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상담이 끝나면 진이 빠진다. 학생상담보다 2~3배는 힘들다. 나도 작년까지 학부모였고, 지금도 여전히 자녀를 키우는 엄마인지라, 부모 마음을 모르지 않기에 더 힘들다. 담임교사도 마찬가지다. 말썽을 피우는 학생과 생활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이 있기 때문에, 부모의 훈육방법에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혼날 짓을 했으니, 화가 나서 속상한 마음에 그럴 수 있지’라고 학부모 마음에 더 공감이 갈 때가 있다. 가장 혼란스러울 때는 ‘학생이 표현한 부모의 모습’과 ‘내가 상담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부모의 모습’이 너무나 다를 때이다. 순간 학생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자기중심적으로 뭔가 과장해서 이야기한 것은 아닌지, 내가 학생의 말을 순진하게 믿고 잘못 판단한 것은 아닌지 갑자기 불안해지기도 한다. 특히 학생이 평소에 거짓말을 자주 했거나, 문제행동을 반복했다면, 그 불신은 더 커진다. 자칫하다가는 학생의 말보다 부모의 말을 더 신뢰하는 함정에 빠져, 학생의 힘듦을 외면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하지만 아이 앞에 서 있는 학부모와 교사 앞에 서 있는 학부모의 모습은 다를 수 있다. 교사와 통화를 하거나 면담할 때의 학부모는 그나마 이성적인 상태지만, 아이
며칠 전, 학교부적응 학생 몇 명과 학교 근처 산에 올랐다. 두런두런,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힘들다고 징징거리는 녀석들을 어르고 달래며, 겨우겨우 산 정상에 올랐다. “우리 엄마랑 왔으면 분명히 ‘정신력이 어쩌고, 이런 거 하나도 어쩌고’, 그럼 또 저는 ‘그래서 안 온다니까, 억지로 끌고 왔잖아 어쩌고’…. 결국 싸우느라 정상에 못 왔을걸요. 쌤이랑 오니까, 처음으로 정상에 와 보네요.” “쌤도 딸이랑 왔으면 아마, ○○이 엄마와 똑같은 잔소리를 했을걸. 엄마들은 희한하지? 같이 학원 다니며 배우는 것도 아닌데, 잔소리가 비슷해. 그치?” “음, 쌤 잔소리랑 우리 엄마 잔소리랑 비슷한 건 맞는데, 조금 달라요. 음, 일단 기분이 나쁘지 않아요.” “아, 그래? 쌤 딸내미는 기분 나빠하던데? 얼굴에 딱 보여. 하긴, 쌤 딸도 학교 선생님 잔소리는 뭐라더라, ‘현실적인 조언’이라나? 나 참, 엄마가 하면 잔소리고, 선생님이 하면 조언이고. 쳇, 엄마는 너무 섭섭하다. 도대체 차이가 뭐야?” 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되고, 엄마한테 배운 것을 아이에게 적용한다(물론 아들이 자라서 아빠가 되고, 엄마와 아빠에게 배운 것을 아이에게 적용한다). 학부모상담과 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