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열 | 경기 수원 장안고 교사·수필가 새학기가 시작되면, 나는 아이들에게 제일 먼저 김영랑의 이라는 시를 읽어준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영랑의 모든 시가 그렇듯이 이 시도 섬세하고 영롱한 음악적 서정의 표현이 돋보여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있다. 나도 이 시를 좋아한다. 세련된 우리말 구사와 은근하고 부드러운 정서 등의 조화가 마음에 와 닿는다. 특히 이 시의 마지막 구절 ‘찬란한 슬픔의 봄’은 되뇌면 되뇔수록 깊은 영혼을 울리는 매력이 있다. 나는 올해도 아이들에게 시를 읽어주고 ‘모란’은 여러 가지 꽃 중의 하나이면서 지상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는 꽃이라는 설명을 했다. ‘봄’은 황량한 겨울의 불모성을 극복하고 대지에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북돋우는 계절의 신비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시를 읊조리면서 가슴 속에 소망과 희망의 씨앗을 뿌렸다. 그러나 올 봄은 소망도 희망도 없는 슬픈 날이 시작되었다. 개학과
안병우 | 한신대 교수·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공동운영위원장 머리말 한국 역사를 심각하게 왜곡한 일본의 후소샤 발행 역사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하여, 충격과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2001년에 이어 두 번째 검정을 통과한 이 교과서는 이미 당시에 위험한 교과서로 판정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4년 동안 이 교과서를 만든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새역모)은 조직을 개편하고 채택 환경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조성하면서 올해에 대비해 왔다. 그리고 에히메 현과 도쿄의 중고일관교(中高一貫校)에서 채택되는 성과도 거두었다. 검정 결과 밝혀진 개정판 후소샤 교과서의 내용은 이전보다 교묘하게 개악되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이다. 그 내용은 이미 언론과 학계의 발표 등을 통해 상세히 밝혀졌다. 간단히 말한다면 이 교과서는 두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하나는 한국사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역사를 보는 관점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점이다. 이 글에서는 이 두 측면에서 후소샤 교과서를 살펴보려고 한다. 1. 후소샤 교과서는 한국사를 어떻게 왜곡하고 있는가 1) 한반도 위협론 새역모의 한국사관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읽을거리 칼럼으로 제
조현호ㅣ 울산 옥현초 교사 다리 이야기 ‘다리’에 관한 기억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가 봅니다. 어머니가 대뜸 ‘막내 니는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웃으며 이야기 하시길래 그 말이 진짜인 줄 알고 얼마나 섭섭해 했는지 모릅니다. 나만 주운 자식이라서 차별하는 것 같아 길을 걸어가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요. 다리 밑으로는 수많은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퐁네프의 다리’나 ‘오작교’와 같이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가 흐르기도 하고 ‘콰이강의 다리’ ‘자유의 다리’처럼 시대적 아픔이 흐르기도 합니다. 다리에는 다리 밑에서 주웠다는 탄생에서부터 ‘선죽교’의 참변과 같은 죽음도 있습니다. ‘삽교’, ‘벌교’ ‘석교’ 등 다리와 관련한 지명도 많습니다. 가장 원시적인 징검다리에서부터 태백산맥을 가로질러 건설된 엄청난 높이의 영동고속도로 다리도 있고 서해대교, 광안대교와 같이 바다를 횡단하는 초현대식 다리도 있습니다. 다리는 이곳에서 다른 저곳으로 옮겨주는 통로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과거로부터 이 시대를, 나아가 미래까지 엮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전설과 설화, 그리고 기록 속에 남겨진 옛 다리를 찾아가고자 합니다
변중희 | 서울 보인중 교사 어느새 봄이 우리 곁을 지나가고 있다. 황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루가 다르게 빛을 내는 산수유 꽃! 이사하고 처음 맞이한 봄을 그 꽃으로 열었다. 솜털처럼 작고 족두리모양으로 퍼진 모습과 보드라운 꽃술이 섬세한 수채화의 번짐처럼 나름의 그림자를 갖고 있어 귀티까지 난다. 먼발치에서 칙칙한 노란 빛이 때도 맞추지 못 한다고 무시했던 눈길이 부끄럽다. 마음이 간사해서인지 개나리 빛깔은 너무 노래서 가볍고, 목련은 큰 송이가 주체할 수 없어 부담되고, 벚꽃은 불꽃놀이 같아서 허망하고, 동백꽃은 너무 처연하고, 매화는 서민적이지 않아 보여 먼발치로 맴돈다. 봄철에 먹을거리로 제일 욕심나는 것은 두릅나물이다. 쌉쌀한 맛에 도톰하여 씹히는 느낌이 일품이다. 그러다가도 시간이 흘러 더 자라면 억세고 온통 가시로 덮여버려 그 맛을 낼 때와는 딴판이다. 그 외에도 나른한 봄에 입맛을 돋우어주는 것은 돌나물 물김치, 산미나리 초장 무침, 달래 무침, 쑥국 등이 있다. 그러나 여름으로 접어들면 이것들 역시 더 이상 먹을 수 없게 된다. 대신 또 다른 먹을거리가 나타난다. 먹는 것뿐 아니라 약재로 쓰이는 것도 그렇다. 어떤 것은 나무껍질이나 뿌리가