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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 급식 시간 줄을 서서 받다가 밀려 넘어져서 무릎 연골이 손상됨. - 체육시간 술래 피하기형 게임을 하다 발목을 삠. - 쉬는 시간 자리에서 일어나 이동하던 중 다른 학생이 실수로 넘어뜨린 책상 모서리에 발목이 부딪쳐 골절됨. - 체육수업 중 공을 발로 차다 넘어져 무릎 연골이 손상됨. - 교과실로 이동하다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지면서 왼손과 무릎을 다침. - 쉬는 시간 이동하다 넘어져서 앉아 있던 학생과 부딪혀 얼굴을 다침. - 교실 뒤쪽에서 춤을 추다 사물함에 부딪쳐 발목을 다침. - 놀이시간 나무에 있는 나뭇가지를 털어내다 가시가 박힘. - 미끄럼틀에서 발을 헛디뎌 떨어져 팔꿈치가 골절됨. 한 학교에서 올 한 해 학교안전공제회에 신청한 안전사고 중 일부다. 4층 콘크리트 건물이 대부분인 학교, 수백 명에서 천 명이 넘는 7~8세부터 13세까지 다양한 연령들이 생활하는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부딪치고 달리다 넘어져 다치는 일이 종종 생기며, 여름철에 특히 더 많이 발생한다. 학생이 다치면 간단한 보건 조치를 하고, 응급상황 시엔 119에 구급 요청을 한다. 학부모에게 연락하고 인계하여 병원 진료를 받도록 하며, 학부모 요구 시 학교안전공제회에 보상 신청을 한다. 학교안전공제회는 교육활동 보호와 학생 치료지원을 해준다. 단, 학교교육과정으로 계획되고 학교장 결재가 이루어진 활동과 등하교 시간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만 보상을 해주며, 지도 불응으로 다치는 사고나 가해자가 명백한 사고 등은 예외로 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이 지도 불응이나 규칙을 지키지 않아 다쳤더라도, 명백한 가해나 고의성이 없으면 학생과 학부모에게 보험제도를 알리고 신청해 주고 있다. 귀하디귀한 자녀가 다쳤을 경우 속상하고 후유증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하는 학부모의 마음을 생각하는 것이다. 학교는 여전히 과도한 심리적 압박감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런데 과실과 고의가 아니면 학교나 교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법적 소송과 공개 사과, 정보공개 등을 요구하기도 한다. 과실의 범위를 확대 해석하고 지속적인 보상을 요구해 죄인처럼 시달리다 죽은 교사의 그 억울함은 그대로 남아있고 오늘도 학교와 교사들은 외줄을 타고 있다. 변호사 컨설팅을 예전보다 좀 더 쉽게 할 수 있게 되었고, 교권보호 관련 전화번호도 그럴듯하게 바뀌어 상담해 보지만, 옛날보다 좀 친절하게 안내받을 뿐이다. 학교가 준비하고 설명해야 할 것도 많은 건 여전하고, 법적 소송과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도있으니 최선을 다해 민원에 응대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여전히 학교는 과도한 업무처리와 심리적 압박감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정상적인 교육활동 속에서 학생의 실수와 부주의 등으로 다친 것까지 교원의 과실과 고의로 해석되고, 학교에서 벌어진 안전사고는 모두 학교가 책임지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금 빠져나가는 교사들을 보면 예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의 변화, 교육과정의 변화, 사회의 변화에 맞게 교육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적·법적 보완이 절실하다. 문제가 생기면 학교만 앞세울 뿐 다들 뒤로 꼭꼭 숨어버린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그네 만들기를 원했지만 사고가 잦으니 대신 흔들의자로 대체했다. 모두 함께 안전 규칙을 만들고 약속한 후 이용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몇몇 학생들이 그네처럼 잡아 올리고 세게 밀었다. 결국 부딪쳐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고, 여러 번 전체 교육을 했지만 재차 사고가 발생했다. 의논 끝에 흔들리지 않는 보통 의자로 바꿔 고정시켰다. 놀이시설 설계 시 학생도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사회성, 정서적 안정성, 협응능력과 체력 향상을 기대하며 놀이시간을 늘리고 놀이시설과 체육시설을 점점 확대하라고 한다. 정책의 당위성만으로 실험적 정책들이 쏟아진다. 필요성과 긍정적인 면만 부각되고, 섬세하게 추진해야 할 구체적인 지침은 없고 부작용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로 학교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시행하도록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자율이라는 이름의 모든 정책사업을 내걸 때는 얼굴을 드러내고 ‘내가 했다’ 알리지만, 문제가 생기면 학교만 앞세울 뿐 다들 뒤로 꼭꼭 숨어버린다. 현장체험학습도 그러하다. 학교는 관광패키지 여행사가 되었고 교사는 안내원이 되었다 수익자 부담 현장학습을 하려면 교육과정 분석과 협의에 따른 장소 선정과 프로그램 준비, 사전답사, 차 계약, 업체계약, 보험가입, 안전교육자체점검(교통·보행·대피·질서·성평등 등) 등 사전준비 업무, 개별보호가 필요한 학생에 대한 인솔 대책, 현장학습 불참 학생에 대한 별도 계획, 우천 시 대체 계획 등 할 일이 매우 많아졌다. 출발 당일 변경 등에 따른 문의, 도착 전 확인 전화 요청, 멀미약 챙겨달라는 요청을 듣고, 들뜬 과잉행동 학생의 손을 잡고 버스에 오르는 교사의 표정은 긴장 그 자체다. 일단 학교를 떠나면 수십 명의 학생들을 담임교사 혼자 책임져야 한다. 아이 한두 명이 예의가 없거나 질서를 지키지 않으면 ‘교육을 어떻게 시켰냐?’ 는 시민들의 말이나 눈초리도 받아야 한다. 체험학습 다음 날부터는 만족도 조사도 해야 하고, 갑자기 빠진 학생 환불과 정산업무도 해야 한다. 혹시라도 재미가 없거나, 줄을 많이 서거나, 체험을 적게 한 경우에는 또 다른 불만의 소리도 들어야 한다. 그나마 학교폭력사안과 다친 사람이 없어야 여기서 정리할 수 있다. 아니면 일은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진다. 걸어서 갈 수 있는 유적지나 공원에서 수건돌리기·보물찾기·장기자랑을 하고 도시락 나눠 먹던, 마음이 가벼운 예전의 소풍이 아니다. 자동차가 있는 집이 거의 없던 시절, 저렴한 가격으로 동물원과 박물관을 구경시켜 주자며 버스를 대절해서 시작한 현장체험학습이었다. 가정에서 할 수 없는 일을 해준다는 고마움이 있었고, 그래서 교사들은 힘들었지만 보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대중교통이 발달하고 자동차로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여행 환경, 문화적 격차가 커서 달라진 흥미와 요구, 위험행동도 강하게 제지하기 힘든 상황, 높아진 가격과 복잡해서 위험해진 환경, 교육보다는 만족과 흥미에 치우치는 풍토 등으로 본래 순수하게 시작한 현장체험학습의 교육적 의미는 퇴색했다. 이제 현장체험학습은 민원과 업무 덩어리다. 학교는 관광패키지 여행사가 되었고 교사는 안내원이 되었다. 우리 학교는 올해 수익자부담 현장체험학습은 하지 않기로 했다. 어떠한 인력지원도, 안전과 예산지원도, 법적 보장도 없이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계속해 온 현장체험학습을 묵묵히 해왔다가 결국에는 법원까지 간 교사를 바라보며 기도만 하고 있다. 학교는 여전히 학생인권침해로 신고당하고 있다 학생이 점심시간에 술래잡기로 벤치에 뛰어올랐다가 삐져나온 못에 발이 찔려 보건실에 갔다. 보건선생님이 “으이구, 조심해서 놀아야지”라고 말하며 상처를 돌보았다. 학생은 못이 나와 있었다고 말했지만, 교사는 “정신없이 뛰어노니까 그것도 못 보고 다치지”라고 야단쳤다. 2024년 법정 연수에서 학생인권침해로 언급된 사례이다. 시설을 보수하지 않아서 학생들이 다쳤으니, 학생이 안전하게 놀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한다. 맞다. 하지만 이렇게 고의성도 없고 상처도 작은 사고에서조차 학생인권침해로 규정하는 것은 우리 학교 현실을 고려할 때 심하지 않나? 사고예방을 위한 말 한마디 주의조차 학생인권침해라면 학교는 너무도 많은 상황에서 인권침해로 신고당할 수도 있다. 그래서 작년 9월 그렇게 외쳤는데 여전히 교육청 연수에서 학생인권침해를 학교와 교사가 한다고 연수하고 있다. 혹시나 있을 사고에 대한 불안과 무한책임으로 교사가 더 이상 내몰리지 않게 법과 제도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
직무 스트레스 유발 요인 초등학교에서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를 발생시키는 요인은 다양하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교육정책의 혼란, 많은 수업시간, 행정업무 처리, 관료적인 학교 운영, 적은 승진 기회 등을 직무 스트레스 유발 요인으로 꼽았고, 2000년대 들어서는 학생의 문제행동과 학생의 무례한 태도, 학부모의 지나친 간섭 등도 직무 스트레스를 유발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에는 초등학교 교육의 범위가 돌봄으로 확장되면서 학교에 더 많은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교사들에게 과중한 업무로 부여되고 교사들의 직무 스트레스 요인으로 연결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는 등교부터 하교까지 학생들의 생활 전반에 대한 안전을 책임지고 있으며, 교과지도 뿐만 아니라 식생활 지도 등 삶에 필요한 기초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일부 학부모들의 무리한 요구나 개입에 상당한 압박과 스트레스를 겪기도 한다. 초등학생은 인성·학습태도·가치관 형성 등이 미성숙한 단계로 담임교사의 말과 행동을 잘 모방하는 시기이며, 담임교사는 부모만큼 영향력이 큰 존재이므로 초등학교 담임교사의 생활은 매사 조심스러워야 한다. 또한 초등학교 담임교사는 학생의 교과지도와 생활지도를 동시에 수행하고, 수시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에 다른 직업군보다 더 복잡하고 다양한 직무 스트레스를 겪는다. 그래서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받는 직무 스트레스는 다른 학교급별 교사가 받는 직무 스트레스와는 형태와 강도 등에서 차이가 있다. 직무 스트레스는 심리적 소진으로 이어진다 직무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으면 이들은 심리적 소진에 쉽게 이르게 된다. 심리적 소진(burn out)은 직무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처리하지 못함으로써 나타나는 정서적·육체적·태도적 고갈상태이며, 적절한 조치 없이 장기간 노출되고 누적된 직무 스트레스의 결과물이다. 이런 심리적 소진은 정상적인 직무수행을 방해하고, 직무수행과정의 부정적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교사가 심리적 소진에 이르게 되면 학생들에게 무감각해지고, 냉담한 반응을 보이며, 학생들을 신뢰하지 않고 인내심을 상실한다. 더 나아가 학생들에 대한 칭찬이 적어지고, 학생들의 의견을 잘 듣지 않으며,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이 부족해지게 된다. 담임교사와 학교생활을 함께 하는 초등학교의 경우, 담임교사의 심리적 소진은 학생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초등학교 담임교사의 직무 스트레스는 본인과 학생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직무 스트레스가 심리적 소진에 이르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초등학교 담임교사들의 직무 스트레스의 원인과 심리적 소진과의 관계를 살피고 이 둘 사이를 조절할 수 있는 변인을 찾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러 연구를 통해 직무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고 쌓이게 되면 심리적 소진에 쉽게 도달됨을 밝히고 있다. 더불어 둘 사이의 조절변인으로 다수의 직업군에서 사회적 지지·자기효능감·회복탄력성·소명의식·헌신 등이 있음을 확인하고 있으며, 학교급별 교사에 따라 조절변인들의 효과가 달리 나타나고 있다. 최근 연구된 ‘초등학교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와 심리적 소진과의 관계에서 사회적 지지, 교사효능감, 소명의식의 조절효과’에서도 직무 스트레스와 심리적 소진 관계에서 세 변인이 일부 조절효과가 있음을 분석하였다. 사회적 지지가 필요하다 실제 초등학교 담임교사들의 직무 스트레스가 심리적 소진에 이르지 못하도록 조절해 주고 지탱해 주는 요인들은 매우 많다. 특히 사회적 지지처럼 개인을 둘러싼 타인에게 얻는 다양한 형태의 유·무형적 지지, 실질적 도움, 긍정적 평가, 정보제공 등은 담임교사에게 활력과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임할 수 있도록 해준다. 담임교사 자신이 교육자로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가르치는 능력에 대한 신뢰와 확신을 가지고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교사효능감 역시 높으면 높을수록 교사로서 긍정적 역할 수행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종교적 의미로 사용되었던 소명의식도 최근에는 개인의 업무를 의미와 목적이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자신의 업무에 헌신하려는 태도로 이해되고 있으며, 소명의식이 높을수록 자신의 스트레스를 조절해 가며 책임감 있게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준다. 초등학교 담임교사들 상당수가 직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심리적 소진에 도달하고 있다. 심리적 소진으로 이미 지친 선생님들에게 상담·치유를 위한 힐링캠프 등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심리적 소진에 이르기 전에 다양한 형식과 방법을 통해 직무 스트레스와 심리적 소진을 조절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교육당국은 이들에게 여러 유형으로 사회적 지지를 보내주고, 교사로서 효능감을 더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마련해주며, 교육자의 길을 선택하고 걸어갈 때 소명의식을 더 잘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더 우선시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학생 때는 하버드대 공동체에, 평생 내내 사회에 기여할 학생이다.” 하버드대 입학처 홈페이지에 ‘우리가 원하는 학생’의 기준으로 명시된 기여함이란 남에게 유익하고 이로운 행동을 뜻합니다. 타인에게 쓸모 있는 일을 할 때 돈을 벌 수 있고, 타인에게 이로울 때 누군가 나와 함께 살거나 일하고 싶어 할 것입니다. 그러니 기여함이란 성인군자 타령이 아니라 성공과 행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유일하고 실용적인 방법입니다. 입학생 선발기준을 한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단어로 표현하자면, “우리는 학교 내의 봉사와 평생 내내 사회봉사를 할 학생이다”입니다. 이렇게 번역하고 보니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일전에 학내봉사와 사회봉사가 언급된 교육법이 기억났기 때문입니다.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31조(학생의 징계 등)에 명시된 내용입니다. (1) 법 제18조 제1항에 본문의 규정에 의하여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학생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1의 징계를 할 수 있다. 1. 학교 내의 봉사 2. 사회봉사 3. 특별교육이수 4. 퇴학처분 아이고. 곡소리가 저절로 납니다. 학내봉사와 사회봉사가 ‘벌’의 개념으로 왜곡되어서 본래의 숭고한 의미가 죽었습니다. 기여하는 활동이 잘못했을 때 징계받는 행위가 되어버렸습니다. 어린아이들에게 봉사를 이처럼 부정적인 개념으로 인식하게 만드니 왜 요즘 아이들이 점점 타인과 공동체 배려에 인색한 이기주의가 되는지 이해됩니다. 이 시행령 조항은 정신 나간 법이며, 즉각 폐기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아주 훌륭한 법도 있습니다. 세계 명문대가 내세우는 인재 기준의 원조는 바로 대한민국 교육법 제1장입니다.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생략)… 민주국가 발전에 봉사하며 인류공영의 이상 실현에 기여하게 함을 목적으로 함” 우리가 먼저 봉사와 기여함을 교육의 목표로 내세웠습니다. 교육법이 건국신화의 핵심 가치관인 홍익인간 개념을 계승한 것임을 밝히고 있으니 우리는 세계 명문대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세상을 크게 이롭게 하기 위함이라는 가치관을 공유해왔음이 확실합니다. 건국신화가 사실인지 허구인지, 믿고 말고가 중요한 게 전혀 아닙니다. 신화는 가치관을 전승해 주는 스토리텔링 도구일 뿐입니다. 신화에 담긴 가치관이 무엇인가가 중요합니다. 우리가 그 가치관을 실천하느냐, 안 하느냐는 또 다른 이슈입니다. 가치관이 대대로 맥을 이어왔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자잘한 가치관은 오래가지 못하고, 인류보편적이면 비록 태생지에서는 소멸되어도 외부로 퍼지고 이어질 것입니다. 예를 들어 liberté, égalité, fraternité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가치관입니다(한국어 번역 자유·평등·박애와 다소 다른 의미를 지녔기 때문에 프랑스어를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liberté는 내 마음대로 하는 자유가 아니라 억압으로부터 해방을 뜻하고, égalité는 결과의 평준화가 아니라 기회의 평등을 뜻하고, fraternité는 모든 차이에 눈감는 큰 사랑이 아니라 형과 아우라는 뚜렷한 차이가 있음에도 정다운 형제애입니다). 이 가치관이 지금 프랑스에서는 아프리카와 중동 이민자 문제로 위기를 맞고 있지만, 이미 해외로 전파되어 수많은 다른 나라에서 번창하고 있습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가치관은 ‘beacon of freedom’(자유의 수호자)과 ‘land of opportunity’(기회의 땅)입니다. 미국인은 그 정체성을 가장 좋아하고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그들이 꼭 그렇다는 말이 아니지요. 국경선에 큰 장벽을 쌓아서 ‘금기의 땅’으로 만들고, ‘아메리카 우선’이라는 폐쇄적인 정책을 내세우기도 합니다. 현재 그 가치가 훼손되었다고 그 가치관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마치 가훈과 같습니다. 저희 가훈은 ‘진실인가, 최선인가, 베풂인가’이지만 제가 매 순간 그리 살아오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관은 살아갈 방향을 제시해 줍니다. 순간순간 이탈하는 경우가 여기저기 있지만, 다시금 올바르게 살아가도록 방향을 잡아줍니다. 우리에게는 두 가지 상반된 가치관이 교육법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아쉽게도 교육 ‘마이크로 매니저’들은 세세한 시행령에 목을 매고 근본이 되는 교육법은 뒷전에 두는 것 같습니다. 마치 추석 때 예절을 시행하려다 예의를 잃고 집안이 싸움으로 시끄러워지듯이 교육시행법을 준수하되 교육법을 잊으면 교사와 학생 관계가 껄끄러워집니다. 아무리 절을 절도 있게 하더라도 정도에서 벗어나면 우스꽝스러워지듯이 교육의 법도에서 벗어난 시행은 의도치 않은 역효과를 초래합니다. 빨리 슬프고 창피한 교육법시행령 제31조항을 버리고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교육법 제1항을 지켜야 하겠습니다. 꼭 그리해야 할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기여함’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행복에 초점을 맞춘 긍정심리학의 창시자 매슬로우 교수의 동기이론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인간의 욕구는 하위단계에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애정과 소속의 욕구가 있고, 그 위에 존중의 욕구와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다는 이론입니다. 행복감은 욕구가 만족되었을 때 느껴지는 감정입니다. 그러나 매슬로우 박사는 돌아가시기 1년 전에 타인의 삶에 기여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음을 확인하고 자아실현 위에 자아초월이라는 단계를 추가하였습니다. 소방대원·경찰·군인은 자신의 안전을 뒷전으로 하고 험지에 뛰어듭니다. 독립운동가와 민주화 열사도 자아성취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아초월하며 살아간 위인들입니다. 비록 혹독하게 힘들고 어려운 삶이어도 그들의 얼굴은 희망찼을 것입니다. 자신은 배고파도 아이를 먼저 챙기는 엄마의 얼굴도 행복해 보입니다. 이들 모두는 자신보다 더 큰 곳에 가치를 추구한 숭고하고 고귀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들을 희생자로 만들지 말고 행복한 삶을 위한 모델로 섬겨야 합니다. 자신의 욕구(欲垢)를 마음에 담아두면 욕심(慾心)이 됩니다. 욕심 부리면서 행복해질 도리가 없지요. 의·식·주는 최소한만 있어야지 정도를 넘으면 각각 짐·비만·부담으로 변합니다. 소속감이 넘치면 종속되는 불편함이 뒤따릅니다. 자아실현을 추구하려다 늪 같은 자아도취에 빠질 수 있습니다. 타인을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징검돌로 이용하거나 욕구 만족에 걸림돌로 여기며 제거하면 삶이 살벌해집니다. 행복해지려면 자신의 욕구에 집중하던 정신을 타인으로 향해야 합니다. 그게 자아초월의 핵심입니다. 기여함이 꼭 타인에게 어떤 선한 행위이어야 하지 않습니다. 자아초월은 타존재에 대한 알아차림이며, 그 존재들 덕에 내가 잘살고 있다는 정신차림이며, 그래서 그들을 고맙고 소중하게 여기고, 그래서 나 역시 그들 삶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는 욕구입니다. 기여함을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어릴 적에 식사할 때 ‘밥 한 톨 남기지 말라’고 배웠습니다. 밥 한 톨의 값을 계산하는 게 아니라 ‘농부가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겠냐’며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알아차리고 더 큰 가치를 헤아리고 깨닫는 밥상머리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어린아이가 세상에 기여하는 방식은 농부에게 감사편지를 쓰는 게 아니라 밥을 맛있게 먹고 남기지 않는 것입니다. 모든 집에서, 모든 학교에서 대한민국 교육법 제1조를 준수하고 기여함을 실천하면 너무 좋겠습니다. 그럴 때 한국이 모든 나라의 모범이 되고 세계 가장 위대한 선진국이 될 것입니다.
인도 서남부 해안, 아라비아해와 마주하며 자리한 케랄라(Kerala). 우리가 상상하던 인도와는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눈부시게 아름다운 해변과 고급스런 리조트, 열대의 야자나무 숲이 우거진 호수와 수로를 따라 유유히 떠다니는 하우스보트(House Boat), 거대한 산 능선을 따라서는 차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힌두교·이슬람교·불교·그리스도교 등 각기 다른 종교문화가 조화를 이룬 유적과 문화 역시 케랄라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향신료다. 케랄라공항에 비치된 케랄라 안내책자에는 케랄라(Kerala)가 인도에서 가장 깨끗한 지역으로 소개되어 있다. 문맹률 0%, 인도에서 유아사망률이 가장 낮고, 평균수명이 가장 긴 곳이라는 설명도 덧붙여져 있다. 안내책자의 설명처럼, 아수라 같은 뭄바이공항을 거쳐 케랄라에 도착해 게이트를 빠져나왔을 때, ‘이곳이 인도일까?’라는 의문을 품을 정도로 풍경은 한없이 평온했다. 인도가 아닌 인도의 풍경, 코친 케랄라 여행의 시작은 항구도시 코친(Cochin)이다. 아라비아해와 인도 최대의 벰바나드(Vembanad) 호수(1,512㎢)가 만나는 곳에 위치해 있다. 처음 마주하는 코친의 풍경은 이국적이면서도 이질적이다. 포구를 따라 독특한 생김새의 중국식 어망이 해변에 펼쳐져 있고, 거리에는 유럽풍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코친은 인도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항구. 예로부터 케랄라 해상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카다몬·후추·육두구 같은 값비싼 향료들이 코친을 통해 중동과 유럽으로 실려 나갔다. 중국과 아라비아 상인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고, 포르투갈·네덜란드·영국 등 열강이 몰려들어 각축을 벌였다. 코친을 찾은 여행자들은 포구부터 달려간다. 고깃배가 드나드는 넓은 포구에는 집채만 한 어망 20여 개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가이드북에서 보았던 중국식 어망의 익숙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20m가 족히 넘을 법한 기다란 나무 5개에 그물을 엮어 펼치고 커다란 나무로 지지대를 만든다. 기중기 형태로 그물을 내렸다 끌어 올리는 방식으로 고기를 잡는 이 어업 방법은 원래 중국 광둥성의 어부들이 하던 것으로 1400년대 몽골군들이 이곳까지 내려와 전파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확은 노력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다. 검은 근육의 장정들이 줄을 당겨 그물을 끌어 올리면 넓은 그물에는 고작 조그만 물고기 서너 마리가 들어있을 뿐이다. 관광객들은 흥미롭게 지켜보다 사진을 찍고, 어부들과 함께 그물을 끌어올리기도 한다. 어부들은 어망을 잡고 있는 여행자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주는데, 물론 조업이 끝나면 ‘참가비’를 받는다.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흔적은 포구에서 10분 거리인 마탄체리(Mattancherry) 지구에서 엿볼 수 있다. 이곳에는 인도 최초의 유럽형 교회인 성 프란시스 성당이 있는데 성당은 포르투갈의 탐험가인 바스코 다 가마가 묻힌 곳이기도 하다. 인도양 개척 항해에 나선 바스코 다 가마는 1524년 포르투갈의 인도 무역 책임자로 부임했다가 과로로 숨지고 성 프란시스 성당에 묻혔다. 성당 한쪽에는 포르투갈 항해사의 모습을 담은 액자와 그의 무덤을 덮었을 묘석이 놓여있는데, 그의 유해는 12년간 이곳에 있다가 포르투갈의 리스본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성당에서 멀지 않은 곳의 마탄체리 궁전도 꼭 둘러보아야 할 유적이다. 포르투갈 사람들이 건설해 1555년에 코친의 지배자인 비라 케랄라 바르마에게 선사한 건축물로 1663년에 네덜란드가 증축한 후 ‘네덜란드 궁전’(Dutch Palace)으로 불리게 됐다. 계단을 올라 궁전 내부에 들어서면 코친 왕(Raja)들의 초상화와 힌두교 신화와 관련된 거대한 벽화가 전시돼 있다. 마탄체리 궁전에서 북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향신료와 그림·탈·인형·목공예품 등 각종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을 지나 유대인 회당에 닿는다. 향신료 무역을 위해 자리 잡았던 유대인들은 바스코 다 가마가 상륙하기 이전까지 이곳 상권을 주도했다. 한때 꽤 많은 유대인이 살았지만, 20세기 중엽 이스라엘 건국 이후 모두 팔레스타인 땅으로 돌아가고 지금은 딱 9명만 남았다. 긴 바지를 입어야만 입장할 수 있는 이곳 내부에는 중국 광둥성에서 왔다는 대리석 바닥과 벨기에에서 수입한 촛대가 있다. 코친에서 꼭 경험해야 할 것은 무언극인 카타칼리(Kathakali) 관람이다. 인도의 5대 고전무용 가운데 하나로 ‘카타’는 이야기, ‘칼리’는 연극을 뜻한다. 카타칼리는 7년 정도 교육을 받은 남성 배우들이 공연을 한다. 공연에 앞서 배우들의 분장 장면을 지켜볼 수 있는데 선한 인물을 표현하는 녹색과 흰색, 악한 인물을 표현한 검은색과 붉은색, 여성인 노란색 등 그날그날의 공연 내용과 등장인물에 맞게 1시간 동안 화려하게 분장한다. 분장을 하고, 의상을 입는 모습은 사뭇 진지하게 느껴진다. 원래 공연은 하루를 꼬박해도 다 볼 수 없을 만큼 오래 걸리지만, 관광객들을 위해 1시간으로 짧게 줄여 실시하고 있다. 어두침침한 무대 한쪽에는 악사가 자리를 잡고 앉아 북을 두드리고, 배우는 기쁨·슬픔·평화로움·화 등 다양한 감정을 얼굴로 표현한다. 관객들은 침묵 속에서 배우들을 통해 힌두교 신들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남인도의 야생과 만나다, 테카디 코친을 나온 여정은 동쪽으로 190km 떨어진 테카디(Thekkady)로 향한다. 인도 서부를 세로로 가로지르는 웨스턴 가츠 산맥을 넘어야 한다. 버스를 타고 산을 넘다 보면 거대한 차밭과 만난다. 사방을 둘러봐도 차나무 밖에 안 보일 정도로 거대한 차 재배지는 위압적이기까지 하다. 테카디는 향신료로 유명한 지역이다. 여행자들은 향신료 농원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각종 향신료를 구입하기도 한다. 늘 가루 상태로만 봐왔던 후추나무 덩굴, 향신료의 여왕이라 불리는 카다멈(Cardamom), 향긋한 레몬그라스, 다섯 가지 맛을 내는 올스파이스, 계피 등을 재배하는 농장을 가이드의 설명과 함께 샅샅이 훑어보는 일이 흥미롭다. 사실 이 향신료는 케랄라의 영화와 고통을 함께 불렀던 마(魔)의 작물이기도 하다. 로마시대부터 이미 향신료 교역항을 둘 정도로 이 지역이 번성했지만, 훗날 15세기 말엽부터 단지 ‘먹는 금’들을 약탈하기 위해 서양 제국주의 세력들이 이곳을 찾았으며, 결국 원주민들을 향해 총칼을 겨누게 된다. 테카디의 또 다른 즐거움은 야생동물과 눈을 맞추는 일이다. 테카디에는 남인도에 10여 개 흩어진 야생동물 서식지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페리야르 야생동물 보호구역(Periyar Wildlife Sanctuary)이 있다. 유람선을 타고 호수를 돌아보며 야생동물을 관찰하는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된다. 나무 사이에는 긴꼬리원숭이가 뛰어다니고, 물속에서 빠져나온 나뭇가지에는 물총새와 가마우지 같은 야생 조류가 교태를 부리며 앉아 있다. 투어 프로그램은 아침 8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진행되는데, 간단한 음식이 제공되며 망원경도 빌릴 수 있다. 드넓은 호수에서 즐기는 이국의 휴식, 쿠마라콤 아라비아해로 흘러드는 44개의 강이 서로 얽혀 있는 케랄라주의 내륙수로(Backwater)는 길이가 무려 900km에 이른다. 열대우림 사이로 모세혈관처럼 퍼져 있는 강물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운하처럼 마을을 서로 연결하는 교통로 역할을 한다. 쿠마라콤(Kumarakom)은 케랄라 여행의 대미를 장식하는 곳이자 내륙수로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이며, 인도 내에서 휴양지로 손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쿠마라콤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하우스보트 ‘케투발롬’을 타고 벰바나드 호수와 수로를 여행하는 것이다. 하우스보트는 대나무 틀에 야자나무 잎으로 만든 집을 얹은 목선. 원래 쌀을 싣던 화물선인 라이스보트를 관광용으로 바꾼 것이다. 하우스보트는 유람선이라고 보면 된다. 보트 안에는 없는 것이 없다. 침대가 딸린 객실은 기본. 회의실에 부엌과 라운지까지 갖추고 있어 호텔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선장과 요리사, 선원이 함께 탑승한다. 하우스보트를 타는 여정은 말 그대로 유유자적이다. 물길 좌우로는 높다란 야자수들이 이국의 정취를 뽐내며 서 있고, 보트는 그사이를 느린 속도로 흘러간다. 모든 것이 여유롭고, 평화로우며, 낭만적이다. 보트는 케랄라 사람들의 일상에 다가서기도 한다. 물가에서 빨래하는 아낙네, 목욕하는 어린이, 낚시 중인 아저씨 모습 등 평화로운 일상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배에 탄 외국인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따라오는 동네 아이들도 귀엽다. 얼마를 갔을까. 갑자기 수문이 열리더니 하우스보트가 좁은 수로를 따라 들어간다. 보트가 정박한 곳은 고급 리조트. 호수 곳곳에는 이처럼 고급 리조트가 숨어있다. 요가와 낚시는 물론 카누 타기에서 선셋 크루즈까지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 ‘꼭 다시 오고 싶다.’ ‘두 번 다시는 오지 않겠다.’ 인도를 다녀온 이들의 반응은 이렇게 극명하게 갈린다. 다시 오고 싶어 하는 이들이 알 수 없는 인도의 매력에 빠진 것이라면, 오지 않겠다는 이들은 더럽고 지저분하고 모든 게 불편한 인도에 질린 이들이다. 하지만 남인도를 여행한 대부분의 여행자는 인도를 다시 한번 찾고 싶은 곳으로 꼽는다. 세계적인 여행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 트래블러가 케랄라를 ‘꼭 가봐야 할 세계의 50곳’ 가운데 하나, 그것도 지상낙원(Paradise Found) 분류로 꼽은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영국 런던발 싱가포르행 항공기가 난기류로 태국 방콕에 비상착륙을 하면서 1명이 숨지고 70여 명이 다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후 5일 만에 또 카타르 여객기에서 난기류로 인한 사고가 발생했죠. 난기류로 인한 사망사건은 30년 만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난기류에 대한 과학 이야기를 준비해 봤습니다. Q1. 며칠 사이에 난기류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다 보니, 요즘 비행기 타기 무섭다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난기류는 왜 발생하는 건가요? 실제 통계를 내보면 난기류로 인한 부상은 비행기 관련 부상의 71%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요. 비행기가 다니는 높은 고도에서는 보통 공기 흐름이 일정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비행할 수 있어요. 이렇게 공기 분자들이 흐트러지지 않고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층류’라고 하는데, 무언가가 이 흐름을 방해하면 공기 속도와 방향이 달라지면서 공기 흐름이 불규칙적으로 변하게 돼요. 이때 공기가 위아래로 제각각 움직이며 소용돌이가 생기는 것을 ‘난기류’라고 합니다. 그래서 난기류가 있는 지역을 지날 때 비행기가 흔들리는 거죠. 잘 포장된 도로를 달리던 자동차가 갑자기 울퉁불퉁한 길에 접어들면 흔들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시면 됩니다. Q2. 궂은 날씨가 아닌 마른하늘에서도 난기류가 갑자기 발생하기도 한다면서요? 난기류에도 종류가 있나요? 난기류는 크게 3가지로 분류합니다. 첫 번째로 공기가 산을 넘어가면서 상승과 하강기류가 반복해서 생기는 ‘산악파 난류’가 있어요. 공기 분자들이 산과 같이 공기 흐름을 가로막는 장애물과 충돌하면서 불규칙한 소용돌이가 생겨 만들어지는 난기류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나무나 높은 건물, 산과 같이 공기 흐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있을 때, 이 장애물과 공기 분자들이 충돌하면서 불규칙한 소용돌이가 생겨 난기류가 만들어집니다. 두 번째로는, 태양열을 받아서 따뜻해진 공기가 상승해 대기의 상승과 하강운동이 활발해지는 ‘대류성 난류’입니다. 상승기류에는 보통 수직으로 긴 구름인 적란운이 생기기 때문에 비행기 조종사는 이 구름을 보고 난기류를 예측해 경로를 조정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날씨가 좋은 상황에서도 난기류가 생기는데 이를 ‘청천난류’라고 해요. 청천난류 현상은 폭풍이나 구름과 같은 시각적 단서가 없어 미리 파악하기 어렵죠. 청천난류는 지구 위를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제트기류’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요. 제트기류란 비행기가 다니는 높은 고도에서 시속 100~250km로 부는 강한 바람이에요. 주변 공기와의 속도 차이가 커서 바람 방향이나 세기가 바뀌면서 난기류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문제는 이 강한 제트기류가 동아시아에 위치하고 있어서 우리나라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Q3. 이러한 난기류가 앞으로 더 심해질 전망이라고 하던 데요.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고요? 맞습니다. 지구 온도가 높아질수록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의 양이 증가해 지금보다 더 강한 상승기류를 발생시키기 때문입니다. 또 앞서 설명 드렸던 청천난류의 경우, 대기 상층에서 부는 매우 강하고 빠른 바람인 ‘제트기류’의 영향이 큰데, 지구온난화로 남북의 온도 차이가 클수록 제트기류가 강해진다는 겁니다. 실제로 영국 레딩대학교 연구팀이 발표한 결과를 보면 기후변화로 2050년에서 2080년까지 청천난류가 전 세계적으로 2~3배 이상 증가할 것이고, 난기류를 겪는 시간도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지구의 대기권은 여러 층으로 나뉘는데 가장 아래쪽 층인 대류권은 지구 중력의 영향으로 많은 공기가 모여 있는 밀도 높은 층이며, 이 층에서 구름이 존재해 태풍·비·번개 같은 다양한 날씨를 만들어 냅니다. 보통 비행기가 장거리 비행을 할 때 날씨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이러한 1층 대류권의 제일 위쪽(정확히는 1층 대류권과 2층 성층권의 경계, 즉 대류권계면)에서 비행을 하는데,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이러한 대류권 높이가 더 높아져서 비행기가 대류권 내에서 비행하게 되는 상황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더 자주 난기류의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라고 합니다. Q4. 마지막으로 난기류가 발생했을 때 비행기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장거리 비행 시 화장실이나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좌석벨트를 꼭 메셔야 난기류로 인한 부상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또 기체가 흔들릴 때 수하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 짐은 선반이나 좌석 아래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며칠 사이에 난기류 사고가 잇따르면서 비행기 타기 무섭다는 분들이 많으신데, 다행히 비행기는 엄청난 압력과 충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난기류 때문에 비행기가 추락하거나 파손되는 일은 거의 없어요. 안전수칙을 잘 따르고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땅꾼자리: 뱀을 들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목동자리(Bootes)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시대부터 알려진 무척 오래된 별자리로, 헤라클레스와 처녀자리 사이에 있다. 길쭉한 큰 연 모양의 별자리인데, 보기에 따라서는 아이스크림콘 모양으로 보이기도 한다. 2세기경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프톨레마이오스(Ptolemy)가 저술한 알마게스트(Almagest)에 나오는 48개 별자리 중 하나이며, 국제천문연맹(IAU)이 정한 88개 별자리 중 열세 번째로 큰 별자리다. 목동자리는 봄부터 여름까지 밤하늘에서 쉽게 볼 수 있다. BC 3000년경 이미 천체관측용 건축물을 갖추고 있었고, 수학의 발달로 복잡하고 세밀한 계산이 가능했던 고대 바빌로니아에서는 천구 위의 태양이 지나가는 길인 황도를 따라 12궁을 만들었다. 춘분점을 기점으로 태양이 그리는 황도를 30도씩 12등분하여 12별자리의 이름을 붙였던 것이다. 이 바빌로니아의 황도 12궁이 고대 그리스에 전승되어 그리스신화와 결합되었고, 마침내 서양의 고대 별자리인 황도 12궁(Zodiac)이 완성되었다. 그러나 사실은 별자리들이 차지하는 실제 공간이 정확히 30도씩이 아니기 때문에 12등분이 아니라 13등분으로 나누기도 한다. 일찍이 바이킹이나 켈트족은 13궁으로 나누었다. 13궁으로 볼 경우, 황도대에 위치하고 있는 땅꾼자리가 황도 13궁 중 하나로 들어가게 된다. 라살하그(Rasalhague)는 이 별자리의 알파별로, ‘뱀을 가진 자의 머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지구의 태양보다 25배 더 밝은 별이며, 땅꾼자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지구에서 약 48.6광년 떨어져 있는 쌍성으로 땅꾼의 머리 부분이다. 땅꾼자리는 ‘작은 유령 성운(Little Ghost Nebula)’, 암흑 성운 ‘버나드 68(Barnard 68)’, ‘파이프 성운(Pipe Nebula)’ 등 유명한 심해 천체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작은 유령 성운’으로 알려진 NGC 6369는 희미하게 죽어가는 별을 작고 유령 같은 구름이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다. 파이프 성운은 성운의 어두운 부분이 마치 담배 파이프같이 생겼다 하여 파이프 성운이라고 불린다. 땅꾼자리에 얽힌 환상적인 신화들 이 별자리는 여러 가지 신화와 연관돼 있다. 첫째, 의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Asclepius)의 별자리라는 것이다. 오피우쿠스는 ‘뱀’과 ‘지니다’라는 두 개의 그리스어 단어가 혼합된 명칭이다. 따라서 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별자리 신화에서는 의학의 신 아스클레피오스가 뱀이 칭칭 감긴 지팡이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해석되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아폴론과 그의 아름다운 연인 코로니스의 아들이다. 어느 날 아폴론의 까마귀는 테살리아 공주 코로니스가 한 젊은이와 바람을 피우는 것을 보고 주인에게 일러바쳤다. 화가 난 아폴론은 활과 화살을 집어 들고 그들을 쏘아 죽였다. 코로니스는 슬퍼하면서 뱃속에 든 아폴론의 아기에 대해 고백했고, 아폴론은 뒤늦게 자신이 한 일을 후회했다. 그는 자신의 화를 못 이겨 애꿎은 까마귀에게 분풀이를 했으니, 새의 흰 깃털을 태워 영원히 검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때부터 까마귀는 검은 새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를 코로니스의 자궁에서 꺼내 현인 켄타우로스 케이론에게 맡긴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케이론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고 그에게서 의술도 배웠다. 이 전설의 또 다른 버전에 따르면, 아스클레피오스가 뱀이 죽어가는 다른 뱀에게 약초를 먹여 살리는 것을 보고 불사의 비책을 터득했다고 한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자신의 치유 기술을 점점 더욱 다듬고 발전시켜 마침내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가 사람들을 무분별하게 살리면 제우스의 번개에 맞아 죽게 될 것이라는 신탁이 내렸기 때문에, 아스클레피오스는 이 기술을 비밀로 간직하고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우연히 테세우스와 아마존의 여왕 히폴리테의 아들 히폴리토스의 억울한 죽음을 목격한 아스클레피오스는 그를 되살리고 만다. 테세우스의 아내이자 히폴리토스의 젊은 계모인 파이드라는 의붓아들에게 연모의 정을 느끼고 유혹하려고 했다. 히폴리토스가 그녀를 거부하자 파이드라는 남편에게 그가 자신을 유혹했다고 무고한 후 자결해 버렸다. 히폴리토스는 아버지의 질책을 받고 전차를 몰고 해변을 달리다가 갑자기 나타난 바다 괴물을 본 말이 놀라는 바람에 전차에서 떨어져 죽었던 것이다. 그는 히폴리토스 외에도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부터 되살렸다. 이에 분노한 지하세계의 신 하데스는 제우스에게 탄원했고, 제우스는 아스클레피오스의 치료로 전 인류가 불사신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번개를 던져 그를 죽였다. 그래도 그의 의술만은 높이 평가하여, 하늘에 올려 별자리로 만들었다. 이제 아스클레피오스는 치유의 신이 된 것이다. 그리스인들은 아스클레피오스를 가장 중요한 신 중 하나, 즉 병을 고치는 의술의 신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는 고대 지중해 전역의 신전에서 숭배를 받았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일반적으로 턱수염과 길고 곱슬머리를 한 자비로운 신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사람들은 그가 아픈 사람들의 꿈에 나와 병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가 지니고 다닌 뱀이 감긴 지팡이는 의학의 상징으로 쓰이고 있다. 아스클레피오스에게는 히게이아(Hygeia)와 파나케이아(Panacea)이라는 두 딸이 있었다. 히게이아는 ‘위생(hygiene)’의 어원이기도 하다. 히게이아는 사람들이 건강을 유지하고 병에 걸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여신이다. 히게이아는 뱀과 잔을 갖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여신은 왼손으로 레테(Lete: 망각의 강)의 물컵을 들고, 오른팔에 황금 뱀을 감고 있다. 뱀은 레테의 망각의 물을 마시고 새롭게 부활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들이 잠든 사이, 히게이아가 찾아와 약초 달인 물을 그 잔에 담아 마시게 부어주며, 뱀은 건강한 기운을 뿜어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회복시켜 준다고 믿었다. 뱀과 잔이 있는 이미지는 요즘도 의약 관련 기관의 로고로 많이 쓰이고 있다. 파나케이아 역시 ‘치료의 여신’이다. 그리스어로 ‘모든 병을 치료한다’, 혹은 만병통치약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아스클레피오스와 그의 딸들은 오랫동안 의술의 수호성인이었다. 한편 땅꾼자리가 트로이의 사제인 라오콘(Laocoön)의 모습이라고도 한다. 트로이전쟁 당시 라오콘은 그리스군이 남기고 간 목마를 트로이 성안에 들이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러자 그리스군의 편에 서 있던 포세이돈이 격노해 큰 바다뱀인 피톤 두 마리를 보내 라오콘과 그의 두 아들을 죽였다는 신화가 있다. 또 다른 이야기는 아폴론과 델포이의 비단뱀 격투 설화다. 피톤(Python)은 그리스신화에서 그리스 델포이의 신전을 지배했던 왕뱀이다. 피톤은 대홍수가 끝난 후 진흙으로부터 기어 나온 검은색의 거대한 독사였다. 그는 대지의 모신인 가이아가 아비 없이 낳은 자식이었다. 가이아는 피톤에게 자신이 지배하고 있던 델포이 신전을 물려주고 신탁을 내리도록 허락했다. 피톤은 평소에는 땅속 깊이 몸을 숨기고 있다가 신관들이 기도나 공물을 바치면 기어 나와 신탁을 내렸다. 그러나 피톤은 제우스의 아들 아폴론에 의해 생명을 빼앗긴다. 아폴론은 태어나자마자 활과 화살을 가지고 신전으로 가서 단번에 왕뱀을 처치하고 델포이의 주인이 된다. 피톤은 껍질이 벗겨지고 불태워졌으며, 그 재는 세계의 중심을 가리키는 돌 옴파로스 밑에 묻혔다. 아폴론은 델포이 신전의 여사제들을 통해 신탁을 내렸다. 그들은 피톤의 이름에서 딴 피티아(Pythia)라는 호칭으로 불렸다. 피티아는 사원 지하 땅의 갈라진 틈새에서 나오는 달콤한 냄새의 연기를 흡입한 후 환각 상태에서 예언했다고 한다. 당시 델포이는 영적·문화적·경제적으로 고대 그리스의 중심이었다. 각지에서 몰려온 왕과 귀족, 서민들이 무녀에게 사랑과 직업, 출산과 자손 등 개인사에서부터 전쟁, 국가의 번영과 몰락, 공공정책에 이르는 모든 것을 상담했고 그녀의 예언을 들었다. 피티아는 한낱 점쟁이가 아니라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던 고대 그리스의 권위 있는 공식 직책이었다.
2023년 12월 27일. 한국 영화계는 이제 막 전 세계 무대로 비상하던 걸출한 배우 이선균을 잃었다. 48세. 연기의 절정 앞에서 스러진 그의 나이다. 이선균 배우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과를 졸업했다. 2001년 MBC 시트콤 연인과 뮤지컬 록키호러쇼로 데뷔했지만, 오랜 무명생활을 보냈다. 이후 MBC 드라마 하얀거탑(2007), 커피프린스 1호점(2007), 파스타(2010)에서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이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인생작’으로 꼽는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2018)에서는 톱스타 아이유와 함께 출연해 ‘참 어른’의 모습을 보이며, ‘믿고 보는 배우’ 대열에 합류했다. 2019년은 그야말로 이선균 배우의 연기 지평이 세계로 확장된 해다.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아시아 최초로 4관왕에 등극했고, 그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감독 봉준호)에서 주인공 ‘박 사장’으로 분해 세계가 그의 연기에 주목했다. 지난해에는 잠(감독 유재선)과 탈출: 사일런스 프로젝트(감독 김태곤)이 동시에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받기도 했다. 그의 죽음과 함께 ‘올스톱’됐던 유작 두 편이 2024년 여름 관객과 만난다. 7월 12일 개봉한 탈출: 사일런스 프로젝트와 8월 14일 개봉을 앞둔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이다. 이 두 편의 영화를 마지막으로 우리는 그를 정말 떠나보내야 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유흥업소 출입 등 그를 지탄하는 목소리도 분명 있다. 하지만 이제 막 세계로 날아오르다 지천명(知天命)에도 이르지 못한 채 추락하고 만 그의 운명 그리고 이제 막 성숙의 단계로 접어든 그의 연기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먹먹함은 숨길 수 없다. ‘안타깝다’라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마음으로 이선균 배우의 마지막 영화 두 편을 소개한다. 초대형 재난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올여름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버릴 대형 재난 스릴러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기상 악화로 한 치 앞을 구분할 수 없는 공항대교에서 100중 추돌사고가 일어나며, 붕괴 위기에 놓인 다리 위에 고립된 사람들이 하룻밤 사이에 겪는 일을 속도감 있게 다뤘다.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 정원(이선균)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딸 경민(김수안)을 배웅하기 위해 짙은 안개를 뚫고 공항으로 향하던 중 최악의 연쇄 추돌사고 한복판에 놓인다. 완벽하게 고립된 상황 속에서 구조 헬기가 추락하고, 유독가스가 폭발하는 등 재난이 잇달아 터지며, 공항대교는 붕괴 위기에 놓인다. 이때 극비리에 이송 중이던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군사용 실험견들이 케이지에서 탈출하고, 다리 위 모든 생존자를 타깃으로 인식해 무차별 공격을 하면서 다리 위는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생지옥으로 변한다. 주지훈 배우가 반려견 ‘조디’와 함께 인생 한 방을 노리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렉카 기사 ‘조박’을 맡아 영화가 무거워질 때마다 적절한 위트를 구사해 균형을 잡아준다. 군사용 실험견들을 만들어낸 미치광이 과학자 ‘양 박사 역’은 천의 얼굴 김희원 배우가 맡았다. 붕괴 직전의 다리를 함께 탈출하는 노부부 ‘병학’과 ‘순옥’은 문성근 배우와 예수정 배우가, 골프선수 여동생 유라와 그의 매니저를 자처한 어딘가 조금 모자라 보이는 언니 미란 역에는 박희본, 박주현 배우가 맡아 강철 멘탈과 유리 멘탈의 극과 극 상황 대처 케미를 선보인다. 대형 재난영화답게 스펙터클에도 신경 썼다. 실제 300대의 자동차를 부수고, 광양의 1,300평 세트에 실 사이즈의 인천대교를 재연했으며, 그 안을 실제 안개로 가득 채웠다. 국내 최고의 VFX 기술을 가진 덱스터가 구현한 실험용 군용견 ‘에코’들은 100% CG임에도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고, 사람보다 더 변화무쌍한 얼굴로 감정을 전달한다. 일상의 공간이 악몽의 현장으로 변하고, 인간과 가장 친근한 동물인 개들이 위협의 대상으로 바뀌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김태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남편은 필요 없고, 아이만 필요해!”라는 톱배우 김혜수의 도발적인 대사로 히트한 굿바이 싱글(2017) 이후 8년 만의 컴백작이다. 작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선보인 후, 관객들의 반응을 적극 수용해 영화에 감정이 과잉된 장면들을 과감히 덜어내면서 러닝타임이 짧아졌다. 감정을 강요하는 듯한 배경음악도 대폭 축소했다. 이선균 배우와는 오랜 술친구였던 김 감독은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시나리오를 준비하며 이선균 배우에게 주인공 정원 역을 제안했다. 이선균 배우는 “내가?”라며 깜짝 놀랐다는 반응이었다고 김 감독은 회고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서 재난영화는 특정 배우들이 독식하는 분위기였고, 로맨스 드라마나 시대극에서 주로 활동했던 이선균 배우는 그런 큰 역할을 감당할 수 없다고 스스로 자신의 연기폭을 제한하고 있던 것이다. 영화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뛰어난 정무 감각과 빠른 판단력, 매사에 자신감이 넘치는 안보실 행정관 정원 역에 이선균 배우는 찰떡처럼 딱 붙는 연기를 보여준다. 재난영화 특유의 무거운 톤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길을 잃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데 성공한다.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불안과 공포에 빠진 사람들을 침착하게 진두지휘하며, 냉철한 판단으로 공항대교 탈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정원의 모습에서 관객은 이선균 배우도 ‘블럭버스터 영화’에 걸맞을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선균 배우의 다음 블록버스터 영화를 볼 수 없다는 점이 새삼 아쉽게 느껴지는 지점이다. 김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선균을 ‘깐깐한 배우’라고 회고했다. 광대한 세트, 수많은 등장인물, 짙은 안개 속에서 동선을 맞추고, CG로 구현될 실험견에 대한 시선을 맞춰야 하는, 자칫하면 길을 잃을 것 같은 상황 속에서 이선균 배우는 중심을 잡고 하나하나씩 맞춰갔다고 했다. 이에 대해 주지훈 배우는 “깐깐한 게 아니라 이선균 배우가 맞다. 식당에서 제육볶음을 주문했는데, 고등어구이가 나오면 안 되지 않나? 워낙 연기경력이 많은 베테랑 배우였기에 현장에서 감독과 스태프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체크할 수 있었다. 그래서 피곤한 적도 있었지만, 힘들 때면 함께 스몰토크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덜어버리고, 다시 극의 중심을 잡아줬다”라고 말했다. 10.26 사태에 숨겨진 인물을 주인공으로 세운 행복의 나라 영화 행복의 나라는 대한민국 현대사를 뒤흔든 사건인 10.26 대통령 암살사건과 12.12 사태를 관통하는 정치재판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유신헌법을 공포하며 영구집권을 꿈꿨던 박정희 대통령의 수하였던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궁정동 안가에서 살해한 이후 벌어진 일련의 과정을 녹여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는 MBC 드라마 제4공화국(연출 장수봉, 1995)이나 영화 그때 그 사람들(감독 임상수, 2005),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 2020)에서 재현되기도 했다. 그런데 행복의 나라에는 같은 소재를 다룬 기존 작품들과 다른 점이 있다. 김재규와 박정희, 차지철 등 10.26 사태의 주요 인물들에 주목하지 않고, 그사이 숨겨진 주변부 인물을 주역으로 최초로 다뤘다는 점이다. 이선균 배우는 이 영화에서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으로 대통령 암살사건에 연루된 주인공 ‘박태주 대령’(정보부장 수행비서관)을 맡았다. 김재규가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하는 동안 밖에 있던 경호원들을 사살했다. 이후 법정에서는 사전에 모의한 행동인지, 강압에 의한 행동인지에 대해 다툼이 있었지만, 박태주 대령은 “나 살자고 부장님을 팔아넘기라고?”라는 한 마디로 평소 그의 강직함을 표현한다. 그를 살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정인후 변호사’ 역은 팔색조 조정석 배우가 분했다. 정당하게 진행되지 않는 재판에 분노하며 박태주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정해진 결말로 짜맞춰져 가는 재판장에서 “이럴 거면 재판은 왜 하는 겁니까!”라고 일갈한다. 부정 재판을 주도하며 훗날 12.12 군사 반란을 일으키는 거대 권력의 중심인 합수부장 ‘전상두’ 역은 유재명 배우가 맡아 호흡을 맞췄다. 재판과정을 실시간으로 감청하며 재판 결과를 자기 뜻대로 주도하는 전상두가 “니가 무슨 짓을 하든 그놈은 죽어”라는 대사를 뱉는 장면에서는 야욕에 휩싸인 인물의 광기와 권력에 대한 갈구가 느껴진다. 이선균 배우가 연기한 박태주 대령은 실존 인물(본명 박흥주)이다. 평안남도 평원군 출생으로 한국전쟁 당시 가족과 월남했다. 명문고였던 서울고를 졸업하는 등 학업에 두각을 나타냈지만, 가난한 가정형편으로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했다. 육사 18기 졸업 후 6사단 포병 소위로 임관했고, 뛰어난 성적으로 승진을 거듭했다. 당시 6사단장이었던 김재규의 눈에 들면서 부관으로 발탁됐고, 김재규가 중앙정보부장으로 옮기며 38세에 중앙정보부장 수행비서관, 대령으로 진급했다.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재판으로 불렸던 박태주 재판은 공판이 진행되는 도중 여러 차례 법정에 은밀히 쪽지가 전달된 사실로 인해 ‘쪽지 재판’이라는 조롱 섞인 타이틀이 붙기도 했으며, 첫 공판 후 단 16일 만에 최종 선고가 내려져 ‘졸속 재판’이라고도 일컬어졌다. 김재규는 부하를 살리기 위해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했고, 박 대령의 두 딸이 TV에 나와 ‘우리 아빠 살려주세요’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울부짖었지만, 공범이란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늘 군대로 돌아가길 바랐지만, 조금만 더 곁에 있어 달라는 김재규의 부탁에 결국 비극적인 운명을 맞게 된다. 현역 군인이었지만, 사형수로 형 집행당했기에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도 없었고, 비상계엄하에서 현역 군인에 대한 재판은 단심제였기에 형 집행도 가장 빨랐다. 수감된 교도소 벽에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자를 위해 죽는다’라는 글을 남겼으며, 총살되기 전 “대한민국 만세! 대한 육군 만세!”를 외쳤다고 알려졌다. 불공정한 재판과정을 영화적으로 흥미롭게 재구성한 연출은 광해, 왕이 된 남자 (2012)로 1,232만 관객을 동원한 추창민 감독이 맡았다. 시대를 관통하는 탄탄한 스토리와 묵직한 메시지를 담아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감독은 가장 중요한 법정 씬 장면을 표현하기 위해 촬영 전 수많은 자료를 철저히 조사했다. 2022년 10월 크랭크업 후 그는 “어려운 고비 때마다 묵묵하게 현장을 지켜주던 스태프들, 수다와 환한 웃음으로 촬영장을 이끌어 준 배우들, 모두 최고 중의 최고였다. 행복의 나라에 참여한 모든 분께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같은 자리에서 이선균 배우는 “행복의 나라는 여러 의미에서 도전이 된 작품이었다. 잘 마무리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싶다. 감독을 비롯해 훌륭한 배우들, 스태프들과 함께 작업해서 즐겁고 감사했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현재까지 영화 행복의 나라에 대해 알려진 내용은 거의 없다. 국내 최대 영화배급사 NEW에서도 정보를 거의 알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크랭크업 이후 1년이 넘도록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채 베일에 싸여 있는 영화가 이제 곧 관객을 만난다. 영화 속 박태주 대령처럼 마지막을 맞이한 이선균 배우는 크랭크업 불과 1년 후 자신의 모습을 상상이나 했을까. 그의 마지막 모습을 스크린에서 만나는 것이 그가 떠난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또 하나의 방법일 듯하다. ‘행복의 나라’로 ‘탈출’한 ‘나의 아저씨’…. 그곳에선 부디 ‘평안함에 이르렀길.’
수능 해킹 (문호진·단요 지음, 창비 펴냄, 504쪽, 2만3,000원) 정형화된 패턴과 암기형 지식, 오직 문제풀이만을 위한 기술의 발달로 진정한 교육에서 멀어진 수능의 폐해를 꼬집는다. 저자들은 이 쓸모없는 기술을 익히지 않고는 시험을 잘 볼 수 없는 현실도 문제지만, 고득점을 해서 인기 대학에 가도 교수에게 ‘해답지를 요구’하는 학생이 될 뿐이라고 한탄한다. 학생과 교사, 사교육 종사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교육 전반의 문제를 통렬히 비판한다. 옥효진 선생님의 슬기로운 초등생활 (옥효진·김가은 지음, 호밀밭 펴냄, 312쪽, 2만3,000원) ‘학부모’가 처음인 부모들을 위한 학교생활 지침서. 예비소집일부터 2차 성징까지 자녀의 학교생활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새롭게 적용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해 자세히 알려준다. 초등학생 때 잘 챙겨야 할 과목과 경제교육 방법, 숙제 지도, AI 학습 프로그램 활용 등 궁금할 만한 101가지 질문에 대한 친절한 답변을 만날 수 있다. 뚝딱뚝딱 위클래스 운영, 어떻게 할까? (이호은·조윤정·이은주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펴냄, 236쪽, 1만8,000원) 오랜 경험을 가진 세 명의 상담교사가 위클래스 운영 노하우를 한 데 엮었다. 현장에서 다양한 학생·학부모·교사를 상대하며 겪을 수 있는 여러 난감한 상황을 꼼꼼히 모아 해법을 제시하고, 각종 운영계획과 위클래스 홍보, 상담 준비와 기록, 또래상담반 운영, 위클래스 프로그램, 돌발상황 대처방법 등을 세세히 안내한다. 대화의 힘 (찰스 두히그 지음, 갤리온 펴냄, 364쪽, 1만9,000원) 탁월한 대화 능력을 지닌 ‘슈퍼 커뮤니케이터’가 되는 방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대화 시작 전 대화의 유형부터 파악하고 서로 소통하는 방식을 일치시켜 동기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위로를 바라는 사람에게 솔루션을 제시해서는 곤란하다는 이야기다. 의사결정을 위한 대화, 감정을 나누는 대화, 사회적 정체성에 대한 대화 등 유형별 대화 스킬을 상세히 알려준다. 10대를 위한 데일 카네기 자기관리론 (데일 카네기 지음, 책이라는신화 펴냄, 240쪽, 1만2,000원) 성공적인 인생을 위해 필요한 자기관리 법칙 28가지를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재구성했다. 어려운 이론 대신 예화와 예시를 들어 쉽게 구성하고, 중요한 어록이나 핵심 문장은 영어 원문을 함께 수록해 본뜻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했다. 각 장 말미에는 주요 메시지를 정리한 ‘핵심정리’와 실제로 적용해 볼 수 있는 ‘실천하기’ 코너도 마련했다. 인공지능 윤리를 부탁해 (허유선 지음, 나무야 펴냄, 204쪽, 1만6,000원)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삶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살피고, 우리가 반드시 던져야 할 10가지 질문을 통해 올바른 방향과 해법을 제시한다. 청소년 눈높이에 맞게 쉬운 말로 풀어쓰고, 교육현장에서 서로의 생각을 나눠 볼 수 있도록 주제별로 다채로운 토론 거리를 실었다. 인공지능 개발과 활용에는 반드시 ‘가치’가 고려돼야 함을 이해하도록 안내한다. EBS 초등 여름방학생활 (EBS 편집부 지음, EBS 펴냄, 1만1,000원) 초등학생의 방학 필독서 EBS 초등 여름방학생활이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올해부터 반영되는 새 교육과정을 반영해 전면 개정한 1~2학년은 창의체험활동에 교과 연계 문제를 더해 창의력과 기초학력을 동시에 함양할 수 있게 했다. 재밌는 무료 영상 강의가 TV와 인터넷으로 제공돼 방학 중 규칙적인 자기주도학습에 용이하고, 늘봄교실이나 보육기관에서 활용하기도 좋다. 올해부터 방학생활은 1~4학년까지만 출간되므로, 5~6학년은 주제별 심화탐구에 초점을 맞춘 EBS 창의체험 탐구생활을 권장한다. 내가 만드는 사전 (박선영·정예원 글, 김푸른 그림, 주니어마리 펴냄, 96쪽, 1만3,000원) 아홉살 여자아이 다람이와 사전을 만드는 다람이 엄마가 43개의 낱말로 엮어 가는 알콩달콩 이야기를 담았다. 세상의 무수한 말들과 뜻풀이를 모은 책이 ‘사전’이다. 이 책에는 다람이 사전의 뜻풀이와 국어사전의 뜻풀이를 함께 실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낱말을 찾아 사전을 만들며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다 보면, 세상에는 소중한 것이 많음을 새삼 느낄 것이다.
“왜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을까?” 여름방학은 언제나 짧다. 출석부 정리, 세특 기재 등 마무리 짓지 못한 1학기 업무도 한 가득이다. 게다가 2학기 수업준비도 해야 하지 않던가. 3주 남짓의 여름방학이 금세 끝나버리는 이유다. 그래도 선생님에게는 휴식이 절실하기에, 애써 시간 내고 비용 들여가며 여행 떠나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터, 걱정 내려놓았던 기간만큼 그 밖의 시간에 할 일을 몰아서 해야 하는 탓이다. 늘 쉬어도 쉰 듯싶지 않다. 2학기 시작 무렵이면 이미 지쳐있는 상태다. 과연 나는 2학기를 버텨 낼 수 있을까? 교사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고민이다. 지쳤다는 느낌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면, ‘휴식의 기술’을 제대로 익혀보면 어떨까? 독일의 과학 저술가인 울리히 슈나벨(Ulich Schabel)은 이렇게 말한다. “스마트폰을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두고, 인터넷과 언제라도 접속할 수 있게 해 놓았으며, 100여 개가 넘는 방송 채널을 원하는 즉시 선택할 수 있게 대기시켜 놓은 상태에서 오로지 한 가지 일에만 주의력을 집중한다는 것은 온갖 초콜릿으로 가득 찬 상자 앞에 앉아 다이어트를 장담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 울리히 슈나벨,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중에서 할 일이 너무 많으면 되레 아무것도 못 한다. 고민하며 마음만 졸일 뿐이다. 그렇게 우리는 스마트폰을 손에 집어 든다. 왜 그럴까? 슈나벨에 따르면, 인간 두뇌는 ‘자극 중독자’다. 불안할수록 고민에서 벗어나려고 주의를 잡아끌 ‘딴짓거리’를 더 적극적으로 찾는다. 하지만 화면들을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보낸 후에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삶이 사라진 듯한 헛헛함이 찾아들며 감정은 더 어둡게 가라앉는다. 여행도 다르지 않다. 여행을 가서도 온갖 걱정거리와 불편한 감정이 여전히 머리와 가슴을 무겁게 하지 않던가. “오디세이 전략과 세렌티피티 원리” 그렇기에 울리히 슈나벨은 진짜 쉬고 싶다면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잘라 말한다. 그는 ‘오디세이 전략’을 들려준다. 오디세이는 뱃사람을 홀리는 사이렌의 노랫소리에 끌리지 않기 위해 돛대에 자기를 묶었다. 그러곤 노를 젓는 선원들의 귓구멍을 밀랍으로 막아 버렸다. 전자기기는 중독성 강한 사이렌의 노래와 같다. 오롯이 쉬고 싶고 싶다면, 주변에 널린 일단 스마트폰과 각종 화면을 치워버려라. 일단 자신을 심심하게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울리히 슈나벨은 자연을 느낄만한 곳으로 산책하라고 충고한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우리 두뇌는 멈추지 않는다. 이른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상태다. 이를 ‘멍때리기’라 해도 좋겠다. 그 상태에서 묵은 문제에 대한 해법, 창의적이고 기발한 생각이 퍼뜩 떠오르곤 한다. 샤워하거나 설거지할 때, 고민의 해결책이 불쑥 생각났던 경우를 떠올려 보라. 이를 학자들은 ‘세렌티피티 원리(Serendipity Principle)’라고 한다. 새로운 것이 들어오려면 먼저 비어있어야 한다. 휴식에서는 채움보다 비움이 먼저여야 하는 이유다. 물론 세렌티피티 원리를 적극 쓰겠다고 마음먹어도 우리에게 여름방학은 너무 짧다. 흔들리던 물잔 속 물결은 컵을 가만히 놓아도 여전히 흔들린다. 물이 잔잔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음을 다잡는 일도 그렇다. 내려놓고 비우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온갖 감정노동으로 진창이 된 교사의 마음을 다스리기에 방학의 여유가 충분치 않은 까닭은 여기에 있다. “자주 철학으로 돌아가 휴식하라.” 이 점에서 로마 황제이자 스토아 철학자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의 ‘휴식의 기술’은 신산스러운 선생님들에게 무척 요긴한 기법이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사색을 위해 한적한 곳에 틀어박히는 이들이 많다. 시골로, 해변으로, 산속으로. 그대도 예전에는 자주 그런 일상을 꿈꿨다. 그러나 진정 자기 마음과 마주하고 싶다면, 언제 어디서나 자기 내면으로 들어가라. …(중략)… 그대가 지금 있는 곳이야말로 철학과 친해지기 가장 좋은 환경이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중에서 아우렐리우스는 그의 시대에 가장 바빴던 사람이었다. 로마 제국은 너무 컸고. 황제의 손길을 기다리는 문제들은 많았다. 게다가 외적도 끊임없이 쳐들어왔다. 아우렐리우스는 늘 전쟁터를 떠돌아야 했다. 그런데도 그는 짬을 내서 ‘자주 철학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널려 있는 일거리와 고민을 내려놓고 마음을 가다듬었다는 뜻이다. 그는 바쁜 일상 중에도 시간을 내어 스스로에게 보내는 충고들을 적곤 했다. 이렇게 쓰인 책이 유명한 명상록이다. 그렇다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스스로에게 어떤 말들을 들려주었을까? ‘자줏빛 옷감은 피조개의 체액으로 물들인 양털일 뿐이다.’ ‘이것은 죽은 새, 죽은 물고기, 죽은 돼지로구나.’ 명상록에 나오는 구절들이다. 당시에 자주색 염료는 황금만큼이나 비쌌다. 그래서 황제만 입던 옷 색깔이기도 했다. 이 귀한 것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피조개 체액’에 지나지 않는다며 담담하게 바라본다. 온갖 진수성찬도 그러하다. 따지고 보면 음식에 들어가는 모든 고기는 짐승 시체이지 않던가. 왜 그는 이런 식으로 생각을 가다듬었을까? “모욕을 당했다는 생각을 미련 없이 버려라. 그렇게 되면 모욕을 당했다는 느낌이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느낌이 없어지면 모욕 그 자체도 사라져 버릴 것이다.” 자신이 당한 일들의 사실관계만 확인하라. 이 일이 얼마나 창피하며 굴욕감을 주는지까지는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2차 가해’일 뿐이다. 갑자기 비가 와서 쫄딱 젖었다고 해보라. 비에 대해 억한 감정을 품어봐야 달라질 것은 없다. 누군가 내게 화를 냈는가? 그이가 왜 화를 냈는지, 내가 과연 그런 모욕을 당할만했는지 곱씹지 말라. 나는 쏟아지는 비를 맞듯 운이 없게 그의 불편한 감정에 당했을 따름이다. 내가 그의 더러운 성품을 어쩌지 못할 테지만, 내 마음은 내가 다스릴 수 있다. 그러니 담담하게 받아들이자. 해석 없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 우리 마음은 평안함을 되찾는다. 아우렐리우스는 부드럽게 조언을 건넨다. “해야 할 일을 하고, 벌어질 일은 벌어지게 그냥 두라.” “고통을 성장통으로 만들라.” 언뜻 보면, 상담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지 재(再)구조화’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려 해도 서운함과 분노, 보복하고 싶은 마음은 계속 솟아날 테다. 그래서 아우렐리우스는 다시 충고를 던진다. “그 사건은 불행이 아니며, 오히려 그 일을 고귀하게 견디어내는 것이 훌륭한 행운이다.” 아이의 생떼를 받아주기만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다간, 아이의 버릇이 나빠지고 인성도 삐딱해진다. 우주가 우리를 대하는 방식도 그렇다. 우주가 우리에게 잘못을 깨닫고 더 나은 사람으로 거듭나라며 고통을 치료제로 안겼다고 생각해 보자. 사람은 성공을 통해 배우는 경우가 별로 없다. 뼈저린 실패를 겪어야 비로소 자신의 부족함을 되짚게 되지 않던가. 그러나 아픔 속에 있는 자신을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이 역경은 나에게 어떤 깨달음을 주었는가? 이를 통해 내가 배우고 느껴야 할 점은 무엇인가?” 그렇게 조용히 되물으며 가슴을 추슬러야 한다. 이때야 비로소 고통은 나를 강하고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성장통(痛)으로 거듭난다. “내면의 성체를 굳건하게 하라” 아우렐리우스는 제대로 휴식을 누리던 사람이었다. 아무리 커다란 고난도, 고민거리도 그를 거꾸러뜨리지 못했다. 그는 ‘자아 회복력’이 매우 뛰어났다. 바쁜 일상에서도 사색의 시간을 만들어 부단히 마음을 다독였기 때문이다. 아우렐리우스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자신이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되물으며 내면의 성체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그는 오직 한 가지 문제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나는 좋은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 내가 어떤 사람이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이 없을 때는 마음 다잡기도 어렵다. 그때그때 아픔을 추스르느라 계속 흔들릴 따름이다. 반면 자신이 되고 싶은 ‘좋은 사람’의 이미지가 분명한 경우에는 지금 찾아온 고통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가 분명해진다. 내가 나아가야 할 바에 견주면, 자신이 어떤 점에서 부족한지가 뚜렷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우렐리우스는 나의 단점을 메우기 위해서는 누구를 본받아야 할지를 계속해서 생각하곤 했다. 우리도 이렇게 해야 한다. 선생님들이야말로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숱한 상처를 받는 분들 아니던가. 선생님들에게 휴식은 아우렐리우스가 그러했듯 영혼을 다잡는 시간이어야 한다. 곧 새 학기가 시작된다. 아우렐리우스처럼 철학으로 휴식하며 굳건하게 영혼을 다잡으시길 바란다. 따뜻한 응원을 드린다.
마시멜로 테스트 다시 보기 지난달 연재에서 자제력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의 하나로 ‘개인 자제력 절대 수준’을 들었다. 교사들의 자제력 절대 수준이 아주 높다면 자제력 상실로 인한 분노 폭발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개인의 자제력 절대 수준을 높이기 위한 훈련의 가능성과 한계는 무엇일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마시멜로 테스트는 스탠퍼드대학의 월터 미셸(Walter Mischel) 교수가 1968년에서 1974년 사이에 스탠퍼드 빙 유아원에 다녔던 550여 명의 아이를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다(Mischel, 2015:30). 이 실험에서는 유아원생들을 책상 앞에 앉힌 뒤, 마시멜로 하나를 책상 위에 두고서 15분을 참으면 마시멜로 2개를 주겠다고 약속하고 관찰하였다. 한 개의 마시멜로로 당장의 욕구를 채우는 대신 두 개의 마시멜로를 기다리는 능력, 즉 자제력을 언제 어떻게 발휘하는지 관찰했으며, 계속 조건을 바꿔가며 무엇이 아이들의 자제력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Mischel, 2015:15). 참여자 표본을 추적해 10년 간격으로 다양한 척도로 그들을 평가한 결과 ‘네다섯 살 나이의 그 아이들이 얼마나 더 오래 기다렸느냐에 따라서 청소년기의 사회적 관계 형성에 차이를 보였고, 나아가 대입 시험성적도 달랐다. 그들이 스물일곱 살에서 서른두 살이 됐을 때는 더 오래 기다렸던 아이들이 더 낮은 체질량지수와 더 나은 자아존중감을 보여줬고, 목표를 더욱 효과적으로 추구했으며, 좌절과 스트레스에 더 잘 대처했다. 또한 중년에 이르러서는 중독 및 비만과 관련 있는 뇌 영역에서 명확히 다른 스캔 영상이 나타났다’(Mischel, 2015:10). 미셸이 발표한 논문의 원래 제목은 유예되었지만 더욱 가치 있는 보상을 위한, 즉각적인 만족에 대한 유아원생들의 자주적 유예에 관한 연구 및 그 이론적 틀이다. 그런데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가 뉴욕타임스에 ‘마시멜로와 공공 정책’이라는 제목으로 이 논문을 소개한 후, 언론에서 ‘마시멜로 테스트’라는 별칭을 붙여주면서 이 연구는 ‘마시멜로 테스트’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Mischel, 2015: 24). 실제로 이 실험은 종종 마시멜로가 아닌 쿠키나 기타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른 것을 이용하기도 했다. 이 연구가 언론에 소개된 이후 사람들은 어린아이들이 마시멜로 앞에서 보여준 자제력이 그 아이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그러면서 자제력이라는 것이 타고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오랫동안 관련 연구를 해온 월터 미셸은 사람들의 이런 인식이 오해라고 말한다. 그는 마시멜로 테스트: 자제력이 성공의 엔진(Mischel, 2015)을 통해 개인의 자제력 수준은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기를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자제력을 기를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뇌의 가소성과 자제력 훈련의 가능성 현대 과학의 주된 교훈은 우리 뇌 구조가 DNA에 의해 이미 불변으로 확립되어 있다기보다는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많은 유연성과 가변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1 이를 뇌의 가소성이라고 하는데,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은 인간의 두뇌가 경험에 의해 변화되는 능력을 말한다. 즉 뇌가 가소성(plastic)과 순응성(malleable)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두뇌의 특징은 꽤 현대에 와서야 발견되었다. 우리의 뇌는 경험에 대한 반응으로 자기 스스로를 (한계 내에서) 재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진화시켜 왔다.뇌의 가소성 덕에 사람을 변화시키기 위한 훈련과 교육이 가능하다. 물론 인간만이 아니라 다른 동물들의 뇌도 가소성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 정도가 다를 뿐이다. “우리는 장차 무엇이 될지를 결정하는 고정적인 자질 보따리를 둘러메고 엄마 배 속을 나오는 게 아니다. 우리는 생물학적·사회적 환경과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성장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우리에게 동력을 부여하는 기대와 목표, 가치는 물론이고 자극과 경험을 해석하는 방식까지 형성하게 돕는다. 스스로 구축해 나가는 인생이야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Morf and Mischel, 2012. Mischel, 2015: 325-326에서 재인용). 미셸(Mischel, 2015:324-326)은 인간 노력을 통한 개인 특질 변화 가능성을 더 믿는다. 만일 스스로를 바꾸고 싶다면 뇌의 가변성을 믿으라고 조언한다. 그는 자제력에 관한 연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라는 존재를 바꿀 수 있다. 생각하는 방식을 바꿈으로써 우리의 느낌과 행위 그리고 될 수 있는 바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요약하고 있다. 자제력 훈련의 한계 자제력을 비롯한 개인의 특질은 불변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재설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인간 뇌의 가소성은 정의에 나타난 것처럼 ‘한계’가 있다. ‘우리의 삶이 DNA 제비뽑기가 아니라 스스로 공들여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무엇’(Mischel, 2015:325)일 수 있지만, 한계가 있고 개인차가 있다. 미셸도 타고난 자제력 수준의 차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Mischel, 2015:17). 자제력을 기를 수는 있겠지만, 교육이나 훈련을 통해 자제력이 길러지는 수준에는 개인차가 있다. 타고난 자제력의 차이는 출발점만 다른 것이 아니라 자제력 훈련 효과에도 차이를 나타낸다. 물론 자제력 훈련의 가능성을 믿지 않는 사람보다는 믿는 사람의 자제력 훈련 성과가 당연히 더 좋을 것이다. 하지만 자제력 훈련 효과를 과신하는 사람들이 유의할 것이 있다. 자신들이 경험한 변화를 바탕으로 자제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노력이 부족하거나 신념이 미약한 탓이라고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박남기(2018)가 실력의 배신에서 밝히듯이 개인이 갖추고 있는 실력마저도 타고난 머리와 집념, 좋은 부모와 선생님 그리고 친구 등 대부분 선천적인 운과 후천적인 운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노력과 훈련을 통해 자제력을 높일 수는 있지만, 개인차가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자제력 발휘 노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개인의 특성과 의지만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요인도 있다. 뉴욕대학교와 UC 어바인대학 연구팀은 유사한 마시멜로 테스트와 연구를 실시하고 추적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보상을 기대하며 참을 수 있는 능력’은 아이의 타고난 ‘인내심’보다는 사회·경제적 배경과 더 관계가 깊다는 것을 밝혔다. 일단 부모나 1차 보호자의 사회·경제적 배경이나 교육 수준을 감안하고 나면, 만 4세의 충동적인 아동과 의지가 강한 아동 사이에 나타났던 성취의 차이가 만 15세가 되면 대체로 사라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만 4세 때의 행동과는 상관없이 만 15세가 되면 부유한 전문직 가족 출신의 아동들이 그렇지 않은 배경을 가진 또래보다 일반적으로 성취도가 높은 것으로 나왔다(Critchlow, 2019:58-59). 그들에 따르면 가난한 집 아이들은 경험을 통해 오늘 냉장고에 음식이 있다고 해서, 내일도 있으라는 보장이 없음을 알고 있다. 눈앞의 마시멜로도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확실하지도 않은 두 번째 마시멜로를 위해 자제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반면 부유한 집의 아이들은 경험상 집의 냉장고는 늘 채워져 있었고, 설령 두 번째 마시멜로를 놓치더라도 크게 아쉬울 것이 없기 때문에 당장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또한 성인이 된 후의 성공 여부는 자제력보다는 사회·경제적 배경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3 두 번째 결론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자제력 하나가 미치는 영향력이 사회·경제적 배경이 미치는 영향력보다 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장마가 걷히고 햇빛 쨍쨍하던 지난 7월, 서울아현초등학교 2학년 7반 교실. 20여 명의 학생들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귀를 쫑긋 세운다. 이날은 교장선생님이 책을 읽어 주는 날.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구연동화처럼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은 독서교육 전도사로 유명한 심영면 교장. 지난 2020년 아현초 교장에 부임한 이래 한해도 거르지 않고 1학기와 2학기에 한 차례씩 1~6학년까지 모든 학급에 들어가 책을 읽어준다. 교장만 책 읽어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아현초는 “애들아 함께 읽자!”를 모토로 삼아 담임교사·학부모·고학년 학생들까지 참여한다. 실제 이 학교의 독서교육활동은 크게 네 가지로 운영된다. 첫 번째는 담임교사가 하루에 한 권, 10분씩 읽어 주는 ▲‘얘들아, 함께 읽자!’가 있다. 두 번째는 고학년이 저학년에게 책을 읽어주는 ▲‘얘들아, 언니가 읽어줄게!’이다. 4학년은 1학년을, 5학년은 2학년, 6학년은 3학년을 맡아 각각 학급 단위로 책을 읽어 주는 프로그램이다. 세 번째는 학부모가 1~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주 1회 학급단위로 책을 읽어주는 ▲‘얘들아, 우리도 읽어줄게!’이다. 20여 명의 학부모로 구성된 동아리, ‘아현 책기사(책 읽어주기의 기적을 믿는 사람들)’가 담당한다. 마지막으로 사회 저명인사와 학교 관리자가 책 읽어주는 ▲‘얘들아! 이 책 어때?’이다. 이를 통해 1년이면 학생 1명에게 읽어주는 도서의 총합이 400~500권은 될 것이라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교실 속 작은 도서관과 아현 전자도서관 우리나라 성인 1인당 연간 종이책 독서량이 1.7권인 점에 비춰보면 아현초의 실적은 놀라운 수준이다. 비결은 이 학교만의 특별한 공간에서 찾을 수 있다. 이 학교엔 각 교실마다 약 500여 권의 도서가 비치된 일명 ‘교실 속 작은 도서관’이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언제든지 책을 교실에서 대출받아 손쉽게 읽을 수 있다. 또 전자책 2,260종, 3,015권이 비치된 전자도서관을 운영, 학생들의 도서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이뿐 아니다. 매일 아침 ‘선생님과 함께하는 20분간 아침독서’와 학생들이 두꺼운 책 읽기에 도전해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두꺼운 책 읽기 프로젝트’가 독서교육 차원에서 운영된다. 이와 더불어 1~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아빠와 함께 별 보며 책 읽기’가, 4~6학년 대상으로는 ‘온종일 책 읽기’가 운영된다. ‘온종일 책 읽기’는 방학 중 학교도서관에서 온종일(13:00~19:00) 스스로 정한 두꺼운 책을 읽는 기회를 주는 것으로 긴 시간 동안 몰입해서 책을 읽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매년 입학식과 졸업식 때 학생들에게 책 한 권을 선물하는 독특한 프로그램도 있다. 올해 6학년 학생들에게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교수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다룬 마지막 강의를 졸업 선물로 줄 계획이다. 인생에서 난관을 만났을 때 주저하지 말고 묻고 도전해서 해법을 찾아가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한다. 책 읽어주기는 책의 세상으로 이끌어 주는 적극적인 초대 ‘책 읽어주기’로 대표되는 심 교장의 독서교육은 올해로 18년째를 맞는다. 그는 지난 2006년 서울시교육청 장학사를 거쳐 교감으로 임용되자 독서교육에 온 힘을 쏟았다. 학교에서 가장 열심히 해야 할 일이 독서와 글쓰기이고, 독서는 매우 긴 시간 동안 꾸준한 훈련과 노력에 의해 얻어지는 좋은 습관이자, 좋은 능력이라는 소신에서였다. 그가 책 읽어주기 운동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을 실증적 통계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처음 교장에 임용됐을 때, 부임한 학교의 학생 1인당 연간 독서량은 22.4권이었다. 그리고 4년 후, 임기만료로 학교를 떠날 무렵엔 98.6권으로 늘어있었다. 무려 5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이 같은 변화가 일어난 이유는 아주 단순하고 명확합니다. 아이들은 읽어준 책을 직접 읽어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죠. 책 읽어주기는 책의 세상으로 이끌어 주는 적극적인 초대인 셈이고요. 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은 책을 읽습니다.” 심 교장은 얼마 전 한 학부모로부터 한 통의 편지와 한 권의 책을 받았다. 엽서 크기의 편지에는 “교장선생님 덕분에 우리 아이가 책을 가까이하고 책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이를 계기로 책을 만들어 출판하는 기쁨을 얻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러면서 학생이 직접 만든 책 한 권을 동봉해 보내왔다. 그는 “큰 변화를 바라고 벌인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가 괜찮은 일은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책 읽어주기를 계속하는 이유? 내가 행복해지기 때문 그가 책 읽어주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순전히 아내의 자녀교육 덕분이다. 큰 아이가 2~3살 때부터 엄마와 어린이집 선생님이 책을 많이 읽어주었고, 이를 계기로 ‘거실 벽면이 모두 책’일 정도로 딸아이가 ‘독서광’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만나는 사람마다, 특히 막 자녀교육에 눈을 뜬 사람에게 꼭 책을 읽어 주라고 신신당부한다. “왜 책 읽어주기를 계속하느냐고요? 제가 행복해지기 때문이죠.” 그는 책 읽어주기에 참여하고 있는 학부모들로부터도 비슷한 말을 듣는다고 했다. 처음엔 봉사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어느새 책을 손에 쥐고 있는 모습을 보며 자신이 가장 큰 수혜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마워하더라는 것이다. ‘얘들아, 함께 읽자!’ 운동으로 교육현장에 놀라운 변화를 일으켜 온 심 교장은 2014년 사단법인 책읽어주기운동본부를 만들어 이사장을 겸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3만 부 이상 팔려나간 베스트셀러 초등 독서의 모든 것(꿈결) 등이 있다.
학생들에게 학교폭력예방교육을 하다 보면 “저 미성년자인데도 범죄를 저지르면 감옥에 가나요?”와 같은 질문을 특히 많이 받는다. 학교 법률자문 과정에서도 “우리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범죄에 연루되었는데 어떻게 되는 건가요?”라는 문의가 자주 있는 것을 보면, 이런 청소년 범죄에 대한 형사사건 절차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성인들의 범죄에 대해서는 언론을 통해 자주 보도되니 ‘수사를 통해 구속되어 재판을 거쳐 처벌받는다’라는 피상적인 인식들은 가지고 있는데, 청소년 범죄에 대해서는 ‘촉법소년’, ‘소년법’과 같은 단어들은 익숙하지만, 막상 전체적인 흐름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범법소년, 촉법소년, 범죄소년 「형법」은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형법」 제9조). 따라서 만 14세 미만은 어떤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형사처벌(사형·징역·금고·벌금 등)을 면한다. 그렇다고 만 14세 미만에게 아무런 제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소년법」은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을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심리하도록 하고 있다(「소년법」 제4조 제1항 제2호). 결국 10세만 넘으면 보호처분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 범법소년 그러나 10세 미만의 자는 형사처벌과 보호사건 처리 모두가 불가능한데, 이런 소년을 ‘범법소년’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초등학교 4학년 재학 중 만 10세가 되므로, 초등학교 4학년이 안 된 학생이라면 어떤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수사의 시작인 입건 자체가 불가능하다. ● 촉법소년 다음으로 14세 미만이라 형사처벌은 못 하지만 10세 이상이라 보호사건으로 심리할 수 있는 자는 ‘촉법소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중학교 1학년 재학 중에 만 14세가 되므로, 초등학교 4학년 무렵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가 촉법소년에 해당한다. ● 범죄소년 한편 「소년법」에서는 소년을 19세 미만인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소년법」 제2조). 14세가 넘어 형사처벌이 가능하더라도 검사의 판단에 따라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심리될 수 있고, 심각한 수준의 범죄가 아니라면 이렇게 처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14세 이상 19세 미만에 해당하는 자를 ‘범죄소년’이라고 한다. 보통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나이가 만 19세이므로, 중학교 1학년 무렵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가 범죄소년에 해당하게 된다. 소년분류심사원 입원 사건에 대한 조사과정을 거친 촉법소년과 범죄소년은 법원에서 재판에 출석하라는 통지를 받는다. 소년과 보호자가 함께 소년법원에 참석하면서 ‘잘 다녀오면 되겠지’라고 생각할 텐데, 매우 놀랍고 급작스럽게 상당한 기간 이별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판사가 소년분류심사원 위탁을 결정하는 경우다. 성인으로 치자면 재판이 진행되기 전에 구속되는 것과 비슷하다. 소년분류심사원은 법원에서 최종적인 보호처분을 내리기 전에 소년의 가정환경이나 품행, 재범의 가능성 등을 조사하는 기관이다. 성인 범죄자의 경우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를 막기 위해 구속이 이루어진다면, 소년분류심사원 위탁은 교정을 목적으로 하는 소년 사건 절차에 따른 것이므로 구속보다 넓은 재량이 있어 쉽게 내려지는 편이다. 법정에서 위탁 결정이 내려지면 돌발적인 행동 방지를 위해 수갑을 차고, 포승줄로 묶인 채 호송버스에 올라 소년분류심사원에 가게 된다. 소년분류심사원에서는 오전 6시 30분 기상해서 저녁 9시 취침까지 각종 교육과 심리치료 프로그램 등의 일정이 짜여 있다. 입원한 소년은 각종 규칙의 준수와 단체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되기 마련이다. 여기에서의 생활태도는 판사에게 보고서로 제출되며, 소년의 최종적인 처분에 대한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이러한 소년분류심사원 위탁기간은 1개월을 초과하지 못하지만, 특별한 경우 한번 연장할 수 있다(「소년법」 제18조 제3항). 따라서 짧게는 2주부터 길게는 8주까지 생활하게 된다. 학교에 재학하던 학생이 소년분류심사원에 입원한 경우에는 그 수용기간을 학교의 수업일수로 계산한다(「보호소년 등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31조 제2항). 즉 출석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촉법소년에 대한 보호처분 ‘촉법소년의 나이를 낮춰야 한다’라는 주장을 자주 듣는다. 현재 14세 미만으로 되어 있는 「형법」 규정을 고쳐 13세 또는 그 이하의 나이로 바꾸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일반에게 잘못 알려져 ‘촉법소년에게는 아무런 것도 할 수 없다’는 식의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소년법」은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에 대한 다양한 보호처분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소년법」 제32조). 이러한 보호처분의 종류에서 보듯 10세 이상이라면 단기 소년원 송치, 12세 이상이라면 장기 소년원 송치가 가능하므로, 우리 법체계가 촉법소년들을 완전히 손 놓고 방치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또한 위 처분들은 종류에 따라 상호 간에 병합될 수 있고, 비행이 잦아 법원을 자주 방문하게 되는, 이른바 단골손님(?)들은 이렇게 다양한 처분들이 병합되는 것을 ‘종합선물 세트’라고 부른다. 그러나 일반 국민, 특히 해당 소년의 범죄에 의한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해자가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형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게 되어 결과적으로 약한 처벌을 하게 되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촉법소년에 대한 보호처분은 전과에 남지도 않기에 장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소년법」 제32조 제6항). 이렇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촉법소년의 범죄에도 불구하고 그 나이를 하향하는 「형법」과 「소년법」 개정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대부분 언론에서 크게 보도하는 사건들을 위주로 접하게 되지만, 일반적인 촉법소년들이 일으키는 범죄 대부분은 중하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소년들이 구치소에 수용되어 성인과 섞이게 되면 새로운 범죄를 습득할 수도 있고, 보호처분이 아닌 집행유예 판결 등이 있을 때는 막상 소년에게 아무런 교훈도 주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이런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기 어려운듯하다. 범죄소년 사건의 특징 14세가 넘었으나 19세가 넘지 않은 범죄소년들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중학교 1학년 정도의 학생이 자신이 촉법소년인 줄 알았다가 나중에야 나이 계산을 잘못해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일도 있었다. 범죄의 수위가 높아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단되거나, 이전에 다른 보호처분들이 있었던 경우, 성범죄 등의 사건이라면 검사의 판단에 따라 성인과 마찬가지의 일반 형사처벌 절차로 진행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19세 미만인 소년은 일반 형사절차로 진행되더라도 2년 이상의 형에 처하는 경우, 그 형의 범위에서 장기와 단기를 정하여 선고하되, 장기는 10년, 단기는 5년을 초과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소년법」 제60조 제1항). 예를 들어 성인이라면 ‘징역 5년’ 이런 식으로 직관적인 이해가 가능하고 이게 우리에게도 익숙하겠지만, 소년이라면 ‘장기 5년 단기 3년’ 이런 식으로 다소 독특한 판결이 선고된다. 이때 소년이 수감되어 3년의 기간을 채웠다면, 이를 집행하는 기관의 장이 소년의 태도를 고려하여 검사의 지휘에 따라 형 집행을 종료시킬 수 있다(「소년법」 제60조 제4항). 참고로 법상 소년에게 적용될 수 있는 법정 최고형은 징역 20년이다(「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4조). 한편 범죄소년 사건의 다수는 촉법소년과 마찬가지로 처리된다. 그러나 이를 심리한 소년법원의 판사가 그 과정에서 소년이 범한 범죄가 중하다고 생각되어 보호처분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경우 일반 형사처벌 절차를 밟도록 검사에게 보낼 수도 있다(「소년법」 제7조 제1항, 제49조 제2항). 학교장 통고제도 이렇게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과 범죄소년 사건 대부분은 처음에는 경찰에 사건이 접수되어 시작된다. 그런데 경찰을 통하지 않고도 학교에서 사건이 발생하였음을 직접 법원에 통고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이를 ‘학교장 통고제도’라고 부르고, 「소년법」에서 근거한다(「소년법」 제4조 제3항). 학교에서 학생이 선생님을 때리는 행동을 하였다면, 이는 교육활동 침해에 해당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폭행죄와 같은 범죄에도 해당하게 된다. 이때 학생이 촉법소년이라도 10세만 넘는다면 앞에서 설명한 보호처분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막상 학교가 소속된 학생을 직접 경찰에 신고하거나 고소·고발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수사과정에서 학생이 입게 될 상처가 걱정되기도 하고, 수사에 관한 기록이 학생의 장래에 영향을 미치게 될지 우려스러울 수도 있다. 학교장 통고제도는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학생을 법원에 보내는 제도로 법원의 전문조사관은 조사나 상담을 통해 학생의 생활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장점으로 교권문제에 대한 대책이라는 의견도 있다. 학교장 통고제도는 1963년 「소년법」에서부터 도입되었을 만큼 역사가 오래되었다. 그럼에도 매우 생소한 느낌일 것이다. 실무상 잘 쓰이지도 못한다. 제도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교사가 학생에게 법원의 심판을 받게 한다는 것이 굉장한 부담이고, 해당 학생이나 보호자로서는 학교가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간 왜 제도가 활용되지 못했는지 점검하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
구은복 경남 관동초 교사는 7월 30일 오후 경남, 부산, 울산, 경북의 영재키움 학생과 학부모 200명을 대상으로 ‘생각대화 방법’에 관한 특강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구 교사는 7월 28일부산대 아르피나 호텔을 방문하여 자신의 저서 150권을 직접 나누어주고, 온라인 특강 참여 방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였다. ‘영재키움 프로젝트’는 소외계층 학생들이 멘토교사와 1:1 멘토링, 진로 체험, 자율 연구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여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발견하고 잠재된 능력을 키울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부 사업이다. 그러나 부산대는 경상권역이 넓어 연간 오리엔테이션과 창의융합 캠프 외에는 오프라인 모임을 몇 차례밖에 진행할 수 없어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구 교사는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대비해 교실혁명 선도교사로서 디지털 역량 강의를 진행하고, 소외계층 학생들에게 필요한 사회정서 역량 함양을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하였다. 구 교사는 경남 영재키움 프로젝트의 대표 교사로서 자비 350만원을 들여 무료 뮤지컬 공연과 다양한 행사를 기획해왔으며, 이번에도 부산대와 협력하여 10시간 이상의 강의를 진행하였다. 교육부가 8년 동안 영재키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특강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다. 특히 구 교사는 그림책 생각대화 중 '창의 생각 대화'방법인 질문 중심의 벌집Q 생각대화로 큰 호응을 얻었다. 이 방법을 통해 구 교사는 2019년 대한민국 어린이 국회에서 전국 대상을 수상한 학생을 지도하였고, 올해도 우수상을 수상하도록 도왔다. 또한 2023~2024년 경남 발명 경진대회에서 2년 연속 금상을 지도하고, 2024년 경남 과학전람회에서 특상을 지도하는 등 다양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번 특강에서는 학생과 부모가 제공된 다양한 생각대화 학습지를 통해 대화를 나누고, 결과물을 패들렛에 올리는 후속 활동도 진행되었다. 100명의 가족이 패들렛에 과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구 교사는 10시간 넘게 피드백을 제공하였다. 이날 참석하지 못한 학생과 학부모를 위해 소규모로 추가적인 재능 기부 특강도 진행될 예정이다. 특강에 참석한 김00학생은 "부모님과의 대화가 원활하지 않았으나 이날 실습을 통해 놀라운 소통의 경험을 하였다"고 전했다. 이00 학생은 "자신을 성찰하게 되었고, 보이지 않는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겠다"는 다짐을 하였다.최00학생은 "오랜만에 엄마와 대화할 수 있어 좋았으며, 대화 방법이 신기하고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이00학생은 "대화를 통해 그동안의 오해를 풀 수 있었고, 부모님과의 관계가 더 돈독해졌다"고 강조하였다. 남외초의 한 학부모는"일상적인 대화를 넘어서 질문을 통해 감정을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 유익했다"고 전했다. 구은복 교사는 앞으로도 생각대화 방법을 통해 더 많은 학생, 학부모, 교사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겠다고 다짐하였다.
장마 기간 가운데 잠깐씩 드러나는 여름 햇볕은 따가운 날카로움으로 피부를 파고든다. 열대성 작물인 벼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며 습한 바람을 즐기듯 날렵한 잎새는 서걱거린다. 볏잎은 매끈하며 가장자리는 날카롭다. 이런 벼와 같은 잎을 지닌 부류는 억새나 갈대, 강아지풀 등이다. 이 중 억새에 베일 때는 종이에 베인 것처럼 따갑고 시리다. 아침 시간 수업을 앞두고 학습자료를 준비한다며 두꺼운 종이를 10장 정도 포개어 놓고 왼손 엄지와 집게손가락은 자를 꼭 누른 채 커터 칼로 자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칼날이 종이를 지나는 소리가 사각거린다. 몇 장 자르고 나면 칼날이 무뎌진다. 그러면 날을 부러뜨려 새로워진 날카로움의 묘미를 느낀다. 그런데 집중력이 부족해서인지 한 눈을 파는 사이 칼날은 자의 등을 타고 집게 손톱을 거쳐 손가락을 헤집는다. 앗 따까워! 순간이다. 하얀 종이에 선혈이 낭자하다, 지혈하면서 상처 부위를 보니 갚게 베인 것 같아 병원을 찾는다. 다행히 신경이나 인대 손상이 없어 예닐곱 바늘 꿰맨 뒤 돌아온다. 한 열흘 가까이 이렇게 지내야 한다니 여름철인데 낭패이다. 칼에 베인 기억은 여러 번이다. 연필깎이가 귀했던 초등학교 시절 필통에는 접는 칼이 들어있다. 집에서 연필을 미리 깎아 준비해 오지만 스스로 깎아야 할 때가 있다. 그럴 경우 서툰 실력에 손을 베었다. 그리고풀이나 보리, 벼를 벨 때 다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베일 때 그 느낌은 섬뜩하다. 베임은 보통 집중력이 떨어지고 날이 무딜 때 많이 당하는 경우이다. 칼 하면 떠올리는 말은 예리함과 둔함이다. 예리함은 칼날이 날카로운 경우로 대개 면도날, 수술용 메스 등을 떠올린다. 예리하면 사용자는 집중력을 발휘하여 주의한다. 예리한 만큼 많이 사용하면 잘 무디어진다.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여 잘 무디어지는 날은 부엌칼이다. 그러면 중간중간 날을 세워야 한다. 그래서 부엌에 보면 만능 칼 갈이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이런 칼갈이보다는 숫돌을 사용한다. 과도부터 식칼까지 쓱싹쓱싹 왕복운동을 하며 날을 세운다. 이런 날 세우는 모습은 어릴 적 아버지에게서 보았었다. 아버지는 농사일로 무뎌진 낫과 많이 사용한 부엌칼을 챙겨서 샘가로 가신다. 아버지는 쪼그리고 앉아 칼과 낫을 갈곤 했고 나는 반대편에 앉아 그 장면을 보는 걸 좋아했다. 약간의 물을 숫돌과 낫이 맞닿은 지점에 끼얹는다. 낫을 숫돌 면에 대고 위아래로 번갈아 오르내린다. 아버지의 손이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회색빛 숫돌물이 흘러나온다. 재밌어 보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마찰로 갈아진 낫을 허공에 들어 빛에 비추어 상태를 살핀다. 아직 멀었는지 다시 갈기 시작한다. 지켜보는 나도 팔에 힘이 들어간다. 쓱싹쓱싹 쓰으윽 싹. 무딤에서 날렵함으로 마무리되어 감을 직감한 아버지는 손끝으로 낫의 날을 만진다. 살갗의 예민한 감각으로 완료되었음을 인지하고 나서야 아버지의 칼갈이와 낫 갈이는 끝이 났다. 잘 갈아졌나 실험하기 위해 풀을 벤다. 손에 힘 하나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풀은 두 동강이 났다. 책상 위에 상처를 입힌 칼과 깊게 팬 플라스틱 자를 물끄러미 본다. 다시 잡으려 하니 마음이 잘 가질 않는다. 칼은 죄가 없는데 자신이 부주의하여 일어난 일인데, 괜히 칼에게 탓을 하는 모양새고 자는 그 기억을 그대로 새기고 있다. 칼의 중요성은 예리함일 것이다. 무딘 칼은 큰 상처를 입힌다고 한다. 무딤은 어리석다는 것과 뜻이 가까우면서 둔하다는 뜻으로 ‘둔(鈍)하다’라고도 한다. ‘날카롭다’에 반대되는 말이다. 예민하거나 빠릿빠릿하지 못한 것을 가리킨다. 칼날이 서지 않아 잘 들지 않듯이 몸과 마음의 움직임이 둔한 것이 ‘무디다’이다. 이 무디다가 선을 넘으면 미련스러움이 된다. 미련은 선천적이 아니면서도 교육을 통해 교정하기 힘들며 바보가 아니라서 스스로 교육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어리석은 자이다. 국어사전에 ‘미련’을 ‘태도나 행동이 어리석고 둔함’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어리석고 둔한 태도나 행동을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는 것이 미련함이다. 이는 ‘고집’과도 연결된다. 고집과 소신은 다르다. 미련한 사람은 대개 다른 사람을 좀 우습게 안다. 남의 말과 행동을 업신여기고 멸시한다. 그러니 충돌이 불가피해진다. 미련한 사람이 다른 미련한 사람과 충돌하면 불꽃이 튈 것은 뻔하다. 서로 옳다고 우기는 미련함 사이의 논쟁이나 쌈박질에는 백약이 무효이다. 미련함과 연결된 고집은 사람이 다툼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인 ‘화내기’와 연결된다. 미련한 사람은 자기가 틀릴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하고 논쟁에 임한다. 자신이 틀릴 가능성을 배제했으니, 설득은 불가능하다. 계속 씹고 싸울 뿐이다. 서울 안 가본 사람이 가본 사람을 이긴다는 말과 같다. 날카로움이나 무딤이나 모두 상처를 줄 수 있다. 아직도 가까운 사람들과 생활 속에서 마음에 상처를 입는 일들과 알게 모르게 상처를 준 일들이 생길 때, 예리함과 미련함이 남아 그렇다는 걸 느낀다. 예리함과 무딤에 대하여 어느 것이 옳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상반되는 두 성격을 어떻게 조화롭게 내 속에서 녹여 내느냐에 따라 인성이나 인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와 좋은 관계에 있는 사람의 예리한 질타는 나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지만 잘 아물고, 상처도 덜하다. 하지만 나와 좋지 않은 관계에 있는 사람의 무딘 듯한 질타는 나의 겉모습만 난도질할 것이고 내 속을 알지도 못하는 그의 오해에 나는 더욱 아파할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예리함과 둔함 중 어느 쪽에 경중을 많이 두는지 돌아보면 좋겠다. 둘 다 베이면 흉터는 남는다.
문학·미술 작품을 인용해 출제한 시험문제를 해당 작품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행위에대해 대법원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최근 예술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 민사3부는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가 평가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유지했다. 앞서 지난 2019년 저작권협회는 평가원이 2009~2019년 고입선발고사와 대학수학능력시험 등에 나온 문제를 홈페이지에 게시한 것에 대해 저작권법 위반이라며 1700만 원 배상을 요구한 바 있다. 저작권협회는 평가원이 이 기간 시, 소설, 미술작품 등 155개 저작물을 인용한 문제를 누구나 보거나 내려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협회에서 관리하는 저작권자의 전송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평가원은 공표된 저작물을 교육 등을 위해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맞게 인용한 만큼 저작권법상 허용되는 행위로 봤다. 1심 재판부는 평가원의 손을 들어줬다. 수험생에게 균등한 학습 기회를 보장하고 시험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평가 문제를 공개하는 것은 공익에 부합하는 일로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원고 일부승소로 뒤집혔다.2심 재판부는 평가원이 저작물을 인용해 문제를 내는 것을 넘어 이를 홈페이지에 게시해 공개하는 것을 두고 저작권법의 취지를 벗어난다고 보고 1000만 원 배상을 판결했다. 재판부는 “시험이 종료된 후 저작권자 동의 없이 시험문제를 공개하는 것은 정당한 채점과 성적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제한적 범위에서만 허용돼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저작물에 대한 감상 등 수요를 대체하는 효과까지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평가원은 상고심을 통해 결과를 바꿔보려 했으나 기각됐다. 2심 판결을 유지한 대법원은 “평가원의 행위로 해당 저작물에 대한 시장 수요가 대체되거나 시장가치가 훼손할 우려가 상당하다”면서 “사용료를 지급하고 시험문제를 게시함으로써 학습자료 제공이라는 공익과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의 균형을 적절히 도모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담임(擔任)’은 어떤 일을 책임지고 맡아보는 일, 또는 그 맡아보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담임교사는 한 반의 학생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맡아 지도하는 교사다. 1년간 학생과 신뢰를 쌓고, 사랑의 관계 속에서 교육과 생활지도를 끊임없이 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담임교사가 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는 교육 여건 마련은 매우 당연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하다. 최근 경북의 한 초교에서 한 학부모가 자녀에 대한 교육방식 갈등으로 담임교사 교체를 요구하자같은 반 학생 23명이 교사 복귀를 요구하며 등교를 거부했다. 전북 전주시에서는 한 초등생 학부모가 4년간 4명의 담임을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하거나 협박한 사실이 밝혀졌다.이 같은 일은 빙산의 일각으로 보인다. 실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 7월까지 학부모 요구로 담임교사가 교체된 경우가 129건에 달한다. 이도 교체가 실현된 경우에 국한될 뿐, 실제로 진행되는 담임 교체 요구는 더 빈번할 것으로 보인다. 담임 교체 요구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바로 같은 반 학생들이다. 일부 학부모의 그릇된 판단이나 행동으로 인해 담임 교체가 이뤄진다면 해당 학급 학생들의 교육적, 정서적 안정성이 떨어진다. 또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학습권도 침해받게 된다. 민원에 의해 자신이 사랑하는 학생들과 떨어져야 하는 담임교사의 마음도 회복하기 어렵다. 결국 교권 추락의 중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학부모의 문제 제기 시 해당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나서 상황을 조속히 해결하고, 교사의 교권 보호와 학교의 어려움을 해소해야 한다. 또 제도적으로 담임 교체 시 명확한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무분별하게 제기되는 학부모의 공격에 대해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선행돼야 한다.
정부는 지난 6월 20여 년간의 교육계 숙원이던 유보통합 실행계획안을 공식 발표했다. 부처통합에 이어 통합 교육 기관과 교원 자격의 통합방안에 대해서도 기본방향을 내놨다. 우선 통합 교육 기관의 명칭에 기본적으로 ‘학교’를 담기로 한 부분은 크게 고무적이다. 다만 ‘유아학교’로 최종 결정될지 ‘영유아학교’로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 등 유아교원 4개 단체는 지난달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유보통합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다음의 방안을 제시·요구했다. 가장 먼저 명칭을 ‘유아학교’로 확정할 것이다. 유아학교의 유형을 강제로 통합하기보다는 시설적 한계, 설립별 차이 등을 인정하는 가운데, 다양한 형태로 열어둘 것을 주문했다. 교원자격에 대한 교육계의 의견도 전했다. 유보통합 실행계획안에 있는 영유아정교사(0~5세) 단일자격안은 제도 설계의 편의성이 매우 높고, 다양한 이해관계 충돌의 조정·관리가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교육적 효과와 교원의 전문성을 볼 때 0~2세와 3~5세의 연령 발달상 특성이 현격한 차이가 나고, 해당 시기별 중점적 가치가 서로 다른 점이 있다. 따라서 자격체제를 영아정교사(0~2세)와 유아정교사(3~5세)로 이원화는 것이 상향식 유보통합의 목표에 부합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처럼 다양한 계획의 실현을 위한 재정이 과연 충분한지, 또 계획이 결국 ‘교원의 부담으로만 남는 것이 아닌가’하는 불안감을 해소할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유보통합의 제1원칙은 유아학교 체제를 합리적으로 설계하고, 교원의 자격을 보다 전문화하며, 양질의 교육·보육 기관을 만들어내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는 이미 보편화된 지 오래됐고, 상상 속 미래기술은 이제 현재 기술로 우리 생활을 바꿔놓고 있다. 서빙하는 로봇, 그림을 그려주는 인공지능은 이제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에 발맞춰 우리 교육도 AI 디지털 교과서(AIDT)의 도입, 교육과정의 변화, 학생용 개인기기 보급 등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디지털 만능주의 아쉬워 시대의 모습과 교육은 불가분의 관계이기에 이 과정에서 우리 교육계가 놓치지 말고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아날로그의 가치다. 아날로그는 디지털과 대비돼 옛것의 느낌이 들지만, 결코 뒤처지는 혹은 부족함의 의미가 절대 아니다. 교육은 사람을 대하는 일이기에 특정 부분에 있어서 아날로그만의 대체 불가한 감성이 존재한다. 즉, 디지털이 모든 것을 대체할 순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엔 디지털 도입 속도가 너무 빠르다 못해 디지털화된 교육만이 최고고, 디지털이 만능인 것 같은 뉘앙스를 주고 있다. 물론 디지털 교육정책이 그런 의도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미래 교육하면 디지털, 미래기술만 제시되고 몰두하는 모습이 보여 아쉬움이 남는다. 교육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기에 먼 미래에도 아날로그의 심장은 교육 한 가운데에서 계속 뛰어야 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조금 더 생각해 볼 것이 있다. 바로 교사 집단 내의 격차 확대다. 디지털 교육에 친숙한 교사와 그렇지 못한 교사 사이의 간극 역시 존재한다. 물론 교육 당국은 수많은 연수를 제공하고 있고 많은 교사가 배우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다 느껴지지 않는다. 아울러 많은 선배 교사가 지닌 옛 교육의 연륜과 경험이 디지털, 미래기술 교육에 묻혀가는 것 같은 안타까움도 남는다. 개인적으로 디지털 교육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또한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필수적인 교육이라 생각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디지털을 받아들이는 데에만 급급해 기존 가치에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기술 격차로 인해 소외되는 교사는 없는지 이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단순한 연수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려운 영어가 주를 이루는 디지털 용어부터 쉽게 하나하나 풀어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디지털 교육 플랫폼이 필요하다. 또한 교육부에서 양성 중인 교실혁명 선도교사 등을 활용해 교사들의 어려움을 현장에서 바로바로 해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를 지향하는 분위기와 그 격차를 줄이는 노력 역시 미래 교육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적절한 조화 지향하는 분위기 필요해 십수 년 전 컴퓨터가 학교에 들어오며 수많은 교사가 혼란스러워했던 그 실수를 다시 겪을 필요는 없다. 미래기술은 지금의 교육을 발전시키는 양분이 될 것이다. 교사 모두가 디지털 교육을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아닌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더욱 세심한 대책이 요구된다.
우리 교육 현장에서 무심코 흔히 하는 말 중의 하나가 '그 아이는 원래 그래', '그 아이는 원래 못해', '그 아이는 원래 싫어해'와 같은 말이다. '원래'란 처음부터 또는 근본부터란 의미다. 부정적 고정관념 평생 족쇄돼 우리 삶에 족쇄가 되어 발전을 가로막는 '코끼리 사슬 증후군(Baby Elephant Syndrome)'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코끼리를 길들이는 방법에서 유래됐다. 뒷다리를 말뚝에 묶인 새끼 코끼리가 답답함을 견디지 못한 채 이리저리 발버둥을 쳐보고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말뚝 주변을 벗어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코끼리는 스스로 말뚝 주변을 자신의 한계로 정해버려 성장한 뒤에도 사슬을 풀어놔도 말뚝 주변을 벗어나지 않는 안타까운 상황이 되고 만다. 새끼 때의 기억이 남아 '도망갈 수 없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많은 학생이 간절히 바라는 꿈과 목표가 있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 보기도 전에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 원인이 바로 마음속에 잠재된 부정적 고정관념, 즉 코끼리 사슬 증후군 때문이다. 코끼리뿐만 아니라 사람도 어린 시절의 경험들이 무의식 속에 자리 잡아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사람은 누구나 숨겨진 잠재 능력이 있지만, 과거의 경험과 주변 환경에 의해 형성된 부정적 고정관념 때문에 그 능력을 펼치지 못하곤 한다. 반복된 실패의 경험으로부터도 부정적 고정관념이 생긴다. 한두 번의 실패로 끝나지 않고, 도전할 때마다 실패를 거듭하면 부정적 생각들이 무의식중에 깊이 박혀 시도해 보기도 전에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고정관념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마음속에 잠재돼 발전을 가로막는 족쇄가 된다. 반면 어린 시절 다른 사람들로부터 '넌 할 수 있어''네가 노력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야'와 같은 격려와 응원의 말을 들으면서 자란 사람에게는 긍정적 사고가 형성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긍정적인 사고를 갖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기 발목을 잡은 잠재된 고정관념의 족쇄를 풀어야 한다. 이를 극복하고 ‘난 할 수 있어’와 같은 긍정적 사고방식을 갖는다면, 누구나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만날 수 있다. '원래'가 사라져야 잠재력 발휘 '나는 원래 그래'란 말속에는 '현재의 내가 언제까지 과거의 나를 기준으로 미래의 나까지 묶어 놓고, 영원히 변치 않고 살아갈 것인가?'라는 오류가 숨겨져 있다. 내 마음에서 '원래'가 없어지면 그때부터 무한한 가능성이 싹트기 시작한다. 교육 현장에서 '원래'라는 말이 사라져야 잊었던 아이들의 잠재력이 발휘된다.
교육부는 미래지향적인 교육 환경을 구축하고, 교실 수업을 혁신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AI디지털교과서(이하 AIDT)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발행사와 에듀테크 기업은 8월까지 영어, 수학, 정보 과목의 AIDT를 개발하고, 검정기관은 10월까지 검정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다. 검정 절차를 최종적으로 통과한 AIDT는 11월에 선보이게 되며, 현장 적합성 검토를 거쳐 내년 3월에 정식 서비스가 시작된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서비스 개통을 앞두고 AIDT를 활용한 수업 개선과 교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연수를 추진하고 있다. AIDT 도입의 목적은 첨단 기술의 적용을 넘어, 수업 개선을 통해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데 있다. AIDT 도입으로 기대되는 효과는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AI 기술을 통해 학습 데이터를 분석하고 개별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은 자신의 속도에 맞게 공부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학생들은 자신의 학습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 자료나 보충 답변을 받을 수 있다. 특정 개념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학생은 AI가 제공하는 보충 자료를 통해 개념을 재학습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개개인의 학습 경험을 강화하고, 개인의 학습 스타일에 적합한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다. 둘째, AIDT는 교사들에게도 강력한 지원 도구가 된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학습 진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개별 학생에게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교사들은 효율적으로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할 수 있으며, 자신의 수업을 더욱 풍성하게 기획할 수 있다. 또한, AI가 제공하는 데이터 분석 결과를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개념에서 많은 학생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진단되면, 교사는 해당 개념에 대한 추가 설명이나 활동을 통해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교사들은 AI의 지원을 받아 문제 해결 능력, 창의성, 협업 능력 등을 기를 수 있는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게 될 것이다. 또한 반복적인 업무에서 벗어나 보다 창의적이고 학생 중심적인 수업을 설계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AIDT는 교육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여 학습 과정의 시공간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 특히, 지방이나 도서 산간 지역의 학생들에게 동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며, 교육 격차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은 집에서도 학교에서와 동일한 학습 자료와 도구를 이용할 수 있어, 학습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도 AI 기술을 활용해 보다 세심한 맞춤형 학습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학생들의 학습 결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어야 하며, AI는 교사들의 수업활동을 지원하는 도구로서 활용되어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AIDT의 도입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서 교육의 전반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추구한다. 기술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상황을 고려한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AIDT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서비스의 품질, 네트워크와 단말기 등의 학교 인프라 점검과 관리, 교사와 학생의 준비도 향상을 위한 교육과 연수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야만 AIDT는 현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교육 현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 본지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와 함께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공동 기획을 시작합니다. 현장 교원을 대신해 질문하면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KERIS가 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