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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왜 교육연극을 수업에 활용하나? 교육연극(Drama in Education)은 교육 활동에 활용되는 연극이다. 즉, 교육을 위한 도구로서 연극의 장치와 기법들을 활용하는 것이다. 연극을 수업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교육현장에서 꾸준히 있었고, 많은 교사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교육은 지적 영역을 넓히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성과만큼 가시적인 삶의 수준은 높아졌지만, 삶을 깊이 느끼고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경험은 덜 중요한 것으로 여겨졌다. 마음으로 이해하고 뜨겁게 살아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공부, 타인의 삶을 살아봄으로써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봄으로써 자신을 이해하는 공부가 필요하다. 연극은 그것이 아무리 짧은 것일지라도 많은 협의와 약속과 기다림으로 이루어진다. 극이 이루어지는 동안 배우들은 각자 하기로 한 역할에 충실해야 하고,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맞추어 자신의 역할을 해 나가야 한다. 동료성을 교육연극만큼 필요하는 수업이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이 경험한 맨 처음의 연극이 소꿉놀이일 텐데 이 소꿉놀이도 협의와 약속과 기다림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상대에게 집중하고 자신의 역할에 몰입하면서 즐거움을 함께 누린다. 교육연극은 상상한 것을 표현하는 과정이고, 자신이 표현한 상황 속에 놓이는 경험이다. 머릿속에 있는 세계를 실재하도록 만드는 작업이 창조의 과정이라면 교육연극은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창조적 작업의 과정이다. 그리고 자신이 창조한 세계 속에 서보는 경험이다. 어떻게 교육연극을 수업에 활용하나? 국어에서 교육연극은 작품에 대한 해석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인물의 말과 행동, 인물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는가에 따라 표현이 달라진다. 자신이 경험해 온 삶의 모습에 따라 상상하는 배경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다. 그래서 작품을 표현하는 과정은 자신을 표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하나의 텍스트로 짧게나마 연극적 상황을 만들어 보는 과정은 서로 다른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삐꺽거림도 있지만 역동적이다. 교사가 매끈하고 정돈된 수업, 지식을 잘 정리하여 전달하는 수업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이런 역동성을 즐길 수 있다면 교육연극을 수업에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수업의 실제 ● 대단원명 : 시 속의 세상 보기 ● 소단원명 : 기형도의 시 ‘엄마 걱정’ ● 수업모형 : 교육연극 활용 수업 ● 성취기준 : 문학 작품을 읽고 그 작품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으며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말할 수 있다.
포크댄스의 교육적 가치 포크댄스(folk dance)의 교육적 효과는 신체적·사회적·심리적 가치로 살펴볼 수 있다. 포크댄스의 다양한 움직임은 우아하고 세련된 자세를 유지하게 하며 리듬감·협응력·평형감 등 생활에 필요한 기초체력을 향상시키는데 이것이 신체적 가치이다. 사회적 가치로는 대부분의 포크댄스가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단체 활동이므로 타인과의 화합을 도모하고, 예의를 배우며, 건전하고 밝은 이성 간 교제 및 세대 간 이해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또한 수많은 종류의 포크댄스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무용의 종류에 따라 정서적 안정감과 생활의 활력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심리적 가치가 있다. 포크댄스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그대로 전해지는 춤이기 때문에 연구할 수 있는 광범위한 자료를 가지고 있고 오직 신체활동 그 자체로서 그치기 쉬운 다른 스포츠와 달리 교육적 가치가 높다고 하겠다. 포크댄스 용어 ≫ 기본용어
‘나는 이다’처럼 간단한 문장 만들기만으로도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자기 자신을 귀하고 가치 있다고 여기는 문장인지, 쓸모없고 형편없다는 의미의 표현인지 등 자신을 어떤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지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자존감의 의미 자존감이란 자신을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즉, ‘나는 사람들로부터 얼마나 사랑받고 인정받고 있는가?’, ‘나는 지금 이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나는 얼마나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가?’ 등과 같이 자신의 가치·능력·감정 등에 긍정적 평가를 내리는 것이다(Rosenberg, 1965). 자존감은 자신·타인·세상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에 영향을 주며, 개인의 다양한 적응 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존감이 높은 학생은 자신을 자랑스럽고 유능하며 가치 있는 존재로 생각하고, 타인으로부터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마음은 자신감 있는 태도와 원만한 사회생활, 그리고 진취적이며 활력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한다. 반면 자존감이 낮은 학생은 자신의 능력이나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타인이 자신을 무능력하게 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쉽게 우울감이나 열등감에 빠진다. 미래에 대해서도 불확실성과 두려움을 보이며 새로운 상황에 도전하기를 두려워한다(Coopersmith, 1967). 이런 마음은 대인관계에서 위축되고, 자신의 의견을 잘 이야기하지 못하며, 새로운 일이나 어려운 일이 있으면 쉽게 포기하고 좌절하도록 만든다. 자존감에 따른 특성 비교 결국 자존감은 자신이 가치 있고, 뭔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타인들로부터 사랑과 인정을 받고 있으며, 세상은 도전하고 탐험할 가치가 있다는 믿음이다. 자존감과 학생 행동 자존감은 학교에서 나타나는 부적응 문제의 원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존감은 우리 마음 밑바닥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자기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가 경험하는 일들에 대한 정서와 행동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학교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예로 들어보자.
속칭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하 청탁금지법)’이 9월 28일 자로 시행되었습니다. 법 적용 대상기관이 총 4만 919개이고 그중 절반이 넘는 2만 1,201개가 학교입니다. 학교의 교직원뿐만이 아닌 기간제교원 등 학교에서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로를 제공하는 자(교육공무직, 행정실무원, 학교운동부 코치, 급식 보조 등)와 학교운영위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 등 법령에 따라 설치된 위원회 위원까지 다양한 직책의 사람들이 학교와 관련하여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이 됩니다. 또한 학생·학부모와 교원 간의 직무관련성은 매우 엄격하게 해석됨에 따라 그동안 청탁이라는 인식조차 없던 통상의 행위까지도 법 위반사항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청탁금지법의 시행에 맞춰 유의해야 할 사항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학교 및 학교법인 소속의 적용대상자 : 적용대상인 경우, 청탁금지법의 전체 내용을 적용받게 됨. ■ 임원 : ‘사립학교법’에 따른 이사 및 감사 등 상임·비상임을 모두 포함 ■ 교원 :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및 그 밖에 다른 법령에 따른 교원(‘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에 따라 교원으로 인정되는 기간제교원 포함) ■ 직원 : 학교 운영에 필요한 행정직원 및 조교 등 학교·학교법인과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로를 제공하는 자(교육공무직, 행정실무원, 학교운동부 코치, 급식보조 등) ※ 비적용대상 ■ ‘고등교육법’에서 교원으로 인정되지 않는 자(명예교수, 겸임교원, 시간강사 등) (시간강사의 경우,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시행되는 2018. 1. 1.부터는 교원으로서의 지위를 부여받게 되므로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에 포함될 예정) ■ 학교·학교법인과 용역(도급)계약 등을 체결한 법인?단체 및 개인(건물관리(경비, 환경미화, 시설관리, 당직 등) 또는 구내식당(매점, 카페 등) 운영업체 종사자, 위탁계약에 의한 방과후 과정 담당자) ■ 학교·학교법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학생 조교, 근로장학생, 자원봉사자(명예교사, 학교보안관) 등 ◆ 학교와 관련하여 ‘공무수행사인’으로 주로 적용되는 대상자 : ‘공무수행사인’인 경우, 해당되는 공무에 수행에 한정하여, 청탁금지법상 제5조(부정청탁의 금지), 제6조(부정청탁에 따른 직무수행 금지), 제7조(부정청탁의 신고 및 처리), 제8조(금품 등의 수수금지), 제9조(수수 금지 금품 등의 신고 및 처리)의 적용을 받게 됨. ■ 법령에 따라 설치된 각종 위원회의 위원 중 공직자가 아닌 위원 :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학교운영위원회,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른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고등교육법’에 따른 등록금심의위원회, ‘교육공무원법’에 따른 인사위원회 등 ◆ 청탁금지법상 제한되는 행위 : 과거에는 청탁행위+대가성(금품)이 있어야만 처벌이 되었지만, 청탁금지법에서는 청탁하는(받는) 행위, 금품수수 행위 단독으로도 청탁금지법 위반행위가 됨. ■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공직자에게 청탁하는 일체의 행위 및 직무와 관련한 일체의 청탁받는 행위 ■ 대가성, 직무관련 여부를 불문한 동일인으로부터 1회당 100만 원, 회계연도당 300만 원을 초과하는 일체의 금품수수행위(실제 이루어지지 않은 금품수수의 약속 포함) ■ 직무와 관련된 일체의 금품수수행위(청탁금지법 제3조 제3항 각호에 따른 경우에 해당하면 수수금지 금품에서 제외됨) ◆ 직무 관련성이 있어도 수수가 허용되는 금품(청탁금지법 제3조 제3항 각호에 따른 8가지 경우에 해당하는 금품) ■ 공공기관이 소속 공직자 등이나 파견 공직자 등에게 지급하거나 상급 공직자 등이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 등에게 제공하는 금품 등 ■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으로서 경조사(본인 및 직계비속의 결혼, 본인과 배우의 직계 존·비속의 사망 한정)의 경우 10만 원, 선물의 경우 5만 원, 음식물의 경우 3만 원을 초과하지 않는 금액 ■ 사적 거래(증여는 제외한다)로 인한 채무의 이행 등 정당한 권원(權原)에 의하여 제공되는 금품 등 ■ 공직자 등의 친족(「민법」 제777조에 따른 친족(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을 말한다)이 제공하는 금품 등 ■ 공직자 등과 관련된 직원상조회·동호인회·동창회·향우회·친목회·종교단체·사회단체 등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구성원에게 제공하는 금품 등 및 그 소속 구성원 등 공직자 등과 특별히 장기적·지속적인 친분관계를 맺고 있는 자가 질병·재난 등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공직자 등에게 제공하는 금품 등 ■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 숙박, 음식물 등의 금품 등 ■ 불특정 다수인에게 배포하기 위한 기념품 또는 홍보용품 등이나 경연·추첨을 통하여 받는 보상 또는 상품 등 ■ 그 밖에 다른 법령·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 등 ◆ 많은 선생님께서 질의하신 "BEST QA" Q 현장학습(사전답사 포함) 때 교사가 학생관리, 안전의 사유로 동반할 경우에라도 입장료(이용료)를 내야 합니까? A 해당 현장학습업체와 교사 간 현장학습 대상 기관으로서 직무 관련성이 있고, 해당 업무와 관련하여 금품(입장권)을 제공받고 그에 대한 대가로 학생을 해당 업체가 운영하는 현장학습장소로 인도하였다고 볼 개연성이 있기 때문에 청탁금지법 위반사항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장학습 시 인솔교사도 입장료(이용료)를 내야 합니다. Q 학생들이 교탁이나 교무실 책상에 음료수나 초콜릿 등을 놓아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걸 받는 것도 청탁금지법 위반인가요? A 해당 물품을 어떤 학생이 주었는지 알 수 있다면, ‘지체 없이’ 해당 학생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무기명으로 받은 경우라도 학생이 주었다는 의심이 든다면, 학생(학부모)과 교사 간 관계는 직무 관련성을 엄격하게 해석함에 따라 받으면 안 되고, 청탁방지 담당관(교감)에게 신고하여야 합니다. 다만 반대의 경우 즉, 야간자율학습시간 등에 담임교사가 학생들에게 “고생 많다”며 피자나 음료수를 사는 것은 가능합니다. Q 야간자율학습 감독하는 선생님께 감독 기간에 간식을 드시라고 특정 학부모 또는 학부모회에서 음식물을 주는 행위가 청탁금지법상 위반인가요? A 학생·학부모와 교사 간의 관계는 직무 관련성을 엄격하게 해석함에 따라 특정 학부모 또는 학부모회에서 교사에게 음식물 등 금품을 주는 것은 가액범위 이내이더라도 청탁금지법 위반사항입니다. Q 같은 학교 교사가 교감에게, 또는 같은 학교 교감이 교장에게(직속의 상급자) 청탁의 목적이 없이, 근무과정상 식사를 대접하는 경우 청탁금지법상 위반인가요? A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 목적이면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제2호에 따라 3만원 범위 내에서 가능합니다. Q 외부강의 등 사례금과 관련하여 교직원의 직급별 상한액은 얼마입니까? A 1) 국·공립학교 교직원과 교육청 등의 소속 공무원의 경우, 아래의 구분에 따른 상한액을 받습니다. 2) 공직 유관단체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기관에 근무하는 공직자의 경우, 아래의 구분에 따른 상한액을 받습니다. 3) 사립학교장 및 교직원, 학교법인 임직원의 경우 상한액은 100만 원입니다. 4) 국민권익위원회 고시 제2016-2호(2016. 9. 28.)에 따른 교육계열의 직급 구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5) 위의 상한액은 1시간(기고의 경우 1건당)당 상한액이며, 1시간을 초과할 경우에도 1회 기준 150%를 초과하지 못합니다. 즉, 4시간의 강의, 회의 등의 경우에도 직급별 상한액의 150%에 해당하는 사례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키가 작고 유머가 넘치는 하이든(Franz Joseph Haydn)을 당시의 사람들은 ‘파파’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하이든은 위대한 베토벤을 지도하고 편달했으며, 모차르트를 친구로 삼아 그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1732년 3월 31일 오스트리아의 동쪽 로라우(Rohrau)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이 로라우는 카를 안톤 하라크 백작이 소유한 시골영지의 중심지로 다뉴브강에서 18km 떨어진 남쪽, 빈에서는 40km 거리에 있는 라이타강 서안에 자리하고 있다. 불과 5분 남짓이면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관통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마을이다. 지금도 이 주변의 풍경에서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 하라크 백작의 성이다. 이 지역은 원래 독일어권이지만 크로아티아인·헝가리인·슬로바키아인 등 여러 민족이 뒤섞여 살고 있다. 불우했던 하이든의 유년 시절 아버지 마티아스 하이든(Mathias Haydn)은 음악을 좋아하는 마차 수리공이며, 어머니 안나 마리아 콜러(Anna Maria Koller)는 요리사의 딸이었다. 하이든 부부는 자그마한 집에서 살았는데, 그 집에서 12명의 자녀를 낳았다. 하지만 그 가운데 다섯 명은 어릴 때 죽었다. 이들 부부는 1732년 3월 31일 장남이 태어나자 가톨릭 사회의 관례에 따라 아이의 생일과 날짜가 비슷한 축일을 가진 성인 두 명의 이름을 붙여주었다. 프란츠(Franz)와 요제프(Joseph)였으나 프란츠라는 이름은 거의 쓰이지 않았다. 요제프는 6세 때 노래에 재능을 보여 하인부르크(Hainburg)에 사는 먼 친척인 초등학교 교장이자 교회음악가인 요한 마티아스 프랑크(Johann Mathias Frank)라는 사람의 집에 가서 음악 기초교육을 받았는데, 그것이 그의 음악의 시작이었다. 요제프는 이곳에서 글을 배우고, 교리문답과 노래, 온갖 종류의 목관악기와 현악기의 연주법을 배웠고, 작은북까지 배웠다. 말년에 그는 이때를 회상하며 “그렇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 분이니, 나는 죽는 날까지 은혜를 다 갚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하느라고 난 밥 먹듯이 매를 맞았지만…”이라고 말했다. 요제프는 천부적으로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니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하인부르크 성당의 소년합창단원이 되었다. 1740년 즈음에 그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빈의 성 슈테판 성당의 지휘자(Kapellmeister)로 있던 게오르크 로이터(Georg Reutter)가 노래에 재능이 있는 소년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는 하인부르크 성당을 담임하고 있던 친구에게 아주 재능이 뛰어난 여덟 살짜리 소년이 그곳에 있다는 말을 들었다. 로이터는 라틴어와 이탈리아어로 노래할 줄 아는 소년의 재능에 감명을 받아, 성 슈테판 성당(Dom St.Stephan) 부속 합창단 학교에 입학시킨다. 천재성 드러낸 하이든의 작곡 실력 빈의 슈테판 성당에서 하이든은 본격적인 전문교육을 받았다. 라틴어·종교·수학·작문 같은 일반 과목도 계속 공부했다. 이곳에서 그는 존경받는 전문 교사 여러 명에게 노래를 배우고, 하프시코드(Harpsichord)를 숙달하게 되었고, 바이올린도 능숙하게 다뤘다. 하지만, 하이든이 음악 이론이나 작곡을 로이터에게 공식적으로 배운 적은 거의 없다. “그 시절 나는 종이에 음표가 빽빽이 적혀 있기만 하면 모든 게 다 좋다고 생각했다. 로이터는 내가 쓴 미숙한 결과물을 보고 비웃었다. 어떤 음성이나 악기로도 연주할 수 없을 내용이었으니, 그는 내가 성부 두 개로 작곡하는 법을 배우기도 전에 열여섯 성부로 작곡했다고 야단쳤다.” 하이든은 습작 미사곡의 규모를 놓고 로이터와 언쟁을 벌였는데 이 일로 둘의 사이가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결국 변성기가 온 그는 1749년 11월에 성 슈테판 성당에서 나오게 된다. 그는 성직에 들어가기를 권유하는 부모님이 있는 로라우의 집에 돌아가지 않기로 결정하고, 빈에서 직업 음악가로 살아가기로 했다. 성 슈테판 성당의 합창단을 떠난 뒤 하이든은 생활고에 힘들었다. 거처도 없이 굶기가 일쑤였다. 황궁 가까이 있는 미하엘 성당의 테너인 요한 미하엘 슈펭글러는 그런 그를 불쌍히 여겨 미하엘 하우스의 다락방에 살게 해주었다. 난로도 없고 지붕에서는 비가 새는 이 다락방에는 슈펭글러의 부인과 갓난아기도 함께 살았다. 1749년의 것으로 날짜가 쓰인 ‘F장조 미사 브레비스(Hob.XXII:1)’는 아마도 하이든이 이 다락방에서 썼을 것이다. 그는 1776년에 쓴 자전적인 글 가운데 다음과 같이 이 시기에 관해 썼다. “마침내 목소리가 변성기에 이른 뒤 나는 장장 8년 동안 어린이들을 가르치면서 비참한 삶을 이어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필요에 의해 일상의 빵을 얻어야 하는 이런 비참함으로 인해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게 되어 수많은 천재가 망쳐지곤 한다. 내게도 똑같은 사태가 일어날 수 있었다. 밤을 새워 작곡에 대한 열정을 단련하지 않았더라면 내 변변치 않은 업적도 결코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근면하게 작곡했지만 올바른 방식을 제대로 몰랐다. 운 좋게도 유명한 포르포라(Porpora)로부터 진정한 작곡의 기초를 배울 때까지는 그랬다.”
‘반공태세 강화, 자유 우방과의 유대 강화, 구악일소, 자주 경제 재건, 통일을 위한 실력 배양, 혁명 후 본연의 임무에 복귀’ 등의 공약을 제시한 군부가 1961년 5월 16일 민주당 정부를 붕괴시키고 정권을 장악했다. 정권을 장악한 군부는 당시의 교육이 학생 데모와 교원노조 설립 운동, 그리고 사립대학의 정원 외 학생 입학을 둘러싼 비리 등으로 혼란에 빠져 있다고 판단했다. 문제의 출발점이 1950년대 교육이 지향하였던 교육의 자율화 경향에 있다고 규정한 군부는 교육자치제 폐지와 교육의 국가관리 강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기 시작했다. 군부가 특히 주목한 대상은 대학이었다. 교육을 지배하는 법 위의 법 등장 4·19혁명 이후 대학 인구는 급격하게 증가했다. 1960년 4월 약 10만 명이던 대학생 숫자는 1961년 5월 말 약 14만 명으로 폭증했다. 1년 만에 40%가 늘어난 셈이다. 사립대학들이 정원을 무시하고 학생들을 입학시킨 결과였다. 자식의 등록금 마련을 위해 농민들이 눈물을 머금고 팔아버린 소의 뿔로 세워진 ‘우골탑’이 되기 시작한 것이 이때부터였다. 사회질서를 회복한다는 명분으로 권력을 장악한 군부는 사회혼란의 주범으로 대학과 대학생을 지목했다. 이는 사립대학에 대한 강력한 통제정책으로 나타났다. 3권을 통합한 초법적 기구인 국가재건최고회의는 6월에 대학정비 방침을, 그리고 7월에는 국가에서 시행하는 시험에 합격한 자에게만 대학입학자격을 부여한다는 ‘대학입학자격 국가고시제’ 실시계획을 발표했다. 이어서 사립대학뿐만 아니라 국·공립대학을 통폐합하기 위한 정비 방안이 차례로 발표되었다. 모든 것이 전광석화처럼 이루어졌고, 교육자들은 어리둥절한 채로 바라보고 있었다. 대학에 대한 국가통제를 비롯하여 군부가 지향하는 새로운 교육정책을 담은 청사진이 1961년 9월 1일에 발표되었다. 교육법을 지배하는 법 위의 법 즉, ‘교육에 관한 임시특례법’(법률 제708호)이었다. 불과 22개 조와 부칙으로 이루어진 이 법은 문교재건자문위원회 설치, 학교정비를 위한 학교 및 학과 통폐합과 학생 수 강제 조정, 2년제 교육대학 설치, 실적심사제에 의한 대학교원 신규임용, 교원의 노동운동 금지, 교원 정년 5년 단축, 대학 학사학위의 국가고시제 도입 등을 담고 있었다. 특례법에 기초하여 1961년 10월에는 ‘학사자격고시령’이, 11월 18일에는 ‘사립대학 정비안’이 각각 발표되었다. 이에 따라 학생 정원이 600명 이하인 지방대학과 700명 이하인 서울 소재 대학들이 폐교되었다. 35개 주간 사립대학 중 12개 대학이 문을 닫고 23개 대학만 살아남았다. 이런 조치에 대하여 일부에서는 사회적 비리 척결과 대학 정상화를 위해 불가피하거나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기된 반면, 일부에서는 여론 수렴과정이나 이해당사자의 의견 개진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채 진행된 비민주적이고 강압적인 조치라는 비판을 제기하였다. 현실적으로는 교원의 대량 해고, 사립대학의 운영난 심화,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생들의 진학 기회 축소를 가져왔다. 비리 척결은 좋지만 대학 입학 기회가 축소돼 학부모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조치였다. 교육망국론 등장... 교육계 자성 목소리 이런 격변 속에서도 새교육은 깨어나질 못하고 동면상태에 빠져 있었다. 4·19혁명 이후 제기된 대한교련 무용론, 교원노조의 탄생, 이에 따른 교사 집단의 분열이 만들어낸 위기의 결과였다. 1961년 2월호(통권 90호) 이후 시작된 예고 없는 휴간은 속절없이 길어졌고, 1962년 봄까지 이어졌다. 1년 이상의 동면에서 새교육이 깨어날 수 있었던 것은 ‘유력한 독지가의 재정적 뒷받침’과 ‘전국 교육자의 전례 없이 뜨거운 성원’(통권 91호, 편집후기) 덕분이었다. 유력한 독지가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전국 교육자들의 뜨거운 성원은 확인할 수 있다. 속간된 1962년 5월호(통권 91호) 새교육은 ‘인쇄되자마자 순식간에 매진’되었기 때문이다(통권 92호, 편집후기). 속간호의 간행사에서 발행인이었던 대한교련 회장 유진오는 교육을 향한 당시의 부정적인 여론을 ‘교육망국론’이라고 표현하였다. 고려대학교 학생처장 현승종 또한 속간호에 게재한 ‘혁명 후의 대학교육’이란 글에서 타율적인 수술 대상이 된 대학교육의 모습을 반성하며 ‘교육망국론’이란 표현을 사용하였다. 대학 사회가 비자율적으로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대학의 권위를 생각할 때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새교육이 지향하였던 한국적 체질과 풍토에 적합한 교육이론 수립에 실패한 것, 사회에 만연한 다양한 형태의 부패와 혼란, 그리고 이런 부조리 앞에서 교육의 무기력함을 표현한 것이 이른바 ‘교육망국론’이었다. 오랫동안 구국의 수단이었던 근대 교육이 망국의 수단으로 변해버린 것이었다. 정부수립 15년을 맞으며 교육은 희망과 절망의 중간 지대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희망과 절망을 함께 보여준 교육대학 교육이 지닌 희망과 절망의 모습을 함께 보여준 것은 새로 출범한 10개의 교육대학이었다. 당시 초등교원 양성교육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입학하는 후기 중등교육 수준이었던 사범학교가 담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교육대학이 출범하면서 초등교원 양성교육은 초급대학 수준으로 승격되었다. 해방 이후 실추되고 있었던 교직의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정책이었다. 한마디로 ‘교원과 교육은 동의어다’(통권 92호, 권두언) 혹은 ‘어린이를 잘 가르치는 사람은 어린이를 낳은 사람보다 더 존중되어야 한다’(통권 91호, 함종규 ‘교원 우대의식의 구현을’)는 새교육의 외침에 합당한 제도 개선이었다. 이는 분명 ‘희망’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런 희망과 기대 속에 새로 출범한 교육대학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1962학년도에 문을 연 춘천교육대학의 첫 입학생 모집 실태를 보면 160명 모집에 강원도 내 지원자가 388명이었다. 이 중 국가고시 합격자는 겨우 63명뿐이었다. 나머지는 대학입학 자격고시 불합격자들로서 입학이 고려될 수 없었다. 따라서 2차 모집을 하였고 여기에 122명의 국가고시 합격자가 응시하여 정원을 간신히 채울 수 있었다. 160명 중 여학생은 35명이었다. 교사직에 대한 당시 사회의 부정적 태도를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춘천교육대학의 초대 학장 김영돈에 의하면 광주교육대학과 부산교육대학을 제외한 8개 신설 교육대학이 모두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김영돈은 이런 상황을 ‘교원 교육이 시험대에 올라있다’(통권 91호, 김영돈 ‘교육대학의 당면한 난관과 그 타개책’)고 표현하였다. 교원교육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교육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교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확산이었다. 서명원의 표현대로 해방 전에 보이던 교사들의 기백은 사라지고 하나의 기술자로 타락한 교원들의 모습이 넘쳐났다. 학생 수의 폭증으로 발생한 부족한 교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방 후에 졸속으로 추진한 교사자격증 남발이 가져온 부작용이었다. 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또는 해방 후의 정치·사회적 혼란을 일시적으로 피하기 위해서 교직을 일종의 무풍지대로 생각하고 ‘기어들어온 무리’가 상당수 있었기 때문이었다(통권 93호, 서명원 ‘한국 교사의 의식 주변’). 교직이 지식을 파는 하나의 기술자가 되었고, 우후죽순 격으로 사립학교를 세우는 기업가들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 내기 위해 기술자로서의 교사를 괴롭히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피해는 학생들의 몫이었다. 교육자치제 폐지가 가져온 부정적 행태 교사를 지식 전달의 기술자로 만드는 데는 새로 권력을 잡은 군부도 크게 기여했다. 획일적인 군대문화에 익숙한 신(新)권력층은 획일적이고 일관성 있고 투명한 기준을 선호하였다. 많은 정책이 교사들의 자율적 판단보다는 외부에서 주어진 획일적 기준의 준수를 강요하였다. 대표적인 것이 현직 교원에 대한 학력시험제 시행이었다. 교육자치제 폐지가 낳은 해프닝이기도 하였다. 새교육(통권 93호, 1962년 7월호)에 의하면 일부 도에서는 일반 행정가들의 판단에 따라 현직 교원에게 학력시험을 시행했다. 또 다른 도에서는 학력시험 시행 예고는 물론 수험 준비 참고서까지 지정했고, 교사들은 수업을 도외시하고 참고서 암기에 골몰하는 일까지 생겨났다. 교사들의 질적 수준 저하에 대한 우려에서 나온 정책일 수도 있지만, 이는 당시 사회가 가지고 있었던 교사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의 확대, 그리고 교사의 질을 오직 지식의 양으로만 평가하려는 비정상적인 교육관이 만들어낸 정책이었다. 교사의 자격과 능력을 시험으로 평가하려는 이런 경향에 대하여 당시 새교육은 강하게 비판을 제기하였다. 일반직 공무원·별정직 공무원·법관·군인·의사·변호사 등의 직업에는 요구하지 않는 자격 검정을 오직 교사들에게 요구하는 비상식적 태도와 시험 만능의 비교육적 의식에 대한 비판이었다. 교육자치제 폐지가 가져온 부정적 행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교육구가 폐지되고, 교육위원회와 교육감 업무가 일반 행정에 통합되었다. 학교행정이 내무행정에 예속됨으로써 교장이 군수는 물론, 심지어는 면장이나 지서 주임한테까지 지시를 받는 형편이 되었다(통권 93호, 좌담회). 교육자치제 폐지가 가져온 이런 신풍속도는 열악한 급여, 과다한 행정업무, 순환제로 인한 교사 생활의 불안정 등과 결합하여 교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킬 수밖에 없었다. 암울하고 불안한 1960년대 초반을 살아가는 교사들에게 힘을 주는 것은 오직 학생들이었다. 해방 이후 최초로 시행된 교원의 사회적 지위에 관한 학생 의식 조사(통권 92호, ‘학생은 교사를 이렇게 본다’)를 보면 교사는 대체로 학생에 대하여 ‘친절하다’는 의견(30.9%)이 ‘불친절하다’는 의견(7.9%)보다 훨씬 많았고, 대부분 교사의 표정은 ‘명랑하다’는 의견(21.4%)이 ‘뽀로통하다’는 의견(7.1%)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물론 ‘무표정하다’는 의견이 70.7%를 차지하기는 하였다. 교직은 흔들리고 있었지만 학생들의 순수함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중앙교육연구소에서 제공한 중등교육 실태조사 보고서(통권 93호)를 보면 당시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자기 자신에 관한 문제 중에서 1위는 ‘취미나 특기를 살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중학생 72.9%, 고교생 73.7%), 2위는 ‘날씬한 체격을 갖고 싶다’(중학생 64.0%, 고교생 70.6%)로 나타났다. 지식 공부에서 해방되고, 멋있어지고 싶은 청소년들의 욕망의 뿌리는 깊고 견고하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 변화에 따라 흔들리는 것은 학생들의 마음이 아니고 오직 어른들의 마음인 듯하다.
요즘 ‘여혐(女嫌)’, ‘남혐(南嫌)’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언어의 문제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이데거(Heidegger)의 말을 빌리자면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Die Sprache ist das Haus des Seins).’ 즉, 언어는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장소(Ort)이기 때문에 우리 인간 존재는 그 언어 안에서 거주(Wohnen)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언어 사용은 그 존재의 사유방식을 알 수 있는 척도가 된다. 한자 문화를 받아들인 우리의 여자에 대한 사유방식은 어떨까? 딸(女)과 아들(子), 여자(女)와 남자(男)의 의미를 살펴보자. 여자는 집에서 빨래나 하는 존재다? 한자에는 아들(子)을 의미하는 단어는 있지만 ‘딸’을 의미하는 단어는 없다. 계집 녀(女)를 ‘딸’이라는 뜻으로 혼용해서 쓰고 있을 뿐이다. 이는 ‘딸’의 위치가 ‘아들’보다 열등하기 때문에 아들(子), 남자(男)처럼 개념화되어 쓰이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한자 문화에서 여자(女)는 아들(子)이나 남자(男)보다 열등한 지위를 나타내는 글자이다. 오늘날 남녀평등사회에 맞지 않는 단어임이 분명하다. 여자(女)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모습보다는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림 형태의 한문인 소전(小篆) 속의 ‘女’의 이미지는 ‘’이다. 여자가 두 손을 모은 채 무릎을 꿇고 얌전히 앉아있는 모습이다. 활동적인 모습이라기보다는 정적인 모습이며, 무릎을 꿇고 있다는 것은 남존여비의 사상을 담고 있다.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한자어 중 여자(女)와 결합한 단어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간사할 간(奸), 시기할 질(嫉), 질투할 투(妬), 싫어할 혐(嫌), 요망할 요(妖), 망령될 망(妄), 기생 기(妓),?아첨할 미(媚), 계집종 비(婢), 간음할 간(姦), 종 노(奴) 등이 그러하다. 물론 좋을 호(好), 오묘할 묘(妙), 편안할 타(妥) 등 긍정적 의미를 내포한 단어도 있지만 그보다는 부정적 의미를 더 많이 내포하고 있다. 반면 아들(子)과 남자(男)는 ‘아들’의 의미, 공자(孔子)·맹자(孟子) 등의 ‘존경하는 선생님’이라는 의미,? 사람의 띠를 상징하는 12간지(干支) 중 제일 먼저 등장하는 ‘쥐’로써의 의미가 있다. 즉, 아들(子)은 ‘으뜸이고 존경받는 존재’임이 드러나 있다. 효(孝)에도 아들(子)이 포함되어 있고, 가르칠 교(敎 : 孝 + )에도 아들(子)이 들어가 있다. 남자(男) 역시 밭(田)과 힘(力)의 결합으로 밭에서 힘쓰는 역동적 인간의 모습을 나타낸다. “결혼? 아니죠. 혼인? 맞습니다” 결혼이라는 단어는 남존여비 사상의 결정체이다. 결혼(結婚)은 아내를 얻어(婚) 묶는다(結)는 의미로 남자가 여성을 취하는 남성중심의 단어이다. 혼(婚)과 동의어이며, 일본식 표기이다. 여자와 남자가 동등해질 수 있는 방법은 시경(詩經)에 나오는 말처럼 ‘남자가 장가가고(男婚女稼), 여자가 시집가는 것(男婚女姻)’이어야 한다. 남자는 혼(婚)하고, 여자는 인(姻)하는 것이다. 서로 ‘가는 것’이다. 결혼이 신부와 신부 가문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단어라면, 혼인은 양쪽 집안(兩家)의 (사돈) 맺음이다. 맺음은 어느 한쪽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혼인은 남녀 간의 합의(合意)이다. 즉, 뜻(意)이 맞아야(合) 한다는 것이다. 음양의 관계에서 남과 여는 동등한 관계이다. 즉, 음양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세상은 양기(陽)와 음기(陰)로 이루어져 있다. 하늘(陽)만 있고 땅(陰)이 없다면 우주는 존재가치가 없다. 오히려 음(陰)은 모든 것의 출발점이 되는 기초(Platform)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자(女)가 부수로 사용된 처음 시(始)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01 나로 하여금 ‘침묵’이란 말을 내 상상력 속에서 매우 장엄한 의미로 길어 올리게 한 독서가 있었다. 그것은 작가 이문열의 중편소설 들소를 읽으면서이었던 것 같다. 이 소설은 어느 페이지에도 주인공의 침묵을 직접 거론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독서를 하는 동안 내 상상 안에서 그 ‘침묵’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작품 들소의 주제가 드러나게 되는 소설의 뒷부분에서 주인공 ‘착한마루’의 깊고 길고 짙은 침묵을 나는 또렷한 상상으로 대면하였던 것이다. 먼저 소개 겸, 소설 들소의 이야기를 조금만 해 보기로 하자. 알타미라 동굴 벽에 새겨진 벽화 ‘들소’가 이 소설의 소재이다. 동굴 벽화 ‘들소’가 만들어진 사연을 작가가 추리하고 상상하여 한 편의 소설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그 사연에는 석기시대 부족사회에서 빚어지는 권력과 사회의 사연은 물론이려니와, 인물들의 심리적·정서적 아픔에 맞물려 있는 사연과 자기 존재에 대한 존재론적 고뇌들이 모두 녹아들어 있다. 놀라운 것은 작가의 상상력만으로, 그 까마득한 석기시대에 새겨졌을 동굴 벽화 ‘들소’의 내력을 비상한 상상의 리얼리즘으로 재현해 놓은 점이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이 소설은 ‘위대한 예술(또는 예술가)은 어떻게 탄생하는가?’하는 물음에 대한 설명을 석기시대 인류의 모습을 배경으로 삼아 작품화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감수성 맑은 주인공 ‘착한마루’는 섬세한 예술적 재능이 있지만, 근육질의 남성은 아니다. 그는 원시 부족사회가 일상으로 영위하는 사냥과 전투에서 자주 패배한다. 그 사회에서는 사냥이 일상화되어 있고, 사냥에서 야생의 들소를 잡는 데 성공하는 남자가 영웅이다. 반대로 잡은 소를 놓치는 자는 공동체에서 배제된다. 소를 잡는 것이 가장 영광스러운 성취, 가장 훌륭한 가치에 해당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부족(部族)의 힘센 권력자는 힘의 상징인 소를 자신이 추구하는 절대적 가치 즉, 권력의 상징으로 삼는다. 그 원시 부족사회에서 소는 그런 문화적 상징을 가지게 된다. 그러한 부족사회에서 한 남성이 보여 주는 전투적 무능은 딱하고 안쓰럽다. ‘착한마루’는 사냥에서 몰락하고 ‘소에게 밟힌 자’라는 모욕적인 이름을 얻는다. 그래서 한때 감옥과도 같은 동굴에 격리되기도 한다. ‘착한마루’는 오로지 육신의 힘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부족사회에서 그야말로 힘의 약자이다. 그는 마침내 부족들 간 권력투쟁의 온갖 음모에 휘둘리면서 바닥으로 떨어진다. 권력에서 차갑게 소외되고, 평생 모멸과 결핍 속에서 혹독한 운명을 감내하게 된다. 연모를 품었던 여인 ‘초원의 꽃’은 그를 떠나 힘센 권력자에게 가버린다. 그녀는 말한다.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소도 권력이라고, 권력이 내게 베푸는 ‘편하고 풍족한 삶’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그녀가 ‘착한마루’에게 말한다. 네가 추구하는 소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너에게도 그 소가 반드시 있을 거라며, 그를 떠나간다. 주인공 ‘착한마루’는 모든 것을 잃고 참담하게 무너진다. 자식들에게 권력도 물질도 물려 줄 것이 없었다. 그리고 사랑하던 여인도 현실의 권력자에게 가 버렸다. ‘아, 나는 나의 존재를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나의 소는 어디에 있는가.’ 좌절과 상실의 극단에서 그는 자신의 존재가 구원될 수 있기를 갈망한다. 그는 자신의 소를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소를 자신만이 영원히 잡을 수 있는 자리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것을 위해서 그는 현실을 떠나기로 한다. 그리고 그가 한때 사냥의 실패자로서 비난과 조롱을 피해서 머물렀던 동굴로 들어간다. 수만 년의 세월이 흘렀다. 후세 사람들이 그 동굴에서 영원히 불멸하는 소를 찾아내었다. 그것은 동굴 벽에 그려진 벽화 ‘들소’이다. 알타미라 동굴 벽화 ‘들소’인 것이다. 02 상상해 보자. 주인공 ‘착한마루’는 이 동굴에서 소를 그려 갔을 것이다. 그에게 소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그가 동굴 벽에 그리려고 한 소는 그에게는 ‘의지의 표상’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 소는 자기 존재의 분신이었을 것이다. 동시에 그 소는 자기 존재의 영원한 연장(extension)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 소는 화가 자신의 생애에 바치는 보상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에게 그 소는 고매한 권력(power)이었을 것이다. 추악한 음모의 세속적 권력이 아니라, 내면에서 스스로 거룩함을 확보하는 그런 고상한 권력을 표상하는 것이었으리라. 그리하여 아마도 그에게서 소는 신앙이 되었을 것이다. 강력한 ‘보편의 힘’으로 인류를 공감시키는 예술은 그 탄생의 내적 프로세스를 이렇게 보유하는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프로세스 안에서 예술가는 어떻게 정신적 긴장을 집중해 나갔을까. 이 동굴에서 작업하는 동안 주인공은 어떤 의지와 정신세계를 유지했을까. 그 부분을 생각하면 예술가를 향한 일종의 경외감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나로 하여금 ‘침묵’이란 말을 매우 장엄한 의미로 길어 올리게 한 대목은 바로 이 부분이다. 주인공 ‘착한마루’가 동굴에 들어와서 들소 벽화를 그려나가는 그의 마음 내부와 그것을 실천하는 행위에서 나는 그의 견고한 침묵을 보았던 것이다. 물론 이 침묵은 내 독서의 상상력 공간에서 내가 떠올린 것이다. 의지가 결집되면 될수록, 예술 행위의 가치가 명료하면 할수록, 그의 침묵은 그의 내면에서 더욱 빛나는 것을 나는 보았다. 침묵이 안으로 품어내는 어떤 거룩한 힘을 보았다고나 할까. 침묵에 관한 이야기라면 이탈리아 화가 살바토르 로사(Salvator Rosa, 1615~1673)의 전언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그림 ‘자화상’ 속 인물은 깊은 우울과 회의와 수심의 표정으로 선언문 같은 글이 적힌 베이지색 서판을 손에 움켜쥐고 있다. 이 서판에는 ‘AUT TACE, AUT LOQUERE MELIORA, SILENTIO’라고 적혀 있다. 번역하면 ‘침묵하라, 아니면 침묵보다 더 나은 것을 말하라’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자화상은 그림도 그림이지만, 그림 서판에 쓰여 있는 ‘침묵에 관한 전언’으로 더 유명하다. 18세기 프랑스에서 세속사제로 활동했던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Joseph Antoine Toussaint Dinouart) 신부가 쓴 침묵의 기술이란 책이 있다. 국내에도 번역되어 많은 사람이 읽고 있다. 디누아르 신부는 14가지 침묵의 원칙을 말하는데, 그 중 첫 번째 원칙은 ‘침묵보다 나은 할 말이 있을 때만 입을 연다’이다. 이는 살바토르 로사의 자화상에 그려진 문구와 같은 말이다. 그러니까 유럽에서는 일찍이 침묵에 대한 통찰로써 이런 잠언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영국의 비평가인 토머스 칼라일(Thomas Carlyle)이 말한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Speech is silver, silence is gold)”라는 말도 이런 통찰의 계보에 속한다. 침묵보다 더 나은 것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 그렇듯 비장한 실천의 침묵이 무겁고 엄숙한 것이라면, 이와 묘한 대조를 이루면서 결코 이보다 가볍지 아니한 정신의 경지를 보여 주는 침묵으로 ‘소이부답(笑而不答)’이 있다. 이태백의 시 산중문답(山中問答)에 ‘소이부답’이 나온다. 問余何事棲碧山(날더러 왜 푸른 산에 사느냐고 묻는다면) 笑而不答心自閑(웃기만 하고 대답 않으니 마음은 절로 한가롭네) 글자 뜻 그대로 ‘슬며시 엷은 웃음을 띠면서 아무런 말이 없는’ 모습이다. 신선의 경지에 이른 침묵의 모습이 이와 같을까? 03 “사람이 말하는 것을 온전하게 배우는 데는 5년 정도 걸리지만, 침묵을 배우는 데는 50년도 더 걸린다.” 침묵이 얼마나 높은 수준의 인격 내공을 필요로 하는 것이며, 동시에 의미 깊은 사회적 실천의 일종인지를 보여주는 묵시록 같은 진술이다. 쓰레기 언어들이 소통의 골목마다 가득 쌓여 있다. 치우고 치워도 금방 더 쌓인다. 침묵은 서 있을 자리조차 없다. 침묵은 사전에만 있는 말이 되어 버렸다. 침묵은 ‘죽은 말’이 되어가고 있다. 혜민 스님의 선언이 돋보인다. “여러 가지 부족한 제가 트위터를 하게 되면서 너무 많은 말을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분간 묵언수행(?言修行) 하면서 부족한 스스로를 성찰하고 마음을 밝히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말 많은 정치인들이 좀 따라 했으면 좋겠다. ‘묵언수행’을 하겠다는 이들이 없지는 않다. 그런데 자신이 묵언수행 한다는 말을 너무 많이 말한다. 묵언수행도 홍보용으로 전락한다. 나의 글쓰기에도 반성이 닿는다. 침묵을 이렇게 번다히 말하는 것조차도 침묵은 허용하지 않을 것 아니겠는가. 말하기 교육의 최종 마당에 ‘침묵 배우기’ 마당을 꼭 넣었으면 좋겠다.
정 선생님! 작년에 따돌림 문제를 처리하다가 아이들로부터도, 학부모님으로부터도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았지요? 해당 학부모님이 교장실에 찾아와서는 큰소리로 따지고, 담임한테 삿대질을 하는 등 소란을 피우자 어쩔수 없이 사과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어요. 선생님이 겪은 학부모와의 갈등은, 경력이 적은 선생님께 많은 상처를 안겨 주었지요. 교직 생활이 30년에 가까운 저라도 그런 상황에 놓인다면 상심이 클 거예요. 일단 마음 자세를 새로 다잡을 필요가 있어요. 타인(학부모)이 나에게 상처 주는 언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볼 필요가 있지요. 당시 그 사건은 선생님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그 학부모의 잘못이 대부분이었지요. 이처럼 상대방과 나의 행동을 자세히 분석하여 누가 얼마만큼 잘못을 했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해 볼 필요가 있어요. 그 결과 내가 잘못하거나 실수한 점이 있다면 그만큼 반성·수정·보완하면 되는 것이고, 상대방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면 선생님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면 되지요. 그리고 그 상대방에게는 측은지심을 갖고 응대하시면 됩니다. 이때 제삼자의 입장에서 함께 그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봐 줄 수 있는 동료·친구·선배·멘토 등이 내 옆에 있다면 금상첨화겠지요. 초년교사 시절엔 멘토가 중요 다음에 제가 제시하는 몇 가지 팁이 앞으로 건너가야 할 교직 생활과 담임 업무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몇 자 적어 봅니다. 아이들이 문제행동을 일으킬 개연성이 높아질 경우, 미리미리 한두 마디씩이라도 교무수첩 등에 일지 형식으로 메모해 두면 교장선생님, 교육청 관계자 등에게 객관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근거가 되지요. 이런 경우에 백 마디 말보다 몇 줄의 메모와 기록이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아요. 날짜별·시간대별로 교무수첩 등에 정리해 놓은 일지는 결재가 필요하지 않으며, 언제든지 나의 행동을 변호해 줄 수 있고, 심지어는 그 자체가 나중에 법정에서 증거물 기능까지 할 수 있어요. 많은 교사가 글로 적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겨 그냥 넘어가는데, 그러다가 까다로운 학부모를 만나서 고생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어요. 세상에는 별별 학부모가 다 있지요. 나중에 큰 문제로 발전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기록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문장 쓰기가 힘들다면 시간대별로 단어 한두 개라도 적어 놓으면 나중에 문제가 확대되었을 때 이를 키워드 삼아 그 당시 상황을 문장으로 복원할 수 있어요. 저는 이 전략을 주로 사용하지요. 담임교사의 가이드라인 분명히 알려줘야 담임교사로서 제 신조는 ‘친절함과 단호함을 갖춘 교사’이지요. 그러나 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어찌 보면 우리의 영원한 숙제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조금만 노력하고 훈련하다 보면 그게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닐 수도 있어요. 김현수 교수가 분석한 ‘떠들지 않는 수업’의 세 번째 조건, ‘아이들과 친하다’는 항목도 결국은 ‘엄격함과 따뜻함(firm warm)’을 겸비한 것을 의미하지요. ‘무작정 잘해준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죠. 관리자가 선생님들에게 “아이들에게 무섭게 하지 말고 친절하게 대하라”고 하면, 많은 수의 교사가 이를 잘못 이해하고 규칙 적용을 느슨하게 하는 경우가 많아요. 복장 위반, 언어폭력 등 웬만한 행동을 모두 용인하고 그냥 넘어가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지요. 그러나 이것은 ‘친절’을 잘못 이해한 것이죠. 이것은 분명 엄격하지 못하여 아이들의 잘못을 용인한 것이며, 어찌 보면 추후에 벌어질 잘못을 유발한 셈이 될 수도 있어요. 제가 학부모님께 보낸 다음 문자를 참고해 주세요. 영철이는 머리를 깎으라고 수십 번 말했는데도 안 깎네요. 일단 벌점을 주었는데···. 오늘도 안 깎으면 또 벌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담임 드림 저의 의사소통의 핵심은 ‘질서 속에서의 자유로움’입니다. 너무 경직되어도 안 되고, 너무 자유로워도 안 되지요. 교사 본인이 정한 자유로움의 경계선을 자세히 설명해 주고, 아이들이 넘어서는 안 되는 경계선(상한선)을 수시로 확인해 주어야 합니다. 즉, 어디까지는 허용되고, 어디부터는 허용이 안 되는지 자주 설명해 주어야 해요. 의외로 똘똘한 아이들도 그 경계선을 잘 모를 수 있으며, 어쩌다 알게 된다 하더라도 바로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게 아이들의 본질적 특징이지요. 아이들은 원래 그래요. 저학년으로 내려갈수록, ADHD일수록 특히 더 그렇지요. 아이들에게 수시로 설명해 주는 힘들고 귀찮은 작업이 짜증이 난다면, 우리의 마음 자세를 다시 고쳐먹을 시기가 온 것이라 보면 돼요. 연수와 치유가 필요한 때가 온 것이지요. 교사하기 힘든 세상 … 상처받지 않는 요령도 필요 요즘 세상은 담임하기 힘든 세상이 되어 버렸어요. 까다로운 요즘 아이 한 명은 20년 전의 학생 50명보다도 더 나를 힘들게 하곤 해요. 그러나 그것이 현실입니다. 이를 직시하고 정면으로 돌파해 나가야 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선생님이 상처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에요. 정 선생님이 상처받거나, 스트레스에 휩싸이거나, 마음이 소진(burnout)되어 버리면, 교육은커녕 자기 몸 하나 유지하기도 어려운 지경에 빠져 버리니까요. 본인이 건강하게 존재한 이후에 아이도 있고, 학교도 있고, 교육도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아이들에게 주는 관심·사랑·열정의 상한선은 본인이 상처받기 일보 직전까지만 해야 합니다. 너무 과한 사랑을 쏟다 보면 아이들에게 실망하게 되고,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내 마음의 상처로 되돌아올 수 있어요. 늘 그런 생각을 밑바탕에 두고 주의를 기울이면서, 아이들에게 자신이 줄 수 있는 사랑을, 마음을, 조금씩 나누어 주다 보면 아이들과 공감하는 코드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그러한 부분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다 보면 행복한 학급생활이 될 수 있을 거예요. 다른 한편으로는 적극적인 학급운영을 해 나가야 해요. 그리하여 나만의 개성, 우리 학급만의 특징을 갖춘 학급을 만들어 보세요. 이렇게 적극적인 전략을 선택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이 늘 수세적이고 수동적인 학교생활이 될 수밖에 없지요. 본인이 스스로 해 나갈 수 있는 학급운영을 계획해 보세요. 이를테면 제가 활동하는 네이버 카페의 ‘돌봄치유교실’의 게시판 중 ‘꿈쑥쑥! 학급운영’에 가보면 수백 명의 교사가 제시한 수없이 많은 학급운영 팁들이 나열되어 있어요. 여기에 제시된 그 수백 가지 전략 중에 가장 본인과 코드가 맞는 것, 머리로 이해되는 것은 물론 가슴으로도 다가오는 팁을 한두 가지 골라 한 걸음씩 옮겨 보세요. 분명 정 선생님만의 색깔이 드러나는 활기와 미소에 찬 학급을 창조해 나갈 수 있을 거예요. 용기를 잃지 말고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면서 후배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베테랑 교사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현재 직업교육정책은 청년실업률과 산업인력의 미스매치라는 까다로운 두 가지 큰 문제와 마주하고 있다. 2016년 2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12.5%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며, 취업자들의 상당수가 전공과 맞지 않는 일자리에 취업하고 있다. 교육부의 6대 교육개혁과제는 상당 부분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취업 보장형 고교·전문대 통합교육 교육부의 6대 교육개혁과제 중 하나인 ‘일학습병행제’는 본래 재직자에게 계속교육기회를 제공하여 일과 학습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출발했다. 이후 교육부는 취업률 제고와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재학생도 참여할 수 있도록 일학습병행제를 확대, 학생들이 일과 학습을 병행할 수 있는 직업교육모델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의 협업 사업인 ‘취업보장형 고교·전문대 통합교육 육성사업(Uni-Tech)’은 재학생 단계 ‘일학습병행제’의 핵심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고등학교 3년 과정과 전문대학 2년 과정을 통합하여 5년간 집중적인 직업교육을 실시하여, 고등직업기술인을 양성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2015년 하반기에 16개 사업단을 선정,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교와 회사를 오가며 교육받는 ‘학습근로자’ 취업보장형 고교·전문대 통합교육 육성사업은 미국 뉴욕에 설립된 고등전문대학 P-TECH(Pathways in Technology Early College High School), 독일 대학의 일학습병행제 DHBW(Duale Hochschule Baden-Wurttemberg Ravensburg)에 착안하여 설계되었다. 미국 P-TECH는 IBM과 뉴욕시교육청, 뉴욕시립대의 민관 파트너십에 의해 설립된 고등교육과정의 정보기술(IT) 전문학교로, 고등학교와 대학교육을 통합해서 운영한다. P-TECH의 특징은 현장실무와 결합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재학기간 동안 학생들은 IBM 등 IT 기업에서 1:1 멘토링과 인턴십을 통해 프로젝트에 기초한 실무를 경험할 수 있다. 독일의 DHBW는 기존 4년제 대학과정을 방학 없이 3년으로 단축하고 대학 3개월, 기업 3개월 등을 오가며 집중 직업교육 훈련과정을 거친다. 약 95%는 해당 기업에 채용된다. 우리도 P-TECH와 DHBW의 장점을 결합하여 취업보장형 고교·전문대 통합교육 육성사업을 시작했다. ‘특성화고·전문대학·협약기업’ 컨소시엄으로 사업단을 구성하고, 사업단별로 유니테크 특별반(30명)을 편성하여 5년 동안 집중적인 직업교육을 시행한다. 교육과정 설계에 특성화고·전문대학·협약기업이 모두 참여하여 NCS 기반 산업체 맞춤형 교재를 직접 만들고, 학생들은 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교육을 받는다. 학생들은 고등학교 단계에서 협약 기업과 정식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며, 학생인 동시에 임금을 받는 근로자인 ‘학습근로자’ 신분을 부여받는다. 특성화고 유니테크반 재학생은 무시험 특별전형으로 전문대학에 진학하고, 전문대 졸업과 동시에 해당 기업에서 근무하게 된다. 또한 유니테크 참여 학생의 경우, 산업기능 요원 및 직무를 고려한 군복무(특기병제) 등 직업훈련과 연계한 군복무가 가능하다. 총 16개 사업단, 총 960명 학생 참여 … 핵심기술인력 양성 교육부는 취업보장형 고교·전문대 통합교육 육성사업은 3개 분야에 집중하여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하여 인력 양성이 필요한 기계·자동차·조선·부품·소재 등 기반기술산업분야와 사물인터넷(IOT)·로봇공학·3D 프린팅·빅데이터·인공지능 등의 기술이 접목된 정보통신산업분야, 콘텐츠·관광·물류 등 고용창출이 꾸준히 기대되는 유망 서비스산업 분야에 총 16개 사업단을 선정하였다. 현재 해당 분야에 고등학교 1학년 학생 480명, 고등학교 2학년 학생 480명 등 총 960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취업보장형 고교·전문대 통합교육 육성사업의 목적은 명확하다. 산업현장에 필요한 핵심 기술 인력을 기업과 학교가 공동책임으로 양성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학생·학부모·학교·기업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상생 직업교육모델을 창출하여 새로운 직업교육 경로를 마련한다는 정책목표가 반영되어 있다. 참여 학생은 입시 걱정, 취업 걱정 없이 교육과정에 전념할 수 있고, 학부모들은 자녀의 진로가 조기에 결정되어 사교육 부담과 진로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다. 고등학교 단계에서 임금을 받으면서 일과 학습을 병행하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입시·구직 과정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을 아끼고, 온전히 직업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은 졸업 후 재교육 없이 바로 현장에 투입 가능한 맞춤형 기술 인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학교는 새로운 직업교육모델에 참여함으로써 교육기관으로서의 역량을 제고할 수 있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는 취업보장형 고교·전문대 통합교육 육성사업을 통해 참여주체들의 만족과 더불어 취업 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청년 취업률 저하, 인력 미스매치문제 해소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고등학교와 전문대학에 이르는 교육과정에 직접 투자하여 원하는 인력을 양성하여 입직시키는 새로운 채용 경로가 확대된다면, 취업률 저하와 인력 미스매치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데렐라는 무도회장에서 단 한 번 만난 왕자와 결혼을 한다. 과연 신데렐라와 왕자는 배우자 선택과 결혼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었던 것일까?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나무꾼에게 감사의 표시로 선녀가 목욕하는 장소를 알려준 사슴과 선녀가 목욕하는 장면을 훔쳐보고, 날개옷을 빌미로 결혼까지 강요한 나무꾼은 성(性)과 관련하여 어떤 법적 처벌을 받게 될까? 우리가 어릴 적 무심코 읽었던 동화들은 아름다운 외모와 착한 마음씨를 가진 주인공들의 숭고한 사랑을 그려낸 내용이 많다. 그러나 고전 동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행동 중에는 현대 시점에서 재해석하면 불법 행위에 해당되는 내용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에만 초점을 두기보다는 잘못된 성 가치관이나 행위를 찾아 비판하고, 현대시점에서 맞게 재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을 통해 현대와 미래를 살아가는 민주사회 시민이 갖추어야 할 올바르고 건강한 성 가치관 수업을 진행해보자. 1차시 _ 성 역할 고정관념 바로잡기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성 역할 고정관념을 영상매체를 통해 알아보고, 학생들에게 제시된 영상매체가 표현하고 있는 성 역할 고정관념을 비판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조·종례 시간이나 창의적체험활동(재량활동) 시간을 활용하여 담임교사와 함께 활동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으며, 활동결과를 교실 게시판에 꾸밀 수 있게 했다. 2차시 _ 성 가치관 확립하기(10대 임신문제와 책임 있는 성 행동) 사회적 이슈가 되는 10대 임신을 다룬 영화 주노를 시청한 후 ‘10대의 책임 있는 성행동’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10대 성관계의 장단점 따져보기 모둠활동을 진행하고, 여기에서 도출된 결과를 교실 게시판으로 만들어보는 활동으로 구성했다. 1차시와 마찬가지로 조·종례 시간이나 창의적체험활동(재량활동) 시간을 활용하여 담임교사와 함께 활동할 수 있도록 하였다. 3차시 _ 명화(名畵)를 활용한 성 가치관 바로잡기 ‘명화(名畵)를 활용한 성 가치관 바로잡기’는 크게 네 가지 활동으로 구성되었다. ● 활동 1 예술작품 명화 루벤스(Peter Paul Rubens)의 ‘시몬과 페로’, 신윤복의 ‘단오풍정’, 마네(Edouard Manet)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 로댕(Auguste Rodin)의 ‘키스’ 등의작품을 통해 ‘예술일까? 외설일까?’를 놓고 학생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마네가 1863년에 발표한 작품 ‘풀밭 위의 점심 식사’는 발표 당시 퇴폐적이고 음란하다는 이유로 관람자들과 비평가들에게 큰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인상주의 첫 실험 작품으로 모더니즘의 출발을 알리는 혁신적 작품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림에는 남녀 두 쌍이 한적한 숲 속에서 목욕과 피크닉을 즐기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모티브 속 인물들을 신(god 또는 goddess)이나 님프(nymph)가 아닌 동시대 파리 시민들의 모습을 그렸고, 옷을 벗은 여인의 모습과 옷을 잘 갖춰 입은 신사가 함께 있는 것을 묘사했다. 당시 관람자들은 부르주아의 위선을 지적당한 것 같은 당혹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마네는 관람자로 하여금 주제나 내용보다 회화 자체의 특성에 관심을 기울이게 했다. 마네는 작품을 통해 전통적인 누드의 아름다움과 당시 도시인의 생활 모습을 표현하려 하였다. ● 활동 2~4 활동 2에서는 ‘예술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도록 하였다. 충분한 논의가 끝나면 활동 3을 통해 ‘예술과 외설을 구분하는 기준’을 알아본 후, 활동 4에서 ‘예술과 외설을 구분 짓는 나만의 기준’을 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미적인 표현을 창작하기 위해 성을 사용하는 예술작품과는 달리 외설은 성적 대상에 대한 강한 집착과 소유욕을 표출함으로써 성욕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일차적 목표임을 알 수 있게 된다. 또한 아무리 명화라도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하면 음란물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4차시 _ 고전문학 춘향전을 활용한 성 가치관 바로잡기 크게 2개의 활동으로 구성했다. ● 활동 1 춘향의 태도를 통해서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내용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하였다. 활동 1-1에서는 춘향이 이도령과 첫날밤을 보내는 장면과 춘향이 변학도의 수청을 거절하는 장면을 비교하면서, 춘향이가 이몽룡과 변학도 두 사람에게 보이는 상반된 태도를 ‘성적자기결정권의 관점’에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친구들과 토론하도록 하였다. 활동 1-2에서는 이몽룡이 금의환향하고 춘향에게 돌아왔을 때 상대방에 대한 마음이 변해서 헤어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이별에 대처할지 알아보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 활동 2 춘향에게 수청을 요구한 변학도의 행위를 현대시점에서 법을 적용해보고, 학생들이 직접 판결을 내려 보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특히 법률 적용 부분은 서울시교육청 법률자문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구성하였다. 학생들이 올바른 성 가치관을 갖고 고전문학 읽기를 하면 문학에 대한 새로운 해석 및 분석을 할 수 있으며, 감상과 비평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고전문학은 세상과 인간의 삶을 고스란히 반영한 문화적 산물이므로 결국 올바른 성 가치관 형성은 올바른 세계관, 인생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회색빛 거리를 휘돌아 교문에 들어서자 안도현 시인의 ‘가을엽서’ 한 구절이 교사동 벽면에 크게 걸려있다. 집으로 돌아가던 아이들이 힐끗 보더니 알 듯 모를 듯한 얼굴로 따라 읽는다. 산뜻한 파스텔톤 벽면에 고운 단풍처럼 매달린 한 편의 시. 서민들이 모여 사는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위치한 신화중학교의 교정엔 수수한 가을의 정취가 흐른다. “짤막한 시 한 구절이지만 학생들에겐 먼 훗날, 중학교 다닐 때의 가슴 따뜻했던 추억으로 남아있겠지요. 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 존중받는 사람으로 대우받았던 그 시절의 자긍심을 잊지 않았으면 해요.” 시를 통한 인성교육으로 침체됐던 학교에 새바람을 일으킨 이영숙 교장은 “학생들이 글로벌 시대를 리드하는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큰 꿈과 자아존중감을 길러주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신화중 학생들의 등굣길은 조금 색다르다. 학생들 가슴에 이름표와 함께 손바닥만 한 크기의 또 다른 명찰이 달려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환자를 가족처럼 여기는 의사’, ‘자상하고 한결같은 피아노 교수’ 등 장래희망이 간단한 설명과 함께 쓰여있다. 이른바 ‘꿈명찰’이다. 학생 각자가 자신의 희망직업과 함께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기록한 카드를 가슴에 달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패션 디자이너가 꿈인 학생은 ‘열정 가득한 디자이너’라는 꿈명찰을 지니고 다닌다. 무엇이 되느냐 보다 어떤 사람이 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되새기는 것이다. “공부가 강요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꿈명찰 제도를 시행하면서부터 아이들이 달라졌어요. 확실한 목표가 생기니까 알아서 책을 보는 학생들이 늘어나더라고요.” 학생들에게 자발적이고 강력한 공부 자극제가 됐다는 게 이 교장의 설명이다. 교사들도 학생을 만나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학생들 꿈명찰을 보며 한마디씩 칭찬과 격려의 말을 해준다. “민서(가명)야, 음악 시간에 보니까 음감이 아주 좋더구나. 피아니스트가 꿈이던데 나중에 아주 유명해지겠어”라는 식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에 학생 3명씩은 꼭 칭찬을 해주자는 교사들 간 묵시적 다짐이 있었다는 귀띔이다. 누구나 경험했지만 학창시절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된다. 꿈명찰과 함께 신화중학교의 또 다른 기(氣) 살리기 작품은 ‘칭찬카드’이다. 심부름이나 청소, 친구 도와주기 등 사소한 것이지만 학생들이 ‘예쁜 짓’을 하면 교사들이 칭찬받을 내용을 엽서 크기만 한 종이에 적어준다. 이것이 칭찬카드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 칭찬받는 게 아니라 누구든 남을 도와주고 희생하면 소중한 존재로 칭찬받는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기 위한 것이다. 칭찬카드를 받은 학생들은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에 교장실로 간다. 이 학교 교장실은 학생들이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곳이다. 이 교장의 표현을 빌리면 ‘문턱 없는 교장실’이다. 학생들이 칭찬카드를 가져오면 이 교장은 초콜릿·음료수·사탕 등을 나눠주며 “참 기특한 일을 했구나”하면서 다시 한 번 칭찬해주고 학생들의 고민도 들어준다. 실제로 이 교장의 서랍에는 그동안 학생들이 가져온 칭찬가드가 수북했다. 물론 한편에는 이들을 ‘접대(?)’할 각종 과자와 빵도 가득 쌓여 있다. “언젠가 한 반 전체가 칭찬카드를 가져왔어요. 무슨 일인가 싶어 알아봤더니 수업 태도가 너무 좋아 선생님이 반 학생 모두에게 써 줬더라고요. 일일이 다 쓰다듬고, 안아주고, 칭찬해 줬지요. 그날 교장실의 과자와 음료수는 모두 동이 났지만 전 행복했습니다.” 글로벌 교육, 세계를 향해 꿈을 펼쳐라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것과 함께 학교 측이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은 글로벌 인재 양성이다. 사실 지난해 3월 이 교장이 부임하기 전까지만 해도 신화중학교는 조금 침체된 학교였다. 목동지역과 인접해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기피 학교처럼 인식돼 마음의 상처도 입었다. 부당하고 불편한 상황을 타개할 기폭제가 필요했다. 이 교장의 선택은 글로벌 교육, 세계로 눈을 돌리는 교육이었다. 비록 몸은 학교 울타리 안에 있지만 학생들의 꿈과 기상은 세계를 향해 마음껏 호연지기를 펼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그는 ‘세계 속의 주역이 될 큰 꿈을 지닌 신화인’을 학교의 핵심 목표로 삼았다. 곧바로 자신의 경험을 살려 1~2학년 학생을 중심으로 ‘글로벌 인재 양성 동아리’를 만들었다. 동아리 학생들은 이태원과 인사동에서 외국인 인터뷰를 하며 자신감을 길렀다. 그리고 이들은 지난해 열린 아시아태평양지역 교장 글로벌 아카데미 행사에서 아시아 10개국 교장들에게 유창한 영어로 신화중학교를 소개해 참석자들로부터 ‘넘버 원’이라는 격찬을 들었다. 이 교장은 여세를 몰아 폴란드 대사관 측과 접촉해 학생들 간 편지교환 등 교육교류에 착수 했다. 얼마 전에는 인도 강가 국제학교(Ganga International School) 교사들이 방문해 영어 수업을 참관하고, 학생들과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신화중학교 글로벌 교육은 이제 세계시민의식을 고취시키는 국제이해교육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시도하고 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해 올해 초 유네스코 학교로 지정하고 글로벌 교육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교육은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 학생들의 눈빛이 달라지고 학교가 학부모의 신뢰를 얻는 데는 교사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열과 성을 다해 가르치는 교사들의 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 이 교장은 자신을 믿고 따라준 교사들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 학교에 부임했을 때 냉랭한 분위기에 겁도 났었지만, 순수한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분들을 믿고 하면 반드시 이뤄낼 수 있겠구나’하는 확신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교사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교무실 환경개선. 교사들이 쾌적한 공간에서 일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했다. 학년부실도 교과와 행정파트 간 소통과 화합에 초점을 두고 산뜻하게 바꿔놓았다. 두 번째는 교사들이 원하는 물품들을 최대한 빠르게 제공해 줬다. 종이상자부터 커피포트까지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지원했다. 공간이 바뀌고 환경이 바뀌면서 학교 분위기도 달라졌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고 하잖아요. 교사가 행복하면 그 에너지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갑니다.” 이 교장은 “관리자가 명령하고 지시하기 보다는 교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먼저 생각하고 기다려주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면서 “교사들을 존경하면 그만큼 아이들이 행복하고 즐거워진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신화중학교는 서두르지 않는다. 학생들 스스로 깨닫고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게 기다린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처음 시작하는 용기를 높이 산다. 이 학교 지향 교감은 2학기 들어 학생들과 함께 ‘독서한끼운동’을 시작했다. 아침 일찍 등교해 30분 정도 책을 읽는 모임이다. 현재 참여 학생은 단 2명.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보다 스스로 참여하는 진정한 책읽기 운동을 하고 싶어서다. “알싸한 아침 공기와 약간의 소란스러움, 그런 분위기에서 잠시나마 책이 빠져드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지 교감은 “엊그제 한 학생이 친구에게 ‘함께 책을 읽자’며 전화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뿌듯했다”고 말했다.
학교 전기요금은 학교운영비의 약 19%를 차지하고 있으며, 학생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 올해는 과거보다 높은 기온이 지속되면서 주택용 전기요금과 함께 국가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핵심 이슈로 언급되고 있다. 여름엔 찜통 교실, 겨울엔 냉장고 교실이란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학교 전기요금 개선의 필요성 학교 전기요금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왔다. 전력 피크치 관리(최대수요전력 관리)·요금 체계 개선·재정 지원 등 많은 대책이 정부·공공기관·학교 등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 추진되어 왔다. 그렇다면 학교 전기요금 체계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이며, 재정 지원과 같은 임시대책이 아닌 근본적인 요금 체계 개선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5개년 동안 10개 도시의 8월 일 최고기온을 분석한 표 1은 우리에게 시사 하는 점이 많다. 첫째, 일 최고기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일부 지역의 경우 약 3℃가 상승한 곳도 있음을 볼 수 있다(2016년 기준). 결국 교육부의 실내 온도 기준인 28℃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거보다 에너지 소비가 ‘불가항력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둘째, 지리적 위치에 따라 일 최고기온의 평균편차가 크다. 이는 학생 수, 교육시간 등 동일한 조건으로 학교 운영을 하는 학교 간에도 지역에 따라 전기요금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일 최고기온에서도 편차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계절별로 동일한 최대 피크치를 통해 전기요금을 산정하는 것은 실제 사용량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PART VIEW] 기후 변화와 학교 전기사용 패턴 고려해야 학교의 전기사용 패턴은 일반적으로 12월이 난방으로 인해 가장 많은 전기가 사용된다(표 2 참조). 여름철에는 방학과 에너지 절약 관리로 오히려 연평균보다 낮은 수준의 전기가 소모되고 있다. 그러나 일일 사용 패턴을 보면, 학생들의 주요 학습시간대에 에너지 사용량이 집중되기 때문에 피크치를 적용할 경우 전체적인 사용량은 적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단가를 적용받게 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이와 같은 기후 변화와 학교의 전기사용 패턴을 고려할 때 기존의 피크치 중심의 전기 요금 산정체계는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며,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현재 다양한 주체들에서 추진되고 있는 월별 또는 분기별 요금 산정 방식과 함께 피크치가 아닌 평균치 적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표 3에서 보듯이 전기사용의 전체적 패턴을 보면 일일 에너지 사용량 중 절반가량이 학생들의 주요 학습시간대에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피크치가 아닌 평균치 적용이 전체 사용량을 대표할 수 있는 수치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방학기간 중에는 상대적으로 변화가 적은데 이러한 운영 변화에도 평균치의 변별력은 유지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둘째, 지역별 요금 체계를 다양화시킬 필요가 있다. 표 1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기후변화에 의한 지역별 에너지 소비 편차는 에너지 관리의 적절성과 관계없는 불가항력적인 사항이다. 따라서 개별 학교 현장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요금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 셋째, 계절별 요금 배율을 비교해 보면 산업용 전력(갑) I 고압 선택 I의 경우 봄·가을철 요금 대비 여름철 요금이 1.36배인 것에 비해, 교육용 전력(갑) 고압 A 선택 I의 경우 1.62배로 상당히 높은 비율로 책정된 것을 볼 수 있다(표 4 참조). 따라서 다른 유형의 전력요금과 종합적 검토를 통한 요금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 있어 ‘학생’이라는 인적자원은 국가경쟁력을 성장하게 하는 매우 중요한 자원이며, 미래 산업의 유형과 관계없이 미래 경제를 이끌어가야 할 주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볼 때 현재 교육용 전기 요금 체계는 국가가 우리의 미래인 ‘학생’의 가치를 어느 정도로 보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한국교총을 비롯 여러 교육 주체들의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학생들이 마음껏 미래의 꿈을 키울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제공받을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학교 담장을 허물고 학교를 개방, 지역주민의 여가나 체육활동 공간으로 만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학교를 지역사회의 중요한 소통공간으로 만들어 함께 호흡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실패로 끝났다. 학교 내에 급증하는 온갖 범죄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담장을 다시 세워야 했기 때문이다. 학교 의견 철저히 무시된 ‘학교 개방’ 학교 개방은 ‘생활체육시설의 절대적 부족’이라는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상황에 기인한다. 생활체육의 수요는 급증했지만, 이를 해소할 최소한의 기간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다른 나라에서는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학교 개방’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진행됐으며, 교육 당국은 학교 개방의 법적 근거와 적용 대상, 시설 사용료 등을 정해야만 했다. 문제는 서울만 특이하게도 교육규칙이 아닌 조례로 ‘학교 개방’에 접근했다는 것이다. 2005년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 제11조를 개정하여 ‘학교 개방은 시·도교육규칙으로 정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시·도는 교육규칙으로 이를 정했지만, 서울만 유독 ‘조례’로 법제화한 것이다. 2012년 3월의 일이다. 조례와 교육규칙은 입법 주체가 다르다. 따라서 법률 시행 과정에서의 저항도 다른 양상을 띤다. ‘조례’는 ‘교육규칙’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지역주민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 이를 반증하듯 학교 시설의 확대·개방을 골자로 하는 조례 개정안이 2013년과 2015년에 의원 발의되었고, 그때마다 학교 현장과 교총, 학부모의 거센 반대로 번번이 무산되었다. 또한 의원 발의된 조례는 공청회 등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맹점이 존재한다.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왜냐하면 지난 8월 19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에서 학교 개방을 거의 의무화하는 조례 개정안이 발의되고, 이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지난 9월 9일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회는 이 조례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의견을 묻는 것으로 정당화했지만, 교육청에 준 검토 기간이 며칠인지 함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청회 한 번 거치지 않은 조례가 과연 민의를 대변했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PART VIEW] 이 과정에서 가장 직접적 이해 당사자인 학교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지역사회의 보이지 않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시의회 의원들이, 학교를 지역사회의 특히 생활체육회의 체육시설로 전락시켜버린 것이다. 학교 교육의 본질적 기능과 역할은 도외시한 채, 우리 학생은 또다시 지역사회로부터 소외되고 말았다. 까다롭고 제약 조건 많은 선진국의 학교 개방 학교 운동장과 시설은 외부인에게 있어 매력적인 운동 장소이다. 그러나 이는 학생들의 체육수업과 교육활동을 위한 시설로 존재하는 것이 우선이다. 학교 시설을 개방하고 사용하게 하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학생 안전을 고려해 기본 제반 시설과 시스템이 갖추어진 상태에서 책임 소재와 사용 허가 권한을 명확히 한 후 학교 개방이 이루어지고 있다. 주요 선진국의 학교 개방은 상당히 까다롭고 제약 조건이 많다. 특히 시설 훼손이나 인명피해 등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까지 따른다. 미국의 경우 주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최소 행사 10일 전에 예약 신청을 해야 한다. 교육적 중요도에 따라 행사 종류를 3가지로 나누고 행사 유형, 참여 인원 및 사용 시설물에 따라 이용료를 받는다. 게다가 시설물 훼손 및 인명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행사 운영 주체에게 책임이 있으며, 법에 따른 처벌을 받게 된다. 행사 진행에 안전요원을 배치할 수 있는데, 교육장 또는 교장의 판단에 따라 행사 시간에 최소한 한 명 이상의 경찰관을 배치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비용을 사용자 측이 지급해야 한다. 또한 주류반입 제한으로 학교시설물 및 대지에서 술을 마실 수 없고, 판매할 수도 없다. 서울시의 조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철저하다. 학교 개방에 따른 관리 운영은 모두 학교 책임 서울시의회 조례의 심각성은 또 있다. 학교시설 개방에 따른 관리와 운영의 모든 책임을 학교가 감당하도록 한 것이다. 캐나다의 경우에는 학교시설을 관리업체에서 관리하고, 학교시설 개방 우선순위 선정 및 개방 여부를 교육청에서 관리한다. 학교의 업무 부담을 없앴으며, 학교시설 개방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득도 그에 상응하게 배분되고 있다. 또한 프랑스의 학교시설은 세금으로 지어진 공립학교라도 학교와 학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학교시설 개방을 제한하고 있으며, 학교시설을 이용하고자 하는 기관 또는 법인과 안전 규칙, 책임 소재, 시설물 손상에 대한 수리 등과 관련된 의무조항을 담은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 공교육 으뜸 국가라고 일컬어지는 핀란드도 마찬가지다. 학교시설 이용을 위한 온라인 지원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서 계약과 선정, 업무 처리 과정에서 학교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 학교시설 개방은 불특정다수의 학교 출입이 용이하게 돼 이에 대한 우려 또한 적지 않다. 서울시의회는 학교시설 개방을 반대하는 교총 성명서에 대한 반박 자료를 통해 학교 보안관 등의 인력을 활용하면 안전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지만, 학교 보안관이 출근하지 않는 주말이나 늦은 저녁 시간의 대책은 마련돼 있지 않아 무용지물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가까운 중국의 경우도 학교를 개방하는 추세지만 여기에는 학생 안전 대책이 전제되어 있다. 학교 출입자 식별 전자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전자시스템은 출입인의 정보를 남길 수 있고, 지문이나 얼굴 인식은 본인이 정확히 확인되어야만 출입할 수 있다. 이처럼 학교시설을 개방하더라도 학생의 교육에 대한 보장 및 학교재산 보호 등이 먼저 고려된다. 학교는 지역주민이 아닌 학생을 위해 존재한다 학교가 체육시설을 개방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자세히 서면으로 통보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서울시의회의 조례 개정안은 교육계가 학교 개방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의식이 깔려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교육계는 학교 개방에 보수적인 것이 아니다. 학생이 안전하게 배우고 뛰어놀 수 있게 해야 하는 학교 본연의 목적에 어긋나기 때문에 교육현장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9월 28일, 서울시의회 김생환 교육위원회 위원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재의 요구가 아닌 수정 제안으로 급격히 선회했다. 애초에 재의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버리고, 본 조례가 가진 문제점을 포괄적으로 감안한 대안 제시다. 특히 ▲애초의 개방 취지와는 다르게 특정 단체가 영리를 목적으로 학교시설을 사용하는 부작용 ▲특정 단체의 독점사용으로 학생들과 다수의 주민이 학교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결과 등의 폐단을 고치고자 한 것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지역사회에서 학교는 지역 학생 교육뿐만 아니라 지역의 문화행사, 예비군훈련, 학교 운동회를 통한 지역주민 화합 등의 종합적인 역할을 하며 지역사회 활성화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 오고 있다. 이는 학교 자체가 가지고 있는 부지나 시설의 유용성이 아닌 교육활동을 근간으로 한 지역주민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학교는 지역사회를 위한 공간으로써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교육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학교를 사용하는 경우는 있지만, 특정 단체의 체육 활동을 위하여 학교를 개방하는 것보다 학교장의 교육적 판단과 학생 안전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 학교시설 관련 제도의 확립, 그리고 확실한 지원 시스템과 지원 인력 확보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적 판단을 하는 학교장의 고유 권한을 축소하고 학교 교육활동에 지장을 초래하고 학생과 교육구성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서울시의회의 ‘서울특별시립학교 시설 개방 및 이용에 관한 조례’ 개정은 반드시 폐기되어야 한다. 적어도 교육청이 수정 제안한 조례가 시행되어야 한다. 이제라도 학교를 학생들의 교육공간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학교가 필요하다.
학교 위기관리 대응 능력이란 자연재해·전염병·성폭력 및 아동학대·학교폭력·자살 및 위기학생 발생·악성 민원·안전사고·범죄·학습권 및 교권침해 등으로 인하여 통상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즉각적이고 체계적인 대응 능력(교육부, 2015; 서울시교육청, 2016)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학교 위기는 학교안전 측면에서 많이 다루고 있다. 학교안전 영역은 교통안전·식품 및 위생안전·범죄안전·환경안전 등 네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학교 현장은 지진, 무단결석 등과 같이 이보다 더 다양한 측면에서 위기 상황이 발생하고 있고 새로운 영역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안전이나 학생안전의 개념을 확대해 ‘학교 위기관리 대응’으로 규정하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고 본다. 학생들의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한 방안을 찾는 것은 교육의 본질이고 삶의 근본이다. 이 안전한 학교생활과 학생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은 소극적 측면의 학교안전보다는 학교 위기관리라는 보다 종합적이고 적극적인 측면에서 우리가 앞으로 지속해서 논의하여야 할 의무사항이기도 하다. 적극적 의미의 학교 위기관리 학교 위기관리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며, 학교에서 적극적인 대처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교육부, 2015; 서울특별시교육청, 2015) ○학교 위기를 예측하였거나 예측 가능성 여부 ○충분한 사전 예방 교육 시행 및 주의감독, 안전표지판 등 부착 관리 ○학교 위기사안에 대한 교육활동 시행 ○사안 발생 시 응급처리 및 보고 절차 준수 ○위기 상황에 대한 후속 조치 ○사고 발생 시 대응요령 및 절차 이런 학교 위기관리 의미는 행·재정상 책임의 범위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소극적 의미에서의 행·재정상 책임뿐만 아니라, 교육의 본질적인 측면에서도 학교 구성원은 이에 대한 대비를 충실히 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이다. 물론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교육기관은 이런 관점에서 학교를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PART VIEW]학교에서는 이것이 위기 상황인지 아니면 일상적인 것인지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가령 학교폭력이 자주 일어나서 학력폭력자치위원회가 수시로 개최되다 보면 일상적인 일로 여겨지거나, 놀이 시간 등에 문틈에 끼고 계단 모서리에 부딪혀 넘어지는 일이 자주 발생하면 안전에 대한 감각이 무디어져 가는 것이다. 따라서 관리자뿐만 아니라 교사·학생 등 학교 구성원들의 안전사고에 대한 각성과 위기관리 리더십이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여기서 위기관리 리더십은 실제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능력이란 어느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각종 자격 및 직무 연수 등에서 실천적 체험 방식으로 지속해서 이루어져야 할 사항이다. 위기관리 리더십은 교원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학생들에게 더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일상의 가정과 학교생활 등 삶속에서 위기대응력을 높이고 다양한 형태의 실천적인 체험 프로그램으로 상황 적응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매뉴얼은 매뉴얼일 뿐 과신은 금물 학교 현장에서는 각 상황에 대한 다양한 매뉴얼이 있기는 하지만 그 매뉴얼이 제대로 의미를 가지려면 바로 확인할 수 있고 늘 준비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일상생활은 그렇지 못한 부분이 많다. 또한 옆에 늘 매뉴얼이 비치되어 있어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실제 상황이 가변적이고 사례마다 변화무쌍해 매뉴얼대로 대응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진 등의 상황에서 건물 밖으로 대피할 것인가 아니면 그냥 몸을 움츠리고 가만히 있을 것인지에 대한 순간순간의 판단력 또는 집단의 의사결정력이 필요하게 된다. 예를 들면 학생이 식사 도중 급체를 하였다면 119 연락과 학부모 연락 방법 등은 당시 담임교사와 보건교사 그리고 학교 관리자가 신속하게 대처하여야 할 의사결정이다. 미국에서는 다음 [그림 1]과 같이 학교 위기대응 관리를 위한 의사결정도가 마련되어 있다.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자료이다. 그러나 이 또한 모든 위기 상황에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학교 구성원은 이에 대한 다양한 변수에 대비하여 사전 징후를 살펴보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에서는 학교 및 학생안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학교안전관리사 배치 또는 학교안전지수를 개발하여 수시로 안전 여부를 확인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안보다는 미국 등 선진국처럼 학교 구성원들이 위기관리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상황별 매뉴얼과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위기대응 상자*를 구비, 학교 현장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끝으로 학교 위기관리 대응 능력의 실천적인 방안을 제시하여 보고자 한다. 학교의 모든 교육활동 전개 시작 전 1~5분간 학교안전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다루었으면 한다. 또한 영국이나 핀란드처럼 위험 요소가 다소 덜한 나라에서는 위기대응을 위한 사전 예방 교육을 학교 교육과정 속에서 실시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되어 사전 예방 교육을 추진하는 것이 위기대응 능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다. 결국, 학교 위기관리 대응 능력을 키우는 것은 사회와 가정의 환경과 연계된 우리 삶 속에서 가장 중요하다.
21세기가 막 문을 연 2001년, OECD 교육연구혁신센터(CERI, Center for Educational Research and Innovation)에서 미래학교 여섯 가지 시나리오를 발표하였다. 이 시나리오가 전 세계 학교사회에 던진 파문은 어느 때보다 크고 충격적이었다. 학교 붕괴론이나 소멸론을 학자들이 거론한 적은 있어도 OECD에서 공식적으로 학교해체(de-schooling) 가능성을 포함한 학교의 위기를 거론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15년이 지난 지금, 기계학습(deep learning)을 앞세운 알파고의 등장은 학교해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과연 인간만이 학습의 주체인가?’라는 교수·학습의 정체성 논란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학교가 곧 교육은 아니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학교(schooling)가 곧 교육(education)은 아니다’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학교활동은 교육적일 것이라는 ‘신화’로부터 교육수요자가 깨어나고 있다. 위기에 처한 현재의 학교 교육을 바람직한 미래학교로 이끌어야 하는 학교장의 리더십도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음은 물론이다. 학교장 리더십 위기의 징후는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관료주의의 전형으로,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의 표상으로 희화화되고 있다. 영화나 문학작품에서도 학교장의 이미지는 이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도대체 몇십 년 전 얘기를 하고 있느냐?”, “학교문화가 얼마나 변화했는지 모르는가?”라고 항변해 보아도 대중의 인식을 변화시키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현상유지 혹은 재구조화 OECD의 미래학교 시나리오 중 제1의 시나리오는 도대체 변하지 않는(maintaining the ‘status quo’) 관료주의적 학교체제이다. 교실 중심의 전통적 교수·학습이 주된 활동이고 학교장은 국가 통제의 대리자로서 행정과 책무성을 떠맡는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경우 교사들이 강력한 노조를 형성하여 국가주의 교육에 대항하면서 현실과 맞지 않는 이상적 교육모델을 제안하는 경향에 빠진다는 점이다. 국가 권력과 강성 노조가 묘한 적대적 공생구조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있다. 다음은 학교의 재구조화(re-schooling)이다. 학교가 대외적으로 지역사회의 핵심적인 중심(center)으로 거듭나거나(시나리오 3) 대내적으로 집중 학습조직으로써의 학교(시나리오 4)로 바뀌는 모델이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 시도가 실패하면 학교해체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 학교를 대신해 학습자 네트워크와 네트워크 사회가 교육을 맡는 사회(시나리오 5)가 되거나, 시장에서 상품을 사고팔 듯 지식을 거래하는 시장주의 교육이 심화(시나리오 6)될 가능성이 있다. 교육자라면 누구나 재구조화 모델을 지지할 것이다. 문제는 현재의 한국 교육에서 재구조화를 위한 시나리오 3과 4로 가기 위해서는 학교 전반의 획기적인 변혁이 필요하다는 데 있다. 그 변화를 이끌어 새로운 미래학교로의 연착륙을 지휘해야 하는 임무가 학교장에게 주어져 있는 것이다. 변화는 어디에서 오는가 최근 일부 지방의회에서 학교시설을 의무적으로 개방해야 한다는 조례를 통과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과거 열린 교육이 유행하던 시기에 교실과 복도를 터서 열린 교실을 만들었던 시행착오를 떠올리게 한다. 학교가 지역사회의 중심으로 바뀐다는 의미는 단순히 학교의 물리적 공간을 지역주민과 공유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물론 학교는 지역사회와의 교류와 소통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교육적 가치에 바탕을 둔 소통이어야 한다. 그러나 학교와 지역사회의 다양한 관계 맺기는 ‘외부의 기대’ 혹은 ‘정치권의 요구’ 때문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요구는 갈수록 강도가 세질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마을학교 운동도 학교를 마을 관계망의 일부로 포섭(co-optation)하겠다는 사회 운동의 흐름으로 봐야 한다. 학교가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외부에서 학교를 변화시키든지’ 아니면 ‘학교를 대체하는 탈학교 시대로 갈 것인지’ 갈림길에 서게 될 것이다. 미래학교로의 도정(道程)에서 향후 학교장이 당면하게 될 몇 가지 이슈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방과후학교는 어떻게 바뀔까 알파고 시대에 암기와 문제풀이식 방과후학교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자신 있게 답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규교과 수업과 업무에 지친 교사들을 방과후학교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제 학교에서 방과후학교는 유연한 체제로 바꾸거나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는 지역 결합형이나 나아가 교육수요자, 지방자치단체, 전문기관, 지역사회 단체가 참여하는 위탁형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해 보아야 한다. 교과 위주의 방과후학교는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학생들의 재능과 끼, 문화·예술·체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수요를 흡수하기 어렵다. 학교장은 방과후학교가 지역사회와 결합하도록 학교 공동체 구성원은 물론 지역사회의 요구를 조화롭게 조정하여야 한다. ● 햇빛발전소와 환경 대안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교사들은 수업에서 원전 철폐를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절전을 해야 한다거나 대체 에너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산만 뒷받침된다면 전국 모든 학교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하면 원전 1기를 줄이고도 여분의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햇빛발전소를 비롯한 생태학적 에너지 환경을 학교에 접목하는 것도 미래학교를 위한 학교장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이다. ● 거창한 시설 확보보다 전문기관과의 연계 추진 학교장의 대외 활동은 그동안 기초자치단체장이나 의원들과 협의하여 예산을 확보하고, 학교에 중후장대한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국가 예산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학교에 예산이 집중되면 다른 학교는 그만큼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재임 시절에 뭔가 구체적 성과를 내려는 조급증으로 학교장은 중후장대한 시설 유치에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다. 사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요즘은 하드웨어보다 수업과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가 더 중요하다. 도서관도 마찬가지이다. 특정 시간대를 제외하고는 학생들이 별로 모이지 않는 학교 도서관 시설을 거창하게 만드는 것보다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전자책(e-book)과 DVD, 동영상 교수·학습자료 등 다양한 영상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문제는 도서 정가의 70%에 달하는 전자책을 단위학교 예산으로 구입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안으로 지역사회의 평생학습관이나 (대학)도서관과 자료를 연계·공유하면 학교에서 따로 구입하지 않고도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요즘에는 비행기 조종이나 자동차 운전도 시뮬레이션으로 실기교육이 이루어진다. 실제로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시뮬레이션으로 하는 사이버 실험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전문기관과 연계하여 사이버 교수·학습에 대한 학생들의 접근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에서 늘어나고 있는 학교·대학 협력 프로그램(School-University partnership program)은 대학의 RD 역량을 초·중등학교에 다양하게 접목하고 있다. 대학 진학을 위한 스펙 형성 방편으로 악용되지만 않는다면 단순한 자매결연 수준을 뛰어넘어 진학과 함께 수업 및 연구·진로·실험·실습·동아리활동 등 다양한 교류와 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 문화·예술교육의 평등성 확보 알파고와 같은 기계 로봇이 넘볼 수 없는 마지막 영역이 예술이라는 얘기가 있다. 예술은 타고난 재능과 잠재능력에 좌우되기 때문에 공부를 못 하더라도 얼마든지 성공사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평등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예술교육이 사교육에 의존하면서 불평등 기제를 강화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부모의 경제력이 뒷받침된 소수만이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학교장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화·예술 자원을 활용하여 잠재된 예술적 재능을 누구나 꽃피울 수 있도록 지원체제를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 알바족과 노동인권 잠자는 교실의 주범은 소위 ‘알바생’으로 불리는 아르바이트 학생들이다. 그동안 학교에서는 알바생들에게 수업규칙을 강요할 뿐 당사자 입장에서 문제의 해법을 고민하지 않았다. 노동 인권도 보수와 진보의 정파 논쟁에 의해 의제가 분리되어 학교에서 다루기를 꺼려하는 사안이 됐다. 알바생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대체로 학교에서 직접 개입하지는 않는다. 필자가 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할 때 행정구청의 지원을 받아 인근 대학의 평생교육원과 연계하여 알바생을 대상으로 한 프랜차이즈 샵 매니저 과정을 개설한 적이 있다. 학생들은 강의하던 현직 매니저들이 감동할 정도로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근로기준법 시간에는 생생하고 구체적인 질문들이 줄을 이었다. 사회에 나가면 종업원들이 행복한 프랜차이즈를 경영해 보고 싶다는 꿈을 얘기하는 학생도 있었다. 뒤처진 아이들 특히 알바생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고, 잃었던 꿈을 되찾게 만들어주어야 하는 책무성 역시 학교장에게 부여되어 있다. ● ‘百世시대’의 자산, 스포츠 기초체력은 기초학력보다 일선 학교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다. 로봇이 생산현장에서 인간을 대신하는 시대에 개인의 행복을 좌우하는 필수조건은 기초체력과 예능, 문화 감수성이다. 입시만을 중시하는 학교 경영에서 벗어나 지식과 문화·예술·체육 등으로 수준을 높이는 학교 경영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대이다. 지식경영을 위해 집단 지성의 학습조직을 만드는 일, 학부모의 오래된 사고방식과 문화를 바꾸어 가는 일, 지역사회의 유관 시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일 등을 선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새로운 리더십이란? 우리는 학교장 리더십을 논의할 때 주로 민주성의 잣대를 절대시하는 경향이 있다. 시대가 바뀌었으므로 권위적 리더십에서 벗어나 섬기는 리더십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이다. 어떤 교육학자는 외국의 일부 학교처럼 열쇠뭉치를 들고 문단속하는 교장이 바람직한 교장의 모습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민주적 리더십이 아니라 방임형 리더십으로 잘못된 관점이다. 모든 정형적 가치체계와 권위가 수요자들의 편의적 요구에 의해 해체되는 포스트모던화된 학교 리더십의 변형인 것이다. 학교장은 미래학교로 넘어가는 징검다리에서 ‘변화를 만드는 사람(change maker)’으로서의 시대적 소임을 다해야 한다. 다가오는 미래는 우리가 역사적으로 그 어떤 유사한 형태로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증유의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장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구성원들의 집단지성 역량을 강화하고, 갈등을 조율하며, 학교 울타리를 넘나들며 교육 영토를 넓힘으로써 학교가 명실상부하게 지역사회의 지식과 정보, 문화와 복지의 센터이자 허브의 역할을 하도록 재구조화해야 한다.
올해로 24번째를 맞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모태는 1969학년도부터 1981학년도까지 실시해 왔던 대학입학예비고사이다. 예비고사제도는 5공화국 정권 초기인 1982학년도부터 대학입학학력고사로 명칭이 바뀌어 1993학년도까지 시행되다가 1994학년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전환되어 지금까지 대학입학전형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땜질 처방’으로 끝난 2016학년도 수능 개선안 대학수학능력시험(College Scholastic Ability Test : 이하 수능)은 말 그대로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수능은 출제 오류가 사회적 문제가 되거나 각종 논란에 종종 휩싸였다. 소위 ‘불수능(어려운 수능)’, ‘물수능(쉬운 수능)’ 등 난이도가 등락을 거듭하고, 출제 문항에 대한 이의신청이 몰리면서 수능의 위상이 많이 흔들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수능에 대한 갖가지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민의 불신이 커지자 지난 2014년 교육부가 수능 개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사상 초유의 2년 연속 출제 오류와 한꺼번에 두 개의 문항에서 출제를 잘못하는 사태까지 겹치자 수능 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는 데 무게감이 실렸다. 그해 12월 24일, 교육부 장관이 정부중앙청사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개선위원 및 자문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했다. 곧이어 7인의 개선위원과 21인의 자문위원이 한자리에 모였다. 위원회는 2015년 3월 ‘2016학년도 수능 개선안’이 나오기 전까지 수차례 분과협의와 연석회의는 물론 두 차례의 공청회를 개최, 국민의 의견을 수렴했다. 당시 위원회가 발표한 수능 개선 방안은 ▲문항 출제 및 검토 과정 개선 ▲영어영역의 EBS 연계 방식 개선 ▲기출문제 및 응시집단 특성 분석을 통한 난이도의 안정적 유지 ▲이의심사 절차 개선 등으로 요약된다. 수능 체제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수준이 아닌 출제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과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았다. 무엇보다 출제 오류의 핵심 요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따른 인적구성 변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문항점검위원회’를 신설해 검토 과정을 늘리고 정교화한 점은 의미 있는 변화로 받아들여졌지만 ‘물수능’이니, ‘불수능’이니 하는 비아냥거림을 듣지 않기 위한 난이도 안정화 방안은 빠졌다. 결국 ‘땜질 처방’이라는 비난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 수능 자격고사 전환 가시화 올해도 약 60여만 명의 수험생이 수능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날아가는 비행기도 세울 만큼 국가적 대사(大事)로 자리잡은 수능이 위상에 걸맞은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은 없을까?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수능 체제를 보완하여 향후 수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먼저 더 이상 출제 오류의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사전 준비 단계에서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수능분석위원회’를 구성해 기존 수능과 모의평가 결과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출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출제 능력 향상을 위해 출제 관련 사전 워크숍을 내실화하고, 출제진의 교사 비중을 늘리고, 검토위원에 교수를 보강해야 한다. 출제와 검증을 분리하고, 과목(영역) 간 교차 검토를 내실화하며, 문항 오류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직업탐구영역 등 출제 과목을 축소하여 출제 부담 및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여주고, 수능 문제가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는 오류가 없으나, 순수 학문적 입장에서 보았을 때 오류라고 지적되는 사례들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수능 영어의 절대평가 전환을 계기로 점진적으로 전 영역(과목)으로 확대하고, 어느 지역, 어떤 고등학교 학생이라도 정상적으로 교과를 이수했다면 문제를 풀 수 있는 자격고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고교등급화 금지 등 사전에 차단해야 할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하고, 이를 보완해 줄 대안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둘째는 수능과 EBS 교재와의 연계문제다. EBS 수능강의는 사교육비 절감과 지역교육의 편차를 줄이고 누구나 공평하게 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책이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수능의 70%가 EBS 교재에서 출제되고 있어 ‘필수강좌’가 되고 있다. 지난 2014년 당시 수능제도개선위원회 회의에서도 EBS 수능 연계는 중요한 의제였다. 현장 교사 출신 위원들은 EBS 교재가 교과서를 대신하였고, 학생들은 교사의 수업 대신 EBS 인터넷강의에 몰두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들은 학생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범주에서 개선안 마련을 요구했다. 반면 EBS 교재를 활용하면 학습내용과 범위가 명확해져 수도권이나 대도시보다 사교육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의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수능에 대비할 수 있어 교육격차 해소에 크게 기여한다는 반론도 설득력 있게 제기됐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결국 영어의 경우, EBS 지문을 그대로 출제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다양한 지문을 결합해 문항을 구성한다는 절충안에 합의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정부가 EBS 연계를 계속 유지하려 한다면 너무 변별력 없게 출제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또한 ‘EBS 지문과 다른 지문을 결합한 지문’ 또는 ‘EBS와 유사한 내용의 지문’을 요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출제자에게 큰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으므로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셋째로 수능 난이도의 안정화이다. 인위적으로 문항의 난이도를 조절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출제 시 요구되는 조건은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했으면 누구나 풀 수 있는 문제로 적당한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으면 된다. 그리고 과목별로 유불리가 생기지 않도록 적정 난이도를 유지하면 된다. 일정 난이도를 유지한다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성취도가 일정하게 유지될 때 가능한 이야기다.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해마다 다르다. 따라서 시험 난이도를 일정하게 한다 해도 그들이 느끼는 체감 난이도는 매년 다를 수밖에 없다. 즉, 교육과정과 입시정책의 안정화 이전에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목표다. 수능의 권위 추락은 사교육비 절감을 목적으로 한 쉬운 수능 기조에서 기인했다고 본다. 최근 출제 문항에 대한 시비가 늘어난 것도 이러한 쉬운 수능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 사실 쉬운 출제가 사교육 경감 및 학생 학습부담 경감에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는 의문스럽다. 앞으로 그 성과에 대한 정확한 검증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기존의 수능 문제 난이도를 문항별로 파악하여 출제진에게 제공함으로써 문제의 난이도를 충분히 숙지한 상태에서 출제하도록 해야 한다. 쉬운 수능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오히려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고 출제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출제 검토과정이 완벽하다면 수능 이의신청 제도는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의신청 제도는 2004학년도 수능 이후 생긴 것으로 매우 합리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제도 운용상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업무에서 이의신청 처리만 분리하여 교육부에서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즉, 이의신청 및 처리는 출제기관이 아닌 별도 조직에서 과목별로 위원회를 구성하여 심사하고 중요 문제 사안에 대해 해당 문항의 출제자, 기획위원을 위원회에 출석시켜 같이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현장의 의견을 고려한 수능 출제 시스템 마련을 위해서는 운영과 지도·감독 권한을 국무조정실에서 교육부로 이양해야 한다. 권한 이양이 문제의 핵심은 아니지만 수능을 교육부가 손을 댈 수 없는 ‘무소불위’의 존재로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된다. 인간이 만든 제도가 완벽할 리 없다. 다만 완벽에 가까워지도록 노력할 따름이다. 교육부가 아무리 훌륭한 수능 제도를 내놓는다 해도 현실과 괴리된 제도는 환영받을 수 없다. 수능 출제에 따른 인적 구성 및 우수 인력 확보와 미진한 부분을 좀 더 보완해 현장의 목소리가 담긴 혁신을 기대해 본다.
교육은 세 가지 요소를 지니고 있다. 교육목표와 관련된 ‘투입’, 투입된 자원을 활용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학습을 시키는 ‘과정’, 그리고 투입과 과정이 잘 되었는지 점검하는 ‘평가’로 구성된다. 교육목표가 잘못되면 모든 교육과정과 교육결과가 어긋나듯, 교육평가가 잘못되면 진정한 인재와 진정하지 못한 인재를 구분하는 데 실패하게 된다. 그리고 교육과정과 이 과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교수·학습방법, 교육문화가 잘못되면 교육목표가 아무리 올바르더라도 이를 제대로 달성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이 바로 교육 메커니즘(mechanism)이다. 바꿔야 할 다섯 가지 과제 우리 교육에는 바꿔야 할 많은 과제가 있다. 대부분 교육의 세 가지 요소인 교육목표·교육과정·교육평가와 관련되어 있다. 그중 시급한 다섯 가지 과제를 살펴보자. 첫째, 교육목표를 제대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교육목표가 제대로 설정되지 않으면 ‘무엇을 위한 교육인지’, ‘교육 결과가 무엇을 기대하는지’, ‘어떤 인간, 어떤 인성, 어떤 인재를 길러내고자 하는지’ 명확히 알 수가 없다. 우리의 교육목표는 ‘홍익인간’을 지향한다. 그러나 홍익인간의 구체적인 구현 방법과 시대적 홍익인간 정신에 관해서는 많은 보완책이 필요하다. 둘째, 교육과정 및 교육방법과 관련된 과제이다. 21세기의 교육과정은 다양화를 필요로 한다. 경직된 교육과정이나 정해진 시수, 정해진 학년 등은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대신 개인의 학습욕구, 사회적 요구 그리고 시대가 요구하는 콘텐츠와 방법론 등이 필요하다. 따라서 학습자의 다양한 학습욕구·학습동기·학습능력을 담아낼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짜고, 단계별로 실천해 나가야 한다. 특히 학생과 교사의 상호작용이 활발한 학습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셋째, 교육문화를 바꿔야 한다. 결과주의 교육이 중요시되는 것이 아니라 과정과 스스로의 학습동기, 장기적 안목에서의 학습 계획을 중요시하는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 일등 우선주의, 결과주의, 편법주의 그리고 사교육 의존적 문화는 바꾸고 청산돼야 할 시대적 요구에 직면해 있다. 넷째, 교사의 역할 역시 재정립해야 한다. 지금은 교사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잡무 수행에서부터 평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해내는 소위 ‘초능력 교사’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다. 교사는 교육과 학습에 자신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이 시대가 요구하듯 학생과 함께 학습하는 ‘파트너 역할’로 변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인성과 인재를 다 함께 배양해 나갈 수 있는 여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학습방법이 바뀌면 학습자의 특성이 바뀌고, 학습자 특성이 바뀌면 교사의 역할과 기능 또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다섯 번째, 교육평가와 관련된 과제이다. 평가는 평가 척도와 평가 절차, 평가 방법에 대한 세밀한 주의가 필요하다. 올바른 평가 철학과 평가를 평가하는 행위가 함께 병행될 때만 올바른 평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처럼 선발 기능만을 강조하는 평가는 바람직하지 않다. 다양한 트랙과 다양한 척도, 다양한 대상을 감안한 잠재 가능성을 추출해내는 평가로 바꿔야 한다. 일등 우선주의 문화 청산을 물론 현실을 바꾸는 일은 시간도 걸리고, 말처럼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 틀과 교육 방법으로는 세계적 교육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어렵다. 이제라도 우리 교육 패러다임을 21세기형 패러다임으로 바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목표·교육과정·교육평가의 3대 축을 시대에 맞게 재정립하는 교육개혁이 필요하다. 지금 시작해도 이 개혁이 제대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 또한 10년 뒤 2026년의 세계는 지금과 전혀 다른 세계가 전개될 수도 있다. 더 늦기 전에 교육의 전반적인 개혁을 통해 세계적 교육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서울에서 2시간 30분을 달려서 처음 도착한 곳은 고석정으로 조선 중엽 의적 임꺽정이 활동했다는 명소였다. 고석 바위를 배경삼아 돛단배를 타고 우뚝 솟은 화강암 바위를 바라보며 잠시 물에 몸을 맡겼다. 이곳은 텔레비전이나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하다고 했다. 비빔밥으로 점심을 먹고 제 2땅굴을 견학했다. 제 2땅굴은 지금까지 발견 된 땅굴 중 가장 긴 땅굴이라고 했다. 핼멧을 쓰고 걸어가는 것도 힘이 들었다. 철옹성같이 지키고 있는 군인들의 모습을 보며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DMZ는 물론 평강 공원과 북한 선전마을을 볼 수 있는 철원 평화 전망대는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갔다. 망원경으로 보니 북한 선전마을과 철책이 선명하게 보였다. 북한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다니 정말 신기하고 놀라웠다. 통일이 된다면 끊어진 철도를 타고 멋진 여행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경원선의 간이역인 월정리 역을 보면서 끊어진 철도가 남북으로 갈라진 분단의 역사만큼이나 안타깝고 쓸쓸해보였다. 한국 전쟁 당시 북한이 노동당사로 사용했다는 노동당사는 시멘트 건물만 남아 있어 좀 흉물스러웠다. 이곳에서 많은 애국인사들을 고문하고 학살했다고 한다. 짧은 안보여행을 통해하루빨리 통일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 보았다. 2014 학교통일교육 실태조사 결과 통일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53.5%가‘필요하다’고 대답했는데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초등학교(71%), 중학교(54.3%), 고등학교 (47.8%)의 순이었다.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은 성인(71.6%)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통일을 두려워하거나 원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통일 비용 때문인데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하나인 영국 피치사는 2003년 한국의 통일 비용이 약 24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통일 비용은 어떤 통일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남북한이 군비를 축소하고 이를 경제개발에 투자해서 남한과 북한의 격차가 줄어든 상태에서 통일이 된다면 통일 비용은 줄어들 것이고, 만약 급진적인 통일을 한다면 그 비용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다. 통일 비용의 대부분은 통일 이후 북한에 생산 기반 시설을 건설하고 새로운 공장을 짓는 등 북한 경제를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인데 이것은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는 투자가 될 수 있다. 길을 닦거나 공장을 지으면 관련 산업의 생산이 증가하고, 일자리가 늘어나 국민소득이 확대되어 투자의 상당 부분을 회수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경제개발 비용의 상당한 부분은 민간 기업이 이윤 창출을 위해 투자하게 되는데 이를 통일 편익이라고 한다. 통일 편익을 고려하면 통일 비용이 상상하는 것보다 적을 수 있다. 분단 비용은 남북한이 하나의 국가를 이루지 못해 드는 비용으로 전쟁 위협에 대비한 안보비용, 이념 대립으로 인한 사회 심리적 억압, 이산가족의 아픔 등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포함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분단 비용이 엄청나므로 통일 비용이 예상되더라도 통일 편익을 고려하면서 통일을 차근차근 준비해야할 것이다.
담양금성초(교장 이성준)는 지난 10월 28일(금요일) “학생 활동 중심 수업을 통한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신장”이라는 주제로 전라남도담양교육지원청지정 교실수업개선 연구학교 운영 보고회를 하였다. 최근 몇 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혁신학교를 비롯해 시범학교, 선도학교, 연구학교를 하고 있다. 그 목적은 모두 하나로 귀결된다. 학생 활동 중심 수업으로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신장함에 있다. 이날 협의체 위원으로 참석한 고서초등학교 손성식 교감선생님은 “금성초등학교는 2015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에 필요한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향상에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최적화된 연구주제를 실현한 연구학교 보고회였다. 자기주도적 학습력은 학습의 주도권이 학생에게 있고 공부란 협력과 교류라는 점에 있기 때문이다. 자율성 측면에서의 자기동기력과 비인지적 관점의 자기조절력을 키워주기 위해 노력한 모습에 감사한다.”며 연구학교 주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실천한 금성초의 노력에 박수를 보냈다. 참석한 선생님들도 학생들의 활발한 발표력과 노력의 산출물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금성초는 손금순 교감선생님과 권강후 연구부장의 주도면밀한 설계를 바탕으로 연구학교 추진을 위해 협의회 위원들의 조언을 수시로 받아들였고, 다양한 컨설팅 연수를 실시하며 선생님들의 연수 활동을 지원했다. 저학년은 독서토론수업을, 5, 6학년은 프로젝트 수업을 공개했다.수업을 공개하는 방법적 측면은 다르지만 학생들이 학습을 통하여 행동이 바뀌고 자기 인생을, 공부를 스스로 설계하고 해결하도록 돕는 수업이 되기 위해 부단히 배우는 것은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였다. 금성초가 추구하는 학생 중심 활동 수업 모습은 전교생 다모임 활동을 비롯해 프로젝트형 수학여행에서도 실천된 바 있다. 학교의 주인이 학생이라는 의식은 모든 학교생활에 연결돼 나타나고 있다. 등교하면 샛별도서관에서 아침독서로 하루를 시작하는 학교, 한 달에 한 번씩 전교생이 학년 수준에 맞는 책을 같이 읽고 독서평가를 하고 독서퀴즈를 푸는 학교다. 독서토론선도학교를 거치면서 독서토론이 일상이 된 학교다. 거기다 학기당 한 번씩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프로젝트 학습도 학생 스스로 자기주도적으로 해내는 학교다. 금성초는 이번 연구학교 운영으로 2015개정 교육과정의 기반을 미리 닦고 내년을 준비하는 학교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학생들은 자기주도적 학습력 신장으로 자신감이 넘치고 선생님들은 교실수업 방법에 자신감을 얻었다.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교직원이 한마음으로 뭉쳐서 열정 넘치는 학교의 모습을 보여준 연구학교 수업공개는 2016년 가을에 얻은 최고의 수확이다. 인문학 글쓰기로 운동장과 교실에 시가 넘치는 학교, 자전거로 씩씩한 도전활동으로 건강한 학교다. 텃밭에서 잘 자라는 배추도, 농장에서 잘 크는 토끼와 닭들도 학생들의 자율동아리 활동으로 잘 기르고 있다. ‘지금 여기서 모두 다 행복한 학교’를 지향해 온 금성초는 지역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반디 마을로 이사 온 학부모가 금성초로 오겠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피라미드 토의 학습으로 자기가 주인이 된 느낌이 들었다는 1학년 김준영 어린이의 공부 소감 한마디에 연구학교의 결실이 담겨있다. 바쁘면서도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라서 연구학교의 목적도 잘 달성했다.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체험활동의 결과를 빠짐없이 기록물로 남기자.” 고 독려해 온 이성준 교장 선생님의 교육 철학으로 강당을 가득 메운 산출물은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교정을 시의 동산으로, 아름다운 정원으로 가꾸고, 학생들에겐 힘들었지만 자신의 삶을 결과물로 남기도록 애쓴 관리자의 혜안에 학부모도 선생님들도 감사했다. 열매를 보면 그 학교의 현재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