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교원문학상-소설 가작> 신 죄와 벌
말라빠진 `죄와 벌'이 다 뭐야. 몇 백년 전에 우리나라도 아닌, 서양 어느 노인네가 쓴 소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이야. 제 아무리 광나게 재미있는 이야기도 책이라면 지겨운데, 러시아 고전? 세계명작? 그게 어쨌게? 인간의 진정한 가치와 품위가 무엇인지 차제에 진지하게 한 번 생각해 보라구? 웃기셔. 주인공 이름 읽는 것조차 혀가 잘 돌아가지 않는데, 그런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서 내? 하품 나오는군. 저것 봐. 승진이네들, 저렇게 죽 쑤고 있잖아. 여태껏 동화책 한 권 제대로 읽은 적이 없는 아이들이 `죄와 벌'을 읽고 독후감을 써내? 서당개한테 그런 일을 시켰으면 또 몰라. 서당개는 폼이라도 잡는 척 했겠지. 그러나 승진이네는 아니야, 걔네들, 곰팡이 냄새 풀풀 나는 저 책을 안고 끝나는 날까지 한 페이지도 넘기지 못하고 저렇게 썩고만 있을걸. 하긴 승진이네가 저렇게 골탕 먹고 있으니 걔들한테 내리는 벌로서는 그야 말로 안성맞춤이겠구만. 책표지만 넘겨 놓고 얼굴 처박은 채로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어. 승진이, 메주가 다 됐드라. 누렇게 떴어. 하필 메주가 뭐니. 이왕이면 털 뜯긴 공작이라 할 것이지. 승진이네가 벌받고 있는 교무실 복도에 정찰
- 은진희 전남 보성 조성중 교사
- 2001-09-0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