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창가에서> 파종하는 농부의 마음으로
유난히 태양이 눈부신 가을날. 태양뿐 아니라 온통 들녘이 황금물결로 녹익어가는 모습이 그저 황홀하기만 하다. 오늘도 융단처럼 누렇게 펼쳐진 논가를 지나며 나 하나쯤 누워도 될 법한 것이 푸근하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바쁘다는 이유 때문에 그 광경에 한 번 모르는 척 빠져보고 싶은 충동을 내리누르자니 못내 아쉽다. 얼른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을 학교로 발길을 재촉한다. 아직 초록색을 벗어나지 못한 우리 아이들의 빛깔이 싱싱하게 녹익어가도록 길을 열어주기 위해 나는 조금 더 싱싱한 모습으로 아이들 앞에 서야한다고 한껏 목에 힘을 준다. "오늘은 나무 줄기의 겉 표면을 관찰하는 공부를 하겠어요. 옆의 친구 얼굴을 잘 살펴보세요. 비슷한 얼굴도 잇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각자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죠? 나무들도 마찬가지랍니다. 우리 학교 운동장에는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이름표를 달고 씩씩하게 자라고 있어요. 각 나무마다 어떤 모양의 겉 표면을 지니고 있는지 본을 떠서 살펴보기로 하겠어요. 모둠별로 주어진 종이와 크레파스를 가지고 밖으로 나갑시다." 그러자 한창 운동회 연습에 거무스름하게 그을린 한 아이가 다가와 "선생님, 밖에 나가지 않으면 안 되나요
- 김명직 인천금곡초 교사
- 2002-10-17 1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