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97,205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경기도교육청이 최근 발표한 ‘교육전문적 인사제도 개선안’에 대해 ‘교육감이 코드인사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현장 교원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도교육청은 14일 “혁신교육을 이끌 역량 있는 교육전문직원을 임용하고 학생중심‧현장중심의 교육행정을 실현하기 위해 2016학년도 인사제도를 큰 폭으로 변화시킨다”고 밝혔다. 주요 개선 내용은 △교육장‧장학관 추천제를 폐지하고 100% 공모제로 전환 △응시 기회 3회로 제한 △지역전형・순환보직전형 도입 △서류평정비율을 10%로 상향 △중등 1차 전공논술 폐지 및 정책논술 도입 △2차 모든 전형에 심층면접 도입 및 정책토론 실시 등이다. 가장 많은 논란이 있는 부분은 정책논술‧정책토론의 도입이다. 개선안을 보면 중등 1차 전공논술은 폐지되고 정책논술이 도입된다. 또 2차 토의토론은 정책토론으로 변경한다. 이밖에도 전문전형만 실시했던 심층면접을 일반전형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주목할 점은 심층면접 평가 항목에 ‘혁신교육 실천의지’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경기 A초 교사는 “도교육청의 혁신교육 정책에 찬성하는 사람들만 뽑겠다는 의미로 보인다”며 “여기에는 혁신교육이 100% 좋은 교육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한마디로 입맛에 맞는 사람만 임용하겠다는 뜻 아니냐”고 비판했다. 경기 B초 교장도 “정책논술을 하고 교육학이 아닌 정책토론을 하면 전공을 살릴 수 없을뿐더러 코드인사 의혹만 커진다”며 “기존 교과별 선발구조를 없애고 ‘인문사회’, ‘자연과학’과 같이 계열별로 나눠서 선발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교육장‧장학관 추천제를 폐지하고 100% 공모제로 전환한 것, 기관장 4년‧장학관은 5년 이상으로 응모자격의 잔여임기 요건을 변경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경기 C초 교장은 “공모제 전환은 특히 코드인사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며 “특정 단체 출신의 젊은 교원들을 임용하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경기 B초 교장도 “최소한 정년이 4년 남은 사람만 응시할 수 있게 되면서 누군가는 그동안 준비했던 시간과 기회를 잃게 됐다”고 말했다. 교원들은 보직교사경력 1년 포함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이 기간을 더 늘려 생활, 연구, 교무 등을 고루 경험한 교원을 선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C초 교장은 “주요 보직을 거치지 않고 전문직에 온 경우 현장 지원에 애로 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D초 교장도 “서류평정 항목에서 고교근무경력과 5‧6학년 담임경력을 삭제하고 보직교사 근무경력과 행정기관 파견경력을 통합해 동일시한 것은 오히려 학생중심‧현장중심의 임용 취지와 동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응시 횟수를 3회로 제한한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환영했다. A초 교사는 “전문직에 응시하려는 교원들의 과열로 학교에 피해를 줄 가능성을 차단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역전형‧순환보직전형 도입도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경기 E초 교장은 “지역에서 오래 근무한 교사가 지역실정을 잘 알기 때문에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선안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과목 지식보다 교육정책에 대한 전반적 이해가 전문직 수행에 필요한 역량”이라며 “특정 정책에 대한 의견보다도 교육청 정책 전반에 대한 이해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공모제 전환과 관련해서는 “심사 위원에게 검증받는 절차를 통해 객관성을 높이려는 것”이라며 “피해를 입은 교원들은 안타깝지만 제도를 바꾸는 과정에서 다양한 요구를 모두 충족시키기는 어려우므로 긍정적 이해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코드인사 논란에 대해서는 “9일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15 공공기관 청렴도’에서 경기도교육청이 인사업무 분야에서 청령지수 10점 만점으로 전국 교육청 평균보다 월등히 높았다”며 “각종 오해와 추측에 대해서는 청렴도 결과로 답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설문조사로 이뤄졌으며 10점의 의미는 금품‧향응‧편의에 대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없음을 말하는 것이지 만점이라고 해서 인사제도가 가장 투명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번 청렴도조사에서 17개시도교육청 가운데 지난해 17위에서 올해는 14위로 4등급을 받았다. 외부 청렴도는 평균 7.6점에 7.51점으로 13위, 내부청렴도는 평균 7.99점에 7.9점으로 11위였다.
15일 오전. 경기 별내중 체육관에 1~3학년 50여 명의 학생들이 모여 낯선 악기를 들고 둘러앉았다. 아프리카 전통북인 ‘젬베’를 비롯해 돌가루가 선인장 나무 가시를 따라 떨어지면서 비오는 소리를 내는 ‘레인스틱’, 막대로 긁거나 치면 두꺼비 소리가 나는 나무악기 ‘타야’ 등 난생 처음 보는 수십 개의 생소한 악기 앞에 학생들의 표정이 어리둥절하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테라퓨틱 드러밍’ 음악치료를 위해서다. 별내중은 매달 학급에서 ‘고운말 으뜸이’와 ‘거친말 으뜸이’를 학급투표로 선발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꿈꾸는 소리가 아름답다’를 주제로 진행된 이날 수업은 아프리카 음악과 드럼서클을 통해 음악치료 활동을 펼치는 사회적 기업 ‘아토(ART-O)’를 초청해 진행됐다. 박재용 강사가 악기들의 이름과 연주법, 간단한 박자 등을 소개한 후 본격적인 연주를 유도하자 머뭇거렸던 학생들은 차츰 자신이 선택한 악기 소리에 귀 기울이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강사는 학생 한명을 원 안으로 불러 친구가 걸을 때마다 박자에 맞춰 악기를 두드리게 해 참여를 이끌었다. 또, 친구들이 동시에 연주하는 동안 학생 한 명이 눈을 가리고 두꺼비소리가 나는 악기 ‘타야’를 찾아보게도 했다. 이날 수업의 핵심은 ‘자율’과 ‘소통’이었다. 박 강사는 “획일적인 규칙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자유로운 행동을 전부 수용해주면서 각자 스트레스를 발산하고 해소하게 한다”며 “단시간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생소한 음악을 듣고 친구들과 화음을 맞춰가는 과정 자체가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1학기 때 거친말 으뜸이로 선정됐을 때는 당황했어요. 친구들이 나를 뽑았다는 사실이 억울하고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차츰 반성하게 됐어요. 학교 프로그램에 계속 참여하다보니 그동안 욕설을 썼던 자신이 부끄럽더라고요. 지금은 욕 안 해요. 나도 모르게 가끔 나올 때도 있지만 자제해요. 오늘 수업도 처음엔 어리둥절했지만 아프리카 박자 특유의 흥겨움과 소리가 좋아서 스트레스가 풀렸어요.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유수진, 3학년) 고운말 으뜸이로 참석한 박지현(3학년) 양은 “욕을 하면 마음이 불편해서 쓰지 않는데 오늘 수업을 통해 거친말 으뜸이 친구들도 상대방의 기분을 이해하고 앞으로는 고운말을 쓰기 위해 함께 노력했으며 좋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교총의 언어문화개선사업 ‘바른말 누리단’ 지원금으로 마련됐다. 행사를 기획한 이경복 수석교사는 “고운말․거친말 으뜸이가 음악으로 소통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각자 마음에 있던 불안감과 응어리를 풀어냄으로써 치유 할 수 있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별내중은 이밖에도 14일부터 19일까지 ‘욕설 없는 주간’을 계획해 고운 말 엽서 제작하기, 욕설 없는 청정학급 인증 시상, 선플달기 운동, UCC공모전, 감정코칭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도 병행했다. 서광희 교장은 “교사 연수 자료와 학부모용 교육 자료도 제작해 배포했다”며 “학교 뿐 아니라 교사와 지역사회 모두가 동참할 수 있는 언어문화개선사업을 펼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어떤 사람은 ‘예쁘다’와 ‘이쁘다’를 구별해서 쓰기도 하지만 여태까지는 ‘예쁘다’만 표준어로 인정하고 ‘이쁘다’는 표준어가 아니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국어심의회가 ‘이쁘다’도 복수표준어로 인정했다. 사람마다 약간의 어감 차이를 두고 구별해서 쓰기도 하지만 둘 다 같은 뜻의 말로 보고 ‘이쁘다’도 표준어로 인정한 것이다. 그래도 사람마다 말버릇이 달라서 둘을 미묘한 차이로 굳이 구별해서 쓰기도 할 것이다. ‘이쁘다’가 표준어가 된 것만으로도 환영할 일이다. 이웃에 놀러 갈 때 ‘마실 간다’는 말을 쓰고 밤에 이웃이나 가까운 곳에 놀러 나갈 때는 ‘밤마실 간다’는 말을 쓴다. 지금껏은 ‘마실’을 방언이나 북한어로 처리해 표준어가 아니었다. 이제는 ‘마실’도 표준어가 됐다. (1)마을/마실: 이웃에 놀러 다니는 일(‘여러 집이 모여 사는 곳’을 뜻하는 말은 ‘마실’이 아니고 여전히 ‘마을’이다.) (2)밤마을/밤마실: 밤에 이웃이나 집 가까운 곳에 놀러 가는 일 (3)마을꾼/마실꾼: 이웃에 놀러 다니는 사람 (4)마을방/마실방: 마을꾼/마실꾼들이 모여드는 방 (5)마을돌이/마실돌이: 이웃으로 돌면서 노는 일 밥이 끈기가 있을 때 ‘밥이 차지다’고 한다. ‘차지다’는 원래 ‘찰지다’에서 온 말이다. ‘ㄹ’이 탈락한 ‘차지다’만이 표준어였으나 원말인 ‘찰지다’도 널리 쓰이고 있어 둘 다를 복수표준어로 인정했다. (6)찰지다: 반죽이나 밥, 떡 따위가 끈기가 많다. ‘차지다’의 원말 ‘소나무’의 원말인 ‘솔나무’를 인정하고, ‘부나비’의 원말인 ‘불나비’, ‘부나방’의 원말인 ‘불나방’을 복수표준어로 인정한 것처럼 ‘차지다’의 원말인 ‘찰지다’를 복수표준어로 인정한 것이다. 어차피 말은 사람들이 많이 쓰면 살아남고 쓰지 않으면 사라지게 돼 있어서 둘이 경쟁하다가 어느 시점에는 하나가 사라지거나 다른 뜻으로 변하든지 할 것이다. 활용형을 복수로 인정한 것도 있다. ‘금지’를 뜻하는 ‘말다’의 명령형은 ‘마/마라/마요’처럼 ‘ㄹ’이 탈락한 형태를 표준으로 삼았는데, ‘ㄹ’을 탈락시키지 않고 ‘말아/말아라/말아요’처럼 쓰는 일이 많이 있어서 둘 다를 표준으로 인정하게 됐다. ‘노랗다, 동그랗다, 조그맣다’와 같이 ‘ㅎ’ 받침이 있는 말들은 활용하면서 ‘ㅎ’이 탈락해(ㅎ불규칙용언) ‘노라네, 동그라네, 조그마네’처럼 쓰는데, 어떤 사람들은 ‘ㅎ’을 그대로 두고 ‘노랗네, 동그랗네, 조그맣네’로 쓰는 일이 있어서 이번에 둘 다를 표준으로 인정했다. ‘먹고 싶다’를 ‘먹고프다’로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고 싶다’를 줄인 ‘-고프다’ 또한 이제는 표준어다. 한편 뜻이나 어감 차이가 있어서 기존의 표준어와는 별도로 추가된 표준어가 있다. ‘가오리연’은 가오리 모양으로 만들어 꼬리를 길게 단 연을 가리키는데, 새로 추가된 표준어 ‘꼬리연’은 ‘긴 꼬리를 단 연’을 가리킨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으로 시작하는 시나 노래를 기억할 것이다. 여태껏은 ‘푸르른’은 틀리고 ‘푸른’으로 써야 한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푸르르다’를 표준어로 인정해 ‘푸르다’를 강조할 때 이르는 말로 쓸 수 있게 됐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는 ‘서시’에 나오는 대목이고, ‘마지막 잎새’ 또한 유명한 작품이다. ‘잎새’가 여태까지는 표준어가 아니었다. 그러나 ‘잎사귀’와는 조금 뜻이 다른 말로 표준어가 됐다. (7)잎사귀: 낱낱의 잎. 주로 넓적한 잎을 이른다. (8)잎새: 나무의 잎사귀, 주로 문학적 표현에 쓴다. 표준어는 사회적 약속이다. 최근 들어 비표준어였던 말이 표준어가 됐다고 해서 본인이 쓰는 말도 언젠가는 표준어가 될 것이라는 기대로 비표준어를 고집하는 일은 바람직한 언어 사용 태도가 아니다. 말은 생명력을 지니고 있어서 언어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운명을 달리한다. 어떤 말이 살아남느냐 사라지느냐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리는 바르고 곱고 품위 있는 말을 스스로 선택해서 사용할 할 의무가 있다.
연일 가뭄이 지속되는 충남 서북부지역에 16일(수) 폭설이 내려 서령고 교정이 하얗게 뒤덮혔다.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함박눈은 온세상을 새하얗게 뒤덮더니 오후가 되어 점차 녹기 시작하여 곳곳에 물웅덩이를 남겼다. 이번 폭설로 충남 서북부지역의 가뭄 해갈에어느 정도 도움이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15년 입시 정책은 매년 바뀌는 현실에서 모든 정보를 알기에는선생님도 부모님도 학생도 모두힘들다.올해는 한국사 필수부터 영어 절대평가, 문‧이과 통합, 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까지 굵직한 뉴스가 한 해를 장식했다. 학교 교육은 진로와 자유학기제 그리고 학생부를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대학은 어떻게 해서든 좋은 학생을 선점하려고 애쓰고 있으며, 전형료 수입의 달콤함에 취해 수천 가지 전형 방법을 설계하고 미세 조정을 남발했다. 정성평가는 수험생들의 혼란을 더욱 부추기는 현실이다. 사교육 업계는 경기 불황 탓으로 다소 주춤거리는 모습이지만 어떻게 해서든 먹거리를 찾아 학생, 학부모를 모시기에 바빴다. 도대체 사교육이 왜 이렇게 번성하게 되었는지, 그게 누구의 책임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공교육을 어떻게 발전시켜서 교육의 정상화를 이룰지 그 답을 찾지 못한 게 문제다. 소득보다 과한 사교육비는 교육 빈곤층인, 에듀푸어를 낳아 학부모들을 괴롭히고 있다. 특히 지금 초‧중‧고 자녀를 둔 세대는 하필이면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되었을 때 집을 장만한 세대다. 이들은 지금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하우스푸어가 된 데 이어 에듀푸어로 전락해 이중고, 삼중고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2015년은 사회 전반으로는 물론이고 사교육, 공교육을 막론하고 침체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2015년 교육계 최대의 화두였던 ‘인성교육' 이다. 학교 폭력이 심각해지고 청소년 범죄가 많아지면서 일반인, 학부모, 교사 모두 인성교육이 시급하다는 데 크게 공감한 한 해였다. 정부도 더 이상 성적에 치우칠 것이 아니라 인성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지난 7월부터 ‘인성교육진흥법’을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2015년, 초‧중‧고교에서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되었다. 향교와 서원은 예절 교육과 인성교육의 장으로 거듭났다. 대입에서는 인성 면접이 새롭게 등장했다. 나눔, 협력, 배려, 갈등 관리 같은 덕목이 인재를 선발하는 새로운 평가의 기준이 된 것이다.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모두가 인정하면서도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다. 사실 인성에 대한 정의도 제대로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계가 학생들에게 어떤 인성교육을 하게 될지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대학 입시에 인성 점수를 반영하기로 했으나 이를 어떻게 계량화‧지식화해서 평가하느냐의 문제도 남아 있다. 하지만 2015년,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는 공부만 잘 하는 이기적 엘리트가 아니라, 인성도 올바른 균형 잡힌 리더라는 사실에 공감했다. 2016년, 인성교육진흥법이 학생들에게 도덕성과 사회성을 심어 주고 ‘지,정,의’의 미덕을 길러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하버드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명문고 이야기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세계적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의 댄 브라운, 미국 14대 대통령 프랭크린 피어스, 이들의 공통점은 미국 최고의 명문 학교인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를 졸업했다는 점이다. 1781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여 하버드로부터 최고의 명문고로 인정받은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의 힘을 전하는 책이다. 인성을 토대로 세계를 리드하는 이 특별한 학교의 인재 교육은 한국 사회에 깊은 물음을 던진다. 이 책을 요약하면, 1. 지식이 없는 선함은 약하고, 선함이 없는 지식은 위험하다. 지식을 나누고 남을 배려하는 인성 엘리트가 되어라. 2. 질문은 있지만 정답은 없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토론하는 교실에서 협력 속에 지식을 쌓아라. 3. 자신을 매료시키는 것, 진정 원하는 것, 새로은 것에 열정적으로 파고들어 창의적 인재가 되어라. 4. 지성, 감성, 체력의 전 분야를 아루르는 전인적 인간이 되어라. 5. 대자연과 호흡하며 세계를 무대로 드넓은 꿈을 꾸어라. 철저한 하크네스 수업방법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의 학습법을 한마디로 말하면하크네스 수업방법이다. 교사와 학생 12명이 원탁으로 둘러앉아 학생들의 질문에 학생들이 스스로 답하는 토론수업이 모둔 교과에 적용된다. 학생이 주연이고 교사는 조연인 셈이다. 하크네스 테이블에서는 교사는 강의하지 않으며 학생들이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질문과 토론이 중심이 되므로 교사는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모르므로 늘 준비해야 한다. 교사도 모를 수 있다는 점이 인정되지만 최선의 자세는 아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주어진 주제를 가지고 스스로 미리 공부를 해오지 않으면 질문과 토론에 참여할 없으므로 철저히 대비한다. 요즈음 유행하는 거꾸로 수업과 닮은 점도 있다. 토론의 기본은 배려이며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존중과 협력의 태도로 공부하므로 인성 교육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 감성을 키우는 예술수업도 인성 교육에 이바지한다. 인성 교육의 중요성은 모두 알고 있다. 그 실천 방법을 함께 배우고 실천해 보고 싶다. 그 길은 철저한 준비와 기다림, 교육에 대한 열정과 학생의 가능성을 최대한 믿어주는 자세에 있음을 알게 해준 책이다.
지난 8월 ‘너희가 국회의원이냐’는 칼럼을 쓴 바 있다. 성폭행 구설에 오른 새누리당 심학봉 국회의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글이었다. 탈당과 제명 직전 의원직 사퇴 등으로 일단락되었다. 성폭행에 강제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는데, 최근 불법자금 혐의로 체포됐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로부터 4개월 만에 다시 공인(公人)이 맞나 의심스러운 국회의원들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미 금품수수나 뇌물 혐의 등으로 송광호⋅조현룡⋅김재윤 의원 등 몇 명이 대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국회의원직을 잃은 바 있다. 그런데도 또다시 여러 명이 입질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 여야를 가리지 않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 유형도 그야말로 가지가지이다. 먼저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은 고속도로 사업과 관련해 수용 예정지 땅 주민들로부터 수천만 원의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은 비서관으로부터 월급의 일부를 상납받아 사적인 용도로 썼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그야말로 벼룩이 간을 빼먹고 말지, 쓴웃음이 나는 ‘엽기적’ 혐의라 할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신기남 의원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졸업시험에 떨어진 아들을 구제하려고 학교 관계자를 만난 사실이 드러났다. 같은 당 윤후덕 의원은 딸의 취업을 청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역시 같은 당 노영민 의원은 자신의 시집을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카드단말기까지 설치해놓고 판매했다. 그중 압권은, 문인인 필자가 보기엔 역시 노영민 의원이다. ‘뉴스타파’가 처음 보도했고, 이후 한겨레 등 종이신문에 나온 후에도 노의원측은 “사실 관계 보도가 잘못됐다”며 당의 감사를 자청했다. 그런 보도 다음 날 신문은 노의원 사과와 산업통상자원위원장직 사퇴 소식을 전했다. 2012 대선때 문재인 후보 비서실장이었던 노의원의 그런 행보는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측근 인사로서 문재인 대표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뭐 그런 것 말이다. 여하튼 노의원은 당의 감사와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검찰 수사는 새누리당 정인봉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시민단체 사회정상화운동본부의 여신전문금융법 위반 혐의로 각각 고발된데 따른 것이다. 노의원은 “누구보다 철저해야 할 국회의원으로서 사려깊게 행동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며 상임위원장직을 사퇴했지만, 응당 그것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 노의원의 비정상적 시집 판매는 직위를 이용한 갑질이다. 국회의원들의 여러 비리중에서도 압권이라 말한 것은 전국의 많은 문인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을 안겨준 ‘대죄’이기 때문이다. 문인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참혹한 출판현실에서 온다. 극히 일부를 빼곤 자비 출판하는 그 현실 말이다. 문인들이 자비출판하는 것은 말할 나위 없이 내준다는 출판사가 없어서다. 자비출판의 경우 유통도 제한을 받는다. 그냥 내는데 만족하며 책은 증정 등으로 소진하기 일쑤이다. 무릇 국회의원이나 되려는 자들이 ‘책같지도 않은 책’으로 출판기념회를 열고, 한밑천 잡는 행태도 사실은 울화가 치밀 일인데의원사무실 판매라니…. 노의원이 어떻게 시인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행위는 전 문인을 모독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의 의원사무실에서 상임위 소관 기관에 수백만 원어치씩을 판매한 것은, 따라서 “사려깊게 행동하지 못한 점”이 아니다. 얼빠진 행동이다. ‘또라이짓’이 분명하다. 명색뿐인 국회의원들을 여럿 보아서 그런가. 그나마 정치에 있던 정마저 뚝 떨어져 나간다. 아마 많은 국민이 묻고 싶을 것이다. “소관 기관 판매분외에 일반인에게 판매한 책값 전액도 돌려주기로 했다”는데, 그런 일을 저지르고도 너희가 국회의원이냐고?
한국교총이 가칭 ‘교총개혁특별위원회’를 전격 구성, 가동한다. 현장 교원과의 상설 소통시스템인 특위를 통해 교총의 이념적, 정책적 지향점과 개혁과제를 정립, 실천함으로써 미래 교총 100년을 열어 나가자는 의미다. 안양옥 교총회장은 “제34‧35대 회장으로서 그간 살아 있는, 행동하는, 연구하는 교총을 만들기 위해 정말 많은 개혁들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미진한 부분이 있고 현장 교원들은 목마르다”며 “다시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교총 미래 100년을 여는 개혁 과제를 도출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힘 주어 말했다. 그간 교총은 교육본질 회복, 교총 개혁을 위해 적극적 행보를 보여왔다. 무엇보다 ‘인성교육’을 교총의 이념적 정체성으로 정립하기 위해 진력해왔다. 전교조의 참교육을 넘어서는 교육 본질을 추구하고 ‘전인교육’이라는 학교의 본래 기능을 되찾기(Back to the basics) 위해서다. 또한 ‘교원은 인성교육의 내용이자 방법’임을 강조함으로써 단순 지식전달자를 넘어 ‘지혜’를 전수하는 교원의 위상을 정립했다. 2012년 7월 24일, 전국 161개 교육‧시민‧사회단체의 뜻을 결집시켜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상임대표 안양옥)을 출범시킨 것은 우리 교육을 지식 위주에서 인성 중심으로 대전환하는 역사로 기록된다. 교총과 인실련은 인성 실천운동의 구심점, 산실로 서게 됐다. 2013년 11월 4일 ‘새교육개혁포럼’(교사 회원 7000여명)을 창립해 교원을 전문연구직으로 자리매김하고 수업‧교실 바탕의 현장 연구 개혁을 추진한 것도 의미가 크다. 특히 2015 개정교육과정 성안에 포럼이 5차례의 현장포럼을 주도함으로써 ‘교사가 만드는 첫 교육과정’의 역사를 썼다. 교권을 끝까지 보호하기 위해 ‘행동하는 교총’의 면모도 유감없이 발휘해 왔다. 퇴직교원과 시도교총, 한국교총이 연계해 즉각 출동하는 ‘교권119’(전국 119명), 교권 사건 등의 법률적 지원을 위해 전국적으로 연결하고 있는 ‘1학교1고문변호사’(2011년 302교에서 2015년 현재 1610교로 확대)가 그 예다. 날로 증가하는 학생‧학부모의 교권 침해에 대해 교총이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있다. 하지만 행동하는 교총의 절정은 역시 공무원연금법 개악 저지 활동에서 표출됐다. 연금상한제를 막고 직업공무원제의 근간을 지키며 교원의 특수성을 반영해 냈다. 이를 계기로 인사혁신처와의 협의창구를 마련했다는 점은 향후 교원의 처우‧인사정책 개선에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는 그간 반복되는 연금 정국에서 노조에 밀려났던 교총이 개혁을 주도함으로써 교원의 자긍심을 지키고 정치적 존재감을 부각시킨 의미가 크다. 교총은 또한 13개 시도에 들어선 좌파교육감에 맞서 이념‧실험주의, 포퓰리즘 정책을 타파하고 직선제의 폐해를 고발하며 제도 개혁을 추진해왔다. 학교를 정치장화 하는 현행 직선제로는 더 이상 교육의 미래가 없다는 판단 아래, 對국회 법률 개정 활동을 폄과 동시에 지난해 8월에는 교육감 직선제 헌법소원 청구를 제기했다. 이것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한 헌법 정신을 지키려는 의지이자, 정치 세력의 외압에서 교육을 바로 세우려는 교육자치 수호 활동이었다. 하지만 교총의 이런 이념적‧정책적 혁신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미진한 부분을 챙기고 보완할 점은 살펴서 새롭게 추진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 최근 일부 회원들이 제기하는 반론들은 그 ‘시그널’이다. 안 회장은 “인성교육, 직선제 등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 그것을 조화롭게 수렴하고 새로운 대안으로 도출하는 것이 교총의 과제”라며 “다시 아래로부터의 소통과 수렴을 통해 교총 미래 100년을 열 비전과 과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교총개혁특별위원회가 그 교두보다. 안 회장은 “말 그대로 현장과의 상설적 소통과 새로운 이념적, 정책적 비전을 정립할 협의체”라며 “조직인사는 물론 현장 교원과 공모 인사 등을 아울러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상설의 의미는 교총 사무국의 한계인 ‘현장성’을 채우기 위해서다. 특위는 우선 중앙 교총 단위에서 운영하고 추후 시도교총으로 확대를 유도할 계획이다. 중앙과 시도가 한 몸으로 비전과 정책을 공유하고 추진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직선교육감 시대, 지역적 현안과 대응과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위는 향후 교총이 지향해야 할 이념과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그간 추진한 정책들을 진단해 방향을 다시 설정함은 물론 교총의 100년 미래를 열 새로운 개혁과제를 도출하는 임무도 맡는다. 안양옥 회장은 “재선 기자회견에서 제2의 새교육개혁운동을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급변하는 교육 내외 환경에 대응하고 위기의 교총을 구해내기 위해서는 제3, 제4의 개혁운동이 지속적으로 전개돼야 한다”며 “그 추진 동력을 담보하려면 이념적, 정책적으로 한 마음이 돼야 하고, 현장과의 소통과 공감이 절대적인데 그 역할을 특위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8일 오전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고 초‧중‧고 전기료를 추가 할인해 주기로 결정했다. 학교운영비 부족으로 냉난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서다. 구체적인 내용은 학교에서 냉난방을 집중 가동하는 여름(7~8월)과 겨울(12~1월) 5개월 간 전기료를 15% 할인해 주기로 했다. 현재는 연중 4% 할인해 주던 것을 5개월로 압축해 할인율을 대폭 올리되 나머지 기가에는 일반 전기요금과 동일하게 부과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현재 전국 초‧중‧고가 연간 169억원을 할인받던 것이 앞으로는 연간 203억원, 그러니까 추가로 34억원을 아낄 수 있게 된다. 1만2000개 학교로 나누면 연간 28만원 정도 추가 할인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교총은 “교총의 줄기찬 인하 요구를 반영한 바람직한 결정”이라면서도 “교육의 공공성을 감안하면 산업용, 나아가 농업용 수준의 획기적 인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추가 34억원 할인은 총 전기료에 비하면 지극히 일부다. 최근 3년간 교육용 전기사용량은 평균 77억킬로와트, 사용요금만도 연 8800억원 규모다. 대학, 도서관, 박물관 등을 뺀 순수 초‧중‧고 전기료는 이 중 절반 정도, 약 45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초‧중‧고 1교당 연평균 4000만원에 해당한다. 교총이 2013년 벌인 실태조사에서 고교의 57.5%가 전기료로만 연 1억원을 넘게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총은 “진정한 복지는 무상급식, 교육이 아니라 쾌적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것”이라며 “정부와 교육청은 전기료 인하, 학교운영비 증액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2016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소위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이 현실과 동떨어진 문제점이 다분해 재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지난 2011년 국회를 통과하고도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나 시행이 연기 됐지만, 2년 동안 시간만 끌다 제대로 된 재개정 없이 시행을 목전에 두고 있다. ‘강사법’ 개정안은 대학 시간강사 처우 개선이라는 본래 법 취지와 목적과는 달리, 오히려 시간강사의 고용불안 가능성만 높다. 이 개정안은 내년부터 대학이 강사를 뽑으면 교원으로 인정하고 ‘최소 임용 1년 의무화’, ‘주당 9시간 강의 보장’, ‘대학평가 전임교원 확보율 포함’ 등을 골자로 한다. 겉으로는 시간 강사들의 처우 개선과 직업 안정성을 도모하는 것 같으나 실질적으로는 수많은 강사들을 실직자(失職者)로 내몰 우려가 농후하다. 현재 시간 강사들은 한 대학에서 한 두 강좌 3~6시간을 담당하며 학기 단위로 계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9시간 이상 담당하는 시간 강사들을 전임교원 확보율로 대학평가에 반영하면 대학들은 한 강사에게 강좌를 몰아주고 다른 강사들을 내몰려 할 것이다. 또 비전공의 비슷한 강좌를 통합해 한 강사에 맡길 것이 명약관화하다. 전공하지도 않은 비슷한 여러 강좌를 맡을 수밖에 없게 된다면 법의 구조적 모순이고 맹점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교육현장의 의견을 다시 수렴하고 재유예 후 보완입법, 법률 폐지와 재입법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대학평가에서 9시간 이상 담당 강사의 전임교원 확보율 포함 조항은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 당사자인 시간강사, 대학 측의 요구를 잘 듣고 면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다듬어야 할 것이다. 차제에 정부와 대학 측은 대학 시간강사에 대한 실질적인 임금 및 연구·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관련 예산 지원과 대학 재정 지원을 확대 등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지난 해 말 ‘인성교육진흥법’이 통과되고 금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정책들이 출발은 그럴 듯 했지만 알맹이가 없어 흐지부지 된 경우가 많았던 전례를 비춰볼 때 ‘인성교육’ 또한 하나의 잡무로 전락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침 교육부가 ‘인성교육 5개년 종합계획’을 마련한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춰보면 책에 밑줄 치고 몇 편의 영상물을 시청하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인성’과 ‘교육’이란 말에는 준엄한 의미의 질량이 있다. 다시 말하면, 인성이 망가진 시점에서 인성을 바로잡는다는 건 사후약방문식의 처방이며, 일을 추진하겠다면 치밀한 설계와 공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우리 국민의 전반적인 의식과 문화적 풍토가 객토 되지 않는 한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정서는 이미 메말랐고 아이나 부모조차 물질적 좀비가 되어 타락의 단맛을 보았기 때문이다. 인성을 논하기 전에 가정에서의 윤리 회복부터 이뤄져야 한다. 부모부터 속물적인 욕망을 우회해 아름다운 가치로 헌신적 삶을 살아야 한다. 학교에서는 또 그런 가정에서 자란 아이를 세밀한 공정으로 다듬고 결 고운 인격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여건에서 교육부와 교육감의 인성 정책이 배경을 잘 쳐야 한다. 교육감은 교사가 인성교육의 주체가 되도록 예산과 자율적 권한을 충분히 제공해야 하며 평가에 의한 통계자료로 데이터만 독촉하지 말아야 한다.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꽃 피우도록 시비(施肥)하며 기다리라는 것이다. 아울러 타락한 문화적 환경 정비도 필요하다. 청소년을 숙주로 해 성장하는 쾌락산업들을 관련기관의 협조 하에 규제하고 선정적 광고, 미디어, 약물 등 불순한 아이템이나 잘못된 가치관을 바로잡아 타락한 콘텐츠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면 된다. 정치권을 비롯해 학교, 가정, 사회 등 범사회적 운동으로 줄기차게 이어져야 그나마 일말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초겨울로 들어섰다. 두꺼운 옷에다 마스크까지 써야 찬바람을 견뎌낼 수 있다. 선생님들에게는 가장 힘든 시기가 아닌가 싶다. 학생들도 방학을 앞두고 마음이 안정돼 있지 않다. 수업에 관심이 없고 마음은 콩밭에 가있다. 하지만 선생님들께서는 방학 때까지 잘 참으며 지혜롭게 학생들을 지도해야 될 것 같다. 수업 향한 ‘처음 그 마음’ 돌아봐 이럴 때일수록 초심이 중요하다. 마침 한국교육신문에서 ‘왕초보 교대 예비교사들, 꿈꾸는 수업을 풀어내다’는 제하의 기사를 읽었다. 교총 등이 주최한 제5회 좋은 수업 탐구대회였다. 예비교사들의 꿈꾸는 수업이 곧 현실로 다가올 것으로 믿고 미래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한 열정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모든 선생님들이 처음 교단에 섰을 때에는 이런 예비교사들처럼 수업에 대한 탐구를 많이 했을 것이다. 아주 펄펄 끓었을 것이다. 이제는 혹시 식지는 않았나, 미지근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어떻게 하면 좋은 수업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도전에 대한 부분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수업에 만족해 안일한 자세로 임하면 발전할 수 없다. 예비교사들처럼 연구하고 또 연구하고 다양한 수업방법으로 현재의 수업을 한 단계 더 높여갈 수 있게 ‘처음 그 마음’을 다시들 찾아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학협의회를 통한 자신의 준비과정에 대해서도 새삼 일깨우게 된다. 일선 선생님들은 초심을 잃고 수업에 대한 준비나 수업연구, 장학협의회 등을 소홀히 할 수가 있다. 예비교사들의 열정을 배워야 하겠다. 이런 선생님들이 처음 현장에 서면 얼마나 수업을 열정적으로 잘하겠는가? 이런 선생님이 많으면 학교는 미래가 있고 생기가 돈다. 예비교사들이 다양한 수업방법을 보여준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특히 10개 교과마다 4명씩 같은 단원·다른 수업을 진행해 많은 선생님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심어주는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말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 동떨어진 실험주의는 경계를 그러나 자칫 수업이 실험으로 흐를 수 있는 문제는 경계해야 한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실험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학생들에게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업은 검증된 것이어야 한다. 현장의 선생님들은 교실에서 학생들과 직접 수업을 하면서 수업에 대한 문제점을 발견하고 그것으로 어떻게 바꾸어나가야 할 것인가 하는 실질적인 수업연구가 되는 반면, 예비교사들은 수업에 대한 아무런 경험도 없이 꿈과 상상만 가지고 수업을 하기 때문에 현장학습과 동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부분은 철저하게 보완해야 한다. 실제 수업을 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 현장 선생님들의 수업을 더 많이, 더 자주 참관하고 연구하는 것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현장 수업에 대한 이해 없이, 현장 수업에 대한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 자기의 생각과 상상만으로 수업을 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수업을 하고 나서 장학협의회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예비교사들은 경험이 없는 것이 흠이고, 대학교수님들은 이론에는 박식하지만 현장수업에 대한 경험이 없어 또한 흠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현장 선생님의 경험을 많이 듣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장학협의회가 될 것이다.
자유학기제가 내년 전면 도입된다. 지난 2년 반 동안 어떤 형태로든 단 한 번도 자유학기제를 운영하지 않았던 학교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여기저기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 학교는 그나마 지난 2년간 먼저 경험한 터이지만 학력 저하 우려는 여전하다. 학부모 연수와 홍보에서 자유학기제 이전보다 더 많은 공부를 시키고 있다고 항변했지만 학부모들은 학력 저하를 확신하는 분위기다. 학부모들의 학력저하 우려 가장 커 공부를 더 많이 시킨다는 구체적 자료까지 제시했지만 도대체 공부하는 꼴을 보지 못한다면서 학력저하가 확실하다고 굳게 믿는다. 주범이 시험 횟수의 대폭 감소라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자유학기제가 학부모들로부터 불신 받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다. 실제로 학력저하가 있고 없고의 문제보다는 이런 불신을 확신으로 바꿀 방안이 절실하다. 자유학기제는 중간, 기말고사 등의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토론과 실습 등 직접 참여하는 수업을 받고 학생들이 꿈과 끼를 찾도록 하자는 근본 취지다. 그러나 막상 시행해 보니 꿈과 끼를 키우기는커녕 가졌던 꿈마저도 짓밟는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진로체험을 해봤자 잠시 방문해 견학으로 끝나기 때문에 진로탐색은 고사하고 놀다 온다는 인식만 팽배해졌다. 실제로 학교마다 진로체험활동에 매달리는 사이 다양한 수업방법 도입, 예체능활동 활성화, 맞춤형 평가방법 도입 등 주문이 만만치 않게 쏟아졌다. 주문을 따르기 위해 교사들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교육과정 재구성, 평가방법의 다양화 등이 현실의 벽에 막히기도 했다. 학생들도 이런 다양한 활동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2년 차가 되면서 의욕은 살리되, 학생 눈높이에 맞는 교육의 필요성을 선결과제로 삼아 흩어져 있던 다양한 활동을 정리하고 학생중심으로 운영의 방향을 틀었다. 진로활동, 수업방법개선, 평가방법의 다양화, 예체능활동 강화, 주제학습의 다양화 등을 통해 자유학기제를 활성화하되, 학생들이 원하고 교육적 효과도 높은 활동을 강화했다. 흥미 없는 활동에서 흥미 있는 활동 중심으로 재구성하되, 자유학기제의 취지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학교에서의 활동을 학부모들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소규모진로체험활동, 주제학습활동(선택프로그램) 지원 등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까지 끌어 올렸다. 향후 과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서서히 본 궤도에 오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인프라 구축, 예산 지원 지속해야 경험에 비춰볼 때, 자유학기제가 정착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몇 가지 있다. 우선 지역사회 인프라구축과 국가적인 관심이다. 자유학기와 연계할 수 있는 지역사회 인프라구축을 위해 학생들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학부모들의 최대관심사가 시험인 만큼 평가방법을 다양화 하되, 그 결과를 쉽게 이해하게 기록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가령 학생부에 서술식으로 기재되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좀 더 영역을 세분화해 명확히 표현하는 것이다. 그래야 부족한 부분과 우수한 부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물론 교사들이 쉽게 기록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도 필요하다. 자칫 업무만 가중시키지 않기 위해서다. 방과 후 학교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학력저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방안이다. 끝으로 자유학기제가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는 최소한의 예산지원이 필요하고, 상급 교육행정기관의 간섭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학교마다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최대한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 모든 학교가 똑같은 교육과정과 똑같은 활동을 반복한다면 자유학기제의 근본취지가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희원아,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지난 여름 영국 방문 경험을 통하여 알게 되었지? 너에게는 정말 이 지구촌을 뫂으로 느낀 좋은 배움의 기회가 되었으리라 믿는다. 네가 아는 한 학생도 초등학교 2~3학년 때 일 년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홈스테이를 했다. 역사학자의 집이었는데, 그때 보고 누렸던 것들이 아직도 생생하다는 것이다. 고대 유물부터 아프리카에서 온 각종 오브제들이 가득했었다니..... 그곳에서 세계의 문화를 간접 체험하고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넓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외국 사람들의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서 글로벌 애티튜드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그녀 기억에 가장 남아 있는 도시는 이탈리아다. “길을 가는 사람들이 눈을 마주칠 때마다 어찌나 밝게 웃어주는지, 서울 사람들과는 달라서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그런 사소한 풍경들이 문화적인 충격으로 다가왔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됐어요.” 다양한 도시를 오가면서 무엇보다 ‘한국 중심의 사고방식’이 마냥 옳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외국을 가보면 수도가 아니어도 멋있고 매력적인 도시가 무척 많다. 그 도시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인생을 길게 본다면 한국에서만 아등바등하면서 사는 것보다 나만의 성공 기준을 세우고 행복한 삶을 위한 요소를 채워가면서 사는 것도 나름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학생은 어릴 때부터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했다. 힘이 드는 일인데도 내가 하겠다면서 몸을 사리지 않는 편이다. 또 자연을 좋아해서 벌레, 동물들을 집에 들여놓기 일쑤였고,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며 물이나 전기 등을 아껴 쓰는 습관도 스스로 들였다. 아이의 이런 성향을 잘 알고 있었기에 부모는 이 학생이 항해사가 되고 싶다는 말을 했을 때 그리 놀라지 않았다. 여자가 하기에는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는 성격에, 자연과 관련된 일을 좋아하는 아이와 잘 맞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해사가 되기 위한 학과를 입학하려면 높은 점수를 받아야 했는데, 아직은 성적이 부족하다. 이에 부모님은 딸의 성격과 관심사에 잘 맞을 만한 것이 무엇일까를 함께 고민했고, 주변 사람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앞으로 대학을 선택할 때 사람들이 만들어낸 편견으로, 대학의 이름만으로 평가하지 않도록 아이만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선택에 후회가 없게 되고 학교생활도 재미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 대학을 가는 것이지, 남들이 좋다는 대학을 가는 것을 꿈으로 두면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꿈을 이뤄가는 과정의 진정성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의사, 변호사, 소방관 등 타이틀만 보고 그 직업을 목표로 하기 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어떤 직업에 해당하는지를 보고 그 일을 하기 위해 '지금 해야 할 것'을 찾아가는 게 진짜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 외국어도 집중하여 스스로 배우고 한자도 잘 배워두면 너만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좋을 것 같다. 남은 중학교 생활이 즐겁고 좋은 친구를 사귀는 좋은 경험으로 가득하길 바란다. 일본 문화 수업을 통하여 너와 만난 기억도 오래 간직하고 싶다.
우리나라 대학가의 오랜 관행인 남의 책에 자기 이름 달아 출판하는 관행이 철퇴를 맞게 됐다. 전국 대학에 만연한 교수들의 일명 '표지갈이' 실체가 밝혀지게 됐다. 이 같은 저작권 부정과 비리는 그동안 일부 소문으로만 무성했는데 이번에 검찰 수사로 30여 년 만에 실체가 드러났다. 전공 도서 표지갈이로 양심을 팔아넘긴 학계의 수십 년 묵은 검은 관행이 민낯을 드러냈다. 앞으로 검찰은 이번 수사 결과를 토대로 '연구부정행위 전담 수사팀'을 편성, 운용할 방침이어서 더 많은 부정 비리가 밝혀질 전망이다. 대학가의 출판 용어인 표지갈이는 남의 책 표지만 바꿔 자신의 저서로 출간하는 것이다. 이같은 저작권 침해는 지난 1980년대부터 이어져 온 원 저자, 표지갈이 저자(허위 저자), 출판업계의 검은 거래에 의한 관행이다. 더러는 출판사에게 약점을 잡힌 교수들이 마지못해 지속적으로 표지갈이에 가담한 정황도 엿보인다. 실제로 표지갈이 허위 저자는 연구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서, 우너저자는 추가적 인세 수입을 위해서, 출판사는 재고 도서 처리를 위해서 부정을 담합한 것이다. 최근 검찰은 전국 110개 국·공·사립대 교수 179명 기소했다. 즉 저작권법 위반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대학교수 182명을 적발해 74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105명을 약식 기소했다. 3명은 국외연수 중이어서 기소중지했다. 기소된 교수 179명 가운데 표지갈이 수법으로 책을 낸 교수(허위저자)가 159명, 이를 눈감아준 교수(원저자)가 25명이다. 이번에 적발된 교수가 소속된 대학은 110곳에 달하며 국·공립대와 사립대를 망라했다. 이번 수사로 국·공립대 소속 교수 44명, 사립대 전·현직 교수 138명이 적발됐다. 이 중에는 세계 인명사전에 등재됐던 명문 대학 교수도 포함돼 충격을 주고 있다. 공소 시효가 남아 있는 최근 5년 간의 부정이 이 정도인데, 30여년 간의부정 비리를 추산하면 어마어마할 것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지역 13명을 비롯하여 대전·충청지역 대학 교수가 36명으로 가장 많고 인천·경기와 광주·전라 각 33명, 대구·경북 24명, 강원 23명, 부산·경남 19명, 제주 1명 등으로 전국적으로 망라됐다. 그만큼 이 표지갈이 부정 비리가 광범위하고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검찰은 또 이들과 짜고 책을 낸 4개 출판사 임직원 5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표지갈이 허위 저자 소속 해당 대학과 출판사를 압수수색해 표지갈이 수법으로 출간된 서적 38권을 적발했다. 건축, 토목, 소방, 환경, 기계공학, 화학 등 대부분 이공계열 전공서적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대학가에 표지갈이 수법이 1980년대 등장한 것으로 음성적으로 알려졌지만 그동안 적발되지 않은 데는 원저자와 허위저자, 출판사가 이해관계로 담합했다는 점 외에 이들 책이 대부분 이공계 전문서적이란 점도 무관치 않다. 구매자와 독자가 한정적이라는 점을 이용한 부정 행위다. 이들 이공계 전문서적은 강의를 맡은 교수가 직접 추천하고, 학과에서 채택하는 등 폐쇄적으로 선택되기 때문에 책 표지만 바꿔도 같은 책인지 알아보기 어렵다. 이공계열 대학생들은 교수가 강의 교재로 선택한 전공 서적 외에 비슷한 계열의 다른 학과 전공 서적을 굳이 살 이유가 없어 책 내용을 비교하기가 어려운 맹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이공계 서적은 인문사회과학 서적과 달리 일반 독자들에게 판매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대학과 학과 채택 등 대학 구내서점 위주로 소량 판매되고, 출판사는 표지갈이 서적이라는 점을 숨기려고 표지디자인이나 책제목을 일부 변경하는 수법을 써서 그간 적발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문계열 도서는 비전공자나 일반인도 구독하기 때문에 표지갈이 수법으로 출간하면 금세 밝혀질 수 밖에 없다. 표지갈이가 이공계 중심으로 지하 유통으로 번성한 이유다. 이번에 적발된 교수 명단은 해당 대학에 통보될 예정이어서 내년 신학기를 앞두고 대학가에 후폭풍이 예상된다. 각 대학이 사회 문제화된 논문 표절을 근절하기 위해 엄단 방침을 세운데다 교육부까지 수사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당 교수들은 벌금 300만원 이상의 선고를 받으면 재임용 대상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더라도 가짜 책으로 확인된 연구 성과는 무효가 되므로 실적 미달로 퇴출당할 수 있다. 저자가 수시로 바뀐 서적들이 강의교재로 채택되고 연구실적으로 제출됐는데도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각 대학의 연구부정행위 검증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교육부는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부정 논란 이후 연구부정행위를 방지하고 연구윤리를 확보하겠다며 2008년 7월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을 마련했으며, 각 대학은 자체 연구윤리지침, 연구부정행위조사위원회를 설치한 바 있다. 모든 연구학회의 논문 수록도 연구 윤리 준수와 연구 부정을 철저히 검증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대학에서 교수들이 학적 양심을 팔고 이와 같은 저서 표지갈이를 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처사다. 물론 허위 저자(표지갈이)-출판사-원저자 등 이들 3자 간의 이해관계에 의한 담합이 표지갈이라는 범죄행각을 만들어낸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우리 대학과 학계의 뿌리 깊은 잘못된 관행에서 연유한 것이 아닌지 숙고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에 표지갈이로 적발된 교수가 182명, 소속 대학이 110개교라는 사실은 참으로 충격적이다. 검찰이 '연구부정행위 전담수사팀'을 편성하여 수사를 확대하면 더욱 더 부정 비리가 밝혀질 개연성이 높다. 물론 해당 교수들은 이공계 학과, 대학의 오랜 관행이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잘못된 관행이 부정 비리를 옹호해주지는 않는다. 더구난 진리의 상아탑인 대학은 진리, 정의, 성실 등을 지표로 지향한다. 이와 같은 대학가의 표지갈이 연구 부정 비리, 출판 부패는 대학이 스스로 사회를 정화시키는 체제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기에 안타깝다. 앞으로 더욱 대학이 연구와 학문 탐구의 중심으로서 더욱 자정(自淨)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대학 교수와 학자들은 사회 지도층, 교육계 리더로서 높은 도덕적 청렴성과 윤리성요구받는 자리이다. 따라서 일거수일투족인 제자들과 사회 일반 사람들에게 귀감이 돼야 한다.표지갈이는 표절보다도 더 나쁜 연구 부정 행위다. 이번 표지갈이 부정 비리는 만시지탄이지만, 언젠가는 한 번 털고 가야 할 일이었다. 우리 사회와 대학이 더욱 맑고 깨끗해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여정인 것이다. 따라서 어렵기는 하지만, 이번 기회에 우리 대학의 곪아 터진 연구 비리와 부정을 근절, 척결하는 계기이자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을 우리는 너무 관대하고도 무감각하게 대해 왔는지를 자각해야 한다. 가장 맑고 깨끗해야 할 대학과 교수가 이처럼 부정, 비리에 무감각하게 된 우리 사회의 사회적 일탈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성찰해야 한다. 이 시대 국민들은 학문과 연구에 충실한 학자다운 교수, 스승다운 스승으로서의 양심있는 교수를 희구하고 있다. 특히 '남이 하니까, 해 온 관행이니까'와 같은 음성적 비리가 정당화될 수는 없는 것이다. 진리의 전당인 대학에서 양심을 파는 교수가 버젓이 고개를 들고 근무하는 그릇된 우리나라 대학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우리 모든 자성과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러려면 검찰은 '연구부정행위 전담수사팀'을 가동하여 더욱 더 명명백백하게 밝혀서 일벌백계를 해야 하고, 대학 측과 교수들은 껍질이 깨지는 아픔으로 이와 같은 비리를 스스로 걸러내려는 자정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죄질이 나쁜 교수들은 퇴출도 고려해야 한다. 학ㅁ누적 사기 행위를 일삼는 교수들에게 학생 교육을 맡길 수는 없는 것이다. 이번 검찰의 수사 발표가 우리나라 대학과 학계의 연구와 학문 탐구의 기둥과 주춧돌을 튼튼하게 재점검하고 새로 세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대학 구조 조정의 빈 틈을 교묘하게 악용하는 저질 교수들은 타의보다 자의에 의해 교단에서 떠나야 대학이 자정이 될 것이다.
오늘 아침 온도가 영하 1도다. 이제 참다운 겨울이 접어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옷은 점점 두터워지고 겹겹이 입게 된다. 몸이 둔해도 추운 것보다 따뜻한 게 낫다. 감기 들면 오히려 학생들에게 더 많은 손해를 입히기에 선생님들의 건강이 곧 학생들에게 유익이 된다. 오늘 아침에 “점수따기, 억지로 듣기 ‘애물단지’…결국 교육감 의지에 달려”라는 기사를 읽었다. ‘부실연수 개선 언제쯤, 강의·집합 중심 여전…‘책임량 이수’ 목적 변질, 성과급 등 점수 따기用…교원 25% “난 안 받아” 연수 예산 매년 들쭉날쭉..내년 본예산도 기대 난망. 수업 정상화를 위해 ‘제자리연수’, ‘부실연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구구절절이 옳은 말씀이다. 연수가 선생님들에게 유익이 되어야지, 유익은커녕 오히려 독이 되고 있으니 해결해야 될 현안문제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연수는 있어야 한다. 자기 발전을 위해서다. 자기 연찬이 없이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 아무리 바빠도 연수는 자기 나름대로 받아야 한다. 연수는 역류하는 배와 같다. 역류하는 배는 힘이 든다. 열심히 노를 저어야 앞으로 나아간다. 가만히 있으면 제자리걸음이 아니라 후퇴다. 그러기에 연수라는 자체를 거부해서도 안 되고 거부감이 들어서도 안 된다. 문제는 연수의 운영방법과 연수의 질이다. 선생님이 듣고 싫은 것도 의무적으로, 강제적으로 연수를 받아라고 하면 안 된다. 그것은 시간낭비가 되고 만다. 그것도 평일이 아닌 금(金)같은 토요일에 연수를 받아라고 하면 더더욱 안 된다. 서울에서 근무하고 계시는 한 선생님은 토요일 온 식구가 모여서 김장을 하려고 날을 잡아놓았는데 이날따라 전 교직원의 연수를 받으라는 날이란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참석을 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할 수 없이 남편을 비롯한 나머지 식구들이 김장을 했다고 한다. 이런 식이 되면 안 된다. 얼마나 급한 연수이길래 토요일에 날을 잡아 연수를 시켰을까? 얼마 있지 않아 방학이 다가오는데 이 때 연수일정을 잡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왜 하필이면 일주일에 한 번 있는 토요일을 온통 빼앗아 가버리는지? 이러면 선생님들은 연수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 연수를 위한 몇 시간 이수하면 승진점수를 준다, 성과금에 반영한다는 식으로 연수를 참여시키려고 하는 발상은 이제 버려야 할 때다. 전근대적인 발상이다.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승진점수니, 성과금이니 해서 선생님의 발목을 잡으려고 하는가? 이것 또한 선생님들에게 연수의 동기유발책이 아니라 거부감을 부채질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연수 내용 또한 그렇다. 선생님마다 듣고 싶어하는 연수가 있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옛날 방식 그대로 일괄연수는 크게 도움이 안 된다. 맞춤형 연수가 되어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 내년에도 17개 시도에서는 각종 연수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선생님들에게 연수를 받도록 할 것이라 예상된다. 제자리연수니, 부실연수니 하는 목소리가 일선에서 나오지 않도록 전 선생님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추진해야 보다 나은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연수는 어느 선생님도 제외될 수는 없다. 어떤 변명을 늘어놓아도 연수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안 된다. 반드시 연수는 계속 되어야 하고 자기 연찬을 위한 꾸준한 노력은 계속 되어야 한다.
효돈천의 아름다운 풍경‘제주도’와 ‘관광’ 이 두 단어의 공통점은 바로 신비감이다. 조선시대에는 임금의 얼굴을 보는 것을 ‘觀光’이라 했다. 즉 임금의 얼굴을 보는 것은 빛을 보는 것처럼 신비로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제주 또한 억만년의 역사를 간직했으며 난대림과 상록활엽수가 우거져 있고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각종 기암괴석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한 신비감에 빠져들게 한다. 때문에 해마다 연휴가 되면 2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제주도에 다녀갈 정도라고 하니 제주도는 분명 우리에겐 신비의 섬이자 축복의 엘도라도인 셈이다. 10월의 넷째 금요일. 나는 우리 아파트 승강기 안에 붙어 있던 제주효도관광여행단 모집신청서에 기꺼이 서명을 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일정 경비를 지원해주고 또 단지 내 여러 상가들에서 조금씩 찬조를 해준 덕분에 우리는 경로당 어르신들을 모시고 비교적 싼 가격에 제주생태관광길에 오를 수 있었다. 우리 여행단이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해안에 위치한 성산일출봉이었고, 그 다음이 서귀포 효돈천이었다. 효돈천은 우선 천천히 걷기에도 좋고 제주의 살아있는 자연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어 일거양득이었다. 더구나 효돈천은 얼마 전 환경부에서 국가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고시하였고, 또 2002년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도 선정되었기에 꼭 한번은 걸어보아야 할 귀중한 곳이었다. 특히 이곳은 하례1리 주민들이 직접 트레킹 프로그램을 짜서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어 누구든 편리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하지만 효돈천은 아직 일반인에게는 널리 알려진 곳이 아니어서 주로 가족단위로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이 알음알음 찾는 곳이다. 우리 여행단이 도착한 날은 마침 단체관광객들이 많아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젊은 연인끼리 다정한 부부끼리 또 우리처럼 단체관광객들이 효돈천을 걸으며 추억과 낭만을 쌓고 있었다. 문득 어느 신문기사의 제목이 떠올랐다. ‘제주 둘레길에서 느림의 미학을 즐기다’ 이 신문의 제목처럼 제주도 효돈천은 인위적으로 만든 관광지가 아니라 옛길을 찾고 마을과 마을을 잇던 길을 다시 연결한 철저히 자연친화적인 곳이었다. 그러기에 돌멩이 하나, 풀잎 한 포기에도 절절한 사연이 깃들어 있고 마을 주민들의 웃음과 눈물이 서려 있었다. 효돈천 천변 자락의 주민들과 만나다 아름다운 효돈천에서 만난 할망과 하르방들의 환한 얼굴 이면에는 의외로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있었다. 제주 4·3사건과 그 와중에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벽장 속에 숨어 공포에 떨어야했던 어린 소년과 남편을 잃었던 젊은 새색시의 눈물이 묻어 있고, 동네 처녀 춘자의 웃음과 동네 총각 상철이의 달리기, 만철이의 삼각관계가 한 순간에 멈추던 날의 기억들과, 아이를 낳지 못해 남편의 방에 씨받이를 들여보내 놓고 밤마다 숨죽여 울던 제주아낙의 한숨도 묻어 있었다. 이처럼 천변길을 걷다보면 많은 사람과 사연들을 만날 수 있어 마치 이야기책 속을 걷는 느낌이었다.아름다운 제주 효돈천길. 바람이 불어도, 햇살이 따가워도 나는 아내의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마음이 내키는 대로 발길이 가는대로 우리 부부는 그렇게 천변길을 조용히 음미하며 걸었다. 제주는 사시사철 아름답지 않은 계절이 없건만, 특히 가을 추수를 앞두고 있는 제주는 참으로 장관이었다. 때문에 해마다 가을에는 바쁜 일손을 놓고 가을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일부러 제주도를 찾는 것이리라.효돈천으로 들어가는 마을입구효돈천은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모두가 그림이고 저마다의 의미를 간직하고 있지만, 오랜 여행 탓에 다 볼 수는 없어 그나마 힘이 조금 덜 드는 효돈천 산책로 470미터를 통과해보기로 했다. 걸서악에서 출발한 우리 일행은 웃소를 거쳐 남내소를 지나 망장포와 예촌망, 우금포를 구경하고 최종적으로 쇠소깍에 집결하기로 약속을 정했다. 걸서악을 출발하여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그대로의 길을 따라서 얼마쯤 내려가자 곧이어 바닥이 훤히 보일정도의 맑은 물이 나왔다. 손으로 물을 한 움큼 쥐어 마셔보았다. 찌르르 내장까지 냉동시키는 차가운 맛에 화들짝 놀랐다. 마치 천연사이다가 있다면 이런 맛이 아닐까 할 정도로 물맛이 좋았다. 예로부터 하례리 주민들은 아무리 가물어도 물 걱정 없이 지냈다고 했다. 바로 지근거리에 이처럼 맑은 효돈천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육지는 가뭄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는데 이렇게 맑고 깨끗한 물이 일 년 내내 마르지 않는다니 부러웠다. 아주 먼 옛날에 천상의 선녀가 하강하여 이곳 효돈천에서 목욕을 했다는 전설이 사실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효돈천 옆 울타리엔 요즘은 보기 어려운 탱자나무가 둘러져 있어 오가는 길손을 반기고 있었다. 아마도 탱자나무의 역할은 효돈천을 오염시키려는 사악한 것들을 경계하려는 벽사의 의미가 강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탱자나무를 감상한 뒤 한참을 내려가니 고사리를 비롯한 양치식물들이 마치 어서 오라는 듯 손짓을 하고 있었다. 잠시 쉬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계속해서 길을 걷는다. 천변을 따라 걷다보니 넓은 숲길이 나오고 중간 중간 마을로 내려갈 수 있는 소로도 나타났다. 효도천은 이렇듯이 고립되어 있지 않고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소통의 역할도 겸하고 있었다.천 효돈천 남내소의 아름다운 물줄기잠깐 동안 길을 헤매다 숲속을 지키고 있는 주목을 만났다. 수령이 몇 백 년은 족히 되었을 텐데 아직까지 베어지지 않은 게 신기했다. 나무꾼도 이 주목나무를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무꾼은 주목을 베려다 다음과 같은 노래 한 구절이 떠올라 포기했을 것이다.오동나무를 베자하니 순(舜)임금의 오현금(五弦琴)이라. 살구나무를 베자하니 공부자(공자)의 강단(講壇)이라. 소나무가 좋다마는 진시황(秦始皇)의 오대부, 잣나무가 좋다마는 한고조(유방) 덮은 그늘이라. 결국 나무들의 쓸모가 너무 많아 베지 못하고 땅바닥에 털퍼덕 주저앉아 담배를 피워 물고 주목을 살려주었을 것이다. 나무들 가득한 울울창창한 숲길을 빠져나가자 얼마 전 모 방송사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도 소개된 곳이라는 안내 표지판이 보였다. 휴대폰을 꺼내 검색을 해보니 사실이었다. 특히 제주도 방언을 사용한 인터뷰 내용이라서 더욱 실감이 났다. "효돈천에서 혹시 목욕했던 곳은 따로 이수과?" "목욕했던 곳은 먹는 물 바로 거기서 150미터 정도 위로 올라가다보면 커다란 물통이 이서" "거기서 물이 솟아나는 거에요?" "아니 솟아나는 건 아니고 비가 내려서 내가 치면 그 물이 한참 오랫동안 고여 이서" "목욕했던 데는 지명이 이수과?" "응" “삼춘 그럼 얘기는 여기까지 다 끝났구얘. 이제 개인적으로 물어볼게 있는데 여기 어른와가지고 설쳠신디 막 옛날얘기들 물어봤잖아예. 근데 막 생각 안남쪄 안남쪄 해도 계속 캐묻고 영하난 어떵하우꽈" "난 막좋다 옛날 것도 기억나고 살아난 거 생각나도 막 좋다" "기특하우꽈" "잘햄쪄" 휴대폰으로 인터뷰 내용을 읽다보니 어느새 제주의 석양이 구름에 묻힌다. 제주의 석양은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았다. 이곳에 오면 오직 애잔한 사랑과 행복만이 있을 뿐이란 듯, 석양은 제주의 바다와 어선과 바람과 갈매기를 친구삼아 황홀한 탱고를 추었다. 때론 해발 180미터의 평평한 능선에서 춤을 추기도 하고 자그락 자그락 조개껍질이 부서지는 넓은 갯벌에서 스텝을 밟기도 했다. 아, 그대 이름은 황홀한 제주로구나 우리 부부는 다시 걷던 길을 재촉했다. 늦가을, 건강한 몸으로 이 길에 서서 환하게 웃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 형언할 수 없는 행복감이 온몸을 타고 흐른다. 이래서 사람들은 앞 다투어 제주를 찾는 것이리라. 하례리 중간마을을 지나니 가을 추수를 앞둔 들판이 눈앞에 펼쳐졌다. 제주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정경은 딱 10월 한 달 정도만 볼 수 있는 축복이라고 한다. 어느 날 땅 주인이 추수를 해버리면 이토록 풍요로운 들판도 쓸쓸한 늦가을 정경으로 급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 길의 백미(白眉)는 중간마을을 가기 전 만나는 꼬불꼬불한 논둑길을 걷는 것이었다. 오랜 세월 인고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이 길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졌다. 들판마다 가득 찬 황금물결의 풍요로움은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고 넉넉함이 묻어났다. 그래서 가을날 제주의 둘레길을 걸을 때에는 무척 조심해야한다. 왜냐하면 아름다운 경치에 눈이 멀고 목덜미를 스치는 바람에 감각이 멎고 제주의 따뜻한 인심에 심장이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효돈천 가는 길에 만난 제주인심만큼이나 아름다운 하례마을. 하나하나 쌓아올린 돌담들에서 멀리 보이는 한라산까지 보이는 것마다 절경이로세. (필자의 졸작 시 중에서) 멀리 사신(蛇身)처럼 굽이진 남내소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보고 긴 숨을 들이마신다. 그리고 다시 쉬엄쉬엄 길을 오른다. 이제 나타날 소(沼)가 남내소이다. 남내소는 효돈동과 하례리를 따라 바다로 향하는 효돈천 중간에 위치한 물웅덩이를 말한다. 남내소는 고개물, 댁물, 산이물보다 수량이 풍부하고 규모가 훨씬 큰 웅덩이로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더불어 남내소에는 다음과 같은 슬픈 전설이 서려 있다고 했다. 효돈천에 고귀한 양반집이 있었다. 그 집에는 양반의 딸과 머슴의 아들이 함께 살았다. 어린 시절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워낙 신분의 차이가 크다보니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양반집 딸은 혼기가 차자 부모님의 강요로 시집을 갔다. 사랑하는 여자가 시집을 가는 날 머슴은 남내소에 뛰어들어 그만 자살을 하고 만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몇 날 며칠이 지나도 머슴의 시신은 물 밖으로 떠오르지 않았다. 그 소문을 들은 양반의 딸은 남내소에 와서 머슴의 이름을 간절히 불렀다. 그렇게 하길 백 일째 되는 날, 드디어 머슴의 시체가 떠올랐는데 시신이 전혀 썩어있지 않았다고 한다. 그걸 본 양반집 딸도 남내소에 몸을 던져 죽고 말았다는 슬픈 전설이다. 그러고 보니 남내소 주변의 삐죽삐죽 솟은 바위들이 언뜻 보니 하얀 소복을 입은 여인처럼 보여 흥미로웠다. 남내소 밑으로는 긴소, 웃소, 알소가 이어지는데 모두가 하나같이 비경들이다. 이런 연못에 슬픈 전설 하나가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노란 감귤이 주렁주렁, 감귤체험의 감동과 재미길을 걷고 또 걷는다. 한 마리의 고추잠자리가 나를 자연 상태의 나무로 착각했는지 모자에 앉았다. 나는 고추잠자리를 머리에 이고 제주의 바람과 억새와 뭉게구름을 침구 삼아 함께 걷는다. 내가 자연이고 자연이 나인 것처럼 물아일체의 완벽한 경지에 빠져든다. 얼마를 걷다보니 저 멀리로 감귤체험농장이란 흰색 팻말이 나타났다. 제주에서 감귤농장치고는 역사가 가장 오래된 곳이란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감귤을 채취하고 있었다. 이곳 농장에서는 누구든 사전에 미리 신청만 하면 감귤체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직접 딴 싱싱한 감귤을 한 입 베어 물자 알싸한 향기와 함께 시크름한 단맛이 입안에 번졌다. 싱싱해서 그런지 감귤 맛이 육지보다 유난히 좋았다. 망장포 언덕에 서서 왔던 길을 반추해보았다. 자연의 숨겨진 보물들이 하나둘 그 진귀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제주는 돌덩이 하나, 나무 한 그루도 모두가 절경이 되고 예술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순간이다. 천천히 느림의 미학으로 자연을 관찰하며 걷다보면 우리가 평소 발견하지 못했던 멋진 풍경들과 조우하곤 했다. 빠르게 걷는 사람에게는 결코 보이지 않는 것들. 느리게 쉬엄쉬엄 걷는 사람들에게만 보여주는 특별 보너스인 셈이다. 또한 제주의 생태길은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길이기도 했다. 멀리서 제주 하르방과 할망의 모습이 보였다. 손을 들어 인사를 보냈다. 반가운 화답이 돌아왔다. 이처럼 오고 가는 사람들이 있고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이 있는 인간의 길. 그 길이 바로 제주의 생태길이었다. 어느새 우리 일행은 하례리 효돈천 탐방로의 종착역에 도착했다. 이제 우리의 여로(旅路)도 서서히 끝을 보이고 있었다. 아내와 함께 또는 동료와 함께 인생을 논하며 사랑을 속삭이던 그 길. 그 길에서 제주의 삶을 보았고, 제주의 역사를 보았고, 제주의 사랑을 만났다. 제주의 모진 비바람만큼이나 힘겹고 혹독한 세월을 묵묵히 견디며 살아온 작은 영웅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길은 제주 역사의 길이요 우리 어머니들의 눈물의 길이며 치유의 길이다. 우리도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 이 길에서 얻은 교훈을 이정표 삼아, 여전히 울고 웃으며 꿋꿋이 살아갈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이 길을 걸었던 우리의 이야기가 또 하나의 제주역사로 기록될 것을 희망하며 이 글을 마친다.
신체에 장애가 있지만 이를 기회로 더 적극적인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조교수는 유학중이던 2003년 가을을 잊지 못한다. 런던정경대 구내서점 서가 꼭대기에 놓인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미 일리노이주립대 출판사에서 펴낸 ‘장애학’이었다. 그의 인생이 바뀐 순간이었다. 선천성 왼팔 장애인인 전 교수는 연세대 사회복지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친 뒤 사회정책을 공부하기 위해 런던정경대를 택했다. 학부 시절 그는 시각장애인 교수가 가르치는 장애복지론 수업을 일부러 피했다. “같은 장애인 교수를 만난다는 게 불편했어요.” 이때만 해도 그가 걸어갈 학문의 영토에 장애가 낄 자리가 거의 없어 보였다. 2003년 이후 상황이 바뀐다. “기존 장애 관련 학문은 재활, 특수교육과 같이 장애 전문가 양성에 초점을 맞추지요. 하지만 장애학은 장애인의 관점에서 역사와 철학, 문화를 들여다봅니다.” 장애학의 견지에서 장애는 비정상이 아니라 몸의 개성이며 자연스런 현상이 된다. 전 교수는 최근 펴낸 ‘수다 떠는 장애’(울력)에서 장애학을 만난 뒤 장애인 정체성을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석사를 마친 뒤 바로 일리노이주립대 장애학 박사 과정에 들어갔다. 장학금에 한 달 생활비 1500달러까지 받는 조건이었다. 장애학은 20년 전 영국 리즈대와 일리노이주립대를 중심으로 생겨났다. 지금은 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와 컬럼비아대에도 생겼고, 일본과 캐나다 대학에도 장애학과가 만들어졌다. 한국은 아직 장애학과가 없다. 우리나라도 학문의 성격을 봤을 때 국립대에서 장애학과를 만들면 좋겠다. 연초 국내에 장애학회가 출범했는데, 창립 때 각 세션마다 200명 정도가 참여할 정도로 성황이었다. 그만큼 관심 영역이 되었다는 증거이다. 그가 장애학을 공부한 시카고는 장애인이 살기 좋은 도시로 꼽는다. 책에서 그는 시카고와 서울의 차이를 보여준다. 가장 눈에 띄는 게 버스다. “지난해 서울서 비올 때 버스를 타다 발가락이 부러졌어요. 우산을 들고 있었는데 자리에 앉기도 전에 출발하는 바람에 넘어졌지요.” 승객이 좌석에 앉은 뒤 출발하면 문제가 없는데 이 기본이 무시되는 바람에 그와 같은 한팔 사용자에겐 위험천만한 일이 자주 벌어진다. 그래서 버스를 탈 때는 카드 대신 현금을 낸다. 승하차 때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시카고는 기사가 직접 일어나 장애인의 승하차를 도와주고 출발합니다. 답답할 정도로 느리지요. 다른 승객들도 기다려줍니다.” 그에게 어린 시절 버스는 ‘탈출하고 싶은 공간’이었다. 한 팔이 없는 그는 ‘참을 수 없는 타인의 시선과 말 고문’을 당해야 하고 심지어 어떤 엄마가 “너 계속 울면 저 사람처럼 된다”고 아이를 달래는 말까지 감내해야 했다. 그는 정상인처럼 보이려고 일부러 깁스를 하고 다니는 대학생 얘기도 했다. 아직 장애 정체성이 생기지 않은 것이다. 전 교수는 자신도 미국에선 하지 않았던 의수를 서울에선 하고 다닌다고 했다. 의수를 화장이나 단정한 옷차림과 같은 일종의 예의 차리기로 받아들인다는 그는 “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 나와 사회와 부닥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편의 시설이 많이 있지만 도서관과 같은 비장애인 시설도 찾아가 불편하면 바꿔달라고 요구해야 바뀐다. 이상하게 보는 시선도 즐겨주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중학교에서 하교 시간에 자전거 도난 사고가 있었다. 어떻게 해결되었을까? 분실한 학생은 파출소에 신고하고 경찰은 곧바로 CCTV를 확인하여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 범인은 바로 1학년 학생. “하교 길에 자전거 보관소를 보니 맘에 드는 자전거가 있어 집으로 가져갔어요.” 자전거 절도, 분명한 범죄 행위다. 범법 행위에 따른 처벌을 받아야 한다. 과거엔 자신이 타려고 훔쳤지만 요즘엔 돈이 아쉬운 사람이 비싼 자전거만을 골라 훔친다. 훔친 물건은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 올려 저가에 판다고 한다. 자전거 도둑은 잃어버린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 자전거가 돈으로만 보이는 것이다. 필자도 아끼고 아끼던 귀한 자전거를 도둑 맞은 적 있다. 1970년대 후반 그 당시 금액으로 10여 만원에 구입한 기아 자전거다. 월급의 용돈을 아껴모아 고급 자전거를 비싼 가격에 구입한 것이다. 학부모에게 영어 공부를 하느라 매탄동 ○○아파트 2층에 자물쇠를 채워 보관했는데 도둑놈이 통째로 들고 간 것이다. 학부모와 함께 각 동마다 돌아다니며 자전거를 찾아보았으나 헛수고였다. 그 후에도 학부모는 그 자전거를 찾으려고 여러 날 애썼으나 결국엔 찾지 못하였다. 혹시나 하여 파출소에 도난 신고했으나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학부모 전언으로는 당일 도둑이 트럭을 동원하여 비싼 자전거만 골라 싣고 달아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였다. 오늘날 자전거 1,200만명 시대라고 한다. 자전거 열풍이 불어 이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비싼 자전거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몇 백만원은 기본이고 1천만원 대가 넘는 자전거도 있다고 한다. 자전거 한 대 가격이 자동차 한 대 가격인 것이다. 도둑의 눈에는 이런 자전거가 다 돈으로 보이는 것이다. 우리 아파트에도 자전거 보관소가 있다. 우리 동 1층 전체가 빈 공간으로 자전거 수 십대가 보관되어 있다. 주로 헌 자전거나 가격이 저렴한 자전거는 이 곳에 보관한다. 조금 비싼 자전거는 아파트 복도나 계단에, 더 비싼 자전거는 귀찮더라도 아파트 내애 보관한다. 자전거 가격에 따라 사람들은 자전거 보관 장소를 다르게 하는 것이다. 우리들은 자전거 도둑에게 이렇게 당하고만 말 것인가? 예방하는 방법이 있다. 우선 자전거를 보관하는 장소를 잘 택해야 한다. 특히 시내에서는 CCTV가 설치된 곳이나 사람들의 통행이 잦아 감시가 용이한 곳에 보관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도 물론 자물쇠를 채워 놓아야 한다. 자전거 자물쇠를 채워 놓을 때에도 주의사항이 있다. 자전거 바퀴와 자전거 몸체에 묶으면 아니 된다. 자전거 몸체와 고정된 튼튼한 기둥에 결박해야 하는 것이다. 자전거 자체로 자물쇠를 묶으면 자전거를 통째로 들고 가기 때문이다. ‘설마’하며 스스로를 믿으면 안 된다. 도둑들은 양심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도둑이 번호 자물쇠를 몇 초만에 금방 여는 것을 보았다. 어찌하여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4자리 수 비밀번호를 맞출 확률은 1만분의 1이라는데? 자전거 도둑은 끝자리 숫자를 노렸다고 한다. 4자리를 맞추게 해 놓았으면 비밀번호를 찾기가 어렵다. 그러니까 좀 귀찮더라도 4자리 모두 틀리게 해 놓아야 하는 것이다. 분실을 대비해 자전거 차대번호와 자전거 사진으로 찍어 놓는 방법도 있다. 자동차 차대번호처럼 자전거도 고유한 차대번호가 있다. 이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그러면 분실 시 경찰에 신고할 수 있다. 도둑이 가져간 물건은 장물이 되어 인터넷 매매 시 적발해 낼 수 있다. 자전거 도둑 없는 사회가 좋은 사회다. 우리 사회는 도둑놈 없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도둑이 없어지길 바라야 하지만 내 물건 도둑 맞지 않도록 각자가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다. 지자체별로 시행하는 자전거 안심등록제도 있다고 하는데 지자체와 경찰관서에서도 시민 자산 보호를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자유학기는 중학교 6학기 중 딱 한 학기이다. 물론 서울형자유학기제의 경우는 한 학기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두 학기에 걸쳐 실시된다. 중학교에서 딱 한 학기를 자유학기로 하도록 하였고, 선택은 학교에서 할 수 있도록 했다. 학교가 마음대로 정하면 된다. 잘 한일이다. 학교에 자율권을 대폭 부여했다. 지역여건이나 학교상황에 따라서 마음대로 학기를 정할 수 있다. 그런데 자유학기제 운영지침에 이런 내용이 있다. 자유학기활동은 170시간 이상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시범운영과 달리 주제탐구활동, 동아리활동, 예술/체육활동, 진로탐색활동 등의 영역으로 나누었다. 창의적체험활동연간 102시간의 딱 절반인 51시간(스포츠클럽활동 제외)만 자유학기제 활동으로 활용할 수 있다. 스포츠클럽활동을 포함하여 68시간이지만 스포츠클럽활동은 예술/체육활동에 포함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170시간 확보다. 170시간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네가지 영역을 모두 할려면 그 만큼 필요하다는 뜻이다. 파격적인 시간 제시이긴 하다. 그러나 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스포츠크럽활동을 포함한 68시간을 제외히고, 교과시수를 줄여야 가능하다.최소한 5-6개 교과의 시수를 줄여야 가능하다. 그렇지 않아도 학력저하 우려를 제기하는 마당에 교과 중 5-6개의 시수를 줄여야 자유학기제 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왜 굳이 170시간을 고집했을까.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학교에 자율권을 충분히 주었다면 그에 맞는 교육과정 편성도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170시간 확보가 되지 않으면 교육과정이 제대로 수립된 것이 아니다. 170시간 이상 확보가 못박혀 내려왔기 때문이다. 물론 고르게 활동을 하도록 한다는 점에서는 공감을 한다. 그러나 170시간이라고 정해놓고 학교에 강제하는 것은 자유학기제의 근본취지에 어긋난다. 또한 동아리활동과 주제탐구활동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좀더 확대 해석하면 예술/체육활동도 동아리활동이나 주제탐구활동과 구분을 명확히 하기 어렵다. 자칫하면 모두가 비슷한 프로그램운영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따라서 170시간으로 못박지 말고 170시간 내 외로 하도록 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다. 아니면 170시간 기준으로 일반 교육과정처럼 20% 증감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의 안을 제시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학교 스스로 구성원들이 논의학고 검토해서 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어야 한다. 이렇게 할 경우 최소한의 자율권을 학교에 나누어 줬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결국 자유학기제가 시범운영되면서 제대로 된 자유학기제 운영을 기대했었다. 무엇보다 교사나 학교장에게 다양한 권한을 준 것이 파격적이었다. 그런데 내년부터 전면시행에 들어가면서 어떤 근거에서 그렇게 정했는지 알 수 없지만 170시간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학교별 자율권을 부여 했었다면 정말로 교육부에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자유학기 교육과정이 나올 수도 있었다. 그러나 170시간 이상, 영역별 균형 편성 등을 내세웠기 때문에 쉽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자유학기제는 규제를 하거나 강제해서는 안된다. 학교에 모든 권한을 주고 활동하도록 해야 한다. 학교장과 구성원들이 아이디어를 짜내는 노력을 기울이면 된다. 어쩌면 교육부에서 제시한 메뉴얼보다 훨씬 더 훌륭한 자유학기 운영이 될 수 있다. 필자는 규제를 하지말고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자유학기제 취지에 맞는 것이라고 오늘도 굳게 믿고 있다. 책상에 앉아 있으면 공부를 할 것이라고 믿기 보다는 스스로 책상에 앉도록 하는 편이 훨씬더 좋은 교육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