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립니다. 안타깝게 폭설로 인한 피해도 많습니다. 폭설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호남지방 사람들은 하얀 것만 봐도 지긋지긋해한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전국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오늘 아침에는 눈 때문에 출근시간이 늦어집니다. 사고현장도 몇 곳 있습니다. 학교에 도착하니 아이들은 신이 났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을텐데 운동장 여기저기에서 자기들 세상을 만듭니다. 편을 나누어 눈싸움도 하고, 눈덩이를 굴리면서 땀을 흘립니다. 일찍 등교해 벌써 눈사람을 만든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자랑하느라 신이 납니다. ‘어린이들에게 가장 큰 고통은 신체적인 활동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교과가 체육입니다. 오늘 같이 눈이 내리는 날 체육이 들었으니 저절로 신이 납니다. 신진대사가 잘되기 때문에 아이들은 추운 것도 모릅니다. 체육시간이 되자 체육수업 여부를 알아본다며 체육전담실로 우르르 몰려갑니다. 와! 체육이다. 마음이 급한 몇 명의 아이들은 무조건 운동장으로 뛰어나갑니다. 마침 수업이 없는 시간이라 아이들의 온기가 식어 써늘한 빈 교실을 지킵니다. 그것도 잠시 지금쯤 신이 나서 운동장을 뛰어다닐 아이들의 모습이 궁금해집니다.
시내 변두리의 고향을 지키며 농사일만 하시던 외삼촌이 계셨다. 그때 외삼촌은 매일 아침 오토바이 뒤에 매달린 리어카에 채소를 가득 실어 시장에 내다팔았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밖에 몰라 온몸에서 흙냄새가 나던 분이셨다. 벌써 7,8년 전의 일이다. 그런 외삼촌이 교통사고로 응급실에서 사경을 헤매다 돌아가셨다. 사고의 내용인즉 그날따라 채소를 일찍 판 외삼촌은 1차선을 달려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 앞에서 2차선을 달리던 운전자는 휴대폰을 통해 잘못 접어든 길임을 알게 되었다. 외지에서 온 여자 운전자는 조급한 마음에 1차선과 중앙선을 넘어 차의 방향을 바꾸려고 했다. 하필이면 갑자기 1차선으로 넘어온 승용차와 달려오던 외삼촌의 오토바이가 정면으로 충돌을 했던 것이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가족들이 응급실 앞을 지켰지만 손도 써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갑자기 당한 일이기도 했지만 회갑을 막 넘긴 나이였고, 원래 정정하시던 분이 돌아가셨다는 현실 앞에 가족들은 넋이 나갈 수밖에 없었다. 한편 가족들이 모인 자리마다 운전자를 원망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급하게 장례절차가 논의되었고, 가해자인 운전자의 가족과 합의가 진행되었다. 그런 자리에서마저 외
고향을 찾아 가족과 친척은 물론 친구와 이웃을 만나는 즐거운 명절이 지났다. 양성평등이 이뤄진 세상이지만 아직까지는 명절이 다가오면 여자들이 더 마음조이며 고생한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명절을 전후해 주부들이 이유 없이 시름시름 앓는 현상을 명절증후군이라고 한다. 주부들이 가족들을 위해 고생할 수밖에 없었다면 명절증후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가족들의 몫이다. 요즘은 결혼 재촉 받는 미혼여성들, 며칠동안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아이들, 부인의 스트레스 해소 대상인 남편들까지 명절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지만 주부를 위해 찜질방, 영화관, 별미집을 찾는 가족들이 늘어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명절 전후에 일어나는 현상이 명절증후군만 있는 게 아닌가보다.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과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이혼법정을 찾는 부부가 평소의 2배나 된다는 소식이다. 수원지방법원이 생긴 이래 하루 동안 이혼한 부부수가 지난해 추석 연휴가 끝난 다음날이 최고였고, 올해 설 연휴 다음날이 두 번째로 많았다. 시댁이나 부부간의 갈등이 명절에 폭발해 이혼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물론 이혼을 해야 하는 당사자들은 답답하고, 어려운 일이
교원정책개선특위가 확정해 올해 상반기 중으로 교육부에 넘길 교원양성, 연수, 승진제도 개선안이 일선 교사들의 관심사다. 그리고 지난해 말 교육부에서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에 넘긴 교원정책 개선안을 보면 특위에서 어떤 개선안이 나올 것인지 짐작할 수 있기에 걱정의 소리가 높다. 개선안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왜 현장의 많은 교원들이 미리 걱정들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그동안 우리나라의 교육정책들은 철저히 현장의 소리를 무시했다. 정치권이나 몇몇 교육학자들의 입맛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그들의 장단에 맞추느라 교육계 전체가 우왕좌왕 갈지자걸음을 했다. 학부모나 지역사회로부터 신망을 잃으면서 공교육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교육부의 개선안은 크게 ‘교원승진, 교원연수, 교원양성체제개편, 교원선발방법개선’으로 되어 있다. 그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이 능력중심의 승진체제로 개편하고 초빙교장 및 공모형 교장제를 강화한다는 교원승진 개선안이다. 그래서 교원승진 개선안의 핵심을 살펴본다. 「현재 25년인 경력반영 기간을 15년이나 20년으로 축소하고, 90점인 점수 비중도 70점이나 80점으로 낮춘다. 교장, 교감 위주의 근무성적평정에 동료 교원들이 참여하는 다면평가제를
며칠 전, 서울중앙지검에서 1989년 전대협대표로 북한을 방문했던 임수경씨와 임씨 아들의 죽음에 대해 인터넷상에서 악의적인 댓글을 단 누리꾼 14명에게 모욕죄를 적용해 벌금 100만원씩에 약식기소한 일이 있었다.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것이냐, 악의적이며 인신공격적인 댓글 문화에 자정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냐'로 검찰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예민하다. 그래서 도마 위에 올라 비난받는 것을 감수하지 않는다면 섣불리 대응할 수도 없다. 더구나 10대나 20대가 아닌 이들의 직업이 대학교수, 은행원, 대기업 사원, 주부, 자영업자였다니 놀랍다. 또 조사를 받으면서 경솔했다거나 지나쳤다고 뉘우치는 사람은 그래도 이해가 간다. ‘뭘 그런 것을 가지고 서울에까지 올라가서 조사를 받아야 하느냐’며 ‘당신들이 내려오라’고 버텼다는 지방 대학교수의 비상식적인 사고와 행동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본인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사고로 잃었다고 생각해보자. 아마 세상을 다 잃은 참담한 심정일 것이다. 그런 게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부모 마음이다. 같이 나누면 반으로 주는 게 슬픔이고 배가 되는 게 기쁨이다. 댓글로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할 것
과학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은 길어지는데 부모와 자식들이 따로 사는 경우가 더 많아진다. 몇 년 전, 4학년을 맡았을 때였다. 훗날 부모님이 노인이 되었을 때 부모님과 함께 살 것인지를 써보게 했었다. 어쩌면 20여 년 후에나 경험할 일이겠지만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살 것인가, 따로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모습을 지켜봤었다. 옷이나 먹을 것을 사주며 키워줬고, 장난감이나 컴퓨터 등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기 때문이라는 아주 평범한 이유였지만 아이들은 담임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듯 부모님과 함께 살겠다는 답이 많았었다. 그때 짧은 시간의 수업이었지만 효의 필요성을 알고 있는 아이들이 고마웠고, 그 다짐들이 먼 훗날까지 변치 말기를 바랐었다. 그렇다고 부모님을 모시지 않으려고 하는 요즘의 세태를 몰라서 하는 바람이 아니다. 모든 아이들이 꼭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직접 모시지는 못하더라도 가끔 용돈도 드리고, 오순도순 대화도 하고, 생일이나 어버이날을 챙기면서 최소한 인간의 도리만은 지키라는 것이다. 인간의 도리가 뭔가. 인간의 도리 그 자체는 복잡하고 거창한 게 아니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대로 태어나게 했고, 키워줬고, 요구하는 것
예전에는 당연한줄 알았던 일들이 잘못되었다고 손가락질 받는 세상입니다. 급변하는 사회일수록 어떤 일이든 심사숙고를 한 후 결정을 해야 합니다. 작고 하찮은 일이라고 등한시하거나 무시했다가는 봉변당하기 쉽습니다. 교육과정이나 생활지도와 관련되어 학교에서 행해지고 있는 일련의 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유스럽게 자라다보니 요즘 아이들의 사고력이나 창의력은 놀랄 만큼 높은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정신력이나 체력이 사고력에 비례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지요. 인간의 능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각종 재해도 많아지고 있고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어려운 환경을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라도 청소를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을 몇 번 썼습니다. 이번 조기철 리포터님의 ‘학교 청소, 용역화하자’는 기사를 읽으며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청소를 시키는데 제약 요인이 많다는 것이지요. 또 청소를 시키는 목적이 아이들에게 고통을 주려는 게 아닌 만큼 교육적이지 않다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지요. 최소한 아이들이 싫어하는 화장실 청소 만큼은 용역회사에 맡겨야 합니다. 현재 저희 학교는 1년에 몇 번 용역회사 직원들이 와서 화장실 청소를 합니다. 그들이 다녀가면 한참 동
며칠 전,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던 신문기사가 있었다. '명문대 의대생 가운 벗고 조리복 입다'라는 기사였는데 내용인즉 서울의 한 명문대 의대생이 본과 졸업반으로 의사 국가시험을 며칠 앞둔 어느 날 '나, 의사 안 한다'며 미국으로 간다. 그곳에서 회계학을 공부하며 학비조달을 위해 일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어느 날 주인이 양파 썰기를 시켰나보다. 그런데 메스를 잡았을 때는 무척 어색했던 손이 식칼을 잡자 그렇게 자연스럽더란다. 그걸 기회로 미국에서 가장 큰 요리학교를 나와 지금은 신사동에 있는 와인바에서 수석조리사로 일하고 있다는 얘기다. 남들이 알아주건 말건 본인의 의사대로 세상살이를 하고 있으니 무척 행복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부모님 두 분이 모두 큰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라는데 자식이 하고자 하는 일에 선뜻 동조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부모마음은 누구나 같다. 나보다 더 많이 배우고, 나보다 잘되기를 바라는 게 자식을 키우는 부모마음이다. 병원을 물려주려던 아버지가 뒤늦게 털어놓은 '그땐 정말 때려죽이고 싶었다'는 이야기는 이해가 간다. 요즘 내가 그런 처지이기에 더 가슴에 와 닿는다. 둘째는 어릴 때부터 공부하는 것을 꽤나 싫어했다. 그렇다고 남다
가는 세월 막을 장사가 없다더니 새해 첫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월 달이 반을 지났다. 결국 1년의 이십사 분의 일이 지났다는 얘기다. 새해에는 웃을 일만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충북도지정유형문화재 제150호인 순치명석불입상(청주시 상당구 용정동 522)을 찾았다. 순치명석불의 웃음은 환한 웃음이라기보다는 소리 없이 빙긋이 웃는 미소(微笑)나 눈웃음에 가깝다. 석불의 미소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세상 근심이 다 사라진다. 또 유치원생들이 선 몇 개로 그림을 그리듯, 망치질 몇 번으로 돌에 아름다운 미소를 표현한 옛 사람들의 예술성과 구경 온 사람들을 빙그레 웃게 만드는 마력에 감탄한다. 순치명석불은 88서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2개나 따낸 신궁 김수녕을 기념해 세운 김수녕양궁장과 가깝고, 낚시터로 유명한 이정골 저수지를 가는 길목인 선돌골 마을입구의 논가에 서 있다. 문화재는 사람들과 호흡을 같이 할 때 더 빛난다. 문화정책의 부재인지 관심부족인지 석불이 가까운 곳에 있는데도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높이 316㎝, 머리높이 70㎝인 순치명석불은 네모난 돌기둥을 깎아 얼굴과 상체를 조각한 석장승으로 표현도 선각에 가깝다. 조성연대는 기록에 보이지 않으나 불상 아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황우석박사의 논문조작 파문을 지켜봐야했다. 과학적인 규명과 진실만 존재해야 하는 생명과학자로서 한때는 국민영웅으로 대접받았던 황박사가 왜 그런 일을 벌였을까?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왜곡된 부분인지?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 지루하게 진실게임이 이루어지고 있어 답답하기도 하다. 한편 각종 매스컴에서 쏟아내는 소식들을 접하며 ‘호기심에 열었던 상자 안에서 슬픔과 질병, 가난과 전쟁, 증오와 시기 등 온갖 악(惡)들이 쏟아져 나와 인간이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희망이 밖으로 빠져나오기 전에 급하게 뚜껑을 닫는 바람에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는 그리스 신화의 판도라 상자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이러다 판도라의 상자에서 희망마저 밖으로 뛰쳐나올까 걱정도 된다. 누구에게나 희망이 있어야 즐겁다. 그런데 이번 사건과 국민들의 반응, 매스컴의 태도를 보며 뭔가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과 함께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했다. 더 큰 희망과 더 밝은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라도 그중 몇 가지를 짚어본다. 진실성은 부족하고 명예욕만 강
나라가 온통 사학법 개정을 반대하는 사립고등학교의 신입생 배정거부에 쏠려 있던 어제(7일) 오후 2시 예정대로 전·의경 부모와 전역자 등 4백50여 명이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아들들인 전ㆍ의경들이 불법 폭력시위로 고통 받고 있다며 폴리스라인을 지키는 평화시위 문화를 만들어 가자고 호소했다. 또 기자회견을 마치고는 서울 순화동 중앙일보사 앞에서 국가인권위원회까지 1.2킬로미터를 행진하면서 불법 시위 추방을 요구하는 전단지를 배포했다. 어느 부모나 같은 마음이다. 당사자인 자식에게야 남자는 국방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아직은 왠지 철부지 같아 불안해하고 못미더워한다. 그래서 자식 군대에 보내놓고 편히 발 뻗고 자는 부모도 없다. 그때 나는 엉뚱한 생각을 했었다. 공군을 자원입대한 제 형과 달리 몸도 나약하고, 요리조리 군에 가지 않을 연구만 하는 둘째를 오히려 최전방의 철책선으로 보내 대한 남아의 기백을 키워주는 게 훗날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계획했던 대로 둘째는 화천에 있는 7사단으로 입대 했다. 그런데 훈련이 끝날 무렵 컴퓨터 추첨에 의해 전투경찰로 선발되어 중앙경찰학교로 훈련을 들어가게 되었다는 부
새해 셋째날인 오늘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발표한 ‘2004학년도 초ㆍ중ㆍ고 유학출국 학생 통계’가 매스컴의 톱뉴스를 장식하고 있어 왠지 씁쓸하다. 그도 그럴 것이 2004학년도에 유학을 목적으로 출국한 초ㆍ중ㆍ고교생 수가 1만6446명이나 되고, 이는 1998학년도의 1562명에 비해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며, 조기 어학연수 붐이 불면서 초등학생의 유학이 두드러지게 급증하고 있단다. 그동안 TV화면을 통해 아직은 부모의 품에서 사랑받아야 할 어린 아이들이 가방을 멘 채 조기 유학을 떠나는 모습을 많이 봐 왔다. 아이들과 함께 아내마저 떠나보내고 학비를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하다 생을 달리한 기러기 아빠나 낯선 문화와 언어는 물론 자녀와의 갈등과 남편의 부재로 고심하는 기러기 엄마에 관한 얘기도 종종 들었다. 대개의 사람들은 조기 유학에 관한 경제적, 사회적 폐해를 잘 알고 있다. 어쩌면 너무 많이 보고 듣다보니 무뎌져 남의 얘기로 치부할 만큼 무감각하다. 그게 바로 내 이웃의 일이고, 결국은 나의 일이 될 것이라는 것을 실감하지 못한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임을 자랑하는 것 중 하나가 교육열이라는 것 다 안다. 누구도 말릴 수 없는 것이 자식사랑이고, 자기 자식
좋은 일이 있을 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는 말을 쓴다. 바로 오늘의 내가 그렇다. 문명의 발달로 연하장 대신 문자 메시지로 새해 안부를 전하는 세상을 살다보니 병술년 새해를 맞으며 문자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모두 소중한 내용들이지만 몇 개만 옮겨본다. "복 마니 마니 받으세요, 복 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일만 가득하시길, 희망찬 새해 기쁨으로 맞이하세요, 아름다움과 행복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병술년 새해에는 건강하시고 뜻 다 이루는 즐거운 한 해가 되시기를,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늘 좋은 일만 많으시기 바랍니다, '쨍'하고 해뜰 날 돌아왔어요 ‘꿈과 소망’ 꼭 이루어지는 멋진 한해가 되소서, 고마우이 친구 나에게 준 복의 천배 다 받으시게, 온 가족의 행복과 축복이 가득하시길, 새해에는 사랑하는 친구의 가정과 하는 모든 일에 하나님의 축복이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새해, 복, 희망, 건강, 꿈, 소망, 행복, 축복, 사랑, 기쁨, 즐거움, 아름다움, 즐거운 일’이 얼마나 좋은 말인가. 짧은 글을 전하는 문자 메시지에 모든 사람들의 바람이기도 한 좋은 말들이 다 들어있다. 그 중에 몇 가지라도 뜻대로 이뤄진다며 더 바랄 게 뭐가 있겠는가
똑같이 흘러가는 시간이건만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다고 한다. 세상살이가 엄마 남지 않은 노인들이 세월의 흐름을 더 절실히 느낀다니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다. 나이를 탓할 때도 아닌데 참 세월이 빠르게 흘러갔다. 특히 남들이 지천명이라 부르는 나이가 되면서부터 하루하루가 더 빠르게 지나간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다사다난했던 2005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은 오늘 지난 일년을 뒤돌아본다. 여러 가지가 떠오르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이뤄 논 일이 없어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금연에 성공을 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본인은 물론 가족을 위해서라도 건강을 지키는 일이 가장 소중할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많이 피워대던 담배를 단칼에 끊겠다고 결심한 그자체가 가상한 일이었다. 꼭 1년 전인 1월 1일 새해를 맞으면서 실천에 옮긴 후 흡연에 대한 욕구를 이겨내느라 고생을 참 많이 했다. 금단현상으로 인한 고통이 흡연 기간에 비례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느라 아내에게 투정도 많이 부렸다. 그래서 남들에게 흡연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었던 일등공신이 투정을 다 받아준 아내였다고 말한다. 오죽 고생을 했으면 선뜻 남들에게 금연을 권유하지 않는다. 다만 ‘금연을 하면 이런 점이 좋다.’
학교마다 방학이 시작되는 날짜와 기간이 다르지만 대개 지금쯤이면 방학에 들어간다. 그리고 이맘때면 학교마다 신문과 문집을 발간한다. 그리고 방학을 한 학교의 교무실로 인근학교의 신문과 문집이 도착한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강외초등학교도 방학 전에 신문과 문집(동림산메아리)을 발간했다. 마침 동학년 선생님이 문집을 담당해 책이 발간되기까지 담당자가 얼마나 고생을 하는지 지켜봤다. 그 덕분에 적당한 부피에 내용이 알차게 편집된 신문과 문집이 탄생했다. 누구나 자기가 쓴 글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연간 몇 번씩 발행되는 신문은 소수 어린이들의 글만 실리기에 소홀하게 취급당하는 면도 있다. 하지만 일년 동안의 학습 결과물인 문집은 다르다. 모든 어린이들이 작가가 되는 기회이기도 하고, 자신의 작품이 실려 있기에 당사자인 아이들이나 학부모님들이 소중해 한다. 그렇게 소중한 문집이 이웃학교의 교무실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거나 한 귀퉁이에 외롭게 놓여있다면 어떨까? 물론 대개의 학교들은 그런 도서들을 종류별로 잘 보관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쓸데없이 이곳저곳에 문집을 보내는 고생을 이제는 그만해야 한다. 그것보다는 일부학교에서 하고 있듯이 홈페이지에 신문과 문집을 올려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