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명관이의 기적
밝은 웃음으로만 봐서는 뭐라 판가름할 수 없는 아이, 게다가 아침마다 누구보다 빨리 등교해서 교실문을 열어놓는 성실함을 보면 명관이는 감을 잡기 어려운 아이였다. 다만 며칠 가르쳐보니 한숨이 절로 나오는 게 아무래도 작년 담임선생님이 한 이야기가 맞는 것 같았다. “미안합니다. 명관이를 선생님 반에 보내다니….” 만년꼴찌인 명관이가 우리반에 들어온 것이 자신의 잘못인 것처럼 말하는 것이었다. 수학은 완전히 꽝이었고 나머지 과목도 아는 둥 마는 둥 공부에는 통 관심이 없고 혼자서 이상한 노래를 부르거나 엎드려 누워있기를 좋아하는,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아이였다. 복도에서 공 갖고 놀다가 화분 깨먹기, 짝꿍 울리기, 저학년 아이들 건드리기 등등 나머지 남자애들 다 합칠만한 사고를 명관이는 혼자서도 몇 번씩 저지르곤 했다. 옆반 아이랑 다투다가 지나가는 선생님께 잡혀오기도 수차례였다. 학기초 진단평가에서 명관이는 아슬아슬하게 부진아 판별만은 면했다. 하지만 나는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수학시간에 가볍게 해본 구구단 게임에 자신 없다면서 울어버리는 명관이를 보았다. 항상 씩씩하기만 했던 아이가 우는 걸보니 마음이 더 아팠다. 그래
- 김성효 군산서해초 교사
- 2004-12-27 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