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할머니 학생, 감사합니다!
“교장선생님! 저, 장학금 탔어예. 고맙습니다.” 성큼 교장실을 들어서는 학생의 얼굴에 기쁜 표정이 역력하다. 조리과에 입학한 만학도 박영선 할머니는 재작년 67세로 입학해 곧 어엿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된다. 할머니는 검정고시를 통해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은 후 울산 동구에 있는 모 중학교를 졸업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우리 학교 조리과에 입학해 신입생 선서도 했다. 처음에는 '제대로 하시려나?', '어린 학생들과 부딪치지는 않을까?', '수업과 실습시간 등 많은 학교생활을 수행해 낼만한 건강은 될까?' 등 걱정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간간히 담임을 통해서 안부를 묻고 지나는 길에 마주치면 힘내시라고 격려의 인사도 건냈다. 걱정과는 달리 아이들도 할머니를 잘 따르며 “할머니”라고 친근하게 부른다. 파마 머리에 살짝 분을 바른 얼굴에는 오랜 세월의 연륜과 배움에 대한 한이 배어있긴 하지만 교복을 단정히 입은 모습은 영락없는 학생이다. 시장터에서, 동네 입구에서 만날 법한 평범한 할머니가 웬 늦깎이 학생이 되었을까? 시끌벅적하고 쉬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 입에서 험한 말들이 오가는 교실에서 손자뻘 되는 아이들과의 생활을 하기가 어지간한 마음을 먹지 않고서는 쉽게
- 김정근 울산생활과학고 교장
- 2012-01-02 0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