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오솔길-14> 혼란스런 사이시옷
한글날 즈음이면 매년 연례행사처럼 우리말의 현재 모습에 대한 진단이 여러 언론을 채운다. 그리고 올해의 주요 이슈는 이른바 '외계어'라 불릴 정도로 생경하게 변해 가는 사이버 언어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보다는 덜하지만 사이시옷의 여러 용례들도 우리를 자못 혼란스럽게 한다. 지난여름에는 유난히 비가 많았다. 그래서 그랬는지 일기예보를 볼 때마다 '장맛비'란 말이 자꾸 귀를 거스르게 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장마비'는 "장맛비의 잘못"이라고 나온다. 그래서 더 이상 할말이 없기는 했지만 비가 왜 '장맛'이 나야 하는 것일까 하는 엉뚱한 의문이 계속 머리 속을 감돌았다. 또 어느 신문은 '하굣길'이란 말을 썼다. 많은 사람들이 항의를 했던지 담당 기자는 인터넷을 통해 긴 해명을 했다. 다만 그의 결론은 뜻밖에 간단하며, '하교+길'은 '하교낄' 또는 '하굗낄'로 소리나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받쳐 적어야 옳다고 한다. '장마+비'를 '장맛비'로 적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과연 '장마삐'와 '하교낄'이란 발음이 올바른 것일까. 오히려 이런 경우에는 발음을 순화시켜 '장마비'와 '하교길'로 부르는 편이 훨씬 나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예전에
- 순천대 사대 교수
- 2003-10-23 1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