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운영위원들만 투표에 참여하는 간선제가 그동안의 교육감 선출방법이었다. 그래서 지난 2월 14일 치러진 부산시교육감 선거는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주민들이 직접 투표권을 행사하는 직선제로 실시돼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보도 자료에 있는 대로 총 유권자 2,849,049명 중 437,259명(15.3%)만참여할 만큼 투표율이 저조했다. 당연히 총 유권자의 5.2%인 147,018표를 득표해 당선된 설동근 교육감의 대표성에 대해 논란이 있었고,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부산 시민들에게 ‘내가 왜 교육감을 뽑아야 하는지’를 제대로 알리지 못했고,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으로부터 ‘부산교육감 선거는 간선제만도 못한 선거가 됐다’고 비판받은 부산시교육감선거에 사용된 돈이 160억원이나 된다.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 지방교육자치의 실현을 위해 탄생한 게 교육감선출 직선제다.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낮은 투표율이 발목을 잡았다. 아무리 좋은 것이더라도 사람들로부터 관심 받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일부에서 전면 재검토 얘기가 나올 만큼 사용된 돈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올 연말에는 충북과 경남이 직선제로 교육감을
학생이 규정에 따라 소정의 교과 과정을 마치는 게 졸업(卒業)이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졸업식을 소중하게 여기고 행사도 성대하게 계획한다. 더구나 초등학교는 6년의 교육과정을 마쳐야 하기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받는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문의초등학교는 올해 개교 백주년을 맞이할 만큼 역사가 깊은 학교지만 아직 강당이 없어 인근에 있는 면사무소의 복지관에서 졸업식을 했다. 당연히 교내에서 이뤄져야 할 행사를 복지관에서 하려니 사용상의 불편과 손님접대 등 어려운 일이 여러 가지였다. 그래도 시간이 되니 졸업을 축하하는 화분이 속속 도착했고 학부모와 내빈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졸업생대표가 교장선생님에게 졸업장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학교장상과 각종 대외상 시상이 이어졌다. 주는 사람의 정성과 의미가 반감되는 것을 알면서도 장학금을 일괄수여하며 시간을 줄였지만 졸업식은 70분이나 걸렸다. 예전과 같이 상장을 받으러 나오는 아이들의 걸음걸이나 인사하는 태도에 신경을 쓰는 시대도 아니다. 상장이나 장학금을 주는 어른에게 최소한의 예의만 지키면 된다. 그런데 몇몇의 아이들은 그것을 그렇게도 어려워 한다. 학교에서는 인성교육이 먼저여야 하고, 노인회장님 상장까지 있으니 신
창선-삼천포대교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각산의 봉화대에서 뒤편을 보면 울퉁불퉁 근육질의 산줄기가 인상적인 와룡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 있다. 사천에서 삼천포항 쪽으로 달리다 보면 좌측으로 와룡산 자락이 나타나고 길가에 백천사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팔만구암자(八萬九菴子)가 있었을 만큼 옛날의 절터가 많기로 유명한 와룡산 산자락에 자리 잡은 백천사는 신라 문무왕 때 의선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삼천포에서 백 번째 물이 나오는 곳에 사찰을 지었다는 설도 있다. 구불구불 시골길을 따라 백천사로 가다보면 사찰 못미처 계곡에 둑을 쌓아 만든 작은 저수지가 아름답다. 저수지를 따라 시골음식을 파는 작은 식당들이 몇 집 있고, 저수지 옆으로 커다란 주차장과 상가가 맞이한다. 주차장 끝에 있는 백천사 표지석을 지나면 바로 앞에 사찰이 나타난다. 길옆과 대웅전 뒤편으로 대규모 불사가 진행 중이라 어수선하지만 사찰을 찾는 사람들은 다른 사찰보다 많다. 대웅전 안의 풍경도 다른 사찰과 다르다. 신도들도 많고,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스님이 신도들의 등을 죽비로 사정없이 내리친다. 대웅전 옆에 있는 백천감로수의 물맛도 봐야 한다. 배꼽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시계방향으로 세
‘찾아보는 만큼 알게 되고 알아보는 만큼 사랑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청주지역의 산길, 들길, 물길, 마을길을 직접 걸어보는 답사와 산행으로 지역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모임이 청주삼백리다. 송태호 대장이 이끌고 있는 청주삼백리는 그동안 42차에 걸쳐 청주 주변의 옛 길과 문화재, 청주를 둘러싸고 있는 산봉우리들을 샅샅이 답사하며 애향심과 함께 내공도 키웠다. 그래서 이제는 충청북도의 각 시ㆍ군까지 발걸음을 넓히기로 하고 충북답사를 시작했다. 일요일이었던 11일은 청주삼백리에서 충북답사를 처음 시작하는 날이다. 며칠 전부터 기상청에서 오랜만에 추위가 찾아올 것이라고 엄살을 떨었다. 막상 아침에 일어나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춥지는 않았지만 이른 아침이라 바람이 차기에 옷깃을 세우고 청주삼백리 회원들이 산행을 시작하기로 약속된 진로석수 주차장으로 갔다. 청주에서 미원을 향해 차로 20여분 달리면 금거리가 나타나고 이곳에서 우회전해 다시 3.3㎞를 가면 진로석수 공장이 있다. 시내와 달리 산속이라 냇가의 물에는 살얼음이 얼었다. 오늘 답사의 주목적은 무심천의 발원지인 벽계수 옹달샘을 찾아보는 것이다. 무심천은 분지지대의 평야에 형성된 청주의 젖줄로 시내를
사천의 각산은 해발 398m로 높이나 크기로는 각광받을 수 없는 산이다. 하지만 각산의 봉수대에 올라 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면 진가가 나타난다. 삼천포 앞바다의 섬들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총연장 3.4Km의 삼천포-창선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삼천포-창선대교는 사천의 대방동과 남해의 창선을 이은 연륙교다. 최근까지는 인근 사람들이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곳이었지만 섬과 바다가 어우러진 일몰 감상지로 알려지며 각산을 찾는 외지인들도 많아졌다. 대부분 이곳에서 일몰풍경이나 야경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람들이다. 각산은 대방사에서 오르는 것이 좋다. 삼천포 사람들은 인심이 좋아 누구에게 물어도 대방사 가는 길을 자세히 안내받을 수 있다. 대방사 사거리에서 가까운 새로 생긴 길가의 언덕에 대방사를 알리는 안내판이 서있다. 대방사에서 각산봉수대까지 약 1.3Km 거리다. 대방사에는 작은 주차장이 있고, 사찰로 들어서면 아름다운 돌담이 맞이한다. 다른 사찰의 대웅전에 해당하는 큰법당도 주변의 아늑한 풍경과 어울리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옆으로 세워진 지 오래되지 않은 큰 와불이 있다. 이곳에서 각산산성으로 가는 길 왼편에 스님들의 수행처이고 한때 서암
방학식이 끝나기가 바쁘게 아이들은 신이 나서 집으로 달려갔다. 그 후, 신나게 자유를 누렸을 것이다.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가끔은 규칙적인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방과후 학교에도 가고, 학원도 다녀야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마음껏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기간이 바로 방학이다. 부모님이 걱정을 하든 말든, 즐거운 일이 많든 적든 구속받는 일이 줄어들었다는 그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행복이다. 하지만 우리 몸은 노는 것보다 규칙적인 생활에 익숙하다. 무작정 실컷 노는 게 좋을 줄 알았는데 집에서 쉬는 것도 며칠이다. 빈둥거리다보면 괜히 마음이 편하지 않다. 마땅한 놀이가 없으니 노는 것도 지루하고 싫증이 난다. 심심하니 짜증을 내고 엄마의 늘어나는 잔소리에 지쳐간다. 적당히 놀아야 좋다는 것을 알리야 없지만 매일 학교에서 만나던 친구들이 보고 싶어 안달이 날 때쯤이면 개학을 한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학교로 달려온다. 방학동안 찬 공기만 맴돌던 교실이 아이들의 체온으로 따뜻해진다. 적막이 흐르던 교실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쳐난다. 모처럼만에 운동장에도 활기가 넘친다. 친구들과 놀이기구도 타고, 피구나 축구를 하면서 땀을 흘린다. 아이들아! 규칙적인 생
상족암 군립공원은 남해안의 한려수도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에 위치한다. 2006년 열렸던 공룡엑스포 때문에 세상에 널리 알려진 공룡박물관 아래에 청소년수련원이 있고, 그 앞에 조수에 씻긴 조약돌들이 자연스럽게 깔려있는 작은 해수욕장이 있다. 해수욕장 주위에 펼쳐진 바닷가 계곡이 군립공원이다. 상족암 군립공원은 계곡에 거대한 돌출바위들이 있고 자연경관의 수려함이 극치를 이룬다. 주변 바닷가에는 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공룡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나타나 있는 넓은 암반들이 널려 있다. 가까이에 있는 촛대바위와 멀리 바라보이는 병풍바위의 절경이 아름다워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에 있는 공룡 발자국은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나기 훨씬 이전의 귀중한 자료이므로 천연기념물 제411호로 지정되었다. 암반 위를 걷다 보면 길이가 30㎝가 넘는 공룡 발자국도 만난다. 새발자국 등 발자국의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이곳은 1억 5천만 년 전에 호숫가 늪지대였던 공룡들의 집단 서식지로 발자국 위에 쌓였던 퇴적층이 암석으로 굳어졌고, 그 뒤 지층이 솟아오르면서 공룡의 발자국이 드러난 것으로 본다. 이곳을 지나면 층층이 깎아지른 절벽으로 되어 있는
33번 국도를 타고 가다 문수암 팻말을 보고 구불구불 산길을 오르다보면 갈림길에 문수암과 보현사 약사전을 알리는 안내판이 막아선다. 그곳에서 문수암은 오른쪽에, 보현사 약사전은 왼쪽에 있다. 높은 곳에서 서로 바라보고 있는 문수암과 보현사 약사전은 바로 옆까지 차량 진입이 가능하다. 문수암은 고성군 상리면 무선리 무이산에 있는데 조계종 쌍계사의 말사로 신라 때 의상조사가 창건한 암자다. 창건 이후 고승들을 많이 배출하였고 삼국시대부터 명승지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백담사에 가기 전 이곳을 먼저 알아봤으나 거부당했다는 게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했었다. 무선리에서 유숙하던 의상조사의 꿈에 노승이 나타나 '내일 아침에 걸인을 따라 무이산을 가보라'고 예언해 걸인을 따라 가보니 눈앞에 수많은 섬들이 떠있고, 다섯 개의 바위가 오대(五臺)를 형성하고 있어 문수단을 모아서 문수암을 세웠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작은 주차장에서 문수암을 바라보면 뒤편에 있는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암자를 감싸고, 문수암 옆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크고 작은 섬들이 바다 위에 떠있다. 특히 한눈에 바라보이는 보현사 약사전의 풍경이 일품이고, 주변의 풍경들도 등산객과
덕유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기본코스가 무주리조트 설천하우스에서 곤도라(왕복 11,000원, 편도 7,000원)를 이용해 설천봉에 오른 후 향적봉 정상과 백련사를 거쳐 삼공탐방지원센터로 하산하거나 반대로 삼공에서 출발해 곤도라로 하산하는 총 거리 8.5km의 등반길이다. 향적봉 정상에서 2.5km 거리의 백련사로 향한다. 하산길이라 마음도 여유롭고, 등반하기 좋을 만큼 길도 편해 설천봉에서 향적봉 정상까지의 설경에 연발하던 감탄사가 백련사까지 길게 이어진다. 김해에서 왔다는 어른들은 이렇게 좋은 눈 구경 처음이라며 눈길에 연신 미끄럼을 탄다. 산 가득 눈이 내리고, 바람이 없어 춥지도 않은 날이 1년에 며칠이나 될까? 백설로 뒤덮인 덕유산은 동화 속에나 존재하는 세상이다. 이런 날 덕유산을 찾아왔다는 그 자체가 축복이다. 계속 눈이 내리고 있어 내리막길도 미끄럽지 않았고, 눈길이라 발길에 닿는 촉감도 좋다. 기분 내키는 대로 살 수 없는 게 인생살이지만 여행지에서는 기분에 맞춰 그냥 어린시절로 돌아갈 수 있어 좋다. 저절로 흥얼흥얼 콧노래가 나오는데 고함을 외친들, 일부러 넘어진들 누가 뭐랄까? 어느 여행지에서도 구경할 수 없는 아름다운 설경
겨울 산은 낙엽을 떨어뜨린 채 맨몸으로 바람과 씨름하는 나목들 때문에 을씨년스럽다. 그런데도 왜 많은 사람들이 겨울 산을 즐겨 찾는지는 눈이 내리는 날 자연이 만들어 논 아름다운 설경을 보면 안다. 겨울을 맞으며 설화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덕유산의 설경을 꼭 보기로 했다. 그래서 12월 말에 덕유산을 찾았지만 따뜻한 날씨 탓에 정상인 향적봉마저 눈이 녹아 설경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아쉬움을 달랠 기회가 왔다. 1월 26일 오후 4시에 발효되었던 대설주의보가 당일 오후 7시에 해제되었고, 1월 27일 오전 8시 30분부터 입산할 수 있음을 덕유산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http://deogyu.knps.or.kr)의 공지사항을 통해 알아냈다. 시간이 허락하는 28일 아침 덕유산국립공원사무소(063-322-3174)와 무주리조트 설천하우스(063-322-9000)로 부지런히 전화를 하며 덕유산에 입산할 수 있는지와 관광 곤도라의 운행여부를 여부를 알아봤다. 무주IC로 나와 양수발전소를 지나면서 만나는 괴목리의 길가에 서있는 커다란 괴목(槐木) 두 그루가 여러 가지 인생살이를 생각하게 한다. 무주리조트 입구에 들어서면서 차량들의 행렬이 꼬리를 문다. 사람들이 많
추운 날이 별로 없는 겨울이라 올해 청주에서는 눈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전국에 많은 눈을 뿌렸다는 24일에도 눈비가 함께 내려 언제 눈이 내렸냐는 듯 시내에서는 눈을 구경할 수 없다. 이런 날 역사의 현장이며 청주시민들의 쉼터인 청주 상당산성(사적 제212호)은 어떤 모습일까? 산성으로 향하는 약수터 고갯길부터 눈 세상이다. 길거리에 차를 세워놓고 설경을 담는 사람들도 눈에 뛴다. 시내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산성은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만들어 놓고 사람들을 맞이한다. 봄이면 가지마다 붉은 꽃망울을 터뜨릴 철쭉들이 솜을 연상시킬 만큼 하얀 눈꽃을 매달고 있다. 동심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 백설이 유혹하고, 언덕에서 비료 부대를 타며 낭만을 만끽하는 아이들도 발견한다. 그래서일까? 겨울이지만 상당산성에는 놀이 나온 아이들과 연인들, 산책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춥다고 움츠리지 말고 조금만 밖으로 나가면 새로운 세상이 기다린다. 가까운 곳에서, 사소한 일에서 행복을 찾아내는 것도 삶의 지혜다. 지나온 역사가 그러했듯 추운 겨울날 산성둘레를 한바퀴 돌아보는 것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좋다.
신라 때 의상이 창건하고 대웅전 뒤에 맑은 물이 나오는 샘 옥천이 있어 널리 알려진 사찰이 옥천사(고성군 개천면 북평리). 옥천사 일주문을 지나면 바로 사천왕문이 나타난다. 그 옆으로 자방루(경남 유형문화재 제53호)와 유물들을 전시한 보장각이 보인다. 사천왕문을 지나면 누구든지 말에서 내려 경의를 표해야 하는 하마비(下馬碑)가 있고 길옆으로는 큼직한 바위덩어리가 규칙적으로 놓여 있는 계곡이 있다. 사천왕을 구경하고 나와 다리를 건너면 거북이 입에서 물이 나오는 '연화산옥천수'가 맞이한다. 물맛을 보고 안내판에 씌어 있는 글을 읽어 보며 자방루를 구경한 후 해탈문을 들어서면 옥천(玉泉)이 있는 옥천각과 대웅전이 보인다. 조용한 사찰이건만 여러 곳이 공사 중이라 널려있는 공사 물품들 때문에 어수선하다.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다는 옥천은 이 절을 창간(676년)하기 전부터 있었던 샘으로 예로부터 병을 고치는 감로수(甘露水)로 한국의 100대 명수에 올라 있다. 옥천사가 있는 연화산에는 암수의 옥천이 있다고 전해온다. 옥천각 안에 있는 옥천은 암샘이다. 옥천의 물맛을 보며 수샘은 어디에 있는지가 궁금하다. 공사 때문인지 오가는 사람이 없어 알아볼 길이 없다.
사람 이름을 역의 이름으로 사용하는 곳이 있다. 경춘선의 남춘천역 바로 전에 있는 김유정역이다. 물론 처음부터 김유정역으로 불리어진 것은 아니다. 신남역으로 불리다 2004년 12월 1일부터 이름을 바꿨다. 역사에 한참을 앉아 있어도 오가는 사람이 없는 작은 역이지만 역의 이름을 바꾼 김유정이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는 김유정문학촌에 가보면 안다. 김유정문학촌(춘천시 신동면 증3리 실레마을)은 김유정역에서 5분 거리에 있다. 김유정(1908~1937)이 짧은 기간에 발표한 30여 편의 작품 중 동백꽃, 봄.봄, 산골나그네, 소낙비 등 소설 12편의 무대가 된 곳이 실레마을이다. 실레마을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생활하던 김유정이 23살의 나이에 귀향해 야학인 금병의숙을 설립하고 농촌계몽운동을 벌인다. 그러다 2년 후 ‘산골 나그네’를 시작으로 여러 편의 소설을 발표한다. 실레마을에서 직접 목격한 일이 소재였고, 작품속의 등장인물들이 실존인물이었기에 실레마을은 김유정 작품의 산실이자 역사적 현장이다. 탁월한 언어감각과 개성 때문에 한국 소설의 축복이라고 하는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과 ‘봄.봄’은 중고교의 교과서에도 실려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있다. 김유정 문학촌
내륙의 바다라는 소양호는 동양 최대의 사력댐인 소양강댐의 축조로 만들어졌다. 자연경관이 수려한 고려시대 사찰 청평사, 아름다운 바위가 많은 오봉산, 물맛이 좋은 추곡약수터와도 가깝다. 아침 일찍 부지런을 떨면 멋진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소양강댐이다. 댐 선착장에서 청평사와 양구행 여객선, 관광유람선을 운항해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승지가 되었다. 또 향어, 송어 등 어종이 풍부해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승용차는 댐 아래에 주차시키고 무료셔틀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 좋다. 기념탑이 우뚝 서있는 댐 정상 주변에 주차장이 있으나 넓지 않고 주말에는 진입이 금지된다. 댐 정상에는 식당과 기념품가게 등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댐 정상에서 하류의 물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댐 하류에서는 물안개가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놓느라 분주하다. 소양강댐에서 춘천시내로 향하다보면 호수로 둘러싸인 춘천을 왜 호반 도시라고 하는지 이해가 간다. 강줄기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다보면 ‘소양강 처녀 노래비’가 나타나고 바로 앞 물위에 떠있는 조형물도 아름답다. 춘천의 자랑 중 하나가 공지천이다.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공지천 주위에는 조각공원ㆍ분수대ㆍ보트장 등 놀이공간이 있고
고려 광종(973년) 때 창건된 청평사(춘천시 북산면 청평1리)는 소양호 주변에 우뚝 솟아 있는 오봉산 기슭에 있어 댐이 생긴 후 더 유명해진 사찰이다. 승용차를 이용해 오음리를 거쳐 배후령을 넘으면 오봉산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오지만 청평사는 배로 10여 분 걸리는 섬 속의 절이다. 그래서 데이트를 즐기려는 젊은 연인들은 당연히 소양호 선착장으로 가야 한다. 1시간 간격으로 출항하는 배를 이용하면 각종 교통편을 갈아타는 재미까지 누릴 수 있다. 지난 13일 찾아간 청평사 초입부터 자연 그대로 눈이 쌓여 있는 계곡이 맞이한다. 매표소 바로 전에 '공주와 상사뱀 전설비'가 있다. 중국 당나라에 공주를 사모하다 죽임을 당한 젊은이가 뱀으로 환생해 공주의 몸을 휘감고 떨어지질 않아 불공을 드리러 다녔는데, 이곳 청평사에 오자 벼락을 맞아 죽어 몸에서 떨어졌다. 이때 세운 석탑이 구성폭포 위에 있는 삼층석탑(강원도 문화재자료 8호)이다. 매표소를 지나면서 만나는 큰 바위가 거북바위다. 전체적인 모습에서는 거북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지만 아랫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거북이 모습이 떠오른다. 혹 거북이 모양이 아니면 어떤가? 계곡을 따라 오르다 보면 7m 높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