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학벌주의는 교육병리다
한완상 전 교육부총리가 기업체 입사 서류의 학력 기재란을 없애보자고 얼마전 국무회의에서 제안해 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몇몇 장관들과 언론은 크게 반대를 나타냈으며 특히 한 신문은 사설에다 칼럼까지 동원하면서 아주 잘못된 발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학력을 보지 말라면 그럼 관상보고 뽑으란 말이냐는 극단적인 반박도 나왔다. 언론들이 지적한 대로 기업체가 사원 뽑는 일을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다. 큰 파문이 예상되는 문제를 불쑥 국무회의에 들고 나온 것은 경솔하다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그러나 마치 미운 털 박힌 이가 허방에 빠지기를 기다리기라도 한 양, 이때다 하고 한 전 부총리에게 엄청난 비판과 질책을 퍼붓는 것 역시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경력이나 교육부총리라는 직책으로 보더라도 그가 저런 파란을 예상하지 못하고 이 문제를 거론했다고는 볼 수 없다. 이른바 '대학 간판' 숭상이 빚는 엄청난 교육현상의 병리 등 여러 갈래의 폐단이 국가와 사회를 심히 뒤틀리게 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그는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안고 있었을 것이다. 부총리의 뜬금없는 거론 방식만 가지고 떠들고 매질할 것이 아니라 심각한 문제
- 홍기형 대진대 총장
- 2002-02-18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