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잘할 수 있어!
"오늘은 저번 시간에 한 허들 뛰어넘기를 하겠어요. 연습을 해본 다음에 남자 대 여자 시합을 합시다." "여자가 한명 부족해요." "그럼, 선생님이 여자편이 될게." 내 말에 남자아이들은 "좋아요, 여자편이 지면 아이스크림 사주세요" 한다. "그러자. 너희들이 지면 어떻게 할래?" "업어주겠어요." "좋다! 몸으로 때운다 이거지." 휘슬을 불어 첫 아이를 출발시키자 여자아이 몇 명이 근심스런 얼굴로 다가오더니 소현이가 "선생님! 제가 선생님 대신 뛰면 안될까요? 제가 두 번 뛸게요" 했다. "왜?" "선생님은 나이 드셔서 선생님이 뛰면 우리가 진단 말이에요." "선생님, 소현이 보고 두 번 뛰라고 해요." "나, 잘할 수 있어. 나 잘뛴단 말야. 믿어봐" 하면서 팔다리를 힘차게 내둘렀다. 한사람이 두 번 뛰면 반칙이라는 말에 돌아서긴 했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울상이었다. 몇 년전에는 6학년 아이들과 축구를 하면 '선생님편이 이기니까 선생님은 빠지세요' 하더니 언젠가부터 그 말이 없어졌다. '축구선수가 많으니까 그렇겠지'하고 자위했지만 요 꼬마아가씨들은 정말 서운하다. 경기는 비슷하게 나가고 있다. 내 차례가 다가오자 미진이가 "선생님 차례가 다음다음이니 배턴
- 전병노 충남 반양초 교사
- 2003-07-31 1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