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을 맞으며> 물빛처럼 짙어진 그리움
그 때는 잘 몰랐다. 그 분들이 앞으로 내 인생에 어떤 의미로 남을 지…. 중학교 1학년. 교실은 온통 낯설었다. 낯선 분위기, 선생님, 친구들. 3시만 넘으면 집에 올 수 있었지만 긴장했는지 참 피곤했다. 밥만 먹으면 정신없이 자고 눈 떠 보면 다시 학교 가는 시간이 반복됐다. 입학 후 서너 시간의 수업이 지났을까. 국어 선생님은 분명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정희경, 다음부터 읽어볼까?" 처음엔 내 귀를 의심했다. 교복 자율화로 명찰이 있지도 안았고 당시 한 학급에는 70명의 친구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었는데 선생님은 벌써 내 이름을 외우고 계셨다. 항상 아이들을 고운 눈매로 바라보신 선생님. 지금처럼 수행평가가 없던 시절이지만 우리는 국어 시간마다 설명문, 논설문, 시, 소설, 수필을 읽고 쓰고 말하며 너무나 즐거웠다. 언제나 숙제를 정성스럽게 평가해 주셨던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해마다 아이들이 바뀌어도 언제나 날 불러주시던 선생님이 존경스러워 난 꼭 국어 선생님이 되리라고 다짐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난 정서 불안정의 문제 소녀였다. 불만과 회의는 늘 선생님들을 향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찌는 듯한 한 여름의 고전문학 수업은 숨통을 죄기
- 정희경 서울 창동중 교사
- 2001-05-1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