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두 건의 학교폭력 사건을 눈앞에 두고
어느 날 5교시 수업을 끝내고 교무실로 내려오니 얼마 전에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 피해학생의 아버지가 굳은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학교와 담임교사가 직무유기한 것이 아니냐며 따졌다. 생활부장인 필자는 부친의 상식을 넘어선 고압적이고 무례한 행동에 매우 불쾌하고 화도 많이 났지만 모든 것을 참고 공손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이럴 때면 교사로서의 자존감도 상처받고, 자신이 초라해지기까지 한다. 그리고 교직이란 길 앞에 뭔가 큰 바위벽이 버티고 서있는 것 같은 막막함도 든다. 서울 S중의 여학생 자살사건 담당교사가 직무유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사건 당시 피해학생 학부모는 “담임교사와 관리책임이 있는 담당교사 등이 학교폭력을 알면서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경찰은 담임교사에게 학교폭력 발생의 책임을 물어 직무유기죄로 입건했다. 그동안 교단에서는 생소했던 ‘직무유기죄’라는 법적용어가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다. 이후 ‘직무유기죄’는 학교폭력이나 자살사건이 나올 때마다 자주 들을 수 있다. 사실 직무유기죄를 적용하려면 교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너무 쉽게 입에 오르
- 조광희 서울 종암중 교사
- 2012-10-11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