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얘들아, 미안∼
올 3월 첫발을 내디딘 새내기 교사다. 3학년을 맡고 어찌나 많은 실수를 저질렀는지 지금도 손가락으로 꼽다보면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 3월 2일 토요일 첫째 날. 개학식을 마치고 하교 전 '주간학습안내'를 나눠줬다. 나로서도 처음 '주간학습안내'를 본 거라 어떻게 보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보는 거예요?"라고 묻는 아이들에게 "엄마가 가르쳐 주실 거야"라고만 하고 돌려보냈다. 그런데 아뿔싸! 시간표 란이 비어 있는 게 아닌가. 알림장에 시간표를 써줘야 하는 걸 몰랐던 것이다(당연히 주간학습 안내에 나와 있는 줄 알았다). 밖을 내다보니 아이들은 이미 없었다. 드디어 월요일 아침. 아이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선생님, 오늘 무슨 공부해요?" "전 시간표 몰라서 책 다 갖고 왔어요." "전 아무 것도 안 가져왔는데 괜찮죠?" 교실 전화벨까지 울렸다. 수화기 속에서 걱정스러운 듯 한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무슨 책을 가져가야 할 지 몰라 학교에 못 가고 있어요…." 그 때서야 내가 저지른 실수가 얼마나 큰 일인지 깨달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아이들끼리 시간표를 알아내기 위해 서로 전화하며 한바탕 소동이 났었다고 한다. 하지만 난 미안하단 말도
- 최은경 인천 산곡남초 교사
- 2002-12-12 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