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12년만의 만남
경력 2년차에 담임했던 6학년 아이들을 12년만에 만나기로 한 날. 한 박자 늦은 일들 때문에 결국 약속시간에 닿지 못하고 말았다. "선생님, 어디세요? 아이들 기다리고 있는데요. 빨리 오세요." 집 가까이에 약속장소를 정했다는 아이들의 배려가 마음으로 와닿았다. 어느 호프집 약간 어두운 조명 아래 목소리 굵직한 청년들, 고운 자태의 아가씨들이 있었다. 기껏해야 1년을 함께 한 것뿐인데 마치 내가 12년간 키워온 아이들인 양 마구 뿌듯해짐을 주체할 길이 없었다. "선생님, 하나도 안 변하셨네요." "예전보다 조금 야위셨어요, 볼이." 인사를 하고 자리를 권하고, 어색한지 눈을 잘 맞추지 못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시험에서 꼴지반이 되었다고 차라리 내 손을 때리라고 했더라나, 내가 모르고 넘어갔기에 망정이지 알았으면 엄청 흥분했을 일들도 많았다나….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 두시간 반이나 훌쩍 흘러버렸다. 아이들이 차로 모셔다 주겠단다. 길을 내려가며 성훈이와 종면이의 팔짱을 꼈다. "선생님, 그 가방 사건요. 제가 무척 잘못한 것이었습니더. 흥분한 나머지 선생님 앞에서 여자아이한테 욕을 한 겁니더. 처음에는 고마 나가
- 정연주 부산 대신초 교사
- 2003-01-27 0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