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악 쓰는 아이들
몇 년 전 겨울방학에 열린교육동호회의 일원으로 일본의 한 초등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때 난 한 교실에서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모으고 선생님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천진스런 아이들의 모습에 정말 반해 버렸다. 교과서에 나오는 노래를 몇 번 시창하더니 금세 익힌 곡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악상을 살려 부르는 게 아닌가. 그것도 천사도 흠모할 만큼 즐겁고 아름다운 표정으로 말이다. 독보력이나 가창력 수준이 또래들보다 매우 높아 쉽게 곡을 익힐 수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내 마음에 감동을 일으킨 것은 어쩌면 그렇게 평화스러운 모습으로 노래를 즐기듯이 서로 웃는 얼굴로 부를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물론 그렇게 감동을 느끼며 충격을 받게 된 이유는 평소 악을 쓰듯 노래하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과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혹 외국의 선생님들이 방문하셨으니까 그런 아름다운 표정으로 발성을 곱게 해 노래를 불렀을 지도 모르지만 내겐 기적 같은 장면처럼 다가왔다. 애국가를 부를 때만 해도 우리 교실의 아이들은 그 노래와 무슨 한이 맺힌 것처럼 악을 쓰며 부른다. 아니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개 수업을 할 때에도 수업이 진행되다 보면 어느 새 본색을 드러내고도 태연했기에
- 이상덕 서울동교초 교사
- 2002-04-22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