이전하는 때에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을 넘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신임지 학교의 교장선생님께 부모님 부양의 사유로 신임지 외 지역 이전을 설명드려 허가를 득하시면 이전비 지급이 가능합니다. Q 2) 작년 11월 결혼한 부부교사입니다. 당시 저는 특구 지역 내 학교에서 근무 중이었으며 남편은 하급지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만기근무여서 전보를 가야하는 상황이었고, 남편은 학교를 옮길 수 없는 여건이었습니다. 장학사님께서 부부교원이고 제가 남편 근무지로 갈 경우 상급지에서 하급지를 희망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하여 고민 끝에 같은 해 12월 남편 집으로 주소지를 먼저 이전(혼인신고)하였습니다. 이후 저는 남편 지역으로 부임을 받았고 제가 살던 집의 임대차 계약 등으로 실제 이사는 부임을 받은 후에 하였습니다. 그런데 부임받기 전에 주소지를 옮겼다고 이전비를 지급할 수 없다고 합니다. A) 국내이전비는 공무원여비규정 제19조(이전비의 지급 대상) 및 제20조(이전비의 지급)를 근거로 근무지 외 지역으로 부임의 명을 받은 후, 거주지 및 이사화물을 이전했을 경우 국가가 일정 범위 안에서 실비를 보전해 주는 제도입니다. ‘공무원 보수 등의 업무지침(2014.1.22, 안행부 예규 제17호)’에 따르면 ‘해당지역으로 부임의 명을 받은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는 해당지역의 주택사정 등을 감안하여 거주지 및 이사화물을 사전에 이전한 경우에도 이전비를 지급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선생님의 경우 이전비 지급이 가능합니다. 참고로 주민등록표상의 거주지를 변경하지 못한 경우에도 거주지 변경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증거(임대차계약서, 전화번호 명의, 관사 거주 시 학교장의 거주확인서 등)가 있는 경우 이전비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경기백영고등학교는 교육현장에서 ‘삼투압 현상’을 실현하고 있다. 다양한 학습프로그램을 도입해 소수 상위권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 조성에 힘쓰면서 이를 자극제로 삼아 중하위권 학생들의 학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명규 교장은 “특목고와 자사고가 생겨나면서 일반계 고등학교가 존립 위기를 겪고 있다”며 “일반계 고등학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학습모델을 개발하고, 경쟁 아닌 협동으로 실력을 쌓고 함께 어울리는 학교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끌어주고 밀어주며 성적향상 여느 일반계 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입학생 중 중하위권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큼에도 백영고는 매년 우수한 대학진학률을 자랑한다. 이는 중하위권 학생들의 실력향상을 위한 백영고 교사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학습 프로그램으로 방과후 학교 ‘도약반’과 ‘멘티-멘토 시스템’이 있다. 방과후 학교 ‘도약반’은 학생의 생활 전반을 밀착 관리하는 사교육 시스템을 적극 벤치마킹했다. 반 개설에 뜻을 모은 4~5명의 교사들은 성적 향상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은 자기통제력이 약하기 때문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도약반’ 아이들은 매일 오전 7시 30분에 등교해 쪽지시험을 보고 방과 후에는 국어, 영어, 수학을 중심으로 반복학습을 한다. 수업은 팀티칭으로 이루어진다. 조종연 부장교사는 “반복학습을 통해 학업에 대한 자기효능감을 높여 자기주도 학습이 가능해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1년간 꾸준히 ‘도약반’에서 공부한 아이들 중 두 명은 성적이 향상돼 ‘심화반’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 부장교사는 “1학년 말 성적이 수학 53%, 영어 24%였던 아이가 2학년 1학기에 수학 8.8%, 영어 1.6%까지 성적을 올려 교사들도 놀랐다”며 “생활습관을 개선해 절대적인 학습량을 늘리고 정기고사 2주 전 부모님 앞에서 목표를 정해 발표하도록 함으로써 목표의식을 높이는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교사들이 학생의 학습습관을 관리하면서 효과가 가시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올해 들어 백영고 교사들은 자기주도 학습을 위한 야심작을 내놓았다. 2~4명의 학생이 모여 서로 돕는 학습동아리 ‘멘티-멘토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이다. 오상길 교감은 “학생들이 아는 것을 직접 설명하는 과정에서 ‘아는 것’과 ‘안다고 생각했던 것’을 구분할 수 있게 돼 학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동급생끼리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경쟁이 아닌 협동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멘토링 프로그램’은 2학년을 대상으로 한 모집공고에 140여 명의 학생이 지원해 예상보다 더 큰 호응을 얻었다. 교사들은 멘토링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자기주도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교내 가용 공간을 배정해주고 주간 학습결과를 체크하는 등 최소한의 도움만 주고 있다. 활동을 열심히 한 학생들에게는 ‘불계공졸’, ‘우공이산’ 상을 수여할 계획이다. ‘불계공졸(不計工拙)’ 상은 성적이 오르지는 않았지만 최선을 다한 학생에게 주는 상이다. ‘잘되고 못되고를 가리지 않는다’는 추사 김정희의 말을 빌렸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은 ‘어떤 일이든 꾸준히 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음’을 이르는 말로 성실히 공부해 성적을 올린 학생에게 주어진다. 백영고는 2학년 학생들의 성원에 힘입어 2학기부터 예산을 따로 책정해 전 학년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어울림의 문화 백영고 학생들은 성적향상에 노력하는 한편 교과외 활동에도 활발히 참여한다.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해 백영고에는 스쿼시부, 과학문화체험부, 문예창작부, 방송부 등 개설된 동아리만 61개다. 매년 11월 열리는 동아리 발표제는 교사와 학생들 모두가 어울리는 화합의 장이자 학생들이 숨겨진 끼를 분출하는 무대다. 양한주 학생(2학년)은 “성적도 좋지 않고 눈에 띄지 않던 친구가 발표제에서 뛰어난 노래 실력을 발휘해 모두를 놀라게 한 적이 있었다. 선생님과 친구들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내니 시험스트레스도 풀고 좋다”고 말했다. 한편, 백영고는 2012년부터 호주 Tyndale 고등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어 학생들이 국제교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올해 하반기에도 Tyndale 학생 30여 명이 백영고 방문을 앞두고 있다. 특별한 손님맞이를 위해 백영영어홍보동아리와 희망자로 구성된 준비단은 Tyndale에서 오는 외국인 친구와 1:1로 짝을 지어 한국음식 만들기 체험과 인근 문화유적지 탐방을 할 계획이다. 이 교장은 “중하위권 학생들도 학교에서 숨 쉴 공간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교과외 활동에 참여하면서 성적과 상관없이 모두 하나 되어 어울리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영고는 교사들이 학생의 생활에 밀착해 손수 학습습관을 개선하고 함께 어울리는 문화를 조성하는 등 사교육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것에서 공교육의 가치를 끌어내고 있다. 경기권에 안양·경기·과천외고 등 특목고가 연이어 설립되고도 백영고가 ‘명문 일반계 고등학교’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저력이 거기에 있었다.
진보 교육감 등장과 함께 교원 인사정책도 커다란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코드인사는 물론 기존의 관행과 질서를 무너뜨리는 파격이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취임하자마자 교육청 인사라인을 예고 없이 전격 교체하는 ‘결단’을 보였다. 인사 혁신을 통해 조직의 판을 새롭게 짜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취임하자마자 인사장학관, 총무과장 등 인사팀 줄줄이 교체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7월 총무과장과 인사팀장을 교체한 데 이어 초·중등 인사담당 장학관마저 갈아치웠다. 이들은 인사발령이 나는 당일 아침 교체 통보를 받았을 만큼 철저히 배제됐다. 경기도교육청도 도교육청 총무과장을 산하기관 사이버안전센터장으로, 교원인사과장은 양평교육지원청 장학관으로 좌천시켜 버렸다. 서울과 경기교육청의 이 같은 움직임은 과감한 체질 개선을 통해 친정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들이 추구하는 교육 가치를 실현한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우선 서울시교육청의 인사 정책은 장학관(사)과 연구관(사)등 교육전문직 체제 개편에 방점을 두고 있다. 최근 공개된 조희연 교육감 인수위 백서에 따르면 평교사를 장학관에 임용하고 전문직 시험에 합격하지 않아도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인정되면 한시적으로 장학(연구)사에 임용할 수 있도록 했다. 주로 혁신학교와 학생인권, 학교 밖 청소년 업무 등에 한시 장학사를 배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초등은 교장자격증이 없어도 교감을 장학관에 임용하는 길을 텄다. 초등교원인사관리원칙을 변경, 교감도 장학관에 임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초등 교감의 장학관 임용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평교사의 장학관 임용에 대해서도 현행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만큼 문제 될 게 없다”고 덧붙였다. 평교사 출신 장학관 임용 등 교육전문직 조직 전면 개편 추진 전문직 임용 시험 방식도 평교사들의 진출이 용이하도록 변경될 전망이다. 1차 전형에 사용되고 있는 교직실무 서술형 평가를 폐지하고 대신 교육에 대한 비전과 교육철학을 파악하는 실질적 논술과 구술면접, 집단토론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전문직 임용 때 현장 실태조사를 중시, 전전임교 소속 교원까지 최대 다수를 대상으로 실시하며 교육자적 자질에 대한 동료 교원들의 의견과 여론을 비중 있게 반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교장 승진방식도 대폭 개편된다. 서열보다는 능력에 중점을 둔다는 이유로 승진 대상자 3배수 내에서 교장을 임용하기로 했다. 이 방안은 신설학교와 소규모학교, 특별지원대상학교(하위 10% 정도), 혁신학교들을 대상으로 하게 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제한적으로 교장 임용대상자 폭을 3배수로 확대하는 것은 법적인 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교감 근무성적 평정에 학교 교직원 전원의 평가 결과를 반영토록 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외에 교장 자격연수 대상자를 축소하고 교감 연수 과정에 인성, 업무수행 능력 등을 실제로 평가하는 과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초등 교감 평정 때 청소년단체 활동 가산점은 폐지가 추진된다. 현장 무시한 인사정책 남발… 교총, ‘무소불위 전횡 말라’ 경고 경기도교육청은 이재정 교육감 취임에 맞춰 ‘초중등 교육전문직원 교원 전직 내신서 제출’이라는 공문을 대상자 131명 전체에게 보내 한차례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교육정책 추진 및 컨설팅 장학업무의 효율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교육청 주변에서는 특정인들을 장학 및 연구의 핵심 보직에 앉히기 위한 수순으로 판단하고 있다. 도교육청이 이처럼 교장을 지낸 장학관 및 연구관급 간부 모두에게 교장 전직희망서를 내라고 한 것은 교육청 개청 이래 처음 있는 일. 경기교육계에서는 교육감이 친정체제 구축을 위해 인사권을 남용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교총 등 보수교육계는 일부 교육감들이 보여준 인사 행태에 강한 유감의 뜻을 밝히는 등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안양옥 교총회장은 지난 8월 7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을 만난 자리에서 “이 교육감 취임 이후 제기된 파격적 승진제도 때문에 교장 등 일선 교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평교사가 갑자기 교장이 되는 것은 학교현장에 주는 부담이 크다”면서 “지금은 교장들이 자율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그들에 대한 족쇄부터 풀어주는 것이 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안정성과 전문성을 담보해야 할 전문직에 대한 무분별한 인사 조치는 결국 직선교육감에게 충성과 눈치보기를 강요하는 행위”라며 “무소불위의 인사 전횡이 계속될 경우 법적 검토를 통해 강력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경고했다.
새색시의 녹의홍상(綠衣紅裳)을 닮은 선홍빛 꽃무릇 숲속 곳곳마다 유난히 짙은 선홍빛 꽃이 피었다. 꽃무릇. 잎사귀 한 장 없이 가녀린 연초록 꽃대 위에 붉은 꽃송이만 달랑 피워낸 모습이 마치 녹의홍상(綠衣紅裳)을 입고 서있는 새색시같다. 레드카펫을 깔아놓은 듯 무리지어 피어있는 꽃무릇도 황홀하지만, 홀로 바위틈에 피어있는 모습 또한 매혹적이다. 꽃이 말라죽은 뒤에야 비로소 잎이 돋아나 꽃은 잎을, 잎은 꽃을 그리워 한다는 꽃무릇의 꽃말은 ‘이룰 수 없는 사랑’. 젊은 스님이 불공드리러 절을 찾은 아리따운 처녀를 본 후 짝사랑에 빠져 시름시름 앓다 피를 토하고 죽은 자리에 피어났다는 꽃무릇의 전설 역시 애틋하다. 선운사 숲길 곳곳 어김없이 피어오른 꽃무릇 선운사에서 꽃무릇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매표소 앞, 개울 건너편이다. 산불이라도 난 듯 주변이 온통 꽃무릇으로 넘실거린다. 선운사 가는 길옆으로 흐르는 도솔천 주변에도, 선운사 절집 앞에 펼쳐진 녹차밭 사이에서도, 대웅전을 지나 도솔암에 이르는 숲길 곳곳에도 어김없이 꽃무릇은 툭툭 피어있다. 그 중 절정의 아름다움은 그림자를 드리워 물속에서도 붉은 꽃을 피워낸, 도솔천 물길을 따라 핀 꽃무릇이다. 울창한 나뭇가지를 뚫고 스며든 뜨거운 가을 햇살까지 물에 부셔지면 나도 모르게 탄성이 새어나온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꽃무릇 군락지는 고창 선운사를 비롯하여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등이다. 선운사 꽃무릇은 사찰 곳곳에 온통 자연스레 피어있어 야생에 가까운 반면, 불갑사 꽃무릇은 정성들여 잘 가꾼 정원 같다. 서울 도심에서 꽃무릇을 만나고 싶다면 서울 길상사로 가보자. 위의 세 곳보다 규모는 작지만, 법정 스님의 유골을 모셔 둔 곳에서 만나는 꽃무릇은 색다르게 다가온다. 꽃무릇의 개화시기는 9월 중순에서 10월 초순까지. 꽃무릇의 생명력은 일주일 정도로 짧기 때문에 절정을 맛보려면 9월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상임대표 안양옥)이 교총회관에서 창립 2주년 기념식 및 세미나를 개최한 지난 7월 24일은 공교롭게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희생자를 애도하는 시간을 가지며 엄숙한 분위기로 치러진 기념식에서 안양옥 상임대표는 “세월호 참사는 물질적 가치를 중시하고 정신적 가치를 가벼이 여긴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며 “인성이 진정한 실력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전했다. 기념식장에 모인 참석자들은 ‘인성교육 실천을 위한 인실련 단체의 다짐’을 함께 낭독하며 인성교육이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실천의지를 되새겼다. 이어진 세미나의 핵심은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과 문화를 토대로 한 ‘한국적’ 인성 정립의 방안 모색이었다. ‘인성과 문화의 공공성’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정원섭 철학사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므로 학생들이 스스로 목적에 대해 성찰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하며,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은 사회적 협력을 통해 공공의 과제에 참여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협력의 문화, 즉 문화의 공공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동현 한국기초교양연구원 원장은 ‘인성교육, 인문진흥의 목적이자 문화융성의 지반’ 주제발표에서 “융합, 통섭의 가치에 주목하는 정보화 사회에서는 사회의 구성원 개개인이 도덕적 자질을 충분히 갖춰 공동체를 영속할 수 있을 때 문화융성을 이룰 수 있다”며 덕성 함양을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강용철 경희여자중학교 교사는 ‘가족 자서전 쓰기’, ‘화날 때 7초세기’ 등 인성교육의 구체적 실천 방법을 제시하며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숨을 돌리고 정서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데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세미나는 인성교육에 대한 현장 전문가들의 풍부한 경험과 제언을 나누며 한참을 이어졌다. 본지는 정원섭 철학사상연구소 선임연구원과 손동현 한국기초교양연구원 원장의 주제발표를 요약해 싣는다. (박지윤 기자) 인성교육의 길, 인문학에서 찾는다 곧 사멸될 것 같았던 인문학이 언제 위기였냐는 듯 ‘열풍’이 불고 있다. 언어· 문학· 역사· 철학, 즉 문사철(文史哲)로 불리는 인문학은 우리 삶의 본질이며, 사람이 참된 삶을 살기 위한 철학이다. 자기개발서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알려준다면 인문학은 자기성찰을 통해 자신과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열어 주고 동시에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지혜를 준다. 우리가 인성교육을 생각하며 인문학을 떠올리는 이유이다. 글 _ 정원섭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선임연구원 요사이 ‘인성(人性)’이란 말이 유난히 회자된다. 인성이란 글자 그대로 풀어보자면 ‘인간의 본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 이것은 동서고금의 참으로 난해한 철학적 과제였으며 또한 앞으로도 쉽게 해결될 수 없을지 모르는 인류의 숙제다. 동서고금의 많은 현자들은 인간의 가장 근본이 되는 특성을 ‘슬기로움’에서 찾았다. ‘슬기’는 인간의 이성적 능력에 근거한다. 그리고 이성은 다시 두 가지 유형, 수단적 이성과 목적적 이성으로 세분할 수 있다. 인간의 근본적 특성, ‘슬기로움’ 수단적 이성이란 어떤 주어진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이다. 가령 서울에서 목포를 간다고 치자. 우리는 열차, 자가용, 비행기, 버스 등 교통편 중 소요 시간이나 비용 등을 고려하여 어떤 결정을 할 것이다. 이러한 능력은 오늘날 흔히 말하는 문제 해결 능력이다. 그런데 이런 수단적 합리성은 그 목적 자체가 정당하지 못할 경우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다. 이 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인간의 수단적 이성이 그 자체로 방치될 경우 위선이나 이기심, 심지어는 범죄를 정당화하는데 악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률을 교묘하게 회피하는 편법 행위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불법 행위마저도 뻔뻔스럽게 정당화하면서 오히려 법과 도덕을 준수하는 척 하는 위선적 교지(狡智)가 탁월한 경우처럼 말이다. 따라서 인성교육을 위해서는 목적 자체의 정당성을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합목적적 이성이 긴요한 것이다. 합목적적 이성이란 현재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 자체가 타당한가에 대해 검토하는 능력을 말한다. 다르게 말한다면 이것은 목적 설정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목포에 가야 하는 상황에서 ‘어떤 교통편으로 목포를 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왜 목포에 가야 하는가?’에 대한 목적 자체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이성이다. 이처럼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자 하는 능력이 인간을 동물과 근본적으로 다르게 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즉, 인간이 다른 생명체들과 다른 점은 주어진 문제를 그대로 수용한 채 그 해결 방법을 재빨리 찾아내는 능력 때문이 아니라, 주어진 목적 자체를 근본적으로 검토하여 스스로 목적을 설정하는 자율적 행위 능력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스스로 목적을 정하는 능력이 있다 할지라도 만일 목적 자체가 바람직하지 못하다면 어떻게 될까? 따라서 인성교육이란 스스로 좋은 목적을 추구하도록 함으로써 ‘좋은 사람’으로 교육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의(義)와 화이부동(和而不同), 인성교육의 최우선 과제 인간은 또한 사회적 존재이다. 성악설을 주장하며 ‘예’를 중심으로 공자의 사상을 발전시켜 유교적 사회 질서를 확립하고자 했던 순자의 글을 인용해보자. 사람의 힘은 소만 못하고 달리기는 말만 못한데, 그런데도 소와 말은 사람의 부림을 당한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사람은 사회를 형성할 수 있지만(郡), 저들은 사회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어떻게 사회를 형성할 수 있는가? 그것은 바로 분(分, 구별)이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분(分)이 가능한가? 바로 의(義)가 있기 때문이다.(『荀子』,「王制」편) 사람만이 사회를 형성할 수 있다는 생각 역시 ‘인간은 폴리스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유명한 언명에서 보듯 동서고금의 공통된 가르침이다. 이렇게 사회를 형성하고 서로 협력함으로써 우리는 드디어 인문 활동, 곧 문화를 형성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 점은 바로 분(分),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들을 선천적 능력에 따라서 크게 ‘생산을 하는 사람들, 나라를 지키는 사람들 그리고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들’ 등 셋으로 나누었다. 사람들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러한 구분은 ‘평등의 관점’에서 보자면 매우 거북하다. 하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이해해보자. 사회란 서로 다른 인간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남성 혹은 여성만으로 이루어진 사회는 자녀를 낳을 수 없기에 더 이상 지속할 수조차 없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서로 다른 존재가 함께 협력할 때 생존이 가능하며 이런 협력이 왕성해질 때 비로소 문화가 융성하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화이부동(和而不同)’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이 인성교육에서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점이라는 것을 웅변한다.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은 다원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덕목일 뿐만 아니라 우리 공동체 자체를 번영하도록 하는 지름길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오늘날 우리 사회 여러 분야에서 시도되고 있는 다양한 융합 활동들이 더욱 절실한 것이다. 고등학교 교육현장의 경우 문과와 이과 간의 구분 자체에 대해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전공별로 세분화된 대학의 경우 융합적 교육이 가능하도록 교양교육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융합, 즉 이질성의 포용을 아무 원칙 없이 시도할 경우 사회는 발전이 아니라 무질서와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장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순자의 말씀을 인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 의(義)에 근거할 때 좋은 사회와 좋은 문화가 가능하다. 그리고 만일 사회가 정의롭지 못하다면, 그리하여 사회적 부조리가 만연하면 할수록 불의에 대한 유혹 앞에서 우리의 인성은 왜곡당하고 질식당하고 말 것이다. 문화의 공공성과 의(義) ‘인문(人文)’이란 ‘인류의 문화’를 뜻한다는 점에서 ‘문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문이라는 표현은 인간성(humanity)이나 문명(civilization) 뿐만 아니라 문화(culture)까지 모두 포괄한다.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문화(Culture)’의 어원이다. Culture는 ‘밭을 일군다’는 뜻이다. 때문에 인문은 자연에서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때로는 개인적으로, 때로는 공동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요즈음 눈을 조금만 돌려 보면 ‘인문’ 혹은 ‘인문학’이라는 말이 온통 범람하고 있다. 흔히 인문학이라고 하면 문(文)·사(史)·철(哲), 즉 문학, 역사, 철학을 말한다. 그러나 동양에서 문사철(文史哲)은 학문 활동 전체를 아우르는 표현으로서 인간의 다양한 활동 및 그 결과를 총체적으로 일컫는다. 그렇다면 인문, 즉 문화는 어떻게 가능할까? 순자의 말씀처럼 정의(義)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의의 핵심은 공공성이다. 공(公)과 사(私)의 구별은 동서고금의 오랜 역사 속에서 고민되어 온 주제이다. 서양의 경우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은 공과 사를 엄격하게 구분한 후 이를 매우 배타적으로 대립시켜 왔다. 이들은 사적 영역의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공적 영역을 왜소화시켰으며, 개인주의를 사회 구성의 중요한 전제로 수용하면서 공적 영역에 참여하는 것은 사적 이해관계를 훼손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고대 희랍인들의 ‘자유’는 근대인들의 ‘소극적 자유’, 즉 국가 권력으로부터의 간섭받지 않는 자유와는 전혀 다르다. 고대인들에게 자유란 공동체의 운명을 결정하는 과정에 스스로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이들은 폴리스라는 공동체가 사라질 경우 노예로 전락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대 희랍에서는 공동체 전체 운명을 결정하는 정치 과정에는 무관심한 채 오로지 자신의 사적 이해관계만을 추구하는 자들을 두고 천치(天痴)라고 하였으며, 소피스트들은 정치 과정, 즉 아테네의 운명을 결정하는 과정에 원칙적으로 참여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대체로 외국인들이었기 때문에 아테네에 대한 충성심이 없는 것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도시 국가를 벗어나는 순간 생명 자체를 부지할 수 없기에 아테네 전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협력 통한 문화적 공공성 신장 [자세한 내용은 월간새교육에 있습니다.] '있어야 할 가치' 성찰하는 '지성교육' 강화를… 동서를 막론하고 아주 고전적인 교육이념인 인성교육을 왜 새삼스럽게 다시 논의하자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인류가 새롭게 맞이한 시·공간적 경계가 허물어진 ‘디지털 문명 시대’에서 이제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인간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도덕성’ 뿐이라는 절실함 때문일 것이다. 글 _ 손동현 한국교양기초교육원 원장 인간은 자연적 존재다. 그러나 인간은 그런 자연적 삶을 뛰어넘지 않고서는 생존조차 할 수 없는 특이한 자연적 존재다. 이 점이 인간 존재의 이중성이요, 인간적 ‘딜레마’의 원천이기도 하다. 그래서 진정 인간의 인간다움은 바로 이 ‘자연성 극복’에 있으며, 거기에 등장하는 것이 곧 문화요 문명이다. 따라서 문화적·문명적 존재로서의 인간에게 ‘인간다움’이란 단순한 ‘사실로서의 인간 본성’이 아니라, 이를 극복함으로써 실현해야 할 ‘가치로서의 인간 이상’이다. 우리가 ‘인성교육’을 논할 때 ‘인성(人性)’이란 말이 가리키는 것은 바로 이 이상으로서의 인간다움, 즉 가장 바람직한 인간의 모습이다. 따라서 인성교육이란 자라나는 세대로 하여금 각자의 개인적-공동체적 삶에서 ‘가장 바람직한 인간다움’을 실현할 수 있는 힘을 골고루 길러주는 교육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인성교육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고 오히려 동서를 막론하고 아주 고전적인 교육이념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왜 새삼스럽게 인성교육에 대한 논의를 되풀이하자는 것일까? 정보시대의 문화사회적 상황 인류는 21세기에 들어오면서 문명의 전환을 맞고 있으며, 이 전환의 진원(震源)은 ‘디지털 기술’이다. 디지털 기술은 ‘지능 강화의 정보기술(IT)’과 ‘감각의 확장인 커뮤니케이션기술(CT)’을 ‘정보통신기술(ICT)’이라는 하나의 기술로 융합한 데에 그 위력이 있다. 이러한 융합된 디지털 기술의 혁혁한 성과는 이른바 ‘유비쿼터스 커뮤니케이션(Ubiquitous Communication)’의 실현과 가상현실(Virtual Realty)의 출현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그리고 이 기술융합이 가져온 전대미문의 혁명적 성과는 사유와 지각의 융합 및 호환(互換)을 비생명적 물리적 공간 속에서 실현시키고 있으며, 인간의 의사소통 또는 정보교환 활동에서 자연세계의 시·공간적 제약을 최소화시키거나 무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혁명적 요인이 인간 문명생활에 가져다 준 근본적 변화는 무엇일까? 첫째, 디지털 기술은 사유 대상을 감각 대상으로 변환시킴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선형적(線形的)’ 사유를 위한 긴장(緊張)을 피하고 ‘모자이크적’ 지각의 이완(弛緩)을 즐기게 한다. (마셜 맥루언(김성기/이한우 역), 미디어의 이해, 민음사 2002 참조) 그 결과 논리적 합리적 사고를 기피하고 감각적 지각을 선호하는 문화생활이 널리 확산되었다. 둘째, 시·공간적 제약을 극복하는 디지털 기술은 거리(距離)의 소멸과 시간의 증발을 가져옴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욕구충족 과정의 순차성과 단계성을 뛰어 넘어 동시적·총체적 욕구충족을 기대하고 추구하게 만들었다. 기술의 융·복합과 이에 기초한 산업의 융·복합 현상은 이러한 욕구 및 욕구충족의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취해진 현상이다. 셋째, 디지털 기술은 공동체의 삶을 ‘유목화’시킨다. 사회조직은 거대하고 강고한 고정적 피라미드형 체계에서 작고 유연한 유동적 네트워크로 변화했다. 사회조직의 성격 역시 폐쇄적 독자성은 와해되었고 개방적 관계가 지배적인 것이 되었다. 그 결과 사회적 활동 영역의 경계가 흐려지는 사회 조직의 ‘탈중심화’, ‘탈영토화’가 진행되었다. 동시에 개인 간의 인격적 관계는 피상화되고 공동체적 유대도 약화된다. 개인의 고립화 현상이 심화되고 계층도 다원화, 분산화된다. 이것이 곧 삶의 ‘유목화’ 현상이다. (쥘르 들뢰즈/펠릭스 가타리 (최명관 역), 『앙티 외디푸스』, 민음사 2000 참조) 이 유목화 현상이 가장 넓은 영역에서, 최대 규모로 전개된 것이 곧 ‘세계화’다. 이러한 문화·사회적 상황에서는 ‘문맥이 없는’, ‘기원(起源)이 소실(消失)된’, 파편화된 정보들이 범람하여 우리 삶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지성도 결핍되고, 아름다움과 사랑을 추구하는 정서적 요구도 피상적인 감각적 쾌락의 추구에 자리를 내주기 쉽다. 또한 높은 층위에 자리 잡고 있는 숭고한 가치를 의욕(意慾)하고 이를 달성하려는 실천의지도 약화되고 만다. 인성교육에 대한 새삼스런 요구 오늘 한국에서 진지한 교육종사자들이 우려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현상이 아닐까? 우리가 새삼 인성교육을 중시하는 이유는 문명의 전환기적 상황이 우리에게 그것을 긴절(緊切)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젠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 초·중·고 각 학교 급별로 수준과 차원은 다르겠지만, 그 기본 오리엔테이션은 다 함께 바뀌어야 한다. 첫째, 통찰력을 길러줘야 한다. 정보사회에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중요문제는 대체로 여러 지식분야에 걸쳐 있는 복합적인 문제다. 이를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능력이 없으면 부분에 관한 전문지식도 무력해지기 쉽다. 따라서 문제연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안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통찰력은 세분화된 여러 가지 자료를 하나의 틀 안에서 종합하는 능력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융복합 교육이 절실해진 배경이 이것이다. 둘째, 다양한 양식의 정서교육이 복원되어야 한다. 심미적 감수성도 길러줘야 하고, 사랑의 숭고함도 각성케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서적인 것을 합리적 사유와 양립시키고 함께 수용할 수 있는 인격의 폭을 넓혀주는 교육이 복원되어야 한다. 즉 이성과 감성을 배타적으로 양자택일하는 것이 아니라, 이 양자를 함께 수용하여 넘나드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 셋째, ‘유목화’되는 공동체를 견뎌낼 만한 도덕적 힘을 길러줘야 한다. 디지털 기술은 시공간적 제약을 허물어뜨림으로써 제도적·물리적 제약을 통해 시행됐던 도덕적 통제를 일거에 무력화시켰다. 이제 도덕성은 더더욱 각 주체의 내면적 자율성에 의존하게 되었다. 하지만 ‘공동체적 삶’이라는 인간 삶의 방식은 본질적으로 소멸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자아와 타아를 연결시키는 도덕성의 토대는 ‘공동체 해체’ 더 나아가 ‘인간성 와해’를 막을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 인성교육은 지성과 정서와 덕성 함양이 골고루 이뤄져야한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적 상황을 고려해본다면 가장 절실한 것은 역시 덕성 함양일 것이다. 인성교육의 필요조건, 도덕적 토대를 갖는 공동체 정신 함양 지식 전달에 역점을 두어왔던 학교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자세한 내용은 월간새교육에 있습니다.]
또 교육과정이 개정되고 있다. 이번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이라는 이름으로 개정작업이 추진 중이다. 개정을 지켜보면서 무언가 시원한 느낌은 없다. 개정 방향이 그리 잘못되지도 않았고, 내용도 그리 나쁘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무언가 개운치 않다. 문·이과 통합형 개정의 배경과 필요성은 이해할 수 있다. 과목의 내용과 학습량을 감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 개운하지 않은 기분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새로운 일에 착수할 때에는 미래에 대한 비전보다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비전을 제시하기에 앞서 철저한 자기반성과 주변 환경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교육과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이전 교육과정이 얼마나 정착되어 가고 있는지’, ‘이전 교육과정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등 이전 교육과정에 대한 반성이 충분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 후 개정 교육과정이 ‘학생에게 어려움을 주지는 않는가’, ‘학교가 받을 충격은 생각해 보았는가’, ‘선생님에 대한 배려는 있었는가’ 더 고민해야 한다. 교육의 주체를 배제한 채 여론몰이를 통해 몰아세우지는 않았는지, 소수의 사람에 의해 개정작업이 추진되지는 않는지에 대한 경계도 필요하다.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개정 방향의 문제 현재의 교육과정이 완성된 교육과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급하게 하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준비를 하면서도 의도하는 성과를 가져올 쉬운 방법은 있다. 대학입시제도의 변화 속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교육과정개정은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은 철저하게 대학입시에 밀린 교육과정으로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한 술 더 떠서 사교육 없는 학교의 전폭적 지원, EBS 중심의 교육 등으로 학교교육과정의 입시 종속화를 부채질하기도 하였다. 이런 면에서 교육과정개정은 대학입시의 대대적인 개편이 이루어져야 바로 잡힌다는 것은 학교현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부족한 부분은 시간을 두고 준비하면 된다. 교육과정이 개정되거나 새로운 정책이 나올 때마다 학교현장에서는 다음 정권에서 또 바뀔 것인데 그리 신경 쓸 필요 있냐는 말을 하곤 한다. 현 정권은 수십 년 앞을 내다보고 교육과정을 개정하지만 다음 정권은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개정작업에 착수하고, 착수하기 무섭게 발표를 한다. 스스로 얼마가지 않을 것을 알기 에 하루라도 빨리 교육에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 서두르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그리고 통합이나 융합이 꼭 유·초·중등교육에서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도 있어야 한다. 교육과정의 개정을 주도하고 있는 분들의 대부분은 대학교수이고 이분들은 늘 유·초·중등교육의 변화만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가장 손대기 쉽고 말을 잘 듣는 유·초·중등의 교육과정만 수시로 개정하고 있는 것은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왜 세계적인 대학평가에서 우리의 대학은 힘을 쓰지 못하고 순위가 뒤쳐지는지, 대학졸업 후 기업에서 신입사원 교육에 왜 6000만 원이라는 돈을 투자해야 하는지 (한국경영자총협회조사/우리나라기업355기업/2013년 신입사원교육 및 훈련) 반성해야 한다. 이는 중등교육의 문제라기보다는 대학교육에도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개정 전개상의 문제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듯 보이지만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PART VIEW]첫째, 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를 중심으로 개정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기간이 촉박하여 충분한 토의가 진행될 수 없다는 점이다. 또한 2009 개정 교육과정에도 참여했던 분이 이번 개정작업에도 관여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뒤집는 발표를 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이다. 물론 잘못이 있다면 자신의 주장을 번복할 수도 있지만 개정될 때마다 자신이 개입하여 만든 교육과정을 아무런 자기반성 없이 수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개정안의 내용을 공청회에서조차 떳떳하게 공개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표면적으로는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개정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이미 짜놓은 틀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목소리 큰 몇 사람의 주장에 이끌려가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둘째, 총론과 각론의 연구팀이 연구 결과나 입장을 상호공유하면서 연구를 진행하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짧은 기간에 충분한 상호공유가 이루어졌을지 미지수이며 어찌보면 이미 제시된 안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셋째, 개정과 관련하여 다양한 요구조사와 의견수렴을 진행할 계획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2009 개정 교육과정 공청회 과정에서 보여주었듯이 요식행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포럼도 얼마나 반영이 될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든다. 왜냐하면 말하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정작 들을 사람들은 자리를 함께 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과 교육과정에서의 내용·학습량 감축의 상관관계 학습량의 적정화를 위해서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교육과정개정 연구팀의 연구방향 중점사항에서도 나와 있듯이 공통교육과정과 선택교육과정을 어느 선에서 적정화할 것인가이다. 이 문제는 충분한 기간을 두고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충분히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되 각 과목별 이기주의가 자리 잡지 않도록 하는 방안은 꼭 필요하다. 자신의 교과가 개정되는 교육과정이나 대학입시에서 축소되기를 바라는 선생님은 없을 뿐 아니라 개정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관련학회나 교수의 의견이 반영되다보면 결국 또 더하기방향으로 진행되기 쉽기 때문이다. 나누고 분화시키는 것은 쉬워도 합치고 없애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관건은 대학입시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의 선행에 있다. 과목 이기주의를 벗어나 이과 학생을 위한 통합사회와 문과 학생들을 위한 통합과학을 개발하고 새로운 자격연수를 받은 사람이 가르치도록 하는 방안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격연수과정을 개설할 때 교육과정 준비에 만전을 기했으면 한다. 이전 공통사회와 공통과학의 부전공 연수와 같이 필요 없는 연수과정이라는 현장교사들의 지적이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 학생 스스로 탐구하고 문제를 풀어가는 활동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를 지도할 수 있는 역량 또한 시간을 두고 갖추어가야 한다. 일부지역에서는 학생 중심의 학습이 정착되어가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아직은 부족하다고 볼 때, 이에 대한 연수도 고려되어야 하며 교육부 차원이 아닌 교사차원에서 이를 수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이를 정착시킬 수 있는 환경조성도 필요하다. 교육과정을 개정할 때에는 좀 더 충분한 검토를 한 후 모든 교과 내용을 현재 수준보다 상당 부분 줄이는 작업이 선행되었으면 한다. 충분한 연구와 준비를 한 후 국·영·수 중심의 현행교육과정도 새롭게 정리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범교과학습도 예외는 아니어서 7차 교육과정개정 이후에는 개정될 때마다 내용이 보태져 지금은 무려 39개의 학습주제를 가지고 있다. 범교과학습이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반드시 일정시수를 확보하라는 공문이 시행되고 있어 학교의 자율적인 교육과정 운영에 심각한 어려움을 주고 있기도 하다. 체육과 관련한 시수를 맞추기 위해 중학교에서 창의적체험활동 중 동아리활동이 유명무실해졌다는 사실은 대표적 왜곡사례이기도하다. 통합융합교육과정을 무리하게 중등교육에 적용하려고 하는 무모함은 다시 한 번 고려해야 한다. 융합교육과정은 학교의 자율에 맡겨 필요한 경우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대학이나 대학원 과정에서 좀 더 심화된 융합교육이 이루어지는 것도 바람직하다. 중등교육에서는 창의적인 사고와 바람직한 인성을 기르는 기초기본교육이 충실히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할 것이고 학교의 자율적인 선택에 의해 일부 교과나 창의적체험활동에서 다루어 졌으면 한다. 대학은 중등교육이 잘못되어 문제가 있다고 하고 기업은 고등교육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전반적인 시스템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되짚어 보아야하지 않을까. 늘 문제가 있을 때마다 만만한 유·초·중등교육만 손을 대는 일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