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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교육부는 지난 1월 청와대에서 ‘모두가 행복한 교육, 미래를 여는 창의인재’를 주제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연두 업무보고를 했다. 2016년도 교육부 업무계획에는 ▲학생의 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 ▲사회가 원하는 인재 양성 ▲한 아이도 놓치지 않는 교육서비스 제공 ▲마음 편히 보낼 수 있는 학교 환경 조성 ▲세계를 선도하는 한국 교육 등 다섯 가지 주요 계획이 제시됐다. 그러나 교원 사기진작과 전문성 신장, 교권보호 등 교원 핵심정책을 소홀히 취급했고, 교육재정 확충, 소규모 학교 살리기, 입시교육 탈피, 학교폭력예방 등 시급한 현안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어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교육비 잡자’ … 영어도 쉽고, 수학도 쉽게 교육부는 올해 전면 시행되는 중학교 자유학기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기존 선도학교(811교)와 신규 운영학교(653교)를 1대 1로 연계하여 노하우를 전수할 계획이다. 또한 도농 간 격차가 없도록 농산어촌 모든 중학교(1,228교)에는 진로체험버스와 원격영상 진로멘토링을 확대한다.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수학과 영어는 2015 교육과정 개정에 맞춰 쉽고 재미있는 교과로 탈바꿈한다. 학생들이 수학에 대한 성공경험과 자신감을 갖도록 교수·학습 및 평가방법은 학생중심으로 대폭 개편되며, 어려운 수학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는 우수한 수학교사 양성을 통해 수학 교수·학습방법을 개선할 예정이다. 또한 수학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수학학습 성공경험 UCC 및 우수사례 공모전’을 개최한다.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의 획기적 감축을 위해 수학 클리닉 프로그램을 초등학교 100개교, 중학교 200개교, 일반계고등학교 100개교 등으로 확대 운영하여 수학수업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장기결석 아동에 대한 학대 예방 … 매월 추진 상황 점검 최근 초미의 관심사인 아동학대예방을 위한 범부처 대책도 강화된다. 사회관계장관회의 등을 통해 매월 추진 상황을 점검하는 등 미취학 및 장기결석 아동에 대한 학대 예방 및 보호 대책이 마련된다. 또한 학교안전사고예방을 위해 올해 상반기부터는 학교건축 설계단계부터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학교폭력근절을 위한 어울림 프로그램, 가족치유캠프 등은 올해도 지속적으로 확대 운영한다. 아울러 인성교육 5개년 종합계획을 통해 ‘1학생 1스포츠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예술교육을 실시한다. 역사교육은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위한 방향으로 역사교과서 개발을 추진하여 올 12월까지 완료한다. 2018년부터 필수화되는 초·중등 소프트웨어(SW) 교육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SW 교육 연구·선도학교 900곳을 육성하고, SW 선도교육청 2곳을 지정해 특색 있는 SW 교육 모델이 발굴, 확산될 수 있도록 한다. 고교 교육에서는 일반고의 학습역량을 높이기 위해 특정 교과목을 특화해 중점적으로 배울 수 있는 교과중점학교를 내년까지 300곳으로 확대하고, 일반고에서도 제대로 된 진로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고등학교 1학년 1학기에 진로교육을 집중 실시하는 진로교육집중학기제를 37개 학교에서 시범 운영한다. 2022년까지 대학정원 16만 명 감축 … 대학구조조정 박차 대학은 사회 수요에 부응하는 체제로 개편한다. 교육부는 대학 정원을 2022년까지 16만 명 줄이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인력 분야 미스매치를 해소하기로 했다. 산업수요에 비해 정원이 부족한 학문분야는 확대하고 그렇지 않은 분야는 축소하는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PRIME)’을 통해, 공학 등 인력부족분야 정원은 최대 2만 명까지 늘어난다. 대학과 기업이 계약을 맺어 개설한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등을 지칭하는 사회맞춤형 학과 학생 수도 현재 4,927명에서 내년까지 3배 이상인 1만5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교육부는 대학들의 자발적 참여를 높이기 위해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에 2,012억 원을 지원해 육성한다. [PART VIEW]고졸인력 미스매치 적극 대응 … 선취업 활성화 방안 추진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를 중심으로 하는 진로직업교육은 ‘선취업 후진학’을 적극 유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특성화고 학생 선발 때 성적이 아닌 소질과 적성, 취업 의지를 고려하는 취업희망자 특별전형을 올해 20%에서 2017학년도에는 30%로 확대한다. 현장성 있는 직업교육 강화와 괜찮은 고졸 일자리 발굴 등을 통해 선취업 활성화 방안도 추진한다. 또한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졸업생에 대한 취업지원을 강화하여 오는 2017년까지 취업률을 5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현재 47곳인 마이스터고를 50곳으로 확대하고, 마이스터고 졸업인증제를 실시하여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영마이스터’를 양성한다. 또한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고등학교 정원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이 경우 고졸인력의 미스매치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예컨대 학생 수가 줄어도 특성화고 학생 수를 현재 33만 명 수준으로 유지, 오는 2022년까지 중등 직업학생 수 비중을 30%로 확대한다. 교원 가산점 줄이고 승진규정도 일부 손질 들어갈 듯 교원정책 분야에서는 교원승진규정 개정을 통한 가산점 축소와 자율연수휴직제 시행, 농산어촌 근무교원 전보 우대 등이 눈길을 끈다. 교육부는 수업과 학생지도를 잘하는 교원이 인사에 우대받고 연공서열보다 능력중심 승진구조를 구축한다는 원칙 아래 교원승진규정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승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산점 부분이 개편된다. 교육부가 주관하는 공통가산점이 축소되고, 학교폭력유공가산점 반영기간이 10년으로 단축됨에 따라 점수도 2점에서 1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같은 방침은 시·도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선택가산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교육부지정 연구학교가산점(1.25점)과 직무연수이수실적가산점(1점 이내), 재외국민교육기관파견가산점(0.75점) 등도 검토 대상에 올랐다. 교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경력평정과 근무성적평정, 연수성적평정 등도 연내에 개선안이 마련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상반기 중 교원승진규정 개정에 대한 정책연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시·도교육청 의견을 수렴, 올해 개선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우수한 교원이 농산어촌 등 교육여건이 열악한 지역에 근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사 유인책이 동원된다. 우선 농산어촌 지역에 근무하는 교원이 다른 지역 학교로 옮길 때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도록 전보가산점을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또 읍면 이하 학교의 초빙교원 비율을 현행 20%에서 오는 2017년까지 40%로 늘리기로 했다. 교원의 다양한 지식습득과 개인학습 등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올 3월부터 자율연수휴직제가 시행된다. 10년 이상 근무한 교원이 재직 기간 동안 1회, 6개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제도로서 교수들의 안식년과는 달리 무급휴직으로 운영된다. 교사 해외파견 확대, 자율연수휴직제 도입 긍정 평가 올해에는 교사들이 외국에서 교육할 기회가 대폭 늘어난다. 한국 교육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고 우수한 교수·학습방법을 지원하기 위해 300여 명의 교사를 세계 각지에 파견한다. 해외파견교사는 예비교사와 현직교원, 퇴직교원 등 다양하게 구성되는 장기파견(1∼3년, 140명)과 교육대와 사범대생들을 중심으로 방학 기간 동안 활동하는 단기파견(2개월, 160명)이 있으며, 파견분야는 한국어, 수학, 과학, 정보통신(ICT) 교과 등이다. 교육부는 교사 모집을 거쳐 2학기부터 본격적인 해외파견을 추진할 계획이다. 교총, “거시 정책에 치중 … 학교와 교사 목소리 반영 안 돼” 교육계에서는 이번 교육부 주요 업무계획은 지나치게 일자리 창출 등 경제논리에 치중한 나머지 교육현장의 시급한 과제인 입시경쟁 완화, 학교폭력근절 대책,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 살리기, 누리과정 등 교육재정 확충 대책 등이 소홀하게 다뤄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잇따른 교권침해사건에 대처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보이지 않아 우려스럽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교례회 축사를 통해 ‘교원 전문성 및 권위 신장’을 약속했음에도 이를 이행하는 구체적 방안이 제시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겨주고 있다. 한국교총은 논평을 내고 교육부 계획이 너무 거시 정책에 치우쳐 있다면서 학교와 교원이 중심이 되는 학교중심정책을 통해 교육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집중해달라고 촉구했다. 또한 교원의 전문성과 사기를 올릴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 대안이 제시되지 않아 아쉽다면서 유감을 나타냈다. 무너진 학교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문제학생에 대한 엄격한 학칙적용 등 보완조치가 필요한데도 정부가 이를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다만 한국교총이 교육부와 단체교섭을 통해 제시했던 ▲교사 해외 진출 활성화 ▲교원자율연수휴직제 시행 ▲학부모 학교 참여 휴가제도 도입 추진 ▲인성교육 5개년 종합계획 시행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들 4대 정책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했다. 먼저 교사 해외 진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교원 해외봉사단(가칭 한국교육봉사단)을 구성, 실질적인 형태로 운영돼야 하며 초임교사 정원을 지금보다 1.2배 늘려 충분한 인력풀을 확보하는 것이 선결 조건임을 분명히 했다. 한국교총은 “교사 해외파견이 교육봉사를 통해 교사로서의 인격을 도야하고 전문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 같은 성과는 향후 대한민국 교실을 ‘세계 속의 교실’로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원자율연수휴직제에 대해서는 휴직교원의 공백이 교육력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기간제교사가 아닌 정규교원으로 인력을 충원, 교원수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주문했다. 또 교사와 학부모의 교육관을 일치시키는 사모동행(師母同行) 법제화를 통해 학부모 학교 참여 휴가제도가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PART VIEW]“교권침해 때나 수업?생활지도 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한국교총이 최근 전국 유·초·중등교원 776명에게 모바일 설문 조사한 결과 2명 중 1명꼴로 ‘즉각적인 제재조치를 할 수 없다’(56.2%)고 답변했다([그림] 참조). ‘가장 실효적인 교권침해 예방조치’를 묻는 질문에는 ‘신체나 도구를 통한 체벌은 금지하지만 담임교사가 훈육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47.7%)을 요구했다. 지난해 연말 ‘교권보호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교원 사기진작 종합대책’도 마련됐지만 현장 반응이 냉랭한 이유도 교원들의 학생지도권 강화를 위한 ‘법적 근거’가 여전히 빠져있기 때문이다. 교사가 학생지도에 강력한 힘을 갖기 위해서는 반드시 합법적이고 효율적인 제재 수단이 필요하다. 실제로 교권침해가 거의 없는 독일의 경우, 교사에게 학생에 대한 강력한 제재수단을 부여하고 있다. 바로 ‘학생 성적평가 자율권’이다. “독일에서 체벌이 일어난다면 신문 1면을 장식할 정도로 큰 사건이에요. 저도 지금까지 구체적인 사례를 본 적이 없고요. 그런데도 선생님이 진짜 교권을 가질 수 있는 건 성적을 줄 수 있는 선생님의 자율권이 50% 정도 되기 때문인데요. 시험에서 100점을 받는 아이라 하더라도 수업태도가 좋지 않으면 선생님이 50점만 줄 수도 있어요. 그러면 성적표에는 75점이 기록되겠죠. 그러니까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나태할 수 없는 거예요. 그게 바로 교권인 거고요. 이렇게 선생님에게 강력한 권한을 줄 수 있는 건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에요.”(박성숙(2015) 독일교육 두 번째 이야기, 21세기 북스) 교육선진국이라 불리는 핀란드마저 교권침해로 얼룩질 때, 독일은 현재까지 교권침해가 사회적 문제로 논의되고 있지 않다. 독일은 어떻게 높은 교사의 위상과 강력한 교권을 갖게 되었을까? 그들의 교권에 대한 인식, 교권보호 지원제도 및 정책을 통해 ‘묘수’를 찾아보고자 한다. 교권침해 통계조차 없는 독일 ‘문제학생 단계별 훈육, 징계조치 가능’ 교사의 평가 자율권 50% 달해 독일 교사의 강력한 교권의 토대는 크게 세 가지로 설명된다. 첫째, 교사의 성적평가 재량권이 크다. 독일의 성적평가는 절대평가 방식이며, 필기평가와 구두평가 두 종류가 있다. 필기평가는 전체가 주관식 논술형이며, 아비투어(Abitur)를 준비하는 오버슈투페(Oberstufe)*를 제외하고는 초·중등학교 전체 학년에서 주요과목에서만 실시된다. 나머지 과목은 구두평가로만 이루어진다(필기시험을 보는 주요과목도 구두평가가 포함된다). 구두평가란 한 학기 동안 수업을 통해 보여준 학생의 학업능력과 태도에 대한 평가이다. 교사는 수업 중 교사의 질문에 대한 학생의 답변, 발표, 수업 참여 태도, 과제준비, 동료와의 협력 등을 전반적으로 평가하여 학점을 준다. 필기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도 수업시간에 문제가 있으면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없다. 절대평가제나 수업 전반을 고려한 교사의 구두평가는 교사의 권위나 교사에 대한 신뢰가 전제되지 않으면 실현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에서 시험평가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교사의 권위가 높고 교사에 대한 신뢰가 전제되기 때문일 것이다. 교사의 성적평가 재량권은 학생 통제와 교권확립의 기반이 되고 있다. 둘째, 독일의 교사는 교육자율권, 수업자율권을 최대한 보장받는다. 주 교육부에서 교과과정을 제시하고 있지만 각 교과의 수업목표와 다양한 방침만을 제시할 뿐 각 학기 수업운영에 관한 세부사항은 교사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또한 성적평가가 학생 간 비교가 아닌 절대평가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학점을 점수로 환산하거나 등수로 나타내지 않아 저경쟁 교육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독일의 저경쟁 교육은 교사의 수업자율권 보장을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이유가 되고, 교사의 교육자율권 보장은 교사가 수업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소신 있게 학생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한다. 결과적으로 교육자율권과 수업자율권은 교권확립의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셋째, 학교 내에서 합리적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다. 독일은 16개 주가 모인 연방국가로 개인의 원칙(das Individualprinzip), 연대의 원칙(das Prinzip der Solidaritat), 보충의 원칙(das Prinzip der Subsidiaritat)을 가진 사회적 시장경제(Soziale Marktwirtschaft)라는 독특한 경제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으로 독일 교육은 강한 개인과 합리성을 가르치면서도 연대주의를 강조한다. 따라서 어떤 문제라도 드러내놓고 토론하기를 즐긴다. [PART VIEW]또한 문제의 시비를 가리는데 국한하지 않고 토론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일에 적극적이다. 이는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교사와 학생 간에도 수평관계에서 토론이 이루어진다. 교사의 수업방식이나 성적평가가 객관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학생들은 교사에게 직접 건의한다. 만약 이러한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학급회의를 통해 의견을 수집하고 담임교사와 학교장에게 개선을 요청한다. 교사는 수업자율권 보장이 교사의 독선적 판단까지 허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러한 항의를 교권침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학생과 교사가 합리적 토론을 통해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교사에 대한 신뢰와 교사의 권위를 높이는 또 다른 방안이 되고 있다. ● 교권에 대한 인식 _ 독일에서 교권은 교사의 권위와 권리를 포괄적으로 의미한다. 교사의 권위란 교사 자신이 갖춘 실력과 인격에서 기인하는 신뢰를 토대로 형성된다고 보고 있으며 교사의 권리는 교육자율권, 국가에 대한 업무보장권과 복지혜택권을 뜻한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NRW) 「학교법」 57조에 따르면 교사의 교육자율권이란 수업, 학생 훈육, 상담, 평가, 감독, 돌봄에 관한 자율권으로 교재 선정 등의 교육내용과 관련한 결정권, 교수과정에 대한 결정권, 학생평가에 대한 결정권, 학생지도 및 징계권을 의미한다. ● 교권침해 현황 _ 독일의 교권침해 사건은 대부분 놀림·욕·위협 등의 언어폭력, 신체폭력, 수업거부나 수업방해와 관련된 정신적 폭력, 재물손상 관련이다. 폭력의 주체는 주로 학생이며 언어폭력의 경우는 학부모 비율도 높다. 독일 교사협회에 따르면, 교권침해와 관련하여 소를 제기하는 비율은 신체폭력이나 재물손상에 대한 피해를 입은 교사의 경우에는 절반 정도가, 언어폭력의 경우는 약 10명의 교사 중 1명 정도라고 한다. 최근에는 교사에 대한 폭력이 과거에 비해 증가하고 있고, 베를린 노이쾰른과 같은 특정 지역에서는 문제로 대두되기도 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교권이 강력히 확립되어 있어 독일 사회에서는 교권침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며, 교사에 대한 폭력 종류나 빈도, 현황에 관한 전반적 통계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 교권보호 지원제도 및 정책 _ 독일은 교사위원회(Lehrerrat), 교육협회(Verband Bildung und Erziehung), 교육노조(Gewerkschaft Erziehung und Wissenschaft)를 통해 교권보호를 위한 토대를 마련해 두고 있다. 독일의 모든 학교에는 「학교법」에 따라 교권보호를 위한 교사위원회를 두고 있다. 교사위원회는 학교 참여위원회인 동시에 교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NRW 「학교법」 69조에 따라 교사위원은 교사회의에서 학교규모에 따라 최소 2명에서 최대 5명까지 비밀투표로 선출하며 임기는 4년이다. 학교장은 선거에 전혀 관여할 수 없다. 교사위원회는 교사들의 업무와 관련된 제반 사항을 학교장과 논의하고 이에 관해 조언한다. 교사의 불만이나 건의사항을 학교장에게 전달하며 교사의 권익을 대변하고 학교장의 독단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교장은 교사위원회에 학교업무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알리고 의견을 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 교사위원회는 교사회의에 매년 활동사항을 보고하여야 하며, 교사위원회에 선출된 위원들은 이에 필요한 연수를 받고 의무수업시수를 감면받는다. 교육협회는 독일 공무원연합 소속기관으로 주 단위로 운영되고 있다. 임금, 승진, 근로시간의 정의실현을 위해 교사, 사회교육사, 유치원 훈육교사와 이를 위한 교육을 받고 있는 자의 노동조합적, 교육정책적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다. 교육노조는 독일 내 유치원, 학교, 대학과 그 외 모든 교육기관 종사자 약 27만 명의 의견을 대변하는 교육노동조합이다. 임금과 근로조건의 정의실현을 목적으로 회원들을 위한 법적 보호, 이익대변, 임금협상, 포괄적인 정보제공을 하며 교사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있다. 교권침해가 실제 발생할 경우 교사가 「학교법」에 따라 훈육조치와 징계조치를 할 수 있고 사안이 중할 경우 형법에 제소할 수 있다. 가해자가 14세 이상이고 피해 정도가 심하면 명예훼손, 재물손괴죄, 상해죄의 형법적 처벌을 할 수 있다. NRW의 경우 교사는 「학교법」 53조에 따라 문제학생에게 훈육조치와 징계조치를 할 수 있다. 교육적 측면에서 훈육조치를 우선적으로 실시하고 이에 대한 효과가 없거나 사항이 중할 경우 징계조치를 한다. 훈육조치로는 상담, 경고, 학부모와 학생면담, 구두나 서면 질책, 수업에서 제외 등이 있다. 반복된 잘못을 저지르거나 사안이 중할 경우 학부모의 협조를 얻기 위해 서면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서면경고는 초등단계의 경우 담임교사에게 권한이 있고, 중등 1단계는 담임교사와 학교장, 중등 2단계는 학교장에게 있다. 징계조치로는 서면경고, 다른 반으로 보내거나 정학?퇴학에 대한 경고 또는 퇴학, 주 전체 공립학교에서의 학교 교육권 박탈에 대한 경고나 박탈이 있다. 일부 지역 학교청의 경우 교권을 침해하는 교사 폭력사건을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침서를 발간하고 있으며 교사에 대한 폭력도 학교폭력으로 간주하여 예방 차원에서 학교폭력예방 프로그램 내 관련 내용을 포함하여 교육을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교권침해 심각한 미국, 사이버폭력 증가 추세 접근금지부터 형사 고소까지 가능, 교원양성대 프로그램 강화 ● 교권에 대한 인식과 교권침해 _ 미국에서 교권과 관련된 학문적 논쟁과 법적 소송은 교실에서 교사가 개인적인 신념에 대한 언급 정도와 교재 선택권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진행되었다. 미국에서는 그간 많은 법적 논쟁을 통해 교권에 관련된 사회적 합의가 많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최근에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동료로부터 신체적 그리고 정신적 폭행을 당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교권침해에 대한 논의가 교사의 교수·학습 영역을 넘어 교사의 신체 및 정신적인 피해에 초점이 많이 맞추어져 가고 있다. ● 교권침해 현황 및 영향 _ 미국 심리학회(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 APA)는 2011년 48개 주에 있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80% 이상의 교사가 최근 1년 동안 교권침해를 경험했으며, 94% 이상이 학생으로부터 피해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최근에는 사이버상에서도 교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신체적 폭력과 더불어 언어폭력 사례도 늘고 있다. 교권침해를 받은 교사의 경우 불안, 우울 등과 같은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으며 낮아진 자기효능감으로 인해 수업의 질 또한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권침해로 피해를 입은 많은 교사들이 교직을 떠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 교권보호 지원 제도 및 정책 _ 미국 법원은 교사의 특수한 직위와 영향력을 고려해 교사에게 높은 수준의 도덕적 책무성을 요구하면서도 교권이 침해당하면 다른 범죄보다 그 책임을 무겁게 묻고 있다. 교권침해와 보호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먼저 미국 교사가 학교구와 어떻게 계약을 맺는지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개별 학교구마다 지역 교원단체와 협약을 맺고 있으며 교사들은 교원단체를 통해 본인의 교권을 보호받고 있다. 이들 교원단체는 교권침해 발생 시 법률서비스 제공에서부터 상담 및 의료보험까지 다양한 지원을 교사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 위스콘신주 : 위스콘신 매디슨의 교원단체인 Madison Teacher’s Inc.(MTI)의 경우 교사의 교권이 침해당하면 교사와 함께 민사소송을 제기한다. MTI는 사건이 발생하면 즉시 법원에 교사 보호를 위해 가해자로부터(대부분의 경우 학생) 임시 접근금지 명령을 받는다. 법원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접근금지 명령을 허락하고 있으며,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가해학생은 교사로부터 15m 이상 접근하면 안 된다. 가해 사실이 인정될 경우 학생은 교사가 수업하는 동안 학교에 들어오면 안 되기 때문에 학업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전학을 가야 한다. MTI는 교권보호를 위해 관련 사건을 학교구와 관할 경찰서에 보고하는 등 교권보호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 메사추세츠주 : 위스콘신과 달리 교권이 침해당하면 교원단체인 Massachusetts Teachers Association(MTA)에서 가해자에게 형사소송을 제기한다. 메사추세츠 법에 의하면 공무원(공립학교 교원은 공무원임)에 대한 협박 및 폭력은 위법이기 때문에 수업을 방해하거나 교사가 느끼기에 위협을 느꼈으면 상대 가해자를 대상으로 민사가 아닌 형사로 고소가 가능하다. 가해자가 학생인 경우 소년법정에서 사건이 진행되고 성인인 경우 일반법정에서 진행된다. 피해가 입증되면 가해학생은 전학을 가거나 다른 교실로 가야하며, 어떠한 경우도 교사와 접촉해서는 안 된다는 법원 명령이 내려진다. ? 미시간주 : 미시간주의 교원단체인 Michigan Education Association(MEA)의 경우 1999년 법으로 학교구는 교권을 침해한 학생(6학년 이상인 경우)을 퇴학시키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법을 무시하고 학생을 퇴학시키지 않은 경우, 해당 학교구는 법원으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을 수 있다. ● 최근 교권보호 관련 사례 _ 학부모가 학교에서 교사를 구타하거나 학생이 교사에게 욕설을 하는 등 이전과는 달리 공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교권침해가 미국 뉴스에서 빈번하게 보도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11년에는 네바다의 한 중학교에서 18명 이상의 학생들이 교사를 폭행하기 위해 페이스북에서 모의하다가 학부모 신고로 체포되었다. 또한 네브래스카에 사는 17살 여학생이 교장과 교감을 총으로 쏘고 자살해 충격을 주기도 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인식한 법원은 최근 교사를 폭행한 학부모에게 20년 이상의 형을 내려 경종을 울리고 있다. 빈번하게 일어나는 교권침해 사례로 인해 보다 적극인 교권보호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대학 내 교원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예비 교사들이 다양한 교권침해 요소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선생님을 학생들에게 돌려주자!” “구호만이라도 반갑다!” “가르치는 교육에만 전념하고 싶은 것은 교사의 가장 오랜 염원이다.” 이런 교사들의 소리에서 알 수 있듯이 교사들이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학교업무정상화 계획’은 올바른 교육을 위한 훌륭한 정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웬일인지 교사들에게 환호받지 못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학교 현장에서는 볼멘 목소리가 여기저기 터져 나오고 있다. 아마도 ‘이상’과 ‘현실’의 차이에서 오는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학교업무정상화 계획의 ‘이상’이 갖는 문제점과 ‘현장’에 정착시키는 데 필요한 나름의 보완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부장교사 기피현상부터 해결해야 사람의 힘은 허리에서부터 나온다. 학교 교육력은 학교 조직의 중견 간부인 ‘부장교사의 힘’이 근간이다. 승진의 포부를 가지고 부장직을 희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봉사하는 마음으로 부장직을 수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장교사에 대한 처우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교육공무원은 단일호봉제라서 승진을 해도 급여가 동일하다. 더욱이 보직 개념인 부장교사는 평교사보다 업무는 엄청나게 늘어나지만, 수당은 담임교사의 절반 수준을 조금 넘는다. 또한 학교폭력가산점을 산정할 때도, 학교성과급을 결정할 때도 아웃사이더로 몰아붙이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승진의 발자국을 위해 보직교사를 희망하기엔 유인책이 매우 부족하다. 이러한 까닭으로 학교 경영자가 교사들에게 인간적으로 호소해서 보직을 억지로 맡기는 경우가 허다하고, 보직 정원을 못 채운 학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가 교장으로 재임 시에도 보직교사를 부탁하자 그 자리에서 맡지 않겠다고 울어 버린 교사를 본 적이 있고, 적임자를 구하지 못해 2급 정교사를 임용하거나 심지어 기간제교사를 임용한 적도 있다. 따라서 부장교사를 중심으로 교육지원팀을 운영하여 학교업무정상화를 꾀하려면 보직교사의 인센티브에 대한 재검토가 가장 기본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교육지원팀의 선호도를 높여야 실행자의 자발적 참여도는 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첫째 요인이다. 주당 수업시간을 감해 주는 혜택만으로는 ‘교육지원팀에 자발적 지원’을 기대하기엔 많이 미흡하다. 교육지원팀의 목적은 교사가 맡기 싫어하는 행정업무를 교육지원팀에게 전담하게 하고, 수업에 몰두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교사가 행정업무를 많이 맡고 교사 본연의 업무인 수업을 줄이는 인센티브에 만족하겠는가? 부장교사도 서로 안 하려고 하는 마당에 더 힘들 것으로 생각되는 교육지원팀을 자원하겠는가? 마음으로는 정말 하기 싫지만 교육청에서 하라고 하니까, 교장선생님이 하라고 하니까 그냥 하겠다는 사람이 몇몇 있을 뿐이다. 스스로 즐겁게 참여하지 않고 제도적으로 혹은 명령하달식으로 추진하는 정책은 또 다른 폐해를 낳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시성 행정의 표본인 양적 지표 성과에서 벗어나야 학교업무정상화 계획에 의하면 2016학년도는 자율적 시행이고 2017학년도부터는 전체가 시행한다고 한다. 그러나 예년의 다른 정책과 마찬가지로 시범학교로 신청할 때는 ‘선택’이라고 하지만, 지원교육청별 성과 목표를 채워야 한다는 명분으로 비공식적 메일이나 문자 등으로 강요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교직원회의·학부모회의·설문조사 등을 통해 ‘자율’로 결정하라고 하면서도 시행을 ‘압박’하는 것을 보면 본 정책의 성패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교육청 정책이니 추진은 해야겠고, 자발적 실행 의지는 없으니 각급 학교에서는 ‘교육지원팀을 운영할 사람을 제비뽑기로 추진하던지, 2달씩만 윤번제로 돌아가면서 시행하자’는 무리하고 비효율적인 제안까지 나오는 것이다. [PART VIEW] 교직원 간의 새로운 갈등의 씨를 줄여야 업무 스트레스는 ‘업무량의 과다’에도 이유가 있지만, ‘업무와 담당자의 모호성’에서 나타나는 인간관계 갈등에 기인하는 경우가 더 많다. 교원 잡무의 정의를 가지고 논란이 있었듯이 ‘교육지원업무’와 ‘교육활동업무’의 한계가 애매하여 갈등의 소지가 많아 보인다. 교육청에서는 예시 매뉴얼을 보급하고 최종 결정 권한은 학교장에게 있음을 분명히 명시해 주어야 한다. ‘교육청이 하면 착한 규제이고, 학교장이 하면 나쁜 규제이기 때문에 학교장의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 원래부터 학교의 사무분장은 학교장 고유 권한임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한다. 교육력을 저하시키는 주된 요인을 집중적으로 개선하라. 교사들의 스트레스를 극대화하고 교육력을 저하시키는 주범은 보고기한을 다투는 공문들이다. 국회의원이나 시의원이 무분별하게 생산해내는 보고기한이 촉박한 공문은 수업 지장은 물론이고 정신적 압박도 엄청나게 크다. 중복된 통계자료 요청도 문제이다. 이미 확보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거나 조합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을 수합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비슷한 자료를 반복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각종 위원회를 재정비해야 한다 민주적 의사결정도 좋고, 여론 수렴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교직원회의의 토론화, 툭하면 열어야 하는 각종 위원회는 자칫 교육력 향상에 집중할 시간을 앗아 가기도 한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어진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단점이 없는 경우는 없다. 각종 위원회를 통합 정비하고 교직원회의도 정말 중요한 안건만 올려 시간의 낭비를 막아야 할 것이다. 학교업무정상화 계획에 딴죽 걸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 오히려 성공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그런 간절한 마음을 담아 교육청과 학교 경영자에게 두 가지만 제안하면서 글을 매듭짓고자 한다. 첫째, 실행 실적보다 조직원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민주적인 토의 절차를 통해 교육지원팀을 구성하고, 교육지원팀 스스로가 학교 조직의 중추적 역할을 실행한다는 자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다른 교사들을 위해 궂은일을 도맡아 수고하는 교육지원팀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는 공감대 형성도 필요하다. 교육지원팀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이라면 기꺼이 스스로 자원하여 봉사할 교사가 많이 생겨날 것이다. 둘째, 실천 속도보다는 성공적인 안착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 학교마다 학교급마다 조직 구성원의 개인적 심성과 욕구, 집단의 문화, 경영자의 리더십 등은 천차만별이다. 그렇기 때문에 맞춤형?개별화 전략으로 접근하면서 안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한다. 또한 조급함을 버리고 여유를 갖고 기다려야 성공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국립국제교육원. 찬찬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말머리가 쉽게 잡히지 않는 곳이다. 입시나 학교폭력, 누리과정 등 교육현안에서 한 발짝 비켜서 있기 때문일까? 쭉 뻗은 분당대로를 지날 때까지도 머릿속이 맴맴 돌았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일로 191. 뉴욕 유엔본부를 본떠 만들었다는 국립국제교육원 신청사에 들어서자 현대식 건물 특유의 쾌적함 풍겨왔다. 국립국제교육원이 초·중등 교육현장에 깊숙이 들어온 것은 원어민교사 초청 사업 때부터. 지난 1995년 의사소통중심 영어교육이 강조되면서 정부는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원어민들을 국내 초·중·고교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원어민교사는 지난해 말 현재 전국에서 4,8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어려웠던 시절, 가난한 학생들도 미국과 유럽으로 유학을 떠날 수 있었던 ‘국비 장학생제도’ 역시 국제교육원이 담당했다. 지금도 매년 60명 정도가 해외 유학길에 떠난다. 이뿐 아니다. 한류 바람에 맞춰 해외 곳곳에서 한국어능력시험을 실시하는 등 우리말 보급에 힘쓰고, 국내 대학에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여 대학교육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전초기지 역할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개발도상국의 기초교육향상을 위해 수학·과학 담당 교사들을 파견하는 ODA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올해 교육부와 공동으로 300명의 교사를 해외에 파견할 계획이다. 명실상부 교육분야 국제교류의 중추기관으로 자리를 굳건히 한 국립국제교육원. 한국 교육의 해외 세일즈맨을 자처한 김광호(56, 사진) 원장은 새교육과 가진 인터뷰에서 “세계는 지금 경제발전을 이룬 한국 교육에 흠뻑 매료돼 있다”며 “한국어능력시험에 매년 세계 70개국, 20여만 명이 몰리고 한국의 우수한 교사를 보내달라는 각국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열기를 해외 교육봉사와 외국인 유학생 유치로 연결시켜 인류 공존에 이바지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다만 “유학수지 적자 폭이 줄어들지 않아 안타깝다”면서 “경제적 손실도 문제지만 그보다 우수한 인재와 지식 유출이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대학들이 학문적 경쟁력을 높이고 낮은 인지도를 높이려는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국제 비즈니스와 엔지니어링 등 유학생들이 원하는 학과를 집중 육성하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김 원장은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사무소와 OECD 사무국에서 근무한 뒤 교육인적자원부(교육부 전신) 국제협력과장을 역임한 교육부 내 드문 국제통이다. 교사 해외파견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수학, 과학, ICT(정보통신) 과목 교사들을 파견하고 있는데 현지 반응이 아주 좋다. 중동은 물론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남미 국가들로부터 요청이 몰려든다. 올해 300명을 파견할 계획인데 예비교사들로 구성된 단기파견(2개월)이 160명, 현직 및 퇴직교원이 주축이 된 장기파견(1~3년)이 140명이다. 선발절차 등이 궁금한데. 해외 교육봉사 제안서를 받아 이를 심사한 뒤 대상자를 선정한다. 3~4월경 제안을 접수하고 6월쯤 대상자를 확정한 뒤, 9월에 해당 국가로 파견할 계획이다. 파견 대상 국가는? 대략 15~20개국을 계획하고 있다. 주로 개발도상국이 될 것이다. 지진피해 등 국가적 재난을 겪은 나라를 우선으로 하게 된다. 또 외교 등 전략적 관계도 고려 대상이다. 테러나 전염병 등 신변안전이 제일 걱정인데. 물론이다. 해외봉사도 좋지만 우리 교사들의 안전이 가장 우선이다. 파견 대상 국가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제일 강조하는 것이 안전이다. 안전한 학교, 안전한 주거, 안전한 환경을 주재국 정부가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담보되지 않으면 교사를 보내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 교사를 원하는 이유는? 우선 실력이 뛰어나다. 대부분 개발도상국들은 교사에 대한 처우가 열악하다 보니 우수한 인재들이 교직을 기피하고 양성과정 또한 부실하다. 실제로 우리나라 교사들이 현지 교사들에게 수학과 과학을 가르쳐주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한국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된 한국 교육에 대한 동경이 크다는 점도 우리나라 교사들이 인기를 끄는 비결이다. 나라를 부강하게 만든 한국의 교육시스템과 교사들의 역량에 강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 언어문제는 없나? 수학이나 과학은 과목 특성 때문인지 언어가 큰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파견된 교사들을 보면 대체로 한 달 정도 (언어 때문에) 고생을 하지만 이후부터는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언어는 별다른 장벽이 되지 않는 것 같다. [PART VIEW]올해 교원 해외파견이 크게 늘어난 것은 교총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맞는 말이다. 교총이 지난해 스승의 날과 지난 1월 교육계 신년교례회 때 박근혜 대통령에게 교원 해외파견 확대를 건의해 준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지난해 세계교육자대회에서 각국 교육관계자들의 요구가 있었고, 이에 맞춰 교총이 적극 나서주는 바람에 파견인력 확대 등 긍정적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을 부탁드린다. 초임교사 정원을 늘리고 예비교원과 퇴직교원의 참여를 늘려야 더욱 내실 있는 교사 파견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예비교원의 참여가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험지에서 교육봉사를 마친 예비교원들이 교단에 선다면 이는 우리 교육계에 커다란 자산이 될 것이다. 예비교원 해외파견을 늘리는 것은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다만 퇴직교원 해외파견은 올해 10명 정도 예상하고 있는데 건강과 언어문제 등을 감안, 시범운영 결과를 지켜본 뒤 인원 확대 여부를 검토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한국교총은 현직교원의 경우 호봉과 경력을 100% 인정하고 예비교원에 대해서는 가산점 부여 등 실질적 지원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현직교원은 고용휴직 형태로 가는 것이어서 호봉과 경력이 100% 인정된다. 예비교원 가산점 방안은 교육부가 판단할 사항이어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개도국에 대한 교육원조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단순히 상품만 파는 나라가 돼서는 안 된다. 교육을 통해 이룬 국가발전 경험을 개발도상국에 전수해주고, 그들과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대학생과 교사들이 세계로 나가 헌신하고 가슴으로 배워온다면 이는 우리 교실을 국제화하는 뜻깊은 일이 될 것이다. 많은 교사와 학생들이 지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학수지 적자가 심각하다고 들었다, 우리나라에 오는 유학생이 9만여 명인 데 비해 해외로 나가는 학생은 21만여 명이다. 2011년 26만여 명까지 나간 것에 비하면 좀 줄어든 수치이지만 여전히 불균형이 심하다. 나라별로는 미국이 6~7만여 명, 중국 6만여 명, 일본이 5만여 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경제적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우수한 인재들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큰 손실이다. 지금 국내 대학들은 대학원생이 모자라 쩔쩔매는 경우가 많다. 교수들은 연구를 도와줄 대학원생이 없어 어려움이 크다고 하소연한다. 특히 서울 소재 대학생들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지방대 졸업생들이 서울 소재 대학원에 진학하다 보니 지방대 대학원은 공동화 현상마저 빚고 있다. 반면 국내에 중국 유학생이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국내 대학 중에는 ‘중국 학생들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는 말도 나오는데. 중국 편중은 심각한 문제다. 전체 유학생의 60%가 중국이고 베트남 4.9%, 일본 3.8% 순이다. 문제는 중국 경제의 거품이 꺼지면 유학생들이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고 그러다 보면 국내 대학들이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는 점이다. 지금이라도 인도와 중남미, 중동지역으로 유학생 유치를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학생 다변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대학들의 국제화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영어전용 강좌도 늘리고 해외시장을 겨냥한 학과 개편 등이 요구된다. 인도,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중동 등은 무궁한 잠재력을 가진 ‘유학시장’이다. 그런데 언어적 문제 때문에 이들 지역 학생들이 한국 유학을 꺼려하고 있어 안타깝다. 또 하나, 유학생들은 취업에 유리한 국제 비즈니스와 엔지니어링 분야에 관심이 많다. 이들 분야의 유학생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게 효과적인데 맞춤형 유학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점도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유학생 유치의 중요한 목적은 친한파 양성이다. 성과는? 국내에서 학위를 마친 사람들 대부분은 한국에 우호적인 친한파가 된다. 그러나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고 돌아간 학생들은 그 반대로 (한국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경우가 많다. 결국 외국인 장학생 사업은 그들이 학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잘 케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고급인재를 유치하고 잘 관리해서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인력을 만들어야 하는데 데려다만 놓고 다시는 안 볼 사람처럼 관리해서 욕을 먹는 경우가 있다. 원어민 보조교사 선발 사업은 영어에서 중국어까지 확대됐다. 앞으로 계획은? 중국어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중국인 원어민을 원하는 학교들이 많아졌다. 반면 영어 원어민교사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예산문제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우리나라 영어교사들의 실력이 월등하다 보니 원어민에 대한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감소한 탓으로 보인다. 중동이나 남미에서 한국어 학습 열기가 대단하다고 들었다. 어느 정도인가. 중동지역에서는 한국 드라마가 상영되는 날이면 기도시간까지 빼먹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그만큼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난해 말 현재 세계 70개국에서 한국어능력시험이 실시됐고 연인원 20만 명이 응시했다. 지난 1997년 처음 시작했을 때 응시 인원이 2천여 명 정도였으니까 20년이 채 안 돼 무려 100배가 증가한 셈이다. 밖에 나가보면 한국이 참 대단한 나라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지난해 정부가 주관하는 기관운영평가에서 최우수기관으로 뽑혔는데. 우리와 미수교국인 쿠바에서 한국어시험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 앞으로도 국가 간 교육교류의 중심역할에 충실하고 한국이 교육분야에서 세계를 리드하는 토대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는 기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정년퇴직 후 1년간 4살짜리 손녀를 승용차로 유치원까지 실어다 주곤 하였다. 재잘거림이 즐거워서 옆자리에 앉혔는데 생각해보니 위험할 것 같았다. 뒷자리에 어린이 좌석을 마련하고 태우려 하니 막무가내로 고집하여 어쩔 방도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담임선생님께 이야기 드렸더니, 이튿날 이변이 생겼다. 앞자리에 타라고 아무리 달래도 손사래 치는 것이 아닌가. 담임교사의 말 한마디가 어린이에게는 큰 힘을 발휘한다. 온갖 지도방법에도 아이들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교사생활 십여 년이 지난 때였다. 2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 후에 국립교육대학교 부설초등학교로 전출발령을 받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담임할 반이 없었다. 몹시 서운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간간히 담임교사가 자리를 비울 때 대신 들어가기도 하였으나 그런 기회는 좀처럼 없었다. 그러던 중 1학년 담임교사가 한 달간 출산 휴가를 얻게 되어 내가 대신하게 되었다. 이 분은 1학년 담임 경험이 많으려니와 학습지도방법을 비롯한 학급경영 능력이 뛰어나 동료교사와 학부모의 신망이 두터웠다. 아직 학교 풍토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내가 과연 버금가게 가르칠 수 있을까 심히 걱정되었다. 게다가 교육대학교 교육실습생 열 명이 배정되어 현장 실무실습 중이었다. 드디어 학급을 대신 맡게 된 첫날이었다. 예상을 넘어 상황은 딴판이었다. 아이들은 학습에는 아예 관심이 없었다. 나를 골탕이나 먹이려는 듯 서로 킥킥거리며 중구난방이었다. 마치 한동안의 억압에서 해방이라도 맞은 듯 의기양양해 날뛰었다. 온갖 지도방법을 동원했지만, 수그러들 기미가 없었다. 당연히 교과진도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어린 1학년을 호되게 꾸짖을 수도 없고, 교실 뒤편에는 교육실습생이 수업분위기를 참관하고 있으니 난감하였다. 학습지도방법이나 학생 통솔력이 교육실습생에게 시범역할을 못 해서 면목이 없었다. 이런 진땀 나는 과정을 한 달이나 헤쳐나갈 생각을 하니 앞날이 걱정스러웠다. ‘학급담임’이란 용어 자체가 학생에겐 위대한 힘을 발휘한다 사흘쯤 지났을 때, 우연히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주의를 집중시킨 후 큰소리로 활기차게 말했다. “오늘부터 내가 1학년 1반 여러분의 담임선생님이 되었습니다. 담임선생님 말씀을 잘 듣지 않거나 다른 짓을 하는 사람은 불러내어 혼을 내줄 겁니다. 잘 따르는 사람은 크게 칭찬해 주겠어요.” 아니나 다를까 모두가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의아해하였다. 교실 안이 쥐죽은 듯 고요해졌다. 어제까지도 망아지처럼 날뛰던 아이들이 순한 양이 되었다. 교육실습생 또한 신기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제야 교사의 권위를 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담임교사의 위력을 비로소 느끼게 되었다. 학급담임이란 용어 자체가 학생에겐 위대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이후, ‘학급담임교사’란 어휘가 뇌리에 자리 잡게 되었고, 교육행정을 수행하면서 하루가 아니라 단 한 시간이라도 담임을 대신하는 경우가 생기면, 교실에 해당 교사와 함께 올라가 ‘학급담임이 되었음’을 분명히 알려 주었다. 중·고등학교 학급담임이나 교과담임교사뿐만 아니라 대학교의 지도교수 역시 그 위력은 다름없다. 실력과 경험을 갖춘 교사라면 위력에 교권이 더하여 존경의 대상이 되고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교사는 전교생이 내 학급 학생이라는 신념으로, 학생은 모든 선생님을 우리 선생님으로 존경하는 학교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학교 구성원 모두가 담임교사의 위력으로 교육에 임할 때, 학교는 참다운 배움의 전당으로 거듭날 것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문·이과 구분 및 수능과목 중심의 지식 편식 현상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추진됐다.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력과 서로 다른 지식을 융합, 활용할 수 있는 창의 융합형 인재양성을 위해 지식위주 암기식 교육에서 배움을 즐기는 행복교육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이 근거가 됐다. 개정방향 및 주요 내용 교육과정 총론에서는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가 갖추어야 할 핵심역량이 제시됐다. 초·중·고 전반에 걸쳐 학습 후 도달해야 할 6개의 핵심역량을 설정했는데 구체적으로 보면 ▲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융합 사고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 등이다. 인문·사회·과학기술에 관한 기초소양교육을 강화한 것도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특징이다. 문·이과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이 인문·사회·과학에 대한 기초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고교 공통과목을 신성하고 선택과목의 다양화를 추구했다. 고교 공통과목은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학탐구실험 등으로 구성했다. 학생의 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과정도 추진된다. 이를 위해 중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자유학기제를 운영하고 초·중학교에서 소프트웨어(SW) 교육을 필수화하는 한편 초등학교는 누리과정과 연계를 강화하고 안전교과를 신설했다. 【학교급별 개정 주요 내용】 △ (초) 1·2학년 ‘안전한 생활’ 교과 신설, 누리과정과의 연계 확대 △ (중) 자유학기제 운영 근거 마련, ‘정보’ 교과 필수과목 지정 △ (고) 문·이과 공통과목 신설, 일반고 학생 진로선택 * 3과목 이상 이수 * 고전읽기, 경제수학, 여행지리, 과학사 등 교과 교육과정 개정 방향 및 내용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줄이고 교실수업을 개선, 창의융합형 인재를 기르는 데 초점을 맞췄다. ● 학습수준 적정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라 다양하게 전이 확장이 가능한 교과별 핵심 개념 및 원리 중심으로 내용 체계를 구성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교 공통과목까지 학생 발달 단계를 고려해 학습내용의 수준과 범위를 적정화한 것이다. 성취 기준을 조정하고 교과내용의 이수 시기 이동, 내용 삭제·추가·통합 등의 방법을 통해 학습수준의 적정화를 도모했다. 특히 영어?수학?과학 등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교과에서는 국제적 기준(Global Standards)을 고려해 학습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조정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 수업 개선 학교급별·교과별로 적정화된 학습내용을 질 높은 수업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교수·학습 및 평가방법 개선에 역점을 뒀다. 그러나 학습내용 적정화를 추구한다고 해서 개별교과 수업시간이 줄어들거나 하지는 않는다. 교육부는 대신 단편적 지식의 암기가 아닌 핵심개념 중심(학습내용), 학생활동중심(교수·학습방법) 수업으로 개선함으로써 교과 역량과 함께 보편적인 창의성과 사고력을 신장시켜 나갈 방침이다. 또 학교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논리적 사고력, 의사소통능력 등을 기르고 학습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활동과 탐구중심학습, 토론?협력학습 등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을 구사하도록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아울러 ‘평가방법 및 유의사항’을 신설하여, 교육과정을 벗어난 내용을 평가하지 않도록 안내함으로써 실질적인 학습부담 경감을 실현하기로 했다. 교사 주도의 수업 방식에서 탈피, 학생들의 수업참여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학습의 모든 과정에 학습자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교실수업을 개선하기로 했다. 또 올 하반기 중 객관식 지필평가 비중 축소 및 수업과 연계한 과정평가 확대 방안을 마련, 고시할 방침이다. 향후 일정 교육부는 학생 참여 중심 수업을 위한 교수·학습자료를 오는 10월까지 개발, 보급을 완료할 계획이다. 개발범위는 초등 1∼2학년 3개 교과, 중학교 11개 교과, 고교 6개 공통과목 등이다. 이와 함께 교육과정에 대한 교원 이해도 제고 및 교수?학습 지도 역량 강화를 위해 총론 및 교과별 연수자료 개발하여 올 10월까지 보급을 마칠 예정이다. 교원에 대한 연수도 올해 집합연수와 원격연수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진행된다. 교과별 교원연수에서는 새로운 교과 교육과정의 개정 내용에 대한 이해와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교수·학습 및 평가방법 개선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게 된다. 구체적 일정을 보면 교과별 선도교원 연수 및 시·도교육청 단위 현장 교원 연수가 대구, 인천, 대전, 전남교육청 주관으로 4개 권역에서 총 1,000여 명의 핵심요원 연수가 추진된다. 이외에 신설과목 핵심교원 연수로는 ▲SW교육 선도교원 양성 연수(2016년 7월) ▲SW교육 담당교원 역량강화 연수(2016년 하반기) ▲전국 교육장 및 전문직 연수(2016년 하반기) ▲시·도교육청 권역별 총론 핵심교원 연수(2016년 연중) ▲시·도교육청 교육과정 담당 전문직 워크숍(2016년 분기별 1회) 등이 예정돼 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한 번의 경험, 한 번의 상담, 한 번의 교육으로 ‘개과천선’을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교사는 ‘자신의 조급증’과 싸워 이겨야 한다. 진정한 기다림의 미학이다. “지금 당장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고 단 한 명이라도 변해있다면 가치 있는 일”이라고 강조하는 부천 부흥중학교 3학년 담임교사 8명으로 구성된 인성교육 교사동아리 ‘도약, 제가 하겠습니다’ 회원들의 훈훈한 인성교육 도전기를 들어본다. 경험을 해 본 아이와 해보지 않은 아이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도약, 제가 하겠습니다’의 인성교육 키워드는 ‘자발성’과 ‘자존감’이다. 자신을 귀하게 생각하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리라 판단했다. 야심 차게 시작한 첫 프로젝트는 ‘부천 촌놈들의 서울 나들이.’ 가고 싶은 곳도, 하고 싶은 것도 모두 아이들이 정했다. ‘인솔 교사’가 따라가지도, ‘보고서’를 받지도 않았다. 혼자서 ‘배낭여행’을 하면서 겪은 경험이 성장의 동력이 되듯이, 교사가 무언가 꾸역꾸역 집어넣어 주기보다 학생들 스스로 체험하고 느끼며 작은 것 하나라도 채워오기를 기대했다. 사고 치지는 않을지, 딴 곳으로 새지는 않을지 걱정했지만, 아이들은 생각보다 잘해냈다. “한두 번 서울 갔다 왔다고 뭐가 달라질까요?” 의심을 품은 기자의 질문에 “이벤트성, 단발성 행사라고 할지라도 일단 ‘해보는 것’이 중요하죠. 경험해 본 아이와 해보지 않은 아이의 차이는 분명 있있으니까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수헌 교사는 학생들의 자발성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어떤 성과물이 있느냐 없느냐보다 ‘시도’ 자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고 단 한 명이라도 변해있다면 가치 있는 것 아니겠냐며. ‘되겠어?’가 ‘어, 되네’로 바뀐 순간, 자발성은 생긴다 유영 교사는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 성금 액수를 보고 놀랐다. 학기 초 ‘네팔 난민 돕기’를 하자며 아이들을 독려했지만 모금된 액수는 만원이 안 됐다. 실망스러웠다. 연말에 진행된 불우이웃돕기 성금은 기대도 안했다. 하지만 이번엔 3만 원이 넘는 액수가 모금되었다. 뭔가 아이들 마음이 ‘따뜻하게 움직였다’는 것이 신기했다. “저도 사실 처음엔 부정적이었어요. ‘되겠어?’라는 의심을 품었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어, 되네?’라고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제 생각이 바뀌니까, 아이들 행동이 변하는 거예요. 변한 제 생각과 행동이 서서히 아이들에게 스며들었던 거죠.” 유 교사의 말처럼 자발성은 학생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교사에게도 중요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시키지 않은 일을, ‘메뚜기도 한철이야. 얼마나 가나 보자’는 주변의 조소 섞인 충고를 감내하면서 ‘스스로’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해진 교육과정을 쪼개서 해야 하는 ‘한계’로 인해 어려움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도약, 제가 하겠습니다’ 교사들은 무엇인가를 다 같이해야 한다는 ‘의무감’이나, 하고 난 후에는 어떤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과감히 없애기로 했다. 내가 먼저 하고, 상황이 되면 함께 했다. 함께 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혼자 했다. 그저 ‘결핍’된 아이들을 위해서 자신들이 뭔가를 ‘시도’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교육부나 교육청에서는 ‘숫자’, ‘결과’를 원하지만, 인성교육에서는 정말 어렵죠. 게다가 ‘성과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은 오히려 ‘해볼까?’라는 교사의 마음을 위축시킬 수 있어요.” 구복실 동호회 회장은 “의무가 되면 부담스럽고, 업무라고 생각되는 순간 하기 싫어져요.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는 거예요”라며 웃음 지었다. [PART VIEW]‘목적’이 같았기에, 다 같이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의무감’은 버렸다 부흥중학교 3학년 담임교사 8명으로 구성된 ‘도약, 제가 하겠습니다’는 각자 학급별로 서로 다른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각자의 상황이 모두 다르고, 아이들과 함께 해보고 싶은 것도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동영상을 찍으며 숨어있던 자신의 끼를 발견하게 하는 반, 레크리에이션을 하면서 친구의 장점을 발견하는 반, 스포츠를 통해 성취감을 높여 주는 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학급공동체의식을 함양하는 반, 문화체험을 통해 감성지수를 올려주는 반….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하지만 목적은 같았기에, 이들은 비빔밥처럼 멋진 하나가 될 수 있었다. 특히 구 교사는 지난해 9월부터 ‘아침밥 함께 먹기’를 해오고 있다. 부흥중학교는 한 반에 34명 중 13명가량이 국가지원을 받을 정도로 주변 환경이 열악하다. 부모들이 먹고사는 것이 바쁘다 보니, 아침밥을 해 줄 어른이 없다 보니 아이들은 아침을 거르고 다녔다. 학교에서 해볼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아침밥 함께 먹기’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받아먹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게 싫어서 각자 집에서 쌀이랑 김치, 참치캔 등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 전기밭솥의 취사버튼도 아이들이 누른다. “힘들 것도 없어요. 저는 그냥 밥만 볶아요. 아이들이 함께 해먹는 거죠.” 구 교사는 계속 별거 아니라고 했다. 자신은 집에 아침밥 차려 줄 사람이 없어서, 한가하니까 그냥 하는 거라고. 아침밥을 먹은 아이들은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글쎄요. 좀 부드럽고 따뜻해진 느낌이라고 할까? 공손히 인사를 잘해요. 물론 밥 먹고 배부르니까 잠만 잔다고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요.” ‘거창’한 성과보다 아이들의 ‘행복’이 우선이다 “이것 참, 그동안의 성과라…. 별것 없는데. 중학교 때 찌질했던 녀석들이 고등학교 올라가서 ‘약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 그동안의 인성교육 성과를 다그치는 기자의 질문에 동호회 교사들은 정말 난감해 했다. 그때 구원투수가 나타났다. “달라진 거요? 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는 거? 지금도 우리끼리 뭔가를 하고 있다는 거?” 담임교사를 찾아 교무실로 들어왔던 김도연 학생은 천진난만하게 대답했다. 끼리끼리 노는 게 아니라 반 아이들 전체랑 다 친해지고, 많은 이야기와 경험을 함께했던 일 년이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다는 말 속에서 그토록 원하던 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인성교육의 성과? 뭐 거창한 것이 필요할까? 이렇게 아이들이 행복하면 그만 아닐까 싶었다.
“선생님, 내일 또 만나요” “친구들아, 내일 또 만나자” 수업이 끝나면 우리 반은 교실이 떠나가도록 인사한다. 어떤 아이들은 나에게 안기고, 또 다른 아이들은 펄쩍 뛰면서 하이파이브를 한다. ‘내일 또 만나고 싶은 우리’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무조건 먼저 하려고 다투는 아이들 초등학교 시절 나는 친구들을 참 좋아했다. 친구 집 앞에서 친구가 나오기를 목을 길게 내빼고 기다렸다가, 친구가 나오면 너무 좋아서 무조건 말없이 달려버렸다. 내일이 빨리 오려나 싶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때처럼 우리 아이에게 친구와의 소중한 마음을 나누게 해주고 싶었다. 함께하는 1년 동안 서로 자꾸 보고 싶고, 만나고 싶고, 내일은 또 무슨 재미있는 일이 생길지, 선생님은 우리에게 어떤 것으로 웃겨주실지 이런 기대가 있는 시간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아이들은 방과후활동이나 학원 때문에 친구와 헤어지는 아쉬움이나 보고픔을 생각할 자리가 없다. 그래서일까? 아이들의 마음은 항상 쫓기고 바쁘다. 물을 먹을 때도, 강당에 갈 때도…. 아이들은 무조건 앞에서야 하고, 무조건 먼저 해야 하고, 무조건 빨리 가야한다. 하물며 다 같이 주는 학습지마저 먼저 가져가려고 밀치고 소란스럽다. 좀 늦어서 뒤에 서기라도하면 울기까지 한다. 왜 우느냐고 물어보면 꼴찌라서 그렇다고 한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다음을 기대하는 아이들’이었으면 했다. 그렇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래서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주기로 했다. 그중 내가 가장 신경 쓴 것은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기’와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기 전에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 갖기’였다. 그래서 쫓기고, 바쁘고, 불안한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해주고 싶었다. ‘함께’하며 스스로 질서를 만드는 아이들 학교 텃밭에 가꾼 고구마를 함께 캐던 날, 아이들의 얼굴에 ‘신기함’이 번졌다. 땅속에 그 많은 고구마가 숨어있는 것을 상상도 못 한 것 같았다. 우리는 고구마를 함께 쪄먹기로 했다. 질서의식을 키워주기 위해 나는 간여하지 않았다. 모둠장이 찐고구마를 갖고 가서 정확하게 나누고, 이야기를 하면서 자유롭게 먹는다. 아주 간단한 음식을 해 먹을 때도 본인들이 준비물을 정해서 나에게 이야기해주면, 나머지 부족한 것만 내가 챙겨 왔다. 처음에 간식을 나누어 먹을 때는 서로 조금이라도 더 먹으려고 하더니 어느 순간 스스로 질서를 정했다. 모둠장이 나누어 주고 그래도 좀 남으면 가위바위보를 하거나 정말 먹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 스스로 조금씩 양보했다. “너, 먹는 거 진짜 좋아하는구나”, “다음에는 네가 조금 먹어야 해”라며 아이들은 스스로 질서를 만들어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욕심 많았던 아이도 스스로 자신의 욕심을 조금씩 버렸다.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기’를 통해서 질서의식이 생겼다면,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 갖기’는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채우기 위한 시도였다. 집에 가기 전에 자신의 하루를 돌아보고 잘했다고 생각되면 선생님과 하이파이브를, 조금 아쉽다고 판단되면 선생님을 안아주면서 “내일은 잘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선생님이 등을 토닥여 주는 것도 부담스러워하더니 이제는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여유도 생겼다. 내일은 꼭 하이파이브하겠노라고 다짐까지 하면서. [PART VIEW]하이파이브하는 아이들은 기세가 등등하다. 자신 있는 얼굴로 있는 힘껏 교사와 손을 맞댄다. 내 손바닥이 아플 정도이다. 여기저기서 “선생님, 내일 또 만나요”, “친구들아, 내일 또 만나자”라는 인사말이 들린다. 마음이 약해진 나는 복도까지 따라가며 마음으로 말한다. ‘그래, 얘들아, 우리 내일 또 만나자. 비록 내 어릴 적처럼 보고 싶어 잠자리에 일찍 들지는 않아도 미워서 고개 돌리는 우리는 되지 말자.’
‘인성교육진흥법에 제시된 8가지 핵심 가치?덕목 중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묻는 질문에 교원과 학부모는 모두 ‘배려’를 꼽았다.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성역량’ 역시 학부모와 교원의 의견은 ‘의사소통능력’으로 같았다. 또한 학부모와 교원이 요구하는 지원정책으로는 문화예술교육과 가정·학교·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인성교육 협력체제 구축, 인성교육 교수·학습자료 보급 등이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학부모와 교원 모두가 인성교육에 대한 필요성과 체계적인 지원 강화를 요구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실천 가능한 인성교육의 바람직한 방향과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인성교육은 부담스럽지 않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내면화시키고 싶은 가치나 덕목을 학교 교육과정에 반영하여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교육방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바람직한 인성을 기르기 위해서 개념과 실천방법을 가르치고 안내하는 방법은 효과적이지 않다. 오히려 앎과 행함의 괴리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인성교육의 방향을 성품 및 핵심 역량 중심교육으로 설정하고 체험·실천중심의 인성교육을 강조한 것은 바람직하다. 그리고 프로그램 중심에서 학교 교육 전반을 통한 인성교육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것은 공교육 중심의 학교 인성교육이 정착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인성교육이 부담스러운 업무로 느껴질까 우려되기도 한다. 따라서 인성교육에 대한 별도의 지침이나 프로그램을 제시하지 말고, 학교 현장에서 자율적으로 학교 실정에 맞게 실천할 수 있도록 여유와 권한을 주어야 한다. 인성교육을 가장 저해하는 요인을 묻는 질문에 ‘학생들이 입시 위주 교육으로 인성함양을 할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했다’고 답변한 것처럼, 교사 역시 인성교육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우리가 원하는 효과를 얻기 힘들 것이다. 학교는 정규 교육과정 속에서 교과연계수업과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한 특색활동을 하도록 재량권을 부여해야 한다. 아울러 가정과 마을이 주체가 되어 인식과 문화를 함께 바꾸어야 교육현장에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인성교육에 대한 추진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학교평가에 반영하거나 지나친 만족도 조사로 학교 현장에 부담을 주는 것보다는 교육연구정보원 등에서 정책성과 평가를 위한 연구를 하여 차년도 인성교육 계획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성친화적인 학교가 되려면? 학생의 인성을 가꾸는 학교문화 조성이 필요하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행복한 배움터여야 한다. 자신의 미래를 즐겁고 기운차게 준비하도록 도와주는 곳이 학교이기 때문이다. 학생이 미래역량을 갖춘 인재로 자라기 위해서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고 여유 있게 지도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시간적·경제적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있는 업무를 단순히 소수가 나누어 맡는 방식이 아니라 학교 구성원들이 논의하여 불필요한 업무나 프로그램은 정비하고 업무절차 및 문화를 개선하여 전체적인 업무를 경감하여야 한다. 교사들이 스스로 열정과 역량을 강화하여 교수·학습활동 중심의 교육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서로 소통하며 신뢰하는 학교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교과시간과 창의적체험활동시간 등의 정규 교육과정 속에서 인성교육을 운영함으로써 인성교육이 업무가 아니라 교육활동으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수업방법을 다양화하여 질문과 토론, 협력학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식이 길러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성교육중심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여야 한다. [PART VIEW]긍정심리학에서는 어려서부터 감사·친절·양보·미소를 실천한 사람이 행복하게 산다고 한다. 자신이 매우 의미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남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에서는 자연친화적인 환경조성 및 학교여건을 활용한 감성교육을 통해 아름다운 심성을 기르고 다양한 체험학습으로 공감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활동을 구안하고 실행해야 한다. 정규 교육과정 속에 인성교육을 체계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우리 학교 사례를 잠깐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학생과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및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여러 번의 교육과정협의회를 거쳐 2016학년도 인성진로교육계획과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그 결과 인성교육의 목표가 되는 예절, 효도,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 8개의 핵심가치와 덕목을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체계적으로 교육과정에 반영하여 지도하기로 하였다. 창의적체험활동시간을 활용하여 연계성 있게 편성·운영하려면 워크북이 효과적이라고 판단되었다. 학년별로 자원하신 선생님들로 TF팀을 구성하여 방향을 설정하고 방학 동안 3번의 회의를 통해 자료수집 및 공유, 편집으로 6권의 워크북을 만들었다. 인성 관련 내용뿐 아니라 월간계획 세우기, 나의 한 달 돌아보기로 스스로 자기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진로교육과도 연계하여 교사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체계적인 지도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학년별 핵심성취기준과 교과 내용을 분석한 후 학년 수준에 알맞은 중점 덕목을 선정하여 재미있는 활동을 통해 가치와 덕목이 개념화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 예를 들면 1학년과 2학년은 예절·효도·정직에 비중을 더 두고, 3학년과 4학년은 책임·존중·배려에, 5학년과 6학년은 배려·소통·협동에 더 비중을 두었다. 교과시간과 연계한 인성교육 외에 창의적체험활동시간을 활용하여 8개의 핵심가치와 덕목을 체계적으로 6년 동안 강화한다면 협력적 인성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문·예·체 테마별 인성교육을 활성화한다. 세상의 모든 꽃이 피는 시기가 다르듯이 우리 아이들도 저마다 가지고 있는 개성과 소질, 성향이 다르다. 아이들의 조화로운 감성과 정서를 함양하기 위해 문화예술, 체육, 독서 등의 다양한 체험활동으로 즐기고, 나누고, 표현하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한다. 학교 자체적인 교육활동은 물론 서울창의감성교육배움터 등의 유관기관을 적극 활용하여 좀 더 폭넓고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기 위한 학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학생자치동아리를 활성화하여 학생들이 직접 문화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하며 협력적 인성을 키울 수 있도록 한다. 이 때 교사와 관리자가 중요성을 느끼고 적극 지원할 수 있도록 인식 제고 및 역량강화를 위한 연수도 필요하다. 이 외에도 학부모상담주간 운영, 학부모 인성교육 연수 실시 등의 가정연계 인성교육을 더욱 강화하며, 주민센터, 지역도서관, 문화센터 등의 지역사회 기관과 적극적으로 연계하여 폭넓은 인성교육을 운영한다면 ‘인성친화적인 학교’가 되리라 생각한다. 위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학교 교육과정의 방향은 다음과 같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주는 것이 인성교육이다 인성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학부모연수를 실시하고, 수업시간에 핵심가치나 덕목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우리 아이들의 바람직한 인성이 길러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도 모든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인성교육을 누가 좀 더 영혼을 가지고 접근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주는 것이 교육이어야 하고 그것이 바로 인성교육이다. 좋아해야 열심히 하고, 열심히 해야 잘하고, 잘해야 평생 할 수 있기 때문에 좋아하는 걸 찾을 때가지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사람이고,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교육이다. 그러므로 교육이 희망이다. 이러한 교육의 진정한 효과는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하나 되는 공동체문화를 형성할 때 나타난다. 실천하는 가정, 행복한 학교, 협력하는 마을이 우리 아이들을 위해 함께 노력할 때 비로소 서로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는 협력적 인성을 지닌 우리 아이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스따’라는 말이 있다. 타인과 어울리기를 적극적으로 거부하고 ‘스스로를 왕따시키는 사람’을 말한다. 학교에도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왕따’와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왕따’가 있다. 교실에서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은 채 혼자서 책을 읽거나, 핸드폰을 하거나, 잠을 자는 아이들…. 이들은 친구가 없어도 힘들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학급 친구들이 자기에게 말 거는 것이 귀찮고, 친구를 사귀라고 하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짜증 날 뿐이다. 상담하려고 시도하면 마음의 문을 닫고는 자신은 괜찮다고, 그냥 내버려두라는 말만 반복한다. 정말 괜찮은 것일까? 왜 스스로 친구를 멀리하는 것일까? 이 아이들을 도울 방법은 무엇일까? 더 상처받기 싫어 ‘관계 맺기’ 거부하는 아이들 친구들과 ‘관계 맺기’를 거부하는 아이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지속적인 왕따 경험이다. 이 아이들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부모님과 선생님의 조언대로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그러나 실패만 경험할 뿐이었다. 그래서 이제 ‘더 이상 상처받기 싫어서’ 친구 사귀기를 포기했다. 어차피 노력해봤자 안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공통점은 이른바 ‘덕후(maniac)’ 경향성이다. 무엇인가 몰두하고 있는 세계가 있다. 이 아이들에게는 정신적인 피폐함을 채워 줄 무언가가 필요했을 것이다. 어떤 아이는 ‘아이돌’에 빠져 ‘사생팬(사생활까지 쫓는 팬)’이 되고, 어떤 아이는 코스튬 플레이나 애니메이션, 특정 캐릭터 등에 몰입한다. 과거에는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해서 소통할 기회가 적었다. 그러나 요즘엔 인터넷상에서 동호회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이들끼리 욕구를 해소하고, 그러면서 더욱 다른 친구들과는 멀어지는 경향이 급증하고 있다. 굳이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사람들과 힘들게 관계를 맺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내 얘기를 들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상담도 부질없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선생님의 관심은 감사하지만, 지금 상태가 오히려 편하다고 한다. 이런 심리적 상태인 아이들에게 “그래도 친구를 사귀어야지. 혼자 있으면 심심하잖아. 다시 한 번 노력해보는 건 어때?”라는 말은 ‘알지도 못하는 참견’일 뿐이며, 다시 ‘고통의 시간’ 속으로 밀어 넣는 격이 된다. 이 아이들의 외로움은 생각보다 크다. 감정을 꾹꾹 참아내느라 에너지 소비도 심하고, 정신적 스트레스도 많다. 애써 외면하지만 자신을 향한 타인의 시선을 감당하기엔 아직 어리다. 견디다 견디다 ‘필요 없다’던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아이들이 건네는 말은 ‘힘들다’가 아니다. 대부분은 ‘자랑’을 하러 온다. “쌤, 이 사진 좀 봐요. 지난주에 코스프레(코스튬 플레이를 줄인 일본식 표현)하고 왔어요.”, “쌤, 제가 더빙한 애니메이션인데 들어보세요.”, “쌤, 이번 주 샤이니 컴백했는데 봤어요?”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 줄 누군가가 필요해서 찾아 왔다는 것을.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단계별 전략을 살펴보자. 이 아이들에게 다가설 때는 조심스럽게, 천천히 다가가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관심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함께 이야기 나누면서 친분을 쌓고, 신뢰감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자신들의 관심사를 좀처럼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공부나 건전한 취미가 아니라서 ‘인정받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방법으로 말문을 연다. [PART VIEW]교사 : “친구들이랑 안 놀면 ○○이는 뭐하면서 놀아?” 학생 : “그냥, 뭐…. 핸드폰도 하고….” 교사 : “게임? 난 애니팡하는데 넌 뭐 좋아해?” 학생 : “전 게임 안 해요. 음…. 그냥 블로그도 구경하고….” 교사 : “블로그? 어떤 블로그인지 물어봐도 돼?” 학생 : “….” 교사 :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샘은 그냥 우리 학교에 ○○이처럼 친구랑 노는 것보다 블로그를 통해 만난 동호회 회원들이랑 지내는 게 더 편하다는 아이들이 많길래…. 그래서 혹시나 하고 물어본 거야. 코스프레 하는 친구, 애니메이션 더빙하는 친구, 사생팬인 녀석…. 생각보다 학교에 많거든.” 학생 : “코스프레 하는 얘가 있어요? 우리 학교에?” 교사 : “그럼, 많지. 소개해 줄까? 같이 가면 좋잖아.” 중요한 것은 ‘너의 취미활동에 대해서 어떠한 선입견도 없다'와 ‘네가 취미활동에 몰입하게 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대화를 통해 알게 해주는 것이다. 또한 어느 정도 신뢰관계가 무르익었다고 생각될 때까지는 섣불리 진지한 상담을 진행해서는 안된다. 학교 상담의 최대 장점은 한 아이를 3년 동안 지속적으로 끌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충분히 기다려 줄 수 있다. 가끔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속마음을 내비친다. 학생 : “다 들려요. 알고 있어요. 얘들도 선생님들도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거.” 교사 : “교실에서 무슨 일 있었어?” 학생 : “늘 있는 일이죠. 그런데 오늘은 더 울컥하더라고요.” 교사 : “왜?” 학생 : “모르겠어요. 요즘 자꾸 기분이 왔다 갔다 해요.” 교사 : “큰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고?” 학생 : “네.” 교사 : “○○이도 모르는 사이에 스트레스가 쌓였나 보다. 스트레스 지수를 알아보는 심리검사가 있는데 한번 해볼래?” 자신의 이야기를 잘 털어놓지 않는 그룹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그림’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집-나무-사람 검사(HTP 검사)는 정확도가 높지만, 워낙 방송에 많이 노출되다 보니 아이들이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풍경화 기법’을 자주 사용한다. 이는 상담자가 풍경화를 그리는데 필요한 10가지 요소(강, 산, 논(밭), 길, 집, 나무, 사람, 꽃, 짐승, 돌)를 차례대로 불러주면 학생이 이를 이용하여 하나의 풍경화를 완성하는 기법이다. 그림을 통해서 학생의 현재 내면세계를 알아보는데 효과적이다. 스트레스를 알아보는 ‘빗속의 사람’ 검사도 함께 실시하면 효과적이다. TIP _ 그림검사를 실시할 때는 일반 선생님들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림검사를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학생들과 ‘소통’을 위한 매개로만 사용해야 한다. 즉, 그림을 그린 후 함께 ‘이건 어떤 의미로 그린 거야?’, ‘논에 뭐가 심어져 있는 거야?’ 등의 질문을 통해서 속마음을 알아볼 수도 있다. 또한 그림을 본 후, 직감적으로 ‘문제’를 느낀다면 교내 상담교사 혹은 Wee 센터로 연계하여 적극적인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오른쪽 그림은 초등학교 때부터 8년간 지속적인 왕따를 당하다가, 중학교 2학년 때 스스로 친구 사귀기를 포기한 아이가 그린 것이다. 그림의 왼쪽 상단에는 울창한 숲이 자리 잡고 있다. 할머니와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로 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숲을 지나야 한다. 마을을 지키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만들었다. 하지만 너무 깊어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일이 없다. 원래는 길이 이어져 있었지만 지금은 끊어졌다. 하지만 돌다리를 놓아두었기 때문에 오고 싶다면 올 수 있다. 할머니와 자신은 이 마을에서 마을 사람들과 지내는 것이 만족스럽고, 그래서 다른 마을로 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이 그림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징검다리’이다. 길을 끊은 것은 타인이고, 숲을 만든 것은 자신이지만 이 아이는 아직 ‘관계맺기’에 대한 욕구가 있었다. 상담을 통해 이 불편감을 끄집어냈다. 하지만 ‘친구를 다시 사귀어 보자’고는 말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아직 친구에 대한 욕구가 있음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필요할 경우 다시 ‘관계맺기’를 시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학생은 일 년 뒤 학급에서 친구를 사귀었다. 그것도 먼저 다가가서 말이다. 상담도 타이밍이다. 대신 아주 긴 기다림이 필요하다. 현재 이 학생은 코스튬 플레이 의상을 디자인하고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다. 졸업 후에는 본격적으로 소규모 공장과 협약을 맺고 아이돌 인형과 옷을 생산하는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고 있다. 친해지는데 한 학기 정도가 걸렸고, 속마음을 털어놓으면서 상담을 진행한 지 3개월 만에 이 아이는 자신의 진로를 결정했다. 손재주가 좋으니까, 코스프레 의상을 주문 받아서 만들어보는 게 어떠냐는 상담교사의 조언을 귀담아듣고, ‘용기’를 내서 동호회 게시판을 글을 올렸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서 지내던 재작년 졸업생은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더빙한 작품으로 관련 대회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했고, 현재 ‘성우’가 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처럼 친구 사귀기를 거부하는 아이들은 한 가지 몰두하고 있는 관심 분야가 있다. 이 관심 분야를 진로와 연결하는 것이 마지막 3단계이다. TIP _ 중학교 상황이라면 고등학교에서는 이런 경우 진로상담에 집중한다. 하지만 중학교에서는 상담 목표가 조금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다. 아직 학창시절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학교에서는 진로상담보다는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님’에 더 주목해야 한다. 동호회에서는 어떻게 사람들과 관계하는지, 학교와 동호회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살펴보면서 가장 쉬운 것부터 조금씩 학교 친구들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충분히 연습한다. 또한 교사가 알고 있는 비슷한 취미의 학생을 소개해줘서 또래친구를 만들어 주는 것도 좋다. 결코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아이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사회성’이다. 그것은 부모님이나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결코 이 아이들은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만 사람에게 상처받는 것이 싫고,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싶을 뿐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또래관계’가 어려울 뿐,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이나 나이가 어린 후배와 잘 지낸다. 선생님에게 예의 바르고, 학교생활도 성실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자신을 인정해 주고 상처 주지 않는 동호회 회원들과 생활할 때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만약 사회성이 떨어진다면 동호회 활동도 하지 못했을 것이고, 선생님들과의 관계도 엉망이었을 것이라고. 넌 다만 상처받는 게 싫고, 너에게 상처 주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을 뿐이라고. 그래야만 스스로 상처를 회복하고 다시 용기 내서 친구 앞에 나설 수 있다.
01 단테의 신곡(神曲)은 쉬 접해지지 않는 고전이다. 문화사적으로는 르네상스의 새벽을 열게 한 작품이다. 단테의 신곡을 이런 정도의 지식으로 기억하기만 해도, 그 교양은 돋보인다. 돋보이려고 책을 읽는 것은 아니지만, 청소년기에는 이런 지적 허영심으로 독서 의욕을 자극할 필요가 있다. 허영심의 또 다른 면모가 곧 ‘강력한 동기 개발’이라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신곡은 책을 들자마자 몰입하여 정신없이 읽게 되는 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작품의 배경이며, 문화사적 맥락이며, 내용의 종교적 우의(寓意), 사건의 상징성 등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번 방학에 어떤 독서교육 프로그램에서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과 단테의 신곡을 읽고 독서 토론하는 훈련을 해 보았다.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효과를 주려면, 이 책을 어떤 관심의 코드로 읽어야 할지 정하는 것도 중요했다. 무수히 많은 의미의 코드들이 이 작품에 잠복해 있으나, 그걸 다 건드리지 말고 좀 단순히 접근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택한 것이 이 작품을 통해서 ‘벌(罰)’의 문제를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 고전을 아이들과 더불어 읽을 때는 가급적 특정 관심거리(topic)를 설정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읽어내는 지도 전략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러면 무언가 난해한 것을 모두 파악하면서 읽어야 한다는 ‘완전독서’ 내지는 ‘학문지식중심의 독서’가 주는 중압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무엇보다 고전 독서에 대해서 부드러운 친화감과 말랑말랑한 재미를 가질 수 있다. 단테의 신곡은 인간이 벌에 대해서 가질 수 있는 상상력이 총집결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신곡에 등장하는 벌은 이 세상에서의 벌이 아니고, 저 세상에서의 벌이다. 여기에 나오는 벌들은 현세에서 겪는 벌이 아닌, 현세를 초월하는 벌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 벌은 신(神)의 섭리에 의한 것이므로 그 벌의 정당성에 대해서 대체로 받아들인다. 작품 중에서 죄를 지어 형벌의 고통을 겪고 있는 인물들도 벌을 받아들인다. 그러니까 후회는 있을지언정 벌에 대한 부정이나 저항은 없다. 작품을 읽는 독자의 마음도 그러하다. 그러니까 이 작품을 읽고 있는 동안, 여기서 묘사되는 벌의 비현실성을 현실적인 것으로 번역하여 읽는 것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벌에 대한 진지한 명상이 가능해진다. 02 신곡은 지옥, 연옥, 천국 등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 단테는 이 세상에서의 목적과 저 세상에서의 목적이 다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현세에서의 행복을 위해서는 윤리적이고 지적인 미덕이 명하는 대로 살아야 하며, 이는 천국에서의 영원한 행복을 얻기 위해 믿음과 사랑과 소망의 기독교 계율에 따라 살아야 하는 것과 상통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런 상상력을 지옥과 연옥과 천국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펼쳐 놓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옥편(地獄篇)에서는 이 세상에서 지은 죄로 인해 각종 벌을 받는 영혼의 군상들이 얼마나 엽기적인 고통과 공포와 두려움에 처해지는지를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예를 들면 제 3지옥에서는 탐욕과 분노의 죄를 지은 이들이 고통의 벌을 당한다. 눈과 비와 우박이 저주처럼 줄기차게 쏟아져, 어둡고 악취 나는 더러운 진흙의 늪에서 고통을 당한다. 머리가 셋이나 달리고 꼬리가 뱀의 형상을 한 괴물 케르베로스가 그 지옥을 벗어나려는 탐욕의 망령들을 갈기갈기 찢어서 씹어 삼키는 장면을 보여 준다. 탐욕이란 악마와 악취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 그럴수록 헤어날 수 없는 것, 벗어나려고 할 때는 이미 끔찍한 파멸의 죽음을 만나는 것, 탐욕과 분노의 속성이 지옥의 벌로 현신해 있는 것이다. 제 4지옥은 인색한 자와 방탕한 망령이 벌을 받는 곳이다. 수많은 무리가 세찬 물살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떠내려가며 고함을 질러대고 우글거리는데, 그 험한 지옥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색했던 망령들과 방탕했던 망령들이 두 패로 나뉘어 무거운 금화 주머니를 가슴으로 굴려서 옮기는 일을 무한정 반복하며 서로 욕하고 싸운다. 인색함과 방탕함이 모두 돈의 노예로 인해서 생기는 죄임을 이 벌이 입증한다. 또 어느 지옥에서는 몸뚱이가 여러 갈래로 찢겨진 망령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서로 격렬하게 싸우는 벌을 받는다. 마호메트의 망령도 이 지옥에 와 있다.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몸이 찢어져 있고, 내장까지 갈기갈기 찢어져 덜렁거린다. 이 지옥에서는 온갖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 죄를 지은 망령들이 고통받는다. 그래서 그 형벌이 모두 찢어지고 갈라지고 쪼개어진 육신을 갖도록 되어 있다. 어떤 망령은 목 없는 몸뚱이로 나타나서 무한정 걸어간다. 자신의 떨어진 머리채를 초롱불인 양 높이 들고 걸어간다. 젊은 헨리 왕에게 사악한 암시를 주어서 제 아비를 모반하게 만든 ‘벨트란드 보론이노’라는 자의 망령이다. 위조한 사람들에 대한 벌도 무섭다. 연금술사라고 속여서 금화를 위조했던 망령들은 페스트나 문둥병에 걸려 고통받도록 한다. 재판에서 위증한 사람들의 벌도 가혹하다. 격노에 가득 차서 서로 물어뜯으며 싸우도록 한다. 신곡에서 보여주는 가장 깊은 지옥은 ‘배반의 죄’를 지은 망령들이 있는 곳이다. 신을 배반하고 악마 편으로 가버린 ‘타락한 천사들, 예수를 배반한 가롯 유다, 시저를 암살한 브루투스 등이 모두 이 지옥에 있다. 차가운 얼음 옷에 갇혀서 고통받으며 거인 악마 루시펠에게 무참하게 뜯어 먹힌다. 이런 벌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계속된다. [PART VIEW]신곡에 나오는 벌은 강력한 우의(寓意)를 품고 있다. 따라서 지옥의 벌이 상징하는 바를 생각해보면서 이 작품을 읽어야 한다. 신은 왜 하필이면 그런 벌을 마련했을까? 죄(罪)란 무엇인가? 죄는 왜 생기는가? 더 많은 물음을 생성시켜 본다. 예컨대 죄는 인간의 조건인가? 인간은 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가? 벌로써 죄를 씻어낼 수 있는가? 지옥에서 고통받는 교황과 대주교와 수도사들도 죄의 올무에서 자유롭지 못했단 말인가? 지옥으로 온 세상의 영웅들은 왜 용서받지 못하나? 이런 물음에 달리 표준 정답이 있을 수 없다. 학생들과 나 사이에 사고의 공유와 공감의 확장이 있으면 그것이 최상의 독서 훈련이다. 03 그런데 인간들이 구사하는 현실의 벌도 저승에서의 끔찍한 벌들 못지않다.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1세는 징집한 병사를 훈련하기 위해 물이 가득 찬 컵을 모자 위에 얹고 무릎을 굽히지 않고 걷게 했다. 병사들은 컵의 물을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한 방울에 일 년씩 더 병역 복무를 해야 했다. 신곡의 벌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더구나 상상의 벌이 아닌, 현실의 벌이지 아니한가. 중세 신에 대한 신앙심을 절대 가치로 여기던 시절에 스스로에게 벌을 가한 이야기도 예사롭지 않다. 노르웨이의 하랄드슨 왕은 안식일을 모독했다고 스스로 자기 손을 불로 벌했다. 어느 날 국왕이 옛날 노르웨이 습관에 따라 무심코 나무를 깎고 있을 때, 하인이 지나가다가 “폐하, 내일은 월요일입니다(오늘은 일요일 안식일입니다)”라고 말했다. 거룩한 일요일 안식일에 일을 한 국왕은 신에게 불경한 것을 크게 뉘우치고, 죄지은 자기 손을 불로 태우려고 결심했다. 한 묶음의 나무토막을 손바닥 위에 놓고 거기에 불을 질러 완전히 탈 때까지 그 뜨거운 것을 참고 지그시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 엄격함과 경건함 때문에 노르웨이의 역사는 오라후 왕을 ‘호랑이’, ‘성자(聖者)’라고 부른다. 이런 신앙심 두터운 반성의 벌도 오늘의 인권의식으로 볼 때는 끔찍한 폭력의 속성을 지닌다. 오늘날 문명사회에서 가혹한 벌들은 사라지고 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신체에 가하는 벌은 금기시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벌에 대한 유혹은 여전히 있다. 벌은 옴짝할 수 없는 악덕일까? 죄로부터 생겨나는 벌이기 때문에 그 벌에도 다시 죄의 요소가 끼어드는 것인가? 그렇다면 벌이 없다고 죄도 사라질까? 죄가 인간의 본질 조건으로서 놓이는 측면이 있다면, 벌 또한 인간의 의식과 삶에 필연적으로 관여할 것이다. ‘현실의 벌’을 예방하기 위해서 아이들에게 ‘상상의 벌’을 더 많이 읽게 해야 한다. 천국과 지옥이 나오는 모든 이야기는 벌에 대한 두려움의 상상력을 불러일으켜, 죄로 기울어지려는 마음에 경각을 준다. 그러나 벌과 죄를 일대일로 묶어 놓고 보려는 것에는 통찰의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벌과 죄를 묶는 틀 안에 ‘용서’라는 변수를 넣어 보자. 죄와 벌이 상호작용하는 어느 지점에 ‘용서’가 작동하도록 해보자. 용서는 문화가 될 수 있다. 독일의 저널리스트 클라우스 페터 지몬은 이렇게 말한다. “용서의 문화는 무엇보다 사회 내에서 튼튼한 관계의 망이 만들어져서, 서로를 끈끈하게 연결할 때 뚜렷이 드러난다. 정치 시스템이 신뢰를 줄 때, 사법 시스템이 효율적이고 신망을 얻을 때, 용서의 문화가 확실하게 자리 잡는다.”
자연(自然)이란 ‘스스로(自) 그러함(然)’을 의미한다. ‘저절로 그러함’에 어긋나면 그 본성을 잃게 된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의 본성에 인위적인 행위를 가했을 때, 물은 우리에게 반격을 가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의 자연성을 해치게 되면 반란을 일으킨다. ‘비행’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편견과 같은 인위적인 관념들을 제거하고 아이들을 바라봐야 한다. 잘못된 인식과 편견은 아이들이 갖고 있는 순수한 자연성을 훼손할 수 있다. 피그말리온과 낙인이론은 그 현상을 잘 대변하고 있다. 우리는 ‘개념의 옷’을 입혀 학습자를 그릇된 인식으로 바라보는 잘못된 판단을 중지해야 한다(epoche). 그래야만 아이들의 올바른 인성 함양에 힘쓸 수 있다. 자연성을 해치는 순간, 반란이 시작된다 20세기의 대표적인 자연주의 사상가 엘렌 케이(Ellen Key)는 “주지주의 교육은 정신적 살인이다. 교육의 비결은 교육하지 않는 데 있다”고 주장하면서, 아이들의 자연성에 어긋나는 교육은 인성을 해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노자는 인성 회복을 위한 이상적인 삶으로서 무위자연(無爲自然)과 상선약수(上善若水)를 강조했다. 무위자연이란 순수한 자연에 인위적인 가식과 위선의 행위를 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본래의 자기 모습대로 살아갈 수 있다. 상선약수란 가장 으뜸이 되는 선(善)은 물과 같다고 보는 것이다. 물은 무위자연적 삶의 모범적 형태이다. 따라서 모든 인위적인 교육은 거부되어야 한다. 합리적 마음계발보다는 스펙을 중시하는 현 사회를 거부하는 몸짓은 장자의 사상에서도 엿볼 수 있다. 장자의 사상, 엄친아·엄친딸을 거부한다 오리 다리와 학 다리는 그 길이가 서로 다르다. 아무리 학 다리 일부를 잘라서 오리 다리에 붙인들 오리와 학이 같아지지 않는다. 장자에게 있어 도(道)란 이것과 저것의 절대 대립이 사라진 것이다. 따라서 도의 경지에서 보면 ‘너와 나’가 없다. 너와 나를 따지는 순간부터 차별이 생기게 된다.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아이들의 개성은 모두 다르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Procrustean bed)에 맞춘 똑같은 교육, 한 줄 세우기식의 상대평가에 의한 교육은 개성을 말살시키고 그로 인해 인성은 황폐해져 간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상 세계의 분쟁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아이들을 한 줄로 세워 ‘지적 귀족주의’를 강조함으로써 경쟁을 부추기고, 세상의 한 면만을 바라보고 자기 것이 절대 보편타당하다고 주장하는 이기적 편견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만의 동굴에서 벗어나(플라톤의 동굴의 비유) 어느 것이 더 옳다고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장자의 제물(齊物)은 홀리스틱(Holistic) 사유이다. 나와 너의 대립(諍:쟁)을 해소(和:화)하는 것이 홀리스틱인 것이다. 홀리스틱 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배려(caring)이다. 서로가 돌봐주는 교육적 행위를 통해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장자는 이상적 경지에 도달하는 방법으로 좌망(坐忘)과 심제(心制), 물아일체(物我一體)를 제시한다. 좌망(坐忘)과 심제(心制)란 자신을 괴롭히는 것을 잊어버리라는 것이다. 일체의 비교 때문에 벌어지는 갈등상황을 마음속에서 깨끗이 비워 버려라. 그러면 마음의 동요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서로를 비교하고 서로에게서 상처를 받는 동안 마음의 상태는 깨지게 된다. 그러면 병이 든다. 우리 사회는 병이 많이 들어있다. 그래서 여기서도 힐링(healing), 저기서도 힐링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말 한마디가 사람들을 병들게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너(한국 교육)를 일본으로부터 도로 찾았을 때, 그리고 너를 내 손으로 길러온 지 10년이 넘는 오늘, 내 손으로 길러 왔다고 하기가 부끄럽구나. 병든 너다.” 정확하게 60년 전인 1956년 1월, 새교육 병신년 신년호(제8권 1호)에는 매우 흥미로운 글이 실렸다. 당시 중앙교육연구소 연구원이었던 성내운의 글 ‘교육의 새해, 문제의 교육 : 병신년 교육계의 과제’라는 독백이다.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열한 살이 되는 한국 교육(너로 의인화)에게 바치는 참회의 글이다. 당시 교육은 여러 가지 병을 앓고 있었다. 그는 외국인과의 대화 형식을 통해 다음과 같이 통렬하게 비유했다. “한국에서 오셨다지요? 제가 하나 알고 싶은 것이 있는데 다름이 아니라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의 비(比)입니다. 대체로 말하여 몇 대 몇이나 될까요?” “예, 한국에서 왔습니다. 그런데 한국에는 공립학교도 없고, 사립학교도 없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공립도 없고, 사립도 없다니.” “한국에 있는 학교란 모두 사친회립(師親會立) 학교입니다.” 제도뿐인 의무교육제에 대한 조소, 교육 불평등에 대한 비판, 정부와 사립재단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한 비판이었다. 공립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월사금을 받는 학교, 사립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재단에서 교육재정을 충당하지 않는 학교, 입학을 둘러싼 부정과 금품 수수 비리가 횡행하고 있던 시대 교육의 아픔을 젊은 교육학자는 이렇게 비판하고 있었다. 성내운은 교육자로서의 자기비판을 이어갔다. 너를 꼬마 어른의 모임으로 여겨서는 아니었지만, 주어진 학생 시절을 뜻있게 살게끔 도와주지 못한 나를 생각할 때 얼굴이 붉어짐을 어찌하랴. 하기야 좋은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한 발악이기도 하였지만, 그 바람에 학생 그 시절을 살지 못하였구나. 한 달은 고사하고 반 달이 못되어 잊어버릴 그까짓 토막지식을 외우다가 그 귀중한 한 해를 보낸 생각을 하면 네 앞에 다시 설 면목이 없을 지경이다. …(생략)… 여덟 살 나는 어린이는 여덟 살을 살아야 할 것이오, 열여덟 살 나는 학생은 또한 ‘열여덟 살을 살아야 할 것이다. 애당초 사람은 그럴 권리를 타고 난 것이 아니었더냐. …(중략)… 나의 새해는 저 입에 옮기기도 지긋지긋한 시험 준비를 때려눕히고, 학생이 보람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해이리라. 커리큘럼 개조와 관련된 의견 개진과 토론의 장, 새교육 젊은 교육자 성내운이 이런 자성의 목소리를 내도록 한 계기는 바로 전년도 8월 1일에 공포된 제1차 교육과정이었다. 전쟁 중이던 1952년부터 피란지 부산의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커리큘럼 개조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새교육은 커리큘럼 개조와 관련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토론되는 장이었다. 당시 커리큘럼 개조에 관심을 두고 있던 전문가와 교사들의 의견은 세 가지로 모아졌다. 이것은 새로운 국가교육과정이 따라야 할 방향이기도 하였다. 첫째는 새로운 국가의 교육적 이념 정립의 필요성이었다. 즉, 교육 혼란 배경이 교육철학의 부재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둘째는 지식중심교육이 아닌 경험중심교육, 생활중심교육을 지향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셋째는 서두른 나머지 외국 제도의 형식적 모방에 그쳐서는 곤란하다는 점이었다. 새교육의 입장이기도 하였으며 이것은 당시 교육자 7만 명의 목소리였다. 새교육의 교육과정에 대한 관심과 제언은 1955년에도 지속되었다. 제7권 2호에 실린 ‘교과서개편에 대한 취지’(신태현), ‘미국교육에 있어서의 듀이 맹신’(짠 에이 하아든, 고광만 역, 제7권 3호에 연재), ‘국정교과서 생산의 기초 확립’(이호성), ‘교육문제해설 : 코아 코리큘럼’(편집실), ‘문화에 봉사하는 교육과정 구성’(하롤드 벤자민), 제7권 6호에 실린 ‘교육문제해설 : 교과서 문제’(편집실), 제7권 7~8호에 실린 ‘듀이 교육사상과 한국의 교육’(오천석), ‘교육문제해설 : 과외활동’(편집실), 제7권 8호에 실린 ‘교육과정과 사회적 요인’(김호권) 등을 통해 우리나라 교육과정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였다. 흉내를 내는 것에 불과했던 1차 교육과정 그러나 공포된 제1차 교육과정은 이 세 가지 방향을 따르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제1차 교육과정은 우리 교육이 추구해야 할 목표를 담고 있지 않았다. 즉, 교육을 통해 양성하려는 바람직한 인간상, 이들이 만들어갈 바람직한 사회 모습을 명료하게 제시하지 않은 채 각급 학교별로 가르치고 배워야 할 교육내용을 제시하는 데 급급하였다. 과목별 교육과정이 따라야 할 총칙에 해당하는 교육과정이 공포되기 1년 4개월 전인 1954년 4월 20일에 문교부령 제35호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사범학교의 교육과정 시간배당기준령이 먼저 공포되었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목적지를 정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자동차의 시동을 켜고 출발을 하는 모습이었다. 제1차 교육과정은 이미 1년여 전에 발표된 과목별 시간배당기준의 단순한 종합에 불과하였다. 오랜 전통인 지식중심교육에서 벗어나 생활중심·경험중심의 새로운 교육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교육에 대한 교사 및 교과서 집필자들의 충분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했다. 즉, ‘새교육’이라는 낯선 요리를 먹어보고 충분히 소화시키는 경험을 한 후에 이 요리를 소개하거나 팔아야 했지만, 그런 준비 없이 외국에서 좋은 요리라고 하니까 돈을 벌거나 명성을 얻기 위해 요리를 팔고 다니는 모습이었다. 모든 교과목이 따라야 할 기본태도 7개 항에는 “아동이 각 방면의 욕구를 고루 충당하며, 그 개성을 최고도로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었지만, 이것은 선언에 그쳤을 뿐 구체적으로 교육내용에 구현시키는 방법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새로 등장한 사회생활과가 이런 졸속 과정을 가장 잘 보여준다. 미국에서 새로 등장한 사회생활과는 공민·역사·지리 과목을 통합하되, 이들 세 영역을 관통하는 ‘미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핵심적 과제’를 중심에 배치하여, 다른 과목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도록 했다. 즉, 미국의 사회생활과는 ‘통합’보다는 ‘중핵과 선도’에 더 의미가 있는 과목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측면을 도외시된 채 단순한 과목의 통합에 머물렀다. 즉, 정신은 배제된 채 행해진 체형만의 모방이었다. 흉내 내기 수준의 제1차 교육과정의 공포를 지켜본 성내운은 우리나라 ‘새교육’의 초기 역사를 실감 나게 묘사하고 있다. “나는 한국에 와 있는 ‘새교육’입니다. 그 새 나는 여러 군데를 찾아다녔습니다. 이 구석 저 구석 안 가본 데가 없습니다. 산골짜기 들판할 것 없이 다 가보았고 심지어는 섬까지도 찾아갔었으니까요. 그 바람에 구경은 실컷 하였습니다. 산 구경, 들 구경, 그리고 사람 구경, 그중에서도 교육자 구경…. 그런데 불가사의한 것이 한국의 교육자이더군요. 왜냐고요? 찾아가기만 해 보세요. 나를 환영 안 하는 곳이 있나, 나를 환영 안 하는 사람이 있나, 특히 교육자치고 말입니다. 그런데 구경만 하고 사지는 않거든요. 웬 칭찬은 그리도 하든지 내가 소개되고 나면 박수 소리가 터지도록 요란스럽답니다. 그런데 막상 나를 사는 교육자란 없단 말씀입니다. 그러니 불가사의라고 안 할 수 있겠어요? 사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기야 하나요. 열에서 하나는 못되어도 백에 하나는 나를 사기는 합니다. 그러나 사는 그들 중에는 자기가 먹으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사다가 남에게 되팔려고 사는 이가 있다 보니, 나를 사 먹고 새 교육자가 되는 그런 교육자란 천에서 하나는 될는지 모를 노릇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학생이 고대하는 것은 나를 구경만 하고 칭찬만 하는 그런 교육자가 아닙니다. 나를 사서 손에 들고만 다니는 그런 교육자도 아니지요. 나를 휘둘러보려고도 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란 더 말할 것도 없고요. 한국의 학생은 한국의 교육자가 나를 먹고 소화시켜서 새 교육자가 되어 주기를 고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PART VIEW]제1차 교육과정 공포는 새교육이 예상한 암울한 소동의 결정판 우리나라 최초의 교육과정이 공포되었던 1955년은 을미년 양띠 해였다. 세계를 바꾼 독일 물리학자 아인슈타인, 창씨개명을 단행한 조선 총독 미나미 지로, 고종의 다섯째 아들임에도 즉위하지 못했던 의친왕이 이 해에 세상을 떠났다. 당시 북한은 세계 46위의 경제국이었으나 대한민국은 세계 121위의 경제 빈국이었다. 우리나라 교육계는 중·고등학교 분리 문제와 한글 간소화 문제, 학생 풍기문란 사건 등 연이은 파동과 사건으로 혼란에 빠져 있었다. 새교육은 1955년 신년호(제7권 1호) 머리글에서 “금년에도 연중행사로 또 무슨 소동이 일어날 것만 같습니다”라고 암울한 예상을 하고 있었다. 이해 8월 1일에 있었던 제1차 교육과정의 공포는 새교육이 예상하였던 암울한 소동의 결정판이었으며, 우리나라 현대교육의 방향을 결정하였던 불행한 사건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교육과정이 당시 현장 교사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었던 우리식 커리큘럼 개조운동의 경험을 기반으로 했다면, 새교육이 지속적으로 다루었던 경험중심교육과정의 본질과 한계에 대한 논의를 충실히 반영했었다면, 좀 더 민주적인 정책 결정 과정을 거쳤었다면 대한민국의 교육이 지금과 같은 지식중심교육의 질곡을 덜 경험하였을 수도 있다. 60년 전 병신년에 병든 상태였던 너(한국 교육)의 상태가 60년이 지나 다시 찾아온 두 번째 병신년 오늘은 어떤 상태일까? 병들어 지친 네 앞에서 교육자인 나의 책임은 무엇인가? 성내운의 독백이 가슴을 친다. “나는 대낮에 꿈을 꾸고 있었다. 지난해에도 꿈을 꾸며 지냈고, 그 지난해에도 꿈을 꾸며 지냈다. 나를 뜯어고침 없이 너를 뜯어고쳐 보려는 꿈을 꾸며 지냈다. 내 가슴 낡은 채, 내 머리 낡은 채, 아니 나를 통틀어 낡은 채 두고 그 밖의 것을 모두 뜯어고쳐 보려무나. 그래서 네가 뜯어 고쳐지리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꿈이 아니고 무엇이랴! 새해의 너는 꿈에서 깨어 거듭나는 나를 볼 것이다. 그리고 새해의 나는 속이 바뀌는 너를 볼 것이다.” 다음 병신년이 다가오기 전에 바뀐 나로 인해 너의 속이 바뀌기를 바란다.
◆ 많은 선생님께서 질의하신 "BEST QA" Q 재직 중인 교사입니다. 임용 전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는데 최근 대학원 학력이 호봉에 포함되지 않은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이 경우 호봉 정정인지 호봉 재획정인지 궁금합니다. A 호봉 산정 시 대학원에서 학위 취득한 경력은 10할이 인정됩니다. 2013년 교육부 ‘민원 질의회신 사례집’에 따르면 호봉 재획정 및 호봉 정정의 판단은 이에 대한 귀책사유가 누구에 의한 것이냐가 중요한 문제로 그것이 호봉 담당 공무원의 책임일 경우 호봉의 정정으로 처리하고 교원에게 책임이 있을 경우(관련 서류 미제출 등)는 호봉 재획정의 사유로 처리됩니다. 관련 서류 등을 제출하였음에도 정상적인 호봉 승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호봉 정정에 해당하는 경우로 잘못된 기간에 대한 소급분을 정산받으실 수 있습니다. Q 중등학교 1급 정교사 자격을 소지하고 중등학교에 근무 중입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다른 표시과목의 2급 정교사 자격에 맞는 과목을 강의하게 된 경우 호봉 재획정 사유가 되나요? [PART VIEW]A 중등학교 1급 자격 소지자가 다른 표시과목의 2급 정교사로 근무명령 발령되었다 할지라도 1급 정교사 자격증을 계속 소지하고 있을 경우에는 호봉 재획정의 사유가 될 수 없으므로 종전의 호봉을 적용합니다. 다만 학교급을 달리하는 경우, 예를 들어 초등 1정 및 중등 2정 자격증을 가지고 초등학교에 근무하다가 중등학교로 옮겨 근무하는 경우에는 중등 2정을 기준으로 호봉을 재획정합니다. ?참고로 교육공무원 호봉 획정 시 경력환산율표의 적용 등에 관한 예규에 의해 호봉을 상향 인정받아 근무하던 교사가 상향 인정 기준 대상 교과목과 다른 교과목을 담당하게 된 경우에는 호봉을 재획정하여 상향 인정 전 호봉을 적용합니다. Q 동반휴직 중 석사학위를 취득했을 때 교육연구경력으로 인정하여 호봉 재획정 사유가 되나요? A 휴직 목적에는 부합하지 않으나 휴직 명분을 유지하면서 전문성 향상을 위한 차원에서 적법한 학위를 취득한 경우 호봉 재획정도 인정되며 교원의 연구경력도 인정됩니다.
바른 생활 교수·학습지도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바른 생각과 행동을 내면화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준다. 특히 교사는 학생에게 바른 가르침과 실천 활동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배움 자원이다. 학생들의 행동을 교육 차원에서 학생의 눈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하며, 학생들과 관계를 좋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 다음은 학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상황을 교육적으로 접근해 학생 스스로 깨우치도록 한 사례이다. 교실 앞 작은 공터에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다가갔다. 개미가 떼를 지어 지나가고 있는데 학생들이 흙을 모아 높이 쌓고 있었다. 교사 : “흙을 왜 쌓고 있어?” 학생 : “개미가 지나가지 못하게 하려고요.” “재미있잖아요.” 교사 : “그래? 너희는 재미로 한다고 하지만 개미는 지금 마음이 어떨까?” 학생 : “글쎄요.” “집에 가지 못할까 봐 무서워할 것 같아요.” “갑자기 흙벽이 나타나서 깜짝 놀랐겠어요.” 교사 :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학생 : “음, 흙을 원래의 자리로 갖다 놓을게요.”, “개미가 잘 지나가게 할게요.” ≫ 학습지도 방향 바른 생활은 학생들의 기본생활습관과 예절 및 규범을 습관화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이때 지도 요소의 내면화는 강조하되, 가능한 한 학생들이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여 행동으로 이끌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때문에 구체적인 체험, 실천중심학습의 장을 마련하여 수업을 진행하고, 학습 주제에 대한 다양한 자료와 방법, 활동을 가능한 많이 마련하는 것이 좋다. 또한 기본생활습관은 반복적인 지도가 중요하므로 가정과 협동적인 연계 지도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실천 활동 지도방법 1단계 _ 학습문제 인지하기 ●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사례를 통해서 학습할 주제를 찾아보도록 한다. ● 학습동기를 유발하고 학습할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지하도록 한다. 2단계 _ 바른 행동 알아보기 ● 일상생활 중 재미있는 이야기, 경험담, 모범사례 등을 통해 바른 생활 관련 예절, 규범, 기본 학습 습관에 대한 바른 행동을 찾도록 한다. ● 바른 행동과 그렇지 않은 행동을 구분하면서 구체적인 규범을 몸에 익히는 바른 생활 습관의 필요성과 까닭을 알도록 한다. ● 바른 행동 지침이나 절차를 찾아 학습 집단에서 공유하도록 한다. 3단계 _ 바른 행동 해 보기 ● 모범적인 행동을 따라 하면서 익히도록 한다. ● 예시 행동을 보고 바른 판단을 연습해 보도록 한다. 4단계 _ 바른 행동 다짐하기 ● 자신의 실천 과정을 되돌아보도록 한다. ● 자신의 생활태도를 반성하고, 바른 생활을 다짐하도록 한다. [PART VIEW]슬기로운 생활 교수·학습지도 학생들이 주변에 관심을 갖고 탐구하면서,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본다. 학생들이 삶 속에서 흔히 경험하는 계절, 학교 및 지역의 특수성 등을 다른 교과와의 연계성을 고려하여 교육과정 내용을 재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음은 학생들과 함께할 수 있는 체험학습 활동 내용이다. ● 계절에 따라 들로 나가 식물과 동물 관찰하거나 식물과 동물을 키우면서 생명의 존엄성을 느끼도록 한다. ● 운동장에서 그림자놀이를 하면서 그림자가 왜 생기는지, 그림자의 크기와 방향이 달라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직접 확인해 본다. ● 부모님과 함께 병원과 약국에 다녀온 후 병원 놀이를 실시한다. ● 가까운 전통시장에 나가 상인과 손님들의 모습을 살펴보고, 나누는 이야기를 들어보며 시장 놀이를 해본다. ● 폭염이나 태풍, 장마가 왔을 때 날씨에 대해 알아본다. ● 학교 주변 돌아보기, 공원 둘러보기, 지역 축제에 참여하기 등 생활주변을 활용하여 체험하도록 지도한다. ≫ 학습지도 방향 직접 해 본 활동은 머릿속에 잘 기억하게 되어 이해가 빠르며, 활동을 할수록 관심이 커지고 재미도 느끼게 된다. 따라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경험중심학습이 되도록 구성하고 배운 내용을 글로 써보고, 그림으로 표현해 보도록 한다. 학습활동을 조직할 때에는 개별학습뿐만 아니라 소집단 학습, 전체학습 등으로 변화를 주어 학생들이 다른 친구들과 어떤 것이 비슷하고 다른지 비교해 보도록 한다. 학습활동 역시 살펴보기, 무리 짓기, 조사 발표하기, 모형 만들기, 관계망 만들기 등으로 다양화하여 탐구활동 능력을 기르고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 실천 활동 지도방법 학습 내용 : 대주제 _ 학교와 나 / 소주제 _ 학교생활 활동 주제 : 학교 둘러보기 _ ‘학교의 이곳저곳을 찾아서’ 학습 목표 : 학교 안에 있는 여러 장소의 이름과 그곳에서 하는 활동을 안다. 탐구 활동하기 교사가 수업설계를 하지 않으면 학생들은 학교 안에 있는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며 교사의 설명과 이용 규칙을 듣는 것으로 활동을 마치기 쉽다. 이렇게 되면 학습이 끝난 후 학생들은 그곳의 이름과 위치, 역할 등을 대부분 기억하지 못한다. 즉, 교사가 가르치기는 했지만 학생은 배우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수업을 설계한다. ● 여러 장소의 이름과 그곳에서 하는 활동에 대해 교사가 간단히 설명한다. ● 모둠원과 여러 장소 중 더 알고 싶은 곳을 선택한다. ● 선택한 장소에 대하여 궁금한 점, 알고 싶은 점 등의 질문을 만들어 각자의 학습지에 쓴다. 학생들이 질문을?스스로 글로 적게 하면 의문은 더 명확해지고, 질문을 통해 의문이 해소되기 때문에 그 내용은 내면화되어 장기 기억으로 남는다. ● 각자 쓴 질문을 가지고 모둠원과 의논하여 모둠 학습지에 쓴다. ● 선택한 장소에 찾아가서 본 것, 들은 것, 느낀 것, 질문하여 배운 것(알게 된 점)을 학습지에 기록한다. ● 학교 안 여러 장소에 갔다 온 활동 소감도 간단하게 쓴다. ● 선택한 장소에 대하여 알게 된 점을 발표하도록 하여 친구들과 경험을 공유한다. ● 친구들이 발표할 때 선택하지 않았던 장소에 대한 좋은 질문이나 배울 점이 있으면 각자의 학습지에 쓴다. 즐거운 생활 교수·학습지도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며 경험하는 세계를 구체적으로 표현해 보는 활동이나 놀이 기회를 마련해 준다. 교사는 학생들이 자신이 느낀 것을 이야기하거나, 몸동작과 신체를 이용하여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고, 친구의 표현 작품을 보며 자신의 작품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도록 한다. 또한 학생들이 어려움 없이 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기본 재료와 도구의 사용법, 재료의 특성, 악기 연주법 등을 충분히 설명한다. 작품 활동 후에는 활동으로 익힌 것을 다른 활동에 적용해 보도록 지도하고, 파일을 준비하여 자신의 작품을 잘 보관하도록 하여 작품을 소중히 다루는 태도를 보이도록 한다. ≫ 학습지도 방향 우선 자유롭고 창의적인 활동을 위해 시간을 충분히 제공하여 놀이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짝 활동, 소집단 활동과 같이 서로 돕고 협동하는 상호작용 기회를 자주 제공해주는 것도 좋다. 이때 지나치게 경쟁심을 유발하지 않도록 유의한다. 표현활동을 할 때는 질서와 규칙을 지키며 활동할 수 있도록 ‘지켜야 할 내용’에 대한 사전지도를 실시한다. ≫ 표현 활동 지도방법 최근 통합교과에서는 표현과 더불어 감상영역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어려서부터 그림 작품을 자주 접한 사람은 관찰력과 표현력이 좋고, 작품을 보는 눈이 생겨 일상생활에서도 많은 도움이 된다. 작품 감상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학생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짝, 모둠, 전체 학생들과 생각을 나누도록 한다. ● 누구의 작품인가요? ● 무엇을 그렸나요? ● 특별하게 표현한 곳이 어디인가요? ● 어떤 재료로 표현했나요? ● 작품을 본 느낌은 무엇인가요? ● 작품 속의 인물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 무슨 색을 사용했나요? ● 가까이서 보는 것과 멀리서 보는 느낌은 무엇인가요? ● 마음에 남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나요? ● 작품을 만드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렸나요? ● 작품을 그리게 된 이유가 있나요? 통합교과 속 학생들과 함께할 수 있는 활동 사례 ● 하루에 한 번씩 잠깐이라도 밖에 나가 활동할 수 있도록 한다. 시간이 부족하면 하교할 때 함께 나가는 방법도 있다. ● 텃밭 가꾸기, 제철 음식 먹기, 꽃 관찰하기 등 자연의 변화에 따른 활동을 하도록 한다. ●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교육활동에 접목한다. ● 다양한 도구와 재료로 표현하도록 한다. ● 주변의 자연재료나 재활용품을 모아 활용하도록 한다. ● 실제로 학생들이 필요한 것을 만들어 활용하도록 한다. ● 노래를 자주 들려주고 부르도록 하면 학생들의 정서와 공감능력이 좋아진다. ●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완성된 학생들의 작품으로 교실 환경을 꾸미면 교육적 효과가 높다. ● 악기 연주하기, 그림 그리기, 관찰하기, 종이접기, 음식 만들기, 운동하기 등 교사의 관심 분야나 특기를 활용하여 지도한다. 참고문헌 ?교육부(2015), 초등학교 교사용 지도서 통합교과 1-1, 지학사 ?교육부(2015), 초등학교 교사용 지도서 통합교과 2-1, 지학사 ?하브루타수업연구회(2015), 질문이 있는 교실 : 초등 편, 경향BP ?이상우(2015), 살아 있는 협동학습 2, 시그마프레스
학생들이 글을 ‘스스로’, ‘깊이 있게’, ‘읽기’를 바랐다. 참고서나 선생님 도움 없이도 표현되지 않은 의미까지, 작가의 의도까지 읽어내기를 바랐다. 왜냐하면 스스로 읽어내는 능력이 곧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읽기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런데 바쁜 공부를 하다 보니 스스로 꼼꼼하게 읽지 않고 출판사가 요약해 놓은 것을 보고 기억하려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스스로 읽어서 의미를 파악하지 않고 누군가가 요약해 놓은 것을 보거나, 쉽게 풀이해서 말해주는 것을 들어서 알게 되는 것은 답답한 일이다. 누군가가 요약해 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누군가 해석하고 요약한 것’은 그의 가치관이나 판단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이다. 읽는 즐거움을 누리며 저자와 직접 교감하는 주체적인 독자가 되려면 스스로 읽어야 한다. 국민참여재판 형태로 설계한 모의재판수업의 실제 더불어 읽기를 통해 인물의 생각과 상황을 이해하고, 자신이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타인의 공감과 수긍을 이끌어내는 힘 즉, 읽은 내용을 근거로 논리적 구조를 갖추어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랐다. 이런 의도로 탄생한 것이 모의재판수업이다. 모의재판에 참여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자기의 역할을 해내기 위해 스스로 읽고, 이해하고, 작품을 근거로 논리를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34명 내외의 학급에서 모든 학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국민참여재판 형태로 수업을 설계했다. 특히 국민참여재판의 경우에는 ‘검사-변호사 측 토론’과 ‘배심원 토론’으로 나누어 진행하면 ‘토론하는 입장’과 ‘경청하는 입장’ 모두를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토론 상황은 대립 상황이어서 불편감이 있다. 타인과의 대화에서 각을 세워가며, 타인의 논리적 허점을 찾아내는 일은 토론이 끝난 후에도 상처를 남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모의재판수업을 연극적 상황으로 바꾸었다. ‘검사 역할을 맡은 나’가 검사 입장에서 역할에 맞도록 최선을 다해 피고의 범죄 사실을 밝혀내고, ‘변호사 역할을 맡은 나’가 변호사 입장에서 논리를 갖추어 피고를 변론하도록 수업 상황을 ‘나’와 한 발자국 떨어진 극적 상황으로 만들고 상황 속에 몰입하도록 했다. 다음은 중학교 2학년 국어 4단원 해석과 질문 - (2) 토끼전의 5차시 수업 내용이다. [PART VIEW]
광양보건대학교 교직원과 지역 유지 다수가 참석한 가운데 29일 오전 11시 등용관에서 제4대 이성웅 총장 취임식이 있었다. 이 신임 총장은 취임사에서 총장이라는 막중한 소명을 받아 누적된 재정 운영 부실로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학교 구성원 모두가 심기일전하여 위기를 기회로, 절망을 희망으로, 시련과 역경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이를 극복하겠다는 결의를 다짐하였다. 이성웅 총장은 대학 경영 전략 발표에서 국가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대학의 현실 및 발전 가능성으로 100세시대를 맞아 보건 의료 인력 수요 증대 및 해외 취업 기회 활성화를 기대하면서 다양성을 바탕으로 세계로, 미래로 나가는 대학상을 제시하였다. 이 총장은 광양 출신으로 2002년부터 연속 3기 12년 동안 광양시장을 역임하였다.
시 감상 하얀 봄 / 최일화 입춘도 엊그제 지나고 옷수선집 유리창엔 어린 봄의 웃음소리 완행버스를 타고 몇 조각 남아 있을 고향 햇살이나 쬐고 올까. 바다가 보이는 들판으로 가 옛날의 오솔길을 한동안 걷다 올까. 솔개 날개깃에 봄이 실려 왔는데 토끼풀 망태 속에 봄이 담겨 왔는데 봄은 이제 소래갯벌 갯고랑 오리 물질에 떠다니네. 폐선의 깃발에 하얀 봄이 나부끼네. 감상 내가 인천에 정착한지도 37년이 되었다. 인천은 내게 낯선 고장이었다. 33년 교직생활을 인천에서만 했고 인천에서 결혼하고 딸 세 자매를 낳아 출가시켰으니 명실상부하게 인천은 이제 나의 고향이 되었다. 고향엘 가면 고향이 낯설고 서울엘 가면 서울이 낯설다. 고향에 가면 내가 촌놈 같고 서울에 가면 또 촌놈 같다. 인천에 살았어도 내가 도회지 사람이란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나도 모르게 도회지의 생활 습성에 젖었겠지만 마음으로는 여전히 촌사람이라고 여기고 살아왔다. 나의 고향은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앞에는 너른 들판이 펼쳐져 있고 뒤로는 야산이 펼쳐지다가 점점 높은 산이 이어져 병풍처럼 둘러쳐진 고장이다. 멀리 차령산맥이 굽이굽이 흘러 소나기라도 한줄기 지나고 나면 먼 산봉우리가 신비로운 미지의 세계 성곽처럼 보이곤 했다. 나는 저 산꼭대기 그 봉우리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 했다. 긴 산맥은 늘 미지의 세계를 펼쳐놓곤 했다. 나의 집은 큰집 옆에 지어진 작은 집이었다. 담장도 없는 흙벽돌로 지은 초라한 집이었다. 대궐 같은 큰집에서 열다섯 살 까지 살다가 처음으로 가져본 나의 오두막집이었다. 이 집에서 나는 토끼를 기르고 돼지를 기르고 친구에게 비둘기 한 쌍을 얻어다가 길렀다. 토끼에게 먹이를 주는 것은 전적으로 나의 몫이었다. 비가 올 때를 대비하서 미리 먹이를 준비해 놓아야 했고 겨울 양식을 위해서 콩잎, 아카시아 잎, 무 잎사귀를 미리 말려 저장해 두어야 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입춘이 지나면서 날은 점점 따뜻해지고 2월 중순이 되면 나는 벌써 토끼 망태를 둘러메고 들녘으로 나갔다. 들녘 양지쪽엔 벌써 파란 풀이 솟아나 있었다. 어느 곳엔 새파랗게 올라온 곳도 있다. 나는 이른 봄의 싱싱한 풀을 뜯어 망태에 담아 돌아오곤 했다. 토끼장 문을 열고 한 움큼 넣어주면 토끼는 진수성찬을 맞은 듯 맛있게 먹곤 했다. 벌써 까마득한 옛날 일이다. 요새 내가 제일 자주 나가는 곳은 소래습지생태공원이다. 여기 저기 염전과 소금창고가 아직 남아 있을 때, 염부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소금을 만들 때부터 나는 소래갯벌을 찾곤 했다. 염전을 지나 갯고랑을 따라 소래포구까지 가곤 했는데 갯고랑엔 늘 오리들이 있었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새봄을 맞이하여 힘차게 자맥질하는 오리들을 보면 완연한 봄기운이 느껴지곤 했다. 갯고랑에 정박한 고깃배엔 빨강, 노랑, 파랑, 흰빛의 깃발이 갯바람에 나부꼈다. 오늘이 입춘, 햇빛은 맑고 바람은 한결 부드럽다. 머지않아 봄은 만물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남풍에 화신을 싣고 우리 곁으로 다가올 것이다.
퇴임식을 찾아 온 39년 전 제자를 보며 필자는 지난 2월 하순, 교직 39년을 마감하는 명예퇴임식을 하였다. 경기도 교육계에서 초등교사를 출발으로 중학교 교사, 장학사, 교감, 교장, 도교육청 장학관, 교육지원청 과장을 역임하고 일선학교 원로교사로서 퇴임을 하였다. 5년의 정년을 앞두고 있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 퇴임을 자청한 것이다. 이 퇴임식장에 뜻 깊은 손님이 방문하였다. 과연 이 사람은 누구일까? 김전일, 바로 39년 전 초임학교 제자인 것이다. 1977년 대지초교에서 담임을 하였던 학생이다. 지금은 나이 49세로 어엿한 사업가이다. 다른 제자들은 직장이 있어 함께 오지 못하였다고 사정을 전한다. 이 제자. 학교 측의 배려로 필자와 함께 나란히 앉았다. 제자는 퇴임식에서 좌석만 지키지 않고 퇴임식의 주요 장면을 스마트폰에 담는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기록 사진을 남긴 것이다. 왜? 바로 스승에게 전해주려는 것이다. 퇴임식장에 나 것만도 고마운데 알아서 움직이니 이보다 더 고마울 데가 어디 있는가? 과연 내 제자 답다! 퇴임식이 끝나고 학교 친목회에서 준비한 저녁 식사를 함께 하자고 하니 사양한다. 사업 상 일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대신 작은 선물을 전해준다. 퇴임식장에서 전해 준 화환은 최○○, 백화점 상품권은 재작년 결혼한 공무원인 이○○ 이라고 출처를 밝힌다. 본인이 하고 있는 건강식품도 건네준다. 제자의 결혼식은 바로 재작년 일이다. 교직생활 30년이 넘도록 제자 주례 한 번 보지 못한 것을 알고 있는 제자다. 초등학교에서는 6학년, 중고등학교에서는 졸업학년인 3학년을 담임하면서 인생의 멘토가 되어야 하는데 필자는 그러하질 못하였다. 초등학교에서는 6학년 담임을 단 2회, 중학교에서도 2회밖에 하지 못하였다. 야간대학에 다니고 학교신문을 매월 제작하다 보니까 학년 배정이 그렇게 된 것이다. 그 사정을 알고 있는 제자가 친구의 만혼을 맞아 스승의 체면을 살려준 것이다. 이 제자들과의 인연도 깊다. 6학급의 시골학교에서 3년간 담임을 하였다. 3학년부터 5학년까지 중임을 하였다. 교육대학을 갓 졸업하고 세상물정을 모르는 철부지 교사였는데 이들이 올바른 교사의 길을 안내해 준 것이다. 때로는 무리한 요구도 들어주고 학부모들의 사랑과 정성으로 철이 들도록 하였던 것이다. 초임교에서 3년간 근무하면서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교직 30년. 이들은 그대로 넘어가지 않았다. 초임지의 인근 식당에서 세 명의 제자가 동부인하여 우리 부부에게 큰 절을 올린다. 커다란 축하 꽃바구니도 전달한다. 부족한 스승에 훌륭한 제자들을 만났다. 이 뿐 아니다. 필자가 제6회 한국교육대상을 수상하였을 때도 이들을 맞았다. EBS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주인공으로 촐연했을 때에도 이들과 초임지를 찾았고 함께 출연했다. 김전일 제자의 학창시절 모습은 어떠했을까? 한마디로 언행이 올바른 모범생이었다. 학급 반장을 도맡아 하고 친구들에게는 리더였다. 하루는 필자가 출근은 하였는데 몸 상태가 안 좋아 수업을 할 수 없게 되자 2km 떨어진 약방으로 달려가 용돈으로 약을 사온 적도 있었다. 전일이 할머니께서는 따끈한 찐고구마, 김이 모락모락 나는 삶은 옥수수를 교직원에게 제공하여 따듯한 시골인심을 알려주셨다. 스승은 가르침의 보람을 먹고 산다. 교육이 즐거웠기에 초임지에서 여자배구부를 창단하고 여름철 토요일 오후에는 제자들과 천렵을 나갔었다. 조를 편성해 천렵국을 끓여 먹었던 것이다. 이들이 출전한 용인군 체육대회에서는 영예의 입장상을 받았다. 학교 인근 야산에 산불을 발견하고는 공부하다 말고 산불진화도 했었다. 가을 운동회 때에는 마을 대항으로 하여 온 동네 축제를 만들었다. 남교사가 적어 3일에 한 번 숙직을 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임했다. 제자들이 있기에 스승은 행복하다. 나의 가르침으로 학생들이 훌륭하게 성장한다면 이보다 더 보람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만약 보수나 사회적 지위만을 생각하고 교직에 임하였다면 진작 교직을 떠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교직만큼 위대한 직업도 없다. 날마다 위대한 인물을 키우는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부교원인 필자는 아내에게 말한다. “여보! 의사는 아픈 사람을 상대하고 검사는 범인들을 상대하고 변호사는 억울한 사람을 대하지. 우리들은꿈과 희망이 창창한 푸른 새싹을 상대하니 얼마나 좋아! 제자들을 대하며 항상 젊게 살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이 있을까?"
최근 제21회 신곡문학상과 제27회 전북문학상 시상식이 있었다. 신곡문학상은 고(故) 라대곤 소설가 겸 수필가가 쾌척한 재원을 기반으로 벌써 21회째 시상식을 치른 제법 유서깊은 전국 규모의 문학상이다. 전북문학상은 전북문인협회가 수여하는 도 단위 문학상이다. 회장 임기와 상관없이 전북문학상운영위원장이 추대되었다는 기쁜 소식도 들려온다. 아무리 다다익선이라지만, 사실은 ‘상의 홍수시대’라 할 만큼 각종 상이 넘쳐난다. 그것들을 보며 문득 “상이라는 것은 받을만한 사람에게 주어졌을 때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않을 경우 쓰레기 배급에 지나지 않는다”는 ‘명언’이 떠오른다. 이는 오래 전 SBS연기대상에서 이병헌의 대상 수상을 두고 드라마작가 김수현이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내던진 말이다. 자신이 극본을 쓴 TV드라마 ‘완전한 사랑’에서 열연한 김희애가 대상을 받지 못하자 터뜨린 ‘울분’ 성격의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문학상은 어떠한가? 출판사 주관의 문학상이 상업성 시비에 휘말린 건 오래 전 일이지만, 일단 TV 연기대상이나 각종 영화상보다는 자유로워 보인다. 특히 지방에서 시상하는 문학상의 경우 독자나 판매부수를 염두에 둔 문학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로 인한 문제가 커 보인다. 도내 자치단체와 문학단체, 독지가나 문인 유족들이 제정⋅시상하는 여러 문학상의 수상자 명단을 보면 대부분 받을만한 사람이 상을 받았다고 공감되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어서다. 방송사 연기대상이 공헌도나 시청률 따위가 아닌 연기력으로 평가받아야 하듯 문학상도 필력 내지 저술활동이 수상의 첫째이자 마지막 기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작가는 작품(집)으로 그 활동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문학상 시상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님을 부인할 수 없다. 거기에 더해 저술활동은 차치하고 ‘문인의 도리’조차 다하지 못하는 인사의 수상까지 더러 있어 아연실색을 경험하기도 한다. 작품공모로 수상자를 정하는 경우 그런 인상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될 정도이다. 대개의 경우 투명하고 정확한 심사 기준이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되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예컨대 ‘찾아서 주는 상’을 표방한 문학상의 경우 심사위원들이 예비 수상자들의 작품활동을 시시콜콜 꿰뚫고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를테면 알음알음 개인적 친분을 통해 ‘그들만의 잣대’로 당해년도(또는 그 몇 년 전) 빼어난 공적의 수상자를 제한적으로 ‘재단하는’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그러니까 제도적으로 공정성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결코 나이순이나 막걸릿잔 수로 정해지는 문학상 수상이 되어선 안된다. 무릇 상은 누구나 박수를 쳐줄 수 있는 사람이 받아야 한다. 그래야 수상자로서도 티없이 기쁘고 내심 감격에 겨워 할 수 있다. 주최측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리는 문학상은 과연 없는지, 미미한 상금 액수에다가 그나마 일정액을 주최측에 희사하기까지 하는 ‘같잖은’ 상들이 너무 넘쳐나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