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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이야기> 악 쓰는 아이들

몇 년 전 겨울방학에 열린교육동호회의 일원으로 일본의 한 초등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때 난 한 교실에서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모으고 선생님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천진스런 아이들의 모습에 정말 반해 버렸다. 교과서에 나오는 노래를 몇 번 시창하더니 금세 익힌 곡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악상을 살려 부르는 게 아닌가. 그것도 천사도 흠모할 만큼 즐겁고 아름다운 표정으로 말이다.

독보력이나 가창력 수준이 또래들보다 매우 높아 쉽게 곡을 익힐 수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내 마음에 감동을 일으킨 것은 어쩌면 그렇게 평화스러운 모습으로 노래를 즐기듯이 서로 웃는 얼굴로 부를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물론 그렇게 감동을 느끼며 충격을 받게 된 이유는 평소 악을 쓰듯 노래하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과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혹 외국의 선생님들이 방문하셨으니까 그런 아름다운 표정으로 발성을 곱게 해 노래를 불렀을 지도 모르지만 내겐 기적 같은 장면처럼 다가왔다.

애국가를 부를 때만 해도 우리 교실의 아이들은 그 노래와 무슨 한이 맺힌 것처럼 악을 쓰며 부른다. 아니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개 수업을 할 때에도 수업이 진행되다 보면 어느 새 본색을 드러내고도 태연했기에 천진스런 어린이들에게 꾸밈이나 거짓은 통하지 않는다는 게 통설이었다. 갖은 발성법을 동원해 노래를 가르치고 불러도 힘든 표정 없이 자연스레 노래를 즐기며 부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느껴졌기에 그 날의 충격은 더했다.

악을 쓰며 노래하는 아이들. 그런데 왜 악을 쓰며 노래를 부를까? 발성법이나 가창의 기술이 부족한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그 이유는 친구나 이웃들과의 일상에서 형성된 인성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무계획적으로 파괴된 환경이나 시멘트로 가득 채워진 도시의 삭막함 속에서 아이들은 메마른 감정을 익히고 나눌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음악의 그렇게 아름답고 즐겁고 자연스러움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먼저 아름다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길러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이국 땅 한 초등교실에서 내 마음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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