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토킹 어바웃
얼마 전 2학년 반별 어머님 모임이 있었다. 교직 3년 차인 나는 지난해까지 1학년 담임을 맡았었다. 두런두런 어머님들과 아이들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는데 한 학부모 내외분이 내게 손을 내밀며 감사의 말씀을 전하셨다. "우리 애가 선생님을 참 좋아해요. 지금도 선생님께서 주신 액자와 상장을 책상 앞에 두고 항상 본답니다." 그 녀석. 열정과 사랑은 있었지만 수줍고 어설펐던 초임 시절, 내 속을 무던히도 아프게 했던…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찌나 학급분위기를 소란스럽게 만드는 지 한 번은 그 한 녀석 때문에 운동장에서 단체벌까지 줘야 했었다. 매일같이 화가 나고 번민까지 겪으면서 시간은 흘러 드디어 종업식이 다가 왔다. 여전히 미웠던 그 아이에게 난 상을 주어야 했다. 나의 부족함을 조금이라도 용서받기 위한 수단으로 반 아이들 전부에게 액자와 상을 만들어 주기로 한 것이다. 어떤 놈은 찍새상(수학여행 등 기타 반 행사 때마다 멋진 사진을 찍었다), 어떤 아이에게는 깜찍상(일명 스마일상) 등등. 그런데 정작 그 녀석에게는 어떤 상을 줘야 할지 막막했다. 고민 끝에 그 녀석에게 준 상은 '토킹 어바웃상'이었다. 한번은 신나게 떠들고 있는 녀석에게 물었다. "무슨
- 최미경 인천 강화고 교사
- 2002-10-10 1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