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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20대 총선이 마무리된 15일, 거리마다 당선사례 현수막이 걸렸다. “민심에 귀 기울여 일하는 국회가 되겠다”는 약속대로 학교 현장을 바로 알고 정책을 세우는 국회가 되길 교육계는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유·초·중등 교원의 성과상여금 차등지급률을 70% 이상으로 높이고, 현행 2배인 S-B등급 간 차등폭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일선 교원들이 우려하고 있다. 단기간에 객관적 성과 측정이 어려운 교육활동의 특수성 때문에 매년 갈등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차등폭이 늘면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최근 공·사립 유·초·중등 교원의 개인성과급 최저 차등지급률을 기존 50%에서 70%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사혁신처가 S-B등급 간 차등폭을 일반 공무원과 같은 3배로 확대할 것을 요구한 것에 대한 검토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차등폭이 컸던 학교성과급이 폐지됨에 따라 기존 개인성과급 차등지급률을 그대로 유지하면 등급 간 금액격차가 줄어든다"며 "정부의 성과주의 기조에 역행한다는 인사혁신처의 입장으로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등급 간 차등폭 확대는 현장에 지나친 부담을 줄 수 있어 혁신처에 반대 입장을 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공·사립 유·초·중등 교원의 성과급은 지난해까지 개인성과급 80%와 학교성과급 20% 비율로 지급됐다. 학교성과급은 전체 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었지만 차등지급률 100%, S~B 등급 간 최대 3배 격차가 적용돼 금액차이가 컸다. 그에 비해 개인성과급은 차등지급률이 50~100%(학교별 선택)에 S~B 등급 간 최대 2배 격차가 적용돼 금액차이가 적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학교성과급이 폐지돼 전액 개인성과급에 포함돼 지급된다. 차등지급률 50%를 적용하면, 지난해 성과평가에서 최고등급인 S등급을 받은 교사는 올해 성과급으로 417만2470원을 받고, 최저인 B등급을 받은 교사는 297만520원을 받게 된다. 금액 차는 120만1950원이다. 하지만 차등지급률이 70%로 확대되면 S등급은 442만6590원, B등급은 274만3860원이 돼 격차가 168만여 원으로 커진다. 교육부는 차등지급률이 확대돼도 금액격차는 학교성과급 폐지 이전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학교성과급이 폐지되지 않았다면, 개인과 학교 두 평가에서 모두 S등급을 받은 교사는 439만9110원, 모두 B등급을 받은 교사는 273만120원을 받게 돼 차등지급률 70%를 적용할 때와 거의 비슷한 166만8990원 차이가 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일선 교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대전의 한 사립고 교사는 "상대적 박탈감이나 평가에 대한 불만은 같은 공간 내에서 격차를 느낄 때 더 커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학년 초 업무분장으로 성과급이 사실상 결정되고, 비교과 교원에게 불리한 형평성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차등 확대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산의 한 초등교사는 "학교성과급 폐지를 원했던 것은 제도 자체에 문제점이 있었던 이유도 있지만, 성과급 격차가 줄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며 "학교성과급 폐지를 이유로 개인성과급 차등폭을 확대하는 건 문제를 더 키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인사혁신처는 일반직 공무원처럼 차등지급률을 100%로 올리고 S-B 등급 간 차등폭도 3배로 확대할 것을 교육부에 계속 요구하고 있다. 또 지난해 말 무산된 교장 연봉제도 올해 안으로 방안을 수립해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재곤 교총 정책교섭국장은 "학교성과급을 없앤 지 얼마 되지 않아 개인성과급 격차를 늘리는 것은 현장교원들과의 신의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현행 제도도 교직사회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아 부작용이 많다"며 "현장 의견을 수렴해 지표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교사와 학생 간에 적극적인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것이 놀랍네요.” 14일 오후 2시 인천 부원여중 과학실. 학생들은 저마다 태블릿PC를 꺼내 들고 디지털 교과서로 지진파의 성질에 대해 배우고 있다. 과학 교사가 칠판 앞 스크린에 낸 문제를 학생들이 ‘카훗(kahoot)’ 홈페이지에 접속해 풀기 시작했다. 30초 만에 정·오답 학생 수가 화면에 뜨고 문제를 빨리 맞힌 학생 순위가 나타났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17명의 교원들은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이내 “어떤 프로그램을 활용한 건가요?”라고 묻고는 스마트폰을 꺼내 직접 수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한국말 수업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4가지 선택 사항 중 임의로 번호를 선택해 누르자 스마트폰 화면에 ‘incorrect’라는 단어가 떴다. 이들은 한국인 담당교사에게 수학 교과에도 활용이 가능한지, 사진 이미지를 올릴 수 있는지 등을 물었다. 인도네시아 교원들은 한국의 ICT활용 교육을 알아보기 위해 13~15일 한국을 찾았다. 이는 지난 2월 서울에서 개최된 ACT+1대회(한·아세안교육자대회)지도자회의에서 인도네시아교원연합회(PGRI) 관계자가 한국의 스마트 교육 현황을 참관하고 싶다고 요청한 데 대해 교총이 학교를 섭외해 이뤄졌다. 특히 인도네시아 교원 중 8명은 자국의 디지털러닝 경연대회에서 수상해 해외 연수 차원에서 한국에 오게 됐다. 이들은 지난 2014년부터 ‘스마트교육기반 디지털교과서 활용 정책 연구학교’로 지정된 부원여중에서 영어와 역사, 과학, 정보, 체육 등 다양한 교과의 ICT활용 수업을 참관했다. 수업시간에 활용도가 높은 애플리케이션 활용법과 디지털 교과서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수업 참관이 끝난 뒤에는 간담회를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도 가졌다. 디지털 교육을 시행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이나 영어 교과에서 스마트 기기를 활용했을 때의 효과 등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날 오전에는 인천고잔초를 방문해 초등학교 사회, 과학 수업에서의 디지털교과서 활용사례도 참관했다. 이들은 어느 곳에서나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한국의 교육 환경에 놀라워하며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배운 수업 활동을 자국 교육에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영어 교사 실라는 “학교가 섬에 있어 교과서나 교재를 보급하는 데도 불편이 있는데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하면 유용할 것”이라며 “지금은 구글에서 영어 발음을 확인하는 정도인데 오늘 본 앱을 활용해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구안해야겠다”고 말했다. 또 “한국 교원들이 능숙하게 ICT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라며 “인도네시아에 돌아가 다른 교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활용법을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국발명진흥회가 최근 ‘과학교과 연계 발명교육 프로그램’ 교사용 교재를 발간했다. 중학교 과학 교육과정에 포함된 발명적 요소를 부각하고 과학과 발명교육의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도록 구성해 학교 현장의 기대가 높다. 교재는 박상필 경기 경화여중 교사 외 11명의 현직 교사가 주축이 돼 집필했다. 12일 경화여중에서 만난 박 교사는 “교과와 동떨어지지 않도록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핵심역량을 기반으로 하되 특별한 교구나 자료가 없어도 휴지나 종이 등 일상 속 재료로 손쉽게 발명교육을 할 수 있도록 했다”며 “현장 활용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고 소개했다. 최근 STEAM 교육 등 교과 간 통합과 실천적 지식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발명‧특허교육 또한 주목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막상 학교 현장은 발명교육을 생소하게 여기는 것이 현실이다. 박 교사는 “많은 교사들이 발명교육을 교과와 동떨어진 것으로 인식하는데다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어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며 “교재만 있으면 45분 수업시간 중 10~20분 만에 간단하게 해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중학 1학년 1학기 2단원 ‘지구계와 지권의 변화’를 보면 ‘광물과 암석이 우리 생활의 여러 분야에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음을 안다’는 성취기준이 나온다. 이 경우 먼저 종이로 석영, 금강석, 흑운모 등 광물 결정 모형을 만들어 보고 색칠하면서 광물과 친숙해지도록 한다. 발명과 관련해서는 광물을 이용한 생활 속 발명품을 찾아보고 자신만의 발명품을 구상해보도록 하는 것이다. 또 ‘힘과 운동’ 단원 중 자기력과 관련해서는 마그네틱 매니큐어로 네일아트를 해본다거나 둥근바닥 컵에 자석을 붙이고 나무막대에도 자석을 붙여 가까이 가져가면 돌아가는 ‘자석 팽이’를 만들어보면서 수업에 대한 흥미와 창의력을 동시에 길러준다. 이 모든 것이 수업 중 20분만 투자해도 충분한 활동이라는 설명이다. 박 교사는 “발명교육은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과학적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창의적이고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교육하는 것”이라며 “발명이라고 해서 대단히 깊이 있고 복잡한 것을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일상에서부터 훈련한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 분석부터 대안 탐색, 아이디어 수집 및 분석, 대안 선정, 실행, 평가 등의 과정을 거치며 정보수집능력, 창의력, 의사소통능력 등 핵심 역량을 발현시킬 수 있다”며 “최근 강조되는 ‘창조경제’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기업가 정신’도 길러준다는 것이다. 실제 박 교사가 지도한 경화여중 발명 영재반 제자들의 경우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발명품들이 특허를 받고 제품 제작으로 연결된 사례도 있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아이디어가 창업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동기를 유발하라”며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구체적으로 발전시키게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장 확대를 위해 경기도교육청도 지원사격에 나선다. 교육청은 이달 중 ‘과학교과 연계 발명교육 프로그램 선도 교원’을 모집하고 활용계획을 받아 희망하는 모든 교원에게 소정의 재료비‧간식비를 지원한다. 이철규 특성화교육과 장학사는 “학생들도 활동할 수 있도록 별도의 워크북을 제작하고 있다”며 “올해는 초등용 지도서도 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로그램은 발명교육지원센터 홈페이지(www.ip-edu.net) 발명교육자료 중 중등자료에서 회원가입 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으며 각 차시마다 활용할 수 있는 PPT 자료도 함께 제공된다.
“삼덕 윈드오케스트라는 학교에 효자 같은 존재예요. 폐교 위기였던 학교를 살려냈고 구성원들을 가족같이 돈독하게 묶어주고 있죠.”(김태훈 교장) 12일 경기 삼덕초 오케스트라 연습시간. 이날은 특별히 교내 학교숲에서 야외수업이 진행됐다. 플루트, 클라리넷, 색소폰, 튜바 등 관악기들이 제법 힘 있는 소리로 뻗어 나갔다. 소리를 듣고 나온 1~2학년이 주변을 둘러싸자 교내 학교숲은 어느덧 무대가 됐고 교정에는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이 아름답게 울려 퍼졌다. 경기 평택에 위치한 삼덕초는 6학급 소규모학교다. 이 학교의 자랑은 3학년 이상 전교생이 참가하는 윈드오케스트라. 삼덕초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폐교가 거론되는 시골의 작은 학교였다. 인근에 신도시가 생기면서 큰 학교로의 전학도 늘어 학생 수 감소가 가속화됐다. 그런 학교를 살린 건 지난해 최중필 교감의 아이디어로 창단한 윈드오케스트라였다. 악기는 동문회의 도움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 조성호 지도교사는 “학교가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들은 동문들이 3000만원 가까이 지원해줬다”며 “동문들의 학교사랑 덕분”이라고 말했다. 3학년 이상 전교생이라 해도 38명뿐이지만 악기를 다뤄본 경험조차 없는 학생들이 대다수다. 학교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주 1회 전교생 오케스트라 통합수업을 진행하고 주2회 방과 후 수업에서도 개인 실기 연습은 물론 화음을 내는데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연말에는 평택시신문만들기대회 찬조공연, 학생문화예술어울림한마당 발표, 양로원 위문 봉사 공연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조 교사는 “박자도 못 맞추고 계이름도 잘 몰랐던 녀석들이 이제는 자기 소리를 넘어 친구 소리를 듣고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다”며 “문화적 혜택을 받기 어려웠던 시골학교가 음악 하나로 몰라보게 풍요로워졌다”고 덧붙였다. 김 교장은 “함께 호흡하며 학생들의 인성과 협동심이 향상됐고 여러 공연활동을 통해 자기효능감도 높아졌다”며 “특색 있는 교육이 소문나면서 지난해 2학년 20명, 1학년 24명이 입학했고 현재도 꾸준히 전입요청이 들어온다”고 밝혔다. 한 동문은 일부러 이사를 와 자녀를 삼덕초에 전학시키기도 했다. 3학년부터 6학년까지 평균 학생수가 9.5명인 것에 비춰보면 입학생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동료교사들도 학생들 음악지도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삼덕초 교사 8명 중 6명은 악기 지도가 가능하며 조성호 지도교사를 도와 틈틈이 교육활동을 보조하고 있다. 교장‧교감 역시 음악에 조예가 깊다. 최 교감은 “우리 학교는 참 복 받은 학교”라며 “지도교사는 물론 새로 오시는 선생님마다 음악에 일가견이 있다”고 말했다. “교장 선생님은 중창단 활동을 해오셨고 저 역시 클라리넷 동호회에서 활동하다가 오케스트라 지도를 위해 트럼펫과 호른도 배우는 중이예요. 새로 부임한 임소진 선생님은 플롯 동호회에서 활동 중인 분이고요 김기웅 교사는 올해 직접 작사‧작곡한 동요로 ‘KBS 창작동요대회’ 우수상을 받았어요. 게다가 숙직기사님까지 밴드부 출신이라고 합니다.” 오케스트라는 학교와 마을을 하나로 묶는 연결고리 역할도 하고 있다. 학교는 올해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지역주민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오케스트라 수업을 진행한다. 실력이 쌓이면 함께 학생지도에 나서기 위함이다. 김 교장은 “학부모들이 자녀의 변화를 보고 함께 연주하고 싶어 배움을 자청하고 있다”며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교육공동체 실현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만족도 또한 높다. 알토섹소폰을 연주하는 곽희윤(6학년) 양은 “처음에는 자신도 없고 귀찮아서 도망 다니기도 했는데 이제는 여러 소리가 어우러져서 하나가 되는 것이 신기하다”며 “작년 요양원 공연 때 할머니들이 박수치며 좋아해주셨던 순간이 가장 뿌듯했다”고 전했다. 학교는 향후 1인 1악기를 넘어 심화교육 학생들의 경우 1인 3악기까지 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역 발표대회 참가는 물론 양로원 봉사 등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은수(가명)는 우울증 약물 치료를 받고 있어 가끔 무기력할 때가 있는데, 북돋아주시면 열심히 하는 친구니 잘 지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11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창동중 스마트 교실. 3학년 11개 학급 담임교사와 교과 전담 교사 2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정면 칠판에 스크린을 두고 교사들이 ‘ㄷ’자 형태로 둘러앉았다. 스크린에는 각 학급의 학생 얼굴 사진이 한 장씩 넘겨졌고, 담임교사는 특별한 관심과 보호가 필요한 학생에 대해 다른 교사들에게 설명했다. 이 학교는 2년 전부터 학기 초에 이같은 형태의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1·2학년도 따로 날짜를 정해 회의를 개최한다. 주의가 필요한 학생에 대한 특징을 담임교사 혼자만 알기보다는 그 학생을 가르치는 모든 교사와 공유하자는 취지다. 담임교사들은 3월 학생 상담, 학부모 면담 등을 통해 파악한 정보 중에서 다른 교사도 알아야 수업이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는 사항을 골라 발표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히고 문제행동에 대해서도 사전에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의를 기획한 이수윤 수석교사는 “교사는 다른 교사와 교류가 없어 섬과 같다”며 “아이를 제대로 알려면 교사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를 제대로 알아야 수업에 힘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처음에는 또 하나의 업무로 느껴 손사래 치는 교사들이 많았다. 다함께 모이는 시간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크게 준비할 게 없고 한두 시간만으로도 알 수 있는 학생지도 비결이 많다보니 지금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담임교사들은 관심이 필요한 학생들을 소개하며 학생 지도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경희 교사는 “저희 반 효린(가명)이가 학급 친구들 사이에서 존재감이 없고 의기소침한데 선생님들께서 다른 아이들 앞에서 많이 칭찬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윤혜성 교사는 “경욱(가명)이가 수업시간에 자거나 분위기를 많이 흐려놓는데 문제가 생기면 저에게 메신저로 꼭 알려주세요. 부모님이 학업에 관심이 많으셔서 함께 방법을 강구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학생의 건강 상태를 알리며 수업 활동에 고려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홍성미 교사는 “소정(가명)이는 성장클리닉을 다니고 있어 다리를 다치면 안되니까 활동 구안하실 때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영 교사는 “민지(가명)가 성장치료로 학교를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얘기를 하는 것에 민감하니 왜 결석했냐고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교사들은 서로 알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은수가 우울증이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는 담임교사에게 안전생활부 교사는 지난해 살펴본 결과 감정기복이 커서 단정 짓기 어려우니 상담교사와 수시로 협조할 것을 권했다. 자신의 수업시간에 눈에 띄는 학생에 대해 담임교사에게 묻기도 했다. 양승숙 교사도 회의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양 교사는 “평소 얌전한 소원(가명)이가 얼굴 피부색이 검은 것에 콤플렉스가 있어 선생님들이 건강해 보인다라고 말만 해도 과잉반응을 보였다고 한다”며 “회의를 통해 이걸 미리 알게 되니 불필요한 충돌을 겪을 필요가 없어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배남환 교장은 “보통 학기 초에 선도가 필요한 학생들의 명단만 나눠주는 데 이렇게 구체적 정보를 공유하다보니 문제행동이 발생했을 때 대응방안이 달라지고 선제적으로 생활지도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다른 학교에서도 손쉽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이 평준화된 독일에서 ‘엘리트 대학’을 선정해 지원하는 ‘엑설런트 이니치아티브’ 정책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최근 타임지 선정 2015~2016년 세계대학평가에서 뮌헨대가 29위, 베를린대와 하이델베르크 대학이 각각 37위, 49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지난 10년 간의 엘리트대학 육성책이 대학 구조개혁과 국제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독일은 지난 2006년부터 대학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수 연구 대학을 지원하는 엑셀런트 이니치아티브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국제적으로 대학의 줄 세우기가 계속되면서 평준화된 독일 대학들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학문 선진국으로서의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타임지가 선정한 ‘2009 세계대학평가’에서 독일은 50위권 안에 단 한 대학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불명예를 기록했다. 당시 서울대는 47위를 차지했다. 대부분 주립대학인 독일은 대학이 평준화 돼 있다. 명문대학이 없기 때문에 인재가 전국 대학에 고르게 분포한다. 이것이 세계 대학 경쟁에서 독일이 상위권에 진입할 수 없는 이유로 꼽힌 것이다. 학과별로는 차이가 나지만 대학과 대학 간의 격차는 심하지 않기 때문에 명문대학을 향한 치열한 입시경쟁도 없다. 입시생들의 고민은 어떤 대학에 진학할 것인가 보다는 학과 선택에 있다. 대학 평준화로 학생과 학부모는 치열한 입시경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사교육 시장에 의존할 일도 없었다, 학생들이 대학을 먼 곳으로 가는 경우는 자신이 원하는 학과가 인근 대학에 없거나 성적이 너무 저조해 지역대학에 합격하지 못한 경우다. 대학 간판을 보고 먼 곳으로 이사까지 하는 경우는 드물다. 연방 정부는 2006년에 9개 대학을 엘리트 대학으로 선정해 예산 지원을 확대했다. 물론 한번 엘리트 대학으로 선정됐다고 해서 그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 지속적인 평가에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이 칭호를 반납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 2011년까지 엘리트 대학으로 지원받던 괴팅겐 대학과 칼스루에, 프라이브르크 대학은 더 이상 엘리트 대학으로 불리지 않고 있다. 현재는 베를린대, 아헨공대, 뮌헨대학, 브레멘 대학, 쾰른 대학 등 11개 대학이 엘리트 대학으로 지원받고 있다. 이같은 선별 정책에 대해 일부 반론도 있다. 2009년 타임지 평가에서 독일의 10개 대학이 200위 안에 들었다는 것이다. 한해 전인 2008년에도 독일의 35개 대학이 상위 400위 안에 진입해 있었다. 이때 한국은 7개 대학, 캐나다는 18개, 일본은 17개, 프랑스는 13개, 핀란드는 1개 대학만이 400위권에 들었을 뿐이다. 또한 평준화된 독일 대학에서 지금까지 9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는 사실도 반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1990년부터 최근 25년 동안에도 16명이나 되는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 것을 봐도 세계대학평가에서 우위를 선점하지 못한다고 해서 독일 학문이 후퇴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세계 유수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할 엘리트 대학 정책을 계속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오는 2017년부터 10년 동안 40억 유로(약 5조2000억 원)를 엘리트대학 육성에 지원할 예정이다.
캐나다 초중등 전 학년에 컴퓨터 코딩수업이 본격적으로 도입될 전망이다. 대서양에 위치한 노바스코샤주는 오는 9월 신학기부터 전체 초중고에서 컴퓨터 입문 과정, 코딩수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지난해부터는 초등 1~3학년에서 컴퓨터 보안과 문제해결능력 등을 가르쳐왔다. 이에 뒤질세라 태평양 연안의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도 오는 9월부터 3년 동안 시범운영을 거쳐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졸업반까지 코딩 중심 컴퓨터 수업을 정규 교과목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컴퓨터 코딩수업이 강조되는 이유는 요즘 시대상을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져서다.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컴퓨터 활용기술에 비해 학교 현장의 컴퓨터 수업은 20년 전보다 오히려 퇴보했다는 경영계의 불평을 감안한 것이다. 교육계도 컴퓨터를 잘 알아야 취업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캐나다 공교육 정책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는 영국과 미국이 컴퓨터 수업을 응용프로그램 활용수준에서 코딩을 배워 직접 프로그램까지 짜는 식으로 강화한 것도 자국제가 됐다. 영국은 2014년부터 유치원에서 고교까지 전 학년에 걸쳐 컴퓨터 수업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시행 중이다. 각종 컴퓨터 프로그램의 활용과 코딩을 영어, 수학과 동등한 위치에 두고 집중적으로 가르치기 시작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뉴욕과 시카고 공립 고교는 컴퓨터 수업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단순한 응용 소프트웨어 활용 차원을 넘어 코딩 언어를 배워 직접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고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수준까지 올리겠다며 컴퓨터 교육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에서 컴퓨터 코딩교육이 관심사로 대두된 것은 전임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가 자신의 2012년 새해 결심으로 컴퓨터 코딩을 배우겠다고 공언한 것이 계기가 됐다. 여기에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등 IT업계의 전설들이 주축이 돼 학생 코딩교육을 위한 학습사이트 code.org를 출범시켰다. 소수 전문가의 영역이던 컴퓨터 코딩을 초중등 교실까지 확산시키는 발판을 구축해 업계 공동의 사업으로 코딩교육 육성에 발 벗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주정부가 컴퓨터와 코딩 교육을 주도하고있는 노바스코샤와 BC에서 수업에 나설 교사의 자질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노바스코샤주의 경우, IBM과 구글의 지원으로 교사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정규 수업을 주도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사교육 확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캐나다에서 코딩교육 바람을 불러일으킨 주체도 사교육 기관이다. 사교육 업계가 주관한 컴퓨터 코딩 여름캠프가 폭발적 인기를 끌자 학부모들이 공교육 정규과목으로 편입을 요구했던 것이다. 이에 주정부가 영국, 미국 상황을 보고 다소 급하게 서두르고 있다는 인식이 높다. 현장에서는 코딩 수업이 사교육 시장만 살찌울 것이라며 교사 지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나비를 키우는 아이들’은 남대구초 3학년 학생들과 ‘언어활동 중심 동물의 한 살이’ 프로젝트수업을 진행하면서 교실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이 학생들은 당시 1학년부터 3학년 때까지 3년간 담임을 맡아 지도했던 터라 유달리 추억도 많고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남대구초는 학년 당 2학급인 대도시 속 소규모학교다. 이곳에서 나는 6년 동안 대구교대 교수님들과 프로젝트수업을 함께 연구했다. 이 글의 소재가 된 동물의 한살이 프로젝트는 국어과의 언어 사용 능력 신장 방법을 고민하면서 시작됐다.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사를 고려해 과학과의 동물의 한 살이 단원을 국어과와 통합해 본 것이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각자 기르고 싶은 동물을 선택하고 그 이유를 들어 1·2차 글쓰기를 했다. 또한 동물의 한 살이 과정을 역할극, 시, 노래로 표현하고 개인별 책으로 엮으면서 68시간의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했다. 애벌레가 태어나서 자라는 과정을 관찰해 설명하는 글쓰기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가져왔다.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생명의 신기함과 소중함을 배웠고 친구들과 함께 사육 상자를 돌보면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협력, 배려, 나눔, 존중을 실천했다. 무엇보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학생들은 학교에 더 빨리 오고 싶어 했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보냈다. 학생들은 아침에 등교하자마자 사육 상자 앞에 붙어서 애벌레의 성장을 관찰하며 이야기 꽃을 피웠고 나비를 만날 기대감에 행복해했다. 지금도 그 소중한 시간들은 내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수기공모에서 상까지 받는 행운을 누리다니! ‘나비를 키우는 아이들’은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꽃 주위를 하늘하늘 날아다니는 오월의 나비를 보면, 교실에서 애지중지 키운 나비들을 창밖으로 날려 보내주면서 너무나 아쉬워했던, 뿌듯해했던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때는 2010년, 남대구초 재임시절 3학년 아이들과의 특별한 경험이 떠오른다. 3학년 1학기 과학·국어를 통합한 동물의 한 살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내가 교실에서 기르고 싶은 동물이란 주제로 글쓰기를 했는데,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달팽이, 나비를 키우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 이유는 소리가 나지 않아 공부에 방해되지 않고, 냄새가 나지 않아 공기오염이 없고, 털이 날리지 않아 병에 걸릴 염려가 없다는 것이었다. 모둠별로 장수풍뎅이 애벌레,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애벌레, 사슴벌레, 개구리 알, 달팽이를 준비했다. 그런데 나비 알은 쉽게 구해지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남해에 있는 나비생태원에서 나비 알을 주문했다. 4월 25일, 배추흰나비와 표범나비의 알이 동대구고속터미널에 도착했다. 생태원 관계자는 나비 알을 택배로 보내면 알이 스트레스를 받아 부화하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며 고속버스 화물칸에 실려 보낸 것이다. 그 상자를 승용차 뒷좌석에 조심스럽게 실어 와서 교실로 옮겼다. 상자 속에는 케일화분이 들어있었고 5∼6개의 연두색 나비 알은 케일 잎 뒷면에 오종종 붙어 있었다. 아이들은 ‘나비알 속의 세상’ 상상해 그리기, ‘나비의 꿈’에 대한 글쓰기 등을 하면서 앞으로 태어날 나비에 대한 기대로 술렁거렸다. 나비 알을 관찰하기 위해 과학실로 달려가 실체현미경과 생물현미경을 가져왔다. 알을 잎에서 떼려고 했으나 잘 떨어지지 않아 핀셋으로 꽉 집는 바람에 알 하나가 터져버렸다. 아이들은 소리를 질렀다. “선생님, 제발 좀 조심하세요!” 난 그 순간 정말 미안함과 당황스러움에 얼굴이 빨개졌다. 케일 잎의 일부를 가위로 잘라낸 다음 프레파라트를 만들었다. 아이들은 한쪽 눈으로 알의 모양을 보면서 관찰공책에 알의 모습을 그렸다. 현미경을 보고 관찰한 것을 그리는 일이 아이들에겐 어려운 일이었지만 마치 생물학자가 된 듯 으스댔다. 알이 꼭 노란 옥수수 자루모양으로 생겼다며 몹시 신기해했고 빨리 애벌레로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4월 29일 아침, 알을 관찰하던 경수(가명)가 애벌레가 보인다고 소리쳤다. 아이들은 순식간에 몰려들었고, 화분은 ‘퍽’하고 엎질러졌다. 조심조심 흙을 쓸어 담고 다시 케일을 잘 심었지만 가장 먼저 태어난 1령 애벌레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우리는 다시 애벌레가 태어나기를 애태우며 기다렸다. 이틀 뒤 애벌레가 줄줄이 태어났다. 쉬는 시간이면 아이들은 애벌레의 행방을 찾느라 분주했다. 애벌레들은 하얀 실처럼 가늘고 기다란 구멍을 길게 남기며 케일 잎을 활보했다. 꼬물거리는 애벌레들을 주말 동안 교실에 남겨두고 가는 날, 아이들은 밤에 너무 깜깜해서 애벌레들이 무서울 것이라 걱정했다. “손전등을 달자”, “촛불을 켜자”, “야광스티커를 붙이자” 등 여러 의견을 제시했다. 결국 아이들은 야광별 스티커를 수조유리벽에 촘촘히 붙여두고 집으로 돌아갔다. 재량휴업일과 토요일, 일요일을 지내고 온 아침, 머리카락 굵기로 눈에도 잘 보이지 않던 애벌레가 케일 잎의 여기저기에 구멍을 숭숭 뚫어놓고 앙상한 가지에 길게 늘어서 있었다. 부랴부랴 남해에 케일 화분을 다시 주문했다. 아이들은 애벌레를 꺼내 손바닥이나 손등에 올려놓고 쓰다듬기도 하고, 심지어는 얼굴에 붙이기도 했다. 배추흰나비 애벌레를 꿈틀이, 서커스맨이라고 불렀고, 표범나비 애벌레를 깜상이라고 불렀다. 아침에 등교하자마자 아이들은 애벌레를 꺼내어 자로 재어보고 꼼꼼히 기록하느라 분주했다. 배추흰나비와 표범나비의 모습은 많이 달랐다. 배추흰나비는 연초록 원피스를 입은 상큼 발랄한 소녀의 모습이라면 표범나비는 검정색에 노란 줄무늬 원피스를 입은 화려한 숙녀의 자태를 뽐냈다. 애벌레는 아이들의 사랑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났다. 5월 17일 아침, 애벌레가 사라지고 유리벽에 배추흰나비 번데기 두 마리가 붙어있었다. 번데기는 색깔이 초록색이고 등 쪽에 뾰족한 모양이 있었으며 가장자리 부분에 점이 줄지어 있었다. 아이들은 유리벽에 붙어있는 번데기의 배 부분을 손가락으로 간질이기도 하면서 빨리 나비가 돼야 한다고 재촉했다. 배추흰나비가 번데기가 된 후 표범나비 애벌레는 배추흰나비 애벌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자라 배추흰나비보다 훨씬 커졌다. 이런 속도로 자라면 아마도 나비가 굉장히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이들은 표범나비와 배추흰나비의 성장과정을 꼼꼼히 기록하면서 나비에 대한 애착과 사랑을 키워나갔다. 배추흰나비와 표범나비가 변화하는 동안, 창문 쪽 한 켠에서 살고 있던 올챙이에게도 변화가 왔다. 뒷다리가 나오고 앞다리가 나오고 드디어 개구리가 됐다. 개구리 크기는 새끼손가락 한마디 정도였다. 아이들은 개구리의 먹이를 구하는 방법에 대해 협의했다. 개구리는 살아있는 모기나 파리를 먹어야 하는데 그것을 구해줄 수 없기 때문에 개구리를 어항에서 키우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학교에 있는 연못에 풀어주기로 했다. 아이들은 ‘3학년 1반 개구리가 살고 있어요.’라는 팻말을 만들어 연못가에 세워두고 개구리를 연못에 풀어주고 왔다. 이렇게 나비와 개구리의 모습이 변화하는 동안 교실 뒤편 사물함 위에서 살고 있던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 애벌레에게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아이들은 ‘미련 곰탱이, 느림보’라고 부르며 하루에도 몇 번씩 사육 상자의 톱밥을 파헤치고 애벌레를 꺼냈다가 집어넣기를 반복했다. 장수풍뎅이 애벌레는 굵다란 굼벵이 모양으로 하얀 몸이 여러 개의 마디로 돼 있고, 구부러져 있었다. 손가락 세 개를 합한 정도의 굵기인 굼벵이를 아이들은 마치 장난감 다루듯 했다. 쉬는 시간이었다. 철호(가명)가 앞으로 나와서 장수풍뎅이 애벌레의 크기가 줄어들었는데, 아마 다른 친구가 자기 애벌레를 바꿔치기한 것 같다고 울먹였다. 서희(가명)가 일어서서 그런 것이 아니라 애벌레에서 번데기로 되려고 몸을 움츠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6월 말쯤에 번데기가 될 예정인데 벌써 번데기가 될 리 없다는 말에 더 두고 지켜보기로 했다. 그 때 교실 뒤쪽에 갑자기 아이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가 싸움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무껍질 위에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가 위풍당당하게 올라서 있었다. 장수풍뎅이는 껍질이 몹시 반짝거리고 뿔이 멋졌다. 아이들은 장수풍뎅이가 이길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에 비해 사슴벌레는 색깔이 검고 윤기가 별로 없었다. 두 마리는 나무껍질 위에 서서 서로의 몸을 더듬거리기만 했다. 아이들은 왜 책에서 본 것처럼 싸우질 않느냐고 두 곤충에게 항의했다. 싸울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사슴벌레가 장수풍뎅이의 옆구리를 공격했다. 사슴벌레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장수풍뎅이의 등에 구멍이 났다. 아이들은 끔찍한 장면에 놀랐고 사슴벌레가 정말 세다고 입을 모았다. 휴일이 지나고 오자 노란색 바탕에 검은 무늬가 있는 배추흰나비들이 날개를 접고 유리 수조 바닥에 앉아 있었다. 그토록 기다리던 나비의 모습을 보고 우화과정을 놓쳐 버린 것을 내내 아쉬워하며 아이들은 박수를 치고 환호했다. 하지만 나비 번데기의 우화는 천적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 밤에 이루어진다는 진수(가명)의 말을 듣고 아쉬움을 달랬다. 우리는 우화과정을 동영상으로 보면서 번데기가 혼자서 얼마나 끙끙대며 껍질을 뚫고 나왔을까? 하며 나비의 노고에 대해 이야기했다. 5월 22일 일찍 학교에 온 지혜(가명)가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나에게 달려왔다. “선생님, 배추흰나비가요. 가만히 누워 있어요. 움직이질 않아요.” 배추흰나비 한 마리가 힘없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아이들은 배추흰나비의 죽음을 보고 슬퍼했다. 왜 죽었을까? 그 이유를 협의한 결과 바로 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비가 꽃의 꿀을 먹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다음날 아이들은 설탕물과 꿀물을 가져왔다. 하지만 나비들은 하루 종일 그것 근처에는 얼씬거리지도 않았다. 아이들은 애써 키운 나비들이 다 죽을 것이라고 걱정하면서 밖으로 보내주기를 원했다. 죽은 나비를 밖으로 꺼내려고 하는데 다른 배추흰나비 한 마리가 밖으로 날아 나왔다. 아이들은 박수를 쳤다. 배추흰나비가 창밖으로 날아갔다. 아이들은 “잘 가” 라고 하면서 손을 흔들어주었다. 나머지 세 마리도 꽃의 꿀을 구할 수 없으니 놓아주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우리는 사육 상자를 열고 배추흰나비를 날려 보내주었다. 나비들은 날개를 하늘거리며 창밖 세상을 향해 날아올랐다. 아이들의 얼굴엔 아쉬움과 뿌듯함이 뒤범벅됐다. 몇몇 아이들은 날아가던 나비가 뒤돌아보면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며 서운함을 달래었다. 5월 27일, 표범나비가 우화했고 장수풍뎅이 애벌레가 번데기가 됐다. 그리고 상주에 있는 농원에서 1령 누에들이 교실에 도착했다.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난 조용한 교실에 누에들이 뽕잎을 씹는 소리가 사각사각 쉬지 않고 들렸다. 누에들은 누에고치가 되고 빨강, 노랑, 파랑 번데기가 되고 나방이 됐다. 며칠 전 ‘내 생애 최고의 선생님’이라는 제목으로 소연(가명)이로부터 메일이 왔다. 수목원 나비를 보니 멀리 떠나가신 선생님이 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얘들아, 나도 그 때의 너희들이 무척 그립단다. 너희들이 생명의 소중함, 자연의 아름다움, 우리 반에 대한 자부심으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난 너희들이 너무 소중하고 너희들의 해맑은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가슴이 넉넉했단다. 사랑한다. 보고 싶다. 얘들아.’
11일 경기 통진초 강당. 흰 민복을 입은 학생 30여 명이 모였다. 선창을 맡은 학생들이 장구와 꽹가리를 치면서 “여러분들 농부님들 모들이나 쪄보세” 메기는 소리를 부르자 후창자들이 “쪘네 쪘네 나도 한참 쪘네”하며 후렴을 받았다. 이 모습은 경기 김포 통진면을 중심으로 전승‧보존되고 있는 농상패놀이 ‘통진두레놀이’ 장면이다. 통진초는 2008년부터 3~6학년 중 희망 학생들에게 토요 방과후 교실을 통해 통진두레놀이를 가르치고 있다. 이날은 새로 들어온 3학년을 위해 기존 학생들이 12마당 중 다섯째인 ‘모찌기마당’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모찌기란 모내기 전에 못자리에서 벼모를 뽑아 가지런히 묶는 일이다. 이남수 지도교사는 “계속해서 허리를 굽히고 일하는 고된 작업인데다 혼자 하기에는 버거운 일”이라며 “농악을 울리고 노래를 부르며 노동의 고단함을 함께 달래고자 했던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레놀이는 볍씨 뿌리기, 논갈이, 모찌기, 모내기, 새참먹기 등 한 해의 농사과정을 놀이화 한 민속놀이로 1998년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23호로 지정됐다. 영농 기계화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것을 통진두레놀이보전위원회와 지역주민들이 계승했고 위원회의 권유로 통진초도 특색교육에 동참하게 됐다. 하태완 교장은 “고장의 전통놀이를 배우면서 애향심을 길러주는 것이 목적”이라며 “저학년부터 고학년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협동’과 ‘연대’라는 두레정신도 체득할 수 있어 1석 2조의 교육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두레놀이는 학교의 자랑이기도 하다. 통진초는 지난해 경기도 청소년 예술제에서 김포시 예선대회 최우수상과 경기도 본선대회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 교장은 “처음에는 어렵고 따분하게 생각했던 학생들이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모여 연습을 할 만큼 흥미를 느끼고 있다”며 “학예회나 운동회 등 각종 행사마다 선보일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진면에서 태어난 이민경(6학년) 양은 “우리 지역에 이런 전통놀이가 있는지 몰랐는데 학교에서 두레놀이를 가르쳐 준 덕분에 자세히 알게 됐다”며 “무형문화재를 보유하고,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 마을과 학교가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이수민(4학년) 양은 “놀이 중 논김매기 부분은 호미로 진흙을 찍어 엎는 작업인데, 계속 허리를 굽히는 것이 힘들었다”며 “농사를 지어본 적은 없지만 놀이를 통해 옛 조상들이 얼마나 힘들게 쌀을 수확했는지 알게 됐고 밥을 남기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인천교총(회장 박등배)은 16일 ‘교직의 전문성 고취 및 친목 도모를 위한 등반대회’를 개최한다. 장수초에서 집결해 관모산을 등반한 후 돌아오는 일정이다. 등반 후에는 지회별로 점심 식사를 함께 하면서 친목을 다질 예정이다. 김명교 기자 kmg8585@kfta.or.kr ⓒ 한교닷컴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HD, 우울증, 자살 충동… 학기 초, 학생 지도에 어려움 많아 신체적 증상, 행동 변화 잘 살펴야 지역별 전문센터 운영, 이용해 볼만 #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은 A교사는 최근 고민이 생겼다. 평소에는 잘 지내던 학생이 유독 수업시간만 되면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마음대로 자리를 옮길 뿐 아니라 화장실을 들락거리기도 한다. 친구와 놀 때도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고집을 부리다가 다투는 일이 잦았다. 수업 분위기를 흐리는 것도 문제지만, 해당 학생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 고등학교 2학년 담임인 B교사도 가슴을 쓸어내린 사건이 있었다. 한 학생과 상담을 하던 중 자해 흔적을 발견한 것이다. 중학교 때 따돌림을 당해 우울증을 앓았던 학생은 ‘죽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털어놨다. 학기 초, 학생들의 정신건강문제로 속병을 앓는 교사가 적지 않다. 특히 자살 충동과 우울증,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 등을 겪는 학생들을 어떻게 상담하고 지도해야 할지 막막해 했다. 교사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서울시 학생 정신건강 상담 자문전화 ‘스쿨라인(1577-7018)’의 2012~2015년 상담 사례 706건을 분석한 결과, 자살 관련 상담이 35%(250건)로 가장 많았다. 우울 등 정서문제는 17%(122건), ADHD 등 행동문제가 15%(106건)로 뒤를 이었다. 손지훈 서울시정신건강증진센터 센터장(서울대학병원 정신과 전문의)은 “새 학기가 시작되는 시기에 상담 전화가 특히 많이 걸려온다”면서 “어린 학생들이 정신건강문제를 겪는 건 사회 분위기와 가족 구조의 변화, 지나친 경쟁 등 복합적인 요인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교사들이 주로 호소하는 문제는 ADHD다. ADHD는 아동기에 많이 나타나는 장애로, 지속적으로 집중하지 못하거나 과잉 행동을 보이는 특징이 있다. 주의력이 결핍된 경우 △부주의로 인한 잦은 실수 △다른 사람 말 경청 어려움 △공부, 숙제 등 회피 △잦은 물건 분실 등의 증상을 보인다. 과잉 행동을 하는 경우에는 △마음대로 자리를 뜨고 △마치 모터가 달린 것처럼 끊임없이 움직이고 △질문이 채 끝나기 전에 불쑥 대답하는 성향을 보인다. 손 센터장은 “ADHD는 대부분 어른이 되면서 호전된다”며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주기, 칭찬으로 격려하기, 눈을 보면서 간단하게 이야기하기 등의 방법을 활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목표나 지시사항은 구체적이고 짧게 말해야 한다. ‘하지 말라’ 보다는 ‘이렇게 하라’는 지시가 효과적이다. 또 해당 학생은 주의를 산만하게 만드는 요소가 없고 교사가 즉각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자리에 배치하는 게 좋다. 학업과 교우 관계에 빨간불이 켜지는 2차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칭찬으로 자존감도 높여줘야 한다. 아동청소년기의 우울증은 행동의 변화와 함께 신체적인 증상을 동반한다. 일상 활동에 대해 관심이나 흥미가 없고 특별한 신체 이상 없이 두통, 복통 등을 호소한다. 매사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 싸움이 잦고 이유 없이 등교를 거부하거나 지각, 조퇴, 결석을 하기도 한다. 손 센터장은 “청소년의 비행이 우울증에서 비롯되는 사례가 많다”면서 “일탈 행동을 할 때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했다. 자살 위험군 학생을 돕기 위해서는 경고 증상을 미리 알아둬야 한다. 죽겠다는 말이나 자기 비하하는 말을 자주 하고, 주변을 정리하거나 일기, 메모 등에서 죽음을 암시하는 글을 남긴다. 학교 내에서 따돌림이나 폭행 등 외상 사건을 경험했는지, 경제적 어려움이나 대인관계에서 고립된 적 있는지 등도 살펴야 한다. 조연정 정신보건사회복지사는 “자살 상담을 할 때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눌 때처럼 담담하고 개방적인 태도로 임해야 한다”면서 “자살에 대해 옳고 그름을 논쟁하지 말고 학생이 자신의 어려움을 표현할 수 있도록 온 마음을 다해 경청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음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자살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 센터장은 “전국적으로 지역마다 정신건강증진센터가 운영되고 있는 만큼, 어려움에 맞닥뜨렸을 땐 주저 없이 전문 기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Q.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이 오늘 찾아와 자살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학기 초, 따돌림을 겪으면서 자살을 생각해왔다고 합니다. 이 학생을 어떻게 상담하고 지도해야 할까요? A. 우선 ‘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니?’와 같이 자살에 대해 직접적으로 물어 보세요. 학생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털어놓기 꺼리는 이유는 혼나거나 이해받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입니다. 자살 생각을 가진 학생에게 이를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것은 함께 대화할 준비가 됐고, 이해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계기가 됩니다. 중요한 것은 학생의 말에 공감하며 도움을 주고 싶다는 걸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또 온 정성을 다해 경청해주세요. Q. 우리 반 학생이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1학기에는 명랑하고 발표도 잘했는데 2학기가 되니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 내내 엎드려 있습니다. 성적도 많이 떨어져 상담을 했더니 짜증내며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A. 아동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우울증은 성인과 달리 산만함, 난폭함, 짜증, 반항 등의 행동 변화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쉽게 흥분하거나 과민한 특성이 나타나고 ‘우울하다’라는 표현보다는 ‘화가 난다’ ‘짜증난다’와 같은 표현을 많이 사용합니다. 우울을 경험하는 학생과 대화할 때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자신감을 갖도록 지지해주세요. 단, 근거 없는 칭찬이나 무조건적인 긍정을 강요하기 보다는 아이의 행동이나 태도, 습관 등 구체적인 내용으로 칭찬해주세요. 스트레스나 우울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운동이나 취미 활동을 권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 서울시 스쿨라인 상담사례 중에서
대한민국은 자랑스런 나라이다. 이 나라는 국민인 우리가 주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종 국민이 주인임을 망각하고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이 나라를 지키는 것도 국민의 몫이다. 이 국민이 법을 만들어 군대에도 가고 나라를 지키는데 많은 돈을 쓴다. 이돈 쓰는 것을 결정하는 곳이 국회이다. 이제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국회의원들도 진정으로 나라사랑 하는 마음으로 중요한 역할을 잘 해주기를 기대하여 본다. 지금 우리는 평화를 누리지만 이 평화는 국방력에 의하여 의존하고 있다. 서해는 북한의 도발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다. 그래서 서해를 지키자는학교의 계기교육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순천왕지초등학교는 이를 잘 실천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2016년 총선거 유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모든 정당들이 경제의 중요성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다. 그만큼 경제문제가 심각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경제문제는 복합적이어서 어느 한 사람, 한 정당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 배경에는 세계 경기의 흐름과 국내 경제의 흐름 국민들 마음 속에 들어있는 심리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년을 반추해 보면서 한 신문사가 국내 10대 뉴스를 다뤘다. 메르스 사태,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성완종 리스트 등과 함께 ‘금수저 vs 흙수저’를 목록에 올렸다. 10대 뉴스 대부분은 2015년도에 한 때를 뒤흔든 대형 사건들이었다. 하지만 `금수저·흙수저`는 조금 다르다. ‘헬조선’과 더불어 이 시대를 관통하는, 청년들이 바라본 사회상이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헬조선에 좌절하고 흙수저를 자처하며 반대편의 금수저에게 저주의 손가락질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헬조선’과 ‘금수저·흙수저’의 출발점엔 청년들의 팍팍하고 고된 삶이 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되는 게 없고,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는 절망감이 그 배경에 깔려 있다. 특히 반복되는 취업 실패에 따른 고통이 금수저를 향해 헬조선을 내뱉는 분노의 도화선이 됐을 것이다. 당장 경기가 시원찮은 상황에서 청년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급조해 낼 수 있는 뾰족한 수는 없다. 더구나 ‘내 코가 석 자’인 대기업들도 적지 않은 판이다. 신입사원마저 희망퇴직 대상에 올리는 대기업이 등장하게 되었다. 많은 돈을 들여 영입한 인재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투자하여 돈을 벌 예측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이어가되 그와는 별개로 취업준비생들이 취업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겪는 피로감을 덜어주는 방안을 마련하면 어떨까. 채용 패러다임을 바꿔보자는 것이다. 취업준비생들은 취업을 위해 각종 서류와 증명서를 제출한다. 서류전형 혹은 면접전형 때 지원서와 함께 성적증명서, 졸업증명서, 주민등록등(초)본, 외국어 성적, 자격증 사본 등을 준비해야 한다. 수십 번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경우 서류 준비에 드는 고단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서류 준비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전학년 성적증명서 제출을 요구하면서 지원서에 학년별·과목별 학점을 적으라고 해 취준생들의 원망을 사는 기업도 있다. 청년들은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좌절과 분노의 늪에 한 뼘 두 뼘 더 깊이 빠져들어 가고 만다. 이런 아날로그식 시스템을 디지털 시대에 맞게 바꿔나갈 수 있다. 한 번 준비한 서류로 모든 기업에 지원할 수 있는 원스톱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른바 ‘청년 일자리 종합포털을 구축해 해결하는 것이다. 기업마다 제각각인 입사지원서는 공통양식으로 통일하는 한편 각종 증명서를 일자리 포털에 저장해 놓고 재활용하는 방식은 어떨까? 기업들은 자사 웹사이트는 물론 일자리 포털에 채용 공고를 내고, 취준생들은 이에 맞춰 해당 기업 웹사이트에 지원 의사를 표시하는 것으로 서류 제출을 끝내는 것이다. 이후 기업 인사 담당자는 일자리 포털에서 지원자의 관련 서류를 확인하거나 파일을 전송받는 식으로 채용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기업들이 별도로 요구하는 사항이 있을 경우 공통지원서에 덧붙여 손쉽게 작성하도록 하면 된다. 올해 대입 정시 전형에서 대학별 지원이 아닌 공통지원 시스템을 도입한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이런 시스템은 청년들의 피로감을 덜고 비용도 줄일 수 있다. 현재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60만 명 안팎이라고 한다. 이들이 평균 10~20회 지원한다고 치고 1인당 서류를 준비하는 비용을 줄잡아 수만 원으로 잡으면 족히 200억~3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여기엔 정부는 물론 경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같은 곳이 중심이 되어 기업 참여를 유도해나가야 할 것이다. 청년들은 지금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채용 시스템은 아날로그 시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 때문에 청년들은 분노와 피로감을 더해 간다. 국가적 손실이고 사회적 퇴보가 아닐 수 없다. 이 아픔에 공감하는 정책당국자의 노력과 기업의 분발을 촉구한다.
청년 실업이 심각하다. 대학 졸업자의 절반 가까이가 졸업한 해에 취업을 못하는 실정이다. 취업을 한다 해도 파트타임이나 파견사원과 같이 장래가 불투명한 비정규직이 30%를 넘는다. 정규직은 안전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40대 중반이면 언제 명예퇴직을 하게 될지 모르는 불안한 근무 환경이다. 그야말로 지금 우리 사회는 ‘젊은이들에게 냉혹한 사회’라고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에 대처하는 문제해결력이다. 성인이 된 자녀가 독립할 수 있도록 어렸을 때부터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또 하나의 문제는 이런 자녀들에게 너무 관대한 부모들이 많아서 탈이다. 자녀들을 지나치게 과보호하는 부모들이다. 자녀들이 냉혹한 사회를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씩씩하고 자립심 있게 키우기보다는 오직 시험만 잘 보는 자녀로 키우는 데 다 걸었다. 게다가 대학생이 되고 사회인이 된 뒤에도 자녀들을 독립시킬 생각을 안 한다. 이것이 바로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우스갯소리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대학생 아들의 수강신청을 대신 해주는 어머니가 있는가 하면, 해외 장학생을 선발하는 단체에 본인들이 아니라 어머니들이 몰려와서 방법을 물어보기도 한다. 아들이 진급시험에 떨어졌다고 어머니가 아들 다니는 회사에 쫓아가 항의를 하는 사례가 있다는 말도 전해 들었다.아들이 취업이 안 되거나 실직해서 집에 틀어 박혀 있을 때 부모들의 대응 방법도 문제이다. 자녀들을 자립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노력을 하기보다는 대책 없이 부양만 하는 부모가 대부분이다. 어쩌면 사회가 냉혹하기 때문에 부모라도 돌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이제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노후설계가 필요하다. 이와관련한 강의를 학부모님들에게 하면서 이런 부모들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면 반론을 제기하는 부모도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내 아들은 공부 잘하니까 걱정할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은 사례가 너무나 많다.그 한 사례. 한 기업에서 국제비즈니스 부서를 신설하고 국내 명문대를 나와 해외 유학까지 한 인재들을 고액 연봉으로 스카우트해 왔다. 4년 정도 비즈니스를 했는데 비즈니스가 잘되지 않았다. 비즈니스 사이클이 너무 짧기 때문이다. 결국 그 부서를 해체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스카우트해 온 친구들이다. 마땅히 갈 데가 없었다. 게다가 4년 동안 고액 연봉을 받아 온 게 화가 될 수도 있다. 영원히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해 생활 수준, 소비 수준만 높아져 있었다. 아이들이 학원에 가서 배우던 것을 선생님을 집에 모셔다 배우게 하고, 일류 호텔 헬스클럽 회원권 사고, 골프 치고…. 그런데 저축해 둔 돈은 없다. 이런 자녀들이 실직을 해서 부모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따라서 지금 몇 억원의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녀 교육이다. 부모가 먼저 이 시대에 맞는 자녀 교육 방법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자녀들에게도 교육을 시켜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적 자립 교육이다. 경제적 자립이란 돈 버는 능력만을 배양하는 교육을 뜻하는 게 아니다. 주어진 경제적 상황에 자기 자신이 맞춰 사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이 더 중요하다. 그것도 이론적인 교육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실천해 나가도록 습관화시키는 교육이다.무엇보다도 자녀들에게 올바른 직업관을 심어주는 노력 또한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서는 한 지방 명문고교에서는 직업선택 10계명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그 첫째는 ‘월급이 적은 쪽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앞으로는 월급을 회사에서 주고, 나라에서 준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남과 차별화된 주특기가 있어서 적은 금액이라도, 회사를 옮겨서라도 월급을 오래오래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100세 시대에는.‘남들이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은 절대 가지 마라’는 계명도 있다. 그런 직장은 주식으로 말하면 주가가 천장 근처에 와 있다는 증거다. 언제 급락할지 모른다. 지난해 가을 몇 백대 일의 입사 경쟁률로 화제가 되었던 기업에서 최근에는 몇천 명을 감원했다는 뉴스를 본 일도 있다 ‘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반대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무조건 가라’라는 계명도 있다. 언뜻 들으면 어이없는 계명이라는 생각도 든다.문제는 말이 쉽지 이런 직업관을 갖는 게 어떻게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부모와 자녀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 공통된 인식과 소신을 갖고 있지 않다면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우리나라처럼경쟁이치열한사회에서생존하기란쉬운일이아니다.그래서대책을세우게된다.그것이바로힘을기르는것이다.공부원시험등좁아진 취업의문을두드려열게하는열쇠는결국실력이다.이실력을기르기위해안간힘을쓰는젊은이들,학생들의모습이안쓰럽기그지없다.이런와중이기에서점가에는 시험점수,합격비결을팍팍알려준다는,그래서명문대나특목고들어가는고득점비법을알려주는책이잘팔리고있다. 그러나꼭 그런방법이아닌다른방법을알려준책이있다.혹시라도책제목에홀려이책을집어든이는분명히실망할것 같다.엄밀히말하자면이'세인트존스가쓴고전100권공부법'은미국뉴멕시코주산타페에있는세인트존스대학의교과과정또는강의법을소개하는책이기때문이다.그런데하버드나예일같은미국의유명한아이비리그도아닌이대학을특별히한권의책으로다룰만한가치가있다고 생각한다.별난강의법,아니정확히는학생들을공부하게끔만드는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대학은우선커리큘럼이특별하다.교수가없고강의가없으며,당연히시험도없다.아니 다른 대학에 다 있다는 핵심적인 것이 없다니 이해가 잘 안간다. 있는것이라곤오로지4년동안고전100권을읽는것이핵심커리큘럼이다.이러니전공구분이있을리없다.우리나라의경우처럼 인기많은강좌를신청하기위해학생들이PC방에서키보드를누가빨리치느냐를겨루는것은상상할수없다.그대신학교에서짜놓은수업을들어야한다.이거고등학교때풍경아니냐고?그렇다.그런데이학교강좌는미국에서도화제란다.인문학은물론이고수학,과학,음악까지고전으로배운다니그럴수밖에없다. 어떻게이런일이가능할까.교수대신튜터(Tutor)가있다.나는일본에교원연수유학을하면서튜터라는말을처음접했다.나의학습지원을위해대학이튜터를 선정하여일정한장학금을지원하면서나의질문에답하고 공부를 지원하는시스템이다. 교수는강의를하지만튜터는학생과함께공부한다.튜터는학생들이정해진책을읽고와서토론하는것을주재할따름이다.그러니세인트존스대학의수업은수업(授業)이아니라수업(修業)이다.지식을가르쳐주는게아니라지식을익히고닦는다는의미다.당연히이는학생들본인의힘으로이뤄진다.즉세인트존스대학에서의공부는스스로읽고토론하고생각하는공부다. 이렇게읽어야하는책들이고전이다.플라톤의‘국가론’에서아인슈타인의‘상대성이론’까지,세인트존스대학에가지않았다면보통사람은이름이나들었을까평생들춰보지않을책들을읽고생각을정리해발표해야한다. “고전에대한나만의생각이있는데그건바로고전은‘읽는책’이아니라‘생각하는책’이라는것이다….웬만큼자신감이있지않고서야‘읽었다’고말하기가쉽지않다.대신고전을‘생각했다’고는말할수있을것같다.” 저자는부모님의남다른교육관덕에초등학생때,그리고중학생때각각일년씩휴학을 하고가족과세계여행을다녔다. 지은이가이대학에서좌충우돌끝에얻은결론이다.그유별난지은이가책의말미에‘세인트존스에서배운것’을정리해놓았기에눈길을끈 것이다.그리고4년동안온갖좌절을겪고도특출한사람은되지못했다고인정하면서“내한계를받아들이고나서배움이시작되었다”는특별한경험을전하고있다.왜이런과정이필요한가?현실은우수한대학을나왔는데도취업이안된다고절망하는청년들이이를주목할필요가있다. ‘사람은왜하늘을날지못할까’라는의문을가지고날수있는능력을찾으려했다면지금도비행기는없었을테지만,인간이날지 못한다는사실을받아들이고‘그럼어떻게해야날수있을까’를연구한끝에비행기를만들어날수있게되었다고지적한다.책을읽고토론하게해능력만큼지혜를얻도록하는세인트존스의공부법은‘스스로생각하는힘’,‘자기눈으로세상을보는힘’을키워준다.추천사에서최재천국립생태원장은“세인트존스 학생들은인생에서부닥칠다양한문을열어갈자신만의마스터키를깎아야한고있다”고한것은매우 적절한 표현이다.책은본문만으로도대학이나교육정책담당자,학생들에게적지않은생각거리를던져주는데부록에 실린세인트존스대학의필독고전목록과입학준비,유학비용은꽤 알찬것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한국은 정치의 계절을 맞이하였다. 각 정당들이 경제문제를 이슈로 제시하여 국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의 대선 모습도 가끔 보면서 이상한 점이 한 가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양당의 경제 공약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 얘기가 전혀 안 나온다는 사실이다. 오바마, 부시, 클린턴이 당선될 때도 그랬고 트럼프가 특이한 공약을 발산하는 2016년 대선 레이스도 마찬가지다. 더욱 놀라운 것은 경제학 박사에게 물어봐도 자기 나라, 즉 미국 1인당 GDP가 얼마인지 대답을 못한다. 왜 그럴까. 답은 간단하다. 대통령 후보도, 경제학자도, 개인들도 1인당 GDP에는 모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관심이 없다는 것은 자신에게 별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개인들이 관심이 없으니 이들로부터 표를 얻어야 하는 대통령 후보도 무관심한 것이다. GDP는 1930년대 대공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사이먼 쿠즈네츠 교수에 의해 개발됐다. 그는 197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쿠즈네츠도 분명히 우려하며 말했듯이 GDP는 생산된 부가가치를 나타내지 국민의 행복, 삶의 질, 복지를 측정하는 지표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경제가 번영하면 경제가 성장하고, 경제가 성장 하면 당연히 GDP 성장을 떠올리는 세상에 살고 있다. GDP는 분명 ‘경제 그 자체’도 아니요, ‘경제의 궁극적 목표’도 아니다. 국민이 더 잘살고, 더 행복해지는 목표를 위해 필요한 수단일 뿐이다. 수단이 목적이 되어버린 세상, 이것이 현재의 경제 현실이다. 미국 대선 후보들 간 경제이슈 토론을 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잘 산다’는 개념을 생산보다 개인의 소득과 소비 관점에서 규정한다. 그러다 보니 강조되는 경제 주체가 가계가 되고 가계의 소득, 특히 ‘가처분소득’이 자주 언급된다. 헐벗고 굶주린 상태라면 생산이 지상과제일 수 있지만, 어느 정도 먹고 살게 되면 필수불가결한 곳에 지출하고 남는 소득, 즉 ‘여유 있는 돈’`이 얼마나 있는가가 더 잘 살게 되었느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미국도 지난 10년간 1인당 GDP 증가율보다 가계소득증가율이 낮다. 이는 과실의 몫이 기업 쪽에 더 많이 갔다는 뜻이다. 한국의 경우 그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졌다. 게다가 소득 중에서 먹고살기 위해 필수적으로 빠져나가는 부분, 즉 세금, 생활비, 주택비, 교육비가 늘어나면 그만큼 ‘여윳돈’은 줄어든다. 이런 상태에서 아무리 1인당 GDP가 증가해도 국민은 더 잘 살게 되었다고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행복할 수도 없다. 그래서 1인당 GDP를 늘려주는 대통령보다 ‘여윳돈’, 즉 가처분 소득을 증대시켜주는 대통령을 선호한다. 미국 대선에서 1인당 GDP가 관심도 못 받고 언급도 안 되는 이유다. 둘째, 평균을 얘기하지 않는다. 1인당 GDP는 총 GDP를 인구수로 나눈 평균이다. 바로 이 평균 개념에 문제가 있다. 두 사람 모두 50을 벌면 평균도 50이지만 한 사람은 90, 다른 사람은 10을 벌어도 평균은 50이다. 10을 번 사람에게 50이란 평균은 의미가 없다. 그래서 소득 순서로 사람들을 일렬로 세웠을 때 중간에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얘기한다. 이 중위값(median)이 평균보다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빈부격차가 큰 미국에선 이미 평균이 의미를 잃은 지 오래되었다. 한국도 이런 단계에 접어들지 않았는지 우려스럽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사람들은 평균에 관심이 없다. 나의 세금, 나의 임금, 나의 주택담보 대출 이자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며칠 전에 본 미국 TV 토론회에서 방청객이 한 발언이다. “저는 경제를 잘 모르지만 무엇이 더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생각이 있습니다. 필수적 비용을 지출하고도 남는 돈, 즉 여윳돈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분명히 더 행복하다고 느낄 겁니다.” 한국도 이젠 1인당 GDP보다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는 대통령을 더 원하는 시점에 왔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생 중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지만 취업에 이르는 길은 매우 힘들다. 학벌·스펙 위주의 채용 관행에서 벗어나 능력과 직무 중심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한 `능력 중심 채용 실천 선언 대국민 선포식`이 얼마전제 열렸다. 국무총리실, 고용노동부, 교육부 등 정부기관과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 10대 그룹, 중소·중견기업 대표 130여 명이 참여해 공정하고 투명한 채용을 다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동안 취업 준비생들은 기업의 불명확한 채용 기준 때문에 불필요한 스펙을 쌓느라 시간과 돈을 낭비한 것이 사실이다. 휴학하거나 졸업을 미루면서 토익, 자격증 등 평균 5.2개의 스펙 쌓기에 매달린다. 2012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조사 결과 대졸자의 평균 스펙을 쌓는데 드는 비용은 1인당 4269만원에 달했다고 한다. 또 입사지원서에 직무능력과 아무 상관없는 인적사항을 기재하게 하거나 업무와 무관한 사적인 질문을 하는 등 채용 과정의 불합리한 점은 한둘이 아니었다. 이날 실천 선언에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활용, 선발 기준 사전 공지, 과도한 스펙 요구 지양, 청년들의 열정 보호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부와 기업이 손잡고 채용 문제점을 시정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동안 학연·지연을 동원한 취업 청탁이 만연해 있었던 만큼 이 같은 선언이 과연 제대로 지켜질지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탈스펙 채용이 엉뚱하게도 집안 좋고 백 있는 집 자제들을 뽑기 위한 통로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이번 선언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누구나 능력을 갖추면 학벌·집안과 상관없이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헬조선, 흙수저, 열정페이 등이 유행어가 될 만큼 사회에 대한 20대 청년들 불신의 뿌리는 깊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다면 청년들의 고통과 좌절은 더 커질 것이다. ‘알파고 쇼크’가 보여줬듯 미래는 창의성과 능력이 좌지우지하는 시대다. 더 이상 학벌사회의 벽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지난해 130개 공공기관에서 NCS 기반의 능력 중심 채용을 도입했는데 그 결과 신입사원 중도 퇴사율 감소, 출신 대학 다양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이같은 사례를 지속적으로 발표해 과잉 스펙과 채용비용을 줄여나가야 한다. 이것이 기업과 취업 준비생들이 상생하는 길이다.
선거철이 되고 보니 어떤 인물을 국회로 보낼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거리의 상당수 사람들은 국회의원 선거에 뛰어든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누구를 찍어야 할 것인지 모르는 부동층이 많다. 그러나 한 표를 행사해야 하는 시점에서 선택을 해야 할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이때를 살아가면서 국민을 위하여 어떤 인물을 뽑아야 할 것인가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서 현실에서 뛰어난 리더가 어떤 사람인가를 찾아보는 일은 의미가 있다. 앙겔라메르켈독일총리의별명은‘무티(muti·엄마)’라고 한다.국익앞에선물러서지않는강한지도자지만독일국민에겐‘자상한엄마’다.청년들은그를‘무티’라고부르며서슴없이품에안긴다.주말저녁동네마트에서장을보는그의모습에선멀리있는권력자가아니라곁에있는이웃임을느끼게 된다.한편 그의강력한리더십은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고 의지하며 살아야 행복한 삶이다. 그녀는 이처럼국민의아픈곳을보듬어주고기쁨을함께나누는데서나왔다. 버락오바마대통령의모습도화제가됐다.그는 며칠전아이들에게동화를읽어주면서사자흉내를내는그의모습에서시민들은친근함을느꼈다.모든연설과대화에서‘나’보다는‘우리’라는표현을쓰며시민들을자신의편으로끌어들이는그는대표적인공감형리더다.오마바대통령과메르켈총리는시민들이꼽은외국의매력정치인1,2위(3월4~14일3061명조사)로꼽혔다. 국내정치인에대한시민의생각도다르지않다.시민은정치인의가장큰매력요소로‘시민의감정을이해하려는노력(감정이해노력)’을꼽았다.역대대통령의매력을분석해보니‘감정이해노력’은노무현전대통령이가진첫번째매력이었다.김영삼전대통령에게선네번째,김대중전대통령에게선두번째매력요인이었다.반면에박정희전대통령에겐열번째였다.대신시민들은박전대통령의첫번째매력으로카리스마를꼽았다.시대가지나며카리스마의비중은줄었지만감정이해노력은지도자가갖춰야할최우선덕목으로자리매김했다.박전대통령의또다른매력인추진력(3위)도김대중(15위)·노무현(13위)전대통령에이르러가치가희석됐다. 이같은흐름은박근혜대통령에게서도읽힌다.박대통령을매력정치인으로선택한시민들은그의매력을외교능력에서찾고 있다.카리스마는열번째로비중이낮았다.매력정치인이누구냐는개인에따라호불호가다를수있다.하지만공통된매력의요인을살펴보면시대가원하는리더의모습을읽을수있다.대체적으로감정이해노력이민주화이후대통령들의공통된매력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금이시대가시민과소통하고공감하는리더를원하고있다고해석할수있다.실제로시민은리더십요소중에서포용력(52.8%,중복응답),설득력(35.5%),조화로움(30%)을카리스마(21%)보다높이평가했다. 정당·이념에따라지지하는정치인은다를수있다. 하지만시민들이정치에바라는큰줄기는같다.권위주의적인카리스마보다는협업을통해시너지를낼수있는정치인,아픈곳을어루만지고기쁠때함께웃을 수 있는공감하는 정치리더가이번총선에서당선되어 국민의 어려움을 해결하여 주는 법을 만들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주는 모습을보여주길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