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론> 무너지는 학교
교사가 수업을 방해한 학생을 체벌하자 맞은 학생이 이단옆차기로 교사를 차서 쓰러뜨리는가 하면, 수업시간에 휴대폰 소리를 내지 말라며 매를 때렸더니 '못 때리게 돼 있는데 때렸다'고 학생이 교사를 더 세게 치는 일도 있고, 하급생 집단 구타행위를 지도하면서 주동학생을 퇴학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았더니 상부기관에 '만약 우리 학교에서 한명이라도 퇴학 당하면 집단가출하든지 음독할 터이니 사전 예방토록 하라'고 위협하기도 한다. 공부 잘하고 행동이 바른 학생이 기를 못 펴고 따돌림 당하는 세태, 세계 도처에 있는 정보들이 시차나 여과없이 학생들에게 접해지면서 학생들의 눈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자'고 하면 '검토·노력해 보겠다'고 답변하는 학생들의 태도 등 어느새 교사와 학생은 완전히 위상이 달라져 버렸다. 그래서인지 명퇴 신청자가 늘어나고 교육을 포기하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이것이 학교현장의 실태이다. 이렇게 학교현장이 붕괴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도 스승으로서의 교원의 위상이 무너진 데 있다. 교단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며 감행한 교원 정년단축이 교직의 전문성을 무시하는 얄팍한 경제논리로 이루어졌으며 더욱이
- 강호봉 한국 국·공립중학교장회 회장
- 1999-11-0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