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은 후에는 늘 급식실에서 교무실로 발길을 옮긴다.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서다. 물론 교무실 청소를 맡고 있는 옆 반 아이들이 타준 커피를 마시는 경우가 많다. 교무실 문을 들어서면 옆 반 아이들은 서로 커피를 타주겠다고 투정을 부린다. 옆 반 아이들은 동학년 수업도 자주하고, 현장학습도 같이 다니는 선생님이 매일 점심시간에 커피를 마시는 것을 청소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으리라. 그러던 어느 날 한 아이가 내게 커피를 타줬으리라. 그게 이 아이들이 교무실 청소를 시작한 2학기 들어서였다. 내가 시킨 일도 아닌데 아이들의 마음 씀씀이가 얼마나 고마운가? 하지만 아이들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 여러 번 못하게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점심을 부지런히 먹고 아이들보다 먼저 교무실에 가려고 노력하지만 내가 늦기라도 하는 날은 커피를 타놓고 기다린다. 점심시간에 교무실에 들르지 못하는 날은 싸늘하게 식어 있는 커피 잔이 내 자리를 지킨다. 무조건 못하게 하는 것이 비교육적인 경우도 있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들이 하는 일이 좋은 일임을 스스로 알게 한다. 나는 커피를 마시며 이 아이들에게 옛 어른들이 했던 밥상머리 교육을 시킨다. ‘집에서 어른들에게 한
국고지원 교육재정 감소로 충북도교육청은 올해 예산 1조1천579억원에 비해 9억원 감소한 1조1천570억원을, 부산시교육청은 올해보다 1천664억원(7.6%) 감소한 2조351억원을, 경남도교육청은 지난해 예산보다 556억원(2.4%) 감소한 2조 2431억원의 긴축 예산안을 교육위원회에 제출했다는 뉴스가 교육계를 슬프게 한다. 교육예산이 감소한 것이 처음이라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아이들과 교육 보릿고개를 넘어야 할 일이 걱정이다. 결국 각급 학교에는 대폭 삭감된 운영비가 배부될 것이고, 초긴축재정을 운영하다보면 교육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그 피해가 학생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교육재정을 줄여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지금 학교에서 더위와 추위를 어떻게 이겨내고 있는지 알고 있느냐고? 아무리 좋은 냉난방 시설이 설치되어 있으면 뭐하느냐고? 많은 학교들이 전기세 때문에 여름에는 선풍기로 더위를 이겨야 하고, 겨울에는 어깨를 움츠리고 공부를 하는 게 현실이다. 종종 냉난방 시설의 가동여부로 관리자와 교사들이 대립하는 것도 슬픈 현실이다. 그런데 또 예산이 줄어들면 어쩌란 말인가? 보릿고개를 넘는 게 어려워서가 아니다. 화장실의 변천사 등에서
오늘 5학년 아이들과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장을 다녀왔다. 이로써 올해 계획했던 4번의 현장학습을 모두 마쳤다. 굳이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현장학습은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절실하게 필요한 것들을 문화나 생활현장에서 직접 교육하는 것이다. 그래서 꼭 필요한 만큼 학교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그래서 담당자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가지고 고심하며 알차게 계획해야한다. 현장학습이라는 말 자체가 아이들을 들뜨게 한다. 계획이 알차지 못하면 아이들이 먼저 안다. 교실 밖에서 이뤄지는 수업인데 그냥 하루 놀다오는 날로 알고 날뛰면 사고가 동반한다. 아이들을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끝나는 순간까지 긴장해야한다. 현장학습을 하다보면 운전기사님들과 대화할 기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듣는 얘기가 있다. 가면 갈수록 차를 타고 내릴 때나 차안에서 지켜야 하는 아주 간단한 예절마저 지키지 않는 학생들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올해 현장학습을 다니며 아이들에게 가장 중점을 둔 게 흔히 말하는 ‘공중도덕을 잘 지키자’는 것이다. 그렇다고 공중도덕이라는 말을 포괄적으로 생각해 이것저것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바라자는 게 아니다. 오가는 동안 질서를 잘 지키
삼순이, 맹순이 등 현 사회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름들이 매스컴에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왜 그럴까? 이름과 달리 일반 사람들보다 더 똑똑하게 행동하고, 더 억척스럽게 주어진 환경을 이겨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우리 반 은솔이를 좋아한다. 어쩌면 은솔이 같은 아이들을 사랑한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옆 반 선생님들도 은솔이를 자주 칭찬한다. 그럼 우리 반 은솔이는 어떤 어린이인가? 윗사람을 공경할 줄 아는 예의바른 어린이다. 정해진 규칙대로 행동하는 착한 어린이다. 학급을 위해 묵묵히 봉사하는 순진한 어린이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겸손한 어린이다. 그래서 이런 어린이라고 꼭 집어 말하기 어렵지만 행동이 바른 어린이다. 유별난 이름도 아닌데다 덩치도 작고 행동도 평범해 아이들 속에 섞여 있으면 표시나지 않는 어린이다. 하지만 작은 몸짓으로 은솔이가 하는 행동을 보면 왜 내가 좋아하고 옆 반 선생님들에게 칭찬받는지 금방 안다. 청소시간이면 빗자루를 들고 우르르 몰려다니다 시간만 보내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혼자서 구석구석 쓸고 닦는 아이가 은솔이다. 왜 내가 다해야 하느냐고 따질 만도 한데 교통봉사활동과 도서도우미를 도맡아 하는 아이가 은솔이다.
오늘은 여느 토요일보다 기분이 좋게 하루를 시작했다. 아침에 자모님으로부터 받은 편지 한 통 때문이다. 나를 기분 좋게 한 편지의 내용을 가감 없이 옮겨본다. To. 존경하는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여러모로 신경써주시고 애써주신 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부족하고 철없는 우리 민욱이에게 관심 가져 주셔서 더욱 감사합니다. 어제 일은 잘 해결됐어요. 보배 어머니께서도 안심하고 가셨어요. 개구쟁이들과 함께 하시다보면 보람과 어려움도 있으시죠. 애쓰시는 선생님을 잊지 않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빕니다. 10월 15일 안민욱 엄마 드림 어제 우리 반에는 작은 사고가 있었다. 체육 전담 시간에 농구시합을 했고, 시합과정에 신체 접촉이 있었는데 그것이 빌미가 되어 수업이 끝나고 교실로 오는 과정에 다툼이 벌어졌다. 여기까지는 아이들 세계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고 교실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던 나에게 전해진 소식은 그렇지 않았다. 맞은 민욱이의 이가 부러졌다는 것이다. 순간 긴장을 하며 민욱이가 있다는 보건실로 향했다. 그때 민욱이 어머니에게 걸려온 전화마저 통화불량으로 중간에 끊어져 궁금증을 더했다. 민욱이를 만나보니 앞 이의
한국과 이란의 축구 친선경기를 본 사람들은 모두 신이 났었다. 2:0으로 승리한 경기결과 때문만은 아니다. 90분 내내 지루하게 졸전을 벌이던 우리 대표팀 선수들이 압박축구로 상대팀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강한 공격력과 안정된 수비를 보여주며 축구전문가나 관중들에게 박수를 받아도 될 만큼 2002 월드컵 4강 이후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어쩌면 2002 월드컵 4강이라는 큰 업적 때문에 우리 축구는 많은 시련을 겪었다. 거스 히딩크 이후 우왕좌왕하는 축구협회 때문에 외국인 감독이나 축구대표팀에 대한 불신도 컸었다. 그런데 성공적으로 데뷔전을 치룬 신임 아드보카트 감독 때문에 태극전사들까지 신뢰를 얻게 되었다. 그러면 우리 축구를 위기에서 구출한 아드보카트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우락부락하게 생긴 그의 외모나, 경기장에서 벤치를 박차고 나오는 모습을 매스컴에서 많이 봤을 것이다. 그런 모습이나 매스컴에 소개된 대로 다혈질에 카리스마가 넘치는 감독으로만 알고 있다. 그런데 아드보카트 감독의 카리스마는 다른데 있었다. 매스컴에 소개된 내용을 보면 훈련장에서는 한 자리에 말뚝을 박은 듯 뒷짐을 지고 서서 선수들을 관찰하다 실수를 하는 선수에
초ㆍ중ㆍ고 학생들 중에 ‘안티 교사’ 카페에 가입해 선생님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학생들이 있단다. 학생시절 불만을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가 선생님들을 험담하고 비난하는 일이라는데 어쩔 것인가? 하지만 사진을 올려놓고 얼굴에 낙서까지 한다면 정도가 지나친 것 아닌가? 한 교사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자신의 이름을 키워드로 검색하다 ‘XX는 꺼져버려라’, ‘XX를 왕따 시키자’, ‘여학생의 가슴을 만졌다’ 등 자신을 비난하는 글을 우연히 발견했다니 무척 황당했을 것이다. 사실 ‘담죽모’(담임을 죽이고 싶은 모임), ‘담저모’(담임을 저주하는 모임), ‘안티 담탱이’(담임을 거부하는 모임) 등 이름부터 섬뜩한 카페가 수십 개라는 것을 신문에서 보며 처음에는 반신반의 했었다. 그런데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내 눈으로 사실을 확인하니 할말이 없었다. ‘안티 교사’ 카페를 소개하는 짧은 글에 저주와 분노가 등장한다. 그 사실만으로도 ‘안티 교사’ 카페에 어떤 글들이 게시되어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작은 것들이 큰일인 것처럼 침소봉대될 것이다. 근거 없는 이야기들이 사실처럼 왜곡될 것이다. 이해상관도 없는데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양 마구 짓밟을 것이다.
씨름장에 모래 넣는 작업을 해야 했다. 작업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많은 아이들이 ‘아~우~’를 외치며 벌레 씹은 얼굴을 한다. 이 정도는 불만을 나타낼 것이라 예상했었기에 못 들은 척 씨름장으로 아이들을 내보냈다. 안전사고에 대한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아이들에게 일을 맡겼다. 아이들에게 일을 시키는 것 쉬운 일이 아니다. 움직이는 걸 싫어하니 행동보다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일하는 요령을 모르니 능률도 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은 작업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체력이 약한 아이들을 고생시키려는 게 아니다. 더러운 것이 있으면 빗자루를 들고 쓸거나, 걸레로 닦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호미로 풀을 뽑거나 삽으로 흙을 파 엎는 요령도 배워야 한다. 육체노동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제 손으로 잘할 수 있는 일이 몇 가지나 된다고 자랑하는 어린이를 기르는 것도 교육이다. 혹 편하게 쓸고 닦을 수 있는 청소기가 수두룩하다거나 파출부나 청소용역업체에 맡기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는 할말이 없다. 하지만 사람 사는 일 아무도 모른다. IMF가 오기를 원했던 사람이 어디 있고, IMF 때문에 부도날 걸 알았던 사업가가 있는가?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10월 6일자 조선일보의 사설 제목이 ‘공무원 늘리는 肝 큰 정부를 보라’다. 내용을 대충 간추려보면 이렇다. 「1186명을 뽑는 서울시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에 11만8487명의 지원자가 몰려 경쟁률이 110대1을 기록했다. 이번에 뽑는 지방공무원은 대부분 9급직으로 연봉이 1400만원 전후다. 그런데도 지원자들이 구름처럼 몰린 것을 보면 우리 사회의 취업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또 공무원이란 자리가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좋은 직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읽을 수 있다. ~ 중략 ~ 대한민국 정부는 OECD 국가 가운데 공무원 수를 계속 늘리고 있는 유일한 국가일 것이다. 정부는 또 사회안전망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회복지 공무원을 매년 1000명 정도씩 늘리겠다고 예고해 놓고 있다. ~ 중략 ~ 일자리를 창출한다면서 공무원을 계속 늘리고 있는 이 정권을 肝 큰 정권이라고 해야 할지, 눈먼 정권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민간기업에서 정년까지 근무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인데 공무원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정년이 보장된다. 퇴직 후 국민연금이 거덜 나면 국민들은 빈손이 되지만, 공무원연금은 펑크가 나도 법으로 예산에서 보충하도록 돼 있다. 그뿐 아니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학교라는 공간에 전교조와 교총이 대립할 이유가 있습니까? 행정실과 교무실이 따로 놀 필요가 있습니까? 아이들을 위해 있는 사람들이니 다 아이들을 위해서겠지요. 어제(10월 7일) 내린 가을비는 무척 야속했습니다. 부강초등학교에서 청원군 교직원 한마음체육대회(청원군교원연합회장 김윤기 부강초교장)가 열리는 날이었으니까요. 전교조와 교원연합회, 행정실과 교무실이 하나 되는 날이었으니까요. 선후배를 만나고, 옛 동료를 만나고, 이웃학교 직원을 만나는 날 같이 좋은 날이 몇 날이나 되겠습니까? 선후배간에 안부를 전하고, 옛 이야기를 하며 추억을 떠올리고, 이웃학교의 소식을 듣는 날이 몇 날이나 되겠습니까? 체육관에서는 선수들의 땀방울과 응원단의 함성이, 텐트 안에서는 주고받는 술잔과 대화가 가을비를 포근하게 했습니다. 뒤늦게 이어진 회식자리에서도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와 직원자랑이 이어져 포근했습니다. 학교 정상화를 위한 정책 수없이 만들어 놓으면 뭐합니까? 학교 정상화를 위한 얘기 백날 떠들면 뭐합니까? 모두가 하나 되는 이런 날이 많으면 됩니다. 전교조와 교원연합회, 행정실과 교무실이 갈라설게 아니라 이렇게 마음이 하나 되는 행사를 해
축제가 열리는 곳마다 각종 공연이 열린다. 소도시나 농촌에 사는 사람들이 모처럼만에 문화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하다. 그래서 공연장은 늘 사람들로 넘쳐난다. 또 대개의 사람들은 연예인들을 가까이서 보고 싶어 한다. 더구나 요즘 아이들은 그들이 말하는 스타를 좀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공연장마다 앞자리에 앉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문화재와 관광지를 사진자료로 남기는 작업을 하느라 휴일이면 전국을 떠돈다. 그러다보니 축제와 관련된 공연장을 자주 접한다.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그 더운 여름날 몇 시간씩 땡볕 아래 줄서 있거나 공연이 한창 진행 중인데 스타의 퇴장과 동시에 썰물처럼 빠져나간 젊은이들 때문에 앞자리가 훤하게 비어 있는 모습도 본다. 어느 공연장이라고 이런 모습이 예외일까? 아마 이번 상주 압사사고 현장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젊은이들이 스타들을 우상으로 떠받드는 풍조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일본, 홍콩, 중국의 아줌마들이 한류열풍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면서 우리나라 스타들에게 열광하는 걸 봐라.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희망의 등불로 여기는 일같이 소중한 것이 있을까? 하지만 이번 상주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어제 경북 상주에서 일어났다. 인기 가수의 공연을 보러 나왔던 시민들이 인파에 깔려 변을 당하는 나라가 이 지구상에 몇이나 될까? 입에 꺼내기도 창피한 후진국형 참사가 높고 맑아 풍요로운 가을하늘 아래서 일어났다. TV에서는 부상자와 사망자들이 남기고 간 각종 소지품과 핏자국이 선명한 현장을 시간마다 보여줬다. 당시의 처참했던 상황을 보고도 행사를 진행했던 사람들은 변명일색이란다. 그렇게 큰 행사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안전사고는 한순간에 일어나고,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앞줄에 있던 노인과 어린이들이 인파에 깔려 변을 당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밀어붙이는 모습을 생각해봐라.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으로 선진국의 문턱에 와 있다는 나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잠재 이유가 상존한다.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과 무질서가 원인이다. 사고가 났을 때는 벌집을 들쑤신 듯 법석을 떨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까마득히 잊는다. 남과 더불어 살기보다는 내 개인의 이익부터 생각하는 사회가
책읽기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도서실을 리모델링한 학교가 많습니다. 우리 학교도 최신 시설을 갖춘 도서실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즐겨 찾을 만큼 각종 도서도 많이 확보되어 있고, 어린이들을 사랑하는 학부모님들은 하루 종일 사서도우미로 봉사활동을 합니다. 책읽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는 얘기지요. 학교에서도 독서하는 습관을 생활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아침자습 시간을 독서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학교의 방침대로 매일 아침 30분씩만 독서를 해도 책 속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텐데 대개의 아이들은 책읽기에 관심이 부족합니다. 독서시간이라고 어쩔 수 없이 책을 읽는 아이들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느낀 게 있습니다. 글자가 적은 만화를 즐겨 읽는다거나 대충 읽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일반적인 이야기일 겁니다. 심각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책을 읽는데 집중하는 시간이 짧다는 겁니다. 불과 2~3분도 책을 읽는데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독서시간 내내 책 속에 빠져 있는 아이는 몇 명 없습니다. 요즘 아이들 참을성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겠지요. 하지만 집중하지 않으면 책을 읽고 난 후 머릿속에 뭐가 남겠습니까?
누군가 밤에 리어카를 가지고 놀았나보다. 교실로 가다 보니 뒷쪽 운동장 가운데에 리어카가 방치되어 있었다. 아이들이 많이 등교하는 시간이고, 통행이 잦은 곳이라 사고가 날까 염려되었다. 옆에서 배드민턴을 치고 있는 옆 반 아이 한 명을 불러 창고에 끌어다 놓을 것을 부탁했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 아이는 볼멘소리로 창고가 어디 있는지 모른단다. 5학년이 하나밖에 없는 창고를 모를 리 있느냐고 했더니 오히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진짜 모른다고 대답한다. 1학기에 5학년 전체가 꽃 심기 실과수업을 창고 앞에서 했었기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아이에게 화가 났다. 분명 청소 시간이었고, 창고의 위치가 어딘지 알고 있는 아이였다. 리어카 때문에 다른 아이가 다치게 되더라도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아이였다. 오히려 청소 시간이지만 배드민턴을 잠깐 못 치게 된 것에 불만이 많은 이기적인 아이였다. 그렇다고 그 아이에게 리어카를 창고에 끌어다 놓게 할 방법이 내게 없었다. 다른 아이에게 시켰더니 선뜻 리어카를 끌고 창고로 향한다. 오늘 따라 교사의 말에 순종할 줄 아는 아이의 뒷모습이 더 예쁘게 보였다. 어른이나 교사의 말에 순종하는 아이일수록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
고 김천호 전 충북교육감의 석교초, 한벌초 제자들이 흉상 건립과 장학회 설립을 위해 추모위를 발족해 지역의 화재다. 지난 6월20일 타계한 고 김천호 전 충북교육감을 기리기 위한 추모위원회는 7월14일 첫 모임에 이어 9월9일 청주시내 한 음식점에서 발기인 모임을 가졌고, 석교초를 졸업한 노영민(49) 국회의원이 추모위원장, 한벌초 졸업생인 임효성(48) KT 청주지사장이 부위원장을 맡았다. ‘선생님은 지금도 우리를 가르치신다’고 할 만큼 추모위원들이 기억하는 고 김천호 선생님의 옛 모습은 각별하다 못해 아련하다. ‘교육사랑과 학교사랑, 제자사랑으로 똘똘 뭉쳐있던 모습이 생생하다’, ‘바른 길을 가도록 인도해 주던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 ‘제자들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남달라 사랑의 매를 맞지 않은 학생이 거의 없었지만 가난하던 시절 그늘진 처지에 있던 학생들에게 유난히 자상했다’, ‘끊임없는 도전정신을 보여주며 늘 행동으로 제자들을 채찍질했다’, ‘부끄럽지 않은 스승이 되고 싶다며 늘 자신을 견책하던 선생님을 사표(師表)로 여기며 살아 왔다’ ‘해방 이후 우리 사회에 존경할 인물이 흔치 않았고, 존경할만한 분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구성하게 됐다’는 추모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