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아들의 콩나무
"엄마, 우리 집에 콩이나 뭐 싹을 내서 기를만한 그런 거 없어요?" "그런 건 왜?" "식물이 뿌리를 내릴 때 볼 수 있는 생장점을 찾아보라는 생물숙제가 있어서요." "그래? 그럼 이걸 한 번 길러보렴." 비닐봉지에 담아 두었던 검은콩을 서너 알 꺼내 아들에게 주었다. 아들은 곧바로 '싹 틔우기'를 시작했다. 우선 콩을 물 속에 넣어 하루를 불렸다. 그런 다음 조그만 유리그릇에 솜을 얇게 펴서 깔고 솜에 물을 흠뻑 먹인 후, 불린 콩을 그 곳에 담아 햇빛이 잘 드는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날마다 솜에 물이 마르지 않도록 마음을 썼다. 물이 너무 많아도 썩을 염려가 있고 물이 너무 없으면 말라버릴 것이 걱정이 되어 우리는 '싹 틔우기'에 정성을 기울였다. 그렇게 몇 일이 지나자 콩에서 싹이 나기 시작했다. 서너 알의 콩 중에서 싹을 틔운 건 우연히도 딱 한 알. 얼마 후, 아들의 책상 위에 있던 콩나무는 화장실 창가로 이사를 갔다. 책상 위에서 살기엔 콩나무의 범위가 너무 넓어졌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화장실에 빛이 가장 많이 든다. 화장실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은 하루의 대부분 동안 눈이 부시다. 그 곳에서 무럭무럭 잘 자라는 걸 보니 콩나무도 화장실
- 이영숙 서울 단국공고 교사
- 2002-08-14 1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