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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수석교사제가 위기다. 2012년 법제화 당시 총 1122명이던 신규 임용 규모가 계속 줄어 2015년에 98명, 그리고 내년에는 32명까지 급감할 예정이다. 자연 퇴직자들이 계속 있고, 2016년에는 4년차 재임용 탈락자까지 있어, 이젠 총원이 줄어들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수석교사제 정착은 요원하다. 2012년 도입 당시 교육부는 ‘1학교, 1수석교사 배치’, ‘2019년까지 전국 초·중·고 8500여 곳에 수석교사 1명씩 배치’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수석교사제는 새 정부 들어 정책 추진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분위기다. 2013년엔 학교마다 수석교사(100명 이하 학교 예외)를 두도록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조항이 삭제되고 운영 권한도 시·도교육청으로 이양됐다. 수석교사제는 우리 교육계의 30년 숙원과제였다. 실력 있는 교사들이 관리직 승진 외에 교수직으로 나아갈 길을 열어 우대하고, 교단을 수업 중심으로 학습조직화 하는 취지였다. 수업과 연구에 뜻이 있고 탁월한 능력을 갖춘 교사들이 교실을 떠나지 않고 학생들과 숨 쉬며 그 노하우를 동료교사들과 나누고 함께 성장하기 위해 도입한 혁신적 정책이었다. 실제로 현재 수석교사들은 단위 학교에서 수업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교수학습 관련 전문 지식과 기술을 소개하는 중심에 있다. 하지만 법제화 4년 동안 수석교사는 모호하고 불안한 역할, 지위, 처우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후배 교사들이 도전하고픈 길이 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현재 시도별로 진행 중인 수석교사 재임용 심사에서 잡음까지 들린다. 과도한 평가로 무더기 탈락이 벌어지면서 특정 이념의 집단이 제도 자체를 지우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념은 교육에 우선할 수 없다. 초심으로 돌아가 수석교사가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교육계가 뜻을 모으고 법‧제도를 보완해 나가야 한다.
현장 교사들의 생생한 교육 경험을 나누기 위해 마련된 한국교육신문사의 ‘2015 교단수기’ 심사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영광이자 행운이었다. ‘나는 살아있는, 실천하는 스승이다’라는 주제에 부합하도록 단순한 지식전달자로서가 아닌, 삶의 지혜를 가르쳐 학생들의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하며 묵묵히 교단을 지켜온 수많은 선생님들의 노고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특히 이번에 응모해주신 수기 가운데에는 교육현장에서 학생 및 학부모 등과 겪은 희로애락을 표현함으로써 학부모와의 교육 협력이 충분히 가능함을 시사해줬다. 그밖에 사회공헌 활동 및 해외 교육봉사활동 등으로 새로운 교사상을 정립하는데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교실이 붕괴됐다느니, 공교육이 파괴됐다느니 하는 말들이 들려오지만, 이처럼 진정으로 제자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훌륭한 교사들이 많이 있어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 이번 심사의 기준은 무엇보다 진정성에 두었다. 교단 수기란 교사의 실제적인 삶과 체험을 진실하게 기록한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판에 박힌 미사여구나 매끈한 말솜씨보다는 직접 현장에서 체험한 생생한 스토리에 후한 점수를 줬다. 다음으로 교사로서의 헌신과 봉사에 방점을 찍었다. 현대의 교육은 말로만이 아닌, 몸으로 실천하며 보여주는 방식이 효과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 학생들은 권위만 믿고 호령하며 군림하려 드는 교사를 따르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훈계하며 가르치려 드는 선생님들에게는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보인다. 때문에 비록 서툴고 어설프지만, 아이들 속으로 직접 뛰어 들어가 함께 호흡하며 함께 웃고 우는 교사의 스토리에 주목했다. 그리고 수기도 하나의 작품이기 때문에 일정한 분량 안에서, 최소한의 맞춤법 실력과 문장력 역시 중요하다고 보았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시간에 쫓겨 급하게 휘갈겨 쓴 작품이 간혹 눈에 띄어 슬픈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누군가에게 보여줄 작품이라면 최소한의 준비와 숙성 기간이 필요할 거라 믿기 때문이다. 이번에 선정된 작품 외에도 좋은 작품이 무척 많아 심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아무쪼록 선정된 작품에는 박수를, 탈락된 작품에는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아울러 이번 응모를 하나의 기회로 삼아 더 좋은 작품 쓰는 데 매진하시기를, 이 땅에 제자들을 더욱 아끼고 사랑하는 교사들이 많아지기를 기원한다. 심사위원장 강성률 광주교대 교수, 임하순 서울 광운중 교장, 박경선 대구대진초 교장
인사혁신처가 올해부터 담임수당을 월 11만 원에서 13만 원으로 인상하는 등의 수당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에 인상되는 담임수당은 1996년 첫 도입된 후 꾸준히 인상되다 2003년 11만원을 끝으로 12년간 동결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물론 당초 교총이 요구한 금액보다는 적지만 갈수록 담임교사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인성교육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사기 진작을 위해 매우 적절한 조치다. 수당은 정해진 급여 외에 특별한 사유에 따라 정기적이거나 수시로 지급되는 보수를 말한다. 이런 교직 관련 수당들을 10여년 이상 아무 인상 없이 동결한 것은 이미 수당으로서 기능과 의미를 포기하는 것이다. 단순히 10여 년간 물가 상승분만 감안하더라도 수당 금액은 몇 배는 더 인상했어야 했다. 교육기본법 제14조 제1항에는 ‘교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는 우대되고 그 신분은 보장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오랜 수당 동결로 오히려 타 공무원과의 임금 격차만 벌려놓았다. 특히 군인, 경찰, 소방공무원 등은 사건이나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사기진작이나 보상차원에서 새로운 수당 신설과 처우가 꾸준히 개선돼 왔다. 그러나 교원은 그렇지 못했다. 교원에 대한 우대나 처우 개선은커녕 수당 인상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타 공무원과의 역차별로 이어져 교원의 사기마저 위축시키는 요인이 됐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담임수당 인상이라는 상징적 조치를 통해 학생 수업과 생활 지도를 담당하는 담임교사들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이로 인해 교원의 책무성이 강화돼 학교교육의 질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정부예산 부족으로 인해 교감, 보직교사 수당 등 교총교섭 합의사항을 모두 포함되지 못한 것과 인상 폭이 요구보다 적은 점은 다소 아쉽다. 이번 담임수당 인상이 시작이라는 인식을 갖고 지속적인 처우 개선에 나서야 한다.
2012년부터 시작된 반값등록금 정책이 금년에 완성됐다고 하나 학생들은 반값등록금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학생들과 정부가 사용하는 반값등록금의 의미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반값등록금 정책의 정확한 명칭은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 정책이다. 이는 학생들의 주장처럼 고지서 상의 등록금을 절반으로 낮추는 정책이 아니라, 평균적인 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경감시키는 정책이다. 따라서 등록금을 전혀 부담하지 않는 학생부터 종전과 마찬가지로 등록금을 전액 부담하는 학생까지 다양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등록금을 전액 부담하고 있는 학생이 반값등록금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책 효과에 대한 냉정한 평가 필요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 정책이 명목상의 등록금을 일률적으로 낮추는 반값등록금 정책에 비해 정부나 대학의 투자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학에 따라 등록금 수준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모든 학생들의 등록금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각 대학에서 부과하고 있는 등록금을 일률적으로 인하하고 인하한 만큼 국가장학금을 지원하는 것은 설립별, 대학별, 전공별, 지역별, 계층별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값등록금 정책의 목표 달성 여부는 개인의 체감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 있게 국가장학금 기준을 마련해서 지원했느냐와, 대학과 국가의 장학금액과 등록금 인하 금액의 합이 2011년 등록금 총액 14조원의 절반인 7조원을 넘어섰느냐에 있다. 정책목표 달성여부가 학생 개개인의 반값등록금 체감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제 소모적인 반값등록금 체감 논란을 접을 때가 되었다. 사실 매년 물가 인상에도 불구하고 2009년 이후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하·동결해왔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이 20% 이상 등록금 인하 혜택을 본 셈이다.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요인을 인건비 동결과 경상비 감축 등으로 흡수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체감하지 못할 뿐이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반값등록금 정책에 대한 냉정한 평가 작업이다. 반값등록금이 대학교육 기회 확대와 등록금 부담 완화, 대학재정의 효율화에 미친 긍정적 효과를 분석하고, 대학재정 수준과 대학교육의 질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평가한 후, 반값등록금 정책 지속여부를 결정할 때가 된 것이다. 좀 더 정치한 분석과 평가를 통해 반값등록금의 공과를 따져봐야 하겠지만, 대학의 현실은 긍정적 평가보다 부정적 평가가 많은 듯하다. 우선, 대학교육비 총량규모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크다. OECD 교육통계에 의하면, 우리의 2012년도 GDP 대비 대학교육비 정부부담 비율은 전년 대비 0.1%p 증가했지만, 민간부담 비율이 0.4%p 감소해 전체적으로 2.6%에서 2.3%로 0.3%p 감소했다. 학생 1인당 대학교육비도 전년보다 0.6% 감소해 7.7% 증가한 OECD 평균과 대조를 이룬다. 결과적으로, 학생 1인당 대학교육비 수준은 OECD 평균의 71%에서 66%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반값교육’으로 후퇴하는 일 없게 해야 대학교육비 수준과 대학경쟁력이 반드시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1인당 교육비 수준이 OECD 평균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교육비 총량마저 전년보다 줄었다는 점은 심각해 보인다. 등록금을 국가장학금으로 대체하고 몇 년 동안 계속 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한 결과다. 내년에 2013년 대학교육비 통계가 나오면 더 심각한 상황을 보여줄 것이다. 대부분의 사립대학에서는 몇 년째 교직원 보수가 동결됐고, 각종 교육프로그램이 폐지되거나 축소됐으며, 졸업이수학점이 인하됐고, 복수전공을 억제하고 선택과목수가 줄어든 반면 강좌 당 학생 수는 늘어났다. 반값등록금이 반값교육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반값등록금의 저주가 시작된 것이다. 과연 반값등록금 정책은 성공한 정책인가 냉정한 평가가 필요한 이유다.
옛 사람들이 세월 가는 것을 쏘아놓은 살이라고 한 말은 맞다. 밀레니엄 시대라고 환호하던 때가 엊그제인데 어느새 2016년이다. 사실 시간을 분절한다는 게 어디 가능하겠는가만 성찰의 의미에서 시간을 앞뒤로 돌려보는 일은 유익하다. 교육근본 가리는 정치‧이념 걷히길 새해가 됐으므로 희망을 가져야 하는 것이 마땅하나 험한 자본과 이념의 파도에 휴먼토피아를 잃은 우리로서는 미래가 낙관적이지는 않다. 허리띠를 조르며 가나안을 향한다고 했지만 정작 우리가 도착한 곳은 지능화된 자본공화국이었다. 공자와 노자, 루소도 실종된 이 곳. 도서관에서 읽은 책도 그저 자기 방어적인 논리적 수단으로 전락했다. 인간이 본성을 버려야만 살 수 있는 이 행성, 깜깜한 어둠 속을 헤매어도 등불 한 점 발견할 수 없는 사각지대. 휴머니즘의 불씨를 살린다는 게 죽은 자식 뭐 만지는 것처럼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새해의 소망을 남긴다면 무슨 말을 할까. 우리는 긴 세월 많은 지식을 배우고 가르쳤음에도 교회보다 모텔이 많고, 진보와 함께 파괴를 양산했다. 아, 그리하여 가장 먼저 정치인들이 회개하기를 바란다. 언제까지 권력을 향한 이전투구를 할 것인가. 툭하면 ‘국민’을 위하고 ‘국민’의 이름으로 한다고 하지만 정작 하늘 부끄럽지 않게 말 할 수 있는가. 사기꾼과의 분별이 어려운 정치인들이 병신년에는 회개하기를 바란다. 이어, 교육감의 석고대죄를 바란다. 교육의 근본 윤리를 흔들고 정치적 야심으로 노이즈 마케팅을 일삼고 무책임한 정책을 강행하는, ‘되면 되고 안 되면 말고’식의 분탕질을 멈추어야 한다. 아이들이 망가지고 학력은 바닥을 치는데, 다음 선거의 표심을 위해 ‘젯밥’에만 신경을 쓰는 작태를 멈추어야 한다. 그리고 시킨다고 하여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공무원들의 참회도 바란다. 또한 새해에는 선생이 선생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이 사람이 선생인지 샐러리맨인지 아니면 일용직 잡부인지 분간 안 가게 사는 모습을 청산해야 한다. 선생은 적어도 학부모와 학생들이 함부로 대하지 못할 위엄을 갖추어야 한다. 진정으로 학생을 끔찍이 사랑하고 그리하여 함께 벼랑 끝에도 서보고 함께 울어도 보아야 한다. 어두운 밤 별을 보며 뚜벅뚜벅 퇴근하는 게 선생이다. 그리하여 섣불리 ‘나는 선생이다’고 말하지 말라. 교육주체 다함께 본모습을 되찾자 아울러 자식을 키우는 이 나라의 엄마들이 거듭났으면 좋겠다. 신사임당처럼 책을 읽고 선한 것을 즐기며 더러는 회초리를 들었으면 좋겠다. 명품으로 치장하고 맛집 순례를 즐기며 즐기는 엄마에게 무엇을 배우랴. 그저 아이에게 돈이 최고라고 가르치는 엄마와 대충 사는 아빠에게서 무슨 ‘안중근’과 ‘김구’를 바라랴. 정말이지 진정 자식을 위한다면 부모가 유대인의 교육방식을 몇 페이지라도 읽기 바란다. 그리하여 새해에는 디지털화된 아이들의 대뇌가 아날로그로 회복되기를 바란다. 게임을 하다가 툭하면 욕설과 ‘짜증나’로 반응하는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고 꽃을 사랑하며 친구에게 ‘미안해’, ‘고마워’라는 말을 자주 하기를 바란다. 선생님이 부르면 얼굴을 붉히며 ‘네’라고 대답하고, 그 상기된 얼굴로 진정한 애국 애족이 무엇인지,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스스로 물으며 영혼을 정화하길 바란다. 그리하여 다시금, 새해에는 설계된 교육이 아닌, 내면으로부터 교육이 이루어져 전자칠판 이나 교과서 없이도 평화와 행복이 절로 우러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수업하러 가는 발목을 잡는 수화기 너머로 “대장님! 난이예요, 제가 임용고시에 붙었어요”하는 순간! 온몸이 감전된 듯 전율이 느껴졌고,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기쁨과 감격으로 뒤섞여 한참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때는 1999년. 부산 영도구에 위치한 영도여중 학생부장을 맡으면서 스카우트 창단 준비로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낼 때였다. 교내․외 문제서클로 불리우던 해양소년단 간부들이 찾아와 “2년 동안 지도자가 없어 표류하는 해양소년단을 좀 맡아주세요”하며 사흘간 눈물로 매달렸다. 그 간곡한 요청에 못 이겨 ‘영도바이킹 414선대’ 대원 70여명을 떠맡게 되면서 주변 선생님들의 우려와 따가운 시선을 느꼈다. 그러나 16년간 청소년단체를 맡아온 나로서 그냥 무심히 모른 체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해양소년단 대원이었던 난이와의 인연은 시작됐다.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고 조용했던 1학년 난이는 무엇 때문인지 조금씩 변해 가는 모습을 보이더니, 9월에는 남녀 혼숙 문제로 학생부에 불려 왔고, 이어 11월에는 교내 상습 흡연 문제로 조사받던 중, 함께 벌서고 있던 아이들을 충동질해 무단이탈을 감행하기에 이르렀다. 추적 조사 중 가출을 모의했다는 소문을 듣고 가출 원천봉쇄를 위해 부산역과 시외버스터미널, 지하철마다 연락을 취해야 했다. 노포동 시외버스터미널 관계자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됐고, 잔뜩 긴장한 채 두려움에 떨고 있던 5명의 아이들을 학교로 무사히 데려 올 수 있었다. 어디 그뿐이었겠는가?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난이의 일탈행위는 점점 그 수위를 더해 갔다. 영도지역을 아우르는 초·중·고 학생들로 연계된 자칭 일진회 활동과 음주, 흡연, 이성문제와 교우관계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사건 사고와 직면하게 됐다. 그 당시 영도경찰서 여성 청소년계 담당 형사들과 얼마나 많은 날들을 함께 동행하면서 연합서클 해체를 위한 노력과 고민을 서로 나눴는지 모른다. 학기 초 해양소년단 선배와 또래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었던 난이는 점차 거친 말투와 행동으로 요(要)선도 학생들의 보스역을 자청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선생님들과 해양소년단 간부들 그리고 나 역시 참으로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그렇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먼저 학교폭력을 잠재우기 위한 방안으로 해양소년단 요선도학생의 교내·외 봉사를 자청했다. 난이에게는 다양한 선도와 치유 방안을 연구하면서 접근해가기 시작했다. 난이의 비행문제가 애정결핍과 지위역할 좌절에서 오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런 만큼 난이의 잠재력과 재능을 일깨워줄 수 있는 영도바이킹 414선대에서의 역할 부여와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부각시켜주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 그리고는 바로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난이의 담임선생님과 교과 선생님들은 나날이 행동과 태도가 거칠고 말투가 불손하게 변해가는 아이가 마치 핵폭탄이나 성난 소 같다며, 함께 있으면 위협적이고 두렵다고까지 했다. 난이는 교사의 지시에 불응하고 뭐든 제멋대로인 독단적인 성격이라 선생님들조차 꺼려하는 존재였다. 해양소년단 선·후배나 또래들조차도 자주 교내에서 물의를 일으키고 활동에 비협조적이며 비행청소년들과 어울리고 있다며, 해양소년단을 탈퇴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현재까지 22년간 학생부에 몸담고 있으면서 아이들이 보여주는 믿지 못할 기적들을 수도 없이 경험한 나는 끝없이 일탈을 꿈꾸는 난이 역시 한 번 더 믿어보리라 다짐했다. 그 이후는 매 순간 순간을 난이에게 매달리고 또 매달린 시간들이었다. 교내에서 상습흡연으로 붙잡혀 온 난이를 금연학교로 보내기도 했고, 전포동에 있는 청소년 상담실(주1회)에 3개월간 부모님과 동행하게도 했다. 매일 수행일기를 쓰게 하고 주 2회 학생부장 도우미로 교외지도에 동행시키면서 학교폭력근절을 위한 노력을 함께 해나갔다. 그러던 중 언제부터인가 난이는 교외지도 시 비행청소년들과 만나면 자청해서 상담사 역할도 했고, 비로소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아성찰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 같았다. 난이는 조금씩 마음을 열어갔지만 인근학교 선배들의 잦은 협박과 회유 속에 무단조퇴, 가출, 외박은 서슴지 않고 계속됐다.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긴장된 시간의 연속이었다. 급기야 일이 또 터졌다. 난이가 2학년 수학여행지에서 자기 욕을 하고 다닌다는 아이를 방에 감금하고 이불을 덮어씌워 두들겨 패는 일이 벌어졌다. 곧바로 선도위원회가 열렸다. 늘 문제를 일으키는 난이에게 학교 측이 전학을 권유하는 것으로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한 번 더 기회를 달라며 며칠을 진심으로 뉘우치는 난이와 부모님의 간절한 요청을 뿌리칠 수 없었다. 다시 열린 선도위원회에서 나는 “여기서 선도 안 된 아이가 다른 학교에 가서 선도된다는 보장이 있습니까?”라고 선도위원들을 설득했다. 결국 징계수위를 다시 정하고 나는 난이에 대해 강도 높은 지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먼저 작은 일부터 함께 해 나갈 수 있도록 주 1회 과제를 부여했다. 이것을 빌미로 전화 통화와 e-mail 상담을 매일 계속했다. 늘 함께 하고 있음을 마음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사회봉사 징계를 마치고 돌아온 난이에게 해양소년단 총괄직책인 갑판장의 막중한 임무를 맡기는 ‘모험’을 했다. 무엇보다 난이를 인정해주고 자존감을 심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서였다. 그 마음을 알았을까 난이는 해양소년단 홈페이지 만들기와 선서식 준비를 하면서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신바람나게 활동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다들 신기해하면서 놀라워했다. 그리고 누구보다 괄목할만한 결과물을 척척 만들어내는 난이를 보면서 본인 역시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다른 선생님과 또래들에게 거친 말투와 행동을 보이며 다소 위협적인 아이의 모습에서 어색하나마 밝은 미소가 보이기 시작할 즈음, 해운대에서 제1회 바다축제로 전국해양스포츠제전이 개최됐다. 난이와 해양소년단 아이들은 대장에게 인정받기 위해 주말마다 수영요트경기장으로 달려가 피나는 연습을 거듭했다. 그 보람이 있었는지 해양수산부장관상 전국1위(최우수상)란 커다란 영광을 거머쥐게 됐다. 카누에서 내리자마자 모래사장을 엎어지듯 달려오면서 “대장님! 영도바이킹이 해냈어요, 우리가 1등 했다고요”라고 울부짖던 그 함성을 어찌 잊을 수가 있겠는가! 지금도 해운대 바닷가 백사장에서 울려 퍼지던 그 감동의 순간이 눈에 선한데…. 영도바이킹 414선대 아이들과 서로 부둥켜안으면서 해냈다는 마음에 기쁨의 눈물을 쏟고 있던 난이를 보면서 흔들림 없는 마음을 확인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다시는 예전의 난이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임을 믿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랬다. 한 치의 순간도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난이는 그렇게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난이는 물론이고 요선도 학생들로 구성된 해양소년단 대원 모두가 영도바이킹 414선대에서 하나됨과 뭐든 할 수 있음을 알게 된 이후로 조금씩 자존감도 회복하고, 서서히 자신감과 긍지를 되찾고 있었다. 그날 이후 난이는 교내·외 봉사활동과 지역 봉사활동에도 누구보다 앞장섰다. 그 덕에 자원봉사센터로부터 학교상을 단체로 받기도 했고, 영도바이킹 414선대의 훈훈한 봉사활동 체험기가 지역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요선도 학생들에게도 좋은 모델링의 귀감이 됐으며 더 이상의 징계는 물론 무단가출과 무단조퇴는 이후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난이의 일탈행동은 서서히 자취를 감춰버렸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선생님들로부터 칭찬받는 아이가 되어 가고 있었으며, 서서히 아이는 조금씩 평온을 찾기 시작했다. 3년 가까이 끊임없는 관심 기울이기로 매일같이 전화상담은 이어졌고, 이심전심으로 하나 되기까지 수없이 이루어진 밀착 사제동행 체험이야말로 그 어떤 상담의 이론적인 설명보다도 유익했다고 확신한다. 현재 10년 가까이 학생부장을 맡으면서 요선도 학생들에게 쓰게 하고 있는 수행일기가 있다. 난이는 언제나 일기를 다 쓰고 나면 “대장님께 이 노트를 바칩니다” 라고 건네줬다. 나는 졸업식 날 장미꽃 16송이와 대장편지 그리고 난이의 일기묶음을 예쁘게 포장해서 돌려줬다. 흔들릴 때마다 영원한 지침서가 되도록. 언젠가 난이가선생님께 드릴 선물을 준비하고 있는데 뭘 갖고 싶으세요?”라고 물었다.나는난이가 전교 1등 하고 가면 소원이 없겠다. 너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난 생각해”라고 했다. 그랬더니 “자신 없지만 한번 해볼게요”하던 난이의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에 또 다른 가능성과 희망을 엿봤었다. 그러던 중 난이는 전교 99등에서 33등, 전교 7등을 했고 중학교 마지막 시험에 드디어 전교 1등을 해냈다. 오롯이 대장과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난이의 전교 1등이란 쾌거에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오랜 시간 난이를 알던 사람들의 입에서 난이의 이야기는 지금도 하나의 신화처럼 회자되고 있다. 그랬다. 정말 기적은 이루어졌다! 비로소 비행청소년으로부터 벗어난 난이는 학생부장 도우미로서 수많은 정보제공과 교외지도에 동행했다. 과거 주변 친구들로 구성된 교내폭력을 잠재우는데도 1등 공신이었다. 우리 모두가 우려했던 해양소년단 갑판장의 막중한 역할을 맡아 요선도 학생으로 구성된 불량서클이란 오명을 씻을 수 있었다. 매사에 솔선수범해 교내에서 자랑스러운 모범생으로 자리매김했을 뿐만 아니라, 해양소년단의 입지를 세울 수 있는데 더할 나위 없는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예전에는 아빠가 못다 이룬 치과의사가 꿈이었지만 이젠 선생님 같이 문제 학생을 선도해주는 그런 멋진 교사가 되고 싶어요”라고 했었던 난이가 임용고시에 붙어서 현재 경기도에 위치한 고등학교에 재직하고 있다. 이 얼마나 멋진 선물인가? 부족하지만 오직 사랑과 믿음만이 아이들을 바로 세울 수 있음을 전하고 싶었다. 난이야! 네가 꿈꾸었듯 인연 따라 찾아드는 아이들이 더 이상 아파하지 않는 날까지 너 있는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도(師道)의 길을 가야하리라. 난이야, 잊지 말자! 영도바이킹 414선대에서 꽃피운 난이의 기적과 우리가 하나돼 이룰 수 있었던 꿈을. 그리고 사랑한다.
선생님도 학생도 모두 원숭이띠인 서울송중초(교장 서석영) 5학년 5반. 2016년은 '내가 주인공'이란다. 그 기운을 나눠 주겠다며 지난달 28일 한정원(오른쪽 아래) 교사와 아이들이 아기자기 직접 쓴 손글씨를 들고 전국 교육가족에게 희망 메시지를 전했다.
우리교육은 그동안 입시를 중심으로한 경쟁교육에 몰입하였다. 그 결과 입시교육은 성공하였으나 내 삶을 돌아보는 교육에는 소홀하였다. 가장 중요한 것이 나 자신을 돌아보는 교육이다.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이다. 다음이 세상을 이해하는 교육이다. 세상은 온통 세계가 얽혀 있으며 그 중심축이 경제이다. 그런데 2016년을 맞이하면서 국제통화기금 총재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독일 신문에 기고한 올해 경제 전망은 '실망스러울 것이다'이다. 그는 세계경제가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상태가 될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경제 문제가 심각해 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를 헤쳐 나가는 길은 없는 것인가이다. 선진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경제 교육을 시켜 자녀의 독립을 돕는다. 빌 게이츠는 세 딸에게 용돈을 매주 1달러씩 줬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두 딸에게 매주 1달러씩만 주고 나머지는 집안일을 거들며 벌어서 쓰게 했다. 워런 버핏의 자녀들은 어려서부터 ‘공짜 점심은 없다’고 배웠다. 이는 자본주의의 원리를 일찌감치 깨닫게 하기 위한 경제교육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부모가 잠시 키우고 있을 뿐 결국 자녀는 독립된 인간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하기 위한 산교육이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경제 교육을 받고 점차 경제적으로 독립할 때, 자녀들은 부모의 도움을 기대하지 않고 자신에게 맡는 인생을 구상하며 살아가는 건강한 어른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경제교육을 잘 실천한 사례가 있다. 경제 칼럼니스트인 조혜경씨 부부는 이런 이유로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홈스쿨링 경제 교육’을 시켰다. 독립심을 키우기에 경제교육만큼 좋은 것은 없기 때문이라 판단한 것이다. 이를 통하여 어릴 때부터 주어진 예산에서 계획성있는 소비 생활을 하고 운용하는 감각을 익히면 스스로 인생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법을 깨닫게 된다. 자산 관리 전문가인 홍용철씨와 재테크·경제 칼럼니스트 조혜경씨는 아이들이 네 살 때부터 생활속에서 경제교육을 시작했다. 성민 군은 누나와 함께 집 근처 대형 마트에서 놀기를 좋아했는데, 마트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경제 개념을 깨달아 가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마트에 가면 고등어가 산지별, 종류별로 진열돼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은 무엇일까 퀴즈를 하며 누나와 놀았어요. 1+1 번들, 대형 패키지 제품의 가격과 단품의 가격 단가를 비교해보기도 하고요.” 그렇게 주기적으로 마트에서 놀다보니 물가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같은 제품의 가격 추이, 단가를 고려한 제품 포장 등을 보면서 뉴스에서 들었던 물가가 올랐다는 이야기를 피부로 실감했다. 또 초등학교 4학년부터 6학년까지 꾸준히 용돈 기입장을 쓰게 했다. 한 달에 용돈이 2만원 이었는데, 주마다 용돈을 주고 지출 결산을 하게 한 것이다. 돈이 맞지 않거나 지출 품목과 출처가 명확하지 않을 때는 벌금을 적용해 조금씩 용돈을 깎기도 했다. 반대로 완벽하게 만들어낼 때는 보상으로 좀 더 올려주기도 하는 등, 이렇게 기본적인 원칙만 정하고 그 안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이도록 했다. 아이를 독립적으로 키우려는 가정에서도 용돈 때문에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종속되는 경우가 많다. 용돈 기입장을 쓰는 습관을 들이면서 아이들은 갖가지 작은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을 길렀다. 처음엔 아이들도 귀찮아서 용돈을 그냥 썼는데, 그러다가 벌금으로 인해 용돈이 점점 줄어들면서 위기감을 느긴 것이다. 용돈 기입장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돈을 알뜰하게 쓰는 방법을 연구한 것이다. 또 한 달간 소비한 뒤 남은 용돈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니까 저절로 절약을 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은 시간이 갈수록 저축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재테크에 흥미를 붙이게 됐다. 용돈 관리를 스스로 하면서 생활 방식도 달라졌다. 용돈을 효과적으로 쓰고, 허투루 나가는 돈을 절약하기 위해 자신의 생활을 돌아봤기 때문이다. 용돈 관리로 계획성 있게 생활하는 법을 깨우친 뒤에는 재테크 방법을 가르쳐 도전 정신을 기르도록 했다. 아들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부모님에게 주식 투자법을 배웠다. 아이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는지 주식 투자를 하고 싶다고 먼저 말을 할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 아버지는 주식 투자 방법을 바로 가르쳐줄 수 있었지만 관심 있는 회사의 주식 정보를 한 달간 찾아보라고 했다. 경제 홈스쿨링의 목표는 주식을 잘 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기 위한 게 아니라, 과정을 통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보다 성장하는 것을 기대한 것이다. 아이가 매일같이 신문을 보면서 주가를 표시하고 원하는 종목에 대한 정보를 스크랩해서 모으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그렇게 집중한 적이 없는데 아이의 열정을 보게 된 것이다. 그래서 당시 성민이가 모아놓은 10만원 중 일부를 빼서 중소기업에 투자하자고 제안했다. 아들이 열심히 자료 조사를 한 덕에 성과를 낼 수 있었는데, 그렇게 노력한 일에 보상이 주어졌을 때 아이는 긍정적인 자극을 받게 되었다. 물론 결과가 좋지 않을 때도 많지만 이런 경험 덕분에 다시 시도 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수익을 얻은 뒤 주식에 더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성민 군은 그때부터 자신이 원하는 종목에 대해 자료를 모으면서 주식의 흐름을 파악하고 전망을 분석했다. 아들은 “부모님이 매주 용돈만 주셨다면 이렇게 새로운 것에 스스럼없이 도전하는 용기는 갖지 못했을 것 같아요. 용돈 관리부터 시작해 작은 투자까지 하면서 점점 경험이 쌓이니까 ‘나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또 경제 분야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서 이리저리 고민하는 과정이 재밌어요. 물론 실패도 많이 했지만, 그것도 제 것이라고 여겼죠.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이런 공부가 진짜 인생 공부이고, 일찍부터 사회를 배울 수 있는 통로라고 생각해요.” 새해에 발표되는 자료들이 한결같이 우리나라의 경제에 좋지 않은 ‘저성장, 수출 둔화, 경제침체’ 등으로 가득하다. 이러한 분위기를 자라나는 아이들이 몸으로 느끼게 하기 위하여는 여러 종류의 자료와 그래프를 통하여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방법이 유효하다. 추상적인 것들을 구체적으로 보고 해석함으로 경제를 피부로 느끼면서 자신이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로 처음 임용되었던 초임시절에는 열심히 수업을 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을 각오가 되어 있었다. 장밋빛 계획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마음이 그대로 머물 수 없었고, 몸도 마찬가지로 빠져 들었다.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 타의에 의한 것들이 더 많았다. 그저 열심히 가르치는 것이 교직이라고 믿었던 믿음이 깨지고 가르치는 것보다 업무를 어떻게 처리하는 가에 따라 교사의 가치가 평가되어지는 현실을 어쩔 수 없이 따르게 된 현재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고 속상하다.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자 학교와 교사의 의지와 다른 현실을 뛰어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깨달음은 좀체로 바뀌지 않았다. 결국은 포기상태에서 교직생활을 하게 되었고, 이는 모든 교사들의 공통된 심정일 것이다. 집중이수제가 처음 도입된 것은 2007개정교육과정 때였다. 그때만 해도 음악, 미술 등 집중적으로 교육이 필요한 과목에 한하여 학교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주었다. 그러던 것이 무슨 연유인지 학생의 학습부담 경감을 앞세워 2009개정교육과정에서 집중이수제가 전면 도입하였다. 자율권은 없고 다만 어떤 교과에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만 학교에 던져 주었다. 교사들 간의 갈등 요인으로 지금도 기억된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집중이수제가 사실상 폐지되면서 손해를 본 쪽은 학생들 뿐이었다. 그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이는 없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에서 학교업무정상화방안이라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곽노현교육감시절에 추진하다가 문제점이 많아지자 중단되었던 대표적인 실패 정책이었다. 그러던 것이 갑작스럽게 재 등장하여 학교를 옥죄고 있다. 추진은 하되, 의견수렴을 하라고 한다. 그것은 각 부서의 업무나 배정인원은 의견수렴을 하라는 뜻이다. 기본은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장들이 논의하여 제출한 의견도 무시되었다고 한다. 학교에 자율권이 없기 때문에 학교자율화를 해야 한다고 했던 그들이 자율화에 역행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소통이 안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 각 가정에서 남편이 할 일, 아내가 할 일, 자녀가 할 일을 명확히 구분하여 각각의 가정에 통보하고 이를 어기면 컨설팅 등을 통해 시정을 요구하고 그래도 안되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가정에서 가족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 가는 각 가정의 사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다. 일률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업무를 경감하고 교육활동에 전념하라는 것은 이해가 간다. 단 어떤 외부적인 인력 충원 없이 기존의 구성원들에게 업무를 재배치하는 방안은 풍선효과가 나타날 뿐이다. 한쪽의 업무가 줄어들면 또 다른 한쪽의 업무는 증가하게 된다. 그동안 교육청의 노력으로 업무가 경감되었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헷갈린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정책추진을 교육부에서도 슬그머니 밀어주고 있는 느낌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예산을 더 들이지 않고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이니 교육부의 입장에서는 요즘 유행어 ‘Thank you’인 것이다.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운다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그런데 자유학기활동을 170시간 이상해야 한다는 지침이 내려졌다. 왜 170시간인지 근거는 없어 보인다. 그 정도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170시간을 하라고 하면 다 따라 하겠지만 프로그램의 질은 확답하기 어렵다. 영역은 다르지만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될 수도 있다. 결국 시간수가 과다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해진 시간보다는 자유학기제 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나름대로 알아서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다만 파행운영을 막을 다른 방안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일련의 교육현장과의 소통부재는 교사들에게는 소통부재를 더욱더 깨닫게 하고, 이를 통해 교육력이 떨어지는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최소한 추진과정에서 교육현장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올해가 소통의 원년이 되길 기대해 본다.
지난달 23일 경기도 이천시의 한 특성화고에서 학생들이 기간제 교사를 빗자루로 폭행하는 사건을 TV로 접하게 되었다. 이 사건 발단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직접 조사해 보지 않아 자세히는 알기 어렵지만 한마디로 '교권추락'이 이처럼 심해진 현상을 보고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이로 인하여 교권추락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다시 집중된 가운데 최근 5년간 교권침해 사례가 무려 2만6000여건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는 보고도 있다. 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종배 새누리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1~2015년 교권침해 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학생과 학부모에 의해 발생한 교단의 권위 하락 건수는 총 2만6111건으로 조사됐다. 교권침해 건수는 2010년 2226건에서 2011년에는 4801건으로 두 배 이상 폭증하더니 2012년에는 7971건이나 됐다. 2013년과 2014년에도 5562건, 4009건이 발생해 이 같은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1학기 기준으로 1842건으로 파악됐다. 유형별로 따져보면 폭언과 욕설이 1만6485건(6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수업 진행 방해 5538건(21%),기타 3165건(12%) ,폭행 436건(2%) 등의 순이었다. 심지어 여교사에 대한 성희롱도 375건에 달했으며,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도 412건이나 됐다. 이 의원은 "학교현장의 교권침해 사건이 매년 수천 건씩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교원의 사기 저하로 이어지는 만큼 교육당국은 교원들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게끔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는 최근 본회의에서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고교 이하 일선 학교장이 학생 등에 따른 교원들의 폭행이나 각종 모욕 행위를 알게 되는 경우 즉시 피해자에 대해 보호 조치를 한 뒤 사건 내용과 조치 결과를 교육부 장관이나 교육감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에도 이같은 절차를 밟아 사건을 처리하고 있지만 법이 만들어졌다고 하여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교육이란 마음과 마음을 이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 법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학교장은 이 같은 교육활동 침해 내용을 축소·은폐해서는 안 된다. 또 교육부 장관이나 교육감이 피해 교원에 대한 상담과 치유에 필요한 전문인력과 시설을 갖춘 기관이나 단체를 교원치유센터로 지정하고, 운영 비용 전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우리 사회가 갈등이 증폭되고 있지만 교육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학교와 학부모간의 소통, 그리고 사회전체가 과도한 스트레스에 쌓여 분노로 가득차 있음을 인식하고 이의 해결을 위한 노력이 다방면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학교 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며, 이 사회가 행복한 사회가 되기 위한 고민을 정치 지도자는 물론 모든 국민들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2007년, 검은 기름이 뒤덮인 돌과 모래를 구슬땀으로 닦아내던 장면을 잊지 못하는 곳이 태안반도다. 서쪽으로 툭 튀어나온 태안바닷가는 남북으로 리아스식 해안선이 길게 이어진다. 이곳의 최북단 학암포에서 최남단 영목항까지 120㎞ 거리를 연결해 태안해변길이 만들어졌다. 지난 12월 29일, 청주행복산악회원들이 안면도의 노을길로 송년 트레킹을 다녀왔다. 아침 7시 용암동 집 옆에서 출발한 관광버스가 중간에 몇 번 정차하며 회원들을 태우고 서쪽으로 향한다. 스스로 행복을 찾아 나선 산행 참여자가 자리를 가득 채워 활기가 넘치고, 늘 그렇듯 마구설기‧피떡‧군고구마‧사과즙‧꿀차‧사과‧입맛에 맞춘 커피가 자리로 배달되어 입이 즐겁다. 청주행복산악회의 행복 만들기는 남다르다. 당진영덕고속도로 예산휴게소에 들르며 부지런히 달리는 차안에서 나이 먹는 것도 잊고 늘 선두에서 사진 봉사까지 하는 젊은오빠님의 생일을 케이크까지 준비해 축하했다. 달콤 회장님의 안전당부 인사와 다음 산행안내, 잼마 고문님의 일정안내가 이어졌다. 예산수덕사IC를 빠져나온 관광버스가 국도를 갈아타며 홍성과 갈산면 소재지를 지난다. 방조제가 가까워지면 오른쪽으로 분재를 닮은 궁리소나무, 서산A지구방조제의 왼쪽 끝으로 물위에 떠있는 간월암이 보인다. 서산B지구방조제를 지난 후 안면대교를 건너면서 오른쪽의 대하랑꽃게랑 인도교를 바라보고 10시 10분경 서해안 낙조의 명소로 손꼽히는 꽃지해변에 도착했다. 꽃지해변에 우뚝 서있는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가 밀물 때는 바다 위의 섬이 되고 썰물 때는 육지와 연결되어 하루에도 몇 번씩 다양한 경관을 보여준다.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로 불리는 바위섬은 해상왕 장보고의 부하 승언 장군이 전쟁터에 나간 후 돌아오지 않자 아내 미도가 일편단심 기다리다 죽어 망부석이 됐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저녁나절 할미바위에 뿌리를 내린 노송과 두 개의 바위섬 사이로 지는 낙조가 일품이다. 노을길은 태안해변길 5코스로 백사장항에서 꽃지해수욕장까지 12㎞ 거리에서 해안사구와 송림, 아름다운 해변과 바닷가 마을들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명품 코스다. 이곳은 도착지를 어디로 하느냐에 따라 색다른 여행이 만들어진다. 해를 바라보고 꽃지해수욕장을 향해 걸으면 멋진 일몰을 볼 수 있고, 해를 등지고 백사장항을 향해 걸으면 멋진 대하랑꽃게랑 인도교를 건너고 먹거리도 많다. 꽃지해변과 방포항에서 시작하여 왼쪽에 바다를 두고 걸으면 위편으로 방포‧두에기‧밧개‧두여‧안면‧기지포‧삼봉‧백사장해변이 이어지고, 방포‧두여‧백사장전망대와 예쁜 펜션들도 만난다. 바닷가로 내려가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를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고 꽃지해변과 방포항을 잇는 꽃다리를 건너가며 물이 빠져 한가한 방포항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꽃다리는 해질녘 꽃지해변의 낙조를 감상하는 장소로 유명하다. 방포항에서 바라보는 꽃지해변과 방파제 주변의 풍경도 멋지다. 꽃지해변을 뒤로하고 산길로 접어들며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된다. 이마에 땀이 맺힐 즈음 방포전망대에 올라 방금 지나온 꽃지해변을 내려다본다. 가까운 거리에 방포해변이 한눈에 들어오는 간이전망대가 있다. 꽃지해변과 방포해변은 이웃하고 있어 산길에서 내려와 해변을 거닐면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 방파제와 등대가 가깝게 보인다. 주위 환경이 조용하여 가족들과 편안히 쉴 수 있는 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자연 그대로의 풍광을 간직한 두에기해변은 방포해변과 밧개해변 사이에 있는 작은 해변으로 촛대바위가 서있고 어느 쪽이든 한참동안 송림이 아름다운 산길을 걸어야 만난다. 완만한 해안선이 거의 일직선으로 펼쳐진 밧개해변은 드넓은 모래사장 주변에 소나무 숲이 잘 조성되어 있다. 밧개해변은 암반갯벌로 이루어져 독살이 잘 보존된 곳으로 유명하다. 독살은 해안의 굴곡 부분에 돌담을 쌓아 밀물 때 들어온 물고기가 썰물 때 나가지 못하게 하여 고기를 잡는 전통적인 고기잡이 방법이다. 해변으로 나가 독살을 구경하고 바닷가에서 한우 꾸미가 들어간 떡국을 맛있게 먹었다. 행복산악회 운영진의 봉사와 헌신이 최고의 조미료가 되어 음식 맛을 돋웠다. 노을길에서 만나는 산들은 야트막하다. 밧개해변에서 두여해변으로 가는 산길에 방금 지나온 밧개해변과 진행방향의 삼봉해변이 한눈에 내려다보일 만큼 전망이 좋은 두여전망대가 있다. 전망대 아래에 지하 깊은 곳의 압력으로 성질과 형태가 변한 습곡 및 단층의 지각이 풍화, 침식되면서 서서히 융기한 해안습곡이 있다. 전망대를 지나 만나는 삼거리에서 나무데크를 따라 내려간다. 두여해변으로 내려서면 서해바다와 안면, 기지포, 삼봉해변으로 이어지는 해안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물이 다 빠진 바다는 생명력을 잃어 지평선만 존재한다. 늘 바다를 그리워하는 내륙도 사람들이라 바닷바람을 품에 안고 걷는 회원들의 얼굴에 웃음이 넘친다. 행복이 뭐 별건가. 나이 들수록 현재를 잘 유지하는 게 최고다. 어쩌면 아내와 바닷가를 거닐며 앞으로의 삶에 관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이 자체가 행복이다. 노을길에서 백사장만 걸으면 재미가 없다. 이곳에 나무데크로 조성한 1004m 길이의 천사길과 푹신푹신한 모래숲길도 있다. 키가 큰 곰솔이 터널을 이룬 사색의 길에서는 솔향에 취한다. 해안사구는 바다에서 육지 쪽으로 강풍이 불 때 육지 쪽으로 이동되던 모래가 퇴적되어 형성된 것으로 서해안에서 해안사구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가 신두리해변과 기지포해변이다. 낮은 구릉모양의 모래가 해변으로 밀려가지 않도록 대나무를 엮어 바람을 막는 모습이 이채롭다. 모래언덕에 피어난 사구식물에 관한 해설을 들을 수 있는 기지포탐방지원센터가 바로 앞에 있다. 삼봉해변은 안면도 최대의 해수욕장으로 물이 빠지면 차가 다닐 만큼 모래가 단단해 자동차 광고 촬영지로 유명했던 곳이다. 삼봉해변을 돌아서면 흰모래밭을 뜻하는 백사장해변이 길게 나타난다. 대부분 넓은 소나무 숲이 그늘을 만들고 은빛 모래가 끝없이 펼쳐지는 오토캠핑의 명소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백사장해변은 2013년 7월 수련활동에 참여했던 고등학생 5명이 숨진 곳이라 안전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곳이다. 백사장항에 들어서면 안면도의 백사장항과 남면의 드르니항을 연결하는 250m의 다리 '대하랑꽃게랑'이 멋진 풍경을 만든다. 대하랑꽃게랑은 2013년 11월에 개통한 해상인도교로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풍경과 바다 위를 걷는 신비함이 더해지며 두 지역을 하나로 만들었다. 낙조 등 자연과 어우러져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찾는 이들이 많다. 안면도의 초입에 위치한 백사장항은 제법 규모가 큰 포구이다. 해상인도교가 들어서며 소규모의 어선들이 줄줄이 매달려 있는 바닷가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여행은 눈으로 보는 만큼이나 먹는 것도 중요하다. 싱싱한 회를 먹기에 좋은 횟집과 수산물을 파는 상점들이 많고 시간이 맞으면 수산시장에서 경매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곳의 자연산 대하와 꽃게가 유명한데 10월부터 11월 초에 대하축제가 열린다. 바로 앞 건너편의 드르니항은 안면도가 육지와 연결되기 전에는 오가는 사람들이 많던 나루터였다. ‘드르니’라는 지명은 우리말 ‘들르다’에서 비롯되었는데 드르니의 옛말 '들온이'는 맞은편의 안면도에서 배를 타고 사람들이 계속 들어온대서 붙여졌다. 일제강점기 신온항으로 바뀌었다가 2003년에 원래의 이름을 되찾은 슬픈 사연도 감춰져 있다. 3시 25분 백사장항을 떠나는데 갑자기 날씨가 흐리다. 계획대로 움직이는 게 여럿이 하는 여행인데 운행담당인 최여사님의 배려로 예정에 없던 간월암까지 들른다. 지금 서산B지구방조제와 A지구방조제를 연결하고 있는 간월도가 예전에는 섬이었다. 간월도 앞 바닷가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작은 암자가 간월암이다. 간월암은 태조 이성계의 왕사였던 무학대사가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곳으로 물이 빠지면 육지가 되고, 바닷물이 들어오면 작은 섬이 되는 풍경 때문에 더 유명해졌다. 간월도의 어리굴젓은 생굴에 소금과 고춧가루를 버무려 담근 젓갈로 왕에게 진상을 했다고 전해오는 특산품이다. 이곳에 오면 언덕위에 위치한 식당 맛동산의 영양굴밥이 생각난다. 간월암을 뒤로하고 청주로 향한 관광버스가 아침에 왔던 대로 당진영덕고속도로 예산휴게소에 들르며 빠르게 달려 7시경 집 옆에 도착했다. 여행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중요하다. 청주행복산악회의 트레킹에 평생지기인 아내가 따라나서 더 행복했던 하루였다.
새해가 밝았다. 2016년은 시작되었다. 원숭이의 해를 열었다. 1월 4일이 되면 각계각층에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게 된다. 교육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학교에서는 조용하게 새해를 시작할 것이라 생각된다. 올해는 붉은 원숭이의 해이다. 붉은 원숭이가 우리 선생님들에게 주는 교훈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그 중의 하나가 사랑이다. “원숭이는 부부지간이나 자식에 대한 사랑도 극진하고, 창자가 끊어질 정도의 지극한 모정을 의미하는 斷腸(단장) 고사가 원숭이에서 유래했을 만큼 모성애가 강합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사랑을 배우고 사랑을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먼저 가족을 사랑해야 할 것이다. 가족의 사랑이 깊어야 그 사랑으로 학교의 학생들에게 사랑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이 없이는 감동을 줄 수 있는 교육을 할 수가 없다. 사랑이 들어가면 교육은 발전이 있게 된다. 선생님의 사랑이 식어지면 학생들은 멀어진다. 이게 심하게 되면 학생들은 선생님을 미워하게 된다. 학생들이 집에서는 부모님에게 사랑을 먹고 성장하게 되고 학교에서는 선생님에게서 받으며 성장하게 된다. 그러므로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사랑을 듬뿍 주어야 하지 않을 까 싶다. 원숭이가 가족을 사랑하는 것처럼 학생들을 가족처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교육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다음 붉은 원숭이에게서 배울 점은 열정이다. 붉은 색은 정열을 말한다. 그리고 원숭이는 정말 활동적이다. 선생님은 열정이 있어야 학생들이 좋아한다. 선생님이 열정이 있는지 없는지 학생들은 말은 하지 않지만 다 안다. 선생님의 교육열정이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고 장래를 잘 이끌어줄 수 있다. 우리 선생님들은 새해에는 더욱 건강해야 하겠다. 원숭이 하면 떠오르는 것이 좋은 건강이다. 우리 선생님들이 건강을 잃으면 학생들을 잘 가르칠 수가 없다. 아무리 실력이 있고 열정이 있고 사랑이 있어도 건강을 잃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우리 선생님들은 고집과 욕심을 버려야 할 것 같다. 원숭이를 잡을 때에 원숭이를 잡는 틀에 먹이를 넣어놓고 손이 들어가게 해 놓으면, 원숭이는 손을 넣어 먹이를 잡으면 놓지를 않는다고 한다. 손을 놓아야 살 수가 있는데 먹이를 얻기 위해 끝까지 잡고 있다가 잡히고 만다고 한다. 내 생각만 옳다고 하지 말고 다른 선생님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고 자신을 내려놓을 줄 알면 학교는 보다 훈훈한 학교가 되지 않을까 싶다.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이 고집 버리고 욕심도 버리고 내 생각도 버리고...
김 선생님,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 해맞이는 어디에서 하셨는가요? 그리고 어떤 소망을 담았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인간은 삶의 선상에서 알게 모르게 많은 잘못을 저지릅니다. 그리고 다음에 그걸 후회하지요. 이것이 인생인 것 같습니다. 나이를 지긋이 드신 한 교직 선배님이 나에게 좋은 선물을 카톡으로 자주 보내오십니다. 이는 좋은 것을 나와 함께 공유하기 위해서라 생각합니다.이제 연령으로 인생의 가을을 맞이하신 선배님은 자신에게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있답니다. 지금까지 얼마나 사랑하였느냐고? 자신을.... 그리고 다른 사람을. 이것은 바로 개인의 질문이기도 하지만 성경이 이야기 하는 핵심이지요.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된다는 것 입니다. 그러면서 아마도 자신의 삶도 내가 보기엔 덕이 많으신 분인데도 후회가 되신 모양입니다. 다음과 같은 문장이 그 무게를 더하고 있습니다.우리가 진심으로 이를 받아들여 내 삶에 적용한다면 조금은 덜 후회하는 삶을 살아갈 것 같아 나도 이 글을 써 봅니다. 문제는 정년 이후의 삶이지요. 정년 전에는 누구나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지만 미래는 그렇게 살기가 어렵다는 것 입니다. 참고가 되신다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젊었을 때,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 결과 나는 실력을 인정받았고.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 덕에 65세 때 당당한 은퇴를 할 수 있었죠. 그런 내가 30년 후인 95살 생일 때, 얼마나 후회의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내 65년의 생애는 자랑스럽고 떳떳했지만, 이후 30년의 삶은 부끄럽고 후회되고. 비통한 삶이었습니다. 나는 퇴직 후'이제 다 살았다. 남은 인생은 그냥 덤이다.'라는 생각으로 그저 고통없이 죽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덧없고 희망이 없는 삶.... 그런 삶을 무려 30년이나 살았습니다. 30년의 시간은 지금 내 나이 95세로 보면, 3분의 1에 해당하는 기나긴 시간입니다. 만일 내가 퇴직할 때. 앞으로 30년을 더 살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난 정말 그렇게 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 때 나 스스로가 늙었다고, 뭔가를 시작하기엔 늦었다고. 생각했던 것이 큰 잘못이었습니다. 나는 지금 95살이지만 정신이 또렷합니다. 앞으로 10년, 20년을 더 살지 모릅니다. 이제 나는 하고 싶었던 어학공부를 시작하려 합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10년 후 맞이하게 될 105번째 생일날, 95살 때 왜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입니다.
국내 방송사상 최장수 프로인 ‘전국노래자랑’(KBS)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급기야 2013년엔 개그맨 이경규가 제작자로 나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김인권 주연의 ‘전국노래자랑’(감독 이종필)이 그것이다. 개봉일이 5월 1일이었는데, 그 무렵은 ‘아이언맨3’ 돌풍이 거셀 때여서 100만 명(978,413명)도 동원하지 못한 채 끝나고말았다. 그 ‘전국노래자랑’과 같은 시간대(일요일 낮 12시 10분) 방송하는 경쟁 프로가 있다. ‘MBC가요베스트’가 그것이다. 35년째인 ‘전국노래자랑’에 비하면 별것 아니지만, ‘MBC가요베스트’ 역시 방송 10년을 넘긴 장수 프로이다. 2006년 5월 4일 첫 방송 이래 2012년 MBC 대파업 때를 빼곤 계속 전파를 탔다. 이를테면 10년 이상 지켜본 TV프로인 셈이다. 우선 ‘MBC가요베스트’의 의미는 남다르다. MBC로선 거의 유일한 트로트 위주의 TV 프로이기 때문이다. 제작 방식도 독특한 편이다. 15개 지역 MBC가 돌아가면서 공동 제작하고 있어서다. 가령 지평선축제가 열리는 전북 김제 공연이면 전주 MBC가 제작하는 식이다. 기본적으로는 지자체 홍보의 성격이 강하다. 한 곳을 2회씩 방송하는데, 먹거리, 볼거리 등을 사회자(김승현, 여자 사회자는 공연지마다 그 지역 아나운서들이 투입된다.)가 노골적으로 선전해대니 말이다. KBS ‘전국노래자랑’이나 ‘열린 음악회’보다 더 적극적인 지자체 홍보프로라 할 수 있다. 그 ‘MBC가요베스트’가 연말을 맞아 ‘2015MBC가요베스트 대제전’(이하 ‘대제전’)을 방송했다. 12월 20일과 27일 낮 12시 10분 2회에 걸쳐 방송된 ‘대제전’은 시상식으로 진행됐다. 격려와 축하 등 한 해를 결산하고 내년을 기약한다는 점에서 일단 고무적으로 보인다. 김승현과 가수 홍진영 사회로 진행된 ‘대제전’에서 시상한 상은 무려 10개가 넘는다. 신인상⋅인기상⋅작사가상⋅작곡가상⋅가요발전상⋅국민애창곡상⋅공연문화상⋅프로듀서상⋅베스트가요상⋅기획자상⋅올해의 가수상⋅대상 등이다. ‘기획자상’을 빼곤 가수들이 받은 상이다. 특히 여자 가수들은 화려한 의상과 함께 제법 길게 주어진 수상소감에서 감격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령 ‘국민애창곡상’을 수상한 김수희 소감이 그렇다. 김수희는 “인기가 항상 있는게 아니다. 그래도 후배들에게 힘내라고 말하고 싶다”며 나름 의미있는 심사소감으로 숙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것이 어찌 트로트 가수들만의 일이겠는가! 아이돌에 밀려 한켠으로 물러난 듯한 트로트 가수들의 한바탕 잔치라는 의미가 있긴 하지만, 그러나 ‘대제전’엔 이런저런 문제가 있어 보인다. 먼저 수상 규모이다. 다다익선이란 말이 있지만, 많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오래 전부터 방송사들의 연기대상이 남발이란 오명을 뒤집어쓴 채 권위로부터 멀어져왔음을 참고했으면 한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상 이름과 함께 의아스러운 것은 ‘무상금’이다. 무릇 상은 상금과 함께 해야 그 기쁨이 배가되는 법이다. 그런데 시상 내내 상금 얘기는 전혀 없었다. 달리 말하면 자기 돈 써가며 시상식에 참가, 수상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자체처럼 공직선거법 때문도 아닐 것이고, 무슨 그런 시상이 다 있나. 방송 출연 자체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트로트 가수들이라서 그런가? 그 외 사회자들의 극존칭 남발의 멘트가 거슬린다. 사회자이면서 정작 ‘올해의 가수상’ 수상자가 된 홍진영의 개인 노래와 관련된 김승현 멘트도 마찬가지다. ‘대상’ 시상자로 나온 황용구 경남 MBC 사장이 보인 두 가지 버전의 ‘어머님의 손을 잡고~’(‘비내리는 고모령’ 첫 소절)에서 ‘잡고’는 ‘놓고’를 잘못 부른 것이라 쓴웃음을 짓게 한다.
국회 본회의는 지난 해 말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일명 교권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법에 앞으로 교권을 침해한 학생과 학부모는 특별교육에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한다.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은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에 중점을 뒀다. 이를 위해 법률명도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으로 바꿨다. 이번 교권보호법 통과는 그간 날로 증가하는 교권침해사건과 이로 인한 교원의 사기저하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한국교총이 중심이 돼 2008년부터 줄기차게 입법 추진 및 교섭활동의 결과로 평가될 수 있다. 특히, 그동안 교육계의 꾸준한 노력과 입법 활동에 정부가 이를 수용해 2013년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개정안은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장이 교원의 교육활동 중 폭행, 모욕 등 교권 침해가 일어난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즉시 해당 교원에 대한 보호 조치 후, 사건 내용과 조치 결과를 교육부 장관이나 교육감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이법은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매 맞는 교원, 교권을 현저히 훼손당하는 교원들의 기본권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법은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 재발 방지 대책도 포함됐다. 교원의 교육활동을 침해한 학생에 대해서는 보호자의 참여하에 교육감이 정하는 기관에서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를 받도록 했다. 아울러 피해 교원의 상담 등 치유에 필요한 전문인력과 시설을 갖춘 기관이나 단체를 교원치유지원센터로 지정하고 운영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관할청(교육청, 교육지원청)은 교육활동을 침해한 학생의 재발 가능성을 낮추고, 학생의 보호자의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 교육감이 정한 기관에서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관할청은 피해 교원의 회복을 위해 전문 상담 및 치유를 지원하는 '교원치유지원센터'도 운영할 수 있다. 더불어 교원의 교육활동이 침해당한 경우 학교장은 해당 교원을 보호하고 관할청에 반드시 보고하도록 했다. 또 교육활동 침해 사안을 학교장 평가에 부정적 지표로 사용할 수 없게 했다. 한편 교육부는 교원의 자긍심 회복과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교권보호를 포함한 교원사기진작 종합대책을 내년 2월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교권보호법' 개정으로 추락된 교원 사기 및 자긍심 회복을 통해 더욱 제자사랑과 교육에 매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교권은 교원 개인의 인권과 교육할 권리와 학생의 학습권 보호라는 개념이 합쳐진 것으로 교원이 학생교육을 위한 전문성과 열정의 가장 기초가 된다. 따라서 이법의 개정으로 교권 보호가 좋은 교육의 기반이 된다는 사회적 인식이 제도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 법은 교권 침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특별교육 참여를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 실제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학교 관리감독을 총괄하는 시도 교육청에서 이 법의 취지에 맞게 교사에게 상벌점 부여권한 등 문제 유발학생을 제지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줘야 한다. 아울러 문제행동 학생에 대한 교사 실질적 지도권 강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학습방해 및 폭언·폭행 등 문제행동 학생이 날로 늘어감에 따른 교사의 직·간접적 지도권한 강화방안 등 개선방안이 요구된다. 민·형사상 소송 제기에 대한 지원책 마련 필요하다. 교사가 정당한 교육활동으로 확인된 경우 교육행정당국의 법률 대응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 교권사건 발생 시 신고의무를 다한 학교 및 학교장에 대해 시․도교육청은 실질적으로 책임을 묻지 않아야 한다. 그간 교권사건 발생 시 학교현장에서 은폐 등 쉬쉬하는 것은 학교 명예실추 우려는 물론 잘잘못과 책임만을 물으려는 교육행정당국에도 원인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사실 그동안 학생 인권, 학부모 보호 등에 대한 권리 보호와 입법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교육의 수요자 권리 보호라는 명목 아래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 신장은 확대돼 왔다. 하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고 정작 교원들의 인권과 교권 등은 현저히 훼손돼 사회적 이슈가 돼 온 것이 사실이다. 다라서 만시지탄이지만, 이번 교권보호법 개정은 매우 의미 있고 차후 우리나라 교권 보호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입법이나 대안이 새로 생긴다고 교권이 보호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교권은 학생, 학부모 등을 포함한 전 국민들의 교원의 인권, 교육할 수 있는 권리인 교수권은 신성하게 보장해 줘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과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즉 외적 강제보다는 내적 숙고와 성찰이 더욱 효과적인 것이다. 교권 보호를 위한 학생 교육과 학부모 특별 교육 등이 더욱 강화돼야 할 것이다. 앞으로 교육 당국은 학교 현장에서 교원들이 교권을 완전히 보호받으며 훌륭한 교육을 수행할 수 있도록 후속 조치와 세부 사항의 정책 입안에 노력해 주길 기대한다.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가야 할 길이 있다. 나이가 젊으면 젊을수록 가야 하는 길이 멀게 보인다. 이처럼 갈 길이 멀면 끝이 없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때로는 길이 너무 멀어 도착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잘 못된 생각이다. 아무리 달려도 길은 여전히 멀다는 절망뿐이거든... 인생은 누구나 먼 길을 가는 것이다. 먼 길을 단번에 갈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차근차근 한걸음씩 가는 것이다. 천천히 숨을 쉬며, 자신의 걸음걸이를 즐기는 것이다. 한걸음씩 천천히 가다 보면 숨을 가쁘지 않고 먼 길을 왔다는 사실조차 모르게 될 것이다. 오늘 하루도 즐거운 여행같은 하루가 되어 이것이 쌓으면 행복으로 가는 길이 될 것이다. 행복은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어도 내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잠시 기쁠 뿐이다. 재산이 많고 권세가 높고 명예가 커도 기쁘고 행복하지 않은 것은 행복의 제조자인 자신이 기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 고전에 '인생이란 백마가 달리는 것을 문틈으로 내다보는 것처럼 삽시에 지나간다'는 표현이 있다. 젊어서는 인생이 꽤 길게 느껴지지만, 나이 들면 화살처럼 달리는 백마를 문틈으로 얼핏 본 것처럼 인생이 정말 빠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데 나도 아직 그것을 실감하지 못한다. 아직도 젊은 탓인가 본다. 나 자신이 소중하기에 오늘이 생애 최고의 날인 듯 최선을 다해 살고 지금이 생애 최고의 순간인 듯 행복해야 한다. 세상을 한 번 둘러보면 나만큼 소중한 사람이 있는가? 나는 우주에서 오직 하나뿐인 존귀한 사람이다. 그 사실을 인정하면 기쁘게 웃을 수 있지만 스스로 보잘것 없다고 여기면 세상에 즐겁고 기쁜 일이 없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목표지점을 아주 짧게 잡고 걸으면서 다 이루었다고 만족하면 나태해지기 마련이다.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길에는 정도(正道)가 있고 사도(邪道)가 있다. 정도로 가려하면 방해물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정도가 아니라면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정도를 버린 사람들이 겪는 아픔이 얼마나 쓰라린 것인가를 상상해 보는 일이다. 올해도 바른 길을 가겠다는 소망과 매일매일 이 길을 걸으면서 자신의 길을 돌아보는 하루하루가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시편 기자는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눕게 하시면 잔잔한 물가로 인도하신다.”고 하는 고백을 하고 있다. 우리는 날마다 기적을 일구고 있다. 심장이 멈추지 않고 숨이 끊기지 않는 기적을 매일매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아침에 눈을 뜨면 벌떡 일어나지 말고 20초 정도만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 읊조리듯 말하는 것이다. '첫째, 오늘도 살아 있게 해주어 고맙습니다. 둘째, 오늘 하루도 즐겁게 웃으며 건강하게 살겠습니다. 셋째, 오늘 하루 남을 기쁘게 하고 세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겠습니다.'라고... 오늘 하루도 그 푸른 초장으로 인도하심을 기억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누리는 새해 첫날이 되기를 기도하여 본다.
아이를 어떻게 기를 것인가는 한 가정의 행복은 물론이요 국가의 운명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아이들이 행복해야 부모도 행복해 질 것이라는 관계성이 강하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처럼 아이를 낳지 않으면 국가의 희망을 걸 곳이 없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어떤 독특한 자녀교육을 위한 실험을 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스럽기에 도전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역지사지의 의미를 독일에서는 실험을 통하여 어려서부터 깨닫게 하는 좋은 사례가 있다. 독일의 요한 메츠거 부부는 기발한 실험을 했고, 그 실험은 ‘아이에게 권력을!’이란 책으로 출간돼 독일 전역에서 이슈가 됐다. 저널리스트인 아빠와 물리치료사인 엄마, 13세 딸, 10세 아들이 서로의 역할을 바꾸어 한 달 동안 살아보는 실험으로 이른바 ‘아이에게 권력을’ 프로젝트다. 부모의 역할은 아직 어린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마련해주고, 행동의 한계를 정해주는 것이라 믿었던 부부는 한 달 동안의 실험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다. 실험 과정에서 아빠는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실험을 보완해 갔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사소했다. 아들과 함께 평소처럼 탁구를 치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아들에게 코치 역할을 맡겼다. 신나게 코치 역할을 한 아들은 경기가 끝난 후 "그렇게 정중한 말투로 나를 대하는 어른은 본 적이 없어요. 되게 기분이 좋았어요."라고 말했다. 아이의 한 마디에 정곡을 찔린 아버지는 지금까지의 교육방식을 놓고 고민했다. 부모가 아무리 사랑을 쏟아 붓는다고 해도 아이들은 만약 어른이라면 누구나 부당하다고 느끼는 일들을 참아야 한다. 후견인 행세를 하는 부모의 명령, 경고 등을 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는 ‘코치 놀이’를 가족 전체로 확대해 한 달간의 실험을 한 것이다. 부모는 아이의 역할을, 아이는 부모의 역할을 맡는 역할 바꾸기였다. 먼저 가족 실험에 대한 10가지 규칙을 정했다. ‘한 달 동안 실험을 한다. 아이는 부모의 권리와 의무를 갖고, 부모는 아이의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 아이는 한 달 생활비로 현금 700유로(정부 실업 급여에서 제공하는 1인당 한 달 최저 생계비에서 조금 더 보탠 금액), 부모는 40유로씩 용돈을 받는다. 실험이 끝난 후 복수하지 않는다’ 등이다. 매일 아침 아이들에게는 부모가 해야 할 요리, 청소 등 일을 시켰고, 저녁 식사 자리에서는 부모와 같은 말투로 “이제 이야기해 봐, 오늘 어땠어?”라고 물었다. 부부는 존중받지 못하는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딸은 엄마와 다른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고, 예산에 맞게 식비를 조절하고, 식단을 채식 위주로 바꿨다. 시키지 않은 집 안 청소를 하기도 했다. 스스로 무언가를 계획해서 그 일을 해냈을 때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자기 효능감’을 느낀 것이다. 역할 분담을 놓고 싸우던 남매는 부모의 중재가 없자 오히려 더 빨리 해결책을 찾았다. 하지만 넷째 주가 되자, 아이들은 역할 놀이에 싫증을 느꼈다. 딸은 많은 역할과 책임감에 지쳐갔고, 아들은 아프다는 이유로 자주 학교를 빠지거나 텔레비전과 영화, 게임에 몰두하기도 했다. 여러 차례 실험을 멈추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부부는 저녁마다 자녀와의 대화를 통해 실험의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실험이 끝난 뒤, 아들은 “전체적인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어린 아이도 다른 사람과 똑같이 권리를 가졌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딸은 자신에게 주어졌던 많은 역할의 무게를 알고, 아이로서 현재 맡은 역할을 훨씬 더 즐기게 됐다. 아내는 아이들이 시키는 대로 로봇처럼 행동했던 시간을 되새기며 자신의 양육태도를 되돌아 봤다고 고백했다. 또 실험을 계기로 아이들을 관찰하면서 저마다의 특성을 알게 됐다. 딸이 예상보다 계획성 있게 생활하고 책임감이 많다는 것을 알았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공부할 때 집중을 잘한다는 학습 스타일도 알았다. 또 몰랐던 아이의 시각도 발견했다. 아들은 자신이 무언가를 할 때 부모가 묵인하는 행동을 통해 인정받고 사랑받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부모의 제약이 심해질수록 오히려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여긴 것이다. 부부는 애정의 표현이라 생각했던 관심과 지나친 간섭이 자녀에게 잘못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행동 제약의 범위를 점점 줄여갔다. 메츠거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이끌지는 않더라도 자신의 양육 태도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도를 해볼 것을 권하고 있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를 위해 세상을 좀 더 열린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십 년 전에 어느 대학생이 친구들과 함께 창업을 시작하면서 밝힌 당찬 포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귀담아 듣지 않았습니다. 그저 무모한 젊은이의 패기 정도로 여겼습니다. 이상적인 비전과 정의로움과 도전 정신은 젊은이들의 특권이니까요. 주커버그 부부의 기부, 인생이 명품이다 그 후로 단 십 년 만에 그 청년은 창업에 성공해서 세계 7번째 거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최근에 딸아이의 아빠가 되는 날, 아내와 함께 발표를 하였습니다. 이번에는 모두가 주커버그 부부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가 그렇듯이, 우리 부부 또한 저희 아이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 바라는 마음에서 기부합니다.” 무려 52조원이나 되는 자신들의 재산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공표한 것입니다. 듣기만 해도 정말로 기쁘고 훈훈해지는 뉴스입니다. 창업에 도전했던 청년의 성공 이야기도 놀랍지만 젊었을 적에 가슴에 품었던 뜻을 실제로 이룬 이야기에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명품 옷 대신 티셔츠나 입고 다니는 그들이지만 인생을 참으로 잘 사는 멋쟁이 같이 보입니다. 그들의 옷이 아니라 인생이 명품인 것입니다. 저는 52조원이 어떻게 쓰이며, 그로 인해서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릅니다. 하지만 한 젊은 부부의 아름다운 기부로 인해 세상에 대한 제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좀 더 생겼습니다. 미래가 오늘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좀 더 강하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런 일이 주커버그가 처음은 아니지요. 창업 선구자들이 ‘시작’할 때 제시한 비전 “온 세계의 사람과 기업이 자신들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목적과 가치관을 두었습니다.” “창업할 당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세상을 변화시킬 꿈만 갖고 있었습니다.” 세계 최고 창업 선구자들이 사업을 시작할 때에 제시한 비전이었습니다. 뭇사람을 현혹시키기 위해서 마케팅 전략으로 사회봉사니 인류 평화라는 그럴듯한 구호를 내세운 게 아닙니다. 뭔가를 잘못했기 때문에 면책용으로, 특별사면 받고 면피용으로, 사회 분위기 눈치 보며 선심용으로 몇 푼 기부하는 게 아닙니다. 상속세를 감면 받고자 계산기 두드리고 잔머리 굴리지 않습니다. 죽음을 코앞에 두고 인생의 허무함을 뼈저리게 느끼거나 어차피 죽을 땐 빈손으로 가야한다는 공수래공수거의 참뜻을 깨달아서도 아닙니다. 빌 게이츠는 45세 때였고 주커버그는 겨우 서른 초반일 때 기부하였습니다. 한창 일을 하면서 돈 버는 재미를 느낄 때입니다. 세계 최고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비상 자금을 보유해야 한다는 사업가의 촉감이 가장 예리할 때입니다. 갓 부모가 된 마당에 자식의 미래를 확실히 보장해주고 싶은 보호자의 본능이 발동할 때입니다. 젊은 그들의 기부가 아름다운 이유 그러나 이들은 사익 대신 공익을 택했습니다. 사회에 이로우면 결국 자신들에게도 이롭다는 공익의 이치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게 공동체의 지혜라는 것을 젊었을 때부터 직감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이 한 말에 책임을 진 것입니다. 이들은 언행일치하고 표리일체합니다. 빌과 멜린다 게이츠 부부에 이은 마크와 프리실라 주커버그 부부의 기부 공표는 그래서 더 감동적입니다. 저와 제 처도 이번 기회에 이 칼럼을 빌려 공표하고자 합니다. 저희 재산을 공익을 위한 일에 쓸 것입니다. 죽은 후에 남기고 가는 유산 형태가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우리 사회에 행복씨앗을 심는 일에 사용하고자 합니다. 저희 부부가 결혼 초에 서로 약속한 일을 이제 공개합니다. 저희 부부가 열심히 일하고 아껴 쓰면서 저축한 재산이지만 미미한 액수라서 세간의 관심을 끌 일이 전혀 아님을 잘 압니다. 저희 부부는 그냥 적은 돈으로 세계 최고의 기부자가 누리는 멋을 조금이나마 맛보고자 합니다.
북, 징, 꽹과리… 다른 듯 하나인 하모니! 풋내기 신규교사 시절, 춘천에서 양구, 꼬불꼬불 소양호를 따라 도는 길로 몇 년간 출퇴근을 한 적이 있었다. 성당을 열심히 다니시는 까마득한 선배 선생님을 모시고 다니게 되었는데, 얼마나 열심이신지 타시는 곳도 내리시는 곳도 늘 성당이었고 주말이면 꽃동네로 봉사활동을 다니는 분이셨다. 6학급 규모의 작은 학교인지라 선생님들 간에도 일거수일투족 모르는 것이 없었는데 유독 열정 가득한 신규교사의 마음을 힘들게 하던 선생님 한 분이 계셨다. 싫은 티를 내지는 못하고 퇴근길에 웅얼웅얼 흉을 보면 웃음과 함께 다 들어주시고는 해주시는 말씀이 있었다. “세상에는 북소리 내는 사람, 징소리 내는 사람, 꽹과리 소리 내는 사람이 모두 다 있는 거지. 그렇지 않으면 이 세상이 얼마나 재미없겠냐?” 당시 내가 사물놀이를 지도하고 있어서 사물놀이 악기들을 비유해서 들려주신 말씀이셨는데 그때는 마음 닦기가 덜 되었던 터라 성스러운 말씀 한 자락으로 치부하고 말았던 말씀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교직생활 내내, 나는 북소리 내는 사람, 징소리 내는 사람, 꽹과리소리 내는 사람들을 다양하게 만난다. 아이들도 그렇고 교사들도 그렇고 학부모들도 그렇고. 음악교육을 전공한 지라 다양한 음악 활동을 내가 직접 하기도 하고 학생들을 지도하기도 하면서 나는 그 말씀의 깊은 뜻을 늘 다시 새기곤 한다. 서로 다른 음색을 가진 악기들이 만나 다듬어지고 어우러지면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게 된다. 하지만 가장 본질은 서로 다른 음색을 인정하는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 우리가 추구해야할 것도 그런 것이 아닐까? 다름을 인정하는 일,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주는 일. 교직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학생들의 마음결을 쓰다듬고, 학부모들의 제 아이 사랑하는 마음을 이해하고, 교사들 간의 고충을 서로 인정하면서 그렇게 살다보면 다툼과 미움이 자리 잡을 곳을 아름다운 하모니가 대신하지 않을까? 나의 키워드는 그래서 ‘하모니’다. -김미희 강원 춘천 남부초등학교 교사 더 많이보다 현재를 정확히 진단하자 매서운 찬바람이 분다. 새해라는 기다림보다 무언가 이루어 놓은 것 없이 또 다른 해를 맞이해야 하는 마음 시림이 크다. 요즘 6년의 시간을 거쳐 초등학교의 끝자락에 와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마음이 무겁다. 무슨 내용인지 알아보기 힘든 아이들의 글씨, 그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 발표 소리, 소통이 어려운 우리 아이들의 어휘력, 기말고사를 대비하는 모든 아이들의 손에 들려진 문제집들을 보면서 난 생각한다. 2016년 가르침의 키워드는 ‘나의 생각을 말과 글로 똑똑하게 표현하는 법, 그리고 문제집이 아닌 도서관의 책을 찾아 읽으며 깊이를 다지는 공부법을 전하는 배움의 기본에 가장 충실한 가르침’이면 좋겠다고. 더 많이 보다 우리 아이들의 현재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기본을 다지는 가르침에 대한 고민이 제대로 논의되어 그 누구보다 사교육에 버거운 대한민국의 부모들이 활짝 웃을 수 있는 2016년이 되길 희망한다. - 김명희 충북 영동초등학교 수석교사 충어기본(忠於基本), 쉽지만 어려운 말 교직을 떠나려고 마음먹을 즈음에 교육의 핵심 키워드에 대하여 짧은 생각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산뜻하고 멋진 말이 떠올랐으면 참 좋으련만 내가 생각해낸 단어는 참으로 평범하기 짝이 없다. 충어기본(忠於基本). 한마디로 기본에 충실하자는 것. 언젠가 학교에서 부모님과 자녀가 함께 활동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었다. 꽤 많은 학부모가 참여해 초콜릿과 쿠키를 만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부모님에게나 아이들에게나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마냥 즐거워했고 부모님들도 마찬가지였다. 쿠키가 다 구워지자 부모님들은 한 봉지씩 챙겨들고 우르르 나가버렸다.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서. 탁자 위에는 가루 범벅이 된 그릇이며 기구들, 쓰고 버린 종이 행주 등이 널려있었지만 치우고 나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자기가 활동했던 자리의 뒤처리를 하는 건 수없이 배워온 기본중의 기본이라 모르는 이가 없겠지만 행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말이다. 결국 추억 만들기는 그들의 것이었고 쓰레기 치우기는 행사를 준비한 선생님들의 몫으로 남겨졌다.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씁쓸했던 기억이 갑자기 떠올라서 새삼 그 의미를 되새겨본다. 기본. 그 쉽지만 어려운 말에 대하여 기본은 내 안에 견고한 기초를 쌓는 마음의 벽돌이다. 또한 교육이란 마음의 벽돌을 만들어내고 쌓는 과정이다. 기본을 키워드로 꼽은 것은 벽돌을 한장 한장 쌓아서 하나의 집이 완성되는 것처럼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산다는 것 역시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 김정애 제주동초등학교 교사 [PART VIEW]'지금'(now)을 놓치지 말자 오로지 ‘지금’을 향하여 숨 가쁘게 달려왔던 과거와 불투명하고 성공해야 행복할 것 같은 허상으로 가득한 미래만 존재할 뿐!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지 않다.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자. ‘지금’ 우리는 자신을 사랑하고 행복해야 한다. 그래서 교사는 아이들이 ‘지금’을 인식하고, 사랑하고, 행복을 키우기 위한 수업을 해야 한다. ‘지금’ 아이들이 행복한 수업, ‘지금’ 교사인 내가 행복한 수업, 그것이 2016년 나의 키워드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을 산다면, 따뜻한 눈빛과 느긋한 마음으로 자신과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내가 가지고 있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많은 소중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학교란 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배움 그 자체에 행복을 느끼고. 교사는 수업시간 아이들의 재잘거림 그 자체에 그것이 아이들의 엉뚱하고 기발한 대답 한마디일지라도 충분히 뿌듯함과 보람을 느낀다. 우리 아이들이 ‘지금’ 이 시간을 사랑하고, 옆에 있는 가족과 친구를 사랑하고, 자신 앞에 놓인 이 순간에 행복할 수 있도록 교사가 가르치고 공감한다면, 분명 한 아이의 긍정적인 작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또한 교실에서 가르치는데 그치는 교사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다른 한 인간을 도우려고 하는 작지만 위대한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교사는 이렇게 아이들이 순간순간마다 ‘지금’을 살면서 작은 성공을 수없이 경험하고,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삶을 살도록 만들어 주려고 애써야 한다. 또한 교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삶의 답을 찾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지금’에 만족하고, 자신에게 충실할 수 있다면, 미래의 자신을 지켜 나갈 힘을 한 올 한 올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지금’이란 지나버린 과거도 아니고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지금’이란 단어는 과거와 미래를 하나의 선상에 놓이게 하는 살아 숨 쉬는 현재의 지점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 바로 과거이면서 미래인 것이다. 그리고 숱한 ‘지금’이란 조각의 합(合)이 미래가 된다. 그래서 ‘지금’이 행복하고 튼실하다면, 그 알맹이 하나하나로 영글어진 미래 또한 분명 탄탄하면서도 행복한 결실로 나타나리라. 2016년, 다가올 ‘지금’을 충실히 살자! ‘인성교육’으로 ‘관점’ 전환을 교육이란 크게 두 가지 역할을 합니다. 하나는 사람다운 사람, 즉 훌륭한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요, 또 다른 하나는 타고 난 재능과 소질을 살려 주어 사회에서 제 구실을 하며 살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등지상주의를 지향하는 지금까지의 지식 편중 교육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인해 ‘사람다운 사람을 키우는 교육’, 즉 사람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가치를 담은 정신과 행동을 증진시키는 인성교육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지난해 12월 29일 인성교육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교육의 패러다임이 입시와 지식 위주에서 인성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은 고무할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인성교육은 구호나 제도의 뒷받침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가정이 바로 서고, 가치 개념을 바로 세우고 도덕과 윤리가 정립되고 사회 정의가 실현되는 곧 ‘기본이 바로 선 사회’가 밑바탕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교육은 미래를 디자인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관점의 전환입니다. 교실은 행복교육의 시작 관리자가 되어 수업을 안 한 지 6년이 되어간다. 가끔 수업공개를 할 때 교실을 들어가긴 하지만 대부분 교실 밖에서 달라진 풍경을 보곤 했다. 겉으로 보기엔 예전보다 산만하고 자세도 불량하고 책 없는 학생들도 많고…. 저렇게 과연 수업이 될까 싶을 때도 많았는데, 얼마 전 두 번의 연구수업을 참관하게 되었다. 신임 음악선생님이 요즘 최고로 말 안 듣는 3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한다기에 걱정부터 앞섰다. 그러나 교재도 없이 조별로 앉아 어수선해 보이는 학생들이 ‘창의적 악보로 음악 만들기’라는 주제의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조별로 다양한 악기를 이용해 기상천외한 악보를 만들고 그것을 발표하는 시간. 미리 준비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이들은 척척척 의논하면서 악보도 만들고, 나와서 간단하게 연주도 하였다. 참관하러 오신 다른 학교 음악선생님들도 남학생들이 이렇게 음악적 표현을 잘하는 것에 깜짝 놀라셨다. 겉으로는 산만해보여 노는 것인지 수업하는 것인지 분가하기 어려운 가운데 학생들은 분명히 학습 목표에 맞게 수업하고 또 그것을 훌륭히 달성하고 있었다. 다음날은 1학년 기술 수업을 참관하였다. ‘인터넷 지킴이 활동’이라는 주제로 모둠별로 UCC를 제작하여 발표하였다. 학생들끼리 동영상 대본 쓰고 연기 하고 촬영하고 편집하고 공유하는 것까지. 자유학기제 학년 이라 그런지 더 잘하는 것 같았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학교 아이들이 축제를 그냥 잘하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우리 학교 축제가 인근에 소문이 날 정도로 알차고 재미있다고 정평이 나 있는데 이는 다 학생들의 이러한 활동에 기인된 것이구나. 꿈?끼 페스티발에 출연한 학생들의 노래와 연주 실력도, 축제 중간에 상영된 학생들이 만든 놀라운 축제 동영상도. 이것은 아주 단순하지만 놀라운 발견이었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찾아주는 행복 교육도 사실은 교실 수업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는 것. 이것만이 아니다. 우리학교 도덕과는 10년 넘게 토론 수업을 하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토론대회 입상자도 많고 탐구대회 나가서도 높은 성적을 거두곤 한다.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는 말이 있다. 또 교사가 바로서야 학교가 바로서고, 학교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말도 있다. 교사가 바로 서는 방법은 많이 있겠지만 그중에 최우선은 ‘수업 세우기’가 아닐까 한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찾아주고 키워주는 교육이 교실 현장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이 단순한 진리를 두 번의 연구 수업을 참관하면서 절실히 깨달았다. 나의 2016년 교육 키워드는 ‘교실 수업의 회복’이다. 교실에서도 꿈과 끼를 찾고 키우고, 가르치는 즐거움과 배움의 즐거움이 공존하는 곳. 교사는 교사로, 학생은 학생으로 더 깊게 만나지는 곳. 교실은 행복 교육의 시작이 되어야한다. 갈등 말고 ‘웃음’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나는 올해 우리 교육의 화두로 ‘웃음’을 선정하고 싶다. 아이들을 야단 치고 규칙만을 강조하다보면 갈등이 생기기 쉽다. 선생님들이 먼저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학교생활 중간 중간에 웃음이라는 선물을 준다면 윤활유를 바른 듯 훨씬 부드러운 생활이 이루어질 터이고 이는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 현실은 때론 생각보다 더 빨리 인류의 공익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한 예를 들어 보겠다. 타임지가 선정한 2015 올해의 발명품 중에 우리나라에서 만든 ‘안전 트럭’이 포함되었다. 트럭 뒷면에 대형 모니터를 설치하고 트럭 앞면에 카메라를 장착하여 뒤따르는 차가, 트럭 앞 반대차선을 훤히 볼 수 있어 안전한 추월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만약 실제로 운전 중에 이 트럭을 보게 된다면 타인을 위한 자상한 배려에 미소를 지을 것 같다. 교육계에 이렇게 빙긋 웃게 할 정도로 서로를 배려하는 일이 많은가? 학생, 학부모, 교사 각자가 겪는 스트레스와 어려움 때문에 남을 생각할 시간이 많지 않은 듯하다. ‘배려’란 도와주고 보살펴주려고 마음을 씀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런 ‘배려’는 결국 다른 이를 감동시키고 웃게 한다. 타인을 위해 고안된 안전 트럭처럼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웃음을 선사하는 것은 우리 교사들의 마음에도 미소를 가져다 줄 것이다. 2016년에는 교육계 전반에 경쾌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기 위한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뎠으면 한다. “~죽겠어” 대신 “살맛나요”로 “바빠 죽겠는데……”, “더워 죽겠어”, “좋아서 죽네, 죽어” 우리 언어습관을 살펴보면 ‘죽겠다’는 말이 참 많이 쓰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런가? OECD국가 가운데 자살률이 최고로 높은 나라인 것이 이러한 언어습관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말에는 힘이 있다. 옛날 신라시대의 빼어난 미인이었던 수로부인은 그 미모로 인해 동해 용왕에게 납치되었다. 졸지에 아내를 빼앗긴 남편은 사람들을 모아 바닷가에서 ‘해가’를 부르게 했더니 용왕은 여러 사람의 노랫소리를 감당할 수 없었던지 수로부인을 도로 물 밖으로 내놓았다고 한다. 종교적으로 기도를 하는 것이나 플라시보 효과 같은 것도 따지고 보면 말의 힘의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어렸을 때 ‘내 손은 약손’이라는 어머니나 할머니의 말씀의 힘은 또 어떠한가. 자살예방을 위한 생명존중 교육을 반드시 실시하라는 공문이 온다. 학교현장에서도 자살은 심각한 문제이다. 10대 청소년들도 성적이나 교우관계 등 기타 여러 가지 삶의 스트레스로 인해 안타깝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강사를 섭외해서 교육을 받게 하는 것도 중요하고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매일 실천할 수 있는 생명존중 교육이 있다. 바로 언어습관을 바꾸는 일이다. 이것이 어쩌면 더욱 지속적인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2016년에는 언어습관을 바꿔보자. 농담으로라도 죽겠다는 말을 쓰지 말고 긍정적인 언어를 쓰도록 하자. “죽겠어” 대신에 “살겠어요”, “죽을 맛이야” 대신에 “살맛나요”로 바꿔보면 어떨까? 아무리 힘든 일이 있더라도 살맛나는 언어로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살아간다면 비록 괴롭고 힘든 삶의 조건이라도 이겨낼 힘을 얻지 않겠는가. 교육은 희망이다…교육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 “안 된다고? 해보기나 했어?” 아산 정주영 회장의 짧은 말 한마디가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여러분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절대, 절대로!” 윈스턴 처칠의 명연설도 교육자로서 가슴에 새기고 싶은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부딪혀 볼 생각은 안하고 이유를 달아 안 되는 것이 참 많아졌다.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되고……. 막상 해보면 쉽게 풀리는 일도 있고, 어떤 것은 방법을 몰라서 그런 일도 있다. 나는 교육을 통해서 우리 학생들이 험난한 미래사회에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한다. 학생들에게 성공에 대한 열쇠로 자기 목표에 대한 확실한 의지와 과제에 대한 몰입을 강조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너무 쉽게 포기하고 쉬운 것을 찾아가는 경향이 있다. 또한 공부에 대한 집중력이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그렇지만 교육자로서 이런 학생들의 상황을 그대로 인정할 수는 없다.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이름다운 도전을 경험하도록 장을 만들어주고,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헤쳐 나올 수 있도록 의지를 바로 세워주어야 한다. 학생들에게 ‘포기하지 않는 한 그건 희망이다’라고 알려주고 싶다. 그리고 나에게도 강조하고 싶다. ‘교육은 희망이다. 그래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에 총력… 교원 보수인상 끌어낸 것 성과 공무원연금개혁,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누리과정 예산 등 격동의 2015년을 보낸 소회는. 그 어느 때 보다 치열한 1년을 보냈다. 특히 7개월 여 간의 공무원연금 대타협기구, 실무기구 구성과 여·야 정치권의 합의 등의 경험은 힘들었지만 좋은 자산이 됐다. 공무원연금법 협상을 놓고 두 차례(2014년 11월, 2015년 3월)에 걸친 대규모 집회 등 다양한 장외투쟁과 7개월간의 협상 투쟁을 통해 전국 50만 교육자와 연금수급 교원의 권익보호와 노후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다행이 최악의 공무원연금법 개정은 막았다. 무엇보다 ‘교원 및 공무원의 인사정책 개선 방안 협의기구(인사혁신처 설치) 통해, 그동안 해결 못한 교원의 보수?인사 정책의 개선을 이룬 점은 성과로 평가하고 싶다.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가 교육감 직선제 헌법소원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헌재가 1년 3개월 여간 심리 끝에 국민의 기본권 및 평등권, 공무담임권 침해 여부만 판단하고 정작 헌법 제31조4항에 규정된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와 교육감 직선제 폐해에 대한 심리는 전혀 다루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헌재의 헌법소원 각하 결정을 두고 언론이 교육감 직선제 합헌이라고 보도한 것은 명백한 오보다. 실제로 헌재는 이례적으로 기자들에게 설명자료를 내고 ‘교육감 직선제 헌소 선고 결과를 합헌으로 해석하고 보도하는 것은 오류’라고 바로 잡은 바 있다. 헌재가 내린 ‘각하’ 주문은 적법 요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뜻으로, 합헌 또는 위헌이라는 판단의 전 단계에서 이뤄지는 헌재 결정의 한 유형일 뿐이다. 교육감직선제 헌법소원 각하 유감…‘합헌’ 보도는 오보 헌재는 교육감 직선제가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학교 제도는 본질적으로 공화주의적 관점에서 만들어 진 것이다.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바라 볼 게 아니다. 학교는 교육하는 곳이다. 때문에 학생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본질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 ‘기본권 확대’라는 잣대를 학교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군대도 마찬가지다.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학교나 군대는 일정 부분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반 시민사회에서 요구하는 기본권 잣대를 있는 그대로 학교에 적용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 교육감 직선제를 바꿔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나. 그렇다. 교육감 직선제는 그 자체가 주민 참여의 지방자치 원리만 적용해 민주성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교육감도 교육의 공화주의적인 측면과 그 직(職)이 가지고 있는 고도의 전문성을 고려한다면 검찰총장이나 대법원장처럼 임명제로 가는 방향이 옳다. 그래야 헌법 제31조 4항에 규정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교육감 직선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만큼 함께 공조해 20대 국회에서는 법률 개정을 이끌어 낼 것이다. 정치 권력화 된 교육감…최장 12년 장기집권 폐해 간과 말아야 교육감 선거제도가 왜 문제인가. 교육감이 과거에는 행정 권력이었지만, 이제는 선거에 의해 이뤄진 정치적인 부산물로 최장 12년까지 장기 집권이 가능한 정치권력이 됐다. 5년 단임 정부보다 더 큰 정치권력의 중심이며, 교육청 자체도 일종의 선거 조직화돼 간다는 것은 큰 문제다. 그런 점에서 교육감 직선제는 ‘폭풍의 눈’이나 다름없다. 눈 안에 있는 순간에는 다가오는 폭풍을 예측하지 못 하는 법이다. 이럴 때는 폭풍의 눈을 자극시켜야 하는데, 교육감 직선제의 폐해를 지적하고 나서는 것이 이슈파이팅이라고 생각해서 거듭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감은 과연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국민들이 고민해 보게 하자는 것이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교육감만큼은 교육자이자, 행정가가 돼야 한다. 정치 교육감에게 ‘교육’은 언제나 정치적 수단일 뿐이다. 이걸 막아야 한다. 교육감직선제는 세계적으로 미국의 13개주를 제외한 세계 어느 나라도 채택하지 않고 있다. 영국은 지방의회 임명제, 독일과 핀란드는 지방자치단체장 임명제, 프랑스는 대통령 임명제, 일본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임명한 교육위원회에서 교육감을 선임하고 있고, 미국도 50개중에서 점차 축소해 13개주만이 주민직선제로 교육감을 선출하고 있다. 전국 현장교육연구대회가 승진을 바라는 일부 교원의 점수 따기 용도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현장 연구대회 전국 1등급에게 부여되는 ‘푸른기장증’은 오랜 기간 ‘연구하는 교사’의 상징으로 대한민국 교원들의 자발적인 연구와 이를 통한 재교육을 담당해왔다. 현장연구대회는 교사 재교육의 출발점이었고, 그것은 대단히 자부할만한 역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좋은 취지가 ‘승진점수’만을 위한 것으로 왜곡되면서, 전남교총 사건까지 벌어져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아놀드 조셉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가 이야기한 ‘도전과 응전’을 떠올리게 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무국도 변화하고, 과감히 패러다임을 바꾸는 등 새롭게 태어나야 할 것이다. 전국현장교육연구대회는 한국교총이 교직의 전문성 신장, 즉 교원들의 자질향상을 통해 교육발전을 구현하고자 6.25 전쟁 중인 1952년부터 시작해 59년 동안 운영돼 오고 있다. 신뢰회복을 위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해 보이는데. 우선 충격을 받았을 교육계와 국민들에게 깊이 사죄하며, 불관용 원칙아래 철저한 진상 규명과 비위(非違)자 처벌은 물론 초강도의 혁신적 재발방지책을 마련, 신뢰를 회복해 나갈 것이다. 현재 17개 시도교총의 연구대회를 재정비하고 있으며,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현장교육연구 혁신위원회’에서 자료전, 연구대회 운영의 혁신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내년에는 달라질 것이다. 장기적으로 연구대회는 교원들의 ‘셀프 스터디(Self Study)’로 발전해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직접 교사 자신이 연구방향을 세우고 연구에 매진하게 되면 교육력 상승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지난 11월 교육부와 50여 개 항에 대해 단체교섭을 체결했다. 담임·교감·보직 등 제반 수당 인상, 교원자율연수휴직제 도입, 학교폭력 가산점 대폭 완화 등이 교육부와의 교섭 합의로 타결된 것은 교원의 자긍심 회복과 사기진작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다. 다만 교육부와 교섭이 단순한 교섭이 아닌 확실한 이행조치가 뒤따라야 하는데 이점이 좀 아쉽다. 교섭 이행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학교현장의 조그마한 사안도 상시적으로 논의하는 교섭이 더 활성화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교육부의 톱다운 정책 추진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교섭을 하면서 대한민국이 실험주의 공화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5년 단임 정권의 특성상 정권마다 다른 정책들이 나오다 보니 ‘실험주의 공화국’이 돼 버린 느낌이다. 실험은 ‘톱다운(top down)’ 방식이고 실천은 하나로 뭉치는 힘이 필요한 것으로 ‘보텀업(bottom up)’ 방식이다. 이제는 ‘실험주의 공화국’이 아닌 ‘실천주의 공화국’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으면 하는 소망이다. 그래야 교육이 살아난다. ‘안양옥’하면 ‘인성교육’이란 단어가 떠오를 만큼 브랜드화 됐다. 왜 인성교육 인가. 몇 년 전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때 쓴 그 학생이 남긴 편지를 보고 가슴이 아팠다. 변해버린 학교의 모습과 가르쳤던 제자들 생각에 눈물이 났다. 학교는 지식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공통체적인 삶, 사회적인 삶을 배우는 예비 교육장소가 돼야 하는데. 학교뿐 아니라 학부모, 정책당국 등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ART VIEW]“교사와 학생이 서로 배우며 성장하는 것, 그것이 인성교육의 본령” ‘안양옥의 인성을 가르치는 학교’란 제목으로 출판기념회를 연 이유는. 과거 촌지사건 등으로 교사와 학부모 사이가 급격히 단절되고, 이로 인해 부모가 생각하는 교육과 교사가 생각하는 교육의 간극이 너무 커져버렸다. 이런 가정교육과 학교교육 간의 불균형이 궁극적으로 인성교육 실패의 원인이 됐다고 본다. 아시다시피 인성교육은 학교에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보다 학교-가정-사회 등의 사회적 실천운동이 더 중요하다. 학생들은 교사를 보고 배우고, 교사는 학생들에게 배우는 것이다. 상호 관계 속에서 동반 성장하는 것이다. 이것이 인성교육의 표본이고 교육의 본령이다. 아이들의 가슴속에 진짜로 남는 것은 교사의 존재이며, 함께한 활동이 아이들 성장의 자양분이 되는 법이다. 이번 책 출간과 출판기념회가 인성교육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사회적 인성실천운동’의 구심점이 되고 있는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인실련)의 건강성을 강화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회장으로 재임하면서 교총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사의 해외진출도 적극 주장했는데. 지난해 스승의날 기념식 당시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세계 속으로 나아가는 진취적인 ‘새로운 교원상’을 만들어 나갈 것을 제안했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대한민국 선생님들은 이제 시선을 세계로 돌려 많은 국가에 진출해 그 경험을 축적하고 돌아와 대한민국 교실을 세계 속의 교실로 만드는 주체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교총도 글로벌 시대를 맞아 글로벌 교육패러다임의 변화에 주목하고, 세계 교원단체와 연대를 강화해 인성교육이 세계교육의 공통 화두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내년에 대한민국 최초로 교총이 주최하는 ‘아세안 교육자대회’가 열린다. ‘글로벌 교총’으로 거듭나는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새해를 맞아 전국의 선생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교총 회장 6년 동안 항상 되새겼던 것이 ‘회원이 주인되는 강력한 한국교총, 대한민국 교원이 주인되는 강력한 한국교총’이라는 초기 슬로건이었다. 이후에 이 슬로건을 확장시킨 ‘대한민국 교원일념, 교총일념, 교육일념’을 항상 생각하고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교총만이 가지고 있는 역사성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깊은 생각을 가지고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