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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볼까 말까 망설였다. 토요일만 되었어도 그러지 않았을 텐데 하필 일요일이다. 게다가 새벽에. 한 주일의 첫날부터 피곤이 쌓이면 일주일 내내 회복할 길이 없다.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이 열리는 축구 경기를 보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카페를 마감하고 밤 늦게 집에 온 큰 딸과 남편, 셋이서 텔레비전 앞에 둘러앉았다. 전년도 우승팀인 프랑스와남미 강호 아르헨티나가 결승에서 맞붙는다. 프랑스는 이제 스물셋의 음바페가 최전방 공격수다. 아르헨티나에는 마라도나를 잇는 걸출한 영웅 메시가 있다. 메시는 매년 세계에서 한 해 최고 활약을 펼친 축구 선수에서 수여하는 상인 발롱도르 7회 수상, 유럽 챔피언스 리그 4회, 라리가 10회 우승 등 이 시대 최고의 축구 선수이다. 그는 22명이 뛰는 축구장에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키가 170cm가 채 안 된다. 그보다 20cm 이상 큰 선수들이 포진한 경기장에서 가장 작다. 대학생과 초등학생이 한 운동장에서 뛰는 것처럼 보인다. 유럽 선수들 틈바구니에서 땅꼬마로 보이는 그가 살아남은 것만도 놀라운데, 한동안은 깨지기 어려운 실적까지 쌓았으니 메시 찬가는 끊이지 않고 울려 퍼질 듯하다. 그는 이번 월드컵에서도 역대 최초로 조별 리그와 16강, 8강, 4강, 결승전에서 모두 골을 기록한 선수가 되었다. 당연하게 대회 골든볼까지 받았다. 사실 나는 메시를 잘 모른다. 키 크고 잘생긴 호날두와 비교하는 기사만 자주 읽었을 뿐 축구에 큰 관심은 없어서다. 호날두가 언행이나 인간관계, 혹은 여자 문제로 종종 구설수에 오르는 동안 상대적으로 메시는 조용했다. 중학교 때 만난 부인과 결혼하여 세 아들을 낳아 기른다. 주변에서 흔하게 만나는 이웃집 아저씨처럼 편안한 얼굴이다. 한 골을 넣었다고 크게 기뻐하거나, 낙담하는 듯 보이지도 않는다. 처음부터 일방적으로 아르헨티나를 응원했다. 경제가 어려워서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힘이 되길 바라서다. 프랑스야 누가 뭐라 해도 세계 제일의 선진국이지만 아르헨티나는 벌써 몇십 년째 경제 불황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지도자를 잘못 뽑으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걸 잘 보여 주는 예가 아닐 수 없다. 아르헨티나는 두 개의 환율이 있다. 정부의 공식 환율과 암시장의 그것이 다르다. 그러기에 암환율로 달러를 바꿔서 공항의 면세점에서 물건을 사면 거의 반값에 살 수 있단다. 일 년에 1000%의 인플레이션이 일어난 해도 있었다. 열심히 일하지만 기본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빈부격차가 커지고 빈곤층이 갈수록 늘어 가고 있다. 그런 국민에게 이번 월드컵 우승은 커다란 기쁨이 될 것이다. 메시는 시종일관 뛰어다녔다. 월드컵 출전 이후 모든 경기를 풀타임으로 뛰었단다. 공격수지만 수비수로도 활약한다. 전반전은 일방적으로 아르헨티나가 우세한 경기였다. 결승까지 어떻게 올라왔을까 싶게 프랑스는 무기력했다. 유효 슈팅 하나가 없었다. 반전은 후반 30분이 넘어서야 일어났다. 아르헨티나 선수의 반칙으로 패널티 킥이 선언되었다. 메시와 같은 구단에서 뛰는, 떠오르는 샛별 음바페가 가볍게 골을 넣었다. 또 한 번의 환상적인 그의 슛으로 동점이 되는 데는 채 2분이 걸리지 않았다. 90분을 뛰었는데도 승부는 갈리지 않아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후반 4분 만에 메시가 골을 넣었다. 역시 중요한 순간에 한방을 해 주는 선수였다. 이대로 끝나기를 응원했다. 그런데 또 이변이 일어났다. 종료 2분을 남기고 아르헨티나 선수의 팔에 공이 맞아서 패널티 킥이 만들어졌다. 이 골로 음바페는 무려 월드컵 결승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그것도 두 골이나 패널티 킥으로. 경기는 3-3 동점으로 끝났다. 이제 승부차기로 결판을 내야 한다. 혹자는 승부차기를 할 때마다 선수의 생명이 단축된다고 한다. 그만큼 보는 사람도 차는 이도 마음 졸이게 한다. 그 넓은 골망을 두고 골대를 맞히는 선수도 있었다. 또 한 선수는 그 부담을 이기지 못했는지 하늘로 공을 날렸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치열한 접전 끝에 결국 아르헨티나가 최후 승자가 되었다. 함께 운동장에서 뛰어다닌 듯 맥이 풀렸다. 시간은 이미 새벽 세 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런데도 잠이 오지 않았다. 120분을 뛰고도 시상식장에서 방방 뛰고 또 뛰는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기쁨이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들의 유니폼은 땟국물이 가득했고, 여기저기 얼룩 투성이었다. 그조차 아름다웠다. 이런 멋진 경기를 보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아쉬웠을까?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였다. 메시는 열한 살에 ‘성장 호르몬 결핍’이라는 희귀병을 앓았다. 어린 나이에 고통스러운 주사를 수없이 맞았다. 그런데도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 내어 오늘의 메시가 되었다. 작은 키와 왜소한 체격인 자신의 단점을 화려한 드리블과 정확한 패스로 바꾸었다. 그가 드리블하는 걸 보면 신기하기 짝이 없다. 별로 힘들이지 않고 슬슬 움직인다. 공도 메시 몸의 일부분처럼 느껴진다. ‘축구의 신’이라는 별명이 괜히 생긴 게 아닌 듯하다. 메시는 월드컵에 여러 번 나왔지만 형편없는 성적을 거둬 2016년 국가 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죄책감과 많은 사람들의 비난 때문에 자포자기 상태로 벌인 일이다. 그런 메시를 복귀하도록 만든 건 시골 초등학교 여교사가 쓴 한 통의 편지 때문이었다. 저는 비록 교사이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저를 향한 아이들의 존경심이, 당신을 좋아하는 마음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그런데 지금 아이들은, 영웅이 포기하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중략) 지금 당신이 은퇴하면 이 나라 아이들은, 당신에게 배웠던 노력의 가치를 더 이상 배우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 당신처럼 졌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한다면, 오늘도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아가는 이 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인생의 가치를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제발 우리 아이들에게 2위는 패배라고, 경기에서 지는 것이 영광을 잃게 되는 일이라는 선례를 남기지 말아 주세요. 진정한 영웅은 패했을 때 포기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우리나라를 대표할 때만큼은 리오넬 메시가 아닌 아르헨티나 그 자체라는 마음으로 대표팀에 남아 줬으면 합니다. 편지를 받은 메시는 결국 6주 만에 대표팀으로 돌아왔고,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그때 그대로 포기했더라면 빛나는 오늘은 없었을 것이다. 아이들의 꿈, 아르헨티나인의 자존심인 그가 이번에 진짜 은퇴를 선언했다. 그와 동시대 사람이라서, 그의 경기를 월드컵에서 볼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우리 나이로 서른여섯인 그의 활약으로 그의 조국 아르헨티나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마라도나가 이룬 우승 이후 36년 만에 월드컵에서 세 번이나 승리한 국가가 되었다. 공 하나로 지구촌이 하나가 되는 아름다운 경기, 월드컵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교육부가 교원 연구실적 평정 총점을 하향 조정하는 ‘교육공무원 승진규정 일부개정령안’을 재입법예고한 것에 대해 한국교총은 10일 “연구점수 축소는 절대 반대하며,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5일 “연구실적 평정점 확보를 위한 부담 경감으로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해 연구실적 평정 총점을 3점에서 2점으로 조정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른 학위 취득실적에 대한 평정점도 조정한다. 개정안에 대한 의견제출 기한은 2월 14일까지다. 이에 대해 교총은 “교사의 연구는 교실에서 마주한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연구하여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연구 과정 자체가 전문성 신장을 의미한다”며 “오히려 교원의 자기계발 노력과 연구 의욕을 떨어뜨려 교원의 전문성 약화와 학교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2020년부터 교감의 연구대회 점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부터 교감의 연구대회 참여가 급격히 감소했다.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을 위한다는 개정 취지에 대해서도 “교사의 현장연구는 교육활동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교육과 연구가 별개로 이뤄질 수 없다”며 “학교 현장에서 실천을 통해 이론과 지식을 직접 생성하고 만들어가는 연구자로서의 교사에 대한 인식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구점수 축소로 관리자 선발에 있어서도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승진평정이 경력, 근평, 교육, 가산점으로 재편되면서 전문적 역량을 갖춘 관리자가 아닌 상급기관에 순종적인 관료형 교사와 관리자 양산을 더욱 고착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교총은 “연구점수 총점을 2점으로 하향하면서 석사학위는 1.5점으로 유지해 석사학위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연구점수는 축소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연구점수의 영향력이 축소되면 연구대회 자체를 고사시킬 뿐만 아니라 결국 연구점수의 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외로움 덕분에 달라진 인생을 산 작가의 말 세상은 어울려 살라고 말한다. 혼자는 너무 외롭다고 부추긴다. 그래서 혼자인 사람들을 좋게 봐주지 않는다.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 취급을 하기 일쑤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를 쓰고 어딘가에 소속되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어울렸을 때 행복할 수 있다. 세상의 불행과 인간관계의 불협화음은 혼자서 행복하지 못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기대어 행복을 얻고자 하는 데서 비롯된다. 혼자서 행복해지는 연습을 하라고 부추기는 책을 만났다. 나의 생각과 매우 비슷한, 아니 거의 같은 생각을 하는 책을 만나서 반가웠다. 혼자를 좋아하는 내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 혼자서도 괜찮다는 격려를 받은 느낌이 좋았다. 집단 따돌림의 피해자에서 권위 있는 정신과 의사로, 그리고 다시 모나코국제영화제 4관왕 영화감독이 된 와다 히데키! 그가 말하는 ‘외로움으로 성장하는 9가지 방법’ 《혼자 행복해지는 연습》의 저자 와다 히데키는 30년 경력의 저명한 정신과의사이다. 직접 각본을 쓴 영화 [나의 인생(My way of life)]로 2013년 모나코국제영화제 4관왕을 차지한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며 꿈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적극적으로 외로움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 출판사 리뷰 중에서 자기 힘으로 생각하길 요구받으므로, 독서를 꾸준히 하면 남을 모방하거나 ‘타인 위주’가 아닌 자기 나름의 사고법, ‘자기 위주’로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자기주의自己主義를 확립할 수 있다. 자신의 머리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무리에 속해 있든 떨어져 있든, 남과 어울리든 혼자 있든 상관없이 자신감이 넘친다. -「운명은 고독의 힘으로 완성된다」중에서 혼자라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서 사람에 집착하다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그 사람이나 주변 사람에게 심각한 위해를 끼치는 사람들, 알코올의 힘에 의지하다 중독에 이르는 사람들, 마약에 의지하다 불행해진 사람들. 세상에는 뭔가의 힘에 의지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불행한 소식들이 넘친다. 물질과 관계에 대한 집착도 마찬가지다. 외로움을 잊기 위한 노력을 자신으로부터 시작하라는 충고는 작가가 살아온 아픈 경험으로부터 출발한 책이라서 더 믿음이 간다. 그것도 매우 쉽게, 술술 읽히는 책이라서 좋았다. 가장 훌륭한 작가는 어려운 내용을 아주 쉽게 쓴다. 자신의 전문지식을 과시하듯 어려운 내용을 어렵게 설명하는 난해한 책은 불친절한 책이기 때문이다. 9개의 소주제를 다룬 이유와 방법도 매우 설득력이 있다. 혼자의 힘을 키우는 9가지 습관 1. 세상의 기준에 이별을 고하라. 2. 무리에서 떨어져라. 3. 인간관계는 심플하게. 4. 미움 받기를 두려워하지 마라. 5. 책과 가까워지는 연습을 하라. 6.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확보하라. 7. 언제든 도망칠 준비를 하라. 8. 성실함이라는 속박에서 벗어나라. 9.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라. 외로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면 다양한 중독으로 문제를 일으키지만, 그 외로움을 현명하게 다루면 독창성을 키우는 계기가 되어 새로운 자신의 모습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의 일화를 소개하며 작가 자신이 외로움을 이겨내고 우뚝 선 이야기를 담고 있다. 허구가 아닌, 실화를 다룬 책은 설득력이 높다. 외로움을 견뎌낸 사람들이 이룬 자기계발서 같은 책이지만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스스로 걸었던 길에서 얻는 인생의 지혜를 나눈다는 점에서 공감이 가는 좋은 책이다. 강의하듯, 가르치듯 써낸 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가 제시한 나침반의 자력이 매우 강하다. 살다가 외로움을 느낄 때, 아무도 내 편이 없는 듯한 사막의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극한 외로움에 빠져서 허우적거릴 때, 영혼의 배고픔으로 공허해질 때 마음의 초콜릿처럼 찾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 외로움이 고독력으로 승화되는 순간, 새로운 에너지로, 창조력을 발휘하는 순간을 즐길 수 있도록 마중물을 부어줄 책으로 삼아도 좋다. 특히 작가가 집단 따돌림의 피해자로 겪어야 했던 외로움의 무게 앞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결과로 세상을 향해, 외로움에 짓눌려 울며 자책하는 이들에게 진정한 고독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친절한 메시지라서 더 울림이 큰 책이다. 의사도 아파본 사람이 명의가 된다고 한다. 누구보다 그 고통을 겪은 사람은 환자의 마음을 자신의 것으로 치환시켜 공감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외로움을 견디며, 장애를 견디며 인생의 늪에서 자신을 건져 올린 여러 실존 인물들의 실화를 매개로 삼아 그들이 외로움을 승화시킨 감동적인 이야기로 글을 썼다. 그러니 이해하기 쉽고 실행하기 쉬운 팁을 제공한다. 그대가 지금 외롭다면 새로운 인생을 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라. 바닥을 치고 있다면 더욱 용기를 내서 발을 구르라.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으니 오를 일만 남았다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라. 자신을 이기고 일어선 사람은 뭐든지 이길 수 있으므로! 나도 그 대열에서 일어섰다. 오직 나 자신만 믿으며, 나를 구원해줄 이는 바로 '나'뿐이다. 그걸 깨닫는 순간, 세상을 발아래 둘 수 있음을!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굳이 철학자 데카르트를 소환하지 않고도 이처럼 생각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존재하기 위한 인간의 특권이다. 문제는 그것이 때로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을 추구하고자 대책 없는 철없는 아이처럼 될 수 있음을 염려한다. 명분상으로는 자기의 삶을 성찰하는 것이든 가족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든, 아니면 사회의 안정과 평화를 갈망하는 것이든 무한 상념으로 돌입함을 제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 정초에 잠시 해답 없는 넋두리를 펼치고자 한다. 인간의 무한 상념은 그것이 과연 세상에 얼마나 의미 있는가로 귀착될 수 있다. 좁게는 개인과 국가의 성장과 행복을 구가하고자 하며 넓게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보다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의 표출이기도 하다. 그럴수록 요즘 잠 못 드는 밤이 늘고 있다. 왜냐면 세상살이가 온통 갈수록 거칠고 투박해지며 동시대 타인들과 일상에서의 행복조차 감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이 시대의 교육자로서 피할 수 없는 직업적 자문인가 한다. 이 시대의 비애! 누군들 비에 젖지 않고,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삶이 있으랴. 무한 상념은 시작된다. 순탄한 삶과 평화로운 삶은 어디서 구가할 수 있으랴. 일상에서 마음의 안정과 행복을 체험하며 살 수 없으랴. 눈 앞에 펼쳐지는 온갖 군상들을 초월하여 한결같은 자세로 균형을 잡고 살 수 없으랴. 지금, 이 순간 삶의 쾌락에만 탐닉하기보다 미래 지향의 희망의 행진으로 나아갈 수 없으랴. 도시가 아닌 자연에서조차 상처 없는 순결한 삶을 영위할 수는 없으랴. 쏟아지는 정보와 뉴스의 홍수 속에서 여백을 추구하며 의연하게 자기를 지키며 살 수 없으랴. 현세(現世)를 사는 현명한 지혜는 무엇인가. 흔들리지 않는 양심과 정의로운 삶은 무엇인가. ‘자기 사랑’을 넘어 ‘지구 사랑’으로 승화되어 세상을 살만한 가치가 있는 곳으로 만들 수는 없는가. 과연 그러한 용기와 행동을 우리 내면의 어디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작게 가진 것에 만족하고 ‘Simplicity is beautiful’의 미니멀주의(Minimalism)를 펼치는 삶은 이 시대엔 고통스럽기만 한 것인가. 지나친 물질적, 출세 지향적 욕망을 억제하며 절제된 삶으로 승화시키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불가능한 것인가. 무한 상념은 어린아이 응석처럼 계속된다. 태양은 내일도 다시 떠오르리라는 기대와 희망으로 오늘의 온갖 상처와 궤적을 잊을 수 없으랴. 갈등의 이 시대에 내 이웃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포용하고 화해하는 삶은 불가능한 것인가. 결과에 감사하고 그것이 자신의 역량에 합당함으로 만족하고 살 수는 없으랴. 인권이 무너지고 차별받고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들을 보듬고 달래며 그들의 부서진 마음(heartbroken)을 온전하게 하는 세상은 누가 만들 것인가. 평소 여백과 사색의 시간으로 삶이 아름다움을 느낄 수는 없는가. 무한 상념은 대책 없이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의 현상(現狀)에 주목해 보고자 한다. 적인가, 동지인가, 이분법적 사고만으로 세상의 가치를 판별하고 보복하며 그들만의 삶의 잔치로 전락한 좁쌀 정치를 멈출 수는 없는 것인가. 즐겁고 행복하게, 사회적 통합의 울타리 안에서 모두가 더불어 살아갈 수 없는가. 타인의 권리를 무시하고 미움과 불신, 혐오를 드러내며 오만하게 살아가는 강자들을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 분노한 사람들, 상처받은 사람들, 삶의 희망을 상실하고 살아가는 밑바닥 사람들, 그들과 살만한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갈 수는 없는 것인가. 권위와 기득권을 내세워 자신들의 이권만을 추구하고 약자들을 탈취하며 지배하려는 자들에게 나눔과 배려, 협력의 공동체를 세우자고 설득하는 것은 도를 넘는 것인가. 지도층의 독단과 아집, 일상적인 거짓말을 어떻게 멈출 것인가. 민주시민의 집단지성의 힘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물질적 풍요 아래서 일상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와 낭비로부터 우리가 사는 세상을 구할 수는 없는가. 성소수자, 독거노인, 학교 밖 청소년 등 인권 사각지대에서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고통을 멈추게 할 수는 없는 것인가…… 세상은 나날이 불확실한 모습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 불안과 두려움에 떨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지금 우리의 세상살이라면 그저 슬프고 참담할 뿐이다. 우리 세상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인가. 미래의 우리 삶은 보다 가치 지향적이고 평화롭게,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를 꿈꾸어야 한다. 하지만 가랑비에도 쉽게 흠뻑 젖어 옷이 무거운 사람들, 바람에 흔들려 줄기와 가지가 앙상한 사람들을 관심과 사랑의 손길로 보듬는 것은 이제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의무라 믿는다. 그러기 위해 2023년은 약자를 우선하는 사회로 전환하자. 그들이 개개인의 역량을 드러내고 나아가 집단지성을 발휘하여 우리가 사는 세상을 그만큼 더 아름다운 정원으로 가꾸고 키워가는 공동체를 만들자. 새해 정초에 편안하게 잠을 이루지 못하며 철없는 아이가 졸라대고 떼를 쓰듯 해답 없는 무한 상념(想念)에 잠긴다.
오랜만에찾아온쉬는시간이에요!책상에서공부하다가잠시내려와기지개를켜고바닥에누웠습니다.스트레칭하려고엎드려보니갑자기방바닥무늬가눈에보입니다.나선형무늬같기도하고직선무늬같기도하고한참을보고있으니무늬들사이에규칙성이보이고각무늬가끝나는점들을연결하니별자리가보입니다.너무나도신기한나머지방문을열고엄마에게소리칩니다. “엄마!내방바닥에별자리가있어!” 사실방바닥에는별자리가없고무늬를한참동안관찰한결과마치무늬가특정한규칙을가지고있는것처럼느껴졌던것뿐이에요.이처럼서로연관성이없는다양한형태들을살펴보면서일정한패턴을확인하고여기에의미를부여하려는심리현상을‘파레이돌리아’라고합니다.‘나란히,함께’라는뜻의그리스어‘para’와‘형태,이미지’라는뜻의그리스어‘eidolon’에서기원하였어요.그리스단어로는‘잘못된생각에의한이미지의패턴,형식’을의미합니다. 수학여행을가면선생님이바위를가리키면서코끼리암석이라고하거나과학시간에달표면에관하여이야기를나누면서토끼모양이연상된다는이야기를들어본적이있을거예요.이런것들이모두파레이돌리아의한예시라고볼수있습니다.암석도,달표면도그저무질서한무늬와질감으로이루어져있을뿐인데,이것을바라보는사람이주관적으로해석하여코끼리또는토끼가보인다고말하는것이지요.친구들과운동장에서놀다가갑자기하늘을보며구름의모양이예수님을닮았다고말하면서신기해하는것이나,음악을거꾸로들어보면특정한메시지가들린다고무서워하는것모두파레이돌리아의예시라고볼수있겠습니다. 천문학자칼세이건은파레이돌리아현상을진화론적으로설명하기도했습니다.“유아는눈으로볼수있게되면곧바로얼굴을인식하게된다.오늘날거의모든유아는부모의얼굴을구별하고귀여운미소를지을수있다”라며인간은날때부터얼굴을확인하려는경향이있다고가정했어요.한편파레이돌리아는개인의심리적인요인도작용합니다.같은물건을보더라도어떤사람에게는의미없이그냥지나치게되는물체가,무서운영화를보고나온사람에겐무서운귀신형상으로다가올수도있어요. 문제 1)다음중파레이돌리아에관한설명으로적절하지않은것은무엇인가요? ①서로연관성이없는다양한형태들을살펴보면서일정한패턴을확인하고여기에의미를부여하려는심리현상이다. ②그리스어에서기원한단어이다. ③문화적영역에서만발견되는심리현상으로,일상생활에서는발견되지않는다. 문제 2)이글의주제로적절한것은무엇인가요? ①파레이돌리아의의미와예시 ②파레의돌리아의긍정적효과 ③파레이돌리아의부정적효과 문제 3)이글을읽은후의감상으로적절하지않은것은무엇인가요? ①파레이돌리아는개인의감정에상관없이모든사람에게똑같이적용될수있어. ②우주탐사선이화성의사이도니아평원을찍은사진에서사람의얼굴이보인다는뉴스가있었는데,이것도파레이돌리아라고볼수있겠구나. ③파레이돌리아는특정한현상에서일정한패턴을찾아익숙한이미지나형식을찾아내려는인간의욕구와관련이있겠구나. 정답 : 1)③ 2)① 3)①
돼지우리 대신 스톨에서 마치는 돼지의 일생 지난해 12월 3일자 한겨레신문에 실린 '네, 면서기입니다'의 저자 이우주 씨의 '비건이 반달리즘이다?'를 읽고 충격을 받았다.모두의 생명을 존중하는 비거니즘을 문화유산과 자연경관을 파괴하는 반달리즘으로 지칭한 '비건이 종교가 되면'이란 칼럼에 대한 반박 글이었다. 이우주 작가는 '고기로 태어나서'를 쓴 한승태 작가의 글을 인용했다. 그런데 그 내용이 가히 충격적이어서 읽는 내내 눈물이 흘렀다.한승태 작가는 자신이 일한 돼지농장의 스톨(임신돈을 고정하는 틀)은 어른 팔 정도의 길이에 돼지가 고개도 돌릴 수 없는 정도의 폭이었다고 한다. 돼지들은 그곳에서 일어나지도 눕지도 못한채 정신장애 행동을 보이다 3년을 살고 처분된다(돼지는 10년을 살 수 있다)는 것. 그 농장에서 임신돈이 땅을 밟는 순간은, 분만하러 오가는 20분씩1년에 두 번이었다는 것. 나는 개인적으로 돼지고기를 매우 좋아한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돼지고기 음식을 좋아하셔서 자주 먹은 덕분이다. 그런데 저 기사를 읽고 한참을 울었다. 그동안 내가 먹은 돼지고기를 떠올리며 나를 위해 죽은 돼지들에게 미안하고 불쌍했다. 나는 그동안 돼지들이 자유롭게 자란 최소한 자기 몸 크기보다 몇 배는 되는 우리에서 살았을 거라는막연한 생각을 했으니. 결혼 초기부터 돌아가실 때까지친정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다. 그 시절엔 자가용이 귀했던 터라 시외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던 시절이었다. 토요일까지 근무하고 오후 6시 퇴근하던 시절이니 집에 들어오면 7시가 넘곤 했다. 하루 종일 불편한몸으로 외동딸을 기다리며 좁은 신혼집에 살던 아버지. 퇴근이 늦어지면 나는 항상 돼지고기를 사갔다. "아버지, 조금만 기다리세요.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돼지고기 김치찌개 해드릴 게요." "오냐, 고맙다!" 하시며 시장기를 참으시던 아버지의 모습은 돼지고기에 딸려나오는 아픈추억이기도 하다. 살짝 치매 증상을 보이던 아버지는 그해를 넘기지 못하고 일흔넷에 내 곁을 떠나가셨다. 이 글을 쓰다 보니 넉넉하지 못했던 시절이라 병원 치료도 못해 드린 불효까지 덤으로 딸려 나와 눈물샘을 자극한다. 지금 같으면 따로 방을 챙겨드리고 노인 돌봄 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고 전문 병원을 찾아 치료했다면 좀 더 오래 사셨을 아버지. 기골이 장대한 아버지는 앉은 자리에서 돼지고기 서너 근을 너끈히 드실 만큼 건강하셨는데 허리를 다치신 후에는 급격히 늙어갔다. 걷지 못하니 모든 신체 기능이 급속도로 나빠지셨다. 어렸을 때옆집에서 기르는 돼지들이 제법 큰 돼지우리에서 자고 먹으며 지푸라기가 깔린 곳에서 잠을 자고 새끼를 낳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동네에서 나오는 남은 음식물을 모아다 끓여서 먹이던 이웃집 아주머니는 그 돼지들을 빗자루로 쓸어주고 청소도 자주 해줬다. 내 상식으로는 돼지는 지능도 높고 깔끔하다. 그런 돼지가 하루종일 눕지도 못하면서 자신의 분비물을 밟고 서서 살아야 하니 얼마나 불행했을까! 죄책감을 안고 먹는 육식이 내 몸과 영혼에 좋을 리 없어 내가 먹어왔던 돼지들이 저렇게 열악함을 넘어 비참한 환경에서 스톨에 갇혀 먹고 싸며 3년 동안 앉지도 못한 채 서서 생존하다 죽음을 맞이한다는 기사는 참으로 슬픈 기사였다. 계란을 생산하는 목적으로 길러지는 닭들도 예외는 아니다. 겨우 A4 한 장 크기의 틀에서 먹고 자고 싸며 밤낮으로 오직 알만낳다가 폐닭의 신세가 된다. 값싼 가격으로 시판되는 계란이 바로 그렇게 생산된 알이다. 오직 인간의 이기심으로 길러지는, 고기를 선호하는 인간의 욕망을 위해 제 수명이 다하기도 전에 죽음으로 제 몸을 보시하고 떠나는 인간의 육식을 위한 생명들에게 밀려오는 미안함과 죄스러움에 내가 인간으로 태어나 아무렇지 않게 저 생명들의 고기를 맛있게 먹으며 행복함을 누려 왔음이 부끄러웠다. 그러기에 부처님은 피 흘리는 고기를 먹지 못하게 하셨나 보다. 생명을 불쌍히여기는 그 자비심의 발현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그 기사를 읽은 뒤 나는 마음 편하게 돼지고기 요리를 하기 힘들어졌고 훨씬 덜 먹게 되었다. 갑자기 육식을 포기하는 비건을 선택할 용기는 없으니 서서히 줄여가는 것으로 나 자신과협상을 하는 중이다. 나이가 들수록 육식으로 단백질을 보충하려는 내 몸의 변화 때문에 젊었을 때보다 훨씬 더 고기를 찾게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기사 한 꼭지가 안겨준 돼지와 돼지고기에 대한 지식은 나의 식생활의 방향을 바꾸게 한 것이다. 비건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억울하게 죽어가는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한 기사였다. 인간을 위해 고기로 죽어갈 운명일지라도 살아 있는 동안만은 그래도 동물로서 존중 받는 삶을 위한 '동물복지'는 비건 운동을 펼치는 사람들만의 몫이 아니라는 것을! 인간과 다른 생명체들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 지구에서 오직 인간만이 자연의 혜택을 누리고 다른 생명체를 오직 도구로만 인식하는 인간 위주의 삶의 방식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개를 학대하고 버리는 행위, 기르던 반려 동물을 함부로 버리고 가학적인 학대를 일삼는 폭력, 화풀이의 대상으로 삼아 아파트에서 던지는 무서운 집사 등뉴스에 등장하는 동물학대만으로도 인간의 잔인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내가 값싸게 먹는 돼지고기가 그 좁은 스톨에서 학대 속에 억지로 비육돈의 일생을 마친 결과물이라는 뒤늦은 지식을 실천으로 옮기는 작은 행위가 이전의 나와 다른 사람이 되는 길이다. 학대 속에 슬픈 삶을 마감하며 인간을 원망할 줄도 모르고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간 그 많은 돼지들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다행일까. 억울함을 안고 죽어간 그 고기에 맺힌 한을 알면서도 맛나게 먹을 용기가 없어졌다. 인간은 상상할 수 있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의 식탁에선 최소한의 육식으로, 되도록 적은 양으로, 먹기 전에 돼지를 위한 작은 기도와 감사가 생길 것 같다. 당장 대형마트 코너에서 돼지고기를 사들이는 횟수를줄였다. 의식적으로 피하게 된 것이다. 나 한 사람이 달라진다고 해서 세상이 바뀔 리는 없다. 행복하게 살다간 돼지가 인간에게도 행복한 먹거리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한恨은 인간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책 제목만 보아둔 '육식의 종말'을 읽어야 할 때가 되었다. 이제는 고기 단백질이 아닌 대체 단백질 섭취로 식생활을 바꿔 갈 생각이다. 그렇다고 고기를 전혀 먹지 않고 살 자신은 없지만. 죄책감을 안고 먹는 돼지 고기가 내 몸에 좋은 기운을 가져올 리 없다. 그것 또한 스트레스가 분명하다. 알고서 행하는 비율이 5%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게 따지면 먹고 살 게 없다고 항변하고 싶지 않다. 육식을 거부한 채 채식 위주로 사는 불가의 승려들이 수명이 짧지 않고 오히려 길다. 자신을 닦고 명상과 수행으로 비움의 삶을 살며 스트레스를 덜 받기 때문일까. 아무래도 다른 생명을 해치면서까지 죄책감을 안고 식탐에 빠지지 않은 덕분이 아닐까 유추해본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학교 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 교육감은 1일 신년사에서 “임기를 시작한 지 6개월의 시간이 지났다”며 “기본 인성과 기초 역량을 갖춘 미래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자율, 균형, 미래’의 정책기조 위에 교육 현안을 살피면서 새로운 경기교육 정책을 설계하고 기초를 놓는 소중한 기간이었다”고 자평했다. 이어 “경기교육의 중심은 학교”라며 “새해에는 그동안 준비한 내용을 학교 현장에 안내하고 실행해 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올해부터 학교의 자율 예산을 확대한다. 학교마다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학교가 본연의 활동에 충실하도록 에듀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1인 1기기 스마트 단말기 보급, 인공지능 기반의 교수학습 플랫폼 구축으로 AI 튜터가 학생 맞춤형 학습과 교사의 수업·평가를 지원할 예정이다. 부산시교육청은 인성에 기반한 학력 신장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은 “새해는 인성 기반 학력 신장의 원년, 디지털 기반의 미래 교육, 희망사다리 교육 복원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지난해 11월 문을 연 ‘부산학력개발원’을 중심으로 학생의 기초학력 저하 문제를 해소한다.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학생 맞춤형 학습 지원 시스템인 ‘부산학력향상지원시스템(BASS)’을 개발하기 위해 학력개발원 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올해 29억 원을 투입한다. 인성 함양을 위해 등교 후 20분간 체육 활동을 하는 ‘아침 체인지 사업’도 추진한다. 강원도교육청은 △튼튼한 학력 기반 조성 △자기주도적 진로역량 강화 △상호 존중의 인성교육 실현 △차별과 소외가 없는 교육복지 △학교와 현장 중심의 교육행정 등을 정책 기본 방향으로 제시했다. 학력 신장을 위해 ‘더나은학력지원관’을 운영한다. 학생 성장을 위한 맞춤형 학습을 지원해 학교 교육력을 회복한다는 방침이다. 대입 수시와 정시 합격률을 높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를 위해 고교학점제 시행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수능형 평가 문항 제작 및 지역별 진학지원센터를 운영한다. 신경호 강원도교육감은 “2023년은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이라는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며 교육청의 신년 화두 ‘매사진선(每事盡善)’을 제시했다. 신 교육감은 “학생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경쟁력 있는 강원교육을 만들고자 하는 우리의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충북도교육청은 가장 큰 현안으로 ‘학교 교육 정상화’를 꼽았다. 윤건영 충북도교육감은 신년사에서 “2023년은 새로운 충북교육이 온전히 새롭게 출발하는 첫해”라고 강조하면서 “교육가족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조직문화의 획기적인 개선을 꾀하고 충북교육의 가장 큰 현안인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한 다각적인 활동을 통해 새로운 충북교육이 나아갈 길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우선, 학생 성장을 지원하는 개별 맞춤형 교육을 실시한다. AI 기반의 다차원 학생 성장 플랫폼을 활용한 진단 및 피드백을 강화하고 학생 성장 맞춤형 기초학력 책임 지도제와 교육 회복 현장지원단 운영, 위기 학생 단계별 상담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또 에듀테크를 기반으로 교실 수업을 개선하고 현장 중심 학교 지원을 강화한다. 이 밖에도 △전인적 인재 육성을 위한 인성·시민교육 △미래희망을 열어가는 창의인재 양성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충북형 온마을 배움터 조성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윤 교육감은 “5대 영역, 46개 실천과제의 공약 실행을 위해 올해 2852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설명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유보된 교육활동보호 조례안을 올해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3일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주요 업무계획을 밝혔다. 가장 먼저 언급한 내용은 교권보호였다. 조 교육감은 “교사의 교육활동 지도권 혹은 넓은 의미의 교권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선생님들이 온전히 학교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육활동보호 조례) 보완 작업과 후속 협의를 통해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교육활동보호 조례는 교원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교육감과 학생·교직원·보호자의 책무를 규정한 내용이다. 지난해 서울시의회 심의만 남은 상황에서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가 조례안을 상정하지 않아 유보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학력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 회복 예산’ 790억 원을 투입한다. 기초학력 저하, 학습 결손 등을 해소하기 위해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밀착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교원 자격 소지자나 예비 교원을 ‘학습지원 인력(튜터)’으로 선발한다. 학교 내에서 지도가 어려운 경우에는 서울학습도움센터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서울 초등학교 입학생이 학교생활에 필요한 준비물을 갖추도록 1인당 5만 원의 예산을 학교에 지원한다. 조 교육감은 “교육 불평등 해소는 공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초등학교 신입생의 학교생활 준비물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3월부터 공립 초등학교 돌봄교실 운영 시간도 오후 8시까지 확대된다. 565개 학교 돌봄교실의 모든 학생에게 무상 간식도 지원한다. 맞벌이 학부모의 간식 준비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모든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6월까지 스쿨존 등하굣길 안전 전수조사도 실시할 계획이다. 교육부의 자사고·외고 존치 추진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와 외고를 존치하고 내신 절대평가와 결합한다면 부정적인 의미에서 파격적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와 해외의 법·제도 및 현황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시행되면서 저작권 분쟁을 우려하는 교사들이 많아졌다. 교육부 조사에서는 교사의 45%가 원격수업의 가장 큰 부담으로 ‘저작권’을 꼽았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원격수업에서 저작물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저작권법을 개정한 국가다. 하지만 취지와는 다르게 현재의 법과 제도는 교사들에게 많은 제약과 부담을 주고 있다. 수업 목적이라 해도 이용 방법을 엄격히 규제하고 인터넷에서 이중 삼중의 과도한 보호조치를 요구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이용자인 교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사회현상 때문이다. 이에 기획 ‘수업 속 저작권, 이대로 괜찮나’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국내와 해외의 법·제도, 현황을 알아보고 학교 현장이 겪고 있는 문제와 개선점을 살펴본다. 기사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원격수업을 위한 저작물 이용 환경 개선방안 고찰’ 이슈리포트에서 다룬 내용을 발췌했다. 편집자주 ‘일부분’만 사용이 원칙이지만 명확한 판단이나 가이드 없어 학생 외 동료 공유 허용 안돼 교사는 학교 수업을 위해 공표된 저작물의 ‘일부분’을 복제·배포·공연·전시 또는 공중 송신할 수 있다. 저작물의 성질이나 이용목적 및 형태에 따라 전부를 이용해야 하는 부득이한 경우 ‘전부’도 허용되지만, 이는 짧은 시나 사진, 그림과 같이 더 이상 분량을 나눌 수 없는 한정된 저작물에만 해당한다. 논문, 소설, 수필, 시 등과 같은 어문저작물의 경우 10% 이내 사용이 가능하다. 정기 간행물에 수록된 논문은 전체 이용도 가능하며 음악저작물은 전체의 20%(최대 5분) 이내에서 사용할 수 있다. 악보 등은 절판으로 구매가 어려운 경우에 복제, 배포할 수 있으며 영상저작물도 전체의 20%(15분) 이내에서 가능하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정들은 교사가 개인적으로 판단하기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다. 학교 수업에서는 짧은 시가 아니더라도 기사, 에세이, 짧은 영상·음원, 악보 등 전부 이용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이런 저작물이 수업을 위해 전부 이용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전문 기관의 명확한 판단이나 가이드가 없어 저작물을 이용해야 하는 학교로서는 어려움이 여간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 저작물이 포함된 수업자료는 인터넷 배포를 포함해 학생들에게는 가능하지만 동일 수업 목적이라도 동료 교사들에게 배포·공유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수업의 범위는 학교 운영계획에 따라 실시되는 정규 교과 수업 외에 방과 후 수업, 창의 재량 수업, 동아리 활동도 포함된다. 또 대면 수업뿐만 아니라 원격수업에서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보상금 징수 규정이 없는 미국 영국, 교육부가 라이선스 체결 “교사에게 책임 물어선 안 돼” 그렇다면 해외의 저작권 법·제도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캐나다, 영국, 일본(대면수업), 북유럽은 수업에서 저작물 이용을 허용하며 보상금 지급 의무 규정이 없다. 이에 비해 프랑스, 독일, 호주, 일본(원격수업)은 의무 규정을 통해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독일은 라이선스 협약에도 가입해 사용료를 추가로 낸다. 먼저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학교 교육을 위한 제한 규정을 별도 조항으로 두지 않고 ‘공정이용’과 ‘특정 실연 및 전시에 대한 면책’에서 수업목적 이용을 허용하고 있다. 2002년에는 원격교육을 위한 TEACH법을 제정해 원격수업에서의 저작물 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미국 저작권법의 특징 중 하나는 학교 교육을 위한 저작물 이용 가이드라인이 오래전부터 만들어져 사용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어문과 음원(최대 30초), 영상(최대 3분)은 10% 이내를 허용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범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미국은 수업목적을 위한 보상금 징수 규정이 없다. 일본은 국내법 체계에 많은 영향을 주는 국가인 만큼 닮은꼴이 많다. 다만 우리가 2006년 법 개정을 통해 원격수업에서의 저작물 이용을 일찍 허용한 것과 달리 일본은 2018년에야 저작권법을 개정했다. 보상금 관련해서도 대면수업에서는 의무 규정을 두지 않고 원격수업에서는 보상금을 징수하는 독특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일본은 권리자와 이용자 간 원격수업 보상금 기준을 타협하지 못해 아직 보상금을 징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초중등 수업목적 보상금을 도입하고자 하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근대 저작권법을 제정한 국가로 학교 교육을 위한 법정허락이 존재하지만 ‘라이선스에 의한 계약이 이용 가능한 경우 법정허락보다 우선 한다’는 현실적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영국 교육부는 초·중등 공립학교의 저작권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10개 집중관리 단체와 라이선스를 체결하고 학교에서 서적, 신문, 악보, 방송물, 음악, 영화 등을 이용하고 있다. 법정허락이 보상금 없이 1년간 저작물의 5% 이내 이용을 허용하는 반면 라이선스는 학생 1인당 9400원을 지급하고 양적 제한 없이 이용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업 목적의 보상금 징수나 라이선스 등 제도 도입에 앞서 이를 통해 학교 교육에서의 저작물 이용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나아질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무상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연구위원은 “저작물 허용 범위와 경계가 모호해 선생님들이 해당 여부를 일일이 구분하고 따져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지금처럼 모든 판단을 교사에게 맡겨놓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묻는 식이어서는 선생님들이 수업에서 마음 편히 저작물을 활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최근 대구·인천·충북교총의 신임 회장이 임기를 시작했다. 본지는 신임 회장들에게 앞으로 활동 계획과 비전을 들었다. Q1. 주력 활동 Q2. 지역 교육 현안과 해결 방안 Q3. 신임 회장으로서 비전과 계획 등 공통 질문을 했다. 편집주 주 “교권 침해 예방에 전방위 노력” 권택환 대구교총 회장 A1. “교총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무엇보다 선생님이 가르치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교직 환경을 되찾아 드리는 게 우선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취임식을 시무식으로 대체하고 경비를 대구교총 교권 기금으로 전환해 교권 보호 확립에 힘을 보태는 것부터 시작했다. 학교는 커지고 선생님의 자리는 작아지는 현실에서 선생님이 자긍심을 갖고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 여건 조성에 집중할 것이다.” A2. “매년 갈수록 교권 침해 사건이 늘어나고 있다. 대구교총에서는 회원의 교권 보호를 위해 한국교총 교권옹호기금과 별도로 대구교총 교권 기금 조성·지원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대구교총으로 접수된 교권 침해 사건 대부분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사건 당사자인 교사의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증가하는 교권 사건은 교사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이는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적극적인 대처만큼이나 예방이 중요한 이유다. 앞으로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대구시교육청과 협의하고 교권 침해 사전 예방을 위해 전방위로 노력할 것이다.” A3. “평교사 13년, 교육부 전문직 13년, 교육대학 교수 10년의 현장 경험과 한국교총 회장직무대행, 대구교총 부회장 등을 통해 쌓은 전문성과 행정력을 살려 회원의 목소리를 하나하나 실현해 나갈 것이다. 우리 교육의 힘은 선생님의 힘에서 나온다. 녹록지 않은 현실이지만, 교권 보호와 회원 권익·자긍심 고취, 그리고 풍요로운 복지 보장을 위해 대구교총은 회원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혁신학교 운영 개선 요구할 것” 이대형 인천교총 회장 A1. “많은 회원이 부족한 제게 더 잘하라고 다시 기회를 주셨다. 교총의 힘을 발휘하라는 회원의 열망으로 생각한다. 교총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학교 현장에서 우리 선생님들이 보람을 느끼며 교육에 매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 재선인 만큼 선생님들이 만족하고 의지할 수 있는 교총이 되도록 모든 역량을 기울일 것이다.” A2. “인천지역의 교육 현안은 우선, 인천형 혁신학교가 행복배움학교에 치중돼 다른 학교가 상대적으로 재정·행정 인력의 불평등을 겪고 있는 문제를 들 수 있다. 인천지역 혁신학교는 주로 비선호 지역과 낙후지역 학교를 지정한다. 혁신학교에 배정되는 막대한 예산이 적은 수의 학생들에게 쓰이면서 상대적으로 지원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혁신학교 운영의 득과 실을 명확히 하고 재검토를 거쳐 혁신학교의 수를 감소시키거나 예산편성에 변화를 줘야 할 것이다. 인사 정책도 문제다. ‘제 식구 챙기기’ ‘감싸기’ 인사 정책으로 인천교육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한 사람들이 소외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교육감의 인식 개선이 요구된다.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변화가 없어 더욱 강력하게 요구하고자 한다.” A3. “많은 수는 아니지만, 교총 회장 출신 교육감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다행스러웠다. 교육 현장을 바르게 보려는 교육 가족의 성원이라고 생각한다. 인천은 안타깝게도 좋은 기회를 놓쳤다. 현장 교육 전문가가 지역 교육을 책임지는 행정가로 나설 수 있도록 교총 회원의 긍지를 모으는 일에 더욱 전념하려고 한다. 특히 교총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과 홍보를 통해 회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회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지속 가능한 발전 방안 모색 집중” 김영식 충북교총 회장 A1. “과거 모든 시·도교총의 상황이 비슷하겠지만, 충북교총 역시 어렵고 힘든 시기를 지나 현재에 이르렀다. 특히 퇴임하는 회원 수 대비 신규 회원 수의 급격한 감소는 회세 위축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다. 조직의 힘은 안정적인 인력공급과 탄탄한 재정 건전성을 바탕으로 나온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담보하기 위해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해결 방안 모색에 집중하고 있다.” A2. “훼손된 교총의 지향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무엇보다 학교 현장의 고충을 해결하고 회원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누리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소통과 공감에 근거한 공동체 정신을 발휘해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면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A3. “우리는 현재에 안주한 삶은 퇴보의 시대를 살게 된다는 교훈을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도 일신우일신이 요구된다. 충북교총의 수장으로서 회원들만 바라보고 달려가겠다는 초심을 견지하고 행동으로 실천해 결과로 보답하고자 한다. 특히 여느 조직이 그렇듯, 우리 교총도 한 개인의 것이 아님을 모두가 명백히 알고 있다. 작금의 시국이 혼란스러워도 솔로몬의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극복하겠다. 그래서 선배들이 지키고 키워온 교총을 계승, 발전시킴으로써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후배로 기억되고 싶다.”
비거니즘 (에바 하이파 지로 지음, 장한라 번역, 호밀밭 펴냄, 448쪽, 2만2,000원) 비거니즘 문화와 정치를 이론적으로 섬세하게 소개한다. 저자는 비거니즘이 단지 식습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식물 기반 자본주의가 ‘식습관 그 이상’으로서 기나긴 역사를 지닌 운동을 ‘그저’ 식습관으로 축소해버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단순한 채식주의가 아닌, 가장 실천적인 사회운동으로서의 비거니즘을 만나보자.
이문열의 소설 사람의 아들(제5판, 2020)을 다시 읽고 있다. 젊어서 읽었던 작품이다. 여러 평가가 있겠지만, 나는 ‘단독자(單獨者)로서의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존재론적) 주제를 이렇듯 깊이 있게 다룬 작품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 즉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는 문학의 영원한 주제이다. 작가는 허다한 ‘종교적 교의’를 섭렵하면서, ‘신(神)에 대한 인간의 인식’을 체험하려는 인물을 내세워 이야기를 만든다. 이야기는 어딘가에 있을 ‘이상적 선신(善神)’을 찾아 나서는 인간의 행로를 보여주는 방식을 취한다. 인간 존재를 탐구한다면서, 인간 자체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고, 인간과 대척의 자리에 있는 신을 이야기한다. 너무 우회적인 수법인가? 아니다. 그만큼 인간의 존재론적 고통과 운명을 드러낼 수 있는 이야기로서 ‘신의 이야기(신을 추구하는 이야기)’가 적실하다는 것이리라. 실제로 이 소설은 ‘신(神)을 향하는(또는 다루는) 인간의 본성과 태도’를 다양하게 접근한다. 작가는 고대 지중해와 페르시아·인도·로마 등 각 지역의 문화적 배경과 연관하여 여러 신과 교의(敎義)를 지적 긴장을 수반한 스토리텔링으로 조명한다. 이 소설의 묘미는 ‘이상적 선신(善神)’을 찾아 나서는 인간의 행로가 파국에 이른다는 데에 있다. 그 파국은 ‘이상적 선신’을 찾을 수 없다는 것, 그래서 그 선신의 자리에, 선신과 맞섰던 악신(惡神)을 데려와 그의 의미를 새롭게 구축하려 하는 인간의 마음이 암시되어 있다. 그때 인간은, 그 일을 개벽 같은 새로움으로 굳게 믿으면서, 그것을 또 하나의 종교처럼 확신하려 하는 내면의 내달음을 보여준다. 이 ‘내달음’이 파국으로의 내달음이 된다. 나는 이를 ‘인간의 파국’으로 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인본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인간은 이렇게까지라도 해서 신의 영토에 닿아 있어야 하는가. 절대적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서, 인간은 자연의 위험과 생의 고통을 벗어나기가 이리도 어려운가. 절대적 존재와의 교섭 없이, 인간은 스스로 자유의지의 단독자가 되기 어려운가. 이 작품에서 인간을 해명하는 숨은 전제는 ‘신의 코드로부터 연계된 인간’인듯싶다. 인간의 의식계와 무의식계에 인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관여하는 그 어떤 초월적 존재(신)가 있다고 믿는 인간이 바로 ‘신의 코드에 연계된 인간’이다. 인간이 신과 교섭하는, 그 구체적인 증거는 ‘기도’이다. 그 허다한 종교의 교의에 기도는 필수 불가결이다. 기도가 생략된 종교적 교의는 없었다. 그러므로 이런 명령은 불가하다. 기도 없이 절대자와 영적으로 소통하라. 기도를 배제하고 신을 향하라. 기도하지 말고 너의 신앙을 정련하라. 요컨대 인간이 신과 닿아 있는 코드는 ‘기도’이다. 사람의 아들의 작중 인물 아하스 페르츠는 신의 세계에 침잠한 인간의 선한 기원조차도 욕망과 무관하지 않은 어리석음으로 암시하기도 하지만(심지어 해탈의 추구까지도), 기도의 순기능은 종교와 문화의 현상을 통해서 인류학적으로도 잘 설명된다. 기도의 본질을 구명하기란 쉽지 않지만, 기도는 두렵고 약한 인간에게 위로와 구원을 접하게 하는 현상적 실존이다. 88올림픽이 있던 해, 그해 새해 벽두에 좀 암담한 선고를 받았다. 나는 세 살 딸아이의 건강이 부실하여 병원을 찾아다니다가 최종적으로 한 대학종합병원에 입원하여 여러 검사를 받았다. 예감이란 게 있다고 하지 않는가. 무언가 막연하고 막막했다. 아마도 내 안의 불안감이 그렇게 차올랐다는 것이리라. 의사선생으로부터 호출을 받았다. 의사선생은 내게 담담하게 말했다. 환자의 조혈기능에 큰 문제가 있다고 한다. 나는 치료법을 묻는다. 의사는 그 대답 대신 아이는 3개월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그 말을 듣는 나는 오금이 접히며 주저앉을 것만 같다. 선생님, 내 아이를 살려주세요. 선생님, 어떡하면 살리나요? 의사가 무어라 답을 한다. 그의 말을 듣는 동안, 머릿속에서는 현실과 현실 아닌 것이 어지럽게 교차한다. 의사는 말한다. 골수이식이 유일한 방법인데, 골수를 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설령 있다 하더라도 주는 사람과 환자의 형질이 같아야 한다. 맞을 확률이 부모와 자식 간에는 1/125이고, 형제간에는 1/4이란다. 또 그렇게 맞아떨어진다 해도 수술과 치료의 과정이 길고 까다롭다. 수술을 마쳐도 족히 4~5개월은 병원 무균실에서 아주 취약하게 지내야 한다. 답을 들었지만 나는 더욱 막막해졌다. 울고 싶었다. 나는 오래도록 밀쳐 두었던 나의 신(神)을 찾았다. 그리고 다급하게 기도했다. ‘신이시여, 우선 제 아이를 살려 주시고, 그 대신 제가 감당할 다른 곤경을 주소서!’ 나는 이 유치한 기도를 입에 우물거리고 다녔다. 절실한 기도일수록 내용은 유치하다. 기도의 인간다움을 나는 절절히 체험한다. 암울함과 불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는 기도에 매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나를 진정시키는 방도라고 생각하니, 기도 안에 내 이기심이 있단 말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비관 앞에서 나는 너무도 간절하다. 나는 기도원으로 갔다. 오로지 기도하기 위해서였다. 그곳에서 며칠 낮과 밤을 금식하며 기도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나도 모른다. 기도는 간단하고 명료했다. 내 아이를 제발 살려주세요! 기도가 진할수록 반복이 점철된다. 나는 몇 가지 밝음의 기운을 내 안에 불러들일 수 있었다. 오래 밀쳐 두고 있던 내 집안의 신앙전통도 새롭게 환기되었다. 그 과정에서 비관과 불안을 걷어내는 자아가 살아나는 듯했다. 기도의 형식이 관여한 것인지, 기도에 매달린 나의 심적태도가 작용한 것인지, 나는 모르겠다. 기도의 모든 프로세스를 이성적으로만 설명하기에는 기도는 쉽게 분해되지 않았다. 나는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다. 전보다는 소망의 기운으로 임할 수 있었다. 부모님과 가족들의 걱정을 내가 밝게 달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아이의 병상에서 수시로 기도하는 나를 내가 발견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딸아이는 다행히도 오빠의 골수를 이식받았다. 내가 근무했던 한국교육개발원 동료들이 혈소판 헌혈로 도와주었다. 모든 직종의 직원들이 그 많은 치료비를 갹출해 나를 울렸다. 나는 직장에서 누구에게나 머리를 수그렸다. 이런 선한 일들이 나의 금식기도와 어떤 인과관계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모른다. 그거야말로 신의 영역이 아닐까. 아무튼 내가 체험한 기도의 한 장면은 그러했다. 주관적 체험으로서 나의 기도현상을 말하였다. 그러나 세상에는 나보다 더 절실하게 매달린 기도였음에도 보람을 이루지 못한 기도현상도 수두룩하다. 그런 면에서도 기도란 불가사의이다. 나의 체험을 기도의 결론으로 삼고자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아들이 인류가 만든 종교적 교의에 ‘인간의 바람’이 박제되는 바를 암시하듯이, 그 교의 안에 있는 기도에만 갇힐 일은 아님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신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 기도는 무의미한가. 무신론자에게는 아예 기도 자체가 없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특정 인격신의 교의에 갇힌 기도가 없을 뿐이다. 인간은 누구나 생의 고난과 위기 속에서 어떤 절절한 바람을 품는다. 동시에 위안 받고 싶어 한다. 그것이 기도의 본질이다. 이를 승인한다면 특정의 종교적 신앙과 관계없이 인간은 ‘기도하는 인간’이다. 세상 만물이 신령의 자질을 지닌 것으로 믿는, 범신론자의 기도도 자연스럽고 더 자유로운 기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연 자체를 신으로 상정한 스피노자도 그렇게 함으로써 유대교의 교의에서 해방된 기도로써 자신의 세계관을 향해서 나아갔다. 기도는 유신론자·범신론자·무신론자 등의 구분과 무관하게 인간의 의식·무의식 안에 들어와 있는 자연(본성, nature)의 작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시인은 말한다.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고,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고,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고, 촛불 한 자루 밝혀 놓기만 해도, 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이문재, ‘오래된 기도’). 나의 잠언을 더해 본다. ‘어지러운 나’가 ‘정돈된 나’를 향하는 것이 기도이다. 기도는 실천을 이끌고 가는 마차이다. 기도는 ‘반성’을 고양한다. 기도는 나를 돌아보게 하고, 그런 다음에 남을 살펴보게 한다. 기도는 분노와 혐오를 품어서 잠재운다. 눈을 감을 때 우리는 두 가지를 행한다. 하나는 잠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도하는 것이다. 눈을 감고 잠을 자면, 이는 육신의 안식에 이르고, 눈을 감고 기도를 하면, 이는 영혼의 안식에 이른다. 새해를 맞는다. 그대, 어떤 기도를 준비하는가.
코로나19로 시작된 사상 초유의 온라인개학과 전면적인 원격수업으로 인해 디지털역량이 부족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 간의 교육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지난 2021년 학부모와 교원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표 1 참조), 응답 교원 중 78.9%, 학부모 중 62.8%가 학생들의 교육격차가 커졌다고 응답하였다. 교육격차 문제는 코로나19로 촉발된 디지털 대전환시대를 맞이하여 더욱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교육부는 2022 개정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디지털소양을 강조하였다. 디지털소양은 여러 교과를 학습하는 데 기반이 되는 기초소양으로서 디지털지식과 기술에 대한 이해와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생산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천재지변이나 감염병으로 인해 원격수업이 시행되어 교육격차가 또다시 발생할 수 있으므로,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교육격차 해소방안이 시급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디지털기술로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데 필요한 정책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격차 원인별 구체적인 해소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격차는 인지적 능력이나 학습경험 부족, 학습부진의 누적, 정서적 안정 부족과 같이 개인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가정환경·학교환경·지역환경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따라서 교육격차를 해소하려면 학생 개인뿐만 아니라 부모·교사·지자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최근 대면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교수·학습활동에 디지털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디지털기술을 활용하면 학생은 언제 어디서든 학습할 수 있고, 교사는 학생들의 학습상태를 보다 자세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교육격차 해소는 디지털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나 학부모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1대1 맞춤형 교육이 민간교육기관에서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으며, 공공기관에서도 ‘똑똑! 수학탐험대’, ‘AI 펭톡’, ‘EBS 단추 시스템’ 등이 운영되고 있다. AI는 학습데이터를 활용하여 학생들의 학습현황을 진단·예측·처방할 수 있다. 이러한 AI를 활용한다면 교사는 학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질 높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AI는 데이터로 표현하기 어려운 학생들의 잠재적 능력이나 감정적 변화를 분석하기 어렵기 때문에 교사의 적극적인 개입과 지도가 필요하다. 셋째, 에듀테크 기업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민간교육기관은 인공지능과 같은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개별화교육을 유료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공공교육기관에서도 이러한 디지털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적용함으로써 공교육과 사교육 간의 교육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그러나 국가 주도의 디지털기술 개발은 예산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급변하는 디지털기술에 발맞춰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에듀테크 기업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교육격차를 줄일 수 있는 교육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특히 교육적인 효과가 입증된 에듀테크 실증학교나 소프트랩을 우선적으로 저소득층 자녀나 소외계층 학생들에게 적용함으로써 교육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넷째,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기 위한 공유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기초학력 관련 사이트들은 여러 정보시스템으로 분산되어 있어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용하는 데 불편하고, 각각의 정보시스템에 저장된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정보시스템 간에 학습데이터를 공유하고 활용하려면 데이터 표준과 함께 관련 지침이나 가이드라인 개발이 필요하다. 다섯째, 시·도교육청에서 추진하는 1인 1기기 정책과 연계한 교육격차 해소방안이 필요하다. 최근 여러 시·도교육청에서 학생 개개인에게 디지털기기를 제공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데이터로 학습한다. 개인의 학습데이터가 수집되어야 인공지능을 활용한 개별화된 교육서비스가 가능하다. 따라서 1인 1기기 정책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개별화학습을 제공함으로써 교육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 여섯째, 보급된 디지털기기를 교수·학습활동에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교원과 학생들의 디지털역량을 향상시켜야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초등학교 정보교육은 실과와 학교 재량시간을 통해 34시간 추진될 계획이다. 그러나 34시간만으로 학생들의 디지털역량을 기르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학교 재량시간을 통해 정보교육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디지털 대전환시대에는 디지털기술의 격차가 곧 교육격차로 이어지고, 교육격차는 곧 삶의 질 격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엄마는 말씀하셨다. 초등교사가 여자에게 좋은 직업이고, 1등 신붓감이라고. 그때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제대로 안 해본 상태라 엄마의 이야기가 무슨 의미인지 와 닿지 않았다. 그래도 꼴등보단 1등이 좋겠거니 싶어서 덜컥 교대에 갔다. 이전까지는 교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꿈에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야말로 등 떠밀려서 교대에 갔고 어쩌다 보니 교사가 되었다. 10년째 이 직업을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여자한테 하기 좋은 직업이라는 건 여자라는 성별이 하기 좋은 직업이 아니었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기 유리하다는 말이었다. “애 아빠가 학교에 쫓아간다는 걸 말렸어요” 육아휴직을 비교적 편하게 할 수 있고, 정년이 보장되어 안정적이라는 유리한 점보다 여자교사라서 교직에서 불리한 점이 아직은 더 크게 느껴진다. 학교에 민원을 넣을 때 담당교사 성별에 따라서 강도가 달라진다는 건 교사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학부모와 상담하다가 들었던 당황스러웠던 멘트 중 하나가 “우리 애 아빠가 화가 많이 났어요”라는 말이었다. 의도가 무엇인지 여러 번 곱씹게 되는 말이었다. 얼핏 들으면 아무 문제없어 보이는 대사지만, 여자교사에게 남자 보호자를 앞세워 압박하려는 듯한 느낌이었다. 너무 예민하게 느끼나 싶을 즈음 인터넷 커뮤니티에 나와 같은 일을 겪었다는 사람의 글을 읽었다. 다른 교사들의 반응을 보니 여자교사들은 종종 학부모와 상담하면서 듣는 이야기인 듯했다. 비슷한 말로 “애 아빠가 학교에 쫓아간다는 걸 말렸어요”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실제로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와서 교사에게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에 이런 말조차 예사롭게 넘길 수 없게 된다. 교원평가 속에 담긴 음담패설 여자교사는 여자이기 때문에 성적 대상화가 되는 상황도 겪는다. 예전 학교에서 5학년 아이들이 방과후에 모여서 담임선생님 가슴 크기를 놓고 음담패설을 했다. 거기서 끝났으면 좋으련만 이 사실을 알게 된 다른 아이가 담임교사에게 모든 내용을 신고했다. 그냥 욕이라면 모를까, 가르치는 남자아이들이 자신을 대상으로 음담패설했다는 사실은 젊은 선생님에게 충격이었다. 원칙대로라면 아이들에게 적절한 성교육을 하고 처벌이 이뤄져야 했지만, 피해자였던 교사는 자신이 피해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다시 거론하고 싶지 않아 했다. 교실에서 아이들 얼굴을 보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넘어갔다. 그 뒤로 남은 학기 동안 해당 교사는 남모를 고통 속에 지옥같은 나날들을 보내야 했다. 여교사들이 모여서 학교생활에 대해 말할 때 학생에게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는 일화는 크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 선생님의 속옷을 봤다며 웃는 학생들이 있었다는 이야기, 수업시간에 손을 들고 섹스는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묻거나, 선생님은 성관계해 본 적이 있냐고 묻는 등 가지각색의 성희롱 사례들이 있다. 아이들이 뒤에 모여서 교사를 대상으로 음담패설을 하는 게 옛날 방식이라면 교원평가에서 익명성을 활용해 대놓고 교사에게 욕을 하는 건 요즘 방식이다. 교사는 매일 아침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학생이 익명으로 남겨놓은 성희롱성 댓글들을 무방비로 읽어야 한다. 최근 교원단체들이 공개한 교원평가에서 성희롱 피해사례에는 ‘몸매가 지린다’, ‘정액이 어떻게 여자 짬X 안으로 들어가는지 가르쳐 주세요’ 등 입에 담을 수 없는 발언들이 나온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 중 30.8%는 교원평가를 통해 성희롱·외모비하·욕설·인격모독 등의 피해를 직접 경험한 적이 있었고, 응답자의 38.6%는 동료교사의 사례를 본 적이 있었다. 작년 설문조사에는 구체적인 성 관련 피해사실들이 나와 있다. 최근 3년간 성희롱·성폭력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여성교사의 비율은 41.3%였고, 성폭력 행위를 한 사람이 학생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피해교사의 98.7%는 ‘그냥 참고 넘어갔다’ 충격적인 건 피해교사의 대처 답변이었다. 피해교사의 98.7%는 ‘그냥 참고 넘어갔다’고 대답했다. 현실이든 온라인이든 교사가 성적 대상화가 되었을 경우 제대로 피해가 복구되고 넘어가는 경우가 드물다. 보수적인 교직사회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문제를 공론화하기보다는 쉬쉬하며 덮으려는 분위기가 많다. 성 사안을 문제 삼는 행위 자체가 피해자 본인에게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고, 주변에서 그냥 넘어가는 게 좋은 거라고 말하는 보수적인 학교분위기도 피해를 숨기는 데 영향을 준다. 최근 세종시에 소재한 고등학교에서 다수의 여교사를 대상으로 일어난 교원평가 성희롱 모욕 사건도 교육계의 경직된 모습의 전형을 보여준다. 학생이 교원평가 서술형 문항에서 교사를 향해 이름과 신체 부위를 언급하며 ‘찌찌 크더라. 짜면 모유 나오는 부분이냐?‘ ‘○○이 그냥 김정은 기쁨조나 해라’라는 등 모욕적인 성희롱 발언을 한 사건이 있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제보한 교사에게 학교·교육청·교육부는 모두 ‘익명이 원칙이므로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해당 고등학교의 피해교원은 한 명이 아닌 다수였으며, 대부분 젊은 여교사들이었다. 피해교원들이 학생 계도를 위해 발생 사실을 공론화하고 자수할 기회를 주자고 학교에 건의했지만, 돌아온 것은 익명성 때문에 작성한 학생을 특정할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 결국 사이버수사대에 신고를 접수했지만, 여전히 누가 나에게 이런 모욕적인 성희롱을 했는지 알지 못한 채 수업해야 한다. 가해학생이 누구인지 알 수도 없는 상황에서는 학생을 분리할 수도, 처벌할 수도, 피해자를 보호할 수도 없다. 평생 트라우마로 남는 한마디의 인신모독 학생의 인권과 학습권은 보장되지만, 피해교원의 인권은 보장되지 않는다. 교원평가에 백 마디 건설적인 제안과 긍정적 평가가 있어도 한마디 인신모독과 비난이 교원의 가슴에는 평생 트라우마가 남는다. 세종시 고등학교 피해교원들은 “월요일에 출근하는 것이 두렵다”고 말하고 있다.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 기사로 보도되고 나서는 2차 가해까지 이어졌다. 언론사 기사 댓글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피해교원들을 향한 입에 담기 힘든 성희롱과 조롱이 난무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난 뒤, 용기를 낸 피해교원 앞에 돌아온 교육부 답변은 ‘교원평가 필터링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다였다. 이번 사건을 통해 서술형 답변에 금칙어를 변형하며 저장하는 경우 필터링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이를 재점검하고 개선해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필터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건이 발생한 것인데, 필터링 시스템을 개선한다는 말로 지나가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교육부의 피드백에서 피해자에 대한 언급은 ‘깊은 유감’이라는 표현이 전부였다. 교사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고, 해당 사안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교육부의 조치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수 없다. 시간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여교사로서의 장점도 분명히 있다. 적어도 내가 하는 행동이 아이들에게 성적 피해를 주진 않을까 걱정하면서 행동 하나하나를 돌아볼 필요는 없다.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과 신체접촉을 못 하게 되었지만, 그전까지는 아이들이 울 때 쓰다듬거나 안아서 달래주는 것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고, 신체를 이용한 장난도 부담 없이 할 수 있었다. 여자교사가 성 사안으로 신고당한 경우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기에 가능한 일들이다. 다만 ‘여자’교사라서 어려운 점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어려운 점이 더욱 심해지는 상황이 우려스럽다. 적어도 교사가 성적 피해를 받아도 그냥 넘어가야 하는 일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아야 한다. 피해자가 쉬쉬해야 하고, 용기 내서 신고해도 방법이 없다는 식의 분위기가 바뀌려면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지 잘 모르겠다.
승진보다 워라밸, 소명의식보다 직장을 말하는 교사, 90년대생 교사가 온다. 전통적·보수적 가치관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삶을 추구하는 90년대생 교사들이 교직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학교 안과 학교 밖 경계가 분명한 이들은 교사로서의 삶과 개인으로서의 삶 모두를 소중하게 여긴다. 간섭하는 것도, 간섭받는 것도 싫어한다. 동료교사와의 관계보다 학교 밖 온라인 공동체활동에 더 열심이다. 또 교원업무의 합리적 분담과 성과의 공정한 배분을 중시하는 특징의 소유자들이다. 사제 간인 박상완(부산대)·박소영(숙명여대·사진)교수가 공동으로 펴낸 90년대생, 교사가 되다는 17명의 현장교사 인터뷰를 통해 소위 MZ세대 교사들의 교직특성과 의식의 흐름을 깊이 있게 조명했다. 90년대생 교사를 주제로 삼은 이유는. “교직사회에서 90년생이 가지는 의미를 부각시켜보고 싶었다. 보수적 교직문화가 새로운 세대와 어떻게 부딪히고 있는지, 또 이들은 어떻게 적응해 가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들이 지나가면 또 다른 세대가 몰려올 것이다. 그 전에 90년대생이 갖는 특성을 정리해 보고 싶었다.” 세대를 정리한다는 게 매우 어려운 일인데. “세대론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려 많이 노력했다. 개개인의 성향을 무시한 채 하나로 뭉뚱그려 설명하다 보면 사실을 왜곡할 수 있어 이 점을 가장 경계했다. 세대 간 차이나 갈등을 과장하거나 교사 간 차이를 세대차이로 혼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90년대생 교사의 특성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자기만의 경계가 뚜렷하고, 일과 삶을 분리시키는 경향이 강한 세대이다. 근무시간 이후에는 학교와 단절하고 싶어 한다. 또 교사가 할 수 있는 업무나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선을 그어두려는 성향도 있다. 공교육 기관에 근무하지만 공교육의 부족한 부분은 사교육의 장점을 활용, 보완하는 것에 비교적 거부감이 적다.” 90년대생 교사들은 ‘교사라는 직업’을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 궁금하다. “대체로 교직을 헌신이나 소명 관점이 아니라 직업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학교는 직장이고 언제든 이직이나 전직이 가능하다고 여긴다. 정년까지 근무하겠다는 의식도 강하지 않다. 이들은 또 수업을 매우 중시한다. 수업을 잘하고자 하는 욕망이 매우 강하다. 학생과의 관계는 대체로 자유롭게 소통하면서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한다. 반면 경계는 분명히 한다. 학생들을 대할 때 싫고 좋다는 표현을 정확하게 하는 것 같다.” 일부에서는 교직에 대한 공동체의식이나 사명감 등은 기성세대보다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단정적으로 평가하긴 어렵다. 그보다는 자신의 세계관이 뚜렷한 세대이다 보니 기성세대 눈에는 그렇게 비칠 수도 있다고 본다. 예컨대 다른 동료교사보다 일을 적게 하거나 게으름을 피우지 않지만, 내가 남의 일을 더 해주거나 남이 내 일을 더 해주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선배 일을 으레 후배가 도와주던 기성세대의 관행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세대 간의 벽은 언제나 존재한다. 90년대 교사들은 정도가 더 심하다고 봐야 하나. “이들은 학교에서 나이가 많고 적음을 불문하고 모두 동등한 동료교사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동등하지 않은 현실에 불편함을 느낀다. 그래서 선배교사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정보를 얻기보다는 외부 커뮤니티에 의존하려 한다. 동료와의 교류도 자신의 의지나 의사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학교 내 모임이나 회식, 사적인 시간까지 침해하는 업무지시, 생산성이 떨어지는 각종 지침 등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우리 때는 참고 살았는데 너희들은 왜 안 하려드느냐’는 윗 세대의 불만을 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승진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가장 큰 이유는 승진이 가져다주는 메리트가 없다고 여기는 데 있다. 당장 부장교사만 보더라도 업무부담은 많은데 보상은 적다. 학교에서 모두가 기피한다. 교감도 마찬가지다. 각종 민원에 시달리고 학부모와 갈등 때문에 애를 먹는 경우를 종종 지켜보면서 굳이 힘들게 승진할 필요가 있을까 회의적으로 보는 것이다. 교장·교감 등 관리직에 대한 기대나 희망이 없으니 당연히 승진에도 관심이 없다. 또 다른 요인으로 이들은 자기 삶과 여유를 즐기는 것을 중요시한다. 이들이 교직을 선택한 이유로 직업 안정성을 가장 많이 꼽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예전에는 생계형 교사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워라밸 교사들이 많아졌다는 점이 차이다. 승진에 관심을 두게 되면, 승진점수를 획득하기 위해 희생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고 여기기 때문에 절실하지 않다.” 상대적으로 일찌감치 승진을 준비하는 교사들도 있다던데. “눈치 보지 않고 판단이 빠르다. 그래서 초기에 교직경력 행로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워라밸로 갈 것인지, 관리직으로 진출할 것인지 일찍 결정하고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90년대생 교사들의 강점은 무엇인가. “스마트기기와 멀티미디어 자료제작 및 활용능력이 뛰어나고 이를 수업에 잘 활용한다. 유튜브 등 새로운 매체활용도 자연스럽고 익숙하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학습환경이 조성되면서 90년대생 교사들이 선배교사의 수업을 지원하는 역멘토링이 이뤄지고 있다. 또 하나 이들은 매우 성실하고 스마트한 인재들이다. 이처럼 우수한 인재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교육의 큰 자산이다. 이들을 어떻게 동기화시켜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느냐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본다.” 이들이 교직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신선함을 첫손에 꼽고 싶다. 당연하고 관례적으로 해왔던 일에 대해 “이걸 왜 해야 하죠?”라며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려 한다. 자기 생각을 당당하게 말하고 고정관념의 틀을 깨려는 시도는 교직사회에 신선한 자극을 준다. 반면 교사들 간 협력적 문제해결에는 소극적이다. 이들은 자신의 업무나 수업 외에는 다소 무관심한 경향을 보인다.” 90년대생 교사들의 고민이 궁금하다. 학교생활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단연 ‘학생지도’이다. 어려서부터 매우 우수한 학생들이다 보니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이나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지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게다가 다문화학생도 늘어나고, 학교폭력 증가와 학부모상담 등 업무부담이 많아 힘들어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아울러 효율성과 정확성을 중요시하는 탓에 100을 투자하면 100이 나와야 한다고 여기는 경향이 강하지만, 교육은 당장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좌절감을 느끼는 교사들도 있다.” 최근 젊은 교사 중에는 고시를 준비하거나 타 직종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교사라는 외형만 보고 교·사대에 진학했다가 교육실습을 다녀온 뒤 교직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있다. 짧은 기간이지만 실습하는 과정에서 ‘거친(?)’ 학교 실상을 보고선 두 손 들어버리는 경우다. 또 교사라는 직업은 공감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우선이어야 하는데 도전의식은 강한 반면 상대적으로 공감능력은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이 책을 통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학교관리자는 물론 학부모들이 한 번쯤 읽었으면 한다. 우리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고 소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믿는다.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야 신뢰를 쌓을 수 있다.”
공무원연금제도는 2009년과 2015년 두 차례 큰 변화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연금 수령 나이가 조정되고, 납입비율이 늘고 수령액수는 감액됐다. 당시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엄청난 반발을 불러왔고, 현재도 진행형으로 갈등과 불신의 불씨를 남기고 있다. 공무원연금제도는 국민연금제도와 확연히 다르다. 납입체계도 다르며, 기금을 운영·관리하는 방식도 다르다. 따라서 공무원연금제도를 국민연금과 동일하게 다루려는 것은 옳지 않다. 지난 8월 교육부 앞에서는 젊은 교사들의 집회가 있었다. 그동안 교육현안과 관련한 집회에서 젊은 세대가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드물었던 터라 많은 이목을 끌었다. 젊은 교사들이 한목소리로 반발한 내용은 바로 임금동결에 대한 항의였다. 2023년도 교원 임금은 1.7%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임금삭감인 상황이다. 담임수당·보직교사수당 등 많은 수당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본봉마저 제자리걸음인 상황에서 좌절감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OECD 국가의 교사 임금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는 당국의 대응은 더 큰 반발을 불러왔다. 다른 나라와의 교사 업무체계나 강도의 차이를 간과한 단순 데이터 비교는 교사들이 마치 과한 욕심을 부리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공무원연금제도의 개악은 임금문제의 연장선에서 더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 교직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안정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는 마당에 이러한 움직임은 정반대로 질주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연금제도의 개악은 개인으로 보면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각종 경제지표는 퇴직하게 될 세대들에게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현재 수준으로 연금 지급이 이루어질 경우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퇴직 시점에서의 경제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동안 적은 급여를 감수하면서도 은퇴 이후의 안정적인 여건이 마련되었기 때문에 교직 자체가 매력적으로 느꼈던 요인은 분명히 존재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이 사라지게 되면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부실해지는 연금제도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 교육의 질 전체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우리나라의 교사 직군은 다른 나라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우수한 인적자원으로 구성돼 있다. 앞서 이야기한 직업적 안정성이 떨어지면 교직에 우수한 인적자원이 유입되기 어려워진다. 교사의 직업 안정성이 약화되면 수업의 질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선진국들조차 부러워하던 우수한 우리 교육시스템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강점을 더 강화하여 국가경쟁력의 소중한 토대를 마련하지는 못할망정 퇴보시키는 악수(惡手)를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무원연금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지만 당사자인 교사 입장에서 현장의 이야기를 전해보고자 한다. 미래를 위한 현재의 희생 사람들은 교사의 세전 수입을 보며 ‘생각보다 많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본봉에 여러 항목의 수당이 추가되어 세전 수입이 구성되는데, 이 지표를 기준으로 따지기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일반 직장에서와 마찬가지로 각종 세금과 소요 비용을 공제하여 세후 수입이 지급된다. 그러나 공무원연금 기여금이라는 항목으로 일반 근로자들보다 더 많은 금액이 공제된다. 공무원이 퇴직 후 수령하게 되는 연금은 공무원이 매월 기준소득월액의 일정 비율을 불입하는 기여금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수예산의 일정비율을 부담하는 연금부담금 및 정부가 고용주로서 부담하는 제부담금으로 재원이 형성된다. 2022년 기준으로 공무원이 퇴직 후 받게 될 연금은 공무원 개인이 기여금으로 납입하는 기준소득액의 9%와 연금부담금 9%로 만들어 진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개념 차이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연금은 공무원 및 공무원 유족을 위한 종합사회보장제도이다. 즉 공무원의 퇴직 또는 사망과 공무로 인한 부상·질병·장애에 대하여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인 것이다. 반면 국민연금은 우리나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적연금제도이다. 1988년 1월 1일, 근로자 10인 이상이 근무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처음 시작되었다. 이후 단계적으로 대상을 확대하여 1999년 4월 1일에는 전 국민이 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되었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은 출발점이 다르고 적용되는 보험료와 지급받는 연금액에 차이가 있다. 공무원연금과 같은 특수직 연금에는 일반 국민연금과 달리 퇴직금과 재해보상급여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일반기업의 근로자들은 퇴직 시 퇴직금을 받지만 공무원의 경우 퇴직금이 공무원연금에 포함된다. 이러한 조건을 제외하더라도 재직 중 납입하는 급여액이 높기 때문에 받을 때도 더 많은 연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퇴직 이후의 안정적인 연금 지급을 위해 재직 중에 많은 금액을 납입하였던 것인데, 이러한 과정과 희생을 무시하고 결과적으로 수령하는 금액의 차이만으로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변화하는 연금제도를 개악이라고 부르는 이유 공무원연금의 지급 개시 연령은 2015년 개혁을 통해 1996년 이후 임용자 모두 동일하게 퇴직연도에 따라 65세로 연장되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2021년까지는 60세부터 지급이 이루어졌다. 22~23년은 61세, 24~26년은 62세, 27~29년은 63세, 30~32년은 64세, 33년 이후는 65세로 지급이 늦춰진다. 재원의 안정적인 배분을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지만 연금을 받아야 하는 수요자 입장에서는 생존이 걸려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현재 교육공무원의 정년이 만 62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년퇴직을 하더라도 3년간의 소득공백이 발생한다. 결혼 적령기가 과거와 달리 늦춰진 상황에서 자녀에게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정년시기와 겹치는 경우가 많다.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때 소득 없이 3년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러한 계산은 정년퇴직을 전제로 했을 때이고, 여러 이유로 퇴직 시점이 빨라질 경우 공백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 혹자는 그동안 모아둔 예금을 쓰면 되지 않느냐고 쉽게 얘기하겠지만 급여가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 쉬운 문제가 아니다. 기간제 또는 강사활동을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수급을 예측할 수 없어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지급 시기뿐 아니라 지급률도 1.9%에서 0.2%가 감소한 1.7%로 줄어들었다. 더 내고, 덜 받는 불합리한 체제로 개악이 돼 버린 것이다. 현장에서는 “우리 때는 명예퇴직도 못 한다”, “퇴직 후 65세까지는 극빈층으로 살아야 하나”라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단의 열악한 상황 공무원 중에서 교사가 처한 상황은 특히 열악하다. 지금부터 열거하는 내용들은 공무원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경우와 교직의 특수성이 반영된 내용이다. 경제와 관련한 여러 지표 중 몇 가지만 살펴봐도 공무원 입장에서 얼마나 어려운 경제적 여건인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정부와 지자체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다. 유동성 공급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생산성 악화로 소비자 물가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21년 2.5%, 2022년 4.3%가 상승하였으며 2023년에는 상반기에만 5.7% 이상 상승하였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미·중 간 경제대립 등 대외변수까지 겹치며 물가는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여러 악재 속에서 그간 공무원 임금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2021년 0.9%, 2022년 1.4% 상승에 그쳤고 이는 물가상승률 대비 각각 -1.6%, -2.9%였다. 월급 빼고는 다 올랐다는 말이 엄살이 아니다. 2023년에는 1.7% 상승으로 실질 인상률은 무려 -4%에 이른다. 금리 인상은 더 큰 문제로 다가온다. 공무원이 내 집 마련을 위해서는 현재의 임금체계만으로는 너무도 어렵다. 주택 구입을 위해 많은 대출이 불가피한데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오르고 있는 고금리 여파는 어느 직군보다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교사들의 수당체계도 다를바 없다. 항목은 많지만 금액 자체가 너무도 낮은 것이 현실이다. 담임교사수당과 보직교사수당에 대한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동도 하지 않는다. 수당뿐 아니라 성과급에 대한 논란과 한계도 문제이다. 생산성을 측정하고 성과를 객관화시키기 어려운 교원성과급은 유인가로 작동하기보다는 갈등과 불신의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이 밖에 일반 회사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의 복지제도는 교원의 사기를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겸직 제한은 공직 수행을 위해 필요한 요소임을 부정하기는 어렵지만, 제약 요소가 너무 엄격해 유연한 변화도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연금제도의 변화는 큰 우려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연금개악을 연금개선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연금제도를 바꾸어야 한다면 개악이 아닌 개선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연금의 주체로서 몇 가지 단편적인 제언을 전해보도록 한다. 공무원연금의 재원이 넉넉하다면 논의 자체가 불필요할 것이다. 공무원들의 기여금 운영방식을 고도화해야 한다. 위험한 투기형식의 운용은 당연히 막아야겠지만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고 안정적인 투자를 통해 장기적인 재원의 확보를 도모해야 한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은 성격이 다른 별개의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늘 비교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논란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 이상 논란이 되지 않도록 독립성을 명시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공무원연금에 일반 국민의 불편한 시선이 존재하는 이유는 ‘공무원’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공무원과 관련된 모든 것은 공익적이어야 한다는 전제를 두고 있어서가 아닐까? 이러한 기대치를 무시하기보다는 기금의 운용방식에 공익적인 부분을 반영하여 국민 정서에 눈높이를 맞춰가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여러 개선의 방법들이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의 변화 흐름은 결코 옳지 않다는 점이다. 부디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변화가 이루어지길 바라며, 이러한 변화과정에서 공무원연금의 주체인 교사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공무원연금개혁의 가장 큰 문제는 재정 건전성의 확보나 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가 아닌 당사자인 공무원의 희생을 중심에 두고 있었다는 점이다. 정부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 정부부담률은 13.4~16.2% 수준에 머문다. 민간기업의 재정부담률이 19.2%인 점을 생각해보면 공무원연금제도는 오히려 개선되어야 할 점이 훨씬 많은 제도이다.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 일본은 정부부담률이 28.8%, 미국은 37.7%로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이 높다. 독일은 56.7% 전액을 정부가 부담하고 있다. 해외사례를 우리와 동일선상에서 논의할 수는 없다. 이해관계에 따라 일반화시키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모쪼록 우리 교사들이 자긍심을 갖고 전문성을 학교현장에서 극대화할 수 있는 안정적인 연금제도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공적연금개혁의 필요성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한국의 인구구조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14%를 넘어 고령사회로 진입하였고, 2026년에는 21%를 넘어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통계청, 2021). 이와 같은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노인의 사회복지 수요도 매우 가파르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노년기 질환에 대한 의료와 장기요양과 같은 수요의 증가와 더불어 고령인구의 소득보장이 가장 큰 정책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 고령인구의 빈곤은 43%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이처럼 고령인구의 빈곤이 높게 나타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노인들에게 일정한 소득을 보장하는 공적연금제도 등 사회복지제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을 수급하는 사람은 45% 수준에 불과하다. 65세 이상 인구의 약 70%가 기초연금을 수급하고 있지만, 노년기의 빈곤을 크게 감소시키지 못하는 현실이다. 반면에 우리나라 공적연금제도가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공적연금의 재정이 고갈되어 “1990년대생 이후 세대는 연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면서 연금 재정수지 악화를 강조하는 지적도 있다(서울경제, 2022). 실제로 2022년 9월 기준 896조 원의 적립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2038년까지 증가하다가 2055년 이후 소진될 것이란 예측이다.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공무원연금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많은 우려가 존재한다. 공무원연금은 15조 원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지만, 연금보험료 수입으로 당해 연도 연금지출에 드는 재정을 충당하지 못해 2020년 기준으로 약 2조 1천억 원의 보전금을 정부로부터 이전받았다. 이렇게 볼 때 우리나라의 공적연금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개혁과제는 연금 수급자의 생활 안정을 위한 연금의 적정성 확보, 연금재정의 지속가능성 제고, 공적연금의 사각지대 해소 등 크게 세 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공적연금개혁의 과제로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통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존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과는 별개로 공무원연금을 운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으로, 공적연금 통합을 위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근본적으로 공적연금제도를 통해 모든 국민이 고령으로 인한 소득감소에 대응하여 일정한 수준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은 타당한 지적이다. 노년기의 소득보장에 있어서 보편성의 실현은 복지국가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이 서로 다른 문제점에 직면한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공적연금의 통합을 목적으로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이글에서는 이와 같은 논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이 각각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형평성에 부합한다는 주장을 제시하고자 한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적절한 개혁방향 지난 60년간 경제발전 추진과정에서 발전한 우리나라 공적연금제도는 일반 국민을 가입자로 하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직역연금인 공무원연금으로 분리하여 운영되는 독특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 특수직역연금에는 사립학교 교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사학연금과 군인을 대상으로 하는 군인연금이 있는데, 이글에서 대표적인 특수직역연금인 공무원연금을 중심으로 논의를 하고자 한다. 공무원연금은 1960년 도입되어 개발연대에 공무원이 낮은 봉급에도 불구하고 공직업무에 몰입하게 하고, 직무수행에 있어서 청렴성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로 활용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공무원연금제도는 민간에서 별도로 존재하는 퇴직금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공무원제도를 운용하기 위한 인사정책적 수단의 성격을 가진 공무원연금을 인위적으로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것은 정책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를 초래한다. 첫째, 공적연금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연금이 수행하던 인사정책적 요소를 가려내어 별도의 제도로 수립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공무원연금에 포함된 퇴직금 부분을 분리하고, 정부가 그에 필요한 별도의 기금을 마련하여 퇴직하는 공무원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또한 현재 공무원연금이 수행하고 있는 공무원의 청렴과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한 인센티브 제도를 추가로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와 더불어 이미 퇴직하여 공무원연금 수급권을 확보한 사람들의 연금을 지급하기 위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이것은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과 통합되면 공무원이 보험료를 국민연금에 납부하는 형식이 된다. 이처럼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통합하는 구조개혁이 원칙적이고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타당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막대한 재정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현재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공무원에 대한 인사정책적 수단을 폐지하고 불확실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심각한 한계를 가지게 된다. 둘째,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통합하여 보험료와 연금지급 수준을 국민연금에 맞추는 것은 국민의 노후 소득을 적정하게 보장하는 방법이 될 수 없다. 현재 국민연금이 가진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낮아 노후생활을 적정하게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공적연금의 근본적인 목적이 노후에 일정한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보장임을 감안할 때 공적연금의 구조개혁을 위해서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에 맞추어 하향평준화하는 것이 적절한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이처럼 인위적인 통합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이 현재 직면한 각각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그에 적절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여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훨씬 더 타당한 정책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하여 각각의 제도 모두가 연금의 적정성과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게 된다면 제도 간의 형평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두 제도를 인위적으로 통합하여 똑같이 만드는 것은 형평성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명하지도 않은 정책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공무원연금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개혁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가입자인 공무원과 고용주로서 정부가 부담하는 보험료 수입으로 연금지출에 필요한 재정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부분을 대폭 축소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것이 공무원연금이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근본적 원인도 공무원연금제도가 자체적으로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국가 재정으로부터 보전금의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표 1은 공무원연금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입자로서 공무원과 고용주로서의 정부의 부담을 단계적으로 인상하여 2050년까지 정부보전금을 10% 수준에서 통제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한 것이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공무원연금이 연금뿐만 아니라 퇴직금의 기능과 공무원의 청렴성 유지 및 정치적 중립을 위한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적정한 수준의 정부보전금은 인정되어야 한다는 기본적 전제에 근거하고 있다. 한편 재정수입 측면에서 공무원연금의 재정 안정화를 위한 노력과 함께, 지출 측면에서의 안정화 노력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연금 수급자들도 일정한 재정부담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5년 연금개혁을 통해 5년 동안 물가상승에 따른 인상을 동결한 것도 연금 수급자가 고통을 분담한 중요한 사례다. 기대수명의 상승으로 장기간 연금을 수급하는 수급자가 늘어나 재정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10년 미만, 10년 이상, 20년 이상 연금을 수급한 사람들에게 차등적으로 물가상승에 따른 인상률을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에는 연금 소득대체율이 낮아 노후의 생활수준 유지라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연금 보험료율이 9%(본인 부담 4.5%와 고용주 부담 4.5%) 수준으로 매우 낮아 필요한 재정수요를 감당하지 못하여, 2055년 정도에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국민연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인상하고, 연금 수준을 적정하게 인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국민연금의 기금이 증가하고 있는 상태여서 급격히 보험료율과 연금 수준을 인상하기 보다는 단계적으로 인상하면서 재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같은 연금의 적정성과 재정 안정성 확보를 위한 방안과 함께 거론되는 개선책의 하나는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의 상향 조정이다. 건강하고 능력이 있는 고령자가 좀 더 경제활동을 하고, 그에 따라 연금수급을 늦추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재정 안정화 방안이다. 그러나 연금 개시 연령을 상향 조정하려면 65세 이상이 노동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개혁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근로 능력과 근로 의지가 높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면 공적연금의 재정 안정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사회적 합의를 통한 공적연금개혁 공적연금개혁을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국회에도 특별위원회가 설치되어 개혁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공적연금개혁은 보험료를 내는 근로자와 고용주 그리고 공무원과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관련되어 있다. 이와 더불어 현재 연금을 받는 수급자와 연금 보험료를 내야 하는 젊은 세대 등 세대 간 상반된 이해관계의 충돌도 있다. 이처럼 복잡한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합리적이고 효과적으로 연금개혁을 추진하려면 서로의 입장을 정확히 이해하고 타협점을 찾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권혁주, 2022). 이를 위해서는 공적연금개혁에 관한 논의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폭넓게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벽·최성애 지음, 해냄출판사 펴냄, 280쪽, 1만7,800원) 자신의 몸과 마음, 정신을 세세히 알지 못해도 하루를 평범하게 보내는 데 큰 지장은 없다. 그러나 마음과 정신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있다면 긴 인생 여행에서 자신을 더 잘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40년간 학생·교사·부모 등을 안내한 경험을 토대로 자신에게 닥친 문제와 괴로움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 삶의 방향을 바꾸어가는 방법을 소개한다.
한 장의 그림이 백 마디 말보다 더 강렬한 메시지를 줄 때가 있다. 심리검사의 한 종류인 그림검사는 감정과 생각을 읽어주고, 행동을 설명해주는 역할을 한다. 심리상태가 그려진 한 장의 그림은 객관적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역할을 하면서, 상담의 질적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또한 자신이 그린 그림을 매개로 이런저런 질문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기도 한다. 2023년 새로운 학급운영계획을 세우는 선생님들을 위해 활용도 높은 그림검사 다섯 가지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전문적 지식 없이 접근하기에는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자세한 해석은 생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검사를 소개하는 것은 한 장의 그림이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찾아내는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달에는 스트레스 정도와 대처능력을 보여주는 ‘빗속의 사람’ 그림검사를 소개한다. 빗속의 사람 그림검사 실시방법 빗속의 사람 검사는 현재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고 있는지, 스트레스 대처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해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비·구름·천둥·바람·웅덩이·번개 등은 스트레스를 나타내며, 우산·비옷·장화·보호물(처마 밑 등)·얼굴표정 등은 스트레스를 대처하는 자원이다. 빗줄기가 굵고 거세면 스트레스 정도가 심하다고 본다. - 준비물: A4 용지 또는 도화지, 4B 연필, 지우개 - 실시방법 ① A4 용지·4B 연필1·지우개를 제시하고, 다음의 지시문에 따라 그림을 그리게 한다. “지금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빗속에 있는 사람을 그려보세요. 사람을 그릴 때는 쫄라맨처럼 막대기 모양의 사람이 아닌,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한 사람을 그려주세요.” ※ 주의해야 할 점은 학생들이 “어디에 그려요? 사람은 몇 명 그려요? 이렇게 그려도 돼요?” 등 다양한 질문에 “정해진 건 없어요. 그냥 마음대로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면 됩니다”라고 답해야 한다.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해 어떠한 단서도 주면 안 된다. ② 그림을 다 그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림에 대해 질문을 하고 기록한다. 질문은 그림을 보고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면 된다. 하지만 적어도 다음의 질문은 꼭 필요하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질문과 답변이다 한 컷의 그림에 즉흥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모두 표현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어릴수록 더 세세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림검사 후, 질문을 통해 그려지지 않은 아이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아이들은 질문에 답을 하면서 그림에 미처 그려 넣지 못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이야기하며 수많은 정보를 준다. 그림을 보고 궁금한 것은 뭐든 물어봐도 좋다. 하지만 다음의 다섯 가지 기본 질문은 아이를 이해하는데 더 많은 도움이 된다. 가급적이면 순서대로 하는 것이 좋지만, 꼭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첫째, 비가 얼마나 오고 있나요? 비의 양은 스트레스 정도를 의미한다. 만약 비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내린다고 표현한다면, 현재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있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요즘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니?”라며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빗방울이 매우 약하게 조금 내리는 것처럼 그려놓고는 ‘장마가 이어지고 있는, 며칠째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세찬 빗줄기를 그려놓고는 ‘가랑비 수준이다. 거의 그쳐가고 있다’고 말할 때도 있다. 번개와 먹구름을 종이 가득 그렸지만, ‘비는 안온다’고 하는 아이도 있다. 반대로 화면 전체에 비를 그려 넣은 후, ‘모든 것이 떠내려 갈 정도의 비가 내렸다’고 표현하는 아이도 있다. 따라서 비가 얼마나 내리는지 확인한 후, 세찬 비가 많이 내린다고 표현한다면 상담까지 연결하는 것이 좋다. ‘비가 언제부터 내렸나요?’, ‘비가 얼마나 오랫동안 내리고 있나요?’, ‘이 비는 얼마나 더 내릴 것 같나요?’ 등을 추가적으로 물어보는 것도 좋다. 현재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알아볼 수 있다. 둘째, 이 사람은 비에 얼마나 젖어 있나요? 이 질문은 스트레스에 얼마만큼 노출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정보이다. 어깨만 조금 젖었다고 하거나, 바지까지 다 온통 젖었다고 하거나, 신발만 조금 젖었다고 하거나 다양한 대답들이 나온다. 하지만 사람마다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스트레스의 양은 다르기 때문에 ‘그래서 이 사람은 지금 기분이 어떤가요?’, ‘앞으로 얼마나 더 젖을 것 같나요?’ 등의 추가질문이 도움이 된다. 이 추가질문은 현재 스트레스에 대한 감정을 나타내준다. 젖었지만 집에 가서 말리면 되니까 괜찮다고 하는 아이도 있고, 젖어서 매우 찜찜하고 짜증난다고 하는 아이도 있으며, 비에 젖으니까 상쾌하다고 하는 아이도 있다. 비가 와서 무섭고 불안하다는 아이도 있다. 중요한 것은 비에 젖은 정도가 아니라 비에 젖은 후 느끼는 감정이다. 부정적 느낌은 불편감(우울·불안 등)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요즘 속상한 일이 있었니?”라며 슬쩍 물어보면 의외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이 사람은 어디 가고 있는 중인가요? 혹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대부분 집에 가는 길이라고 답한다. 밖에 있으니, 집에 돌아가야 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일반적이다. 친구 만나러 가는 길이라는 대답도 꽤 많다. 그런데 간혹 공원에 가는 중이라거나, 목적지가 어디인지 잘 모르겠다거나, 그냥 멍 때리고 있다고 대답하는 아이들이 있다. 게다가 우산도 안 쓴 채, 온통 젖어있다면? 뭔가 ‘쌔’한 느낌이 온다. “요즘 무슨 힘든 일 있니? 스트레스가 많아 보인다”라는 말로 물꼬를 트면서 상담을 꼭 진행해 봐야 할 학생이다. 상담과정에서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면 wee클래스나 wee센터·병원·청소년상담센터 등의 기관과 연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넷째, 얼마나 지나야 목적지에 갈 수 있을까요? 그 시간은 긴 시간인가요, 짧은 시간인가요? 이 질문은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나타내준다. 10분이라고 답하면서 매우 긴 시간이라고 하는 아이가 있고, 1시간이라고 하면서 짧은 시간이라고 하는 아이도 있다. 사람마다 견딜 수 있는 스트레스의 무게가 다 다르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다르기 때문에 확인해봐야 한다. ‘어떻게 그 시간을 견뎌낼 수 있을까요?’, ‘결국 목적지까지 갈 수 있었나요?’ 등의 추가질문을 통해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는 내적자원을 확인하게 한다.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면서 간다, 친구·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카페에서 쉬다가 힘을 내서 다시 간다 등 다양한 방법을 궁리한다. 어떤 방법이든 상관없다.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확인하고, 혹시 없다면 ‘이런 방법은 어때?’라며 힌트를 주면 된다. 또한 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어보며 스트레스 원인과 아이들을 둘러싼 외적환경을 탐색해볼 수도 있다. 다섯째, 지금 이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은 아이들에게 스스로 통찰하는 과정을 느끼게 한다. 우산을 그려주기도 하고, 친구를 그려주기도 하며, 이어폰·핸드폰을 그려주기도 한다. 용기가 필요하다고 하기도 하고, 해를 그려주기도 한다. 왜 그것이 필요한지 이야기 나누면서 긍정적인 부분을 격려하고,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는 것은 문제해결능력과 긍정적 사고를 키워주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우산의 의미 아이들에게 빗속의 사람을 그려보라고 하면 (1)번 그림이 압도적으로 많다. 비가 오니까 우산을 쓰고 서 있는 것은 지극히 평범하고 일반적이다. 살다보면 크고 작은 스트레스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어려움도 겪지만, 나름대로 해결방법을 찾아 극복하며 살아간다. 우산 대신 처마 밑을 선택하는 (2)번도 종종 등장한다. 우산 없이, 비를 피해, 빨리 목적지에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1)번보다 임기응변이나 상황판단력이 더 좋아 보인다. 비를 피하는 다양한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다. ( 3)번과 (4)번은 우산을 쓰고 있지만 (1)번과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3)번은 좀 과하다. 비가 많이 내리지도 않은데 우산이 너무 크고, 우비와 장화까지 완전무장을 했다. 아마 무겁고 불편할 것이다. 이런 아이들은 별것도 아닌 것에 예민하고 심각하게, 일반적인 반응보다 좀 과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자기 자신은 물론 주변사람들까지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 (4)번은 우산은 쓰고 있지만,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간혹 얼굴 그리는 것이 부담스러워서(그림을 잘 못 그려서) 안 그렸다는 아이도 있다. 이 대답 역시 유의미하다. 왜냐하면 그림을 못 그리는 것까지 신경 쓰고 있기 때문이다. 얼굴을 우산으로 가리거나, 뒷모습을 그리는 아이들은 위축되어 있거나 자신감이 부족할 수 있다. 대처능력은 있지만, 확신이 없어서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3)번과 (4)번 그림을 그린 아이들은 평상시에는 괜찮지만, 스트레스가 생기면 효율적이지 못한 대처방법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스트레스가 생기면 어떻게 대처하는지 상담과정에서 체크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산 없이 비를 맞고 있는 사람 우산 없이 비를 맞고 있는 사람을 그리는 경우도 많다. 비는 스트레스, 우산은 대처능력이라고 했으니, 이 그림을 그린 아이는 스트레스 대처능력이 없는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중요한 것은 비를 맞고 있는 사람의 표정과 젖어 있는 정도이다.(5)번 그림은 (1)번 그림과 함께 가장 많이 나오는 그림 중 하나이다. (1)번과 차이점이 있다면 성격 차이이다. 비를 맞으면서도 신난 표정인 (5)번은 다른 사람보다 스트레스를 덜 느끼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는 성향일 수 있다. 하지만 온 몸으로 비를 맞고 있는 (6)번과 (7)번 그림은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보아도 범상치 않다. 엄청난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있고, 대처능력도 없어 보인다. 어쩌면 이 아이들을 찾아내기 위해 빗속의 사람 검사를 하는지도 모른다. 한 장의 그림이 아이들을 도와 줄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이런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은 교칙을 위반해서 wee클래스로 오기도 하고, 자발적으로 상담을 신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혼자 끙끙거리며 힘들어 하는 아이들도 있다. 만약 이런 그림을 그린 학생이 있다면 상담을 꼭 진행해보자. 또한 wee클래스에 연계하여 학생이 도움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집에서 나오지 않는 사람 (8)번처럼 아예 집밖으로 나가지 않은 채, 비가 오는 것을 구경하고 있는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이런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방법을 찾아 극복하기보다 이런 저런 이유(핑계)를 대면서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은 “비가 오면 안 나가면 되지, 뭐 하러 귀찮게 나가요”라며 만사 귀찮은 표정을 짓곤 한다. 이런 그림을 그린 아이들은 문제의 원인이 가정환경 등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체념한 채 무기력하게 생활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학습된 무기력이 반복되면 습관이 되고, 결국 삶이 되어 버린다. 따라서 상담을 통해 환경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본인이 바꿀 수 있는) 것을 찾아보고, 시도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비가 온다고 밖을 나갈 수 없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비를 피할 수 있는 방법(우산·우비 등)이 있음을 알려주는 것은 생각의 전환을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이다.
겨울방학을 앞두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성자초등학교를 찾았다. 기초학력부진학생 해소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성공사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교육계 최대 현안은 학력저하와 기초학력부진학생 증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지만 좀체 풀리지 않는 난제로 꼽힌다. 학생 개인차는 물론 사회·경제적 여건 등 변수가 많은 탓이다. 성자초가 서울시교육청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촘촘한 기초학력 지원대책과 실천을 통해 가시적 효과를 입증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학교장을 중심으로 한번 해보자는 교사들의 열정과 교육지원청의 적극적인 지원, 학부모의 신뢰가 원동력이 됐다. 한 아이도 뒤처지지 않는 기초학력 부진 예방 우수학교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체계적인 기초학력지원시스템. 기초학력 협력강사 운영, 맞춤형 선도학교 운영, 기초학력 키다리샘 운영 등이 대표적이다. 성자초는 학력부진의 출발점이 되는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협력강사를 배치, 교실수업에 투입하고 있다.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워야 한다는 생각에 1학년은 국어, 2학년은 수학을 중심으로 배움이 느린 학생들의 학습을 지원한다. 정규 교과수업시간에 담임교사와 협력강사 간 협력수업 또는 수업보조를 통해 맞춤형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3~6학년은 희망학급을 대상으로 담임교사와 협력강사가 주당 2시간씩 수학 기초학력부진학생을 지도한다. 교과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이 공부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학습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학습부진을 극복하는 또 다른 프로그램으로는 키다리샘이 있다. 대상은 4~5학년, 국어·영어와 수학·과학교과를 중심으로 지도한다. 주로 주말과 방학을 이용해 운영한다. 학습결손 회복을 위해 보충지도가 필요한 학생들을 지원하는 초등 점프업 프로그램도 내실 있게 운영되고 있다. 교육회복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초등 점프업 프로그램은 학생 중 성적이 중간층인 학생들의 학습결손 회복을 위해 담임추천이나 희망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교과 보충학습 프로그램이다. 이와 더불어 연간 24주간 운영하는 학습 사회성 회복 방과후학교와 성동광진학습도움센터 온리원(Only one) 프로그램도 도움을 주고 있다. 온리원 프로그램은 난독으로 인한 학습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사회와 연계한 특화된 프로그램이다. 디지털학습과 놀이활동이 꽃 피는 꿈이음실 성자초의 또 다른 자랑은 꿈이음실이다. 학교 유휴교실을 활용, 기초학력지원 전용공간을 만들어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기초학력 신장을 지원하고 있다. 성동광진교육청이 처음으로 시도한 꿈이음실 사업은 학생·학부모·교사들로부터 전폭적인 호응을 받고 있다. 꿈이음실은 규모도 제법 크다. 기존의 복도를 교실로 활용, 일반교실의 1.5배 크기쯤 된다. 학생들이 놀이활동을 하면서 디지털활용수업까지 가능하도록 꾸며진 것이 특징. 꿈이음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왼편에 디지털 기반 학습공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기기가 비치돼 있고 디지털학습이 가능한 전용 책상이 설치돼 있다. 디지털 학습공간 오른편엔 육각형 모양의 책상들이 놓여있다. 학습형태에 따라 요리조리 배치를 달리할 수 있는 구조다.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는 이른바 교사동행 맞춤형 공간이라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꿈이음실 맨 안쪽은 바닥 난방이 잘 되는 온돌방처럼 꾸며져 뒹굴거리며 책도 보고 놀이학습도 한다. 다양한 놀이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사회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 성자초는 학습지원대상학생뿐 아니라 모든 학생이 꿈이음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오전에는 1~2학년 놀이중심 선택활동과 3~4학년 디지털 선택활동 수업이 이뤄진다. 학교·교사·교육지원청이 삼위일체가 돼 노력한 결과 성자초의 기초학력부진학생은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 2021년 전교생 560여 명 중 28명이던 기초학력부진학생은 올해 21명으로 확 줄었다. 특히 4학년은 작년 9명이던 것이 올해 3명으로 감소했다. 오언석 교장은 “각종 기초학력 지원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학생들 간 속도의 차이는있지만 효과는 분명했다”며 “이들이 다시 기초학력부진에 빠지지 않도록 요요현상을 예방하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초학력부진학생들은 사회·경제적 여건 등 출발선 자체가 다른 경우가 많아 국가적 차원에서 더 많은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 교육과정 연구학교 선정 … 학교자율시간제 선도 운영 성자초는 앞서가는 학교다. 교육부로부터 교육과정 연구학교로 지정돼 학교자율시간제를 선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교자율시간제는 한 학기 17주 기준 수업시수를 16주 수업으로 변경하고 나머지 1주일은 학교 자율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부터 초등학교에서도 학교 자율로 선택과목을 운영할 수 있게 되면서 도입되는 제도다. 성자초는 지난 12월 8일 부산에서 열린 교육과정 연구학교 운영보고회에서 우수학교로 선정돼 사례발표를 했다. 2022년 한해 동안 1~6학년을 3개 학년군으로 묶어 다양하게 실시한 선택교육과정 운영 결과를 공개한 자리다. 구체적으로 1~2학년은 한글·수리·독서놀이 중심으로 학기당 34차시를 운영했고, 3~4학년은 디지털 소양교육과 생태전환교육을, 5~6학년은 인공지능과 민주시민교육을 각각 실시했다. 어려움도 컸다. 학교자율시간제는 이번에 처음 만들어지는 것이다 보니 참고할 자료가 거의 없었다. 학년부장을 중심으로 교사들이 직접 발품을 팔았고, 주말과 방학도 잊은 채 매달렸다. 우수사례 발표현장에서 참석자들은 1년 만에 교육과정 개발부터 실천까지 완벽하게 수행해 낸 것에 혀를 내둘렀다. 개정 교육과정 취지를 가장 잘 반영해 설계하고 실천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강미연 교무부장은 “연구학교로서 모범사례를 제시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막중한 책임감에 부담이 컸지만 동료와 선·후배 교사들 덕분에 학교교육활동에 대한 학부모의 만족도가 크게 개선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오 교장도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연구학교를 운영했다”면서 “선생님들이 하나로 뭉쳐 노력한 덕에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며 교사들에게 공을 돌렸다. ‘믿고 맡기는 학교’ 입소문에 학령인구 감소 무풍지대 지난 1984년 개교한 성자초는 올해 39주년을 맞는다. 지난 2020년 오 교장이 부임한 이후 학교의 외관은 산뜻해지고 학교구성원 간 신뢰는 단단해졌다. 한 아이도 놓치지 않겠다는 신념이 괄목할 성과로 드러나자 입소문이 났다. 그래서일까.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이 줄어 학교마다 역피라미드 현상이 일상이 됐지만, 성자초는 여전히 일자형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학교가 위치한 자양동이 성동구에 편입돼 있을 당시 지명의 앞글자를 따 만들어진 ‘성자’라는 이름답게 이 지역 대표학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오 교장은 체육 장학사 출신 교장이다. 교직에 들어와 육상부를 이끌고 전국을 누빈 인물이다.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자전거 마니아이기도 하다. 교육철학을 묻자 ‘힘·맘·몸·꿈’ 네 단어로 압축했다. 생각하는 힘, 따뜻한 마음, 건강한 몸, 행복한 꿈의 줄일 말이다. 학생들 모두 바른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성자다움’을 갖도록 하는 것이 소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